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군 작은보현산~갈미봉
70대 촌로들이 만든 가족산행지 
3년 전 녹색체험마을 차원서 조성
3시간 남짓 100% 원점회귀 코스
이웃한 보현산 천문대 손에 잡힐듯
면봉산 베틀봉 수석봉 팔공산도 보여

보기에 다소 망측한 소나무.

산행팀은 사랑목(木)이라 명명했다.

 
 경북 영천시 자양면 작은보현산~갈미봉 등산로는 평균 연령 70세인 보현골 주민들의 땀의 결실이다. 해발 300m대의 고지대에 자리한 보현골은 예부터 사과와 약초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버텨온 산골 오지 마을.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3년 전 농림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공장 하나 없는 촌구석에 한 사람의 등산객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등산로 개설을 계획했다. 애초엔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한다. 다른 산과 달리 이곳 마을사람들의 대부분은 산 아래에서 나무만 했지 정상 부근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는 것.
  
총대를 멘 체험마을 김용재 회장은 "한마디로 밀어붙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제외하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총동원령을 내려 지금 생각해보면 웃지 못할 풍경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노력이 점차 입소문을 타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에 알려지면서 예산 지원을 받게 됐다. 침목계단과 이정표 및 수목 이름표 등이 달리면서 이제는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깔끔한 등산로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코스는 한마디로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가족산행지다. 3시간 남짓한 100% 원점회귀 코스이다. 오를 때 1시간 정도만 고생하면 이후 산행은 전혀 부담없다.

산행은 영천시 자양면 보현골 돌공원~거동사~대태고개(수석봉) 갈림길~작은보현산(839m)~범바위~두마리 갈림길~사거리~정각리 갈림길~옛 구들장 채석장~갈미봉(봉화대 쉼터·789m)~쉼터(벤치)~보현골 돌공원. 걷는 시간만 3시간10분이며 길 찾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산행 전 유의사항 하나. 이번 산행에서 만나는 안내도나 이정표 상의 '보현산'은 모두 '작은보현산'이다. 정상에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과 구별하기 위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모두 보현산이라 표기돼 있다.

산행 들머리인 보현산돌공원.

정교하고 깔끔하게 조성했다.

 
                    이름하여 달마대사 바위. 어떻게 보면 쏘옥 빼닮았다.

 산행기점은 보현산돌공원. 조약돌로 미로를 만들어 놓고 돌탑 쌓기 체험장과 달마 대사를 빼닮은 커다란 바위가 눈길을 끈다. 돌공원에서 도로를 따라 가면 이내 '보현골 자연탐방로 안내도'. 등산로가 친절하게 표시돼 있다. 들머리 거동사는 정면 운치있는 소나무 아래로, 자세히 보면 대웅전 기와지붕이 보인다. 안내도 뒤로 열린 길은 하산로이다.

들머리인 거동사 지킴이 진돌이. 안타깝게도 왼쪽 앞 발이 없다.

천년고찰 거동사의 대웅전.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갈림길. 대숲을 끼고 우측으로 100m쯤 오르면 좌측에 절로 가는 돌계단이 보인다. 고즈넉한 신라 천년고찰 거동사를 잠시 둘러본 후 대웅전 옆 돌계단으로 오른다. 계단 끝 산신각 주변은 소나무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에워싸여 좀체 보기 드문 풍광이다. 산신각에서 아래 쪽 절을 봐도 운치있으며 그 뒤쪽 능선이 하산길이다.

거동사 산으로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푸른 소나무와 형형색색 단풍의 색조화가 일품이다.



서럽도록 아름다운 붉은 단풍.

단풍과 소나무의 완벽한 조화.


산신각 우측 산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50m 뒤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이정표가 서 있다. 해발 360m 지점으로 작은보현산까진 1.5㎞. 거리상으로 그리 멀지 않지만 오름길의 연속이라 꽤 힘들다. 비록 끝물이지만 노랗게 물든 신갈 굴참 등 참나무류와 개옻나무의 단풍이 무척 아름답다.

                    소나무와 단풍을 뒤로 하고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10분 뒤 벤치가 놓인 쉼터. 된비알이라 한 번 쉬어가라는 의미일 게다. 송림 사이로 저 멀리 기룡산 정상이 보인다. 10분 뒤 다시 이정표. 역시 벤치가 있다. 좀처럼 지치지 않는 기자도 사실 숨이 차다. 잎이 커 옛날 짚신에 깔았다는 신갈나무가 우점종이어서 주변이 온통 노랗다.

잠시 완경사 길이 이어지다 다시 된비알 돌길로 본색을 드러낸다. 도중 숲 사이로 기룡산과 향후 오를 갈미봉과 우측 보현산 천문대가 확인된다.

삼거리 이정표 앞에 닿는다. 앞선 이정표에서 25분. 왼쪽으로 오른다. 낙엽융단길이다. 최근 조림한 듯 주변의 잣나무가 유난히 푸르다. 평해 황씨묘를 지나면서 경사는 수그러든다. 10분 뒤 역시 삼거리 이정표. 이정표엔 '거동사 1.5㎞'로 적혀 있다. 산행 전 들머리에서 본 '작은보현산 1.5㎞'라 적힌 이정표를 꼼꼼히 봤다면 여기가 정상이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들머리의 이정표가 틀렸다. 우측은 대태고개를 거쳐 수석봉 가는 길, 산행팀은 좌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시·도경계길. 우측은 포항 죽장면 두마리, 좌측은 영천 자양면 보현리다.

발길 닿는 곳마다 풍경이 무척 평화롭다.

6분 뒤 시야가 트이는 능선 상의 바위 지점이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왼쪽으로 부산의 시약산처럼 기상레이더관측소가 서 있는 면봉산(1113m)과 그 우측으로 베틀봉(930m), 무명봉이 나란히 쌍둥이처럼 서 있다. 이 길은 대구 팔공산까지 이어지는 보현기맥길이다.

작은보현산. 정상석 대신 정상목과 삼각점이 서 있다.
작은보현산에서 본 구름 위의 대구 팔공산.

여기서 10분이면 작은보현산. 정상석 대신 정상목과 삼각점이 서 있다. 조망은 앞서 본 장면과 큰 차이가 없다. 정상목에서 10m쯤 더 가면 편평한 돌로 만든 식사용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정면 숲 사이로 보현산 천문대가 보인다. 10시 방향으론 팔공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직진하며 내려선다. 7분 뒤 집채만한 바위와 농짝 크기의 바위가 나란히 서 있다. 범바위다. 오래 전 마을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이후부턴 푹신푹신한 산길.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단풍이 거의 끝나 약간은 을씨년스럽지만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되레 정감이 간다. 도중 놓쳐선 안될 볼거리가 하나 있다. 산길에서 좌측으로 30m쯤 거리에 여성이 다리를 위로 좍 벌리고 있는 듯한 다소 독특한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산행팀은 '사랑목(木)'이라 명명했다. 어떻게 보면 망측하기도 하다. 사람이 자주 다녔는지 희미하게 길이 나 있다.

호젓한 숲길이 일품이다.

뭇 남성들의 눈길을 쏘옥 끄는 사랑목.


이어지는 산길은 부드럽고 편안해 금정산 철학로가 떠오른다. 휘파람도 절로 나온다.

포항 죽장면 두마리로 빠지는 탈출로와 '산불조심'이라 적힌 플래카드를 지날 무렵 좌측 저 멀리 빨간 단풍나무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주변엔 물이 흘러 샘터로 개발하면 좋겠다.   

주변에 물이 있으면 단풍잎이 유난히 더 붉다.

호젓한 낙엽길도 만난다.


이쯤부터 서서히 오름길이 점차 시작된다. 과거 숯가마터로 추정되는 구덩이 둘을 지나면 이내 너른 터 사거리. 어떤 지도에는 이곳을 작은보현산으로 적고 있다. 참고하길. 또 쓰러져 있는 이정표에는 해발 832m라고 표기돼 있지만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827m로 적혀 있다. 우측 보현산 천문대, 직진하면 보현산 천문대 입구 마을인 정각별빛마을 가는 길, 산행팀은 왼쪽 갈미봉 쪽으로 향한다. 부드러운 낙엽길이다. 6분쯤 뒤부터 우측으로 보현산 천문대가 훤히 보인다. 내리막이 끝날 무렵 우측 정각별빛마을로 가는 넓은 임도가 열려 있다.
 옛 구들장 채석장에서 바라본 작은보현산.

갈미봉으로 가는 도중 바라본 보현산 천문대.

이때부터 다시 갈미봉을 향한 오름길이 시작된다. 대형 파란 물통을 지나 10분이면 채석장. 오래 전 구들장을 생산하던 채석장이다. 전망이 빼어나 왼쪽 작은보현산, 오른쪽 보현산이 고개만 돌리면 각각 시야에 들어온다. 작은보현산 좌측으로 베틀봉 면봉산, 우측으로 수석봉이 보인다.

채석장에서 5분이면 옛 봉화대인 갈미봉 상봉. 정상이란 이정표만 없으면 그냥 스쳐 지나갈 봉우리로 전망도 없고 별 특징이 없다.
 
하산은 이정표 좌측으로 내려선다. 거동사까진 1.2㎞. 시종일관 낙엽길이 이어지고 단풍도 이따금 화려하다. 300m쯤 내려서면 숫제 단풍터널이 기다린다. 25분 뒤 보현지 갈림길에선 돌탑공원으로 직진한다. 이어 경주 김 씨묘와 벤치가 놓인 쉼터를 지나면 일순간 산길이 좁아지며 급경사 내리막이 기다린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산허리를 타면 건너편에 거동사가 보이고 어느새 '보현골 자연탐방로 안내도'를 지나 보현사돌공원에 닿는다. 갈미봉에서 45분 걸린다.

#떠나기전에 - 이동 중 양동마을 지나 둘러봐도 될듯

갈미봉 정상 직전 만나는 채석장은 30, 40년 전만해도 구들장을 생산하던 제법 잘 나가던 곳이었다. 그저 흔적만 남아 있지만 지금은 멋진 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 마을 최호웅 씨는 "신기하기도 판상으로 잘 갈라지던 그 돌은 불을 쬐면 쬘수록 야물어지고 보온력도 대단했다"며 "당시 구들장은 부산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석장에서 갈미봉을 거쳐 내려오는 하산로가 꽤 넓어 많은 사람들이 이 길로 구들장을 실어 날랐느냐고 묻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당시 캐낸 구들장은 채석장과 산 아래를 연결하는 일종의 운반용 케이블카를 이용했다고 전했다. 
  
거동사에는 '진돌이'라는 하얀 진돗개가 한 마리 있다. 안타깝게도 왼쪽 앞 발이 없다. 마을 뒷산에 멧돼지가 많아 이를 잡기 위해 설치한 올무에 발이 걸렸기 때문이다. 아주 순하고, 움직이는데 불편하지만 본연의 임무인 절 지키기에는 충분히 밥값을 한다고 한다.

산행 중 나무 및 야생화 이름이 적힌 팻말이 자주 목격된다. 보현골 녹색농촌체험마을에서 단 것이다. 홀아비꽃대 등 북쪽 지방의 야생화가 자생하는 것으로 봐서 작은보현산도 보현산과 마찬가지로 야생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거동사 입구 보현리 송정마을 인근에는 방갈로나 목조주택이 너른 터에 위치해 있다. 알고 보니 이곳은 매년 8월 대한민국 전원생활박람회가 열리는 장소라는 것. 행사 땐 목조황토집 황토한옥 통나무주택 등 다양한 전원주택이 전시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산행 시간이 짧아 오가는 길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양반마을이자 마을 전체가 지난 1984년 문화재로 지정된 양동마을을 둘러볼 수 있고, 귀향길엔 '대구 영천'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영천댐 호반 드라이브길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교통편 - 영천서 부산행 막차 오후 6시40분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40분, 8시30분, 10시45분, 11시30분에 출발한다. 1시간20분 걸리며 6400원. 영천터미널 앞 터미널약국 앞에서 자양(거동사행) 버스를 타고 보현3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40분, 9시30분, 10시30분. 1시간 걸리며 3100원. 보현3리 버스정류장에서 영천행 버스는 오후 3시, 4시, 5시40분, 6시4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울진 포항 7번 국도~포항 보문관광단지~포항 7번~울진 포항 위덕대학교~포항 안강 7번~영천 안강 28번 우회전, 양동마을~안강 28번~대구 영천 28번~기계 안강 31번~기계 31번~달성교 건너~청송 기계 서포항IC 31번 좌회전~포항시 기계면 안내판~청송 기계 31번~청송 죽장 31번~한티터널~죽장휴게소 지나 영천 69번 좌회전~영천시 자양면 안내판~화북 35번(보현산 천문대 거동사) 우회전~보현청소년수련원(옛 자양중학교)~천년고찰 거동사 가는 길~보현골 돌공원 순.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호젓한 청정계곡에 동해바다 조망까지-포항 동대산~바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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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의 대표적인 청정계곡인 경방골의 호박소 앞에 선 취재팀. 소 상단부 암반으로 흘러내리는 와폭과 수정같이 맑은 물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들머리에서 35분이면 아무도 없는 숨은 비경에 닿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해지고 김이 안경에 껴 오히려 산행에 방해가 될 정도인 여름, 계곡 산행을 떠나보자. 기암괴석과 수정같이 맑은 물은 계곡이 당연히 갖춰야 할 충분조건. 여기에다 '인간공해'가 거의 없는 인적 드문 청정계곡이라면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곳이다. 또 한가지.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땀에 흠뻑 젖은 몸을 '풍덩' 담글 수 있는 그런 계곡이면 금상첨화. 국립공원 등의 수려한 계곡은 원칙적으로 대부분 휴식년제나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물한방울 손에 묻힐 수 없다. 그저 주마간산 격으로 감상만 해야 하는 '그림의 떡'과 같은 계곡이다.


 경북 영덕과 포항에 걸쳐 있는, 청정계곡이 숨어있는 동대산(791m)과 바데산(646m) 계곡으로 떠났다.

남으로는 포항의 내연산 향로봉과 삼지봉으로 연결되고 북으로 바데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동대산은 동서로 여러 갈래의 숨은 계곡과 골짜기를 만들어 놓고 있다.

북서쪽의 경방골 물침이골과 서쪽의 마실골은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자연의 신비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계곡산행으로 제격이다.

전망 또한 빼어나 바데산과 함께 동해바다의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을 맘껏 감상하며 땀을 식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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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계곡의 명물 침수정 주변을 우선 둘러본다.

이번 산행은 경방골과 물침이골을 거쳐 동대산 정상에 오른 후 능선을 타고 바데산으로 향하는 코스를 잡았다. 옥계식당~옥계교~(옥계)신교~경방골~호박소~물침이골~너덜~주능선~동대산 정상(헬기장)~바데산 갈림길~십자로 안부~잇단 전망대~학성바위(쌍바위)~묘지~바데산 정상~잇단 묘지~옥녀교~신교 순. 6시간 정도 걸린다. 인적이 드문데다 갈림길이 워낙 많아 '국제신문 산행안내 리본'을 참조하며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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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에서 옥계 방면 69번 지방도를 타면 팔각산을 지나 옥계유원지에 닿는다. 도로변에 큰 간판의 옥계식당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식당 건너편엔 옥연암 이정표가, 그 옆에 화장실이 있다.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계곡을 건너 비포장로를 달리다 (옥계)신교를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다. 경북문화재이기도 한 그 유명한 침수정은 다리를 지나면서 오른편 언덕바지에 살포시 터를 잡고 있으니 놓치지 말자.

산행은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산길로 진입하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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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 경방골은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청정계곡이다.

곧 자연 그대로의 청정한 경방골 비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독특한 자태와 색상을 뽐내는 암반과 기암절벽 위에 걸린 푸른 소나무는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물소리, 새소리는 오감을 즐겁게 해준다.

텐트 치고 물놀이나 하고 가자는 동행한 산꾼의 엉뚱한 제안에 내심 정말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계곡을 따라 달리다 작은 소가 나타나면 물을 건너고, 그것마저 불가능해지면 절벽 아래를 타고 가기를 수차례. 어느새 경방골의 명물인 호박소 앞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35분 거리.

50평쯤 될까. 첫 인상은 숲속의 작은 연못. 어른 허리 정도 깊이로 보이는 호박소 앞에서 산꾼들은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쏟아낸다. 호박소 상단부 암반으로 흘러내리는 약 5m의 와폭 또한 그림같다.

호박소에서 5분 정도 가면 계곡이 둘로 갈라진다. 정면으로 난 골은 경방골의 주계곡으로 동대산 정상 동쪽 바로 아래까지 물길이 이어지고, 오른쪽길은 협곡성 골짜기인 물침이골을 지나 주능선을 타고 동대산으로 오른다. 물침이골로 간다. 초입부를 제외하면 계곡을 기준으로 지그재그로 사면을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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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물을 피해가야 할 정도로 유량이 풍부하다. 그리고 얼레지.
   
 
5분 후 제법 긴 너덜구간을 지나면 발아래 비탈진 계곡에 쌍둥이 모양의 두 줄기 실폭포가 시선을 당긴다. 계곡은 상류로 올라올수록 점차 그 양태가 달라진다. 폭이 좁아지면서 수량이 줄어들고 바위에 푸른 이끼가 많이 보인다. 규모만 작을 뿐 한라산의 탐라계곡이 연상될 정도로 비경이다.

이젠 계곡을 버리고 왼쪽으로 난 가파른 사면을 따라 능선으로 치고 오를 차례. 이 지점은 물침이골에서 약 35분 정도 거리로 아주 긴 나무가 쓰러져 이끼가 낀 점이 특징이다. 이 길이 이번 산행에 중요한 지점.

지금까지 비교적 여유로웠던 계곡길과는 달리 아주 가파른 된비알이다. 이렇게 20분 헉헉거리면 주능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평탄한 산길을 10여분 걸으면 좌측에 동해바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20분 후면 마침내 동대산 정상(791m) 겸 헬기장. 일망무제의 조망. 동해바다가 일자로 시원하게 열려 있고 남으로 천령산 매봉 내연산 향로봉 삼지봉이 선명하고 저멀리 대구 팔공산이 아련하다. 북으로는 팔각산과 주왕산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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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 정상과 바데산 가는 길에선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데산 방향은 진행방향 기준으로 직진이다. 초소를 지나면 바데산 갈림길. 직진하면 내연산 삼지봉이니 버리고 왼쪽 바데산, 정암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엔 동해바다, 왼쪽엔 우리가 온 능선이 보인다.

길찾기에 유의해할 지점이 한곳 나온다. 바데산 갈림길에서 25분쯤 뒤 무명봉에 오르면 왼쪽에 확트인 능선이 보인다. 바데산 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면 맞다. 직진하면 포항 청하 방면.

15분 뒤 십자로 안부에선 직진한다. 왼쪽길은 경방골에서 올라오는 길이니 유의할 것. 왼쪽 멀리 동대산 정상이 보인다. 능선을 따라 다시 20분 정도 진행하면 비로소 정면에 바데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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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 및 바데산 정상.

바데산 정상 밑 학성바위, 일명 쌍바위를 왼쪽으로 에돌아 전망대와 묘지를 지나면 바데산 정상(646m). 정상석 대신 초라한 나무 표지판이 외로이 서있다. 주변 나무에 가려 전망은 좋지 않지만 나무 사이로 그 나마 동해바다를 한번 더 볼 수 있다.

하산은 정상목을 보고 왼쪽길로 내려선다. 길이 가파르니 유의해야 한다. 30분뒤 우측에 마을이 보이고 다시 25분뒤 비포장도로인 옥녀교 옆 간이 화장실로 산길을 벗어난다. 여기서 들머리 신교까지는 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옥계37경 손때 덜묻은 청정산


동대산은 낙동정맥에서 곁가지를 친 괘령산~샘재~매봉~향로봉~삼지봉으로 그 능선이 이어져 낙동정맥과 마주 보고 있는 산이다.

경북 포항시 죽장면과 청하면, 영덕군 달산면에 걸쳐 있는 동대산은 각종 동식물의 보고로 한때 학계의 지대한 관심 속에 학술조사가 이뤄진 '청정의 산'이다. 아직 '한국의 산하' 등 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을 정도로 덜 알려져 있다. 바데산도 마찬가지. 기온이 부쩍 올라가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무더위가 한창인 8월까지 찾을 수 있는 산으로 추천한다.

산행 들머리인 (옥계)신교에서 바데산~동대산~삼지봉을 잇는 종주코스는 건각을 위한 코스로 적극 추천하며, 경방골~동대산~폭포를 거치는 4시간 정도의 가족 산행코스는 원점회귀 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상옥리에서 옥계로 이어지며 동대산을 둘러싸고 있는 대서천은 하늘만 빠끔히 열리는 오지의 골짜기. 지금은 개발의 미명아래 비포장도로가 열렸다. 이 때문에 토사가 계곡 곳곳을 오염시키며 또 하나의 절경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과거 많은 시인묵객이 대서천과 옥계천의 합수점 인근에 '옥계37경'을 정해 풍류를 즐기며 세월을 잊었다. 일월봉(日月峰) 팔각봉(八角峰) 복룡담(伏龍潭) 천연대(天淵臺) 부벽대(俯碧臺) 삼층대(三層臺) 세심대(洗心臺) 탁영담(濯纓潭) 학소대(鶴巢臺) 병풍대(屛風臺) 구정담(臼井潭) 존심대(存心臺) 선인굴(仙人窟) 강선대(降仙臺) 풍호대(風乎臺) 등이 그것으로 산행후 가족과 함께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을 씻어보자.

◇ 교통편 - 부산~영덕 시외버스 30분간격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북 영덕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5시56분, 6시9분, 6시22분, 7시5분, 7시52분, 7시59분, 8시36분, 9시9분, 9시41분 등 30여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600원. 2시간30분~3시간 걸린다. 영덕시외버스터미널에서 들머리 입구인 옥계상회(옥계계곡 또는 원담)까지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오전 6시45분, 8시10분, 9시50분. 2630원.

옥계상회에서 영덕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4시35분, 6시35분, 7시45분(막차)에 있다. 영덕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32분, 6시4분, 7시4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경주IC~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 국도(포항 우회도로)~울진 영덕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달산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이후 옥계 주왕산 방면으로 다시 한번 좌회전하면 옥계상회에 닿는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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