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378> 고성 구절산

 
산행을 하면서 역사의 현장이나 평소 알고 있는 곳을 조망할 때의 희열감은 상당히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물론 한번쯤은 그 현장을 평면적으로 다녀와 봤겠지만, 주변 산 정상에서 입체적으로 내려다보는 기분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바로 '공룡나라'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위치한 구절산~철마산~응암산~시루봉 능선을 한걸음에 달려보면 이러한 기분을 맘껏 느껴볼 수 있다.

고성군의 오른쪽 끝단에 위치,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인 동해면의 한가운데 아담하게 솟은 이들 산에 서보자. 북으로는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닭의 목처럼 길고 좁은 당항만의 지형을 이용해 왜선 26척을 격침한 당항포 앞바다와
마산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남쪽으론
거제도와 통영 및 그에 딸린 올망졸망한 섬들을 품에 안을 수 있다.

산세도 전반적으로 호젓해 남녀노소 누구나 산행이 가능하고 거리 또한 부산서 멀지 않아 봄맞이 주말 산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산행은 외곡리 폭포암~구절폭포~산신각(백호골)~잇단 묘지~임도~구절산 정상~달기고개(철마령)
~철마산(철마산성)~임도~쉼터~응암산~삼거리~시루봉(산불초소)~임도~석운암~원각사~동해면 용정리
가룡마을 순. 5시간30분~6시간 걸린다.

외곡리에서 하차한 후 들머리인 폭포암까지는 대략 2㎞. 외곡마을 한복판을 가로질러 시멘트길 끝까지 따라가면
만난다. 그리 오래된 사찰이 아니다. 전통사찰 전각이 아닌 일반 가옥과 유사한 천불전과 그 옆 황토선원이 전부다.
 절 입구 ‘폭포암 안내도’에 극락전 조감도, 석굴법당 예정지 등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면 향후 불사를 앞두고
있는 듯했다.

흔들바위는 꼭 구경하자. 절 중앙계단을 지나 천불전 뒤편 등산로 입구에 있다. 어른 키의 1.5배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둥근모양의 바위지만 한사람이 밀어도 흔들, 다섯 사람이 밀어도 역시 흔들거릴 뿐이다. 주지 스님은 “절벽 끄트머리에 위치, 몇 해전 인부 20명을 불러 지렛대를 이용해 제거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그 때 이후론 폭포암의 명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행은 폭포암 계단 옆 황토선원을 지나 구절폭포를 가로지르면서 시작된다. 지금은 물이 말랐지만 비가 올 때
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는 장관이라고 전해온다.

작은 다리를 건너 기암절벽을 에돌면 곧 산신각. 자연굴에 여닫이 문을 달아 부처님을 모셔놨다. 20여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고성의 대표적 산인 거류산이 정면에 보이고 그 왼쪽에 벽방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른쪽 발밑으론 방금 폭포암으로 올라온 길과 저수지가 확인된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잇단 묘지를 지나 15분 뒤엔 남해바다와 다도해가 펼쳐진다. 이후엔 보는 각도를 달리해
연이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성냥갑 크기만 한 30~40척의 고깃배가 흰포말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3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와 마른 억새숲, 그리고 푸른하늘이 언뜻언뜻 보이는 송림을 연이어 지나면
이제 북쪽의 당항포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동시에 정면 저 멀리 마산 무학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왼쪽으로
대산 옥려봉 서북산이, 오른쪽에는 불모산 장유봉이 가까이 다가온다.

곧 삼거리. ‘왼쪽 폭포암, 직진 정상’. 산행중 만난 첫 이정표다. 직진한다. 억새밭이 기다린다. 억새숲을
거닐면서 바라보는 남해바다. 가을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임도와 만난다. 약 150m 지나면 다시 산길. 묘지를 지나면 거대한 바윗덩어리의 너덜길. 힘겹게 오르면 이번엔
집채만한 바윗덩어리가 다시 기다린다. 다행히 나무사다리가 서있다. 이것만 오르면 곧 초소가 있는 정상.

입이 떡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호수처럼 잔잔한 당항포를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마산 진동 앞바다
~진해 앞바다~부산 엄궁아파트단지~가덕도 등대~거제 고현조선소~거제대교~통영~욕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 조망도 뛰어나다. 북으로는 합천의 황매산이, 북서쪽에는 지리산 천왕봉이, 서쪽으로 남해 금산 사량도
옥려봉이, 고개를 돌려 남쪽 거제도엔 계룡산 대금산이 시야에 들어와 ‘일망무제’란 단어 외엔 적절한 표현이 없을 듯하다.
하산은 오른쪽 ‘장기고개’ 방향으로 내려선다. 바위능선길이다. 동시에 좌우 모두 바다. 손과 발을 이용해 바위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암릉구간을 지나 20여분 오솔길을 걸으면 달기고개(철마령). 이 고갯길을 중심으로 구절산과 철마산이 이어져 있다. 동시에 이 길은 동해면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직진해 산길로 오른다. 송림이다. 구절산쪽 소나무보다 더 굵고 운치가 있다. 20분 정도면 힘들이지 않고 철마산 정상에 닿는다. 철마산성 팻말이 서있다. 철마산의 8부능선을 따라 축조된 가야시대 성으로 임란때 등 왜구방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산하면서 돌이 규칙적으로 쌓여 있는 등 산성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오솔길을 걷다보면 또 임도와 만나고 중간에 쉼터가 조성돼 있다.

다시 산길로 오른다. 20분 뒤 안부에 닿고, 이곳에서 응암산 정상까지는 10분. 동·남·북쪽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부산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면에 초록색 초소가 보이는 봉우리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시루봉.

 


동쪽인 왼쪽으로 하산, 산책로를 연상할 정도로 편안한 산길을 25분 정도 걸으면 마침내 시루봉 정상. 벌써 고깃배가 등을 밝히고 조업하고 있다. 정상에 닿기 3분 전쯤 삼거리가 하나 나온다. 왼쪽길은 시루봉에 오른 후 최종 하산할 때 내려서는 길이므로 유의하길.

하산길은 급경사길. 8분 뒤 임도에 닿는다. 다시 산길로 들어서면 5분 뒤 대나무숲과 다 쓰러져 가는 암자 석운암을 지나 원각사에 닿는다. 원각사에서 날머리인 동해면 용정리 가룡마을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 목탁소리 내는 소, 구절산의 명물로…
‘목탁소리 내는 소를 들어보셨습니까’.

고성 동해면 외곡리 구절산을 찾아가는 길에는 신기한 볼거리가 하나 있다. 목탁소리를 내는 소가 바로 그것.


마을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인정받아 외곡리마을 입구에는 ‘외곡리’와 외곡리를 대표하는 암자인 ‘폭포암’ 이정표와 함께 ‘소가 목탁소리를 내는 마을’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외곡리마을 입구에서 시멘트길을 따라 7분 정도 걸으면 길 오른쪽에 ‘소가 목탁소리 내는 집’ 이정표가 보인다. 마을공동우물과 정미소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선 후 50m 정도 걸으면 마을회관 옆집이 바로 그 집. 좁은 골목 입구 외양간에 소가 보이고, 그 안쪽이 소 주인 정윤찬(53)씨 살림집이다.

이름은 심우(尋牛). 나이는 3살이며 현재 임신 7개월. 폭포암 주지 오현각 스님이 지어줬다. 겉모습은 여느 소와 같이 평범하다.
 


귀하신(?) 몸 심우는 요즘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이따금씩 산책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특식은 없고 사료나 짚여물 등 평상시대로 먹고 있다.



정씨는 심우가 생후 100일 정도 지나고 나서야 신기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그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목탁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멀리서 들어보면 정말 목탁소리나 진배없다.


그렇다고 아무때나 그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정씨가 심우 입 근처로 손을 갖다돼야 비로소 입을 벌려 혀를 튀기며 소리를 낸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심우는 이미 전국적인 스타라고 한다. 서울 사는 정씨의 조카가 방학때 놀러와 심우를 보고 즉시 인터넷에 올린 후 모 방송에 한번 출연했다고 한다.


지금은 구절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오가다 우연히 한번씩 들러 입구에 걸린 시주함에 시주를 하고 간다.


시줏돈의 용도에 대해 묻자 정씨는 “돈이 제법 모이면 폭포암에 시주하고, 마을 어른들에게 막걸리를 받아드리는 등 개인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 교통편 - 고성터미널서 한내行 군내버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고성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첫차 이후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900원. 2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 들머리인 동해면 외곡리를 가기 위해서는 고성시외버스터미널(055-674-0082)에서 한내행 군내버스(고성버스, 055-674-0080)를 타면 된다. 오전 7시35분, 8시45분, 9시35분, 10시45분, 11시45분. 850원.

날머리인 동해면 용정리 가룡마을 가룡새마을회관에서 고성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3시20분, 4시15분, 5시30분, 6시20분, 8시5분(막차)에 있다. 2400원. 승용차를 외곡리에 주차했을 때도 이 버스를 타고 외곡리에 내리면 된다. 1400원.
가룡마을에서 택시(고성택시, 055-674-3938)를 이용해도 되지만 다소 비싸다. 외곡리나 고성시외버스터미널 모두 2만원 균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서마산 방향~마산IC~통영 시청 5번국도~밤밭고개 통영 14번 국도 우회전~14번 국도 통영 진동~배둔~(길 건너편 현대오일뱅크 삼락주유소 지나자마자)~삼락삼거리서 동해 거류 1010번 지방도 좌회전~둑(다리) 지나고~거산삼거리서 당동 동해 1010번 지방도 좌회전~한내삼거리 광동 당동 77번 지방도 우회전~100m 진행~왼쪽 ‘외곡리’ ‘폭포암’ ‘소가 목탁소리 내는 마을’ 이정표 순.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3.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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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의 금정산인 월아산은 산행 도중 진주의 젖줄인 남강의 도도한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사진은 월아산 국사봉에서 계양 재를 향하는 도중 우측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강.
진주시 금산면과 진성면에 걸쳐 있는 월아산은 진주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가장 많이 찾는 산이다. ‘진주의 금정산’이라고 보면 된다.


월아산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달 뜨는 모습이 아름다운 산이다. 산에서 달을 뱉아내듯 달이 떠오른다. 그 모습이 천하절경이어서 예부터 아산토월(牙山吐月)이라 했으며 진주 12경 중의 하나로 꼽힌다.


남강이 허리를 감싸고 있는 월아산은 두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달음산고개(질매재)를 연결고리로 주봉인 남쪽의 장군대산(482m)과 북쪽의 국사봉(431m)이 이어져 있다. 마치 만덕고개를 중심으로 금정산과 백양산이 연결돼 있듯이.



산세로 봐서 독립 봉우리로 불러도 괜찮을 성 싶지만 이 두 봉우리를 월아산으로 묶어 부르는 것은 바로 아산토월의 멋진 광경을 앞세우기 위함이리라.









 


휘영청 달 밝은 날 월아산이 달을 머금고 있으면 이번 산행의 날머리 인근인 금호지(池)에는 어김없이 달을 토해내는 듯한 월아산의 멋진 광경이 투영된다고. 신라때 축조된 금호지는 지금 공사를 위해 물을 빼놓아 당분간 이 광경은 보기 힘든 것이 아쉽다.



산행은 주차장~청곡소류지~청곡사~초소~현수교(구름다리)~체육공원~두방사~장군대산~잇단 헬기장~잇단 돌탑~달음산고개(질매재)~국사봉~잇단 전망대~철탑~계양재~주차장 순.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월아산은 남해고속도로에서도 볼 수 있다. 남강휴게소를 지나 6~7㎞ 지점에 이르면 정면 산 정상에 대형 안테나가 여러 개 보인다. 장군대산이다. 좀 더 지나 진성으로 빠지는 곳 근처에
이르면 장군대산 옆 푹 꺼진 지점이 달음산고개이고 그 오른쪽 옆 우뚝 솟은 봉우리가 국사봉이다.



주차장에서 청곡사 사적비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며 산행이 시작된다. 곧 청곡사의 영지(靈池)인 소류지와
청곡사에 닿는다. 천년 고찰 청곡사(靑谷寺)는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왕건의 스승 도선이 이곳을 지날 무렵
남강 변에서 청학(靑鶴)이 날아와 앉았는데, 그곳에 서기가 충만해 절터로 정했다고 한다. 국보 제302호인
영산회 괘불탱이 유명하다.



청곡사를 나와 5분 뒤면 왼쪽에 현수교인 구름다리가 나온다. 건너면 가족쉼터. 건너지 말고 직진한다.
등산로 유실방지를 위해 돌계단,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10분 후 체육공원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정상으로 곧바로 오르는 왼쪽길 대신 두방사를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오른쪽 길로 간다. 전형적인 오솔길로 소나무 숲이 아주 좋다.



‘두방사 930m’ 팻말이 보이면서부터 돌과 흙이 모두 붉은빛을 띤다. 마치 붉은 벽돌가루를 뿌려놓은 듯하다. 오른쪽 산모롱이를 돌면 길 좌우에 묘지가 널려 있다. 장군묘도 하나 보인다.



이내 두방사. 경내 향나무와 조그만 다층석탑이 우선 눈에 띈다. 무량수전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장군대산. 오른쪽 남명선원 방향 산길로 오른다. 오른쪽 포장로 끝은 산림욕장.



무덤 1기를 지나 30분쯤 힘들게 오르면 주능선. 여기서 오른쪽으로 150m 지점이 주봉인 장군대산. 예부터
금산 문산 진성면 주민들이 가뭄 때 기우제를 지냈으며, 임진왜란 땐 김덕령 장군이 목책성(木柵城)을 쌓고
 왜적을 격퇴한 역사적 유적지이다. 정상은 아주 넓고 전망이 빼어나다. 초소 옆은 방송국 중계탑.

남으론 남해고속도로와 진주 시가지가 시야에 들어오고 북으론 월아산을 휘감고 있는 남강의 물줄기와
산행팀이 오를 국사봉이 보인다.
하산은 주능선 왼쪽 청곡사 방향으로 간다. 25분 정도 걸리는 이 능선길은 평평한 오솔길로 휘파람이
 절로 나올 정도. 나무벤치 등 쉼터와 돌탑 및 돌무더기가 자주 보인다.

달음산고개로 향하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길. 왼쪽에 10기 정도의 돌탑군이 이채롭다. 10분 정도면 임도를 지나
도로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산 입구에 ‘질매재’라고 적힌 커다란 입석이 서 있다.

 
  국사봉 하산길은 가을이면 억새 천국. 백양산 억새밭을 연상시킨다.


국사봉으로 향하는 길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힘들다.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는 두번의 갈림길을 지나 30분 정도는 바짝 땀을 흘려야 한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



정상엔 ‘월아산 국사봉’ 정상석이 서 있다. 사방이 온통 산. 남동쪽에 방어산 궤방산 오봉산 여한산 서북산 인성산 적석산 거류산이, 반대편엔 지리산 천왕봉을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중봉 하봉 세봉 웅석봉 둔철산 부암산 황매산 자굴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초소를 지나 돌탑 왼쪽길로 내려선다. 억새길이다. 소나무 숲이 미로를 방불케 한다. 잇단 오른쪽 전망대에 서면 남강의 도도한 물줄기가 한 눈에 펼쳐진다. 낙동강의 그것에 견줄만 하다. 흉물스런 채석장이 옥에 티.


40분쯤 뒤 이정표 없는 갈림길. 왼쪽 계양재 가는 길로 잡는다. 오르막 직진길은 둘러가는 길이어서 곧 만난다.


이후 철탑을 지나 15분 정도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 계양재 주차장이 나온다.



◇ 진주산업대 명패 설치 '호응'

“산꾼이라면 누구나 국립 진주산업대에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입니다. 산행이 지겨울 때 나무이름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몰라요. 이제 아이들과 함께 산에 와도 아빠노릇을 제대로 하게 됐습니다.”

처음 산에 오를 땐 아무리 산세가 뛰어나고 조망이 장쾌해도 힘에 겨워 나무들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것이
당연지사. 점차 다리에 힘이 붙고 산행에 맛을 들이면 나무와 꽃에 눈길이 간다. 이럴 때 나무이름을 친절히
안내해주는 명패가 붙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일반 산꾼들의 바람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산 가운데 국립공원과 일부 도립공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이런 명패가 거의 붙어 있지 않다.

하지만 서부 경남 인근 몇몇 산에 오르면 이런 희망사항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초 노린재 서어 노간주 산벚꽃 편백 돌배 생강 쥐똥 작살 합다리 쇠물푸레나무…. 진주산업대가 산행 구간에 일일이 붙여 놓은 명패이다.


가로 20, 세로 12㎝ 정도의 명패는 나무이름 과명 학명 원산지 용도 개화시기 결실기 등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전해준다. 줄기가 굵어질 것에 대비해 고무줄로 묶은 세심함도 돋보인다.


이번 산행지인 월아산은 물론이고 통영과 고성에 걸쳐있는 벽방산에서도 이런 명패를 볼 수 있다.


부산의 산은 어떤가. 금정산 백양산 승학산 황령산 봉래산 장산…. 아무리 생각해도 꼼꼼하게 나무를 소개하는
명패가 산행로를 따라 이어져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인근에 부산대 동아대 경성대 부경대 해양대
고신대 등이 있는데도.

지방화 분권화가 국가의 새로운 지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역대학의 살 길은 지역사회 껴안기라며
지역에 대한 봉사가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

우리 지역대학들도 진주산업대처럼 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밑바닥에서부터 한번쯤
되짚어볼 때라는 생각은 산행을 담당하는 기자의 지나친 욕심일까.

◇ 교통편 - 진주터미널서 시내버스로 청곡사行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주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첫차부터 오후 8시20분까지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30분 정도 걸리며 요금은 6000원.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청곡사 입구까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터미널에서 나와 길을
건너지 않고 곧바로 부산교통(055-745-8115) 70-2번 버스를 타고 청곡사 입구 속사리에서 내린다.
이곳에서 산행 들머리인 청곡사 주차장까지는 걸어서 15분.

날머리인 계양재 주차장에서 금호지를 지나 금산면 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는 걸어서 20여분. 버스정류장은
정면에 보이는 금호낚시 오른쪽 방향. 이곳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 4시, 5시35분, 6시35분, 8시15분(막차). 진주 시가지를 거쳐 오기 때문에 도착과 출발시각이 일정치 않다는 것이 버스기사의 설명.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서부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1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문산IC에서 빠져나와 금산 공군사령부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좌회전 하자마자 정면에 ‘청곡사 3.4㎞’ 이정표가 보인다. 이후부터는 청곡사 이정표를 보고 따라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계양재 주차장에서 택시(055-752-2222)를 부를 경우 15분안에 도착하며 날머리인 청곡사 주차장까지는 7000원
정도 나온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3.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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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71> 밀양 운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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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仙界)가 어디 부러우랴. 운문산 산행 도중 만난 기암괴석 절벽위에서 사바 세계를 내려다 보 는 이창우 산행대장.

 최근 가이드산악회 관계자로부터 요즘은 산행지를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정하면 산꾼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중앙고속도로와 대진고속도로가 잇따라 개통되면서 태백산이나 심지어 오대산도 이른 아침 출발하면 당일치기가 가능하기에 본의 아니게 영남지방의 근교산을 등한시해 일말의 죄책감마저 든다는 것. 이에 본지 산행팀이 지역 산꾼들의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영남알프스의 대표적 명산인 운문산(雲門山·1188m)을 찾았다.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에 걸쳐 있는 운문산은 가지산(1240m)과 아랫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가지산 운문산을 밟지 않고서 영남알프스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남알프스를 대표하는 산이다.

운문산의 등산로는 밀양시 산내면 석골사에서 출발, 상운암~정상~딱밭재~운문사로 하산하는 길과 운문산 정상~아랫재~가지산으로 향하는 길이 가장 일반적인 코스.


이번 주 산행팀은 석골사 원점회귀 코스를 개척했다. 석골사~억산 갈림길~대비골~범봉 갈림길~정구지바위 갈림길~얼음굴(동굴군)~잇단 전망대~운문산 정상~안부 사거리~딱밭재 갈림길~잇단 전망대~(위험한)암릉길~상운암계곡 갈림길~석골사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석골사에서 오르는 길은 두 가지. 한 가지는 산행팀이 택한 길이고 다른 길은 석골사 입구 폭포 근처서 계곡을 건너 능선을 타고 오르는 방법.

석골 버스정류장에서 석골사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천년고찰 석골사는 6·25때 전소된 것을 20여년 전에 불사, 내세울 만한 문화재는 없지만 입구의 폭포와 주변 산세가 일품.

산행은 절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오르며 시작된다. 살을 에는 칼바람, 앙상한 나뭇가지, 너덜너덜한 낙엽. 전형적인 겨울산이다. 계곡 물소리가 잠시 계절을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

곧 억산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억산(944m) 정상(3.5㎞). 직진한다. 목장승에 걸려 있는 ‘운문산 4㎞, 상운암 3.5㎞’ 이정표가 재미있다. 15분 쯤 뒤 대비골계곡을 만나면 건넌다. 계속되는 호젓한 산길. 다시 갈림길과 만난다. 왼쪽은 범봉(965m) 갈림길. 직진한다. 운문산까지는 3㎞. 먹이활동을 나온 주변 새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또 갈림길. 왼쪽은 딱밭재 가는 길. 청도 운문사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다. 10분 뒤 또 계곡을 건넌다. 상운암계곡이다. 푸른 산죽이 반갑게 맞는다. 산사면을 따라 걸으면 길 왼쪽에 어른 키 두 배 높이의 둥그스름한 바위가 서있다. 정구지바위다. 옛날 마고할멈이 정구지를 앞치마에 담아 올라가다 잠시 이 바위 위에서 쉬다가 흘려 지금까지 정구지가 남아 있다고 전해온다.


오른쪽 길로 올라선다. 얼음굴 방향이다. 직진하면 석골사 부속암자인 상운암으로 간다. 얼음굴은 동의보감을 쓴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한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이곳 사람들은 허준이 스승의 시신을 해부한 곳은 밀양 얼음골이 아니라 이곳이라고 주장한다). 유의태는 어의 시절에도 오랜 벗이었던 석골사 주지를 찾아 약초도 캐면서 쉬다 갔으며 말년에는 아예 이 곳으로 내려와 임종을 맞았다고 한다. 정구지바위에 흰 페인트로 ‘허준→’이라고 적혀있는 것도 모두 이러한 연유에서다.


  


주렁주렁 열린 고드름을 지나면 이내 바위군. 그 사이로 큰 굴이 숨어있다. 여름에 희고 찬 연기가 난다고 얼음굴이라 불린다. 크고 작은 4~5개의 굴이 있다. 굴 입구에는 밧줄이 걸려있다. 그 중 가장 큰 굴은 줄잡아 20명이 비박가능할 정도로 넓다. 허준이 시체를 놓고 해부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평평한 대(臺)도 보인다.


굴을 나와 바위 위로 오르면 건너편 바위 위 돌탑과 소나무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주변 경관도 아주 빼어나다. 바위군락지를 오르면 지금부터 급경사 오르막길. 잇단 전망대가 기다린다. 오른쪽 억산을 기준으로 사자봉 농바위와 깨진바위가 좌우에 포진해 있고 정면에는 석골사 뒤 수리봉과 북암산 화악산 남산이, 수리봉 왼쪽에는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계속되는 오르막. 발걸음 옮기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두 번의 암릉길과 전망대를 지나면 발 밑 작은 봉우리가 보이는 지점이 나온다. 석골사 입구 계곡을 건너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여기부터 길이 좋은 편.


산죽과 낙엽길을 번갈아 지나면 네갈래 길. 오른쪽 남명리 하양마을, 왼쪽 상운암 방향. 직진한다. 10분 뒤면 저 멀리 정상석이 보인다. 거기서 5분 후면 정상. 장쾌한 조망에 넋을 잃는다. 동쪽에 영남알프스의 맹주 가지산이, 반대편 서쪽에는 지리산 천왕봉 가야산 팔공산 유학산 보현산이, 남쪽에는 원동의 토곡산이 자리잡고 있다. 정상에서 만난 초로의 산꾼은 운문산은 조망이 좋은데다 사통팔달로 산길이 뻗어있어 6·25때 영남지역 파르티잔의 본부로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하산은 정상석 왼쪽인 북쪽으로 향한다. 5분 뒤 안부사거리. 왼쪽은 상운암을 거쳐 상운암계곡으로 내려가 석골사에 닿는다. 비교적 평이한 길이다. 산행팀은 직진길인 억산 방향으로 간다. 이 길은 딱밭재에서 운문사, 혹은 범봉 억산쪽으로 갈 수 있고 석골사로 내려설 수도 있다.

산길은 아주 좋다. 왼쪽에 상운암이 보인다. 산죽길이 끝난 후 10분 쯤 뒤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길은 딱밭재 방향. 왼쪽으로 내려선다. 입구에 ‘산불조심 부산가톨릭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길은 비교적 가파르고 들쭉날쭉하다. 몇 곳의 전망대를 지나면 아주 험한 암봉이 나오니 유의하길. 여성 등 초보자들이 넘기에는 상당히 애로사항이 많으므로 보조로프를 지참하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암봉 건너편엔 정구지바위가 보인다. 이 암봉을 넘으면 곧 올라온 길인 상운암계곡을 만난다. 딱밭재 범봉갈림길을 지나면 거기서 석골사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웃음을 머금게 하는 목장승 이정표.


◇ 영남알프스 고봉들

한반도 중추인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낙동정맥의 능선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영남지방에 우뚝솟은 해발 1000m 이상의 산군인 영남알프스. 9개 봉우리인 영남알프스는 해발고도 순으로 가지산(1240m)을 시작으로 신불산(1208m) 천황산(사자봉·1189m) 운문산(1188m) 재약산(수미봉·1108m) 간월산(1083m) 고헌산(1033m) 영축산(취서산·1059m) 문복산(1013m).

지난 70년대초 부산 산악계를 주도하던 대륙산악회 성산 곽수웅씨 등이 울주 경주 청도 밀양 양산 등 5개 군에 걸쳐 일정 간격으로 솟아있는 고봉들의 아름다움이 일본의 북알프스 연봉에 견줄만큼 아름다워 명명한 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영남알프스를 좀 더 세분하면 고헌산 문복산 가지산 운문산 억산 구만산 등 동서로 뻗은 연봉을 북알프스라 하고, 천황산 재약산 정각산(859m)을 남알프스 중 서알프스, 능동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까지를 남알프스 중 동알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기묘한 바위 등이 어우러지고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는 가히 일품이다. 특히 가을이면 8~9부 능선 곳곳의 광활한 억새밭은 환상적이라 할 만큼 아름답다.

100만여평에 이르는 재약산(수미봉) 사자평을 비롯 신불산과 영축산 사이 60여만평의 신불평원, 간월산 아래 10만여평의 간월재, 그리고 고헌산 정상 부근의 20만여평의 억새밭은 산꾼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종주도 가능하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통상 2박3일 정도 걸린다. 본사 산행팀은 4회에 걸쳐 △영축산~신불산~간월산(237회) △재약산 수미봉~사자봉(239회) △운문사~가지산(241회) △문복산~고헌산(243회) 코스를 실은 바 있다. 무궁무진한 코스가 숨어 있는 곳이 바로 영남알프스다.

◇ 교통편

부산역에서 밀양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2분, 7시15분, 7시30분, 8시15분에 출발한다. 5600원(주말기준). 밀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밀양역 앞에서 1-1번 등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800원.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들머리 입구인 원서(리)정류소행 시외버스는 오전 9시5분, 9시45분, 10시10분에 있다. 2100원.


원서(리)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 5시30분, 6시10분, 6시30분, 7시10분, 7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밀양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로 밀양역으로 이동한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7시16분, 7시49분, 8시3분, 8시18분, 8시40분, 9시24분에 있다.

원점회귀 코스라 승용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경부고속도로~서울산(삼남)IC~언양방향 35번 국도~밀양방면 24번 국도~석남사~남명리~원서리~석골사 순.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입력: 2004.01.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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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6> 고성 연화산

蓮華 팔경 병풍두른 '벗님'같은 산세


 
  연화산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 본 주변 산세. 서북산 여항산 오봉산 괘방산 자굴산 황매산 지리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 중앙 하단에 산행 들머리 옥천사가 보인다.
고성 연화산(蓮華山·528m)은 밀양의 가지산(迦智山·1,240m)과 함께 경남의 유이한 도립공원이다. ‘가지산을 밟지 않고선 영남알프스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웅장한 가지산과는 달리 연화산은 도립공원이지만 산세가 장엄하지도 넉넉하지도 않다. 오히려 아기자기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산이다.

하지만 연화산 산행의 묘미는 산행범위를 옥천사를 비롯한 주변 암자와 문화재 순례를 포함한다면 전국의 어느 명산 못지 않게 볼거리가 많아 그 재미가 쏠쏠하다.

신라 문무왕 때인 676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옥천사는 하동 쌍계사의 말사이면서도 특이하게 경내에 유물전시관인 보장각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근대불교사에 큰 획을 그은 봉암사 결사의 주역인 청담스님 사리탑도 있다. 대웅전 뒤에는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히 효험이 있는 옥수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예부터 산사 주위 32필지가 연화팔경으로 불리어 경남도에서 이를 지방기념물로 지정할 정도로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결국 이 모든 요소가 산세의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로 여겨진다.

산행은 옥천사~극락교~주능선~393m봉~오거리 안부~남산 정상~황새고개~연화산 정상~전망대~시루봉 안부~도로~후문 매표소~연화봉~백련암~옥천사 보장각 순. 3시간 정도 걸린다. 옥천사를 기점으로 주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재미있는 코스다.

산행은 일주문을 지나 청련암으로 접어드는 갈림길에서 시작한다. 옥천사와 보장각을 먼저 둘러봤다면 극락교를 지나 왼쪽으로 10m쯤 가면 만난다. 입구에 신도대표공덕비와 ‘청련암 가는길’이라고 적힌 고색창연한 나무팻말이 서있다.

시멘트길을 따라 20m 정도 오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곧바로 왼쪽에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천년고찰 주변이라 아름드리 노송과 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그 사이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15분쯤 뒤면 주능선. 오른쪽 길로 오른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호젓한 길이라 삼림욕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낮은 봉우리 하나를 지나면 오거리 안부에 닿는다. 그늘도 적당히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쉼터로 제격이다. 왼쪽은 원동마을, 오른쪽은 청련암 방향. ‘남산 정상 400m’ 팻말이 안내하는 직진길로 간다. 점토질 흙길에다 솔잎과 나뭇잎이 널브러져 걷기에 편안하다. 맨발로 걸어도 되겠다.
 

안부에서 15분 정도면 남산 정상. 정상석 대신 돌탑 사이에 나무팻말이 꽂혀 있다. 편평한 돌이 삼삼오오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잘 배열돼 있다.

하산길은 내리막에 바위나 돌이 너무 많아 주의를 요한다. 아니 위험할 정도다. 정신없이 한참 내려오다 땀을 닦으려 고개를 드는 순간 우리가 오를 연화산이 나무 사이로 코앞에 우뚝 서있다. 마치 산과 산이 맞닿아 있는 듯하다.

안부를 지나면 곧 황새고개.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연화산 정상까지는 720m 남았다. 10여분 후엔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 때부터 국립진주산업대가 정성스레 나무에 달아놓은 나무이름 팻말이 보인다. 국수나무 쪽동백나무 생각나무…. 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황새고개에서 연화산 정상까지는 30여분. 정상석은 없고 성의없이 쌓여진 돌탑만 있을 뿐, “실망스럽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한결같이 도립공원답지 않다는 말이다. 당황포 앞바다도, 시발점인 옥천사도 나무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바위를 지나면 곧 돌탑이 서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발밑에 옥천사가 연꽃무늬처럼 배열돼 있고 오른쪽엔 서북산 여항산 미산령 오봉산 괘방산이, 정면에는 의령 자굴산, 왼쪽에는 비슬산 황매산 웅석봉 정수산 둔철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왼쪽 저 멀리 진주시가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시루봉 안봉. 오른쪽에 임도가 보이고 그 길을 건너면 시루봉으로 오르는 산길이다. 저 멀리 시루봉도 보인다. 길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여분 후면 지방도로와 만난다. 지도상의 황새고개이다. 오른쪽으로 가 후문매표소를 지나 다시 산길로 오른다. 오른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옥천사와 만난다. 연화봉까지 350m가 남았다는 팻말을 지난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매표소에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정상석엔 ‘연화봉 489m’라고 적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화1봉인 셈.

백련암은 오른쪽 방향. 내리막길인데다 나무가 이곳저곳에 쓰러져 있다. 곧 네갈래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번엔 경사진 돌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히 효험이 있다는 옥천수.

연화봉에서 20분 후면 백련암에 닿는다. 암자 앞의 ‘한 뿌리 두 나무’로 자라는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옥천사의 옥천수도 좋지만 백련암의 물도 버금가니 한 잔 마시고 내려가자. 옥천사까지는 겨우 200m 남았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245-7005





[떠나기전에]

연화산은 선유, 옥녀, 탄금이라는 세 개의 봉우리가 있다. 산의 형세가 선유봉이 거문고를 타고 옥녀봉이 비파를 뜯는 모습과 흡사해 비슬산이라고 불렸다 한다. 조선 인조때 학명대사에 의해 연화산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예부터 도립공원 연화산은 주변에 연화팔경(蓮華八景)을 정해 두어 그 산의 가치를 높여 놓았다.

절 뒤 높은 봉우리에 아침햇살이 제일 먼저 들고 온산이 거울처럼 보인다 하여 제1경으로 응봉초경(鷹峰初景)이라 했고, 연화산 남쪽 봉우리인 물무덤재의 낙조가 천하일품이라 2경으로 수등낙조(水嶝落照)라고 불렀다. 북쪽으로 뻗은 봉우리인 장군봉 혹은 사자봉의 거석이 장관을 이룬다 해 3경으로 장군거석(將軍巨石), 기암괴석중 크기와 모양이 특출한 일곱바위를 칠성기암(七星奇岩)으로 4경, 산속 외딴 암자에서 피어오르는 취사연기가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아서 5경 연대취연(蓮擡翠煙)으로 지칭됐다.

이밖에 골짜기 안개가 마치 춤을 춘다해 운암낙하(雲庵落霞·6경), 봄꽃이 지천에 늘려 중춘앵화(仲春櫻花·7경), 늦가을 단풍이 절경이라 모추풍엽(暮秋楓葉·8경)이라 했다.

옥천사 경내에 달고 맛있는 물이 솟는 샘이 있어 옥천으로 더욱 유명하다. 장복하면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하여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 495호인 임자명 반자와 지방문화재 10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백연암 청연암 연대암도의 부속암자도 한 번 둘러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를 타고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5시40분을 첫차로 10~20분 간격으로 자주 출발한다. 6천원.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옥천사 입구까지 가는 버스노선은 두 가지. 마암~개천~옥천사 입구행 버스는 오전 8시, 8시20분, 10시30분, 10시50분, 11시10분, 11시55분에 출발한다. 1천5백원. 구만~개천~옥천사 입구행 버스는 오전 7시15분, 9시5분, 10시10분, 11시15분, 낮 12시20분에 있다. 1천9백원. 옥천사 입장료 어른 1천원.

돌아올 때 옥천사 입구에서 배둔행 버스는 오후 2시25분, 3시25분, 4시, 4시20분, 5시20분, 5시50분, 6시30분, 6시50분에 출발한다.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8시5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마산IC~서마산IC~통영 방면 이정표~14번 국도~고성군 배둔~화산삼거리~연화산 도립공원 순으로 가면 된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2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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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4> 의령 만지산

'난코스 잡목숲 너머 미답의 바윗길'


 
의령에는 국사봉(國師峰·688m)이란 제법 덩치 큰 산이 있다. 흔들바위로 불리는 꺼떡바구와 까막새미 등 정상의 바위숲은 산꾼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산 정상이 바위만으로 이뤄졌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경남 의령군 봉수면 서암마을에서 보면 국사봉과 마주보고 서있는 봉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만지산(萬芝山·606.5m)이다. 마을 촌로들은 망조산(望朝山) 혹은 한자 표기는 모른채 그냥 명근산이라고도 부른다. 두 봉우리 사이에는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봉우리 두 곳에는 의령군에서 힘깨나 쓰는 장수가 각각 살았다. 이들은 걸핏하면 봉우리에 있는 바위를 서로 던지며 힘자랑을 했다. 이 마을 전통 한지전시장 옆에는 큰 바위가 하나 있다. 한 장수가 잘못 조준해 떨어진 낙석이라 전해온다. 이 마을 이름이 서암(西岩)인 것은 낙석이 마을 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만지산에 올라보면 정상에는 바위가 많지 않지만 정상 주변에는 집채만한 바위에서부터 다양한 덩치의 바위들이 상당수 흩어져 있어 마을 촌로의 전언이 허구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산행은 서암마을~서암회관~무덤1기~전망대~주능선~정상~(하산길 잡목구간 유의)~소 방목구간~잇딴 무덤~소(小) 계곡~담배밭~대현마을 순으로 이어지며 5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고 하산길은 심한 내리막에다 아주 매서운 잡목구간으로, 2시간30분 정도는 시달려야 하는 개척산행이다. 웬만한 봉우리는 성에 안차거나 미답의 산길을 오랫동안 걷기를 좋아하는 산꾼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서암이발관 앞에서 하차,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서암교를 건넌다. 마늘건조장이 눈에 띈다. 경노당을 30m 지나 왼쪽에 전봇대 2개와 가로등이 나란히 서있는 제법 큰 골목이 보이면 진입한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로 향한다. 시멘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본격 산길이다.

숲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100m쯤 걷다 왼쪽길로 들어선다. 오르막길을 15분쯤 오르면 첫 지형지물인 봉분이 거의 없는 무덤이 나온다. 무덤 앞이 그렇듯 주변 나무를 베어놔 나무 사이로 국사봉 정상이 환히 보인다. 길 중간중간에 야생동물이 파놓은 흔적과 배설물이 자주 눈에 띈다. 짐승이 파헤쳐놓은 무덤이 보이면 그 오른쪽이 첫번째 전망대. 시원하고도 장쾌하다.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대암산과 무월봉 태백산이 이어지고, 그 우측으로 국사봉 미타산 봉산이 서있다. 대암산을 기준으로 저멀리 왼쪽으로 황매산 금성산 허굴산 월여산 감암산이, 그 뒤로 오도산과 합천읍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심한 오르막. 일부 평지 구간도 나오지만 전체 맥락은 오르막의 연속. 15분 후 주능선에 닿는다. 솔바람이 시원하다.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상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바위가 많다. 산행전 만난 촌로의 말이 실감난다. 주능선에서 정상까지는 17분 정도. 잡풀에 가려진 삼각점을 발견 못했다면 이곳이 정상인지 알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을씨년스럽다. 쓰러진 나무는 아마도 측량편의를 위해 베어졌으리라. 조망도 없고 잡풀이 무성하고 그 사이로 바위만 몇 개 널부러져 있을 뿐이다. 마주보는 동쪽의 국사봉도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취재팀은 삼각점 옆 나무에 노란리본을 달았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매직으로 ‘만지산 정상 606.5m’라는 흔적만 남기고 서쪽으로 하산했다.

정상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었지만 길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산길은 청미래덩굴 싸리나무 산딸기나무 등이 심하게 엉켜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고 체력소모 또한 심하다. 길 자체가 묵은데다 집채만한 바위도 떡하니 버티고 있다. 에둘러가면 또 넝쿨이 길을 숨기고 있다. 길마저 경사가 급해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겹쳐서 온다).

이 구간은 국제신문 노란색 리본을 반드시 참조하자. 이렇게 1시간 정도를 헤매면 전망대. 왼쪽 옆으로 내려가면 또 다시 나무와 넝쿨 그리고 바위까지 길을 막고 있다. 이렇게 또 1시간 정도 길을 뚫으면 넝쿨 구간은 종료. 이후에도 길은 만만치가 않다. 새 울음소리와 흰색나비 그리고 간혹 만나는 나리꽃이 그나마 위안을 주고 꿩의 날개짓과 풀섶의 멧돼지 소리는 무료함을 달래줬다.

송림 사이로 찬찬히 내려가면 이번엔 군데군데 쇠똥이 보인다. 철조망이 발견된 지 10여분 후 엄청난 덩치의 황소 3마리가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방목하는 소로, 모두 10여마리나 된단다. 쇠똥이 여기저기 있고 소가 온 산에 길을 내놔 길 찾기가 헷갈릴 정도. 여전히 길이 안보여 개척산행이다. 쇠똥의 흔적으로 볼 때 방목된 소의 행동반경은 사람걸음으로 1시간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쇠똥을 피해가며 1시간 정도 걸으면 ‘길다운 길’을 비로소 만난다. 이어지는 무덤을 잇따라 지나면 작은 계곡을 만나고 여기서 다시 25분 정도 걸으면 담배밭이 나온다. 대현마을 앞 포구나무까지는 15분 더 걸어야 한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전에 ]

만지산은 의령군 궁류면과 봉수면을 경계로 숨어 있는 오지의 산이다.

황매산에서 맥을 따라 자굴산까지 치닫던 지맥은 북으로 틀어 만지산을 솟구치고 그 여력으로 국사봉 미타산 대암산 등의 산군을 이루었다.

자굴산~한우산~산성산~동이봉~대현을 거치는 산길은 근교산 취재팀에서 이미 여러번 소개했다. 그 위의 만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마디로 ‘악’소리가 나는 고행의 능선이다. 봉수면의 서암에서 만지산 정상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참 웃자란 잡풀과 넝쿨 산딸기 등이 뒤덮고 있어 전진하기가 매우 힘들다. 반드시 긴팔 상의와 긴바지를 착용하고 장갑도 챙겨 떠나자.

하산할 때는 첩첩산중의 골짜기답게 물소리 바람소리 짐승의 흔적 뿐이며, 대현으로 향하는 에돌아가는 산길에서는 콧노래가 절로 난다.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서 미지의 산으로 떠나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의령·합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10분 등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합천군 대양면사무소 앞에서 하차한다. 2시간20분 정도 걸린다. 8천원. 대양면 덕정리 버스정류장에서 의령군 봉수면 신반행 군내버스는 오전 10시20분에 출발한다. 서암리에서 내린다. 25분 소요. 900원.

부산행은 날머리인 의령군 궁류면 대현마을에서 궁류~의령을 거쳐 부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인근 합천군 쌍백으로 가면 더 편리하다. 쌍백면의 동성택시를 부르면 6천원. (055)932-3518

쌍백면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5분, 오후 6시, 6시35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7천2백원.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를 타고 의령 군북IC에서 빠져나와 의령으로 향한다. 의령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합천 방향으로 달린다. 대의삼거리에는 33번 국도가 지나간다. 오른쪽으로 틀어 삼가, 쌍백면을 차례로 지나면 대양면. 이곳에서 덕정 방향인 오른쪽 1011번 도로를 이용, 신반방향으로 진행한다. 봉수면에 들어서면 서암리로 산행 출발지이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너무 멀어 대중교통편을 권하고 싶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0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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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2> 김해 용지봉

'들꽃 향기따라 취한 듯 걷는다네'


 
  김해와 창원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은 여름 야생화의 천국이지만 하산할 때 만나는 대청계곡의 장유폭포는 늦더위를 잊게하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이따금 동행하는 한 산꾼은 산행 도중 항상 제일 뒤로 처진다. 철마다 피는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혹 희귀종이라도 보이면 산행은 뒷전이다. 아예 자리를 잡고 여러 각도에서 앵글을 맞춘다. 바람이 불면 동료에게 줄기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점심을 먹고 나서도 좀처럼 그는 일행과 어울리지 않는다. 식사 후엔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렇다고 지독한 야생화 마니아는 결코 아니다.

그는 산행 후 참고자료를 뒤져 정리, 회원들의 온라인 전용공간에 간략한 설명과 함께 사진을 올린다. 배경음악도 빠뜨리지 않는다. 덕분에 이 모임의 회원들은 어느새 야생화에 대해 약간씩은 풍월을 읊는 정도가 됐다. 한 마니아의 작은 노력이 이룬 의미있는 성과이다.

이번 주 산행은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 장유면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龍池峯·723m). 낙동강 남쪽에 위치한 낙남정맥(지리산 영신봉~김해 신어산)의 한 구간이다.

부산 근교의 전형적인 야트막한 산인 용지봉의 여름 야생화는 일품이다. 산행 도중 만나는 사방이 확 트인 민둥봉과 꽤 넓은 정상 등 곳곳에 20종 이상의 다양한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산 후 버스를 타러 가는 도중에는 야생화농장(055-338-0862)까지 있어 그야말로 ‘야생화 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하산 때 만나는 대청계곡과 장유폭포는 늦더위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산세 또한 험하지 않아 온 가족이 함께 해도 전혀 부담이 없다.

 

산행은 냉정고개~전투경찰대 정문~잇딴 대형 송전탑~전망대~임도~522m봉(민둥봉)~전망대~용지봉 정상~안부(삼거리)~장유사~대청계곡~장유폭포~대청계곡 매표소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들머리는 김해 장유면과 진례면의 경계인 냉정고개. 윗냉정 버스정류장에 내려 100m 가량 걸어 올라가면 ‘진례면’ ‘2502 전투경찰대’ 팻말이 서있다. 부대 쪽으로 오른다. 부대 정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300여m 오르면 왼쪽에 ‘등산로’ 팻말이 보인다. 길은 전형적인 오르막 오솔길. 한걸음 한걸음 옮길수록 경사가 심해진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간간이 내리는 비는 초록빛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고 길가의 돌이나 나무 밑둥에 낀 이끼는 인적이 드물었음을 짐작케 한다. 비교적 큰 노란색의 원추리꽃도 눈에 띈다.

이렇게 35분 정도 바짝 땀을 내면 주능선에 닿는다. 숨을 한 번 돌리고 우측길을 택한다. 호젓하지만 오르막이다.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대형 송전탑을 지난다. 왼쪽으로 김해평야와 김해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저 멀리 낙남정맥의 종착지인 신어산, 그 왼쪽에 무척산, 그 앞으로 분성산 황새봉이 보인다. 신어산 뒤로 금정산이 구름에 가려 희미하다.

오른쪽 오르막길을 오르면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고 우측 큰바위 사이에 첫 전망대가 나온다.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고 우측 발밑으로 방금 올라온 들머리가 보인다.
 
  까마중.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산길을 오르면 입구에 ‘용지봉 2.4㎞’ 팻말이 서있다. 200여m 오른 후 뒤돌아 보면 장유신도시가 보인다. 그 뒤로 저 멀리 사람얼굴 모양의 봉우리군 옆 봉우리가 옥녀봉이고 그 우측 중턱 부분의 깎여진 산이 보개산이다.

25분 정도 뒤엔 522m봉. 우선 멋진 소나무가 눈에 띈다. 정상은 꽤 넓은 평지다. 과거 산불이 났는지 소나무 묘목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확 트인 민둥봉이어서 야생화가 잘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왼쪽 산 중턱의 장유사를 보며 걷다보면 사거리. 왼쪽은 장유사, 오른쪽은 용전마을 방향이고 용지봉 정상까지는 1.3㎞ 남았다. 직진한다.

두번째 전망대는 이곳에서 25분 정도 뒤. 좌측으로 남해고속도로, 우측으로 날머리인 대청유원지, 정면으로 장유신도시가 시야에 들어오고 저 멀리 금병산 팔판산 화산 불모산이 보인다.

10분 후엔 마침내 정상. 정상석엔 ‘룡제봉’(龍蹄峯)이라 적혀 있다. 국립지리원 5만분의 1 지형도엔 용지봉으로 표기돼 있다. 참고하길. 막힘 없는 조망에 가슴이 트이고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야생화에 정신이 없다.

정상석을 지나 직진, 대암산 쪽 하산길 입구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수지 방향이 창원, 그 왼쪽으로 정병산 대암산도 보인다.

정상에 닿기 전 왼쪽에 난 길인 장유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길따라 며느리밥풀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패랭이꽃.

10여분이면 삼거리인 안부에 닿고 역시 10여분 후면 장유사에 도착한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곳. 산문을 나와 화장실 옆으로 난 산길로 다시 하산한다.

25분 정도 후 절로 오르는 아스팔트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대청계곡 매표소까지는 25분 정도. 중간에 장유폭포가 있으니 들러보자. 매표소에서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까지는 35분. 오른쪽으로 가 건널목을 지나면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 야생화 사진=김병권(김병권 외과의원 원장)




[ 용지봉 야생화 ]
 
  백리향, 고추나물, 금불초(위에서 아래로).

용지봉에서 우리 야생화의 환한 미소를 가득 담아왔다.

산행 도중이라 자세히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20종을 넘을 듯하다. 부산 근교에서 여름에 피는 야생화는 거의 머리를 내밀고 있다.

뜻밖에 희귀종도 발견됐다. 백리향이 그것. 향을 백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 꽃은 울릉도에서만 피는 섬백리향으로 추정된다.

용지봉의 야생화를 크게 △오를 때 △522m봉인 민둥봉 부근 △정상 부근 △하산 때 등 4개 구간으로 분류했다.

오를 때는 꽃은 이쁘지만 닭오줌 냄새가 나는 계요등, 열매가 까맣게 익었을 때 중의 머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까마중과 도깨비가지, 망초와 개망초, 가지가 꿩의 다리처럼 가느다란 자주꿩의다리 등이 발견됐다.

민둥봉 부근은 산 정상과 함께 야생화 천지. 열매가 고추를 닮았다는 고추나물, 줄기나 잎을 비비면 오이냄새가 난다는 오이풀, 당나라 시인 두보가 꽃이 피는 대나무라 칭한 일명 달개비꽃인 남빛의 닭의장풀, 잎 모양이 쥐 앞발과 비슷해 붙여진 쥐손이풀, 노란색꽃이 황홀한데 반해 뿌리에서 된장 썩는 냄새가 난다는 마타리(패장근), 싸리나무꽃, 골등골나물, 꼬리풀 등이 있다. 구절초와 함께 가을야생국화의 대표격인 쑥부쟁이는 뭐가 그리 바쁜 지 벌써 고개를 내밀었다.

용지봉 정상에선 조선시대 역졸들이 썼던 패랭이와 모양이 닮은 패랭이꽃과 촛대승마, 꼬리풀과 골등골나물 등이, 하산 때는 금불초 등이 목격됐다. 장유사엔 절집답게 분홍의 상사화(相思花)가 활짝 폈고, 철없이 핀 개나리는 웃음을 머금게 했다. 무릇과 며느리밥풀꽃은 전 구간에서 고루 발견됐다.

하산 때 만나는 야생화농장에선 습지에서 자라며 멸종단계의 희귀종인 해오라비난초를 비롯한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다.

/ 이흥곤기자




[ 교통편 ]

부산 북구 구포역에서 육교를 지나 구포역 버스정류장에서 김해여객터미널행 127번 시내버스를 탄다. 800원. 구포역까지는 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김해여객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윗냉정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6시40분, 8시15분, 11시15분에 출발한다. 1천1백원. 시간이 맞지 않다면 여객터미널 주차장 출구쪽에서 가야교통 35번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5시50분, 7시20분, 9시, 10시50분. 800원. 택시를 이용하면 1만원 안팎. 들머리에서 나와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에서 버스정류장은 갑오마을 아파트 201동과 202동 사이에 있다. 이곳에서 장유 순환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하차한다. 800원. 다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은 30분. 1천3백원.




[ 떠나기전에 ]

장유면과 용지봉(龍池峯)을 언급할 때 가야국 수로왕비인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용지봉 중턱에 장유사가 있기 때문이다. 장유사는 불교가 최초로 전래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장유화상이 불법을 전파했으며 그의 사리탑이 대웅전 뒤편에 있다.

용제봉(龍蹄峯)으로도 불리는 정상은 조선시대에는 기우제를 지낸 기우단이 있었다고 한다. 용지봉은 김해 장유 진례 창원의 경계이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냉정고개는 그곳에 찬물샘이 있어 이름붙여졌다. 6㎞나 되는 대청계곡은 맑은 계곡수와 장유폭포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산행중에 만나는 각종 야생화는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8.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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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6> 하동 옥산

 
경남 하동군 옥종면 옥산(613.9m)은 현지에선 알아주는 산이다. 군 홈페이지의 추천 명산에 칠성봉 구재봉 등 이름깨나 있는 산들을 제치고 형제봉 금오산 등과 함께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산세로 봐 오르기 전에는 개척산행이 되지 않겠나 우려했지만 막상 품속에 한발 한발 내디뎌보면 의외로 산길이 잘 나 있고 험하지도 않다.

오히려 부드럽고 호젓하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

흔히 산꾼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산줄기의 잣대로 보면 옥산은 낙동강의 남쪽에 위치한 낙남정맥에 일부 속한다. 주봉인 옥산은 낙남정맥에 비켜서 있지만 2봉과 3봉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에 속한다. 경남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낙남정맥에서 2봉, 3봉은 동으로 김해 분성산 신어산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삼신봉 영신봉으로 연결된다.

무엇보다 옥산의 장점은 사방이 확 트인 뛰어난 조망. 장쾌하고 황홀할 정도다. 인근에 높은 산이 없어 쾌청한 날이면 지리산 천왕봉 웅석봉과 광양의 백운산 억불봉 남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은 옥종면 옥종주유소~밤나무밭~옥산샘~옥산 정상~헬기장~2봉~옥산 천왕봉~2봉~3봉~임도를 거쳐 청수마을로 내려오며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종점인 청룡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해 반대방향인 양구마을 쪽으로 향한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 가장 높은 산이 옥산이다. 도로변에 진노랑 삼잎국화가 반기고 곧 옥종주유소가 나온다. 그 앞에 ‘옥산목장’ ‘양구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이 보인다. 우측으로 작은 하천을 따라 올라간다. 하지만 산으로 향하는 길은 하천 공사때문에 막혀 있어 왼쪽 논두렁 길로 가로질러 간다. 아스팔트 길과 만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주유소에서 50m 정도 더 걸어가면 비닐하우스가 나온다. 거기서 우측으로 오르면 논두렁 길에서 나온 길과 만난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난 넓은 시멘트길. 여기서 100m 정도 더 가면 다시 갈림길. 직진해 하천을 지나면 다시 갈림길. 왼쪽길로 오른다. 이 길이 결국은 하천 공사 때문에 막힌 길과 연결된다. 조금 더 오르면 왼쪽에 도가수로가 있다. 언뜻 다리처럼 보이지만 물을 모아 논에 댈 요량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좌측에 마을 정자나무가 보이면 또 갈림길. 왼쪽 흙길로 오른다. 오른쪽엔 무덤 2기가 보인다. 또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밤꽃이 지면서 밤알이 제법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곧 길 왼쪽에 ‘등산로’라고 적힌 팻말이 나오면 그쪽으로 들어선다. 10분 정도 뒤 네갈래길이 나오면 직진하고, 여기서 2, 3m 지나 왼쪽 산길로 오른다. 오랜기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잡풀이 길을 막고 있지만 나무그늘이 햇볕을 막아주어 아주 시원하다. 10여분 후엔 옥산샘. 주변 나무가 유난히 푸르고 새울음소리도 크다. 물맛이 일품이니 여기서 물을 채워가자.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오르면 푸른 소나무숲이 기다린다. 약간 오르막이어서 그렇지 삼림욕장을 걷는 기분이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 마저 감돈다. 무덤 1기를 지나면 이따금 길 양측에 각종 야생화와 호랑나비가 눈에 띄어 산행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

이렇게 30여분 찬찬히 걸으면 옥산 정상. 과거 산불이 났는지 5, 6그루의 나무와 정상석 그리고 바로 옆 산불초소 말고는 온통 잡풀 일색이다. 대신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은 탁월하다. 북쪽의 주산 구곡산과 그 뒤 지리산 천왕봉, 서쪽 칠성봉 구재봉 분기봉, 북서 삼신봉, 남으론 이명산 금오산 그리고 동쪽 발밑엔 날머리 양구마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정상석을 보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경사가 심하다. 주황색 나리꽃과 산딸기나무 청미래덩굴 등이 많이 보인다. 15분쯤 내려가면 임도이자 사거리. 직진하면 헬기장. 10m 뒤 갈림길이 나오면 직진한다. 송림이지만 절반 가까이 말라 죽었다. 이후 호젓한 산길과 송림, 오르막 숲길을 10분간 번갈아 지나면 주능선이자 2봉에 닿는다. 지금부터 낙남정맥 구간이다. 왼쪽은 3봉, 오른쪽은 옥산 천왕봉(602m) 방향. 이번 산행은 천왕봉을 갔다가 2봉 3봉을 거쳐 하산할 계획. 우측으로 난 천왕봉길은 20여분간 가슴높이의 철쭉 군락지. 정상엔 이곳이 과거 행글라이더 활공장이었는지 안전수칙을 담은 안내판이 서있을 뿐 잡풀만이 쓸쓸히 자라있다. 전망 또한 일품이다. 팻말을 정면으로 보고 2시 방향이 옥산 주봉이고 2봉 3봉이 차례로 보인다. 이곳에서 다시 2봉을 거쳐 3봉까지는 능선길이 잘 나 있어 30여분이면 충분하다.

3봉에서 2, 3분 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을 택한다. 다시 7, 8분 후 오른쪽 무덤 1기를 지난다. 소나무가 크고 아주 푸르다. 이후 잇딴 무덤을 지나면 임도. 직진하면 낙남정맥의 백토재로 가는 길. 왼쪽 임도로 들어선다. 옥종면 청수리 방향이다. 150여m 뒤엔 갈림길. 오른쪽 작은 길로 직진한다. 호젓한 산길이다. 우측에 물소리가 들리고 이후 고추밭 대나무숲을 지나 10여분 걸으면 도로가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청수마을. 좌측 옥산을 보면 가장 높은 곳이 주봉, 그 왼쪽으로 2봉 3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진주행 버스를 탄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다시찾는 근교산 '교통편'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을 시작으로 8~10분 간격으로 있다. 6천원. 하동군 옥종면은 진주와 인접해 있어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하는 것이 더 빠르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옥종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20분, 9시40분, 10시10분, 11시에 있다. 3천원. 산행 날머리인 청수마을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25분, 4시25분, 5시5분, 5시55분, 6시45분, 7시20분, 8시25분(막차)에 출발한다. 2천7백원. 진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수시로 있다. 막차는 밤 9시10분. 6천원. 막차를 놓치더라도 심야버스가 밤 10시, 11시에 있다. 8천5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를 지나 곤양IC를 빠져나와 58번 지방도를 타고 곤명면으로 간다. 삼거리에서 왼쪽 2번 국도인 하동 광양 표지판을 따라간다. 북천면에 들어서면 지리산 이정표가 보이고 오른쪽 1005번 단성 옥종 이정표를 따라간다. 백토재를 지나면 날머리 청수리와 옥산주유소, 들머리 양구리가 잇따라 나온다.





다시찾는 근교산 '떠나기 전에'

하동군 옥종면의 자랑은 옥산, 고령토와 티타늄, 그리고 불소유황온천이다. 옥종면의 진산인 옥산(玉山)은 낙남정맥에서 살짝 비껴난 산으로 청수옥산이라 불려지고 있다. 북천면 횡천면을 가르는 낙남정맥의 길로서 지리산과 연결되는 아담하고 소박한 산이다. 북으로 옥산을 감싸는 계곡인 무쇳골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며 정상에서 보는 조망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들머리인 옥산 중턱의 옥산샘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으로 양구마을 주민의 자랑이 대단하다. 산길은 뚜렷하다. 봄이면 철쭉이 낙남정맥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가족산행 또는 직장동료들과 한번쯤 찾아 볼 것을 권한다. 하산후 불소유황온천(055-884-5955)에 들러 피로를 풀어보자. 마을이름이 청수라 할 만큼 물이 맑고 깨끗하고 유황 불소 성분이 다량 함유된 알칼리성 온천이다. 지난 1998년 개발돼 비교적 깨끗하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7.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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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봉은 그동안 할 말이 많았겠다. 어느 산하 못지 않게 수려한 조망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품안의 곧게 뻗은 전나무 숲과 야생화 밭은 가히 삼림욕장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울창하기 그지없다.

백두대간의 초점산에서 이어진 가야산 수도산 등과 함께 한 봉우리로 우뚝 솟아 있건만 어찌 속세의 산꾼들은 알아주지 않았던가. 기껏 언급돼봤자 수도암으로 유명한 김천의 수도산을 거쳐 가야산으로 향하는 종주중 거쳐가는 하나의 산 정도. 봉우리가 낮아 안보였다면 이해라도 할텐데 1,430m의 가야산보다는 못하지만 1,317m의 수도산보다 9.7m나 높다. 영남알프스 봉우리중 누가 단지봉보다 높단 말인가.

뾰족한 돌산으로 접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산길은 인적이 드문 원시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 인근에는 연분홍 철쭉이 아직도 만개해 볼거리 또한 즐비하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과 경북 김천시 증산면 사이의 단지봉(일명 민봉)은 정상 인근 일부를 제외하곤 암석을 볼 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단지봉이란 이름은 산세가 아래는 배가 볼록하고 정상은 뚜껑을 덮어놓은 것처럼 편평한 단지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산행은 거창군 가북면 중촌리 동촌마을 중촌교회에서 출발, 임도 시설비~거창 장씨 묘~탈의산~전망대~고비골 앞산~헬기장~단지봉~샘터~고비마을을 거쳐 중촌교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6시간 정도 걸리는 비교적 긴 여정.

 

중촌교회앞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오른쪽엔 면우정이란 정자가 있다. 20m 앞에 중촌보건진료소가 나타나면 오른쪽 길을, 다시 10m 앞에는 임도 개설비가 서있다. 왼쪽 시멘트포장길로 오른다. 네갈래 길이 나오면 직진한다. 주변은 온통 고추 감자 매화나무밭.때마침 만난 마을 촌로에게 단지봉 산길을 묻자 “그곳은 마을사람들도 안간지 4, 5년은 족히 돼 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뚫어야 하는 것이 근교산팀의 일.

들머리 찾기가 예사롭지 않다. 네갈래 길을 지나 150m 올라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다시 50m 뒤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흙길.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또다시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왼쪽에 사과나무밭이 나온다. 열매를 봉지로 씌워 놓았다. 이때까지 대략 30분 소요. 흔적만 남은 넓은 길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왼쪽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다. 100m 뒤 갈림길에선 오른쪽 길을 택한다. 10여분 뒤 좌우측에 무덤이 보인다. 마을촌로의 말대로 수년간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나무가지와 잡풀이 길을 가로막고 있고 곳곳에서 머리와 허리를 숙이기 일쑤다. 아예 길을 막고 서있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은 산행 도중 절반 정도 계속된다.

7, 8분 뒤 왼쪽에 또 무덤이 나오고 길 주변에 취나물이 늘려있다.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는 산길을 30여분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다. 좁지만 제법 편평하다. 오른쪽이 틔어 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전나무가 유달리 이곳에선 굵다. 나무가지를 헤치고 15분 정도 걸으면 정면에 임도가 보이고, 오도산 비계산 별유산 의상봉 장군봉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임도 삼거리 길에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오르는 샛길이 나온다. 회색빛 바위를 지나 오른쪽으로 간다. 거창 장씨 무덤 4기가 나온다. 덕유산 향적봉이 보이고 금원산 기백산이 저멀리 눈에 아른거린다. 무덤 사이 숲길로 향한다. 이제부터 산길이 없어 길찾기가 어렵다. 작은 무덤 1기를 지나 능선 방향을 따라 25분간 오르면 탈의산 정상. 정상석은 없고 지도상의 봉우리일 뿐이다.

 
  단지봉 정상 주변은 연분홍 산철쭉이 지천으로 피어 산꾼들을 반기고 있다.

이번엔 내리막길. 15분 정도 편하게 걸으면 이름모를 야생화밭이 나오는데 쭉 뻗은 전나무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30여분 땀을 바짝 내고 오르면 왼쪽에 무덤이 나오고 그 뒤로 산길이 모처럼 열린다. 여기서 25분 정도 걸으면 이번 산행 첫 전망대가 나온다. 두루봉과 가야산 능선이 선명하게 눈에 잡히고 왼쪽으로 양각산 흰대미산 신성봉 수도단 단지봉이 펼쳐져 있다. 또 한군데의 전망대를 지나면 곧바로 고비골 앞산 정상. 낮은 돌탑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왼쪽에 흰대미산 양각산 신성봉 수도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정면에 곧 오를 단지봉이, 그 오른쪽에 가야산과 남산제일봉 별유산 두문산이 보인다.

직진해 15분 정도 걸으면 안부에 도착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이제 단지봉을 향해 오른다. 이때부터 길이 비교적 잘 나 있다. 5분 정도 걸으면 손바닥보다 큰 취나물이 아예 밭을 이루고 있다. 10분 뒤 전망대 발밑에선 날머리인 고비마을이 보이고 저멀리 백두대간 능선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단지봉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난 길로 30m 걸으면 단지봉 정상. 이 30m 구간은 온통 철쭉 천지. 만개한 연분홍꽃이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가면 가야산으로 가는 길.

하산은 헬기장 반대편 돌탑쪽으로 난 길로 내려선다. 이때 수도암이 보인다. 능선길을 따라 30여분 뒤 네갈래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수도산, 오른쪽 길은 수도리 방향. 왼쪽길을 택한다. 5분 후엔 샘터를 지나며 40분 뒤엔 고비마을에 닿는다. 이곳에서 들머리 중촌교회까지 30분 걸린다.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는 오전 7시를 시작으로 매 50분마다 있다. 2시간40분 걸린다. 거창에서 산행 들머리인 심방 중촌행 군내버스는 강양정류소(김정형 외과) 앞에서 오전 11시10분에 출발한다. 2천원(문의 서흥여객·055-944-3720). 강양정류소는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중촌에서 거창군내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 7시에 있다. 거창군내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 8시30분, 9시, 10시30분에 있다. 4천5백원.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기차는 오후 8시35분, 9시39분, 10시6분, 10시25분에 있다. 6천2백원(주말 기준). 거창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는 오후 6시4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향으로 가다 구마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현풍을 지나 88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탄 후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가조IC에서 빠져 나온다. 가조읍내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가북 방향으로 간다. 가북읍에서 좌회전해 중촌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산꾼에게는 거창의 산을 산속의 산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골이 깊고 명산이 즐비하다는 뜻일게다. 그에 걸맞은 수도산~가야산 종주는 2박3일의 산타는 재미로 산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중간에 솟은 단지봉에서 야영을 하며 하늘을 보라. 떠오르는 달을 보며 자연의 신비감에 도취될 것이다. 들머리 중촌리 동촌마을은 다원으로 다비지라 부르며 1896년 면우 곽종석 선생이 다전이라 이름 지었다. 이에 김해 김씨 고연공 삼형제가 다전에서 호를 따 다봉 다포 다태라 하였다는 ‘면우 선생 다전 사적비’가 초입의 면우정에 있다. 찻물에 쓰였던 차샘도 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샘터는 종주를 즐기는 산꾼에게는 생명과 같은 샘. 감로수의 차디찬 물맛을 보라. 식수는 충분히 준비하고 산행시 산길에 유의하자. 전체적으로 산길을 기대하지 말자. 그만큼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호젓하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5.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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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우뚝 솟은 산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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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산. 별개로 보이지만 오묘한 조화로 궁합이 맞을 땐 기대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거제도 망산(望山·397m)이 아주 좋은 본보기.

망산은 우선 거제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가는 길이 아주 즐겁다. 신거제대교로 견내랑해협을 지나 어느 방향으로 달리더라도 탁 트인 해안가 절경과 쪽빛바다가 이어진다. 이쯤되면 섬에 왜 왔는지 착각이 일 정도다. 산 정상에 오르기라도 하면 지금까지 봐왔던 단편적인 절경들이 다도해라는 한폭의 초대형 풍경화로 다가온다.

망산은 조선조 말기 국운이 기울면서 왜구의 침범이 잦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 선박의 감시를 위해 망을 보았다 해서 명명됐다. 그래서 망산은 울창한 숲으로 인한 산 자체의 빼어난 아름다움보다는 조망이 뛰어나다는 점이 우선 부각된다.

조선조말 당시의 ‘망’이 생사의 귀로에 선 절대절명의 ‘망’이라면 오늘날의 ‘망’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을 관찰하는 즐거운 조망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날씨가 청명하면 다도해의 절경 뿐만 아니라 대마도와 부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명사마을에서 홍포 방향으로 200m쯤 걸어가면 길 왼쪽에 ‘망산 정상 1.8㎞’라고 적힌 푯말이 보인다. 거제도는 망산 뿐만 아니라 모든 산행길 초입에 이같은 안내판이 친절하게 서있다.

산행은 이 팻말을 들머리로 칼바위등~망산 정상~해미장골등~내봉산 정상~여차등~각지미~14번 국도의 시점인 저구마을 입구까지. 산행시간이 3시간30분이라고 적혀 있지만 4시간30분 이상은 족히 걸린다.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오른편에 쪽빛바다와 굴 양식장의 부표가 보이는 가운데 산행 들머리로 진입한다. 2분후 갈림길. 오른쪽 길로 오른 후 곧 대형 무덤 1기가 나온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푹신한 산길은 산책로를 걷는 듯하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육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데에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윗길을 힘들게 지나면 곧 첫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오른쪽 발밑에는 명사마을과 명사해수욕장 명사초등학교 교사가 보이고 바다 위에는 소형어선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떠 있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군 작전도로인지 허리를 잘라 도로를 만들어 놔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8분쯤 후에 만나는 두번째 전망대는 천길 낭떠러지. 그래서 칼바위등이라고 불렀나.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오싹해진다. 눈 앞에는 죽도 장사도 용초도 비진도가 보이고 그 너머로 한산도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도중엔 숲이 울창해 다도해의 비경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전망대에선 각도를 달리해 쪽빛 바다와 섬들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것이 이번 산행의 특징이다. 그 때문인지 전망대가 오랜 갈증후 마시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땀을 내며 10분 정도 걸으면 이번엔 편평한 반석 전망대가 나온다. 이제 명사마을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저 멀리 오른쪽에 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정면에 노자산 가라산이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파른 산길을 계속 오르다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지능선에 올라선다. 거기엔 ‘망산’ ‘명사’ 방향을 가리키는 푯말이 서있다. 이로부터 10분 정도면 망산 정상. 눈 앞에 펼쳐지는 섬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조망도가 친절하게 자리해 큰 도움이 된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왼쪽으로부터 가왕도 소매물도 어류도 욕지도 장사도 비진도 한산도 추봉도 등 20여개의 섬이 제각각의 크기와 모양으로 떠있다. 땀방울을 걷어내주는 해풍의 시원함까지 보태지니 부지불식간에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다도해를 바라보며 먹는 김밥은 꿀맛이다. 솔개인지 매인지 정확히 구분은 안되지만 하여튼 2마리의 공중곡예도 이채롭다.

하산은 이정표 방향대로 홍포(1.1㎞) 내봉산(1.9㎞) 여차(2.7㎞) 저구(4.9㎞) 방향으로 내려선다. 15분 뒤에는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하면 홍포 무지개마을로 내려간다. 직진한다. 숲이 어찌나 짙은지 해풍이 스미지 않은데다 대낮인데도 밝지 못하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바위 능선길은 예상외로 쉽지 않다. 전망대에 올라 산세만 보면 숲이 우거진 육산이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여간 험한 길이 아니다. 아예 절벽을 올라야만 하는 곳도 기다리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40여분 오르면 내봉산 정상에 앞선 암봉에 이르고 거기서 5분 정도 걸으면 내봉산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서 보면 망산 정상보다는 바로 옆 봉우리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멀리 북쪽으로는 장승포 옥녀봉이 얼핏 보인다.

정상에선 왼쪽으로 내려선다. 심한 내리막길이어서 로프가 놓여있고 밑에는 나무둥치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30여분 후 갈림길이 나오면 여차등. 나무푯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몽돌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여차마을. 직진한다. 날머리인 저구까지는 아직도 2.7㎞. 이제부터는 본격 오르막. 한동안 사라졌던 새소리가 다시 들린다. 10여분쯤 후엔 세말번디라는 봉우리에 닿는다. 산행중에는 이곳이 세말번디라는 안내판이 전혀없다. 이후 오르막 내리막 평길 등을 번갈아 2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가 나온다. 각지미라는 곳이다. 안보이던 명사마을이 왼편에 다시 보인다. 여차등부터 이곳까지 30여분 구간이 온통 숲길이었던지라 답답함을 여기서 모두 풀자.


 

지금부터는 호젓한 산길. 다시 전망대. 오른쪽에 저구마을이 눈에 들어오고 저구항 방파제에는 흰색과 빨간색의 등대가 양편에 서있다. 이곳에서 도로까지는 10여분 걸리고 저구 사거리에서 왼쪽방향으로 가면 산행 들머리인 명사마을까지 25분이면 충분하다.

/ 글·사진=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 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 교통편 >

이번 산행의 대중교통편은 이용하기가 힘들다.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제 고현행 첫차인 오전 8시30분 시외버스를 타더라도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명사마을을 경유하는 군내버스가 오후 1시45분에 있기 때문이다. 명사마을에는 하루에 고작 3번 버스가 다닐 만큼 교통편이 열악하다. 명사마을에서 고현으로 나가는 군내버스는 오후 3시30분, 7시45분에 있다.

따라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마산 창원 방향으로 진입한 후 마산 톨게이트를 지나 서마산IC에서 빠져나온다. 이후부터는 ‘통영’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보고 14번 국도를 달리자.

거제도에선 신거제대교를 건너 좌회전, 고현에서 해금강 방향으로 차를 돌려 거제자연휴양림~다대~저구를 거쳐 명사마을회관 앞에 차를 주차한다. 이곳에서 산행 들머리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산행을 마치고 여유가 있으면 홍포(무지개마을)에서 여차까지 드라이브를 해보자. 4㎞ 정도인 이 구간은 국내 여행서 선정 5대 드라이브 코스에 꼽힐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 떠나기 전에 >


망산은 거제도의 최남단에 있는 터에 노자산 가라산 산방산 옥녀봉 계룡산 등 거제도 10대 명산의 시발점이자 끝으로, 거제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엔 왜구가 출몰할 때에 망을 보던 중요한 군사경계시설이었다. 지금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전망대로 더욱 유명하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보노라면 답답했던 우리네 가슴이 확 열릴 것이다.

망산은 네가닥의 등산로가 있으며 깎아지른 듯한 해안을 끼고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이 산은 작은 다대마을 너머 남쪽에 있고 앞바다에 작은 섬들을 거느린 대·소병대도가 점점이 떠있어 이 섬들을 바라보고 지키는 곳이라 하여 여차(汝次)라 한다. 여차몽돌해변은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홍포(虹浦) 무지개 마을은 조선시대 도선 스님의 예언에 따르면 ‘저멀리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이 무지개 같이 아름다운 곳이며, 나아가 전 세계와 연결되어 갈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식수는 미리 준비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5.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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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정맥이 동해안을 끼고 남으로 달리다가 한반도 남동쪽 오지에서 솟구친 영남알프스. 이 영남알프스의 기점이자 최고봉인 가지산(1,240m)은 부산경남지역에서 산 깨나 타는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밟아본 경험이 있는 명산이다. 가지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영남알프스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세나 조망이 뛰어나다.

 국제신문 근교산팀도 동호인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따라 지금까지 운문산~가지산 구간을 포함, 4회에 걸쳐 영남알프스 종주를 비롯 학심이계곡 코스, 북릉 코스 등 대여섯번에 걸쳐 가지산을 소개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가지산 중봉 코스는 이창우 산행대장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울산쪽에서 가지산으로 오르는 코스중 주변 조망이나 암릉으로 인한 적절한 기복 등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켜주는 모든 조건을 구비한 완벽한 구간이다.

가지산 중봉에서 오른편 아래로 용수골을 바라보면서 호박소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하산 코스 또한 산철쭉 군락지와 함께 조망이 뛰어난 암릉 코스여서 산철쭉이 만개하는 이달부터는 환상적인 코스로 동호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것으로 확신한다. 산행 도중 산에 대한 표현을 과묵할 정도로 아끼는 이 산행대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기에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산행은 석남사 버스주차장에서 밀양 방향 24번 국도를 따라가면서 시작한다. 천주교 살티성지와 살티요를 지나 20여분 걷다보면 오른편에 ‘일반국도 24’라고 적힌 제법 큰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이 표지판 오른편으로 난 산길을 들머리로 잡은 후 입석 삼각바위 등을 지나는 암릉구간~석남고개~769m봉~전망대~매점~가지산 중봉~가지산 정상~가지산 중봉~산철쭉 군락지~888.5m봉~묘지~암릉구간~호박소 주차장. 대략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에서 산길로 100m 정도를 걸어가면 ‘낙석주의’라는 입간판이 서있다. 주변 소나무가 위압감을 줄 정도로 키가 크다. 바로 옆 계곡쪽엔 고로쇠약수를 채취하고 치우지 않은 호스가 보인다.

 

쓰러진 나무를 지나 계곡을 건너 산길로 접어든다. 검은색 파이프라인이 같은 방향으로 놓여있다.

10여분쯤 걸으면 정면에 암벽이 가로막고 있다. 암벽 왼쪽 끄트머리에는 작은 폭포가 보인다. 흘러내리는 수량은 적지만 초록색의 이끼가 선명하다. 오른쪽으로 에둘러 간다.

5분 후엔 능선에 닿는다. 만춘의 산은 완전히 제 색깔을 드러내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르다. 약간의 암릉길과 산죽을 지나면 다시 24번 국도로 올라선다. 정면에 산사태 방지를 위해 경사지를 그물로 씌워놓았고 그 밑에는 ‘낙석지역(Falling Rock Area)’이라고 적힌 노란색 입간판이 서있다. 그 오른편에는 휴식공간을 위한 벤치가 보인다. 그 사이 왼쪽 가파른 산길로 올라선다. 산죽길이다. 10분쯤 뒤엔 첫 전망대에 이른다. 정면에 가지산 중봉과 그 뒤 가지산 정상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쌀바위 귀바위 상운산이 우뚝 서있다. 고개를 돌려 반대편 방향엔 오두산 배내봉과 배내골 올라가는 삼거리가 보인다.

이제부터는 암릉구간. 올라가면 갈수록 조망이 더 좋아지고 바위모양도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칼로 두부 자른듯 반듯하게 나란히 서있는 입석, 정삼각형 모양의 바위 등 가지각색이다. 이중 입석 바로 옆 새모양을 한 두개의 바위가 재미있다. 수컷인 듯한 왼쪽바위가 유혹하는 형상으로 다가가자 암컷인 오른쪽 바위가 결정을 못내리고 연신 하늘을 쳐다본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구간은 암벽을 타고 올라가도 되고 그 옆으로 난 산길로 가도 된다. 암릉길을 지나면 이제는 평범한 오솔길.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다보면 능동산에서 가지산으로 가는 길목이다. 오른쪽으로 간다. 낙동정맥 능선길이며 어느새 밀양이다. 지금부터는 이정표와 길 안내 리본이 자주 나타난다. 능선을 중심으로 좌우에 석남터널 울산쪽, 밀양쪽 입구와 뒤로는 능동산 방향의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돌탑도 눈에 띈다.


 

석남고개를 지나면 매점이 나온다. 통상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라면 막걸리 커피 그리고 각종 음료수가 구비돼 있다.

매점에서 출발하면 곧바로 오르막길. 식사를 마친 배부른 꾼들을 위해 로프와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놨다. 20분 후엔 다시 능선에 닿는다. 오른쪽엔 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30여분 땀을 내며 바짝 오르면 가지산 중봉(1,160m). 이곳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정상에선 영남알프스 맏형답게 운문산 간월산 문복산 고헌산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 등 8개의 봉우리 모두 볼 수 있다. 정상은 다음 산행길을 결정하는 정거장. 서쪽으론 아랫재 백운산, 동쪽으론 쌀바위, 북쪽으론 청도 귀바위 방향이다. 하산 도중 밀양고개에서 용수골로 가는 길이 있지만 중봉으로 다시 와서 119팻말이 적힌 오른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자.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을 택한다. 왼쪽은 석남터널 밀양방향. 하산길도 오를 때와 유사하다. 양편에 산철쭉 군락지가 보인다. 만개한 산철쭉을 보려면 이달중 한번 더 와야할 것 같다. 1시간쯤 정신없이 내려오면 주위 조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암릉길이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엔 너른 베틀바위가, 정면엔 백운산 능선이 보인다. 30분 정도의 암릉길과 15분 정도의 가파른 산길을 지나면 산행 종점인 호박소주차장이 나온다.

/ 글 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 전에>

가지산에는 주봉을 향하여 많은 산길이 열려 있다. 그 중에서도 가지산 북릉길 백운능선 쌍두봉능선은 가지산을 향하여 오르는 산길중 으뜸으로 친다.

이에 취재팀은 울산의 살티코스를 추가하여 가지산의 최고 산행길중의 하나로 추천한다. 들머리의 살티는 임진왜란때는 화살을 만들었다 하며 울주군의 오지로서 죽림굴과 함께 천주교의 성지로 찾는 이가 많다. 지금 덕현계곡이 있는 살티마을에 가면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고즈넉한 전원풍경은 사라지고 개발이란 명분아래 가지산 밑을 뚫고 있는 터널공사가 지축을 뒤흔든다. 조금 먼저 가려는 마음에 인간은 자연을 쉽게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중봉에서 내려서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쇠점골의 수림이다. 지금은 붉은 흙빛이 계곡을 덮고 있다. 쇠점골은 자연의 보고로 산악동호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산허리를 맴도는 도로를 내면서 계곡을 파괴하더니 다시 터널공사로 쇠점골은 영원히 사라질 판이다. 중봉을 오르는 주위에는 수백년 묵은 진달래가 많이 있다. 그 굵기와 크기에 놀랄 것이다. 석남사 입구에는 가지산의 청정수로 키운 언양미나리가 많다. 한단쯤 사서 가족과 함께 입맛을 돋우어보자. 식수는 충분히 준비를 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 터미널에 서 언양 시외버스터미 널행 시 외버스는 오전 6시30분을 첫 차로 20~30분 간 격으로 있다. 2천8백원. 언양시외 버스터미 널에서 석 남사행 버스는 매시 15분, 45분에 출 발한다. 1천2백원. 날 머리 지점인 호박소 에서 석남사행 시외버스 는 오후 3시30분, 4시, 5시10분, 6시 10분에 있다. 1천5백원 . 석남사에서 언양시외 버스터미 널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 40분 , 오후 5시10분, 40분에 있다. 1천2백원 . 언양시 외버스터 미널에서 노포동종합 터미널행 시외버 스는오후 5시 5분, 35분, 6시, 6시30분, 6시45분, 7시5분, 25분, 45분 등 이며 막 차는오후 8시 30분이다. 2천 8백원. 노포동종합터미널~석남사행 시외버 스 노선은 승객이 적 어 폐지 됐다.
승용차 를 이 용할 경우 경부고속 도로를 타고 서울산IC에서 빠져 나오면 석남
사 이정 표가 친 절하게 안 내하고 있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4.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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