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542> 가지산 학심이계곡

영남권 최고의 비경
학소대 제1, 2폭포와 넓고 깊은 소, 감탄사 연발
학심이계곡, 상류서 좌우골이 만나 하류 이어져
상운산 입구 헬기장, 영남알프스 한눈에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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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를 뒤흔드는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오는 학소대 1폭포.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힘찬 물줄기가 내려꽂히는 이 폭포는 생김새가 독특해 최하단부에선 쌍폭으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영남알프스의 간판은 최고봉인 가지산(1240m).

산세면 산세, 전망이면 전망, 계곡이면 계곡, 계절에 따라 피는 야생화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야말로 영남알프스의 복덩이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대로 가지산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계곡을 무려 다섯 개나 품고 있다.

영남권에서 최고의 계곡이라 자타가 인정하는 포항 내연산계곡에 비해도 전혀 뒤질게 없는 학심이계곡, 아랫재에서 올라 학심이골과 연결되는 심심이계곡, 가지산과 가지산중봉 사이의 밀양재에서 24번 국도변으로 떨어지는 용수골, 호박소에서 석남터널 쪽으로 이어지는 오천평반석이 위치한 쇠점골, 가지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석남사계곡이 바로 그것. 
 
이번 주 산행지는 가지산 다섯 개의 폭포 중 나머지 넷과 격이 다른 학심이계곡.

학심이계곡으로의 접근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원래 운문사 산내 암자인 사리암 쪽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주등산로였지만 오래 전부터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밀양 산내면 삼양리에서 아랫재로 올라 심심이계곡으로 접근하는 길은 너무 길어 무리가 따른다. 해서 지금은 영남알프스의 청도 쪽 베이스캠프 격인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삼계리(마을)를 많이 이용한다.

학심이계곡의 첫인상은 지리나 설악의 계곡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이다. 아기자기함이 우선 묻어나는 여타 폭포와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우렁찬 물소리를 내며 물기둥을 쏟아내는 학소대 1, 2 폭포와 이를 여유있게 담아내는 넓고 깊은 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해서 계곡화를 신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학심이계곡의 비경을 구석구석 비교적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삼계리~천문사 주차장~돌탑 앞 갈림길~배넘이재~학심이계곡~학소대 1폭포~학소대 2폭포~헬기장~쌀바위~가지산 대피소~헬기장(상운산 갈림길)~석남사 갈림길~운문령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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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칠성가든 옆 '천문사' '가슬갑사'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간다. 곧 '등산로' '가슬갑사'를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향하면 이내 천문사 주차장.
 
주차장 우측 '등산로' 팻말을 따라 계류와 나란히 걷는다. 10여 분 뒤 돌탑 앞 갈림길. 오른쪽은 나선폭포 또는 지룡산 가는 길, 산행팀은 배넘이재 쪽으로 직진한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왼쪽은 시원한 계곡수가 흐르는 배넘이계곡으로 접근하는 길, 오른쪽 돌길로 오른다. 길섶에는 귀한 노란 망태버섯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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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쯤 뒤 갈림길. 곧 만나므로 신경쓰지 말자. 이때부터 된비알이 기다린다. 10분 정도 땀을 바싹 흘리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제법 너른 사거리가 나온다. 배넘이재다. 왼쪽 쌍두봉 상운산, 오른쪽은 지룡산 방향, 산행팀은 학심이계곡 쪽으로 직진한다. 급내리막길이지만 지그재그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다.

10분 뒤 갈림길에선 우측으로 가 지계곡을 건너면서 등로가 임도급으로 넓어진다. 수 십 개의 나무를 받쳐 놓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또 갈림길. 두 길 모두 학심이계곡에서 만나지만 우측길이 더 반듯해 그쪽으로 간다. 계곡과 만나기 직전의 약간 너른 터는 옛 집터로 5~6년 전까지도 사람이 거주했다고 이창우 대장이 말한다.

계곡을 건너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세 갈래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가지산 북릉 또는 심심이골, 오른쪽은 운문사 사리암 방향, 산행팀은 왼쪽 학심이계곡 쪽으로 간다. 이 길은 쌀바위 가지산 상운산으로도 이어진다.

완만한 경사길로 올라 또 다시 계곡을 건너 숲으로 진입해 오르면 갈림길. 왼쪽은 능선길로 상운산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와 지계곡을 따라 30m쯤 내려오면 학심이 주계곡을 만난다. 영남알프스 최고의 계곡답게 주변 풍광이 기가 막히다. 지계곡을 살짝 건너 주계곡과 나란히 가다 계류 폭이 좁은 지점에서 건너면 산죽길 입구에 '산악사고 119-학소대 1폭포'라 적힌 표지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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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
 
산죽길을 따라 50m쯤 오르면 전방 저 멀리 천지를 뒤흔드는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학소대 1폭포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힘찬 물줄기가 내려꽂히는 이 폭포는 생김새가 독특해 최하단부에선 쌍폭으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

학소대 2폭포는 왔던 길로 내려가 산죽길 입구 6, 7m 지점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10여 분쯤 거친 산길을 헤치고 가면 역시 전방에 우레와도 같은 한 줄기 굵은 물기둥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학소대 2폭포다. 2폭포는 1폭포와 달리 가지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일종의 지계곡에 위치해 있다. 산행팀은 편의상 1폭포가 걸린 곳을 학심이좌골, 2폭포가 위치한 곳을 학심이우골로 표기한다.

이제 계곡을 건너 좌측으로 산허리를 따라 간다. 이내 갈림길. 왼쪽은 1폭포로 내려서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7분 뒤 학심이우골을 약간 못 미쳐 우측으로 열린 길로 오른다. 30m쯤 뒤 만나는 갈림길에서 다시 우측으로 간다. 산허리길로 10분쯤 가면 '운문산 6번 지점'이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고, 여기서 또 다른 지계곡을 약간 위쪽으로 건너면 학심이우골과 만난다. 이 지점은 2폭포 상류쯤 되는 곳이다.

이제 학심이우골을 거슬러 영남알프스 주능선을 향해 오른다.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이 거칠게 널려 있는 데다 나무 덩굴이 주렁주렁 매달려 수 차례 갈 길을 막을 정도로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다.

20여 분 이렇게 거친 길을 따라 오르면 제대로 된 산길을 만난다. 이때부터 40분 정도 산죽길을 따라 오르면 마침내 주능선상의 헬기장(1118m)에 닿는다. 여기서 산길은 두 갈래. 오른쪽은 가지산 정상(40분 소요), 산행팀은 왼쪽 쌀바위 쪽으로 내려선다.

8분 뒤 난간을 대신한 굵은 밧줄이 끝날 즈음 우측으로 가면 추모비가 서 있다. 쌀바위 윗지점이다. 이곳에서 5분이면 쌀바위 정상석(1109m)에 닿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전설상 쌀 대신 물이 나온다는 샘터이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쌀바위에서 3분이면 가지산 대피소에 닿고 여기서부터 임도가 기다린다. 7분 뒤 임도 좌측에 세우다 만 작은 돌탑 앞에 산길이 열려 있다. 학심이좌골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참고하길.

7분 뒤 다시 헬기장. 왼쪽 산길로 오르면 상운산과 귀바위를 거쳐 다시 이 임도로 내려서지만 산행팀은 임도를 따라 간다. 헬기장 끄트머리 벤치 앞에 서면 왼쪽으로 고헌산, 오른쪽으로 배내봉 간월 신불 영축산이 한눈에 펼쳐지고 발 아래로는 석남사주차장과 24번 국도, 가지산온천이 확인된다.

임도를 계속 따라 가면 하산길은 세 갈래. 석남사 가지산온천 운문령이 그것으로 석남사와 가지산온천 방향은 중간에 이정표가 친절하게 서 있다. 임도의 끝은 운문령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헬기장에서 운문령까지는 5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비 때문에 당초 계획과 달리 산행

산행팀은 학소대 1폭포가 걸려 있는 학심이좌골을 건너 쌀바위와 상운산 사이의 임도(세운다 만 작은 돌탑이 위치한 지점)로 올라선 후 상운산~귀바위~상운산~쌍두봉~황등산~천문사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행 당일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전날 밤 기상청은 중부지방은 호우주우보가 발령되고 남부지방도 30~100㎜의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산행팀은 전날 밤 산행 당일 아침 날씨를 보고 산행 여부를 결정짓자고 약속했고, 예상과 달리 다음날 새벽 부산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오전 10시께 부산을 출발, 청도로 향했다. 오전 11시 20분 천문사 주차장을 출발한 후 배넘이재에 올라선 낮 12시 5분께 일순간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낙뢰 및 천둥소리와 함께.

이 때문에 산행팀은 학심이좌골에 물이 불어 건너지를 못해 그 대안으로 학심이우골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산행팀은 학심이좌골을 건너기 위해 이러저리 폭이 짧고 유량이 적은 지점을 찾으려고 애써다 보니 많은 시간을 허비, 상운산 입구 헬기장에 오후 6시 5분에 도착했다. 비맞은 생쥐마냥 흠뻑 젖은 지친 산행팀은 결국 상운산을 코 앞에 두고 가장 가까운 하산로인 운문령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참고 하나. 학심이계곡은 상류 쪽 두 갈래가 합쳐져 하류로 이어진다. 흔히 산행지도에선 학심이좌골이 주계곡으로 표시돼 있지만 가지산 정상과의 근접성을 따지자면 학심이우골을 주계곡으로 볼 수 있다. 해서 산행팀은 학심이 좌·우골로 각각 표기했다.


○ 교통편-삼계리 천문사 주차장서 출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있다. 1시간 걸리며 2200원. 언양터미널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 내린다. 오전엔 11시 단 한 번 출발한다. 1800원. 날머리 삼계리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에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된다. 오전 6시22분, 7시45분, 9시3분, 11시55분에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5000원. 청도역 건너편 청도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11시10분. 2900원. 이어 동곡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40분, 11시. 2300원. 날머리 삼계리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하차한다. 오후 5시10분, 7시10분(막차). 동곡에서 청도행 버스를 타고 청도터미널에서 내린다. 오후 4시15분, 5시20분, 6시10분, 7시40분(막차) 길건너 청도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열차는 오후 4시52분, 6시12분, 6시42분, 7시42분, 8시55분, 9시45분에 있다.

또 한 가지. 부산역 인근 올림픽예식장 앞에서 출발하는 운문사 산내 암자인 사리암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 내리면 된다. 매일 오전 10시 출발. 7000원. 삼계리에서 부산행 버스는 매일 오후 4시30분(단 토요일만 오후 4시 출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35번 언양~경주 봉계 35번~언양교차로서 밀양 석남사 24번~창녕 밀양~경주 청도 궁근정리 상북농공단지~경주 청도~궁근정삼거리서 우회전(몬타냐 간판)~언양 석남사 좌회전~청도 운문사 우회전~운문령~운문산자연휴양림~삼계리 쌍두봉 가든 및 칠성가든~천문사, 가슬갑사 좌회전~등산로 가슬갑사 우회전~천문사 주차장 순.

승용차를 천문사 주차장에 두고 운문령으로 하산했을 경우 운문령에서 대구행 경산버스를 타고 삼계리에서 하차한다. 7시쯤에 정차한다. 또 오리불고기가 일품인 삼계리 칠성가든(054-371-5287)에서 식사를 할 경우 승합차가 실어다 준다. 거리상으로 약 6㎞. 석남사로 하산했을 경우 삼계리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2만 원. 문의 언양 한마음콜택시 (052)263-6000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584> 김해 굴암산

흩날리는 운무 신선이 안 부럽소
김해 장유면 신안마을 원점회귀…걷는 시간만3시간35분
최근 장유 신도시 조성되면서 진해 성흥사 코스보다 인기
거제도 가덕도 진해만 몰운대 다대포 등 그림처럼 펼쳐져
화산(팔판산) 정상 군 부대 주둔, 주능선 막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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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주택 크기의 바위를 힘겹게 올라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바삐 움직이는 운무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경남 김해와 진해를 가로지르는 굴암산(窟庵山)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가깝지만 먼 산이었다. 거리상으론 지척인 전형적인 근교산이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데다 오지에 숨어 있어 심리적으론 머나먼 산이었다는 의미일 게다.

산 아래 바위굴에 암자가 있었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전해오는 이 굴암산에 최근 부산 산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굴암산의 들머리는 열에 아홉은 진해시 대장동에 위치한 신라 천년고찰 성흥사였다. 하지만 2003년쯤부터 김해 장유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오지 속의 오지였던 이곳이 번화가(?) 아닌 번화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들머리인 장유 신도시 인근의 장유면 신안마을 쪽의 교통 사정이 나아져 진해 성흥사 쪽보다 산꾼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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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마을 입구에 위치한 커다란 마을 이정석(왼쪽)과 마을을 관통하는 계곡.

 
이창우 산행대장도 굴암산과 관련 ,이렇게 회상했다.

"1990년 초반까진 굴암산에 가기 위해선 김해 장유 쪽은 생각도 못했고 오로지 진해 성흥사로 향했죠. 진해행 시외버스를 타고 웅동(마을)에 내려 40~50분 걸어야 했죠. 정말 가깝지만 먼 산이었죠."

해발 662m로 고만고만한 산이지만 절대 얕봐선 안 된다. 주능선으로 오르는 된비알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은 산행 내내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들머리의 계곡은 지리산의 그것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수려하다. 조망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거제도 진해만 가덕도 몰운대 다대포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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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들머리(왼쪽). 우측 나무에 굴암산 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이 계류를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은 김해 장유면 율하리 신안마을~갈림길~잇단 전망대~533봉~잇단 전망대~안부 사거리~정자 앞 삼거리(613봉)~굴암산~잇단 전망대~신안마을·헬기장 갈림길~헬기장(화산(팔판산)·679m)~분성 배씨묘~신안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5분. 마을 입구부터 들머리, 이어 하산 때까지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데다 산길도 반듯하게 정비돼 있어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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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마을로 접어들면 우선 커다란 마을 이정석을 만난다. 마을 유래가 상세하게 적힌 이정석 건너편에는 마을 주차장이 있다.

산행은 마을을 관통하는 포장로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경로당을 지나면 갈림길.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정면에 '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400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기 때문이다.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여기서 이번 산행의 큰 그림을 잠시 그려보자. 좌측 굴암산 쪽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타고 팔판산(화산) 쪽으로 와서 다시 이곳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임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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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진해 부산의 경계로 일명 삼시봉(參市峰)인 613봉(왼쪽)과 정상.

마을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며 자투리땅에는 우리네 시골 모양 상추와 고추가 심겨져 있다. 도중 샛길이 있어도 무시하고 큰길로만 간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도 역시 이정표가 안내한다. 로뎀전원교회와 기독교 장유수양관 입구를 잇따라 지나면서 안 보이던 산행 안내 리본도 눈에 띈다. 한 굽이 돌아 '반곡정' 주차장을 지나 '돌담집' 문안으로 들어서면 좌측으로 '굴암산 662m'라고 적힌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고 그 뒤론 운치있는 계곡이 눈에 펼쳐진다. 들머리에서 15분.

이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입구에 '굴암산 2.3㎞'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산길을 따라가면 곧 체육시설 앞 갈림길. 반듯한 우측으로 간다. 앞서 본 계곡과 나란히 걷는 셈이다.

9분 뒤 갈림길. 두 곳 모두 정상 가는 길로 표기돼 있지만 산행팀은 좌측으로 오른다. 울창한 숲이지만 관리가 잘 돼 있어 보기에도 시원하고 정감이 간다. 5분 뒤부터 차츰 경사가 심해져 30여 분간 애오라지 된비알로만 오른다. 잠시 경사가 누그러지더니 곧이어 된비알이 이어진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라는 의미였다.

5분쯤 뒤 일순간 운무가 그치고 꽉 막혔던 시야가 트인다. 곧이어 이끼 낀 바윗길이 기다린다. 산은 작아도 보여줄 수 있는 구색은 다 갖추고 있다. 한 굽이 돌아 올라서면 제법 너른 전망대. 정면 부산 지사과학단지로 쪽으로 이어지는 옥녀봉 능선이 희미하게 보일 뿐 나머지는 확인 불가능하다.

이어지는 오르막. 4분 뒤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올라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멋진 전망대다. 운무, 즉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깨스'가 무대 위에 펼쳐지는 드라이아이스 모양 급속도로 오락가락해 비로소 주변 산세가 조금씩 가늠된다. 우측 능선이 팔판산에서 내려오는 산줄기이며, 그 우측 뒤가 장유폭포를 품은 장유봉, 그 아래 보이는 도로는 창원터널을 거쳐 창원가는 길이다. 그 우측으로 보이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장유 신시가지이다.

   
   
다시 숲으로 진입, 한 굽이 올라 119 구조대 표지목(533봉)과 두 개의 전망대를 지난다. 제법 너른 두 번째 전망대 우측 끄트머리에 서면 우측으로 굴암산과 그 좌측으로 옥녀봉 보배산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산세로 봐서 이후 산행은 안부로 떨어졌다 올라선다. 실제로 5분쯤 내려서면 안부 사거리. 골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지점인지 마침 벤치도 둘 있다. 삼림욕장에 온 듯하다. 이정표가 서 있지만 내용물이 떨어져나가 무용지물이다. 우측은 계곡을 거쳐 하산하는 길인 듯, 산행팀은 직진한다. 오름길이다. 10분 뒤 정자 앞 삼거리로 613봉이다. 동시에 김해 장유면, 부산 강서구, 진해 대장동을 경계짓는 삼시봉(參市峰)이다. 즉 정면이 진해, 방금 온 뒤쪽이 김해, 좌측이 부산 강서구이다. 좌측은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 100m쯤 가면 다시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으로 각각 나뉜다. 옥녀봉은 오래 전 산행팀이 개척, 소개한 봉우리다.

이제 정상은 불과 400m. 우측으로 간다. '좌 진해, 우 김해' 능선길이다. 9분이면 올라선다. 남쪽 즉 좌측으로 거제도 가덕도를 품은 남해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불행히도 뿌연 운무 때문에 사방팔방이 시계 제로이다. 좌측으로 열린 길은 성흥사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직진한다. 목적지는 북서쪽으로 뻗은 팔판산. 소요시간은 대략 45분. 도중 진해 성흥사(등로 기준 좌측) 또는 들머리인 신안마을(〃 우측) 내려가는 등로가 열려 있으니 체력에 맞게 운용하면 된다. 이 능선길 곳곳에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으나 여전히 운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이 흠이라면 흠. 만일 날씨가 좋았더라면 시간은 더 걸렸을 터.

등로는 무료하지 않게 내려섰다 올라섰다를 반복하며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우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사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이렇게 20여 분. 119 구조대 표지목 앞에 선다. '헬기장 아래'라고 적혀 있다. 우측으로 신안마을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참고하길.

   
   
표지목에서 5분 뒤 갈림길. 좌측 오름길은 능선길, 우측 숲길은 원래 등산로이다. 전자는 전망이 좋고 후자는 8부 능선쯤 된다. 두 길은 3~4분 뒤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이후 한번 더 내리락 오르락하면 마침내 헬기장에 닿는다. 이 헬기장 우측 나무에는 '화산(팔판산) 679m'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산 정상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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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팔판산) 팻말(왼쪽)과 이 팻말이 걸려 있는 화산(팔판산) 직전 헬기장.

사연은 이렇다. 이곳  헬기장에서 직진하면 팔판산(화산) 정상이지만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출입금지 구역이다. 실제로 7분쯤 가면 철조망과 함께 지뢰매설 경고 안내판이 서 있다. 해서 이 산자락이 팔판산임을 알려주기 위한 누군가의 배려인 듯하다. 참고로 헬기장을 가로질러 직진해 철조망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돌면 불모산~웅산~시루봉으로 이어지고, 우로 우회하면 들머리인 신안마을로 떨어진다.

산행팀은 헬기장에서 10m쯤 뒤로 가서 119 표지목 우측으로 열린 길로 하산한다. 40m쯤 뒤 갈림길에서 좌측 급경사길을 택해 내려간다. 15분 뒤 계곡 상류와 만난다. 8분 뒤 물길을 한번 건너면 등로의 상태가 좀 나아진다. 이후 좌측으로 방향으로 택해 물길을 두 번 건너면 119 구조대 표지목을 만난다. '팔판산 아래'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화산 안내판이 걸려 있는 헬기장을 지나 우측으로 철조망을 따라 내려서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7분 뒤 분성 배씨묘를 지나면 일순간 시야가 트이며 정면으로 들머리와 장유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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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나는 계곡(왼쪽)과 털중나리.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물길을 건너 감나무밭과 대숲을 지나면 이내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여기서 6분이면 신안마을 이정석 앞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신안마을 이정석에는 의외로 많은 정보가 담겨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 또한 들어 있다.

우선 '팔판산 사기점골 신안마을…'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이 마을은 굴암산보다는 팔판산을 모산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는 '팔판산 기슭에 아담한 마을'로 시작되는 신안마을 노래 가사에도 적혀 있다. 팔판산은 일명 갈판산으로 불린다는 사실도 새롭다.

이곳은 원래 그릇을 굽던 곳이어서 옛날에는 사기점(沙器店)골로 불리다 조선 순조 때부터 신안(新安)으로 개칭됐다. 계곡 이름도 언급돼 있다. 산행팀이 오른 골짝이 큰골이며 내려온 곳은 작은골의 내리바우실이다.

잘못된 점도 있다. 팔판산이 김해 진해 창원의 경계를 이룬다고 언급돼 있지만 이는 불모산. 실제론 김해와 진해의 경계를 가른다. 이웃한 굴암산 613봉은 김해 창원 부산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팔판산(八判山)은 이 산줄기에 3정승 8판서가 태어날 명당이 있다는 풍수설에 기인해 명명됐다 전해온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있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로 나와 수가·무계방면 우회전해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1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6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신안마을행 버스는 24, 26번이 있다. 24번은 오전 7시15분부터 1시간마다, 26번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지만 신안마을 건너편 팔판마을 푸르지오아파트 앞이 종점이다. 날머리 신안마을에선 24번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 내린다. 오후 3시40분, 5시15분, 6시55분, 8시25분. 1000원.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 3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서부산TG~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하 율하 우회전~장유폭포 신안 우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좌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직진~율하 하촌 덕정 좌회전~신안 직진~창원 신안 우회전 후 첫 번째 좌회전~신안마을. 입구에 '살기 좋은 신안마을''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500m' '로뎀전원교회' '장유수양관' 등 안내판이 여럿 보인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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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은 이번 산행의 하산로인 천황봉 쪽에서 얼음골로 내려가는 3.55㎞ 구간. 물론 산행 담당 기자인 필자의 개인적 생각이다.

왜?-시종일관 너덜길이라. 이 너덜은 고정돼 있지 않아 아주 위험. 하지만 도중 허준 선생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했다는 동의굴을 만나는 데다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도 만나는 기쁨도 있음.

사람의 생각은 천차만별. 이 코스를 두고 일부 산꾼들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천재일우의 등로라며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아래 정리한 정승봉~천황산 코스는 비교적 괜찮다. 그 유명한 얼음골로 하산하기 때문에 볼거리도 제법 된다. 마음만 먹으면 역시 유명한 호박소도 볼 수 있다.




근교산&그너머 <441> 밀양 정승봉~천황산

오르면 명산 퍼레이드 '황홀'
내리면 시원한 얼음골 '오싹'
영남알프스의 사통팔달…5시간 소요
들머리서 20분간 길없어 리본 꼭 참조
고원에 우뚝 솟은 사자·수미봉 키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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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투봉 인근 전망대에서 바라본 밀양지역 봉우리들. 정면 구천산을 중심으로 왼쪽 뒤가 정각산. 제일 뒤 저 멀리 희미한 능선이 청도 남산 화악산이다. 상투봉은 해질녘 남명에서 바라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아 마을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산행팀은 제일 앞 능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다 구천산에 못미쳐 하산, 도래재로 내려와 이창우 산행대장이 서 있는 이곳으로 다시 올랐다.


 
"특별히 갈 곳 없으면 영남알프스 중 괜찮은 코스 하나 골라봐."

부산을 비롯한 경남·북 산꾼들이 즐겨찾는 영남알프스가 현재 처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담없다'를 넘어 이제 '만만한' 산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주말이면 영남알프스를 동서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는 만원이다. 가지산 허리를 돌아 언양서 밀양가는 24번 국도는 이미 거북운행이 보편화됐고, 배내골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남북횡단로인 69번 지방도 또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울산 양산 밀양 청도 경주 등 5개 시·군에서 출발하는 100여개 이상의 들머리에서 영남알프스 정상을 향하는 산꾼들의 행렬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탐방객들의 수로 봐도 웬만한 국립공원과 맞먹을 정도일 터.

그 결과 영남알프스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각종 쓰레기가 넘쳐나고 산길도 황폐해져 숲이 망가지고 있다.

여기에 현재 진행중인 울산~밀양간 24번 국도 확장공사와 밀양 산내면 남명리~단장면 범도리를 잇는 1077번 지방도가 완공되면 영남알프스 가는 길은 사실상 사통팔달이 돼 보다 많은 산꾼들의 접근이 가능하다.

이게 딜레마다. '아니온듯 가시옵소서'라는 문구가 지켜진다면 모르겠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 유감일 뿐이다. 시쳇말로 이제는 동네 뒷산을 걷는 기분이 드는 곳도 있다.

   
한적한 영남알프스 산길을 갈망하는 산꾼들을 위해 취재팀은 숨은 산길을 찾아 나섰다. 이른바 영남알프스 언저리에 해당하는 정승봉을 돌아 천황산(재약산 사자봉)을 올랐다.

들머리는 밀양 산내면 남명리 남명초등학교 앞. 이곳은 하양마을이나 삼양마을을 거쳐 바로 운문산으로 갈 수 있고, 천황산이나 백운산 정족산 구천산 억산 등 영남알프스의 웬만한 봉우리로 손쉽게 접근 가능해 산꾼들은 흔히 이곳을 영남알프스의 '베이스 캠프'라 부른다.

산행은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남명초등학교 삼거리~제일마트~경주김씨묘~정승봉 지능선~첫 전망대~정승봉 정상~첫 이정표~두번째 이정표~도래재(이정표)~너른바위 전망대~천황산 정상~신명마을 이정표~얼음골 갈림길~너덜지대~동의굴~돌계단~천연기념물 얼음골~천황사~얼음골정류소 휴게소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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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초등 삼거리에서 하차한 후 길건너 제일마트 우측으로 난 시멘트길로 향한다. 길 주변은 온통 그 유명한 얼음골 사과나무. 한 나무에 생각보다 많은 알이 열려 있다. 등뒤로 운문산 아랫재 백운산이 눈에 들어온다. 곧 컨테이너박스 앞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가녀린 개망초가 바람에 하염없이 한들거리고, 산딸기는 열린 채 말라가고 있다. 인적이 드물었다는 방증인가.

   
10분 뒤 갈림길. 우측 흙길로 가다 5m 뒤 다시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다시 갈림길. 곧장 숲길로 갔지만 길막힌 과수원, 왼쪽 무덤(경주김씨)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무덤을 지나면 길은 곧 사라진다. 되돌아와 무덤 우측으로 간다. 바싹 마른 밤송이가 낙엽길에 흩어져 있다.

시쳇말로 길이 없다. 개척해 올라가야 할 판이니 리본을 꼭 확인하자. 우측 숲속에 파란 물통이 보이는 지점도 지난다. 참조하길.

박씨묘를 지나 30m쯤 가면 작은 갈림길. 우측으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확실한 길. '길찾기 고생 끝!'이다. 들머리에서 20분 정도. 또 갈림길. 왼쪽으로 오른다. 멧돼지 발자국도 선명하고, 우유빛 노루발이 길 가운데 고개를 내밀어 살짝 피해간다. 박씨묘에서 10여분. 정승봉 지능선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간다. 산길은 지그재그 옛날길. 산허리를 감아 오르던 산길이 마침내 정승봉 턱밑에 닿는다. 왼쪽 숲 사이로 상봉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이때부터 길이 완만해지고 지형 탓인지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6분 뒤 첫 전망대. 정면 상투봉, 그 왼쪽 뒤 두 봉우리 중 좌측이 천황산 정상이다. 정승봉 정상(803m)은 전망대에서 35분.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 옆 커다란 돌탑이 올라가고 있다. 이제야 리본이 많이 보인다.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정면 실혜산을 비롯, 그 뒤 오른쪽으로 구만산 북암산 문바위(농바위) 수리봉 억산 범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  
 
봉 운문산 지룡산 (청도)귀바위 가지산 가지산중봉 백운산 능동산 천황산 향로산 영봉(구천산 내지 꼬깔산)이 대형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히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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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봉(사자봉) 정상의 돌탑과 천황산의 억새.


하산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직진하면 실혜산을 거쳐 정각산 승학산으로 이어진다.

15분 뒤 첫 이정표. 엉터리다. 정각산이 도래재보다 훨씬 멀지만 그렇게 표기돼 있지 않고, '산내 송백'은 반대편 능선에 보여야 할 마을인데 뜬금없이 적혀 있다. 직진한다. 길 우측 정승골에 정승마을이 미니어처마냥 보인다.

첫 이정표에서 도래재까지는 대략 55분. 도래재는 현재 공사중인 1077번 지방도의 중간지점.로 우측 커브길을 돌아 왼쪽 산길로 오른다. 천황산 가는 길이다. 입구 잣나무숲을 지나 150m쯤 오르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오르고 또 오르는 계속되는 된비알. 땀깨나 흘려야 하는 구간이다. 50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은 필봉 또는 삼거마을 하산길, 정상은 왼쪽 산길. 15분 뒤 남명으로 가는 길을 만난다. 저 멀리 24번 국도와 1077번 지방도 공사현장도 확인된다. 너른 바위전망대에선 상투봉도 가까이 보인다. 상투봉은 해질녘 남명에서 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아 붙여진 이름.

이어지는 산길. 일순간 눈앞이 트이면서 좌측 천황산(사자봉·1189m)과 우측 재약산(수미봉)이 보인다. 걸음을 옮길수록 천황산 정상석과 돌탑 이정표가 또렷하게 식별된다. 하산은 무더위를 감안해 얼음골로 정했다. 왔던 길로 200m쯤 가면 갈림길. 우측으로 간다. 이 능선을 타고 계속 가면 능동 가지 간월 신불산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얼음골로 간다. 유의할 점 하나. 두번째 이정표 '얼음골' '샘물상회'에선 샘물상회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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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로 내려오는 악명높은 너덜(왼쪽)과 천년기념물인 얼음골.

 
얼음골 가는 3.55㎞ 구간은 고진감래 내지 악전고투 길. 천연기념물 224호 얼음골을 만나지만 시종일관 위험한 너덜길을 통과해야 한다. 오죽 힘들면 '영남알프스 기피산행로 1호'라고 불릴까.

얼음골까지는 대략 1시간. 도중에 허준 선생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했다는 동의굴도 만난다. 얼음골에서 천황사 육각수를 거쳐 버스정류소까지는 15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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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에서 만나는 얼음골 사과(좌측)과 날머리 얼음골 입구에서 본 거북바위.


# 떠나기전에-정승봉·구천산 국제신문 산행팀서 명명

밀양 정승봉은 국제신문 취재팀이 오래전에 명명해 대중화된 봉우리 중 하나이다. 이웃한 구천산도 마찬가지.

정승골은 신라때 어느 왕이 병을 고치기 위해 재약산 표충사에 머물고 있을 때 수행한 정승이 이곳에 머물며 대기했다고 전해져와 붙여진 이름. 오랫동안 방치된 이 산을 1990년대 후반에 정복(?)한 산행팀이 지면상에 이를 '정승봉'으로 반영함으로써 일반화됐다.

정승골은 지난 2000년 TV에 소개돼 한때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그때서야 비로소 경남에서 가장 늦게 전기가 들어와 당시 주민들이 밀양시내로 냉장고를 구입하러 나온 장면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정승봉~도래재 산길에는 이정표가 둘 있다. 모두 엉터리다. '정각산'이 '도래재'보다 멀지만 그렇지 않았고, '산내 송백'은 반대편 능선에 표기돼야 할 지명이다. 두번째 이정표에서도 '산내 등자반'이 '도래재'보다 거리가 짧게 표기된 것 역시 잘못이다.

천황산에서 얼음골로 하산할 때 만나는 이정표도 마찬가지. 세개의 이정표가 서 있지만 두번째 이정표에서 '얼음골' 대신 '신명마을'로 표기돼야 초행자도 오해가 없어진다. 영남알프스의 본산인 밀양시에서 이정표 정비를 새로 해야 할 것 같다.

# 교통편-밀양·언양서 버스타고 남명서 하차

부산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900원. 언양터미널에서 석남사정류장행 좌석버스는 오전 6시 이후 3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200원. 참고로 일반버스는 언양터미널 버스 출입구 좌측에서 수시로 운행한다. 석남사정류장에서 남명행 버스는 오전 8시20, 9시10, 10시, 11시10분에 있다. 1800원.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산역에서 밀양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5시30, 6시13, 6시47, 7시30, 8시5, 9시5, 9시33분에 있다. 3400원. 새마을호 열차는 오전 10시30분에 있다. 6700원. 밀양역 앞에서 시내버스(2, 6, 7번)를 타고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900원.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명행 버스는 오전 7시, 8시, 8시30, 9시5, 10시10, 10시40, 11시30분에 출발한다. 2800원.

날머리 얼음골 버스정류소에서 석남사정류장행 버스는 오후 3시15, 3시50, 4시55분에 있다. 1800원. 석남사정류장에서 언양터미널행 좌석버스는 오후 3시5, 4시5, 4시30, 5시, 5시30, 6시, 6시30, 7시20분에 있다. 1200원. 일반버스는 수시로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노포동행 버스는 매시 20, 40분에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얼음골 버스정류소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50, 4시, 4시35, 5시, 6시, 7시에 있다. 3200원. 밀양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는 오후 4시5, 5시5, 5시58, 6시59, 8시, 8시58, 10시1분에, 새마을호는 오후 5시27분, 밤 11시19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으로 35번 언양~밀양 창녕 석남사 24번 국도 좌회전~석남사 지나~배내골 방향 버리고 밀양 얼음골 방향~석남터널 통과~얼음골 지나~남명초등학교 지나~남명삼거리 인근 순. 날머리 얼음골 버스정류소에 들머리 남명행 버스는 밀양터미널행 버스시간과 같다. 850원.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근교산-함양 기백산(446)

책바위 넘고 용추폭포수에 땀씻고

경남 함양의 용추계곡과 경북 문경새재. 머나먼 두 계곡을 화두로 끄집어낸 까닭은 앉은 형세가 여러모로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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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폭포. 10m 높이에서 내리꽂히는 엄청난 물소리와 물보라에 입이 벌어질 정도다.

예부터 거창·함양의 유서깊은 3대 계곡 중 하나인 용추계곡은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 등 1000m급 이상의 고봉준령에 의해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져 있는 깊은 골짜기다. 북쪽의 남덕유가 넘치는 기운을 감당못해 남동쪽으로 가지 하나를 더 뻗어내려 솟구친 이들 산은 용추계곡 좌우로 개별 산행이 가능한데다 무박2일 종주산행까지 겸할 수 있어 많은 산꾼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문경새재 또한 깊기로는 한 수 위. 그 유명한 주흘산과 부봉 그리고 백두대간 산줄기인 마패봉 조령산으로 둘러쳐져 마치 자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깊은 협곡이다. 새재길 좌우의 웅장한 산들은 그 자체만으로 멋진 산행코스가 열려 있는데다 1박2일 정도면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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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추폭포 하류의 시원한 계류(왼쪽)와 다른 각도에서 본 용추폭포.

계곡과 나란히 내달리는 계류 또한 절경이다.
용추계곡 지우천에는 10m높이에서 내리꽂히는 엄청난 굉음의 용추폭포를 비롯 용소 꺾지소 등 볼거리가 다양하고, 영남의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꿈꾸며 넘은 새재길 계곡에도 제2관문 아래 45m의 3단폭포인 조곡폭포를 비롯 용추 꾸구리바위 등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현재 문경새재는 도립공원이고, 용추계곡은 기백산 군립공원에 포함돼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1970년대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독 문경새재만은 ‘포장하지 말라'고 지시해 흙길로 남아 있다는 점. 그는 사관학교 입학 전 잠시 문경초등에서 교편을 잡아 누구보다 문경새재를 아꼈다고 전해온다. 반면 용추계곡은 용추폭포 위 용추자연휴양림까지 포장돼 있어 편리하지만 고즈넉한 맛이 덜하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 함양이거나 용추계곡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문경새재처럼 포장이 안된 채 체계적 보존이 이뤄졌더라면 용추계곡 또한 도립공원 이상의 관광지로 각광받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용추계곡이 필요 이상으로 개발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분명한건 용추계곡을 둘러싼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이 지금도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애정 공세를 듬뿍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특정 지점이 4개나 되는 1000m급 명산의 들머리가 되는 곳은 이곳밖에 없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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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사에서 바라본 피바위. 만개한 백일홍과 색조화가 일품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기백산(箕白山·1331m). 함양과 거창의 경계에 위치해 예부터 두 지역의 날씨변화를 제일 먼저 알려줘 `비의 징조를 안다'는 의미의 지우산(智雨山)으로 불렸다.
장쾌한 능선길에선 1000m급 고봉준령이 조망되고 특히 정상 부근의 누룩덤이라 불리는 암봉은 기백산만의 자랑이다.

산행은 함양 안의면 용추사 주차장~기백산 등산로 안내판~(도수골)~지능선~전망대 바위~기백산 정상~잇단 누룩덤(책바위)~시흥골·금원산 갈림길~시흥폭포~황석산장~거망산 들머리(지장골) 지나~용추사~용추폭포~용추사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안팎, 등산로와 이정표는 정비가 잘 돼 있어 길찾기는 전혀 문제없다.

주차장에서 길은 두 갈래. 용추사 및 용추자연휴양림 가는 길이 그것이다. 휴양림 방향으로 간다. 5분 뒤 우측에 기백산 등산로 안내판. 정상까지 4.2㎞. 용추계곡의 지계곡인 도수골 등산로의 시점이다.
돌이 유난히 많은 이 길은 처음엔 숲터널이고 이후엔 계곡산행으로 이어진다. 20분 뒤 800고지 쉼터를 지나면 계류와 접하고 일순간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와닿는다. 힘찬 물소리와 매미울음, 그리고 명산에서 느껴지는 그윽한 분위기가 산행의 맛을 더해준다.
계곡을 건너 950고지의 119안내판에서 급경사 산죽길을 헤치고 오르면 지능선. 들머리에서 1시간10분. 정상까지 1.3㎞ 남았다.
이제 된비알이 기다린다.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하자. 발밑에는 며느리밥풀꽃 흰여로 긴산꼬리풀 청여로가 눈에 띈다. `정상 0.2㎞'라 적힌 팻말 앞에 서면 시야가 확 트인다. 왼쪽엔 황석 거망산이, 오른쪽엔 남덕유에서 출발, 월봉 금원 기백(평전) 황매 자굴산을 거쳐 진양호에 잠기는 도상거리 160㎞의 진양기맥의 장쾌한 능선이 펼쳐진다.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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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백산 주능선에는 누룩덤 등 암봉이 산재해 능선의 밋밋함을 보완해준다. 왼쪽 암봉인 1279봉 뒤로 금 원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15분쯤 뒤 마침내 정상. 조망안내판에는 황석 거망산만 표기돼 아쉽다. 좀 더 넓게 살펴보면 거망산 우측으로 은신치, 그 아래 무학대사가 수도했다는 은신암, 그 뒤로 월봉산 남덕유 삿갓봉이 보이고, 안내판 왼쪽으로 기백평전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왼쪽, 누룩을 포갠듯 켜를 이룬 누룩덤이 가까이 보이는 금원산 방향으로 간다.
누룩덤이 없으면 기백산은 아주 심심한 산이 될 뻔했다.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누룩덤은 금원산까지 이어지는 장쾌하지만 밋밋한 능선에 일종의 매듭과 같은 역할을 해 한마디로 산의 품격을 높여준다. 누룩덤에 올라서면 정면의 금원산과 금원암, 우측으로 흰 암봉이 뚜렷한 현성산도 확인된다. 누룩덤에 오를 자신이 없으면 왼쪽으로 에돌아가도 상관없다.
작은 누룩덤을 지나 20여 분 숲터널을 내달리면 갈림길. 직진하면 금원산, 왼쪽길로 내려선다. 시흥골로 접어드는 본격 하산길이다. 다소 거칠고 험하다. 도수골로 올라 시흥골로 하산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숲은 원시림을 방불케 하고 모싯대 자주꿩의다리 등 야생화도 다양하다. 바위를 덮고 있는 이끼도 인상적이다. 1㎞쯤 남았다는 팻말 인근의 와폭인 시흥폭포도 볼 만하다. 폭포에서 숲을 벗어나는, 사실상 산행종점인 사평마을 황석산장까지는 15분 걸리고, 여기서 철제 구름다리를 건너 용추사 용추폭포를 둘러본 뒤 주차장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2005. 8)

#떠나기전에

 용추사 주차장 앞 일주문 현판에는 뜻밖에도 '덕유산 장수사 일주문'이라고 적혀있다. 487년 신라 소지왕때 창건됐지만 한국전쟁때 지금의 일주문만 남고 불에 탔다. 지금의 용추사는 원래 장수사에 딸린 암자였지만 장수사가 일주문만 남고 소질되자
지난 59년 중건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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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용추사엔 백일홍이 한창이다. 용추사 입구 우측의 백일홍은 단연 돋보인다. 백일홍과 그 뒤로 보이는 경사진 피바위의 조화도 일품이다. 사진을 찍으면 한 화면에 들어온다. 구렁이와 처녀의 애절한 사연이 전해오는 피바위는 바로 아래 용추폭포와도 한 화면에 잡힌다. 유량이 풍부한 폭포 아래에선 잠시만 머물러도 옷이 젖을 만큼 물방울이 분무된다. 흠이라면 숲에 싸여 있어 무지개는 볼 수 있다.
 함양은 물레방아의 원조 고을. 연암 박지원이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부임, 용추계곡 입구 안심마을에 우리나라 최초로 물레방아를 설치해 실용화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용추계곡 입구에 '물레방아 공원'(사진)을 조성, 실제로 대형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다.


 #교통편

 용추계곡은 함양에 속하지만 버스는 거창에서 오간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에 출발한다. 2시간40분 걸리고 1만1900원. 들머리인 용추사행 군내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매시 50분에 출발한다. 50분 걸리고 2000원. 주의할 점은 군내버스 정류장 찾기. 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두번째 사거리에서 중앙교를 건너 시장 입구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터미널에서 10분 거리.
 날머리 용추사에서 거창행 버스는 역시 1시간 간격으로 매시 50분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50분. 거창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4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40분. 만일 거창서 막차를 놓치면 서대구로 가서 지하철을 이용,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후 부산행 열차를 이용하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 지곡긿안의IC~거창 안의 24번 좌회전(용추계곡 기백산 방향)~김천 거창 24번 직진~용추계곡 7.3㎞~용추주유소서 좌회전(용추자연휴양림, 기백산)~용추사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여건상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 운문산 자연휴양림엔 운문산이 없다

그것이 궁금했다. 휴양림을 품고 있는 산이 산줄기로 봐선 분명 가지산인데 왜 이름이 운문산 자연휴양림인지.

알고 보니 이 휴양림은 2000년 8월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이름과 관련해 적잖은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지금도 휴양림을 찾은 방문객들이 가까운 상운산이나 가지산을 제쳐두고 '운문산까지는 몇 시간 걸리느냐'고 물을 땐 빨리 이름을 바꿔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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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운문산 자연휴양림으로 결정된 배경은 이랬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이 휴양림의 주소지는 청도군 운문면이고 휴양림을 품고 있는 뒷산은 가지산 줄기. 문제는 가지산 정상이 밀양 산내면과 울산 울주군의 경계라 청도와는 별개였던 것. 하지만 아랫재를 기준으로 가지산과 이웃한 운문산 정상은 청도 운문면과 밀양 산내면의 경계여서 청도의 산이라 해도 사실 무방하다.

결국 청도땅에 있는 이 휴양림 이름에 청도의 대표 산인 운문산 이름을 앞에 갖다붙이는 다소 어설픈 조합을 완성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개장 당시부터 이름과 관련, 방문자들로부터 이름이 부적합하지 않느냐 하는 질문을 수시로 받으면서 지난해에는 한때 내부적으로 이름을 바꿔볼까 하고 검토도 해봤지만 이미 8년간 뿌리내린 데다 홍보물까지 전국적으로 배포돼 있어 유야무야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계속 이름과 관련한 문의가 잇따르자 새롭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운문령 자연휴양림'이라고 말했다. 운문령은 청도 운문면과 울산 울주군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니 무리가 없다는 것.

휴양림 앞에 산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례이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산림청이 운영하는 34개 휴양림 중 강원도에 '대관령 자연휴양림'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곤 '운문령 자연휴양림' 건도 내부의 한 의견일 뿐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섣부른 보도를 경계했다.

기자가 생각해도 운문산 자연휴양림 뒷산은 분명히 상운산인데 운문산을 갖다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인 듯하다.
운문령 자연휴양림으로 바꾸는 것이 차선인 듯싶다.

휴양림에는 다양한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료 숲 해설. 숲 해설전문가가 휴양림을 찾아온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숲과 자연화나경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올바른 숲 탐방 및 숲 체험방법을 알려준다. 토, 일요일 오전 10시.  입장료 1000원, 주차비 3000원. (054)371-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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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산행팀은 운문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 상운산을 오른 후 다시 휴양림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다녀왔다.


근교산&그너머 <583> 청도 상운산

폭포수 아래 쉬었다 가세 그려

운문산 자연휴양림서 원점회귀, 걷는 시간만 3시간20분
운문령서 쌀바위 입구까지 임도 때문 의외로 사람 적어
엄연히 가지산 줄기여서 '가지산 상운봉'으로 불러야
울산귀바위 부처바위 용미폭포 등 산행 중 볼거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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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에서의 산행 들머리(좌)와 운치있는 산길.


국토의 7할이 산지인 우리땅. 한라 지리 설악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산에서부터 시골마을 구릉지의 무명봉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 개의 봉우리가 산그리메를 드리우며 산꾼들을 유혹한다.

그 많은 산들 중에서 그나마 이름을 부여받은 봉우리는 채 1할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악계의 추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남알프스의 상운산(上雲山)은 무척 운이 좋은 듯하다. 경북 청도와 울산 울주의 경계에 위치한 상운산은 산세로 봐선 분명 가지산 줄기이나 어엿한 독립봉으로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형도나 일반 등산지도를 한번이라도 보기만 하면 대번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상운산이란 이름을 부여받은 건 적어도 1980년대 초반 이후이다. 학번이 80년대 초반인 이창우 대장이 이를 입증한다.

이 대장에 따르면 당시만 하더라도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이곳을 대학 신입생 때 올라와보니 정상석은 물론이고 이름조차 없던 철저한 무명봉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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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귀바위(좌)와 부처바위. 이 부처바위는 관리사무소 앞에서 보면  마치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불로 잘 알려진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8호)을 빼닮아 명명됐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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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문산 자연휴양림 내 용미폭포. 폭포 규모나 거무튀튀한 암벽 색 등 첫인상이 마치 지룡산 배넘이골 인근 나선폭포를 쏙 빼닮았다.


 
이 대장은 "기억이 정확히 나진 않지만 이후 다시 찾으니 '상운산악회'에서 정상목을 세워 거기에 '상운산'이라는 이름을 부여해 모산(母山)으로 삼고 있었다"고 말했다. 터가 좋은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004년에는 모 기업이 역시 모산으로 삼기 위해 까만 대리석으로 깔끔한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가지산 북동쪽에 위치한 상운산은 정확히 말해 가지산 전위봉이자 위성봉이다. 가지산 남동쪽에 터잡은 가지산중봉과 같은 레벨인 것이다. 해서, 가지산 상운봉이라 불러야 맞지 않을까 싶다. 지리산 천왕봉, 설악산 대청봉, 금정산 고당봉 하듯이 말이다.

한 술 더 떠 최근에는 '1000m 이상의 영남지역의 산군'이라는 영남알프스의 정의에 부합된다며 이 상운산(1114m)을 가지산 운문산 등과 함께 영남알프스 산군에 새롭게 추가해야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산행팀은 상운산의 경우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에서 펼쳐지는 북동릉상의 한 봉우리로 여기서 한 가닥은 쌍두봉 지룡산 운문사로, 또 한 가닥은 운문령을 거쳐 문복산 또는 고헌산으로 갈라지는 정거장봉으로 보면 될 듯싶다.

   
  하지만 상운산을 찾는 이는 예상 외로 적다. 운문령에서 출발하는 산꾼들의 십중팔구는 상운산을 오르지 않고 임도를 따라 쌀바위 입구까지 간 후 가지산을 타기 때문이다. 이는 낙동정맥 또는 영남알프스 종주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쌍두봉~상운산, 지룡산~상운산 종주자들 그리고 여름철 학심이계곡을 타는 산꾼들 정도가 정상을 밟을 뿐 대부분의 산꾼들은 오르지 않는다.

이에 산행팀은 '외로운' 상운산을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소개한다. 시종점은 청도군 운문면에 위치한 운문산 자연휴양림이다.

산행은 운문산 자연휴양림~대피소·용미폭포 갈림길~삼각점봉~무명봉(TV안테나)~주능선(낙동정맥)~울산귀바위~상운산 정상~상운산 삼거리(이정표)~헬기장~휴양림 갈림길~휴양림·생금비리쉼터 갈림길~부처바위~용미폭포 갈림길~용미폭포~팔각정(대피소)~관리사무소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20분. 쉬이 멀리 떠나지 못하는 장마철 잠시 다녀오는 산행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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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이내 만나는 사거리에서 좌측 '숲속수련장' 방향으로 30m쯤 오르면 우측으로 침목계단으로 숲으로 인도한다. 들머리다. 산죽길을 한 굽이 오르면 너른 터. 가로질러 똑같은 침목계단으로 오르면 휴양림 내 임도. 역시 가로질러 이번엔 돌계단을 밟고 숲으로 진입한다. 오랜 기간 사람이 안 다녀서인지 잡풀이 산길을 덮고 있다. 길섶엔 노란 망태버섯이 발길을 붙잡는다.

18분 뒤 첫 이정표. 우측 '대피소 탐방로 용미폭포' 방향 대신 직진한다. 6분 뒤 잠시 숲을 벗어나 시야가 트이는 삼각점봉에 선다. GPS단말기상으론 해발 635m.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3분 뒤 두 번째 이정표 앞에 선다.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등산로'라고 적힌 조그만 이정표가 있지만 이는 휴양림에서 만든 순환 탐방로를 알리는 표시. 무시하고 이정표 뒤로 직진한다.

TV수신용 안테나가 서 있는 무명봉을 지나면 키작은 산죽길. 곳곳엔 멧돼지가 목욕한 흔적과 배설물이 눈에 띈다. 고도를 높일수록 이와 비례해 산죽의 키도 더 커져 이제 어른 키에 육박한다.

숲은 여전히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하고 산길은 점차 기울기를 더 세워 된비알 정도로 치닫고 있다. 동시에 확실한 산길은 사라진다.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전부가 산길로 오해받을 정도로 종잡을 수 없다는 것.

   
 
이후 경사는 더 심해진다. 전체적으로 17, 18분쯤 힘겹게 오르면 된비알은 끝이 나고 산길은 우로 휘어진다. 좌측 뒤 열린 길은 운문령 아래 쉼터인 매점 방향이다.

여기서 6분이면 시야가 트이며 묘지 한 기가 들어설 터에 닿는다. 주능선으로 낙동정맥길에 올라선 것이다. 좌측 운문령 방향 대신 우측 귀바위 상운산 가지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2분 뒤 반듯한 등로와 만나면 우로 발길을 옮긴다. 이 길은 원래 등산로, 방금 온 길은 능선 등산로이다.

산길 좌우로 전망대가 보이지만 아쉽게도 이날은 뿌연 운무 때문에 거의 시계 제로. 4분 뒤 연립주택 크기의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불과 10m 떨어진 지점에 와서야 그 흔적이 확인될 정도이다. 울산 귀바위(1081m)다. 부처의 귀를 닮았다는 이 바위는 청도귀바위에 비하면 규모가 적은 대신 조망이 워낙 빼어나다고 명성이 자자하지만 이날만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귀바위에 올라서면 곧바로 산길이 이어진다. 이 길 좌측 아래가 운문령에서 쌀바위로 가는 임도이다. 참고하길. 상운산 정상은 귀바위에서 9분이면 올라선다. 상운산악회에서 세운 오래된 하얀 정상목과 삼성정밀의 검은색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다. 여전히 운무 탓에 주변 산세가 보이진 않는다. 허나, 이창우 대장은 지형도와 과거 오른 경험을 토대로 정상석 우측으로 문복산과 그 우측으로 백운 고헌산 등 낙동정맥, 그리고 발아래 생금비리계곡과 방금 산행팀이 올라온 능선이 보일 것이라고 한다.

하산은 직진. 20m쯤 가면 삼거리 이정표. 좌측은 운문령에서 이어지는 임도로 해서 쌀바위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 산행팀은 지룡산 운문사로 연결되는 직진형 우로 향한다. 3분 뒤 임도로 내려서는 또 다른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이 구간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청정산길이다.

삼거리 이정표에서 10분이면 헬기장을 지나고 여기서 12분쯤 푹신푹신한 산길로 내려서면 갈림길. 좌측 쌍두봉 지룡산 배넘이재 운문사 삼계리 방향 대신 우측 휴양림 또는 생금비리쉼터 방향으로 내려선다. 입구에 '운문산 자연휴양림'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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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밧줄을 잡고 오르면(좌) 상운산 정상.
 
 
13분 뒤 아름드리 홍송을 지나면 이내 갈림길. 좌측 생금비리쉼터 대신 우측 휴양림쪽으로 간다. 7분 뒤 집채만한 바위를 만난다. 일명 부처바위다. 산속에선 코끼리 다리 만지기지만 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보면 마치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불로 잘 알려진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8호)을 빼닮아 명명됐다 한다. 실제로 갓 얼굴 몸통 부분 등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 미륵불 둘이 등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부처바위 옆에서 고개를 내밀면 발아래 휴양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처바위에서 20m쯤 더 내려가면 갈림길. 이정표엔 '좌 휴양림, 우 용미폭포'라 적혀 있다. 산행팀은 잠시 폭포를 보고 되돌아와 하산하려고 했는데 폭포에서 별도의 하산길이 있었다. 폭포까진 6분 걸린다. 천년 묵은 백룡이 힘에 겨운 나머지 꼬리를 바위에 걸쳐 놓은 채 몸통만 승천, 남은 용꼬리가 폭포로 변했다는 전설의 이 용미폭포는 높이나 거무튀튀한 암벽 색 등 첫 인상이 지룡산 배넘이골 인근에 위치한 나선폭포를 쏙 빼닮았다.

하산은 밧줄을 따라 열린 너덜길로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숲 사이 보이는 우측 능선이 우리가 올라온 능선이다. 팔각정을 지나며 산을 벗어나며 여기서 관리사무소까지는 14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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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편-지난 6월 20일부터 언양~대구행 시외버스 증차돼 편리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있다. 1시간 걸리고 2900원. 언양터미널에선 대구행 시외버스를 타고 운문산 자연휴양림에서 내린다. 오전 9시, 10시30분. 40분쯤 걸리고 1800원. 날머리 운문산 자연휴양림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50분, 5시40분에 출발한다. 언양~대구남부터미널을 오가는 시외버스 출발 시각은 지난 20일부터 변경됐다. 언양에서 노포동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가지산 석남사)~경주 봉계 35번 직진~밀양 상북 24번~밀양 석남사 24번 우회전(언양교차로)~밀양 상북 24번~창녕 밀양 24번~청도 배내골 석남사 69번~청도 경주 69번 우회전~가지산온천 지나~운문령 지나~운문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은 관리사무소 지나 첫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보인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40> 양산 시명산


울창한 숲 우산삼아 운무 헤치고 오르니 신선인줄 착각하네

3시간 30분 원점회귀, 우중산행 적합
정상 오르면 달음산·삼각산이 한눈에
하산길 시명골 발 담그니 피로가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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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명산 등산로 숲터널.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 딱 알맞다.  


 
산에 문외한인 범부들이 이맘때면 기자에게 가끔씩 던지는 질문 하나.
"장마철에 본격 들어선 요즘 산에 가지 못해서 어떡하죠."

우중산행의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맛을 경험해본 산꾼들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땡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여름보다 빗발이 적당히 흩날리는 장마철이 산행하기에 더욱 편하다.

요즘 동호인들은 점차 대담해져 강풍을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지지 않는 한 이제 웬만큼 비가 와도 꾸준히 산을 찾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실제로 가까운 금정산 등 근교산에는 과연 비오는 날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중 산꾼들의 행렬이 자주 목격되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굳이 장마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봄 가을의 비오는 날에 떠나는 산행은 평상시 느끼지 못한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우선 공기가 아주 맑다. 기본적으로 쾌적한데다 비 때문에 먼지 하나 없어 상쾌하다.

선계(仙界)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신록이 무성한 숲속에 운무가 담배연기처럼 눈앞을 스쳐갈 땐 신선이 된 듯한 묘한 신비감마저 든다. 사계절 아침 저녁으로 시시각각 산의 모습이 변한다고 하지만 이때가 가장 인상적이라는 것이 경험많은 산꾼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또 한가지. 사소한 것 같지만 눈 주위를 아른거리는 아주 귀찮은 존재인 날파리가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이점이다.  
 
그렇다고 아무 산이나 무턱대고 오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진흙탕이 되는 산길이나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계곡을 건너야 하는 산행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국제신문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은 인간에게 하염없이 고마움을 안겨다 주지만 한편으로 신중치 못한 산꾼들의 목숨을 가차없이 앗아가는 야누스적인 존재인 만큼 우중산행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때문에 복장에도 특히 신경써야 한다. 비에 젖으면 늦게 마르고 보온도 안되는 면류의 평상복 보다는 반드시 등산용 기능성 의류를 착용해야 한다. 젖은 면바지를 오랫동안 입은 채 산행하면 최악의 경우 저체온증으로 목숨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된 올 장마는 예년에 비해 비오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산행팀은 이 점을 감안, 부산 기장과 양산의 경계에 위치해 잠시 짬을 내 다녀올 수 있는 시명산을 찾았다. 햇빛이 쨍쨍 비춰도 숲이 울창해 자외선을 막아줘서 좋고 비가 오면 산길 주변 풀잎에 맺힌 이슬 아닌 이슬이 피부에 와닿는 느낌 또한 상큼하다.

산행은 양산 웅상읍 명곡~외딴 민가~주능선(사거리)~시명산 정상(675m)~119조난위치 표시판~시명계곡~시명사~명곡저수지~명곡 버스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3시30분 안팎. 길이 비교적 평탄한데다 하산길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쉴 수 있는 계곡도 만나 가족산행지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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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나는시명골 계곡.  
 

웅상읍 명곡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바로 보이는 '24시 빅세일마트'를 끼고 우측으로 간다. '명곡리'임을 알리는 이정석과 웅상성당 시명사 웅상초등 입구 등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웅상초등학교와 명곡회관을 잇따라 지나 왼쪽 영진빌라쪽으로 가면 갈림길. 정면의 (주)코스믹 비지니스 우측으로 가면 또 갈림길. 왼쪽으로 간 후 다시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삼천리 자전거'. 우측으로 가서 산죽을 끼고 돌면 도로공사 현장. 이 길을 건너 논을 따라 간다. 소류지를 지나 마을과 동떨어진 민가를 지나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정류장에서 15분 정도. 참고로 등 뒤로 보이는 암봉은 천성산이다.

송림이 기분을 아주 맑게 해주는 산길이다. 두 사람이 편안히 얘기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10분 뒤 갈림길을 만나지만 곧 합쳐지는 길이니 개의치 말자. 하얀 나비와 흰 큰까치수염이 이따금 눈에 띌 뿐 하염없이 산길은 편안하게 이어진다. 이른바 명상로다.

고개 안부에서 가족묘지군을 지나 25분쯤 뒤 다시 갈림길. 우측 물마른 계곡을 건너 산허리를 감고 올라간다. 20여분 뒤 소나무 아래 너른 터. 우측으로 간다. 왼쪽으로 가면 565m봉으로, 거기서 산길이 끝난다.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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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 새가 집을 비운 사이 잠시 '찰칵!'. 자귀나무. 서양에선 비단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분홍생 우산 모양의 꽃이 여름 장마비에도 끄덕 없이 잘도 핀다.  

잠시 길이 험해지다 '산불조심'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보이는 너른 쉼터에 닿으면 직진한다. 여기서 10분 정도 걸으면 사거리 주능선. 시명산 대운산으로 이어지는 왼쪽길로 간다. 참고로 직진 또는 우측으로 가면(이 두 길은 곧 만난다) 석은덤 장안사 매곡마을 정관으로 이어진다.

주능선에서 20분이면 상봉에 닿는다. 정상석은 없고 이정표도 떨어져 나가고 기둥만 서 있다. 잠시 쉬어가라고 그루터기 4개가 쓸쓸히 모여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아시아드골프장 뒤로 석은덤과 용천산이 이어지고, 석은덤 우측 뒤로 달음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엔 삼각산, 발밑은 장안사계곡.

상봉에서 3분 뒤 작은 봉우리.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우측으로 가면 대운산가는 길. 참고로 이 길은 660m봉에서 우측 열린 길로 가면 장안사와 척판암을 만난다. 산행팀은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으로 간다. 잠시 숲이 트이면서 하산길인 시명계곡과 웅상읍 서창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천성산과 정족산도 보인다.

비탈길로 10분 정도 내려오면 숲 사이로 방금 올라온 능선도 확인된다. 정상에서 30분 뒤 119조난위치 표시판에 닿는다. 바로 옆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계곡물도 있으니 점심은 여기서 하도록 하자.

비록 유량은 적지만 물이 맑고 찬데다 100m쯤 내려오면 와폭에 이은 너른 소도 만난다. 여기서 10분 뒤면 산을 벗어나 산행은 사실상 끝. 4분만 더 가면 시명사에 닿고, 여기서 대운산 산길도 열려있다.

시명사에서 계곡을 따라 너른 길로 내려온다. 너른 반석에 풍광이 좋다고 생각되면 곳곳에 천막이 쳐져 있어 산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후 명곡저수지~도로공사 현장을 지나 우측 저멀리 명곡하와이가 보일 무렵 왼쪽 웅상성당쪽으로 간다. 명동슈퍼를 지나 7분쯤 걸으면 명곡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떠나기전-시명골 너른 반석 장사꾼 독차지

일명 팔기산으로도 불리는 시명산은 원래 대운산~시명산~석은덤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의 한 기착점이다. 혹은 원효대사가 창건한 장안사와 원효대사가 수도 중에 중국으로 판자를 던졌다는 척판암을 거쳐 시명산 또는 대운산에 오른 후 명곡, 서창, 상대 방면으로 하산하는 경우 들르는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예부터 대운산 시명산 일대를 통틀어 불광산이라 불렀다. 이후 언제부터 대운산(大雲山)으로 불렸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울산지명사에 따르면 불광산(佛光山)은 '밝은 성읍터의 산', 대운산은 '광명의 산'으로 모두 같은 뜻을 지닌다고 한다.

장마철이다. 어디로 갈까 고민되는 동호인들에게 시명산을 권하고 싶다. 성에 차지 않으면 이미 소개한 대운산과 석은덤 코스를 적당히 응용하면 될 듯하다.

아쉬운 점 하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시명골은 엉망이다. 산에서 흘러내려온 수정같이 맑은 물은 지역 주민들이 일반인들이 접근을 못하게 철조망을 쳐서 굵은 파이프로 취수를 하고 있다. 계곡에 물이 적은 결정적인 이유이다.

그나마 숲이 우거지고 물이 좀 흐르는데다 너른 반석이 있는 곳은 하나같이 상인들이 천막을 쳐서 막걸리나 각종 음식물을 팔고 있다. 심지어 에어컨을 단 컨테이너 가건물까지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계곡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하루빨리 행정당국의 단속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통편-노포동서 247, 2100번 버스타고 명곡 하차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1호선 노포동 종점에서 내려 터미널 바깥으로 나와 울산 또는 서창 방면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타고 웅상읍 명곡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247, 2100번 등이 있다. 15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7번 국도 경주 울산 방향~울산 7번 국도~24시 빅세일마트~웅상초등학교~명곡회관 내지 영진빌라 주변에 주차하면 된다.

※대중교통편은 변동될 수 있으니 확인해야.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43> 문경 주흘산

길따라 계곡따라 원시림 속으로
백두대간 베개 삼아 누워있는 산세
주봉 오르면 월악산·소백산 '한눈에'
굽이 굽이 반기는 폭포·소 장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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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길 입구를 들어서는 산행팀. 제1관문인 주흘관을 중심으로 우측이 주흘산, 좌측이 백두대간의 조령산.



지극히 개인적인 기자만의 생각이다.
경북 문경의 진산 주흘산(1075m) 정도면 산세로 봐서 국립공원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을 법하다. 설악이나 지리산의 산세에 비해 웅장함이나 화려함 측면에서 속된 말로 꿀릴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기자의 어설픈 복받침에 동행한 전문 산꾼들이 한결같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지긋이 짓누른다.
그들은 한결같이 산세의 비범함에는 전적으로 동의했지만 덩치가 웬만한 국립공원에 비해 턱없이 왜소한데다 지척에 제천 월악산이나 보은 속리산, 영주 소백산이 보란듯이 이미 `국립공원'이란 명패를 달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데가 없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였다.
그러면서도 아무데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하고 많은 봉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에는 공감했다.
도읍을 자기 산자락에 두기 위해 서울의 북한산(삼각산)과 다툼을 할 정도로 산세가 빼어난 주흘산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짝이 바로 문경새재와 조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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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 높이의 3단폭인 조곡폭포(좌)와 여자 엉덩이를 닮았다 해서 명명된 높이 20m의 여궁폭포.


주흘산은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문경새재(조령·鳥嶺)를 가운데 두고 백두대간 산줄기인 조령산(1025m)과 마주보고 있다. 흔히 주흘산을 두고 백두대간을 베개 삼아 누워있는 산세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
문경새재는 바로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의 깊고 깊은 계곡길이다. 얼마나 험하고 깊었으면 1, 2, 3관문으로 나뉘어져 있을 정도. 예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 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던 문경새재는 옛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가던 길이었다.
당시 영남에서 한양에 이르는 길은 문경새재 이외에 죽령과 추풍령이 있었다. 죽령길은 너무 멀었고, 추풍령길은 가깝기는 했지만 과거시험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설이 있어 대부분의 선비들은 이 문경새재길을 선호했다.
문경의 옛 지명은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문희(聞喜). 결국 과거 급제의 꿈을 안고 걸었던 문경새재는 바로 고향에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희망의 길이었던 셈이다.
산행은 문경새재 주차장~매표소~제1관문(주흘관)~여궁폭포~혜국사~대궐터(대궐샘)~주능선~주흘산 주봉~주흘산 영봉~꽃밭서덜~제2관문(조곡관)~문경새재길~제1관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안팎. 이정표는 잘 정비돼 있고 길 또한 또렷해 길찾기 문제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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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 제1관문인 주흘관을 통과하자마자 우측 소로로 간다. 곡충골이다. `주흘산 3.8㎞'라고 적힌 이정표도 서 있다. 왼쪽 저멀리 조령산, 오른쪽엔 주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계곡수와 그늘진 숲길은 찜통더위에도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이 맛에 산꾼들이 계곡산행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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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이 행궁을 설치, 머물렀다는 대궐터 인근의 대궐샘(좌)와 해발 1075m의 주흘산 정상.


곧 여궁폭포 갈림길. 폭포는 우측 가파른 길로 250m 오르면 만난다. 바위절벽 사이로 굵은 물줄기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진다. 높이가 20m인 이 여궁(女宮)폭포는 여자 엉덩이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선녀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폭포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숲으로 향한다. 주변의 기암절벽과 바위에 낀 이끼, 치렁치렁 얽히고 설킨 덩굴은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계곡 또한 한 굽이 오르면 연이어 소와 폭포가 나타나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35분 뒤 혜국사(惠國寺) 앞 갈림길.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파천했던 계기로 나라의 은혜를 입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잠시 들렀다 되돌아와 우측 주흘산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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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의 명물 꽃발서덜(좌)과 삼지구엽초.


가풀막의 연속. 땀이 비오듯 흐른다. 지계곡을 건너면 산죽군락. 이 길을 지나면 너른 터에 닿는다. 공민왕이 행궁을 설치, 머물렀다는 대궐터다. 해발 850m인 대궐터 한쪽에선 샘터가 있다. 뒤돌아보면 조령산이 손에 잡힌다.
이제 정상을 향한다. 급경사길이 기다린다. 밧줄을 붙잡고 오르면 25분 뒤 주능선. 이제 500m 남았다. 평탄한 삼지구엽초 군락지를 지나 15분 뒤 벼랑끝 삼거리. 건너편 벼랑에 노란 원추리 군락이 시선을 붙잡는다. 여기서 10분이면 주흘산 주봉(1075m). 절벽 끄트머리에서 바라보는 발 아래 지능선들의 행렬, `과연!'이란 외마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순간 운무가 자욱해져 우측 뾰족봉인 꼬깔봉과 조령산 끄트머리만 보일 뿐이다. 맑은 날이면 월악산 운달산 백화산 소백산도 시야에 들어온다고 한다.
가장 높은 주흘산 영봉(1106m)까지는 여기서 북으로 35분. 좁다랗고 아기자기한 숲길이다. 첨언 하나. 조망이 없는 영봉은 주흘산의 최고봉이지만 주흘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는 주봉이다. 주흘산 산세를 논할 때 이 주봉이 으뜸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하산은 영봉 직전 갈림길에서 왼쪽 제2관문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죽길이다. 30분 뒤 계곡수와 만난다. 얼마나 더웠으면 계곡 바로 위에서 아예 벗고 몸을 담그는 산꾼들도 보인다.
주흘산의 명물 꽃밭서덜(서덜은 너덜의 사투리)은 여기서 7분 거리. 너덜지대의 돌로 세운 공덕탑이 수 백개쯤 서 있다. 봄이면 진홍색 진달래가 공덕탑 주변에 만개해 이같이 명명됐다고 하지만 어쩌면 공덕탑이 마치 꽃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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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관문인 조령관과 제2관문인 조곡관.


이제부턴 편안한 계곡산행. 계곡과 나란히 내달리기도 하고 수 차례 건너기도 한다. 40분 뒤 제2관문인 조곡관 안내소. 조곡문과 조곡폭포를 감상하고 웰빙산책로인 새재길을 따라 걷는다. 매표소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5분 소요된다. (2005. 7)


#떠나기전에
 문경새재길 주변에는 볼거리가 무척 많다. 주흘관 왼쪽 용소골에는 하늘나리꽃이 만발한 가운데 드라마 '태조 왕건' 세트장이 있고, 이어 조곡관까지 길손들의 객사였던 조령원터, 신구 관찰사가 관인을 주고 받았던 교귀정, 조선시대때 한글로 씌어진 산림보호비인 '산불됴심비', 높이 45m의 3단폭인 조곡폭포 등이 있다. 최근에는 퇴계 다산 율곡 매월당 등이 이곳을 넘나들며 남긴 주옥같은 한시를 자연석에 새겨 놓아 운치를 더해준다. 매표소 옆 새재박물관과 주차장 인근의 도자기전시관과 유교문화관도 놓쳐선 안될 볼거리다.
 피로는 새재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문경온천에서 풀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종류의 온천수를 경험할 수 있다. 황토빛의 칼슘 중탄산천과 맑고 투명한 알칼리 온천수가 그것이다. 첫 경험자들은 아주 신기해 한다.

#교통편
 대중교통편은 부산에서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김천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문경새재 문경읍 방향 3번 국도 좌회전~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 순.

#맛집
 경상도 음식이 맛이 없다는 정설을 무색케 하는 곳이 바로 문경이다.
 문경 전통 건강식인 묵조밥을 전문으로 하는 '소문난식당'(054-572-2255). 묵을 채 썰어 발효시킨 야채와 조로 지은 밥을 곁들여 먹는다. 도토리묵조밥(6000원) 청포(녹두)묵조밥(8000원)이 대표 메뉴. 식사전에 나오는 녹두죽과 더덕구이, 멸치향이 은은한 된장국, 취나물 깻잎부각 등 밑반찬이 깔끔하다.

 문경농업기술센터가 게르마늄 성분이 들어있는 거정석을 사료첨가제로 먹여 키워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육질이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문경약돌돼지. 구이로 맛보려면 새재 관리사무소 앞 '새재 초곡관 문경약돌돼지'(054-571-2020)를 찾으면 되고 요리로 맛보려면 문경시내 문경여중 뒷편에 위치한 '문경약돌샤브샤브'(054-556-7192)를 찾아가자. 새재에서 차로 25분. 약돌 건강 한방찜과 약돌 생샤브샤브가 주 메뉴. 2만~4만원. 샤브샤브를 먹은 후엔 솔잎 뽕잎 밤 메밀 쑥 콩 등으로 만든 국수와 야채를 듬뿍 넣은 영양죽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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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식당의 청포묵조밥(맨왼쪽) 문경약돌샤브샤브 식당의 약돌 건강한방찜(가운데), 새재 초곡관 문경약돌돼지.



근교산&그너머 <439> 양산 염수봉


명경지수 유혹 마다하고
산죽길 헤쳐 오르고 또 올랐더니
헉!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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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배내골 전경. 배내골 끄트머리에 능동산이 보인다.(왼쪽) 염수봉 정상.

   
 
영남알프스와 관련 최근 한 산꾼으로부터 귀가 솔깃해지는 아주 그럴 듯한 얘기를 들었다.
액면 그대로 옮기자면 지도상에서 영남알프스의 주요 봉우리를 연결해보니 마치 사람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청도와 경주에 맞닿은 맨 북쪽의 문복산을 사람의 머리로 간주하면, 문복산과 능선으로 이어진 남쪽의 운문령과 상운산 가지산을 목부위, 여기서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서쪽 산줄기를 오른팔, 운문령에서 동쪽인 울산방향에 위치한 고헌산을 왼팔, 가지산에서 석남고개를 거쳐 능동산에 이르는 남북능선을 몸통, 능동산에서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오른쪽 다리, 능동산에서 배내고개를 거쳐 간월산~신불산~영축산에 이르는 제법 긴 능선을 왼쪽 다리로 볼 수 있다는 것.

약간은 억지같지만 산꾼이 묘사한 그 사람은 흥에 겨워 왼팔과 오른쪽 다리를 오무리고, 오른팔과 왼쪽 다리를 쭉 편 채 한바탕 춤사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산행지가 양산 염수봉(816m)이기 때문이다.

울산 양산 밀양 청도 경주 등 5개 시군에 걸쳐 뻗은 영남알프스의 북쪽 끝단이 문복산이라는 사실에는 별 이견이 없지만 맨 남쪽은 사실 의견이 분분하다.

'1000m가 넘는 영남지역 9개의 산군'이라는 고전적 정의에 의하면 영축산이 적확하지만 영축산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함박등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까지도 영축산의 줄기여서 염수봉을 영남알프스의 맨끝 남쪽 산으로 봐야 된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국제신문 이창우 산행대장은 "염수봉 앞에 흔히 붙는 '영남알프스의 막내'라는 수식어가 보편화된 것만 봐  
 
도 염수봉을 영남알프스의 언저리가 아닌 영남알프스의 줄기로 봐야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대장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염수봉 아래 내석고개에서 맥을 다한 후 다시 채바우골만당~천마산~축천산으로 새로이 능선이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염수봉을 춤사위를 펼치고 있는 사람의 신체부위로 굳이 따져보면 왼발 엄지발가락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육산인 염수봉은 산행 내내 울창한 숲이 햇빛을 막아줘 우선 여름산행에 알맞다. 또 영남알프스 종주 산꾼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지 않아 아직도 청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영남알프스의 전망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장쾌한 조망을 자랑한다.

산행은 양산시 원정면 배내골 고점교~배내천 건너 배전반~산죽길~잇단 숯가마터~바위군(群)~주능선~염수3봉(726봉)~잇단 전망대~염수2봉~전망대~컨테이너박스(임도)~염수봉 정상~임도·산길 세번 반복~돌탑~유씨묘~정씨묘~오세암 주말농장~구불사 입구 지나~양산시 상북면 내석리 내석구판장(버스종점) 순. 걷는 시간은 4시간 내외. 들머리에서 주능선까지의 1시간50분 정도는 개척산행으로 약간은 버겁겠지만 이후 산길은 무난하다.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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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골 고점마을 못미쳐 고점교에서 하차한다. 고점교에서 배내천을 바라보면 전봇대 3개가 배내천과 수직으로 달린다. 배내천 건너 배전반이 붙어있는 전봇대 지점이 들머리다. 유량이 적으면 다리지나 쉬운 길로 내려가 배내천을 건너고, 많으면 고점교 건너기전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들머리는 정확히 말해 전봇대 옆 험한 바윗길. 잠시 고개돌려 바로 앞 배내골의 풍광을 감상하자. 우유빛 기암괴석이 물결치듯 내달리고, 뛰어들고 싶을 만큼 맑은 물이 유혹한다.

150m쯤 힘겹게 오르면 왼쪽 숲으로 가는 소로가 열려 있다. 급경사라 조심하자. 산죽길이다. 조금 더 가면 아예 산죽이 길을 막고 있다. 지독히 묵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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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분 뒤 나란히 달리던 계곡을 버리고 왼쪽으로 오른다. 움푹 파인 숯가마터를 지나면서 길이 헷갈린다. 고민끝에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오르기 위해 큰 바위쪽으로 향한다.

거친 오르막길이다. 정확히 말해 뚜렷한 길이 없어 만들어 올라간다. 25분쯤 뒤 온전한 횡단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갔지만 5분 뒤 길이 사라졌다. 허탈했지만 도중 희귀한 노란 망태버섯을 발견한 성과도 있었다.

원점에서 다시 능선을 향해 20분쯤 오르면 정상 어깨쯤 되는 지점에 닿는다. 우로 간다. 쓰러진 큰 소나무를 통과하면 멋진 거대한 소나무 네 그루가 눈길을 붙잡는다.

5분 뒤 소나무 밑 전망대. 정면 향로봉, 그 뒤 향로산이 보이고, 저멀리 배내재와 그 왼쪽 능동산이 시야에 잡힌다. 그 앞으로 재약8봉 중 하나인 코끼리봉과 약무덤(재약봉)이, 그 왼쪽 뒤로 재약산이 보인다.

잇단 숯가마터와 크고 작은 바위군을 지나 된비알급 산길을 한참 오르면 마침내 주능선. 소나무 밑 전망대서 35분 거리. 숲을 뚫고 전망대에 서면 정면 배내골이, 우측 방금 올라온 고점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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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과 등산안내도.


곧 염수3봉인 726봉. 이제야 영남알프스 종주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잇단 전망대를 지나면 염수2봉. 염수2, 3봉은 정상석이 없어 어영부영 지나칠 수도 있으며, 2봉 다음에 곧바로 확 트인 전망대가 나오니 참조하길.

이제부턴 숲길. 10분 뒤 임도 갈림길. 입구에 컨테이너박스가 있다. 왼쪽은 도태정골을 거쳐 장선으로 가고, 오른쪽은 내석고개 방향.

산행팀은 임도 갈림길 사이 산길로 오른다. 상봉은 6분 뒤. 삼각점과 정성스레 만든 정상목(木)이 서 있다. 하산은 북쪽으로. 억새길이며 왼쪽에 밀양댐과 염수3봉이 보인다.

곧 임도와 만난다. 임도 직전 저멀리 오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커브길에서 다시 숲으로 가지만 이내 임도. 이렇게 임도와 숲길을 세번 반복한다. 세번째 임도에서 50m쯤 직진하면 우측에 산길. 입구에 돌무더기가 서 있다. 본격 하산길이다.

호젓한 산길이다. 지그재그길이라 재미도 있다. 오세암 주말농장까지는 40분. 금방 간다. 여기서 내석구판장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 걸린다.

#떠나기전에-희귀 야생화·약초 서식…인간의 손때 덜 묻어

옛날 염수봉에는 화재가 빈번했다 한다. 때문에 초가집이 대부분인 마을 주민들은 늘 불안에 떨었다. 마침 마을을 지나가던 선지자가 마을 뒷산 봉우리에 염수(鹽水)를 묻어두면 화재를 면한다고 하자 주민들이 염수를 독에 넣어 땅밑에 묻어 둔 뒤로는 불이 나지 않았다 한다.

소문에 의하면 한국전쟁 이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염수를 독에 충당했다 하며 이 독은 지금도 묻혀 있다고 전해온다. 이렇게 해서 붙여진 이름이 염수봉(鹽水峰)이다.

염수봉은 널리 알려진 영남알프스 주요 봉우리에 비해 아직 때묻지 않았다. 노루발풀 인동풀 석잠풀 민백미꽃 두루미천남성 등 희귀 야생화 및 약초도 눈에 띈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간다. 산행 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 보는 배내골은 가히 환상적이다. 골골마다 청정수를 솟아 내는 숨은 계곡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산줄기가 근교산을 찾는 동호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하산할 때 배내골을 넘나들던 민초들의 숨결을 엿볼 수 있는 산길 또한 정감이 간다.


#교통편-원동서 배내골행 버스 갈아타야

부산역(051-440-2516)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원동에서 내린 후 연계버스를 이용, 배내골 고점으로 간다.

원동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30, 9시33분에 출발한다. 2800원. 원동역 앞 양산경찰서 원동치안센터 맞은 편에서 원동교통 2번 버스를 타고 고점교에서 내린다. 오전 8시15, 10시15분에 있다. 1700원.

날머리 내석구판장 버스종점에서 양산시외버스터미널(055-384-6612)행 107번 버스는 오후 4시40, 5시30, 7시55, 9시35분(막차)에 있다. 900원. 양산서 부산행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11시. 1500원. 롯데백화점 동래점 육교 아래 하차한다.

※대중교통편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42> 진해 장복산~창원 웅산

일품암릉 즐기니 청정계곡이 반겨


미답의 원시림 … 산행초입엔 야생녹차 지천
덕주봉 지나 안민고개, 창원 · 진해가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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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복산 시민조각공원과 우스꽝스런 모습의 장승들.


이번주는 그리 멀지 않으면서 떠나는 기분이 드는 숨은 산길을 진해에서 찾아봤다. 그간 김해 양산의 산들은 적잖게 소개된 데 반해 이곳의 산이 의외로 소외받은 탓이기도 했다. 정치권의 속보이는 인위적 지역안배와는 차원이 다른 지역 안배인 셈이다.

사실 취재팀은 각 지자체나 지역 산꾼들로부터 "우리 지역의 ○○산(봉)이 괜찮은데 한 번 방문해달라"는 e메일을 자주 받는다. 이미 소개된 코스라면 어쩔 수 없지만 미개척 산길이면 가급적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번 산행도 이런 차원임을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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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복산 시민조각공원(왼쪽)과 산애천 샘터.


시민공원화돼 진해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장복산에서 출발해 웅산을 거쳐 불모산 턱밑에서 계곡으로 미끄러져 창원서 가장 큰 규모인 천년고찰 성주사로 내려왔다.

부산서 그리 멀지 않은 전형적인 근교산 산행 코스이지만 산행 거리가 제법 만만찮다. 대부분의 능선길은 어디서나 전후 좌우의 막힘이 없어 진해 앞바다의 조망이 가능한데다 진해시와 창원시 전경 또한 한 눈에 들어온다.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암릉길도 일품인데다 무엇보다 하산길에 만나는 계곡이 이번 산행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원시림의 미답의 산길인데다 시원하면서도 우렁찬 폭포수와 소는 곳곳에서 발길을 붙잡는다.

산행은 진해 장복터널 앞 검문소~장복산 시민조각공원~진흥사 앞 장복산공원안내도~진흥사~산애천 샘터~삼거리 안부~삼각점 봉우리~장복산 정상(591m)~정자~헬기장~덕주봉~초소 및 삼각점~안민고개(생태교)~철탑~거북바위~나무계단(데크)~웅산(불모산 시루봉 갈림길)~119 조난표지(안민고개 갈림길)~계곡길~성주사~버스정류장 순. 걷는시간만 7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능선길과 암릉길이 대부분인 이번 코스는 땡볕이 내리쬐는 날은 가급적 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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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와 창원을 연결하는 장복터널 입구 해군헌병단 검문소 앞에서 하차, 우측 마진터널쪽으로 향한다. 도로 양편에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아름드리 왕벚꽃나무가 숲터널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로 조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꽃비가 흩날리는 봄에도 좋지만 신록이 울창한 지금도 아름답다.  
 
10분이면 장복산 등산안내도. 여기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등산화를 고쳐매자. 들머리는 진흥사와 삼밀사 두 갈래. 삼밀사 길은 험한데다 장마철이어서 진흥사쪽으로 올랐다. 우스꽝스런 표정의 목장승 5기와 아기자기한 야외무대, 그리고 진흥사를 잇따라 지난다. 숲속엔 온통 쉼터인 벤치. 정겹다. 산행하지 않더라도 가족쉼터로 이만한 데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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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복산과 덕주봉을 잇따라 지나 만나는 암릉과 암릉을 연결한 다리(왼쪽)와 웅산 가는 길에 만나는 기암괴석에 걸린 소나무는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길은 외길. 편백숲 아래 야생녹차가 지천이다. 찻잎을 따는 한 할머니는 시에서 조성했기에 아무나 따가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오르막의 연속. 주변 풍광이 좋아 힘든 줄 모른다. 침목계단이 끝날 무렵 샘터. 산애천(山愛泉)이다. 들머리에서 1시간. 무명 산꾼의 산사랑의 실천 산물이다.

산애천에서 18분이면 능선 안부 삼거리. 왼쪽 장복산 정상, 오른쪽은 안민고개 방향. 마진터널 입구나 삼밀사로 오르면 장복산을 거쳐 오지만, 여기선 장복산 상봉을 다녀와야 한다. 왕복 50분. 길 주변엔 솔나물 흰까치수영 엉겅퀴 패랭이 노루오줌 털중나리 산수국 찔레꽃 원추리 개옻나무 등이 만개해 있다. 상봉은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암봉. 진해만과 대통령 별장이 있는 저도, 그리고 진해시와 창원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다시 원점. 쉼터인 정자를 지나면서 진해바다를 보며 능선길을 걷는다. 길은 외길이며 또렷하다. 도중 진해나 창원 방면으로 하산길이 있지만 무시하자.  
 
이제 암릉지대가 기다린다. 암봉인 덕주봉(602m)은 빠뜨리지 말자. 덕주봉산악회가 만든 삼거리 샘터이정표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암릉을 타도 되고, 우측으로 에돌아도 결국 10분쯤 뒤 만난다. 워낙 험해 데크와 난간이 설치돼 있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이 암릉길은 창원 비음산~대암산 능선길과 흡사하다.

창원과 진해의 경계에 위치한 고갯마루인 안민고개는 덕주봉에서 대략 50분. 안민생태교를 지나 불모산 자락인 웅산으로 향한다. 30분 정도 산길과 임도가 예닐곱 차례 반복된다. 유의하길.

철탑을 지나 밧줄을 잡고 거북바위를 오르면서 다시 암릉길이 시작된다. 기암괴석 끄트머리에 걸린 운치있는 소나무가 뿌연 안개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계속되는 암봉. 넘어도 되고 에돌아도 상관없다. '좌 창원, 우 진해'를 내려다보며 걸으면 제법 긴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곧 불모산 시루봉 갈림길. 2만5000분의 1 지형도 상의 웅산(熊山·709m)이다. 우로 가면 진해 방향으로, 처녀 젖가슴 모양의 시루바위가 얹혀있는 시루봉과 천자봉으로 이어진다. 참고사항 하나. 흔히 웅산과 시루봉을 동일시하고 있는데 엄연히 다른 봉우리임을 밝혀둔다.

산행팀은 창원 방면 불모산쪽으로 간다. 잡풀을 헤치고 10여분 내려가면 갈림길. 119조난표시판이 서 있다. 왼쪽 안민고개 방향으로 향한다. 참고로 15분 정도만 직진해서 오르면 불모산 정상이다.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아주 묵은 길이다. 4분 뒤 갈림길. 왼쪽 안민고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산수국 군락지가 장관이다. 멀리서 들리던 계곡물소리, 20분 뒤 비로소 만난다. 불모산에서 바로 내려와 수정같이 맑다.

지류가 만나는 주계곡은 가히 압권이다. 와폭 소 담, 그리고 이를 감싸고 있는 신록, 하나같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주계곡을 건너 성주사까지는 25분 걸린다. 안민고개 갈림길에선 1시간30분 걸린다. 곳곳에 산길이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수 차례 반복하니 노란 리본을 꼼꼼히 확인하자. 성주사에서 주도로로 내려와 왼쪽으로 200m쯤 가면 만나는 버스종점(차고지)까지는 30분 소요된다.

# 떠나기전에- 진흥사쪽 들머리 무난…불모산 능선 장관
산행팀이 떠난 날은 폭우는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오후 1시까지 비가 내렸다. 여기에다 산행 내내 10m 전방도 구분 안될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고백컨대 사실 산행기에 적힌 조망 안내는 간혹 내비치는 모습과 2만5000분의 1 지형도 등을 참조했음을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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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복산 정상에 선 필자(왼쪽)와  하산길에 만나는 원시림 계곡은 산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장복산의 들머리는 대개 세 군데. 장복터널 입구 해군헌병단 검문소 앞에서 하차한 산행팀은 지나가는 산꾼들에게 확인한 결과 마진터널 입구에서 시작하는 산길은 현재 막혀 있으며, 삼밀사 방향은 길 자체가 험한데다 비가 온 터라 위험하다고 진흥사쪽으로 오를 것을 권했다. 덕주봉의 덕주바위와 덕주샘은 100여 년 전 김덕주라고 불렸던 사람이 바위 밑에 오랫동안 거주했다고 전해와 명명된 이름이다.

'부처의 어머니 산'이라 불리는 불모산(佛母山)은 사방으로 뻗은 능선이 장관이다. 김해 창원 진해를 가르는 불모산은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일곱왕자를 출가시켰다는 전설의 산이다. 그 언저리에 위치한 성주사(聖住寺)는 '성인이 상주한다'는 의미. 신라 무렴국사가 창건한 이 절은 호국사찰로 임진왜란때 소실됐으나 이후 불사가 한창일때 곰이 밤새 목재를 옮겨 놓았다고 전해와 웅신사 또는 곰절로도 불린다.

하산길인 성주사 계곡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그야말로 청정계곡이다. 창원시민의 식수로 이용되고 있어 계곡수를 오염시키는 행동은 삼가자.

# 교통편-서부터미널 진해행 시외버스 15~20분 간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해행 시외버스를 타고 (인위동)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6시를 시작으로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 걸린다. 3800원. 종점에서 다시 150 160 161 162번 버스를 타고 장복터널 입구 해군헌병단 검문소 앞에서 내린다. 900원.

날머리 성주동 버스차고지(종점)에서 111 213번 버스를 타고 남산버스정류소(055-287-2127)에서 내린다. 111 213번 버스는 20~25분 간격으로 있다. 900원. 남산버스정류소에서는 부산행 시외버스는 두 가지.

사상 서부버스터미널행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45분. 30분 걸린다. 3100원. 동래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5분에 있다. 3800원. 정차 장소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동래고등학교이며 종점은 해운대역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입력: 2005.07.21 20:24 / 수정: 2007.02.27 오후 7:54:10
 

근교산&그너머 <582> 양산 금정산

왜 이리 사람이 없어, 여기 금정산 맞아


양산 동면 가산리서 출발, 범어사로 하산
산행중 양산 쪽에선 산꾼 거의 없어 한산
걷는 시간만 4시간20분, 근교산행지로 제격
금샘 원효암 의상대 거치는 '엑기스'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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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에서 오르는 금정산은 의외로 산꾼들이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그리고 무척 오봉 토곡 선암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 등 김해 양산 쪽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우리 땅 도심에 금정산만큼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려한 경관을 가진 산이 또 있을까. 지역 산꾼들은 이 점에 있어선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하고 그래서 오르고 또 오른다. 해서, 주말 금정산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등산로를 따라 인산인해를 이룬다. 만일 하늘에서 봤다면 여왕 개미를 향한 일개미 군단의 행렬에 비유될 듯싶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지나친 사랑도 좋지만 그와 비례해 폐해도 적지 않다. 호젓해야 할 산길이 시골장터마냥 떠들썩하다. 무념무상의 경지로 임해야 될 산행이 되레 스트레스만 듬뿍 안겨준다.

그렇다면 이제 금정산은 산행지로서의 기능을 잃었단 말인가. 시경계를 넘어 인접한 양산에서 오르면 다행히도 아직 호젓한 산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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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팀이 발굴한 양산 쪽의 흔들바위(왼쪽)와 산행 도중 올려다 본 양산 쪽 산사면. 최고점이 주능선인 729봉.

   
  양산에서 오르는 금정산은 의외로 산꾼들이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그리고 무척 오봉 토곡 선암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 등 김해 양산 쪽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양산에서 출발하는 금정산은 부산의 금정산과는 딴 산이다. 시골 풍취도 남아 있고 호젓하며 제법 운치도 있다. 무엇보다 지도상에는 등산로가 뚜렷하다고 표기돼 있지만 막상 가보면 의외로 오랜 기간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개척하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둥그스름한 기암괴석까지 산사면에 쏙쏙 박혀 있어 눈까지 호사시켜 준다. 거기에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너무 먼 산의 소개를 자제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까지 만족시켜 줄 수 있어 금상첨화의 코스라 아니할 수 없다.

금정산 등산은 출발지가 부산이든 양산이든 정상인 고당봉에 올라선다. 여기서 산행팀은 금정산 내 의미있는 볼거리를 가급적 많이 소개하기 위해 금샘 원효암 의상대 범어사를 차례로 들렀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 정류장~금정암~잇단 철탑~잇단 임도~(410봉)~전망대~흔들바위~산죽길~석문~729봉(주능선)~가산리 마애여래입상~철탑~금샘~금정산 고당봉~금정산장~북문~원효암~의상대~범어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20분. 도중 볼거리가 많아 식사시간 등을 포함하면 넉넉잡아 6시간 정도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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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중리)정류장에서 내려 바로 우측 포장로를 따라가며 산행을 시작한다. 100m 뒤 첫 갈림길에서 우로 간 후 '금정암' 팻말을 보고 좌측으로 향한다. 이후 또 갈림길. '중리교'라 적힌 이정석이 보이는 좌측으로 100m쯤 가면 또 다른 갈림길. 역시 '금정암' 팻말을 따라 가면 막다른 골목에 금정암이 보이고, 산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면 담쟁이덩쿨이 보이면    
   
좌측으로 가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야 본격 산으로 진입한다. 잠시 잡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반듯한 길과 함께 정면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여기까지 오면 초입 부분 어려운 길찾기는 끝.

경주 김씨묘를 지나 소나무숲을 따라 두 번째 묘지를 지나면 갈림길. 능선으로 향하는 왼쪽으로 올라선다. 첫 번째 철탑을 통과하면 이내 오름길. 너무 한적해 강원도 오지라 해도 속을 듯하다. 8분 뒤 또 갈림길. 왼쪽 가산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 대신 우측으로 간다. 소나무 재선충 훈증처리 지점을 지나면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또 갈림길을 만난다. 얼핏 선명한 좌측 길로 가기 쉬우나 직진형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바위 우회로인 셈이다. 9분 뒤 오르막 정점은 두 번째 철탑. 여기서 그냥 반듯한 직진길 대신 좌측 철탑을 통과해 산길로 오른다. 한눈에 봐도 길은 묵어 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다. 잠시 후 임도와 만난다. 우로 20m쯤 가서 좌측 침목을 덧댄 산길로 들어서면 3분 뒤 한 굽이 돌아오는 임도와 다시 만난다. 좌측 금정산 종주의 시점인 양산 다방동 방향 대신 우측 호포 방향으로 250m쯤 간 뒤 두 번째 곡각지점을 돌자마자 임도 좌측 열린 길로 올라선다. 오르기 전 그간 안 보이던 금정산줄기가 저멀리 보인다. 찾기가 어렵지 일단 올라서기만 하면 반듯한 산길로 이어진다. 15분 뒤 다시 임도.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지도상의 410봉은 임도 좌측에 위치해 있다. 150m쯤 진행한 뒤 뒤 묘지를 지나 숲으로 진입한다. 임도는 여기서 끝.

지금부턴 금정산 특유의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로 불리는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주능선을 향한다. 밧줄을 잡고 올라 농짝만한 바위 맞은편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양산신도시가 보이고, 정면 무척산에서 우측으로 오봉 토곡 선암산이, 낙동강 건너 좌측으론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이 확인된다.

이제 간혹 만나는 바위를 우회해 올라 주변 조망을 감상하고 다시 숲길로 올라서는 운행이 반복된다. 20분 뒤 길 우측으로 일명 흔들바위를 만난다. 실제 혼신의 힘을 다해 밀면 약간 움직인다.

7분 뒤 다시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보면 기암괴석이 보석처럼 산사면에 쏙쏙 박혀 있고 정면으론 저멀리 낙동강을 배경으로 호포지하철기지창에서 발아래 계곡을 거쳐 마애불과 토굴로 올라오는 산길도 훤히 보인다. 또 한 가지. 정면 초록색의 지붕이 보이는 기암이 보인다.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지점이다.

   
  이번엔 산죽 오름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18분쯤 뒤 어느새 마애불 눈높이까지 올라선 듯하다. 우측에 보이는 기암 반대편 직벽에 마애불이 있다. 5분 뒤 갈림길. 좌측 대신 직진하면 곧 갈림길. 이번엔 마애불 가는 직진 방향 대신 좌측으로 올라선다. 고무판이 깔린 조그만 석문을 통과하면 금정산 주능선이며 낙동정맥이자 지도상의 729봉에 닿는다. 좌측 장군봉 계명봉 방향 대신 우측 고당봉으로 향한다. 5분 뒤 마애불 갈림길. 주능선에서 80m 지점에 1000년의 오랜 성상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방문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애불 아래 두릅나무가 자라고 있는 지점이 과거 움막이 있던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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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인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일명 마애불. 경남도 유형문화재이다.

이어지는 반듯한 낙동정맥길. 잣나무 조림지와 철탑을 지나면 이내 사거리. 좌측 '정상 0.3㎞' 방향으로 간다. 곧 갈림길. 직진해 바로 오르면 정상이지만 산행팀은 금샘을 보기 위해 좌측으로 향한다. 2분 뒤 '금샘 가는 길과 금샘과 범어사 설화'가 적힌 안내판 앞에 선다. 안내판 우측 뒤로 간다. 금샘까진 0.2㎞. 5분 걸린다. 금샘은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범천(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곳. 금샘 안내판으로 되돌아와 이번엔 '북문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 방향 대신 이 방향으로 2m쯤 간 뒤 우측 열린 길로 올라선다. 고당봉으로 가기 위해서다. '북문 가는 길'은 고당봉을 가지 않고 바로 북문으로 내려선다.

6분이면 나무계단 앞. 앞서 정상 직전 갈림길에서 곧바로 직진하면 이곳으로 올라선다. 금샘을 보기 위해 한참을 돌아 이곳으로 온 것이다. 나무계단과 나선형 계단을 돌아 오르면 이내 고당봉 정상. 장군봉 천성산 계명봉 원효봉 의상봉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과 낙동강이 모두 확인되는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져야 하지만 아쉽게도 짙은 운무에 의해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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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암 입구와 원효암 경내.
 
하산은 북문 방향으로 향한다. 20분이면 고모당과 고당샘을 거쳐 북문산장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돌린 후 북문을 통과해 범어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북문 0.6㎞', '더 푸르게 더 맑게'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면서 메인 등산로를 버리고 우측으로 간다. 원효암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9분이면 '원효암'이라 적힌 조그만 현판이 걸린 문을 통과, 12분을 더 가야 암자에 다다른다. 도중 부도와 삼층석탑 그리고 편백과 향나무숲길이 무척 아름답다. 참선수도 도량인 이곳에는 범어사 조실 지유 스님이 주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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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에서 바라본 조망. 남산봉 뒤로 회동수원지가 보인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 원효암 안내판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앞서 올라온 길 바로 우측으로 향한다. 20~30m쯤 갔을까, 우측 바윗길로 오르면 드넓은 바위가 소나무를 끼고 있다. 범어사를 창건한 의상 대사가 기거했다는 성스러운 자리로, 예부터 금정산에서 전해오는 '금정8경'의 하나로 의상망해(義湘望海)라 불린다. 바위 좌측에는 용이 승천하는 듯한 글씨체로 '의상대(義湘臺)'라 새겨져 있다. 조망도 기가 막혀 정면 남산봉과 회동수원지를 감싸는 아홉산 황령산 광안대교 그리고 발아래 상마 하마마을이 보인다.

드디어 본격 하산길. 4분 뒤 갈림길에서 좌로 100m쯤 내려서면 갈림길. 직진하면 상마마을, 좌측으로 크게 꺾으면 범어사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8분이면 범어사에서 북문으로 가는 메인 등산로와 만나고, 여기서 10분이면 범어사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북한음식점' 산꾼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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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과 하산 중 내려다 본 범어사.


'동국여지승람'과 '범어사 창건 사적'에도 나오는 금샘. 금정산(金井山)의 금정(金井)은 금샘을 의미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학계의 견해이다. 즉 금샘이 있기에 금정산이란 이름이 생겨났고, 그 금샘으로 인하여 범어사가 이 산에서 탄생됐다.

하지만 초행자의 경우 이 금샘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단적인 사례 하나. 부산 남구 용당동에 산다는 한 50대 산꾼은 금샘 안내판 앞에서 산행팀을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미 안내판 좌측 뒤로 가서 허탕을 쳤다는 그는 자신이 없어 고민 중에 있었다. 안내판 우측 뒤로 가야 된다고 설명하자 그는 발걸음을 금샘 방향으로 옮겼다. 뒤따라 나선 산행팀은 5분 뒤 금샘에 도착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산행팀이 그 아저씨를 부르자 아, 글쎄 금샘 좌측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답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는 "도중 '금샘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는 보였지만 정작 밧줄을 붙잡고 올라선 후 '금샘'이란 안내판만 보였어도 이처럼 고생을 하지 않았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초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그렇겠다는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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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 음식거리 한 가운데 위치한 북한음식점(051-508-3035).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 시어머니 밑에서 15년간 배운 솜씨를 안주인 김미정(52) 씨가 그맛 그대로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 후 3~4인일 경우 수육모듬(순대 수육 족발·2만 원·사진)을 권하고 싶다. 모두 북한식이다. 특히 족발의 경우 2시간30분 정도 삶은 후 프라이팬에 튀겨 담백하다. 북한에서 잔치할 때 주로 해먹는 요리란다. 가자미식해가 밑반찬으로 제공된다. 북한식 만두와 녹두빈대떡도 일품이다. 금정산을 다니는 산꾼들 사이에선 이 집 모르면 간첩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범어사 순환버스를 타고 '어린이놀이터 정류장'에서 내려 200m쯤 걸으면 도로 우측에 위치해 있다.


◆ 교통편-지하철 2호선 호포역 내려 빨간색 버스 타야

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내려 1번 출구 앞 호포역 버스정류장에서 23, 24, 87, 88, 93, 107, 113번을 타고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 정류장(표기는 가산(중리)마을로 돼 있음)에서 내린다. 기사 아저씨는 번호와 관계없이 빨간색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8.06.19 19:38 / 수정: 2008.06.19 오후 10: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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