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 제외하곤 공룡능선 중 꽤 힘들어
내원사 원점회귀,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

험난한 공룡능선을 지난 후 뒤돌아보며 잠시 쉼호흡을 하는 이창우 산행대장. 우측 상단이 이웃한 정족산, 왼쪽이 천성산 중앙능선이다.

지율스님이 목숨을 걸고 KTX 통과 반대 저지를 시도한 천성산(千聖山).

경남 양산시 하북면 상북면 웅상읍에 걸쳐 있는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천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 모두 성인으로 이끌었다는 설화가 서린 산이다. 정상 인근의 그 유명한 화엄벌은 여기서 유래한 지명.

이렇듯 천성산은 원효대사에서 지율스님에 이르기까지 불국토를 꿈꾸는 스님들의 의지로 불심이 곳곳에 배어 있다. 설화에 따르면 원효스님은 천명의 당나라 승려를 위해 천성산에 89개의 암자를 세웠지만 지금은 내원사를 비롯 홍룡사 노전암 조계암 원적암 등 20개 가까운 암자들만이 산문이 열려 있다. 통상 절집이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그 터를 정하는 관례에 따라 하나의 산에 89개의 암자가 섰다는 것은 그 만큼 풍광과 더불어 산세와 지세가 빼어남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천성산은 통상 하북면 내원사계곡, 상북면 홍룡사(홍룡폭포), 화엄벌로 바로 오르는 용주암, 웅상읍 덕계의 무지개폭포 내지 법수원계곡으로 들머리나 날머리를 잡지만 이번 주 산행팀은 천성산 산길 중 가장 험난하다는 공룡능선을 택했다.

천성산의 경우 과거에는 화엄벌 인근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922봉을 원효산, 812봉을 천성산이라 불렀지만 수년 전 양산시가 향토학자 등 전문가들에 고증을 의뢰, 922봉을 천성산, 812봉을 천성산 제2봉으로 교통정리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교체한 이정표에만 `천성산', `천성산 제2봉'으로 고쳐져 있을 뿐 정상석은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멋모르고 오른 아마추어 산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산꾼의 한 사람으로서 양산시의 발빠른 결단을 바라는 바이다.

산행은 내원사 매표소~공룡능선~짚북재~738봉~천성산 제2봉~807봉~은수고개~산죽길~내원사~매점 주차장~내원사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정도.


공룡능선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공룡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듯 험난한 대여섯 개의 봉우리가 쉴새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도중 너댓 번의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올라야 하는 등 만만찮은 고행길의 연속이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 내 옛 매표소인 태광연쇄점과 내원사로 향하는 천성교 사이로 열린 좁다란 포장로를 따라 산행이 시작된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성불암 가는 길'이라고 적힌 노란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노전암 쪽에서 내려오는 물길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성불암계곡 방향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공룡능선이다.

30m쯤 뒤 성불암 계곡길로 가다가 왼쪽으로 열린 오름길로 올라선다. 산죽길이다. 직진하면 성불암.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경사가 심한 된비알의 연속이다. 30분쯤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오르고 또 오르면 비로소 능선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거대한 기암절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밧줄을 잡고 힘겹게 오른다. 앞서 오르는 한 산꾼은 “수 십년만에 유격훈련하는 기분이 든다"며 한마디를 던진다.

천성산 공룡능선 코스는 공룡능선뿐 아니라 공룡능선 앞 뒤도 대체적으로 우락부락하다.

이렇게 오르면 첫 전망대. 앙상한 가지 사이로 저 멀리 노전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암절벽을 내려와 편평한 등로를 걸으며 호흡을 고를 즈음 또 다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설상가상으로 정면에는 또 다른 암봉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이러한 암봉을 하나 오르는데 평균 15분 내지 20분. 이같은 유사한 상황이 너댓 번 반복되면 십중팔구는 거의 질려 다리에 힘이 빠진다.

산행 도중 나타나는 전망대인 기암절벽을 하나씩 하나씩 오르다 보면 이내 지쳐 땀을 식히는 산꾼들의 모습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기복이 무척 심한 능선을 가진 이 공룡은 아마도 몸이 거대해 천천히 걸어다니는 마음씨 순한 초식공룡이 아니라 날렵하고 포악한 육식공룡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공룡능선은 험해 대부분 밧줄이 매어져 있다.
                오르다 쉬고 또 오르다 쉬고 입에 단내를 내면서도 기어이 오르고 마는 산꾼들.

뒤돌아본 공룡능선. 사진 상으론 험하지 않게 보이지만 실제론 대단하다.

 이렇게 2시간30분 정도 쉴새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 그늘진 드넓은 안부에 닿는다. 짚북재다. 이 짚북재는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전해온다. 친절하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으로 노전암, 오른쪽으로 성불암, 직진하면 목적지인 천성산 제2봉(1.2㎞). 산행 일정상 십중팔구는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짚북재.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변은 얼레지 군락지로 유명하다.

짚북재는 봄이면 얼레지로 가득하다. 이제 상봉을 향해 직진한다. 점차 경사가 심해지면서 밧줄이 매여져 있다. 앞선 된비알보다 기복은 덜하지만 역시 오르막내리락하는 산길은 만만치 않다.

천성산 제2봉 정상. 정면의 군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주봉이고, 그 오른쪽이 화엄벌, 왼쪽이 낙동정맥 능선이다.

 50분 정도 정신없이 걸으면 정상을 코 앞에 둔 암봉에 닿는다. 저 멀리 정족산과 고산습지인 무제치늪이 확인된다. 천성산 제2봉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정상에 앞서 왼쪽으로 열린 갈림길은 낙동정맥길이며 오른쪽은 내원사로 곧바로 하산하는 길.

정상은 주변 봉우리가 사방팔방 시원하게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 레이더기지가 보이는 천성산 주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화엄벌 매바위(선암산) 토곡산 천마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죽바우등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백운산 정족산 문수산 남암산 울산시가지 무룡산 삼태봉 치술령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 달음산 함박산 장산 황령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엔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직진해서 내려선다. 임도가 보이지만 계속 산길로 간다. 5분 뒤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해 산허리를 돌아간다. 10분 뒤 은수고개. 왼쪽은 웅상읍 덕계 무지개폭포 방향이다. 천성산 제1봉(옛 원효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억새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길을 택한다. 직진하면 천성산 제1봉 가는 길이다. 하산길 초입에는 갈림길을 잇따라 만나므로 길찾기에 유의하자.

이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10분 뒤 갈림길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길 오른쪽에는 푹 꺼진 습지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다.

여기서부터 능선길을 따라 내원사로 내려간다. 등로 곳곳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연분홍 진달래가 다시 보이고 상상도 못할 엄청난 산죽 군락이 길을 막고 있다.
약 40분 정도 정신없이 산죽길을 헤쳐 나오면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오지만 진입로가 없어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을 건너면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이후 내원사와 매점 주차장을 잇따라 지나 30여 분 정도 걸으면 매표소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공룡능선 중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천성산 공룡능선

부산근교에는 공룡능선이 여러 개 있다. 신불산 공룡능선, 간월산 공룡능선 등 울퉁불퉁한 공룡의 등을 타고 오르는 재미가 좋다. 그중에서도 유독 천성산 공룡능선을 좋아하는 꾼들이 특히 많다. 로프를 타고 바위를 오르면 가슴까지 시원한 전망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근교산 동호인중 공룡능선의 취재를 원하는 분이 많아 천성산을 찾았다. 이곳 천성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지천이다. 원효와 내원사가 아니라도 천성산은 매력있는 산이다. 화엄벌과 정족산의 철쭉군락, 사방으로 뻗은 능선에 암반이 박혀 있고 용연천과 계곡의 아름다움이 금강산과 닮았다 하여 제2금강산으로도 불린다. 하산은 천성산(옛 원효산) 정상에서 내원사로 뻗은 능선을 답사하였다. 아무도 찾지 않은 산길, 발밑에 두껍게 깔린 낙엽, 부채살처럼 펼쳐진 화엄벌의 계곡이 원시의 골짜기를 연출한다 산길은 능선에서 우측으로 돌아내려선다. 내원사 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지만 취재팀은 우측 산죽사이로 내려서서 산길을 잡았다. 내원사 뒤 골짜기로의 출입을 삼가기 위해서이다.

#교통편 -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에 내려 언양행 12번 완행버스 타야

지하철 1호선 온천장 지하철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 용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0분 간격으로 밤 10시까지 있으므로 차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언양 35번 국도 우회전~언양 통도사 방향~내원사~언양 통도사~내원사 우회전~내원사 입구 달성슈퍼~내원사 주차장 순. 주차비 및 입장료(1인당)는 각각 2000원.






 

교통 불편했지만 고속도로 덕택에 접근 쉬워져
명산에 가려 빛바랬지만
탁 트인 풍광은 일품
능선 전체가 전망대, 발아랜 '미리벌' 속살이 한눈에
보두산 전망대에서 본 전경. 발아래 크고 작은 봉우리가 비학산이고 그 뒤로 종남산 우령산이 확인된다. 새로 개통된 대구·부산 고속도로도 보인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상에서 본, 보두산~낙화산~중산(왼쪽부터).

밀양 청도쪽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를 다녀본 산꾼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지도상으로 사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왜 이렇게 빙 둘러둘러 들머리를 찾아가야 하는지를.

국토의 대동맥 경부고속도로가 지름길인 밀양 대신 천년고도 경주를 경유해 대구로 진입하다보니 오랫동안 밀양 청도쪽은 소외지역으로 남았다. 그렇다 보니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24번 국도~석남사~얼음골 입구 ▲경부고속도로 양산IC~신불산공원묘지~밀양댐~표충사 입구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25번 국도~수산대교 ▲경부고속도로 남양산IC~물금~원동~삼랑진~밀양 등, 하여튼 목적지에 따라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기름값은 물론 오가는 시간, 여기에 초행자의 경우 길을 못찾아 헤매야만 했던 고통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같은 기간 타 지역 우리 산하는 대전통영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포항대구 고속도로 등이 잇따라 개통돼 밀양 청도가 본의 아니게 `오지 속의 오지'로 전락해 버렸다.

다행히 수년 전 밀양 청도를 경유하는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앞서 개통된 텅 빈 고속도로보다 통행량 물류비 등 국가적 차원에서 과연 고속도로의 우선 순위가 제대로 됐는지 한 번쯤 되새겨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밀양의 보두산~낙화산~중산. 밀양시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지만 의외로 숨은 산이다. 들머리인 산외면 금천리 엄광사 인근은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에서 차로 5분 거리여서 이번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개통의 최대 수혜지다. 통상 이 코스의 산행은 긴늪유원지 인근 송림휴게소에서 출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을 거쳐 꾀꼬리봉으로 하산한다. 이럴 경우 원점회귀가 불가능한데다 산행시간이 최소 8시간 이상 걸려 이번 산행에선 전망이 좋은 몸통 부분만 발췌했다.

산행은 엄광사~산신각~너럭바위 전망대~보두산(562m)~낙화산(597m)~안당골 갈림길~중산(643m)~삼각점 봉우리(석이바위봉)~벌목지대~안당골마을 입구 지나~엄광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안팎이며 들머리만 잘 찾으면 이후 산행은 어렵지 않다.


 엄광사에서 50m쯤 오르면 갈림길. 포장로 왼쪽, 산으로 연결되는 작은 계단을 오르면 곧장 산행이 시작된다. 입구에 가건물이 하나 있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호랑이 위에 앉아있는 산신령이 보인다. 마을제당 또는 산신각으로 추정된다.

처음부터 된비알의 연속. 10분 뒤 너럭바위 전망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향후 오를 보두산 낙화산 중산이, 오른쪽으론 크고 작은 봉우리의 연속인 비학산과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한눈에 펼쳐진다. 비학산 뒤로는 종암산과 옥교산 화악산도 확인된다. 잇딴 오름길이지만 확 트인 조망에 힘든 줄 모른다.

20분 뒤 정면에 큰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왼쪽으로 에돌아 가면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비학산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얼마 되지 않는 구간이지만 카키색 낙엽길이다. 한 굽이 올라서자 엄청 더 큰 바위가 기다린다. 이번엔 바위 사이 틈새길로 타고 오른다.

비스듬한 전망대바위를 지나 우측 절벽을 따라 등로가 이어진다. 건너편 봉우리가 중산이고 그 오른쪽이 꾀꼬리봉이다. 또 한 굽이 오르면 양지바른 무덤 둘. 여기서부터 능선길 전체가 전망대다. 가만히 보니 비학산으로 터널이 지나간다. 아! 정기 빠지는 소리.
                 보두산의 험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는 산행팀.
낙화산 정상.

 이어지는 암릉길. 잠시 좁다란 전망대바위. 남쪽으로 산외면 들판의 비닐하우스가 햇빛에 반짝이고 그 뒤로 울퉁불퉁한 금오산과 안테나가 서 있는 만어산이 또렷하다. 숨을 한 번 고르고 난 후 급경사 오름길을 치고 오르면 보두산 정상. 옛 헬기장이었던 이곳은 잡풀만 무성하고 정상석은 없다.

낙화산까지는 불과 20분. 크게 내려섰다 한 번 치고 오르면 된다. 낙화산에도 정상석은 없다. 대신 어른 무릎 높이의 돌탑이 서 있으며, 누군가가 검은색 매직으로 `597m'라고 친절하게 적어놨다. 정면엔 이후 도달할 능선이 보이며 그 왼쪽으로 백암봉, 그 뒤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그 오른쪽으로 영축산 함박등 죽바우등 향로산 등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 봉우리가 펼쳐져 있다.

임진왜란 때 한 여인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 낙화산이란 이름은 이 낙화암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온다. 낙화암 아래 우측 일자능선은 중산 석이바위(봉)이 이어진다. 

하산길은 반듯하다. 15분 뒤 안당골로 빠지는 갈림길. 이 길로 하산해도 원점회귀가 가능하나 직진한다. 낙엽길이다. 왼쪽으로 소천봉과 오례산성, 그 아래 동창천이 보인다.

10여 분 뒤 시야가 확 트인다. 아뿔사, 이후 가야할 항로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이어지는 만만찮은 여정이다. 고개를 돌리면 방금 지나온 보두산과 낙화산이 선명하다.

밧줄에 의지하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바위를 오르내리기도 한다. 부드러운 솔가리와 낙엽길도 잠시 이어진다. 아직 붉은 빛이 선명하게 남은 낙엽길도 지난다. 이때부터 10여 분 숨이 턱에 찰 만큼 된비알을 오르면 한 순간 리본이 지천인 지점에 닿는다.

중산 정상이다. 역시 정상석은 없다. 여기서 20분쯤 내달리면 발 아래 삼각점. 이번 산행에서 가장 고지인 일명 석이바위봉(685m)이다. 과거 석이버섯이 지천이라 명명됐다지만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삼각점에선 곧바로 갈림길. 오른쪽 능선길로 본격 하산한다. 직진하면 꾀꼬리봉이다. 애초에는 산길을 내기 위해 나무를 벤 흔적이라 생각했지만 중간쯤 길이 사라진다. 길 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보며 크게 우측 안당골 방향으로 향한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자.
해질녘 하산 때 바라본 영남알프스 연봉들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50분쯤 뒤 옛 무덤을 지나면서 오른쪽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10분 뒤 다리를 건너 마을로 향한다.

안당골마을 입구를 지나 20분쯤 포장로를 따라 걸으면 들머리 엄광사에 닿는다. 삼각점 갈림길에서 1시간2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임란때 몸을 던진 여인의 전설 간직한 낙화산

산행 전 신대구부산 고속도에서먼저 이번 이번에 오를 봉우리들을 확인할 수 있다. 남밀양IC를 지나 가곡터널을 통과하면 이정표 뒤로 왼쪽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 꾀꼬리봉이 한눈에 펼쳐진다. 참고하길.

낙화산과 보두산의 이름이 명명된 사연이 재밌어 소개한다. 임진왜란때 왜군을 피해 산으로 피신한 한 여인이 결국 발각되자 절벽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그 바위가 낙화암이고 이후 산이름도 낙화산으로 불렸다. 보두산은 옛날 중국의 고관 보담이 나라에 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한 곳이 이곳이란다. 보담산이라고도 한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오전 9시 엄광리행 버스타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 차를 시작으로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30분 걸리고 5400원. 밀양터미널에서 산외면 엄광리 다촌(동)행(일명 중촌) 버스를 타고 엄광사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 단 한차례. 1100원. 엄광사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15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밀양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20분, 6시, 6시40분, 7시30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도 된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 열차는 45분 걸리며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소요된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 국도 우회전~금천리~굴다리 통과~T자 갈림길에서 금천리 방향~2급 지방하천 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참고로 새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가 연결되는 중간지점인 대동분기점(JCT)에서 진입한 후 상동 삼랑진 남밀양 밀양 청도 수성 동대구IC 순으로 열린다. 대동분기점에서 밀양IC까지는 35.5㎞, 25분 안팎 걸린다.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밀양 진영 14번 국도~부산 밀양~밀양 수산 25번 국도~수산대교~대구 밀양 시청 공설운동장 25번 우회전~얼음골 표충사 우회전~밀산교 건너 산외방면 우회전~울산 언양 금천리~굴다리~금천리 남기리 좌회전~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미륵산 정상에 서면 통영항과 통영시가지, 그리고 한려수도가 보인다. 정면(북쪽)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이고, 우측 저 멀리 거제대교와 연결된 거제도가 확인된다. 사진 상으론 보이지 않지만 우측(동쪽)으로 제승당이 위치한 한산도를 비롯 반시계 방향으로 한려수도가 펼쳐진다.

통영 미륵산. 부산시민들이 금정산을 사랑하는만큼 통영사람들이 아끼고 애정을 듬뿍 쏟는 아담한 산이다.

 통영해협을 사이에 두고 통영 시가지와 마주한, 해저터널 충무교 통영대교로 각각 연결된 섬 아닌 섬 미륵도에 우뚝 선 미륵산. 해발 458m에 불과한 동네 뒷산 수준의 이 미륵산은 최근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됐다. 참고로 부산에선 금정산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지역 안배 차원이 아닌 산세와 방문객 수 등을 종합해 산림청이 선정하는 100대 명산에 미륵산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는 뭘까. 아마도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의 빼어난 경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뱃길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황홀한 조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내 어느 산도 견줄 엄두조차 못낼 정도로 조망이 탁월하다.

통영이 고향인 산꾼 시인 이향지는 미륵산 정상에서 다도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적고 있다.

‘미륵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 동해처럼 광활하고 거친 힘이 아니라, 서해의 갯벌 앞에서 느낄 때 같은 막막함이 아니라, 수면 위에 떠있는 무수한 섬, 올망졸망한 섬들을 둘러싼 물안개로 인하여 더욱 느끼게 되는 부드러움이다…'.

통영 읍내에 살았던 이 시인은 다섯 살 때부터 산양일주도로로 유명한 산양면 할아버지 댁으로 가기 위해 미륵산을 넘어 다녔으며, 이 글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쓴 것이다.

원래 인간은 자연에 동화되는 법. 유치환 김춘수 윤이상 김상옥 전혁림 박경리 등은 모두 통영 출신이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미륵산에 올라 무심히 바라본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절경은 아마도 그들의 뇌리에 뿌리깊게 박혀 예술혼의 근원이자 작품의 모태 역할을 톡톡히 했으리라.

미륵산 자락에는 천년고찰 용화사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 및 도솔암이 있고, 남쪽 한 켠에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이 통영땅에 선종의 뿌리를 내린 미래사가 있어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다.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보살 또는 미륵불을 본따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며 올 한해를 설계해보자.

산행은 용화사 광장~관음사~도솔암~천연동굴~산불초소~헬기장~작은망(정토봉)~미륵치~미륵산~봉수대터~미래사~띠밭등~용화사~용화사 광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남짓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용화사 아래 버스종점인 용화사 광장에서 왼쪽 용화사 대신 오른쪽 관음사 방향으로 향한다. 입구에 미륵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10분 뒤 조그만 수도 도량인 관음사. 일주문 격인 2층 문루에 ‘당래선원(當來禪院)'이라 적힌 편액이 걸려 있다. 대숲으로 둘러싸인 경내에는 만개한 빨간 동백이 시선을 붙잡는다.

산행 초입 만나는 관음사 일주문. '당래선원'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관음사 경내.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입구.


도솔암 경내 맨 우측 전망대는 조망이 빼어나 절에서 나무의자 두 개를 만들어 놓았다. 통영항 전경과 거제도의 명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절을 나오면 이내 갈림길. 왼쪽은 용화사 가는 길, 계속 직진한다. 6분 뒤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안내판이 서 있다. 왼쪽 침목 계단길은 정상 쪽으로 질러 가는 길, 오른쪽 도솔암으로 향한다. 파란 양철 지붕의 허름한 요사채를 보고 경내에 들어서면 전각이라고는 조그만 대웅전과 동국선원 둘 뿐인, 관음사보다 훨씬 적은 산중 수도처다.

경내 맨 오른쪽의 전망대를 놓치지 말자. 조망이 빼어나 사찰에서 나무의자 둘을 만들어 놓았다. 앙증맞고 운치있다. 통영항 전경과 거제도의 명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통영항과 반대쪽인 산양읍 지역.

경내를 나와 앞선 갈림길로 내려가지 않고 일주문 격인 돌표지석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도솔암 안내판에 적힌 도솔암 창건주인 도솔 선사와 호랑이의 전설이 전해오는 절 뒷쪽 절벽 아래 위치한 동굴을 보기 위해서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 이어 만나는 잇단 사거리에선 각각 직진한다. 그저 비만 그을 수 있는 유사 동굴에서 좀 더 오르면 만난다. 기도처로 조망 하나는 끝내준다.

동굴 입구 갈림길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오르면 이내 주능선 상의 산불초소. 방금 지나온 동굴 바로 위 지점이다. 감시원은 이곳이 현금산이라 했지만 지도 상으론 바로 이웃한 송신탑 옆 봉우리가 현금산이다. 발밑의 도솔암과 통영항 한려수도는 물론 삼천포 와룡산, 통영대교 뒤 암봉인 벽방산과 고성 쪽의 거류산 구절산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때부터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황홀한 능선길. 7분 뒤 헬기장. 진행 방향은 두 갈래길. 우측은 작은망이라 불리는 정토봉 가는길, 좌측은 우회길이다.

작은망 가는 길 도중 우측으로 열린 석문을 지나면 큰 돌탑이 서 있는 작은망(望) 정상. 여기서의 ‘망'은 거제도의 망산처럼 조망의 빼어남을 부각하기 위한 의미인 듯하다.
정토봉(작은망)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이제 본격 내리막. 큰망인 미륵산으로 내려가기 직전 좌측 암봉도 작은망처럼 돌탑과 크고 작은 공덕탑이 보인다. 내리막길의 종착역은 너른 터인 미륵치. 도솔암 입구에서 절로 가지 않고 왼쪽 침목 계단길을 택하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이정표엔 ‘큰망·작은망 갈림길'이라 적혀 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암봉인 미륵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는 미륵산 정상.
미륵산 정상에서 본 통영항. 저 멀리 거제도의 명산도 보인다.
좀 더 당겨본 풍광.

미륵산은 이제 0.8㎞ 남았다. 키 큰 대나무길과 바위 틈새 급경사 오름길을 지나 가파른 바위지대에 설치된 철다리를 오르면 마침내 미륵산(458m) 상봉. 널찍한 바위지대인 이곳에는 ‘배달의 기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게양대에 걸린 낡은 태극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미륵산을 한국 100대 명산의 반열에 오르게 한 환상적인 조망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잠시 거침없이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조망을 한번 짚어보자. 통영항을 보고 좌측 8시 방향으로 사량도 지리망산과 칠현산에서 시계 방향으로 통영대교 충무교 여객선터미널 강구안 남망산공원 동호항과 저 멀리 거제대교와 거제도의 명산들, 한산도의 제승당, 비진도 그리고 정반대 쪽 산양읍 뒤로 욕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크게 보면 서쪽의 남해에서 삼천포 고성 통영 진해 거제 심지어 부산 쪽까지 식별 가능하다. 여기에 호수처럼 잔잔한 에메랄드빛의 한려해상 위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어선들까지 한 액자에 넣으면 어느 누구라도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직진한다. 미륵산 봉수대 암봉을 에돌아 산불초소를 지나면 케이블카 승강장. 잠시 살펴본 후 오른쪽 미래사로 향한다. 절 직전 갈림길. 왼쪽은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도중의 길과 만난다. 우측으로 간다.

미래사 입구.

미래사 경내.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황홀한 편백숲.

절 주변 편백숲이 울창한 미래사는 이제 반백을 넘은 짧은 연륜이라 전통 사찰 분위기 대신 첫 인상이 깔끔하다. 지난 9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 씨가 40년 만에 귀국해 통영을 방문, ‘윤이상 추모제’를 올린 곳도 바로 미래사이다. 절을 나오면 ‘버스정류장 2㎞'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용화사 가는 길이다. 산허리를 타고 송림숲을 따라 편안히 걷는 명상로이다. 초당에서 머물던 다산과 이웃한 백련사 혜장 스님이 오가며 교분을 나누던 길이 얼핏 연상된다.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 이곳은 주변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용화사 경내.
용화사에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의 석상이 서 있다. 


20여 분 뒤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을 지나 10분쯤 더 걸으면 효봉 스님 석상이 있는 용화사에 닿고, 다시 5분 뒤 용화사 광장에 도착한다.

# 떠나기전에 - 용화사 미래사, 우리나라 선종의 거봉인 효봉스님과 인연 깊어

 미륵산 용화사와 미래사는 우리나라 선종의 거봉인 효봉스님과 인연이 깊다. 스님은 한국전쟁 때 용화사로 피난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와 도솔암에서 공부를 했으며, 이후 스님의 상좌인 구산스님이 1954년 인근에 미래사를 창건해 다시 이곳으로 옮겨 주석했다. 구산 미산 보성 법흥 종욱 스님 등이 그의 제자들이며 이곳에서 주지를 역임했다. 한편 현재 용화사 한 켠에 위치한 석상은 효봉스님의 것이다.

일명 용화산이라 불리는 미륵산 정상석에는 '미륵봉 461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2006판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458m라 표기돼 있다. 참고하시길.

용화사 가는 길 오른쪽 골목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코발트 빛의 화가' 전혁림 미술관이 숨어 있다. 간판이 아주 작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아흔을 넘긴 전 화백이 30여 년간 생활하던 집을 헐고 3년 전 새로운 창조공간을 열었다. 3층짜리 건물 두 동으로 한 동은 살림집, 다른 한 동은 전시 및 작업실이다. 외벽은 전 화백 특유의 작품이 찍힌 1만5000여 개의 타일로 처리돼 눈길을 끈다. 회화 및 도자기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2층에선 차도 마실 수 있다.


전혁림 미술관.

맛집 하나 소개한다. 십오야 숯불장어구이(055-649-9292). 흔히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다. 미륵도에서 충무교 대신 통영대교를 지나 좌회전, 경상대 해양과학대 앞에서 다시 좌회전해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통영대교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가게 바로 앞이 전국 장어 물량의 70%가 들어오는 당동 장어집하장이라 전국에서 가장 신선한 장어맛을 자랑한다. 장어 특유의 느끼한 맛이 없고 아주 담백하다. 1인분 8000원. 장어탕 6000원.

# 교통편
- 용화사 광장 출발 막차 밤 9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1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50분 걸린다. 통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0, 21번 시내버스를 타고 들머리인 용화사 광장에 내린다. 용화사 광장에서 터미널행 시내버스는 밤 9시까지 있다. 통영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통영IC~마산 통영 미륵도 관광특구~관문사거리에서 통영 미륵도 방향 좌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우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좌회전~충렬사 지나~충무교 건너~미륵산 용화사 우회전~용화사 광장 순. 국도는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 TG~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 통영~고성~거제 통영~관문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위와 같음.






미답의 늘푸른 산죽능선, 좀처럼 못보는 볼거리
하산길엔 소설 '토지'의 무대 회남재 옛길도 만나

눈덮인 히말라야 연봉에 비견되는 지리산 천왕봉. 대개 처음 보는 순간 발걸음이 멈춰진다.
 

 민족의 명산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중산리 코스를 힘겹게 오르다보면 우측 건너편의 마루금 전체가 추수를 앞둔 황금들녘을 연상시킨다. 바로 천왕봉에서 동남쪽으로 길게 뻗은 황금능선이다. 써리봉에서 국사봉을 거쳐 구곡산에 이르는 장장 20㎞의 이 능선에는 산죽이 지천이다. 이 산죽이 햇빛을 받아 반사되면 황금빛으로 물든다고 해서 명명됐다. 지금은 비법정 탐방로라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올 첫 산행지 하동 깃대봉에도 황금능선에는 비할 바 못되지만 아주 인상적인 산죽길이 펼쳐진다.

조릿대라 불리는 늘푸른 산죽은 사실 봄 여름 가을엔 있는 듯 없는 듯 철저히 조연에 불과하다가 낙엽이 지고 숲이 앙상해지면 예의 초록빛을 발하며 숲의 주인공으로 단연 부각된다. 특히 눈 온 뒤 그 자태는 옛 선비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깃대봉은 영신봉에서 갈라져 나와 삼신봉 내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지리산 남부능선에서 동남쪽으로 한 번 더 뻗은 지리산 호위봉 중의 하나. 베테랑 산꾼들도 금시초문이라 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무명의 산이다.
 

좀 더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자면 묵계와 악양을 잇는 회남재 동쪽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회남재를 정점으로 서쪽으론 시루봉~원강재~성제봉(형제봉)이 이어진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천왕봉을 기준으로 북쪽인 함양 마천면 금대산과 남쪽의 하동 삼신봉. 깃대봉은 이들 두 봉우리만큼은 못하지만 산행 도중 히말라야를 연상케하는 눈덮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주능선의 웅장함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산행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하산길의 회남재. 악양 벌판과 함께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됐던 이곳은 하동서 청학동을 거쳐 지리산으로 곧장 연결된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의 물자보급로 역할을 했다. 다시말해 악양에서 곡식과 가축 등을 수집한 빨치산이 이곳을 거쳐 아지트인 지리산으로 넘어갔기에 국군 토벌대와 빨치산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던 것.

회남재는 또 청학동 인근의 묵계사람들이 하동장(場)으로 오는 길이자, 악양에서 청학동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우리 할머니 세대의 애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한동안 문경새재길 등과 함께 추억의 옛길로 분류됐으나 최근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동군이 도로개설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

 산행은 악양 중대리 상중대마을회관~임도개설비~계곡수 건너~옛 집터흔적~능선~임도~무명봉~깃대봉 갈림길~산죽능선~회남재~사랑의 집~등촌리 덕기마을(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안팎이며 들머리에서 능선까지의 일부 구간에서 길찾기가 애매모호할 뿐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일사천리로 내달릴 수 있다. 들머리 상중대마을회관 앞에서 먼저 주변 산세를 살펴보자.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두 암봉 사이에 걸린 구름다리가 보이는 신선봉과 그 우측으로 성제봉 시루봉이 조망된다. 참고하길.


마을회관에서 포장로를 따라 오르면 이내 갈림길. 왼쪽 상중대교 대신 우측으로 간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지나면 또 갈림길. 이번엔 개울따라 왼쪽으로 간다. 11시 방향으로 저 멀리 보이는 V자 잘록이가 회남재로, 산행팀은 이곳으로 하산한다.

작은 다리를 건너 황토집을 지나 임도개설비 앞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간다. 우편함이 걸린 아름드리 소나무를 지나 포장로를 따라 오르면 우측에 널따란 개울이 흐른다. 이 개울을 건너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마을회관에서 25분.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주능선을 향해 무작정 오르는 산꾼들.

앙상한 가지의 활엽수림 대신 산기슭에는 푸른 소나무가 지천이다. 등로는 지그재그 오르막길. 잘 빠진 미끈한 청자보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분청을 닮은 고풍스럽고 정감이 가는 옛길이다. 빛바랜 솔가리와 카키색 낙엽의 조화 또한 운치있다. 양지 바른 터에 위치한 두 기의 묘지를 지나면 옛 집터. 푹신푹신한 낙엽융단길이 열려 있는 왼쪽으로 향한다. 일순간 냉기가 느껴진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 산죽길. 고개 들면 낙엽송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너덜 오름길이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무척 괴롭다. 음지엔 잔설도 남아 점입가경이다. 이렇게 10여 분. 비로소 산허리를 돌아 제대로 된 산길을 조우한다.

20분 뒤 마침내 능선에 닿는다. 정면으로 보이는 마을은 해발 500m쯤의 논골.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이 출몰할 때 한 명의 주민도 다치지 않은 오지 마을이다. 정면 깃대봉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내달린다. 약간의 오름길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17분 뒤 임도. 왼쪽 5m 지점 대각선 방향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때부터 된비알의 연속. 무명봉을 넘어 5분 뒤 산죽길. 정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깃대봉을 내려서면 만나는 산죽능선. 산죽은 회남재까지 이어진다. 여성들은 특히 피부 손상에 유의해야 할 정도로 빽빽하다.
           산죽능선은 한동안 계속된다.

산세로 봐서 능선을 갈아타는 지점이다. 깃대봉 정상은 2만5000분의 1 지형도상 우측으로 얼마 안되는 거리이다. 하지만 빽빽이 들어선 키 큰 산죽길을 도저히 뚫을 수 없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왼쪽으로 간다. 산죽능선의 연속이다. 헤집고 150m쯤 가면 첫 전망대. 눈덮인 천왕봉을 비롯 써리봉 중봉 제석봉 장터목 촛대봉 영신봉과 그 앞 내삼신봉 삼신봉 외삼신봉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그 유명한 청학동도 보인다.

깃대봉 산죽능선을 내려서면 만나는 전망대 뒤로 저 멀리 형제봉(성제봉)이 보인다.

7분 뒤 두 번째 전망대. 주변 조망은 더 넓다. 삼신봉 왼쪽으로 시루봉 원강재 성제봉 신선봉, 악양 벌판 뒤 섬진강 건너 둥그스런 또아리봉 도솔봉 백운산 억불봉이, 다시 왼쪽으로 칠성봉 구제봉 금오산과 저 멀리 광양제철소도 확인된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 토벌대와 빨치산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던 회남재.

전망대 바위를 내려서면 또다시 산죽. 미로같은 죽림의 길이라 오랜 추억거리로 남을 듯하다. 회남재는 여기서 15분. 청학동(6.4㎞) 묵계(4.3㎞) 악양(10.6㎞)으로 각각 열려 있는 세 개의 임도와 시루봉, 그 왼쪽으로 열린 하산길, 방금 산행팀이 내려온 길 등 모두 여섯 개의 길이 만나는 고개이다. 회남재의 역사를 알리는 안내 그림판이 두 개 서 있고, 또 다른 두 개는 하산길 옆에 쓰러져 있다.

하산길은 무지 심한 급경사 내리막길. 태풍으로 계곡 골짜기가 망가져 있다. 급비탈에선 큰 돌이 굴러 조심해야 한다. 50분이면 도로를 만나고, 여기서 요양시설 ‘사랑의 집'을 지나 버스정류장이 위치한 등촌리 덕기마을까지는 15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키 훌쩍 넘는 산죽이 이중삼중… 정상 난공불락

고백컨대 정상을 밟지 못한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흔히 남 탓 하지말라고 하지만 이번만은 산죽 탓 좀 해야겠다. 어른보다 키가 큰데다 이중 삼중으로 너무 촘촘하게 자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산행대장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산행팀 말고도 다른 산꾼들이 수차례 길을 뚫으려고 시도한 흔적이 입구에 역력하다. 여하튼 난공불락의 요새다. 설령 뚫고 들어가더라도 산죽의 연속이라 정상 확인은 힘들 성싶다. 지도와 현장은 또 다른 법이란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회남(回南)재'란 이름은 남명 조식 선생이 명명했다. 그는 이 터를 보고 골이 좁고 물이 섬진강으로 곧장 빠져 길지(吉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발길을 남으로 돌렸다고 전해온다. 청학동이 위치한 청암면의 '묵계(默溪)' 또한 그 이름이 흥미롭다. 이곳은 해마다 큰 폭우가 쏟아져 다 휩쓸려 내려가 냇물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해서 붙여졌다 한다.

 재밌는 얘기 하나. 악양주민들은 악양면 시루봉 아래 청학이골을 '진짜' 청학동으로 들어가는 입구라 믿고 있으며 지금의 청암면 삼신봉 밑의 청학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해, 아무도 밟지 않은 처녀지 깃대봉을 적극 추천한다.

# 교통편 -
하동터미널서 악양행 버스나 택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하동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 차를 시작으로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30분 걸린다. 하동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악양면 중대리 상중대마을회관(노전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한 연계버스는 시간이 맞지 않아 악양면소재지로 가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하동터미널에서 악양행 버스는 오전 8시 첫 차를 시작으로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이곳에서 악양개인택시(055-883-3009)를 이용한다.

날머리 덕기마을에서 하동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10분, 5시20분(막차)에 출발한다. 혹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악양면소재지로 택시(5000원)를 이용, 악양우체국 옆 악양마트 앞에서 터미널행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 3시35분, 4시25분, 5시15분, 5시45분, 6시35분(막차). 1100원. 하동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분, 5시30분, 6시30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하동IC~하동 구례 쌍계사 방면 19번 국도 우회전~남원 구례 직진~구례 쌍계사 직진~악양 1003번 지방도~악양우체국 지나~상(하)중대마을 이정표 우회전~중대교 지나~상중대마을회관 순. 날머리 덕기마을에서 들머리 상중대마을회관 앞까지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서부 내륙 거창의 산들은 부드러우면서 힘이 넘친다. 금원산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현성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 있는 금원산(1353m)은 지리산 대성골과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분단의 아픈 현실을 간직한 현대사 비운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중 국군 토벌대와 파르티잔 양측의 최후 격전지가 지리산 대성골이라면 덕유산에 집결한 500여 명의 남부군이 지리산으로 가는 길에 들러 계곡에서 목욕을 한 곳이 바로 금원산이다.

 물론 차이는 분명히 있다. 대성골이 피비린내 나는 전장(戰場)이었다면 그래도 금원산은 분명 파르티잔의 일시적 휴식공간이었던 셈. 바로 그곳이 금원산이 자랑하는 유안청계곡. 유안청폭포를 비롯, 소와 담이 주변 숲과 어우러져 `거창 제1의 계곡'으로 손꼽힌다.

 영화 `남부군'에서 수백 명의 파르티잔이 남녀 구분없이 알몸으로 목욕하던 장면이 바로 유안청계곡이라고 하면 `아!'하며 새삼 그 장면을 떠올리는 산꾼들이 많을 것이다.

40여 년이 지난 1993년 금원산에는 자연휴양림이 들어섰다. 그리고 유안청계곡은 등산로의 일부로 새롭게 정비돼 만인에게 개방됐다. 비록 파르티잔의 흔적은 오간데 없지만 산꾼들은 계곡을 보며 현대사의 아픔을 되새긴다.

흔히 자연휴양림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산행팀도 가섭사지 마애삼존불 등 볼거리가 많은 지재미골로 올라 ‘역사의 현장' 유안청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물론 함양의 용추폭포에서 기백산을 거쳐 금원산을 오르는 짧은 코스도 있지만, 이 코스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볼거리가 없어 `금원·기백`을 올랐다는 기록만 안겨줄 뿐이다.

산행은 금원산 자연휴양림 안내도(매점)~문바위~가섭암지 마애삼존불~지재마을(민가)~임도~지능선~주능선~전망대~금원산 정상~헬기장~돌탑봉우리(1315m봉)~전망대~임도~유안청폭포~자운폭포~복합산막 입구~매점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이 평탄한데다 이정표도 잘 정비돼 있다.


매점 앞 휴양림 안내도 앞에서 `마애삼존불상 문바위'라 적힌 팻말이 가리키는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정같이 맑은 계곡을 지나면 곧 문바위 갈림길. 정면에 문바위가 보이고 `금원산 6.5㎞, 마애삼존불, 현성산'은 오른쪽 방향.
등산로 초입 계곡을 건넌다.

잠시 문바위를 보고 가자. 지재미골 입구에 서 있어 문바위라 명명됐다. 높이 20m, 너비 15m, 규모로 국내에서 단일바위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저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진다.

국내에서 단일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


다시 갈림길로 내려와 마애삼존불 방향으로 간다. 이제야 본격 산길이다. 산죽길을 에돌면 아름드리 이상의 엄청 큰 소나무가 기다린다. 왼쪽엔 문바위 뒷모습이 보인다. 저 높은 곳에 누군가 올라가 돌탑을 세워놨다. 올라가는 것은 차치하고 돌은 어떻게 운반했을까.

이내 가섭암 터. 마애삼존불상 관리건물 뒤쪽으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위굴이 있고, 그 중 안쪽 남향 바위에 삼존불이 새겨져 있다. 보물 제530호.

이제 편안하게 오솔길을 걷는다. 나무다리를 건너면 민가를 만난다. 지재마을이다. 밭이 잘 일궈져 있고 양지바른 곳에 진돗개가 졸고 있다. 10분 뒤 삼거리. 직진한다. 비로소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까지는 3.2㎞. 잇단 무덤을 지나면 임도. 오른쪽으로 50m,쯤 가다 다시 산길로 올라선다.

8분 뒤 지능선에 닿는다. 정면엔 현성산 정상(955m). 멀리서 봐도 단번에 화강암산임을 알 수 있다. 정상 왼쪽으로 서문가바위와 필봉이 이어진다. 이름이 재밌다 서문가바위. 흔히 임진왜란때 한 여인과 서(徐) 씨, 문(文) 씨가 피란을 왔다가 아이를 이곳 바위 옆에서 출산했다. 아이 아빠가 누군인지 정확히 몰라 이렇게 명명됐다는 설이 있지만 실은 고려말 공민왕때 노국대장공주와 함께 온 원나온 시종의 성이 서문(西門) 씨였다. 그 시종이 당시 이곳 안의땅을 식읍으로 받았다. 그러다 1914년 안의가 거창으로 편입됐다. 하지만 이후 호사가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엉뚱하게 와전되면서 전혀 근거없는 `서문가바위'로 돼버린 것이다.

지능선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낙엽과 솔가리가 한데 얽힌 푹신푹신한 양탄자길과 바윗길을 번갈아 20분 정도 오르면 주능선. 정상까지 2.7㎞. 이정표 뒤로 남덕유산 삿갓봉 무룡산 백암봉 등 백두대간 능선이 펼쳐진다.

이제 정상을 보며 능선길을 달린다. 10분 뒤 전망대. 왼쪽에 현성산과 오도산 비계산 별유산, 그 뒤로 가야산 단지봉 수도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에는 눈이 쌓여 있다.
              금원산 정상.

점점 경사가 급해지면서 곳곳에 밧줄이 매여져 있다. 능선마루에서의 경관은 빼어나지만 다소 무료하다. 이렇게 1시간30분 정도 걸으면 마침내 금원산 정상.

거창에서 출발했지만 정상은 함양군 땅이다. 정면에 돌탑 봉우리가 보이고 그 오른쪽 봉우리가 기백산이다. 기백산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를 보니 육중한 산세가 주는 장쾌함과 호방함이 뼈속까지 스며든다. 그 뒤로 거망산과 황석산이 이어지고 괘관산 백운산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에서 본 현성산.

하산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헬기장을 지나 8분 뒤 돌탑 봉우리(1315봉)에 닿는다. 여기서 유안청폭포 방향으로 직진한다. 15분 뒤 전망대. 방금 올라왔던 왼쪽 능선길이 훤히 보인다. 좀 더 내려가면 오른쪽에 기백산 책바위가 또렷하다.
             유안청계곡의 와폭.
           
         유안청계곡 제1폭포.

다시 40여 분 내려오면 임도.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 산길로 내려선다. 이제 `유안청폭포, 휴양림' 이정표를 보고 걷는다. 숲그늘 짙은 계곡을 따라 20분쯤 내려오면 유안청폭포. 90m, 정도의 비스듬한 일종의 와폭인 유안청폭포와 주변 경관을 보노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폭포 끝단 쯤 폭포 감상을 위한 일종의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자운폭포와 복합산막을 지나 20분이면 들머리인 매점 앞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 금원산 자연휴양림 통나무집 인상적

산꾼들 사이에서 금원산은 항상 기백산과 짝을 이뤄 언급된다. 같은 능선으로 연결돼 한번 산행으로 두 산을 함께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금원·기백'으로 불린다.

금원·기백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이웃 함양군에도 항상 붙어 다니는 산군이 있다. 바로 거망산(1245m)과 황석산(1235m)이다. 역시 한 능선으로 이어져 '거망·황석'으로 지칭된다.

이들 4개 산의 모산(母山)은 경남 거창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에 걸쳐있는 남덕유산(1507m).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월봉산(1279m)을 거쳐 두개의 능선으로 나란히 갈린다. 거창쪽으로 금원산~기백산, 함양쪽으론 거망산~황석산이다. 결국 크게 보면 금원~기백~거망~황석산이 말발굽처럼 하나의 능선으로 연결돼 있는 셈. 이들 산은 모두 1000m가 넘는 고봉이어서 조망이 탁월한데다 산세 또한 하나같이 빼어나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창군의 금원산 자연휴양림과 함양군의 용추 자연휴양림이 이들 봉우리 사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각각 위치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아침 일찍 부산을 출발하면 금원산 기백산을 하루에 종주할 수 있다. 원점회귀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한걸음에 내달아야 한다.

금원산 자연휴양림을 찾아 동화에나 나옴직한 통나무집과 주변 경관을 보았을 때 모두들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출발해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끽한 후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다.


TV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을 갖춘 콘도식 복합산막(사진)과 낭만적인 산꾼들을 위한 방갈로식 산막, 그리고 숲속수련장과 숲속야영장을 갖춰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 이틀 이 곳을 찾아 도심 속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최적의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콘도식 산막의 경우 5명이 하룻밤을 묵을 경우 사용료는 5만원. (055)943-0340

# 교통편 - 대전통영 고속도로 지곡 안의IC로 나와야

부산에서 거창 금원산 자연휴양림까지는 시외버스를 탄 후 거창읍에서 군내버스를 갈아타고 위천면에서 택시를 타는 방법이 가장 편리하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20~40분마다 있다. 1만1800원. 2시간40분 정도 걸린다.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위천면 방면으로 가는 군내버스(서흥여객)는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150원. 군내버스정류장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다리(중앙교)를 건너면 만나는 중앙시장 안에 있다. 10분 정도 걸린다.

위천면에서 휴양림까지는 택시(055-943-0300)가 편리하다. 거창읍에서 휴양림까지 바로 가는 택시(055-942-2080)도 있다..

위천면에서 거창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군내버스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있다.

거창에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30~4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4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서진주 분기점~대전통영 고속도로~지곡·안의IC~좌회전 안의 거창 방면~마리삼거리 좌회전~위천 무주 방면~위천면 좌회전~금원산 자연휴양림 순. 수승대에서 5㎞ 정도 거리.
※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울산 언양읍의 진산 고헌산 원점회귀 코스
영남알프스 살짝 비켜앉아 운치 맘껏 뽐내
정상 주변 망치는 방화선, 하루빨리 복원돼야
완만한 대통골 왼쪽 능선 걸으면 5시간소요


들어가기전-영남알프스의 서북단에 위치한 울산 울주군 고헌산(1033m)에 올라본 산꾼들은 알 것이다. 제2봉격인 1035봉에서 고헌산 정상으로 향하는 수백 m 능선길이 폭 7~8m의 방화선으로 파헤쳐져 있다는 사실을.
방화선(防火線)은 말 그대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워둔 산불저지선이다. 한마디로 산불 확산을 막고 인력 투입을 쉽게 하기 위해 수목을 잘라 만든 삭막한 산 속의 대로이다. 고헌산의 경우 방화선 때문에 억새는 길 좌우에 무성하지만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속된 말로 산을 다 망쳐놨다.
기자는 이 고헌산의 방화선은 현실을 망각한 탁상행정의 본보기라는 생각이 앞선다. 폭이 길어봐야 10m에 불과한데 1000m 이상 되는 고지에서 불어대는 거센 강풍이 이를 넘지 못할까.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방화선이 제 기능을 하려면 폭이 최소 50m 이상은 넘어야 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지금이라도 산림을 복원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모 지자체 산림 담당 공무원의 솔직한 고백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래도 늦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곳도 있다. 의령의 진산 자굴산(897m)이 좋은 본보기이다. 자굴산은 20여 년 전에 방화선을 구축했다가 최근 복원계획을 세웠다.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유지 관리에 따른 예산확보 문제, 그리고 의령의 진산(鎭山)이자 영산(靈山)을 파헤쳐둔 채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군민들의 진심어린 목소리에 군이 수긍했기 때문이다.

고헌산 제2봉격인 1035봉에서 방화선을 거쳐 고헌산 정상으로 향하는 일단의 산꾼들. 정상의 돌탑과 이정표가 확인된다. 여기서 마루금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삼각점이 있는 산불초소도 보인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고헌산은 영남알프스에서 한 발 비켜난 독립봉우리다. 맏형 가지산을 비롯한 나머지 8개 봉우리는 모두 마루금으로 연결되지만 이 고헌산만 유독 불고기단지로 유명한 경주 산내면 대현고개로 완전히 내려와 다시 주능선을 향해 땀을 바짝 한 번 더 흘려야 한다.

 과거 경주 산내에서 언양장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이 고개는 비록 지금은 포장이 돼 있지만 해발고도가 500m쯤 되는 데다 고헌산이나 가지산으로 향하는 경유지인 895봉까지 각각 1시간 정도에 불과해 큰 줄기의 능선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산줄기의 흐름으로 봐선 되레 경주 산내면과 청도 운문면의 경계에 위치한 문복산이 별개의 봉우리라는 이견도 있다. 강원도 태백 매봉산에서 출발한 낙동정맥 마루금이 경주 백운산에서 고헌산을 거쳐 문복산 대신 가지~간월~신불~영축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영남알프스 서부능선인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이 빠져버려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헌산과 문복산은 비록 영남알프스 주 산군에서 비켜나 있는 결격사유가 있지만 ‘1000m가 넘는 영남지방의 산군'이라는 정의에는 부합돼 고민끝에 결국 막차로 포함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주 산행지는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고헌산(高軒山·1033m). 정확히 말하면 울주군 상북면 두서면 언양읍과 경주시 산내면에 걸쳐있다. 울산의 진산이 무룡산이듯 고헌산은 언양의 진산이다.

예부터 언양사람들은 이 산 용샘에서 소망도 빌고 기우제도 지냈다. 고헌산은 부산서 비교적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한적한 산이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번잡하다는 가지산보다 훨씬 가깝다.

가깝고도 한적한 산, 고헌산. 해서 올해의 갈무리 산행지로 적합할 듯 싶다.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신기마을(이정석)~삼진아파트~보성빌라~경주김씨 공동묘지~지능선~전망대~1035봉~방화선~고헌산 정상(1033m)~산불초소(삼각점·1034m)~임도~도로~전원주택 조성단지~굴다리 통과~산전리 도동마을~경의슈퍼(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0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통상 고헌산 산행은 대통골 왼쪽길로 1035봉으로 오르거나, 고헌사를 거쳐 곰지골 왼쪽길로 상봉으로 향하는 코스가 보편적이다. 이 두 산길은 24번 국도 상에서 정상이 훤히 보일 만큼 급경사 오름길이어서 여간 힘들지 않다. 하지만 산행팀이 고른 대통골 왼쪽 능선길은 경사가 완만한 옛길이어서 그리 힘들이지 않고 등정이 가능하다.

상북면 궁근정리 신기마을 앞에서 하차하면 우측에 ‘신기마을'이라 적힌 이정석이 서 있다. 정면 저 멀리 검은 빛깔이 나는 계곡이 대통골, 그 오른쪽 너덜이 보이는 골짝이 곰지골이다. 고헌산 정상은 대통골과 곰지골 사이의 멧부리다. 산행은 왼쪽 저 멀리 보이는 KCG파크아파트 뒤 능선을 타고 올라 오른쪽으로 주능선을 탄 후 궁근정리와 이웃한 산전리 도동마을로 하산한다.


진우훼밀리아 아파트를 보고 마을로 향한다. 삼진아파트를 지나 보성빌라 왼쪽으로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정면에 눈덮인 가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또 갈림길. 이번엔 KCG파크아파트 앞에서 오른쪽 산 방향으로 향한다. 시멘트길이 끝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흙길로 간다. 경주 김씨 묘지군을 지나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오르면 공동묘지.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오르면 이때부터 본격 산길이다. 여기까지 왔으면 들머리는 대충 찾은 셈. 이정석에서 30분.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한 운치있는 산길이다. 약간의 경사는 있지만 호흡이 긴 지그재그식 옛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음지쪽엔 아직 잔설이 남아 있지만 산행엔 지장이 없다. 지능선까지는 대략 50분. 도중 두 번의 갈림길이 있지만 모두 우측으로 가면 된다.

1035봉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산군. 왼쪽부터 가지산중복 가지산 쌀바위 상운산 쌍두봉. 우측 마을이 그 유명한 산내 불고기단지이다.
1035봉에서 더 크게 본 주변 산세. 가운데 맨 뒤가 단석산, 그 앞으로 낙동정맥이 내달린다. 그 아랫마을이 소호리이다.


지능선에선 우측으로 향한다. 문복산과 고헌산 정상이 각각 보이고, 한 굽이 더 오르면 고헌산 2봉인 1035봉이 머리 위에 걸린다. 왼쪽 확 트인 지점에 서면 1035봉에서 이어지는 소나무가 빽빽한 낙동정맥능선~대현고개~목장을 지나 문복산과 운문령의 분기점인 895봉과 운문령이 한눈에 펼쳐진다. 마른 억새길을 지나면 우측으로 바위전망대. 발 아랜 들머리 신기마을과 저 멀리 운문령 가는 24번 국도가 뱀 기어가는 듯하다.

바로 위가 1035봉. 전망은 상봉보다 훨씬 더 좋다. 정면 돌탑 뒤 저 멀리 낙동정맥인 경주 단석산을 중심으로 우측으로 구미산 옥녀봉 벽도산 경주시내 소금강산 동대봉산 토함산 삼태봉 동대산 무룡산이, 그 앞 능선의 맨 오른쪽 국수봉을 기점으로 좌측으로 치술령 마석산 남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면 눈앞의 산허리에 길이 나 있는 산이 고헌산에 앞선 낙동정맥인 백운산이다. 고개 돌려 우측으로 고헌산 정상, 그 우측 연화산 무학산, 울산 문수산 남암산 꽃장산 대운산, 그 앞 능선으로 정족산 천성산2봉 천성산 금정산이 각각 확인된다. 그 오른쪽 앞 일자능선이 신불산, 그 앞 능선 우측으로 간월산 배내봉 오두산 송곳봉이, 24번 국도 끝 배내고개를 중심으로 오른쪽이 능동산, 그 뒤 오른쪽 천황산을 기점으로 좌측에 재약산 향로산이, 우측에 가지산중봉 가지산, 그 우측 앞으로 쌀바위 상운산 쌍두봉 지룡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히 영남알프스 최고의 전망대라 부를 만하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방화선. 하루빨리 복원돼야 할 것이다.

이제 고헌산 정상으로 향한다. 폭 7, 8m의 방화선이 능선길을 갈라놓고 있다. 산불 확산을 막고 인력 투입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방화선 탓에 억새는 길 좌우에 무성하지만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상봉은 10분 뒤, 삼각점이 있는 산불초소는 다시 3분 뒤에 닿는다. 울산 쪽 바다도 보인다.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는 고헌산 정상.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이 재측량한 결과 이웃한 봉우리가 높다고 표기해 '진짜' 정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산은 오른쪽 고헌사 방향. 삼각점이 있는 방향으로 직진하면 소호령 백운산 소호고개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 방화선을 따라 크고 작은 봉우리 4개가 보인다. 과거 기우제를 지냈다는 용샘은 삼각점 봉우리 남동쪽 아래 산사면 억새밭 쪽에 있다.

작은 돌탑을 지나 9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고헌사 신기마을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길은 점차 좁아지고 7, 8분 뒤 다시 갈림길. 우측 능선으로 올라선다. 이때부터 능선을 따라 직진만 하면 되지만 대신 조그만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밧줄에 의지해야 할 정도의 바위길도 내려선다. 언양읍내도 차츰 가까이 다가오고, 왼쪽 저 멀리 경부고속도로가 철탑과 나란히 달린다. 정면의 울산 문수산과 남암산도 점차 근접해 온다.

삼각점 봉우리에서 1시간40분 뒤 임도. 우측으로 150m쯤 가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곧 만나는 무덤 우측으로 하산길이 보인다. 15분 뒤 임도와 다시 만난다. 여기서 산을 벗어나는 도로까지는 7분 정도. 사실상 산행 끝. 여기서 굴다리와 도동노인정을 잇따라 지나 경의고·상북중학교 맞은편 24번 국도상의 버스정류장인 경의슈퍼 앞까지는 3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산불초소가 위치한 봉우리로 옮겨

고헌산의 해발고도는 널리 알려진 1033m보다 1m 높은 1034m. 산행 중 유심히 관찰한 산꾼이라면 알겠지만 2002년 10월에 삼각점을 지금의 정상에서 산불초소가 위치한 봉우리로 옮겼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항공사진측량 결과 이곳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 실제로 봐도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또 달라졌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2006년판 지형도에는 그간 1020m로 표기돼 있던 봉우리가 갑자기 1035m로 변해 있다. 기존의 정상이 1033m, 삼각점과 산불초소가 있는 봉우리가 1034m이기 때문에 순순히 해발고도로만 따지면 예전의 1020m, 지금은 1035m봉이 정상이 돼야 한다.

 고헌산 정상 주변 방화선은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속된 말로 산을 다 망쳐놨다. 폭이 넓어봐야 7~8m에 불과한데 1000m 이상 고지의 강한 바람이 이를 넘지 못할까. 당시 정책을 입안한 공무원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공무원의 정책 실명제 도입이 절실한 대목이다.

대통골은 경사가 심한 난코스. 전통의 부산 대륙산악회 등산학교의 졸업등반코스인 이 길은 로프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제법 전문성을 요하는 코스여서 아마추어 산꾼들은 유의해야 한다. 참고하길.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언양시장 내 위치한 '쌀전곰탕(052-263-6846)'. 시장 내 7~8개 쇠머리곰탕집 중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집. 35년 전통의 원조집이다. 시어머니와 함께 하다 3년전 며느리 김향화 씨가 물려받았지만 맛은 변함없다는 게 단골들의 전언이다. 국물이 투명하며 시원하다. 장날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넘쳐난다. 6000원. 수육 1만5000~2만5000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 후문에서 걸어서 1분 거리이다.

# 교통편 - 언냥터미널서 내려 석남사행 1713번 버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0분 걸리고 2500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석남사행 1713번 울산 좌석버스를 타고 상북면 궁근정리 신기마을 앞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8시, 8시40분, 9시10분 등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200원.

날머리 경의슈퍼 앞에서 언양행 1713번 좌석버스는 오후 2시40분, 3시25분, 4시15분, 4시40분, 5시10분, 5시40분, 6시10분, 6시40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현금 1300원. 언양에서 노포동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가지산 석남사)~창녕 밀양 24번 좌회전 뒤 언양시장 맞은 편 강변주차장(무료)에 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된다. 이럴 경우 길을 건너 언양시장을 관통해야 한다. 걸어서 5분 거리이다.






지리산 밖에서 보는 지리산 절경
오도재 위치한 지리산 제1문 들머리로
산행시간 4시간30분… 외길 이어져

너무 가까워 지리산 천왕봉의 사태난 부분까지 보인다.

금대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이며 주능선 앞 우측 봉우리가 창암산이다.

 북녘의 백두산과 금강산을 제외하면 지리산은 대부분의 산꾼들이 모산으로 여기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동경의 대상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 듯 하지만 하여튼 늘 가고 싶은 대상임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평소 뜸하던 산꾼들도 지리산이라 하면 배낭을 챙겨 슬그머니 버스에 몸을 싣는 것이 산악회의 일상사다. 이런 단적인 사례 하나만 보더라도 지리산의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주 산행팀은 지리산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 전체를 자세히 볼 수 없듯 지리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지리산 인근의 봉우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바로 함양의 삼봉산과 금대산이다.

서쪽에는 백두대간이 길고 긴 병풍을 치고 있고, 남북으로 각각 지리와 덕유가 첩첩이 벽을 두르고 있는 산의 고장 함양땅에서 삼봉산과 금대산은 사실 명함 내놓기가 좀 쑥스럽다.

산세로 봐서 거망이나 황석에 비할까, 해발고도로 남덕유에 갖다 붙일까. 어디 하나 뚜렷하게 내세울 것 없는 삼봉산과 금대산이 전국 산꾼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까닭은 바로 조망의 산, 다시 말해 ‘지리산 전망대'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봉산과 금대산보다 지리산 주능선에 더 가까이 위치한 삼정산도 지리산 전망대라 할 수 있다. 하나, 너무 턱 밑에 있어 일부 봉우리가 인근 봉우리에 가려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삼봉산과 금대산에 서면 서쪽 끝단의 노고단을 제외한 지리산 주능선의 모든 봉우리들과 거미줄처럼 얽힌 주요 계곡들을 일일이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코스의 들머리이자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가는 오도령 정상에는 볼거리인 ‘지리산 제1문'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오도재의 지리산 제1문.

산행은 오도령(773m)~관음정~촉동 갈림길~헬기장~삼봉산(1187m)~헬기장~창원마을 갈림길~등구재~백운산(927m)~금대산(847m)~금대암 순. 삼봉산에서 남쪽으로 백운산을 거쳐 금대산으로 내달리며 동서로 장대하게 뻗은 지리산 주능선을 클로즈업하는 형식이다.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안팎이며 거의 외길이라 길찾기는 아주 쉽다.


오도령(悟道領)은 서산 대사의 제자인 인오 조사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며 득도했다고 붙인 이름이자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와 옹녀가 전국을 떠돌다 마지막에 정착한 등구마을 인근으로 역사와 전설이 서린 곳이다.

주차장 입구의 ‘오도령'이라 적힌 이정석과 ‘지리산 제1문' 그리고 산신각을 지나면 ‘삼봉산'이라 적힌 나무팻말이 걸려 있다. 목장승길 대신 산신각 왼쪽 낙엽길로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오른쪽 저 멀리 함양읍이 보인다.

산행 초입 전망대인 관음정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80m쯤 급경사길로 오르면 전망대인 관음정. 지리산 조망을 우선 맛보기 해보라는 의미인 듯하다. 한눈에 봐도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시원하게 펼쳐지고, 이후 스쳐갈 금대산과 백운산 등구재는 보이지만 우측의 삼봉산은 숨어 있다. 결국 산세로 봐서 오도령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크게 도는 셈이다.

등로는 간혹 기복은 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우리네 삶처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기다리고, 편안한 낙엽길도 이어진다.

등로 왼쪽 첫 탈출로가 열려 있다. 함양서 지리산 가는 첫 동네인 촉동마을 가는 길이다. 인공 조림을 했는지 주변이 온통 잣나무 군락지다. 다시 오름길. 옛 헬기장을 지나 25분쯤 뒤 암봉 전망대.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천왕봉을 정면으로 보고 3시 삼봉산, 1시 금대산, 10시 방향으로 법화산이 보인다. 정면 발 밑으론 다랭이논과 등구마을이, 그 뒤 경사진 일자 능선이 벽송(사)능선과 광점골, 그 뒤로 두류능선과 국골, 그 다음 하봉으로 연결되는 초암능선과 그 우측으로 칠선계곡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이제 함양읍을 정면으로 보고 걷는다. 5분 뒤 능선이 휘어지면서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 뒤로 서리산(상산) 옥녀봉 천령봉이 보인다. 여전히 부침이 심한 낙엽길을 반복하니 시나브로 두 번째 암봉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 보면 읍내 쪽 상림도 확인된다.
삼봉산 정상.

10분 뒤 무명봉에 서면 앞선 전망대에서 정상이라 여기던 봉우리 뒤에 진짜 주봉이 보인다. 3분 뒤 만나는 암봉 앞에서 왼쪽으로 에돌면 이내 헬기장. 바로 직진해 밧줄을 붙잡고 오르면 집채만한 암벽. 이번엔 급경사 계단으로 내려가 완전히 떨어진 뒤 한바탕 땀을 빼면 삼봉상 정상에 올라선다. 과연 거칠 것 없는 최고의 전망대다. 주능선은 앞서 본 전망대의 그것과 큰 차이는 없고 이정표 뒤로 삼정산이 보인다. 발 아래 남원 산내면을 가로지르는 엄천강 우측으로 작은고리봉 만복대 큰고리봉 바래봉 덕두산도 희미하지만 식별된다.
산행 내내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백운산 정상.

함양 쪽으론 읍내 왼쪽 바위산이 백암산, 그 왼쪽 뒤로 천황봉 괘관산, 다시 왼쪽 뒤로 남덕유 서봉 할미봉 등 백두대간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그 오른쪽으로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이, 다시 우측으로 수도 가야 별유 비계 미녀 오도 감악 월려 황매 감암 정수 둔철 웅석봉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리산뿐 아니라 함양 거창의 산들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가히 조망의 산이라 부를 만하다.
금대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하산은 왼쪽 금대암(5.95㎞) 방향. 직진하면 함양과 남원의 경계인 팔령재 가는 길이다.

천왕봉을 보며 급경사 낙엽길로 내려선다. 헬기장을 지나 등로 왼쪽은 방금 지나온 능선, 오른쪽 2시 방향이 백운산 금대산. 5분 뒤 창원마을 갈림길을 지나 등로가 우측으로 휘면서 능선을 갈아탄다.

완만한 경사의 낙엽길이 30분 반복되다 이후 25분 정도는 아예 쏟아지는 급경사 낙엽길이 이어진다. 등구재 다 와서는 우점종이 낙엽송으로 변한다. 등구재는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산길. 왼쪽은 함양 창원마을, 오른쪽은 남원 산내면 방향이다. 옛날 함양 남원 사람들이 오가던 고갯길이다.

길 건너 숲으로 오른다. 낙엽송과 잣나무 조림지역이라 등로는 푹신푹신하다. 백운산 정상까지 35분쯤 걸리지만 시종일관 된비알이라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정상석과 무덤이 있는 백운산은 사실 독립 봉우리라 하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금대산은 백운산에서 30분.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정상에는 산불초소가 있다. 아뿔싸, 정상석이 반 토막나 누군가 윗부분을 살짝 올려놨다. 과연 최고의 전망대답게 지리산 주능선이 더욱 더 가깝게 다가온다. 자세히 보면 사태난 흔적까지 확인된다. 이정표 뒤 바위 위로 오르면 왼쪽 저 멀리 오도령과 지리산 전망대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금대산에서 유서깊은 천년고찰 금대암까지는 0.6㎞, 18분 걸린다. 금대암 입구에도 하봉 중봉 천왕봉…덕평봉 벽소령 형제봉까지의 파노라마 사진에 일일이 지명을 표시한 조망안내도가 서 있다.
금대암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금대암 입구에는 조망이 너무 빼어난 지점이 있어 조망안내판이 서 있다.

금대선원 앞 대숲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서면 금계마을 또는 마천면 소재지인 마천중학교에 닿는다. 35분 정도 소요된다.

# 떠나기전에
- 산신각, 변강쇠와 옹녀 전설 깃든곳   
 
이번 삼봉산~금대산 코스는 흔히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의 경계인 팔령재,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흥부의 출생지 흥부마을로 널리 알려진 남원 성산마을을 들머리로 시작한다.

하지만 산행팀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오도령에서 출발했다. 새로 생긴 '지리산 제일문'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곳 지리산 제일문 산신각은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여섯마당 중 하나인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와 옹녀가 전국을 떠돌다가 마지막에 정착해 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도령은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지리산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했던 유랑의 고개이자 함양사람들과 남쪽 해안가의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위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려면 넘어야 했던 생존의 길이었다.

속리산 말티재를 연상시키는 지안재. 최근 한국타이어 CF로 유명세를 탔지만 실은 몇 해 전 국제신문이 주최한 사진전에 출품됨으로써 세간에 알려졌다.

특히 오도령에 닿기 전 통과해야 하는 속리산 말티재를 연상시키는 꼬불꼬불한 길 지안재는 최근 한국타이어의 CF로 유명세를 탔지만 실은 몇 해 전 국제신문이 주최한 사진전에 처음으로 출품됨으로써 세간에 처음으로 알려졌음을 밝혀둔다.

첨언 하나. 흔히 삼봉산 기슭의 촉동마을에 가야 구형왕이 거주하며 무기를 만든 빈 대궐터가 있다는 등 마천 일대에 가야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고 있지만 이는 전혀 근거없는 사실이다.

함양군 관계자는 "김일손 선생이 쓴 '속두류록'과 향토문헌 등에는 촉동마을 일대에 등구사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현재 이 터가 등구사지로 추정되고 있는데 근래에 이곳 유물이 출토되면서 호사가들이 가야와 연관시켜 대궐터라고 해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교통편 - 오도령 넘는 버스 없어 택시이용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88고속도로 함양IC~함양~남원 인월 지리산 24번 국도 좌회전~지리산 백무 칠선 오도재 마천 1023번 지방도 좌회전~지리산 조망공원 지나~지안재~오도령 주차장 순. 금대암에서 오도령까지는 마천면 개인택시(055-962-5110)를 이용하면 된다. 1만5000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 걸리며 1만2400원. 오도령을 넘나드는 대중교통편은 현재 없다. 때문에 함양터미널 앞에 늘 대기 중인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 오도령에 가야한다. 1만5000원.

날머리 금계마을 승강장에서 함양터미널행 군내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자주 있으며 막차는 오후 8시. 함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30분에 있다. 만일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밤 9시10분.

심야버스도 있다. 금대암에서 택시를 이용해 함양터미널로 곧장 갈 경우 택시비는 2만5000원 안팎이다.


'악!'소리나게 헉헉 오르면 그림같은 합천호 풍광 '아~'
다소 낮지만 옹골찬 바위산, 가파른 암릉길… 빼어난 경관 자랑

악견산 정상에서 바라본 합천호 전경. 그 뒤론 뾰족봉인 금귀봉 등 거창의 고봉준령이 한눈에 들어온다.

합천땅 서쪽에는 국내에서 다섯 번째 규모인 내륙의 바다 합천호가 사시사철 관광객을 유혹한다. 특히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4월이면 백리 벚꽃길이 나라땅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는 산과 무관한 장삼이사들의 생각.

그럼 산꾼들에게 합천호는 어떻게 비칠까. 대략 이렇게 시작되지 않나 싶다.
합천군 서부에 위치한 합천호 주변에는 철쭉산으로 유명한 황매산을 비롯, 소룡 의룡 악견 금성(봉화) 허굴 인덕 논덕 강덕산 등과 거창 쪽의 월여 감악 숙성산 등 크고 작은 아름다운 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중 대병면에 위치한 황매 의룡 악견 금성 허굴산은 이른바 ‘대병 5악(惡)'이라 불린다. 암팡지면서도 옹골찬 암봉을 자랑하는 이들 ‘대병 5악’은 합천호의 푸른 물결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대병 5악’은 해발 1108m의 황매산을 제외하곤 의룡 악견 금성 허굴산 모두 400~600m대의 고만고만한 봉우리. 해서, 혹자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황매산 대신 황강 북쪽의, 대병면과 이웃한 용주면의 또 다른 암봉인 소룡산을 넣어 합천호반 동쪽의 옹골찬 다섯 암봉이라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좋고 정자좋은 명당은 없는 법.
‘악!'소리 나는 이들 산은 덩치가 왜소해 대부분 3시간이면 너끈히 산행을 끝낼 수 있어 건각들에겐 허전함마저 느껴진다. 참다못한 산꾼들이 인접 봉우리를 이어보려고 해도 능선이 도로 등 개발의 여파로 끊겨 있어 아쉬움만 남는다.

이에 산행팀은 무명에 가까운 의룡산을 악견산과 새롭게 묶어 이어 보았다. 의룡산(485m)은 해발고도로만 보면 동네 뒷산으로 분류되지만 들머리가 거의 해발 50m 정도에 불과한 데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연상될 정도로 아주 거칠고 옹골차다. 정상에서 합천호의 일부밖에 볼 수 없지만 대신 합천댐에서 흘러내려온 황강물을 막아 만든 조정지(調整池)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로 유명한 합천영상테마파크를 바라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악견산(岳堅山·620m)은 이름 그대로 바위덩어리로 이뤄진 악산.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막기 위해 쌓은 악견산성의 흔적이 일부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의룡산과 마찬가지로 천길단애를 이루는 곳이 많으며 무엇보다 산행 내내 늘푸른 합천호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용주면 용문유원지(용문정)~V자 홈통바윗길~돛대바위~의룡산 정상~사거리 임도~밤나무밭~평학마을 갈림길(삼각점)~통천문(구멍바위)~악견산 정상~철계단~동광가든 입구 순.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안팎이지만 주변 경관이 빼어나 이곳저곳 구경하다 보면 예상보다 전체 산행시간이 길어진다.


들머리는 용문유원지. 영상테마파크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위치한 송림. 이곳은 진양 유 씨 문중땅으로 조선 후기 세워진 용문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주차장도 넓다. 도로를 기준으로 우측에 있으며, 좌측은 황강 물줄기를 뒤로 하고 의룡산이 우뚝 서 있다.

용문정슈퍼 맞은 편으로 도로와 계류를 잇따라 건너면 지계곡의 큰 바위가 앞을 막고 있다. 오른쪽으로 돌면 암반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 급경사 오름길로 바로 치고 오른다. 길은 다행히 또렷하다. 곧이어 이번엔 오른쪽으로 치고 오른다. 주변 바위 규모로 봐선 지리와 설악이 연상될 정도다. 발 아랜 방금 달려온 15번 군도와 황강이 나란히 달리고, 용문정 수자원공사 영상테마파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용문정 뒤 봉우리는 소룡산이다.

처음부터 바위산의 연속이다.

두 손도 이용해야 겨우 오를 수 있다.


           집채만한 바위 사이로 열린 V자 홈통길로 오르는 산행팀. 저 멀리 황강이 확인된다.
황매산의 황포돛대바위를 쏙 빼닮은 돛대바위(왼쪽), 정면의 봉우리는 앞에서부터 악견산 금성산 황매산이다.

 
잠시 뒤돌아보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장소로 유명한 합천영상테마파크가 발아래 펼쳐진다
당겨보면 맨 우측 기차도 보인다. 이 물은 황강호에서 조정지댐으로 흘러내려오는 물이다.

처음부터 혼을 쏙 빼놓는다. 홀로 오르기엔 다소 벅차다.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오른다. 잠시 호흡 조절용 송림길이 이어지다 다시 바위 오름길이 반복된다. 밧줄은 아쉽게도 끊겨 있다. 이렇게 엉금엉금 55분. 점차 시야가 넓어지며 합천 주변의 산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집채만한 바위 사이 V자 홈통길로 50m쯤 오르면 왼쪽엔 전망대, 오른쪽엔 황매산의 황포 돛대바위를 연상케 하는 돛대바위가 눈길을 끈다. 이어 송림길을 2, 3분 살짝 우회하면 정면에 의룡산 정상이 근접해 있다. 의룡산 우측 악견산과 그 뒤 금성산, 그 왼쪽 허굴산, 악견산과 금성산 사이 저 멀리 황매산도 보인다.

이제부턴 발길 닿는 곳이 전망대다. 부부묘를 지나면 우측으로 천길단애인 암릉. 비로소 합천호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연스럽게 상봉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30분. 가깝게는 방금 올라온 암릉과 향후 악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리고 악견산이 저 멀리 한눈에 가늠되고 멀게는 거창의 산들도 확인된다. 영상테마파크 뒤 탑이 서 있는 오두산과 우측의 두무산, 그 사이 매화산이 보인다. 두무산 오른쪽으로 가야산, 오두산 왼쪽으로 미녀봉 숙성산, 그 왼쪽 뒤 양각산 흰대미산 보해산 금귀봉도 보인다. 합천호 뒤 저 멀리 덕유산도 확인된다.

하산은 암릉길로 직진한다. 4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사거리. 왼쪽은 산골마을 오동골, 산행팀은 직진한다. 잠시 송림길로 호흡을 가다듬으면 이내 암릉길. 그리 힘들지는 않다. 십자바위 삼층바위를 잇따라 지나 집채만한 암봉 앞에서 왼쪽으로 에돌아 내려서면 임도 사거리. 의룡산 끝, 악견산 시점이다. 정상에서 45분.

악견산으로 직진한다. 주변이 온통 밤나무밭이다. 소문과 달리 부드러운 육산으로 시작된다. 20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평학마을 하산길, 왼쪽 급경사길로 오른다. 평학마을 가는 10m지점에 삼각점이 있다. 참고하길.

‘악견 본색'은 이때부터 드러난다. 밧줄에 온 몸을 맡겨야 하는 암릉길의 연속이다. 동시에 합천호의 맑은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W자 합천호 사이 뒤로 뾰족봉인 금귀봉이 확인된다.
악견상 정상.
악견산에서 바라본 황천보. 다도해가 연상된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길을 대신한다. 이 놈들은 서로 쌓이고 엉켜 좁은 틈을 형성하기도 하고 아예 너른 굴을 만들어 놓았다. 마침내 정상. 평학마을 갈림길에서 28분. 정상석은 제법 너른 제단 같은 바위 위에 기대어 있다.
하산길에선 합천탬 수문도 보인다.

직진한다. 5분쯤 뒤 갈림길. 어느 길을 택해도 15번 군도와 만난다. 우측길은 군도 입구에 ‘악견산 등산로'라 적힌 안내도가 서 있는 익히 알려진 길. 해서, 왼쪽길로 내려선다. 발 아래로 합천댐과 창의기념관이, 머리 위론 금성산이 점차 가까워 온다. 암릉절벽의 요소요소에 악견산성의 흔적도 남아 있다. 급경사 철계단도 지난다.
40분쯤이면 산을 벗어나 소로를 거쳐 동광가든 앞 15번 군도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인근 임란의병 충절 기린 창의기념관

악견산성은 임진왜란때 권양 박사겸 등 합천의 선비들이 의병을 모아 축성, 왜적과 싸웠던 역사의 현장이다. 또 날머리 동광가든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엔 역시 임란때 정인홍 의병장을 비롯한 의병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합천임란 창의기념관(창의사)이 있다.

악견산과 금성산이 관련된 전설도 전해온다. 내용은 이렇다. 당시 왜적들이 장기전을 꾀하자 이웃한 금성산 바위에 구멍을 뚫어 악견산과 줄을 이은 다음 그 줄에 홍의(紅衣)를 입힌 허수아비를 매달아 달밤에 당겼다. 이를 본 왜적들은 신장(神將)이 하늘에서 내려온줄 알고 혼비백산하여 패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악견산에서 금성산으로 가기 위해선 도로를 따라 30분정도 걸어야 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합천호반 회양관광지 내 선착장 인근 황강호식당(055-933-7018). 일명 합천 똥돼지라 불리는 토종 흑돼지(사진) 전문점이다. 맛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참기름이나 파무침 대신 소금과 된장 새우젓, 그리고 묵은 김치만 나온다. 이 흑돼지는 수육으로 먹으면 더 맛있다.
황강호식당 인근에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합천호 청정사우나가 있다. 워낙 물이 좋아 합천읍에서 군민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황강호식당 옆에는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101호인 광암정이 합천호를 배경으로 서 있다.

◇ 교통편 - 합천서 대병행 버스타고 용문정 하차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합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2시간20분 걸린다. 9000원. 합천터미널에선 평학 대병(용주 대병행은 아님)행 완행버스를 타고 들머리인 용문정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9시30분, 10시, 10시30분에 있다. 1400원.날머리 동광가든 인근에서 합천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5시20분, 5시40분에 있다. 합천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4시30분, 5시10분, 5시50분, 6시20분, 7시(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군북IC~의령 79번 국도 우회전~합천 의령~의령군 의령읍 안내판~의령 관문 통과~합천 대의~진주 단성~가례 합동주차장 우회전~합천 가례~진주 단성~합천 대의~대의고개쉼터~대의교차로서 고령 합천 33번국도 우회전~합천군 삼가면~쌍백터널 통과~로터리 지나~다리(제2남강교) 지나자마자 좌회전~합천호~합천영상테마파크~수자원공사~용문정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실제 천지봉, 지형도 상 표기와 달라
대체로 워킹산행, 구천산 정상은 암봉
단장면 감물리 출발. 걷는시간만 5시간40분
찾는 이 적은 청정산길, 영남알프스 보여

구천산 정상은 조망이 일품이다. 천지봉과 지형도 상의 천지봉인 삼각점봉 등 산행팀이 걸어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그 뒤로 정각산 구천산(同名異山) 재약산 천황산 향로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한 일(一)'자로 펼쳐진다.

"할머니, 천지봉이 어느 것입니까."

오치, 바드리와 함께 밀양의 오지마을 중 하나인 단장면 감물리 구기마을 노인회관 앞. 귓잔등을 매몰차게 때리는 혹한이 휘몰아치는 평일 오전 등산복 차림의 멀쩡한 산꾼 두 사람이 70대의 촌로에게 다짜고짜 산이름을 물었다.

이 추운 겨울에 웬 등산이냐고 걱정을 하면서도 그 할머니는 천절하게 노인회관 뒷산을 가리키며 "저거야"라고 답했다.

산행 전 생각했던 봉우리와 달라 이번엔 다른 할머니께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돌아온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더 여쭤보자 그 할머니는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더 던졌다. "나, 이 마을에 60년 살았어."

들머리 구기노인회관에서 본, 마을주민들이 지칭한 천지봉.

지형도 상의 천지봉. 삼각점이 있다.


 지형도에 표기된 산이름과 실제 현장에 와서 확인해보니 달랐던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영남알프스 맥따라 산길따라'라는 등산지도를 펴낸 대한백리산악회 이병진 산행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이나 기관이 등산지도를 발행할 땐 국토지리정보원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산꾼들로부터 천성산, 천성산제2봉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은 옛 명칭인 원효산 천성산으로 각각 표기하도록 지시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년 전 양산시는 그간 원효산 천성산으로 불리던 봉우리를 지역 내 문화원 등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각각 천성산, 천성산제2봉으로 공식적으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 대장은 "이의가 있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문서와 함께 이의신청을 하라는 퉁명스러운 국토지리정보원 담당자의 한마디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기관이 우리나라의 하고 많은 산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에 대한 애정이 많아 잘못된 산이름을 제보하려고 해도 절차가 왜 이리 까다로운지 한결같이 두 손을 들고 만다.

만일 산행팀이 취재 중 마을촌로나 산중 암자 내 노승으로부터 그간 묻혀 있던 산이름을 되찾았다고 가정하자. 현행법에 의한 절차는 해당 지자체의 지명위원회와 광역자치단체의 지명위원회를 거쳐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위원회 등 3단계의 지명위원회를 거쳐야 공식적으로 본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다. 500m대의 동네 뒷산 이름을 바꾸려고 누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총대를 매고 하겠는가.

이번 주 산행지는 밀양 천지봉~구천산.   
 
구체적 경로는 단장면 감물리 구기노인회관~천지봉(626m)~깨밭고개~무안 박씨묘~삼각점(629m·지형도 상 천지봉)~옛 헬기장~삼거리 임도(지형도 상의 당고개)~당고개~구천산·만어산 갈림길~옛 헬기장~구천산(639m)~옛 헬기장~구천산·만어산 갈림길~밀성 손씨묘~감물리 용소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40분.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 대로 산행을 했다면 빨리 끝났을 텐데 마을주민들이 제대로(?) 알려주는 바람에 이웃한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 산행은 예정보다 2시간이나 더 걸렸다.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청정산길이다. 이정표가 없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몇 차례 만나지만 그때마다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촘촘히 달아놓았다.

산행의 큰 그림은 구기마을 뒷산인 천지봉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 맞은편인 구천산을 찍고 감물리 구기마을과 이웃한 용소마을로 하산한다. 들머리에서 전 구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구천산 정상만 약간 위험한 암봉이며 전체적으론 워킹산행이다. 구천산에선 영남알프스 산군과 밀양 김해 양산 쪽 봉우리는 죄다 확일될 정도로 조망이 일품이다.

구기마을 노인회관 우측 화장실 뒤로 보이는 산이 마을주민들이 말하는 천지봉, 거기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 3시 방향쯤에 위치한 봉우리가 지형도상의 천지봉이다. 천지봉과 마주보고 있는 푹 꺼진 지점이 단장면과 삼랑진읍의 경계인 당고개이고, 당고개 우측 높은 봉우리가 구천산이다.

산행은 노인회관을 정면으로 보고 좌측 첫 번째 골목 포장로로 올라간다. 4, 5분쯤 가다보면 좌측 마른 억새 사이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푹신푹신한 솔가리와 낙엽이 뒤섞인 부드러운 산길이 기다린다. 무명봉을 살짝 넘고 봉분이 낮은 묘지를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들머리에서 20분. 지형도상의 천지봉과 당고개 구천산, 당고개 뒤 천태산 자락이 확인된다.

산행 중 뒤돌아본 모습. 가운데 잘록이가 단장면에서 삼랑진으로 이어지는 당고개, 그 우측이 구천산이다. 당고개 뒤로 보이는 산이 천태산이다.  
구천산 아래 감물리의 계단식 논이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오름길. 얼마 전 내린 눈이 음지에 남아 있지만 걷는데 지장은 없다. 15분 뒤 발걸음은 시나브로 산허리길로 가고 있다. 천지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약간 더 가봐도 능선길은 없고 산허리길이 뱀처럼 이어진다.

산행팀은 되돌아와 하얀 막걸리병이 잔 가지에 꽂혀 있는-이런 표시는 대개 무덤가는 길이다-지점으로 치고 오른다. 4분 뒤 예상했던 대로 묘지에 닿는다. 이후 길은 없다. GPS기기를 보니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그냥 치고 오른다. 9분 뒤 산길이 뚜렷한 능선 위로 올라선다. 왼쪽으로 30m쯤 떨어진 지점이 돌탑이 있는 천지봉 정상. 돌탑 좌측 나목 사이로 구천산 금오산 매봉이 보인다.

마을주민들이 말한 천지봉 정상. 돌탑이 서 있다.

돌탑을 보고 우측 능선길을 계속 걸으면 가래봉을 거쳐 단장면 단장리 동화마을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동화마을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내리막길로 유난히 쓰러진 나무들이 이어진다.

8분 뒤 갈림길. 반듯한 좌측 오르막 대신 우측으로 내려서다 6분 뒤 무명봉을 살짝 넘으면 일순간 급내리막길로 돌변한다. 그 종착역은 너른터. 깨밭고개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좌측은 단장면 국전리, 우측은 들머리 감물리 구기마을로, 당초 산행팀이 시작하려고 했던 지점이다.

깨밭고개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정면 아름드리 송림터널로 직진하며 올라선다. 5분 뒤 무안 박씨묘. 얼마 전 묘를 써 검은 천이 둘러쳐져 있다. 시야가 트여 정면 무명봉을 기점으로 왼쪽 구천산, 우측 안테나가 보이는 봉우리가 만어산이다.

앉은 터가 시원한 무안 박씨묘.
무안 박씨묘에서 본 만어산.(우측)

직진한다. 8분 뒤 갈림길. 우측 당고개 구천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으로 취경산 명필봉에서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12분 뒤 또 갈림길. 왼쪽 반듯한 산허리길 대신 우측 봉우리로 오른다. 13분 뒤 삼각점봉. 지형도 상의 천지봉이다. 삼각점 약간 못미쳐 우측으로 만어산과 감물저수지가 보이고, 만어산 우측 뒤로 종남산 우령산, 좌측 뒤로 덕대산이 확인된다. 감물리 계단식 논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하산은 직진. 9분 뒤 이번엔 좌측으로 신불 영축 오룡산 등 영남알프스가 보인다. 안부에선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반듯한 좌측 오름길 대신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마른 억새가 을씨년스럽게 장막을 치고 있는 옛 헬기장. 좌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아멘청소년수련장이다. 철조망과 5, 6m 간격을 두고 걸으면 10여 분 뒤 임도에 닿는다. 좌측은 금오산 약수암 방향. 우측 감물리 방향으로 10m쯤 가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때부터 산길은 없다. 사실 산행팀도 한 차례의 '알바' 끝에 겨우 찾았다. 크게 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5분이면 지형도상의 당고개에 닿는다. 앞선 임도에서 좌측 금오산 약수암 방향으로 가면 이 지점과 만난다. 이곳에선 좌측 삼랑진 안촌 방향 대신 우측으로 발걸음을 100m 정도 옮기면 정면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 길에 앞서 곡각지점에 열린 산길은 금오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참고하길.

50m쯤 너른 길을 따라가면 일순간 소로로 변한다. 이제 우측 저 멀리 감물저수지가 보여 산행이 거의 종반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여 분 뒤 마을 수호신격인 당수나무가 서 있는 당고개에 내려선다. '영축지맥 당고개'라 적힌 조그만 팻말이 눈에 띈다. 좌측 삼랑진 하부댐, 직진하면 구천산, 우측은 감물리, 우측 뒤쪽은 금오산 약수암 방향이다.

당수나무가 있는 당고개.

당고개임을 알려주는 작은 팻말.


팻말 우측 열린 산길로 오른다. 20분 뒤 갈림길. 반듯한 좌측 우회길 대신 직진형 우측인 능선길로 올라선다. 9분 뒤 만어산·구천산 갈림길. 우측 만어산 대신 좌측 구천산 방향으로 향한다.

8분 뒤 옛 헬기장을 지나면 암릉에 올라선다. 구천산은 정상 부위만 암릉이다. 조금 더 오르면 두 세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조망이 압권이다. 금오산이 손에 잡히고, 맨 뒤 능선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정각 구천 천황 재약 향로 신불 영축 오룡 염수 토곡산 등이 확인된다.

구천산 정상.
구천산 정상에서 바라본 맨 뒤 '한 일(一)'자의 일영남알프스 산군.
구천산 정상에서 시선을 약간 돌리면 금오산(가운데)이 보인다.
구천산 정상부는 암릉으로 이뤄져있다.

통상 이쯤에서 하산하지만 조금 더 암릉을 타면 '영축지맥 구천산 640m'라고 적힌 팻말과 돌탑이 눈에 띈다. 얼핏 보기엔 앞선 암릉이 더 높은 것 같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선다. 옛 헬기장을 지나 만어산·구천산 갈림길에서 올라왔던 우측길 대신 만어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5분 뒤 묘지 앞 갈림길. 묘지 좌측으로 직진하면 만어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분 뒤 역시 묘지 앞 갈림길. 직진형 왼쪽으로 가서 밀성 손씨묘를 지나면 8분 뒤 산을 벗어난다. 우측 당고개에서 300m 떨어진 지점이다.

산을 벗어나 들머리로 가는 도중 바라본 천지봉(왼쪽)과 지형도 상의 삼각점봉(약간 보이는 우측 봉우리).

이젠 좌측 들머리로 향한다. 용소마을회관을 지난다. 구기노인회관까지는 37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청정마을에 부는 개발 바람, 주민들 반대 투쟁

들머리 단장면 감물리는 오지 속의 오지이다. 과연 오치, 바드리와 함께 밀양의 3대 오지라 불러도 될 법하다.

마을 한 가운데 커다란 저수지가 위치한 감물리는 현재 생수공장 개발 허가 때문에 흉흉하다. 마을 입구에 '물없는 땅 어느 누가 살 수 있나-생수공장 반대 주민대책위'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민들은 샘물공장이 들어설 경우 수자원 고갈 등의 이유를 들어 수년 전부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공장 앞을 가로막거나 밀양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으며 할머니를 비롯한 주민들은 복면을 쓰고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7년째 재판이 이어졌는데도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주민들은 지쳐만 가고 있다. 이 평온한 마을에 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는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청정지역인, 천지봉~구천산에 살포시 둘러싸인 감물리의 해질녘은 무척 아름답다. 밤에도 불을 밝히는 고추나 깻잎 비닐하우스가 감물리 저수지에 투영될 땐 진주 남강 위에 떠있는 유등처럼 황홀하기까지 하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감물리행 버스 하루 2대 뿐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주말(토, 일요일)에는 오전 9시40분과 오전 10시20분에도 있다. 1시간 소요. 4000원. 밀양터미널에서 들머리인 감물리행 버스는 오전 8시10분, 11시50분에 있다. 1500원. 날머리 감물리 정류장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5시, 7시(막차)에 있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표충사 단장 1077번~금곡교 지나~감물 방향 우회전~감물리 이정석~중리 구기 좌회전~구기마을 0.7㎞ 표지석 좌회전~구기노인회관 순.

그림같은 억새군락·수직 기암괴석 암봉
뜻밖의 눈꽃 터트린 너! 더욱 새롭구나
겉으론 부드러운 육산, 정상부는 암릉의 연속
쭉쭉 뻗은 낙엽송·수려한 계곡의 보석같은 산
주능선 오르면 뒤로 백운·남덕유산 동시 조망


 세간에 덜 알려진 길로 걷다보면 뜻밖의 결과와 맞닥뜨릴 경우가 왕왕 있다. 일종의 파격인 셈. 각본대로 움직이는 잰걸음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만면에 미소를 띠며 호사를 누릴 때가 있는 반면 잔뜩 기대치를 높여 한달음에 올랐건만 초라한 행색으로 나그네를 맞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산청 석대산과 하동 깃대봉이 전자에 해당된다면 거제 대금산과 지리산 만복대가 후자에 속한다고 감히 적고 싶다. 이들 산은 공통점이 있다. 은둔의 산이었거나 오랫동안 산꾼들로부터 잊혀져 있었거나, 아니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이다.

 산청 산꾼들조차도 금시초문이라던 석대산은 알고보니 전형적인 진달래산이었다. 산사면 전체가 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행 내내 진달래가 방긋 웃으며 길손을 맞는다. 깃대봉에선 늘푸른 산죽과 눈덮인 지리산 천왕봉이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반면 진달래산으로 유명한 거제 대금산은 7, 8부 능선까지 차가 올라와 쓴웃음을 짓게 했고, 지리산 유일의 억새산행지로 알려졌던 만복대는 키 작은 관목들이 웃자라 `억새산행'이란 용어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인적드문 새 길로 오른 함양 괘관산은 억새군락이 뜻밖의 기쁨을 안겨준다. 흩날리는 가녀린 몸부림은 가히 겨울산행의 덤이다. 겨울산도 이럴진대 절정의 만추에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운치있는 낙엽길에 이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을 배경으로 자리매김한 억새평원은 한 폭의 한국화에 다름아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육산인 일명 갓거리산인 괘관산(掛冠山·1252m)은 정상부의 수 십길 단애로 이어지는 암릉과 하산길의 수려한 계곡, 호젓한 낙엽길, 그리고 억새군락이 숨은 보석이다.

 산세로 보자면 지명도에서 한 수 위인 백두대간 백운산에서 동쪽으로 갈라져 나와 원통재(일명 빼빼재)에서 잠시 고도를 낮췄다가 불쑥 솟은 능선상의 최고봉이자 함양읍 북쪽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암봉이다.

 산행은 병곡면 지소마을~원산목장(잇단 2개의 문 통과)~쓰러진 막사~억새군락지~낙엽송 숲길~경주김씨묘~주능선~잇단 헬기장(4개)~태양열 안테나~괘관산·천황봉 갈림길~괘관산~괘관산·천황봉 갈림길~안부사거리~돌탑~천황봉~안부사거리~하산길(산죽길 계곡길)~지소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안팎. 이정표 정비는 양호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지소마을 입구의 지소교를 건너 직진하면 우측에 `괘관산 등산안내도'. 이 길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직진한다. 흑염소를 키우는 원산목장이 길을 막는다. 잇단 2개의 문을 통과한다. 시건장치는 반드시 잠글 것.

 흑염소는 오간데 없고 카키색 낙엽길이 그림같다. 20분 뒤 첫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간다. 억새군락이 기다린다. 이름깨나 알려진 억새 산에 버금간다. 다 쓰러져 가는 막사를 지나면 이후 오를 마루금이 확연히 드러난다. 생각보다 온유하고 가깝다. 눈 앞의 억새와 붉은빛의 낙엽송, 그리고 부드러운 마루금의 조화가 장관이다.

산행 초입엔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길. 
낙엽길에 이번엔 억새길. 마른 억새밭이 이럴진대 만추에 오면 황홀경에 빠질듯하다.


 인공조림을 한 듯한 낙엽송 숲길로 접어든다. 솔가리보다 작은 붉은 톤의 침엽(針葉)이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15분이면 낙엽송 숲길을 벗어나 다시 낙엽길로 이어진다. 5분 뒤 경주김씨묘. 정면으로 치고 오르면 바로 주능선. 들머리에서 70분.
1000m 이상의 고지라 아직 눈이 남아있다. 심한 곳은 무릎이 빠질 정도다. 오른쪽으로 향한다. 왼쪽은 원통재 방향. 외길 능선이라 길찾기 염려는 붙들어 매시길.

 이때부터 4개의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서 주변 조망을 감상한다. 등로는 선율처럼 부드러운데다 암팡진 비탈도 거의 없다. 5분 뒤 만나는 헬기장은 흔적만 있을 뿐 그냥 지나치기 쉽고 10분 뒤의 헬기장은 조망이 빼어나다. 뒤돌아 보면 정면에 백운산(白雲山)이 이름 그대로 흰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하고 그 오른쪽으로 영취산 깃대봉 할미봉 서봉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왼쪽(남)으론 월경산 중재도 보인다. 정면 왼쪽의 괘관산도 구름에 가려있다.
백색천국 괘관산 정상으로 향하는 이창우 산행대장. 사진 왼쪽 눈길능선이 그 길이며 오른쪽 도로는 원통재로 오르는 37번 국도. 그 뒤로 백두대간 상의 희미한 월경산 능선이 보인다.


 한 차례 내려섰다 올라서면 세 번째 헬기장. 조망이 더 넓다. 신기하게도 들머리와 정상이 좌우에 각각 포진해 있다. 10여 분 뒤 네 번째 헬기장. 지도상으로 대략 1100m. 괘관산(1.6㎞)은 왼쪽, 천황봉(2.3㎞)은 오른쪽, 그 사이 잘록이가 하산길이다. 이때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눈꽃산행이 시작된다. 이렇게 35분. 이번엔 억새 위에 눈꽃이 만발했다. 태양열 안테나를 지나면 이내 갈림길. 불과 300m 거리의 왼쪽 괘관산을 다녀온 후 다시 오른쪽 천황봉으로 간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좌우 발밑이 모두 낭떠러지라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산죽에 이은 암릉길로 제법 만만찮다. 눈이 얼어 있는데다 좌우 발밑이 낭떠러지이기 때문이다. 정상석 앞에선 쾌청한 날일 경우 남덕유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과 용추계곡 쪽의 황석 거망 금원 기백산이 훤히 보인다지만 뿌연 운무 탓에 실체조차 확인못해 안타깝다.
천황봉 정상 직전.
천황봉 정상. 주변에는 10여 기의 공덕탑이 세워져 있다.

 다시 원점인 갈림길. 이번에 천황봉(1228m)으로 향한다. 내리막 빙판길이다. 10여 분 뒤 안부사거리. 직진하면 천황봉(0.5㎞), 오른쪽은 들머리 지소마을. 천황봉을 다녀온 후 하산한다. 15분이면 천황봉에 닿는다. 정상석 주변에는 10여 기의 신비스런 대형 돌탑이 서 있다. 바로 옆 흉물스런 산불초소가 경관을 망치고 있다.

이제 본격 하산. 13분 뒤 `식수 준비하는 곳'이라 적힌 팻말이 있지만 샘터는 없고 졸졸 흐르는 계류만 있을 뿐이다. 지소마을까진 1.75㎞. 조금 더 내려서면 계류와 나란히 달린다. 계류를 건널 즈음이면 유량이 제법 늘어 연이어 소(沼)가 나타난다. 숲까지 울창해 여름 계곡산행지로도 손색이 없겠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낙엽송 숲길과 사방댐을 잇따라 지나면 `괘관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는 지소마을에 닿는다. 안부사거리에서 55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취재팀 지소마을서 원점회귀코스 개척   
 
산의 고장 함양에서 괘관산은 명함조차 내기 힘들다. 워낙 내로라하는 산들이 지천으로 터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쪽 맨 끝단 남덕유에서 남으로 장수군과의 경계를 따라 서봉 할미봉 깃대봉 백운산 월경산 등 백두대간의 봉우리가 이어지고, 남쪽에는 천왕봉을 중심으로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 중봉 하봉 등 지리산 주능선이 내달린다. 거창군과 인접한 북동쪽에는 월봉산을 거쳐 용추계곡을 따라 황석 거망, 금원 기백이 말발굽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밖에 지리산 주능선이 가장 잘 조망된다는 금대산과 삼봉산 삼정산에도 산꾼들의 발걸음이 비교적 잦다.

 함양군의 가운데에 위치한 괘관산 산행은 지금까지 백전면과 서하면의 경계인, 1001번 지방도 상의 원통재에서 시작해 거연정이 위치한 화림동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가이드산악회가 주로 애용한 코스였다. 취재팀은 워낙 오지라 군내버스도 없는 들머리 지소마을로 접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괘관산 정보 하나. 함양군은 병곡면 광평리 괘관산 일대 184㏊ 면적에 생태숲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한다. 수 년 후면 또 하나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산행시 유의점 하나. 원산목장 출입문을 통과한 경우 반드시 문을 잠그자. 흑염소 탈출을 막기 위함이라고 주인이 신신당부했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흑돼지 삼겹살로 유명한 읍민각(055-963-6262). 함양읍 함양시장 내에 위치해 있다. 함양군청에서 차로 2~3분 거리. 일제강점기땐 공회당, 극장으로 이용된 자리다.

일교차가 심한 함양서 키운 흑돼지 생고기라 육질이 단단하고 한 눈에 봐도 선홍색으로 싱싱하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돼지고기와 궁합이 맞다는 초피(경상도말로 제피)장아찌와 말린 파래를 막장에 버무린 신기장아치 등 밑반찬이 독특하고, 된장찌개 대신 들깨를 특히 많이 갈아넣은 시래깃국도 일품이다. 그릇 또한 공방에서 주문한 분청이라 운치도 있다.


# 교통편 - 부산서 대중교통 이용땐 당일치기 불가능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88고속도로 함양IC~함양~백전 함양 직진~함양군청 지나~백전 병곡 상림 우회전~서하 병곡 백전 좌회전~원산마을 방향 우회전~옥계저수지 지나~원산마을 지나~원산교~지소교~병곡면 지소마을 민재여울목 산장 옆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100% 원점회귀. 함양의 자랑 상림을 경유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대중교통편은 하루 세차례 있지만 부산서 출발할 경우 시간이 맞지 않아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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