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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할아버지 이문권(72) 씨.

그는 1997년 2월 부산 동명공고 교감직을 마지막으로 43년간의 교직생활을 접은, ‘마음씨 좋은’ 영어교사였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요즘 부산의 진산 금정산에 푹 빠져있다. 많게는 일주일에 다섯번, 보통 서너번은 금정산을 쉼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40대 후반부터 직장 동료들의 권유로 산행을 시작한 그는 1년6개월 전부터 20여년 동안 꾸준히 다녀온 산행을 최종 정리하는 방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산행에 문외한인 초보자가 보더라도 금정산을 홀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70여개의 산행로를 산행일지와 함께 그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1, 2호선 지하철역 주변을 산행기점으로 하는, 정말 돈 안드는 코스로 말이다.

“아마도 금정산처럼 동서남북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산은 전국적으로 드물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부산시민들은 금정산의 진가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이씨가 지금까지 작업해온 금정산 등산로와 산행일지를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하다. 일흔을 넘긴 노인 혼자 도전하기에는 너무도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만큼이나 금정산을 많이 오르내리고, 금정산의 산행로를 머리 속에 꿰뚫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자신한다. 그가 내놓은 등산로와 등산일지를 참고하면서 차분히 그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수긍이 간다.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 내려 금정산에 오르는 길을 예로 들어보자.

그가 정리한 등산로에는 경동아파트, 범어사 매표소, 상마마을에서 각각 오르는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동아파트의 경우 계명봉~농장~임도~고당봉 코스와 계명암~장군봉 평원~마애불 입구~고당봉 길로 세분화 했다.

범어사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길도 북문~고당봉, 금강암 입구~금샘~고당봉, 내원~미륵불 입구~고당봉으로 각각 분류했다.

이같은 코스 소개는 남산동 두실 구서동 장전동 부산대 온천장 명륜동 동래역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2호선의 호포 금곡 동원 율리 화명 수정 덕천역 등도 마찬가지다.

산행일지에는 산행시 가장 중요한 들머리 부분에 많은 양을 할애해 꼼꼼하게 기입해 놓았으며 구간별 소요시간도 세밀하게 기록했다.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등산로 지도. 아마추어가 작성한 지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현재 시판되는 웬만한 전문서적의 등산로보다 더욱 꼼꼼하게 돼 있다.

“산행일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잠을 자지 않고 작성하면 그만이었지만 지도는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이씨는 지난해말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퇴임했던 학교를 찾아가 컴퓨터 담당교사로부터 이른바 과외를 받았다. 덕분에 표물을 포함한 A4 용지 2~3장 분량의 산행일지와 등산로 지도는 가볍게 소화해낸다.

“은퇴후 처음엔 산이 좋아 무작정 산을 찾았어요. 그랬더니 가끔씩 산행에 동행하는 친구들이 이왕이면 기록으로 남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했어요. 산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격려 또한 큰 힘이 됐지요.”

그는 요즘도 변함없이 산에 오른다. 눈길을 내려오면서 쟀던 일부 구간들의 산행 시간을 눈이 없는 정상적인 길에서 다시 한번 재기 위해서다. 그가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 1998년 친구 둘과 경남 진해 수리봉을 오르다 정상 부근에서 떨어졌다. 통영의 구조헬기가 다행히 구조했지만 오른쪽 이마가 함몰되고 왼손 골절, 엉치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 수술후 의식을 되찾은 그의 첫 일성. “선생님 다시 산에 갈 수 있나요.”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03.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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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위(불모산)에서 내려서면 이어지는 암릉길에서 본 주변 경관이 황홀하다. 사진상으로 우측의 잘린 산줄기가 산행팀이 오를 암릉이며, 중앙의 해변이 사량도 윗섬에서 유일한 대항해수욕장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고동산이며 그 산 아래 마을이 들머리인 금평리 진촌마을이다. 진촌마을 건너 보이는 산줄기는 아랫섬 최고봉인 칠현산의 능선이다.



영동 천태산.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애틋한 전설이 서린 영국사와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가 우선 떠오르겠지만 75m 높이의 암벽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큼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날카로운 바위능선과 변화무쌍한 암릉이 마치 닭 벼슬을 한 용을 닮아 명명된 공주 계룡산.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이다. 특히 설악의 공룡능선을 방불케하는 1.6㎞의 자연성릉은 가장 환상적인 코스로 알려져 있다.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을 가로지르는 백화산 한성봉. 부산에서는 덜 알려진 이곳은 물고기 등지느러미같이 길게 뻗은 암릉길이 좌우 모두 낭떠러지여서 기어가야 할 정도로 오금을 저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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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위 가는 길에 만난 칼날 능선. 이런 암릉은 산행 내내 잊으려 하면 나타난다.

 
청송 주왕산. 들머리 대전사 뒤로 펼쳐진 당나라 주왕의 전설이 깃든 기암은 우리나라 자연미를 가장 잘 간직한 바위산으로 평가된다.

'땅끝' 해남의 자랑 두륜산. 아름다운 대흥사를 품어 '명산에 명찰'이란 말이 안성맞춤이지만 무엇보다 암릉길에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광은 한 장면도 놓치기 아까운 한 폭의 그림 같다.

통영 미륵산. 해발 458m에 불과한 미륵산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조망이 탁월하다.



뜬금없이 전국의 명산을 떠올린 까닭은 바로 통영 사량도 지리산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알다시피 사량도 지리산은 우리나라 산꾼의 대표적인 필수 산행지 중 하나. 그 어떤 온라인 포털이나 산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도 쉬이 정보를 구할 수 있어, 고백건데 산행팀은 이 지리산을 소개하기가 사실 부담스럽다.

한마디로 지리산은 앞서 언급한 산들의 장점을 모두 갖춘 명산 중 명산이다. 내로라하는 이들 명산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를 사량도 지리산에서 죄다 경험해볼 수 있다. 마치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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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암봉인 아주 인상적인 연지봉.
 
산행 내내 접하는 환상적인 암릉과 빼어난 조망은 단 한순간도 오감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만큼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산행은 사량도 윗섬 돈지리 돈지마을~지리산(398m)~달바위(불모산·400m)~가마봉(303m)~연지봉(295m)~옥녀봉(261m)~금평리 진촌마을 순. 걷는 시간만 3시간50분. 물론 평일 기준이다.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로 인해 훨씬 더 걸릴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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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섬 서쪽 끝단인 돈지마을. 배에서 내리면 항상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18분이면 닿는다. 정류장 인근 공중화장실 옆 '지리산 등산안내도' 뒤로 열린 섬 순환도로를 따라 간다. 우측 저 멀리 보이는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근육질의 암봉 중 최고봉이 지리산이다. 첫 인상은 영락없는 주왕산.

10분 뒤 좌측으로 동백섬인 수우도와 해안절경이 시원하게 펼쳐질 즈음 길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오름길이지만 진한 솔향에 곳곳에 연분홍 진달래가 만개해 있어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25분이면 첫 이정표(지리산 1.2㎞)가 서 있는 암릉에 도달한다. 들머리 돈지마을과 한적한 포구가 그림처럼 내려다 보인다. 이제 암릉길을 따라 지리산으로 향한다. 성벽을 걷는 기분이다. 한 굽이를 오르면 눈앞에 거대한 암봉들이 겹치면서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흰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어선이라도 보이면 황홀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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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왼쪽)과 얼레지.

지리산으로 다가갈수록 안전을 위해 잇단 우회길이 열려 있다. 아슬아슬한 암릉길이 부담스러우면 이 길을 이용하자. 정상 직전 만나는 좌우가 벼랑인 물고기 등지느러미를 빼닮은 칼날 능선은 포성봉에서 한성봉(백화산) 정상 직전의 암릉을 연상시킨다.

지리산 상봉은 첫 이정표에서 50분. 바다 건너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잘 보인다 하여 '지리망산(智異望山)'으로 불렸다지만 잔뜩 흐린 이날은 바로 이웃한 남해 고성 삼천포의 산들도 보이지 않는다. 발아래 한적한 내지포구가 보일 뿐이다.

불모산으로 가는 길은 잡목숲과 암릉 그리고 우회로가 번갈아 등장한다. 옹강산 말등바위를 빼닮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암릉도, 농짝만한 바위 옆 좁다란 틈새를 지나기도 하지만 주등로는 역시 거친 암릉길이다. 이 즈음에선 친구 삼아 함께 걷던 들머리 돈지마을이 사라지고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바닷길이 열린다. 작은 해협인 이곳의 이름은 뜻밖에도 동강(棟江)이란다.


불모산이라고도 불리는 지리산 최고봉인 달바위는 반드시 암벽을 올라야 된다. 우회로를 타면 올라보지도 못하고 지나쳐 버리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1시간. '불모(不毛)'라는 이 말은 고려 때부터 이곳에 나무가 없어 명명됐다 전해온다.

지금까진 사실 가벼운 몸풀기.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이후 만나는 가마봉~연지봉~옥녀봉 구간. 시종일관 밧줄에 몸을 맡겨 오르내리거나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을 내려서야 하는 스릴 넘치는 구간이다. 열에 아홉은 연신 카메라 셔트를 눌러대기도 하고 한동안 풍광에 매료돼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이 구간 또한 우회길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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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을 지키기 위해 절벽에 몸을 던진 옥녀의 안타까운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옥녀봉. 커다란 돌무더기가 서 있는 옥녀봉은 연지봉에서 약 13분 걸린다.


달바위에서 내려와 달바위매점과 울퉁불퉁한 암릉길을 지나다보면 일순간 호흡이 멈춘다. 밧줄이 매달려 있는 커다란 암봉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가마봉이다. 이후 이보다 더한 암봉을 잇따라 만나지만 처음이라 놀라는 것이다. 막상 올라보면 밧줄이 필요없을 정도로 홀드와 스탠스가 좋아 쉬이 오를 수 있지만 문제는 내려갈 때. 거의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이 아찔해 상당히 위험하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오래 전엔 철계단은 상상할 수 없었고 밧줄마저 없어 상당히 힘든 산행을 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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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부턴 암봉의 연속. 무명 암봉을 살짝 넘으면 둥그스럼한 암봉 앞에 선다. 역시 밧줄에 의지해 올라선다. 연지봉이다. 가마봉에서 17분. 낮은 돌탑이 있다. 금정산 정도로 생각하고 무작정 따라나선 초보라면 정말 큰코 다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낡은 나무사다리와 밧줄이 걸려 있는 연지봉 하산길이 어쩌면 이번 산행에서 가장 위험할 듯싶다. 사다리의 3분의 2 지점에서 덧댄 나무 간격이 길어 발이 닿지 않아 한순간 머리카락이 주뼛 서기도 한다. 내려와선 정면의 암봉을 좌로 우회한다. 이 길 역시 벼랑이어서 스테인리스 난간이 설치돼 있지만 방심해선 안될 정도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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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나무사다리와 밧줄이 걸려 있는 연지봉 하산길. 이번 산행에서 가장 위험할 듯싶다.

 
천륜을 지키기 위해 절벽에 몸을 던진 옥녀의 안타까운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옥녀봉에는 커다란 돌무더기가 서 있다. 연지봉에서 13분. 정면 높은 봉은 고동산. 옛날엔 숲이 울창했지만 오래 전 산불이 나서 주변 수목들이 타버렸다고 한다. 사량터미널이 위치한 금평항과 동강 그리고 건너편 아랫섬 칠현산(근교산 444회 참조)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벼랑끝이 옥녀가 몸을 던져 죽었다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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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난간이 설치된 벼랑(왼쪽)은 지리산에서 쉬운 코스이다. 우측은 돈지마을에서 올라오는 산행 초입.

이제 산행은 막바지. 하산 역시 예의 밧줄에 이어 철계단에 의지해 내려선다. 앞서 내려온 구간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다. 5분 뒤 만나는 갈림길에선 대항해수욕장 방향 대신 사량도면사무소 쪽으로 내려선다. 산을 벗어나 도로와 만나는 지점인 KT사량분기국까지는 19분 걸리며, 여기서 선착장까지는 8분 소요된다.


◆ 떠나기 전에-산행 후 섬에서 맛보는 봄도다리회·도다리쑥국 일품

사량도 지리산은 전형적인 봄산이다. 3월말부터 시작해 4월 한달 피크를 이룬 후 5월초까지 산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는다.

사량면사무소에 따르면 매년 4월 지리산을 찾는 산꾼들이 하루에 주말 5000명, 주중 500여 명을 웃돈다. 지난해말 기준 사량도 윗섬 인구가 1179명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숫자이다. 주말이면 4시간 남짓 걸리는 산행 시간이 정체로 인해 상당히 지연되기 일쑤이므로 유의하시길.    
 
달바위라는 이름은 암봉 중간쯤에 위치한 굴 안에 달덩이 같은 돌이 있어 명명됐다 한다. 실제로 달바위에 오르지 않고 우회로를 타면 볼 수 있다. 가마봉과 연지봉은 산 아래에서 본 모습 그대로 이름 붙여졌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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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 쑥국과 도다리회.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신형제횟집(055-643-3876). 사량면사무소 바로 옆에 있으며, 산을 벗어나 만나는 첫 번째 횟집이다. 도다리회와 도다리쑥국 전문이다. 굳이 이 집을 택한 것은 도다리 김치말이와 도다리쑥국 때문. 맛있게 익은 신김치에 싸먹는 담백한 도다리회의 조합은 먹지 않고선 상상할 수 없는 별미. 해풍을 받아 향긋함이 육지의 그것보다 진한 쑥을 곁들인 도다리쑥국은 봄처녀 같은 여린 맛이 잃었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4인 기준 한 접시 6만 원, 도다리쑥국 1인당 1만 원. 도심과 비교해 가격은 별 차이 없지만 양은 아주 푸짐하다.

특히 이집 김형주 사장은 이곳 토박이이자 산꾼. 사량도 지리산의 밧줄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설치된 것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지리산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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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윗섬에는 뜻밖에도 최영 장군 사당이 있다. 알고 보니 고려말 왜구 침입 때 최영 장군이 이곳에 진을 치고 왜구를 격퇴해 이를 초모하기 위해 사당을 건립했다고 한다.


◆ 교통편-북통영IC로 내려 도산면 가오치 선착장서 배 타야   
 
사량도 배편은 통영 도산면 가오치(사량)선착장(055-647-0147)과 고성 하일면 용암포선착장 두 곳에서 탈 수 있지만 부산에선 가오치가 더 편리하다. 오전 7시, 9시, 11시에 출발하며 사량도에서 나오는 배는 오후 2시, 4시, 6시에 있다. 4300원. 주말과 휴일에는 1시간 간격으로 증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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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호 뒤로 아랫섬 칠현산이 보인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통영 거제 방면~북통영IC~마산 고성 14번~도산면~사량(도선장) 도선 좌회전~사량도선장(5.8㎞). 북통영IC에서 15분 소요.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50분 소요. 9500원. 터미널 맞은편 이마트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가오치행 버스는 부산교통(055-645-2080) 72, 73번을 타야 된다. 오전 8시55분, 9시45분. 1000원. 가오치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 8시, 8시55분(막차).

 
함양군 서상면 부전계곡은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 기획감사실 조성제 홍보담당은 "군에서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함양 관광안내지도에도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이 계곡 아래 부전마을은 2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부전계곡에 고라니 다람쥐 물오리 등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데다 산과 계곡이 잘 어우러져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원시적 체취가 묻어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학자 부계 전병순(1816~1890)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으로 그의 흔적은 계곡 아래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재해시 대피안내도에는 부계정사를 대피소로 표기해 놓아 아쉬움을 남게 한다.

부전계곡을 품은 산이 바로 백두대간 영취산이다. 어서 떠나보자.


근교산&그너머 <578> 함양 영취산~덕운봉~제산봉

고사리재 밟으며 옛 민초들 삶 떠올리다

걷는 시간만 5시간40분 걸리는 100% 원점회귀 코스
산행팀 육십령보다 더 짧은 영호남 옛길 고사리재 발견
영취산 정상서 북으로 15분, 고갯마루 양측 길 흔적 없어
들머리 부전계곡도 외지엔 알려지지 않은 원시 그대로
산행 중 남덕유 할미봉 백운산 등 백두대간길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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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의 최고 인기 지점인 미끄럼틀 암반. 여름이면 이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며 물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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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 가장 빼어난 미끄럼틀 암반 아래 용소. 물빛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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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틀 암반 아래 소(왼쪽)와 뒤에서 본 미끄럼틀 암반.


경남 함양군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 장계면을 잇는 육십령.

해발 730m의 이 육십령은 산꾼들에게는 백두대간 남덕유에서 뻗어내려온 할미봉과 남쪽의 깃대봉 영취산을 잇는 경유지이며 민초들에겐 선비의 고장 함양땅과 호남의 오지 장수를 이어주는 고갯마루였다.

삼국시대 땐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였던 이 육십령은 이후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26번 국도로 오랜 기간 적지 않은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지만 수년 전 개통된 대전~진주 고속도로에 의해 백두대간 깃대봉 아래로 육십령터널이 뚫리면서 이 길도 옛길 아닌 옛길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여기까진 널리 알려진 사실.

함양에는 함양 서상면과 장수 장계면을 잇는 또 하나의 고갯마루가 있다. 일명 고사리재이다. 이 고사리재의 들머리는 서상면 부전계곡. 함양의 내로라하는 용추계곡이나 화림동계곡에 비해 지명도는 낮지만 아직 원시적 체취가 묻어나는 때묻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이 계곡을 품은 산이 바로 이번에 산행팀이 오른 백두대간 영취산(1076m)이다. 육십령에서 잠시 멈춰 숨을 몰아쉰 백두대간이 백운산으로 뜀박질하기 직전 솟구친 봉우리다.

이 고사리재는 영취산과 육십령 사이에 위치해 있다. 영취산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동행한 함양군 기획감사실 조성제 홍보담당은 "이 고사리재는 부전계곡을 품고 있는 함양 최북단 서상면의 촌로들이나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들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애독자이기도 한 조 씨는 "고사리재는 일제 강점기 이후 인적이 끊겨 산길이 사실상 묵어 있지만 옛길 복원 차원에서 열리기만 한다면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행은 서상면 옥산리 부계정사~부전계곡~백운산·고사리재 갈림길~절터골~백두대간 주능선~쉼터(벤치)~무령고개(선바위 고개)갈림길~영취산 정상~고사리재~논개생가 갈림길~민령 갈림길(이정표)~덕운봉~옛 헬기장~헬기장~제산봉~헬기장~부전계곡으로 돌아오는 100% 원점회귀 코스. 걷는 시간만 5시간4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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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부전계곡 하류. 음용수대와 화장실, 재해시 대피안내도 및 등산로 대략도가 보인다.

계곡과 나란히 달리는 산판로를 걸으며 산행은 시작된다. 100m쯤 가면 우측으로 보이는 무덤 뒤가 하산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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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기점인 들머리(왼쪽)와 부전계곡 지계곡인 절터골에서 만난 쌍폭.


목가적인 민가 두 채를 잇따라 지나면 일순간 감탄사가 절로 인다. 너른 화강암반 아래 짙푸른 용소가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암반 사이로 옥류 같은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용소에 다다르는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의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을 떠오르게 한다. 동행한 조 씨는 "여름이면 이곳은 어린이 물놀이장 중 으뜸"이라고 귀띔했다.

물길을 건너면 갈림길. 우측으로 가서 또다시 계곡을 건널 즈음 주변의 풍광도 일품이다. 그야말로 계곡미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15분 뒤 갈림길. 우측은 부전계곡을 따라 고사리재로 가는 길. 동행한 조 씨는 최근 몇 차례 길을 찾으려고 시도해 봤지만 허사였다고 했다. 산행팀은 좌측으로 물을 건너 올라선다. 영취산의 남쪽에 위치한 백두대간 백운산 가는 길이다.

역시 물길과 나란히 걷는다. 부전계곡 지계곡인 절터골이다. 6분 뒤 두 줄기의 물길이 쏟아지는 쌍폭을 지나면 또다시 계류가 기다린다. 쌍폭 상류 물길이다. 낙엽이 밟히는 산죽길을 지나 두 차례 물길을 건너 세 번째 물길을 지나면 갈림길 앞에 선다. 산행팀은 두 길 모두 답사, 노란 리본을 꼼꼼히 달아 놓았다. 선택은 독자들의 몫.

우측 지계곡길로 들어서면 일순간 산길은 사라지지만 그럭저럭 산행을 이어갈 만하다. 하지만 막바지 300~400m 구간은 벌목한 나무와 산죽으로 인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지능선에 겨우 닿는다. 갈림길에서 60분 소요되고 여기서 좌측으로 20분쯤 오르면 쉼터(벤치)가 놓인 백두대간 주능선에 올라선다. (지도상의 ①번)

갈림길에서 직진할 경우 절터골을 끼고 계곡 끝까지 올라간다. 길은 뚜렷하다가 사라지고,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물길을 따라 오르기를 반복하면 초록 이끼가 낀 너덜길을 만난다. 이후 물길도 사라지고 좌우로 능선이 막고 있으면 사실상 절터골 최상류에 올라선 것이다. 갈림길에서 60분. 널브러진 크고 작은 바위를 밟을 때 중심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제 계곡을 벗어나 좌측으로 90m쯤 치고 오르면 지능선에 닿고, 여기서 우측으로 반듯한 산길을 따라 15분 정도 치고 오르면 백두대간 주능선에 올라선다. 좌측으론 백운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며 우측은 영취산 방향이다. 여기서 백운산이 잘 보이는 전망봉을 거쳐 '생태계 복원 중'이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면 쉼터(벤치)에 닿는다. 주능선에 올라선 후 20분 소요. (지도상의 ②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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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금남호남정맥 분기봉인 영취산 정상을 지나 만나는 민령 갈림길에서 본 백두대간 주능선. 정면으로 보이는 가장 높은 봉이 백운산이며 사진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우측으로 영취산과 그 우측 뒤로 장안산도 확인된다(왼쪽). 하산길에서 본 백두대간. 백운산이 손에 잡힌다.
 
주변 조망을 살펴보면 남쪽으로 백운산과 그 좌측으로 서래봉 괘관산이, 동쪽으로 저 멀리 황석산 피바위와 그 왼쪽으로 거망 금원 기백 월봉 덕유산이 보인다. 산행팀은 북으로 가다 시계 방향으로 눈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갈아탄 후 발아래 보이는 상부전 쪽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대간길을 따라 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6분 뒤 무령고개 갈림길. 이정표엔 선바위고개라 표기돼 있다. 선바위는 좌측으로 보인다.

여기서 침목계단을 잠시 오르면 영취산 정상. 백두대간이 정맥 하나를 풀어 놓는 지점이다.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인 이곳에서 좌측(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발밑의 무령고개를 거쳐 건너편 팔각정을 지나 장안산으로 이어진다. 이 정맥은 주화산에서 북으로 운장 대둔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과 남으로 내장 추월 무등산을 거쳐 백운산에서 끝나는 호남정맥으로 갈라진다. 육십령은 여기서 11.8㎞.

이제 직진하며 내려선다. 좌측으로 나무에 기생하며 그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겨우살이가 눈에 띈다.

15분 뒤 안 보이던 마른 억새에 이어 송림이 기다린다. 고사리재이다. 함양과 장수를 잇는 최단 코스의 고갯마루이다. 좌우를 둘러봐도 길 흔적이라곤 전혀 없다. 하긴 50년 정도 인적이 끊겼으니까 그럴만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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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정상(왼쪽)과 고사리재 직전. 숲속이 고사리재이다.

두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눈길 끄는 이정표와 맞닥뜨린다. 논개 생가(4.6㎞) 갈림길이다. 대간의 서쪽 장수땅에 태어나 동쪽 함양땅에 묻힌 충절의 여인 논개를 잠시 떠올리며 발길을 재촉한다.

12분 뒤 민령(5.3㎞) 갈림길. 바위에 앉아 백운산과 방금 지나온 영취산, 그 우측 뒤 장안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대간길인 좌측 민령 방향을 버리고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이정표 뒤 급경사길로 내려선다. 8분이면 덕운봉. 정상석도 삼각점도 없이 그냥 스쳐가기 쉬워 리본 뒤에 '덕운봉'이라 적어 놓았다.

10분 뒤 능선 갈림길. 이때부터 주변 지형을 잘 살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우측으로 갔다간 계곡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니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선다. 주변에 간벌을 해놓고 치우질 않아 얼핏 길이 없는 듯하지만 찬찬히 한 걸음씩 옮기면 전혀 못 찾을 정도는 아니다.

38분쯤 뒤 미끄러운 송림길을 내려서면 안부이자 오래 전 좌측 옥산리와 우측 부전계곡을 넘나들던 고갯마루에 닿는다. 우측 부전계곡 쪽은 길 흔적이 없지만 옥산 쪽은 보인다.

동행한 조 씨는 여기서부턴 산 아래 주민들이 송이채취를 위해 다녀 길이 상대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한다.

다시 올라선다. 14분 뒤 옛 헬기장과 은방울꽃 군락지를 지나면 헬기장. 좌측으로 월봉산 금원산 칼날봉(수리덤) 바위 남덕유, 정면으로 괘관산, 우측으로 백운산 영취산과 지금까지 걸었던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어지는 산길. 정면으로 우뚝 솟은 제산봉을 보며 암봉을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제산봉. 헬기장에서 16분. 좌측 옥산리 대신 우측으로 내려선다. 5분 뒤 또 다른 헬기장. 이제 우측에 위치해 있던 백운산도 우측 뒤로 보인다. 그만큼 많이 왔다는 방증이다.

이젠 우측 부전계곡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찾아야 될 시점이다. 4분 뒤 우측으로 하얀 마사토가 보이는 반듯한 능선길 대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5~6분쯤 더 가면 송림 사이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이 열려 있다. 이 길만 찾으면 하산길은 일사천리. 차츰 급경사길로 변하지만 내려가기엔 큰 문제가 없다. 30분쯤 뒤 부전계곡 무덤 뒤로 떨어지며, 여기서 100m쯤 가면 출발점에 닿는다.


◆ 교통편- 대중교통 아주 불편, 승용차 이용하는 게 편리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IC~함양 안의(부전계곡) 우회전~부전마을 우회전~옥당교 건너 좌회전~상부전~부계정사(대피소)~음용수대(화장실, 재해시 대피안내도 및 등산로 대략도).

대중교통편의 경우 버스는 부전계곡과 바로 아랫마을인 상부전까지 들어오지 않아 불편하다. 부전마을 입구 봉정정류장에서 들머리까지의 4㎞는 걸어야 한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오전 5시40분부터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 걸리며 1만2400원. 산청을 경유하는 이 버스는 완행. 직통버스는 오전 7시, 9시에 있다. 2시간 걸리며 1만2100원. 함양터미널 인근 시내버스터미널에서 서상행 버스를 타고 봉정정류장에서 내린다. 30분 간격으로 있다. 3400원. 45분 소요. 봉정정류장에서 함양행 버스도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7시30분. 함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30분(막차)에 있다. 만일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10분.

봉정정류장에서 들머리까지의 4㎞가 부담스러우면 서상면 소재지까지 가서 택시(055-963-0054)를 이용하면 된다. 들머리 부전계곡까지 5000원.


◆ 떠나기 전에-- 함양군, 부전계곡 보존 위해 포장 않고 알리지도 않아


함양군 서상면 부전계곡은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 기획감사실 조성제 홍보담당은 "군에서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함양 관광안내지도에도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이 계곡 아래 부전마을은 2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부전계곡에 고라니 다람쥐 물오리 등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데다 산과 계곡이 잘 어우러져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원시적 체취가 묻어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학자 부계 전병순(1816~1890)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으로 그의 흔적은 계곡 아래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재해시 대피안내도에는 부계정사를 대피소로 표기해 놓아 아쉬움을 남게 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늘봄가든'(055-962-6996). 찹쌀 조 수수 흑미 등 오곡밥에 더덕 등 20여 가지의 반찬, 그리고 된장찌개 꼬리곰탕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사진). 사태수육은 특히 별미다. 한약재와 된장 등을 첨가해 독특한 맛을 낸다. 8000원. 상림 주차장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함양IC에서 7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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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입력: 2008.05.22 19:47 / 수정: 2008.05.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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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 조망·깊은 계곡… 역시 영남알프스 맏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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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0대 명소 중 하나인 그 유명한 호박소와 구연폭포. 시퍼런 물빛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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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소 바로 아래 계류. 등산객들이 산행 후 대개 이곳 그늘에서 쉬었다 하산한다.

 

여름 더위가 가시기 시작한다는 처서(處暑)가 지났건만 여전히 가마솥 불볕더위는 수그러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 흩어지는 물보라가 여전히 구미를 당기지만 한 달 남짓 계곡산행을 하다 보니 한편으론 시원한 능선길을 내달리며 바라보는 환상적인 조망이 그립기도 하다.

해서 한 주 더 계곡산행을 연장키로 결정한 산행팀은 계곡 위주의 이전 산행과는 달리 조망을 만끽하기 위해 마루금 구간을 연장했다. 계곡과 조망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이른바 양수겸장의 산행을 시도한 것이다.

산행지는 가지산(1240m). 그리 멀지도 않고 계곡도 시원한데다 환상적인 조망을 갖췄다. 무엇보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맏형이라는 상징성도 빼놓을 수 없다. 낙동정맥의 영남권 봉우리 중에서 최고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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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점골의 명소 오천평반석. 비스듬한 화강암반이 워낙 넓어 명명됐다고 전해오지만 땡볕이 그대로 내비쳐 약간은 실망스럽다.
 


경남 밀양, 울산 울주, 경북 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가지산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계곡을 무려 네 개나 끼고 있다.

영남알프스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히는 학심이골을 비롯해 아랫재에서 학심이골로 연결되는 심심이골, 호박소에서 석남재로 이어지는 쇠점골, 가지산과 중봉 사이의 밀양재에서 24번 국도변의 제일관광농원으로 떨어지는 용수골이 바로 그것.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대로 하나같이 전국의 내로라하는 계곡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학소대폭포와 쌍폭 등 시원한 물줄기와 너른 소로 대변되는 청정 골짜기 학심이골은 현재 운문사 암자인 사리암 입구에선 출입이 제한돼 문복산의 들머리인 삼계리쪽 천문사에서 배넘이골을 거쳐 가야 한다. 아니면 운문산과 가지산 사이의 아랫재에서 심심이골을 거쳐 학심이골로 갈아탄 다음 쌀바위쪽으로 올라 가지산 또는 상운산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산행팀은 최근 원점회귀를 선호하는 독자들의 뜻에 따라 호박소 입구 백연사에서 쇠점골을 거쳐 가지산에 오른 후 용수골로 내려왔다.

  
  전국 100대 명소 중 하나인 그 유명한 호박소와 구연폭포. 시퍼런 물빛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산행은 호박소 주차장~백연사~호박소·오천평반석 갈림길~다리 건너~쇠점골(오천평반석~형제폭포)~24번 국도 이모집 앞~석남터널 입구 이정표~삼거리~중봉~밀양재~가지산~밀양재~너덜길~용수골~제일관광농원~24번 국도~이동통신 중계탑~백연식당~호박소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여름산행으로 약간 벅찬 편이다. 갈림길도 별로 없고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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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소 주차장 우측에는 현재 능동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언양에서 석남사를 거쳐 밀양 가는 24번 국도의 물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밀양 산외~울주 상북 구간을 직선형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24번 국도를 만들면서 가지산 허리를 잘라 먹더니 이번에는 능동산마저 경제논리의 미명 아래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백연사를 거쳐 조금만 가면 금문교 앞 갈림길. '직진 호박소 100m' '오른쪽 오천평반석 1.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잠시 호박소를 다녀온 후 다리를 건너 쇠점골 오천평반석으로 향한다.

국내 100대 명소 중 하나인 호박소는 높이 10m의 와폭인 구연폭포 아래 둘레 30m쯤 돼 보이는 절구통 모양을 한 너른 소(沼). 규모에 놀라고 물소리에 감탄한다. 시퍼런 물빛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이제 다리를 건너 계류를 우측에 끼고 숲으로 향한다. 10분 뒤 길섶에 '석남터널'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그 오른쪽 계곡 지점이 오천평반석이다. 계류가 흐르는 비스듬한 화강암반이 워낙 넓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수년 전 태풍의 영향으로 북사면에 사태가 발생해 수목이 훼손됐는지 땡볕이 그대로 내비쳐 약간은 실망스럽다.

호박소를 지나면서 잡풀이 우거진 숲으로 접어든다. 노란 달맞이꽃이 반긴다. 계류 우측엔 능동터널 공사 때문인지 '위험 접근금지'라며 밧줄이 쳐져 있다.

오천평반석에서 20여 분, 계곡 따라 난 길이 끊겨 있다. 왼쪽 옆으로 에돌아 오르든지, 계류를 따라 가든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 곳 모두 리본을 달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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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폭포(왼쪽)와 호박소의 축소판이라 할 만한 애기 호박소.

 
산행팀은 계류를 따라 올랐다. 형제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5분 정도 오르면 만난다. 높이(7m)에 비해 폭(5m)이 의외로 넓다. 폭포 왼쪽 가장자리에 밧줄이 묶여 있지만 다소 위험할 것 같아 폭포 입구쪽 산죽길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에돌아간다. 이렇게 다시 계류와 만나고 대각선 방향으로 20m쯤 건너 올라오면 계류와 나란히 달리는 본래의 등로를 만난다.

이후 두 차례 정도 계류를 왔다갔다 하다 보면 호박소의 축소판쯤으로 보이는 일명 애기호박소에 닿고 여기서 다시 계류를 건너 된비알로 치고 오르면 24번 국도 상의 포장마차 이모집 옆으로 나온다. 도로를 따라 석남터널쪽으로 간다. 울산과 밀양의 경계 표지판을 지나 터널까지 150m쯤 남기고 왼쪽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산길 옆에는 '표충사 영남루 얼음골'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된비알의 연속이다. 중봉을 거쳐 가지산 정상까지는 대략 1시간30분.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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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점골은 이름없는 폭포의 연속이다.
 
45분 뒤 삼거리. 오른쪽은 석남터널 울산 방향으로, 능동산 배내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낙동정맥길이다. 13분 뒤 가지산의 전위봉인 중봉(1160m). 주변에 며느리밥풀꽃 원추리 동자꽃이 보인다. 7분 뒤 안부 삼거리인 밀양재를 지나 15분 정도 바짝 오르면 마침내 가지산 정상. 영남알프스 최고봉답게 전망이 빼어나다. 북서쪽 지룡산에서 시계방향으로 옹강산 문복산 고헌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죽바우등 재약산 천황산 구천산 정승봉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까이로는 북동쪽 쌀바위와 그 뒤 상운산, 그 우측 작은 마을이 고헌산 아래 신기마을, 그 우측 번화가(?)가 언양읍내다. 헬기장 뒤로 백운산, 서쪽 저 멀리 아랫재와 운문산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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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정상(맨 우측 높은 봉)과 정상에 선 필자. 정상석 뒤로 펼쳐진 산그리메가 무척 아름답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와 밀양재에서 제일관광농원(3.2㎞)쪽으로 하산한다. 용수골이다. 산죽길에 이어 뜻밖의 복병 너덜길을 만난다. 천황산에서 얼음골로 내려오는 너덜보다는 덜 험하지만 하여튼 여간 곤혹스러운 길이 아니다. 40분쯤 뒤 너덜이 끝이 나면서 저 멀리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계류와는 9분 뒤 만난다.

용수골은 쇠점골과 달리 주로 계류 우측으로 난 길로 내려선다. 발길 옮길 때마다 비스듬히 누운 폭포와 너른 소가 자태를 달리해 등장, 산꾼들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제일관광농원은 계류와 접한 뒤 45분이면 만난다. 농원을 나오면 24번 국도. 왼쪽 석남터널쪽 대신 오른쪽 밀양 방향으로 300m쯤 국도를 따라 걸으면 피뢰침이 달린 이동통신중계탑이 서 있는 지점에 닿는다. 이 길로 내려서면 호박소 주차장과 백연사 사이에 위치한 백연식당 뒤 대나무숲으로 나온다. 주차장은 바로 코앞이다.


# 떠나기전에- '쇠점골' 말발굽쇠 갈던 주막 이름서 유래

 가지산 중봉 코스는 근교산 시리즈 337회때 한 번 소개했다. 쇠점골로 올라 중봉 가지산을 잇따라 오른 뒤 용수골로 하산한 이번 코스와 달리 당시엔 24번 국도 울산 상북면 천주교 살티성지 인근에서 능선을 타고 중봉 가지산을 잇따라 오른 뒤 쇠점골과 용수골 사이의 능선으로 하산했다. 하산 지점은 중봉 인근 '119 긴급연락처' 표시 앞에 열린 산길이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당시 산행때 이 코스를 두고 "울산쪽에서 가지산으로 오르는 코스 중 주변 조망이나 암릉의 적절한 기복 등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켜주는 모든 조건을 구비한 완벽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지산 중봉 코스는 능선이면 능선, 계곡이면 계곡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계절 전천후 코스로 영남알프스의 보석같은 산길로 많은 산꾼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쇠점골과 용수골은 모두 옛날 밀양 산내면쪽 사람들이 지금의 석남터널이 뚫리기 전 언양장을 보러 다니던 옛 길이다. 쇠점골이란 이름은 석남재를 오르내리던 말들의 말발굽쇠를 갈아주고 술도 팔던 주막 '쇠점'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온다.

# 교통편- KTX 등 기차편 많아 버스보다 편리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얼음골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요금은 각각 7000, 6700, 3400원. 밀양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터미널을 경유한다. 20분 소요. 터미널에서 얼음골행 버스는 오전 8시30분, 9시5분, 9시35분, 10시10분, 11시30분에 있다. 3200원. 얼음골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4시35분, 5시, 6시, 7시, 7시35분(막차)에 있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표충사 얼음골 방향)~산내면~언양 얼음골 시례호박소~울산 언양 얼음골~검문소(얼음골)~구연마을 이정석~호박소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여건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542> 가지산 학심이계곡

영남권 최고의 비경
학소대 제1, 2폭포와 넓고 깊은 소, 감탄사 연발
학심이계곡, 상류서 좌우골이 만나 하류 이어져
상운산 입구 헬기장, 영남알프스 한눈에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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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를 뒤흔드는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오는 학소대 1폭포.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힘찬 물줄기가 내려꽂히는 이 폭포는 생김새가 독특해 최하단부에선 쌍폭으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영남알프스의 간판은 최고봉인 가지산(1240m).

산세면 산세, 전망이면 전망, 계곡이면 계곡, 계절에 따라 피는 야생화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야말로 영남알프스의 복덩이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대로 가지산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계곡을 무려 다섯 개나 품고 있다.

영남권에서 최고의 계곡이라 자타가 인정하는 포항 내연산계곡에 비해도 전혀 뒤질게 없는 학심이계곡, 아랫재에서 올라 학심이골과 연결되는 심심이계곡, 가지산과 가지산중봉 사이의 밀양재에서 24번 국도변으로 떨어지는 용수골, 호박소에서 석남터널 쪽으로 이어지는 오천평반석이 위치한 쇠점골, 가지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석남사계곡이 바로 그것. 
 
이번 주 산행지는 가지산 다섯 개의 폭포 중 나머지 넷과 격이 다른 학심이계곡.

학심이계곡으로의 접근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원래 운문사 산내 암자인 사리암 쪽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주등산로였지만 오래 전부터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밀양 산내면 삼양리에서 아랫재로 올라 심심이계곡으로 접근하는 길은 너무 길어 무리가 따른다. 해서 지금은 영남알프스의 청도 쪽 베이스캠프 격인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삼계리(마을)를 많이 이용한다.

학심이계곡의 첫인상은 지리나 설악의 계곡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이다. 아기자기함이 우선 묻어나는 여타 폭포와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우렁찬 물소리를 내며 물기둥을 쏟아내는 학소대 1, 2 폭포와 이를 여유있게 담아내는 넓고 깊은 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해서 계곡화를 신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학심이계곡의 비경을 구석구석 비교적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삼계리~천문사 주차장~돌탑 앞 갈림길~배넘이재~학심이계곡~학소대 1폭포~학소대 2폭포~헬기장~쌀바위~가지산 대피소~헬기장(상운산 갈림길)~석남사 갈림길~운문령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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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칠성가든 옆 '천문사' '가슬갑사'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간다. 곧 '등산로' '가슬갑사'를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향하면 이내 천문사 주차장.
 
주차장 우측 '등산로' 팻말을 따라 계류와 나란히 걷는다. 10여 분 뒤 돌탑 앞 갈림길. 오른쪽은 나선폭포 또는 지룡산 가는 길, 산행팀은 배넘이재 쪽으로 직진한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왼쪽은 시원한 계곡수가 흐르는 배넘이계곡으로 접근하는 길, 오른쪽 돌길로 오른다. 길섶에는 귀한 노란 망태버섯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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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쯤 뒤 갈림길. 곧 만나므로 신경쓰지 말자. 이때부터 된비알이 기다린다. 10분 정도 땀을 바싹 흘리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제법 너른 사거리가 나온다. 배넘이재다. 왼쪽 쌍두봉 상운산, 오른쪽은 지룡산 방향, 산행팀은 학심이계곡 쪽으로 직진한다. 급내리막길이지만 지그재그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다.

10분 뒤 갈림길에선 우측으로 가 지계곡을 건너면서 등로가 임도급으로 넓어진다. 수 십 개의 나무를 받쳐 놓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또 갈림길. 두 길 모두 학심이계곡에서 만나지만 우측길이 더 반듯해 그쪽으로 간다. 계곡과 만나기 직전의 약간 너른 터는 옛 집터로 5~6년 전까지도 사람이 거주했다고 이창우 대장이 말한다.

계곡을 건너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세 갈래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가지산 북릉 또는 심심이골, 오른쪽은 운문사 사리암 방향, 산행팀은 왼쪽 학심이계곡 쪽으로 간다. 이 길은 쌀바위 가지산 상운산으로도 이어진다.

완만한 경사길로 올라 또 다시 계곡을 건너 숲으로 진입해 오르면 갈림길. 왼쪽은 능선길로 상운산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와 지계곡을 따라 30m쯤 내려오면 학심이 주계곡을 만난다. 영남알프스 최고의 계곡답게 주변 풍광이 기가 막히다. 지계곡을 살짝 건너 주계곡과 나란히 가다 계류 폭이 좁은 지점에서 건너면 산죽길 입구에 '산악사고 119-학소대 1폭포'라 적힌 표지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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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
 
산죽길을 따라 50m쯤 오르면 전방 저 멀리 천지를 뒤흔드는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학소대 1폭포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힘찬 물줄기가 내려꽂히는 이 폭포는 생김새가 독특해 최하단부에선 쌍폭으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

학소대 2폭포는 왔던 길로 내려가 산죽길 입구 6, 7m 지점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10여 분쯤 거친 산길을 헤치고 가면 역시 전방에 우레와도 같은 한 줄기 굵은 물기둥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학소대 2폭포다. 2폭포는 1폭포와 달리 가지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일종의 지계곡에 위치해 있다. 산행팀은 편의상 1폭포가 걸린 곳을 학심이좌골, 2폭포가 위치한 곳을 학심이우골로 표기한다.

이제 계곡을 건너 좌측으로 산허리를 따라 간다. 이내 갈림길. 왼쪽은 1폭포로 내려서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7분 뒤 학심이우골을 약간 못 미쳐 우측으로 열린 길로 오른다. 30m쯤 뒤 만나는 갈림길에서 다시 우측으로 간다. 산허리길로 10분쯤 가면 '운문산 6번 지점'이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고, 여기서 또 다른 지계곡을 약간 위쪽으로 건너면 학심이우골과 만난다. 이 지점은 2폭포 상류쯤 되는 곳이다.

이제 학심이우골을 거슬러 영남알프스 주능선을 향해 오른다.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이 거칠게 널려 있는 데다 나무 덩굴이 주렁주렁 매달려 수 차례 갈 길을 막을 정도로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다.

20여 분 이렇게 거친 길을 따라 오르면 제대로 된 산길을 만난다. 이때부터 40분 정도 산죽길을 따라 오르면 마침내 주능선상의 헬기장(1118m)에 닿는다. 여기서 산길은 두 갈래. 오른쪽은 가지산 정상(40분 소요), 산행팀은 왼쪽 쌀바위 쪽으로 내려선다.

8분 뒤 난간을 대신한 굵은 밧줄이 끝날 즈음 우측으로 가면 추모비가 서 있다. 쌀바위 윗지점이다. 이곳에서 5분이면 쌀바위 정상석(1109m)에 닿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전설상 쌀 대신 물이 나온다는 샘터이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쌀바위에서 3분이면 가지산 대피소에 닿고 여기서부터 임도가 기다린다. 7분 뒤 임도 좌측에 세우다 만 작은 돌탑 앞에 산길이 열려 있다. 학심이좌골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참고하길.

7분 뒤 다시 헬기장. 왼쪽 산길로 오르면 상운산과 귀바위를 거쳐 다시 이 임도로 내려서지만 산행팀은 임도를 따라 간다. 헬기장 끄트머리 벤치 앞에 서면 왼쪽으로 고헌산, 오른쪽으로 배내봉 간월 신불 영축산이 한눈에 펼쳐지고 발 아래로는 석남사주차장과 24번 국도, 가지산온천이 확인된다.

임도를 계속 따라 가면 하산길은 세 갈래. 석남사 가지산온천 운문령이 그것으로 석남사와 가지산온천 방향은 중간에 이정표가 친절하게 서 있다. 임도의 끝은 운문령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헬기장에서 운문령까지는 5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비 때문에 당초 계획과 달리 산행

산행팀은 학소대 1폭포가 걸려 있는 학심이좌골을 건너 쌀바위와 상운산 사이의 임도(세운다 만 작은 돌탑이 위치한 지점)로 올라선 후 상운산~귀바위~상운산~쌍두봉~황등산~천문사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행 당일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전날 밤 기상청은 중부지방은 호우주우보가 발령되고 남부지방도 30~100㎜의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산행팀은 전날 밤 산행 당일 아침 날씨를 보고 산행 여부를 결정짓자고 약속했고, 예상과 달리 다음날 새벽 부산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오전 10시께 부산을 출발, 청도로 향했다. 오전 11시 20분 천문사 주차장을 출발한 후 배넘이재에 올라선 낮 12시 5분께 일순간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낙뢰 및 천둥소리와 함께.

이 때문에 산행팀은 학심이좌골에 물이 불어 건너지를 못해 그 대안으로 학심이우골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산행팀은 학심이좌골을 건너기 위해 이러저리 폭이 짧고 유량이 적은 지점을 찾으려고 애써다 보니 많은 시간을 허비, 상운산 입구 헬기장에 오후 6시 5분에 도착했다. 비맞은 생쥐마냥 흠뻑 젖은 지친 산행팀은 결국 상운산을 코 앞에 두고 가장 가까운 하산로인 운문령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참고 하나. 학심이계곡은 상류 쪽 두 갈래가 합쳐져 하류로 이어진다. 흔히 산행지도에선 학심이좌골이 주계곡으로 표시돼 있지만 가지산 정상과의 근접성을 따지자면 학심이우골을 주계곡으로 볼 수 있다. 해서 산행팀은 학심이 좌·우골로 각각 표기했다.


○ 교통편-삼계리 천문사 주차장서 출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있다. 1시간 걸리며 2200원. 언양터미널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 내린다. 오전엔 11시 단 한 번 출발한다. 1800원. 날머리 삼계리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에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된다. 오전 6시22분, 7시45분, 9시3분, 11시55분에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5000원. 청도역 건너편 청도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11시10분. 2900원. 이어 동곡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40분, 11시. 2300원. 날머리 삼계리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하차한다. 오후 5시10분, 7시10분(막차). 동곡에서 청도행 버스를 타고 청도터미널에서 내린다. 오후 4시15분, 5시20분, 6시10분, 7시40분(막차) 길건너 청도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열차는 오후 4시52분, 6시12분, 6시42분, 7시42분, 8시55분, 9시45분에 있다.

또 한 가지. 부산역 인근 올림픽예식장 앞에서 출발하는 운문사 산내 암자인 사리암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 내리면 된다. 매일 오전 10시 출발. 7000원. 삼계리에서 부산행 버스는 매일 오후 4시30분(단 토요일만 오후 4시 출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35번 언양~경주 봉계 35번~언양교차로서 밀양 석남사 24번~창녕 밀양~경주 청도 궁근정리 상북농공단지~경주 청도~궁근정삼거리서 우회전(몬타냐 간판)~언양 석남사 좌회전~청도 운문사 우회전~운문령~운문산자연휴양림~삼계리 쌍두봉 가든 및 칠성가든~천문사, 가슬갑사 좌회전~등산로 가슬갑사 우회전~천문사 주차장 순.

승용차를 천문사 주차장에 두고 운문령으로 하산했을 경우 운문령에서 대구행 경산버스를 타고 삼계리에서 하차한다. 7시쯤에 정차한다. 또 오리불고기가 일품인 삼계리 칠성가든(054-371-5287)에서 식사를 할 경우 승합차가 실어다 준다. 거리상으로 약 6㎞. 석남사로 하산했을 경우 삼계리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2만 원. 문의 언양 한마음콜택시 (052)263-6000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584> 김해 굴암산

흩날리는 운무 신선이 안 부럽소
김해 장유면 신안마을 원점회귀…걷는 시간만3시간35분
최근 장유 신도시 조성되면서 진해 성흥사 코스보다 인기
거제도 가덕도 진해만 몰운대 다대포 등 그림처럼 펼쳐져
화산(팔판산) 정상 군 부대 주둔, 주능선 막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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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주택 크기의 바위를 힘겹게 올라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바삐 움직이는 운무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경남 김해와 진해를 가로지르는 굴암산(窟庵山)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가깝지만 먼 산이었다. 거리상으론 지척인 전형적인 근교산이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데다 오지에 숨어 있어 심리적으론 머나먼 산이었다는 의미일 게다.

산 아래 바위굴에 암자가 있었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전해오는 이 굴암산에 최근 부산 산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굴암산의 들머리는 열에 아홉은 진해시 대장동에 위치한 신라 천년고찰 성흥사였다. 하지만 2003년쯤부터 김해 장유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오지 속의 오지였던 이곳이 번화가(?) 아닌 번화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들머리인 장유 신도시 인근의 장유면 신안마을 쪽의 교통 사정이 나아져 진해 성흥사 쪽보다 산꾼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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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마을 입구에 위치한 커다란 마을 이정석(왼쪽)과 마을을 관통하는 계곡.

 
이창우 산행대장도 굴암산과 관련 ,이렇게 회상했다.

"1990년 초반까진 굴암산에 가기 위해선 김해 장유 쪽은 생각도 못했고 오로지 진해 성흥사로 향했죠. 진해행 시외버스를 타고 웅동(마을)에 내려 40~50분 걸어야 했죠. 정말 가깝지만 먼 산이었죠."

해발 662m로 고만고만한 산이지만 절대 얕봐선 안 된다. 주능선으로 오르는 된비알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은 산행 내내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들머리의 계곡은 지리산의 그것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수려하다. 조망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거제도 진해만 가덕도 몰운대 다대포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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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들머리(왼쪽). 우측 나무에 굴암산 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이 계류를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은 김해 장유면 율하리 신안마을~갈림길~잇단 전망대~533봉~잇단 전망대~안부 사거리~정자 앞 삼거리(613봉)~굴암산~잇단 전망대~신안마을·헬기장 갈림길~헬기장(화산(팔판산)·679m)~분성 배씨묘~신안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5분. 마을 입구부터 들머리, 이어 하산 때까지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데다 산길도 반듯하게 정비돼 있어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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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마을로 접어들면 우선 커다란 마을 이정석을 만난다. 마을 유래가 상세하게 적힌 이정석 건너편에는 마을 주차장이 있다.

산행은 마을을 관통하는 포장로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경로당을 지나면 갈림길.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정면에 '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400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기 때문이다.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여기서 이번 산행의 큰 그림을 잠시 그려보자. 좌측 굴암산 쪽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타고 팔판산(화산) 쪽으로 와서 다시 이곳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임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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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진해 부산의 경계로 일명 삼시봉(參市峰)인 613봉(왼쪽)과 정상.

마을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며 자투리땅에는 우리네 시골 모양 상추와 고추가 심겨져 있다. 도중 샛길이 있어도 무시하고 큰길로만 간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도 역시 이정표가 안내한다. 로뎀전원교회와 기독교 장유수양관 입구를 잇따라 지나면서 안 보이던 산행 안내 리본도 눈에 띈다. 한 굽이 돌아 '반곡정' 주차장을 지나 '돌담집' 문안으로 들어서면 좌측으로 '굴암산 662m'라고 적힌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고 그 뒤론 운치있는 계곡이 눈에 펼쳐진다. 들머리에서 15분.

이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입구에 '굴암산 2.3㎞'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산길을 따라가면 곧 체육시설 앞 갈림길. 반듯한 우측으로 간다. 앞서 본 계곡과 나란히 걷는 셈이다.

9분 뒤 갈림길. 두 곳 모두 정상 가는 길로 표기돼 있지만 산행팀은 좌측으로 오른다. 울창한 숲이지만 관리가 잘 돼 있어 보기에도 시원하고 정감이 간다. 5분 뒤부터 차츰 경사가 심해져 30여 분간 애오라지 된비알로만 오른다. 잠시 경사가 누그러지더니 곧이어 된비알이 이어진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라는 의미였다.

5분쯤 뒤 일순간 운무가 그치고 꽉 막혔던 시야가 트인다. 곧이어 이끼 낀 바윗길이 기다린다. 산은 작아도 보여줄 수 있는 구색은 다 갖추고 있다. 한 굽이 돌아 올라서면 제법 너른 전망대. 정면 부산 지사과학단지로 쪽으로 이어지는 옥녀봉 능선이 희미하게 보일 뿐 나머지는 확인 불가능하다.

이어지는 오르막. 4분 뒤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올라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멋진 전망대다. 운무, 즉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깨스'가 무대 위에 펼쳐지는 드라이아이스 모양 급속도로 오락가락해 비로소 주변 산세가 조금씩 가늠된다. 우측 능선이 팔판산에서 내려오는 산줄기이며, 그 우측 뒤가 장유폭포를 품은 장유봉, 그 아래 보이는 도로는 창원터널을 거쳐 창원가는 길이다. 그 우측으로 보이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장유 신시가지이다.

   
   
다시 숲으로 진입, 한 굽이 올라 119 구조대 표지목(533봉)과 두 개의 전망대를 지난다. 제법 너른 두 번째 전망대 우측 끄트머리에 서면 우측으로 굴암산과 그 좌측으로 옥녀봉 보배산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산세로 봐서 이후 산행은 안부로 떨어졌다 올라선다. 실제로 5분쯤 내려서면 안부 사거리. 골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지점인지 마침 벤치도 둘 있다. 삼림욕장에 온 듯하다. 이정표가 서 있지만 내용물이 떨어져나가 무용지물이다. 우측은 계곡을 거쳐 하산하는 길인 듯, 산행팀은 직진한다. 오름길이다. 10분 뒤 정자 앞 삼거리로 613봉이다. 동시에 김해 장유면, 부산 강서구, 진해 대장동을 경계짓는 삼시봉(參市峰)이다. 즉 정면이 진해, 방금 온 뒤쪽이 김해, 좌측이 부산 강서구이다. 좌측은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 100m쯤 가면 다시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으로 각각 나뉜다. 옥녀봉은 오래 전 산행팀이 개척, 소개한 봉우리다.

이제 정상은 불과 400m. 우측으로 간다. '좌 진해, 우 김해' 능선길이다. 9분이면 올라선다. 남쪽 즉 좌측으로 거제도 가덕도를 품은 남해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불행히도 뿌연 운무 때문에 사방팔방이 시계 제로이다. 좌측으로 열린 길은 성흥사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직진한다. 목적지는 북서쪽으로 뻗은 팔판산. 소요시간은 대략 45분. 도중 진해 성흥사(등로 기준 좌측) 또는 들머리인 신안마을(〃 우측) 내려가는 등로가 열려 있으니 체력에 맞게 운용하면 된다. 이 능선길 곳곳에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으나 여전히 운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이 흠이라면 흠. 만일 날씨가 좋았더라면 시간은 더 걸렸을 터.

등로는 무료하지 않게 내려섰다 올라섰다를 반복하며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우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사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이렇게 20여 분. 119 구조대 표지목 앞에 선다. '헬기장 아래'라고 적혀 있다. 우측으로 신안마을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참고하길.

   
   
표지목에서 5분 뒤 갈림길. 좌측 오름길은 능선길, 우측 숲길은 원래 등산로이다. 전자는 전망이 좋고 후자는 8부 능선쯤 된다. 두 길은 3~4분 뒤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이후 한번 더 내리락 오르락하면 마침내 헬기장에 닿는다. 이 헬기장 우측 나무에는 '화산(팔판산) 679m'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산 정상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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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팔판산) 팻말(왼쪽)과 이 팻말이 걸려 있는 화산(팔판산) 직전 헬기장.

사연은 이렇다. 이곳  헬기장에서 직진하면 팔판산(화산) 정상이지만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출입금지 구역이다. 실제로 7분쯤 가면 철조망과 함께 지뢰매설 경고 안내판이 서 있다. 해서 이 산자락이 팔판산임을 알려주기 위한 누군가의 배려인 듯하다. 참고로 헬기장을 가로질러 직진해 철조망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돌면 불모산~웅산~시루봉으로 이어지고, 우로 우회하면 들머리인 신안마을로 떨어진다.

산행팀은 헬기장에서 10m쯤 뒤로 가서 119 표지목 우측으로 열린 길로 하산한다. 40m쯤 뒤 갈림길에서 좌측 급경사길을 택해 내려간다. 15분 뒤 계곡 상류와 만난다. 8분 뒤 물길을 한번 건너면 등로의 상태가 좀 나아진다. 이후 좌측으로 방향으로 택해 물길을 두 번 건너면 119 구조대 표지목을 만난다. '팔판산 아래'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화산 안내판이 걸려 있는 헬기장을 지나 우측으로 철조망을 따라 내려서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7분 뒤 분성 배씨묘를 지나면 일순간 시야가 트이며 정면으로 들머리와 장유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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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나는 계곡(왼쪽)과 털중나리.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물길을 건너 감나무밭과 대숲을 지나면 이내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여기서 6분이면 신안마을 이정석 앞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신안마을 이정석에는 의외로 많은 정보가 담겨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 또한 들어 있다.

우선 '팔판산 사기점골 신안마을…'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이 마을은 굴암산보다는 팔판산을 모산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는 '팔판산 기슭에 아담한 마을'로 시작되는 신안마을 노래 가사에도 적혀 있다. 팔판산은 일명 갈판산으로 불린다는 사실도 새롭다.

이곳은 원래 그릇을 굽던 곳이어서 옛날에는 사기점(沙器店)골로 불리다 조선 순조 때부터 신안(新安)으로 개칭됐다. 계곡 이름도 언급돼 있다. 산행팀이 오른 골짝이 큰골이며 내려온 곳은 작은골의 내리바우실이다.

잘못된 점도 있다. 팔판산이 김해 진해 창원의 경계를 이룬다고 언급돼 있지만 이는 불모산. 실제론 김해와 진해의 경계를 가른다. 이웃한 굴암산 613봉은 김해 창원 부산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팔판산(八判山)은 이 산줄기에 3정승 8판서가 태어날 명당이 있다는 풍수설에 기인해 명명됐다 전해온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있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로 나와 수가·무계방면 우회전해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1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6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신안마을행 버스는 24, 26번이 있다. 24번은 오전 7시15분부터 1시간마다, 26번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지만 신안마을 건너편 팔판마을 푸르지오아파트 앞이 종점이다. 날머리 신안마을에선 24번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 내린다. 오후 3시40분, 5시15분, 6시55분, 8시25분. 1000원.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 3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서부산TG~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하 율하 우회전~장유폭포 신안 우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좌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직진~율하 하촌 덕정 좌회전~신안 직진~창원 신안 우회전 후 첫 번째 좌회전~신안마을. 입구에 '살기 좋은 신안마을''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500m' '로뎀전원교회' '장유수양관' 등 안내판이 여럿 보인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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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은 이번 산행의 하산로인 천황봉 쪽에서 얼음골로 내려가는 3.55㎞ 구간. 물론 산행 담당 기자인 필자의 개인적 생각이다.

왜?-시종일관 너덜길이라. 이 너덜은 고정돼 있지 않아 아주 위험. 하지만 도중 허준 선생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했다는 동의굴을 만나는 데다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도 만나는 기쁨도 있음.

사람의 생각은 천차만별. 이 코스를 두고 일부 산꾼들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천재일우의 등로라며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아래 정리한 정승봉~천황산 코스는 비교적 괜찮다. 그 유명한 얼음골로 하산하기 때문에 볼거리도 제법 된다. 마음만 먹으면 역시 유명한 호박소도 볼 수 있다.




근교산&그너머 <441> 밀양 정승봉~천황산

오르면 명산 퍼레이드 '황홀'
내리면 시원한 얼음골 '오싹'
영남알프스의 사통팔달…5시간 소요
들머리서 20분간 길없어 리본 꼭 참조
고원에 우뚝 솟은 사자·수미봉 키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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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투봉 인근 전망대에서 바라본 밀양지역 봉우리들. 정면 구천산을 중심으로 왼쪽 뒤가 정각산. 제일 뒤 저 멀리 희미한 능선이 청도 남산 화악산이다. 상투봉은 해질녘 남명에서 바라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아 마을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산행팀은 제일 앞 능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다 구천산에 못미쳐 하산, 도래재로 내려와 이창우 산행대장이 서 있는 이곳으로 다시 올랐다.


 
"특별히 갈 곳 없으면 영남알프스 중 괜찮은 코스 하나 골라봐."

부산을 비롯한 경남·북 산꾼들이 즐겨찾는 영남알프스가 현재 처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담없다'를 넘어 이제 '만만한' 산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주말이면 영남알프스를 동서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는 만원이다. 가지산 허리를 돌아 언양서 밀양가는 24번 국도는 이미 거북운행이 보편화됐고, 배내골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남북횡단로인 69번 지방도 또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울산 양산 밀양 청도 경주 등 5개 시·군에서 출발하는 100여개 이상의 들머리에서 영남알프스 정상을 향하는 산꾼들의 행렬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탐방객들의 수로 봐도 웬만한 국립공원과 맞먹을 정도일 터.

그 결과 영남알프스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각종 쓰레기가 넘쳐나고 산길도 황폐해져 숲이 망가지고 있다.

여기에 현재 진행중인 울산~밀양간 24번 국도 확장공사와 밀양 산내면 남명리~단장면 범도리를 잇는 1077번 지방도가 완공되면 영남알프스 가는 길은 사실상 사통팔달이 돼 보다 많은 산꾼들의 접근이 가능하다.

이게 딜레마다. '아니온듯 가시옵소서'라는 문구가 지켜진다면 모르겠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 유감일 뿐이다. 시쳇말로 이제는 동네 뒷산을 걷는 기분이 드는 곳도 있다.

   
한적한 영남알프스 산길을 갈망하는 산꾼들을 위해 취재팀은 숨은 산길을 찾아 나섰다. 이른바 영남알프스 언저리에 해당하는 정승봉을 돌아 천황산(재약산 사자봉)을 올랐다.

들머리는 밀양 산내면 남명리 남명초등학교 앞. 이곳은 하양마을이나 삼양마을을 거쳐 바로 운문산으로 갈 수 있고, 천황산이나 백운산 정족산 구천산 억산 등 영남알프스의 웬만한 봉우리로 손쉽게 접근 가능해 산꾼들은 흔히 이곳을 영남알프스의 '베이스 캠프'라 부른다.

산행은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남명초등학교 삼거리~제일마트~경주김씨묘~정승봉 지능선~첫 전망대~정승봉 정상~첫 이정표~두번째 이정표~도래재(이정표)~너른바위 전망대~천황산 정상~신명마을 이정표~얼음골 갈림길~너덜지대~동의굴~돌계단~천연기념물 얼음골~천황사~얼음골정류소 휴게소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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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초등 삼거리에서 하차한 후 길건너 제일마트 우측으로 난 시멘트길로 향한다. 길 주변은 온통 그 유명한 얼음골 사과나무. 한 나무에 생각보다 많은 알이 열려 있다. 등뒤로 운문산 아랫재 백운산이 눈에 들어온다. 곧 컨테이너박스 앞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가녀린 개망초가 바람에 하염없이 한들거리고, 산딸기는 열린 채 말라가고 있다. 인적이 드물었다는 방증인가.

   
10분 뒤 갈림길. 우측 흙길로 가다 5m 뒤 다시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다시 갈림길. 곧장 숲길로 갔지만 길막힌 과수원, 왼쪽 무덤(경주김씨)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무덤을 지나면 길은 곧 사라진다. 되돌아와 무덤 우측으로 간다. 바싹 마른 밤송이가 낙엽길에 흩어져 있다.

시쳇말로 길이 없다. 개척해 올라가야 할 판이니 리본을 꼭 확인하자. 우측 숲속에 파란 물통이 보이는 지점도 지난다. 참조하길.

박씨묘를 지나 30m쯤 가면 작은 갈림길. 우측으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확실한 길. '길찾기 고생 끝!'이다. 들머리에서 20분 정도. 또 갈림길. 왼쪽으로 오른다. 멧돼지 발자국도 선명하고, 우유빛 노루발이 길 가운데 고개를 내밀어 살짝 피해간다. 박씨묘에서 10여분. 정승봉 지능선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간다. 산길은 지그재그 옛날길. 산허리를 감아 오르던 산길이 마침내 정승봉 턱밑에 닿는다. 왼쪽 숲 사이로 상봉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이때부터 길이 완만해지고 지형 탓인지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6분 뒤 첫 전망대. 정면 상투봉, 그 왼쪽 뒤 두 봉우리 중 좌측이 천황산 정상이다. 정승봉 정상(803m)은 전망대에서 35분.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 옆 커다란 돌탑이 올라가고 있다. 이제야 리본이 많이 보인다.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정면 실혜산을 비롯, 그 뒤 오른쪽으로 구만산 북암산 문바위(농바위) 수리봉 억산 범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  
 
봉 운문산 지룡산 (청도)귀바위 가지산 가지산중봉 백운산 능동산 천황산 향로산 영봉(구천산 내지 꼬깔산)이 대형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히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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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봉(사자봉) 정상의 돌탑과 천황산의 억새.


하산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직진하면 실혜산을 거쳐 정각산 승학산으로 이어진다.

15분 뒤 첫 이정표. 엉터리다. 정각산이 도래재보다 훨씬 멀지만 그렇게 표기돼 있지 않고, '산내 송백'은 반대편 능선에 보여야 할 마을인데 뜬금없이 적혀 있다. 직진한다. 길 우측 정승골에 정승마을이 미니어처마냥 보인다.

첫 이정표에서 도래재까지는 대략 55분. 도래재는 현재 공사중인 1077번 지방도의 중간지점.로 우측 커브길을 돌아 왼쪽 산길로 오른다. 천황산 가는 길이다. 입구 잣나무숲을 지나 150m쯤 오르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오르고 또 오르는 계속되는 된비알. 땀깨나 흘려야 하는 구간이다. 50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은 필봉 또는 삼거마을 하산길, 정상은 왼쪽 산길. 15분 뒤 남명으로 가는 길을 만난다. 저 멀리 24번 국도와 1077번 지방도 공사현장도 확인된다. 너른 바위전망대에선 상투봉도 가까이 보인다. 상투봉은 해질녘 남명에서 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아 붙여진 이름.

이어지는 산길. 일순간 눈앞이 트이면서 좌측 천황산(사자봉·1189m)과 우측 재약산(수미봉)이 보인다. 걸음을 옮길수록 천황산 정상석과 돌탑 이정표가 또렷하게 식별된다. 하산은 무더위를 감안해 얼음골로 정했다. 왔던 길로 200m쯤 가면 갈림길. 우측으로 간다. 이 능선을 타고 계속 가면 능동 가지 간월 신불산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얼음골로 간다. 유의할 점 하나. 두번째 이정표 '얼음골' '샘물상회'에선 샘물상회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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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로 내려오는 악명높은 너덜(왼쪽)과 천년기념물인 얼음골.

 
얼음골 가는 3.55㎞ 구간은 고진감래 내지 악전고투 길. 천연기념물 224호 얼음골을 만나지만 시종일관 위험한 너덜길을 통과해야 한다. 오죽 힘들면 '영남알프스 기피산행로 1호'라고 불릴까.

얼음골까지는 대략 1시간. 도중에 허준 선생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했다는 동의굴도 만난다. 얼음골에서 천황사 육각수를 거쳐 버스정류소까지는 15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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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에서 만나는 얼음골 사과(좌측)과 날머리 얼음골 입구에서 본 거북바위.


# 떠나기전에-정승봉·구천산 국제신문 산행팀서 명명

밀양 정승봉은 국제신문 취재팀이 오래전에 명명해 대중화된 봉우리 중 하나이다. 이웃한 구천산도 마찬가지.

정승골은 신라때 어느 왕이 병을 고치기 위해 재약산 표충사에 머물고 있을 때 수행한 정승이 이곳에 머물며 대기했다고 전해져와 붙여진 이름. 오랫동안 방치된 이 산을 1990년대 후반에 정복(?)한 산행팀이 지면상에 이를 '정승봉'으로 반영함으로써 일반화됐다.

정승골은 지난 2000년 TV에 소개돼 한때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그때서야 비로소 경남에서 가장 늦게 전기가 들어와 당시 주민들이 밀양시내로 냉장고를 구입하러 나온 장면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정승봉~도래재 산길에는 이정표가 둘 있다. 모두 엉터리다. '정각산'이 '도래재'보다 멀지만 그렇지 않았고, '산내 송백'은 반대편 능선에 표기돼야 할 지명이다. 두번째 이정표에서도 '산내 등자반'이 '도래재'보다 거리가 짧게 표기된 것 역시 잘못이다.

천황산에서 얼음골로 하산할 때 만나는 이정표도 마찬가지. 세개의 이정표가 서 있지만 두번째 이정표에서 '얼음골' 대신 '신명마을'로 표기돼야 초행자도 오해가 없어진다. 영남알프스의 본산인 밀양시에서 이정표 정비를 새로 해야 할 것 같다.

# 교통편-밀양·언양서 버스타고 남명서 하차

부산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900원. 언양터미널에서 석남사정류장행 좌석버스는 오전 6시 이후 3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200원. 참고로 일반버스는 언양터미널 버스 출입구 좌측에서 수시로 운행한다. 석남사정류장에서 남명행 버스는 오전 8시20, 9시10, 10시, 11시10분에 있다. 1800원.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산역에서 밀양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5시30, 6시13, 6시47, 7시30, 8시5, 9시5, 9시33분에 있다. 3400원. 새마을호 열차는 오전 10시30분에 있다. 6700원. 밀양역 앞에서 시내버스(2, 6, 7번)를 타고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900원.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명행 버스는 오전 7시, 8시, 8시30, 9시5, 10시10, 10시40, 11시30분에 출발한다. 2800원.

날머리 얼음골 버스정류소에서 석남사정류장행 버스는 오후 3시15, 3시50, 4시55분에 있다. 1800원. 석남사정류장에서 언양터미널행 좌석버스는 오후 3시5, 4시5, 4시30, 5시, 5시30, 6시, 6시30, 7시20분에 있다. 1200원. 일반버스는 수시로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노포동행 버스는 매시 20, 40분에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얼음골 버스정류소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50, 4시, 4시35, 5시, 6시, 7시에 있다. 3200원. 밀양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는 오후 4시5, 5시5, 5시58, 6시59, 8시, 8시58, 10시1분에, 새마을호는 오후 5시27분, 밤 11시19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으로 35번 언양~밀양 창녕 석남사 24번 국도 좌회전~석남사 지나~배내골 방향 버리고 밀양 얼음골 방향~석남터널 통과~얼음골 지나~남명초등학교 지나~남명삼거리 인근 순. 날머리 얼음골 버스정류소에 들머리 남명행 버스는 밀양터미널행 버스시간과 같다. 850원.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근교산-함양 기백산(446)

책바위 넘고 용추폭포수에 땀씻고

경남 함양의 용추계곡과 경북 문경새재. 머나먼 두 계곡을 화두로 끄집어낸 까닭은 앉은 형세가 여러모로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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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폭포. 10m 높이에서 내리꽂히는 엄청난 물소리와 물보라에 입이 벌어질 정도다.

예부터 거창·함양의 유서깊은 3대 계곡 중 하나인 용추계곡은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 등 1000m급 이상의 고봉준령에 의해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져 있는 깊은 골짜기다. 북쪽의 남덕유가 넘치는 기운을 감당못해 남동쪽으로 가지 하나를 더 뻗어내려 솟구친 이들 산은 용추계곡 좌우로 개별 산행이 가능한데다 무박2일 종주산행까지 겸할 수 있어 많은 산꾼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문경새재 또한 깊기로는 한 수 위. 그 유명한 주흘산과 부봉 그리고 백두대간 산줄기인 마패봉 조령산으로 둘러쳐져 마치 자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깊은 협곡이다. 새재길 좌우의 웅장한 산들은 그 자체만으로 멋진 산행코스가 열려 있는데다 1박2일 정도면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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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추폭포 하류의 시원한 계류(왼쪽)와 다른 각도에서 본 용추폭포.

계곡과 나란히 내달리는 계류 또한 절경이다.
용추계곡 지우천에는 10m높이에서 내리꽂히는 엄청난 굉음의 용추폭포를 비롯 용소 꺾지소 등 볼거리가 다양하고, 영남의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꿈꾸며 넘은 새재길 계곡에도 제2관문 아래 45m의 3단폭포인 조곡폭포를 비롯 용추 꾸구리바위 등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현재 문경새재는 도립공원이고, 용추계곡은 기백산 군립공원에 포함돼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1970년대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독 문경새재만은 ‘포장하지 말라'고 지시해 흙길로 남아 있다는 점. 그는 사관학교 입학 전 잠시 문경초등에서 교편을 잡아 누구보다 문경새재를 아꼈다고 전해온다. 반면 용추계곡은 용추폭포 위 용추자연휴양림까지 포장돼 있어 편리하지만 고즈넉한 맛이 덜하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 함양이거나 용추계곡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문경새재처럼 포장이 안된 채 체계적 보존이 이뤄졌더라면 용추계곡 또한 도립공원 이상의 관광지로 각광받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용추계곡이 필요 이상으로 개발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분명한건 용추계곡을 둘러싼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이 지금도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애정 공세를 듬뿍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특정 지점이 4개나 되는 1000m급 명산의 들머리가 되는 곳은 이곳밖에 없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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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사에서 바라본 피바위. 만개한 백일홍과 색조화가 일품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기백산(箕白山·1331m). 함양과 거창의 경계에 위치해 예부터 두 지역의 날씨변화를 제일 먼저 알려줘 `비의 징조를 안다'는 의미의 지우산(智雨山)으로 불렸다.
장쾌한 능선길에선 1000m급 고봉준령이 조망되고 특히 정상 부근의 누룩덤이라 불리는 암봉은 기백산만의 자랑이다.

산행은 함양 안의면 용추사 주차장~기백산 등산로 안내판~(도수골)~지능선~전망대 바위~기백산 정상~잇단 누룩덤(책바위)~시흥골·금원산 갈림길~시흥폭포~황석산장~거망산 들머리(지장골) 지나~용추사~용추폭포~용추사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안팎, 등산로와 이정표는 정비가 잘 돼 있어 길찾기는 전혀 문제없다.

주차장에서 길은 두 갈래. 용추사 및 용추자연휴양림 가는 길이 그것이다. 휴양림 방향으로 간다. 5분 뒤 우측에 기백산 등산로 안내판. 정상까지 4.2㎞. 용추계곡의 지계곡인 도수골 등산로의 시점이다.
돌이 유난히 많은 이 길은 처음엔 숲터널이고 이후엔 계곡산행으로 이어진다. 20분 뒤 800고지 쉼터를 지나면 계류와 접하고 일순간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와닿는다. 힘찬 물소리와 매미울음, 그리고 명산에서 느껴지는 그윽한 분위기가 산행의 맛을 더해준다.
계곡을 건너 950고지의 119안내판에서 급경사 산죽길을 헤치고 오르면 지능선. 들머리에서 1시간10분. 정상까지 1.3㎞ 남았다.
이제 된비알이 기다린다.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하자. 발밑에는 며느리밥풀꽃 흰여로 긴산꼬리풀 청여로가 눈에 띈다. `정상 0.2㎞'라 적힌 팻말 앞에 서면 시야가 확 트인다. 왼쪽엔 황석 거망산이, 오른쪽엔 남덕유에서 출발, 월봉 금원 기백(평전) 황매 자굴산을 거쳐 진양호에 잠기는 도상거리 160㎞의 진양기맥의 장쾌한 능선이 펼쳐진다.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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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백산 주능선에는 누룩덤 등 암봉이 산재해 능선의 밋밋함을 보완해준다. 왼쪽 암봉인 1279봉 뒤로 금 원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15분쯤 뒤 마침내 정상. 조망안내판에는 황석 거망산만 표기돼 아쉽다. 좀 더 넓게 살펴보면 거망산 우측으로 은신치, 그 아래 무학대사가 수도했다는 은신암, 그 뒤로 월봉산 남덕유 삿갓봉이 보이고, 안내판 왼쪽으로 기백평전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왼쪽, 누룩을 포갠듯 켜를 이룬 누룩덤이 가까이 보이는 금원산 방향으로 간다.
누룩덤이 없으면 기백산은 아주 심심한 산이 될 뻔했다.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누룩덤은 금원산까지 이어지는 장쾌하지만 밋밋한 능선에 일종의 매듭과 같은 역할을 해 한마디로 산의 품격을 높여준다. 누룩덤에 올라서면 정면의 금원산과 금원암, 우측으로 흰 암봉이 뚜렷한 현성산도 확인된다. 누룩덤에 오를 자신이 없으면 왼쪽으로 에돌아가도 상관없다.
작은 누룩덤을 지나 20여 분 숲터널을 내달리면 갈림길. 직진하면 금원산, 왼쪽길로 내려선다. 시흥골로 접어드는 본격 하산길이다. 다소 거칠고 험하다. 도수골로 올라 시흥골로 하산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숲은 원시림을 방불케 하고 모싯대 자주꿩의다리 등 야생화도 다양하다. 바위를 덮고 있는 이끼도 인상적이다. 1㎞쯤 남았다는 팻말 인근의 와폭인 시흥폭포도 볼 만하다. 폭포에서 숲을 벗어나는, 사실상 산행종점인 사평마을 황석산장까지는 15분 걸리고, 여기서 철제 구름다리를 건너 용추사 용추폭포를 둘러본 뒤 주차장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2005. 8)

#떠나기전에

 용추사 주차장 앞 일주문 현판에는 뜻밖에도 '덕유산 장수사 일주문'이라고 적혀있다. 487년 신라 소지왕때 창건됐지만 한국전쟁때 지금의 일주문만 남고 불에 탔다. 지금의 용추사는 원래 장수사에 딸린 암자였지만 장수사가 일주문만 남고 소질되자
지난 59년 중건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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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용추사엔 백일홍이 한창이다. 용추사 입구 우측의 백일홍은 단연 돋보인다. 백일홍과 그 뒤로 보이는 경사진 피바위의 조화도 일품이다. 사진을 찍으면 한 화면에 들어온다. 구렁이와 처녀의 애절한 사연이 전해오는 피바위는 바로 아래 용추폭포와도 한 화면에 잡힌다. 유량이 풍부한 폭포 아래에선 잠시만 머물러도 옷이 젖을 만큼 물방울이 분무된다. 흠이라면 숲에 싸여 있어 무지개는 볼 수 있다.
 함양은 물레방아의 원조 고을. 연암 박지원이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부임, 용추계곡 입구 안심마을에 우리나라 최초로 물레방아를 설치해 실용화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용추계곡 입구에 '물레방아 공원'(사진)을 조성, 실제로 대형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다.


 #교통편

 용추계곡은 함양에 속하지만 버스는 거창에서 오간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에 출발한다. 2시간40분 걸리고 1만1900원. 들머리인 용추사행 군내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매시 50분에 출발한다. 50분 걸리고 2000원. 주의할 점은 군내버스 정류장 찾기. 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두번째 사거리에서 중앙교를 건너 시장 입구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터미널에서 10분 거리.
 날머리 용추사에서 거창행 버스는 역시 1시간 간격으로 매시 50분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50분. 거창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4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40분. 만일 거창서 막차를 놓치면 서대구로 가서 지하철을 이용,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후 부산행 열차를 이용하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 지곡긿안의IC~거창 안의 24번 좌회전(용추계곡 기백산 방향)~김천 거창 24번 직진~용추계곡 7.3㎞~용추주유소서 좌회전(용추자연휴양림, 기백산)~용추사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여건상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혹 부처님을 닮은 산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등산 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 보니 이따금씩 부처님의 형상을 한 산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곤 합니다.
 부처님을 닮은 산은 사실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좀처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유홍준이 그의 명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적고 있듯 그저 아무 생각없이 혹은 출발 전 예습없이 무작정 떠난다면 그냥 산만 타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죠. 운이 좋아 낯선 사람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관심은 있되 여태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혹 더 있으면 알려 주세요.

 #중국 사천성(쓰촨성) 능운산 와불(臥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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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이 머리, 가운데 낙산대불이 위치한 가슴, 좌측이 하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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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71m의 낙산대불.


 사천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낙산시 능운산 서쪽 절벽의 황토빛 석벽 전체는 거대한 석불 좌상이 강을 내려다 보고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석불인 낙산대불이다. 불상의 높이와 산의 높이가 같은 71m이다. 귀의 길이가 7m, 머리는 14.7m, 발이 5.5m 정도. 발 위에는 100여 명이 둘러앉을 수 있고, 발톱 하나에도 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불상이 하나의 산이요, 산이 하나의 불상이다'라고 이동 중 가이드가 설명하기에 중국인 특유의 다소 과장된 표현이리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산 절벽 하나를 그대로 깎아 불상을 조각했다.
 산 절벽을 깎아 만든 거대한 불상이지만 엉성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머리가 다소 크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기에 장삼이사들의 눈에는 그렇게 커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낙산대불은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낙산대불이 내려다 보고 있는 이곳은 민강(岷江) 청의강(靑衣江) 대도하(大渡河) 등 세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 때문에 소용돌이로 인해 배가 침몰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당나라 현종 원년인 서기 713년 해통 법사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부처님의 법력으로 해난사고를 막아보고자 대불 조성에 들어가 90년만인 803년에 준공됐다. 물론 해통법사 사후이다.
 대불은 조성 목적에 맞게 사람을 압도하는 위용은 보이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강을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대불 구경은 대개 대불 왼쪽으로 조성된 구불구불한 계단으로 올라가 최대한도로 근접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기도를 한 후, 배를 타고 멀리 나가 대불을 바라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재밌는 점은 강에서 낙산대불 쪽을 바라보면 능운산이 좌우의 봉우리와 함께 마치 누워있는 부처님의 모습처럼 보여 와불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 즉 왼쪽 오룡산이 하체, 가운데 능운산이 가슴, 맨 우측 구성산이 머리 부분인 것이다. 낙산대불은 이 와불의 심장부위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점은 하체 쪽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 우스갯 소리로 부처님의 '거시기'라고 하지만 일명 능운탑이라 불리는 13층의 영보탑(靈寶塔)이다. 낙산대불 조성자인 해통 법사의 골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이 와불의 형태가 발견된 때가 불과 20년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곳에 가면 능운산 자락이 와불 모습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와이드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낙산대불은 지난 199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해남 두륜산 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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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은 부처님이 누운 듯한 와상(臥像)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다.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남도 해남땅의 명산인 두륜산.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만만잖은 암봉이다. 같은 암봉이라도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으로 힘이 넘친다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을 벗삼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 이 절집은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사시사철 방문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인 일지암도,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는 북암 마애여래좌상 등도 이 두륜산 품안에 안겨 있다.
 두륜산도 산 아래 대흥사 경내에서 가만히 보면 부처님이 누운 와상(臥像)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 부처님의 누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목 부분인 만일재가 다소 길어 어색하지만 하여튼 부처님의 와상은 확실하다.

 #구미/칠곡 금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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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남구미IC 진입 전 도로변에서 찍은 금오산.



 무학대사가 금오산 밑을 지나면서 산세를 본 후 산자락에서 언젠가 왕이 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금오산.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제로 이 예언은 맞았다. 금오산 자락인 구미 상모동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금오산은 지난 197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78년 자연보호헌장을 고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포한 곳이기도 하다.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 야은 길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채미정, 금오산을 울릴 정도로 물소리가 우렁차다는 명금폭포 등을 품은 금오산.
 이 금오산도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상에서 보면 그렇다고 하지만 차량이 많을 경우 산 구경을 하기 위해 갓길에 차를 세우기도 힘들다. 금오산 금오동천으로 산행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왜관IC로 나가지 말고 대신 칠곡군 북삼읍 남구미IC 쪽으로 가면서 바라보면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이 뚜렷하다.
 하지만 혹자는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닮았을 뿐 부처님이 아니라고도 한다. 문득 모든 생각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 낸 작용이라는 원효 대사의 일체유심조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부처님 형상은 아니지만 산 전체가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 특이한 산도 있다. 부처님 모습은 아니지만 잠시 삼천포로 빠져보자.
 

 #거창 미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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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나신을 연상케 하는 미녀봉의 전경. 1.얼굴 2.가슴 3. 배 4.다리.
 

 봉우리의 이름이 독특하면 숨은 사연이 있게 마련이지만 미녀봉은 겉모습이 그 사연도 잊게 만들 정도로 특이하다.
 한마디로 아기를 밴 듯 배가 부른 여성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서쪽(사진상의 오른쪽)인 머리에서 동쪽 하체까지 상세히 묘사하면 이렇다. 황강의 지류인 가천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늘어 뜨린 채 톡 틔어나온 이마와 눈썹, 오똑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여러 개의 산봉들이 빚어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길게 늘어 뜨린 머리카락만 아니라면 부처님이라고 우겨도 될 법하지만 머리카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녀봉으로 불린다.
 미녀봉의 형상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지점은 88고속도로 대구방향 가조IC 부근. 거창휴게소~가조IC~가조면 석장리 마을어귀까지 어느 곳에서나 적나라한 여체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중 으뜸은 가조IC 진입 직후 만나는 갓길. 마을 어귀는 비닐하우스와 전봇대가 함께 보여 그 맛을 반감시키지만 초록 들녘과 나랏꽃 무궁화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고속도로 갓길에선 대자연 속의 누드화를 보는 듯하다.
 대개 이런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미녀봉은 신기하리만치 한눈에 들어온다.
 미녀봉은 이웃한 장군봉과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거창 가조벌판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는 장군봉은 암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0m로 같다는 점도 재미있다.
 또 한가지. 미녀봉 아래에는 '양기' '음기'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이웃해 있다. 산쪽으론 양물샘, 유방샘이라는 샘터가 있다. 아마도 미녀봉이란 이름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진짜 삼천포로 빠져보자. 정말로 와룡산은 삼천포에 있습니다.


 #사천 와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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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곱터에서 찍은 와룡산 모습. 해발고도가 높아 이를 한눈에 보기 위해선 굉장히 높이 올라가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높이 올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용이 웅크려 누워있는 형상이다. 사진제공=사천시청.


 해발 799m의 와룡산은 하늘에서 보면 누워있는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명명된 이름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등성이마다 기암괴석의 암봉과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혀있어 예삿 산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여기에다 삼천포항을 비롯 남해 통영 거제도와 이름모를 섬들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빼어난 바다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부울경 산꾼들의 알짜배기 근교산으로 알려져 있다.
 기묘하고도 수려한 산세 때문인지 와룡산의 품안에는 절집이 아주 많다. 구전되는 전설에 따르면 와룡산에는 팔만구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지금은 알려진 절집만 해도 청룡사 덕룡사 백천사 백룡사 용주사 와룡사 갑룡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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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천사 와불(왼쪽)과 와불 내 몸속법당. 사진제공=사천시청.


 재밌는 점은 백천사 내에 와불이 있다는 점. 그것도 세계 최대의 와불. 비스듬히 팔을 괘고 있는 이 와불은 11년 전에 조성됐다. 길이 13m, 높이 3m인 이 와불은 수령 2400년 된 거대한 소나무를 부처님 형상으로 조각, 도금했으며 그 안쪽에는 나무를 깎아내 몸속법당을 만들어 부처님을 모셔놨다. 그래서 각각 목와불(木臥佛) 또는 와불몸속법당이라 불린다.
 중국의 낙산대불이 그랬듯이 백천사의 목와불과 와불몸속법당 내 부처님도 아마 불력으로 와룡산 및 한려해상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으리라.

 경상도 음식이 맛이 없다는 정설을 무색케 하는 곳이 바로 문경이다.

 우선 문경새재 입구의 '소문난식당'(054-572-2255)은 묵조밥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드라마 '태조 왕건' 세트장 자리에 있었지만 세트장이 건립되면서 지난 1995년 이곳으로 옮겼다. 햇수로만 40년째 묵조밥을 팔고 있다.
 묵조밥은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문경의 전통 건강식으로 묵을 채 썰어 발효시킨 야채와 조로 지은 밥을 곁들여 먹는다. 도토리묵조밥(6000원)과 청포(녹두)묵조밥(8000원)이 있다.
 도토리묵조밥은 도토리묵에 발효시킨 무 채, 당근, 오이, 묵은 김치 등을 얹어 통깨 참기름 등을 곁들이고, 청포묵조밥은 청포묵에 발효시킨 무, 김 계란 오이채 호박채에 들깨와 자체 개발한 소스를 얹어 도자기 그룻에 담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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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조밥과 함께 나오는 12가지의 밑반찬도 한결같이 청정식품으로 손맛이 빼어나다. 고사리 배추나물 버섯 갓김치 취나물 토마토찌 호박고지 콩잎 씀바귀 고추부각 깻잎부각 등이 그것으로, 이중 깻잎에 찹쌀 풀을 발라 말린 것을 다시 기름에 튀겨낸 깻잎부각은 고소하면서 입에 녹아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 한다.
 식사전에 나오는 녹두죽, 멸치향이 뜸뿍 나는 구수한 된장찌개도 일품이다. 묵조밥 정식을 시키면 더덕구이와 녹두전이 추가되며 값은 2000원씩 더 비싸다. 식당에서 직접 만든 솔잎차는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문경에선 약돌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약돌돼지는 문경시 농업기술센터가 게르마늄 성분이 들어있는 거정석을 사료첨가제로 먹여 키워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육질이 쫄깃하고 부드럽다. 먹기 무슨 고기인지 말 안하면 모를 정도이다. 이 약돌돼지를 이용한 전문 요리집이 바로 '문경약돌샤브샤브'(054-556-7192)이다. 적극 추천한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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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돼지고기로는 샤브샤브를 하지 못 한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약돌돼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약돌 생샤브샤브는 약돌돼지를 얇게 썰어 거정석을 하루 담군 물을 육수로 사용해 돼지 냄새 하나 없이 맛이 깔끔하다. 4인 기준 3만원. 샤브샤브를 먹은 후 나오는 솔잎 뽕잎 밤 메밀 쑥 콩 등으로 만든 국수와 영양 야채를 듬뿍 넣은 영양죽도 일품이다. 국수 및 죽은 각 1000원.
 약돌 건강 한방찜도 끝내 준다. 약돌 건강 한방찜은 인삼 등 각종 한약재와 새송이 호두 마늘 은행 솔잎 등 13가지 재료를 넣고 쪄내 성인병 예방에 좋은 건강식품이다. 하나같이 별미이다. 식사 후 손수 담근 오미자차로 입맛을 마무리한다. 문경 시내 문경여중 뒷편에 위치해 있다. 문경새재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지만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다. 물론 약돌돼지 구이도 한다.

 약돌돼지 구이만을 맛보려면 문경새재 관리사무소 앞 '새재 초곡관 문경약돌돼지'(054-571-2020)를 찾으면 된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와 기름이 적고 느끼한 맛이 없는데다 쫄깃쫄깃해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1인분 9000원.

 두부요리가 일품이 '목련가든'(054-572-1940)은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 당시 출연자들이 애용하면서 유명세를 탄 집이다. 문경약돌돼지 바로 옆집이다. 음식은 모두 현지에서 재배한 콩으로 집에 직접 만든다. 두부와 새우 버섯 쇠고기 야채 등을 곁들인 즉석 순두부 전골이 인기 메뉴다. 4인 기준 3만4000원.

 빼어난 경관의 진남교반 바로 옆 '원조진남매운탕'(054-552-7777)은 매운탕의 진수를 보여준다. 상호와 같은 이름인 진남매운탕이 주메뉴. 메기 쏘가리 빠가사리 꺾지 후구리 모래무지 등미리 피리 매자 등 민물고기 9가지가 들어가는 그야말로 민물고기 종합 선물세트이다. 모두 자연산으로 각각의 물고기만을 공급해주는 전문 낚시꾼들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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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결은 잡냄새를 없애주는 한방육수. 헛개나무 상황버섯 향비 느릅나무 감초 등 10여가지를 가마솥에 끓인 뒤 대파 미나리 깻잎 토란대 감자 새송이 등을 곁들인다. 수제비는 표고버섯가루와 칡가루를 첨가해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쫄깃쫄깃하다. 4만~6만원(4인기준)
 식당 내부에는 안주인이 히딩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알고 보니 안주인은 축구광. 안주인에 따르면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직전 훈련 중인 대표팀이 묵은 호텔을 무작정 찾아가 철저한 보안을 뚫고 촬영에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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