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금산과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의 하모니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와 금산 들머리 불과 2㎞ 거리
기암괴석 전시장 금산서 본 초승달 모양의 은모래비치 환상적
실안해안도로, 물미해안도로 가는 길도 멋진 드라이브 코스
국내 4대 관음기도 도량 중 하나 보리암, 기도발 잘 받아
미조항 30년 전통의 삼현식당 멸치회, 밥 비벼 먹으면 일품
기암괴석의 전시장인 금산에서 내려다보면 초승달 모양의 본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에도 가고 싶고 바다도 가고 싶다. 아쉽게도 휴가는 길지 않다.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못 하다. 아! 올해도 그냥 평범하게 여름휴가를 보내야 하는가.
산행 후 뒤풀이로 온몸을 바다에 풍덩 던져버릴 수 있는 멋진 곳이 없을까.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장산, 광안리 해수욕장과 황령산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워낙 인파가 몰려 엄두가 안 난다. 이들 장소를 선택해도 한 번 움직이는 데 사실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불가.
경남 남해에 가면 그런 코스가 하나 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금산과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 장삼이사들은 금산과 은모래비치는 각각 알고 있지만 이를 결부시켜 원스톱 휴가지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은모래비치에서 금산 들머리까지는 불과 2㎞. 백사장에서 고개를 돌리면 금산의 기암괴석이 병품처럼 감싸고 있고, 금산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면 초승달 모양의 은모래비치가 펼쳐진다.
부산에서 가는 길도 즐겁다. 내로라하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기다린다. 각각 남해대교와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야 하지만 후자를 권하고 싶다. 가까운 데다 풍광이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남해고속도로 사천IC로 나와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기 전 통과하는 1003번 지방도인 실안해안도로는 알려지지 않은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전국의 이름 있는 유명 드라이브 코스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나면 물미해안도로라 불리는 3번 국도가 기다린다. 눈 호사의 연속이다.
전통 멸치어업법인 죽방렴에 이어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고 고기떼를 유인하는 300년 된 천연기념물인 방조어부림, 이를 멀리서 확인할 수 있는 독일마을, 그리고 폐교를 리모델링한 이국적 외관의 해오름예술촌을 연이어 만난다. 예술촌에는 1만5000점에 달하는 민속품과 골동품을 선보이는 전시장과 미술창작실 목공예실, 갤러리 등이 있다. 입장료는 없고 개별 프로그램 참가비를 받는다.
물미해안도로의 종점은 남해 최대 어항이자 미항인 미조항.
미조도와 범섬 죽암도 쌀섬 등 조그만 섬이 점점이 떠있으며 등대 사이로 오가는 조그만 어선들이 평화롭다. 어항 주변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많아 나그네들은 흔히 이곳에서 1박을 한다.
미조에선 멸치회를 빠뜨리지 말자. 남해수협 공판장 인근 30년 전통의 삼현식당(055-867-6498)이 특히 잘한다고 소문났다. 큰 대접에 밥과 막걸리식초로 담근 초장을 넣고 쓱쓱 비벼 간장게장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멸치회(소) 멸치쌈밥 각 2만 원. 성게국 8000원.
삼현식당 '멸치회'. |
미조에서 남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은모래비치까지는 5㎞ 거리.
눈앞에는 거친 파도를 막아줄 듯한 승치도와 삼여도 목섬이 해수욕장을 감싸고 있으며, 해안에는 은빛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한데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은모래비치는 특히 파도가 거의 없고 수심이 아주 얕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찾으면 안성맞춤이다.
때이른 해수욕을 즐기는 연인의 모습. |
이동 중 도로변에서 바라본 은모래비치. |
에메랄드 물빛이 무척 아름다운 은모래비치. 뒤로 보이는 산이 금산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장군이 명명한 금산(705m)은 '금산 38경'이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8부 능선부터 절경을 이루고 있는 데다 은모래비치와 한려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산이다.
정문영(44) 남해문화유산해설사는 "예부터 남해안에 네 명의 해상 신선(해상사호·海上四晧)가 있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금산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 증거가 바로 금산 보리암 인근에 위치한 사선대"라고 말했다.
금산의 들머리는 금산매표소. 보리암 가는 길 도로변 우측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 찾기는 아주 쉽다. 여기서 거대한 자연조각품인 쌍홍문까지는 넉넉잡아 1시간. 쌍홍문 입구 왼쪽에는 늘 푸른 덩굴식물인 이끼 낀 송악의 자태가 장관인 장군암이 보초를 서고 있다. 사바세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의 해탈문인 쌍홍문을 통과하면 보리암으로 이어진다. 보리암에선 은모래비치의 장관을 빠뜨리지 말자. 극락전 앞이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자신하건데 근래에 본 조망 중 최고일 것임을 확신한다.
보리암은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국내 4대 기도도량. 기도발이 잘 받는다고 알려져 있어 사시사철 신도들이 찾는다. 또 금산 정상 바로 아래에는 금산산장(055-862-6060)이 있어 하루쯤 묶으며 신선놀음을 할 수도 있다. 3만 원.
등산이 힘들다면 은모래비치에서 차로 보리암 제2주차장까지 가서 산책로를 15분쯤 걸으면 보리암에 다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