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32> 산청 석대산

분재같은 홍송·기암괴석 산꾼 화가 영감에 빠지다


본지 근교산 애독자인 진주 조규한 화백 동행
하늘 찌르는 상투바위·가파른 암릉, 숨은 명산
상봉 내려오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 살짝 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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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바위에 오른 산꾼화가 조규한씨. 발밑에는 지리산 주변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꽃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번 산행에는 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꾼화가 조규한(54) 씨가 동행했다. 근교산 시리즈의 애독자이자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산행팀과 꼭 한 번 산행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30여 년 동안 산에서 작품을 구상해온 ‘지독한’ 산꾼화가였다. 지리산 종주 23회, 천왕봉 등정 120여 회 등 그가 섭렵한 봉우리만 500여 곳. 지금도 한달에 대여섯 번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산행은 그의 생활의 일부분이다.
“평생 산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화가로서의 고된 작업에서 오는 고독감과 쓸쓸함을 산을 오르면서 털어버립니다. 산이 제 그림의 원천이자 고향인 셈이죠."
그는 지난해 합천 황매산 산골에 위치한 `바람흔적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주제도 산을 통한 자신의 삶의 궤적을 그린 `나의 삶·나의 산=산울림'. 산꾼화가다운 발상이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괜찮은 반응에 한층 고무된 그는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산 속 전시회가 바로 그것. 시기는 딱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철쭉이 들불처럼 타오르는 내년 이맘때쯤 지리산 세석산장에서 열 계획이다.
그날 그는 스케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에 오르면서 끊임없이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고 있었다. 그의 그림은 반추상이다. 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산에서 받은 심성과 느낌을 체화해 화폭에 담는다.
선배 산꾼답게 그는 오랜 세월 산행을 하면서 터득한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
“자주 산행을 하다보니까 산의 높낮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나 자신이 지금 산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미협회원인 조 화백과 함께 오른 산은 산청의 석대산(石岱山·534m). 이웃한 진주에서 작업하고 있는 베테랑 산꾼 조 화백도 금시초문이란다.
웅석봉 가는 길목, 다시말해 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으로 가는 길과 나란히 달리는 나즈막한 산이다. 도심에 있었다면 적당히 대접받았을 법한 괜찮은 산인데 지리산 자락에서, 그것도 한 귀퉁이에 숨어 있으니 웬만한 산꾼도 알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한마디로 작지만 위엄있는 산이다.
`돌 석(石), 태산 대(岱)' 자에서 알 수 있듯 능선 상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상투바위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조 화백도 한마디 거들었다. “기암괴석과 홍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암릉길의 풍광은 이른바 명산에 필적할 만큼 아름다운데요."
산행은 윗진자마을 경로당~개울 건너 낮은 절개지 올라~40여분 암릉길~헬기장~석대산 정상~삼각점 봉우리~밤나무밭~철탑~권씨가족묘~석대산 남가람봉~삼각점~상투바위~도로~청계리휴게소 앞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며 들머리 부분만 잘 찾으면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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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한씨가 산행후 그린 산행팀에 보내온 '석대산=산울림'. (10호).


윗진자마을 경로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계단식 논밭을 따라 산으로 향한다. 7분 뒤 갈림길. 우측 계곡물이 열목어가 보일 만큼 맑다.
좌측 너른 밤나무길로 간다. 10분 뒤 실계곡을 건너 낮은 절개지로 오른다. 길이 묵어 희미하지만 그런 대로 갈 만하다. 묘지를 지나면 사거리 안부. 석대산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치고 오른다. 150m쯤 뒤 `석대산 가는 길'이라 적힌 빨간 리본이 보이면서 점차 경사가 심해진다. 이내 암릉길. 기암괴석과 어울리는 홍송 서너 그루가 인위적으로 만든 분재처럼 독특한 자태로 눈길을 붙잡는다. 고개를 돌리면 옥산 백운산 금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점차 경사가 심해져 두 세 차례 밧줄을 잡고 오른다. 15분 뒤 우측 전망대에 서면 좌측으로 진양호와 집현산, 그 뒤로 의령 자굴산 한우산 산성산이, 정면엔 경호강과 월아산 방어산이 확인된다. 명당인 진양 강씨묘를 지나면 사실상 암릉길은 끝. 숲길로 들어선다. 곧 길 왼편에 작은 전망대. 지리산 남부능선과 중봉이 보인다. 오른쪽 임도가 보이는 산은 웅석봉. 그 앞 낮은 봉우리가 석대산 정상이다.
헬기장을 지나 10분 뒤 다시 암릉길. 여기서 5분 뒤면 석대산 상봉. 정상석은 없고 누군가 돌탑을 쌓아놨다. 곧 길 왼쪽에 전망대. 지리산 천왕봉이 초승달만큼 보이고, 그 우측에 중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삼각점 봉우리.
하산길은 억새길. 꿩과 노루 두 마리가 연이어 정적을 깬다. 20여 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청계저수지와 웅석봉이 가까이 와 있다. 주변은 밤나무밭. 왼쪽 발밑에는 고산습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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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경호강과 대전통영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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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조규한 씨와 이창우 산행대장(오른쪽).

이 즈음 길이 보이지 않아 능선을 타기 위해 위로 치고 오른다. 사실상 개척산행이다. 일순간 시야가 다시 트이며 근처 암봉에 선다. 둔철산과 철탑 뒤로 정수산, 대성산이 펼쳐지고 우측에는 경호강 물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송림을 헤치고 암봉 넘기를 수 차례.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난다. 계속 직진하면 철탑과 권씨가족묘를 지난다. 왼쪽 숲길로 가지만 뚜렷한 길은 없다.
100m 정도 치고 오르면 다시 마을에서 올라오는 좁은 길과 만난다. 직진하면 곧 남가람봉. 정상석 뒤에는 해발 700m라 적혀 있지만 산행팀이 지형도를 확인한 결과 568m임을 밝혀둔다. 정상석 옆 삼각점 봉우리에 서면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3번 국도, 그리고 경호강이 나란히 달린다.
다시 암릉길. 경호강을 중심으로 저 멀리 `좌 웅석봉, 우 둔철산'이, 왼쪽 발아래는 청계저수지가 펼쳐진다.
곧 눈앞에 아슬아슬한 암봉이 나타난다. 이번 산행에서 전망이 가장 빼어나고 스릴있는 지점으로 반드시 이를 통과해야 한다. 산행 후 만난 어르신은 상투바위라고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봐왔던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상투바위를 넘어서면 지리산 주변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꽃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후 암릉을 벗어나 산길로 20여 분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선다. 하산길이다. 10분 뒤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내려선다. 5분 뒤 도로와 만난다. 여기서 청계리휴게소 앞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걸린다. (2005. 5)


# 떠나기전에 - 산행 내내 진달래가 방긋. 단속사지·겁외사 등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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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산은 진달래산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산행 내내 진달래가 도열해 산꾼들을 반겨준다.


무명의 석대산은 정보가 거의 없어 산행팀은 무작정 떠났다. 전형적인 진달래산이었다. 비슬산이나 비음산마냥 능선 전체가 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이 아니라 4시간 이상 걸리는 산행 내내 진달래가 산꾼들을 줄곧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온라인 상에 자료가 없었기에 산행팀만 예상치 못한 호사를 누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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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산 능선을 배경으로 한 단속사지 동·서 3층 석탑.


승용차를 갖고 온 경우 단성IC로 가기 전에 짧은 코스지만 문화유산답사를 할 수 있다.
날머리 청계리휴게소 앞에는 청계약수가 사시사철 솟는다. 부근에선 꽤 이름이 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면 길 우측, 다시말해 석대산 서쪽에 보물 제72, 73호인 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을 볼 수 있다. 절은 간데 없고 두 탑만이 남아 절터를 지키고 있다. 높이가 5.3m인 이 두 석탑은 신라계 양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소의 생략을 보이는 9세기 석탑의 전형을 보여준다. 균형미가 빼어나고 아름답다. 석탑에서 30~40m 떨어진 지점에는 당간지주가 동강난 채 서 있다.

남사고가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밀양 박씨, 성주 이씨, 진양 하씨 등의 수 백년에 걸쳐 내려온 전통가옥들을 구경할 수 있다.

목화시배유지 못가 우측으로 2㎞ 정도 떨어진 곳에선 한국 근대불교의 대표 선승인 성철 스님 생가터에 위치한 기념관과 겁외사를 만난다. 스님의 유품전시관인 포영당에선 스님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성IC 입구의 문익점 선생이 최초로 면화를 재배한 목화시배유지도 놓치지 말자.


# 교통편 - 진주서 청계행 버스 윗진자마을 하차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700원. 1시간30분 소요. 진주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청계행 버스를 타고 윗진자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11시. 날머리 청계리휴게소 앞에서 진주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6시10분에 있다. 진주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서부터미널행 버스의 막차는 밤 9시10분. 6700원. 노포동종합터미널행은 막차 오후 8시. 7700원. 이 버스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앞에서 한번 정차한다. 69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단성IC서 지리산 방향 우회전~목화시배유지 지나~소남리 버리고 지리산 방향~남사고가마을 지나~청계 입석 1001번 지방도 우회전(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호암교 다리 건너~산청 청계 3번 직진~윗진자마을(경로당) 순으로 가면 된다.



 



낮다고 비웃지 마세요 조망은 고봉준령급

넓은 들판에 나홀로 해발 140m 살짝 솟아
산중턱 사자바위 정기는 큰 인물 배출하고
정상 관음개발성상 미소는 자비를 베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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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본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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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같은 장소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 전경.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느껴보자.


 김해의 내로라하는 산을 꼽으라면 대개 은하사를 병풍처럼 감싼 신어산과 낙동강을 양쪽으로 굽어보는 무척산, 그리고 장유대청계곡을 품고 있는 용지봉이 별 고민없이 선택된다.
 근자에 와서 세인의 관심을 부쩍 끄는 산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뒷산인 봉화산이다. 겉모습으론 산이라 불리기엔 약간 쑥스런 야트막한 야산이다.
 '백견(百見)이 불여일등(不如一登)'이라 했던가. 겉모습으로 보면 봉화산은 하고 많은 산 중의 하나일지 모르나 주변 지형과의 어울림이나 그 속내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너른 들판에 불쑥 홀로 솟아 겨우 해발 140m밖에 안되는 산이지만 막상 오르고 나면 고봉준령에 서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망이 기가 막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솟아오른 곳은 이곳 봉화산뿐이다.
 마을 주민들은 "한반도에 이처럼 낮은 산이면서도 조망이 확 트인 산은 아마 봉화산 뿐 일 것"이라고 말한다.
뭐니뭐니해도 봉화산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사자바위. 대통령 생가 앞 주차장에서 봉화산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의 바위군을 볼 수 있다.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우측 바위가 사자머리이고, 이 바위 좌측 커다란 바위가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로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옛날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봉하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사자바위는 고대인들이 고등종교가 들어오기 전 제사를 올린 터로 알려져 있다. 오랜 정성이 축적된 곳이기에 정기가 배어 있다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설명이다. 바위 곳곳에는 움푹 팬 곳이 몇 곳 있어 이곳이 재물을 담은 감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간 다녀간 많은 지관들의 설명을 종합해 "봉화산이 앉은 터, 사자바위의 정기, 명당인 대통령 선친의 묘와 함께 마을 정중앙에 골이 패이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대나무를 심은 주민들의 비보(裨補) 노력 등이 큰 인물 탄생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산행은 진영읍과 이웃한 한림면에서 시작했다. 산행 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여유있게 둘러보기 위해서다.
 한림면사무소~한림초등학교 후문~단감나무 과수원~체육공원~쉼터(벤치)~영강사 갈림길~잇단 물탱크~정상(호미든 관음개발성상)~사색의 숲~봉화대~사자바위~봉화산~마애불~부엉이바위(토굴)~대통령 생가~봉하마을 주차장 순.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그야말로 '마실'이다. 산길은 반듯하지만 마사토라 미끄러우니 등산화는 꼭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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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면사무소에 주차했다면 면사무소를 나와 좌측으로 약간 간 후 다시 면사무소를 끼고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면에 '삼각당'이라 적힌 간판이 보이면 우측으로, 다시 3m 뒤 좌측 골목길로 들어선다. 한림초등교 후문을 지나면 오름길이 시작되며 이내 갈림길. 우측 아름드리 소나무 쪽 대신 좌측으로 간다. 길 옆에는 마늘밭과 머구가 자라고 있다. 100m쯤 오르면 갈림길, 오르막인 우측으로 향한다. 곧 등산로 입구. '호미든 관음성상 2.2㎞'.라 적힌 이정표가 들머리임을 알려준다. 하얀 꽃이 만개한 탱자나무길로 산행이 시작된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면 단감나무 과수원. 하지만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다. 산에서 만난 한림면 한 주민은 "근자에 단감 시세가 워낙 좋지 않아 올핸 절반 이상이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농부의 무거운 맘에 아랑곳 않고 길 옆에는 애기똥풀 벼룩나물 별꽃 제비꽃이 나그네를 반긴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침목을 댄 수많은 계단이 기다린다.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서면 잠시 쉬어가라고 6~7개의 벤치가 기다린다.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솔밭길이다. 도중 좌우로 열린 길을 만난다. 우측은 장방 본부락 진말, 좌측은 영강사나 이 절 근처 한림낚시터로 가는 길이다. 약수암 자광사 영강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예부터 도둑이 많아 도둑골이라 불린다. 오래 전 김해에서 이 도둑골을 거쳐 창녕의 영산과 대구를 거쳐 서울로 갔다고 전해온다.
이후 물탱크를 만난다. 주변이 모두 단감나무밭이라 물을 대기 위한 것이리라.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에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곧 갈림길.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우연히 만난 동네 할머니와 아주머니은 이 봉화산에는 특히 고사리와 뱀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산행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이정표 기준으로 '호미든 관음개발상' 방향, 이정표가 없으면 그냥 직전하면 정상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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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탱크를 또 지나 왼쪽 너른 길을 만난다. 봉하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은 우회하는 길, 오른쪽은 지름길. 정상 입구에서 결국 만난다. 5분 뒤 정상. 뜻밖에도 왼손은 연꽃, 오른손은 호미를 든 관음개발성상(우측 사진)이다. 비로소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주변 사방의 조망을 살펴보자. 관음상 뒤 동쪽의 높은 산 무척산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금동산 석용산 신어산 분성산 경운산 팔판산 불모산 장유봉 신정산 대암산 정병산 천주산 용지봉 농바위 구월산 작대산 무령산 백월산 천마산 마금산 함박산 종암산 덕암산 영취산 화왕산 산성산 청룡산 만어산 구천산 금오산 등 김해 창원 창녕 밀양 등지의 웬만한 산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하산은 봉화산 정토원(옛 봉화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곧 사색의 숲. 왼쪽 봉화대 방향으로 간다. 산죽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봉화대이고 그 바로 밑이 전망이 빼어난 사자바위. 바위 곳곳에는 세수대야 크기의 구멍이 여럿 뚫려 있다. 봉하마을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노 전 대통령 사저와 생가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어지는 동선은 왔던 길 대신 사자바위 아래로 열린 곳으로 내려선다. 사명대사 상(像)과 봉화산 정토
                                                                           
원을 지나면 곧 봉화산 마애불.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쉽다. 안내판 왼쪽 끝 바위틈 사이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암벽이 떨어져나가 누워있지만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 높이 2.48m. 조금 더 내려가면 등로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이 하나 보인다. 진입하면 너른 터로, 이 터 우측 바위 사이로 굴이 하나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면 예상외로 깊다.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이 토굴이 모 방송에 방영되면서 한때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굴의 기(氣)를 받기 위해 몰려든 곳이기도 하다.
 토굴 옆에는 물줄기는 가늘지만 3단쯤 돼 보이는 실폭포가 있다. 이 정도 높이의 산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 또한 흔한 광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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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사저가 지어지기 전 봉하마을에서 본 사자바위(오른쪽)과 부엉이바위. 왼쪽 봉우리가 봉화산 정상이며, 자세히 보면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확인된다.

 다시 등산로로 나와 하산을 해도 되지만 잠시 왔던 길로 조금 올라 실폭포 상류 물길을 가로지르는 조그만 목교를 건너자. 부엉이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2분 정도면 도달한다. 사자바위 못지 않은 멋진 전망대다. 봉하마을에서 보면 우측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듯한 큰 바위가 사자바위이고, 이 바위 좌측 바위가 바로 이곳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이다. 예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즉, 마을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으로 사자바위가 사자 머리, 부엉이바위가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부엉이바위에서 버섯재배장을 거쳐 마을 주차장까지는 대략 6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전에

너른 들판에 불쑥 솟은 봉화산(熢火山)에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봉화대가 있다. 기록만 남아있을 뿐 봉화대는 복원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가덕도 연대봉의 천성봉수대나 부산 녹산의 봉화산 봉수대에서 받은 봉홧불을 밀양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김해읍지에 따르면 가락국에는 불교와 관련된 세 원찰(願刹)이 있었다. 무척산 모은암(母恩庵), 삼랑진 천태산 부은암(父恩庵)과 함께 자암(子庵)이 그것으로, 봉화산에 있었다는 것. 봉화산의 옛 이름이 자암산이었던 것은 이를 입증한다. 지금은 그 터에 이 고장 출신인 선진규(75) 법사가 지난 1950년대 중반부터 봉화산 정토원을 세워 불심을 전하고 있다.
 봉화산 정상의 호미든 관음개발성상도 선 법사가 세웠고, 마애불 위를 누르고 있던 커다란 바위를 제거해 마애불이 자유로운 몸이 되도록 한 것도 역시 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초창기 봉하마을에는 평일 100명, 주말 500명 정도 찾았고, 당선 후 맞은 첫 새해 일출 땐 전국에서 1000여 명이 봉화산을 찾았다.
 5년이 지나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후 101일째인 지난 6월 4일까지 총 방문객은 무려 41만3400명에 달한다. 평일 평균 4100명, 주말이면 2만 명을 상회한다. 탐방객이 깨 많다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연 탐방객이 50~6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아마 국내 관광지 중 49가구에 거주 인구가 130여 명에 불과한 김해 봉하마을이 가장 인기가 높다가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3년 1월부터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하기 직전까지 혼자서 근무하던 문화관광해설사는 이후 3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이곳 터줏대감 격인 김민정 문화관광해설사는 "주말이면 밀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김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20분부터 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500원.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선 동부교통(055-325-3530) 56, 58-1번 버스를 타면 된다. 56번은 오전 6시30, 8시10, 9시10, 11시, 낮 12시, 오후 1시50분, 58-1번은 오전 6시, 8시30, 10시40, 오후 1시에 있다. 900원.
 날머리 봉하마을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20분, 오후 2시40, 4시40, 7시(막차)에 출발한다. 김해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30, 4시, 5시, 5시30, 6시40, 7시20, 8시40분(막차)에 있다. 1500원.
 기차도 있다. 부전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김해 한림정역에서 내리면 된다. 부전역 기준 오전 5시, 6시57분, 오후 1시10분. 3000원. 사상 구포 화명역에서도 탈 수 있다. 한림정역에서 한림면사무소까지는 걸어서 5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진례IC~진영 방향 우회전~신용삼거리서 김해 부산 방향 우회전~고개 넘어 빙그레 공장 지나~명동삼거리서 좌회전(명동주유소)~한림면사무소 순으로 가면 된다. 봉하마을에서 한림면까지는 택시(055-342-7878, 6929)를 이용하면 된다. 8000원 내외. 남포동에서 출발하는 좌석버스 309번도 김해터미널 앞에 정차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근교산&그너머 <427> 창원 비음산~김해 용지봉

사뿐히 즈려 밟기엔 너무 고운 자태
비음산 상봉 진달래 군락 '한폭의 그림'
20일께 만개…탁트인 바다 등 조망 탁월
봄날 진달래 산행
4km 산성 진달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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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고산고개에서 비음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비탈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 두 갈래 길 중 왼쪽이 등산로, 오른쪽은 진례산성이 허물어진 너덜길. 창원시청 제공 >
 
봄소식을 전하는 꽃은 많다. 매화를 필두로 벚꽃 산수유 목련 등등.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봄을 알리는 꽃은 예상외로 그리 많지 않다. 선비의 꽃 매화는 광양 등 남도에서 주로 볼 수 있고 화려한 벚꽃의 군무는 익히 알려진 명소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물론 한 두 그루야 어디든 볼 수 있긴 하지만.

산수유와 엇비슷한 노란 생강나무꽃도 있지만 깊은 산중이 아니면 장삼이사는 구경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없을까. 참꽃 진달래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봄은 온통 진달래 산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불처럼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덮는 진달래는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꽃으로 불린다. 오죽 했으면 소설가 이태준이 나라꽃을 무궁화 대신 진달래로 바꿔야 한다고 했을까.

이번 주 산행은 진달래 산행.

그리 높지 않으면서 양지바른 야산에 주로 자라는 진달래는 산꾼들을 산으로 유혹한다. 영취산 비슬산 화왕산 민주지산 대금산 무학산 천주산 천관산 등 진달래가 산상화원을 이루는 명산이 적지 않지만 산행팀은 이중 부산서 가장 근접한 비음산을 택했다.

진달래 산행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바다가 확 트이는 조망과 암릉길 산행도 양념으로 넣었다. 비음산(519m)~대암산(669m)~신정산(707m)~용지봉(723m) 코스. 약간 길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주의할 점 하나. 올해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용심을 많이 부려 예년보다 개화시기가 늦다. 실제로 산행팀도 꽃망울을 터뜨린 진달래를 약간 봤을 뿐 만족스런 진달래 산행을 못했다.

창원에서 출발해 김해 장유면으로 내려왔다.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산불초소~주능선(삼거리봉)~고산고개(첫 이정표)~비음산 정상~대암산 정병(봉림)산 갈림길~비음산 청라봉~남산재 사거리~암릉길~대암산 정상~신정산 정상(큰 돌탑)~철탑~용지봉 정상~장유사 갈림길~(장유)폭포 휴게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로 만만찮다. 능선에만 오르면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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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 너른 주차장 가장자리에 정병산 안내도가 서있는 길로 간다. 왼쪽 저멀리 정병산이 보인다. 정병산과 비음산은 능선으로 이어져 많은 산꾼들이 이곳을 들머리로 애용한다. 또 다른 등산 안내판과 용추농원을 지나면 산불초소. 500m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정병산, 우측 산길로 오르면 비음산. 비음산으로 향한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오르막. 애기 손톱만한 새순이 돋고 새소리와 길상사 목탁소리가 어울려 활기차다. 완연한 봄을 느낀다.

하지만 약간 고달프다. 거의 코를 땅에 박고 가야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기 때문. 50분쯤 뒤 한숨 돌릴 무렵 우측에 시야가 확 트여 창원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선다. 도청에서 올라오는 길이 열려 있어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주능선에 오른 셈. 왼쪽 제일 끝에 금정산이 확인된다. 10분 뒤 예비군 참호 앞에서 갈림길. 왼쪽 희미한 산길은 용추계곡, 산행팀은 오른쪽 내리막길로 간다. 이때부터 비음산 상봉으로 하는 진달래길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이정표. 고산고개다. 우측에 진례산성 안내판이 서있다. 성벽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너덜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옛 성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완경사 오르막으로 향한다. 진례산성과 나란히 달린다. 곧 침목계단. 비음산 상봉까지 진달래가 도열해 있다. 아직 활짝 피진 않았지만 만개하면 전국의 어느 진달래산에 못잖은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상봉은 고산고개에서 25분 거리. 조망이 빼어나다. 창원시가지는 물론 진해 장복산, 마산 무학산과 마산항, 그 오른쪽 팔용산 천주산 용지봉 작대산 무룡산 구룡산 정병산 백월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진례산성' '대암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 진례저수지와 그 뒤로 천문대가 위치한 분성산 신어산 금정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10분 뒤 진례산성 안내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크게 돌면 정병산 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용지봉 정상까지는 낙남정맥길이다. 참고하길.

5분 뒤 비음산 청라봉을 내려서면 헬기장. 3분 뒤 남산재 사거리. 왼쪽 진례 평리마을, 오른쪽 창원 사파정동. 직진한다. 오르막길. 이때부터 대암산까지는 사실상 암릉길. 밧줄에 의지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길 좌우에 진달래가 도열해 있고 '좌 김해, 우 창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진해와 거제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올 땐 통쾌하기까지 하다. 대암산 상봉은 한눈에 알 수 있다. 둥그런 구조물 위에 정상석이 서있기 때문이다. 남산재에서 50분 거리. 정면 화산을 정점으로 오른쪽 불모산, 저 멀리 왼쪽이 용지봉이다.

움푹 파인 너른터를 지나면 갈림길. 우측은 창원 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 방향, 산행팀은 조난위치 표지판이 서있는 왼쪽으로 간다. 소나무터널과 능선 삼각점고개를 지나 오르막인 억새와 진달래길을 통과하면 돌탑 6기. 여기서 5분만 더 가면 큰 돌탑이 기다린다. 정상석은 없지만 신정산 상봉. 우측 거제 앞바다가 시원하게 땀을 씻어준다. 이제 용지봉까지는 1.4㎞.

철탑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로 향한다. 암릉길이 만만찮다. 이렇게 10여분 고행길을 넘으면 용지봉에 선다. 저 멀리 주남저수지와 낙동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발밑에는 장유신도시가 보인다. 부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금정산과 화명신시가지, 백양산 승학산 시약산 구덕산 엄광산 다대포 몰운대 등등.

하산은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장유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역시 진달래길. 왼쪽은 낙남정맥길로 냉정고개를 지나 신어산으로 이어진다. 10분 뒤 장유사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왼쪽 장유사를 거쳐 장유폭포를 지나 대청계곡 입구로 내려올 수도 있고, 능선을 따라 곧바로 직진해서 장유계곡 입구로 하산해도 된다. 어쨌거나 두 길은 결국 만난다. 산행팀은 후자를 택했다.

산행 날머리인 (장유)폭포휴게소는 용지봉에서 1시간20분쯤 걸린다. 비교적 길어 힘겹다.

# 떠나기 전에

창원시와 김해시 진례면을 동서로 가르는 낙남정맥의 산길인 정병(봉림)산과 용지봉. 그 중간에 용추계곡을 끼고 비음산이 솟구쳐 있다. 높지는 않지만 가야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성(城)이 장장 4㎞로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 선분홍의 진달래가 봄을 알린다. 창원시는 매년 4월 10일께 비음산과 천주산에서 진달래 축제를 열지만 올해는 꽃샘추위로 20일께로 연기된 상태.

진달래 산행 코스는 용추저수지에서 고산고개~비음산 정상~정병(봉림)산 대암산 갈림길에서 왼쪽 정병산 방향~용지벌거숭이공원~용추고개~용추저수지로 내려서는 3시간 정도의 원점회귀 코스와 비음산~청라봉~남산재~대암산~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로 내려서는 중거리 코스를 가족산행지로 권한다. 대암산에서 신정산을 거쳐 용지봉으로 이어지는 풀코스는 걷는 재미는 물론 암릉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산행의 참맛을 알려준다.


# 교통편
경남도청·창원대 앞 하차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창원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를 시작으로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100원. 40분 소요. 창원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경남도청 또는 창원대 앞에서 내린다. 들머리인 용추저수지 앞 주차장에서 걸어서 각각 10분 걸린다. 23번(도청), 61 71(도청 경유 창원대), 71-1(창원대). 900원.


좌석버스는 312(도청), 316(창원대). 1400원. 창원대 앞에선 교내로 들어가 용추저수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날머리 폭포휴게소 앞에서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까지는 걸어서 35분 걸린다. 우측으로 가 건널목을 지나면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장. 여기서 장유 순환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800원. 다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간격 30분, 1300원.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글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5.03.31 15:10 / 수정: 2007.02.28 오후 7: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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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24> 고성 학남산~무량산

들판 가운데 우뚝…홀로 봄을 맞네
어머니 젖가슴 같은 형상…낙남정맥 한축
융단처럼 푹신한 낙엽 능선길, 4시간 소요
정상 오르면 당항만·고성읍내 한눈에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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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학남산 정상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정상 바닥에는 '학선대(鶴仙臺)'라고 새겨져 있다.>
 
흔히 고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산은 거류산 구절산 철마산.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모두 바다와 인접한 동해면과 거류면에 위치해 있다.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일명 '속싯개'로 불리는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그림같은 쪽빛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보석같은 능선길이 일품이라 사시사철 많은 산꾼들이 찾는다.

가지산과 함께 경남에서 유이(唯二)한 도립공원인 연화산도 빼놓을 수 없다. 3만여그루의 홍송과 닥나무, 천년고찰 옥천사와 백련암 청련암 등 암자들을 품고 있지만 연꽃 모양의 아담한 산세로 등산로가 짧아 같은 도립공원인 가지산에 비해 산꾼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다.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고성의 산은 군민들의 진산으로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은 형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무량산. 견줄 상대가 없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는 광주의 무등산(無等山)처럼 무량산(無量山·581m)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멀리서 보면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다.

앉은 터는 소가야인의 기상이 깃든 고성의 광활한 평야지대의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다. 600m가 채 안되는 고성의 고만고만한 산들 중 그래도 간발의 차이로 가장 높다.

산줄기의 관점에서 보면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 상봉의 일부분만 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을 뿐 대부분의 능선은 낙남정맥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낙남정맥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동강 남쪽을 가로지르며 하동 사천 고성 마산 창원을 거쳐 김해 동신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지리산 산줄기를 제외하면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그렇듯 험난한 구간은 거의 없다.

무량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편안하다. 여기에 고성의 산이란 산은 대부분 확인할 수 있고,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하고 통쾌하다.

산행은 대가면 갈천리 봉산(어실)마을~함안 이씨묘~지능선~학남산 정상~헬기장~철탑~낙남정맥 능선길~큰재~임도~무량산 주능선~무량산 갈림길~무량산 정상~도로~너덜~임도~도로~봉산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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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천둑길을 건너 만나는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이 들머리. 길 건너편엔 엄청난 저수량의 갈천저수지. 무량산을 보고 산행을 하려면 진행방향으로 큰 커브길을 돌면 곧 작은 마을을 또 만난다. 이곳도 역시 봉산마을. 여기서 건너편 안테나가 서있는 산이 바로 무량산이다.

봉산마을 입구에는 장독을 거꾸로 나란히 세워 장식한 집이 있다. 붕어찜 전문 식당이다. 이 집 옆으로 난 길로 오른다. 여느 산과 다름없다. 함안 이씨묘가 양지바른 터에 있고, 실개천과 대숲도 지난다. 흑염소를 방목하고, 그 옆에는 행여나 도둑이 들까봐 초병 역할을 맡은 개 두 마리가 연신 짖어댄다.

10분 뒤 호화로운 성산 이씨묘 7기를 지나면서 길다운 산길이 이어진다. 융단처럼 편안한 낙엽길은 잠시. 함안 이씨묘 2기를 지나면서 산길이 희미해진다. 지금까진 후손들이 산소를 다니면서 낸 길이라 뚜렷했지만 이후엔 인적이 드물어 길이 사라진 것.

고민끝에 산행팀은 일단 능선에 닿기 위해 곧바로 치고 올랐다. 중간에 짐승이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횡단길을 두 번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리본을 촘촘히 묶어놓았다. 참고하길.  
 
15분쯤 뒤 마침내 지능선. 우측으로 간다. 편안한 낙엽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내달린다. 간혹 오르내림이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못된다. 20분 뒤 길 우측에 첫 전망대. 방금 올라온 봉산마을과 대숲 갈촌저수지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이 이어진다. 15분 뒤 정면에 암봉. 학남산 상봉(549m)이다. 에돌아 올라서면 너른 터에 무덤 1기가 기다린다. 암봉엔 볼거리가 있다. 무덤 상석에 적힐 내용이 바위에 음각돼 있고, 정상석 대신 조그만 돌 세개에 '학·남·산'이라고 적혀있다. 마지막 끄트머리 암봉에는 '학선대'라고 역시 새겨져 있다.

하산은 무덤을 지나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15분 뒤 헬기장. 가로질러 간다. 경주 최씨묘를 지나면서 길이 희미하다. 역시 리본을 촘촘하게 달았다. 15분 정도 힘겹게 오르면 철탑. 이때부터 편안한 오솔길.

5분 뒤 그간 안보이던 리본이 갑자기 대거 달려있다. 우측으로 90도 크게 꺾는다. 이때부터 낙남정맥길.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산허리를 돌아 10여분 뒤 큰재. 도로를 건너 곧바로 산길로 향한다. 15분 뒤 다시 임도. 역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상당히 심하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다.

25분 뒤 무량산 주능선에 닿는다. 578m봉으로 학남산 암봉과 닮았다. 왼쪽에 구절 거류 철마 벽방산과 당항만, 그리고 고성읍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 걸음 못가 전망대 바위를 또 만난다. 앞서 확인한 바다쪽의 봉우리에다 북쪽의 어산 혼돈산 시루봉 성지산 학남산 백운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백운산 기슭의 절은 천수관음상을 모시고 있는 천비룡사다.

이어지는 능선길. 정맥 종주자들이 많이 다녀 길은 깔끔하고 편안하다. 이렇게 35분. 무량산 갈림길을 만난다.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은 종생재(화리치)를 거쳐 낙남정맥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곡산, 오른쪽은 무량산 상봉으로 가는 길이다. 딱 4분 걸린다. 사방이 수목에 가려 전망은 좋지 못하지만 정상석 하나는 일품이다. 뒷면엔 '고성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적혀 있다. 고성의 진산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

하산은 정상석 오른쪽 뒤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6분 뒤 임도. 곧바로 임도를 건너 산으로 향한다. 길이 안보였지만 만들어 내려갔다. 사실상 개척산행. 나무 사이의 간격이 제법 있는데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생기처인듯 이름모를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의외로 운치있다. 가을에 온다면 무주의 적상산 숲을 연상시킬 듯하다. 너덜과 철탑을 지나 잇단 임도를 따라 가면 도로를 만난다. 무량산 정상에서 1시간 거리. 여기서 갈천저수지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산행 들머리에 닿는다.

# 교통편
# 들머리 봉산마을까지 승용차가 편리

고성터미널에서 연계되는 종생행 버스가 낮 12시30분에 한번 있는데다, 하산 후 터미널로 나가는 버스 역시 오후 6시30분에 한번 있다. 이마저도 운행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마산 방향~서마산IC~통영 시청 5번국도~진동~14번 국도~당항포 관광지 지나~연화산 도립공원 방향 우회전~월촌 곤기 두호 방면 우회전~월촌 방향 직진~대가면 월촌마을 2㎞ 우회전~금곡 영현 1009번 지방도 우회전~갈천삼거리 좌회전~갈천 서원~갈촌저수지 뚝길 건너 좌회전 후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귀가길은 봉산마을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 사천 문산 1009 지방도 직진~금곡 1009번 지방도~(오서삼거리에서)사천 문산 직진~금산 문산 1009 지방도 우회전~남해고속도로 문산IC 순으로 가길 권한다.


# 떠나기전에
# 갈천서원·장전마을 독수리 서식지 가볼 만

고성 학남산과 무량산은 고성의 3대 산인 거류 구절 벽방산의 그늘에 가려 덜 알려진 고향의 뒷산같은 수더분한 산이다. 주위의 낮은 산과 더불어 외면을 당하고 있는 처지다. 산세 상으로 낙남정맥길이 어깨를 통과하고 있다.

학남산 자락에는 갈천서원이 있다. 고려 공민왕때 회화면에 있던 금봉서원을 조선 숙종(1712년) 때 갈천에 중수하여 문정공 행촌 이암을 추모하여 건립했다. 문화재 자료 36호로 지정돼 있다. 지금은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장전마을의 독수리 서식지. 산행 중 날개를 활짝 펼쳐든 독수리를 자주 봤다면 장전마을의 서식지에 살고 있는 독수리임을 미리 생각하자.

고성의 산! 봄소식을 먼저 전해주는 남쪽의 산을 이번주에 한번쯤 찾아보자. 산행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산길이라 적극 추천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3.10 16:50 / 수정: 2007.02.28 오후 7: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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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19> 거제도 국사봉~옥녀봉

산세 평범하지만 조망 끝내줘요
거제지맥 2박3일 종주코스중 한가운데 위치
옥포서 시작, 군소 암봉·10대 명산 파노라마
정상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 다도해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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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 계룡산 선자산 가라산 옥녀봉 등 거제도 10대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쌍봉인 독봉산, 그 뒤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 신현 앞바다에 삼성중공업이, 그 뒤로 고성 쪽의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최근 거제도에 산행로와 관련, 대역사(大役事)가 이뤄졌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거제지맥 종주구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섬의 맨 남단인 망산에서 출발해 북으로 가라산~노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을 거쳐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총 52㎞ 구간이 그것으로, 보통 2박3일 정도 걸린다. 거제지맥은 대우조선해양(주)의 산행서클인 우정알파인클럽(회장 김상철) 회원들이 3개월여에 걸쳐 다리 품을 팔아 개척한 땀의 결실.

김 회장은 "좁게는 주 5일제 근무시대를 맞아 3만여 회사 직원들의 여가생활 방편으로 개척했지만, 넓게는 우리 섬의 주옥같은 산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섬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 산방산에서 계룡산~선자산을 거쳐 거제지맥의 북병산과 연결되는 동서 횡단로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같은 방대한 대역사가 올해 말 완성될 경우 아름다운 섬 거제도를 승용차 대신 수 백리 능선길을 따라 일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한결같이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국사봉(國士峰·462m)과 옥녀봉(玉女峰·554.7m)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산세는 평범하다. 월출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영남알프스나 지리산의 능선 마냥 웅장한 맛도 없지만 그저 소리 소문없이 섬에서 뭍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움에 사무쳤는지 찾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넉넉한 산길을 내어준다. 그래서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왠지 품안에 안겨 기대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산행은 옥포아파트~애드미럴호텔~골프연습장~국사봉 등산안내도~약수암~수월재(주능선)~체육시설(큰골재)~잇단 전망대~국사봉 정상~작은 국사봉~옛 수월농장~임도~명재~명재쉼터(문동폭포 갈림길)~옥녀봉 삼거리~능선안부(옛 헬기장)~옥녀봉 정상~능선 끝 전망대~예비군 훈련사격장~14번 국도 대우조선해양(주) 정문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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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의 사원주택인 옥포아파트 단지 내 애드미럴호텔 오른쪽 옆길로 향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에 등산로가 열려있다. 아파트 뒷산이라 많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늘푸른 수목이 시원스레 뻗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약수암을 지나면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주능선인 수월재까지는 대략 30분.

여기서부턴 솔가리가 널부러진 오솔길. 10분후 체육시설. 큰골재다. 옥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몰운대, 그리고 영도 봉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길은 갈림길. 평행봉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등산로는 좁고 경사지면서 잇단 전망대를 지난다. 비로소 저 멀리 건너편에 철탑이 서 있는 옥녀봉이 보인다. 상봉은 전망대에서 15분 뒤 닿는다. 신선대 바위라 불리는 이곳 상봉에선 거제도의 산이란 산과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정상석을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 정면의 계룡산과 그 뒤 산방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오른쪽으로 앵산 대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발밑 낮은 암봉이 작은 국사봉, 그 왼쪽 옆 2개의 봉우리가 독봉산이다.

하산은 심한 내리막 바윗길. 집채만한 바윗덩어리의 집합체와 유난스레 시원한 소나무를 지난다. 대신 안부에서 작은 국사봉까지는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 국사봉에서 작은 국사봉까지는 25분 정도.

발길은 이제 옥녀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측 열린 길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가는 지나치기 쉬우므로 길찾기에 유의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5분 후 옛 수월농장. 폐 축사쪽 대신 우측 억새군락지 사이 큰 길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우 국사봉, 좌 작은 국사봉'. 비로소 국사봉이 두 개의 봉우리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곧 임도와 만난다. 7분쯤 뒤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사거리. 왼쪽길은 국사봉에서 작은 국사봉을 거치지 않고 내려오는 길. 우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거제지맥길. 길을 개척한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있다. 이곳에서 옥녀봉 정상 밑 삼거리까지는 1시간40분 정도의 능선길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내달려도 좋고 쉬엄쉬엄 가도 상관없다. 간혹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곤 하지만 솔가리와 낙엽이 쌓인 나목 숲에서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 그리고 누른 점박이 노루는 겨울산행의 진면모를 맛보게 해준다.

50분쯤 뒤 갈림길. 명재다. 산세로 봐서 국사봉과 옥녀봉의 경계지점인 듯하다. 왼쪽길을 택하면 이내 명재쉼터. 지도상의 문동폭포 갈림길. 직진한다.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점차 옥녀봉 가까이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 무렵 삼거리에 닿는다. 소위 옥녀봉 삼거리다. 명재에서 55분 거리. 거제지맥은 여기까지. 마른 억새가 보이는 왼쪽으로 간다. 나목 사이로 저 멀리 옥녀봉이 보인다. 20분 뒤 능선안부. 정상까지 0.6㎞로 대략 15분 걸린다.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탑 등 3~4개의 뾰죡 철탑과 과거 군인들이 근무했던 막사가 방치돼 있지만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 뜬 지심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금방 표정을 밝게 해준다. 이날따라 지심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하산은 계속 직진. 능선 끝 전망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우측으로 에돌아 내려서면 40분 뒤 대우조선 예비군 사격훈련장. 거기서 3분 걸어 내려가면 14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대우조선 정문이고 바로 그옆이 버스 정류장이다.                                                                     

# 떠나기전에 - 거제지맥·동서횡단로에 앵산 빠져

산행 후 대우조선해양(주) 우정알파인클럽 김상철 회장에게 물어봤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제지맥과 현재 계획 중인 산방산~계룡산~선자산~북방산으로 이어지는 동서횡단 등산로가 뚫릴 경우 아쉽게도 거제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앵산만 빠진다고. 앵산은 섬의 북서쪽에 홀로 치우쳐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랫동안 클럽 회원들과 함께 앵산과 비교적 가까운 대금산을 연결하는 등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 차례 탐방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진 설명:옥녀봉 정상에 서면 한려해상 국립공원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사진 왼쪽 뒤 두 개의 섬이 내도와 외도, 오른쪽 맨 끝 섬이 해금강이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며 산길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선 동서횡단 등산로를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사봉과 옥녀봉 정상에 서면 향후 거제도의 미래를 한 단계 올려줄 도로망을 엿볼 수 있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새 도로망과 부산~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내려오는 연계도로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중인 곳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여튼 단 한 번의 짧은 산행으로 거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사봉과 옥녀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여객선·시외버스 등 다양

배 시외버스 승용차 등 교통편이 다양하다.

중앙동 여객선터미널(051-660-0117)에서 옥포행 여객선은 오전 7, 9, 11시에 있다. 45분 걸리고 1만7500원. 옥포여객선터미널(055-687-6767)에서 부산행 여객선은 오후 3, 5시에 출발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제 고현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 9시49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리고 1만1300원.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옥포까지 가기 위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5분 마다 있으며 800원. 날머리 대우조선 정문 수위실 앞에서 고현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 5시22, 5시58,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고성~통영~거제도~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옥포소방서 지나 '애드미럴호텔, 옥포쇼핑센터,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국사봉 정상 1.8㎞' 이정표 보고 우회전, 애드미럴호텔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1.27 14:39 / 수정: 2007.02.28 오후 7: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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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98> 밀양 백마산
발아래 밀양댐은 '한폭의 풍경화'
모양새 한라산 왕관릉과 흡사한 원점회귀 코스
영남알프스 외곽 위치, 중턱엔 백마산성 흔적도
산행중 오지마을·구곡천 등 주변 풍광 시선 압도

 
  밀양의 대표적 오지마을 바드리에서 바라본 백마산 정상. 그 모습이 한라산의 왕관릉과 흡사하다. 백마산 정상과 바드리 마을의 해발고도차는 200여m에 불과하다.
경남 밀양 단장면의 백마산(772m)은 평범한 겉모습과는 달리 산꾼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소재가 제법 있다.

우선 산행 중 만나는 오지마을 바드리. 만일 사전 정보없이 산에 올랐다면 '산등성이에 왜 이리 펑퍼짐하고 넓은 들이 있는 마을이 있느냐'고 적잖게 놀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랬다. 하지만 바드리는 머리 속으로 그려오던 산골의 '오지'마을과는 달랐다. 포장로 위로 승용차나 화물차가 다니고 대형 비닐하우스도 눈에 띄는 이곳은 해발 550m나 되는 고지대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여느 시골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의 모양도 독특하다. 정상은 뾰족한 봉우리가 아니라 밋밋하게 길게 뻗은 능선이 멧부리 구실을 하고 있다. 동행한 한 산꾼은 그 모습이 한라산의 왕관릉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성판악 하산 코스에서 만나게 되는 왕관릉은 암봉이 마치 왕관을 쏙 빼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산행팀이 들머리인 고례리 평리마을의 한 어르신에게 백마산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산의 생김새가 의자모양이라는 것. 그 노인은 "가보면 알게 된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말만 덧붙였다. 의문은 정상 부근에서 풀린다. 바드리로 올라오는 오르막이 의자 다리라면 펑퍼짐한
바드리 마을은 엉덩이가 닿는 부분, 그리고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급경사 암릉이 등받이 역할을 한다.


산행은 밀양 단장면 고례리 평리복지회관~오선암~바드리마을~여래사~백마정사~잇단 너덜~지능선
~잇단 전망대~정상~전망대~백마산성터~사거리재~풍류동~정토사 입구~평리복지회관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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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공원묘지와 아름다운 밀양댐을 지나 만나는 첫 마을은 단장리 고례리 평리마을. 마을 어귀에 위치한
평리복지회관을 끼고 왼쪽으로 30m 정도 가면 마을 당산나무.

 
  촘촘하게 맺혀있는 단장면의 특산물 대추.
도랑을 따라 오르면 조그만 암자 오선암. 입구에 연등이 걸려 있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간다. 작은 동산으로 올라가는 기분이다. 빨간 고추와 탐스럽게 익어가는 호박이 가을을 재촉하고 소리 높여 울어대는 매미의 합창은 가는 여름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주 남부권을 강타한 태풍 '메기' 탓에 바닥엔 설익은 대추와 밤송이가 널브러져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길은 지그재그 오르막길의 연속. 주변엔 온통 대추나무. 그 사이 난 길로 오른다. 전봇대를 지나면 곧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상봉은 전봇대 근처에서부터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보면 볼수록 한라산 왕관릉을 닮았다.

갑자기 시멘트길을 만난다. 바드리마을의 시작이다. 우측 첫 민가를 지나 3~4분 오르면 바드리 마을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1시간 정도. 바드리란 이름은 산중턱에 밭이 많아 '밭들' 또는 '달이 밝은 마을(所月里)'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오지만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차고 셔터문에 바드리농원이라고 적힌 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여래사(如來寺)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
절 방향으로 오른다. 대형 비닐하우스와 여래사를 잇따라 지난다. 정면에 유난히 푸른 홍송 세그루가
군계일학처럼 눈에 띈다. 이어 백마정사 입간판을 지나면 점박이 강아지가 앙칼지게 짖는다. 민가와
비슷한 백마정사를 지나면 '등산로'라고 적힌 나무문이 보인다. 문 왼쪽에 철사고리가 달려 있으니 열고
지나면 반드시 닫아두자. 마을사람들이 산속에 염소를 방목하기 때문이다.

무성한 잡풀을 지나면 소로를 만나지만 무시하고 너덜 쪽으로 계속 오르면 등산로를 만난다.
지능선까지는 여기서 15분 정도. 능선에선 우측으로 길을 잡는다. 암벽이 길을 막으면 왼쪽
우회로로 돌아간다. 이 길도 만만찮다. 경사가 심한데다 길이 제대로 없어 나뭇가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기면 앞이 확 트인 전망대를 만난다.

 
산행도중 시원하게 펼쳐진 밀양댐과 바드리 마을, 그리고 들머리 평리마을.  
발밑 바드리, 들머리 평리마을과 밀양댐, 그리고
주변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댐 뒤 왼쪽
매봉과 금오산, 정면 벼락덤이산(수연산)과
그 뒤 안테나가 정상에 서있는 만어산 구천산,
그 우측으로 철마산 화악산 남산 승학산 정각산이,
오른쪽으로는 삼거마을과 그 뒤로 영남알프스
지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난의 일종인 일명 '부처손'이 널려 있는 바위를
지나면 편안한 오솔길. 그것도 잠시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너덜을 다시 지나면 집채만한 암벽이
기다린다. 왼쪽 우회길로 가보지만 역시 만만찮다.
밧줄을 잡고 오른다. 여기서 15분뒤 상봉에 닿는다.
평편하고 정상석이 없다. 삼거리에다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지점이다. 숲에 가려 조망도 없다.
왼쪽은 향로산 방향, 오른쪽은 향로봉 또는 풍류동
 방향, 이 길로 간다. 향로산과 백마산 향로봉은 한 능선으로 연결돼 종주산행도 가능하니 참고하길.

오솔길인 하산길에선 우측으로 밀양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주변의 풍광을 흡입하는 듯한 밀양댐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조금 더 가면 돌담이 보인다. 백마산성터다. 성터만 몇군데 남아 있을 뿐 다른 구조물은
보이지 않는다. 임진왜란때 방어용으로 사용됐다고 전해온다.

잇단 무덤을 지나면 사거리. 왼쪽은 향로산 하산길에 만나는 가산마을, 오른쪽은 풍류동을 거쳐 평리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너덜을 지나면 산허리로 난 좁고 경사진 길. 헛짚으면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아랫길 풍류마을 가는 길을 택한다. 윗길은 바드리로 가는 길. 10분 간격으로
잇단 갈림길을 만나면 모두 오른쪽 내리막길로 간다. 묵은 길이다. 나뭇가지에 가려 있는데다 최근 태풍
때문에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으니 유의하자. 나무 사이로 풍류마을이 보이지만 내려가는 길을
못찾아 계속 직진한다. 짐승이 다닌 듯한 좁은 길을 8분 정도 힘겹게 뚫고 가면 잡풀이 무성한 풀밭.
큰 감나무와 탱자나무, 그리고 대추나무밭을 지나면 비로소 풍류마을에 닿는다. 이곳에서 평리복지회관까지
 아스팔트길을 따라 곧장 내려가면 3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밀양서 고례행 버스 이용 불편 `유의`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차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5400원. 1시간20분 걸린다. 밀양시외버스터미널(055-354-3959)에서 밀양교통 고례행 버스를
타고 산행 들머리 평리에서 내린다. 오전 6시, 낮 12시 출발. 1300원.

평리마을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1시, 5시30분, 7시40분(막차)에 있기 때문에 산행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40~50분 간격이며 막차는 오후 8시30분에 출발한다.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산역에서 밀양행 경부선 무궁화호는 오전 6시50분, 7시35분, 8시5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2500원.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5분에 있다. 6000원. 고속철도는 오전 7시30분, 9시30분.
7400원. 밀양역에서는 시내버스를 이용,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무궁화호는 오후 4시, 5시2분, 5시57분, 6시53분, 8시5분, 8시58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4분, 고속철도는 오후 5시17분, 6시20분, 8시17분, 9시24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양산IC~통도사 양산어곡지방공단 35번 국도 직진
~신불산공원묘지 양산어곡지방공단 직진~양산교 지나 우회전~대리 어곡 방향 좌회전
~배내골 어곡산업단지 직진~배내골 용선 방향 직진~대리~제1, 2 화룡교~신불산공원묘지
~신불산 고개(매점)~배내휴게소 사거리서 밀양 단장 방향 직진~밀양시 단장면~밀양댐
~밀양 표충사 방향 직진~평리마을~할배순두부집 대형 입간판 지나 평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우회전
~평리복지회관 순으로 가면 된다.

# 떠나기전에
- 중턱 오리발같은 분지 바드리마을
- 부근 대추주산지 탐스럽게 영글어

 

밀양의 향로산과 백마산 향로봉은 영남알프스의
외곽지대에 있다. 재약산 수미봉에서 사자평을
 거쳐 한굽이 돌면 향로산이 솟아 있고 거기서
 마지막 여력을 다해 빚어놓은 산이 단장면
 고례리의 백마산과 향로봉이다.

백마산 중턱에는 오리발처럼 생긴 분지인
 바드리마을이 있고, 하산길에는 풍류마을을
만날 수 있다.
고례리는 인동 장씨가 처음 터를 잡아 마을을
이뤘으며 조선 초기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시를 읊었다고
전해온다.

정상 부근의 백마산성은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임진왜란 때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희동(四熙洞)에서 사연리(泗淵里)까지 흐르는 평리마을 앞 계류는 아홉 굽이를 휘돈다 하여
구곡천으로 불리며 이는 채지당(採芝堂) 박구원(朴龜元)의 고사구곡가(姑射九曲歌)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금은 밀양댐과 어우러져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산행 초입과 날머리 풍류마을에는 단장면의 주생산품인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알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감상만하며 통과할 것을 당부한다.

부산서 멀지 않은데다 오지마을인 바드리를 거쳐가는 이번 백마산 코스는 가벼운 주말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08.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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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97> 함양 황석산

정상 오르면 황홀한 명산 퍼레이드
원시림속 흐르는 수정같은 계류에 목 축이고
황석산성서 이어진 기암괴석 위용 "와~" 연발
하산길에 만난 거북바위 쉬엄 쉬엄 가라하네

 
  황석산 정상 부근에는 왜군이 침입하면 호남과 영남을 잇는 요새인 이곳을 거칠 것이라고 판단, 축조된 황석산성이 있다. 황석산성을 포함한 암릉길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경남 함양의 황석산(黃石山·1190m)에 올라보면 우리 국토의 7할이 산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머리 위 하늘 말고는 사방이 온통 산 산 산이다. 처음 목격하는 산꾼들은 감탄을 넘어 황홀하다고까지 말한다.

황석산을 에워싸고 있는 산군들은 이름없는 그저 그런 산이 아니라 국립공원을 비롯한 내로라 하는 명산의 반열에 속하는 산들이다.

면면을 살펴보자. 북으로는 국립공원 덕유산 향적봉 서봉 삿갓봉 무룡산 남덕유산과 금원산 거망산 기백산 월봉산이, 서쪽엔 백두대간 줄기인 깃대봉 백운산과 괘관산이, 남쪽에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영봉(靈峰)들이, 동쪽으로는 국립공원 가야산과 보해산 오도산 장군봉 그리고 저 멀리 수도산까지 1000m급 이상의 고봉준령들이 첩첩산중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금원 기백 거망산과 함께 거창 함양에서 종주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황석산의 모산(母山)은 경남 거창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에 걸쳐있는 남덕유산.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쳐내린 월봉산 능선은 두가닥으로 갈라진다. 하나는 북동쪽 수망령을 거쳐 거창의 금원 기백산으로, 또 다른 하나는 남쪽 함양의 거망 황석산으로 이어진다.

금원 거망산이 육산에 가깝다면 기백 황석산은 바위산. 정상 인근의 책바위(누룩덤)가 주 볼거리인 기백산보다는 황석산성에서 정상까지의 100m 높이가 모두 기암괴석의 거대 암봉으로 이루어진 황석산이 산꾼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있다.

황석산의 또 하나의 자랑은 용추계곡. 황석산만의 계곡이라기보다는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 등 말발굽
모양을 한 고봉준령의 한가운데 들어선 계곡이다. 용추계곡은 황석산 남서쪽의 화림동계곡과 수승대로
 유명한 금원 기백산 동쪽의 위천천계곡과 함께 예부터 거창 함양의 유서깊은 3대 계곡으로 일명
화림삼동(花林三洞)으로 불린다.

또 한가지. 황석산에서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억새밭은 천황산의 그것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늦가을이면 억새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함양군 안의면 유동마을~연촌마을~샘터~주능선~돌탑~황석산성~황석산 정상~달성 서씨묘
~거북바위~조망 안내판~황석산 북봉(우회길)~뫼재~불당골·장자벌 삼거리~알바위~청량사
~장자벌교~청량사 입석 순. 5시간~5시간30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행은 용추계곡 매표소 가기 직전 왼쪽 갈림길 유동마을 또는 용추농원 방향에서
시작된다. 황석산 등산안내판을 지나면 볼록거울 앞에 들머리를 알려주는 '황석산 정상 4.5㎞' 이정표가
서있다. 한적한 산골마을인 연촌마을을 지나면 황석산 이정표가 한번 더 보이고 여기서 5분 정도
더 오르면 본격 산길이 시작된다. 잡풀이 무성해 헤치고 나가야 한다. 10분 뒤엔 정상 바로 밑에
위치한 황석산성 안내판이 서있다.

5분 정도 뒤엔 '식수 준비하는 곳'이라는 팻말을 만난다. 샘터는 보이지 않지만 수정처럼 맑은 계류가
흐르고 있다. 식수를 보충하자.

지금부터 산행길은 계류와 나란히 달린다. 주변 바위에는 초록이끼가 덮여 있고 숲은 원시림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빽빽하다.

산행은 점차 힘들어진다. 지그재그 오르막의 연속인데다 계류의 수량마저 줄어든 때문이다. 간간이
부는 골바람이 없다면 견디기 힘들 정도.

경사가 심해 밧줄을 잡고 오르면 첫 전망대. 조그만 바위다. 방금 올라온 마을과 푸른 들판이 한눈에
펼쳐진다. 정면엔 거창 감악산이 우뚝 솟아 있다.

다시 숲으로 향하니 물소리가 다시 들린다. 계류를 건너 오르막길을 오르면 삼거리. 주능선의 시점이다.
상봉은 직진방향. 평탄한 오솔길도 잠시. 급경사길이 기다린다. 밧줄을 잡고 겨우 오르면 탁 트인
능선길이 나온다. 온 사방이 산이다. 우측에 보이는 암봉이 황석산 정상.

10여분 숲길을 따라가면 돌탑을 지나고 여기서 황석산성까지는 10분 거리. 황석산성은 한눈에 기암절벽과
절벽을 이어주는 요새임을 보여준다. 사적 제322호인 황석산성은 안의 사람들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유적.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게 항거하던 마을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끝까지 항거했으며, 부녀자들은
 천길 절벽에서 몸을 날렸다. 지금도 북쪽 바위 벼랑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어 피바위라 불린다.

산성 우측에서 암봉인 정상으로 향한다. 100m 거리지만 경사가 가팔라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범상치 않은 암봉에 비해 초라한 정상석이 홀로 서있지만 주변 조망은 장쾌하기 그지없다. 황석산 북봉이
코앞에 보이며 그 뒤로 거망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암릉을 타고 전진하든지 다시 내려와 거망산 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간다. 암릉길은 약간
위험하지만 내려올 수 있음을 밝혀둔다.
 
거북바위. 바로 옆에는 조망안내판이 있다.  

다시 암릉길이 기다린다. 거북바위를 지나면
조망안내판. 거북바위는 지나올 땐 그냥 지나치지만
조망안내판에서 뒤돌아보면 그 모습이 확연해진다.

계속되는 능선길. 집채만한 황석산 북봉이 정면을
 막고 있다. 다행히 우회하라는 길이 있다. 대개
심한 내리막길을 우회하지만 그렇다고 못넘을
암봉은 아니다.

북봉을 지나면 잡풀이 무성한 길이 이어지고 이후
삼거리 뫼재가 나온다. 여기서 20분쯤 더 가면 다시
삼거리. 직진하면 거망산까지 1.9㎞ 남았고
황석산에선 2.9㎞ 거리. 오른쪽 장자벌 쪽으로
하산한다. 지도상의 불당골이다.

40분 뒤 갈림길. 왼쪽방향은 용추폭포, 오른쪽길은 장자벌 가는 길.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용추폭포를
구경해도 좋다. 산행팀은 장자벌로 간다. 10여분 뒤 계류를 만나며 그때부턴 산허리를 돌아 내려온다.
20분 뒤 지도에도 없는 사찰 덕유산 청량사. 5년 전 건립됐으며 지금도 불사중이다. 장자벌교를 지나
도로입구 청량사 입석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도로에서 왼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용추계곡 입구,
오른쪽으로 40분 정도 걸으면 들머리 유동마을이 나온다.


# 떠나기 전에

황석산과 거망산은 우리 민족의 처절한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황석산성은 정유재란 때 왜군을 상대로 항거하던 안의 사람들의 지조와 절개가 서려 있다. 당시 성이
함락당하자 부녀자들은 천길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져 절개를 지켰다. 그때의 처절했던 흔적이 성 밑
벼랑에 핏빛으로 물든 피바위가 전해온다.

황석산 북쪽 거망산은 한국전쟁 때 지리산에서 맹활약하던 파르티잔 여장군 정순덕이 국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곳이다. 그만큼 황석 거망산은 산세와 골이 깊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산 후 길따라 내려오면 만나는 지우천도 빼놓을 수 없는 경관. 용소와 꺽지소가 대표적.

용소(龍沼)는 한눈에 봐도 비범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소 위쪽 바위의 형상이 용이 승천하려는
모습으로 만일 이곳에서 용이 승천하면 이곳 태생의 인물이 중국까지 다스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은 조선에 군사를 급파, 승천을 서두르는 용의 목을 쳤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황석산과 기백산의 정기가 만나는 꺽지소 또한 볼거리. 집채만한 크기의 물고기라는 꺽지가 살아
꺽지소란 이름이 붙은 이곳은 주변 경관이 특히 뛰어나다.

이밖에 삼형제바위 매바위 돌무지 심원정 등 운치있고 아름다운 볼거리도 잇따라 만날 수 있다.


# 교통편
 
- 거창서 용추계곡·안의행 버스 이용

용추계곡은 함양에 속하지만 거창에서 버스가
오가기 때문에 거창으로 가야 한다.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창행
 완행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0시, 10시40분에 출발한다. 1만1900원. 2시간40분
 걸린다. 산행들머리인 유동마을까지는 용추계곡
또는 안의행 서흥여객(055-944-3720) 군내버스를
탄 후 유동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오전 8시50분,
9시50분, 10시50분, 11시50분에 있다. 2000원.
군내버스 정류장은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두번째 사거리에서 길을 건넌다. 중앙교를 지나 중앙시장내에 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날머리인 장자벌에서 거창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를 타기 위해선 용추계곡 입구 일주문까지 가야 한다.
장자벌 입구 도로에서 왼쪽으로 걸어서 10분 거리. 오후 1시5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45분. 거창에서 부산행 완행버스는 4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6시40분. 만일 거창에서
막차를 놓치면 서대구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후 부산행 기차를 이용하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서진주 분기점~대진고속도로~지곡 안의IC
~거창 안의 24번 국도 좌회전(금원산 자연휴양림)~황석산 16.5㎞, 기백산 15.4㎞, 용추계곡 11.9㎞
~김천 거창 24번 국도 직진~용추계곡 7.3㎞~용추계곡 좌회전(기백산 군립공원, 용추자연휴양림, 용추계곡)
~갈림길서 왼쪽 용추농원 유동마을 방향~유동마을회관 앞 주차.
  입력: 2004.08.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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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91> 울산 신불산
가파른 정상 오르니 초록평원 장관일세
공룡능선 사이 지능선서 영축산 동능·금강골 하산
홍류폭포 시원한 물줄 기· 정상 조망에 더위가 '싹'
아리랑릿지·쓰리랑릿지 바위절벽 숨은 비경 자랑

 
  초여름의 광활한 신불평원은 늦가을 억새의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초록과 갈색의 묘한 조화가 일품이다. 정면에 보이는 암봉이 영축산 정상이며, 산행길은 여기서 투구봉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으로 계속 이어진다.
매주 소개되는 산이지만 산꾼들의 반응이 썩 괜찮을 때가 있다. 바로 영남알프스의 숨은 코스가 나올 때 그렇다. 비록 능선길 일부가 중복되더라도 들머리와 날머리를 달리하는 이같은 숨은 코스는 같은 산이지만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반응이다.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산은 신불산(神佛山·1159m). 1000m가 넘는 헌걸찬 9개의 영남알프스 고봉 중 가지산(1240m)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신불산은 가지산에서 남으로 뻗은 산줄기 중 간월산 영축산과 함께 영남알프스 동부능선의 한 축을 이루는 봉우리. 북쪽의 간월산까지는 2.3㎞, 남쪽 영축산은 2.9㎞ 정도로 세 봉우리를 한데 묶어 10여시간만에 종주산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므로 통상 산 2개를 한데 묶는 대여섯 시간의 산행이 많다. 특히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가는 도중 억새가 환상적인 군무를 이루는 60만평의 신불평원은 늦가을이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신불산 등정길은 크게 두 가지.

홍류폭포를 지나 칼바위라 불리는 공룡능선으로 오르는 방법과 간월재를 거쳐 상봉으로 향하는 길이 그것.

하지만 이번 주는 기존 등산로 대신 공룡능선 암릉길과 간월재 길 사이의 지능선길로 상봉에 오른 후
영축산 동능과 아리랑릿지 사이의 비경인 금강골을 에돌아 내려오는 코스를 소개한다.

등억온천단지 내 온천교~간월산장~홍류폭포·간월재 갈림길~간월산 방향~신불산(험로)·간월산 갈림길
~신불산 방향~갈림길~전망대~잇단 밧줄 걸린 암벽~영남알프스 주능선~신불산 정상~신불평원
~군부대 사격장 안내문길~쓰리랑릿지 출발점~아리랑릿지 출발점~임도~장제마을~LG주유소 옆 버스정류장.
6시간 정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등억온천단지 내 간월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온천교를 건너면 사거리.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길이
끝날 때까지 가서 왼쪽으로 오르면 간월산장. 간월산장을 지나 산길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정면에
 '신불산 4.3㎞, 간월산 3.5㎞, 홍류폭포 0.8㎞' 이정표가 보인다. 본격 들머리다.

숲이 울창한데다 우측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가 어러져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한 두군데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주등산로를 따라 15분 정도 가면 홍류폭포·간월산 갈림길.

 
  신불산의 명물인 높이 33m의 홍류폭포.
왼쪽길을 따라 100m쯤 가면 신불산 명소인 홍류폭포. 초행길이라면 꼭 둘러보자.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높이 33m인 홍류폭포는 햇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서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 사시사철 산꾼들의 사랑을 받는 휴식처이다. 폭포 왼쪽으로 올라서면 그 유명한 공룡능선 암릉길이 시작된다. 홍류폭포를 둘러본 후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간월재 방향으로 간다. 여기서 산길은 두 갈래로 나눠지지만 어느 길로 가도 만나니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두 길 모두 리본을 달아놔 길찾는데는 문제가 없다.

첫번째 길. 이정표에서 100m 정도 오르면 갈림길. 왼쪽길로 가면 홍류폭포 위 산허리를 돌아 20여분 뒤 계곡과 만난다. 거기서 오른쪽 산길로 가면 1·2·3폭포 전망대와 만나며 이 지점이 갈림길.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두 개의 전망대를 지나 로프가 달린 전망대에 닿는다.

두번째 길. 이정표에서 5분 뒤 다시 갈림길. 신불산과 간월산의 갈림길이다. 흔히 간월산 방향으로 길을 잡지만 산행팀은 신불산으로 바로 오르는 험로인 왼쪽길을 택한다. 점차 길이 좁아지고 덩굴나무가 길을 가로막는 등 한눈에 인적이 드문 길임을 알 수 있다. 너덜과 '119구조신고 12번 기점'을 지나면 다시 갈림길. 주등산로는 오른쪽길로, 물없는 계곡으로 이어지지만 이번엔 왼쪽 오르막길을 택한다. 얼핏 길이 아닌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길이 나있다. 이 길만 찾으면 주능선까지 가는데는 일사천리.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급경사지만 다행히 덩굴이 밧줄역할을 해준다. 잇따라 만나는 세 개의 집채만한
바위에는 초록이끼가 껴 있고 그 사이로 들풀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세번째 바위를 지나면 갈림길.
왼쪽길로 30m 정도 가면 로프가 달린 전망대 바위. 로프를 타고 오르면 방금 올라온 등억온천단지가 발밑에 보인다.

이때부터 길은 비교적 또렷한 데다 숲을 거치면서 앞이 탁 트여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어떤 지점에선 좌 공룡능선, 우 간월산을 모두 볼 수 있다.

구멍이 뚫린 나무 앞에 있는 이끼 낀 절벽을 밧줄로 오르면 이상하리 만큼 편안한 숲길이 나오고 이어
 5분 후 영남알프스 주능선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주능선에서 신불산 정상은 안테나가 보이는 왼쪽 방향. 2분 남짓 거리다.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과
영축산 정상이 암봉인데 반해 신불산 정상은 육산으로 펑퍼짐하다.

동쪽으로 험하기로 소문난 공룡능선과 그 왼쪽에 방금 산행팀이 올라온 능선이 나란히 정상을 향하고 있고,
북으로 간월산 능동산 가지산 운문산 고헌산 상운산 오두산 배내봉이, 남으론 독수리 부리처럼 생긴 암봉인
영축산(취서산)과 투구봉 시살등 오룡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남쪽인 영축산 방향. 10여분 뒤 사거리인 신불재. 혹 식수가 떨어졌으면 왼쪽 신불산 대피소로
 내려가 채우면 된다.

 
  신불평원의 억새.
이제부터 광활한 억새밭으로 유명한 신불평원. 늦가을의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초록과 갈색의 절묘한 대비가 일품이다.

15분쯤 뒤 능선 오른쪽 단조산성터가 보일 무렵 왼쪽 '군부대 사격장' 입간판 쪽으로 내려선다. 민간인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지만 진짜 출입금지 구간은 5분 뒤 만나는 갈림길에 있기 때문이다. 사격장으로 가지 않고 왼쪽길로 돌아가면 된다.

이 길은 영축산 동능과 아리랑릿지 사이의 금강골을 둘러 내려오는 등산로로 아리랑릿지 쓰리랑릿지 등 깎아지른 바위절벽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숨은 길.

절벽에 볼트가 박혀 있는 쓰리랑릿지 출발점과 아리랑릿지 출발점을 잇따라 지나 장제마을까지는 1시간20분 정도 걸리고, 여기서 LG주유소 옆 버스정류장까지는 30분 걸린다.

◇교통편 - 언양서 간월 등억온천행 버스 이용

이번 신불산 산행은 들머리와 날머리의 거리가 멀어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차 이후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800원.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산행 기점인 간월 입구 또는 온천교에 가기 위해선
언양시외버스터미널 후문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10m 정도 떨어진 버스정류장에서 323번 대우여객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9시10분, 10시10분,
11시10분, 낮 12시30분에 출발한다. 700원.
15~20분 걸린다.

날머리인 LG한일주유소 옆 버스정류장에서 신평행 시내버스(12, 12-1, 63, 67번)는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800원. 신평시외버스터미널(055-382-6624)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10분, 3시45분,
 4시20분, 4시55분,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 7시35분, 8시10분, 8시40분(막차) 출발한다. 2200원.


◇ 떠나기전에

- 하산길사격장 부근 안전유무 확인
- 들머리 등억온천·간월사지 등 유명

 
하산길의 신불산 기암괴석. 절경이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과 삼남면, 양산시 원동면의
접경에 걸쳐 있는 신불산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신령스런 산으로 알려져 왔다.

북으로 간월재에 맥을 잇고 남으로는 신불재로
능선을 이어 영축산으로 달려나가는 전형적인
억새산길로 등산로가 다양해 인기높은 근교산이다.
홍류폭포에서 왼쪽 칼바위를 거쳐 공룡능선을 오르는
 것이 주등산로 역할을 하며 대부분 간월재로 하산한다.

취재팀은 복잡한 공룡능선을 두고 오른쪽의
직등능선을 소개하기로 했다. 공룡능선에 비해
한적하지만 주위의 조망권은 다른 산길에 비해
조금도 뒤짐이 없기 때문이다.

신불산은 파르티잔에게는 영남지역 최대의 근거지였으며 배내골로 넘나드는 수많은 고개 또한 민초들과
함께 해왔다. 산 서쪽은 파래소 폭포와 자연휴양림으로 통하며, 깊은 골짜기 만큼 다양한 동식물 분포 또한
영남알프스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손꼽힌다.

하산때 만나는 금강골은 영남알프스에서는 작은 금강산으로 통한다. 수많은 기암이 솟아 암벽등반지로
유명하다. 100여m의 금강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간담을 써늘케 할 정도로 위용이 있다. 아쉽게도
군부대 통제구역으로 출입이 불가능하다. 전화위복이라 할까.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되레 깨끗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이 길은 근교산 산행팀이 소개한 길로만 가야하며 주말에만 하산할 것을 권한다.

하산시 사격연습이 진행될 때에는 관리관(011-558-5127)에게 연락해 안전을 확인하자.
들머리 등억온천단지 내에 위치한 간월사지에는 보물370호인 석조여래좌상이 볼 만하므로 시간이
날 경우 둘러보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6.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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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88> 오룡산 ~ 시살등
태고의 영남알프스 숨겨진 원시림을 가다
5시간30분 코스…지명도 낮지만 빼어난 경관 자랑
오룡산 정상서면 석계묘지부터 금정산까지 한눈에
시살등 흙봉우리 오르면 눈아래 동해가 일망무제

 
  암봉인 오룡산을 지나 흙봉우리인 시살등을 향하는 주능선에서 바라본 오룡산 봉우리. 어디에 내놔도 주눅들지 않을 만큼 헌걸차다.
영남알프스는 부산경남 산꾼들의 영원한 휴식처다. 밀양 청도 양산 울주 경주 등 5개 시군에 걸쳐 일정 간격으로 솟아 있는 영남의 지붕 영남알프스는 그 면적만도 웬만한 국립공원과 맞먹는다.

맏형격인 가지산을 비롯해 운문산 영축산 등 어디에 내놔도 주눅들지 않을 헌걸찬 봉우리들, 2박3일 쉼없이 달려야 끝을 보는 주능선, 아직도 원시림과 청량감을 선사하는 계곡, 전국 최고의 광활한 억새밭, 일본 북알프스 못지 않은 산세와 설경, 통도사 운문사 표충사 얼음골 호박소 등 전통 사찰과 빼어난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산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

이 영남알프스가 길어봐야 2시간 안팎의 거리에 촘촘히 모여 있으니 부산경남 산꾼들에겐 '그 은덕이 하해와 같다'는 표현이 과장만은 아니다.

종주산행을 비롯, 수차례나 영남알프스를 부분부분 소개한 바 있는 취재팀은 지금도 영남알프스의 숨은 길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이번에 새로 개척한 길은 영남알프스 주능선의 동쪽 끄트머리에 해당되는 오룡산~시살등 코스.

가지산에서 남으로 뻗어 내려가는 영남알프스 산줄기는 능동산에서 둘로 가지치기를 해 하나는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으로 이어지는 서부능선과 또 하나는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의 동부능선으로
갈라진다.

오룡산~시살등 코스는 동부능선인 영축산에서 영남알프스의 막내격인 염수봉 사이의 길로 지명도 면에서
한단계 떨어진다. 그 점이 되레 전화위복이 돼 아직도 원시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망도 빼어나 영남알프스의 주봉을 비롯해 동해바다, 울산 등 동부경남, 그리고 심지어 부산의
산줄기들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환하게 볼 수 있다.

 
산행은 영남알프스의 최대 골짜기인 배내골의 도도한 물줄기가 흐르는 양산시 원동면
선리마을에서 출발해 계곡을 건넌 다음, 임도~지능선~암릉길~주능선~임도~전망대
~오룡산 정상~자장암 갈림길~시살등~신동대동굴 갈림길~대나무숲~민가~원동면 장선마을
경로회관 앞 버스정류장~선리마을 순. 5시간~5시간30분 걸린다. 몇차례 갈림길이 나와 혼동을 주지만
국제신문 산행안내 리본을 따르면 무리는 없을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동면 선리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선리양조장 이정표 앞 볼록거울 옆으로 난 농로를 따라가다 수중보를
건넌다. 현재 공사중이라 등산화를 벗고 바지를 걷어야 한다. 수중보 중간쯤에서 다시 우측에 널려 있는
 돌을 징검다리 삼아 계곡을 통과한다. 물흐름 방향으로 10m쯤 가면 정면에 비로소 산길이 보인다.

20m쯤 뒤 우측으로 열린 오르막길을 오르면 곧 임도와 만난다. 이 길을 따라 재차 걸으면 좌측에
무덤 2기가 보인다. 여기서 5m 정도 더 가면 우측에 산길이 열려 있다. 이 길만 찾으면 일단 길은 제대로 잡은 셈.

잇단 무덤과 숯가마터를 지나면 곧 지능선. 첫 무덤에서 30분 거리. 나무 사이에 덩쿨이 뒤엉켜 있어
마치 원시림에 온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우측으로 길을 잡으면 50m 정도의 암릉길이 기다린다.
전망이 일품이다. 오른쪽 발밑엔 방금 지나온 배내계곡과 향로산, 왼쪽엔 우리가 오를 오룡산과 시살등이 보인다.

 
  산행 초입 만나는 암릉길. 전망이 일품이다. 왼쪽 위가 배내천.
암릉구간을 지나면 한적하고 편안한 숲길. 시원한 바람과 완만한 경사, 산행조건으로
더할 나위 없다. 길가에 널린 야생화와 산죽 억새길을 잇따라 지나 25분 정도
편안하게 걸으면 주능선 삼거리다. 남동쪽인 우측길은 영남알프스의 종점 염수봉
가는길. 왼쪽으로 꺾는다. 이때부터 안보이던 안내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목도 활엽수 일색에서 소나무가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낸다.

10분 후 임도를 만나면 곧바로 건너 산길로 오른다. 억새밭 갈림길을 만나면 우측으로
방향을 잡자. 소나무 터널 사이로 들려오는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정겹다. 길 우측 계단식으로 조성된 석계공원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10여분 뒤 마침내 오룡산 정상(997m). 돌탑을 보고 우측으로 5m 정도 가면 키작은 소나무에 '오룡3봉'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가까이는 석계공원묘지부터 정족산 대운산 천성산 백운산 철마산 장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날씨만 좋으면 광안대교도 보일 듯하다.

영남알프스 산줄기를 훤히 보려면 다시 돌탑쪽으로 이동한다. 높이로 따지자면 가장 높다는 오룡5봉 뒤로 밋밋한 품새의 시살등과 한피기 고개, 그 뒤 이름으로 바로 연상되는 투구봉, 영축산이 잇따라 보인다. 투구봉 왼쪽 일자능선 봉우리가 신불산, 오룡4봉 왼쪽 뒤엔 가지산이 있고
그 왼쪽으로 약간 고개를 내민 봉우리가 운문산이다. 운문산 왼쪽으로 재약산 천황산이, 돌탑 뒤로 향로산을
시작으로 백마산 향로봉 금오산 천태산 토곡산으로 산줄기가 이어진다. 그야말로 영남알프스 전망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탑 왼쪽길을 내려서며 산행은 계속된다. '전망이면 전망, 내달리고 싶은 사람에겐 능선길을 언제든 내준다'는
어느 산꾼의 표현이 곱씹을수록 적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룡산에서 시살등은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막상 가는 길은 경사가 제법 심한 바위길의 연속으로 만만찮다.
숨을 한번 고르라고 50분 뒤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엔 시살등,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오룡산 암봉.
곧바로 만나는 자장암 갈림길에선 통도환타지아와 통도사도 보인다.

시살등은 20분 뒤 닿는다. 영남알프스 준봉들이 대개 험준한 암봉인데 반해 시살등만이 예외로 부드러운
흙봉우리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부처님의 미소를 닮았다고도 한다.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만 달랑 놓여 있다.
오룡산과 마찬가지로 일망무제 조망이 펼쳐진다. 북쪽으로 울산 문수산과 동해바다가 넘실거리고 턱밑이
 투구봉이다.

하산은 삼각점에서 왼쪽인 서쪽으로 내려선다. 첫번째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두번째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간다. 두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5분 정도 가면 조선시대 신동대라는 사람이 도를 닦던
곳인 신동대동굴이 있으므로 시간이 나면 한번 둘러보자.

헬기장에 버금가는 넓은 터를 가로질러 숲길로 직진한다. 통상 하산길이 급경사인데 반해 경사가 완만해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편하다. 너른터에서 장선마을 경로회관 앞 버스정류장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고, 이곳에서 선리마을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 교통편 - 부산역서 원동행 무궁화호

산행 들머리는 경남 양산시 원동면 선리마을이고 날머리는 원동면 장선마을. 두 마을은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이다. 때문에 선리마을에 차를 주차해도 별 부담이 없다.
대중교통은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부산역에서 원동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5분, 7시35분, 8시5분, 10시5분에 출발한다. 2500원.
부전역에서는 경전선 무궁화호가 있다. 오전 5시10분, 7시40분 출발. 2500원.

원동역에서 들머리 선리마을행 버스는 오전 6시45분, 10시45분에 출발한다. 1800원. 장선마을에서
원동역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 5시25분, 8시10분에 있다.

원동역에서 부산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3시52분, 6시19분, 7시34분, 7시52분, 9시52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전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5시53분, 8시16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양산IC~통도사 양산어곡지방공단 35번 국도 직진
~신불산 공원묘지 양산 어곡지방공단 직진~양산교 지나 우회전~대리 어곡 방향 좌회전
~배내골 어곡산업단지 직진~배내골 용선 방향 직진~대리~제1, 2 화룡교~신불산 공원 묘지
~하양교~석남사 배내골 방향 우회전 69번 지방도~배내휴게소 사거리서 우회전~고점교(풍호대)~선리교
~선리마을~폐교 이천중학교~버스정류장~선리양조장 지나 좌회전, 선리노인정 앞에 주차하면 된다.


 
배내천을 기준으로 반대편에 위치한 향로산 산줄기.  
◇ 떠나기전에 - 영남알프스 계곡중 배내골이 으뜸

영남알프스는 곳곳에 많은 골짜기를 품고 있다.

영남알프스 최고의 골짜기라 불리는 배내골을 비롯,
학소대계곡 상운암계곡 쇠점골 덕현천 등 수많은
골짜기가 능선에서 흘러 내린다.
이 가운데 배맛이 난다는 시원한 물이 거침없이
 쏟아지는 배내골을 영남알프스 계곡 중 으뜸으로
 친다. 영남알프스의 9개 주봉중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천황산 재약산 등 크고 작은 봉우리가
배내골을 감싸고 있다. 100리나 된다는 이 깊은
골짜기는 신동대동굴 파래소폭포 심종태바위
철구소 죽림굴 풍호대 등 다양한 민초들의 사연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배내골에서 출발하는 이번 산행은 영남알프스에서 몇 안남은 손때 묻지 않은 깨끗한 코스이다. 수림에
덮인 상큼한 하산로는 덤이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선리마을은 공교롭게도
밀양 향로산(2004년 4월16일자 382회분)의 들머리와 같다. 마을길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가면 향로산으로
 향하고, 오른쪽 배내골을 건너면 오룡산으로 이어진다.
선리마을은 50여년 전통의 선리양조장(011-9692-8875)이 유명하다. 전통방식을 고집, 맛이 독특하다.
1되 4000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6.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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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81> 사천 와룡산
굽이굽이 암릉따라 다도해 한눈에

 
중국 사천성 낙산시 능운산의 낙산대불은 높이가 71m나 되는 등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의 마애불이다. 산의 한쪽 절벽 전체가 불상이다. 예부터 이곳은 세 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사고가 잦았다. 당나라때 해통법사는 이를 안타까이 여겨 부처님의 법력으로 사고를 막고자 낙산대불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점은 유람선을 타고 강에서 능운산을 바라보면 능선 전체가 부처님이 반듯이 누워있는 와불의 모양을 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 와불의 형태를 발견한 때가 고작 15년 전이라는 것. 실제로 이곳에 가면 능운산 능선 전체가 와불모양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와이드로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경남 사천의 와룡산(臥龍山·799m). 하늘에서 보면 누워 있는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이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등성이마다 기기묘묘한 암봉과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어 예사 산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여기에다 삼천포항을 비롯, 남해 통영 거제도와 주변의 이름모를 섬들로 이뤄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빼어난 바다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알짜배기 근교산으로 알려져 있다.

기묘하고도 수려한 산세 때문인지 와룡산의 품안에는 절집이 아주 많다. 구전에 따르면 와룡산에는
팔만구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지금은 알려진 절집만 해도 청룡사 덕룡사 백천사 백룡사 용주사 와룡사
갑룡사 등이 있다.

백천사는 오는 5월15일까지 산불예방기간으로 인한 등산로 통제 때문에 이 기간 동안은 와룡산 산행의 날머리.
 백천사 내에도 대형 와불이 있다. 비스듬히 팔을 괘고 있는 이 와불은 7년 전에 조성됐다. 길이 13m,
높이 3m인 이 와불은 중국에서 들여온 거대한 소나무를 부처님 형상으로 조각, 도금했으며 그 안쪽에는 나무를
깎아내 몸속법당을 만들어 부처님을 모셔놨다. 그래서 각각 목와불(木臥佛) 또는 와불몸속법당이라고 불린다.

 
백천사 약사와불전 내에 모셔진 와불.  
중국의 낙산대불이 그랬듯이 백천사의 목와불과
와물몸속법당 내 부처님도 아마 불력으로 와룡산
한려해상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으리라.

산행은 갑룡사(옛 비룡사)~샘터~돌탑집~도암재
~암릉구간~새섬바위~헬기장~민재봉~백천재
~백천사 순.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나와 사천 방향 3번 국도를
타고 오다 남양동사무소 앞에서 와룡산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들머리인 갑룡사까지는 2㎞ 정도.
갑룡사까지 승용차로 진입이 가능하지만 아직
 공사중일 경우 남양(임내)저수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이곳에서 갑룡사까지는 20분 정도.

와룡사 기슭에 터를 잡은 갑룡사. 웬만한 대찰 못지 않게 부지는 엄청나지만 경내는 당우가 몇 채 안돼
썰렁하기 그지없다. 대신 활짝 핀 동백과 목련 그리고 맑은 새소리가 일행을 반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푸름의 상징 소나무와 대나무 숲을 지나 산모롱이를 돌면 물마른 계곡.
건너편에 지붕있는 샘터가 있다. 샘터에서 계단을 오르면 돌탑집. 국수 등 요깃거리를 판다.

 
돌탑집 주인이 8년간 공들여 만든 돌탑들.  
돌탑집 뒤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가운데 그 주변에
 엄청난 크기의 돌탑 10여기가 오밀조밀 서있다. 돌탑집
 주인 아저씨 박종만(64)씨의 8년간 노력의 결실이다.

여기서 본격 산행을 시작한다. 연보라빛 진달래와
노란 생강나무꽃이 길 좌우에 활짝 펴 있다. 발밑에는
현호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문득 생명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고즈넉한 숲길과 그리 힘들지 않은 오르막,
그리고 약간의
억새군락지를 지나 도암재까지는 20분 내외.
오른쪽엔 그 유명한 상사바위. 부모의 반대로 부부의
 연을 맺지 못한 젊은 남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러브스토리가 전해온다. 경남 암벽마니아들이
자주 찾아 훈련을 한다. 제법 너른 평지인 도암재는 이들의 야영지.

왼쪽 새섬바위 쪽으로 길을 잡는다. 도암재에서 1㎞ 정도의 거리지만 가파른 능선길이라 제법 힘이 든다.

10분 뒤 작은 돌탑 여러 기가 서있는 너덜지대, 여기서 5분이면 전망대 바위에 닿는다. 되돌아보면 정면에
상사바위가 우뚝 서있다.

밧줄을 잡고 올라오면서 산길은 험난해진다. 왼쪽 사면길로 들어서면 발밑은 수십m의 벼랑길. 난간이 설치돼
있지만 특히 유의하길. 또 한 번의 너덜과 전망대를 지나면 돌탑 10여기.

지금부터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암릉구간. 밧줄을 타고 암벽 옆을 가로질러 등날에 오르면 스릴은
둘째 치고 자연이 빚어낸 그 오묘함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이렇게 20분. 마침내 새섬바위.
먼 옛날 태고적, 와룡산 전체가 물에 잠겼을 때 유독 새 한마리가 앉을 정도의 바위만 튀어나와 있었다고 해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눈 앞에 주봉인 민재봉. 하지만 실제 거리는 1.6㎞. 암릉구간과 달리 푹신푹신한 능선길이다. 15분 뒤 수정굴
갈림길. 우측 수정굴은 10여년 전까지 수정을 캐던 곳으로 굴입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직진한다. 얼레지가 만발한 헬기장을 지나면 이내 민재봉. 노란 양지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와룡산
특히 철쭉으로 유명, 5월이면 산꾼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서쪽으로 향로산 무룡산 수태산 구절산 벽방산 능선이 보이고 남쪽으로 새섬바위 뒤로 통영 사량도의
지리산이 코 앞에 다가와 있다.

민재봉에서 보면 와룡산이 용이 머리와 꼬리를 맞대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민재봉과 새섬바위 그리고 남쪽 눈 앞의 기차바위가 용의 등줄기, 상사바위가 꼬리, 그리고 기차바위 뒤 안테나가 서있는 용두봉이 용의 머리에
 해당한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하산은 백천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한적한 오솔길이 피로를 잊게 해줄 정도로 편안하다. 30분 뒤 백천재에 닿고
여기서 긴 너덜길을 지나면 시멘트길과 동시에 백천송어가든이 나온다. 여기서 목와불이 모셔져 있는
백천사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 생강나무꽃 · 산수유꽃 '헷갈리네'

 
산수유꽃(위)생강나무꽃(아래)  
사천 와룡산에는 유달리 노란색 생강나무꽃이 많다.
봄이 되면 보라빛 진달래, 연분홍 산벚꽃과 함께
온 산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지만 진작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부분의 산꾼들이 산수유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6년 사이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이나 경기도
이천 도립마을의 산수유 축제가 너무 집중 부각된
나머지 이 시기에 노란꽃을 보면 저절로 산수유꽃이
연상된다.

이번 와룡산 산행 때도 그랬다. 취재팀은 노란꽃 한다발을
 꺾어 내려오는 한 산꾼에게 무슨 꽃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산수유꽃. 그러고선 산수유꽃도
모르느냐고 퉁까지 준다.

두 꽃은 우선 노란색이고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
공통점이 있지만 실은 전혀 다르다. 외형상 생강나무꽃이
무척 탐스럽다면 산수유꽃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의 자생종이고
산수유는 중국에서 들어온 층층나무과의 외래종. 때문에
들이나 가정집 가까이 피는 꽃은 산수유꽃으로 보면 되고
산속에서 피는 노란색꽃은 일단 생강나무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

또 생강나무의 표피는 매끄럽고 잘 벗겨지지 않지만
산수유는 훨씬 거칠고 각질이 많다. 생강나무는 나뭇가지를 꺾으면 생강과 비슷한 상큼한 향이 난다.

◇ 교통편 - 터미널서 남양입구행 버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삼천포 시외버스터미널(055-832-8202)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6시, 6시35분, 7시10분, 7시45분, 8시20분, 8시55분, 9시30분, 10시, 10시30분에 출발한다. 8500원. 1시간50분 걸린다.

터미널에서 들머리인 남양(동사무소) 입구행 시내버스(부산교통·055-832-1992)는 70, 71, 72, 73, 75번이 간다.
각각 10분 간격으로 출발. 800원. 삼천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35분, 6시10분, 6시45분, 7시20분, 7시55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만일 막차를 놓칠 경우 진주 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로
이동해 심야시간대 버스를 탈 수 있다.

삼천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8~10분 간격으로 밤 11시(막차)까지 있다. 2500원.
진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 간격이며 막차는 밤 9시10분. 6000원. 심야버스도 있다. 밤 10시, 11시, 자정.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사천IC~3번 국도 사천공항~창선 사천~삼천포항 사천
~와룡산 16㎞~선진리성~와룡산 입구 좌회전~신우 심포니아파트 통과~남양(임내)저수지~화기물보관소
~갑룡사 순.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입력: 2004.04.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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