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폭포엔 무지개가 없었다

인파 · 땡볕 피하고 名山정취는 그대로
어영골 · 법수원 계곡 비경, 내원사 부럽지않아
상봉 서면 부산·울산·경남의 산군, 파노라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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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폭포는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휘어져 내려오는 다소 독특한 형상이다. 수목 사이로 투영되는 햇살을 받은 물보라에 무지개가 보는 각도에 따라 자주 어린다고 전해 오지만 기자는 각도를 달리해 여기저기서 봐도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 들머리인 등산안내도에서 33분 발품을 팔아야 만날 수 있다.


원효대사가 1000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 모두 성인에 이르렀다는 설화에서 유래된 양산 천성산(千聖山). 이 산은 공룡능선과 같은 골산의 험난함과 화엄벌로 상징되는 육산의 부드러움을 갖춘 부산의 대표적인 근교산이다.

천성산이 자랑하는 이 두 코스는 아쉽게도 요즘과 같은 염천에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을 도무지 피할 수 없어 되레 기피 코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해서 천성산 계곡을 찾았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르는 4㎞ 구간의 그 유명한 내원사계곡은 부산·울산·경남권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 일명 '소금강'이라 불린다.


하지만 산행팀은 이 계곡을 택하지 않았다. 명성만큼이나 여름에는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내원사계곡과 그리 멀지 않은 상북면의 홍룡사 쪽도 피했다. 내세울 건 절 바로 뒤쪽의 홍룡폭포뿐이라서. 결국 산행팀은 천성산을 기점으로 내원사계곡과 홍룡폭포의 반대편에 위치한 웅상읍 소재의 무지개폭포 쪽으로 올랐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흔히 천성산 계곡이라고 하면 내원사계곡과 무지개폭포가 있는 어영골을 의미한다"며 "이중 어영골은 지명도 면에서 내원사계곡에 비해 한 수 아래지만 경관 면에선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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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제2봉은 금정산 장산 등 부산의 산과 울산 온산공단 앞바다, 그리고 내륙의 영남알프스 및 언저리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동남권 최고의 전망대다. 정면 군 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주봉이고 그 오른쪽이 화엄벌, 왼쪽이 낙동정맥 능선이다.


산행은 천성산 등산안내도~무지개산장~무지개폭포 갈림길~무지개폭포·천성산 제2봉 갈림길(첫 이정표)~천성산 제2봉 갈림길~무지개폭포~무지개폭포·천성산 제2봉 갈림길(첫 이정표)~은수고개 갈림길~은수고개~주능선~천성산 제2봉(812m)~임도~법수원계곡~전망대~산신각~원적암 갈림길~원적암~백동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안팎. 계곡이나 폭포에서 머문 시간은 빼고서다. 몇 차례 까다로운 길찾기 지점이 있으므로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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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에서 천성산 주봉(922m)은 빠졌다. 어영골과 법수원계곡을 코스에 넣고 '땡볕 산행'의 한계라 여겨지는 5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다.

마을버스 종점인 무지개폭포 입구 건너편에는 지율스님이 단식투쟁 등을 통해 그토록 반대하던 KTX 천성산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왠지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자는 스님의 단식, 환경단체의 반대, 정부의 공사강행 등 일련의 사태보다 공사시작의 단초가 된 첫 환경영향평가를 엉터리로 만든 부산의 모 대학 교수가 학자적 양심을 걸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이후 사태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하는 가정을 해봤다. 물론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지만.

대형 천성산 등산안내도를 지나 비포장로를 따라 걷는다. 무지개산장 입구에서 물을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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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법수원계곡은 폭이 좁고 좌우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기암절벽으로 마치 계곡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숨은 비경이다.


100m쯤 뒤 갈림길. 왼쪽 무지개폭포 방향으로 간다. 100m쯤 더 가면 어영골 계곡과 만난다. 경관이 빼어나 전국의 유명 계곡에 비해 손색이 없다. 계류를 건너 계곡 왼쪽길로 오른다. 곧 또 한번 계류를 건너면 첫 이정표. 오른쪽은 천성산 제2봉으로 바로 가는 길, 산행팀은 '폭포 원효암'이라 적힌 왼쪽을 택한다. 6분 뒤 또 갈림길. 오른쪽은 독뫼산을 거쳐 제2봉으로 가는 우회길이라 왼쪽으로 향한다. 원효암이나 작전도로 방향이다. 3분 뒤 폭포로 내려서는 갈림길. 무지개폭포는 수십 m쯤 되는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휘어져 내려오는 다소 독특한 형상이다. 수목 사이로 투영되는 햇살을 받은 물보라에 무지개가 보는 각도에 따라 자주 어린다. 장관이다. 등산안내도에서 33분, 첫 이정표에서 11분 걸린다.

첫 이정표 지점으로 복귀한 후 이번엔 오른쪽 제2봉 방향으로 간다. 처음엔 계곡과 멀어지는 듯하지만 이내 주계곡과 지계곡을 연이어 만나면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30분쯤 뒤 계곡 앞. 갈림길 아닌 갈림길이다. 직진해 좁다란 산죽길로 올라서면 곧 오리무중. 해서 계곡을 건너 산길로 향한다. 30m 뒤 갈림길. 이정표가 없어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왼쪽으로 향한다. 물론 오른쪽길도 임도를 거쳐 제2봉 또는 미타암으로 이어지지만 산행팀이 원하는 길은 아니다.

잇단 무덤(터)을 지나 실개천을 건너기도 하고 지계곡을 따라 걷기도 한다. 머리 위로 주능선이 희끗희끗 보이며 햇빛의 노출이 점차 심해지면 이내 은수고개에 닿는다. 인근에 오래전 은수암이 있었다고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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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서 만난 너른 소에서 수영하는 어린이들.

 
이정표 상의 내원사 방향 능선을 향해 오른다. 12분이면 임도와 맞닿은 능선에 이른다. 임도로 내려와 왼쪽으로 암봉인 제2봉이 보인다. 임도 아래쪽엔 양산시가 밀반늪이라는 안내문을 세워놨다.

발길은 능선 왼쪽으로 향한다. 산야초인 비비추와 산꿩의다리 원추리가 눈에 띈다. 제2봉(아직까지 정상석엔 천성산이라 돼 있다)까지는 불과 15분. 사방팔방으로 환상적인 조망이 열려 있다.

레이더기지가 보이는 천성산 주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화엄벌 매바위(선암산) 토곡산 천마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죽바우등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백운산 정족산 문수산 남암산 울산시가지 무룡산 삼태봉 치술령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 달음산 함박산 장산 황령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엔 내원사가, 그 뒤쪽엔 공룡능선과 중앙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석에서 왔던 길로 4, 5m쯤 떨어진 왼쪽 산길로 내려선다. 땡볕이 내리쬐는 돌길이다. 정면 저 멀리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 계곡길이 법수원계곡 하산길이다. 10분 뒤 임도, 바로 길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7분 뒤 비로소 법수원계곡 상류에 닿는다.

계류를 건너 계곡 옆 산길로 내려선다. 한 50m쯤 갔을까. 석문을 연상케 하는 기암괴석 사이로 작은 폭포를 이루고 그 아래 시퍼런 소가 기다린다.

계곡은 폭이 좁고 좌우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기암절벽으로 마치 계곡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숨은 비경이다. 이렇게 10여 분, 잠시 계곡과 이별한 후 산길로 접어든다. 도중 발아래 소주공단과 웅상읍내도 보인다. 40m쯤 되는 경사진 바윗길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오면 사거리. 정면 전망대에 올라 천성산의 기암괴석과 발아래 법수원을 바라보고 내려와 왼쪽으로 간다. 대규모 너덜 우측으로 길이 나 있다. 내려서면 산신각. 다시 물소리가 들린다. 잠시 둘러본 후 돌계단으로 내려오면 섭진교. 다리 건너 대숲으로 오르면 법수원. 역시 잠시 둘러본 후 다리 위에 선다. 발아래는 천야만야한 벼랑계곡. 해서 계곡 왼쪽 우회로를 따라 내려선다. 5분 뒤 '하산안내' 이정표 못가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이 열려 있다. 원적암 가는 길이다.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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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암에서 만난 인근 마을 초등학생들과 절집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상사화. 원적암에서 기자는 시원한 수박 화채 한 그릇을 대접받았다. 꿀맛이었다.

너른 소와 작은 폭포가 이어지는 계곡을 우측에 두고 걷는다. 10여 분 뒤 또 다른 산신각을 지나면 이내 원적암. 원적암에서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까지는 꽤 멀어 30분쯤 걸린다.


#떠나기전에
활짝 핀 상사화 길손 맞아
혈수폭포 출입금지 아쉬워   
 
원적암은 야생화가 만발한 암자였다. 아랫마을 백동의 초등학교 소녀들에겐 책을 읽고 방학숙제를 하는 공부방이기도 했다.

산행 중 늘 보던 참나리와 산수국 등 아름다운 각종 야생화가 경내 곳곳에서 활짝 웃으며 길손들을 맞고 있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연분홍빛 상사화였다.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우리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이 고향인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필 때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고 전해온다. 해서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매년 9월 선운사 도갑사 등지에서 만개하는 꽃무릇과는 다르다. 상사화가 객을 맞는 이런 평화스러운 원적암 뒤쪽엔 아이러니하게도 앰뷸런스에서 숨가쁘게 들려오는 '미워미워'하는 짜증나는 소음이 들려온다. 알고 보니 진원지는 원적암 뒤쪽의 혈수폭포.

사연은 이랬다. 홍룡폭포 무지개폭포와 함께 천성산의 3대 폭포인 이곳은 지금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미명 아래 현재 출입금지 구역. 원적암 측은 겉으론 매년 인명 피해가 있고 무당들이 많이 찾아 산불의 우려가 있어서라 하지만 속내는 워낙 많은 얌체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 공해 때문이었다.

묵묵히 치우고 또 치우던 원적암이 꺼낸 카드로는 산꾼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조치였던 것이다.

사필귀정이요, 복불복이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고 이해하고 싶었지만 모처럼 암자와 폭포를 찾은 장삼이사들에겐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떠나기 전 기자도 혈수폭포에서 편안히 산행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 교통편-노포동서 수시로 일반·좌석버스

지하철 1호선 종점 노포동역 1번 출구로 나와 노포동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50, 147, 247, 301번 일반 및 좌석버스를 타고 양산 웅상읍 덕계리 무지개폭포 정류장에서 내린다. 수시로 있으며 요금은 각각 1300, 1500원. 길을 건너 간판이 큼지막한 무지개약국 앞 정류장에서 16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8시40분, 9시10분, 9시40분 등 30분마다 출발한다. 700원.

날머리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선 247, 2000, 2200번 일반 및 좌석버스를 타고 타고 노포동 지하철역에서 내린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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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삿갓봉 '신선이 안부럽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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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옥동계곡의 폭포. 덕유산 삿갓봉 산행은 오를 때와 하산할 때 모두 계곡과 함께 해 여름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어지간한 애착을 갖지 않고선 웬만한 산꾼들도 여름산행을 기피한다. 특히 요즘같이 낮에는 작열하는 태양,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마솥 더위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취재팀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산도 산 나름이라고.

산행 도중 힘에 부치면 곧바로 발을 담글 수 있는 계곡이 언제나 옆에 있는 그런 산이면 어떨까. 비싼 돈을 바쳐가며 다이어트도 하는데 배낭 하나 달랑 메고 1㎏ 감량효과까지 본다면 이거야 말로 이열치열에 일거양득의 효과가 아니겠는가.

경남 거창의 덕유산 삿갓봉으로 떠나보자. 가는 길은 멀지만 이 정도는 산행으로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다. 이번 산행은 오를 때와 하산할 때 모두 계곡과 함께 하는 전형적인 계곡산행이다. 흰 포말의 작은 폭포와 어른들도 수영이 가능한 소(沼), 선녀들이 목욕을 했을 법한 타원형 욕조모양의 웅덩이, 소와 폭포를 둘러싼 주변의 단애와 급사면의 울창한 숲이 이어져 과연 산행을 왔는지 유람을 왔는지 헷갈릴 정도. 얼음물 같이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근 채 점심을 먹고 있자면 그냥 영원히 이 자리에 남고픈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에다 곳곳에 밧줄을 타고 오르는 암벽과 철계단, 대표적 여름꽃인 원추리 나리꽃 초롱꽃 산수국 그리고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은 한 순간도 무료함 없이 일사천리로 산행을 즐겁게 해준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산행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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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 이정표(왼쪽)와 월성재를 알리는 안내판.

산행은 거창군 황점매표소 입구~쉼터바위~마지막 계곡~샘터~삿갓골재 대피소~삿갓봉~월성재~샘터~토옥동계곡~전북 장수군 양악양어장~주고마을 순. 6시간 산행시간 중 절반 이상이 계곡과 함께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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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종점 앞 가게에서 50m 전방에 황점매표소가 보인다. 들머리는 매표소에서 10m 못간 오른쪽 아스팔트 길. 입구에 ‘삿갓골 대피소 3.4㎞’ 팻말이 서 있다. 20여분 걸으면 덕유산국립공원측이 만든 주탐방로 안내판이 보인다. 나무다리를 지나면서 본격 삿갓골로 진입한다. 계곡물의 냉기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물살이 세고 소리 또한 시원하다. 울창한 숲속에 매미울음과 새소리가 한데 어울려 마치 교향악단의 클라이맥스를 접하는 듯하다.

‘삿갓골재 대피소 1.7㎞’ 팻말을 지나면 곧 쉼터바위. 이름 그대로 성인 30여명이 너끈히 앉아 더위를 식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반석이다.

산행도중 일부러 계곡물 쪽으로 내려갈 필요가 없다. 산길에 몸을 맡기면 멀어졌다 다시 가까이 다가가고, 이따금씩 계곡을 건너는 기회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계곡 쪽으로 쓰러진 나무에는 버섯이 자라고, 주변에는 덩굴들이 뻗어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산수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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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봉 정상(왼쪽)과 남한 제4위봉인 덕유산의 덕스러운 능선.

들머리에서 1시간30분 정도면 ‘마지막 계곡’에 닿는다. ‘우수 위험’이란 팻말과 함께 밧줄로 계곡사이를 연결해 놓았다. 이후부터 산길산행. 삿갓골재 대피소까지는 800m 남았지만 심한 오르막길이라 만만찮다.

대피소로 향하는 마지막 긴 계단은 나무를 통으로 잘라 만들어 놓았다. 우측 샘터를 지나면 삿갓골재 대피소. 지금부터는 백두대간. 오른쪽으로 가면 무룡산(1,492m) 동엽령(1,320m) 향적봉(1,614m), 왼쪽으론 삿갓봉(1,418m) 월성재(1,240m) 남덕유산(1,507m)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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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에서 바라본 덕유산 능선. 월봉산 누룩덤과 그 뒤 저 멀리 거망 황석산이 희마하게 보인다.

   
대피소를 등에 지고 정면엔 월봉산 누룩덤과 그 뒤로 거망산 황석산이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다가온다.

참나리꽃과 초롱꽃이 입구에 활짝 핀 왼쪽 오르막길을 택한다. 쇠줄을 연결한 난간을 지나고 바위를 에돈다. 때론 밧줄을 잡고 오를 정도로 길이 재미있다. 이렇게 30여분 오르면 마침내 삿갓봉. 장쾌한 조망에 앞서 온 사방이 고추잠자리떼라 우선 놀란다. 오른쪽에 보이는 낙타봉처럼 연결된 잇단 봉우리가 산행방향이고 그 뒤쪽이 월성재. 오른쪽 길로 하산한다. 삼거리가 나오면 왼쪽길을 택한다. 산죽이 길따라 도열해 반긴다. 오르락 내리락의 반복. 난간도 지나고 밧줄을 잡고 바위도 오른다. 갑자기 주변이 노랗다. 원추리꽃 군락지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온통 원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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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꽃과 초롱꽃(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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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와 원추리(우측).



월성재가 오른쪽에 보이는 마지막 봉우리에서 지금까지 넘은 작은 봉우리가 대략 예닐곱개였음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3, 4분 후 마침내 남덕유산과 삿갓봉 사이의 안부인 월성재에 닿는다. 직진하면 남덕유산이고 좌측으로 가면 월성계곡을 거쳐 들머리인 황점매표소.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원점산행으로 가능한 코스다.

   
안내판 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샘터를 지나면 토옥동계곡. 폭포 소 등이 끊임없이 이어져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승지 폭포 및 계곡이 부럽지 않다. 특히 남덕유계곡에서 흘러 온 물과 삿갓봉에서 형성된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만나는 합수점에선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주변경관이 빼어나 압권이다. 수심이 깊어 ‘수영금지’ 팻말과 함께 소 앞에 안전튜브가 비치돼 있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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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인 토옥동계곡 상류.

날머리인 양악양어장까지는 2시간 정도. 저수지를 지나 3㎞를 걸으면 장수군과 무주군 경계 인근에 주고버스정류장이 있다.

#떠나기전에

덕스러운 산, 덕유산은 남한 제4위의 산이다. 평균 해발 1,300m의 능선에는 모시대 등대시호 원추리 솔나리 흰여로 산수국 동자꽃 등 지금 야생화 천국이다. 삿갓골재대피소(011-423-1452)~삿갓봉~월성재로 이어지는 능선은 덕유산 산행의 백미이며, 첩첩이 포개진 봉우리가 한폭의 산수화다. 황점에서 이어지는 위천천에는 뛰어난 경관으로 팔담팔정이 있었다 하나 지금은 용암정 행기숲 갈계숲 강선대 분설담 장군바위 내계폭포 월성숲 사선대 빙기실계곡 마학동계곡 송계사계곡 수리덤을 ‘북상 비13경’을 지정해 놓았다. 그 외에도 수승대 가선림 모암정 덕산정 등도 휴가철을 맞아 드라이브를 겸해 찾아볼 것을 권한다

토옥동 계곡은 덜 알려진 계곡으로 장수군에서는 무주구천동과 쌍벽을 이루는 계곡. 상수원 보호구역이며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깨끗하다. 수질을 오염시키는 일은 삼가자.

#교통편

부산 서부종합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등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5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1만1천8백원. 산행 들머리인 황점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9시30분, 11시. 2천4백원. 군내버스정류장은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두번째 사거리에서 길을 건넌다. 중앙교를 지나 중앙시장내 있다. 걸어서 10분 정도.

날머리인 양악양어장에서 3㎞쯤 걸어 국도변의 주고마을 앞에서 무주행 버스는 오후 4시40분, 6시40분에 있다. 2천1백원. 그렇지 않으면 양악양어장에서 안성공용터미널까지 택시(063-323-2020(개인), 0088(회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1만원 내외. 이후 안성공용터미널에서 오후 6시30분, 6시50분, 7시10분, 8시15분 무주행 버스를 타면 된다. 1천6백원.

무주터미널에서 영동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50분, 7시25분, 8시20분에 출발한다. 2천1백원. 영동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기차는 오후 8시23분, 8시51분, 밤9시9분에 있다. 1만2천원(주말기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서진주IC~대진고속도로~함양IC~88고속도로 대구방향~거창IC로 빠져나와 좌회전, 위천 혹은 수승대 방향으로 달린다. 이후 북상면 갈계갈림길에서 좌회전, 황점 월성 방향으로 1001번 지방도를 타면 들머리인 황점마을에 도착한다. 자가운전보다는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계곡서 더위 씻고, 숲속서 마음 씻고

천성산과 쌍벽 이루는 평범하고 한적한 명산
물소리 따라 지절대는 새소리는 '숲속음악회'
정상 앞두고 나무샘물이 목마른 산꾼들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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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강이라 불리는 내원사 계곡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족산 계곡은 보는 것 만으로도 더위를 가시고도 남을 정도로 시원하기 그지없다.

 
시원한 곳이 마냥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은빛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도 좋지만 어깻죽지가 흥건히 젖을 만큼 땀을 쏟은 후 발을 담그면 더위가 한순간에 씻겨 나가는 계곡의 맛도 그만이다.

부산서 그리 멀지않고 인적이 비교적 드문 계곡산행을 한번 떠나보자.

이번 산행지는 울산 울주군 삼동면과 양산시 하북면의 경계에 위치한 일명 솥발산이라 불리는 정족산(鼎足山·700m). 솥발산은 산 정상에 길게 뻗은 바위 모습이 가마솥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솥발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 하나. 옛날 천지가 개벽할 때 정족산 근처 모든 곳이 물천지가 되었어도 이 산 봉우리만은 솥발만 남아 찰랑거렸다고 전해온다.

정족산은 천성산 제2봉(옛 천성산), 천성산(옛 원효산)과 함께 북에서 남으로 하나의 긴 산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양산 최고의 명산인 천성산에 가려 산꾼들에겐 그저 평범한 산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한발짝 한발짝 차분하게 들어가 보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산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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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족산계곡은 부산경남권에서 꽤 유명한 내원사계곡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우선 그 유명한 내원사 계곡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답고 청량한 계곡에다 울창한 숲, 그리고 산행 도중 만나는 암자 등은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산행은 내원사 주차장~한덤(한동)마을~정족산 등산안내도~계곡산행~계곡 합수점~석축(옛 움막터)~대성암~원통전~정족산 정상~용바위~임도~천막 가건물~학성 이씨묘~임도~가사암 입구 목장승~119조난위치 표시판~계곡 합수점~정족산 등산안내도~한덤(한동)마을~내원사 주차장 순. 5시간~5시간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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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 입구 주차장 내 태광연쇄점과 내원사로 향하는 신선교 사이에 난 시멘트길을 들머리로 잡자. 계곡따라 난 좁은 길이다. 두번째 간이화장실을 지나면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계곡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길이 나 있는 셈. 오른쪽이 성불암 가는 길이고 왼쪽이 노전암 방향. 왼쪽 길을 택해 다리를 건넌다.

7분 정도 뒤 계곡 합수점에서 왼쪽 철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걷는다. 얼핏 봐도 물이 수정같이 맑다. 다가가서 보니 새끼손가락 크기의 송사리들이 꼬물꼬물 헤엄치고 있다.

철문을 지나 7~8m 쯤 갔을까. 우측에 리본이 많이 달린 산길이 하나 열려 있다. 설악산과 간월산의 공룡능선과 함께 험하기로 악명높은 천성산 공룡능선으로 가는 길이니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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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암 원통전(왼쪽)과 대성암 경내의 운치있는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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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전 근처에는 밑동에서 샘물이 나오는 보기드문 나무가 산꾼들의 눈길을 붙잡는다(왼쪽). 우측은 정족산 정상 인근에 위치한 용의 모양을 한 용바위. 과거 가뭄이 닥치면 이곳에 대를 마련해 산신에게 비를 기원했던 곳이다.

민가가 몇 채 모여 있는 한덤(한동)마을은 합수점에서 8분 후에 닿고 곧 정족산 등산안내도를 만난다. 50m 전방에 노전암이 보이고 산행은 '천성산 제2봉'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이어진다. 이른바 계곡산행의 시작이다.

계곡이 막히면 왼쪽 산길로 오르고, 다시 산길이 계곡으로 이어지면 시원한 물소리에 맞춰 휘파람을 불며 걷는다. 울창한 숲을 병풍삼아 수십명이 쉴 수 있는 반석과 그 아래 위로 쏟아지는 낮은 폭포, 잇따라 만나는 조그만 소(沼), 물소리와 화음을 맞추는 듯 산새와 매미들의 울음소리, 마치 숲속의 음악회에 온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30여분. 다시 계곡 합수점에 다다른다. 지도상으로 상리천과 대성골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은 돌과 나무가 널부러져 약간 지저분한 느낌이다. 왼쪽은 대성골, 오른쪽은 영산대학교 방향. 왼쪽 대성골 숲길을 택한다. 오른쪽 계곡은 하산할 때 내려오는 길이니 주변을 눈여겨 봐두길.

곧 갈림길이지만 계곡길은 버리고 왼쪽 산길로 간다. 길 곳곳에 나무가 쓰러져 있다. 10여분쯤 뒤 어느새 계류와 함께 걷는다. 왼쪽으로 가면 정면에 낙엽 쌓인 산사면을 만난다. 그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계류를 중심으로 좌우에 두 갈래 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양쪽이 낭떠러지인 좁다란 길을 지나면 석축이 잇따라 서너개 기다린다. 석축 위 평지는 과거 화전민의 터전으로 짐작된다.

석축을 지나 왼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곧 사거리. 언뜻 사거리가 아닌 것 같지만 주변을 자세히 보면 분명 사거리다. 길이 가장 또렷이 보이는 정면으로 가면 길이 막혀 있어 우측 산길로 에돌아 올라간다. 급한 오르막만 넘기면 그 다음부터 쉬운 길. 곧 대성암. 정면의 옛 법당을 지나면 큰 돌로 외벽을 치장한 새 법당인 원통전. 정족산 정상은 원통전 오른쪽, 쓰레기 태우는 곳 옆으로 난 산길로 오른다. 볼거리 하나. 산길 우측 간이건물 옆에는 나무밑동에서 물이 나오는 보기드문 곳이 있으니 빠뜨리지 말자.

산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상봉까지는 20여분 거리. 정상에는 정사각형 삼각점이 놓여 있으며 장정 네댓 명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상봉에서 10m 거리의 또다른 암봉에는 태극마크와 함께 정족산이라고 적힌 사각형 표식이 있지만 정상이 아님에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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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만나는 안내판과 이정표.

하산은 상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능선을 타고 내려선다. 3~4분 후 용의 모양을 한 높이 2.5m 정도의 용바위. 과거 가뭄이 닥치면 이곳에 대를 마련하고 산신에게 비를 기원했던 곳이다.
  
10분 뒤 임도에 닿는다. 세번째 임도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다시 산길. 인적이 드물어 잡풀을 헤치고 가야한다. 다시 10분 뒤 천막 가건물에 닿는다. 헬기장터다. 가건물 앞 이정표에서 리본이 많이 붙은 왼쪽 숲길로 간다. 30분 뒤 학성 이씨묘를 지나면 다시 임도와 만난다. 왼쪽으로 20여분 임도를 따라 걸으면 영산대학교로 내려서는 임도 갈림길. 천성산 방향으로 간다. 이어 가사암 입구 안내판을 보고 오른쪽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가사암 입구에 목장승 옆으로 난 산길이 열려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10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가면 119조난위치 표시판이 나오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계곡과 만난다. 여기서 우측으로 100m 정도 가면 대성골 입구의 계곡 합수점에 닿는다. 여기서부턴 왔던 길. 내원사 주차장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편

대중교통편도 넉넉하지만 원점회귀 산행이라 승용차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대중교통은 롯데백화점 동래점(종점)이나 지하철 온천장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 달성슈퍼(055-375-1752) 앞 용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0분 간격. 부산행 버스도 밤 10시까지 있으므로 차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1000원. 등산객이 붐비는 주말에는 용연버스정류장에서 산행 들머리인 내원사 주차장까지 승합차가 다닌다. 1000원. 걸어서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굳이 승합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사거리서 북정동 방향 우회전~LG정유 부성주유소 끼고 우회전~내원사 13㎞~언양 통도사 35번 국도~내원사 1028번 우회전~내원사 입구 달성슈퍼~내원사 주차장 순. 1일 주차비 및 입장료 각 2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떠나기전에

 산깨나 타는 사람들에게 부산지역의 산을 제외한 괜찮은 근교산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천성산~정족산을 언급할 정도로 이 산들은 부산의 산꾼에게 친숙하다.

경남 양산과 울산의 경계에 걸쳐 위치한 천성산~정족산은 사시사철 산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봄에는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 그만이다. 가을에는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으로 단장하고 겨울에는 새색시의 온화한 마음으로 온몸을 감싸줘 산꾼들의 입에서 떠날 날이 없이 명산이다.

사실 정족산은 지명도 면에서 천성산에 비해 좀 떨어져 상대적으로 한적한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상리천(한동골)과 신라 천년고찰 운흥사지가 있었던 운흥동천 등 크고 작은 계곡은 그저 말없이 흘러내려 올 여름 꼭 한 번 등정하기를 추천한다.

 대성골의 수림은 햇살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울창한 숲이어서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 하고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영남알프스 산군들의 조망 또한 일품이다.

정족산의 어깨부분에는 국내에서 다섯번째로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이 유명하다. 약 6000년 전에 생성된 무제치늪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과학적 검증을 거친 늪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져 한반도 남부지역의 자연생태계 변천과정과 습지 동식물의 서식변화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자연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늪 주변의 무분별한 임도가 천성산과 정족산을 가로 지르며 조성돼 생태계의 파괴가 우려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yahoe.co.ke
 

옥류는 깊은 골짜기 휘감고 숲은 대자연 속살 감싸네

들머리 계곡은 기암괴석 병풍처럼 도열
계곡·산길 반복…하산길은 비교적 뚜렷
개척산행 코스 국제신문 리본 확인 꼭


 # 떠나기전에-'도득골'이 지금 '도둑골'로 잘못 불려져

'도득골'은 현재 '도둑골'로 회자되고 있다.
이름부터 우선 께름칙한 도둑골은 전국에 더러 있지만 양산 원동 매봉의 도둑골이 이같이 불리게 된 사연은 분명치 않았다. 적어도 떠나기 전까지는.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으슥하고 침침한 분위기…' 정도로 묘사돼 있을 뿐이다.

산행 후 '도둑골 청수가든'에 물어봐도 귀가 번쩍할만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산행팀은 이곳에서 제법 떨어진 어영마을로 향했다. 혹 마을 어르신들이 '도둑골'의 어원에 대해 속시원히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마을회관 앞 그늘엔 기대했던대로 어르신 서너분이 연신 부채를 부치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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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전 할머니들 여럿이 계곡에 보였다. 알고 보니 그들은 몸을 점잖게(?) 씻고 있었다.


원래는 도득(道得)골이었다고 했다. 옛날에는 매봉에 적지 않은 선비들이 터를 잡고 들어와 글공부를 했다. 매봉 산길 중간중간에 보이는 석축이 그들이 과거 집을 짓고 밭을 일군 흔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번 산행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선비들은 어영마을의 아이들에게 글과 예절을 가르쳐 마을사람들은 '도를 얻는다'는 의미로 도득골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경상도 사람들의 발음이 정확하지 못해 세월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도둑골로 변했다. 결정적으로 도둑골로 외부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수년 전 산행 들머리에 위치한 '도둑골 청수가든'이 개업하면서부터.

상호에 '도둑골'이라고 표기된 사실을 뒤늦게 안 마을 어르신들이 원래는 '도득골'이라고 바로 잡으라고 했지만 이미 상호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었다.

이후 양산의 오지인 이곳을 산꾼들이 스쳐갔고, 산행기가 온라인 상으로 떠돌면서 도득골이 본의 아니게 도둑골로 변한 것이다. 참고사항 하나. 어영마을사람들은 청수가든쪽을 '감남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옛 이름 바로잡기 차원에서 산행팀은 향후 산꾼들이 도둑골을 도득골로 표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한 가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도중 만나는 신흥사에 잠시 들러 보물 1120호 대광전을 구경하자. 벽화와 단청이 돋보인다.

자! 어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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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 도득골에는 큰 폭포는 없지만 아기자기한 폭포는 이따금 눈에 띈다.


 
지난 10년간 마니아 산꾼들의 산행안내자를 자임하며 무식하게(?) 발품을 팔아온 국제신문 산행팀. 그간 산행대장도 담당기자도 몇 차례 바뀌었지만 변함없이 자부심을 갖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는 산 이름을 현지 촌로나 산속 암자에서 주석하는 노승의 증언을 통해 다시 세상 속으로 끄집어내 이제는 전국 산꾼들 사이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는 것.

가장 최근에 발굴한 경주 정족산을 비롯, 양산 천마산 용굴산 채바우골만당 축천산 비석봉, 밀양 구천산 정승봉 명필봉 북암산, 청도 개물방산 쌍두봉 도롱굴산 방음산 서지산 복점산, 합천 절갓 등이 대표적 사례.

이와 관련, 지역 산꾼 이재수(50)씨는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에 "산꾼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사이트인 '한국의 산하'에 올라오는 영남지역의 산행기 및 지도는 모두 국제신문 산행기를 참고해 만들어졌으며, 만일 국제신문 산행기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갖고 있는 지도는 모양만 조금 바뀌었을 뿐 그 모태는 국제신문"이라며 "영남의 산을 타는 산꾼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국제신문 산행팀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적고 있다.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가 발굴한 이재수씨는 수 년전부터 국제신문이 소개한 산을 다녀온 후 거의 매주 촌철살인과 같은 산행기를 올리면서 이제는 개인적으로 팬이 생겨날 정도로 스타로 발돋움한 지역 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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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발견된 영지버섯과 500원 짜리 동전. 심봤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양산과 밀양의 경계에 위치한 매봉(755m)도 무명봉으로 지내오다 수 년전 국제신문 산행팀이 그 이름을 되찾아준 케이스. 이웃한 금오산 인근에 위치한 약수암의 노스님이 예부터 '매가 많이 살아' 매봉이라 불렀다는 사실을 전해줘 명명한 것.

당시는 삼랑진 안촌마을에서 출발해 금오산과 매봉을 거쳐 양산 배태고개로 내달리는 능선산행이었던 반면 이번에 새로 개척한 매봉 코스는 비교적 오지인 어영마을 입구에서 시원한 계곡(도득골)을 따라 상봉에 오른 후 곧바로 이웃 능선을 타고 원점 회귀했다.

전형적 육산인 매봉은 해발고도에 비해 골짜기는 비교적 깊은 편. 계곡은 생각보다 유량이 많은데다 올라가면 갈수록 이끼 낀 고색창연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계곡을 휘감고 있어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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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봉에는 이름 모를 버섯이 아주 많다. 혹 이름을 알면 댓글로 답 좀 적어 주세요.
 
무엇보다 덜 알려진 것이 되레 장점이 돼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아주 적다.

산행은 양산 원동면 영포리 '도둑골 청수가든'~(계곡·산길 반복되는 도득골 계곡산행)~주능선~매봉 정상~잇단 묘지~도득골 계곡~'도둑골 청수가든'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정도. 이정표 하나 없는 미답의 개척산행인 탓에 길 찾기가 비교적 까다로워 산행 도중 반드시 노란색 국제신문 리본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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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산행팀도 몇 차례나 길이 끊겨 적지 않게 애를 먹었다. 하지만 계곡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산길만 제대로 찾으면 그 다음부터 산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원동면 내포리 어영교를 건너 어영마을 못미쳐 우측에 위치한 '도둑골 청수가든' 입구를 지나 물길을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어영교에서 대략 2㎞ 거리.

계류가 맑고 유량이 적당한데다 신록이 곳곳에 그늘을 조성해줘 꼭 산행이 아니더라도 반나절 가족과 함께 보내기에 제격이다.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다 시멘트로 만든 수중보 바로 아래에서 다시 한번 계류를 건넌다. 이때부터 잡풀숲. 힘겹게 헤치고 나아가면 지계곡과 만나는 합수점. 지계곡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잠시 산길이 열린다. 하지만 다시 계곡과 만난다. 이 길로 150m쯤 계곡을 따라가면 우측에 산길이 열려 있다. 입구 주변엔 온통 갈대. 물기가 젖은 숲터널을 잠시 걷다 빠져 나오면 주계곡과 다시 만나고, 역시 계류를 건넌다. 또 다시 산길. 돌길에다 잡풀이 바닥을 가려 발목이 삐끗하지 않도록 유의하자.

여전히 계곡과 산길의 반복. 능선을 타려고 좌우를 살펴도 아직 경사가 심한 비탈만 보일 뿐. 할 수 없이   
 
계곡쪽으로 계속 향한다. 몇 차례 계곡을 좌우로 건너다 보니 우측 이끼 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져 있다. 적어도 이 지점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난 양산의 자랑 내원사계곡이나 정족산계곡 못잖은 비경이다. 왼쪽 산길로 오른다. 그것도 잠시. 다시 계곡길과 산길이 또 반복된다. 여전히 반듯하게 이어지는 길을 발견할 수 없다.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30분, 동시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지점에서 드디어 왼쪽으로 돌아가는 산길이 열려있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면 정면 저멀리 낮은 폭포와 그 앞에 계곡을 가르는 쓰러진 나무가 보인다.

산길 주변에 돌무더기가 널려있고 오르막길 사이로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힘겹게 오르면 보랏빛 도라지 두 송이가 눈에 띈다. 이제 물소리를 뒤로 한 채 본격 숲길로 향한다. 계속되는 외길 오르막. 25분쯤 뒤면 왼쪽에 주능선이 나무가지 사이로 확인된다.

길은 점차 가팔라지면서 동시에 희미해진다. 때론 풀숲을 헤쳐야 한다. 제법 숨이 거칠어진다.

마침내 주능선. 산길 입구에서 1시간 정도. 길은 두 갈래. 왼쪽 금오산, 오른쪽 배태고개 또는 매봉 방향. 매봉 상봉은 주능선 갈림길에서 불과 4분 거리. 정상석도 없고 조망도 없다. 대신 삼각점 옆 나무에 '매봉'이라고 적힌 종이판이 걸려있을 뿐이다. 길은 두 갈래. 원점회귀를 위해 우로 간다. 직진하면 배태고개를 거쳐 안전산~축천산 또는 염수봉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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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사의 보물 1120호 대광전(왼쪽)과 오가는 도중 만나는 배내골 미술관.  
 
하산길은 비교적 뚜렷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도중엔 정상에서 못 본 주변 산세를 하산하며 볼 수 있다. 정면 우뚝 솟은 토곡산을 중심으로 우측 뒤로 금동산 천태산이, 왼쪽 골프장 공사장 앞 안전산, 그 왼쪽으로 채바우골만당 내석고개 염수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특이 사항 하나. 하산길엔 다양한 버섯이 많이 보인다. 영지버섯 흰가시광대버섯 등.

잇단 묘지를 지나 계곡까지는 대략 1시간10분. 계곡으로 내려서면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원점회귀 지점이다. 우측 오르막은 매봉 가는 길, 좌측은 도득골 시점으로 가는 길. 모두 산행팀이 걸었던 길이다. 이곳의 리본 뒷면에 산행팀은 '도득골 방향, 원점회귀 만나는 지점'이라고 적어 놓았다. 참조하길. 이곳에서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청수가든까지는 20여분 걸린다.


# 교통편-열차타고 원동역 내려 청수가든까지 마을버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통도사·양산어곡지방공단 방향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직진~양산교 건너 우회전~대리 어곡 좌회전~배내골 용선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통과~신흥사 표지판~원동 영포 내포 69번 지방도 좌회전~영포마을 입석 지나~('가든 언덕우에', '도둑골 청수가든' 큰 간판 보이는)삼거리서 우회전, 어영교 건너~도둑골 청수가든 지나 공터 주차장 순.

부산역에서 원동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30분, 9시33분에 출발한다. 부전역에서 원동행 열차는 오전 5시, 7시30분에 있다. 요금은 각각 2800원. 열차시간 문의 1544-7788

들머리인 도둑골 청수가든 입구에 가기 위해선 원동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어영(마을)행 버스를 탄다. 오전 6시, 8시15분, 10시15분. 1300원. 문의 원동교통(055-382-5459)

청수가든 입구에서 원동행 버스는 오후 2시40분, 7시45분에 있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20분 정도 걸어 내포에 가서 원동행 버스를 탄다. 오후 4시25, 5시55분.

원동역에서 부산역행 열차는 오후 6시15분에, 부전역행 열차는 오후 4시52분, 9시8분에 있다.

참고로 원동읍 버스정류장(양산기사식당 055-382-5036)에서 호포(지하철역)행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40분, 7시20분에 있다. 900원.

※대중교통은 현지 사정에 의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감춰진 비경…암릉·억새·폭포 '진수성찬'
보전지역 통제 … 뒤늦게 소개
신불산폭포 휴양림에서 출발
광활한 평원 초록색 억새천국
능선따라 거침없는 조망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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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면 푸른대로 매력있고, 늦가을 찬란한 황금물결로 변하면 정신을 못차릴 만큼 황홀해지는 신불평원.


결론은 역시 영남알프스.

주말이면 언제나 산과 더불어 산다는 부산 설송산악회 김병권 회장은 "오랫동안 전국의 많은 산을 다녀봤지만 영남알프스처럼 지척에 있으면서 입맛대로 각양각색의 길을 택할 수 있는 산은 아주 드물다"며 영남알프스 예찬론을 펼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얼음같은 계곡물로 반겨주고 늦가을엔 나라 안 최고의 광활한 억새평원으로 변신하며 한겨울엔 일본 북알프스 못잖은 설경을 선사하며 겨울산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무작정 내달리고 싶을 땐 장쾌한 능선길을 내주고 암릉의 짜릿한 스릴도 안겨준다. 사방팔방 확 트인 조망은 감탄사마저 잊게 한다. 그야말로 산꾼들에게 축복의 땅이자 해방구다.

김 회장은 "50대의 많은 장년층이 골프나 테니스를 즐겨하다 결국 등산으로 되돌아 오듯 대다수의 산꾼들이 전국의 여러 산을 섭렵하다 결국 영남알프스로 회귀하는 것은 그만큼 영남알프스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매력을 숨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 영남알프스의 미래는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 등 영남지역 5개 시·군에 걸쳐있는 영남알프스는 각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 경쟁으로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산허리를 무자비하게 잘라먹은 뱀모양의 임도와 국도 확포장, 골프장 건설, 펜션 건립 등이 대표적인 사례.

여기에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은 도립공원, 신불산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돼 각 지자체의 개별관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통합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 실정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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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왼쪽)과 신불산 정상.

이번주 소개하는 산은 영남알프스의 숨은 보석 울산 신불산 서릉. 그간 아껴놓은 코스이다.

사실 산행팀은 지난 10년간 영남알프스 태극종주를 비롯 영남알프스와 주변 언저리의 이름깨나 알려진 능선과 계곡은 모두 훑었다.

이 길이 이처럼 뒤늦게 소개되는 사연은 이랬다.

10여년 전에는 파래소폭포 방향 입구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연생태 보전지역'이라는 자율통제형 대형 팻말이 서 있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이 코스를 멀리 내다보고 지정 지역이 해제될 때까지 산행수첩에서 아예 제외해오다 최근 대형 팻말 대신 '파래소폭포'라는 이정표가 있는 것을 우연히 확인하곤 최근 취재산행지로 결정했다.

헌걸찬 산세에 수려한 능선, 울창한 숲, 광활한 억새초원, 그 유명한 파래소폭포를 감상하느라 시종일관 발걸음이 가볍다. 신불산은 또 한국전쟁때 파르티잔이 버글거리던 최대 근거지. 하산길 995봉에는 공비지휘소 전망대도 뜻밖에 만난다.

산행은 신불산 폭포자연휴양림(하단)~임도~신불재~신불산 정상~간월재·파래소폭포 갈림길~전망대(암릉)~995봉(공비지휘소 전망대)~소나무 고사목~임도~파래소폭포~인공동굴(아연광산)~휴양림 주차장 원점회귀.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에 불과한데다 길찾기도 어렵지 않아 가족산행지로 떠나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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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주차장에서 차단기가 설치된 파래소폭포 방향으로 간다. 이정표가 서 있어 바로 눈에 띈다.

5분 뒤 엄청난 크기의 바위 계곡을 보며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들머리. '신불산 정상 4.7㎞, 파래소폭포 0.8㎞' 이정표가 서 있다.

초반부터 지그재그 급경사길. 신불재에 닿을 때까지 지루하게 계속되니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하자. 계류와 나란히 달리지만 거리는 제법 된다. 맨발산악회 리본과 노란 망태버섯도 보이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린다. 점차 길이 좁아지고 산죽길도 만난다. 바닥에 설익은 돌배가 많이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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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정상을 지나 공비지휘소 전망대로 가는 도중 만나는 암릉.

1시간쯤 뒤 갈림길. 우측은 계곡으로 이어지고, 산행팀은 왼쪽 신불재 방향으로 간다. 곧 임도. 우측 산길로 곧바로 오른다.

주능선인 신불재까지는 임도에서 30분,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30분 걸린다. 왼쪽 신불산, 오른쪽 영축산, 직진 삼남 가천리 방향. 직진한다. 100m만 내려가면 움막과 바로 아래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샘터가 있어 점심먹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윽고 다시 광활한 초원능선으로 올라 신불산 정상으로 향한다. 키 작은 관목들과 부드러운 억새들이 뒤섞인 초록의 평원이 눈부시다. 이곳이 늦가을이면 억새의 찬란한 황금물결로 변하는 바로 그 신불평원.

정상까지는 30분. 제법 경사가 심하지만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와 산오이풀 쥐오줌풀 마타리 원추리 등을 보노라면 그리 힘들지 않다. 비록 무인산불감시탑이 남쪽 조망을 흐려놓고 있지만 사방팔방 산의 물결은 상상을 초월한다. 동으로 공룡능선, 북으론 고헌산을 비롯 좌측(반시계 방향)으로 문복산 상운산 쌀바위 가지산 능동산 운문산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향로산 투구봉 영축산 천성산 문수산 남암산이 가히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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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지휘소가 있던 곳'이라 적힌 비석이 서 있는 995봉. 이곳에 서면 주변 능선과 계곡의 지형이 한눈에 파악된다.

하산은 이정표 기준 간월산 방향. 15분 뒤 갈림길. 하얀 벤치가 있다. 오른쪽은 간월재, 왼쪽 파래소폭포 방향으로 간다. 3분 뒤 갈림길. 우로 간다. 길은 좁아지며 암릉과 산죽길을 잇따라 지난다. 시시각각 돌변하는 환상적인 주변 조망은 일품인 반면 길 좌우 바로 보이는 신불산 및 간월재의 흉물스런 임도는 영남알프스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일순간 우울해진다.

억새길도 지난다. 이곳의 억새는 신불평원의 그것보다 빨리 펴 조만간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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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나는 높이 15m의 파래소 폭포. 휴양림(하단)에서 불과 800m 거리에 있다.

한 번의 오르막을 힘겹게 넘으면 995봉. '공비지휘소가 있던 곳'이라 적힌 비석이 서 있다. 비석 뒷면에는 한국전쟁 중 남부군 제5지대장이 이곳에 머물면서 신불산 일대의 부하들을 총지휘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비석 내용 그대로 주변 능선 계곡의 지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때부터 사실상 본격 하산. 995봉 아래 열린 길로 내려선다. 벼락 맞은 소나무 고사목을 지나면 임도. 오른쪽으로 100m쯤 내려가면 왼쪽에 급경사길이 열려있다. 여기서 파래소폭포까지 15분, 폭포에서 다시 외나무 다리를 건너 주차장까지는 17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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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의 수정같이 맑은 계곡(왼쪽)과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하단)의 통나무집.

#떠나기전에- '휴양림서 하룻밤' 추억거리
 
신불산 정상석에는 오래전부터 1209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무인산불감시탑 앞 국토지리정보원이 세운 조그만 안내문에는 2002년 10월 정밀측정 결과 높이가 1159m라고 밝히고 있다. 알려진 것과 달라 바로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영남알프스 9개의 산군 중 가지산에 이어 두번째를 자랑하던 신불산이 운문산 천황산(사자봉)에 이어 네번째로 밀리게 되는 셈이다.

신불평원은 분명 장관이다. 얼핏 역광에 반사돼 찬란한 금빛 억새만을 연상하겠지만 초록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 또한 일품이다. 파래소폭포로 내려서는 억새군락지는 신불평원보다 가을로 빨리 접어들고 있다. 약간 과장을 한다면 벌써 꽃이 펴 하얀 솜털을 날릴 태세다. 파란 물감을 쏟아부은 듯한 높은 가을하늘과 억새평원, 여기에다 장쾌한 조망.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일등 산행지다.

높이 15m 파래소폭포의 원래 이름은 '바래소폭포'.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면 단비가 내려 바라던 대로 이뤄진다고 해 '바래소'라 불리다가 이후 파래소로 이름이 변했다 한다. 지금도 소망을 비는 사연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많이 찾는다고 한다.

양산국유림관리소가 운영하는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하단)은 조그만 통나무집을 연상시킬 만큼 주변 환경이 일품이다.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억새나 단풍이 한창일 때 하룻밤 묵어가면 오랫동안 추억에 남을 듯하다. 7평 4만4000, 10평 5만5000원. 산행만 할 경우 입장료 1000, 주차비 3000원(경차 1500원). (052)254-2123

#교통편-언양서 배내행버스 종점까지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900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052-262-1007) 뒷문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배내행 대우여객 328번 버스를 타고 휴양림 입구 종점상회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20분, 10시. 900원. 이곳에서 휴양림까지 1.7㎞ 구간은 걸어야 한다.

종점상회 앞에서 언양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5시30분에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통도사·양산어곡지방공단 방향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직진~양산교 건너 우회전~대리 어곡 좌회전~배내골 용선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통과~신흥사 표지판~석남사 배내골 69번 지방도 우회전~비포장로(공사중)~'폭포가든' 대형 간판 지나 바로 우회전~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파래소폭포) 하단지구 이정표~파래소 유스호스텔 지나~휴양림(하단) 순.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밀양강 최고 걸작품 섬마을 삼문동이 한눈에

비슬지맥 마지막 구간…걷는시간만 5시간30분 강행군
정상에서 바라본 물돌이마을 삼문동 풍광 한폭의 그림
영남알프스 산군 배경 더하면 예천 회룡포보다 한 수 위
여름 코스 치곤 벅차지만 샘터 한 곳 있어 나서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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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산 정상에서 본 밀양시 삼문동 풍광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밀양강에 둘러싸여 있는 물돌이마을인 삼문동 좌측에는 영남루를 위시한 밀양시가지가, 맨 뒤로는 가지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 밀양강은 사진상의 우측으로 흘러 비슬지맥이 끝나는 붕어등 아래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얼핏 보기에는 영락없는 섬이지만 자세히 보면 섬은 결코 아니다. 이 섬 아닌 섬 주변을 강줄기가 한 바퀴 돌아나가기에 먼발치서 보면 마치 육지 속의 섬마을로 보이기 때문이다. 모래 한 삽만 뜨면 섬이 될 것 같은 육지 속의 섬마을을 두고 호사가들은 물돌이동 또는 물돌이마을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예쁜 이름을 안겼다.

 현재 널리 알려진 국내의 대표적인 물돌이동은 예천 회룡포, 안동 하회마을, 영주 무섬마을. 셋 다 경북 북부에 위치해 있다. 한 바퀴 휘감아 흐르는 물굽이와 금빛 모래톱으로 둘러싸인 육지 속의 섬마을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이를 보려는 관광객이 사시사철 전국에서 몰려든다.

 부산과 인접한 밀양땅에도 물돌이마을이라 부를 만한 곳이 있다. 바로 삼문동이다. 정확히 말해 삼문동은 앞서 언급한 세 곳의 물돌이마을보다 침식이 더 진행돼 엄연한 작은 섬이다. 밀양의 안산 종남산에 오르면 발아래 오롯이 확인된다. 규모나 주변 산세와의 조화를 고려한다면 경북 북부의 물돌이마을보다 한 수 위다. 한마디로 천혜의 경관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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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대동아파트를 뒤로 하고 산행이 시작되고(왼쪽), 종남산 직전 헬기장에서 본 종남산 정상.

 하지만 밀양의 물돌이마을인 삼문동에는 아파트촌이 들어서 고풍스러운 옛 맛이 남아 있지 않다. 되레 삭막하다. 농지와 시골마을 그리고 이를 감싸는 물굽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회룡포 등 기존 물돌이마을과 견줘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예천군은 회룡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회룡대라는 정자를 세웠고, 안동의 경우 하회마을보존회에서 전통 나룻배를 띄워 강 건너 마을 조망이 가능한 부용대로 안내하고 있다.

 흔히 장삼이사들이 품속의 보석의 진가를 잘 알지 못하듯 밀양시는 아직도 물돌이마을인 삼문동의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종남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밀양 삼문동을 잠시 살펴보자. 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밀양강과 그 좌측으로 영남루 등 밀양시가지 전체가 한눈에 펼쳐지고 물돌이마을 뒤로는 저 멀리 가지 운문 천황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 주요 산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한 폭의 한국화를 그려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풍광이 소위 밀양 10경에 왜 포함되지 않았는지 의아심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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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대에서 본 종남산 정상(왼쪽)과 종남산 정상석 및 남상봉수대 이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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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산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부산의 설송산악회(왼쪽)와 봉수대.

 만일 이 삼문동을 회룡포나 하회마을처럼 개발하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남겨두고, 이 풍광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종남산의 한 지점에 접근성이 빼어난 전망대를 조성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도심 속 섬마을로 유명세를 타면서 밀양을 넘어 전국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관광이라는 측면에서 백년대계를 세우지 못한 밀양고을 옛 원님들의 단견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영남알프스라는 천혜의 경관을 지닌 '산의 도시' 밀양시가 한번쯤 곱씹어야 할 대목인 듯 싶다.

 이번 주 산행지는 밀양 종남산~팔봉산. 산세로 봐선 비슬지맥의 마지막 구간이다. 다시 말해 낙동정맥 사룡산 분기점에서 선의 용각 비슬 화악산 등을 거쳐 낙동강으로 떨어지기 전의 구간이다.

 산행은 상남면 기산리 예림대동아파트~체육시설 오거리(관음사 갈림길)~봉화재~전망대~헬기장~비슬지맥 갈림길(방동 갈림길)~샘물 갈림길~종남산(남산봉수대·664m)~헬기장~임도(남산고개)~청도 김씨묘~유대등(철탑)~밤나무숲~철탑~팔봉산(삼각점)~비슬지맥 갈림길~상남면 연금리 외금동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정도. 해발고도는 높지 않지만 오르내림이 심해 여름 산행 치고는 다소 벅찬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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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 예림대동아파트 입구에서 50m쯤 가면 '가요무대 노래연습장'이라 적힌 간판이 눈에 띄는 건물 앞에서 좌회전, 아파트 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우측 포장로를 따라가면 갈림길. 좌측 로뎀나무어린이집 쪽 대신 직진하면 이내 갈림길. 약재로 쓰이는 맥문동밭에서 일하던 한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종남산에 가려면 좌측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축사 옆 좁다란 길로 살짝 오르면 임도. 이 임도는 종남산 산허리를 잇는 순환도로. 아쉽게도 이 임도를 제법 걸어야 한다. 100m 정도 걸으면 10시 방향의 제일 뒤 높은 봉우리가 종남산이다.

 5분 뒤 체육시설이 보이는 관음사 갈림길인 오거리. 이정표를 따라 좌측 헬기장(1㎞), 종남산 정상(2.7㎞) 방향으로 간다. 밋밋한 포장로가 부담스러워 산길이 없을까 기웃거리던 산행팀. 15분 뒤 마침내 좌측 산길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8분 뒤 임도와 만난다. 40m쯤 뒤 다시 산길로 올랐지만 이번엔 6분 뒤 임도와 만난다. 삼세번이라고 이번엔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질러 산으로 진입해도 역시 2분 뒤 임도로 내려선다. 하는 수 없이 임도를 따라간다. 2~3분 뒤 좌측 나무를 베어 벤치를 조성한 쉼터를 지난다. 봉화재다.

 여기서 50m쯤 가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성주 도씨 가족묘를 지나면 또 임도. 이정표가 안내하는 '남산 등산로 2㎞' 방향 임도 대신 이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산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임도로 걷다 모처럼 만난 산길. 하지만 코가 땅에 닿을 만큼의 된비알로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깔딱고개의 연속이다. 1차 목적지인 주능선상의 헬기장까지는 40분. 도중 만나는 우측 전망대에서 삼문동 물돌이마을이 보이니 잠시 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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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산에서 팔봉산 가는 비슬지맥길은 송림숲이 울창해 발걸음이 가볍다.


 헬기장에 서면 우측으로 봉수대가 확인될 정도로 종남산 정상이 손에 잡힌다. 대개 깔딱고개를 지나와 지친 상태에서 "저길 어떻게 올라가"하고 지레 겁을 내지만 20여 분이면 올라선다. 처음엔 3분쯤 내려간 후 능선삼각지에서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해 파란 물탱크 앞 삼거리를 만난다. 우측 '방동 가는 길'이라고 적힌 이 길이 비슬지맥길. 이 길로 내달리면 방동고개~우령산을 거쳐 비슬산 사룡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종남산은 비슬지맥에서 7분 정도 비켜나 있는 셈.

 이 비슬지맥 갈림길에서 50m쯤 오르면 '샘물터 150m'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상남면 청년회에서 만든 것이다. 이번 코스에서 유일한 샘터이니 참고하시길.

 정상석과 남산봉수대 이정석이 나란히 서 있는 정상 봉수대에 서면 조망이 가히 압권이다. 우선 물돌이마을과 밀양시가지, 그 뒤로 가지 운문 천황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그 우측 2시 방향으로 낙타등처럼 생긴 쌍봉인 팔봉산과 그 우측 뒤로 비슬지맥의 종점인 붕어등, 밀양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점, 하남평야가 확인되고, 그 뒤로 만어산 구천산 금오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좌측 뒤인 8시 방향으론 밀양시에서 보면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상인 복호암과 소가 누워있는 모습의 우령산이, 그 뒤로 화왕 관룡 덕암 종암산 등 창녕 밀양의 산도 확인된다.

 다시 헬기장으로 와서 우측 숲길로 향한다. 본격 비슬지맥 종주길이다. 곧 갈림길. 좌로 내려선다. 지형도를 봐도 한눈에 좌측으로 능선이 휨을 알 수 있다. 오래 전 태풍으로 인해 수목들이 쓰러져 있어 길찾기에 다소 애로가 있지만 국제신문 리본을 촘촘히 달아 놓았다.

 20분 뒤 임도에 닿는다. 산행 초입의 임도와 연결되는 길이다. 좌측으로 200m쯤 직진, 곡각지점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부드러운 솔가리길이지만 간벌을 하지 않아 죽어가는 송림길이다.

 이때부턴 이름 없는 무명봉을 수차례 오르내리며 능선길을 내달린다. 숲길 좌측으로 물돌이마을이 보이기도 하고, 청도 김씨묘를 지나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선 우측으로 종남산 정상도 볼 수 있다.

 이렇게 40여 분. 저 멀리 숲 사이로 팔봉산이 희미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때론 울울창창한 숲길이 헷갈리기도 하지만 비슬지맥 종주자들의 리본이 안내자 역할을 한다. 팔봉산의 모습을 본 뒤 30분쯤 뒤 송전철탑을 지난다. 철탑에는 '유대등(342m)'이라고 적힌 건건산악회 최남준 씨의 팻말이 걸려 있다. 비로소 1시 방향으로 팔봉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여기서 또다시 내려갔다 올라서면 뜻밖에도 밤나무숲. 화물운반용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다.

 밤나무숲에서 10분쯤 가볍게 오르면 잡풀과 덩굴이 무성한 지점에 철탑이 서 있고 이곳에서 다시 8분쯤 마지막 젖 먹던 힘을 다하면 삼각점이 있는 팔봉산(391m)에 오른다. 주변 숲에 가려 조망은 없지만 동쪽 으로 만어 구천 천태산과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달린다.

 하산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급내리막길이다.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 서면 우측으로 한국화이바 밀양공장이, 좌측으로는 상남면 연금리 외금마을이 동시에 보인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우측길이 비슬지맥길이지만 좌측 외금마을 쪽이 교통이 편리하기에 이 길을 택했다.

 갈림길에서 20분이면 산을 벗어나 마을에 닿고, 여기서 좌측으로 30m쯤 가서 만나는 우측 도랑을 따라 내려가면 버스정류장 인근의 '우리약국' 앞에 도착한다.

#떠나기전에-종남산, 영남루와 함께 밀양인들의 지지않는 망향의 표상

 밀양시 상남, 부북, 초동면에 걸쳐 있는 밀양의 안산 종남산은 영남루와 더불어 고향을 떠난 밀양사람들의 지지 않는 망향의 표상이다.

 산꾼들은 통상 이웃한 종남~덕대, 종남~우령산 종주 코스를 애용하지만 이 두 코스를 모두 소개한 산행팀은 비슬지맥으로 이어지는 무명의 팔봉산을 연결했다. 여름 코스로 다소 길지만 도중 샘터가 한 곳 있는 데다 물돌이마을과 주변 조망이 빼어나 한번 나서볼 만하다.

 종남산의 원래 이름은 자각산(紫閣山). 이후 밀양땅 남쪽에 위치해 있어 남산으로 불리다가 다시 종남산(終南山)으로 변했다. 옛날 큰 해일이 났을 때 이 산의 정상이 종지만큼 남아 종지산으로 불리다 역시 남쪽에 있어 종남산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또 의적 종남이가 숨어 살던 산이라 해 종남산이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종남산에 서면 섬마을인 삼문동을 감싸는 밀양강과 그 밀양강이 만나는 낙동강의 유장한 흐름 및 너른 들녘, 그리고 영남알프스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져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창우 대장은 주변 산세와 관련, 삼문동을 이렇게 비유했다. 만어산에서 굽이쳐 내려오는 능선은 산성산을 쳐올린 후 맨 끝으로 용두산에서 그 맥이 밀양강으로 빠져든다. 밀양강에 떠 있는 섬마을인 삼문동은 용의 여의주에 해당되지 않을까 라고.

#교통편-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남밀양IC로 나와 첫 번째 좌회전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 곧바로 밀양터미널로 가는 직행버스는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들머리 상남면 예림대동아파트행 버스는 오전 6시40분, 6시45분, 8시10분, 9시10분, 11시50분에 있다. 1000원. 시내버스의 경우 터미널에서 나와 길을 건너 LG슈퍼 앞에서 7-1번을 타면 된다. 9시5분, 10시10분, 11시40분(이상 평일), 주말엔 9시40분, 10시30분 추가. 택시(055-352-3333, 356-5656, 355-5555)를 이용하면 5000원 정도 나온다.

 날머리 외금마을(금동) '우리약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5번 버스를 타면 밀양역을 거쳐 밀양터미널에 갈 수 있다. 오후 1시33분, 2시53분, 3시38분, 4시18분, 5시48분, 6시23분, 7시38분, 8시29분. 밀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직행버스는 매 정시에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에 있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열차는 수시로 있다. 날머리에서 밀양터미널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6000원 안팎.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남밀양IC~청도 밀양 25번 국도 우회전~첫 번째 신호등(호야 카센터) 앞에서 좌회전~예림대동아파트 순. 날머리 외금마을에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5번 버스를 이용하면 들머리 예림대동아파트에 정차한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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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맛에 산행을 한다니까요. 지리산 대성골은 다양한 크기의 바위가 모두 둥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산꾼들에게 지리산은 언제나 마음의 고향. 가까운 봉우리를 오르내리다 자신감이 생기면 너나 할 것 없이 찾는 곳이 바로 이 곳 지리산이기 때문이다.
 평소 열명 남짓 하던 주말산행에 모처럼 지리산이라도 한 번 가려면 회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천왕봉 반야봉 등 20여개의 울창한 고봉준령에다 피아골 뱀사골 등 깊은 계곡에 그림같은 폭포가 걸려있는 민족의 영산(靈山) 지리산.

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번 주 산행은 지리산 계곡 중 방대한 산세와 깊은 골짜기, 그리고 유난히 둥근 바위와 시원하고도 장쾌한 물줄기가 돋보이는 대성골로 떠났다.

대성골은 6·25 전쟁 중 토벌대와 파르티잔 사이의 최후 격전지로, 분단의 아픈 현실을 간직한 현대사 비운의 현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50여 년의 성상이 흐른 2003년 8월의 대성골엔 당시의 흔적은 오간데 없고 물은 물대로, 바위는 바위대로 수천 수만년을 내려오면서 그래왔듯 묵묵히 인간이 하는 일을 모른 체 하며 지켜보고 있다.

산행은 하동군 의신마을~의신매표소~밤나무 단지~대성마을~원대성마을~철다리(작은세개골)~철다리(큰세개골)~전망대~삼거리(지리산 남부능선)~음양수~삼거리~산청군 거림골~거림매표소 순으로 6시간 내지 6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찾는 사람이 비교적 적어 유유자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2박3일간 지리산 종주가 아직도 아스라이 뇌리 속에 남아 있지만 지금은 다리힘이 달려 엄두를 못내는 중장년층에게 이 코스는 여름철 지리산의 향수를 달래기에 제격이어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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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곡과는 달리 산행길은 오를 때 일부 구간의 오르막을 제외하곤 비교적 평탄하다. 그러나 하산길인 거림골은 온통 바위길이라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그래도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하는 그 기분은 해 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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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대성골 코스는 대성교와 의신 등 두 군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대성교 코스는 현재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의신에서만 출발 가능하다. 두 지점은 2㎞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종점인 의신마을에서 내려 50m쯤 내려와 조그만 등산로 안내판이 보이면 시멘트길로 오른다. 눈에 띄는 간판은 선비샘 황토방. 이어 벽소령산장 간판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길을 잡고 여기서 100m쯤 직진하면 ‘지리산 공비토벌 루트 안내도’와 함께 ‘세석 9.1㎞’ 팻말이 서 있다. 본격 산행의 시작이다.

의신매표소를 지나면 백일홍 무궁화 개망초가 활짝 펴 있고 산비탈을 따라 돌면 밤나무가 잇따라 반긴다. 몇 차례 평탄한 산굽이를 돌면 ‘공비토벌 최후 격전지 2.8㎞’ 팻말이 나온다. 오른쪽 등산로는 폐쇄돼 있다. 대성교에서 출발하면 이 길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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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동자꽃 모싯대 까치수염.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서서히 오른쪽 저 멀리서 시원한 물소리가 다가온다. 10여분 지났을까. 대성계곡과 만나는 지계곡을 몇 개 지나면 이제 산길은 대성계곡과 근접한 채 나란히 달린다. 비 온 뒤라 유량이 방대하고 물소리 또한 엄청나다.

잇단 밤나무와 큰 소나무를 지나면 산 속 마을인 대성마을.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 걸린다. 해발 550m인 대성마을에는 현재 2가구만 살고 있으며 대성계곡과 가장 인접해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본 물은 제법 깊이가 있는데도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인상적인 점은 집채 만한 바위가 대부분 둥글다는 점. 둥근 바위들은 깊고 넓은 소(沼)의 물 속에 박혀 있고 더러는 솟아올라 불룩한 배로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또 조금이라도 높낮이가 있으면 폭포를 만들어 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어느 방향에서 보건 한 폭의 수채화다.

낙석주의를 알리는 절벽과 잇단 너덜지대를 지나면 대성마을의 원래 위치인 원대성마을. 집터 등 흔적은 보이지 않고 밭이었던 편평한 땅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모처럼 확 트인 하늘과 주변 봉우리가 보이면 물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작은세개골과 대성계곡이 만나는 합수점이다. 작은세개골 위로 철다리가 놓여 있다. 아직도 세석산장까지는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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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과 인상적인 산죽길을 지나 두번째 철다리가 보이면 큰세개골. 대성계곡의 본류인 큰세개골을 따라 오르면 지리산 최고의 기도처로 알려진 영신대. 하지만 이 코스는 정상적인 산길이 없기에 버리고, 철다리를 건너 왼쪽 가파른 산길로 오른다. 이 곳에서 해발 1,400m급인 지리산 남부능선까지 2.4㎞ 구간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코스. 물소리가 서서히 멀어지면서 흙길에 이어 돌밭길, 침목계단이 차례로 나타나는 이 구간은 강한 인내와 체력을 요한다.


1시간20분동안 바짝 땀을 흘리면 드디어 삼거리인 남부능선. 왼쪽 세석대피소 방향으로 간다. 오른쪽 길은 삼신봉 방향. 15분 후엔 전망대. 우측에 삼신봉이 보이고 정면에 촛대봉이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산죽길과 지그재그 산길을 반복하면 음양수. 큰 바위 사이에 나오는 석간수인 음양수는 마시면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신비의 물. 이곳에서 세석산장과 거림골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는 걸어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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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세석산장 500m 앞에서 거림골로 발길을 돌렸다. 우중산행으로 시간이 지체된데다 하산시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총 길이 5.5㎞인 거림골은 세석교 북해도교 천팔교 등을 지나 2시간 정도면 산청군 거림매표소에 닿는다. 대부분의 구간이 바위길이라 신경이 쓰이지만 재미있다. 거림골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세 줄기 폭포와 국립 진주산업대가 단 나무이름 팻말이 산행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

#
떠나기 전에-인파 적어 한적함 만끽

지리산의 중심은 과연 어디일까.
산꾼이라면 의신마을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영신봉~칠선봉~덕평봉~벽소령~형제봉~명선봉~토끼봉으로 이어지는 1,500m급의 지리산 주능선과 삼신봉으로 내려서는 남부능선이 의신마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은 우리 질곡의 현대사를 간직하고 있다. 바로 파르티잔 투쟁 때문이다. 그 중심지가 이번 산행의 주 코스인 의신마을~대성골이다.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의신마을 빗점골에서 사살되었고, 그 오른쪽의 대성골은 3일 밤낮으로 쏟아진 포탄과 화염으로 인해 피로 물든 죽음의 계곡이었다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수곡골, 작은세개골, 큰세개골 등 골골의 물이 대성골로 모여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면서도 인파에 시달리지 않는 한적함에 마지막 여름 산행지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대성골 산행은 온화한 산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도함을 자랑하듯 인내심을 요하는 산길도 기다리고 있다. 석간수인 음양수로 지리산의 정기도 맘껏 받아보자. 덧붙여 야생화의 환한 미소까지 담아오자.

하산 루트는 한신계곡이나 벽소령대피소로 내려서는 원점회귀산행, 천왕봉 또는 거림을 거쳐가는 1박2일이나 당일코스 등 다양하니 체력에 맞는 산행을 권한다.

#교통편-하동서 의신행 군내버스 이용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하동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을 시작으로 7시10분, 7시50분 등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9천5백원. 하동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서 의신행 군내버스는 오전 9시50분, 11시50분에 있다. 2천6백원. 1시간 정도 걸린다.

날머리인 거림매표소를 지나 5분 거리인 두지바구산장 앞 버스종점에서 덕산행 군내버스는 오후 3시, 5시50분(막차)에 출발한다. 4천6백원. 만약 막차를 놓쳤을 경우 택시(055-972-9393)를 타고 덕산까지 나가야 한다. 1만6천원 내외. 덕산에서 진주행 버스는 막차가 오후 7시50분에 지나간다.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서부터미널까지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10분. 6천원. 심야버스는 밤 10시, 11시, 자정에 출발한다. 8천5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하동IC에서 빠져나와 19번 국도~쌍계사를 지나면 의신마을에 닿는다.

 


'동남권 삼도봉' 품은 원효의 화엄도량
봄 진달래· 여름 계곡 · 가을 단풍·겨울 눈꽃
부산 울산 경남 경계… 보기보다 벅찬 코스
하산길 울창한 숲 도통골 폭포·소 더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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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봉(일명 불광산)을 지나 대운산 가는 도중의 전망대(왼쪽)와 대운산 정상.
 
 
 세 지자체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를 의미하는 삼도봉(三道峯). 백두대간에는 실제로 삼도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셋 있다.

우선 지리산 서부능선 상의 삼도봉(1550m). 경남(하동) 전남(구례) 전북(남원)의 경계에 솟아있다. 3도 경계라는 사실 이외에는 별 특징이 없다.

충북(영동) 경북(김천) 전북(무주)을 가르는 삼도봉(1177m). 이웃한 지자체가 완전히 달라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어가 흔히 붙는다. 정상에는 3개 도민들이 지역 간 화합을 다짐하기 위해 세운 대화합 기념탑이 서 있다. 오리지널 삼도봉의 남쪽 바로 아래에 위치한 또 다른 삼도봉(1249m)은 경북(김천) 전북(무주) 경남(거창)의 경계에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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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수염(왼쪽)과 꿀풀.

부산 인근에도 찬찬히 찾아보면 이와 유사한 삼도봉이 속한 산이 하나 있다. 바로 대운산 660봉이다. 흔히 주봉은 울산과 경남 양산의 경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주봉의 남서쪽에 위치한, 지금도 기장 장안사 쪽에선 불광산이라 불리는 660봉이 부산 기장, 울산 울주, 그리고 양산 웅상의 경계를 이루며 삼도봉 역할을 하고 있다.

원효의 마지막 수도처로 알려진 대운산은 전형적인 육산. 양산 웅상의 명곡이나 기장 장안사 인근 척판암, 그리고 울주 상대주차장 등 어디로든 접근이 용이해 영남알프스 못잖게 지역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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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왼쪽)와 속은노루오줌.

단지 가깝다는 이유만은 결코 아니다.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가,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 가을이면 만산홍엽 단풍이, 겨울이면 동해와 인접해 연신 내리는 눈으로 사시사철 꾸준히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특히 여름이면 주 계곡인 상대계곡을 비롯, 도통골 박치골 내원암 계곡 등은 전국의 많은 산꾼들로 붐빈다.

하지만 부드럽고 그윽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 속살로 파고 들면, 암팡진 산세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은근히 체력을 고갈시킨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빼어난 절경은 아니지만 일부 구간에선 기복이 심해 여름철에는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고 말했다.

   
산행은 울주군 온양읍 상대 제3주차장~능선 안부~장안사 갈림길~첫 이정표~잇단 척판암 갈림길~능선 삼거리~벤치에 이어 660봉~시명산·대운산 갈림길~대운산 정상~헬기장~제2봉·도통골 갈림길~도통골~무명 폭포와 너른 소~대피소(화장실)~임도~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으로 한여름 산행지로는 다소 벅찬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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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대운산 등산안내판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15m쯤 떨어진 지점, 왼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입구에는 리본이 많이 달려있다.

처음부터 오르막의 연속이다. 한적한 숲 발 아래는 까치수염 노루발 등이 눈에 띈다. 13분 뒤 너른 터이자 능선 안부. 왼쪽은 상대마을, 오른쪽으로 간다. 10m쯤 뒤 다시 갈림길. 오른쪽 능선길 대신 뚜렷한 왼쪽길로 간다. 이내 지계곡. 건너면 갈림길. 왼쪽은 명례마을 하산길, 오른쪽으로 간다.

무덤과 사거리 안부를 잇따라 지나면 비로소 우측에 대운산이 숲 사이로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등로는 대운산을 향해 시계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지형지물 하나없는 평범한 산길이 계속된다. 등로 왼쪽은 장안사(부산 기장), 푹 꺼진 오른쪽은 상대계곡(울산 울주) 방향이다. 등로 한 지점에선 장안사 주차장과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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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골 하단부에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3단 폭포와 너른 소가 기다린다. 예상치 못한 이 명소에 50대로 보이는 산꾼들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수영을 즐기고 있다.
 
그늘이 시원한 절개지 삼거리에 서면 비로소 확 트인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 대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17분 뒤 V자 소나무 앞 삼거리서 첫 이정표. 왼쪽 시명산 방향으로 간다.

4분 뒤 다시 척판암 갈림길. 골바람이 시원하다. 두 번째 척판암 갈림길을 지나면서 오름길이 시작된다. 깔끔한 월성 김씨 묘를 지나 100m쯤 더 가면 능선 삼거리.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의 산줄기와 등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정표 기둥만 달랑 서 있다. 그 옆으로 한전 기장지점에서 걸어놓은 대운산 플래카드가 보인다. 이 길은 통상 장안사쪽에서 척판암을 거쳐 대운산 또는 시명산으로 향하는 등로이다.

직진한다. 하늘을 가린 울창하고 넓은 숲길이 이어진다. 까치수염 군락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30여 분. 보랏빛 꿀풀 군락지를 지나면 된비알이 기다린다. 도중 입구에 리본이 걸린 오른쪽 갈림길이 하나 열려 있지만 무시하고 힘든 오름길을 택한다. 밧줄도 매어져 있다.

된비알이 끝날 무렵 벤치 둘. 여기서 2, 3분 뒤 만나는 정점이 부산 울산 양산의 경계지점이자 일명 삼도봉인 660봉이다. 사위가 꽉 막혀 있다. 왼쪽이 부산 기장, 정면에서 2시 방향까지 경남 양산, 오른쪽이 울산 울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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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갈림길. 직진하면 시명산, 대운산을 향해 우측으로 내려선다. 2분쯤 지나 왼쪽 뒤로 시명산 가는 길이 하나 더 나온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부산을 벗어나 등로 왼쪽은 양산, 오른쪽은 울산이다.

시명사와 상대계곡으로 각각 빠지는 사거리를 지나면 바람이 시원한 벤치에 닿는다. 다시 내리막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대운산 정상이 아득하다.

등로는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로 이어진다. 고행길이 한 번 남은 셈이다. 숲 속 한 켠의 털중나리꽃이 반갑다. 17분쯤 땀을 바짝 흘리면 돌탑이 나타나고 여기서 우측으로 5분 더 가면 마침내 대운산(742m) 정상. 정상석을 등지고 10시 방향의 봉우리가 시명산, 정상석 뒤 저 멀리 동해 바다는 흐린 날씨 탓에 아쉽게 희미하다.

왼쪽 대운산 제2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정상에 서 있는 등산안내도 상의 ③번 길이다. 정상석 뒤 상대마을로 직진하는 길은 ④번이다. 두 길은 계곡물이 불어나는 지점에서 만난다. 흔히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큰바위 인근의 용심지(암자터)는 ④번 길에 있다.


곧 헬기장. 우측 저 멀리 소나무 한 그루가 선명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제2봉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제2봉이니 오른쪽 상대마을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급경사길이어서 밧줄이 매어져 있다. 15분쯤 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사실상 급경사길은 끝. 이때부터 두 갈래로 지계곡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숲이 울창한 데다 너른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가 여느 이름난 계곡 못지 않다.

이렇게 10여 분. 용심지쪽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정상에서 1.8㎞ 지점. 산행 막바지다.

다시 10분 뒤 산길을 벗어나면 첫 번째 대피소. 이때부터 임도. 3분 뒤 도통골의 백미 폭포와 너른 소에 닿는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7, 8명의 산꾼들이 팬티만 입은 채 물놀이할 정도로 깊고 넓다. 여기서 두 번째 대피소를 지나 들머리인 주차장까지는 대략 3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660봉,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 
 
기장 장안사나 척판암에 가보면 아직도 관광안내판에 불광산(佛光山)이란 이름이 나온다. 동국여지승람이나 이곳 오래된 읍지에 불광산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 삼각산도 이 불광산에 포함된 듯하다.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후 이 불광산이 대운산 삼각산 시명산으로 각각 새 이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기장 장안사쪽에선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를 지금도 불광산이라 부른다. 오래 전과 달리 협의의 불광산인 셈이다.

이창우 대장은 "지금처럼 대운산의 존재를 인정할 경우, 주변 산세를 고려해볼 때 660봉을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하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날머리 도통골은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골짜기. 이 도통골이 한국전쟁 당시 부산과 가장 가까운 파르티잔의 소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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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엔 관광도.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왼쪽)과 내원암 주차장 내 5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를 형상을 하고 있다.

상대마을의 한 팔순 노인에 따르면 1951년 말 대운산에는 50여 명의 북한 패잔병들과 50여 명의 토착 파르티잔이 있었는데 그 본부가 도통골 끝자락이었다. 이들의 대장은 홍길동으로 불리는 인물로 워낙 신출귀몰한 기습을 해와 수 차례에 걸친 경찰의 토벌이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이듬해 봄 산불을 질러 파르티잔을 괴멸시켰다. 그 영향으로 도통골을 비롯한 대운산은 지금도 아름드리 나무가 드물다.

# 교통편-남창서 상대마을까지 마을버스 이용

해운대역 맞은 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800원. 지하철 2호선을 탈 경우 해운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남창에서 하차한 후 길건너 맞은 편에서 대운산(상대마을) 가는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10분, 11시10분. 900원. 대운산 제3주차장에서 남창행 마을버스는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7시30분. 남창에서 해운대 터미널행 버스는 자정까지 있다.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전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5분 두 차례 있다. 1시간 걸리고 2800원. 남창에서 부전역행 열차는 오후 6시2분 단 한 차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부산과 울산을 잇는 14번 국도를 타면 된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온양~기장군청 지나~울산 울주군 온양읍 입간판 지나~장안사 입구 지나~상대 하대 대운산(입구에 '산여울' 간판)~대운산 내원암 계곡~굴다리 통과~대운산 제3주차장 순. 주차비 무료.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밀양 구만산은 평소엔 뜸하다가 여름철만 되면 전국에서 산꾼들이 모여드는 전형적인 계곡산행지이다. 오를 땐 통수골(구만계곡)로 올라 내려올 땐 가인계곡으로 내려오는 계곡산행의 고전이다. 가인계곡으로 내려와 봉의저수지를 지나면 밀양에서 가장 오리고기가 맛있다는 인골산장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최고의 계곡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어서 떠나보자.


근교산&그너머 <493> 밀양 구만산 계곡산행

시원한 원시 비경속으로 '물 좋은 산행'

左 통수골 右 가인계곡
구만폭포·기암절벽 장관
정상길 햇볕 노출 급경사
 
   
 
계곡 산행은 계곡 좌우로 열린 산길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폭포와 소, 담을 바라보며 걷는 밋밋한 발걸음은 결코 아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물살에 씻기고 땡볕에 달궈진 암반 위의 계류를 온 몸으로 체험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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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 시작됐다. 주차장에서 20분쯤 걷고 계류를 건너 바위틈새를 통과한다. 폭포산행을 위해선 이쯤이야, 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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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줄을 잡고 올라 직벽에 세워진 쇠사다리를 오르면 본격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때론 물길을 낭창낭창 걷기도 한다. 수십m 의 수직 절벽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낙하하는 폭포수를 만나면 이내 온 몸을 내던진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넘실대는 파도와 한 판 승부를 펼치는 해수욕장의 풍경과는 차원이 다른 선계(仙界)에 다름 아니다.

이번주 산행팀은 계곡산행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밀양 구만산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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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옆 산길도 있지만 계곡화를 준비한 센스있는 산꾼들은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구만산을 꼭짓점으로 왼편에는 통수골, 오른편에는 가인계곡이 절묘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산행 시간의 70%쯤이 계곡인 그야말로 맞춤형 계곡 산행지이다.

경남 밀양 산내면과 경북 청도 매전면의 도계(道界)를 이루는 구만산은 영남알프스 산군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운문산에서 출발, 억산~구만산~육화산~용암봉~중산~낙화산~보두산~비학산을 거쳐 밀양강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3.7㎞에 달하는 운문지맥의 한 봉우리이기도 하다.

계곡을 벗어나면 구만산은 그저 평범한 산이다. 해발도 785m로 영남알프스 산군 중 낮은 축에 속하고 전망도 수목에 가려 온전치 못하다.

계곡 말고는 어디 하나 자신있게 내세울 게 없다. 오죽했으면 임진왜란 당시 구만 명이 난을 피해 은신한 곳이라 하여 구만산(九萬山)으로 명명됐을까. 4㎞가 넘는 골짜기에는 구만폭포와 천태만상의 기암이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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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산으로 올라와 돌탑을 지나면 마침내 구만폭포. 야호!


 
하산길의 가인계곡은 통수골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계곡은 한마디로 중후하다. 유량도 풍부한데다 바윗돌의 규모가 엄청나 얼핏 지리산의 계곡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가인계곡은 숲에 가려 계곡의 물소리만 들릴 뿐 산길에선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접근하기 위해선 작은 소로를 따라 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름 한 철 붐비는 여타 계곡에 비해 아직 원시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행은 구만산장 입구~구만암~구만약물탕~철사다리~잇단 너덜~구만폭포~전망대~구만산 정상~양촌마을 갈림길~육화산·억산 갈림길~봉의(인곡)저수지·억산 갈림길~가인계곡~너덜~봉의저수지 지나~(인골산장)~가인리 인곡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안팎이지만 계곡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산꾼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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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이용하면 구만산장 입구의 주차장에 주차한 후 곧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송백리 농협판매장 앞에서 내려 들머리 구만산장 입구까지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산내초등 우측 담장~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턴~봉의교~양촌 이정석~우리이용원~구만사 입구 순이다. 도중 길가에는 며느리밑씻개 닭의장풀 참깨꽃 땅콩꽃과 풋열매가 열린 대추나무 감나무 사과나무가 객을 반갑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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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를 만나면 남녀노소, 나이를 잊은 채 신나게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가만가만, 성인 남녀혼탕이네.

구만산장 입구 주차장에서 구만암을 지나 계곡산행의 기점이 되는 구만약물탕까지는 대략 20분. 약물탕은 계류 우측에 위치한 4, 5m 높이에서 두 세 가닥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로, 예부터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계류를 건너 바위틈새를 통과, 쇠줄을 잡고 올라 직벽에 세워진 쇠사다리를 오른 후 바위 가장자리를 따라 조심스레 걷는다. 이때부터 본격 계곡산행. 전국의 내로라하는 계곡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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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를 뒤로하고 산길을 오르면 어느새 정상. 흔적을 남겨야지. 김치!
 
계곡 옆으로 난 숲길도 좋지만 계곡화나 샌들을 준비했다면 계곡수를 따라 오르는 재미 또한 일품이다. 너른 소가 있는 그늘진 명당 곳곳에는 아예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피서를 즐기는 팀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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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체력도 좋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하산길인 가인계곡에서 한 판 더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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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뿌리를 뽑아라. "전 계곡이 제일 좋아요!"


산길은 주로 계곡 왼쪽으로 나 있지만 수 차례 계곡을 건넌다. 주지 사항 하나. 간혹 계곡을 건너야 되는 지점에서 정면 산길이 반듯하다고 그쪽으로 오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웃한 육화산 가는 길이므로 유의하자. 적어도 구만폭포까지는 산길과 계곡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멀어지지 않는다.

구만폭포는 약물탕에서 50분이면 닿는다. 계곡으로 올라오면 더 걸린다. 하지만 이 시간은 의미가 없다. 중간중간에 지체하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니까.

족히 40, 50m쯤 돼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구만폭포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그 아래 시퍼런 물빛의 너른 소에는 10여 명이 물장구를 치고 있다. 어른 키보다 훨씬 깊다고 한다. 대개 여기서 점심식사를 한다.계곡산행은 사실상 여기서 끝. 산길은 폭포 왼쪽으로 열려있다.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된비알의 연속이다. 폭포를 에돌아가는 길이다. 5분쯤 뒤 발아래로 폭포 아래쪽이 아스라이 멀어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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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해서 회식을 할 인골산장(왼쪽)이 보이고, 막바지 봉의저수지를 지나면...

정상으로 가는 길은 뙤약볕에 노출된 급경사 오르막이다. 왼쪽 뒤론 청도의 육화산에서 흰덤산으로 가는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40여 분 뒤 전망대. 정상은 조망이 없으니 여기서 꼼꼼히 확인하자. 정면 오례산(성)과 그 왼쪽 뒤로 화악산 남산 비슬산, 육화산 왼쪽으로 용암봉 백암산 낙화산 보두산이 확인된다. 바로 앞 물길은 동창천이다.

전망대에서 정상은 12, 13분. 정상석 하나 달랑 있고 사방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그냥 스쳐간다. 길찾기에 유의할 세 지점이 있다. 5분 뒤 삼거리봉. 나무에 양촌마을이라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다. 왼쪽으로 간다. 7분 뒤 다시 갈림길. 뚜렷한 왼쪽길은 흰덤산 육화산 방향이라 오른쪽 억산 가지산 운문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다시 8분쯤 뒤 갈림길. 왼쪽 억산 방향이어서 오른쪽 인곡저수지(2.5㎞) 쪽으로 향한다. 본격 하산길이다.    
 
세 번의 갈림길만 잘 찾으면 하산길은 만사형통. 25분 뒤 시야가 트인다. 왼쪽 기암절벽 우측 저 멀리 문바위와 그 오른쪽 북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5분 동안 꼬불꼬불 산길로 내려서면 마침내 가인계곡. 유량도 많고 규모 면에선 구만계곡보다 한 수 위다.

물을 건너 계곡 왼쪽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선다. 중간에 계곡에서 쉬었다 가려면 소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서면 된다. 계곡 시점에서 봉의저수지까지 20분 걸리고 여기서 다시 인골산장까지 9분 소요된다. 산장에서 버스정류장이 있는 도로까지는 20분 걸린다.

# 교통편- 밀양서 시외버스타고 송백 하차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석남사행 버스를 타고 송백에서 내리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요금은 각각 7000, 6700, 3400원. 밀양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터미널을 경유한다. 20분 소요. 터미널에서 석남사행 버스는 오전 9시35분, 10시40분, 11시10분에 있다. 1900원. 날머리 가인리에서 밀양행 직행버스는 오후 3시40분, 4시15분, 4시45분, 5시15분(완행), 5시45분, 6시15분, 6시35분, 7시15분, 7시35분(막차). 2200원.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표충사 얼음골 방향)~산내면 방향~산내면사무소·용전리 우회전~동천(용전교 건너)~구만폭포 구만산장~팔풍~산내면사무소~산내초등 우측 담장~봉의교~구만산장 입구 주차장 순. 인골산장에서 구만산 입구인 가라마을까진 택시(055-352-7550, 011-488-6104)를 이용하자.

# 떠나기전에- 인골산장의 흑염소와 닭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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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깍! 맛있겠다.
 
만일 승용차로 갔다면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과 여기서 불과 1.2㎞ 지점에 위치한 호박소를 찾아보자. 밀양에선 알아주는 피서지다. 높이 10m, 둘레 30m인 호박소의 시퍼런 물빛은 뭣이라도 삼킬 듯한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봉의저수지 입구에는 인골산장(055-353-6531)이 있다. 산꾼들에겐 아주 유명한 집이다. 후덕한 주인 부부의 마음씨와 별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닭 오리 백숙과 흑염소 등이 주메뉴. 방목하는 흑염소는 주문을 받으면 직접 잡아와 요리하며 토종닭과 오리도 직접 키워 약이나 다름없다. 밑반찬 모두 유기농 야채이거나 산에서 직접 캐온 것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다시찾는 근교산 <348> 남해 망운산

'발아래 남해 비경, 오를수록 황홀'


 
  남해 최고의 전망대답게 망운산 산행길에는 장쾌한 조망이
곳곳에 열려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왼쪽 섬이 창선도이고
오른쪽은 남해 본섬 자락이다. 그 사이에 자리잡은 강진만이
남해읍내를 에돌고 있다.
금산(錦山)과 망운산(望雲山).

천년 고찰이자 관음기도처로 유명한 보리암을 품고 있는 금산이 남해를 찾는 외지인들의 필수 코스라면 남해 망운산은 남해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그래서 더이상 외지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어머니품 같은 산이다. 망운산은 해발 785m로 우리나라 섬 산 중 제주도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 다음으로 높다. 부초처럼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섬들을 누르고 남해땅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남해바다 최고의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기암괴석이 온 산을 감싸고 있는 금산에선 상주해수욕장 등 남동쪽 바다밖에 보이지 않지만 망운산은 주변 지형과 높은 고도 덕분에 어느 방향으로도 조망이 거침없다.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도 감탄사가 자신도 모르게 한번쯤은 터져 나오는 황홀경에 직면할 정도.

사찰 등 대개의 명승지가 관광지로 탈바꿈돼 세속화되고 있지만 망운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망운암은 아직은
동자승의 눈빛 마냥 티없이 맑다.

망운산 산행은 흔히 화방사에서 출발하지만 이번 산행은 장쾌한 조망을 즐기기 위해 그 반대편인
관대봉~망운산~망운암 코스를 택했다.

산행은 서면 신촌마을에서 시작, 장군봉~공동묘지~관대봉~주능선~망운산 정상~망운암~저수지
~오동마을로 하산하며 대략 4시간이 걸린다. 지능선에서 산행이 시작돼 등산로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남해공용터미널에서 10분 거리인 신촌마을에서 하차한 후 버스 진행방향과는 역으로 200m 걸으면
언덕 어귀에 망운산 등산로 안내도가 보인다. 이곳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혹은 버스기사에게
양해를 구해 망운산 등산로 입구에 내려달라고 부탁해도 된다.

100m쯤 오르면 등산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비 온 뒤의 쾌적한 환경 때문인지 새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산길 바로 옆으로 무덤이 잇따라 터를 잡고 있지만 하나같이 묘를 정갈하게 써놓아 보기가
 좋다. 곧 약수터가 나온다. 그 옆에는 벤치가 두 개 있으므로 잠시 쉬어가자. 망운산 정상이 왼쪽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신기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오른쪽 길 옆에는 체육공원이 보인다. 지도상으로
이곳이 장군봉인 듯.

 

잠시 스쳐 지나가지만 매우 인상적인 측백나무숲을 지나면 우측으로 강진만의 푸른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창선도가 남해도와 마주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량도도 희미하게 시야에 잡힌다. 발밑으로는 남해공설운동장을 비롯한 남해읍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망운산 정상과 신기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10여분 뒤 한번 더 나오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남은 거리가 적혀있지 않다.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택한다. 전방이 확 트인 공동묘지가 기다린다. 어림잡아 20여기. 무덤 위로 활짝 핀 보라빛 패랭이꽃이 앙증맞다. 노란색의 원추리꽃 군락지를 지나면 꽤 넓은 경사진 반석이 나온다. 쉼터이자 전망대다. 고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조망범위도 넓어졌다.
 오른쪽으로 여수만과 오동도 돌산도 등 전라도 여수땅이 새로이 나타나고, 창선도 뒤로 삼천포
이쯤이면, 올라갈수록 멋진 조망에 매료돼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길도 전혀 힘들지 않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20여분 후 정면에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가 가로막고 서 있다. 왼쪽으로 크게 에돌아
바위 뒤로 가서 밧줄을 타고 오른다. 관대봉 정상이다. 남해사람들은 가마봉 혹은 시루봉이라고도 부른다.
관대봉은 관음보살상 좌우에 화엄신중이 호위하는 형상이라서, 가마봉과 시루봉은 멀리서 보면 각각
가마와 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머리 뒤로는 망운산 정상이 가까이 보인다.


 
  산행도중 만난 노란색의 원추리꽃.

이제부터 어른 가슴높이 만큼 자란 잡풀을 헤치고 오른다. ‘사르르’ 풀 헤치는 소리와 끊임없이 지저귀는 새소리가 한데 어울려 귀를 즐겁게 한다. 짬짬이 나오는 바위를 넘고, 도는 것도 재밌다.

관대봉에서 볼 땐 제법 가파르게 보이던 길이 막상 오르다 보니 그렇지가 않다. 역시 산길은 부딪쳐 봐야 알 일이다. 이렇게 35분 정도 오르면 세갈래 길이 나 있는 주능선에 닿는다. 광양항과 광양제철소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하동발전소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왼쪽은 방송중계소 가는 길,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7, 8분 후 ‘직진 망운산, 우측 망운암’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마지막 피치를 올리면 망운산 정상. 이름처럼 항상 맑은 구름이 머무른다는 이곳 정상에 오늘 따라 온 사방에서 농도 짙은 운무가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하산은 돌탑과 그 뒤쪽의 작은 정상석을 지나 경사가 심한 좁은 비탈길로 시작된다. 석간수를 지나
바윗길로 걷다보면 어느새 망운암에 닿는다. 고려때 진각국사가 창건한 작은 암자. 가파른 산기슭
비좁은 터에 관음전 임법당 요사채 삼성전 등이 일자로 처마를 맞대고 있고, 수십m가 족히 되는 주변의
기목나무가 암자의 역사를 말없이 대변한다.

선서화로 유명한 성각스님이 주지인 망운암은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돌로 만든 간결한 일주문을
지나 우측으로 난 길로 하산한다.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았는지 길이 아주 묵었다. 30여분 길을
헤치고 나아가면 물소리가 시원한 계곡이 나오고, 이 계곡을 건너 산길을 내려가면 오동저수지.
저수지에서 다시 15분 정도 걸으면 오동마을이 나온다.



'떠나기전에'

망운산은 남해의 진산이다. 이 산은 철쭉으로 특히 유명해 ‘5월의 산’으로 불리지만 전망이 워낙 뛰어나 휴가철 남해를 찾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남해하면 금산 이외는 오를 산이 없는 것처럼 외부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해군민은 군민만을 위한 망운산을 남해의 제1산으로 여기며 외부에 알려지길 꺼린다. 그 만큼 소중히 생각하며 한편으론 감추고 싶어 하는 산이다. 남해읍을 끼고 병풍처럼 두른 망운산은 서면 고현면을 아우르고 있다. 정상 부근에는 나라의 위급함을 알린 봉수대 터와 기우제를 지낸 흔적 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는 방송중계소가 망운산 정상에 위치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산행을 해보면 망운암 뒤에 솟은 봉우리가 정상으로 인정돼 이곳에 정상석이, 그것도 2개가 돌탑과 함께 서 있다. 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산도 오르고 바다도 함께 즐겨보자.



'교통편'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남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20분을 시작으로 20~30분 간격으로 있다. 9천8백원. 산행 들머리인 신촌까지는 남해공용터미널 정문 앞에서 내금선 방향의 공영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10분, 11시40분. 500원. 산행 날머리인 오동마을에서 남해공용터미널까지 공영버스는 오후 1시40분, 4시10분, 5시40분(막차)에 있다. 500원. 만일 차 시간이 맞지 않거나 막차를 놓치면 걸어서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남해공용터미널까지 걸어가도 된다. 남해공용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 3시30분, 4시5분, 4시35분, 5시5분, 5시30분, 5시55분, 6시20분, 7시5분(막차)에 있다. 9천8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진교IC를 빠져나와 1002번 지방도~남해대교~19번 국도를 타고 남해읍 남해공설운동장을 지나 좌회전하면 망운산 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차를 들머리에 주차했다면 오동마을까지 그리 멀지 않으니 자연을 벗삼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오동마을~아산마을~남양아파트~신기마을~망운산 입구.

/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산행대장=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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