일본의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산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주인의 의지에 따라 시설이 천차만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시설이나 운영 면에서 거의 획일적이지요. 이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기본은 하니까요. 뒤집어 본다면 일본의 산장의 경우 좋은 곳은 아주 훌륭하지만 좋지 않은 곳은 형편없습니다. 참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명칭은 대피소이지만 일본의 산장입니다.
 최근 다녀온 지리산 장터목 대피소는 일본 어디에 내놓아도 시설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아주 좋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난할 듯합니다.

 얼마전 일본의 북알프스를 다녀왔습니다.
 중부산악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비경지대로 손꼽히는 북알프스는 일본 열도의 중앙부에 거의 남북으로 뻗어 있는데다 3000m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돼 있어 '일본의 지붕'으로 불립니다.
 지난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현, 기후현 등 3개 현에 걸쳐 있는 북알프스는 위도상으론 한반도보다 아래지만 대륙의 찬 시베리아 기단이 동해를 건너며 수분을 흡수, 연간 30m 가까운 폭설로 설국을 이루는 곳이죠. 

 북알프스는 규모가 상상 못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1박 2일에서 2박 3일, 3박 4일 입맛대로 택할 수 있습니다. 종주를 할 경우 최고봉인 오쿠호타카다케(3190m)과 '일본의 마테호른' 야리가다케(3180m)를 거쳐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와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되는 니가타와의 경계인 오아시라쯔 해변까지 무려 150㎞를 걷습니다.

 당시 산행팀은 일본 근대 알피니즘의 발상지인 가미코지에서 출발, 가라사와산장에서 1박을 한 후 오쿠호타카다케를 거쳐 가미코지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했습니다. 도상거리  27㎞죠.

 첫 11㎞ 정도는 계곡을 따라 임도 수준의 숲터널을 걷습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빙하 녹은 물은 흐르는 계류에는 천연기념물인 이와나(岩魚)가 물살을 가르고, 새끼를 등에 태운 일본원숭이가 이리저리 뛰어놉니다.
 산장 또한 정확하게 45분 간격으로 잇따라 나타나 이방인 맞습니다. 묘우진칸, 도쿠사와, 요오코 산장입니다. 묘우진칸과 요오코 산장은 평범하지만 도쿠사와 산장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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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캠퍼스를 연상시키는 도쿠사와 산장. 소설 '빙벽'의 배경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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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쿠사와 산장 주변에는 일본원숭이가 자주 보인다.

 첫 인상이 대학 캠퍼스 그 자체였습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이유가 있었습니다. 도쿠사와 산장은 북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빙벽'의 주무대로, 아름드리 노거수 아래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가 연상됩니다.
 지난 1980년 출간된 소설 '빙벽'은 일본을 떠들석하게 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등산연애소설. 친구간의 우정과 한 여성에 대한 삼각관계 그리고 대자연과 도시의 어지러운 발걸음을 교차시키며 전개되는 산사나이들간의 드라미틱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이 소설이 출판되면서 당시 많은 일본인들이 북알프스의 이곳 도쿠사와 산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전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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