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자주 찾는 산악인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유형의 산들이 있다.
오르기에는 약간 벅차지만 정상에서의 기쁨을
독용산성 부근에서 바라 본 전경 . 눈덮인 봉우리와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묘한 대조를 보인다. 성주호도 보인다. 3천8백만곘의 물을 가두고 있는 성주호를 끼고 도는 7㎞는 도로는 환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겨울철만 되면 산에 오르는 눈사나이들도 있고, 이왕이면 역사의 현장을 품고 있는 봉우리만을 찾아 다니는 답사형 산악인들도 적지 않다.
이번 산행지는 경북 성주군 가천면 금봉리와 금수면 봉두 무학 영천리에 걸쳐 있는 독용산(禿用山·955.5m)이다.
만일 이번 주말에 독용산을 찾는다면 설원에 펼쳐진 가야시대의 독용산성과 눈쌓인 가야산 그리고 성주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저 멀리로는 백두대간의 능선도 볼 수 있다.
독용산성은 백두대간의 대덕산에서 가야산으로 뻗어 내려온 줄기로 독용산 정상에 위치한 석성이다.
출토유물로 볼 때 1천5백여년전인 4세기 중엽 성산가야시대에 시축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통일신라, 고려를 거쳐 조선 중기에 이르기까지 1천여년의 세월동안 세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가 임진왜란때 왜군을 피하던 중에 발견돼 숙종 원년에 개축됐다.
면적 17만여㎡, 둘레 7.7㎞, 높이 2.5m, 너비 1.5m인 독용산성은 물이 풍부해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는 포곡(包谷)식 산성으로, 현존하는 영남지방의 산성중 가장 큰 규모다. 임진왜란 땐 전쟁의 화를 입지 않은 유일한 산성으로 경북기념물 105호로 지정돼 있다.
산행코스는 성주군 가천면 금봉리 시엇골~은광폭포~고로쇠약수 채취지역~독용산성 동문지~독용산 정상~동문지~임도~신흥뒷산~시엇골. 산행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이다.
이번 산행은 산길을 치고 능선쪽으로 오르지 않고 깊은 계곡을 따라 오르면서 독용산성의 동문지에 이른 후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길을 헤쳐 독용산 정상에 이르는 코스를 택했다.
가천면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독용산 입구인 시엇골까지 걷는다. 독용산성 7.5㎞ 및 오왕산 안내도가 보이면 오른쪽으로 간다. 대략 20여분 걸린다.
산행은 금봉리 시엇골마을에서 시작된다. 시엇골~독용산성 산행 안내도가 서 있는 임도를 택하지 않고 작은 개울을 지나 계곡으로 진입한다. 길 왼쪽에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한 보 공사가 한창이다.
300m쯤 지나 계곡을 옆에 두고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얼마 안가 한여름 아이들이 멱감기에 적격인 계곡이 펼쳐진다.
알려진대로 유량이 풍부한 계곡의 물소리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왈츠’에 버금갈 만큼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는 배경 화음을 넣는 듯하다.
15분쯤 더 오르면 계곡의 물소리는 더욱 커지고 최근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다. 눈을 품고 있는 솔잎은 푸르름을 더 뽐낸다.
계곡이 험하면 꼬불꼬불한 오솔길로 오르기도 하지만 산행의 큰 흐름은 계곡을 따라 오르는 것.
신기하게도 독용산 계곡은 오르면 오를수록 좁아지기는커녕 점점 넓어진다. 계곡 곳곳에는 큰 소나무 4, 5그루가 뿌리째 뽑혀 계곡을 턱하니 막고 있다.
20분 더 올랐을까. 이번에는 계곡 왼쪽 절벽이 온통 고드름이 널려 서로 키 자랑을 하고 있다. 긴 것은 3, 4m가 족히 넘는다. 계곡 건너 편에서 바라 보면 절벽 전체에 고드름이 쭉 펼쳐져 있다.
계곡이 좁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30분 정도 더 오르면 왼쪽 전방에 폭포가 나타난다. 은광폭포.
지도상에 찍힌 폭포는 나와도 훨씬 앞서 나와야 하는데 예상외로 늦게 나타났다. 높이가 족히 10m는 돼 보였지만 아직 얼어 있다.
계곡 오르기는 여기서 끝. 폭포를 보고난 뒤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경사가 심한 눈길이다. 여기서 스패츠를 차자. 눈이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조금 오르다 보면 길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지도상의 방향을 참고한 채 계곡을 끼고 우측으로 계속 치고 오른다.
고로쇠약수 채취통이 주변에 보인다. 오른쪽 비탈진 잡목을 올라선다. 45분쯤 오르니 양방향 모두가 깊은 계곡인 능선을 만난다. 숨을 한번 고른다. 고고한 자태의 홍송이 눈에 띈다. 오른쪽 계곡 건너편에 조그만 건물이 보인다. 눈이 덮여 처음엔 능선인줄 알았지만 차츰 걷다 보니 산성벽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10여분 걸어 도착하니 건설현장 사무실 겸 막사가 나온다. 인적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 가스버너 등 가재도구가 널려있다. 100여m 앞에는 독용산성 동문지가 서 있다.
최근에 복원을 한 흔적이 뚜렷하다. 그 옆으로 산성벽이 병풍을 두른듯 펼쳐져 있다. 이제 왼쪽으로 난 독용산 정상을 오른다.
정상까지는 대략 50여분. 눈이 무릎 이상까지 빠진다. 오르다 힘이 부치면 되돌아 보자.
왼쪽에는 3천8백만t의 물을 담은 성주호가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세워둔 것처럼 나타나고 오른쪽에는 대덕산 초점산 상도봉이, 그 뒤로는 백두대간 능선도 희미하게 볼 수 있다. 정상에는 그 흔한 돌안내판도 없고 사방은 잡목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산길은 왔던 길을 되돌아 동문지까지 내려온다. 동문지 문을 관통하면 임도가 나오고, 산행 들머리까지는 대략 70여분이 걸린다. /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떠나기 전에]
오지라 하면 흔히 강원도 깊숙한 산골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도 첩첩골의 오지가 여럿있다.
그중에서도 경북 성주군의 독용산 일대는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오지이다. 경칩도 지나고 날씨는 이제 봄이구나 싶었는데 시샘하듯 한바탕 폭설을 퍼붓는다.
그래도 시엇골의 골짜기 안에는 겨울과 봄이 공존하듯 고드름이 쇠창살같이 내려 와 있고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솟구친 산세는 하늘만 빼꼼히 열리고 석화성 가야산의 불기운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시엇골로 들어서면 1천5백여년 전 우리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다. 성산 가야시대에 쌓은 성으로 임진왜란때 발견되었다는 독용산성(경북 기념물 105호)이다. 해발 900m인 성안에는 최근까지 감자등을 재배하면서 사람이 거주를 하였다하나 지금은 빈 성으로 남아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여름의 생채기가 아직도 계곡 안을 뒤흔들어 발걸음을 붙잡고 은광폭포의 떨어지는 물줄기는 세속에서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 준다. 독용산은 그만큼 오지로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다. 그리고 하산의 임도길이 부담이 가나 깨끗함을 간직한 산으로 보상을 해준다.
시엇골 인근인 가천면 금봉리 학산마을 뒤편에 안치된 보물 제1121호인 석조비로자나불상이 있다. 대좌(臺座)와 광배(光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신라하대(新羅下代)의 불상으로 시간이 허락하면 둘러보기를 권한다.
산행후 가천탕에서 피로를 풀고 그 옆 ‘밥사랑’(054-931-8149)에서 해물칼국수(3천원)의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아주머니가 친절하다.
오지로 추위에 대비하고 겨울장비를 챙겨 떠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역에서 왜관으로 가는 기차는 오전 7시15분, 8시15분, 9시부터는 매시 15분, 45분에 있다. 7천6백원(주말).
당일 산행을 위해선 일찍 서둘러야 한다. 왜관역에서 왜관북부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5분. 왜관북부버스터미널에서 성주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9시25분, 50분, 10시10분, 25분, 45분에 있다. 1천3백원. 성주버스터미널에서 가천면까지는 오전 9시25분, 10시30분, 11시40분. 900원. 가천면에서 성주버스터미널까지는 오후 5시30분, 7시30분에 있다.
성주버스터미널에서 왜관북부버스터미널 가는 버스는 오후 6시25분, 50분, 7시10분, 30분, 50분, 8시30분에 있다. 1천3백원. 왜관역에서 부산역까지는 오후 6시11분, 47분, 7시15분, 37분, 8시16분, 9시21분에 있다.승용차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왜관IC에서 빠져 왜관대교에서 좌회전 후 성주로 가는 국도를 타면 된다.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화원IC에서 빠져도 되지만 초행자는 찾기가 힘들다.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03.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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