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378> 고성 구절산

 
산행을 하면서 역사의 현장이나 평소 알고 있는 곳을 조망할 때의 희열감은 상당히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물론 한번쯤은 그 현장을 평면적으로 다녀와 봤겠지만, 주변 산 정상에서 입체적으로 내려다보는 기분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바로 '공룡나라'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위치한 구절산~철마산~응암산~시루봉 능선을 한걸음에 달려보면 이러한 기분을 맘껏 느껴볼 수 있다.

고성군의 오른쪽 끝단에 위치,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인 동해면의 한가운데 아담하게 솟은 이들 산에 서보자. 북으로는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닭의 목처럼 길고 좁은 당항만의 지형을 이용해 왜선 26척을 격침한 당항포 앞바다와
마산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남쪽으론
거제도와 통영 및 그에 딸린 올망졸망한 섬들을 품에 안을 수 있다.

산세도 전반적으로 호젓해 남녀노소 누구나 산행이 가능하고 거리 또한 부산서 멀지 않아 봄맞이 주말 산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산행은 외곡리 폭포암~구절폭포~산신각(백호골)~잇단 묘지~임도~구절산 정상~달기고개(철마령)
~철마산(철마산성)~임도~쉼터~응암산~삼거리~시루봉(산불초소)~임도~석운암~원각사~동해면 용정리
가룡마을 순. 5시간30분~6시간 걸린다.

외곡리에서 하차한 후 들머리인 폭포암까지는 대략 2㎞. 외곡마을 한복판을 가로질러 시멘트길 끝까지 따라가면
만난다. 그리 오래된 사찰이 아니다. 전통사찰 전각이 아닌 일반 가옥과 유사한 천불전과 그 옆 황토선원이 전부다.
 절 입구 ‘폭포암 안내도’에 극락전 조감도, 석굴법당 예정지 등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면 향후 불사를 앞두고
있는 듯했다.

흔들바위는 꼭 구경하자. 절 중앙계단을 지나 천불전 뒤편 등산로 입구에 있다. 어른 키의 1.5배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둥근모양의 바위지만 한사람이 밀어도 흔들, 다섯 사람이 밀어도 역시 흔들거릴 뿐이다. 주지 스님은 “절벽 끄트머리에 위치, 몇 해전 인부 20명을 불러 지렛대를 이용해 제거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그 때 이후론 폭포암의 명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행은 폭포암 계단 옆 황토선원을 지나 구절폭포를 가로지르면서 시작된다. 지금은 물이 말랐지만 비가 올 때
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는 장관이라고 전해온다.

작은 다리를 건너 기암절벽을 에돌면 곧 산신각. 자연굴에 여닫이 문을 달아 부처님을 모셔놨다. 20여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고성의 대표적 산인 거류산이 정면에 보이고 그 왼쪽에 벽방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른쪽 발밑으론 방금 폭포암으로 올라온 길과 저수지가 확인된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잇단 묘지를 지나 15분 뒤엔 남해바다와 다도해가 펼쳐진다. 이후엔 보는 각도를 달리해
연이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성냥갑 크기만 한 30~40척의 고깃배가 흰포말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3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와 마른 억새숲, 그리고 푸른하늘이 언뜻언뜻 보이는 송림을 연이어 지나면
이제 북쪽의 당항포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동시에 정면 저 멀리 마산 무학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왼쪽으로
대산 옥려봉 서북산이, 오른쪽에는 불모산 장유봉이 가까이 다가온다.

곧 삼거리. ‘왼쪽 폭포암, 직진 정상’. 산행중 만난 첫 이정표다. 직진한다. 억새밭이 기다린다. 억새숲을
거닐면서 바라보는 남해바다. 가을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임도와 만난다. 약 150m 지나면 다시 산길. 묘지를 지나면 거대한 바윗덩어리의 너덜길. 힘겹게 오르면 이번엔
집채만한 바윗덩어리가 다시 기다린다. 다행히 나무사다리가 서있다. 이것만 오르면 곧 초소가 있는 정상.

입이 떡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호수처럼 잔잔한 당항포를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마산 진동 앞바다
~진해 앞바다~부산 엄궁아파트단지~가덕도 등대~거제 고현조선소~거제대교~통영~욕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 조망도 뛰어나다. 북으로는 합천의 황매산이, 북서쪽에는 지리산 천왕봉이, 서쪽으로 남해 금산 사량도
옥려봉이, 고개를 돌려 남쪽 거제도엔 계룡산 대금산이 시야에 들어와 ‘일망무제’란 단어 외엔 적절한 표현이 없을 듯하다.
하산은 오른쪽 ‘장기고개’ 방향으로 내려선다. 바위능선길이다. 동시에 좌우 모두 바다. 손과 발을 이용해 바위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암릉구간을 지나 20여분 오솔길을 걸으면 달기고개(철마령). 이 고갯길을 중심으로 구절산과 철마산이 이어져 있다. 동시에 이 길은 동해면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직진해 산길로 오른다. 송림이다. 구절산쪽 소나무보다 더 굵고 운치가 있다. 20분 정도면 힘들이지 않고 철마산 정상에 닿는다. 철마산성 팻말이 서있다. 철마산의 8부능선을 따라 축조된 가야시대 성으로 임란때 등 왜구방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산하면서 돌이 규칙적으로 쌓여 있는 등 산성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오솔길을 걷다보면 또 임도와 만나고 중간에 쉼터가 조성돼 있다.

다시 산길로 오른다. 20분 뒤 안부에 닿고, 이곳에서 응암산 정상까지는 10분. 동·남·북쪽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부산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면에 초록색 초소가 보이는 봉우리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시루봉.

 


동쪽인 왼쪽으로 하산, 산책로를 연상할 정도로 편안한 산길을 25분 정도 걸으면 마침내 시루봉 정상. 벌써 고깃배가 등을 밝히고 조업하고 있다. 정상에 닿기 3분 전쯤 삼거리가 하나 나온다. 왼쪽길은 시루봉에 오른 후 최종 하산할 때 내려서는 길이므로 유의하길.

하산길은 급경사길. 8분 뒤 임도에 닿는다. 다시 산길로 들어서면 5분 뒤 대나무숲과 다 쓰러져 가는 암자 석운암을 지나 원각사에 닿는다. 원각사에서 날머리인 동해면 용정리 가룡마을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 목탁소리 내는 소, 구절산의 명물로…
‘목탁소리 내는 소를 들어보셨습니까’.

고성 동해면 외곡리 구절산을 찾아가는 길에는 신기한 볼거리가 하나 있다. 목탁소리를 내는 소가 바로 그것.


마을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인정받아 외곡리마을 입구에는 ‘외곡리’와 외곡리를 대표하는 암자인 ‘폭포암’ 이정표와 함께 ‘소가 목탁소리를 내는 마을’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외곡리마을 입구에서 시멘트길을 따라 7분 정도 걸으면 길 오른쪽에 ‘소가 목탁소리 내는 집’ 이정표가 보인다. 마을공동우물과 정미소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선 후 50m 정도 걸으면 마을회관 옆집이 바로 그 집. 좁은 골목 입구 외양간에 소가 보이고, 그 안쪽이 소 주인 정윤찬(53)씨 살림집이다.

이름은 심우(尋牛). 나이는 3살이며 현재 임신 7개월. 폭포암 주지 오현각 스님이 지어줬다. 겉모습은 여느 소와 같이 평범하다.
 


귀하신(?) 몸 심우는 요즘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이따금씩 산책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특식은 없고 사료나 짚여물 등 평상시대로 먹고 있다.



정씨는 심우가 생후 100일 정도 지나고 나서야 신기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그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목탁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멀리서 들어보면 정말 목탁소리나 진배없다.


그렇다고 아무때나 그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정씨가 심우 입 근처로 손을 갖다돼야 비로소 입을 벌려 혀를 튀기며 소리를 낸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심우는 이미 전국적인 스타라고 한다. 서울 사는 정씨의 조카가 방학때 놀러와 심우를 보고 즉시 인터넷에 올린 후 모 방송에 한번 출연했다고 한다.


지금은 구절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오가다 우연히 한번씩 들러 입구에 걸린 시주함에 시주를 하고 간다.


시줏돈의 용도에 대해 묻자 정씨는 “돈이 제법 모이면 폭포암에 시주하고, 마을 어른들에게 막걸리를 받아드리는 등 개인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 교통편 - 고성터미널서 한내行 군내버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고성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첫차 이후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900원. 2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 들머리인 동해면 외곡리를 가기 위해서는 고성시외버스터미널(055-674-0082)에서 한내행 군내버스(고성버스, 055-674-0080)를 타면 된다. 오전 7시35분, 8시45분, 9시35분, 10시45분, 11시45분. 850원.

날머리인 동해면 용정리 가룡마을 가룡새마을회관에서 고성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3시20분, 4시15분, 5시30분, 6시20분, 8시5분(막차)에 있다. 2400원. 승용차를 외곡리에 주차했을 때도 이 버스를 타고 외곡리에 내리면 된다. 1400원.
가룡마을에서 택시(고성택시, 055-674-3938)를 이용해도 되지만 다소 비싸다. 외곡리나 고성시외버스터미널 모두 2만원 균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서마산 방향~마산IC~통영 시청 5번국도~밤밭고개 통영 14번 국도 우회전~14번 국도 통영 진동~배둔~(길 건너편 현대오일뱅크 삼락주유소 지나자마자)~삼락삼거리서 동해 거류 1010번 지방도 좌회전~둑(다리) 지나고~거산삼거리서 당동 동해 1010번 지방도 좌회전~한내삼거리 광동 당동 77번 지방도 우회전~100m 진행~왼쪽 ‘외곡리’ ‘폭포암’ ‘소가 목탁소리 내는 마을’ 이정표 순.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3.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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