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 & 그너머 <363> 안강 무릉산 | ||||||||||
산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애를 먹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묘지가 가장 빈번한 사례다. 산 속 깊숙이 있을 경우엔 이따금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산기슭, 특히 산행 초입에서 만날 땐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어쩌면 산행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들머리 찾기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덤까지 반듯하게 난 길을 아무 생각없이 섣불리 따라가다간 결국 산행 코스를 잃고 낭패를 보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 산행로가 잘 정비된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의 경우 이같은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국제신문 산행팀이 시도하는 개척산행에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철조망도 마찬가지. 순조롭게 능선까지 다다랐다 예상치 못한 키 높은 철조망에 가로 막혀 발길을 돌려야 할 때의 허탈감이란…. 무릉도원(武陵挑源)과 이름이 같아 산행 도중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를 품게 했던 무릉산 산행은 초입부터 무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여기에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찾았다 싶은 산행로가 주능선에 거의 도달했을 땐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철조망에 가로막혀 결국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산행팀이 이번 주 찾은 경주 안강읍의 무릉산(武陵山)은 묘지와 철조망으로 인해 들머리 찾는데 유의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전 10시40분께 시작한 산행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제대로 된 산길에 접어들 수 있었다. 안강은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회재 이언적 선생을 봉향하는 옥산서원을 중심으로 자옥산(남서) 어래산(북동) 도덕산(서북) 무릉산(남) 등 4개의 명산이 에워싸고 있다. 안강의 이들 4개 산 가운데 자옥산만 회재 선생 낙향 전부터 이름이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회재 선생이 명명했다 한다. 당시엔 무릉산이 무학산으로, 어래산이 화개산으로 불렸지만 이후 명칭의 변경과정은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다. 자옥산 어래산 도덕산은 옥산서원과 비교적 가깝지만 남쪽의 무릉산은 나머지 3개 산과의 거리가 제법돼 정상에서 서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산행은 안강읍 근계리 가마실~경주 김씨묘~주능선~무릉산 정상(산불초소, 무릉산 중계소)~은진 송씨묘~검단리 달성곡 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버스종점인 가마실에서 내리면 Y자 두 갈래길. 산죽이 반겨주는 왼쪽으로 발길을 잡는다. 소 축사와 수확이 끝난 들녘, 그리고 감나무 배나무 대추나무가 보이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름은 가마실. 정면에 보이는 산이 우리가 오를 무릉산. 파란 물탱크를 지나 무릉농원 팻말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은 후 도랑 다리를 지난다. 첫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 한쪽 편엔 한국전쟁때 이 곳 안강이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짐작케 해주는 순국군경위령비가 쓸쓸히 서 있고 그 앞으로 양봉함들이 보인다. 지난 추석 무렵 태풍 ‘매미’때 쓰러진 듯한 큰 소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 그 밑으로 통과한다. 경주 김씨묘가 보이면 오른쪽 산길을 버리고 묘를 지나 계곡쪽으로 내려선다. 계단모양의 작은 계곡이 나오면 계곡을 건너 산길로 오른다. 들머리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보송보송한 낙엽이 융단길을 깔아 놓아 포근하다. 파평 윤씨묘 2기를 지나면서 지그재그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전체적인 전망은 좋지 않지만 묘지 덕에 확 트인 전망을 가끔 볼 수 있어 위안이 된다. 40분쯤 뒤 주능선에 닿는다. 능선 위로 초겨울 바람이 제법 매섭다. 이어 네갈래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135도 정도로 크게 돌아 오른다. 가시가 많은 두릅나무와 산딸기나무가 길을 막는다. 싸리나무도 가세해 마치 겨울 속 정글을 걷는 기분이 들 정도다. 뚜렷한 길이 안보여 거의 만들다시피 전진한다. 체력소모가 심하다. 늦가을 찬 바람에 아랑곳 않고 아직 춤을 추는 억새군을 지나면 곧 무릉산 정상(459m). 정상석은 오간데 없고 산불초소와 그 옆에 홍수예보시설물이 서 있다. 제법 너른 정상이지만 조망은 그리 좋지 못하다. 진행방향 오른쪽엔 안강읍내와 그 뒤로 자옥산 도덕산 봉좌산이 잇따라 보이고 반대편인 왼쪽엔 경주시와 운주산 시루봉 토함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불초소와 홍수예보시설물에 노란리본을 묶고 직진하면서 하산길을 잡는다. 갈참나무 등 참나무가 곳곳에 쓰러져 있다. 널브러진 잔가지와 수북이 쌓인 낙엽 밟는 소리가 각각 ‘뿌지직’ ‘사그락’하며 지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이렇게 1시간20분 정도 걸으면 은진 송씨묘. 여기서 왼쪽으로 난 능선으로 본격 하산한다. 길은 비교적 잘 나 있다. 산행 시작부터 보이던 무덤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줄곧 이어진다. 산을 완전히 벗어날 지점에선 온통 무덤 천지다. 이 곳을 벗어나면 거대 축사가 나오고 이 마을이 검단리 달성골이다. 산행시간이 좀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은진 송씨묘를 지나 30분 정도 직진하면 덕고개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길을 택해 덕곡지와 덕고개 마을을 지나 50여분 걸으면 검단1리 마을회관에서 결국 만난다. # 교통편 - 노포동~경주행 버스 15분 간격 배차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옆 버스정류장에서 근계행 212번 시내버스는 오전 9시, 11시10분에 있다. 1천원. 날머리인 검단리에서 경주행 216번 시내버스는 오후 2시20분, 4시30분, 6시20분에 출발하고 요금은 8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까지 시외버스는 15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경주IC~포항 방면~갈림길서 왼쪽길인 안강 현곡 방면으로 가지말고 오른쪽 포항 방면~포항 안강 방면(이상 이정표 기준)~안강으로 가는 고가도로~철길 지나~근계교 지나 좌회전 2번~근계1교~우회전~강변타운 지나 직진~근계리 버스종점 순으로 간다. # 떠나기전에 - 검단 '탄산 약수터' 둘러볼만 무릉산은 작은 산이다. 안강읍과 경주시를 품에 안은 알려지지 않은 전형적인 근교산이다. 조용한 산, 한적한 산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산행 시간이 다소 짧은 것이 흠이지만 장거리 산행을 원하는 꾼은 덕고개에서 능선을 이어타고 현곡면의 남사리나 안태봉으로 산길을 잡으면 된다. 들머리인 근계는 마을 앞을 흐르는 칠평천의 근원이며 가마실은 마을의 위치가 가마와 같이 산으로 둘러 싸여 붙여진 이름이다. 날머리인 검단리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가마솥과 같다하여 금당으로 불리다가 검단으로 바뀌었다. 검단에는 탄산성분의 약수탕이 있다. 100여년전 가뭄이 심해 우물을 팠더니 청석에서 거품이 섞인 물이 솟는 것을 발견했다 한다. 떫은 맛이 나며 위장병에 좋다 하여 주변 백숙집 등이 덩달아 유명해졌다. 산행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덕고개마을에는 경주 ‘단고사 강단’이 있다. 문화재자료 329호로 병자호란때 의병을 일으켜 경기도 이천 쌍령(雙嶺)전투에서 순절한 낙선당 손종로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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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3> 경주 안강 무릉산
2008. 4. 28. 0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