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충무동 청궁식당



 싸고 맛있는 수산물을 맛보려면 공동어시장 주변을 찾으라고 한다. 국내 수산업이 위축됐다 하더라도 공동어시장은 여전히 국내 최대 연근해 수산물 위판장이 아닌가. 자갈치시장이나 광안리 회타운이 있지 않은가 하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자갈치나 광안리는 주로 가족이나 관광객들이 애용하지만, 공동어시장 주변의 식당은 수산 관련 종사자나 어선원 등이 주로 찾는다. 이 때문에 전자는 가게가 제법 번듯하고 깔끔하나, 후자는 허름하면서 테이블이 많아 봐야 3~4개뿐인 이른바 '함바집'을 떠오르게 한다.

생태탕 아구탕 아구찜 등이 주메뉴지만
대구 물메기 등 미리 주문하면 탕과 회로 준비

 공동어시장 주변의 가게는 단골 위주로 영업해 정이 듬뿍 묻어난다. 손이 커서 양도 푸짐하다. 서구 충무동 골목시장 내에 위치한 청궁식당(051-248-7333)은 정이 넘치는 공동어시장 주변을 대표하는 식당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입구가 곧 주방이다. 갖은 양념과 손질이 된 장어와 생태가 보인다. 테이블은 홀에 두 개, 방에 두 개. 이 층 다락방에 세 개.

생태탕 상차림


 주 메뉴는 생태탕 아구탕 아구찜. 한쪽 벽엔 '오늘의 메인 해물탕 장어탕, 아침 특선 된장찌개 꽃게탕'이라고 적혀 있다. 안주인 박소영(56, 아래 사진) 씨는 "조업을 나갔다가 아침에 들어오는 단골 선원들이 된장찌개나 꽃게탕을 먹고 싶다고 연락이 오면 준비하면서 적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씨는 "우리 집은 하루 전 먹고 싶은 메뉴를 미리 전화로 주문만 하면 대부분 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도 되나요." 돌아온 대답이 구미를 당긴다. "활어는 아니지만, 주문만 하면 돔이나 한치 병어 호르레기 아카모스 등을 장만할 수 있지요." 일종의 선어회가 준비된다는 뜻이었다.


 더 물어봤다. "대구도 먹을 수 있나요." "그럼요, 주문만 하면 5만 원 정도로 대구회와 대구탕을 저렴하지만 아주 맛있게 드실 수 있지요. 물메기회와 탕도 마찬가지예요."

 옆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던 수산 종사자 이인규 씨가 귀띔했다. "주인 아저씨가 통발배를 탑니다. 아저씨가 집에 오시는 날에는 항상 문어 몇 마리씩을 들고오지요. 운이 좋으면 그 싱싱한 문어를 데쳐 먹기도 하고, 두루치기도 해먹지요. 문어 두루치기 들어보셨나요. 가격요? 일반 가게의 50~60% 선에 불과하지요. 회무침을 먹을 땐 아주머니가 알아서 국수까지 삶아 서비스로 갖다 줍니다. 어딜 가서 이런 대접받으며 먹어보겠어요."

 생태탕(7000원)을 주문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땐 생태탕만큼 얼큰한 국물이 없기 때문이다.

 띠뽀리와 무 파 다시마, 여기까지는 일반 식당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은 새우 가루와 멸치 간 것을 더 넣는다. 테이블에서 고개만 쑥 내밀면 요리 장면이 보여 주의 깊게 살펴봤다. 손질한 생태를 넣고 다진 마늘과 파 등으로 양념하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추며 거품은 수시로 걷어냈다. 박 씨는 "우리 집은 맑은국이나 매운탕의 선택이 가능하며 땡초면 땡초, 콩나물이면 콩나물 등 손님의 취향대로 탕을 끓여준다"고 말했다.

 코고동으로 불리는 자숙골뱅이, 미역, 간장게장, 겉절이, 가자미, 해초의 한 종류인 몰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시내의 내로라하는 2만 원짜리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문어숙회와 피데기도 약간 있다고 갖다준다. 서비스라고. 이런 게 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1번 출구로 나와 서구청 후문 쪽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Qook Show' 건물 옆 골목으로 400m쯤 걸으면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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