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는 근교산 <356> 고성 연화산

蓮華 팔경 병풍두른 '벗님'같은 산세


 
  연화산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 본 주변 산세. 서북산 여항산 오봉산 괘방산 자굴산 황매산 지리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 중앙 하단에 산행 들머리 옥천사가 보인다.
고성 연화산(蓮華山·528m)은 밀양의 가지산(迦智山·1,240m)과 함께 경남의 유이한 도립공원이다. ‘가지산을 밟지 않고선 영남알프스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웅장한 가지산과는 달리 연화산은 도립공원이지만 산세가 장엄하지도 넉넉하지도 않다. 오히려 아기자기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산이다.

하지만 연화산 산행의 묘미는 산행범위를 옥천사를 비롯한 주변 암자와 문화재 순례를 포함한다면 전국의 어느 명산 못지 않게 볼거리가 많아 그 재미가 쏠쏠하다.

신라 문무왕 때인 676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옥천사는 하동 쌍계사의 말사이면서도 특이하게 경내에 유물전시관인 보장각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근대불교사에 큰 획을 그은 봉암사 결사의 주역인 청담스님 사리탑도 있다. 대웅전 뒤에는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히 효험이 있는 옥수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예부터 산사 주위 32필지가 연화팔경으로 불리어 경남도에서 이를 지방기념물로 지정할 정도로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결국 이 모든 요소가 산세의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로 여겨진다.

산행은 옥천사~극락교~주능선~393m봉~오거리 안부~남산 정상~황새고개~연화산 정상~전망대~시루봉 안부~도로~후문 매표소~연화봉~백련암~옥천사 보장각 순. 3시간 정도 걸린다. 옥천사를 기점으로 주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재미있는 코스다.

산행은 일주문을 지나 청련암으로 접어드는 갈림길에서 시작한다. 옥천사와 보장각을 먼저 둘러봤다면 극락교를 지나 왼쪽으로 10m쯤 가면 만난다. 입구에 신도대표공덕비와 ‘청련암 가는길’이라고 적힌 고색창연한 나무팻말이 서있다.

시멘트길을 따라 20m 정도 오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곧바로 왼쪽에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천년고찰 주변이라 아름드리 노송과 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그 사이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15분쯤 뒤면 주능선. 오른쪽 길로 오른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호젓한 길이라 삼림욕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낮은 봉우리 하나를 지나면 오거리 안부에 닿는다. 그늘도 적당히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쉼터로 제격이다. 왼쪽은 원동마을, 오른쪽은 청련암 방향. ‘남산 정상 400m’ 팻말이 안내하는 직진길로 간다. 점토질 흙길에다 솔잎과 나뭇잎이 널브러져 걷기에 편안하다. 맨발로 걸어도 되겠다.
 

안부에서 15분 정도면 남산 정상. 정상석 대신 돌탑 사이에 나무팻말이 꽂혀 있다. 편평한 돌이 삼삼오오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잘 배열돼 있다.

하산길은 내리막에 바위나 돌이 너무 많아 주의를 요한다. 아니 위험할 정도다. 정신없이 한참 내려오다 땀을 닦으려 고개를 드는 순간 우리가 오를 연화산이 나무 사이로 코앞에 우뚝 서있다. 마치 산과 산이 맞닿아 있는 듯하다.

안부를 지나면 곧 황새고개.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연화산 정상까지는 720m 남았다. 10여분 후엔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 때부터 국립진주산업대가 정성스레 나무에 달아놓은 나무이름 팻말이 보인다. 국수나무 쪽동백나무 생각나무…. 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황새고개에서 연화산 정상까지는 30여분. 정상석은 없고 성의없이 쌓여진 돌탑만 있을 뿐, “실망스럽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한결같이 도립공원답지 않다는 말이다. 당황포 앞바다도, 시발점인 옥천사도 나무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바위를 지나면 곧 돌탑이 서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발밑에 옥천사가 연꽃무늬처럼 배열돼 있고 오른쪽엔 서북산 여항산 미산령 오봉산 괘방산이, 정면에는 의령 자굴산, 왼쪽에는 비슬산 황매산 웅석봉 정수산 둔철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왼쪽 저 멀리 진주시가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시루봉 안봉. 오른쪽에 임도가 보이고 그 길을 건너면 시루봉으로 오르는 산길이다. 저 멀리 시루봉도 보인다. 길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여분 후면 지방도로와 만난다. 지도상의 황새고개이다. 오른쪽으로 가 후문매표소를 지나 다시 산길로 오른다. 오른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옥천사와 만난다. 연화봉까지 350m가 남았다는 팻말을 지난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매표소에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정상석엔 ‘연화봉 489m’라고 적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화1봉인 셈.

백련암은 오른쪽 방향. 내리막길인데다 나무가 이곳저곳에 쓰러져 있다. 곧 네갈래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번엔 경사진 돌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히 효험이 있다는 옥천수.

연화봉에서 20분 후면 백련암에 닿는다. 암자 앞의 ‘한 뿌리 두 나무’로 자라는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옥천사의 옥천수도 좋지만 백련암의 물도 버금가니 한 잔 마시고 내려가자. 옥천사까지는 겨우 200m 남았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245-7005





[떠나기전에]

연화산은 선유, 옥녀, 탄금이라는 세 개의 봉우리가 있다. 산의 형세가 선유봉이 거문고를 타고 옥녀봉이 비파를 뜯는 모습과 흡사해 비슬산이라고 불렸다 한다. 조선 인조때 학명대사에 의해 연화산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예부터 도립공원 연화산은 주변에 연화팔경(蓮華八景)을 정해 두어 그 산의 가치를 높여 놓았다.

절 뒤 높은 봉우리에 아침햇살이 제일 먼저 들고 온산이 거울처럼 보인다 하여 제1경으로 응봉초경(鷹峰初景)이라 했고, 연화산 남쪽 봉우리인 물무덤재의 낙조가 천하일품이라 2경으로 수등낙조(水嶝落照)라고 불렀다. 북쪽으로 뻗은 봉우리인 장군봉 혹은 사자봉의 거석이 장관을 이룬다 해 3경으로 장군거석(將軍巨石), 기암괴석중 크기와 모양이 특출한 일곱바위를 칠성기암(七星奇岩)으로 4경, 산속 외딴 암자에서 피어오르는 취사연기가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아서 5경 연대취연(蓮擡翠煙)으로 지칭됐다.

이밖에 골짜기 안개가 마치 춤을 춘다해 운암낙하(雲庵落霞·6경), 봄꽃이 지천에 늘려 중춘앵화(仲春櫻花·7경), 늦가을 단풍이 절경이라 모추풍엽(暮秋楓葉·8경)이라 했다.

옥천사 경내에 달고 맛있는 물이 솟는 샘이 있어 옥천으로 더욱 유명하다. 장복하면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하여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 495호인 임자명 반자와 지방문화재 10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백연암 청연암 연대암도의 부속암자도 한 번 둘러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를 타고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5시40분을 첫차로 10~20분 간격으로 자주 출발한다. 6천원.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옥천사 입구까지 가는 버스노선은 두 가지. 마암~개천~옥천사 입구행 버스는 오전 8시, 8시20분, 10시30분, 10시50분, 11시10분, 11시55분에 출발한다. 1천5백원. 구만~개천~옥천사 입구행 버스는 오전 7시15분, 9시5분, 10시10분, 11시15분, 낮 12시20분에 있다. 1천9백원. 옥천사 입장료 어른 1천원.

돌아올 때 옥천사 입구에서 배둔행 버스는 오후 2시25분, 3시25분, 4시, 4시20분, 5시20분, 5시50분, 6시30분, 6시50분에 출발한다.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8시5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마산IC~서마산IC~통영 방면 이정표~14번 국도~고성군 배둔~화산삼거리~연화산 도립공원 순으로 가면 된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2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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