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찬기운이 자취를 감추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두터운 외투가 왠지 둔해 보이고 거리엔 밝은 색상의 가벼운 복장을 한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하지만 예상외로 산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처녀의 겨드랑이를 타고 온다는 봄바람으로 인해 몸과 마음은 근질근질한데 딱히 떠나야 할 산을 쉽게 정하지 못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눈꽃산행은 늦은 감이 있고 꽃산행은 시기상조다. 신문의 등산가이드 난에 소개되는 산들이 1년 중 가장 다양한 것도, 국제신문 산행팀이 ‘좋은 산 한 군데를 추천해 달라’는 문의전화를 가장 많이 받는 때도 바로 이 시기이다. 김해 금동산(琴洞山·463.5m). 주말 모처럼 늦잠을 잔 후 가족과 함께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야트막하고, 낙동강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산이다. 경남 김해시 상동면의 여차리 감노리 대감리에 걸쳐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을 자랑하는 금동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볼 산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금동산 산행의 매력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 남으로 남으로 700리를 쉼없이 내려온 낙동강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산행 내내 관망할 수 있다는 점. 낙동강과 가장 절친한 산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부산시와 부산시민들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목가적인 전원풍경을 오랫동안 안겨다 준 낙동강보다는 항만이나 물류, 친수공간 등등을 앞세우며 바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온 것이 그동안의 현실. 이 참에 낙동강의 진가를 새삼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사방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정다운 산, 그 기슭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작은 마을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강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경부선 열차의 평화로운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한국화를 연 상시킨다. 금동산을 향해 가는 버스 안에서도 낙동강변의 아름다운 정취가 흠뿍 배어난다. 매리취수장을 지나면서 달리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들머리는 여차리 요셉자립장. 용산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5분 정도 거슬러 가면 된다. 나이 많은 산꾼들에겐 용당나루터 근처라고 하면 ‘아굩 그곳’이라며 옛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옛날 인근 무척산 산행 때 버스 타고 산행한 후 용당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넌 후 원동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귀가하던 소위 ‘타고’ 산행의 중심지에 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나룻배가 사라져 단지 추억으로만 남은 그곳 용당나루터. 산행은 요셉자립원~주능선~철탑~석룡산 갈림길~전망대~정상 바로 밑 갈림길~금동산 정상~경주 손씨묘 ~용전마을 순으로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초입부분은 길이 묵은데다 이마저 희미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요셉자립원 정문 앞 오른쪽 산길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길이 묵어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었음을 암시한다. 길 옆의 대역사 현장은 대구에서 밀양~구포로 이어지는 중앙고속도로 공사장. 길이 점점 좁아지고 나뭇가지가 앞을 가로 막는다. 헤쳐나가느라 신경이 쓰일 뿐 아니라 체력 소모 또한 심하다. 25분쯤 뒤 마침내 주능선. 이렇게 푹신푹신한 낙엽길을 만날 줄이야. 동시에 길 왼쪽 편에 낙동강의 도도한 물길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저 멀리 강 건너편에는 원동역과 그 뒤 배내골로 연결되는 골짜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원동마을 뒤에는 토곡산과 용골산 오봉산 금정산이 이어져 있다. 곧 봉분이 낮은 무덤을 지나면 왼쪽에 바위 전망대. S자를 뒤집어 놓은 모습으로 낙동강이 흐른다. 평온함 그 자체다. 강변 너른 옥토에는 비닐하우스가 빼곡히 차 있다. 간간이 지나는 경부선 열차 또한 정겹다. 10분 뒤엔 낙동강 물줄기와 산행길이 나란히 달린다. 강건너 경부선 철길까지 포함한다면 산길 물길 철길이 삼위일체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발목까지 낙엽이 빠진다. 조금 더 나아가면 길 좌우 모두 낙동강이 보인다. 이 때부터 크게 보아 능선이 반시계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나뭇가지를 피해 고개를 숙이고 헤쳐나가야 한다. 철탑을 지나면 다시 좌우에 낙동강이 보이고, 주변 소나무의 경관이 빼어나 발을 잠시 머무르게 한다. 다시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정면에 금동산 정상이 나무에 가려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낸다. 곧 석룡산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석룡산 너머로 신어산이 보이고, 왼쪽방향인 낙동강 건너편에는 구덕산, 엄광산, 백양산이 손에 잡힌다. 직진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정면에 부산의 진산 금정산도 보인다. 작은 봉우리를 2개 넘어 이번엔 암봉에 닿는다. 금동산 정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제부턴 암릉길. 이끼 낀 바위길을 오르면 왼쪽에 전망대. 그 옆에 안테나가 서있다. 낙동강이 한 일자로 흐른다. 그 뒤 우뚝 선 산이 토곡산 정상. 이제부터 움직이는 곳 모두가 전망대. 정상 조금 못미쳐 갈림길. 왼쪽 매리마을. 흔히 매리마을에서 출발, 금동산을 거쳐 석룡산으로 하산하는 길도 산꾼들이 애용하는 코스. 직진해 바싹 마른 억새숲을 지나면 곧 정상. 정상석은 없고 발밑에 삼각점만 보인다. 정면에 동신어산, 왼쪽에 석룡산이 보인다. 하산은 남쪽으로 직진한다. 경사가 완만한 오솔길이다. 20분쯤 뒤 경주 손씨묘를 지나면 사거리. 오른쪽으로 내려서 작은 계곡을 건너 30분 정도 걸으면 대감리 용전마을 표지석. 이어 도로와 만나면 왼쪽으로 가 상동면사무소 앞 슈퍼에서 구포행 버스를 타면 된다. ◇ 교통편 - 구포역 인근에서 버스로 40분 소요 구포역에서 나와 육교를 건너지 않고 왼쪽(사상 방향)으로 150m 정도 가면 고가다리가 나온다. 그 고가다리 밑에 김해여객(055-337-3751) 대동·상동행 버스정류소(종점)가 있다. 이 곳에서 여차행 버스를 타 김해 상동면 여차리 용당초등학교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10분, 10시10분, 11시30분, 낮 12시50분, 오후 2시30분 출발. 40분 정도 걸린다. 2200원. 구포역까지는 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서 내려 ‘구포역’ 방향으로 올라와 골목길(입구에 이정표 있음)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산행 날머리인 상동면사무소 근처 슈퍼 앞 버스정류소에서 구포행 버스는 오후 1시30분, 3시, 4시30분, 6시, 7시(막차)에 있다. 1700원. ◇ 낙동강하구 조망 산행은 산행을 하면서 강이나 바다를 관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행운이다. 해운대 장산에 오르면 해운대의 푸른 바다와 그림같은 광안대로가 눈앞에 펼쳐지고 김해 금동산에 서면 낙동강의 도도한 물줄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해운대 앞바다와 광안대로가 비교적 화려하고 광활하다면 낙동강의 푸른 평야는 어머니의 품처럼 후덕하고 포근하다. 김해 금동산이 산행 내내 낙동강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다면 을숙도를 비롯해 크고작은 모래섬으로 이뤄진 낙동강 하구 일대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산은 어디일까. 산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몰운대에서 출발하는 낙동정맥의 한 구간인 아미산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다대동방아파트 건설을 위해 부지조성공사를 하는 등 서서히 망가져 가고 있지만. 산행 출발점은 다대포 몰운대성당 앞.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버스를 내려 길을 건넌 후 다대대우아파트를 지나 다선중학교와 몰운대사회복지관 부설 어린이 집을 지나면 만날 수 있다. 산행길 입구에 서면 그 명성에 걸맞게 다대포해수욕장과 모래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쪽 끄트머리에는 백합등 도요등 장자도 진우도 눌차도 등 눈에 보이는 모래섬의 사진을 붙여 실제 모습과 비교할 수 있도록 ‘낙동강 하구 조망도’가 친절하게 서있다. 산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모래섬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상까지는 40~50분 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가족 산행지로도 적합하다. 정상에서 갈라지는 응봉봉수대에서도 다대포해수욕장과 낙동강 하구 일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억새산행으로 유명한 승학산에서도 낙동강 하구 일대의 조망이 가능하다. 승학산은 도심에 위치, 부산시내 여러 지역에서 들머리를 마음대로 잡을 수 있다. 사하구 동아대 하단캠퍼스를 비롯해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 동구 안창마을, 부산진구 통일교 범내골성지 또는 가야1동 현대아파트, 사상구 학장동 등. 승학산에서 낙동강 하구 일대를 감상하려면 정상 부근에 도달해야 한다. 이밖에 거리는 비교적 멀지만 가덕도의 주봉인 연대봉이나 금정산과 이어지는 백양산에서도 낙동강 하구 일대를 볼 수 있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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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의 젖줄 1300리 낙동강과 가장 절친한 산줄기-김해 금동산 2008.07.06
- 최치원 효심이 묻오나는흰구름산-함양 백운산 2008.07.06
- 한려수도 유무인도 한눈에 펼쳐지다-통영 벽방산~천개산 2008.07.06
- 해운대와 광안대교가 한눈에-부산 장산~구곡산 2008.07.06
- 공룡능선 오르니 주남저수지가 발아래-창원 비음산~봉림산 2008.07.06
- 이차돈의 넋이 어린 신라 불교의 성지-경주 소금강산 2008.07.06
- 울산 도심의 천하 명당-문수산~남암산 2008.07.06
- 김해천문대도 보고, 가야 흔적도 더듬고-김해 분성산 2008.07.06
- 한려수도 벗삼아 일곱 암봉 오르내림-통영 사량도 아랫섬 칠현산 2008.07.05
-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 열렬 마니아 이재수 씨 2008.07.05
영남의 젖줄 1300리 낙동강과 가장 절친한 산줄기-김해 금동산
최치원 효심이 묻오나는흰구름산-함양 백운산
근교산&그너머 <377> 함양 백운산 | ||||||
‘흰 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 현재 우리나라에 백운봉까지 포함, ‘백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부산 기장의 백운산 등 열댓개. 20개를 넘는다는 천황봉(天皇峯)에 이어 두번째다. 천황봉이라는 이름이 대부분 일제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적은 이름을 근거로 하고 있어 산꾼들은 하루빨리 옛 산이름 찾기 운동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반면 백운산이란 산이 높아 구름을 걸치고 있다는 자연발생적인 이름이어서 친근한 느낌이 더하다. 경남 함양군 백전면과 서상면,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 걸쳐 있 백운산은 우선 그 이름만큼이나 높고 험하다. 고로쇠약수로 유명한 광양 백운산이나 원주 백운산도 산높이가 1000m 이상이지만 그 중 으뜸이 경남 함양의 백운산(1279m)이다. 해발고도 뿐만 아니라 조망도 빼어나다. 주변의 이름깨나 알려진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로 거칠 것 없이 펼쳐져 있어 이를 확인하는데만 한참이 걸릴 정도. 하산길에 만나는 골짜기인 큰골은 높이가 어림잡아 30m나 돼 협곡에 가까운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주변 아름드리 홍송 또한 일품이다. 산행은 대방마을 매표소~묵계암~상연대~주능선~전망대~하봉~중봉~백운산 정상~화과원 갈림길~용소폭포 ~헬기장~백운암을 거쳐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5시간~5간30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면 정면에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서있다. 이를 바라보고 왼쪽 ‘상연대’ ‘묵계암’, 오른쪽은 ‘백운암’ ‘화과원’ 방향. 원점산행이라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 없으나 하산할 때 콧노래를 부르며 쉽게 내려올 수 있게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정면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는 하봉. 150여m 오르면 조그만 암자인 상연대도 시야에 들어온다. 백운산 산행 초입부는 예상외로 따분하다. 묵계암을 거쳐 상연대까지 가는 50여분 거리가 시멘트길이기 때문이다. 암자 두 채를 위해 왜 이토록 산골짜기까지 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해 놓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하여튼 묵계암까지는 30분 거리. 관음전 삼성각 등 전각 두 채가 아담하다. 비구니승 두 분이 수행하며 지나가는 길손에게 차를 대접한다. 20분 후 상연대(上蓮臺).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암자. 15m쯤 되는 벼랑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모습이 연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말에는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실상선문이 이곳으로 옮겨와 선문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상연대는 무엇보다 왼쪽 천왕봉에서부터 반야봉까지 일직선으로 하늘금을 긋는 지리산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상연대까지의 시멘트길이 지루하다면 묵계암을 지나 바로 향하는 산길을 오르면 상연대를 지나 무덤이 있는 주능선에서 만난다. 상연대를 못보는 아쉬움은 남지만. 백운산 정상까지는 1.8㎞.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엄청나게 급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당한 체력소모를 요구한다. 20여분 뒤 제법 넓은 주능선. 묘지가 가운데 있고 묵계암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난다. 그 옆에 벤치가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 이어지는 밧줄. 15분간 한바탕 또 힘을 소진하면 전망대. 방금 올라온 시멘트길과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 무덤이 있는 봉우리를 만난다. 하봉이다. 잡목 사이로 정상이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만 더 가면 중봉과 정상이 나란히 보인다. 7분 뒤 조망이 탁월한 중봉. 정상을 보고 오른쪽(동쪽)으로 남덕유산과 남령 월봉산이 이어지다 월봉산에서 능선이 갈라져 앞엔 거망산 황석산이, 뒤엔 금원산 기백산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이 곳에서 정상은 10분 거리. 정상 100m 앞서 무덤 2기가 보인다. 무덤에서 왼쪽은 중고개로 지리산 방향으로 이어진다. 정상은 오른쪽. 이 짧은 구간이 백두대간. 정상은 지금까지 봐 온 주변 봉우리를 총정리할 수 있는 곳. 정상석 앞에 ‘백운산 전망안내도’가 서있지만 낡아서인지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다. 주변 봉우리들의 이름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남쪽의 지리산 능선은 시계범위가 더 넓어져 이번엔 웅석봉에서 천왕봉~반야봉~노고단~만복대~바래봉~덕두산까지 펼쳐지고 동쪽 코 앞에는 괘관산이 의좋게 마주보고 있다. 하산은 오른쪽(동쪽) ‘백운암’ ‘원통재’ ‘화과원’ 방향. 북사면이라 아직도 제법 눈이 있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다. 내리막이어서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미개척산길의 이정표 갈림길과 만나면 왼쪽으로 내려선다. 산죽길 너덜길 오솔길과 헬기장을 연이어 지나면 또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 급경사길. 15분 정도만 힘겹게 내려오면 계곡과 만난다. 지금부터 계곡과 나란히 걷는 그야말로 호젓한 산길. 20분 뒤엔 집수통에 연결되는 고로쇠파이프 여러 줄이 보인다. 울진의 응봉산 온천수 파이프가 연상된다. 곧이어 화과원 갈림길을 만난다. 계곡을 건너면 화과원, 직진하면 백운암. 화과원은 기미독립선언서에 한용운과 함께 서명한 용성스님이 선농일치를 주장하며 손수 농사를 지었던 곳. 10여분 걸리지만 최근 복원공사가 중단된 상태. 동시에 이 지점이 용소폭포. 15m 높이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는 용소가 자리잡고 있다. 폭포 옆에는 아름드리 노송이 주변 풍경을 더욱 멋지게 해준다. 백운산 최대의 비경지대라 할 만하다. 이후부터는 협곡과 아름드리 홍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계곡길의 운치를 만끽하며 걷는다. 날머리인 백운암 인근에는 하얀 화강암 위로 흐르는 맑은 물이 인상적이다. 백운암에서 매표소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6시20분, 6시59분 등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600원. 3시간 정도 걸린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055-963-3281~2)에서 들머리인 대방마을에 닿기 위해선 군내버스터미널(간판은 (주)함양지리산고속)에서 백전·신촌행 군내버스를 타 종점인 신촌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7시40분, 8시, 9시30분, 10시20분, 11시20분 출발. 1600원. 군내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터미널 뒷문으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보인다. 날머리인 신촌 대방마을에서 함양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 5시, 6시10분, 8시20분(막차)에 있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 6시, 6시45분, 7시5분, 7시28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88고속도로 광주방향~함양IC~백운산 상림공원 우회전~함양시외버스 주차장사거리서 직진 백전 함양 방향~상림숲~월암삼거리 백전 서하 방향 좌회전~백전면~대방마을 순. ◇ 떠나기전에 흔히 백운산하면 광양의 백운산을 먼저 생각한다. 광양 백운산의 유명세에 가려 있지만 함양의 백운산이 백운산으로서는 진산이다. 그래서 산꾼들에게는 동경의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백두대간의 막바지에 웅장하게 솟은 산으로, 남으로는 지리산 웅석봉에서 천왕봉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북으로는 남덕유산 북덕유산을 잇는 조망권이 여타 산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는 고리가 함양 백운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의 하산길인 큰골은 백운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골짜기로 용소의 푸름이 절경을 연출하고 하봉에서 시작된 미끼골은 묵계암 상연대 등 급한 골짜기에 터를 잡은 절집이 위태롭게 걸려 있어 많은 시인묵객이 들러 머무르곤 했다. 백운산의 산길은 여럿 있다.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대방마을에서 출발, 미끼골을 거쳐 큰골로 하산한 코스가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끼골의 서쪽편에 있는 중고개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은 산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백운산 바로 옆 괘관산에서 이어지는 원통재(일명 빼빼재)는 한적한 산길로, 화과원 뒷능선을 거쳐 서래봉 상봉을 연결하는 종주코스로도 시도할 만하다. 또 다른 길은 호남정맥의 무령고개에서 영취산을 거쳐 백운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최근 산꾼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 길은 백두대간을 맛보기할 수 있는 독특한 산길이다. 이번 주말에는 함양 백운산에 올라 지리산과 덕유산, 그리고 백두대간의 정기를 한 몸에 받아보자. 3월은 산행시기중 가장 어정쩡한 계절이다. 백운산은 봄 기운은 물론 아직 북사면에 잔설이 남아 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겨울장비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말자. 백운산으로 향하는 도중 천연기념물 154호 상림숲을 지나므로 시간이 날 경우 빠뜨리지 말자. 참고 하나. 날머리 백운암 경내 한쪽 편에는 고로쇠파이프로 모여지는 고로쇠약수 집수통이 있다. 현장에서 바로 담아 판매도 한다. 흔히 5만원하는 18ℓ(1말) 1통에 3만5000원. 016-9883-8525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 이창우 산행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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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유무인도 한눈에 펼쳐지다-통영 벽방산~천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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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2> 통영 벽방산~천개산 | ||||||||||
산행에 있어 조망은 약방의 감초처럼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 새로운 산을 접할 때 산세보다도 먼저 조망을 따지는 산꾼들이 제법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짝 땀을 내고 정상에 올랐더니 온 사방이 나무에 가려 하늘만 멍하니 쳐다봐야할 때의 허탈감이란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대목이다. 경남 통영시 광도면에 위치한 벽방산(碧芳山·650.5m). 인접한 고성군의 거류산과 곧잘 같이 언급된다. 통영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한 벽방산은 무엇보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환상적이다. 바다를 향해 서면 넓은 내해인 진해만에서부터 거제도 한산도 욕지도 사량도, 멀리는 남해도에 이르기까지 170여개의 한려수도 유·무인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등뒤로는 모내기를 전후해 물을 가득 품고 있는 고성군의 광활한 평야지대가 햇빛에 반짝인다. 조망 뿐만 아니다. 벽방산 기슭에는 신라 태종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도량 안정사와 가섭암 의상암 등 암자가 수백년된 적송 느티나무 등에 둘러싸인 채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어 가히 불가의 산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때문에 벽방산은 승려의 밥그릇인 바리때 발(鉢)자를 써 벽발산이라고도 한다. 산세 또한 험하지 않고 길이 또렷해 산꾼이 아니더라도 남녀노소 구분없이 연중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행은 안정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의상암~전망대~벽방산 정상~대형 돌탑 2기~안정치~천개산 정상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4시간 정도 걸린다. 안정사로 곧장 가는 길을 택하지 말고 ‘벽방산 정상(2.3㎞) 의상암(1.4㎞)’ 등의 푯말이 세워져 있는 길로 오르자. 200m 정도 걸으면 갈림길. 갈림길 사이에 난 산길을 택하자. 저멀리 왼쪽의 안정사에서 목탁소리가 들린다. 지금부터 오르는 산길은 임도를 계속 가로지르며 오르기 때문에 40여분간 산길, 임도, 다시 산길, 임도 등 다섯번이나 반복된다. 산길에서 임도로 나오면 곧바로 가로질러 산길로 오르는가 하면, 임도에서 100~150m 정도 직진한 후 왼쪽에 난 산길을 찾아 오른다. 특히 네번째 만나는 임도에서 150m 정도 지나 왼쪽에 난 산길은 찾기가 까다로우니 유의하자. 얼핏 입구가 아닌듯 하지만 길 오른쪽 밑에 물이 흐르고 있다. 국제신문 근교산팀 노란 리본도 확인하자. 10m뒤 갈림길. 물소리가 들리는 오른쪽 길을 버리고 왼쪽 길로 오른다. 200m 후 돌탑이 서 있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임도에서 ‘의상암 0.1㎞’라는 푯말이 보이지만 의상암까지는 생각보다 제법 멀다. 들머리에서 의상암까지는 1시간이 채 안걸린다. 의상암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초창해 하늘의 공양(천공)을 받은 곳. 의상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적송과 느티나무 산죽이 왠지 모르게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암자 옆의 1천4백년전에 의상대사가 마시고 수도했을 석간수 한 모금을 마셔보자. 의상암 왼쪽으로 난 산길로 오른다. 200m쯤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다. 벽방산 정상까지는 0.7㎞. 왼쪽으로 오른다. 이때부터 능선 길 양편에 진달래가 즐비하다. “매년 4월 중순이면 진달래가 압권이지”라는 주차 관리아저씨의 말이 생각난다. 7, 8분 뒤 이번 산행의 첫 전망대. 발밑에는 주차장이, 정면에는 저멀리 거제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엔 정상. 조그만 정상석 옆에는 태극기가 펄럭인다. 사방 360도의 시야 중 300도 정도가 온통 바다다. 남서쪽엔 사량도 칠현산을 비롯 남동쪽 거제도 대금산 계룡산, 남쪽 통영 용하산, 저멀리 북쪽 연화산 서북산, 서쪽 고성읍내와 향로봉 수태산, 그 뒤 와룡산 등이 시야에 들어오고, 한산도 거제도 등 크고 작은 섬들 사이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특히 거제도는 높은 산줄기들이 이어져 섬이라기보다는 반도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산은 직진해 남쪽으로 내려선다. 경사가 심한 바위길이다. 수십m의 로프가 준비돼 산행을 도와준다. 10여분 후에는 산죽이 길 양편에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곧이어 길에서 3, 4m 떨어진 곳에 7m 정도는 족히 되는 돌탑 2기가 나란히 서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평화’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번 산행에서 느낀 점 하나. 산행내내 진주산업대에서 단 나무이름 명패가 눈길을 끌었다. 쥐똥나무 작살나무 돌배나무 합다리나무 쇠물푸레나무 등의 학명 원산지 용도 개화시기 등을 아주 친절하게 표기해 나무에 문외한인 기자의 궁금증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정상에서 임도가 나있는 고개 안정치까지는 대략 30여분. 왼쪽 길은 은봉암, 오른쪽 길은 원산리. 양쪽 임도 사이의 산길로 오른다. 천개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진달래 등 나무와 풀이 길을 막고 있는 것으로 봐 사람이 비교적 적게 다닌 듯하다. 20분쯤 오르면 헬기장. 여기서 2분 정도 직진하면 정상이다. 달리 정상석이 없고 넘어진 산불초소와 왼쪽에 철탑만 보인다. 하산은 헬기장의 오른쪽에 난 내리막 길로 내려선다. 7, 8분 간격으로 갈림길이 나오면 모두 왼쪽 길을 택한다. 헬기장에서 안정사와 부도전을 지나 주차장까지는 대략 50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통영시와 고성군에 걸쳐있는 벽방산은 벽발산(碧鉢山)이라고도 부른다. 석가의 십대 제자 중 한 사람인 가섭존자(迦葉尊者)가 벽발(碧鉢·바리때)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화재로는 654년(무열왕 1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안정사의 대웅전(경남유형문화재 80호)이 있으며, 가섭암·의상암·은봉암·만리암·천개암 등 부속암자를 두고 있다. 벽방산에는 안정사 팔경(安靜寺 八景)이 있다. 만리창벽·옥지응암·은봉석성·인암망월·가섭모종·의상선대·계족약수·한산무송 등이 있으므로 산행을 하며 되짚어보자. 정상은 상봉(上峰) 또는 칠성봉(七星峰)으로 불리며 부산 앞바다와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 정상에서 안정치로 내려서면 평평한 산죽밭이 나온다. 만리암터로 그 뒤 절벽을 만리창벽이라 부른다. 만리창벽에서 쪽빛바다와 다도해를 보라. 안정치에서 천개산 능선을 타면 아쉽게도 왼쪽 발아래 은봉암의 작은 암자를 보지 못한다. 은봉암 대웅전 옆의 높은 바위가 은봉석성, 샘은 계족약수이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가족과 함께 여유를 가지고 떠나보자.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를 시작으로 20분마다 있다. 9천원. 통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안정사 입구까지 시내버스는 5~10분 간격으로 있다. 63, 65번 안정사 항리행 버스다. 25~30분 걸린다. 800원. 이곳에서 안정사 주자창까지는 걸어서 15~20분. 고성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10~20분 간격으로 있다. 6천9백원. 고성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안정사행 버스는 오전 7시35분, 9시35분, 10시45분에 있다. 1천7백원. 안정사 입구에서 통영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시내버스의 막차는 밤 10시이고, 고성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오후 8시20분이 막차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마산톨게이트를 지나 서마산 방향으로 빠져나온다. 이후 ‘통영’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보고 14번 국도를 달린다. 고성경찰서, 갈촌 탈박물관을 지나 율대사거리에서 ‘안전공단’ ‘거류’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도로공사 중이어서 길이 막혀 다시 좌회전한 후 ‘통영’ ‘광도’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한다. ‘통영시’ 이정표를 지나 사거리에서 통영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오른쪽에 신라고찰 ‘벽발산 안정사’ 이정표가 나온다. 글 사진=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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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와 광안대교가 한눈에-부산 장산~구곡산
근교산&그너머 <370> 장산 | ||||
해운대의 배산(背山)인 장산(634m)은 오르면 오를수록 재미난 산이다. 금정산 고당봉(801m) 백양산(642m)에 이어 부산서 세번째로 높은 장산은 과거 오랫동안 군부대가 주둔해 있던지라 철책을 따라 산행길이 나있는가 하면 곳곳에 훈련시설물과 유격장, 지뢰매설지 표시 등이 있다. 불만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산꾼의 입장에서 보면 정상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소박한 기쁨이 원천 차단돼 서운함 마저 든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해운대의 푸른 바다와 그림같은 광안대교를 바라보노라면 언제 그런 불순한(?) 생각을 했는지 조차 잊게 된다. 그 어떤 수식어도 충족시키지 못할 장쾌한 조망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명산에 비해 한 치도 뒤짐이 없다. 장산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도심에 위치해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접근가능하며, 정상 주변에서 조우하는 억새 군락지도 가을철 한창 땐 ‘억새산행’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광활하기 그지없다. 장산에서 이어지는 구곡산(430m)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산행은 해운대기계공고 근처인 운촌경로정~간비오산 봉수대~우2동 체육공원~53사단 철책~전망대~옥녀봉 전망대~중봉~정상 밑 갈림길~장산 정상~시계방향으로 전진~왼쪽 선바위~철조망~갈림길 전망대~군 작전도로 사거리~오른쪽 늪지대~헬기장~구곡산 정상~대천공원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 2번 출구로 나와 해운대역 방향으로 5분쯤 걷는다. 7번가 피자와 카맥스 경정비가 나오면 그 사이 왼쪽으로 돌아 정면에 보이는 계단으로 오른다. 철길을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오른쪽에 운촌경로정. 방금까지 차 소음을 듣다 2~3분도 채 안돼 산 속으로 들어오다니 도심의 산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정면 저 멀리 봉수대가 보인다. 곧 갈림길. 두 길 모두 봉수대에서 만난다. 직진한다. 5~6분 뒤 간비오산 봉수대. 고려말부터 갑오경장까지 약 700년간 해운포(海雲浦) 일대에 침입한 왜적을 감시한 곳. 지난 1976년 복원된 이 봉수대에 서면 해운대 앞바다를 비롯, 이기대 오륙도 광안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뒤돌아서면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이 모두 보인다. 계속되는 산길. 오거리가 나오면 정면에 두 갈래 길이 기다린다. 두 길 모두 체육공원에서 만난다. 이왕이면 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오른쪽 지름길을 택하자. 어른키의 배나 되는 돌탑을 지나면 53사단 철책을 만난다. 지금부턴 철책과 산길이 나란히 달린다. 철책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일까. 철책 안의 새울음소리가 유난히 크다. |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너덜을 지나 힘들게 바윗길을 오르면 바위전망대. 옥녀봉 전망대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걸터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본다. 8분 정도 뒤 안부에 닿고 다시 10분 뒤면 중봉(381m) 정상에 도착한다. 정면에 장산 정상이, 그 우측에 구곡산과 장산마을이 보인다. 3~4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가면 폭포사. 정상 밑 갈림길은 이 곳에서 10여분 뒤. 우측 방향은 8부 능선길로, 억새밭으로 향하는 길.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직진한다. 갈림길에서 15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군시설물 때문에 정상부분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약간 허탈하지만 장쾌한 조망에 이내 맘이 확 달라진다. 봉래산 천마산 황령산 금련산 구덕산 엄광산 백양산과 금정산 상계봉 고당봉, 그리고 천성산 철마산 등 부산서 볼 수 있는 산이란 산은 모두 도열해 있고 기장 앞바다 송정 해운대 광안리 심지어 북항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엄광산과 백양산 사이엔 낙동강도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쯤되면 최고의 조망이 아닐까. 이제 발걸음을 시계방향으로 옮긴다. 왼쪽엔 선바위 3개가 나란히 키재기를 하고 있다. 산비탈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20분 뒤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이번엔 우측으로 간다. 지금부터 철조망과 함께 ‘과거 지뢰지대’란 팻말이 붙어 있으니 산길을 벗어나지 말자. 산길 왼쪽에 멋진 전망대가 있다. 주 산길에서 3분 정도 걸리는 이 곳 입구 맞은 편엔 군부대 문이 있으니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 곳에 서면 운봉산과 개좌산 철마산 곰티재 함박산 문래산 달음산 석은덤 대운산 일광산 영축산 신불산이 펼쳐진다. 5분 후엔 군작전도로 사거리가 나온다. 직진한다. 오른쪽엔 옛 장산목장터. 하지만 지금은 온통 억새 군락지로 변해있다. 10분 뒤엔 헬기장이 나오고 그 입구에 인공위성 사진으로 만든 장산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다. 안내판 맞은편에는 2년전 이 곳에 산불이 나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는 기장군의 안내문도 보인다. 이 곳이 해운대구와 기장군의 경계인 듯하다. 왼쪽으로 가면 안적사 가는 방향. 오른쪽 임도를 따라 구곡산으로 향한다. 저 멀리 기장 앞바다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포장길을 따라 내려가다 커브길에서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오른쪽 저 멀리 장산 정산이 보인다. 안부에서 구곡산 정상까지는 25분 정도. 정면에 송정해수욕장이, 왼쪽에 기장 앞바다가, 오른쪽에 신시가지와 해운대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산길로 내려서면 다시 포장길을 만난다. 장산마을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 민간인 출입금지. 오른쪽 폭포사 방향으로 향한다. 3~4분 뒤 또 갈림길. 오른쪽 길은 임도, 왼쪽 길은 산길. 임도는 편안하지만 단조로워 산길로 향한다. 15분 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을 택한다. 거기서 날머리인 대천공원 김녕김씨묘 앞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 장산 추천 등산로 해운대 장산의 등산로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 반여 반송 우동 좌동 신시가지 등 어느 곳에서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코스를 제외하고는 산길이 완만해 가족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산행 도중 힘이 부치면 쉽게 하산할 수 있는 길도 많다. △대천공원 폭포사 코스 가장 보편적인 코스인 동시에 가장 애용되는 등산로다. 해운대 신시가지 내 대천공원에서 출발해 삼림욕장을 거쳐 폭포사입구~중봉~장산 정상으로 오르기도 하고 폭포사에서 장산폭포~체육공원을 지나 안부를 거쳐 중봉과 장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하산은 우동이나 재송동 반여동 등 어느 쪽으로 내려가도 관계없다. △반송동 코스 아랫반송 쪽 청운아파트를 시작으로 반송초등학교~장산약수터~철탑~군진지~옛 목장터~너덜겅을 지나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 이 코스의 백미는 너덜겅 지대. 장산 정상에서 정상 뒷길을 거쳐 반여3동 체육공원 쪽으로 하산하면 4시간 정도 걸려 하루 산행으로 적합하다. 또 장천암에서 군진지로 올라가는 길도 있다. 윗반송 쪽에선 운봉사에서 돌탑을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애용된다. △재송동 코스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 하지만 급경사 직진코스라 초보 산행자에겐 약간 힘들다. 옛 5-1번 버스종점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동국아파트. 이 곳에서 바로 산길이 열린다. 아스팔트길이 싫고 시간절약을 위해서라면 마을버스를 타고 동국아파트에서 내리면 된다. 또는 옥천사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장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반여동 코스 반여3동 체육공원에서 관음사를 거쳐 바로 정상으로 가는 길과, 전망대~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시내버스 52-1, 144, 44번 종점에서 10분 거리인 반여초등학교에서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도 있다. 이 코스 또한 정상으로 향하는 짧은 코스 중의 하나다. △우동 코스 삼호아파트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과, 우2동사무소에서 성불사를 거치든지 아니면 중봉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운촌경로당에서 간비오산봉수대와 체육공원~중봉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운촌경로당은 운촌 버스정류장에서 1분 거리이고 지하철 2호선 동백역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기장 코스 두 가지 등산로가 있다. 오신마을에서 안적사를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고 오신 앞 대장군집에서 감딤산을 지나 억새밭에서 만나는 길이 있다. 특히 구곡산에서는 송정과 기장 앞바다 등 동해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 글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사진 = 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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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 오르니 주남저수지가 발아래-창원 비음산~봉림산
줄잇는 암봉 오르고 내리면 발아래 장관일세
<사진설명:창원 봉림산 정상에 서면 왼쪽 방향은 창원시가지가, 오른쪽은 철새들의 낙원인 주남저수지와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듯한 한 산꾼의 포즈가 아주 진지해 인상적이다. >
낙남정맥(洛南正脈)은 이름 그대로 낙동강 물줄기의 남쪽에 위치한 정맥이다. 대체로 김해의 진산인 신어산(630m)을 시점으로 창원 마산 고성 사천 진주 하동의 봉우리를 거쳐 지리산 주능선상의 영신봉(1652m)에 맥을 대고는 마감한다. 도상거리는 약 220㎞이지만 실제 산행거리는 300㎞가 넘는 대장정.
이번 주 산행팀은 낙남정맥의 창원 구간인 비음산(519m)~봉림산(567m) 코스를 택했다. 헌걸찬 암봉이 매력 만점인 이 구간은 찬바람이 불면서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 요즘 근교 산행지로 제격이다.
이들 두 산은 각각 해발 600m도 채 안되는 고만고만한 봉우리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 속담의 전형을 확인시켜 줄 만큼 옹골차다. 웬만한 공룡능선에 버금가는 기복있는 암봉구간과 인내와 체력을 요구하는 아슬아슬한 계단길은 동네 뒷산쯤으로 가벼게 여기고 덤볐다간 큰 코 다칠 만큼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애초부터 잔뜩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산행로 곳곳에 하산길이 열려 있어 체력에 걸맞는 '맞춤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행 중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팀이 제법 눈에 띄는 것도 모두 이러한 연유에서다.
땀흘린 만큼 보람도 안겨준다. 산행 내내 가슴이 확 트일 만큼 시원한 조망도 선사하거니와 철새들의 낙원인 주남저수지나 창원~밀양을 잇는 수산교 등 부산 근교의 낯익은 장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재미까지 제공한다.
산행은 향초슈퍼~진례저수지~관음정사~전원주택~헬기장~비음산 청라봉~진례산성(팻말)~비음산 정상~진례산성(팻말)~용지 벌거숭이공원~정병산 삼거리~내(內)봉림산~독수리바위 철계단~독수리바위 전망대~헬기장~봉림산(정병산) 정상~창원사격장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창원의 산이지만 들머리는 김해 진례면 신안리 평리부락으로 잡았다. 향초슈퍼 앞에서 하차한 후 '산내도예'라고 적힌 간판 방향(왼쪽)으로 간다. 진례저수지를 지나 '대암산농원'~'바위집'~'평리백숙'~'할매옻닭' 간판을 보고 잇따라 걸으면 관음정사. 이때부턴 외길이라 길 찾기 걱정은 끝.
목장승이 대문을 대신하는 전원주택을 만난다. 주인인 듯한 어르신이 산행팀을 불러 따뜻한 차 한잔씩을 대접한다. 집 앞에 개울이 흘러 옛 시인묵객의 풍치가 절로 느껴진다.
전원주택을 나서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남산재' '대암산' 팻말이 서있다. 남향인 이곳은 아직 나뭇잎의 푸름이 남아 있는 데다 생기처인듯 새소리가 유난히 활기차다. 10분 뒤 임도. 곧바로 정면의 산길로 다시 오른다.
곧 사거리. 왼쪽 방향은 남산재를 지나 대암산(655m) 용지봉(743m) 불모산(802m)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비음산 봉림산으로 연결된다. 우측 오르막길로 향한다. 당분간은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한다. 급경사 오르막의 연속이니까.
헬기장을 지나면 전망대 바위. 비로소 지금 밟고 있는 능선길이 김해와 창원의 경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종착지인 봉림산까지 '좌 창원' '우 김해'가 줄곧 펼쳐진다. 15분 쯤 뒤 비음산 청라봉(555m). 같은 낙남정맥인 무학산 광려산 대산과 창원과 마산의 경계인 팔용산, 진해의 장복산,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 정병산도 저멀리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가야시대 성으로 추정되는 진례산성의 안내판을 지나면 삼거리. 왼쪽 비음산 정상, 오른쪽은 정병산 가는 길. 산행팀은 비음산 정상에 들렀다가 다시 돌아와 정병산으로 갔다. 이정표에는 비음산(0.63㎞)과 정병산(6.45㎞)까지 각각 20분, 3시간50분 걸린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 10분, 2시간50분 정도 소요된다.
원래 비음산은 산꾼들에게 진달래산으로 알려져 있다. 진례산성 주변을 따라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의 절경은 화왕산성과 화왕산의 진달래에 비교될 만큼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정병산으로 가는 길은 밤새 언땅이 녹아 질퍽질퍽하다. 여기에다 내리막길이라 조심을 요한다. 6분 뒤부터는 진례산성과 나란히 달린다.
야트막한 봉우리 쉼터인 용지 벌거숭이공원을 지나면 정병산 삼거리. 용추계곡 방향과 길이 갈라지지만 이정표는 정비가 잘 돼 있어 길 찾는데는 문제가 없다. 흩뿌려진 낙엽길을 20분여분 걸으면 고개 사거리. 양지발라 아직도 억새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곧 체육공원. 이때부터 정병산의 만만찮은 기복있는 암봉구간이 등장한다. 10분 정도 힘겨운 계단을 올라 또 다시 한 굽이 겨우 넘으면 내봉림산(493m). 경북 봉화의 청량산을 내청량, 외청량으로 구분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리라.
이어지는 암릉길. 저 암봉이 정상이겠지 하고 달려가면 그 뒤에 봉우리가 있고, 저 봉우리는 맞겠지 하고 계단과 바위를 지나 다가가면 산꾼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눈앞에 다른 암봉이 기다린다. 대신 암릉길은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오르막이 너무 과하다 싶으면 편안한 낙엽길을 잠시 제공, 휴식을 안겨준다. 시원한 전망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요인.
대개 독수리바위부터 속기 시작한다. 신불평원에서 본 영축산 암봉과 흡사한 독수리바위를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정면에 또 다른 암봉이 기다린다. 다시 힘들게 암봉을 넘으면 또…. 계단 쇠받침대 등에 의지해야 하는 이 구간만큼은 험하기로 소문난 월악산에 버금갈 정도. 대개 혀를 내두르고 질린 표정을 짓는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쉰다. 갑자기 눈앞에 늘어난 많은 산꾼들과 그들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정상이 코 앞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사진설명:날머리인 창원종합사격장 진입로의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가 시원하다.>
정상은 헬기장서 6분 후. 봉림산(鳳林山), 뒷면에는 일명 정병산(精兵山)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있다. 정병산은 일제때 일본군이 이곳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
창원쪽 발아래는 창원대 창원종합사격장을 비롯 용지공원과 경남도청 등을 포함한 창원시가지가, 오른쪽에는 주남저수지, 낙동강 수산교, 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 정면으로는 구월산 백월산 관룡산 화왕산 종남산 덕암산이, 김해쪽에는 분성산 신어산 뒤로 금정산 백양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열린 창원사격장으로 향한다. 2㎞정도 거리지만 연신 클레이사격 총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지만 아직도 억새가 한창이다. 사격장까지는 40분이면 충분하다. 붉은 빛으로 변해버린 사격장 진입로인 메타세쿼이 아 가로수길이 인상적이다..
#떠나기 전에
창원의 진산 봉림산은 정병산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정병산(精兵山)은 군사훈련지와 관련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웅천 즉 진해에 왜구의 출몰이 심해 군사를 훈련하였으며, 일제시대때는 일본군이 2차대전의 교두보로 이곳에 진지를 구축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봉림산은 천지개벽때 온 천지가 물에 잠겨 징하나 놓을 만큼만 남아 징산이라고도 불렸다. 또 봉림산 산비탈엔 신라시대 이후 많은 사찰이 생겨 불교가 융성하여 전단산으로도 불렸다 하니 예부터 봉림산은 백성들과 함께 해온 산이다.
지금은 웰빙바람이 불어 창원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산으로, 아침 저녁으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친근한 산이 됐다. 기온이 급강하한 요즘 근교 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교통편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라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장유행 버스를 타고 김해 진례 초전에서 내린다. 오전 6시10분, 6시30분, 6시50분, 7시35분, 8시, 9시, 9시30분, 9시45분, 10시, 10시10분, 10시30분, 11시, 11시30분에 있다. 2000원.
날머리인 창원종합사격장 입구에선 58, 71-1(이상 일반) 312, 316(이상 좌석)번 버스를 타고 창원시외버스터미널(055-288-5090)까지 간다. 택시타면 4000원 정도 나온다.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다. 막차는 밤 9시30분. 3100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이차돈의 넋이 어린 신라 불교의 성지-경주 소금강산
울산 도심의 천하 명당-문수산~남암산
근교산&그너머 <421> 울산 문수산~남암산
영남알프스 비켜 앉아 홀로 청량한 자태뽐내
<사진 설명: '천하의 명당 바로 이곳이 아니던가!' 정면 남암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가운데 문수산 문수사 입구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너른 바위전망대에서 산꾼들이 잠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
산에서 타인들을 만나는 일은 필요악일까.
평일 일찍 산행을 떠나는 취재팀은 국립공원 등 이름깨나 있는 산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산꾼들을 접할 수가 없다. 어쩌다 길이 험한데다 밋밋하게 이어지는 멀고 먼 능선길에선 차라리 사람에 대한 그리움마저 사무친다. 오죽했으면 하산 뒤 만나는 시골 촌로가 반가울까.
약간은 시끌벅적하지만 목젖이 보일 정도로 밝은 표정과 함께 웃음꽃을 피우는 '아줌마 부대'는 차라리 인간적이다. 그들로 인해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고 오랫동안 잊고 지낸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보기 싫은 장면도 있다. 빤히 보이는 등산로 옆 너른 터에 앉아 과일껍질 등 쓰레기를 맘대로 버리는 부류들이다. 그들은 알까. 무심코 행한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언짢게 하는지.
울산 문수산(文殊山·599.8m)은 '부산의 금정산(801m)'에 비유돼 시민들로 항상 북적인다.
이들 산은 공통점이 제법 있다. 우선 접근성이 뛰어나 그냥 생각날 때 훌쩍 떠날 수 있다. 초행자도 부담없이 오를 수도 있다. 무슨 거창한 채비도 필요없고 그저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등산화만 갖추면 된다. 평일에도 사람들로 넘쳐나 꼴불견 현장을 적지않게 봐야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사실 울산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울주군의 서쪽 끄트머리에는 가지 신불 간월 고헌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영남알프스 준봉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 산은 이제 만인의 산이 돼버려 울산시민들도 이를 두고 울산만의 산이라 하지 않는다.
반면 문수산은 울산의 산이다. 언제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줘 지금은 단순히 산 이상의 소중한 존재로 다가온다. 문수산 남쪽 산록에는 남암산(南巖山·543m)이 있다. 신라때 문수보살이 산세가 청량하고 아름다워 살았다는 산이 문수산이라면,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의 동생 범공이 해인사에 머물다 옮겨와 암자를 짓고 살았다는 곳이 바로 남암산이다.
산행은 울주군 청량면 영해마을~망해사지~주능선(갈림길)~철탑~깔딱고개~문수산 정상~문수사~병풍바위 갈림길~문수사 주차장~철탑 앞 갈림길~성불암 갈림길~성남재~남암산 정상~마당재~울주군 청량면 청송부락~문수초등 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울산 가는 7번 국도상의 영해마을 정류장에 내린다. 50m쯤 가서 건널목을 건너면 문수암 입구 표지석. 정면에 우뚝 선 산이 문수산, 그 왼쪽이 남암산. 청량농
협과 영해휴게소를 잇따라 지나면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입구 묘지 주변 소나무의 곡선미가 아름다움 그 자체다. 이러한 모습은 산행 내내
확인할 수 있다. 망해사지 석조부도.
곧 이정표. 정상까지 3㎞. 길은 넓고 바닥은 딱딱하다. 산죽숲을 지나면 오른쪽 아래에 망해사지. 신라 헌강왕 때 동해 용왕을 위해 세운 절인 망해사의 흔적은 오간데 없고 대신 보물로 지정된 부도 2기가 나란히 서 있다. 대나무와 소나무 편백이 이룬 주변 숲도 인상적이다.
'정상 2.2㎞'라고 적힌 두번째 이정표를 지나서야 비로소 길이 좁아진다. 10분 뒤 주능선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영축산, 울산상고 방향. 왼쪽으로 간다. 평일인데도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요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철탑을 지나자 갈림길.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뒤에 만나니까. 10분 뒤 울산대가 세운 앙증맞은 대리석 표지석을 만난다. 곧 만나는 전망대 바위에선 주변 산들을 조망할 수 있다. 남암산을 기준으로 왼쪽에 대운산 꽃장산 동해바다가, 오른쪽으론 천성산 정족산 솥발산 공원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진행되는 산길. 갑자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깔딱고개 입구로, 너른 터다. 두부와 막걸리를 팔아 많은 사람들이 쉬어 간다. 이곳은 또 '울산생명의 숲'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숲 체험코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깔딱고개는 말 그대로 숨이 턱에 차는 난코스. 이곳만 오르면 정상이다. 최근에는 흙 유실 방지를 위한 통나무 턱 공사를 하고 있다. 20여분 뒤 정상. 한전 이동중계탑이 서 있고 주변엔 쉼터로 벤치가 여럿 놓여 있다.
조망이 탁월해 울산과 주변의 산이란 산은 모두 볼 수 있다. 북쪽 정면으로 삼태봉, 파헤친 곳 국수봉, 그 뒤 치술령, 그 왼쪽으로 무학산 연화산 백운산 고헌산 문복산 운문령 상운산 가지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투구봉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 채바우골만당 천마산 토곡산, 그 앞 능선엔 정족산 천선상이 그야말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울산 시가지와 온산공단 그리고 탁 트인 동해바다도 볼 수 있다.
<사진 설명:남암산으로 가는 도중 뒤돌아서서 바라본 문수산 정상. 산 중턱에 문수사와 병풍바위가 보인다. >
하산은 직진 방향. 30m쯤 가다 왼쪽 계단으로 내려선다. 10여분 뒤 갈림길. 다시 왼쪽 내리막길로 간다. 5분 뒤 문수사. 1300여년전 신라 원성왕때 창건된 문수사는 전국에서 많은 신도들이 찾고 있는 명찰. 하지만 최근의 대규모 불사로 되레 고즈넉한 옛 모습을 상실했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감로수 앞 계단으로 내려선다. 아름드리 소나무 옆 바위전망대가 천하의 명당처럼 앉아있다. 정면에 남암산이 가까이 와닿는다. 산행은 바위전망대 왼쪽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직진하면 문수산의 자랑으로 클라이머들의 천국인 병풍바위 가는 길.
20분 뒤 문수사 주차장. 신도들은 대개 이곳에서 올라온다. 지금부터 포장로. 150m쯤 뒤 세갈래 길. 울산 부산 방향의 가운데 길로 간다. 오른쪽 뒤로 고개를 돌리면 18개의 바위가 천태만상의 모습을 한 병풍바위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철탑 앞에서 남암산, 성불암 방향으로 향한다. 5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성불암을 거쳐 남암산으로 가고, 왼쪽 산길로 오르면 곧바로 상봉으로 향한다. 이정표가 애매모호하니 참고하길. 갈림길에서 100m 거리엔 약수터가 있다. 산길로 오른다. 낙엽과 솔가리가 반복되는 오솔길의 남암산은 이웃 문수산의 유명세 덕에 도심의 산임에도 아직 오염되지 않은 산으로 남아있다. 정상까지 40분 정도의 산길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하산은 왼쪽 마당재 방향. 가파르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마당재를 지나 청송자연농원 방향으로 25분쯤 가면 시멘트길을 만난다. 곧 청량면 청송부락. 여기서 7번 국도까지는 20분 걸린다. 울산(왼쪽) 방면으로 100m 정도만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교통편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데다 부산서 버스를 타면 한 번만에 닿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을 권하고 싶다.
지하철 1호선 종점인 노포동종합터미널 앞에서 울산행 1127번(울산역~노포동) 시내버스를 탄다. 내리는 곳은 '영해마을'이지만 기사에게는 '문수사 입구'라고 말하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55분 정도 걸린다. 1800원. 날머리 '문수초등학교' 정류장에서도 마찬가지로 1127번을 타고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내리면 된다.
#떠나기 전에
이번 산행은 같은 울산의 산이지만 사람의 많고 적음에 따라 확연히 다른 산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수사를 품은 문수산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댄다. 부산의 금정산이나 진주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월아산과 같은 모습이다. 차이라면 문수산에선 아직까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자주 목격된다는 점. 문수산을 찾는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문수산은 과거 청량산으로 불렸다. 이를 입증하듯 지금 문수사 현판에는 청량산 문수사로 표기돼 있다. 신라 경순왕이 문수산의 동쪽에 위치한 영축산의 문수보살을 찾기 위해 문수동자를 따라오다 문수동자가 갑자기 사라지니 신라의 앞날이 암울함을 깨닫고 고려에 바쳤다는 설이 전해온다.
남암산은 도심의 산치고 사람공해가 거의 없다. 신년벽두 울산시민들이 문수산 정상에서 해맞이를 할 때 맞은 편 남암산은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쓸쓸히 서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간다.
부산서 출발, 산행시간을 고려하면 문수사에 닿는 시간은 대략 낮 12시30분 전후. 공양시간이라 절밥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최소한 12시50분까지는 도착해야 가능하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김해천문대도 보고, 가야 흔적도 더듬고-김해 분성산
근교산&그너머 <402> 김해 분성산 낙남정맥 끝자락 도처에 가야의 혼 부산~김해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많아 활천고개 사거리서 인공폭포 쪽으로 신어산 거쳐 봉화산으로 종주 가능 김해천문대서 별자리여행도 해볼만 | |||||||||||||||
김수로왕릉과 허황후릉, 구지봉 대성동고분군 봉황동유적 등.
500여년간 가야연맹의 맹주국 금관가야의 도읍지였던 김해에는 금관가야시대의 유물 유적들이 해반천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다. 한때는 잊힌 가야사만큼 고대 도읍지로서의 이미지가 미약했지만 최근 김해시의 대대적인 가야문화환경정비사업으로 적잖은 유물 유적들이 복원돼 과히 지붕없는 노천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해의 분성산(옛 분산·382m)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행팀이 찾은 김해 중심부의 이 산에는 가야 때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분산성, 허황후와 장유화상이 가락국으로 건너와 창건한 해은사, 흥선대원군 만세불망비 등을 모신 충의각, 그리고 분성산 봉수대 등이 산자락 곳곳에 있다. 여기에다 지난 2002년에는 산 정상에 김해천문대가 문을 열어 분성산은 그야말로 김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분성산은 또 낙남정맥의 종착역이다. 낙동강 남쪽을 가로지르는 산줄기인 낙남정맥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출발, 남하하다 옥산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곡산 여항산 무학산 구룡산 대암산 등을 거쳐 낙동강 하구를 지키는 분성산에서 끝난다. 산행은 만장대갈비 앞 계단~체육공원~전망대~봉수대 갈림길~분성산 봉수대~체육공원~충의각~해은사 ~분산성~산성마을~잇단 체육시설~분성산 정상~김해천문대~임도~임도·숲길 반복~잇단 철탑 ~천리교 한국전도청~나전고개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활천고개 사거리에서 인공폭포가 보이는 고개마루 공원을 지나면 '만장대갈비'라고 적힌 큰 간판이 보인다. 그 간판에서 대각선으로 마주보이는 침목계단이 산행 들머리다. 침목계단을 오르면 곧 체육공원. 뒤돌아보면 드넓은 김해평야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길은 두 갈래. 직진한다. 4분 뒤 우측에 전망대가 나온다. 철탑이 일부 시야를 막고 있지만 그래도 김해평야를 둘러싼 웬만한 봉우리는 확인 가능하다. 왼쪽 돗대산, 오른쪽 백양산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 서낙동강 건너편에 봉화산 보배산 마병산 팔판산 화산 불모산 용지봉 등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낯익은 봉우리다. 계속되는 산길. 주변은 온통 추석을 맞이해 깔끔하게 벌초된 무덤이다. 10분쯤 뒤 고속도로에서 본 수많은 바위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할 때 우측에 신어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점차 경사가 심해진다. 토끼풀과 억새는 바람에 춤을 추고 새팥 고들빼기 등 야생화는 다소곳이 가을볕을 쐬고 있다. 곧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산성마을, 왼쪽은 경사가 아주 심한 봉수대 오르는 길. 10분쯤 땀을 흘리면 마침내 분산성 봉수대에 닿는다. 타고봉이다. 조선시대에 이 곳에 큰 북을 달아놓고 비상시에는 북을 쳐서 주민들에게 알려 피난하게 했다고 한다. 이 바위봉 위에 봉수대가 서있고 그 옆에 제법 큰 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 '만장대(萬丈臺)'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다. 만장대란 이름은 흥선대원군이 척화의 전진기지로 칭호를 내렸던 것에 기인하며, 그 글씨도 대원군이 썼다 한다. 봉수대에선 김해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가지는 물론 김해평야 남해고속도로 서낙동강과 부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신어산 뒤 조금 보이는 뾰족 봉우리가 금정산 고당봉이고, 돗대산 뒤 봉우리가 상계봉이다. 봉수대를 내려오면 체육공원. 직진하지 않고 중간쯤 우측으로 난 길로 방향을 잡는다. 산죽이 도열해있다. 왼쪽 저 멀리 천문대가 약간 보이기 시작한다. 억새가 길 좌우에 활짝 펴 있다. 5분 뒤 충의각. 김해문화협의회가 최근 분성산에 흩어져 있던 흥선대원군 만세불망비 등 4개의 비를 모아 건립했다고 한다. 이를 알리는 설명이 없는 것이 유감. 지나가는 산꾼들도 '이게 뭐지'하며 그냥 지나친다. 해은사(海恩寺)도 연이어 나타난다. 지금은 범어사의 말사인 조그만 해은사는 허황후와 장유화상이 가락국에 무사히 도착한 후 풍랑을 막아준 바다의 은혜에 감사의 의미로 지은 사찰이라고. 영산전 옆 대왕각에는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산길은 해은사 입구에서 우측으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얼마 가지않아 분산성을 만난다. 가야 때 축성된 이 성은 고려말 당시 김해부사 박위가 왜구들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재축성했다. 시내쪽 경사면에 현재 900m가량의 성벽이 남아있고 높이는 3~4m에 달한다. 김해시는 오는 2007년까지 복원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분산성 정비사업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계속되는 산길. 30m쯤 뒤 왼쪽에 길이 열려있다.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7~8분쯤 가면 산성마을. 차 진입이 가능하고 흑염소 토종닭 등이 주메뉴인 점은 마치 금정산 산성마을에 온 듯하다. 여기서 김해천문대로 올라가는 산길이 열려있다. 잇단 체육시설을 지나 10분 뒤 상봉에 닿는다.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이 바닥에 붙어있다. 눈앞에 천문대. 전시동 관측동 등이 있으며 관람시간은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김해시의 조망이 탁월하다. 천문대 임성욱씨는 "이곳에서 김해시의 야경과 함께 달구경을 하면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대 출입구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생림안금마을' 방향으로 향한다. 이 길은 김해 숲길마라톤대회 코스의 일부이다. 지금부턴 임도와 산길이 반복된다. 산길을 내보려고 애써봤지만 이내 임도로 나왔다. '삼계~나전 임도시설' 표지석을 지나 20m 뒤 우측 산길로 올라선다. 잇단 철탑을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은 가야랜드로 이어지는 영운리고개 방향, 왼쪽은 나전고개 방향. 왼쪽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낙남정맥길. 이를 알려주듯 그동안 안보이던 리본이 많이 달려있다. 이내 임도를 만나면 바로 건너 산길로 다시 오른다. 이전 산길과는 달리 한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꽤 묵은 길이다. 억새길도 만나고 보기만 해도 시원한 소나무길, 그러다가 잠시 눈앞이 확 트이는 산길이 반복돼 무료함을 달래준다. 산행의 참맛이 느껴진다. 이렇게 1시간쯤 내달리면 천리교 한국교구청 입구에 닿고 거기서 도로로 나오면 나전고개이다. 여기서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무척산이고 그 오른쪽이 석용산, 그 사이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토곡산이다. #떠나기전에 즉 지금의 분성산에서 끝을 맺는다고 했다. 그러나 산꾼들은 신어산을 거쳐 동신어산 또는 불모산에서 팔판산을 지나 봉화산으로 정맥을 연결하여 종주산행를 시도하고 있다. 분성산은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한반도의 기운이 맺혀 있는 곳이자 이처럼 지리적으로도 중요하다. 또 김해시민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뒷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휴식삼아 자주 오르내리는 친근한 산이다. 가야시대의 이야기를 빼고도 산을 찾는 꾼들이 한번쯤 가볼만한 산으로 추천을 하고 있다. 특히 산 정상에 위치한 김해천문대에 들러 별자리를 보며 가을밤의 정취에 빠져보는 것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입장료는 일반 2000원, 어린이 500원. (055)337-3785
#교통편 부산서 김해 분성산으로 가는 시내버스와 좌석버스가 있다. 지하철 1호선 장전동역 앞에서 김해 가야교통(055-333-2256) 8번 버스를 타고 김해 삼정동 목화예식장(뷔페) 앞에서 내려 버스 진행 방향으로 가면 활천고개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에 보이는 인공폭포쪽으로 돌아 올라간다. 같은 회사 8-1번 버스는 구포역 육교 앞에서 승차해 역시 목화예식장 앞에서 내린다. 1000원. 한진여객(055-333-7561) 123번(충무동~김해) 시내버스와 태영버스(055-333-6611) 309번(충무동~구포~김해), 한진여객 128번(부산진시장~김해) 좌석버스를 타고 김해 삼정동 복음병원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100m쯤 가면 길모퉁이에 기아부품대리점이 나온다. 기아부품대리점을 끼고 왼쪽으로 15분쯤 올라가면 활천고개 사거리에 닿는다. 1500원. 날머리인 천리교 한국교구청 입석에서 들머리 쪽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첫번째는 도로로 나와 길을 건너 삼계(왼쪽) 방향으로 15~20분 정도 걸으면 삼계상수도 정수장. 이곳에서 8번 시내버스를 타면 들머리인 활천고개에 곧바로 간다. 8번 버스는 자주 있으므로 이 방법을 권하고 싶다. 두번째는 김해 동부교통(055-325-3530) 60, 61, 71번 버스를 타고 김해백화점 앞에서 내린 다음 택시를 타면 활천고개까지 기본 요금.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동김해IC~사거리서 인제대학, 가양CC랜드, 하키경기장 방향 직진~(동서사거리서)활천동 수로왕릉 방향 좌회전~활천고개 사거리서 우회전 ~고개마루 공원(인공폭포) 지나~'만장대갈비' 큰 간판 순. 분성산은 남해고속도로 진입 후 동김해IC까지 줄곧 우측에 바위가 촘촘히 박혀있는 봉우리이며 김해시내에서도 그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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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벗삼아 일곱 암봉 오르내림-통영 사량도 아랫섬 칠현산
근교산&그너머 <444> 통영 사량도 아랫섬 칠현산
한려수도 풍광 벗삼아 암릉따라 오르락내리락
쉼없이 이어지는 일곱개 암봉
윗섬 지리산 그늘에 가렸지만
환상적인 눈요기로 허기 채워
이처럼 위엄있는 암봉이 해발고도 349m에 불과하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보면서 암릉을 오르내리는 칠현산은 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주봉인 칠현봉은 왼쪽에서 세번째. 윗섬 지리산~불모산~옥녀봉 능선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처럼 위엄있는 암봉이 해발고도 349m에 불과하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보면서 암릉을 오르내리는 칠현산은 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주봉인 칠현봉은 왼쪽에서 세번째.
모처럼 섬산행을 떠나보자. 늘상 오르내리는 육지의 산보다는 한번쯤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색다른 산행의 묘미를 느껴보자는 뜻에서다.
사량도. 뱀이 많아서 혹은 멀리서 보면 뱀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사량도는 우선 이름에서 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가봤으면 하는 동경의 섬이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발아래 두고 걷는 이 멋진 암릉, 걷고 싶지 않으세요.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을 본섬으로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사량도는 다도해의 서정이 물씬 풍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가운데 떠 있다.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속하지만 지도를 펴놓고 찬찬히 살펴보면 통영 사천 고성 남해도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섬의 면적은 국내 여덟번째.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린 근처 다도해 위에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 가운데 맏형이다.
산꾼들은 사량도 하면 우선 지리산을 떠올린다. 맑은 날 정상에 서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으로도 불리는 지리산은 이웃한 불모산 옥녀봉과 함께 설악 공룡 못잖은 그림같은 암릉을 이뤄 뭍산꾼들을 유혹한다. 이는 윗섬의 얘기.
아랫섬에는 칠현산이 있다. 윗섬의 지리산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산꾼들로 북적일때 맞은 편의 칠현산은 그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채 이등의 서러움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사실 지리산의 전망이나 옥녀봉의 현란한 자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수한 모습의 칠현산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 보면서 아기자기한 암봉을 오르내린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곱개의 봉우리가 쉴새없이 이어지는 칠현산은 한적해서 되레 호감이 간다. 망망대해의 작은 섬이 육지를 그리워하듯 칠현산에 오르면 적막감마저 들어 누군가가 몹시 그리워진다.
산행은 덕동항~불광사~등산로 입구 팻말~봉화대터(망봉)~칠현봉(349m)~마당바위~용두봉~읍덕초등~읍포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10분 정도.
사량도 선착장 덕동에 내리자마자 왼쪽 일주도로를 따라 간다. 정면 우뚝 선 산이 칠현봉이고 등 뒤쪽 암봉인 옥녀봉이 해무 속에 살짝 자태를 드러낸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가 그리 멀지 않아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며 선착장 인근 바다는 바닥이 보일 만큼 맑고 투명하다.
10분 뒤 해수지장보살의 우아한 자태가 볼만한 불광사를 지나면 길 우측에 '등산로 입구'라고 적힌 팻말이 서 있다. 들머리다. 선착장에서 18분.
잡풀이 무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산길은 비교적 잘 정비돼 있다. 이는 통영시에서 사량도를 관광섬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에 정비작업을 한 때문이다.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좁은 소로를 헤치고 10여분 뒤 좁은 안부에 닿는다. 이정표가 잡목에 가려 겨우 눈에 띈다. 칠현봉까지는 1.1㎞.
다시 10여분 뒤. 시야가 넓어지고 조망이 트인다. 첫 전망대다. 저멀리 윗섬의 지리산 불모산 옥녀봉 능선이 한 일자로 뻗어 있고 발아래는 방금 지나온 해안일주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는 통영과 섬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과 조그만 고깃배들이 하얀 포말을 내며 지나가 한동안 시선을 빼앗는다.
잠시 '악!' 소리나는 된비알을 올라서면 소나무가 서 있는 무명봉. 아랫섬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 암릉이 앞으로 가야 될 칠현산 봉우리, 좌측이 대곡산 능선이다.
좌우 한려수도가 보이는 가운데 능선길을 걷는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이토록 아름다운 능선길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40여분. 암릉을 힘겹게 타고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 선착장이 있는 덕동마을이 훤히 보인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다. 6분 뒤 봉화대터. 망봉이다. 조선시대 수군의 망루로 사용됐다는 이곳은 산세는 물론 주변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칠게 쌓은 돌탑만 홀로 서 있을 뿐이다.
이때부터 암릉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칠현산 암릉은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성을 쌓은 듯해 산성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다가가 보면 풍화상태 그대로다. 아! 자연의 오묘함이여.
'칠현봉 300m' 이정표를 지나면서 숲과 암릉이 반복된다. 칠현산의 줄자는 고무줄자인지 300m가 아주 멀다. 이정표에서 20분 뒤 상봉인줄 알고 올랐지만 속았다. 대신 확연하게 드러나는 4, 5, 6, 7봉이 한눈에 가늠된다. 지금 서 있는 봉우리가 다섯번째. 그간 헷갈리던 칠현봉의 일곱봉우리가 베일을 벗고 정체를 드러낸다. 그간 손꼽으며 넘었던 적잖은 봉우리가 주변 봉우리임을 확인하면서 약간의 허탈감마저 든다.
마침내 칠현봉(349m). 검은 대리석의 정상석이 누워 있다. 일순간 앞선 봉우리에서 보이지 않던 또 하나의
하산 도중 만난 그림같은 풍광. 저멀리 윗섬의 고동산이, 발아래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호수같은 바다가 펼쳐진다.
봉우리가 모습을 보이자 동행한 산꾼들은 허탈한 듯 아예 봉우리 숫자 체크를 멈춘다.
소나무가 울창한 마지막 봉우리로 향한다. 밧줄을 타고 내려서든 우측으로 에돌아가든 상관없다. 끝봉에서 내려서는 하산길에 조그만 두개의 봉우리가 서 있다. 정말 산행 마지막까지 봉우리가 이어진다. 우측에는 게으른 소 낮잠자듯 기암괴석이 한려해도를 배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
곧 사거리. '용두봉 200m'라고 적힌 마지막 이정표가 보인다. 오르막길로 숲을 지나면 왼쪽 무지 너른 전망대를 만난다. 마당바위다. 어림짐작으로 100명은 족히 쉴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다시 숲길. 이제 길이 마구 아래로 쏟아진다. 암봉인 용두봉은 8분 뒤. 발아래로 읍포마을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길은 점차 가팔라져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험하지만 대신 전후좌우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정면에 보이는 능선의 형상이 다대포 몰운대의 그것과 흡사하다.
눈길 끄는 볼거리도 있다. 절벽 아래 습한 곳에 바다에서 봐야 할 게가 구멍을 낸 채 살고 있다. 침입자인줄 알고 잽싸게 집으로 들어간다.
마당바위에서 30분 정도쯤이면 바닷가 산기슭에 위치한 읍포초등학교에 닿고 여기서 몇 걸음 더 내려가면 읍포마을에 닿는다.
#교통편-가오치선착장서 사량도 덕동행 여객선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1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 소요. 9100원. 통영시외버스터미널(055-644-0017)에서 도산면 가오치터미널(055-647-0147)행 버스는 오전 6시20, 8시50, 9시40분에 있다. 870원.
가오치터미널에서 사량도 덕동행 여객선 사량호는 오전 7, 9, 11시에 출발한다. 40분 소요. 3800원(휴가철인 8월15일까지 10% 할증돼 4100원). 덕동에서 가오치터미널행 사량호는 오후 1시50, 3시50분, 6시에 출발한다. 가오치터미널에서 통영행 버스는 오후 4시10, 6시50, 7시40분에 있다. 통영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있다. 고성 등을 경유하는 버스는 오후 8시33분까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IC~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 통영 방향~진동~고성~거제 통영~도산면~(범선 모양)학섬휴게소(주유소) 지나~사량(도선장)~사량도 도선장 방향~가오치터미널 순.
#떠나기전에-산행코스 샘터없어 식수준비 '꼭'
칠현산의 해발고도는 349m. 수치 상으로 낮은 산이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실제 올라봐도 제법 만만찮은 산이다.
육지의 산이 보통 해발 수백m 지점에서 출발하는데 반해 섬 지역의 산은 해발고도가 거의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한 예로 해발 802m나 되는 금정산의 경우 범어사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할 때 거의 400~500m 지점에서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칠현산의 높이만큼 산행하게 되는 셈이다.
완성된 칠현산 산행도는 아직 없었다. 통영 가오치선착장에서 나눠주는 사량도 관광안내도나 덕동항에 서 있는 칠현산 등산안내도는 각기 다르다. 특히 망봉의 위치가 그렇다.
사량면사무소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못찾아 결국 칠현산을 가장 잘 꿰뚫고 있다는 아랫섬 덕동마을 이장 김재권씨의 육성과 국토정보지리원이 만든 5만분의 1 지형도를 통해 정리했음을 밝혀둔다.
사량도 앞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엔 뜻밖에 문어가 들어 있다. 이곳 어민들이 잡은 새끼 문어를 약 2달 정도만 키우면 1㎏ 정도로 자라기 때문이다.
산행 내내 볼 수 있는 까만 배설물은 바로 염소똥. 들머리에서 산 정상까지 어디서나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방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운좋으면 산행 중 절벽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칠현산에는 샘터가 없다. 등산로 입구의 불광사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 열렬 마니아 이재수 씨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 열렬 마니아 이재수씨 -촌철살인 산행기로 홈페이지 산행기란 주도 | |||||
KT 동래지사에 근무하는 이재수(49)씨가 그 주인공. 그는 기자의 산행기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경우 촌철살인과 같은 지적으로 기자의 간담을 서늘케 해 어느새 기자를 비롯한 많은 산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산행기에는 국제신문에 소개된 기사를 본 후 주말에 어느 정도의 산꾼들이 찾아왔는지, 산꾼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기자의 산행기가 제대로 됐는지 등이 냉정하게 적혀있다. 검색 건수는 날로 늘어 200여건에 달하며 지금은 그의 고정 팬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때 부인의 병간호로 한달간 산행기를 올리지 못하다가 그간의 사정을 적으면서 다시 글을 올리자 그 밑에는 많은 댓글이 올라와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동안 글이 안올라와 궁금했는데 부인께서 큰 수술을 하셨다니…. 앞으로 좋은 산행기를 기대합니다' '늘 존경하는 맘으로 글을 보고 있습니다' 등이 댓글의 주 내용. 지난 6월 388회 '오룡산~시살등' 코스를 다녀온 후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지난해 1월 319회 도덕산~천장산 코스를 시작으로 이번에 100번째 산행기를 올리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신문에 소개된 388편 중 250회 이상을 다녀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략) 최근 신문에 소개된 코스에는 많은 산꾼들이 찾아 마치 금정산 산행에 나선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시살등에서 50대팀을 만났는데 그분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국제신문 기사 스크랩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들은 묻지도 않았는데 신동대굴에서 곧장 하산하면 통도골이며 선리마을과 가깝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신문기사를 암기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씨는 "산꾼의 한 사람으로 국제신문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멋진 기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