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금정산(金井山긿801m)은 부산시민의 버팀목이자 영원한 휴식처다.
외군이 침입할 땐 금정산성의 토대가 되어 주었고 평화로울 땐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다.
괴로울 때나 화가 치밀 때 오르면 평상심을 찾도록 도와주며 외로움에 허덕이는 도시인들에겐 늘 벗이 되어 준다. 자녀와 함께 찾으면 희망과 동심을 안겨다 주고 종교인들에겐 수양 공간으로 넉넉한 터를 제공한다. 혼탁하고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도심의 허파 역할도 물론 금정산의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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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랬던가. 금정산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이른 새벽부터 해질 무렵까지 사방팔방에서 지능선을 타고 사연많은 시민들이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이쯤되면 금정산은 부산시민들에게 단순한 하나의 산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존재로 다가온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계곡산행도 가능하다.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이 산꾼들을 유혹한다. 차고 앉은 터가 남쪽 끝이라 눈덮인 설경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
 집채만한 기암괴석의 위용과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장쾌한 조망은 기본이다. 여기에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이 용이한 것은 금상첨화. 이와 관련 전국의 모든 산을 통틀어 금정산처럼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거의 없다는 것이 부산 산악인들의 귀띔.
 이번 주 국제신문 산행팀은 부산의 진산이자 명산인 금정산을 다시 찾았다. 양산 다방동에서 고당봉과 백양산을 거치는 대종주를 하기 위해서다.
 들머리는 양산 다방동 대정1차그린파크 1동 앞. 시멘트 포장로를 따라 오르면 곧 산길이 열린다.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산길은 잘 정비돼 있어 그다지 어려움은 없다.
 임도를 가로지르면 왼쪽에 첫 전망대. 정면에 양산시가지가 시야에 들어오고 그 뒤로 천마산 영축산이, 물금읍내 뒤쪽엔 오봉산 토곡산 어곡산이, 양산시가지 우측엔 천성산 운봉산 망운산 백운산 철마산이 도열해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서 본격 암봉이 시작된다. 밧줄 걸린 바위를 넘으면서 탁트인 시원한 조망도 감상하자.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산길을 재촉하다보면 능선상에 제법 넓은 광장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가면 금륜사 은동굴 방향.
 계속 직진한다. 오른쪽엔 양산내륙컨처리장과 물금 들녘이 펼쳐져 있고 낙동강과 양산천이 합류하는 모습도 보인다. 김해와 양산을 이어주는 다리와 신어산 백두산 돛대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 철탑 뒤에 비로소 고당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장군봉(734.5m)은 삼각점이 있는 726.7m을 지나야 고당봉 원효봉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장군봉을 지나면 억새평원. 이 구간은 금정산의 산세와 달리 양탄자처럼 흙길이 이어진다. 불과 한달전의 화려했던 금빛물결은 오간데 없고 그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억새평원이 끝날 때쯤 길은 갈라진다. 왼쪽으로 가면 계명봉 방향이니 우측 안부쪽 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낙동정맥 구간. 좁은 산길을 따라가면 왼쪽에 옹달샘과 가산리마애여래입상 팻말이 잇따라 나온다. 마애불 혹은 미륵불로 불리는 입상은 산길 우측 기암괴석 위에서 발아래 낭떠러지로 내려다보면 멀리 보인다. 호포지하철기지창에서 올라오는 계곡길도 선명하게 보인다.
 고당봉은 북벽 암벽을 타고 오른다. 가파르지만 밧줄을 잡고 5, 6분이면 오른다. 정상에 서면 왼쪽 계명봉과 오른쪽에 남산봉이, 남쪽으로 북문 원효봉 의상봉이 내려다 보인다. 너럭바위가 여럿 있어 쉼터로 일품이지만 날파리가 너무 많이 잠시도 지체하기 힘들다.
 고모당을 지나 10분이면 북문에 닿는다. 갑자기 시끌벅적, 유원지에 온 느낌이다. 산꾼들은 금정산은 양산 다방동에서 고당봉까지 구간이 산으로의 역할을 할 뿐 북문에서부터 동문 남문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은 산행지로의 기능은 이미 상실했다고 흔히 말한다.
 지금부터는 일사천리로 내달린다. 흙산인 원효봉과 돌산인 의상봉, 제4망루까지. 원효봉에선 동쪽의 대운산 철마산 달음산 아홉산 등 동쪽의 봉우리들과 남쪽의 금련산 황령산 봉래산 등을 확인해보자. 제4망루에선 방금까지 달려왔던 봉우리가 한 눈에 모두 들어온다. 최북단에서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고당봉 부부바위 금샘,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까지. 주능선길 우측에는 장군봉 억새평원과 달리 아직 억새가 볼만하다.
 무명안부를 지나 왼쪽엔 부채바위 팻말이 나온다. 성벽을 넘어 우측 능선을 타고 오르면 동자바위 부채바위 제3망루 나비암을 볼 수 있다. 다시 주능선으로 나오면 우측엔 산성마을과 그 뒤로 파류봉 상계봉이 보인다.
 동문까지는 20분 정도. 동문 장승백이를 지나면 산성고개와 만나고, 여기서 쉬엄쉬엄 40분 정도 산길로 오르면 제2망루. 이곳에서 다시 40분 정도 걸으면 금정산과 백양산의 사실상 경계인 만덕고개. 다시 건너편 산길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백양산 줄기. 이후 자연학습장~만남의 쉼터~불태령~백양산~애진봉~삼각산~각산을 거치면 주례 보훈병원쪽으로 하산할 수 있다. 금정산~백양산 종주는 12~13시간 정도 걸리므로 해가 짧은 요즘은 두 번에 걸쳐 나눠야 가능하다. /  글 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근교산 & 그너머 <361> 부산 백양산
 
  백양산 정상을 넘어 금정산으로 향하는 능선길 좌우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내고장 부산의 도심은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사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을 한 눈에 조망해본 사람들은 예상 외로 적다. 가까운 도심의 산에 오르면 되는 데도 그런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산에 오르면 부산의 도심을 가장 잘 볼 수 있을까. 산꾼들은 다양한 이유를 대며 백양산 황령산 금정산 승학산 등을 내세우지만 대체로 백양산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도상으로 백양산은 부산진구와 북구, 사상구의 경계를 이루는 부산의 심장부.

혹자들은 북쪽 끄트머리인 금정구 일부와 엄광산에 가려 중·서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백양산이 차고 앉은 터를 고려한다면 이를 벌충하고도 남는다. 낙동정맥의 한 구간인 백양산은 북으로 금정산과 이어져 있고, 남으로는 실낱같은 능선이 주례에서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으로 맥을 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한 걸음에 모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산행팀은 부산서 조망이 뛰어나다는 백양산을 찾았다. 그동안 산꾼들에게 백양산은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등한시 돼왔다. 그러나 부산진구 북구 사상구 어느 곳에서라도 쉽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코스도 다양해 한나절만 투자한다면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백양산 줄기를 지나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단 한 번만이라도 밟아 본 사람이라면 그리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멋진 산길을 감상할 수 있어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코스는 부산진구 당감동 선암사~임도~애진봉~백양산 정상~불태령(낙타봉)~만남의 숲~안부~금정봉(金頂峰) 갈림길~자연학습쉼터~만덕고개~샘터~케이블카 타는 곳~금강공원 순.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도심의 산이라 군데군데 하산길이 많아 힘에 부치면 언제 어디서건 하산해도 상관없다.

들머리인 선암사는 신라 문무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창건 당시엔 낙동강이 보여 견강사(見江寺)로 불렸지만 경내에 화랑들이 수도를 했던 바위인 신선암이 널리 알려지면서 선암사(仙庵寺)로 명명됐다 한다. 대웅전 왼쪽으로 범종각을 지나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공양간과 찻집인 휴휴정이 나온다. 다시 오른쪽으로 가면 솔밭길. 정면에 ‘산불조심’ 팻말이 보이면 본격 산길로 올라선다.

20여분 오르면 첫번째 임도. 길 양쪽에 산불진화용 파란색 저수조가 서있다. 정면 가파른 돌길로 오른다. 이때부터 좌우로 부산시내 전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10여분 뒤 또 다른 임도가 나오면 역시 길을 가로 질러 오른다. 오른쪽 1시 방향에 돌탑 위 백양산 정상석이 조그맣게 보인다.

7, 8분 뒤에 애진봉(愛鎭峰)에 닿는다. 부산진구청이 지난 98년 세운 향토 사랑비가 세워져 있다. 바로 옆에 헬기장도 있고 벤치와 꽃을 심어 놓아 소풍장소로 많이 애용된다. 왼쪽으로 가면 삼각봉을 지나 주례 방향.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애진봉에서 백양산(白楊山) 정상까지는 10여분. 장쾌한 조망에 일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 이토록 보석같은 장소를 왜 몰랐지 하는 아쉬움과 뒤늦게나마 알게 된 고마움이 교차된다.

왼쪽엔 낙동강 물줄기와 황금빛 김해평야가, 오른쪽엔 서면시가지와 북항 등 부산전경이 한 눈에 잡힌다. 오른쪽 발밑엔 성지곡수원지와 하얀 사직주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시선이 자꾸 도심보다 낙동강과 김해평야 쪽으로 쏠리는 것은 기자만의 편견일까.

부산 도심과 주변의 산들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북쪽 금정산 고당봉을 정점으로 왼쪽에 평평한 봉우리인 신불산과 영축산이 겹쳐져 보이고 그 왼쪽으로 토곡산과 오봉산이, 낙동강 건너엔 신어산 무척산이 눈 앞에 다가온다.
 

서쪽으론 김해 용지봉과 불모산 팔판산 보배산 봉화산이, 북동쪽으론 천성산 계명봉 대운산 철마산 함박산 달음산 일광산이, 정동에 장산이 보인다. 우측 도심쪽으로 황령산과 금련산이, 남쪽으론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 그리고 영도의 봉래산이 자리잡고 있다.

하산은 본격 능선길. 조망이 워낙 좋아 곳곳에 땀을 식히며 상념에 잠긴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길 양편에 억새가 눈에 띄지만 공익요원들이 산불방지를 위해 억새를 베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다시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돌탑이 서있다. 일명 낙타봉. 초읍에서 구포로 넘어가는 곳으로 이곳 사람들은 불태령(佛態領·611m)이라 부른다. 구만덕 뒤 저 멀리 상계봉이 보인다.

하산길은 아주 가파르다. 20여분 뒤면 만남의 숲(광장). 직진하면 만덕고개 혹은 남문방향이고 왼쪽은 만덕, 오른쪽은 어린이대공원과 당감동 방향임을 알려주고 있다. 가족산행이라면 여기서 대공원쪽으로 내려가도 무난하다.

만덕고개 쪽으로 향한다. 20분 뒤 금정산 주능선을 오르기 위한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은 금정봉 방향. 자연학습쉼터 또는 구민의 숲을 지나면 무선기지국과 철탑이 있는 전망대. 백양산에서 안보이던 동래 금정지역이 훤히 보인다. 5분 후엔 만덕고개.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금정산과 백양산의 줄기가 끊어져 있다.

오른쪽 대각선 방향 산길로 오르면 금정산 남문 방향. 주의할 것 한 가지. 20분 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 갈림길에서 반드시 오른쪽 쓰러진 나무쪽으로 길을 택한다. 이후 오르막 산길. 왼쪽 한 편에 샘터가 있다. 다시 억새가 양옆에 펼쳐져 있는 산길을 올라 20분 정도 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 가족과 함께라면 케이블카로 내려가도 좋고, 걸어서 가려면 케이블카 타는 곳을 정점으로 오른쪽 길로 하산한다. 40분 뒤 금강공원 입구가 나온다.

## 떠나기 전에

백양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조선시대에는 선암산으로 불렸다. 남쪽은 당감동 뒷산의 천년고찰 선암사에 의해 선암산으로 불렸고, 그 반대편 서쪽에서는 모라 운수사의 이름을 본따 운수산(雲水山)으로 명명됐다. 조선시대 좌수영지(左水營誌) ‘병고조’(兵庫條)에는 운수산을 봉산(封山)으로 정해 놓고 수군의 병선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나무를 반출하였다. 그 만큼 당시 백양산은 울창했다 한다.

지금의 백양산은 초읍쪽에 신라시대 백양사란 사찰에 의해 불려진 이름이 지금까지 남게 됐다.

백양산은 구포의 주산인 주지봉(蛛蜘峰)과 이어진다. 산 정상에 마치 거미가 웅크린 모습의 암봉이 연이어 솟아 있어 낙타봉으로도 불리며 이 길은 백양산에서는 가장 옹골찬 산길로 시랑골과 음정골이 흘러 내린다. 시랑골 골짜기에는 차디찬 금샘터가 있어 찾는 이가 많이 있다.

초읍의 성지곡 수원지에는 어린이 대공원이 있으며 이는 1909년에 축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도 수원지이다. 주변에는 일제시대때부터 조림한 편백나무가 장관으로 삼림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백양산에서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인 철학로와 만덕고개를 지나 케이블카 종점까지 올라서는 산길을 이 가을에 찾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다양한 산행 들머리 장점

부산의 심장부에 위치한 백양산은 부산진·북·사상·동래구 등지에서 올라가는 길이 많아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을 산행 들머리로 잡으면 된다.

우선 북구 구포 삼경장미아파트와 덕천동 영천초등학교, 만덕주공아파트에서 불태령으로 올라 백양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사상구에선 모라 운수사에서 애진봉~백양산 정상으로, 모라 용문사에서 삼각봉~애진봉~백양산 정상으로, 지하철 2호선 구남역 근처의 용운암에선 510m봉을 거쳐 백양산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

또 신라대와 보훈병원에선 갓봉~삼각봉~애진봉을 거쳐 백양산으로 오를 수 있다.

부산진구에선 어린이대공원~사명대사 동상~삼림욕장~만남의 숲으로, 초읍 시립도서관 뒷길에선 대진아파트~금정봉~만남의 광장 순으로, 금용산~금용암~금정봉~만남의 숲으로도 등산이 가능하다. 사직동 한신아파트 뒷길로도 오를 수 있다.

역으로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금정산에 오른 뒤 백양산으로 향할 수 있고, 고당봉 쪽에서 백양산 방향으로 종주산행도 좋은 방법. 가족과 함께라면 짧은 코스를, 산꾼들과 같이 오를 경우엔 능선을 따라 종주산행을 권하고 싶다.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0.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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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58> 승학산 억새 능선
 
  승학산 억새평원은 부산시민의 자랑이다. 정상을 앞두고 평원의 억새꽃이 산들바람에 휘날린다.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단풍과 함께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의 화려한 장관의 물결을 원없이 볼 수 있는 부산의 산은 없을까.

그럼 두 말 말고 승학산(乘鶴山)으로 떠나보자.

사실 억새라면 해운대 장산이나 백양산 등지에서도 못보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나 장쾌한 조망면에서 승학산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상 인근 사면의 화려하면서도 광활하게 불꽃을 태우는 억새밭이 주메뉴라면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도심의 풍경과 영남의 젖줄인 칠백리 낙동강물의 도도한 흐름은 전채요리나 후식에 비견될 만하다.



사하구 당리동과 사상구 엄궁동에 걸쳐있는 승학산은 해발 496m로 그리 높지 않아 가족등반 코스로 제격이다. 인근 주민들에겐 기껏해야 ‘마을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 봉우리와 이어지는 능선 산행을 하다보면 전혀 새로운 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번 산행은 지하철 1호선 괴정역~괴정성당 옆 동산빌라 입구~한샘약수터~헬기장~부산기상레이더관측소(시약산)~시약정~부산항공무선표지소(구덕산)~산불감시초소~잇단 헬기장~승학산 정상~동아대 하단캠퍼스 순으로 이어진다. 3시간 정도 걸린다. 주말 모처럼 늦잠을 잔 뒤 ‘아점’을 먹고 여유있게 가을억새를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코스다.

지하철 괴정역 1번 출구로 나와 곧바로 보이는 나산부인과를 끼고 오른쪽길을 택한다. 150m쯤 걸으면 한우아파트. 여기서 왼쪽 괴정성당으로 가는 일방통행길로 가다보면 정면에 동산빌라가 보인다. 길을 건너 왼쪽으로 가면 ‘어린이보호’ 파란색 표지판이 보이고 그 옆으로 난 계단으로 오른다. 괴정성당이 담너머 보이고 이내 임도와 만난다. 오른쪽 철문옆으로 난 산길로 오른다. 태풍 매미 탓인지 나뭇잎이 이미 바래 올해는 제대로 된 단풍을 보기 힘들 것 같다.

평일 오전인데도 마을 뒷산이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부분 아줌마들이다.


목장승이 서있는 한샘돌탑을 지나면 곧 한샘약수터. 목을 축인 뒤 계속 오르면 첫 헬기장. 쑥부쟁이와 억새가 가을이 이미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곳에서 앞으로 우리가 오를 세 개의 봉우리가 차례대로 보인다. 정면 오른쪽부터 시약산 정상인 기상레이더관측소, 구덕산 정상인 항공무선표지소, 저멀리 왼쪽 봉우리가 승학산이다. 송도 앞바다와 영도다리 오륙도 등 부산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대티고개~천마산~봉화산~아미산~몰운대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호젓한 송림길을 지나 산불진화용 저수조쪽으로 직진해 35분 쯤 가면 또 다른 헬기장. 승학산 오른쪽 뒤로 보배산과 불모산 화산 장유봉이 보이고, 김해시가지와 그 뒤로 신어산 토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 및 근교를 이처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헬기장을 지나면 곧 시약산 정상인 기상레이더관측소.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다. 이 곳을 지나면 오른쪽에 정자인 시약정이 바위 위에 서있다. 태풍 매미 때문에 지붕이 약간 날아갔지만 신기하리만큼 멀쩡하다. 정자 옆 절벽 바위 위에 서면 왼쪽에 백양산, 그 뒤로 금정산 상계봉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엄광산 황령산 장산 철마산이 차례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발밑에는 꽃마을과 내원정사가 누워있다.
 


시약정에서 나와 구덕산 정상인 항공무선표지소를 거쳐 승학산 정상으로 가는 안부까지는 시멘트길. 하지만 정면에 낙동강과 가을색 짙은 김해평야가 보여 지루하지 않다.

서대신동 꽃마을에서 승학산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이 곳에서 만난다. 여기서 승학산 정상까지는 2.35㎞. 숲길로 들어선다. 헬기장을 지나 무명봉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안부. 산불초소가 있고 승학산 억새보호안내 팻말이 서있다. 이 때부터 억새밭이 본격 펼쳐진다는 의미다. 정상까지 1.45㎞. 억새군락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며 물결치는 아름다운 장관은 가던 걸음을 수차례나 멈추게 만든다. 하얗게 핀 억새를 만져보니 솜털처럼 부드럽다.

억새밭 옆에 그늘을 드리운 소나무 밑은 어김없이 등산객들의 차지. 이곳저곳 한 두군데가 아니다.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치기가 안타까웠던지 빙 둘러앉아 점심이나 간식을 들며 웃음꽃을 피운다. 화왕산이나 재약산 사자평에 비해 방대하지는 않지만 이 가을, 억새산행지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낙동강과 김해평야가 점점 다가온다. 온통 가을색이다.

마침내 정상. ‘학이 하늘에서 우니 온 세상에 다 퍼진다’라고 새겨진 비석과 돌탑 정상석이 차례로 서있다. 가덕도 연대봉과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가지산, 백양산, 금정산 고당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쾌한 조망이다. 하산은 서쪽인 동아대 하단캠퍼스쪽으로 내려선다. 가파르지만 40~50분 정도면 캠퍼스 입구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가을철 부산 사람들이 억새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반드시 회자되는 산이 승학산이다.

승학산은 고려말 무학대사가 산천을 두루 살피며 전국을 유랑할 때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하여 승학산으로 불렀다 한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승학산 자락에는 삼한시대 이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많다. 괴정동의 패총, 각종 무문토기, 고분 그리고 대티고개에서 당리동 뒷산으로 이어지는 석성은 목마성으로, 군마를 양성했던 장소의 흔적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산행 들머리의 지하철 1호선 괴정역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316호인 괴정동의 회화나무가 있다. 괴목(槐木)이라고도 불리는 이 회화나무는 지금의 괴정동명과 무관하지 않다.



승학산은 사방팔방으로 산길이 뚫려 있다. 이에 비례하여 그 산길로 오가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다. 특히 지금은 억새의 은빛 물결로 치장을 해 온 산이 화려한 장관을 이뤄 뭇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억새뿐만 아니라 승학산은 쑥부쟁이 여뀌 이질풀 등 온갖 야생화가 계절을 바꿔가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이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산행기점 어디서나 선택 장점

도심에 위치한 승학산은 무엇보다 산행 기점을 어디서나 쉽게 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하구에선 동아대 하단캠퍼스나, 하단오거리의 사파이어호텔 뒤, 엄궁 등지에서 올라 승학산 정상~억새평원으로 갈 수 있고 서구에선 서대신동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에서 올라 시약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 정상을 거쳐 동아대 하단캠퍼스로 하산이 가능하다.



중구에선 대청공원에서 출발 구봉산~엄광산(고원견산)~꽃마을~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갈 수 있고 동구에선 안창마을, 부산진구에선 통일교 범내골성지에서 올라 수정산~엄광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이른바 종주 산행을 할 수 있다. 조금 더 멀리 산행을 하고 싶으면 부산진구 가야1동 현대아파트 건너편으로 올라 가야봉에서 출발해 하단까지 산행을 할 수 있다. 사상구 학장동에서 출발하면 본격 억새평원이 시작되는 산불초소와 만난다.



산행코스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 혹은 그날의 개인 몸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택할 수 있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0.09 18:57 / 수정: 2008.03.13 오후 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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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4> 부산 강서 봉화산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리는 산꾼들도 사석에서 가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모처럼 늦잠을 잔 일요일 오전에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고즈넉한 부산의 숨은 산이 어디 없을까 하고.

금정산 등 주말이면 사람들이 대거 몰리지 않고 주변 조망이 탁트인데다 산세 마저 험하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오를 수 있으며 더욱 좋은 그런 산 말이다.

지도를 펴놓고 부산의 봉우리들을 훑은 결과 부산의 서쪽 끄트머리인 강서쪽에 눈길이 간다. 국토의 서쪽 혹은 서북쪽에서 달려온 봉우리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멈춰버린 낙남정맥의 응혈처.

이곳 중심부엔 봉수대가 정상에 서있는 봉화산(烽火山)이 있다. 북으로는 천마산으로 이어지고 동으로 의성봉, 서로는 보개(보배)산 산세가 휘돌아 솟아있다. 바다 건너엔 가덕도 연대봉과 응봉.

도심의 산이라 체력단련장이 곳곳에 있지만 일부 구간은 사람이 다니지 않았는지 짙은 숲에 가려 좀처럼 하늘을 드러내 놓지 않기도 하는 매력적인 산이다. 전체적으로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은 강서구 송정동 성고개~나주 임씨 묘~구치봉~철탑~봉오지고개~헬기장~봉화산~녹산고개~생활고개~의성봉~성산동. 대략 3시간~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는 진해와 인접한 성고개. 아기자기한 건물인 레스토랑 ‘산에 언덕에’를 100m쯤 지나면 전봇대가 보이고 산쪽으로는 ‘푸르게 울창하게…’로 시작되는 팻말이 눈에 띈다. 길 건너편엔 금단곶보 성지비가 서 있다. 왜선이 자주 침범해 조선 성종때 남해의 미조항과 함께 돌성을 쌓은 곳이다.

 

촘촘히 난 작은 계단으로 올라선다. 오른쪽은 배수로. 산길은 비교적 넓지만 오르막이다. 10여분쯤 뒤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100m쯤 후엔 갈림길. 왼쪽길로 계속 오르면 8~9기의 무덤군이 나온다.

과거 산불이 났는지 산허리에는 나무가 듬성듬성한 반면 이름모를 풀들이 대지를 적시는 빗속에 고개를 활짝 제치고 아우성이다. 이중 주황색의 나리꽃이 군계일학. 비가 와서 그런지 산행도중 무당개구리와 갈색 두꺼비도 눈에 띈다.

거대 바위에 둘러싸인 나주 임씨 묘를 지나면 산 아래와는 달리 소나무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또다시 갈림길. 왼쪽 큰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구치봉의 바윗길을 지나면 심한 내리막길, 곧이어 또 다른 바윗길. 이 바윗길을 내려서면 넝쿨 잡풀 나무 등이 길과 조망을 아예 가리며 용심을 부리고 있다. 어렵사리 헤치고 나오면 눈앞엔 대형 철탑. 철탑을 지나 다시 7, 8분 정도 바짝 걸으면 전망대. 무심한 운무여, 어찌 5m 앞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5분 정도 뒤 갈림길. 이번에는 전방이 확 틔어있다. 왼쪽길을 택해 150m 걸으면 시민체육공원. 그 앞엔 봉화산 안내도가 이번 산행길을 개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봉오지고개다. 국립지리원의 5만분의 1 지형도엔 봉화고개로 표기돼 있다.

 

다시 오르막길 나무계단도 만들어 놨다. 꼬불꼬불 산길을 쉼없이 걸으면 헬기장. 안개에 가려 선명하진 않지만 봉화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이 봉화산 정상(316m). 정상석엔 봉화산의 옛 이름이 성화예산(省火禮山)이라 적혀있다. 277.8m로 표기된 수치는 이웃 봉우리인 천마산의 고도로, 오기인 듯하다.

봉화산 봉수대의 설립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조선 세종때 전국의 국경지대에 봉수대를 설치할 당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고종 광무원년인 1897년 봉수제가 폐지됨에 따라 불이 꺼졌다 지난 91년 복원됐다. 가덕도 연대봉 정상의 천성봉수대로부터 소식을 받아 북쪽의 김해 분산성 봉수대로 연락하고, 동으로는 다대포의 응봉봉수대와 천마산의 석성봉수대와 교신했다.

하산은 봉화대를 끼고 오른쪽길로 내려선다.산길 중간에 잇단 벤치를 지나면 급한 내리막길.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잡풀에 가려 안보이니 유의하자. 이후엔 당분간 오르막길. 녹산고개를 지나 전망대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15분쯤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하면 모처럼 주변이 확 트인 곳이 나온다. 네갈래길의 생활고개다. 직진한다. 7, 8분쯤 후면 또 다른 체육공원. 기구가 가장 많고 넓지만 다 떨어진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

전신주 앞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오르막길로 직진한다. 100m쯤 후 다시 평지. 두 갈래 길이 기다린다. 오른쪽길로 100m 오르면 난시청 해소를 위한 TV중계탑. 왼쪽길로 내려선다. 오른쪽엔 사유지인지 철조망이 설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0분 후면 소불등고개. 네갈래 길이다. 오른쪽 성산 방면으로 내려선다. 두 군데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지만 무시한 채 계속 전진한다. 왼쪽엔 승학산 기슭의 엄궁쪽 아파트가 보인다. 산불초소를 지나면 얼핏 남의 집 마당같지만 개의치 말고 지나치자. 골목을 나오면 은행나무와 전봇대가 나란히 서있다. 소불등고개에서 대략 10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교통편'

지하철 1호선 하단역에서 5번 출구로 나와 58번 용원행 시내버스를 타고 성고개에서 내린다. 하산 후에는 성산에서 녹산삼거리로 나와 하단방향으로 간다. 장룡수산본점 민물장어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능엄사 입구(노적봉). 이곳에서 하단 방향으로 가는 58번 시내버스나 6, 7, 12, 16번 마을버스를 타고 하단지하철역에서 내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낙동강하구둑을 지나 계속 직진하면 녹산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녹산 진해 방향 2번 국도로 좌회전하면 성고개가 나온다. 날머리인 성산에서 들머리인 성고개까지는 58번 시내버스를 타면 3, 4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전에'

정상 언저리에 군사 통신시설인 봉화대를 두고 있는 봉화산은 강서팔경에 속한다. 성화례향 봉화산(省化禮鄕 烽火山)으로 불을 보살피듯 예를 숭상하는 고을에 솟은 봉화불 타는 산봉이란 뜻이다. 들머리인 성고개는 금단곶보의 성이 있었다하여 성고개로 불린다.

봉화산을 모산으로 여기는 녹산은 그 지명에 두가지 설이 있다. 처음에는 녹산(鹿山)이었는데 녹산(菉山)으로 고쳤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설에 봉화산의 동쪽은 굶주린 사슴이 들판을 달리는 모양인 기록주야형의 명당이기 때문에 녹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또 녹산(菉山)이라는 지명은 녹두처럼 작은섬인 녹도(菉島)에서 유례되었다고도 한다. 녹도가 여지도서의 김해부지도상에 표시되어 있고 조선왕조실록 순조 11년의 염전 관계기사에서도 명록양도라고 하여 녹도라는 지명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봉화산은 손쉽게 떠날 수 있는 산이다. 배낭에 수통, 약간의 간식만을 챙겨 떠나보자. 낙동강의 모래톱과 바다가 반겨줄 것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6.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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