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난코스 공략하기-부산 아시아드CC
파인 7번, 프로도 더블 보기 이상 속출
해발 낮은 목장 부지인 구릉지에 조성
토목공사 덜 해 저지대 마운드 그대로 활용
세컨·서드샷 때 스탠스 잡기가 까다로워
겉보기와 달리 스코어 의외로 잘 안 나와
부산울산 고속도로 일광IC서 5분 거리
명실상부한 부산을 대표하는 골프장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골프경기를 위해 조성한 아시아드CC는 기존 골프장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부산 기장군의 대장산인 달음산 암봉이 한참 올려다 보이는 이곳은 우선 앉은 터가 골프장의 입지로는 이상적이다. 수백 m나 되는 산악 지대가 아니라 골프장으로서 드문 해발이 낮은 목장 부지인 구릉지에 조성됐기 때문이다. 골프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산속의 대형 토목공사의 산물이 아니라 외국이나 제주도의 일부 골프장처럼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저지대의 구릉지 마운드를 그대로 활용해 자연스럽게 홀을 꾸몄다.
이런 연유로 겉으로 봐선 쉬워 보이지만 막상 샷을 날려보면 실제론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는다. 아시아드CC 김용관 회원은 이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아시아드CC의 첫인상은 여느 골프장과 달리 평범하지만 기존의 굴곡 있는 마운드를 끌어들여 지형을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홀을 조성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업다운 지역이 널려 있어요. 아무리 티샷이 잘 맞아도 세컨이나 서드샷 때 스탠스 잡기가 까다롭다 보니 의도한 대로 샷이 잘 맞지 않아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아요."
해운대CC의 회원이기도 한 그는 "페어웨이가 좁고 전장이 긴 데다 OB 구역이 많아 어렵다고 소문난 해운대CC가 아시아드CC보다 스코어가 잘 나오는 이유는 결국 페어웨이 상의 업다운 지점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싱글핸디캐퍼인 김 회원은 "흔히 전장이 아주 길다는 통도파인이스트CC 남코스에서 싱글인 사람이 아시아드CC에선 통상 네댓 개는 더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드CC는 레이크·파인·밸리 등 3개 코스 27홀로 구성됐다. 레이크 코스는 목장 지대의 구릉과 호수를 그대로 활용해 마치 외국의 골프장 같다. 파인 코스는 천연수림과 숲속의 연못을, 밸리 코스는 말 그대로 계곡의 독특한 지형을 코스에 그대로 접목시켜 홀마다 전략성을 부여했다. 난이도는 대체로 파인, 밸리, 레이크 순으로 어렵다.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대회를 치러 글로벌 규격을 공인받은 데다 최근 개통된 부산울산 고속도로 일광IC에서 5분밖에 걸리지 않아 근접성이 빼어난 만큼 부산을 대표하는 골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골퍼들의 중론이다. 수년 전 '월간중앙'이 전국 아마 골퍼를 대상으로 선정한 '가보고 싶은 골프장 10'에서 아시아드CC는 영호남 및 충청권에서는 유일하게 8위에 오른 사실도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27홀 중 가장 어렵다는 마의 파인 7번홀
아시아드CC 27홀 중 가장 어렵다는 파인 7번홀 티잉그라운드. 좌측 해저드와 정면으로 벙커가 보이지만 큰 부담은 없다. 바로 밑 티잉그라운드인 화이트티에서 막창의 위험이 있지만 사진과 같이 블루티에선 막창의 위험이 없다.
파인 7번홀의 세컨샷 지점. 사진 맨 아래 가운데쯤 볼이 떨어지면 그린까지 200m쯤 된다. 앞바람까지 연신 불어대 2온은 사실상 어려워 하수들은 레이업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간판 코스는 레이크와 파인 코스. 두 코스의 전장은 6518m(7128야드). 통도 남코스(6735m) 해운대CC(6629m)보다는 짧지만 에이원CC(6424m) 보라CC(6590m)와는 어금버금하다.
아시아드의 매력은 각 홀의 독특한 설계에 대응할 전략이 없으면 무너진다는 데 있다. 특히 진저리를 치는 곳은 파인 코스. 9개 홀 중 1번홀과 파3홀 2개를 제외한 6개홀이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다. 이렇다 보니 라운드 시간도 다른 코스보다 길다.
특히 파인 7번홀이 악명 높다. 파4, 핸디캡 1 챔피언티 404m, 블루티 383m, 화이트티 356m. 아시아드CC의 시그니처홀이자 골퍼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승부처로 27홀 중 가장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약간 내리막 좌 도그레그홀로 IP지점에서 그린까지 페어웨이 좌측에 해저드가 150m 정도 길게 펼쳐져 있고, 그 폭은 나머지 페어웨어 폭보다 길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좌측으로 해저드의 끝 부분(블루티 기준 230m)이 보이고, 정면으로 벙커(〃 250m)가 도사리고 있다. 페어웨이 좌우 측에는 송림이 도열해 있어 페어웨이를 더욱 좁아보이게 한다. 이 홀은 특히 앞바람이 심해 약간 내리막이지만 제 거리를 보고 대부분 드라이버를 잡는다.
문제는 세컨샷. 티샷이 이상적으로 맞고 잘 굴러 240m쯤 가면 그린까지 140~150m가 남는다. 이럴 경우 스탠스가 좋으면 아이언으로 2온을 노려볼 만하지만 170m 전후로 남으면 앞바람 때문에 우드를 잡아야 한다. 이는 여자 프로들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페어웨이의 절반 이상인 해저드가 그린까지 뻗어 있고, 그린 좌우에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는 데다 그린 좌·우·뒤의 공간마저 좁아 극도의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그린은 약간의 포대그린으로, 중앙은 볼록하며 좌·우와 뒤쪽은 모두 내리막이라 볼을 중앙에 세우지 않으면 대부분 벙커나 해저드로 굴러 내려간다.
2007년 KLPGA 투어 때 파인 7번홀의 평균 타수는 무려 5.12타. 이 대회 마지막 날 더블보기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무려 18명일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당시 4오버파로 우승한 안선주 프로는 인터뷰에서 "파인 7번홀에서 버디, 파, 보기로 타수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답할 정도였다.
김용관 회원은 "주말골퍼들은 티샷이 잘 맞지 않으면 우드로 욕심내지 말고 웨지나 숏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레이업을 한 후 3온을 목표로 해야 보기로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파4 핸디캡7 레이크 8번홀. 페어웨이 약간 우측의 소나무가 골퍼를 깝깝하게 한다.
파4 핸디캡 7 레이크 8번홀은 페어웨이 약간 우측 블루티 기준 230m 지점에 소나무가 서 있어 깝깝한 홀. 챔피언티 351m, 블루티 318m, 화이트티 293m. 거리 상으론 2온이 쉬울 것 같지만 티샷이 조금이라도 우측으로 치우치면 러프인 계곡으로 빠져 소나무 때문에 레이업을 하거나 OB로 처리된다. 로우핸디캐퍼들은 우드나 롱아이언을 잡고 정교하게 180~185m 날리면 그린까지 150m쯤 남는다. LPGA 우승자 박지은 지은희 프로도 '울고 갔다'.
파4 핸디캡2 밸리 8번홀. 좌 도그레그홀이라 페어웨이 좌측 소나무를 넘겨야 그린까지 2온을 쉽게 할 수 있다(사진 위). 이같은 사실은 아래 사진을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파4 핸디캡2 밸리 8번홀은 좌 도그레그홀이라 페어웨이 좌측 숲을 넘기면 그린까지 120~130m가 남아 2온이 가능해지는 점에선 통도파인이스트 남코스 14번홀과 흡사하다. 챔피언티 391m, 블루티 368m, 화이트티 343m. 하지만 통도의 경우보다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 왜냐하면 통도의 경우 거리만 충족되면 가능하지만 아시아드는 소나무의 키가 아주 커 높이까지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화이트티에서 티샷을 하면 180m 이후부터 막창이 나기 쉽다.
파4 핸디캡1 우 도그레그홀인 밸리 5번홀도 만만찮은 홀. 챔피언티 409m, 블루티 386m, 화이트티 360m. 페어웨이가 넓어 OB 위험은 없지만 티샷의 안착 지점에 따라 세컨샷의 남은 거리가 달라져 정교해야 한다. 문제는 티샷이 잘 안 맞았을 경우. 그린으로 갈수록 페어웨이 폭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경사가 좌측으로 심하게 흘러 세컨샷을 하기가 막막하다. 워낙 좌측으로 잘 굴러 OB 대신 로컬룰로 해저드 처리를 하면서 볼이 빠지지 않도록 막아놨을 정도다.
파4 핸디캡1 레이크 9번홀. 파인 7번홀에 이어 두 번째로 어려운 홀이다.
파4 핸디캡1 레이크 9번홀은 파인 7번홀에 이어 두 번째로 진저리를 많이 내는 홀. 챔피언티 415m, 블루티 391m, 화이트티 361m. 긴 데다 오르막에 앞바람 그리고 페어웨이의 업다운이 심해 티샷이 잘 맞아도 세컨샷의 라이가 좋지 않아 프로들도 2온이 힘들어 보기를 많이 한다. 그린 앞 벙커 턱도 높다. 세컨샷이 약간 짧으면 그린 앞 벙커 아래엔 폭 꺼져 있어 그린이 보이지 않는다.
해운대의 진산 장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파4 핸디캡2 좌 도그레그형인 파인 2번홀.
해운대 장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파4 핸디캡2 좌 도그레그형 파인 2번홀은 내리막에 좌우 소나무가 페어웨이를 감싸고 있어 티샷 때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아마추어 대표구질인 악성 슬라이스가 자주 발생하는 홀. 좌우 OB가 있고 페어웨이의 업다운이 심해 티샷 세컨샷 모두 정확성을 요한다. 챔피언티 388m, 블루티 365m, 화이트티 338m.
파5홀 치고 거리가 짧아 이글이 자주 나오는 레이크 2번홀.
또 한 가지. 챔피언티 462m, 블루티 440m, 화이트티 418m 레이크 2번홀은 파5홀 치고 거리가 짧아 이글이 자주 나와 '이글 공장'이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다. 뒷바람까지 자주 불어 장타자라면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페어웨이 우측으로 긴 해저드와 턱 낮은 벙커가 나란히 내달려 하수에겐 부담스러운 홀이다.
■파인 8번홀, 악몽의 그린
전체적으로 어렵지만 그린이 가장 까다롭다는 파인 8번홀.
IP 지점 앞뒤로 억새가 무성한 파4 핸디캡5 파인 8번홀은 27홀 중 그린이 가장 까다로운 홀. 중앙에 마운드가 있어 앞핀일 경우 약간만 짧으면 더 밑으로 굴러 3펏은 보통, 4펏 5펏도 나올 수 있다. 좌핀일 때도 길게 안 치면 굴러 오르막 퍼팅을 해야 한다. 이 홀은 블루티가 338m로 약간 짧지만 극심한 오르막이어서 역시 2온이 부담스럽다. 로우핸디캐퍼는 티샷 때 페이드샷을 구사하면 거리의 이점이 있다.
레이크 4번, 파인 7번, 밸리 5번홀도 그린이 까다롭다. 신은실 캐디는 "아시아드CC의 경우 홀컵에서 1.5m 내의 라인에서 변화가 특히 심해 비교적 짧은 퍼팅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언급은 안 됐지만 아시아드CC의 나머지홀의 사진은 아래와 같다.
앞바람이 잘 부는 약간 오르막인 파4 핸디캡2 레이크3번홀.
그린 주변 벙커가 깊은 파3 핸디캡6 레이크 4번홀. 블루티 157m.
파4 핸디캡3 레이크 5번홀.
그린이 해저드로 둘러싸인 파5 핸디캡7, 좌 도그레그홀인 레이크 6번홀.
파3 핸디캡8 레이크 7번홀.
파4 핸디캡4 파인 1번홀. 연습장이 티잉그라운드 바로 우측에 위치해 있다.
파3 핸디캡8 파인 3번홀.
파인 3번홀 그린.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파4 핸디캡6 파인4번홀. 베이사이드CC가 그린 바로 파에 훤히 보인다.
파5 핸디캡9 파인5번홀. 티잉그라운드 좌측이 역시 베이사이드CC이다.
파3 핸디캡3 파인 6번홀.
파5 핸디캡7 파인 9번홀.
아일랜드홀인 파3 핸디캡5 급내리막홀인 밸리 6번홀. 챔피언티 160, 블루티 141m. 이 홀 좌측에는 묘지군이 있다. 신기하게도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한 골퍼들이 사고나 병으로 빨리 세상을 떠 회원들 사이에선 홀인원을 하더라도 골프장 측에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전해온다. 이는 회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