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격인터뷰- 장원준
도망다니는 피칭하다보니 새가슴·장기복 등 별명 붙어
'칠테면 쳐라' 식으로 하니 통해 작년 12승… 올 목표 15승
얼굴에 '착한'이라는 수식어가 박혀 있는 듯한 순한 인상의 장원준 선수. 올핸 마운드에서
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진=김동하 기자
전지훈련장인 사이판에서 청백팀으로 나눠 실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투수는 장원준.
착하고 순한 사람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롯데 왼손 투수 장원준(24). 그도 그렇다. 곱상한 외모와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실력에 걸맞은 성적과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마운드에서 너무 착한 성격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그도 근성을 품었다. 그러자 마운드에서 화려한 날갯짓이 시작됐다.
-지난 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프로 5년 만에 처음으로 10승을 넘어 12승(10패)을 올렸고 전 구단 상대 승리도 거뒀다. 팀도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의 자신감과 경기 운영 능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
-숨겨둔 비결이 있나.
▶지난해 4월 23일 인천 SK전에 선발 등판해 1회에 피해다니는 피칭을 하다가 볼넷 5개나 내주고 바로 강판당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다음 선발 때도 못 던지면 2군 갈 각오하라고 하더라. 오기가 생겼다. 피해다니다가 볼넷 내주고 2군 가는 거나 실컷 두들겨 맞고 패전투수가 돼 2군 가는 거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코너워크 신경 안쓰고 칠 테면 치라는 식으로 던졌다. 그랬더니 통했다.
-2004년 고졸 신인으로 프로 입단 후 1년차 때부터 선발투수가 됐다. 그만큼 공이 좋았는데 왜 그렇게 피해다녔나.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은 편이다. 무엇보다 내 볼에 믿음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도망다니는 피칭을 하게 됐다.
-기복도 심하다. 그래서 '새가슴' '장기복' '장롤러' 등 좋지 않은 별명이 많았다.
▶알고 있다. 좋은 투수는 컨디션이 안 좋아도 평균은 하는데 나는 컨디션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투구가 극단적이다. 별명은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는데 나한테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잘해서 좋은 별명으로 바꾸겠다.
-아로요 코치에게도 많이 배웠다고 들었는데.
▶처음부터 무리한 코너워크보다는 정면 승부하라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 또 실수를 해도 칭찬을 해줘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같은 왼손 투수인 류현진, 김광현과 비교한다면.
▶둘 다 후배지만 더 뛰어난 투수들이다. 광현이는 볼을 놓는 타점이 높고 현진이는 제구력이 뛰어나다. 그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잘 생긴 얼굴과 기량에 비해 언론에 잘 거론되지 않는 편이다.
▶어떤 때는 섭섭하기도 하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말을 잘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올해 목표를 세웠나.
▶15승을 달성하고 싶다. 사실 지난해 7~8월 5승1패를 거둬 내심 15승까지 기대했는데 9월에 2승3패로 부진했다. 올해는 직구, 커브, 슬라이더 외에 체인지업까지 완벽하게 익혀 던지려고 훈련 중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섰는데 긴장 많이 했나.
▶1차전 때 나는 등판하지 않고 더그아웃에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이 됐다. 오히려 내가 선발 등판한 3차전 때는 마음이 편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올해는 더 잘할 자신을 갖게 됐다.
-마지막으로 집이 부산인데도 상동구장 숙소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야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집에서 지내면 좋지만 야구 외 일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아직 여자친구도 없다. 사이판=김희국 기자
※ 야구 담당 베테랑 '쿠기' 김희국 기자와 김동하 사진기자가 롯데 전지훈량장인 사이판에 가서 보낸 인터뷰 기사입니다. 떠나기전 두 김 기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