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하이원스키장을 다녀와서
국내 유일 내국인 출입 카지노도

바야흐로 살을 에는 동장군의 심술이 시작됐다. 장삼이사들의 대응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일 터. 주로 장년층 부류는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온천탕을 그리워할 게고 젊은층은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슬로프를 질주하는 '쌈박한' 시추에이션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을 게다.

특히 최근 스키장이 몰려 있는 강원도와 호남지역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마니아층 스키어나 보더들은 표정관리를 하며 내심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지난 1년 동안 애오라지 이 시기만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린 그들이 아니던가.

지금까지 부산에선 강원도에 버금갈 정도로 눈이 무진장 온다는 한수 이남의 최고 설국인 무주스키장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지만 지난해 부산서 가까운 양산에 에덴밸리스키장이 문을 열어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 올해는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 스키장이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역의 마니아층을 겨냥해 최근 영남영업소를 열었다.

'아우라지의 고장' 정선은 강원도 남부지역. 부·울·경 관광객들에겐 심리적으로 아주 멀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시간30분~4시간 정도에 불과해 새벽에 출발할 경우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스키장만 있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의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 카지노도 있어 외국영화에서 봄 직한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마운틴탑으로 올라가는 곤돌라에서 내려다본 초보자 코스인 제우스2 슬로프가 S라인처럼 펼쳐져 있다.


#상전벽해의 땅, 버려진 탄광에서 사계절 관광지로

 1980년대 중반까지 정선을 비롯한 영월 태백 일대의 강원도 남부지역은 석탄산업의 메카로 '지나가는 개도 입에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한 예로 1980년대 초 7급 공무원 월급이 11만 원 정도일 때 광부들의 평균 월급은 25만 원을 상회했다. 덕분에 이 지역의 가전 대리점은 곧잘 전국 판매 1위를 석권하곤 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승승장구하던 석탄산업은 1980년대 후반 에너지 소비구조가 바뀌면서 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정부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추진했고, 탄광들은 눈물을 머금고 서둘러 폐광했다. 지역경제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극에 달한 탄광촌 주민들의 상경 투쟁이 시작됐다. 정부도 상황 인식은 했지만 이곳이 워낙 오지여서 제조업 유치는 어려웠고 핵폐기물처리장은 환경문제에 부딪혔다.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 사업허가 등이 담긴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폐광 후 카지노 사업을 유치한 미국 덴버시나 펜실베이니아의 사례가 참고가 됐다.

문제는 위치 선정. 당초엔 태백 영월 정선의 접경지역인 함백산 만항지역이 유력했으나 이 지역 토지의 70% 이상을 소유한 정암사에서 딴죽을 걸어 자연스럽게 바로 이웃한 정선 고한 사북땅 백운산 지역으로 마침내 확정됐다.

지난 1998년 입사, 이곳에 온 하이원 리조트 박은희 대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주변은 온통 폐광의 흔적이 역력했고 탄광촌의 사택은 성냥갑처럼 오밀조밀 붙어 있었지만 폐가로 변한 빈집이 절반이 넘었죠. 읍내의 가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지금은 카지노가 가까운 사북은 숙박시설과 유흥가로, 스키장과 인접한 고한은 스키숍과 펜션이 들어서 웬만한 대도시의 번화가를 방불케 한다. 1998년 당시 평당 30만 원 하던 버려진 땅이 이제는 1000만 원을 넘었고, 그 중 금싸라기땅은 1500만 원을 호가한다.

하이원 스키장에서 가장 높은 마운틴탑. 3층이 45분만에 360도 돌아가는 회전식 레스토랑인 '탑 오브 더 탑'.
마운틴탑의 회전식 레스토랑인 '탑 오브 더 탑'의 실내 모습.


#국내 스키장 선호도 2년 연속 1위    
 
지난 2006년 문을 연 하이원 스키장은 최근 한국갤럽조사 결과 스키장 선호도에서 2007, 200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인지도 또한 개장 2년 만에 5위로 선정될 만큼 성장했다. 카지노를 거느린 모기업인 (주)강원랜드의 풍부한 자금력으로 젊은층의 취향에 맞게 설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운산(해발 1426m) 자락의 하이원 스키장은 슬로프 면적과 총길이 등이 모두 국내 최정상급을 자랑한다. 500여만 ㎡의 광활한 부지에 18면인 슬로프의 총길이는 21㎞에 달하고 슬로프 평균 너비 또한 40m(10차선 도로)를 자랑한다. 특히 슬로프 18면 가운데 11면은 국제스키연맹으로부터 국제 공인을 받았고, 월드컵 스키대회 개최가 가능한 공인슬로프도 3면이나 된다.

무엇보다 4.2㎞나 되는 초급자용 슬로프는 하이원의 가장 큰 자랑거리. 타 스키장의 경우 초급자 코스는 스키장 하단부에 짧게 마련된 것과 달리 이 코스는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 최정상인 마운틴탑에서 밸리허브를 경유, 밸리콘도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자랑은 베이스가 두 개라는 점. 국내에선 베이스가 두 곳인 스키장도 있지만 별개로 운영된다. 하지만 하이원의 베이스는 곤돌라로 연결돼 누구나 손쉽게 이곳저곳을 오갈 수 있다. 여기에 베이스가 아닌 하이원호텔에서도 스키장 정상인 마운틴탑까지 곤돌라가 운행돼 그야말로 곤돌라로 스키장을 포함한 리조트 전체를 오갈 수 있다. 마운틴탑 정상의 회전식 전망 레스토랑은 홀의 중심부와 창문은 그대로 있으면서 바닥만 45분마다 한 바퀴 돈다. 앉은 자리에서 태백산 함백산 등 백두대간 주능선과 지장산 두위봉 등 주변 산들을 감상할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백운산 정상인 마천봉에도 가보자. 40~50분 걸린다.

아이들을 위한 눈썰매장은 기존의 하이원호텔 옆 외에도 올해부턴 마운틴콘도 잔디광장에도 또 하나 마련됐다. 피로는 마운틴콘도 앞 노천탕인 '하늘샘'과 밸리콘도 내 사우나에서 풀면 된다.


#강원랜드 카지노- 스키만 타면 섭섭, "오늘은 나도 갬블러"

카지노가 있는 강원랜트 호텔 야경. 4층에 있으며 5층에는 VIP용 카지노가 있다. 

 '오늘 밤은 나도 갬블러!'
하이원 리조트를 찾아 강원랜드 카지노를 가지 않았다면 '앙코 빠진 찐빵'. 잠을 약간 줄이더라도 반드시 가보길 권한다. 국내에서 내국인이 출입 가능한 유일한 카지노이기 때문이다. 강원랜드호텔 4층에 위치해 있으며 5층은 VIP 고객용이다. 인근에는 성벽 모양의 '루미나리에'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입장료는 5000원. 신분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공항검색대처럼 보안문을 통과해야 한다. 사진은 절대 찍지 못한다. 첫 인상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차림새가 척도가 돼선 안 되지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장삼이사들이 몰려 있는 시골 5일장이 연상된다.

일단 한번 둘러보자. 한쪽에선 게임테이블마다 6, 7명과 여성 딜러가 카드를 주고받으며 게임을 하고 있고, 그 뒤로 10여 명이 에워싸 테이블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무슨 게임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들었지만 바카라 블랙잭이란다. 게임테이블을 둘러싼 기기들은 모두 파친코로 불리는 슬롯머신이다.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계속 돌아봤다. 흡연실도 보이고, 음료는 무한정 제공되고, 현금인출기도 곳곳에 눈에 띈다.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시계가 없다. 이번엔 사람들을 유심히 봤다. 돈을 다 잃었는지 슬롯머신 의자에 앉아 허공을 보며 한숨을 쉬는 아주머니,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창구에 앉아 돈을 세는 여직원, 돈독이 올랐는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남자….

온 김에 그냥 갈 수 없지 않은가. 가장 만만한 슬롯머신 앞에 앉아 1만 원을 넣었다. 한 동료는 눈깜박할 사이에 1만 원이 날아갔고, 기자는 하나가 맞아 4만 원 정도 땄지만 결국 잃고 말았다. 1만 원 갖고 조금 더 놀았을 뿐이었다. 개장시간 오전 10시~다음날 오전 6시. 

#스키장 주변 맛집   

황태구이.
황태찜.
오삼불고기.
 
스키장 내 음식점은 아주 비싸다. 해서, 주변 맛집을 소개한다.

황태요리 전문점 황태명가(033-591-5288). 원래 황태요리 하면 용평이 원조다. 황태 덕장 또한 대부분 용평에 몰려 있다. 하이원 리조트 입구의 황태명가는 최근 용평에서 식당을 접고 이곳 정선으로 옮겼다. 주인과 주방장 서빙아줌마까지 그야말로 세트로 움직였다. 용평에서 직접 덕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최상의 재료로 용평에서의 그 맛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황태구이(1만 원) 황태찜(2만5000~3만5000원) 황태불고기(〃) 황태해장국(6000원) 황태미역국 등 하나같이 별미다. 오삼불고기(8000원)도 맛있다. (033)591-5288

태백 초막 칼국수(033-553-7388). 상호는 칼국수집이지만 간판 메뉴는 고등어찜(5000원). 무, 시래기와 매운 양념이 어우러지는 그 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두부찜(4000원)도 일품이다. 사북에서 태백 방향으로 가다 만나는 태백운전면허시험장 직전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30분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부산서 하이원 스키장 가는 길- 관광버스·열차 당일치기 운행   
 
하이원 리조트의 경우 자가운전이 부담스럽다면 여행사의 당일치기 패키지 상품(교통편 리프트 렌털 강습)을 이용하면 20%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스키 8만2000원(주중)~9만1000원(주말), 보드 8만4000원(주중)~9만4000원(주말). 강습 비용 제외. 강습의 경우 4시간 기준 주중 1만9000원, 주말 2만4000원. 새부산관광(051-851-0600) 뉴부산관광(051-806-8811) 은성관광(051-808-2211).

부산서 하이원 리조트로 떠나는 당일치기 스키열차도 있다. 부산역 출발, 1월 1, 3, 4, 10, 11, 17, 18일, 2월 3~8일, 14일 총 14회 왕복. 오전 5시30분 출발, 밤 11시30분 도착. 5만5000원(어린이 5만 원). (051)440-2513

마산역 출발, 12월 26~28일, 1월 30, 31일, 2월 1일 총 6회 왕복. 5만5000원(어린이 5만4000원). (055)294-7788

# 교통편 - 중앙고속도로 제천IC서 내려 38번 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제천IC~영월 제천~영월 단양(하이원) 38번~영월 38번~영월 쌍용~느릅재터널~강원도 영월군~영월 38번~영월 단양~평창 영월 38번~태백 영월 38번~태백 석항~태백~태백 석항~정선군 신동읍~태백 사북 38번~태백 고한 하이원리조트(스키장)~사북 하이원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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