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기리 전문점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카모메'



 일본인들이 가장 간편하게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가 오니기리이다. 이 음식은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에 소금과 참기름 등으로 간단하게 간을 한 후 우메보시나 단무지를 넣어 먹는 주먹밥.

 원래 오니기리는 사무라이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고안된 일종의 전투 식량이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오니기리를 먹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오니기리를 소재로 만든 음식 영화도 있다. 지난 2006년 국내에서도 개봉된 '카모메 식당'이 바로 그것. 카모메는 일본어로 기러기. 이 영화는 오니기리를 만드는 일본 여인이 핀란드에서 가게를 열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소하게 그려 제법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오니기리는 일본인들에게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존재로 뿌리 깊이 각인된 듯싶다.

 그 오니기리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속재료를 다양화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인근에 지난 1월 문을 연 '카모메'(051-933-9523)가 대표적 진원지. 가게 이름은 당연히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따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조그만 카페에 온 듯하다. 테이블은 2인용 7개와 바 3자리. 정원이 17명인 셈이다.



 메뉴는 크게 오니기리와 누들. 오니기리는 18가지로 다양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치즈 날치알, 여성들이 좋아하는 참치 마요네즈(오른쪽 사진), 매우면서도 은근히 중독성이 강한 불닭,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구운 스팸, 중년 남성들이 선호하는 명란젓과 부추청어알 오니기리 등등. 메뉴에 표시된 빨간 별표는 매운맛을 의미한단다. 가격은 대부분 1500~2000원. 하나만 먹어도 간단히 요기는 되지만 보통 오니기리 하나에 누들류 하나를 곁들인다. 물과 장국 그리고 락교와 단무지는 셀프.
(아래 사진)

 치즈 날치알과 참치 마요네즈, 불닭 오니기리를 시식했다. 오니기리 위에는 속내용물이 약간 토핑돼 나온다.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치즈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조화가 일품인 치즈 날치알 오니기리는 왜 최고 인기품목인지를 맛으로 웅변한다. 검은 깨와 단무지가 속속 박혀 있는 밥은 약간 차지면서도 쫀득하며 내용물 또한 푸짐하다. 사실 편의점의 삼각김밥과 별 차이가 있겠나 싶었지만 큰 오산이었다. 참치 마요네즈 오니기리는 새콤달콤, 불닭 오니기리는 알싸하게 맵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젊은 층의 입맛을 잘 아는 이대정(29) 주방장의 솜씨 덕분이다.

가쓰오부시가 팔락팔락 춤을 추는 볶음우동. 아주 맵다.

일본 현지 맛보다 맛있는 나가사키 우동.


 누들류는 볶음우동(5000원)과 나가사키 짬뽕(5500원)을 맛봤다. 토핑한 가쓰오부시가 팔락팔락 춤을 추는 볶음우동은 별미지만 예상보다 매웠고, 사골 육수를 쓴 하얀 국물의 나가사키 짬뽕은 일본 현지 것보다 맛있다. 세트 메뉴는 연인들이 주로 찾는다. 누들 하나에 오니기리 두 개가 나와 실속 있다.

       이대정 주방장과 허진아 대표(오른쪽).

 허진아 대표는 "호기심으로 들어왔다 일단 맛만 보면 바로 단골이 된다"며 "인근 아파트촌의 학원 다니는 아이 엄마들이나 여학생들이 테이크아웃하는 비율이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의 경계에 있는 듯한 오니기리, 바쁘고 호주머니 가벼운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딱 맞는 음식인 듯하다.

'카모메' 입구.

진열된 오니기리.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라는, 입체경(立體鏡)으로 번역되는 광학기계가 있습니다. 안경처럼 생긴 이 문명의 이기(利器) 아래 동시에 찍은 항공사진 2장을 놓고 보면 처음엔 잘 보이지 않다가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 사진 속의 마천루나 수목들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눈앞에 나타나지요.

 그 숱한 발길로 친숙한 동네 뒷산을 오르내려도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남근석 여근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걷기만 한다면 평생 지척에 두고도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겠지만 스테레오스코프를 보듯 꼼꼼히 살펴보면 영락없는 성기(性器)의 형상을 한 '거시기'가 한눈에 쏘옥 들어오지요.

 남근석은 흔히 양근석 입석 선돌 장군석 낭군석 좆바위 불알바위 등으로 불리고, 여근석은 밑바위 여궁 처녀바위 샅바위 등의 닉네임을 갖고 있지요. 또 남근과 여근이 함께 있으면 부부암, 비슷한 남근이 그 밑에 있으면 자식바위라 칭하고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 관련 전문가들은 성석(性石)이라 표현하지요.

 성석을 닮은 바위나 폭포 구릉 등의 지형을 보면 점잖은 사람들은 애써 고개를 돌립니다. 평범한 장삼이사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냥 웃지요. 하지만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원을 드립니다.

 예부터 성석은 숭배 대상이었습니다. 그냥 웃고 넘길 피사체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지요.

 우선 성이 지닌 생산력이 곧 성기 숭배의 형태로 나타나 마을의 안녕과 풍년 및 풍어를 기원하는 토속신앙의 대상이 됐지요. 다랑이논으로 유명한 남해 가천마을 주민들이 매년 암수바위 앞에서 마을의 평화와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지내는 것이 좋은 예가 되겠지요. 득남을 기원하는 성석인 기자석(祈子石)은 새끼줄에 둘린 채 곳곳에 널려 있어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풍수지리상의 음양조화를 이루기 위해 비보압승(裨補壓勝)의 대상으로도 성석이 이용됐답니다. 풍수지리상의 허한 곳이나 부정한 지형에 성석을 세워 마을의 평온을 바라는 형태지요. 혹은 애초부터 음양의 조화에 맞게 위치한 남근석과 여근석을 확인함으로써 누리게 되는 심적 평온함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숭배로 봐도 무난하지요. 경주 오봉산 여근곡이나 거제 둔덕면 산방산 남자바위와 작은 여근곡이 단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성석 순례를 떠났습니다. 취재 도중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제아무리 첨단과학이 발달해도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성석 숭배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소박할지라도 인간의 욕망은 영원하니까요.

 첨언 하나. 취재 대상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행여 외설로 낙인 찍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사실 고민 아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성석은 낯뜨거울 것도 숨겨야 할 것도 아닙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하고많은 소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 거제 둔덕면 애바위와 애애등

거제 둔덕면 산방산.

5,6부 능선쯤의 튀어나온 바위가 애바위다.


         거제 산방위 애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애애등. 민둥산이었을 땐 선명했지만 지금은 자세히 관찰해야 
         확인할 수 있다. 산의 가운데 부분, 활엽수가 소나무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곳이 애애등이다.

거가대로가 뚫리면서 한층 가까워진 거제 둔덕면에는 청마 유치환의 부부 묘와 선영 그리고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청마기념관이 있다. 이곳에는 또 고려 의종이 정중부의 난 때 파천해 3년간 머물렀다는 둔덕기성(폐왕성)도 있다. 해서 마을사람들은 왕이 살았기 때문에 이곳 둔덕 땅만을 구분해 '전하도'라고도 부른다.

 둔덕면 방하리 둔덕들 한가운데 서면 우락부락한 바위산이 양팔을 벌려 마을을 감싸고 있다. 거제 11대 명산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산방산이다. 산 5, 6부 능선쯤에 한눈에 봐도 힘이 넘치는 바위 하나가 툭 튀어나와 눈길을 끈다.

 둔덕골 출신이자 청마기념관 명예관장 겸 자원봉사자인 김화순(63) 씨는 "어릴 때 할아버지를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이 '사랑 애(愛)' 자를 써 애바위라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주보는 우두봉 자락의 작은 둔덕을 가리키며 "저곳은 여성의 음부를 닮아 '사랑 애' 자 두 개를 붙여 애애등이라 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남근석과 여근곡이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은 청마기념관 2층 전망대에서 보면 대략 확인된다.

 동행한 산경표연구소 박의석(57) 소장은 "남성을 상징하는 정동쪽 좌청룡 자리에 애바위가 있고, 반대쪽 우백호 자리에 여근곡인 애애등이 마주 보고 있으며, '흙 토(土)'를 상징하는 그 사이 너른 둔덕 들녘이 비옥해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애애등이 애바위보다 미미한 데다 방향 또한 약간 틀어져 있어 아쉽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명예관장은 "수십 년 전엔 민둥산이어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여근 그 자체였지만 지금은 숲이 울창해 그 흔적이 미미할 뿐이며, 음부를 닮은 애애등에는 예부터 물이 끊이질 않아 어릴 때 소먹이던 일종의 우마장 역할을 했지만 이후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지금은 산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세히 보려면 애애등 아래 비닐하우스 인근으로 다가가야 된다. 잎을 떨군 활엽수가 여근 부분을 동그랗게 비보하며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마을사람들은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좋아 마을 전체가 지금까지 평온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경주 여근곡

   경주 오봉산 여근곡 겨울. 가운데 부분이다.
   가을엔 여근곡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여근곡 여름.

경부고속도로서 본 여근곡.

고속도로에서 당겨서 본 모습.


우리 땅 대부분의 여근이 쪼개진 바위나 폭포이지만 경주 건천읍 여근곡은 산 전체를 통째로 여근이라 봐도 무난할 정도로 우선 크다. 오봉산이라는 멀쩡한 산 이름이 있지만 생긴 모습이 워낙 여성의 성기와 닮아 여근곡이 대표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인 여근곡은 삼국유사 지기삼사(知幾三事) 편에서 신라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주는 대목에 언급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드라마 '선덕여왕' 마지막회 때 여왕이 깎아지른 너른 절벽 위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여근곡이 위치한 오봉산 정상 바로 밑의 마당바위(지맥석)이다.

'선덕여왕' 마지막회 때 나온 마당바위.

드라마 '동이' 때도 마당바위가 나왔단다.



 건천읍 신평2리에 위치한 여근곡은 경부고속도로 건천나들목과 경주터널 사이, 상행선일 경우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인다. 위압감을 주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오봉산 한가운데 위치한 여근곡은 둥근 모양의 두둑과 골이 절묘하게 조합돼 누가 보더라도 음문 형상임을 알 수 있다. 그 음문을 둘러싸고 있는 산세까지 고려한다면 벌거숭이 여인의 하체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듯해 민망할 정도다. 이 모습은 신평2리 마을회관 옆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사계절 만추의 여근곡(오른쪽 사진)이 제일 선명하다.


 여근곡과 관련된 구전도 재밌다. 옛날 새로 부임하는 경주 부윤은 그 음탕한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건천보다 먼 길인 동쪽의 안강 땅을 통해 경주로 들어왔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애써 고개를 돌려 지나갔다고 한다. 한국전쟁 땐 이동하던 미군들이 여근곡을 보며 탄성과 야유를 질렀다고 한다.

 숲(오봉산)을 봤으면 이제 나무(여근곡)를 볼 차례. 오봉산 여근곡 등산로의 들머리는 유학사. 절에서 300m만 걸으면 여근곡 샘터를 만난다. 바로 옆엔 '옥문지'라는 팻말이 서 있다. 호스를 묻어 대웅전 옆 샘터로 뽑아 쓰고 있지만 샘터 주변은 늘 축축하게 젖어 있다.15년 전 오봉산에 불이 나 산이 홀랑 다 탔을 때도 샘터가 위치한 음부 주위는 화마를 피했다고 한다.

 샘터를 중심으로 한 수목 대비도 뚜렷하다. 샘터 주위에는 잎을 떨어낸 활엽수가 있지만 그 경계에는 소나무가 동그랗게 감싸고 있다. 멀리서 봤을 때 음부가 식별되는 이유이다.                      
   

여근곡 옥문지.

오봉산 여근곡 산행 들머리.

          
 신평2리 촌로들에 따르면 예부터 여근곡 샘을 작대기로 휘저으면 마을 여자들이 바람이 나기 때문에 마을에선 청년들이 샘을 지키기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970년대 초까지 마을에선 여근곡을 신성시하며 동제를 지냈다고 전해온다.

 여성이 있으면 남성이 있기 마련. 여근곡 쪽에서 맞은편 신평리 쪽 너른 들판을 바라본다. 신평리 원신마을을 기점으로 앞으론 경부고속도로, 뒤론 중앙선 철로와 영천과 포항을 잇는 4번 국도가 횡으로 나란히 내달린다.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 박용(76) 관장은 "옛날에는 여근곡 맞은편 봉우리가 남근 모양을 하며 여근곡을 향하는 형상이었지만 철도와 국도가 뚫리면서 그 모습이 사라져 지금은 흉물스런 산사면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 또한 우백호(서쪽) 자리에 여근곡이, 비록 잘려나갔지만 좌청룡(동쪽) 자리에 남근 형상, 그리고 그 사이 '흙 土'를 상징하는 신평리엔 너른 벌판이 있어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완벽하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여근곡 자리에 지화곡(只火谷), 맞은편 남근 형상 봉우리엔 접포산(蝶布山)이라 표기돼 있다. 지화곡과 접포산은 각각 꿀과 나비를 의미하므로 음양의 조화가 딱 맞음을 보여준다.

어휴! 망측해라, 곳곳의 남근석 여근석

  경북 의성 비봉산의 암릉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절묘한 위치에 숨어 있는 남근석. 남근 그 자체다.

경북 의성 비봉산의 암릉 끝자락에 남근석이 숨어 있다. 산꾼들은 흔히 금성산~비봉산 코스를 산행한다. 금성산과 비봉산 정상을 잇따라 지나 급경사 사면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와 고개를 돌리면 암릉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절묘한 위치에 남근석이 숨어 있다. 선명한 귀두 모양이 영락없는 남근 그 자체다.

 억새로 유명한 장흥 천관산에는 양근석과 금수굴이 마주보고 있다. 높이 4m쯤 되는 양근석은 발기한 모습이며 그 아래에는 불알 모양의 동그란 바위 두 개가 붙어 있다. 자연석이 이처럼 비례에 맞춰 완벽한 형상을 갖춘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이와 마주 보는 능선에는 여성의 음부를 닮은 금수굴이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천관산 금수굴.

천관산 양근석. 둘은 마주본다.


 문경 주흘산의 여궁폭포는 여근을 떠오르게 한다. 제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 우측 곡충골 방면으로 1㎞쯤 오르면 만난다. 높이 20m인 이 폭포는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 선녀가 노닐었다고 전해온다.

 기암괴석이 지천이라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불리는 금정산에도 최근 남근바위와 여근바위가 발견됐다. 남근석은 금샘 동쪽 아래, 여근석은 상계봉 아래 수박샘 바로 위에 숨어 있다. 둘 다 등산로를 벗어나 있어 찾기는 쉽지 않다.

부산 금정산 남근바위.

부산 금정산 여근바위.


 음양의 조화를 위한 남근석도 있다. 거창 미녀봉은 임신한 여인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형상. 산아래 가조면 사병리 생초마을 벌판에는 선돌인 남근석이 마주 보고 서 있다. 마을사람들은 과도한 음기를 벌충하기 위한 비보 성격의 남근으로 풀이하고 있다.
   임신한 여인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형상인 미녀봉과 남근석이 마주보고 있다. 거창군청 제공

 월악산에도 남근석이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이 산은 음기가 왕성한 산이다. 덕주사 뒤편인 제천시 덕산면에서 보면 월악산은 누워있는 여인의 얼굴을 닮았다. 선조들은 월악의 음(陰)의 지기(地氣)를 누르고 음양의 조화를 위해 덕주산 입구에 남근석을 세웠다.
           월악산 남근석.

 제주도에도 성석이 발견된다.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 우측 벼랑에 남근석이 서 있으며, 라온GC 클럽하우스 입구의 자연동굴에도 남근석과 여근석이 마주 보고 있다. 타이거 우즈도 이곳을 방문했을 때 남근석과 여근석을 만지고 갔다 한다.

제주 라온골프클럽의 동굴 속 남근.

동굴 속 여근.둘은 마주보고 있다.


        제주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 우측 벼랑에 서 있는 남근석.

"경주 오봉산 여근곡 성(性) 테마박물관 놓치면 후회"
-개인 수집가 박용(사진 오른쪽) 관장 370여 점 전시


경주 건천읍 신평2리 오봉산 여근곡 입구 원신마을에는 빠뜨려선 안 될 명소가 한 곳 있다.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054-751-2229)이 바로 그것이다. 박용(76) 관장이 40여 년 동안 발품을 팔아 모은 남근과 여근을 닮은 희귀 수석 등을 비롯하여 전 세계 어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다양한
문양석이 370여 점 전시돼 있다.

 고향이 경주인 박 관장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여근곡을 본 후 이곳이 세계적으로 드문 자연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인식, 지난 2004년 여근곡이 가장 잘 보이는 지금의 터를 사들여 건물을 짓고 이듬해 4월 문을 열었다. 여근곡과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이 세트로 입소문을 타면서 명소화돼 지금은 경주시가 적극 나서 마을 진입로를 넓히고 있으며, 주차장도 이후 건립할 계획이다.

 박 관장은 "개인적으로 석복(石福)이 있어 적지 않은 희귀 성석(性石)을 많이 모았다"며 "수석에 관심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무료로 개방하던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은 내달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대인 3000원, 학생(초중고) 및 단체(20인 이상) 2000원.
           여근곡 성(性) 테마 박물관 내 성석(性石).

박물관 내


박물관 내 성석(性石)들.

문경 주흘산 여궁폭포.



맛집 둘
금강산도 식후경. 맛집 두 곳 소개한다.
여근곡이 위치한 건천읍에는 흑염소 불고기(아래 사진)가 아주 유명하다. 23년 전통의 '당나무식당'(054-751-0975)이 잘한다. 흔히 여성을 위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흑염소 수놈은 남성강화 식품이다. 1인분 1만 3000원. 육개장이 아주 맛있다. 건천IC에서 차로 1분 거리.


 거제 둔덕면에선 '88횟집'(055-634-1626)을 권한다. 겨울철 별미인 밀치(참숭어긿 3만, 4만, 5만 원)를 주문하면 뼈째 썬 것과 포를 뜬 것으로 나눠 올라온다. 주인장의 칼 솜씨가 빼어나 밀치의 진면목을 알게 해준다. 국물이 시원한 물메기탕(7000원)도 별미이다.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의 신모에다케 화산폭발을 보면서 뜬금없게도 '용감한' 한국인을 떠올렸습니다.

  본격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전에 먼저 보충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라쿠니다케 등산로 입구의 입간판. 화산 폭발 위험 때문에 신모에다케의 등산을 금한다고 적혀 있다.

조금 더 넓게 본 들머리.

약간 올라와서 내려다본 들머리.


   가라쿠니다케 정상 바로 아래에서 본 기리시마 산군. 가운데 푹 꺼진 곳이 지난해 7월과 올 1월 말 화산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이고 맨 뒤 높은 봉우리가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다카치호미네이다.
  가라쿠니다케에서 기리시마 산군에서 가장 큰 칼데라호(지름 1 ㎞)인 오나미이케(大浪池)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한자 표기로 봐선 큰 파도가 일렁이는 못이라는 의미의, 지름이 1 ㎞인 오나미이케(大浪池).


 지난해 11월 초 미야자키현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에는 가라쿠니다케라는 산이 있는데 한자 표기가 '韓國岳'이랍니다. 정상적이라면 한국을 의미하는 '강고쿠'를 붙여 '강고쿠다케'라 불러야 하지만 이 산은 '가락국'을 의미한다며 '가라(가야)/ 쿠니(국)/ 다케(산)'로 풀이하더군요.

 '일본서기'에 따르면 4세기 한반도에서는 거듭된 전쟁 때문에 새로운 생활 무대로 일본 열도가 대두하자 가야 백제 신라 유민들이 집단 이주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당시 열도에는 통일된 국가라기보다 호족이 지배하는 소국이 산재해 언어 관습 등이 지역마다 달랐다고 합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을 '멀리서 온 사람'이라는 의미의 '도래인'(渡來人)으로 불렀답니다. '도래인'은 토목 양잠 등 당시로선 선진기술을 사용했고, 한문으로 외교 문서를 작성하는 등 일본인의 생활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고향을 떠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야자키에 정착한 '도래인'도 예외가 아니었겠지요. 보름달이 뜨면 그들은 미야자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가라쿠니다케에 올라 고향인 한반도 방향을 바라보며 수구초심의 마음을 느끼며 흐느꼈겠지요.

 실제론 가라쿠니다케에서 한국은 아예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고 싶다는 열망의 우회적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라쿠니다케는 미야자키의 서쪽 끝 가고시마와의 경계에 솟아 있습니다. 행정구역으론 미야자키현 고바야市에 똬리를 틀고 있는 셈이지요.

 서론이 너무 길었지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가라쿠니다케는 이번에 화산 폭발이 일어난 신모에다케와 함께 기리시마 연봉이라는 큰 산군에 같이 포함돼 있습니다. 두 봉우리는 걸어서 3시간쯤 걸립니다. 아주 가깝지요.

 기리시마 연봉은 이곳에서 남쪽 60㎞ 해상에 떠있는 섬 야쿠시마와 함께 '기리시마 야쿠시마'라 불리며 일본 국립공원 1호입니다. 각각 화산지형과 울울창창한 삼나무 숲이라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보유한 일본의 명승지이지요.

 곳곳에 분화구와 칼데라가 산재해 이국적 풍광을 선사하는 기리시마 산군은 이웃한 가고시마현의 사쿠라지마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 활화산 지대입니다.

 기리시마 연봉에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많습니다. 주요 봉우리로는 가라쿠니다케(1700m) 시시고다케(1428m) 신모에다케(1421m) 나카다케(1345m) 다카치호미네(1574m) 등 5개. 거리는 13.7㎞로 산행 시간은 넉넉잡아 6시30분이면 충분합니다.

 일본인들은 일본국을 세운 신들이 내려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다카치호미네를 주로 찾지만 한국인들은 가라쿠니다케를 선호합니다.

 해서, 한국인들은 기리시마 연봉 산행 때 들머리를 가라쿠니다케로 잡습니다.
 필자도 한국인인지라 가라쿠니다케의 들머리인 에비노고원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가이드는 '기리시마 네이처가이드클럽' 후루조노(64) 씨였습니다.

 고향이 이곳인 그는 가라쿠니다케만 아마도 수천 번을 올랐답니다. 눈 감고도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날은 마침 서울서 왔다는 단체 산행팀 등 한국팀도 두세 팀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기리시마 연봉은 그야말로 화산지대였습니다. 들머리 건너편의 이오야마라는 화산은 243년 전에 폭발했다가 30년 전쯤에 연기는 났지만 폭발은 하지 않았답니다. 회색빛 화산재가 넘쳐가는 둔덕이었습니다.

 기리사마 연봉 주변에는 화산 폭발의 흔적인 칼데라호가 보였습니다. 지름 1㎞가 넘는 오나미노이케(大浪池)를 비롯 후도이케, 롯칸논미이케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가라쿠니다케 정상 못 미친 지점에선 앞서 말한 5개의 봉우리가 모두 보였습니다. 이번에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는 가운데 푹 꺼진 분화구가 있었습니다. 거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신성시한다는 다카치호미네도 멀지만 선명하게 확인됐습니다.

 사단은 가라쿠니다케 정상에서 발생했습니다. 동행한 서울팀이 가라쿠니다케에서 이웃 봉우리인 시시고다케로 갈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여기까지만 보고 하산할 계획입니다. 잘 다녀오십시요."
 "비싼 돈주고 왔는데 끝까지 종주는 해야죠. 그럼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인사를 하자 옆에 있던 가이드 후루조노 씨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신모에다케는 지난해 5월 초부터 폭발 징후가 보여 입산이 금지돼 있습니다. 결국 지난해 7월 화산 폭발이 있었습니다. 에비노고원에서 출발할 때 입간판을 못 보셨습니까. 이곳에서 지금까지 산행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밖에 없습니다. 한국인들은 매너가 좋지 않아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후루조노 씨는 자신이 말을 심하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농담이다"라고 말한 후 밝은 표정을 지으며 딴청을 피웠지만 그 순간의 어색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정말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좀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입에서 '한국인의 산행 매너 문제'가 바로 나왔다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법을 어기는 모습을 봐왔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그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지난 7월 화산 폭발 당시의 신모에다케. 이 사진은 후루노조 씨의 친구가 위험을 무릅쓰고 찍었다.
  지난달 27일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

 그로부터 6개월 뒤 신모에다케는 엄청한 파괴력으로 폭발을 일으켰지요.

 만일 일본인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고 아무 정보 없이 한국인들이 산행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하산하면서 에비노고원의 들머리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입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
 더군요.

 "신모에다케는 분화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등산할 수 없습니다." 평성 22년 5월 6일이니까 지난해 즉 2010년이었습니다. 물론 영어 중국어로도 적혀 있었습니다.

 하산 후 차 안에서 후루조노 씨는 지난해 7월 신모에다케가 폭발했을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와서 그 사진을 꺼내 비교해보니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귀국한 지 석 달도 채 안 된 지금 신모에다케의 화산 폭발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래서 '화산 폭발 위험을 무시하고 용감하게 달려나간 부끄러운 한국인의 등산 매너'였습니다.

 

 


 2010 부·울·경 골프장 이색 기록

3형제가 2년 주기 홀인원
2011년 4일 앞두고 달성

하루에 홀인원 두 번
같은 홀에서 생애 네 번 홀인원

18홀서 홀인원· 이글도 기록
알바트로스도 세 번 나와

 

 KPGA 중앙경기위원이자 연산골프연습장 최재철(64) 대표는 제주CC 대표 시절 홀인원을 해보기 위해 증인이 될 만한 직원 한 명과 평소 만만하게 여기던 파3 홀에서 3시간여에 걸쳐 수백 개의 볼을 날렸다. 결과는 헛수고. 그는 "홀인원은 운이 99.9%라더니 맞구먼"이라고 쓸쓸하게 되뇌며 돌아섰다 한다. 그는 지난 1994년 통도 남코스 11번 홀(180m)에서 결국 홀인원을 했다. 40년 골프 인생에서 유일한 기록이었다. 최 대표는 "홀인원은 노려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야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신기루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늘이 점지해야 가능하다는 홀인원. 미국골프협회에 따르면 아마 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은 1대 3만 3000, 프로골퍼는 1대 3500이라고 한다. 18홀 중 파3 홀이 4개인 점을 감안하면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할 확률은 1대 8250. 이럴 경우 1년 내내 골프장을 찾으면 산술적으로 22.6년이 지나야 홀인원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홀인원과 관련, 사연도 많고 뒷얘기도 적지 않다. 평생 한 번도 못해본 골퍼가 수두룩하지만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인원을 기록해 동행한 사부들을 불편하고 당황하게 만든 행운아도 우리 주변에는 더러 있다.

지난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골프장에서 달성된 홀인원을 비롯한 이색기록을 모아봤다. 이름하여 '2010년 부·울·경 골프장 이색 기록 모음'이다.

3형제가 2년 주기 홀인원, 2011년 4일 앞두고 달성

      해운대CC 골든 2번 홀에서 2년 주기 3형제 홀인원을 기록한 후 오흥자 캐디와 맞절을 하는 김충현 씨.
       맞절 후 오흥가 캐디가 볼을 복주머니에 넣어 김충현 씨에게 전달하고 있다.

부산에서 사업하는 김충현(53) 씨는 월급쟁이 시절 업무상 클럽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20년 한결같은 '백돌이'. 평소 연습장을 전혀 찾지 않는다는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해운대CC 골든코스 2번 홀(165m)에서 평생 잊지 못할 기적 같은 일을 경험했다. 15년 된 야마하 4번 우드를 잡고 날린 볼이 그린 에이프런에 맞고 데굴데굴 굴러 홀 속으로 들어간 것. 이 홀은 해운대CC에서 홀인원이 잘 나오지 않기로 유명하다. 김 씨의 이날 스코어는 평소와 비슷한 104타.

 재밌는 점은 김 씨의 홀인원으로 3형제가 2년 주기로 홀인원의 위업을 기록했다는 사실. 큰형은 2006년 울산CC에서, 작은형은 2008년 동부산CC에서 홀인원을 기록, 지난해 설날 가족모임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2010년에는 막내가 홀인원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온 끝에 2011년을 4일 남기고 결국 가족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김 씨는 "골프장도 울산CC, 동부산CC, 해운대CC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며 2012년에는 장조카가 해운대CC보다 남쪽인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할 차례"라며 활짝 웃었다.

 여기에 김 씨는 홀인원 후 보험사 소장을 하는 친구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운전자보험을 가입하면서 친구가 김 씨에게 귀띔을 하지 않고 홀인원 보험을 들었다는 것. 이래저래 김 씨는 기억에 남는 한 해를 보냈다.

 홀인원을 하루에 두 번이나 기록하는 기적 같은 일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12일 직장인 허원구(49) 씨는 에이원CC 남코스 4번 홀(152m)과 서코스 3번 홀(153m)에서 각각 홀인원을 기록했다. 각각 캘러웨이 7번, 8번 아이언을 잡았다. 구력 7년에 평소 80대 중반을 치는 허 씨는 남코스와 동코스를 돈 후 동료와 추가 라운드를 하다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다.

 허 씨는 "두 번 모두 탑볼성으로 맞았지만 방향이 좋아 운 좋게 들어갔으며 스코어는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정산CC 별우코스 8번 홀(185m)에서 4번 아이언을 잡고 홀인원을 기록했다.

  같은 골프장, 같은 코스, 같은 홀, 같은(좌) 그린에서 홀인원을 무려 4번이나 한 골퍼도 나왔다. 이용호(가명·65) 씨는 울산CC 서코스 5번 홀(100m) 좌 그린에서 다이와 9번 아이언을 쥐고 볼을 홀컵 속에 넣어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2000년 두 번, 2007년에도 이곳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특히 2000년 7월에는 한 달 전 기록한 홀인원을 기념하기 위한 라운드에서 또다시 홀인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 울산CC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구력 23년의 이 씨는 젊은 시절 한때 80대 초반까지 쳤지만 지금은 보기플레이어 수준이라고 한다.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과 이글을 잡은 골퍼도 있었다. 합천 아델스코트CC 김수정 회원은 지난해 6월 4일 마운틴 4번 홀(123m)의 홀인원에 이어 후반 힐코스 6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 샷으로 '독수리'(이글)를 잡아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다.

        합천 아델스코트CC에서 홀인원과 이글을 함께 달성한 김수정 씨.

 참고로 부·울·경 골프장 중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골프장은 어디일까. 진주CC로 한해 평균 55~60개 정도 나온다. 한해 평균 18홀 기준 일반 골프장이 25개 안팎인 점에 비하면 배 이상이다. 인색한 곳은 해운대CC로 평균 10여 개에 불과하다. 홀인원이 가장 잘되는 홀은 동부산 힐코스 8번 홀(레귤러티 163m)로 지난해만 20개가 나왔다. 그린 한쪽이 움푹 패여 있어 근처에만 맞아도 굴러 들어갈 확률이 높다.

홀인원은 운, 알바트로스는 실력+운

 홀인원보다 어렵다는 알바트로스도 세 번이나 나왔다. 알바트로스는 파5 홀을 두 번 만에 넣었을 경우와 파4홀에서 홀인원을 했을 때를 말하는 것으로 홀인원이 전적으로 운이라면 알바트로스는 장타와 정확성에 운이 따라야 하므로 확률적으로 홀인원보다 훨씬 어렵다.

 롯데스카이힐 김해CC 이병락(52) 회원은 지난해 1월 21일 스카이 4번 홀(파5·459m)의 핀 190m 지점에서 테일러메이드 5번 우드를 잡고 메타세쿼이어 숲을 넘겨 꿈의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이 홀은 2년 전 열린 KPGA 토마토저축은행 오픈에서 백전노장 박남신이 11타를 쳐 보따리를 싼 악명 높은 홀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구력 16년에 핸디캡 3인 이 씨는 2009년 클럽챔피언전 3위를 기록했으며 2002년 용원 무학 5번 홀과 2003년 동부산 레이크 8번 홀에선 홀인원을 기록한, 실력과 운을 겸비한 아마 골퍼의 고수이다.

 가야CC 강동중(49) 회원은 지난해 7월 24일 신어코스 3번 홀(509m)에서 3번 우드로 생애 첫, 가야CC 23년 역사에서 두 번째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구력 10년에 핸디캡 6인 그는 "스위트 스폿에 잘 맞아 감이 아주 좋았지만 바로 들어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회상했다.



 울산CC 김성훈(44, 사진 오른쪽) 회원은 지난해 6월 28일 서코스 2번 홀(485m) 우 그린에서 캘러웨이 4번 아이언으로 생애 첫 알바트로스를 달성했다. 구력 12년에 핸디캡 7인 그는 "티잉그라운드에선 내리막이고, 그린까지는 오르막인데다 포대그린이어서 들어가는 것은 못 봤지만 앞 팀의 환호성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005년 통도 남코스에서도 홀인원을 기록한 운과 실력을 겸비한 주말 골퍼다.





 참고로 부·울·경 골프장 중 파4 홀 홀인원(알바트로스)이 나올 확률이 높은 곳은 통도 북코스 4번 홀(레귤러티 254m)과 용원 백로 좌 도그레그 8번 홀(레귤러티 311m). 장타자라면 한 번 노려볼만하다.

행운을 몰고 다니는 캐디

 한해 동안 내장객들에게 홀인원을 네 번이나 안겨준 캐디도 있었다. 롯데스카이힐 김해CC 박민정(29, 아래 사진) 캐디는 지난해 함께한 골퍼 중 네 명이 홀인원을 해 동료로부터 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었다. 비결을 묻자 경력 5년 차인 박 씨는 "특별한 것은 없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 소식을 입수한 한 회원이 경기과에 박 씨를 꼭 찍어 함께 라운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 보았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앞서 김해 정산CC에선 5년간 12번의 홀인원을 손님들에게 안겨준 전설의 캐디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2009년 골프장을 떠나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맛따라 길따라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연산숯불갈비'

 특정 음식이 이슈화돼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초 일본 산케이신문 구로다 서울 지국장의 비빔밥 발언이 대표적 사례. 그는 "한국인의 식생활습관 중 하나가 뭐든 비벼 먹는 것"이라며 "예쁘게 차려진 비빔밥의 광고사진을 보고 먹으러 온 외국인이 이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놀라지 않으면 좋으련만 하는 염려가 든다"고 적었다가 혼쭐이 났다.

 양두구육이란 표현은 비빔밥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표현이라 이에 대한 비난은 그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29년간 한국 특파원 생활을 통해 내로라하는 한국 전통 음식과 한국인의 식습관에 정통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보수 언론의 전유물인, 거두절미하는 맹목적 비난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한국을 먹는다'(2001) '맛있는 수다:보글보글 한일 음식 이야기'(2009) 등 한국 음식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낸 미식가이자 음식칼럼니스트이다. 차라리 한식 세계화를 한답시고 국민 혈세로 뉴욕에 한국음식점을 차린다는 방안을 내놓은 인사들을 비난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청국장이 스포츠면에 등장했다. 요즘 펄펄 나는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미국인 용병 에반 페이텍이 그 비결을 청국장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먹음직스러운 청국장. 실제로도 아주 맛있다.

 시큼시큼하면서도 고릿한 냄새로 대표되는 청국장. 소리소문없이 연산동을 넘어 연제구에서 이 집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문이 난 청국장의 명가 '연산숯불갈비'(051-866-5258)를 찾았다.

 우선 식당 이름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주인 문정애(63, 사진 아래) 씨의 답변. "저녁때는 돼지갈비와 삼겹살을 팔지만 점심땐 청국장(5000원)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고기는 팔지 않습니다."


 가게에 들어서자 천장에 메주가 볏짚에 묶여 반듯하게 매달려 있다. 메뉴판을 보니 청국장 앞에 '수제'라고 적혀 있다. 경남 거창 출신인 문 씨는 20년 전부터 콩을 고향에서 갖고 와 청국장을 직접 만든다. "매년 10월 문중 시사 때 거창을 찾아 당숙모와 친구가 농사지은 콩과 고추 그리고 짚단을 받아옵니다."

 간장 된장 청국장은 영업 후 밤늦도록 홀로 만들고 낮에는 주방에서 요리까지 한다. 볏짚으로 가지런하게 묶은 메주만 봐도 단번에 그의 솜씨를 짐작하고도 남겠다. 청국장 제조법도 전통적 방법을 고수한다. "삶은 콩을 짚단을 깐 대소쿠리에 넣고 따뜻한 방에서 이불을 덮어 콩이 검은색이 비칠 정도까지 띄우지요. 4~5일 걸리죠. 이후 소금을 적당히 넣고선 포대에 넣어 밟지요. 시골에선 절구로 찧지만."

 문 씨의 청국장은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아 우선 저항감이 없다. "이불 속에서 발효된 후 콩에서 진이 날 때 나무주걱으로 저어주며 김을 빼기 때문이지요"
 
한 숟가락만 떠먹어봐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담백하고 깔끔하기 때문이다. 중독성도 있어 보인다. 풋배추나물이나 생미역무침, 물김치, 호박나물 등 밑반찬도 한결같이 입에 맞다. 손맛이 있긴 있나 보다. 해물된장뚝배기(5000원)도 맛있다. 오리 요리도 한다. 대신 생오리만 쓰기 때문에 전날 주문해야 한다.

  국장 못지않게 해물된장뚝배기(오른쪽)도 인기다. 


 연제구 연산8동 연천초등 입구, 또는 부산은행 연천지점과 동래농협 연천지점 맞은편에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산동역에 내려 86, 87번 버스를 타고 경상대 후문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점심시간 땐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줄을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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