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금정산인 월아산은 산행 도중 진주의 젖줄인 남강의 도도한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사진은 월아산 국사봉에서 계양 재를 향하는 도중 우측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강.
진주시 금산면과 진성면에 걸쳐 있는 월아산은 진주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가장 많이 찾는 산이다. ‘진주의 금정산’이라고 보면 된다.


월아산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달 뜨는 모습이 아름다운 산이다. 산에서 달을 뱉아내듯 달이 떠오른다. 그 모습이 천하절경이어서 예부터 아산토월(牙山吐月)이라 했으며 진주 12경 중의 하나로 꼽힌다.


남강이 허리를 감싸고 있는 월아산은 두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달음산고개(질매재)를 연결고리로 주봉인 남쪽의 장군대산(482m)과 북쪽의 국사봉(431m)이 이어져 있다. 마치 만덕고개를 중심으로 금정산과 백양산이 연결돼 있듯이.



산세로 봐서 독립 봉우리로 불러도 괜찮을 성 싶지만 이 두 봉우리를 월아산으로 묶어 부르는 것은 바로 아산토월의 멋진 광경을 앞세우기 위함이리라.









 


휘영청 달 밝은 날 월아산이 달을 머금고 있으면 이번 산행의 날머리 인근인 금호지(池)에는 어김없이 달을 토해내는 듯한 월아산의 멋진 광경이 투영된다고. 신라때 축조된 금호지는 지금 공사를 위해 물을 빼놓아 당분간 이 광경은 보기 힘든 것이 아쉽다.



산행은 주차장~청곡소류지~청곡사~초소~현수교(구름다리)~체육공원~두방사~장군대산~잇단 헬기장~잇단 돌탑~달음산고개(질매재)~국사봉~잇단 전망대~철탑~계양재~주차장 순.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월아산은 남해고속도로에서도 볼 수 있다. 남강휴게소를 지나 6~7㎞ 지점에 이르면 정면 산 정상에 대형 안테나가 여러 개 보인다. 장군대산이다. 좀 더 지나 진성으로 빠지는 곳 근처에
이르면 장군대산 옆 푹 꺼진 지점이 달음산고개이고 그 오른쪽 옆 우뚝 솟은 봉우리가 국사봉이다.



주차장에서 청곡사 사적비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며 산행이 시작된다. 곧 청곡사의 영지(靈池)인 소류지와
청곡사에 닿는다. 천년 고찰 청곡사(靑谷寺)는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왕건의 스승 도선이 이곳을 지날 무렵
남강 변에서 청학(靑鶴)이 날아와 앉았는데, 그곳에 서기가 충만해 절터로 정했다고 한다. 국보 제302호인
영산회 괘불탱이 유명하다.



청곡사를 나와 5분 뒤면 왼쪽에 현수교인 구름다리가 나온다. 건너면 가족쉼터. 건너지 말고 직진한다.
등산로 유실방지를 위해 돌계단,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10분 후 체육공원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정상으로 곧바로 오르는 왼쪽길 대신 두방사를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오른쪽 길로 간다. 전형적인 오솔길로 소나무 숲이 아주 좋다.



‘두방사 930m’ 팻말이 보이면서부터 돌과 흙이 모두 붉은빛을 띤다. 마치 붉은 벽돌가루를 뿌려놓은 듯하다. 오른쪽 산모롱이를 돌면 길 좌우에 묘지가 널려 있다. 장군묘도 하나 보인다.



이내 두방사. 경내 향나무와 조그만 다층석탑이 우선 눈에 띈다. 무량수전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장군대산. 오른쪽 남명선원 방향 산길로 오른다. 오른쪽 포장로 끝은 산림욕장.



무덤 1기를 지나 30분쯤 힘들게 오르면 주능선. 여기서 오른쪽으로 150m 지점이 주봉인 장군대산. 예부터
금산 문산 진성면 주민들이 가뭄 때 기우제를 지냈으며, 임진왜란 땐 김덕령 장군이 목책성(木柵城)을 쌓고
 왜적을 격퇴한 역사적 유적지이다. 정상은 아주 넓고 전망이 빼어나다. 초소 옆은 방송국 중계탑.

남으론 남해고속도로와 진주 시가지가 시야에 들어오고 북으론 월아산을 휘감고 있는 남강의 물줄기와
산행팀이 오를 국사봉이 보인다.
하산은 주능선 왼쪽 청곡사 방향으로 간다. 25분 정도 걸리는 이 능선길은 평평한 오솔길로 휘파람이
 절로 나올 정도. 나무벤치 등 쉼터와 돌탑 및 돌무더기가 자주 보인다.

달음산고개로 향하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길. 왼쪽에 10기 정도의 돌탑군이 이채롭다. 10분 정도면 임도를 지나
도로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산 입구에 ‘질매재’라고 적힌 커다란 입석이 서 있다.

 
  국사봉 하산길은 가을이면 억새 천국. 백양산 억새밭을 연상시킨다.


국사봉으로 향하는 길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힘들다.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는 두번의 갈림길을 지나 30분 정도는 바짝 땀을 흘려야 한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



정상엔 ‘월아산 국사봉’ 정상석이 서 있다. 사방이 온통 산. 남동쪽에 방어산 궤방산 오봉산 여한산 서북산 인성산 적석산 거류산이, 반대편엔 지리산 천왕봉을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중봉 하봉 세봉 웅석봉 둔철산 부암산 황매산 자굴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초소를 지나 돌탑 왼쪽길로 내려선다. 억새길이다. 소나무 숲이 미로를 방불케 한다. 잇단 오른쪽 전망대에 서면 남강의 도도한 물줄기가 한 눈에 펼쳐진다. 낙동강의 그것에 견줄만 하다. 흉물스런 채석장이 옥에 티.


40분쯤 뒤 이정표 없는 갈림길. 왼쪽 계양재 가는 길로 잡는다. 오르막 직진길은 둘러가는 길이어서 곧 만난다.


이후 철탑을 지나 15분 정도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 계양재 주차장이 나온다.



◇ 진주산업대 명패 설치 '호응'

“산꾼이라면 누구나 국립 진주산업대에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입니다. 산행이 지겨울 때 나무이름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몰라요. 이제 아이들과 함께 산에 와도 아빠노릇을 제대로 하게 됐습니다.”

처음 산에 오를 땐 아무리 산세가 뛰어나고 조망이 장쾌해도 힘에 겨워 나무들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것이
당연지사. 점차 다리에 힘이 붙고 산행에 맛을 들이면 나무와 꽃에 눈길이 간다. 이럴 때 나무이름을 친절히
안내해주는 명패가 붙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일반 산꾼들의 바람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산 가운데 국립공원과 일부 도립공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이런 명패가 거의 붙어 있지 않다.

하지만 서부 경남 인근 몇몇 산에 오르면 이런 희망사항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초 노린재 서어 노간주 산벚꽃 편백 돌배 생강 쥐똥 작살 합다리 쇠물푸레나무…. 진주산업대가 산행 구간에 일일이 붙여 놓은 명패이다.


가로 20, 세로 12㎝ 정도의 명패는 나무이름 과명 학명 원산지 용도 개화시기 결실기 등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전해준다. 줄기가 굵어질 것에 대비해 고무줄로 묶은 세심함도 돋보인다.


이번 산행지인 월아산은 물론이고 통영과 고성에 걸쳐있는 벽방산에서도 이런 명패를 볼 수 있다.


부산의 산은 어떤가. 금정산 백양산 승학산 황령산 봉래산 장산…. 아무리 생각해도 꼼꼼하게 나무를 소개하는
명패가 산행로를 따라 이어져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인근에 부산대 동아대 경성대 부경대 해양대
고신대 등이 있는데도.

지방화 분권화가 국가의 새로운 지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역대학의 살 길은 지역사회 껴안기라며
지역에 대한 봉사가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

우리 지역대학들도 진주산업대처럼 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밑바닥에서부터 한번쯤
되짚어볼 때라는 생각은 산행을 담당하는 기자의 지나친 욕심일까.

◇ 교통편 - 진주터미널서 시내버스로 청곡사行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주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첫차부터 오후 8시20분까지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30분 정도 걸리며 요금은 6000원.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청곡사 입구까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터미널에서 나와 길을
건너지 않고 곧바로 부산교통(055-745-8115) 70-2번 버스를 타고 청곡사 입구 속사리에서 내린다.
이곳에서 산행 들머리인 청곡사 주차장까지는 걸어서 15분.

날머리인 계양재 주차장에서 금호지를 지나 금산면 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는 걸어서 20여분. 버스정류장은
정면에 보이는 금호낚시 오른쪽 방향. 이곳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 4시, 5시35분, 6시35분, 8시15분(막차). 진주 시가지를 거쳐 오기 때문에 도착과 출발시각이 일정치 않다는 것이 버스기사의 설명.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서부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1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문산IC에서 빠져나와 금산 공군사령부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좌회전 하자마자 정면에 ‘청곡사 3.4㎞’ 이정표가 보인다. 이후부터는 청곡사 이정표를 보고 따라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계양재 주차장에서 택시(055-752-2222)를 부를 경우 15분안에 도착하며 날머리인 청곡사 주차장까지는 7000원
정도 나온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3.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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