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대저1동 '낙동강칠백리'

기름 완전히 빠질 경우 양은 거의 절반으로
100년 된 일본식 가옥…영화 촬영도 이뤄져
 

대나무통에 돼지볼살을 넣고 손수 제작한 화덕의 장작불에 1시간 동안 익히는 주인장 박호상 씨.

고기를 익힐 동안에는 잠시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그는 장인이었다.

볼살 내에서 빠지는 기름.


 

입구의 '낙동강칠백리' 간판.

낙동강둑을 오다 만나는 대형 입간판.

가게 앞의 주인장 박호상 씨.

취재간 날은 박호상 씨의 창녕 남지초등학교 동창생들이 부부동반으로 찾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 볼살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낙동강칠백리'의 돼지고기 대나무통 구이. 이 고기는 식어도 맛이 있다.


"세상에 돼지(사진 아래)와 오리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소문난 집은 발품을 팔아 먹어봤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고기 중 가장 맛있어요. 한마디로 맛의 블루오션이네요." 얼마나 맛이 있기에 다소 과장된 듯한 이런 감탄사가 이어질까.

낙동강둑에서 불과 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부산 강서구 대저1동의 대나무통 구이 전문점인 '낙동강 칠백리'.

이 집은 맛과 독특한 건물 생김새에서 기존 식당과 차이가 난다.

먼저 요리 방법. 혹자들은 대나무통 구이는 새로운 아이템이 아니라며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주인장 박호상(65) 씨는 말했다.

"10년 전 사업 실패 후 우연히 대나무통 안에 고기를 넣고 구우면 맛이 어떨까 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출발했어요."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서 맛보는 대나무통 구이는 고기를 썰어 살짝 익히는 수준이지만 박 사장은 대나무통 안에 고기를 넣고 손수 제작한 화덕(사진 위)에서 장작불로 1시간 정도 익힌다. 이럴 경우 고기 안의 기름이 완전히 빠져 양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럼 돼지의 모든 부위가 기막힌 맛을 낼까.

그렇지 않다. 박 사장은 삼겹살 목살 등 돼지의 모든 부위를 대나무에 넣고 구워 봤지만 볼살만 유일하게 제대로 된 맛을 낼 뿐 나머지 부위는 타버리거나 솜처럼 퍼석퍼석해져 먹을 수 없었다는 것. 볼살의 비계가 다른 부위의 비계보다 단단하기 때문이란다.

대나무에 고기를 넣는 방법에도 노하우가 있었다. 장작불과 접하는 아랫부분에는 지방층을 넣고 윗부분에 고기를 넣어야만 안성맞춤으로 익는다. 대나무의 지름이 5㎝일 경우 통상 1시간 안팎이다. 이는 대나무의 두께와 불의 세기에 달려 있으므로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대나무에서 떨어지는 기름의 점도를 보고 최종 결정한다. 이 점이 바로 공개할 수 없는 박 사장의 노하우다.

오리고기는 그 자체에 지방층이 많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단다. 결국 대나무 통구이는 '낙동강 칠백리'에서만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별미인 셈이다.

맛은 어떨까.

조그만 나무 도마 위에 올려진 대나무향이 밴 돼지고기 통구이는 기름이 빠져있으면서도 촉촉하고 부드럽다. 식어도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 그대로 올라오는 오리고기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낙동강 칠백리' 건물은 100년 된 일본식 가옥이다. 기와 지붕에 내부는 다다미만 걷어내고 온돌로 교체했을 뿐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해서, 부산시 문화재위원들과 건축과 교수들이 연구를 위해 자주 찾는다. 마당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크고 작은 화분들이 어서 오라 손짓하고 일렬로 늘어선 뒤집어놓은 항아리 또한 운치를 더해준다.

독특한 풍광 덕분에 이곳에선 CF, 영화, 뮤직비디오 촬영도 이뤄졌으며, 현재 부산영상위원회 영화찍기 좋은 집으로 선정돼 있다.

무슨 촬영인지 자세히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삼성카드 CF는 문짝을 떼어내 바깥에서 내부를 촬영했는데 영화나 뮤직비디오 촬영의 경우 제목이나 가수의 이름이 기억이 안나. 난 그런데 관심이 없거든."

그리곤 한마디를 덧붙였는데 그 말이 대어다 대어.
이회창 씨가 고 노무현 대통령과 대통령 선거를 할 때 선거용 CF도 여기서 찍었다고 했다. 
"우리집 테이블을 치우고 찍었지. 그 있잖아. 어머니가 아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장면말이야, 기억나지."

또 한가지. '낙동강칠백리'가 위치한 이곳은 부산시 강서신도시개발지역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100%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가옥으로서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헐리지 않을 것이란다.

단체손님일 경우나 오리를 주문할 경우 최소 1시간30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오리는 1마리 3만 원, 식사는 오리뼈를 고운 뼈탕에 공기밥(각 1000원) 제공. 돼지의 경우 된장 공기밥 포함 1인분 1만 원. 구포대교 건너 김해 대동 방면으로 가다 남해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100m쯤 가면 만난다. 큰 입간판이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051)972-0702

'낙동강칠백리'의 100년 된 일본식 가옥.
다다미만 교체했을 뿐 100년 전 그대로란다.

 학창시절 읽었던, 너무 오래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문열의 무슨 소설인데.....한 장면이 떠오르군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