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의 변방에 위치한 밀양 단장면의
향로산은 영남알프스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불린다. 왼쪽부터 사자봉
수미봉 사자평 코끼리봉 재약봉, 그 뒤 제일
뒷능선엔 고헌산, 중간능선에 배내봉 간월산
간월재가 보이고 사자평 밑으로 층층폭포,
그 옆 임도는 작전도로이다.
경남 밀양군 단장면의 향로산(香爐山)은 영남알프스 외곽에
자리잡고 있다.

부산경남뿐 아니라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명산을 뻔질나게
찾아나서는 산꾼조차 단번에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지명도는
비교적 낮다. 하지만 향로산에 한번 오르고 나면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조망 때문이다.

향로산은 흔히 영남알프스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라고 불린다. 마치 영남알프스를 병풍처럼 세워놓고
그 진면목을 요리조리 감상하는 대(臺)인 듯하다.

해발 976m. 그리 높지도 않고 그렇다고 손쉽게 오를 수 있는
산도 아니다.

이름달기 좋아하는 일부 산꾼들은 향로산을 '재약 5봉' 중
하나라고 부른다. 표충사를 중심으로 사방에 펼쳐진
재약 5봉은 밀양 울산 양산시의 경계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재약산역에 속하는 5개의 봉우리를 말한다.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향로산 필봉 재약봉(약무덤)이 바로 그것. 여기에 관음봉 문수봉 고암봉을 추가해
'재약 8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향로산 산행은 흔히 단장면쪽의 칡밭이나, 표충사 인근에서 쌍봉 또는 삼박골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향로산이 양산 원동면과의 경계에 있어 이번 산행에선 비교적 인적이 드문 원동면
선리를 기점으로 새로운 코스를 개척했다.

선리노인정~월성 이씨묘~인동 장씨묘~지능선~주능선~정상 밑 갈림길~향로산 정상~전망대~백마산 갈림길
~잇단 민가(가산마을)~산길 끝~은곡마을(다람쥐마을)~배내골 쉼터~선리노인정 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동면 선리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선리양조장을 지나 곧바로 왼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선리노인정. 이곳에서
왼쪽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가면 곧바로 산길. 장작더미와 탱자나무 사이로 난 좁은 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지그재그 오르막길이다. 연두색 새순이 돋으며 산이 서서히 봄색깔을 찾고 있다.

 
50m쯤 올라가면 갈림길. 왼쪽 낙엽 많은 길을 택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정겹지만 묵은 길이다.
하지만 "길 찾기가 쉽지 않을텐데"라는 마을 촌로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20분쯤 바짝 땀이 나도록 올라가면 길이 평탄해지고
그 가운데 월성 이씨묘가 나온다. 할미꽃이 지천으로
 고개를 내밀고 요즘 보기 드문 호랑나비가
 주변을 맴돈다.

무덤에선 두갈래 길이 열려 있다. 오른쪽 능선길로
향한다. 움푹파인 길이 푹신푹신하다. 왼쪽에는
 쭉쭉뻗은 홍송이 보기만해도 시원하다.

갑자기 왼쪽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 닿는다. 소나무 뒤로 향로산과 이름이 같은 향로봉이, 정면에는 백마산이,
우리가 오를 향로산은 오른쪽 저멀리 바위봉 뒤에 있다. 발밑에 보이는 길은 이곳 원동사람들이
밀양(삼거)장에 가기 위해 넘어 다니던 길이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20분 뒤 인동 장씨묘. 이어지는 길은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이지만 눈앞에는 진달래가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마른 억새밭도 지난다.

오른쪽에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에 영남알프스 능선이 일자로 도열해 있다. 왼쪽부터 신불산 신불재
신불평전 영축산 함박등 투구봉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 채바우골만당 토곡산이 이어지고, 그 봉우리 밑 꼬부랑길은
 통도사로 넘어가는 제일 빠른 길이다.

20분 뒤 주능선에 닿는다. 길은 두갈래, 왼쪽으로 간다. 곧 발밑 낭떠러지인 전망대가 나온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밀양댐의 푸른 물이 조금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에서도 갈림길이 기다린다. 오른쪽 칡밭 방향은 버리고 직진한다. 이제부터 편안한 능선길. 산사면을
에돌면 왼쪽 밀양댐이 더 많은 속내를 드러내고 이어 만나는 왼쪽 전망대에선 향로산의 정상석까지 볼 수 있다.

15분쯤 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을 택하자. 오다가 향로산 정상을 확인했으면 방향 잡기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왼쪽길인 백마산으로 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 길만 잘 잡으면 정상엔
15분 뒤 쉽게 도달한다.

소문대로 일망무제의 조망. 정상석 뒤로 운문산 천황산(사자봉) 가지산 재약산(수미봉) 사자평 고헌산,
그 앞으로 오두산 배내봉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왼쪽으론 정각산 승학산,
그 뒤로 용지봉 비학산 낙하산이, 그 능선 뒤로 청도 화악산 남산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왼쪽 바로
옆의 산이 백마산이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선다. 30m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왔던 길이고 오른쪽이 능선길.
암릉길인 능선길을 택한다. 약간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

잇단 전망대를 지나면 갈림길. 백마산으로 가는 오른쪽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간다. 다시 노란 생강나무와
진달래 현호색 양지꽃 등 꽃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곧 계곡을 따라 민가가 잇따라 나온다. 바로 밀양 오지마을인 가산마을이다. 한 주민은 또 하나의 이웃
오지마을인 바드리 사이에 조만간 임도가 난다며 이제는 오지마을 딱지를 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부턴 계곡을 따라 이끼 낀 돌길과 수목이 우거진 호젓한 산길이 45분 정도 이어진다. 산길을 벗어나면
은곡마을. 이곳 사람들은 다람쥐마을이라고 한다. 우선 논과 밭 건너편에 마을 수호목인 4그루의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물을 댄 논에는 새끼 무당개구리가 봄기운을 만끽하며 물장구를 치고 있다.

여기서 작은 암자와 배내골쉼터, 그리고 언곡교를 지나 들머리인 선리노인정까지는 35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형형색색 야생화가 '지천'

 
할미꽃  
배내천을 끼고 주변의 1000m대 고봉들과 함께 우뚝 솟은 밀양의 산 향로산에는
최근 정상석이 새로 새워졌다.

향로산은 재약산과 천황산의 명성에 가려 최근까지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산.

이번 산행의 들머리는 배내골의 선리마을로, 향로산의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길을 찾는 개척산행이다.

온갖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각시붓꽃 봄구슬붕이 현호색 할미꽃 양지꽃
제비꽃 머위 꽃다지 민들레 등 산꾼들에게 친근한 꽃들이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다.

능선과 산사면에 피어 있는 진달래와 생강나무꽃이 덤으로 여겨질 정도로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현호색  
가산마을에서 내려오는 다람쥐골은 벌써 여름인 양 물소리가 시원하다.
물에 뛰어 들고픈 충동을 느끼게 하는 깨끗한 계곡이다. 뿐만 아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 자체도 아주 매력적이다.

하산후 50여년된 전통의 선리양조장(011-9692-8875)에 들러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여보자. 선리노인정 옆에 있는 이 양조장에서는 김태웅(63)씨가 35년째
이곳을 지키며 술을 빚고 있다. 전통 방식을 고집, 마신 뒤 머리가 아프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1되 4000원.


◇ 교통편 - 부산역 원동行 무궁화호 출발

산행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경남 양산시 원동면 선리마을로 가기 위해선 기차와
버스를 모두 이용해야 한다.
 
부산역에서 원동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5분, 7시35분, 8시5분, 10시5분에 출발한다.  2500원.

부전역에서는 경전선 무궁화가 있다. 오전 5시10분, 7시40분 출발. 2500원.

원동역에서 들머리 선리마을행 버스는 오전 6시45분, 10시45분에 출발한다. 1800원. 선리마을에서 원동역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 5시25분, 8시10분에 있다.

원동역에서 부산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3시52분, 6시19분, 7시34분, 7시52분, 9시52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전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5시53분, 8시16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양산IC~통도사 양산어곡지방공단 35번 국도 직진
~신불산 공원묘지, 양산 어곡지방공단 직진~양산교 지나 우회전~대리 어곡 방향 좌회전
~배내골 어곡산업단지 직진~배내골 용선 방향 직진~대리~제1, 2 화룡교~신불산 공원 묘지~하양교
~석남사 배내골 방향 우회전 69번 지방도~배내휴게소 사거리서 우회전~고점교(풍호대)~선리교
~선리마을~폐교(옛 이천중)~버스정류장~선리양조장 지나 좌회전, 선리노인정 앞 주차.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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