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동쪽 끝단임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

 스무고개입니다.
 1. 섬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서 최동단과 최남단은 어디일까요. 이건 누구나 맞출 수 있는 아주 쉬운문제. 답은 경북 울릉군 독도와 제주도 남제주군 마라도. 

 2. 그럼 맨 서쪽과 최북단은. 이건 '퀴즈 대한민국' 최종 라운드 진출을 꿈꾸며 준비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어려운 문제. 답은 서쪽은 평안북도 용천군 마안도와 북쪽은 함경북도 온성군 유포면. 

 3. 자 이젠, 섬을 뺀 육지로 한정합니다. 맞춰보세요. 역시 '퀴즈 대한민국' 최종 라운드급 수준입니다. 그럴 경우 최북단은 그대로이고 최남단은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토말로 소위 말하는 땅끝마을입니다. 그럼 맨 동쪽과 맨 서쪽은 어디일까요. 답은 각각 함북 경흥군 노서면과 평북 용천군 용천면입니다. 

 4. 자 이제 진짜 문제가 나갑니다. 그렇다면 섬을 뺀 한반도 남한땅으로 한정할 때 가장 동쪽은 어디일까요. 이 또한 '퀴즈 대한민국' 최종 라운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만일 별 고민없이 이 문제를 맞춘다면 대단한 실력가로 봐도 무난할 듯합니다.

 흔히 섬을 제외한 남한땅 맨 동쪽은 일출 명소로 유명한 포항 대보면 호미곶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이렇게 나오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www.ngi.go.kr)에 따르면 남한땅에서 가장 동쪽은 호미곶광장에서 남쪽으로 8㎞ 떨어진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석병리(동경 129도 35분 10초)입니다. 

 이곳 석병리에는 지난 1980년대 중반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해 최동단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이 10년전쯤 농로를 포장하면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없애버렸지만 3년 전 국토지리정보원이 다시 조형물을 만들어놓았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요. 
구룡포항을 지나 31번 해안도로를 타고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단, 최근 포항시에서 만든 말끔한 새 국도를 타면 안 됩니다. 구 도로를 타야 됩니다.
 
 그러면 길 우측에 '한반도 동쪽 땅끝마을'이라 적힌 커다란 입간판이 보입니다. 워낙 커서 놓칠 수가 없습니다. 확신합니다. 우회전해 들어가면 바닷가가 보이며, 방파제 우측으로 가두리 양식장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 뒤로 낚시꾼들이 아주 좋아할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바위 위를 자세히 보면 동그란 조형물이 보입니다. 이게 육지의 동쪽 끝단임을 표식입니다.

방파제길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사진 우측 저 멀리 보이는 동그란 조형물이 동쪽 끝단임을 알리는 표식입니다.
조금 뒤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철조망으로 막힌 방파제길 대신 가두리 양식장 사이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촬영한 것입니다. 

 섬으로 가는 방파제길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습니다. 아마도 안전사고를 우려한듯 합니다. 대신 가두리 양식장를 섹터로 나눈, 즉 어민들이 다니는 길로 걸어가면 조형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조형물에는 동그랗게 깎은 지구본 모양의 돌에 우리나라 지도를 양각해 동쪽의 끝단임을 표시해놓고 있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한반도 동쪽 땅끝,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석병리, 동경(경도) 129 35 10, 북위(위도) 36 2 51'.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이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다녀와서 반추해보면 별 것 아닌데도 뭔가 큰 것을 발견한 것처럼 당시엔 감정이 약간 북받쳐 오르는 들었습니다. 한번 다녀오시면 공감하실 겁니다.

 동쪽 끝단 조형물에서 정면 그러니까 북쪽이겠죠, 이 북쪽 해안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바다쪽으로 돌출된 땅이 보입니다. 저곳은 구룡포읍 강사2리입니다.
 
 재밌는 점은 저곳이 이곳 석병리, 정확히는 석병2리와 한때 동쪽 끝이라고 경쟁을 벌였던 마을입니다. 결국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측량 후 명확한 판결을 내려 이제 잠잠해졌습니다.

바다 건너 보이는 땅이 동쪽 땅끝마을과 동쪽 끝이라고 경쟁을 벌였던 강사2리입니다. 사진 상으로 표가 안 나지만 실제로 보면 석병리가 약간 해안쪽으로 더 나온 것 같습니다.
 

 동행한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한마디를 더 하더군요.

 땅끝마을이란 이름은 해남에 선점당했으니 '등끝'이라 불렀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호랑이등의 끝이라는 의미의 '등끝'은 옛 지명이기도 하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순우리말로 동쪽 끝이라는 의미의 '샛끝'이란 이름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합디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키는 포항시 즉 '관'이 쥐고 있습니다.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높으신 이 분들이 움직여야 고쳐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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