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이국음식점(1)-인도음식점 '강가' 해운대점
7년 전 세계에서 빈부 차가 가장 크다는 인도 뭄바이(옛 봄베이)에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버스에 몸을 싣고 이동하면서 바라본 노숙자들이 헤드라이트 불빛 때문에 도미노처럼 벌떡벌떡 일어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각설하고, 뭄바이시청에서 열린 간단한 공식 인사에 이어 행사는 만찬으로 이어졌습니다. 말이 만찬이지 청사 내 작은 방에, 우리로 치자면 조촐한 출장 뷔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곤함과 허기에 지친 기자는 음식을 보자마자 너무나 반가워 현지인들이 하는 대로 무심코 커리를 빵에 올려 크게 한 입 베어먹었습니다.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기묘묘한 맛과 향에 기자는 식은 땀과 함께 기절초풍할 정도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뱉어낼 수도 그렇다고 삼킬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갈 곳이라곤 화장실뿐이었습니다. 이후 인도에서 음식을 먹을 땐 포크로 눈곱 크기만큼 떠서 맛을 본 후 식사를 했답니다.
2년 전엔 인도와 이웃한, 과거엔 한 나라였다가 종교 분쟁으로 갈라선 파키스탄에도 갔답니다. '다이내믹 K2 부산원정대'와 함께였습니다. 양국은 글만 다를 뿐 말과 음식은 서로 같습니다.
보기에 따라선 꿈의 'K2 트레킹'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K2 베이스캠프(해발 5135m)까지 가는 동안 몸은 몸대로 축나고 밤엔 얼마나 춥던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음식이었습니다. 공항이 있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선 그나마 호텔서 묵어 흰죽과 빵 과일 우유 등으로 때울 수 있었지만 첩첩산중에선 애오라지 맛과 향이 징한 파키스탄 음식뿐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부딪치라고. 굶주리는 아프리카 난민도 있는데 이 정도 못 이겨낼까 생각하며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보름 정도 악으로 먹다 보니 그런 대로 먹을 만한 단계를 넘어 그 오묘함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평범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사람 먹는 음식은 결국 '오십보 백보'라고.
세월이 흘러 2009년 오늘, 문득 잊었던 그 맛이 그리워졌습니다. 알고 보니 부산에도 인도 음식점을 비롯한 터키 태국 베트남 등 내로라하는 이국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주방장도 대부분 베테랑 현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고급 인테리어로 문을 열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부침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어 국내에서 가장 개방적 기질을 지녔다는 부산 사람들이 맛에 관한 한 아직도 보수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맛은 어땠냐고요. 음식점 측은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현지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하면 제대로 먹어낼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향신료 등의 수준을 80~90% 수준에 맞추고 있답니다. 여기에 직원들의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미각의 바다에 풍덩 빠져들 듯합니다.
부산의 이국 음식점들은 단순한 맛집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터키음식 전문점인 '카파도키아'는 국내 여행자들을 위해 터키여행 안내서가 비치돼 있는 한편 무슬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고, 태국 식당 '헬로타이'는 부산을 찾는 각국 외교사절들의 단골집은 물론 국내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인도 음식점 '강가'는 인도인 매니저가 상주하면서 인도문화 알리기에 열성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작은 외교의 장(場)이었습니다.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은 마약처럼 일종의 중독성이 있어 주기적으로 찾게 된답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이라 했습니다. 더위로 영 밥맛이 나지 않는다면 이국 음식점으로 내비게이션을 맞춰보세요. 효과는 100%입니다.
◆ 인도 음식점 해운대 '강가'
- 매운 맛 원하면 탄두리치킨, 순한 맛은 치킨 탕그리 케밥
인도 전통 화덕인 '탄두'에서 탄두리치킨과 난이 동시에 익어가고 있다.
인도적 전통 빵인 난. 요리사의 손은 온통 화상 투성이였다.
'강가'는 인도 사람들의 정신적 고향인 갠지스강의 인도어. 그만큼 인도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다.
인도음식 하면 대개 커리를 떠올린다. 하나, 메뉴판을 열면 열에 아홉은 당황한다. 커리의 경우 야채, 치킨, 양고기, 쇠고기, 해산물 등 종류가 무려 30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해서, 점심의 경우 세트 메뉴가 준비돼 있다. 샐러드 커리 바비큐 난(또는 인도식 밥) 음료 포함 2만 원. 저녁의 경우 이보다 비싼 3만5000 원.
'강가' 김건우 지배인은 "점심 손님의 98% 정도는 세트를 주문하며, 저녁 메뉴는 음식값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손님의 5% 정도만이 디너세트를 시킨다"고 귀띔했다.
바비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붉은 색의 탄두리치킨. 인도 전통 향신료에 하룻밤을 재운 치킨을 전통 화덕인 '탄두'에서 꼬챙이에 꽂아 굽는다. 기름기가 빠져 담백하지만 매콤하다. 매운 맛이 싫다면 순한 향신료에 치즈와 크림을 곁들여 참숯에 구운 닭다리 바비큐인 '치킨 탕그리 케밥'을 주문하자. 왕새우 바비큐인 '탄두리 킹 프로운'도 우리 입맛에 어울린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인도음식. 맨 앞 큰 접시에 담긴 탄두리치킨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샐러드, 난과 드레싱(망고· 사과), 치킨 마크니 커리, 카슈미르 난, 라씨(사과·망고), 인도 단무지인 아짜르, 양파 및 오이피클, 야채 커리. 인도 수제 요구르트인 망고라씨와 딸기라씨. 인도식 전통 빵인 '난'과 야채 커리. 피자 맛과 비슷한 캬슈미르 난. 난은 커리와 함께 먹는다.
감자와 야채에 향신료를 곁들인 애피타이저인 인도식 만두 사모사도 군침이 돈다.
인도 음식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탄두리치킨. 곽재훈기자
커리의 경우 인도사람들은 야채커리를, 외국인들은 양고기커리를 선호하지만 한국인들은 치킨 또는 쇠고기커리를 좋아한다. 토마토와 크림에 허브로 만든 연한 '치킨 마크니'와 우리나라 불고기 볶음과 유사한 '비프 도 피아자' 커리도 인기 메뉴이다.
'난'은 인도식 전통 빵. 화덕인 '탄두' 안쪽 벽면에 붙이면 금세 구워진다. 이 역시 7가지나 된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밀로 만든 로티, 버터 난, 마늘 난 그리고 피자와 비슷한 카슈미르 난, 마살라 난, 파니르 난이 있다. 난이 싫다면 인도식 흰밥인 차왈과 노란색의 샤프론 차왈을 주문하면 된다. 음료는 인도 전통 수제 요구르트인 라씨로, 과일을 곁들인 망고라씨, 딸기라씨 등이 있다. 감자와 야채에 향신료를 곁들인 애피타이저인 인도식 만두 사모사도 군침이 돈다.
인도 음식은 주문한 요리 전부를 깔아 놓고 같이 먹는다. 김 크기로 난을 찢어 커리를 싸서 먹거나, 탄두리치킨을 망고 드레싱에 찍어 먹고 매우면 라씨로 입안을 달랜다. 대략 이런 식이다.
바비큐와 함께 나오는 양파 및 오이 피클이 별미다. 맛의 인도 단무지인 '아짜르'도 묘한 맛이지만 먹고 나면 또 생각난다. 인도 매니저 라나 미트라 씨는 "식사 후엔 인도식 밀크차인 짜이를 마셔야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다"고 말했다. 주방에는 인도 요리사 4명이 있다. 해운대 아쿠아리움 맞은편 하버타운 1층에 위치해 있고 건물 지하에 주차하면 된다. (051)740-6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