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선 중 가장 비싼 횟감이다. 미식가들로부터 최고로 맛있다는 평을 듣는 참다랑어(혼마구로) 뱃살 20g짜리 한 피스가 특급호텔 일식집에서는 2만~3만 원 할 정도니까. 서민들은 입맛만 쩝쩝 다실 뿐이다.
제대로 된 참치회를 보다 저렴하게 맛볼 수는 없을까. 중구 중앙동 참치전문점 '본참치'(051-463-3737). 2007년 중구 중앙동 40계단 근처에서 문을 열자마자 빼어난 칼질과 친절함으로 호주머니 얇은 미식가들을 줄 세우더니 2010년 11월 한 블록 이웃한 소라계단 인근으로 확장, 이전해 가게 이름처럼 참치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부산 전역은 물론이고 저 멀리 김해 양산 심지어 거제도에서도 찾고 있다. 예약하지 않으면 30~40분 정도는 줄을 서야 할 정도이다.
왜 '본참치'에 미식가들이 열광할까. 주인장이자 주방장인 이정태(36, 아래 사진) 씨는 "중저가 리필 참치집이지만 고급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코스 요리식으로 음식이 나와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뱃살, 오른쪽은 참다랑어 뱃살과 등살의 중간 부위.
주 메뉴는 스페셜 참치(1인당 2만5000원) 골드 참치(〃 3만5000원) 프리미엄 참치(〃 5만5000원) VIP 참치(〃 7만 원)로 나뉜다. 스페셜의 경우 눈다랑어(빅아이) 황새치 황다랑어 각 부위, 골드는 스페셜에다 참다랑어 목살과 뱃살 등 각 부위, 프리미엄과 VIP는 참다랑어 위주로 제공된다. 코스 음식으로는 참치죽 샐러드 참치스시 홍어삼합과 일종의 참치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 참치야키우동, 튀김, 은대구 간장조림 등과 도다리쑥국 등 계절에 맞는 두 가지 국물이 제공된다. 하나같이 깔끔하고 입에 착착 들러붙는다. 고급 일식집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가격마저 거품이 빠져 있다.
백김치 등 기본 세팅. |
참치죽 미소시루 샐러드 등. |
빈속이면 가볍게 드시라고. |
메인 디시인 참치회. 다찌(스시카운트)의 1인용. |
테이블의 2인용 참치회. |
웬, 안창살 육사시미. 참치회가 찬음식이라 열을 내라는 주인장의 배려. |
일종의 참치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 |
참치야키우동. 하나같이 다 맛있다. |
생김국. 김국과 달리 깊은 맛이 느껴진다. |
튀김. 음식은 쉴새없이 나온다. |
은대구 간장조림. |
참치집에 오면 늘 궁금했던 점이 하나 있었다. 김 때문이다. "눈다랑어 등살 등 기름기가 적은 부위는 김의 고소한 맛과 잘 어울리지만 참다랑어 뱃살과 같이 기름기가 많은 부위는 되레 회 본연의 맛을 빼앗지요. 여러 종류의 회가 나오면 직원에게 어떤 참치의 어떤 부위인지 꼼꼼히 물어본 후 기름기가 적은 순으로 먹어야 합니다. 또 한 점을 먹고 나면 반드시 무순이나 생강초절임으로 입안을 가신 후 다른 부위를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지요."
참치회는 고추냉이를 탄 간장이 제격이다. 이 집 간장은 가츠오부시, 다시마, 청주 등과 다양한 야채를 넣고 끓인 참치 전용 간장이다. 달지 않고 짜지 않으면서 은은한 깊은 향이 배 있다.
황새치 뱃살, 눈다랑어 뱃살, 참다랑어 목살 및 뱃살 순으로 간장에 찍어 음미했다. 부채꼴 모양의 눈다랑어 뱃살은 씹히는 맛이 있고, 참치 중 최고로 친다는 참다랑어 뱃살은 소문대로 입에 넣자 살살 녹는다.
이 대표는 눈의 크기가 다른 참치의 1.7배나 되는 눈다랑어의 눈을 제거한 후 도마와 눈다랑어 머리 부위를 들고 주방을 나와 테이블을 돈다. 안구 주변 부위를 손님 앞에서 직접 썰어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눈다랑어 눈의 수정체로 담근 술을 한 잔씩 대접한다. 소위 말하는 눈물주다. 콜라겐 성분이 많아 눈 자체가 끈적끈적해서 한 번에 마셔야 한다. 붉은 빛이 나는 것은 입가심을 위해 석류진액을 약간 넣었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손님들이 감탄한다. 다들 대접받는 기분이라고 한다. 맛과 친절함 그리고 거품 뺀 가격이 이 집의 대박 비결인 듯싶다.
눈다랑어(빅아이)의 안구 부위 살.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었다. 눈다랑어(빅아이)의 눈을 제거했다. 참치군의 수정체로 담근 술. 일명 눈물주다. 손님에게 눈다랑어 안구 주변 부위를 직접 썰어 제공하는 이정태 대표. 도다리쑥국. 계절에 따라 바뀌는 국물 메뉴이다. 알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