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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베티, 일본 미요코 "어머님 아버님, 제 한국요리 솜씨 기대하세요"


필리핀 베티(왼쪽)와 일본 미요코(오른쪽). 가운데는 박경숙 실기 선생님.

우리나라 사람들도 쉽게 따기 어렵다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시험.
한국산업인력공단 부산남부지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식조리기능사 시험 응시자의 필기합격률은 30~40%에 이르지만, 이론 시험을 통과한 수험생들만 볼 수 있는 실기시험의 평균 합격률은 겨우 15% 안팎에 불과하답니다. 10명 중 2명도 채 안 된다는 얘깁니다.

 시험의 특성상 독학은 사실상 불가능해 응시자들은 대개 일반 요리학원에 등록, 2개월 과정으로 이론과 실기를 배웁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 합격률밖에 나오지 않으니 꽤나 어려운 시험인가 봅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말 경남 함양에선 믿지 못할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한글과 우리나라말에도 서툰 외국인 결혼이민자 두 여성이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기 때문입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필리핀 출신의 데시에엠 베티(32)와 일본서 온 야마모토 미요코(40) 입니다.

 어떻게 해서 시험에 합격했냐구요. 이 두 아줌마는 함양군에서 군민들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고 있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반에 등록했답니다. 이 과정은 군이 지역 특산물인 머위 두릅 참죽 등을 응용한 요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기초 단계로 8년 전부터 개설, 지금까지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베티의 경우 딸 셋에 현재 임신 중이며, 미요코 씨는 슬하에 2남 2녀를 둔, 요즘 함양군으로 봐선 당연히 상을 줘야 할 다산(多産) 여성이라는 겁니다. 보통 우리나라의 젊은 주부라면 아이 뒷바라지 하느라 제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벅찬 악조건이지만 이들 두 외국인 여성은 애기를 업고서라도 수업에 참가하는 열정을 보여줘 주변 사람들의 감탄케 했답니다.

 베티와 미요코는 하나같이 "애기를 데리고 가면 실기의 경우 직접 해볼 수는 없지만 대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한 선택"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그렇다면 베티와 미요코는 이토록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한식조리기능사 시험에 왜 응시했을까요.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음식을 배웠지만 하면 할수록 큰 벽에 부딪혔답니다. 그들은 자녀들을 위해, 남편을 위해, 나아가 시부모님에게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떳떳하게 대접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결국 한계에 이른 것이었죠. 마냥 인스턴트 음식이나 된장찌개 김치찌개만 늘 내놓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우리와 정서가 다른 필리핀이나 일본 음식만을 반복해서 상 위에 올릴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애오라지 남편만 믿고 이역만리 한국으로 날아온 이 여성들의 작은 몸부림이 결국 한식조리기능사 시험으로 귀결된 셈입니다.

  베티와 미요코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수줍으면서도 야무지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한식조리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배운 여러가지 요리 중 하나를 골라 시부모님께 직접 해드리고 싶어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베티와 미요코의 작지만 아름다운 가족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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