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영혼들과 상처받은 생존자들의 아픔을 아는지 지난 14일 활짝 핀 진달래는 유난히 곱고 빛이 선명합니다. 창녕군청 제공.
지난 2월 9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억새태우기 행사를 하다 7명이 숨지고 81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던 경남 창녕군 화왕산(해발 757m) 정상부에 지금 연분홍 진달래가 온 산을 불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창녕은 예부터 낙동강과 우포늪의 범람으로 홍수가 잦아 주민들이 물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창녕의 진산 이름을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화왕산(火旺山)으로 명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난히 산불이 많이 발생해 키 큰 나무들은 오간데 없어 산 '가을의 전령' 억새와 연분홍 진달래가 고 산 정상부를 뒤덮고 있습니다.
무심한 산도 아직 2개월전의 대참사를 기억하고 있는지 올해 진달래의 연분홍빛이 유난히 선명합니다.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대자연은 위대한가 봅니다.
시간이 나면 화왕산에 올라봅시다.
창양읍내 화왕산 군립공원 자하곡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깔딱고개를 넘어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화왕산은 산 정상부에 화왕산성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곳입니다. 남동쪽의 경우 돌로 성을 쌓았지만 서북쪽은 절벽능선이라 자연성벽입니다. 그 가운데가 십리억새밭으로 그 면적은 18만4800㎢(5만6000평)에 달합니다. 가을엔 광활한 억새밭으로, 이 봄엔 진달래 군무로 아주 유명하답니다.
많은 사람들은 성곽일주를 합니다. 통상 난전이 펼쳐진 서문에서 정상으로 올라 시계방향으로 돕니다. 반대편으로 돌아도 상관없습니다. 지난번 참사의 현장이었던 배바위 방향으로 말입니다. 화왕산 정상과 배바위는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한 바퀴 돌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잊지 말아야 하겠죠. 진달래 한 송이 한 송이를 어루만지며 당시 숨진 영혼들의 아픔을 달래며 명복을 빌어 줍시다.
아래 사진은 2006년 봄 진달래 사진입니다.
지난 2월 참사 때의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