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02> 김해 분성산

낙남정맥 끝자락 도처에 가야의 혼
부산~김해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많아
활천고개 사거리서 인공폭포 쪽으로
신어산 거쳐 봉화산으로 종주 가능
김해천문대서 별자리여행도 해볼만

 
  김해 분성산 봉수대에 서면 김해시내와 김해평야 그리고 서낙동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김수로왕릉과 허황후릉, 구지봉 대성동고분군 봉황동유적 등.

500여년간 가야연맹의 맹주국 금관가야의 도읍지였던 김해에는 금관가야시대의 유물 유적들이 해반천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다.

한때는 잊힌 가야사만큼 고대 도읍지로서의 이미지가 미약했지만 최근 김해시의 대대적인 가야문화환경정비사업으로 적잖은 유물 유적들이 복원돼 과히 지붕없는 노천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해의 분성산(옛 분산·382m)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행팀이 찾은 김해 중심부의 이 산에는 가야 때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분산성, 허황후와 장유화상이 가락국으로 건너와 창건한 해은사, 흥선대원군 만세불망비 등을 모신 충의각, 그리고 분성산 봉수대 등이 산자락 곳곳에 있다. 여기에다 지난 2002년에는 산 정상에 김해천문대가 문을 열어
분성산은 그야말로 김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분성산은 또 낙남정맥의 종착역이다. 낙동강 남쪽을 가로지르는 산줄기인 낙남정맥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출발,
남하하다 옥산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곡산 여항산 무학산 구룡산 대암산 등을 거쳐 낙동강 하구를 지키는
분성산에서 끝난다.

산행은 만장대갈비 앞 계단~체육공원~전망대~봉수대 갈림길~분성산 봉수대~체육공원~충의각~해은사
~분산성~산성마을~잇단 체육시설~분성산 정상~김해천문대~임도~임도·숲길 반복~잇단 철탑
~천리교 한국전도청~나전고개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활천고개 사거리에서 인공폭포가 보이는 고개마루 공원을 지나면 '만장대갈비'라고 적힌 큰 간판이 보인다.
그 간판에서 대각선으로 마주보이는 침목계단이 산행 들머리다.

침목계단을 오르면 곧 체육공원. 뒤돌아보면 드넓은 김해평야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길은 두 갈래. 직진한다. 4분 뒤 우측에 전망대가 나온다. 철탑이 일부 시야를 막고 있지만 그래도
김해평야를 둘러싼 웬만한 봉우리는 확인 가능하다. 왼쪽 돗대산, 오른쪽 백양산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
서낙동강 건너편에 봉화산 보배산 마병산 팔판산 화산 불모산 용지봉 등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낯익은 봉우리다.

계속되는 산길. 주변은 온통 추석을 맞이해 깔끔하게 벌초된 무덤이다.

10분쯤 뒤 고속도로에서 본 수많은 바위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할 때 우측에 신어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점차 경사가 심해진다. 토끼풀과 억새는 바람에 춤을 추고 새팥 고들빼기 등 야생화는
다소곳이 가을볕을 쐬고 있다.

곧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산성마을, 왼쪽은 경사가 아주 심한 봉수대 오르는 길. 10분쯤 땀을 흘리면
마침내 분산성 봉수대에 닿는다. 타고봉이다. 조선시대에 이 곳에 큰 북을 달아놓고 비상시에는 북을 쳐서
주민들에게 알려 피난하게 했다고 한다. 이 바위봉 위에 봉수대가 서있고 그 옆에 제법 큰 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 '만장대(萬丈臺)'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다. 만장대란 이름은 흥선대원군이 척화의 전진기지로
칭호를 내렸던 것에 기인하며, 그 글씨도 대원군이 썼다 한다.

봉수대에선 김해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가지는 물론 김해평야 남해고속도로 서낙동강과 부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신어산 뒤 조금 보이는 뾰족 봉우리가 금정산 고당봉이고, 돗대산 뒤 봉우리가 상계봉이다.

봉수대를 내려오면 체육공원. 직진하지 않고 중간쯤 우측으로 난 길로 방향을 잡는다. 산죽이 도열해있다.
왼쪽 저 멀리 천문대가 약간 보이기 시작한다. 억새가 길 좌우에 활짝 펴 있다.

5분 뒤 충의각. 김해문화협의회가 최근 분성산에 흩어져 있던 흥선대원군 만세불망비 등 4개의 비를
모아 건립했다고 한다. 이를 알리는 설명이 없는 것이 유감. 지나가는 산꾼들도 '이게 뭐지'하며 그냥 지나친다.

해은사(海恩寺)도 연이어 나타난다. 지금은 범어사의 말사인 조그만 해은사는 허황후와 장유화상이
가락국에 무사히 도착한 후 풍랑을 막아준 바다의 은혜에 감사의 의미로 지은 사찰이라고. 영산전 옆
대왕각에는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산길은 해은사 입구에서 우측으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얼마 가지않아 분산성을 만난다. 가야 때 축성된
이 성은 고려말 당시 김해부사 박위가 왜구들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재축성했다. 시내쪽 경사면에
현재 900m가량의 성벽이 남아있고 높이는 3~4m에 달한다. 김해시는 오는 2007년까지 복원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분산성 정비사업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김해 분성산 산행 도중 만난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김해시가지와 김해평야.  

계속되는 산길. 30m쯤 뒤 왼쪽에 길이 열려있다.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7~8분쯤
가면 산성마을. 차 진입이 가능하고 흑염소 토종닭 등이 주메뉴인 점은 마치 금정산
산성마을에 온 듯하다.

여기서 김해천문대로 올라가는 산길이 열려있다. 잇단 체육시설을 지나 10분 뒤 상봉에
 닿는다.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이 바닥에 붙어있다. 눈앞에 천문대. 전시동 관측동
 등이 있으며 관람시간은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김해시의
조망이 탁월하다. 천문대 임성욱씨는 "이곳에서 김해시의 야경과 함께 달구경을
하면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대 출입구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생림안금마을' 방향으로 향한다. 이 길은
김해 숲길마라톤대회 코스의 일부이다. 지금부턴 임도와 산길이 반복된다. 산길을
내보려고 애써봤지만 이내 임도로 나왔다.

'삼계~나전 임도시설' 표지석을 지나 20m 뒤 우측 산길로 올라선다. 잇단 철탑을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은 가야랜드로 이어지는 영운리고개 방향, 왼쪽은 나전고개 방향.
왼쪽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낙남정맥길. 이를 알려주듯 그동안 안보이던 리본이 많이 달려있다.

이내 임도를 만나면 바로 건너 산길로 다시 오른다. 이전 산길과는 달리 한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꽤 묵은
 길이다. 억새길도 만나고 보기만 해도 시원한 소나무길, 그러다가 잠시 눈앞이 확 트이는 산길이 반복돼
무료함을 달래준다. 산행의 참맛이 느껴진다. 이렇게 1시간쯤 내달리면 천리교 한국교구청 입구에 닿고
거기서 도로로 나오면 나전고개이다. 여기서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무척산이고 그 오른쪽이 석용산,
그 사이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토곡산이다.



#떠나기전에

 
조선 영조 때에 신경준이 편찬한 산경표에는 낙남정맥을 분산(盆山),
 즉 지금의 분성산에서 끝을 맺는다고 했다. 그러나 산꾼들은 신어산을
거쳐 동신어산 또는 불모산에서 팔판산을 지나 봉화산으로 정맥을
연결하여 종주산행를 시도하고 있다.

분성산은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한반도의 기운이 맺혀 있는 곳이자
이처럼 지리적으로도 중요하다.

또 김해시민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뒷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휴식삼아 자주 오르내리는 친근한 산이다.

가야시대의 이야기를 빼고도 산을 찾는 꾼들이 한번쯤 가볼만한 산으로 추천을 하고 있다. 특히 산 정상에
위치한 김해천문대에 들러 별자리를 보며 가을밤의 정취에 빠져보는 것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입장료는 일반 2000원, 어린이 500원. (055)337-3785
 
  흥선대원군 만세불망비 등 분성산에 흩어져있던 4개의 비를 모아 지은 충의각(사진 위)과 분성산 정상에 위치한 김해천문대.




#교통편

부산서 김해 분성산으로 가는 시내버스와 좌석버스가 있다.

지하철 1호선 장전동역 앞에서 김해 가야교통(055-333-2256) 8번 버스를 타고 김해 삼정동 목화예식장(뷔페) 앞에서 내려 버스 진행 방향으로 가면 활천고개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에 보이는 인공폭포쪽으로 돌아 올라간다. 같은 회사 8-1번 버스는 구포역 육교 앞에서 승차해 역시 목화예식장 앞에서 내린다. 1000원.

한진여객(055-333-7561) 123번(충무동~김해) 시내버스와 태영버스(055-333-6611) 309번(충무동~구포~김해),
한진여객 128번(부산진시장~김해) 좌석버스를 타고 김해 삼정동 복음병원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100m쯤 가면 길모퉁이에 기아부품대리점이 나온다.
기아부품대리점을 끼고 왼쪽으로 15분쯤 올라가면 활천고개 사거리에 닿는다. 1500원.

날머리인 천리교 한국교구청 입석에서 들머리 쪽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첫번째는 도로로 나와 길을 건너 삼계(왼쪽) 방향으로 15~20분 정도 걸으면 삼계상수도 정수장. 이곳에서
8번 시내버스를 타면 들머리인 활천고개에 곧바로 간다. 8번 버스는 자주 있으므로 이 방법을 권하고 싶다.

두번째는 김해 동부교통(055-325-3530) 60, 61, 71번 버스를 타고 김해백화점 앞에서 내린 다음 택시를
타면 활천고개까지 기본 요금.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동김해IC~사거리서 인제대학, 가양CC랜드,
하키경기장 방향 직진~(동서사거리서)활천동 수로왕릉 방향 좌회전~활천고개 사거리서 우회전
~고개마루 공원(인공폭포) 지나~'만장대갈비' 큰 간판 순. 분성산은 남해고속도로 진입 후 동김해IC까지
줄곧 우측에 바위가 촘촘히 박혀있는 봉우리이며 김해시내에서도 그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09.3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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