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222호 마애불입상
근교산&그너머 <369> 가야산 | ||||||
석화성(石火星). 굳이 우리 말로 바꾸자면 돌불꽃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웬만한 산을 섭렵한 산꾼이라면 ‘아!, 가야산’하고 곧바로 맞장구를 칠 것이다. 이 말은 예부터 가야산의 크고 작은 뾰족한 기암봉을 비유한 것으로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온 것. 출처는 알고 보니 조선 후기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 이 책에는 ‘합천 가야산은 끝이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선 모양새가 흡사 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다’고 적혀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어쩜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썼는지. 뛰어난 관찰력이 없는 범부일지라도 이중환의 표현을 실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야산 전체를 총칭해 석화성이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 기암봉들이 촘촘히 밀집해 있는 곳은 주봉인 상왕봉의 남동쪽 일대 공룡능선과 만물상능선으로 흔히 석화성의 백미라고 불린다. 설악산이나 금강산의 그것과 비교해 규모면에서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 점이 가야산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거대한 설악의 공룡능선 암봉은 막상 가까이 가면 그저 밋밋한 벽으로 다가오지만 가야산의 암봉 앞에 서면 암봉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근처 암봉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주봉은 상왕봉(象王峰·1430m) 또는 우두봉(牛頭峰). 상왕(象王)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의미하며 우두봉은 정상의 바위가 소의 머리를 닮아 붙여졌다. 산행은 성주군 백운동 매표소~백운1-4교~옛 백운동대피소(가야산 등산안내도)~백운암지~서성재~가야산성터~전망대~칠불봉~안부~상왕봉~석조여래입상~헬기장~옛 가야산대피소~토신골갈림길~마애불입상~용탑선원~해인사 순. 5시간30분~6시간 정도 걸린다. 현 시점에서 가야산에서 열린 유일한 등산로다. 매표소를 지나면 계곡으로 들머리가 열린다. 용기골이다. 계곡을 따라 백운교 4개를 잇따라 지난다. 백운1교에서 30분쯤 뒤 쉼터가 나온다. 옛 백운동대피소다. 정면에 ‘영남의 영산 가야산’이라고 적힌 커다란 안내판이 서있다. 그 옆에 ‘칠불봉 2.5㎞’ ‘상왕봉 2.7㎞’ 팻말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길이 약간 얼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5분 정도 가면 백운암지. 통일신라때 이 곳 용기골에는 해인사에 버금가는 금당사라는 절과 이에 딸린 100여개의 암자가 있었는데 백운암도 그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고 적혀있다. 20분쯤 더 가면 서생재. 제법 너른 평지로 네갈래길이 나있다. 왼쪽은 만물상능선 및 공룡능선 가는 길이고 정면은 마애불입상으로 가는 방향이다. 하지만 폐쇄돼 있다. 칠불봉으로 향하는 오른쪽 길을 택한다. 나무 계단을 지나면 곧 너덜길. 안내판을 보니 이는 가야산성터다. 이제 상왕봉까지는 1㎞. 가야산성터를 지나면 왼쪽에 탁 트인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정면 산 정상에 조그만 정상석이 튀어나온 오도산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비슬산 앞산 황매산이, 오른쪽으로 비계산 별유산 지리산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급경사의 연속. 이 때문에 철계단을 많이 설치해 놓았다. 철계단이 없으면 산행을 못할 정도로 주변에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두 개의 철계단과 집채만한 바위를 에돌아 오르면 석화성의 진면목이 기다리고 있다. 왼쪽 만물상능선, 오른쪽 공룡능선. 잔설이 희긋희긋한 석화성에 넋을 잃는다. 정말 돌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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