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 17㎞ 금정산성 일주하다(하)

산성은 일부 끊겨 있어도 그 흔적은 오롯이 남아
서문~496봉~고당봉 구간 부드러운 오솔길
금샘 제2금샘 미륵바위 등 볼거리 무궁무진
계곡에 세워진 서문, 예술적 감각 가장 앞서
 
 

금샘(金井).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빛 물고기(梵魚)가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그곳이다.


제2금샘. 부산학생교육원 뒤쪽에 있으며, 주등산로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이번 주 산행의 시점은 서문. 이 문은 금정산성 4대 성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져 있다. 화명동에서 산성마을을 향해 대천천을 따라 오르면 만난다. 17.337㎞나 되는 금정산성 성곽 중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지점에 위치한 서문 바로 옆에는 세 개의 아치를 이룬 수문이 조화를 이뤄 4개의 성문 중 예술적 감각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행은 서문~부부묘~도원사 사거리~중성 갈림길~도원사~전망대~부산학생교육원(사시골)~철탑~주능선(496봉)~ 석문~제2금샘 사거리~금곡동 갈림길~미륵사 갈림길~미륵사~미륵바위 전망대~북문 갈림길~고당봉(802m)~고당샘~금샘~금정산장~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무명안부~부채바위~제3망루~나비암~동문~산성고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정도.

서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이어지는 지형은 기존 금정산의 그것보다 험준하다. 기존의 금정산 관련 책자에도 이 지역은 등산로가 없는 것으로 표기돼 있을 정도다.

파류봉서 내려와 얼음골 입구에서 서문까지의 산성길을 개척한 산행팀은 이번엔 서문에서 496봉과 만나는 석문 능선을 향해 오른다.

서문 성곽을 즈려밟고 숲으로 들어간다. 예상대로 산길이 없어 산성을 밟고 오른다. 9분 뒤 농짝만한 바위군 앞에선 좌측으로 우회, 급경사길로 오르다 다시 산성을 넘어 우측 산길로 간다.
   
부부묘를 지나 찔레꽃을 감상하다 보니 순간 산성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발밑 흙길이 산성이다. 우측 민가는 죽전마을 82번지. 이내 사거리. 왼쪽은 도원사 방향, 직진한다. 이내 사라졌던 산성 측면이 보여 능선이 휘어짐을 알 수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갈림길. 개발제한구역 표시석이 서 있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은 중성(中城)으로 제4망루와 연결된다.
   
3분 뒤 도원사. 허름한 요사채 뒤로 용왕당과 산신각이 있다. 직진하면 50m 뒤 큰 바위군이 길을 막고 있고, 그 앞 계단은 기도처 가는 곳. 산행팀은 계단을 15m쯤 못가 우측 희미한 길로 간다. 묘지 2기를 잇따라 지나 묵은 산길을 따라가며 지능선을 자연스레 넘으면 전망대에 닿는다. 왼쪽으로 낙동강이, 발밑에는 학생교육수련원과 산성이, 정면으론 철탑 좌측 암봉인 496봉이 보인다. 이 암봉에서 우측으로 소위 석문 능선이라 불리는 마루금을 따라가면 고당봉을 만난다. 또 496봉으로 이어지는 곡선형의 산성 또한 가만히 살펴보면 숲 사이로 확인된다. 산행팀이 향후 오를 경로의 큰 그림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깔끔히 정비된 200m쯤 되는 산성을 밟고 지난다. 사시골 계류가 성 아래로 흐르는 이 구간은 지리나 설악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부산학생교육원에서 가장 잘 보이는 지점의 산성은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잡풀이 웃자라 산길이 아예 없다. 하던대로 산성을 좌우로 넘나들며 상대적으로 걷기 쉬운 길을 찾아 가다 이 마저 여의치 않으면 산성을 밟고 오른다. 이따금 돌이 흔들려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재미도 있고 스릴도 있다.
   

다 허물어져 가는 산성길도 지난다.

숲에 가려 허물어진 성곽은 내버려두고 있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철탑을 지나 정면으로 암봉이 보일 무렵 성벽을 넘어서면 지난 가을 모습 그대로의 수북한 카키색 낙엽길도 걷고 잡풀을 뚫기도 한다.

마침내 주능선. 말끔한 산성에서 40분 소요. 왼쪽은 화명 금곡동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5분 뒤 등로 우측에 전망대. 서문에서 방금 올라온 등로와 저 멀리 고당봉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금정산 종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한 굽이 돌면 석문(石門) 하나가 황량하게 옛 모습 그대로 서 있다. 물리재 끝에 있어 흔히 물리재 석문이라 불린다. 향토 학자들은 이 곳을 장골봉이라 부른다.

물리재 석문(石門). 학자들은 장골봉이라 부른다.


이 석문은 건물이 없는 일종의 망대다. 지금은 석문과 함께 세웠을 건물이나 다른 시설은 오간 데 없다. 바로 옆에는 '고당봉 3.6㎞'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이때부터 산성과 함께 부드러운 오솔길이 기다린다. 금정산에 이처럼 한적하고 운치있는 산길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주변엔 송림이 울창하고 낙동강도 조망된다.

이어 성 쪽에 석문을 빼닮은 문이 하나 보인다. 암문(暗門) 또는 야문이다. 적군 몰래 아군이 드나들던 문이다.

암문(暗門) 또는 야문. 적군 몰래 아군이 드나들던 문이다.


이 문을 지나면 이내 사거리. 왼쪽은 금곡, 오른쪽 학생교육원 또는 정수암 방향이다. 잠시 교육원 가는 길 우측 소나무 사이로 가면 물이 제법 고여 있는 바위가 눈에 띈다. 제2금샘이다. 주변의 크고 작은 형상의 기암괴석들도 눈길을 끈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금곡동 갈림길을 지나 8분 뒤 또 갈림길. 이정표는 우측 미륵사 방향으로 접어들면 보인다. 절은 불과 300m 떨어져 있다. 의상 대사가 범어사를 세웠던 신라 문무왕 18년인 678년 바로 그 해에 원효 대사가 창건한 기도 도량인 천년고찰 미륵사 뒤편의 미륵바위는 웅장한 기개에 힘이 넘친다.

의상 대사가 범어사를 세웠던 신라 문무왕 18년인 678년 원효 대사가 창건한 기도 도량인 미륵사. 염화전 뒤 미륵바위는 웅장한 기개에 힘이 넘친다.

 
염화전 좌측 미륵바위 아래 위치한 독성각 한쪽에는 원효가 왜적에 맞서 신라 장군기를 꽂았다는 전설의 구멍이 바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미륵사에선 절 입구 화장실을 지나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8분쯤 오르면 다시 주능선에 닿는다. 3분 간격으로 잇단 전망대를 지나면 갈림길. 이제 고당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우측은 고당봉을 거치지 않고 북문 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눈앞에 보이는 고당봉 좌측 입석을 경유해 올라간다.

8분 뒤 고당봉 직전 갈림길. 곧바로 오르는 것은 무리라서 왼쪽으로 우회해 수 차례 험로를 거쳐 상봉을 향한다.

뾰족봉우리가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이다.


고당봉은 마지막 갈림길에서 12분 걸린다. 북으로 장군봉 천성산, 동으로 계명봉과 계명암, 남으로 원효봉 의상봉, 서쪽으로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 주변의 봉우리는 죄다 확인되는 거칠 것 없는 조망이다.

정상인 고당봉에서 본 북쪽의 장군봉.


하산은 고모당을 지나 10분이면 고당샘에 닿는다. 북문으로 가도 되지만 왼쪽으로 400m 거리에 금샘(金井)이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빛 물고기(梵魚)가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그곳이다.

2분 뒤 만나는 첫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그 이후부턴 '금샘 가는길'이란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마지막에 밧줄을 잡고 올라서면 바위 위에 제법 깊은 물이 고여 있다. 앞서 본 제2금샘과 차원이 다른 비범함 그 자체다.

고당샘에서 북문까진 10분이면 닿는다. 북문에서 왼쪽은 범어사, 오른쪽은 옛 천주교 목장. 산행팀은 동문(4㎞) 방향으로 직진한다.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인 이 길은 사실 산행지로서의 기능은 이미 상실했다고 흔히 말한다.

금정산 북문. 직진하면 범어사, 우로 가면 동문 방향이다.


이제 성곽을 따라 걷는다. 북문 쪽에서 바라보는 금정산성의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15분 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선다. 원효봉(687m)이다. 최근에는 패러글라이딩의 출발점으로 애용된다. 원효봉에서 내려와 우측 너른 등산로 대신 왼쪽 성벽 능선을 택하면 제4망루에 닿기 전 뾰족한 돌산에 선다. 의상봉(641m)이다. 멀리서 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닮아 사자봉으로도 불린다. 그 옆(동쪽)으로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 뻗어있다.

원효봉 쪽에서 본 남쪽의 금정산성.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뾰족봉이 의상봉, 그 왼쪽이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다.


이어 산불초소를 지나면 제4망루. 방금 온 북쪽으로 돌아보면 의상봉 원효봉 고당봉이 한눈에 펼쳐지고 서쪽으로 중성이 이어진다. 다시 남행. 7분 뒤 너른 터에 닿는다. '현 위치번호 808'이라 적힌 팻말이 있는 무명안부로 북문에서 동문까지의 중간 지점이다. 흔히 범어사 입장료를 아끼기 위해 절 바로 아래 상마마을에서 올라오면 만나는 곳이 바로 여기다.

무명안부에서 한 굽이 돌면 부채바위 가는 길. 멀리서 보면 하나의 암장이지만 막상 다가가서 보니 두 개로 갈라져 있다. 앞쪽이 동자바위, 뒤쪽이 부채바위다. 여기서 좀 더 걸으면 제3망루가 기암절벽 위에 절묘하게 얹혀 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나오면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한 형상을 한 나비암.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한 형상을 한 나비암. 제3망루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구서동, 산행팀은 우측 너른 등산로 쪽으로 간다. '현 위치번호 809'라 적힌 팻말이 서 있다. 나비안부다. 20, 30년 전엔 할머니 파전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이곳에서 동문까진 20분 정도 걸리고, 동문에서 성곽을 따라 다시 8분 뒤면 산성고개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나비안부, 오래 전 산꾼들의 단골 야영 장소

지난해 작고한 부산대 지리교육학과 오건환 교수는 부산의 진산 금정산을 일컬어 "산정은 성채와 같고 산릉은 성곽과 같다"고 말했다. 아마도 금정산을 이처럼 명쾌하고 적확하게 표현한 문장은 없으리라.

서문을 지나 부산학생교육원이 보일 무렵의 산성은 북문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구간과 마찬가지로 산성이 말끔하게 정비돼 있다. 사시골 계류가 흐르는 이곳은 알고 보니 학생교육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숲에 가려 허물어진 성곽은 내버려두고 눈에 보이는 부분만 정비해 놓고 있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나비안부를 지나면서 이창우 산행대장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25, 26년 전의 상황을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나비안부는 인근의 무명안부와 함께 바위를 타는 산꾼들의 단골 야영 장소. 현재의 꽝꽝나무(팻말 걸려 있음) 아래에 샘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20m쯤 떨어진 지점에 호스로 연결돼 있다.

나비안부에는 또 항상 한 할머니가 파전을 부치고 있어 당시 가난한 대학생 산꾼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금정산성 성내의 총 면적은 대략 251만 2000평. 부산대학 부지의 5배쯤 된다.

# 교통편-지하철 화명역 인근에서 마을버스 1번 타야

지하철 2호선 화명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40m쯤 걸으면 백양주유소. 이 주유소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곧바로 '와석' 버스정류장이다. 여기서 마을버스 1번을 타고 서문 입구에서 내린다.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요금은 1000원.

날머리 산성고개 남문 입구 정류소에선 203번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맞은편에서 내린다. 15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국내 최장 17㎞ 금정산성 일주하다(상)
산성고개~남문~서문~고당봉~북문~동문 17㎞ 대장정
국내 최장 산성 … 그 자체가 예술작품
"뻔한 산길" 막상 일주한 등산객 드물어
파류봉 내려와 얼음골 입구~서문 개척

평평바위에 본 향후 오를 봉우리들. 왼쪽부터 망미봉 상계봉 파류봉.

금정산 제2망루

금정산 남문.

등산로는 금정산성과 나란히 내달린다.

금정산은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만큼 산사면에 기암괴석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이를 두고 흔히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부른다.

 

파류봉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파류봉 인근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류봉과 금정산 주능선. 이곳에 서면 금정산성이 한눈에 펼쳐진다. 사진 왼쪽 부산학생교육수련원 뒤 고당봉에서 우측으로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제4망루와 중성, 나비암 등이 금정산성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다.

파류봉에서 얼음골로 내려서는 하산길도 만만찮다.

금정산성 서문.

서문은 금정산성 4대문 중 유일하게 계곡에 위치해 있다.



금정산성 일주를 한번 해보신적이 있나요'.

일전에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아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금정산이 화두로 떠오르자 한 지인은 우스갯소리로 "한 30년 동안 금정산을 훑고 다니다 보니 금정산에 관한 한 내가 이창우 대장보다는 한 수 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금정산성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나 전망 좋은 곳에만 말끔하게 단장을 해놓고 인적이 드문 곳에는 아예 방치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는 주장과 그래도 지금처럼 그대로 두는 것이 한편으로 오랫동안 보존하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다.

그날 뜻밖에도 새로운 사실이 하나 나왔다. 놀랍게도 참석자 모두 금정산성을 일주한 적이 없다는 것.

그랬다. 금정산에 관해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금정산성 일주와 관련해선 누구하나 정색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왜 그런 생각을 못했었지"라는 반응이었다. 재밌는 점은 이창우 대장도 여태까지 산성 일주는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금정산 주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긴 타원형을 이루고 있는 금정산성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밟아 보지 않았다는 문제의 구간은 파류봉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얼음골 입구~서문.

이참에 산행팀은 총 길이가 17.337㎞로 국내 최장인 금정산성을 두 번에 걸쳐 나눠 돌아봤다.

부산시 사적 제215호인 금정산성은 성 자체가 예술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북문 쪽에서 원효봉 의상봉 방향으로 바라보는 비교적 평탄한 마루금에의 쭉빠진 각선미는 일품이다.

산행은 남문입구 산성고개(목장승)~전망대~평평바위~제2망루~남문~망미봉~헬기장~사거리~상학산 상계봉(640m)~제1망루터(638m)~파류봉(파리봉·615m)~임도~산성로~서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25분. 전체적으로 평이한 길이며 문제의 구간인 얼음골 입구에서 서문까지는 산행팀이 개척했다.



남문 입구 정류장인 산성고개에서 하차, 길을 건너 너른 임도 대신 그 왼쪽에 열린 산길로 오른다. 목장승을 지나 산성과 나란히 내달리는 산길을 따라 간다. 이번 산행에선 길찾기가 애매모호할 경우 산성만 따라가면 된다.

   
 4, 5분 뒤 이창우 대장은 등로 좌측에 암벽타기를 많이 하는 대륙암이 있지만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첫 전망대는 들머리서 10분 뒤. 고당봉을 위시해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등과 회동수원지 아홉산 윤산 배산 금련산 황령산 광안대교 장산 달음산 일광산 철마산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잠시 후 능선이 휘어지며 어느 한 정점에 도달한다. 대륙봉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워 신경을 써야 확인 가능하다.

이제 정면으로 맨 왼쪽부터 망미봉 상계봉 파류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곧 아주 너른 바위에 닿는다. 평평바위이다. 향후 지나갈 능선이 한눈에 확인되고 바위 우측에 '남문 1.4㎞'라 적힌 조그만 이정표가 서 있다.

평평바위를 가로질러 간다. '금정산 역사탐방로' 안내판을 지나면서 10여 분간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지다 완경사 오름길로 여유롭게 걷다 보면 어느새 제2망루. 쓰러지기 직전인지 쇠기둥을 덧대 보기가 흉칙하다.

곧 만나는 임도를 가로질러 산성을 따라 내려서면 잘룩이 고개에 위치한 남문. 신라의 축조 기법이 깃들어 있다는 소박한 모습이다.

남문에선 양갈래길. 우측은 수박샘을 거쳐 상계봉으로 가는 길, 산행팀은 이정표 상의 '파류봉 상계봉 제1망루'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름길이다. 소나무 뿌리가 다 드러난 황폐한 산길이다. 5분쯤 뒤 산길 왼쪽 바위에 밧줄이 걸려 있어 이를 잡고 오르면 전망이 아주 좋다. 곧 만나므로 직진해도 상관없다.

다시 산성을 따라 걷는다. 정면의 암봉이 망미봉이다. 이곳에 서면 고당 원효 의상봉 등 금정산의 진면모와 기장 울주 및 양산의 산들이 확인된다.   
 
왼쪽 상계봉 쪽으로 내려섰다 올라서면 헬기장. 백양산과 구덕산 엄광산이 손에 잡힌다.

다시 산성을 따라 내려선다. 이때부터 낙동강과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만큼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금정산의 재발견' 저자이자 전 국제신문 최화수 논설고문은 이를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표현했다. 산성로를 기준으로 북쪽의 금정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한 반면 상계봉을 기점으로 한 남쪽은 남성적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사거리에서 직진, 등산로와 산성길의 두 갈래 중 산성을 따라 간다. 8분 뒤 갈림길. 왼쪽 상계봉 가는 길, 직진하면 상계봉을 가지 않고 제1망루와 파류봉 가는 길이다. 상계봉은 산성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고당봉과 함께 금정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라 빼놓을 수 없었다.

갈림길에서 상계봉까지는 대략 7분. 도중 뾰족하게 솟은 기암이 만들어 놓은 형상은 절묘하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오다 '산불 조심'이라 적힌 바위를 지나 50m쯤 가면 갈림길. 파류봉 가는 왼쪽 오름길로 향한다. 상계봉에서 10분 뒤 제1망루터에 닿으면서 산성과 다시 만난다. 제1망루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붕괴된 후 아직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직진하면 세 갈래길. 가운데 길로 내려서면 모처럼 한적한 소로. 이 소로 좌측 산성 뒤로 불모 신어 동신어 백두 돛대 무척산 등 김해 쪽 연봉과 낙동강 본류 및 서낙동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장관이다.

이어지는 보석같은 산길. 장방형의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금정산성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잇단 전망대가 기다린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산성 역할을 하는 이곳 전망대는 금정산의 웬만한 곳은 거의 다 조망할 수 있다. 우측 발 아래는 공해마을.

파류봉은 전망대에서 10분 거리. 최근 조성한 전망 덱이 있고, 이 길로 내려서면 화명정수장을 거쳐 화명전철역으로 갈 수 있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꽤 험한 암릉을 통과한다. 밧줄이 있어 걱정은 없지만 분명한 건 발 아래 수십m의 낭떠러지라는 점이다. 몇 차례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통과하면 산성을 따라 난 능선길을 만난다.

처음엔 산성 높이가 제법 되고 뚜렷하지만 내려올수록 일부 지점에선 무너져 있고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30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북구와 금정구의 경계지점으로 왼쪽은 얼음골을 거쳐 화명정수장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공해마을 가는 길이다.

서문으로 가기 위해선 직진한다. 여기서부터 산성로까지의 구간이 산깨나 탄다는 금정산 산꾼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구간이다. 길 좌측 밭 옆으로 산성은 계속된다.

100m쯤 뒤 왼쪽 숲으로 들어가 산성을 넘으면 산길이 보이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진행하기엔 막막하다. 다시 산성을 넘어서니 산성 우측으로 길이 있다. 산성 우측 바로 옆에는 허름한 독립가옥이 한 채가 보인다. 밭을 일군 흔적이 있어 거주하고 있는 듯하다.

조금 더 전진하면 이번엔 산성 좌측으로 흑염소 농장이 있고 여기를 지나면 산성 좌우에 마땅한 산길이 없어 산성을 밟고 간다. 결국 산성을 중심으로 좌우 산길로 가거나 이마저 없으면 할 수 없이 산성 위로 걷는 셈이다. 어폐가 있는듯 하지만 완전히 '금정산 개척산행'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흔한 안내 리본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예외로 '부산시장기 등반대회' 코스 안내 리본이 몇 개 보였지만 이마저도 산성길을 뚫지 못해 결국 우측으로 우회시켜 놓았을 정도로 난코스이다.

산성로로 다가갈수록 산성과 점차 멀어진다. 결국 30분 뒤 산성로에 닿는다. 여기서 화명동 방향인 왼쪽으로 150m쯤 가면 볼록거울(반사경)이 둘 있는 금정구와 북구의 경계에 선다. 산성 대신 바위군이 주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지점엔 철조망이 쳐져 있다. 볼록거울 사이로 성을 따라 내려서면 곧바로 서문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파류봉·파리봉 둘 다 사용

현존하는 금정산성은 조선 숙종 29년인 1703년 동래부사 박태항이 쌓았다. 학계에서는 축성 기법으로 미뤄 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문헌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금정산성에는 4개의 성문과 4개의 망루 그리고 석문이 있다. 이번 코스에서도 남문과 서문, 제2망루와 제1망루를 만난다. 하지만 성문과 망루 앞에는 모두 금정산성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을 담은 똑같은 안내판만 있을 뿐 남문인지 제1망루인지를 알려주는 설명이 하나도 없다.

이번 코스의 날머리 서문은 금정산성 4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져 있다. 지난해 9월 폭우로 인해 아치형 수문 아래 위 석축이 무너져 현재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이면 완공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산성로에서 서문으로 내려서는 진입로엔 현재 '공사 중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있지만 서문 위로 지나가기 때문에 내려가도 공사에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 교통편 - 203번 타고 남문 입구 하차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넌다. 온천장역 맞은편에서 온천장역과 산성마을 죽전부락 사이를 오가는 203번 시내버스를 타고 남문 입구(산성고개) 정류장에서 내린다.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500원.

날머리에서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화명동으로 가는 금정1번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2호선 화명역으로 갈 수 있고, 또 하나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죽전부락까지 가서 203번 버스를 타고 온천장역으로 가면 된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밀양 구만산은 평소엔 뜸하다가 여름철만 되면 전국에서 산꾼들이 모여드는 전형적인 계곡산행지이다. 오를 땐 통수골(구만계곡)로 올라 내려올 땐 가인계곡으로 내려오는 계곡산행의 고전이다. 가인계곡으로 내려와 봉의저수지를 지나면 밀양에서 가장 오리고기가 맛있다는 인골산장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최고의 계곡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어서 떠나보자.


근교산&그너머 <493> 밀양 구만산 계곡산행

시원한 원시 비경속으로 '물 좋은 산행'

左 통수골 右 가인계곡
구만폭포·기암절벽 장관
정상길 햇볕 노출 급경사
 
   
 
계곡 산행은 계곡 좌우로 열린 산길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폭포와 소, 담을 바라보며 걷는 밋밋한 발걸음은 결코 아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물살에 씻기고 땡볕에 달궈진 암반 위의 계류를 온 몸으로 체험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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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 시작됐다. 주차장에서 20분쯤 걷고 계류를 건너 바위틈새를 통과한다. 폭포산행을 위해선 이쯤이야, 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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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줄을 잡고 올라 직벽에 세워진 쇠사다리를 오르면 본격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때론 물길을 낭창낭창 걷기도 한다. 수십m 의 수직 절벽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낙하하는 폭포수를 만나면 이내 온 몸을 내던진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넘실대는 파도와 한 판 승부를 펼치는 해수욕장의 풍경과는 차원이 다른 선계(仙界)에 다름 아니다.

이번주 산행팀은 계곡산행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밀양 구만산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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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옆 산길도 있지만 계곡화를 준비한 센스있는 산꾼들은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구만산을 꼭짓점으로 왼편에는 통수골, 오른편에는 가인계곡이 절묘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산행 시간의 70%쯤이 계곡인 그야말로 맞춤형 계곡 산행지이다.

경남 밀양 산내면과 경북 청도 매전면의 도계(道界)를 이루는 구만산은 영남알프스 산군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운문산에서 출발, 억산~구만산~육화산~용암봉~중산~낙화산~보두산~비학산을 거쳐 밀양강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3.7㎞에 달하는 운문지맥의 한 봉우리이기도 하다.

계곡을 벗어나면 구만산은 그저 평범한 산이다. 해발도 785m로 영남알프스 산군 중 낮은 축에 속하고 전망도 수목에 가려 온전치 못하다.

계곡 말고는 어디 하나 자신있게 내세울 게 없다. 오죽했으면 임진왜란 당시 구만 명이 난을 피해 은신한 곳이라 하여 구만산(九萬山)으로 명명됐을까. 4㎞가 넘는 골짜기에는 구만폭포와 천태만상의 기암이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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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산으로 올라와 돌탑을 지나면 마침내 구만폭포. 야호!


 
하산길의 가인계곡은 통수골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계곡은 한마디로 중후하다. 유량도 풍부한데다 바윗돌의 규모가 엄청나 얼핏 지리산의 계곡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가인계곡은 숲에 가려 계곡의 물소리만 들릴 뿐 산길에선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접근하기 위해선 작은 소로를 따라 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름 한 철 붐비는 여타 계곡에 비해 아직 원시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행은 구만산장 입구~구만암~구만약물탕~철사다리~잇단 너덜~구만폭포~전망대~구만산 정상~양촌마을 갈림길~육화산·억산 갈림길~봉의(인곡)저수지·억산 갈림길~가인계곡~너덜~봉의저수지 지나~(인골산장)~가인리 인곡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안팎이지만 계곡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산꾼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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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이용하면 구만산장 입구의 주차장에 주차한 후 곧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송백리 농협판매장 앞에서 내려 들머리 구만산장 입구까지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산내초등 우측 담장~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턴~봉의교~양촌 이정석~우리이용원~구만사 입구 순이다. 도중 길가에는 며느리밑씻개 닭의장풀 참깨꽃 땅콩꽃과 풋열매가 열린 대추나무 감나무 사과나무가 객을 반갑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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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를 만나면 남녀노소, 나이를 잊은 채 신나게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가만가만, 성인 남녀혼탕이네.

구만산장 입구 주차장에서 구만암을 지나 계곡산행의 기점이 되는 구만약물탕까지는 대략 20분. 약물탕은 계류 우측에 위치한 4, 5m 높이에서 두 세 가닥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로, 예부터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계류를 건너 바위틈새를 통과, 쇠줄을 잡고 올라 직벽에 세워진 쇠사다리를 오른 후 바위 가장자리를 따라 조심스레 걷는다. 이때부터 본격 계곡산행. 전국의 내로라하는 계곡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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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를 뒤로하고 산길을 오르면 어느새 정상. 흔적을 남겨야지. 김치!
 
계곡 옆으로 난 숲길도 좋지만 계곡화나 샌들을 준비했다면 계곡수를 따라 오르는 재미 또한 일품이다. 너른 소가 있는 그늘진 명당 곳곳에는 아예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피서를 즐기는 팀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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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체력도 좋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하산길인 가인계곡에서 한 판 더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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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뿌리를 뽑아라. "전 계곡이 제일 좋아요!"


산길은 주로 계곡 왼쪽으로 나 있지만 수 차례 계곡을 건넌다. 주지 사항 하나. 간혹 계곡을 건너야 되는 지점에서 정면 산길이 반듯하다고 그쪽으로 오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웃한 육화산 가는 길이므로 유의하자. 적어도 구만폭포까지는 산길과 계곡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멀어지지 않는다.

구만폭포는 약물탕에서 50분이면 닿는다. 계곡으로 올라오면 더 걸린다. 하지만 이 시간은 의미가 없다. 중간중간에 지체하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니까.

족히 40, 50m쯤 돼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구만폭포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그 아래 시퍼런 물빛의 너른 소에는 10여 명이 물장구를 치고 있다. 어른 키보다 훨씬 깊다고 한다. 대개 여기서 점심식사를 한다.계곡산행은 사실상 여기서 끝. 산길은 폭포 왼쪽으로 열려있다.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된비알의 연속이다. 폭포를 에돌아가는 길이다. 5분쯤 뒤 발아래로 폭포 아래쪽이 아스라이 멀어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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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해서 회식을 할 인골산장(왼쪽)이 보이고, 막바지 봉의저수지를 지나면...

정상으로 가는 길은 뙤약볕에 노출된 급경사 오르막이다. 왼쪽 뒤론 청도의 육화산에서 흰덤산으로 가는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40여 분 뒤 전망대. 정상은 조망이 없으니 여기서 꼼꼼히 확인하자. 정면 오례산(성)과 그 왼쪽 뒤로 화악산 남산 비슬산, 육화산 왼쪽으로 용암봉 백암산 낙화산 보두산이 확인된다. 바로 앞 물길은 동창천이다.

전망대에서 정상은 12, 13분. 정상석 하나 달랑 있고 사방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그냥 스쳐간다. 길찾기에 유의할 세 지점이 있다. 5분 뒤 삼거리봉. 나무에 양촌마을이라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다. 왼쪽으로 간다. 7분 뒤 다시 갈림길. 뚜렷한 왼쪽길은 흰덤산 육화산 방향이라 오른쪽 억산 가지산 운문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다시 8분쯤 뒤 갈림길. 왼쪽 억산 방향이어서 오른쪽 인곡저수지(2.5㎞) 쪽으로 향한다. 본격 하산길이다.    
 
세 번의 갈림길만 잘 찾으면 하산길은 만사형통. 25분 뒤 시야가 트인다. 왼쪽 기암절벽 우측 저 멀리 문바위와 그 오른쪽 북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5분 동안 꼬불꼬불 산길로 내려서면 마침내 가인계곡. 유량도 많고 규모 면에선 구만계곡보다 한 수 위다.

물을 건너 계곡 왼쪽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선다. 중간에 계곡에서 쉬었다 가려면 소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서면 된다. 계곡 시점에서 봉의저수지까지 20분 걸리고 여기서 다시 인골산장까지 9분 소요된다. 산장에서 버스정류장이 있는 도로까지는 20분 걸린다.

# 교통편- 밀양서 시외버스타고 송백 하차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석남사행 버스를 타고 송백에서 내리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요금은 각각 7000, 6700, 3400원. 밀양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터미널을 경유한다. 20분 소요. 터미널에서 석남사행 버스는 오전 9시35분, 10시40분, 11시10분에 있다. 1900원. 날머리 가인리에서 밀양행 직행버스는 오후 3시40분, 4시15분, 4시45분, 5시15분(완행), 5시45분, 6시15분, 6시35분, 7시15분, 7시35분(막차). 2200원.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표충사 얼음골 방향)~산내면 방향~산내면사무소·용전리 우회전~동천(용전교 건너)~구만폭포 구만산장~팔풍~산내면사무소~산내초등 우측 담장~봉의교~구만산장 입구 주차장 순. 인골산장에서 구만산 입구인 가라마을까진 택시(055-352-7550, 011-488-6104)를 이용하자.

# 떠나기전에- 인골산장의 흑염소와 닭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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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깍! 맛있겠다.
 
만일 승용차로 갔다면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과 여기서 불과 1.2㎞ 지점에 위치한 호박소를 찾아보자. 밀양에선 알아주는 피서지다. 높이 10m, 둘레 30m인 호박소의 시퍼런 물빛은 뭣이라도 삼킬 듯한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봉의저수지 입구에는 인골산장(055-353-6531)이 있다. 산꾼들에겐 아주 유명한 집이다. 후덕한 주인 부부의 마음씨와 별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닭 오리 백숙과 흑염소 등이 주메뉴. 방목하는 흑염소는 주문을 받으면 직접 잡아와 요리하며 토종닭과 오리도 직접 키워 약이나 다름없다. 밑반찬 모두 유기농 야채이거나 산에서 직접 캐온 것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 정답은 이번 산행의 하산로인 천황봉 쪽에서 얼음골로 내려가는 3.55㎞ 구간. 물론 산행 담당 기자인 필자의 개인적 생각이다.

왜?-시종일관 너덜길이라. 이 너덜은 고정돼 있지 않아 아주 위험. 하지만 도중 허준 선생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했다는 동의굴을 만나는 데다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도 만나는 기쁨도 있음.

사람의 생각은 천차만별. 이 코스를 두고 일부 산꾼들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천재일우의 등로라며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아래 정리한 정승봉~천황산 코스는 비교적 괜찮다. 그 유명한 얼음골로 하산하기 때문에 볼거리도 제법 된다. 마음만 먹으면 역시 유명한 호박소도 볼 수 있다.




근교산&그너머 <441> 밀양 정승봉~천황산

오르면 명산 퍼레이드 '황홀'
내리면 시원한 얼음골 '오싹'
영남알프스의 사통팔달…5시간 소요
들머리서 20분간 길없어 리본 꼭 참조
고원에 우뚝 솟은 사자·수미봉 키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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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투봉 인근 전망대에서 바라본 밀양지역 봉우리들. 정면 구천산을 중심으로 왼쪽 뒤가 정각산. 제일 뒤 저 멀리 희미한 능선이 청도 남산 화악산이다. 상투봉은 해질녘 남명에서 바라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아 마을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산행팀은 제일 앞 능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다 구천산에 못미쳐 하산, 도래재로 내려와 이창우 산행대장이 서 있는 이곳으로 다시 올랐다.


 
"특별히 갈 곳 없으면 영남알프스 중 괜찮은 코스 하나 골라봐."

부산을 비롯한 경남·북 산꾼들이 즐겨찾는 영남알프스가 현재 처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담없다'를 넘어 이제 '만만한' 산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주말이면 영남알프스를 동서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는 만원이다. 가지산 허리를 돌아 언양서 밀양가는 24번 국도는 이미 거북운행이 보편화됐고, 배내골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남북횡단로인 69번 지방도 또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울산 양산 밀양 청도 경주 등 5개 시·군에서 출발하는 100여개 이상의 들머리에서 영남알프스 정상을 향하는 산꾼들의 행렬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탐방객들의 수로 봐도 웬만한 국립공원과 맞먹을 정도일 터.

그 결과 영남알프스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각종 쓰레기가 넘쳐나고 산길도 황폐해져 숲이 망가지고 있다.

여기에 현재 진행중인 울산~밀양간 24번 국도 확장공사와 밀양 산내면 남명리~단장면 범도리를 잇는 1077번 지방도가 완공되면 영남알프스 가는 길은 사실상 사통팔달이 돼 보다 많은 산꾼들의 접근이 가능하다.

이게 딜레마다. '아니온듯 가시옵소서'라는 문구가 지켜진다면 모르겠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 유감일 뿐이다. 시쳇말로 이제는 동네 뒷산을 걷는 기분이 드는 곳도 있다.

   
한적한 영남알프스 산길을 갈망하는 산꾼들을 위해 취재팀은 숨은 산길을 찾아 나섰다. 이른바 영남알프스 언저리에 해당하는 정승봉을 돌아 천황산(재약산 사자봉)을 올랐다.

들머리는 밀양 산내면 남명리 남명초등학교 앞. 이곳은 하양마을이나 삼양마을을 거쳐 바로 운문산으로 갈 수 있고, 천황산이나 백운산 정족산 구천산 억산 등 영남알프스의 웬만한 봉우리로 손쉽게 접근 가능해 산꾼들은 흔히 이곳을 영남알프스의 '베이스 캠프'라 부른다.

산행은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남명초등학교 삼거리~제일마트~경주김씨묘~정승봉 지능선~첫 전망대~정승봉 정상~첫 이정표~두번째 이정표~도래재(이정표)~너른바위 전망대~천황산 정상~신명마을 이정표~얼음골 갈림길~너덜지대~동의굴~돌계단~천연기념물 얼음골~천황사~얼음골정류소 휴게소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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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초등 삼거리에서 하차한 후 길건너 제일마트 우측으로 난 시멘트길로 향한다. 길 주변은 온통 그 유명한 얼음골 사과나무. 한 나무에 생각보다 많은 알이 열려 있다. 등뒤로 운문산 아랫재 백운산이 눈에 들어온다. 곧 컨테이너박스 앞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가녀린 개망초가 바람에 하염없이 한들거리고, 산딸기는 열린 채 말라가고 있다. 인적이 드물었다는 방증인가.

   
10분 뒤 갈림길. 우측 흙길로 가다 5m 뒤 다시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다시 갈림길. 곧장 숲길로 갔지만 길막힌 과수원, 왼쪽 무덤(경주김씨)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무덤을 지나면 길은 곧 사라진다. 되돌아와 무덤 우측으로 간다. 바싹 마른 밤송이가 낙엽길에 흩어져 있다.

시쳇말로 길이 없다. 개척해 올라가야 할 판이니 리본을 꼭 확인하자. 우측 숲속에 파란 물통이 보이는 지점도 지난다. 참조하길.

박씨묘를 지나 30m쯤 가면 작은 갈림길. 우측으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확실한 길. '길찾기 고생 끝!'이다. 들머리에서 20분 정도. 또 갈림길. 왼쪽으로 오른다. 멧돼지 발자국도 선명하고, 우유빛 노루발이 길 가운데 고개를 내밀어 살짝 피해간다. 박씨묘에서 10여분. 정승봉 지능선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간다. 산길은 지그재그 옛날길. 산허리를 감아 오르던 산길이 마침내 정승봉 턱밑에 닿는다. 왼쪽 숲 사이로 상봉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이때부터 길이 완만해지고 지형 탓인지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6분 뒤 첫 전망대. 정면 상투봉, 그 왼쪽 뒤 두 봉우리 중 좌측이 천황산 정상이다. 정승봉 정상(803m)은 전망대에서 35분.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 옆 커다란 돌탑이 올라가고 있다. 이제야 리본이 많이 보인다.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정면 실혜산을 비롯, 그 뒤 오른쪽으로 구만산 북암산 문바위(농바위) 수리봉 억산 범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  
 
봉 운문산 지룡산 (청도)귀바위 가지산 가지산중봉 백운산 능동산 천황산 향로산 영봉(구천산 내지 꼬깔산)이 대형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히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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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봉(사자봉) 정상의 돌탑과 천황산의 억새.


하산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직진하면 실혜산을 거쳐 정각산 승학산으로 이어진다.

15분 뒤 첫 이정표. 엉터리다. 정각산이 도래재보다 훨씬 멀지만 그렇게 표기돼 있지 않고, '산내 송백'은 반대편 능선에 보여야 할 마을인데 뜬금없이 적혀 있다. 직진한다. 길 우측 정승골에 정승마을이 미니어처마냥 보인다.

첫 이정표에서 도래재까지는 대략 55분. 도래재는 현재 공사중인 1077번 지방도의 중간지점.로 우측 커브길을 돌아 왼쪽 산길로 오른다. 천황산 가는 길이다. 입구 잣나무숲을 지나 150m쯤 오르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오르고 또 오르는 계속되는 된비알. 땀깨나 흘려야 하는 구간이다. 50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은 필봉 또는 삼거마을 하산길, 정상은 왼쪽 산길. 15분 뒤 남명으로 가는 길을 만난다. 저 멀리 24번 국도와 1077번 지방도 공사현장도 확인된다. 너른 바위전망대에선 상투봉도 가까이 보인다. 상투봉은 해질녘 남명에서 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아 붙여진 이름.

이어지는 산길. 일순간 눈앞이 트이면서 좌측 천황산(사자봉·1189m)과 우측 재약산(수미봉)이 보인다. 걸음을 옮길수록 천황산 정상석과 돌탑 이정표가 또렷하게 식별된다. 하산은 무더위를 감안해 얼음골로 정했다. 왔던 길로 200m쯤 가면 갈림길. 우측으로 간다. 이 능선을 타고 계속 가면 능동 가지 간월 신불산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얼음골로 간다. 유의할 점 하나. 두번째 이정표 '얼음골' '샘물상회'에선 샘물상회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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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로 내려오는 악명높은 너덜(왼쪽)과 천년기념물인 얼음골.

 
얼음골 가는 3.55㎞ 구간은 고진감래 내지 악전고투 길. 천연기념물 224호 얼음골을 만나지만 시종일관 위험한 너덜길을 통과해야 한다. 오죽 힘들면 '영남알프스 기피산행로 1호'라고 불릴까.

얼음골까지는 대략 1시간. 도중에 허준 선생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했다는 동의굴도 만난다. 얼음골에서 천황사 육각수를 거쳐 버스정류소까지는 15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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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에서 만나는 얼음골 사과(좌측)과 날머리 얼음골 입구에서 본 거북바위.


# 떠나기전에-정승봉·구천산 국제신문 산행팀서 명명

밀양 정승봉은 국제신문 취재팀이 오래전에 명명해 대중화된 봉우리 중 하나이다. 이웃한 구천산도 마찬가지.

정승골은 신라때 어느 왕이 병을 고치기 위해 재약산 표충사에 머물고 있을 때 수행한 정승이 이곳에 머물며 대기했다고 전해져와 붙여진 이름. 오랫동안 방치된 이 산을 1990년대 후반에 정복(?)한 산행팀이 지면상에 이를 '정승봉'으로 반영함으로써 일반화됐다.

정승골은 지난 2000년 TV에 소개돼 한때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그때서야 비로소 경남에서 가장 늦게 전기가 들어와 당시 주민들이 밀양시내로 냉장고를 구입하러 나온 장면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정승봉~도래재 산길에는 이정표가 둘 있다. 모두 엉터리다. '정각산'이 '도래재'보다 멀지만 그렇지 않았고, '산내 송백'은 반대편 능선에 표기돼야 할 지명이다. 두번째 이정표에서도 '산내 등자반'이 '도래재'보다 거리가 짧게 표기된 것 역시 잘못이다.

천황산에서 얼음골로 하산할 때 만나는 이정표도 마찬가지. 세개의 이정표가 서 있지만 두번째 이정표에서 '얼음골' 대신 '신명마을'로 표기돼야 초행자도 오해가 없어진다. 영남알프스의 본산인 밀양시에서 이정표 정비를 새로 해야 할 것 같다.

# 교통편-밀양·언양서 버스타고 남명서 하차

부산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900원. 언양터미널에서 석남사정류장행 좌석버스는 오전 6시 이후 3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200원. 참고로 일반버스는 언양터미널 버스 출입구 좌측에서 수시로 운행한다. 석남사정류장에서 남명행 버스는 오전 8시20, 9시10, 10시, 11시10분에 있다. 1800원.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산역에서 밀양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5시30, 6시13, 6시47, 7시30, 8시5, 9시5, 9시33분에 있다. 3400원. 새마을호 열차는 오전 10시30분에 있다. 6700원. 밀양역 앞에서 시내버스(2, 6, 7번)를 타고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900원.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명행 버스는 오전 7시, 8시, 8시30, 9시5, 10시10, 10시40, 11시30분에 출발한다. 2800원.

날머리 얼음골 버스정류소에서 석남사정류장행 버스는 오후 3시15, 3시50, 4시55분에 있다. 1800원. 석남사정류장에서 언양터미널행 좌석버스는 오후 3시5, 4시5, 4시30, 5시, 5시30, 6시, 6시30, 7시20분에 있다. 1200원. 일반버스는 수시로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노포동행 버스는 매시 20, 40분에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얼음골 버스정류소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50, 4시, 4시35, 5시, 6시, 7시에 있다. 3200원. 밀양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는 오후 4시5, 5시5, 5시58, 6시59, 8시, 8시58, 10시1분에, 새마을호는 오후 5시27분, 밤 11시19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으로 35번 언양~밀양 창녕 석남사 24번 국도 좌회전~석남사 지나~배내골 방향 버리고 밀양 얼음골 방향~석남터널 통과~얼음골 지나~남명초등학교 지나~남명삼거리 인근 순. 날머리 얼음골 버스정류소에 들머리 남명행 버스는 밀양터미널행 버스시간과 같다. 850원.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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