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수요일의 빨간 장미'가 아니라 '수요일의 징크스'였습니다.
 하긴 징크스가 커긴 큰 모양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성향이 천차만별이라지만 거인 롯데도 예외가 아닌가 봅니다.

롯데를 사랑하는, '가을야구'를 바라는 부산 갈매기들로서는 이러한 징크스를 깨고 숨고르기를 한 다음 하루빨리 제 궤도에 오르기를 바랄 뿐일 겁니다.
다행히 이대호의 17경기 연속 안타의 기록은 이어 갔습니다.

국제신문 4일자 스포츠면에 실린 '연승 '11'서 멈춘 롯데 "질 수도 있지" 기사를 작성한 야구 담당인 신수건 기자의 양해 하에 싣습니다. 최근까지 야구 담당을 하던 김희국 기사는 이번 주 휴가를 갖고 다음주부터는 사회1부로 자리를 옮깁니다.
신수건 기자는 전에도 야구를 담당한 적이 있는 베테랑 기자입니다. 흥미롭게도 신 기자는 롯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메일 ID조차도 giant@kookje.co.kr 입니다.    
   


 
야구는 대표적인 데이터 스포츠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만으로 해석할 수 없고 징크스가 묘하게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올시즌 '부산발 태풍'을 주도하고 있는 롯데는 요일별 성적에서 유독 수요일에 약한 면모를 보였다. 3일 경기전까지 55승46패로 승이 9개가 더 많지만 수요일 성적은 4승9패로 절대 약세를 보였다. 무섭게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롯데도 '수요일 징크스'는 피해가지 못했다.

롯데는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상대팀 에이스 봉중근의 구위에 눌려 2-3으로 아깝게 패했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 7월 27일 사직 한화전부터 이어오던 연승행진을 11에서 끝냈다.

양팀 선발로 나온 롯데 송승준과 LG 봉중근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어린시절 태평양을 건너 미국무대에 도전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유턴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국내무대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고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다.

'베이징 영웅'들은 예상대로 중반까지 팽팽한 투수전을 전개했다.

롯데 송승준은 최고 구속 147㎞의 빠른볼과 체인지업 등을 앞세워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5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잘 막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팽팽한 균형이 깨진 것은 롯데 송승준이 마운드를 내려간 7회초.

롯데는 잘 던지던 송승준을 내리고 '향운장' 최향남을 올리며 연승을 이어가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LG 선두타자 김상현에게 우월 2루타를 내준 뒤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권용관의 보내기 번트를 잡은 최향남이 3루로 던졌으나 조금 늦어 세이프됐고 주루 방해까지 겹쳐 선취점을 내줬다. 롯데는 이어 박경수의 좌중간 안타로 맞은 무사 1, 3루에서 이대형의 스퀴즈 번트와 박용택의 좌중간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3점을 내주고 말았다.

봉중근에게 눌리던 롯데는 7회 2사 3루에서 루키 전준우가 좌중월 2루타로 1점을 뽑았다. 지난 8월 2군 올스타전에서 만루홈런을 치며 MVP를 수상했던 전준우가 1군 무대 첫타석에서 인상적인 타구를 날린 것이 이날 경기의 소득이었다.

롯데는 8회 LG 두 번째 투수 이재영으로부터 이인구와 조성환의 연속 볼넷에 이은 이대호의 중전 적시타로 1점차까지 따라갔지만 조성환이 3루까지 뛰다 횡사하는 바람에 더 이상 추격에 실패했다.

LG 선발 봉중근은 7회 2사까지 5안타 3사사구 1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9승째를 올렸다.

롯데 이대호는 8회 안타를 추가해 17게임 연속안타기록을 이어갔고 롯데의 멕시코 용병 코르테스는 9회 등판해 1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인천 경기에서는 SK가 히어로즈에 8-0으로 완승을 거두며 김성근 감독이 대망의 1000승을 달성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본 베이징올림픽 한국야구
"금메달 예고된 세계 최강 누구와 붙어도 이기는 팀"
-투타 능력있는 선수 고루 포진…김경문 감독 절묘한 작전 주효
-제자 이대호·강민호·송승준 좋은 활약에 아주 기분좋아

 
 
"한국 야구는 세계 최강 수준이다.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야구에 대해 극찬을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올림픽 이전부터 한국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로이스터 감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야구인은 많지 않았다. '립서비스' 정도로만 여겼다.

야구 본고장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와 감독을 거친 로이스터 감독의 눈은 세계 야구 수준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정확했고 올림픽을 통해 확인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이스터 감독은 26일 국제신문과의 공식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금메달 획득 비결과 한국 야구 수준을 솔직히 털어놨다. 로이스터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 배경에 대해 "한국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금메달을 따는 데 필요한 좋은 투수와 발빠른 타자, 파워 히터, 정확한 타자 등이 골고루 포진됐다. 금메달은 예고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모국인 미국과 아마 최강 쿠바의 전력에 대해서는 "미국과 쿠바도 잘했지만 전체적인 플레이는 한국보다 떨어졌다. 특히 미국은 한국에 비해 마운드가 처졌고 예상 밖으로 경험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우승 비결을 묻자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영을 가장 먼저 꼽았다. 로이스터 감독은 "김 감독이 대표팀 운영을 잘했는데 특히 준결승과 결승에서 왼손 에이스인 김
광현과 류현진을 투입할 수 있도록 선발 투수 로테이션을 절묘하게 짠 것이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이대호 이승엽 등 중요한 선수들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자기 몫을 해줬고 테이블세터로 나선 이용규 김현수 등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시즌 개막 전부터 한국 야구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한국이 진정한 실력을 발휘한 것 같다. 일본 쿠바를 올림픽에서 두 번씩이나 꺾어 한국 야구를 세계 무대에 알렸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초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망도 내놨다. 그는 "한국은 이제 강한 팀이고 어느 팀과 맞붙어도 항상 이길 수 있는 팀이 됐다. WBC에서 미국과 일본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보강하겠지만 단기 시리즈에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한국도 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출신이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의 송승준 이대호 강민호 등이 한국 대표로 좋은 활약을 펼쳐 아주 기분 좋았다"고 자식 같은 제자들을 칭찬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