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롯데전 승리 투수인 SK 고효준(27)이 요즘 프로야구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고효준은 지난 2002년 청주 세광고를 졸업하고 2차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7년차의 중고 신인으로 올해 최강 SK의 선발투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는 2002년 한 시즌만 뛰고 곧바로 방출됐다. 승패 없이 겨우 3이닝만 던졌다. 트레이드 이유는 여러가지로 전해온다. 왜소한 체격(키 179㎝, 몸무게 72㎏로)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근성이 없다라고도 들린다.

고효준은 올해 벌써 2승을 챙겼다. 0점대의 방어율(0.93)은 히어로즈 좌완 이현승과 공동 선두이고 탈삼진도 선두권이다. 그야말로 괄목상대이자 대기만성의 전형이다.
롯데 구단의 트레이드 변이 궁금했다. 기대했던대로(?) 당시 고효준의 심장이 좋지 않아 내보냈다고 궁색한 변명 아닌 변명이 돌아왔다.

고효준은 SK로 이적된 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이후 부상 등으로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2년간은 거의 등판도 못했고 결혼 후 생활고까지 겹쳐 김성근 감독에게 울면서 트레이드까지 요청했었지만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의 고효준 선수가 새롭게 태어나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자, 이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고효준이 방출된 시기는 롯데의 제10대 사령탑인 백인천 감독이 있을때다. 지금도 백 감독 이야기는 롯데에 전설처럼 남아 있다.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백 감독은 2002년 6월21일 전임 우용득 감독 해임과 동시에 새로운 사령탑에 취임했다. 당시 롯데는 팀 재건을 위해 백 감독에게 전권을 줘 팀을 맘대로 떡 주무르듯이 주물렀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를 해부실험하던 시기라고 회자되고 있다.

이게 패착의 단초였는데 당시 구단에서 누구 하나 태클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프로야구 타격왕 출신인 백 감독은 전형적인 일본스타일의 야구를 추구했다. 발빠르고 잘 갖다맞히는 타자들을 선호했고 SK 김성근 감독 못지 않게 훈련도 많이 시켰다. 또 워낙 거물출신이다보니 자신의 눈에 차지 않으면 '선수도 아니라'고 직설적인 혹평을 하기도 했다.

백 감독은 시키는 대로 안하고 야구 잘하는 선수보다 야구 못해도 말 잘 듣는 선수들을 중용했다. 한마디로 "내 말 들어"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코치들은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감독님이 이렇게 하라신다"로 전달자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백 감독은 취임 한달 만에 SK와 전격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조경환과 외국인 선수 매기를 보내고 윤재국, 박남섭, 에르난데스를 받았다. 이 트레이드가 백 감독 시절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남았다. 바로 조경환을 보냈기 때문이다. 고려대학 시절 국가대표 4, 5번을 쳤던 부산고 출신의 조경환은 당시 차기 롯데의 주장으로 유력하던 팀의 주축이었다. 트레이드 전 조경환은 3할, 26홈런에 타점도 100타점에 육박하는 중심타자였다. 백 감독은 조경환을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고 결국 내보냈다.

그 후에도 백 감독은 꾸준히 선수를 보내고 데려왔다. 2003년 8월6일 물러날때까지 1년 조금 넘는 기간 7차례나 트레이드를 했다.

뿐만 아니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에이스 손민한 문동환 이대호 등이었다. 다른 팀의 선발급 투수와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부산출신의 간판을 내주는데 부담을 느낀 프론트는 그나마 마지막 자존심으로 이를 막아냈다고 전해온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큰 이대호에게는 살을 뺄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방법이 좀 남달랐다. 사직구장 스탠드를 오리걸음으로 오르내리게 했다. 오리걸음 후유증이었는지 단정할 수 없지만 이대호는 2002년 10월 무릎 연골 파열로 수술을 받았다. 결국 1년 여동안 백 감독은 많은 것을 남겨두고 롯데를 떠났다. 15연패에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려놓고서.

         2009년 프로야구 우승을 위해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중인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을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롯데의 우승?

지난 2005년 일본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은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30홈런을 쳐내고 지바 롯데를 재팬스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화려하게 일본 야구의 자존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돈 때문이었을까. 물론 엄청 받았다. 하지만 돈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이승엽은 '왼쪽 타자는 왼손 타자에게 약하다'는 정설을 믿고 실천하는 발렌타인 감독의 도식적인 플래툰 시스템에 섭섭함을 느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전날 홈런 포함 3안타의 맹타를 기록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는데도 발렌타인 감독은 상대 선발 투수가 왼손잡이이면 어김없이 이승엽을 벤치에 앉혔다. 버르장머리없는 외국인이었다면 스타팅 멤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사고를 몇 번이나 쳤을텐데 예의바른 이승엽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삭히고 또 삭혔다. 
올해 WBC에서 플래툰 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보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일본 요리우리 하라 감독도 올해부터 플래툰 시스템이란 카드를 꺼냈다. 팀내 무한 경쟁과 함께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이승엽으로선 올해 또 한번의 플래툰 시스템을 넘어야 한다. 산 넘어 산이렸다.

올해 FA자격으로 LG 트윈스로 둥지를 옮기며 대박을 터뜨린 '국민 우익수' 이진영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진영도 언젠가 언론과의 한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을 의식해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가급적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며 김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 대해 우회적으로 섭섭함을 표시했다. 많이 뛰고 좋은 성적 내겠다는 것은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갖고 있어야 일종의 욕심이자 팬들에 대한 약속이라 누구하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딴죽을 거는 사람은 아마도 없으리라.  

플래툰 시스템으로 우승컵을 거머진 발렌타인이나 하라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승승장구에 자극을 받았는지 2년차 롯데 로이스터 감독도 요즘 들어 차츰 변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5일 강민호의 끝내기 안타로 연패를 끊은 후 로이스터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대호 가르시아 홍성흔 강민호는 시즌 내내 번트를 절대 시키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엑스포츠 마해영 해설위원은 16일 롯데-기아 전을 중계하면서 전날 로이스터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상기하면서 "아직 시즌 초반이라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시즌 막판에 가면 어떻게 변할 줄 모른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다음날인 16일 경기 전 기자들에게 자신의 구상을 이렇게 밝혔다. 한마디로 올해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실험해 보고 싶다고.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진 대목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로이스터 감독은 4번 이대호의 발이 느려 후속타자들의 공격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 가르시아를 4번에 기용하고 이대호를 5번으로 내리는 타순을 구상하고 있다. 또 상대 선발 투수가 왼손이면 가르시아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오른손 타자로 채우는 것도 계획 중이다. 이와 함께 박기혁과 손아섭의 타격감이 올라오면 2번에 배치해보고 이인구는 8번으로 내리는 타순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전에 요즘 타격감이 떨어진 2번 타자 이인구 대신 이승화를 기용했고, 올 시즌 개막후 줄곧 고집했던 6번 홍성흔, 7번 강민호의 자리를 바꿨다. 물론 강민호의 6번 전진 배치는 전날 끝내기 안타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다.

수비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8개 팀 중 가장 실책이 많은 수비 라인에 대해서는 변화를 줄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3루수 이대호의 수비 불안에 대해 로이스터 감독은 "문제가 있지만 이대호는 핵심 타자다. 뺄 계획이 없다. 컨디션 차원에서 쉬게 할 때는 김민성을 기용하겠다"며 "다양한 공격 옵션을 시험해 최적의 답을 찾는 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로이스터가 누구인가. 한 번 믿음을 준 선수는 끝까지 밀어주는 스타일의 소유자가 아닌가. 8개 구단 중 주전 선수들의 변경이 가장 적은 구단이 롯데가 아니던가. 지난해의 경우 중반까지 1군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신뢰로 2군 선수들을 거의 기용하지 않아 지적을 받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로이스터가 변화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그야말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삼성과의 포스트 시즌에서 힘 한번 못 써보고 무릎 끓은 굴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인가.
MBC ESPN 허구연 해설위원은 언젠가 로이스터와 관련해 이렇게 말 한 적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포스트 시즌이라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완전히 전시체제로 확 바꿔버리기 때문에 이에 적응을 하지 못해 삼성에 참패를 했어요."

올해는 그 사실을 알고 와신상담해서 태평양을 건너 왔을까. 작년 포스트 시즌을 상기하며 벌써부터 시험에 들어갔단 말인가. 하여튼 로이스터 감독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로이스터 감독이 어떤 카드를 꺼내 실험하고 최적의 답을 찾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지난해 가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발렌타인 감독(왼쪽)이 사직야구장을 방문, 로이스터 감독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직격 인터뷰 손아섭(옛 손광민)

21살의 승부근성과 자신감 무장, 이제 제 스윙 하기 시작해
파워 기르고 최상 타격폼 찾아 한해 홈런 20개 이상 치고 싶다

          전지훈련장인 사이판 해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손아섭 선수. 사진=김동하 기자

 손아섭(21). 지난해까지 그의 이름은 손아섭이 아니라 손광민이었다. 올 시즌 야구 선수로 더 빛을 내기 위해 이름을 바꿨고 지난달 16일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개명 허가를 받았다. 한때 격투기 선수 추성훈을 붕어빵처럼 닮아 화제를 낳기도 했지만 이제는 손아섭으로 더 알려진 그와의 인터뷰에는 21세 야구 유망주의 자신감과 당돌함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름을 바꿨는데 어색하지 않나.
▶어색하지만 나만의 것이고 독특해서 좋다. 지금은 대부분 선수들이 "아섭아" 또는 "섭아"라고 부르는데 급하면 옛날 이름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아섭이란 이름은 무슨 뜻인가.
▶아이 아(兒)자와 땅이름 섭(葉)자다. 좋은 뜻으로 해석하면 땅 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한다는 아이를 말한다(웃음).

-3년차인데 지난해 갑자기 유명해졌다.
▶구단에서 밀어주는 것 같아 고맙다. 프런트에서도 많이 신경써 주신다. 팬들이 인터넷에 카페도 만들어 응원해주고 지난해에는 팬 미팅도 했다. 고마울 따름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스타일 때문에 팬들이 좋아하는데.
▶성격이 많이 급하다. 또 가끔 욱하기도 하고 까칠하다. 내 공격적인 성격이 야구에 똑같이 옮겨졌다. 야구도 좋은 볼이 오면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 주루 플레이도 틈만 나면 뛴다. 감독님들과 팬들이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난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때 3경기 모두 선발로 출장했는데.
▶후반기에 쭉 좌익수로 뛰다가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공격에서는 인정을 받아 좋았지만 역시 수비에서는 아직 신뢰를 못받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올해도 외야 주전경쟁이 치열하다.
▶상황이 나에게 유리하지 않다. 가르시아가 우익수를 확보해두고 있어 자리가 별로 없다. 이인구, 이승화 선배와 경쟁해야 한다. 둘 다 수비도 잘하고 주루 플레이에도 능하다. 무엇보다 열심히 한다. 내가 그들보다 뛰어난 점은 방망이뿐이다. 나의 공격적인 타격으로 주전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

-장타자도 발 빠른 타자도 아닌데.
▶파워 있는 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21세로 아직 창창하다. 지금은 젊으니까. 승부근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하려고 한다. 공을 맞추는 것은 자신있기 때문에 파워를 기르고 타격폼도 조금씩 고쳐 한해 홈런 20개 이상씩 치고 싶다.

-어떤 투수공이든 칠 수 있다는 뜻인가.
▶지난해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었다. 모든 투수들과 상대해봤는데 한화 (류)현진이형 볼이 치기 어렵고 나머지 투수들의 볼은 못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지나친 자신감인데.
▶아직까지 프로에서 손아섭만의 스윙을 한 적이 없다. 부산고 2학년 동계훈련 때 처음으로 나다운 스윙을 느꼈고 건방진 말 같지만 당시에는 나보다 잘치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 뒤로 타격폼을 잃고 방황했고 고3 때 성적도 좋지 않았다. 그때 좌절을 했다. 아직 그 타격폼을 찾지 못했는데 꼭 되찾아서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

-수비는?
▶많이 부족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경험만 쌓이면 좋아질 것이다. 나는 외야 수비를 못하기보다는 자신감이 부족하다.

트레이드 마크인 투지 넘치는 모습.

이럴 땐 정말 추성훈을 닮았다.

-스프링캠프에서 홍성흔하고 함께 방을 쓰는 이유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함께 쓰고 싶었다. 작년 일본 캠프에서는 마해영 선배랑 썼고 이대호 선배하고도 룸메이트를 했다. 홍성흔 선배는 굉장히 열심히 훈련하고 규칙적이다. 이대호 선배는 자기가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스타는 괜히 스타가 아니다. 나는 그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이판=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야구 담당 베테랑 '쿠기' 김희국 기자와 김동하 사진기자가 롯데 전지훈량장인 사이판에 가서 보낸 인터뷰 기사입니다. 떠나기전 두 김 기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부상 방지 겸 수비 위해 체중 줄여…가시적 성과
"50살까지 뛰며 최다안타 기록 갖고 싶다"
"올 시즌 마치고 겨울에 여자 친구와 결혼"
까칠하단 세간 평가, 부진 인한 스트레스일 뿐
"오해없도록 특별히 신경쓰겠다 지켜봐달라"


롯데 이대호 선수가 13일 전지훈련지인 사이판에서 올해의 각오 등을 밝히고 있다. 사이판=김동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사이판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지난 1992년 이후 17년 만의 우승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제신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롯데 전훈 캠프를 방문해 훈련 상황과 전력을 탐색해 보고 우승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들과 격의 없는 인터뷰를 가졌다. 일명 직격 인터뷰다.  

이대호(27). 두말할 필요가 없는 한국프로야구 최고 타자다.

13일 오전 사이판 시내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이대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오후 훈련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하고 싶다고 했다.

직격 인터뷰 직전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야구 선수는 당연히 유니폼을 입고 야구선수답게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부진으로 많은 것을 배웠을 것 같은데.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슬럼프에서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2006~2007년 너무 잘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았다. 그렇다고 지난해 타율 0.301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조금 저조했다고 표현해달라.

-지난 시즌 이대호가 타격 부진에 빠지자 팀 타선 전체가 동반 침묵했다.
▶나도 부담이 컸다. 나의 존재를 다시 한번 깨닫고 책임감도 느꼈다. 하지만 올해 우리 팀은 강해지고 있다.

-이대호 하면 가장 먼저 체중 문제가 떠오른다.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나.
▶문제가 있다. 언론이나 팬들은 내 체중에 관심이 많다. 언론에서도 가장 먼저 체중부터 물어본다. 나는 야구선수이지 체중과 관련 있는 씨름이나 유도 선수가 아니다. 나를 야구선수로 봐달라. 내가 살을 빼는 이유는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또 순발력이 필요한 3루 수비를 위해서 체중을 줄이고 있다.

-동갑내기 한화 4번 타자 김태균과 비교하는 말들이 많다. 친구나 라이벌 중 어느 쪽인가.
▶우리는 친구이지 라이벌이 아니다. 언론에서 라이벌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니 오히려 고맙다.

-2006년 타격 3관왕까지 달성했지만 이대호가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록이 없다. 앞으로 갖고 싶은 기록은.
▶삼성 양준혁 선배가 올 시즌까지 갖고 있는 최다 안타(2202개)다(참고로 이대호의 총 안타수는 760개). 그리고 웬만한 야구 기록은 다 가지고 싶다.

-그러려면 야구를 오래 해야 하는데.
▶50세까지는 할 생각이다(웃음).

-올해 목표를 6관왕이라고 정했는데 맞나. 지난해까지는 구체적인 목표를 잘 밝히지 않았는데.
▶일단 목표를 높게 잡아야 성취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고 실패해도 욕을 덜 먹는다(웃음). 처음에는 전체 공격 8개 타이틀 중 도루를 제외한 7관왕을 목표로 정했는데 우리 팀의 발빠른 김주찬이나 이승화 선수가 득점부문 타이틀을 가져가도록 양보했다(웃음).

-글러브에 여자친구 이니셜과 하트모양이 새겨져 있던데 언제 결혼하나.
▶올 겨울에 결혼할 것이다.

-지난해 성적부진으로 언론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까칠하다는 평도 있는데.
▶오해다. 나는 누구보다 기자들과 잘 지냈고 친절했다. 지난해에는 부진에 빠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기사도 때때로 조금 심한 것들이 있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편하지 않았고 팬들도 오해를 많이 했다. 만약 그렇게 알려졌다면 오해이며 다시는 그런 오해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쓰겠다.

-일본 투수들이 공공의 적으로 이대호를 지목하고 있는데.
▶일본 투수들이 알아줘서 영광스럽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다. 경기에서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하마터면 롯데에 입단하지 못할 뻔했다.
▶2001년 동기인 추신수(클리블랜드)가 롯데의 1차 연고지명을 받았다. 나는 2차로 밀렸다. 당시 신생팀인 SK에 3명 우선지명권을 줘 사실상 SK로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WBC에서 이승엽을 대신해야 하는데.
▶어제(12일)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친구 김태균과 평소 네이트온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이)승엽이 형이랑도 한다. 어제 오전 7시30분께 승엽이 형이 로그인해 있기에 대화를 신청해 "형 뭐해요?"라고 물었더니 "산책갔다 왔다(요미우리는 오전 7시 산책을 한다). WBC에서 열심히 해라"고 했다.

-WBC에 대한 부담감이 클 텐데.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 승엽이 형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준결승 일본전에서 홈런 치고 나서 형이 숙소에서 계속 울어 후배들도 함께 울었다. WBC에서 형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크다. 야구란 운동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만약 WBC에서 지면 병역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 뻔하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훈련하고 있다.

-3루 수비에 대한 체력 부담이 클 텐데.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감독님이 나를 너무 믿으시는 것 같다(웃음).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은 1루로 내가 돌아가면 타격에 전념하게 돼 우리 팀은 더 강해질 것이다. 사이판=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야구 담당 베테랑 '쿠기' 김희국 기자와 김동하 사진기자가 롯데 전지훈량장인 사이판에 가서 보낸 첫 소식입니다. 이대호 직격 인터뷰  기사인데  상당히 내용이 알찹니다. 물론 이대호 선수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답을 한 덕분이죠.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기사량은 상당히 많은데 실제로 내용은 하나도 없는 인터뷰와 질적으로 다릅니다. 김희국 기자도 담당 데스크에게 인터뷰 내용이 알차 많이 적겠다고 메모했더군요. 
 떠나기전 두 김 기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괜찮은 내용이 있으면 블로그에 인용하겠다고. 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손광민, 아니 이름을 바꾼 손아섭 선수의 사인볼을 부탁했답니다.
 
 

 롯데 자이언츠가 드디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습니다. 매년 거의 꼴찌를 도맡아 놓다시피 하던 롯데가 감독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처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옛말 틀린 게 하나 없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궤어야 보배'라고. 
 로이스터 감독 이하 코치 선수단 프론트 관계자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하여튼 올 가을 부산은 롯데 덕분에 사는 재미가 하나 생겼습니다. 허남식 시장도, 로이스터 감독도 이제 롯데가 포스터시즌에 진출했으니 사직구장에서 '부산갈매기'를 함께 부르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래저래 볼거리가 늘어났네요.
 국제신문은 오늘(19일)자 그것도 1면에 지면을 할애애 '부산 '가을야구' 신드롬, 축제는 이미 시작됐다'라는 제목으로 롯데의 성적호조에 따른 부산시민과 부산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딱딱한 신문기사와 달리 읽어도 읽어도 신이나고 재미가 있습니다.
야구담당 신수건 기자와 유통 담당 정홍주 기자의 동의를 구해 기사 전문을 싣습니다.

                                                                                                        
부산 '가을야구' 신드롬, 축제는 이미 시작됐다
모였다 하면 롯데 '가을야구' 얘기꽃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로이스터 매직'을 앞세워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부산이 '가을야구 신드롬'에 푹 빠졌다. 특히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려 있는 두산과의 사직 홈 3연전(19~21일)을 시작으로 부산에서는 '가을야구' 축제가 이미 막을 올렸다. 벌써 3연전 예매분이 동이 났고 열성팬들은 표 구하기 전쟁에 나섰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따라 야구는 시민들의 최대 화제가 됐다. 미국발 금융 위기 등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지역경제의 근간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직장에서든, 식당에서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가을야구 이야기로 우울한 분위기가 일순 바뀐다. 회사원 김상태(38·부산 해운대구 우동) 씨는 "금요일 직장 회식을 야구장에서 하기로 하고 예매를 마쳤다"며 "요즘 야구만큼 신나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사직야구장을 향한 '부산갈매기'들의 날갯짓도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올 시즌 만원만 17차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주말 빅매치 3연전도 모두 매진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올 시즌 홈 관중은 123만6213명. 19일 LG 트윈스가 1995년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입장 기록(126만4762명)을 돌파하고 주말 3연전 동안 130만 명 관중 신기원까지 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 경기 예매표 구하기 '전쟁'

예매를 못한 팬들은 난리가 났다.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의 '갈매기마당'에는 '표를 구할 수 없겠느냐'는 읍소형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고, 예매를 잘하는 방법을 논의하면서 '예매의 달인'까지 등장했다. 롯데 구단 한 관계자는 "표 청탁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포스트시즌 표 전쟁도 벌써 시작됐다. 대학생 이모(24) 씨는 "예매를 해보고 안 되면 경기 전날 밤을 새워서라도 표를 구할 생각"이라며 "이미 친구들과 역할 분담을 해 놓았다"고 말했다. 각종 민원 청탁에 시달리는 한 정치권 인사는 "우리도 표를 구하기가 힘든데 가능한 줄 알고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며 "정중하게 거절하지만 난처한 경우도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후원 기업들도 싱글벙글

롯데를 후원하는 20여 개 지역 기업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롯데선수단에 건강식품을 제공하고 1, 3루 더그아웃과 기록원 노트북에 광고를 하고 있는 천호식품의 김지안 전략기획실 팀장은 "지난해부터 후원을 해왔는데 올해 롯데가 잘하면서 기업 이미지 홍보효과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간판타자인 이대호가 우리 회사 제품을 애용한다고 하니까 일반 고객들의 반응이 즉각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행은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시 0.1%의 사은금리를 지급한다는 독특한 상품에 고객들의 관심이 다시 한번 쏠리면서 은행 전체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파급효과 때문에 구단에는 뒤늦게 후원 참여 여부를 타진하는 기업들의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지역 유통가 특수잡기 부심

지역유통가 역시 '롯데특수 잡기'에 나섰다. 롯데마트 부산·경남지역 12개 점포에서는 계산대 직원들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한편 오는 21일까지 '롯데 승리기원 파격가전'을 열고 과자 커피 등 12개 생필품을 최고 50%가량 할인 판매한다. 부산롯데호텔은 객실 숙박과 사직 홈경기 관람권, 자이언츠 기념품으로 구성된 객실 패키지를 판매하며, 결승 진출 시 1000명 규모의 단체 응원단을 모집해 대연회장에서 결승전 관람 및 생맥주 축제를 열 계획이다.

롯데 선수들의 유니폼이나 모자 등 야구용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구단은 사직구장 내 전용매장의 하루 매출액이 많게는 6000만 원까지 올라가자 롯데마트와 메가마트 등 시중 대형유통점으로까지 판매망을 늘렸다.

신수건 기자 giant@kookje.co.kr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문제는 '수요일의 빨간 장미'가 아니라 '수요일의 징크스'였습니다.
 하긴 징크스가 커긴 큰 모양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성향이 천차만별이라지만 거인 롯데도 예외가 아닌가 봅니다.

롯데를 사랑하는, '가을야구'를 바라는 부산 갈매기들로서는 이러한 징크스를 깨고 숨고르기를 한 다음 하루빨리 제 궤도에 오르기를 바랄 뿐일 겁니다.
다행히 이대호의 17경기 연속 안타의 기록은 이어 갔습니다.

국제신문 4일자 스포츠면에 실린 '연승 '11'서 멈춘 롯데 "질 수도 있지" 기사를 작성한 야구 담당인 신수건 기자의 양해 하에 싣습니다. 최근까지 야구 담당을 하던 김희국 기사는 이번 주 휴가를 갖고 다음주부터는 사회1부로 자리를 옮깁니다.
신수건 기자는 전에도 야구를 담당한 적이 있는 베테랑 기자입니다. 흥미롭게도 신 기자는 롯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메일 ID조차도 giant@kookje.co.kr 입니다.    
   


 
야구는 대표적인 데이터 스포츠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만으로 해석할 수 없고 징크스가 묘하게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올시즌 '부산발 태풍'을 주도하고 있는 롯데는 요일별 성적에서 유독 수요일에 약한 면모를 보였다. 3일 경기전까지 55승46패로 승이 9개가 더 많지만 수요일 성적은 4승9패로 절대 약세를 보였다. 무섭게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롯데도 '수요일 징크스'는 피해가지 못했다.

롯데는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상대팀 에이스 봉중근의 구위에 눌려 2-3으로 아깝게 패했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 7월 27일 사직 한화전부터 이어오던 연승행진을 11에서 끝냈다.

양팀 선발로 나온 롯데 송승준과 LG 봉중근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어린시절 태평양을 건너 미국무대에 도전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유턴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국내무대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고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다.

'베이징 영웅'들은 예상대로 중반까지 팽팽한 투수전을 전개했다.

롯데 송승준은 최고 구속 147㎞의 빠른볼과 체인지업 등을 앞세워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5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잘 막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팽팽한 균형이 깨진 것은 롯데 송승준이 마운드를 내려간 7회초.

롯데는 잘 던지던 송승준을 내리고 '향운장' 최향남을 올리며 연승을 이어가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LG 선두타자 김상현에게 우월 2루타를 내준 뒤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권용관의 보내기 번트를 잡은 최향남이 3루로 던졌으나 조금 늦어 세이프됐고 주루 방해까지 겹쳐 선취점을 내줬다. 롯데는 이어 박경수의 좌중간 안타로 맞은 무사 1, 3루에서 이대형의 스퀴즈 번트와 박용택의 좌중간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3점을 내주고 말았다.

봉중근에게 눌리던 롯데는 7회 2사 3루에서 루키 전준우가 좌중월 2루타로 1점을 뽑았다. 지난 8월 2군 올스타전에서 만루홈런을 치며 MVP를 수상했던 전준우가 1군 무대 첫타석에서 인상적인 타구를 날린 것이 이날 경기의 소득이었다.

롯데는 8회 LG 두 번째 투수 이재영으로부터 이인구와 조성환의 연속 볼넷에 이은 이대호의 중전 적시타로 1점차까지 따라갔지만 조성환이 3루까지 뛰다 횡사하는 바람에 더 이상 추격에 실패했다.

LG 선발 봉중근은 7회 2사까지 5안타 3사사구 1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9승째를 올렸다.

롯데 이대호는 8회 안타를 추가해 17게임 연속안타기록을 이어갔고 롯데의 멕시코 용병 코르테스는 9회 등판해 1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인천 경기에서는 SK가 히어로즈에 8-0으로 완승을 거두며 김성근 감독이 대망의 1000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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