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실상부한 1위

"대게는 영덕, 오징어는 울릉도에 지명도에 밀리지만 
생산량은 압도적으로 1위랍니다"

구룡포항 전경. 웬만한 어항 하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각도를 달리해서 본 구룡포항.

장삼이사들은 구룡포 하면 십중팔구 과메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구룡포에는 과메기 이외에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두 가지 수산물이 더 있다. 다름아닌 대게와 오징어이다. 혹자들은 대게는 영덕, 오징어는 울릉도를 떠올리겠지만 이건 와전이고 편견이다.

대게와 오징어의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생산지는 바로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항이다. 결국 구룡포는 대게 오징어 과메기의 전국 최대 생산지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라 불릴 만큼 구룡포는 어항이라 부르면 미안할 정도로 항구가 자체가 아주 크다. 한눈에 봐도 영덕이나 울진 후포항, 울산 정자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상당하다.

해서, 구룡포는 겨울바다의 낭만 보다는 갈매기의 호위를 받아 뱃고동을 울리며 쉴새없이 드나드는 비릿한 고깃배의 모습이 더 살갑게 다가오는 거대 어항이다.

우선 과메기를 살펴보자.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이 위치한 북쪽의 대보면 등과 함께 과메기 특구로 지정된 구룡포는 국내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구룡포가 과메기 최대 집산지로 자리매김한 데는 지정학적 위치 덕분. 포항은 낙동정맥이 고도를 낮추는 지점이라 북서풍과 염분을 머금은 영일만의 해풍이 뒤섞이며 과메기를 숙성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메기는 구룡포항을 살짝 벗어나면 해안가에 덕장이 이어진다.

대게와 관련해선 땅을 치고 통곡할 정도.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국내 생산량의 60%가 이곳 구룡포항에서 위판된다고 한다. 하지만 브랜드가 영덕에 밀리다 보니 여기서 잡은 대게의 상당 부분이 영덕으로 올라가 영덕대게로 옷을 갈아 입니다. 마치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위판된 세발낙지가 목포 세발낙지로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구룡포수협 관계자도 "브랜드 인지도에서 차이가 나는 건 현실이지만 분명히 생산량은 구룡포가 훨씬 앞선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구룡포항 대게 위판장.

오징어 또한 국내 최대 생산을 자랑한다. 흔히 오징어 하면 울릉도를 연상시키는데 실제로는 울릉도 보다 오징어를 많이 잡는 곳이 이곳 구룡포다.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오징어 생산의 절반 가량이 구룡포에 모여든다고 한다.

 오징어의 경우 워낙 많이 위판되다 보니 오징어 채낚기배에 잡히는 오징어(활어) 위판장과 그물에 의해 잡히는 (트롤)오징어 위판장 두 군데가 있다. 이렇게 오징어가 많이 생산되는데도 필부들은 오징어 하면 울릉도를 떠올리니 구룡포 사람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밤에 등불을 밝혀 오징어를 불어모은 후 긴 낚시줄로 잡아올리는 오징어채낚이배.
구룡포항을 벗어나면 과메기와 함께 해풍에서 건조되는 오징어를 만날 수 있다. 반건조 오징어인 일명 피데기이다.

한마디로 구룡포는 대게는 영덕, 오징어는 울릉도에게 밀리면서 그야말로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싱싱한 대게와 오징어, 과메기를 가장 싸고 맛있게 맛볼 수 있는 곳이 다름아닌 구룡포항인 것이다.

여기서 국내 유일 등대박물관과 유명 일출 명소로 '상생의 손'이 반기는 호미곶이 불과 30㎞에 불과해 해안드라이브 코스로 일품이다.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인 구룡포항을 벗어나면 과메기 덕장과 함께 아름다운 해변이 줄곧 이어진다. 해안드라이브길로 일품이다.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동해안 최대 어장인 구룡포가 어업 생산량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은 일차적으로 구룡포 사람들 책임이 크다"며 "앞으로는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흔이 와서…" 자주 들어도 그만큼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뻐
"포수로서의 능력 이젠 한계, 공격적인 타격으로 타점 기여"

  전지훈량지인 사이판에서 인터뷰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홍성흔 선수. 사진=김동하 기자


 
'오버맨'. 홍성흔(32)을 부를 때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야구장에서는 언제나 유쾌하고 주위를 즐겁게 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홍성흔의 '오버'는 철저하게 계산된 '오버'다. 자기 자신과 팀을 살리기 위한 오버다. 이제는 그가 두산이 아니라 롯데를 위해서 오버하고 있다. 국제신문 스포츠부 김희국 기자가 만난 두 번째 선수, 홍성흔. 자 만나보겠습니다. 

-롯데 선수나 프런트, 감독의 입에서 홍성흔이 와서 기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 부담스럽지 않나.
▶부담없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롯데에 왔다는 부담은 일주일 만에 없어졌다. 나는 못했을 때 팬들에게 욕먹을 각오까지 이미 해뒀다. 대신 열심히 한다는 전제를 미리 세웠고 실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수들이 내 얘기를 하는 게 기쁘다. 그만큼 나와 같이 생활한 뒤 내 훈련 모습을 보고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롯데로 오는 게 힘들지 않았나.
▶일종의 흐름이었다. 두산 팬들에게 홍성흔이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나도 처음에는 롯데로 오면서 앞으로 보장된 두산의 코치나 감독 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롯데에서 잘하면 나는 전국구 스타다. 그것은 두산이란 특정팀이 아니라 어느 팀에도 갈 수 있는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로이스터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배우려고 왔다.

-그동안 포수로만 뛰었다. 1루수 변신이 힘들지 않나.
▶많은 팬들이 내가 당장 1루 주전으로 뛸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나는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할 것이다. 이대호 선수가 한 번씩 지명타자로 들어오면 1루를 맡을 것 같다. 나에게는 또다른 역할이 있다. 벤치에서 선수들의 파이팅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내 임무다.

사이판 전지훈련장에서 강민호 선수와 훈련하는 홍성흔 선수. 파트너인 강민호는 '강민호의 굴욕'이라 해도 될 만큼 어벙하게 나왔다.

-지명타자는 반쪽 선수라는 인식이 강한데.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반항도 해봤는데 그것 역시 흐름이었다. 나는 포수로 국가대표 주전으로 활약했고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참가했다. 그때까지는 내 마음대로 다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대로 다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나에게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을 권유했을 때 이미 포수로서의 나의 능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김경문 감독은 정확하게 봤지만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포수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실전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그때 확실히 느꼈다.

-지난해 타율 0.331로 2위를 차지했지만 홈런(8개)과 타점(63개)이 의외로 적었다.
▶타율이 올라가면서 타격왕 욕심을 냈기 때문이다. 장타를 버리고 똑딱이 타자로 타율에만 신경쓴 결과다. 그러나 롯데에서는 다르다. 로이스터 감독이 앞으로 번트는 생각하지도 말고 무조건 강공만 하라고 주문했다. 또 공격적인 타격으로 90타점 이상 올리라고도 했다.

-롯데와 궁합이 잘 맞는 편인가.
▶주위에서 로이스터 감독과 잘 맞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야구를 직접 하는 당사자는 나 자신이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무조건 노력할 것이다.

-'오버맨'으로 알려질 만큼 끼가 많은데도 3000배를 했다고 들었다. 맞나.
▶그렇다. 종교가 불교다. 경희대 2학년 때 스님의 권유로 108배를 시작해 프로에 입단한 뒤에도 매일 했다. 3000배도 세 번 했다. 나는 춤추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장에서도 많이 까분다. 그래서 별명이 오버맨이 됐다. 일부 팬들은 그런 내 모습만 보고 야구장 밖에서도 잘 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다. 집에서는 오히려 심심한 남편이어서 아내에게 미안할 정도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나는 야구장에서 내 모든 끼와 에너지를 발산하고 집에 가서는 그냥 쉰다. 또 운동장 밖에서 발산되는 끼를 제어하기 위해 절을 한다. 절을 하면서 자제 능력이 길러졌고 긍정적인 생각도 갖게 됐으며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지금은 무리하지 않으려고 절 대신 명상을 하루에 20분씩 반드시 한다. 사이판=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야구 담당 베테랑 '쿠기' 김희국 기자와 김동하 사진기자가 롯데 전지훈량장인 사이판에 가서 보낸 두 번째 인터뷰 기사입니다. 떠나기전 두 김 기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괜찮은 내용이 있으면 블로그에 인용하겠다고. 


 


계유정란 때 살해된 황보인 손자 노비가 구해
후손들이 서원 세운 후 뒷마당 양지에 비 세워 

바깥에서 본 광남서원. 제법 규모가 크다.

서원(書院)은 조선 중기 이후 설립된 사설 교육 기관이자 동시에 유교의 성현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조선 중종 37년인 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경북 순흥에서 고려 학자 안향을 모시는 사당을 짓고 백운동서원이라 부른 것이 조선 최초의 서원이다. 회재 이언재를 모신 경주 옥산서원, 퇴계 이황을 기리기 위한 안동 도산서원 등이 대표적인 예.

 하지만 양반과 상놈의 서열이 분명했던 조선시대 때 노비의 비(碑)가 존재하는 서원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에 위치한 광남서원(廣南書院)이 바로 그것이다.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행정구역상으로 포항시 구룡포읍 성동3리.

 문무대왕 수중왕릉인 경주 양북면 용당리 앞바다에서 31번 해안국도를 따라 가다 구포휴게소를 지나자마자 도로 좌측에 '성동 메뚜기마을', '광남서원'이란 팻말이 서 있고 서원 앞 너른 주차장에는 포항 대형 지도가 눈에 띈다.
                 광남서원 입구의 대형 지도. 지도 아래 현위치라 적힌 표기된 글도 보인다. 

 광남서원은 계유정란 때 수양대군에게 살해된 충정공 지봉 황보인과 그 장자인 참판공 황보석, 그 차자인 직장공 황보흠을 기리기 위해 지방유림과 그 후손들이 세웠다.

 황보인(1387~1453)은 조선 태종 14년 1414년에 천시문과에 급제, 여러 관직을 거쳐 세종 18년 1436년 병조판서에 올랐다. 이후 1440년엔 평안 성길도 관찰사가 돼 약 10년간 김종서와 함께 6진을 개척했고 문종 2년 1451년 영의정이 되어 단종을 보좌하다 결국 1453년 수양대군에게 살해됐다.

 황보인을 기리기 위한 광남서원에 그렇다면 왜 노비의 비가 세워져 있단 말인가. 사연은 이랬다.

 원래 역적은 3대를 멸하지 않는가. 계유정란 때 역적으로 몰린 황보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들도 살해를 당했지만 손자가 충직한 노비 덕택에 살아났다.
 다름아닌 단량이라는 노비가 어린 손자를 물동이에 숨겨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이 위치한 포항 대보면의 오지 중 오지인 집신골에 피난을 내려와 거주하다 이보다 남쪽인 지금의 구룡포읍 성동으로 이주하여 대를 이어가게 됐다.

 세월이 흘러흘러 황보인과 그의 아들도 복관되자 정조 15년 1791년에 후손들이 '세덕사'라는 서원을 지었고, 순조 31년 1831년 나라로부터 '광남서원'이라는 사액을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

 서원을 들어서면 좌측에 '영의정 충정공 지봉선생 신도비'라 새겨진 신도비가 있으며 강당인 숭의당과 제당인 충종묘와 사우삼간 등이 있다.

       서원 입구에 위치한 황보인의 신도비. '영의정 충정공 지봉선생 신도비'라 새겨져 있다.

광남서원의 본 건물.

'광남서원'이라 적혀 있다.



 충비(忠婢) 단량을 기리는 비(碑)인, '충비단량지비(忠婢丹良之碑)'라고 적혀 있는 비가 경내 뒷쪽 한켠에 세워져 있다. 무심코 왔다간 놓치지 쉬운 곳에 있지만 서원에 노비의 비(碑)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계급사회인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이었다는 것이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의 설명이다.

         '충비단량지비(忠婢丹良之碑)'라' 적힌 노비 단량의 진짜 비석.
          단량의 비.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 '진짜' 단량의 비는 담벼락 아래 양지바른 지점에 서 있지만 이후에 만든 '가짜' 단량의 비는 반듯한 전각 안에 소중히 모셔져 있다. 세월의 풍파를 겪고, 앞으로도 겪을 진짜 화강암 비는 여견히 바깥에 놓여 있고, 반들반들한 까만 대리석에 말끔하게 음각된 가짜 비는 전각 내에 서 있으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다.

 어찌된 사연인지 서인만 부소장에게 물어보니 "이게 바로 우리 공무원의 수준이자 현실"이라고 자탄했다.

                
                진짜 단량의 비는 담벼락 아래 비바람 등 대자연에 노출돼 있고(사진 위) 바로 옆에는
                최근에 만들어진 듯한 가짜 비(사진 아래)는 보물단지마냥 전각 안에 고히 보관돼 있다. 이 어찌
                운명의 장난인가. 이게 바로 우리 공무원들의 현실이다.

부상 방지 겸 수비 위해 체중 줄여…가시적 성과
"50살까지 뛰며 최다안타 기록 갖고 싶다"
"올 시즌 마치고 겨울에 여자 친구와 결혼"
까칠하단 세간 평가, 부진 인한 스트레스일 뿐
"오해없도록 특별히 신경쓰겠다 지켜봐달라"


롯데 이대호 선수가 13일 전지훈련지인 사이판에서 올해의 각오 등을 밝히고 있다. 사이판=김동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사이판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지난 1992년 이후 17년 만의 우승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제신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롯데 전훈 캠프를 방문해 훈련 상황과 전력을 탐색해 보고 우승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들과 격의 없는 인터뷰를 가졌다. 일명 직격 인터뷰다.  

이대호(27). 두말할 필요가 없는 한국프로야구 최고 타자다.

13일 오전 사이판 시내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이대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오후 훈련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하고 싶다고 했다.

직격 인터뷰 직전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야구 선수는 당연히 유니폼을 입고 야구선수답게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부진으로 많은 것을 배웠을 것 같은데.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슬럼프에서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2006~2007년 너무 잘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았다. 그렇다고 지난해 타율 0.301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조금 저조했다고 표현해달라.

-지난 시즌 이대호가 타격 부진에 빠지자 팀 타선 전체가 동반 침묵했다.
▶나도 부담이 컸다. 나의 존재를 다시 한번 깨닫고 책임감도 느꼈다. 하지만 올해 우리 팀은 강해지고 있다.

-이대호 하면 가장 먼저 체중 문제가 떠오른다.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나.
▶문제가 있다. 언론이나 팬들은 내 체중에 관심이 많다. 언론에서도 가장 먼저 체중부터 물어본다. 나는 야구선수이지 체중과 관련 있는 씨름이나 유도 선수가 아니다. 나를 야구선수로 봐달라. 내가 살을 빼는 이유는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또 순발력이 필요한 3루 수비를 위해서 체중을 줄이고 있다.

-동갑내기 한화 4번 타자 김태균과 비교하는 말들이 많다. 친구나 라이벌 중 어느 쪽인가.
▶우리는 친구이지 라이벌이 아니다. 언론에서 라이벌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니 오히려 고맙다.

-2006년 타격 3관왕까지 달성했지만 이대호가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록이 없다. 앞으로 갖고 싶은 기록은.
▶삼성 양준혁 선배가 올 시즌까지 갖고 있는 최다 안타(2202개)다(참고로 이대호의 총 안타수는 760개). 그리고 웬만한 야구 기록은 다 가지고 싶다.

-그러려면 야구를 오래 해야 하는데.
▶50세까지는 할 생각이다(웃음).

-올해 목표를 6관왕이라고 정했는데 맞나. 지난해까지는 구체적인 목표를 잘 밝히지 않았는데.
▶일단 목표를 높게 잡아야 성취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고 실패해도 욕을 덜 먹는다(웃음). 처음에는 전체 공격 8개 타이틀 중 도루를 제외한 7관왕을 목표로 정했는데 우리 팀의 발빠른 김주찬이나 이승화 선수가 득점부문 타이틀을 가져가도록 양보했다(웃음).

-글러브에 여자친구 이니셜과 하트모양이 새겨져 있던데 언제 결혼하나.
▶올 겨울에 결혼할 것이다.

-지난해 성적부진으로 언론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까칠하다는 평도 있는데.
▶오해다. 나는 누구보다 기자들과 잘 지냈고 친절했다. 지난해에는 부진에 빠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기사도 때때로 조금 심한 것들이 있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편하지 않았고 팬들도 오해를 많이 했다. 만약 그렇게 알려졌다면 오해이며 다시는 그런 오해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쓰겠다.

-일본 투수들이 공공의 적으로 이대호를 지목하고 있는데.
▶일본 투수들이 알아줘서 영광스럽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다. 경기에서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하마터면 롯데에 입단하지 못할 뻔했다.
▶2001년 동기인 추신수(클리블랜드)가 롯데의 1차 연고지명을 받았다. 나는 2차로 밀렸다. 당시 신생팀인 SK에 3명 우선지명권을 줘 사실상 SK로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WBC에서 이승엽을 대신해야 하는데.
▶어제(12일)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친구 김태균과 평소 네이트온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이)승엽이 형이랑도 한다. 어제 오전 7시30분께 승엽이 형이 로그인해 있기에 대화를 신청해 "형 뭐해요?"라고 물었더니 "산책갔다 왔다(요미우리는 오전 7시 산책을 한다). WBC에서 열심히 해라"고 했다.

-WBC에 대한 부담감이 클 텐데.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 승엽이 형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준결승 일본전에서 홈런 치고 나서 형이 숙소에서 계속 울어 후배들도 함께 울었다. WBC에서 형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크다. 야구란 운동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만약 WBC에서 지면 병역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 뻔하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훈련하고 있다.

-3루 수비에 대한 체력 부담이 클 텐데.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감독님이 나를 너무 믿으시는 것 같다(웃음).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은 1루로 내가 돌아가면 타격에 전념하게 돼 우리 팀은 더 강해질 것이다. 사이판=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야구 담당 베테랑 '쿠기' 김희국 기자와 김동하 사진기자가 롯데 전지훈량장인 사이판에 가서 보낸 첫 소식입니다. 이대호 직격 인터뷰  기사인데  상당히 내용이 알찹니다. 물론 이대호 선수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답을 한 덕분이죠.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기사량은 상당히 많은데 실제로 내용은 하나도 없는 인터뷰와 질적으로 다릅니다. 김희국 기자도 담당 데스크에게 인터뷰 내용이 알차 많이 적겠다고 메모했더군요. 
 떠나기전 두 김 기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괜찮은 내용이 있으면 블로그에 인용하겠다고. 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손광민, 아니 이름을 바꾼 손아섭 선수의 사인볼을 부탁했답니다.
 
 

가련봉 등 8개봉 천년고찰 대흥사 병풍처럼 감싸
일지암 샘물은 초의선사 다도 비법 그대로 녹아
가파른 암릉길 아래 펼쳐진 다도해는 한폭 그림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 오른쪽부터 두륜봉 만일재 가련봉 노승봉(능허대).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면 부처님이 누운듯한 와상(臥像)의 형상을 하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1박2일'팀은 지난해말 전남 해남 유선관을 찾아 촬영한 후 유선관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서산대사 사명대사 초의선사 등 고승들이 주석한 두륜산 대흥사를 빠뜨리고 이 보다 훨씬 먼 두륜산 집단시설지구에 위치한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고계봉에 올라 다도해와 두륜산줄기를 감상하고 내려갔다. 매우 한마디로 아쉬웠다.
 두륜산에는 초의선사가 40여 년 동안 다선일여 사상을 생활화하며 꾸민 일종의 다원인 일지암과 나라에 변고가 생겼을 때 땀을 흘렸다고 전해오는 북(미륵)암의 마애여래좌상, 그리고 경내에 서산대사를 모신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 입구의 부도전 등 볼거리와 그 안에 숨어 있는 일화가 무궁무진해 하루 반나절을 돌아도 못 볼 정도이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고계봉을 오르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는 하지 않겠지만 두륜산을 찾은 관광객 중 열에 여덟, 아홉은 아마도 케이블카 대신 두륜산 대흥사를 우선 관람한다. 
 '1박2일'팀이 놓친 두륜산을 산행하며 둘러본 볼거리를 늦었지만 챙겨본다. 참 지금 이곳을 찾으면 경내 주변에 아마도 동백이 만개했을 것이다. 
 지난해말 '1박2일'팀의 유선관 관련해 올린 글을 아래에 트랙백해놓았다. 참고하시길.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도 해남땅의 두륜산.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경구가 어쩌면 이 시점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에서다.

두륜산이란 이름은 백두산(白頭山)의 `두'자와 중국 곤륜(崑崙)산맥의 `륜'자의 조합. 이 속에는 중국 곤륜산맥의 줄기가 동으로 흘러 백두산을 솟구쳤고, 그 맥이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거쳐 이곳 해남땅까지 이어져 왔음을 의미한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제법 만만찮은 암봉이다.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이라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 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산 위에 올라 걷는 맛도 괜찮다.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은 한 장면도 놓치기 아까운 한 폭의 그림같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를 품안에 안고 있다는 점. 대흥사는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관광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주봉인 가련봉을 비롯, 노승봉(능허대) 두륜봉 고계봉 도솔봉 혈망봉 등 8개의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종주코스보다 대흥사에서 출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적합하다. 대흥사~표충사~동국선원(대광명전)~일지암~만일재(헬기장)~구름다리~두륜봉~만일재~가련봉~노승봉(능허대)~헬기장~오심재(헬기장)~북암~대흥사.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힘들지 않다.


승용차가 경내까지 들어가지만 매표소를 지나면 만나는 옛 주차장에 차를 세워 산행을 시작하자. 핏빛 동백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이나마 만끽하기 위해서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대흥사 경내. 정면 저 멀리 암봉이 절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우측에서부터 두륜봉 가련봉 노승봉. 전체 실루엣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경내 연못인 무염지 앞의 등산로 팻말을 따라 간다. 서산대사를 기리기 위한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와 동국선원을 지나면 첫 갈림길. 왼쪽은 북암, 산행팀은 오른쪽 일지암 방향으로 간다. 300m 거리인 일지암 가는 길은 의외로 급경사길. 일지암은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이다.
`일지암'이라 적힌 편액이 걸린 초가 뒤편에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다산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 일지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일지암을 지나 동백숲을 3분쯤 걸으면 두륜봉 가는 길과 만난다. 이후 30분에 걸쳐 세 번의 갈림길을 만난다. 모두 두륜봉 방향으로 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만일재까지는 10여 분. 헬기장인 만일재에 서면 정면으로 해남벌판과 바다 건너 완도땅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만일재의 우측은 두륜봉, 왼쪽은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두륜봉에 다녀온 후 가련봉 쪽으로 향한다.
두륜봉으로 가는 길은 만만찮다. 암봉 우측으로 에돌아 뒤쪽으로 오른다. 가파른 벼랑이라 쇠난간길과 돌계단의 오르내림, 그리고 철계단과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명물인 구름다리도 만난다. 자연석이 이뤄 놓은 이 다리는 무지개형이라 일명 홍교(虹橋)라 불리지만 얼핏 보면 코끼리 코를 닮았다. 직접 올라갈 수도 있다.
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구름다리. 자연석인 구름다리는 얼핏 코끼리 코를 닮았다.

두륜봉(630m)까지는 대략 20분. 제법 너른 암반인 정상에 서면 남해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뭇섬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완도 숙승봉을 너머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만일재에서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거친 암봉들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며 다도해의 절경과 해남의 전체 산줄기를 감상하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바위와 이웃 바위를 이어주는 쇠밧줄과 쇠손잡이, 쇠발받침대에 의지하지 않으면 전진이 좀체 안되는 꽤 험난한 코스이다. 손잡이와 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쇠손잡이와 쇠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있어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아뿔사! 정상인줄 알고 힘겹게 오른 첫 암봉은 정상이 아니었다. 바로 옆 암봉이란다.
마침내 가련봉 정상(703m). 만일재에서 30분 소요. 눈 앞의 노승봉 뒤로 암봉인 주작산과 덕룡산, 그 뒤로 백련사를 품은 강진의 만덕산, 그 우측으로 장흥 천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흥사는 왼쪽 저 멀리 미니어처마냥 조그맣게 보인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어가는 바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슬아슬한 암릉의 연속. 능허대라 불리는 노승봉(685m)까지는 15분. 40명쯤 너끈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넓다. 정면에 보이는 헬기장이 오심재이고 그 우측 숲 사이로 보이는 도로 부분이 오소재이다. 오소재를 기준으로 왼쪽은 해남, 오른쪽은 완도땅이다. 이 오소재도 흔히 산행기점으로 애용된다.

하산은 능허대 뒤 절벽을 돌아 내려선다. 바위가 만들어 놓은 좁은 터널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난코스를 통과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오솔길. 너무 힘든 코스를 지나서인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작은 헬기장을 지나면 역시 헬기장인 오심재. 산행은 거의 막바지. 왼쪽으로 10분쯤 오솔길을 여유있게 걸으면 북암.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심하게 땀을 흘린다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48호)을 빠뜨리지 말자. 계단을 내려와 대웅전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북암의 마애여래좌상.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고 전해온다.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산죽길과 너덜길을 잇따라 지나면 일지암과 북암으로 갈리는 갈림길. 산행 중 만난 첫 갈림길이다. 여기서 대흥사 경내까지 10분, 경내에서 옛 주차장까지도 역시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고계봉~오심재 산길 폐쇄, 인근까지 케이블카

두륜산에는 2003년부터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두륜산 집단시설지구 유스호스텔 입구에서 출발, 고계봉 인근에서 내린다. 정확인 1.6㎞. 내린 지점에서 고계봉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정상엔 전망대 건물이 서 있다. 산행 중 능선상에 나란히 보였던 두 개의 건물이 바로 전망대와 케이블카 탑승장이었던 셈이다. 최근 강호동의 '1박2일'팀에서 소개됐던 곳이 바로 여기다.

 왕복 8000원. 편도요금을 물어보니 왕복뿐이란다. 고계봉에서 오심재로 이어지는 산길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영구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부산서 두륜산 입구까지는 간단한 아침 요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4시간3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1박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독특한 숙소를 하나 소개한다. 

 대흥사 입구 유선관(061-534-3692). 이곳은 400년 전부터 대흥사를 찾는 수행승이나 신도들의 객사로 사용된 전통 한옥. 오래 전 대흥사 초입까지 들어와 있던 상점 여관 식당들이 저 아래쪽 주차장 밖으로 철거될 때도 운좋게 제외됐다. 추측컨데 누가 봐도 허물기 아깝웠으리라.
 지금의 유선관은 지난 2000년 해남 출신의 윤재영 씨가 인수, 마당을 넓히고 온돌방을 보일러 시설로 바꿨다. 유홍준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에 나오는 진도개 '노랑이' 시절은 윤 씨가 인수하기 전 내용이다.

두륜산 대흥사 입구 유선관. 대흥사와 불과 300m 떨어져 있다.

객실은 모두 해봐야 10개. 2인실 3만, 4인실 6만, 6인실 12만 원. 저녁식사는 손님이 원하면 해준다. 맛깔스러운 한정식 상차림이다. 1인당 1만 원, 아침은 1인당 7000원.
 방에는 TV도 없고 욕실과 화장실도 마당 한 쪽에 위치해 불편하다. 마루에 공동 청취용 TV 한 대가 있는데 지금은 이 마저도 고장났단다.
 창호문과 뒷마당의 장독대 그리고 집 뒤로 흐르는 계곡의 운치가 찾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여기에 새벽이면 인접한 대흥사에서 들려오는 도량석과 새벽 예불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애초 산행팀은 대흥사에서 출발, 일지암~북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을 거쳐 진불암 쪽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를 타려고 했었다. 이 코스는 가장 널리 애용되는 산길. 문제는 시간이었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 부지런히 달렸지만 대흥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간단한 아침 요기를 포함, 무려 4시간30분 정도 걸렸다.   

 또 한가지. 산행팀은 첫 갈림길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초의선사의 일지암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후 북암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참 가서야 북암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이미 시간은 제법 흐른 상태.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는 짧아 오후 5시쯤이면 어두워지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산행팀은 두륜봉으로 올라 만일재로 되돌아온 후 가련봉 노승봉 오심재 북암으로 내려오는 역순을 택했다. 결과론이지만 시간은 제법 남았다. 초행자의 기우였던 셈.

# 교통편 - 목포~해남~대흥사 이동…버스 당일치기 불가능

 부산에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진도 해남(호산삼거리) 직진~두륜산 대흥사~경찰서 진도 완도~대흥사 827번 좌회전~대흥사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터미널~목포공용터미널~해남터미널~대흥사 순으로 이동해야 한다.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억새군무 감상하며 성벽따라 걸어볼까 
 


  물 건너고, 바위도 오르고


 도착한 화왕산성

 화왕산성 십리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용지.

 창녕 조씨 득성비.
                    화왕산성 남문에서 배바위로 오른다.



 마침내 배바위.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화왕산 정상(우측).

 배바위 위에 홈이 파인 이곳은 곽재우 장군이 세숫대야로 사용했다 전해온다.

 이제 화왕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왼쪽). 도중 보이는 창녕읍내.

 남쪽은 험준한 자연성벽(왼쪽), 배바위 정상.

 화왕산 정상과 하산길.

화왕산 정상에서 동문을 향해 억새밭은 가로지른다.
화왕산 정상에서 성벽과 나란히 걸으며 동문으로 내려선다. 저 멀리 보이는 암봉은 배바위. 사실상 거의 한 바퀴를 돌았다.
성벽을 따라 금빛 억새가 눈부시게 하늘거린다.
동문 쪽에서 내려서는 도중 바라본 용지와 배바위.

 드라마 허준 세트장과 멀리서 본 화왕산 정상.

 동문을 나와(왼쪽), 하산 도중 관룡사가 보인다.

 관룡사와 이어지는 능선은 병풍바위가 서 있고(왼쪽) 멋진 전망대도 만난다.

 산들 부는 가을 바람에 억새가 길게 드러누웠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언제 느림의 미학을 익혔는지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다. 일견 우아하기까지 하다. 가을 한철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봄 여름 동안 많은 설움을 받아온 가을의 전령 억새.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의 아름다움에 가려 눈길 한 번 받지 못했고, 한여름에는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 목말라 했지만 결국 대자연의 섭리대로 화려한 백조의 날갯짓마냥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하게 태어났다.    
  
만추의 단풍에 앞서 초가을 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억새. 이름에서 풍기는 거친 뉘앙스와 달리 솜털처럼 부드럽다.

재약산 사자평, 천성산 화엄벌, 신불산 신불평원, 간월산 간월재, 부산의 승학산도 억새 산행지로 유명하지만 창녕 화왕산처럼 억새와 더불어 볼거리가 많은 곳은 드물 듯하다.

산정을 둥그스럼하게 감싸고 있는,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화왕산성과 그 산성에 에워싸인 18만4800㎡(5만6000평) 산상분지인 억새평원 그리고 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3개의 못 용지와 '창녕 조(曹) 씨 득성비' 등이 바로 그것.

일반인들이 산행하기에 편안해 하는 700m대의 해발고도에 역사와 전설이라는 콘텐츠, 그리고 산 아래 송이요리 맛집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기암괴석과 암봉으로 뒤덮인 산세는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산행은 화왕산 주차장~임도(제1등산로)~차량 차단시설~이동통신 기지국~화왕산성 남문~헬기장~배바위~화왕산 정상~동문~허준세트장~옥천삼거리~관룡산 정상~용선대~관룡사~화왕산 주차장 순.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정도지만 이곳저곳 살펴보다 보면 2, 3시간은 더 걸린다.



 화왕산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서면 등산안내도를 중심으로 갈림길. 오른쪽 관룡사(1.2㎞) 가는 길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왼쪽 임도를 따라간다. 곧 이정표. 이 길은 화왕산 제1등산로이며 정상까지는 3.8㎞라고 안내한다. 정면 저 멀리 관룡산과 그 우측으로 병풍바위가 보인다.

산성교를 지나면 임도 좌측으로 대형 돌탑이 잇따라 서 있고 우측 숲속에는 투박한 자연석을 그대로 쌓아올린, 화순 운주사의 일명 거지탑을 연상시키는 작은 돌탑도 시선을 붙잡는다. 조금 더 오르면 임도 우측은 계곡. 최근 정비를 했는지 깔끔하다. 10분 뒤 차량통행 제한을 위한 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등산객들은 그 틈새로 통과하면 된다.

  
이동통신 기지국을 지나면 임도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입구엔 '정상 2.6㎞'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주차장에서 35분.

산길은 줄곧 계곡과 나란히 내달린다. 상류로 갈수록 계곡 주변은 태풍 탓인지 망가져 있다. 나무가 이곳저곳 쓰러져 있고 바닥은 덩어리째 끊겨 있다. 심한 곳은 마치 전쟁의 참상을 보는 듯하다. 주 토양인 마사토는 귀족버섯인 송이를 인간에게 안겨주는 반면 지력이 약해 주변 경관을 보호하는 역할은 미미할 뿐이다.

20m쯤 되는 완경사 슬랩을 오르면서 계곡은 사실상 사라진다. 잠시 뒤돌아 보면 왼쪽 관룡산과 그 우측 영취산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름길. 슬랩에서 7, 8분이면 화왕산성 남문 입구에 닿고 여기서 3분이면 화왕산성에 선다. 주변엔 보랏빛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십리억새밭을 에워싸고 있는 화왕산성(사적 제64호)은 총 길이 1.8㎞. 이때부터 억새탐승이 시작된다. 어느 방향으로 돌아도 상관없지만 산행팀은 왼쪽 배바위를 거쳐 서문 격인 환장고개, 화왕산 정상을 거쳐 동문에서 관룡산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성을 돌기 전에 남문 입구 이정표 뒤쪽에 위치한 세 개의 연못인 용지(龍池)와 이정표 우측의 '창녕 조 씨 득성비'를 둘러보자. 산성을 따라 돌다 보면 억새밭 한 가운데 위치한 이 두 곳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바위는 10여 분이면 올라선다.주변에는 억새군락이 온통 바람에 몸을 맡겨 흐느적거리고 있고 발아래는 쑥부쟁이와 여뀌 며느리밑씻개 마타리가 눈길을 끈다. 가까이서 본 억새의 솜털은 보는 위치에 따라 쉼없이 그 모양과 빛깔을 바꾸며 장관을 이룬다. 과거 배를 묶어두었다는 전설이 얽힌 배바위는 지형도상으로 화왕산(756.6m)보다 20㎝ 더 높다. 제일 높은 곳에는 곽재우 장군이 세숫대야로 사용했다는 홈이 패여 있다. 주변 조망도 탁월해 서쪽으론 창녕읍내와 우포늪 그리고 낙동강과 광활한 평야지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동쪽, 다시말해 정상을 보고 우측 뒤로 관룡산과 그 유명한 병풍바위, 영취산이 보인다. 한마디로 창녕의 지형이 동고서저(東高西低)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배바위에서 산불초소가 보이는 좌측은 옥천저수지 뒷산인 구현산 삼성산 방향, 산행팀은 정상을 향해 정면으로 내려선다. 저 멀리 두 개의 높은 봉우리 중 정상은 왼쪽.

난전이 펼쳐진 환장고개(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서문이라 한다)를 지나 정상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이곳에 서면 남쪽 배바위와 북쪽의 정상 인근은 험준한 자연암벽이 성을 대신하고 있고, 동문과 남문 일대가 능선을 따라 성벽이 높이 쌓여 있어 이곳이 과거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실제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이곳을 근거로 의병활동을 하며 왜군과 싸워 공을 세운 전승지로 전해오며 억새밭 내 위치한 3개의 못은 당시 식수원으로 추정된다. 정북으로 비슬산, 동쪽으로 천왕산, 발 아래 서쪽 자하곡 매표소 쪽엔 도성사가 보인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목마산성을 거쳐 창녕읍으로 하산하기에 산행팀은 왔던 길로 약간 내려가 왼쪽 능선길을 타고 동문으로 향한다. 이정표가 서 있어 길찾기는 별 문제없다.

동문은 정상에서 20여 분. 동문을 나서면 임도가 기다린다. 10분 뒤 드라마 '허준'세트장. 너와집 굴피집 등 다 쓰러져 가는 옛 가옥이 애처롭다. 보수를 해야 될 시점이 온 것 같다. 세트장 맞은편에는 샘터가 있다.

13분 뒤 고갯마루에 닿는다. 세 갈래 임도가 만나 흔히 옥천삼거리라 불린다. 물론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은 고암면 감리, 오른쪽은 제1등산로 시점, 산행팀은 쉼터인 '번지없는 주막' 왼쪽길로 향한다. 관룡산 가는 길이다. 오름길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20여 분 뒤 삼거리. 왼쪽은 병풍바위를 거쳐 구룡산~종암산~~부곡온천으로 이어지는 종줏길, 오른쪽으로 50m 떨어진 헬기장이 정상(754m)이다. 전망이 없고 별 특징이 없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쏟아지는 급경사길이지만 중간에 만나는 잇단 전망대에선 병풍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가까이서 본 거대 암벽들의 위용은 기대 이상이다. 병풍바위 아래 조그만 절집은 청룡암이다.

하산길 좌우에는 송이 채취를 위해 출입을 금한다는 경계줄이 처져 있고, 송이채취관리소도 있으니 유의하길. 하산길의 하이라이트인 용선대는 정상에서 30분.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이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장엄한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진다. 여기서 천년고찰 관룡사는 불과 400m로 10분 걸리며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15분 소요된다.

#떠나기전에- 창녕 배바우산악회 매년 갈대제 개최… 올해는 오는 27일

날머리 관룡사는 원효대사와 관련이 깊다. 원효는 제자 1000명에게 화엄경을 설파했으며 화왕산 정상의 3개의 못인 용지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관룡사(觀龍寺)라 명명했다 전해온다. 관룡산 병풍바위를 지나 만나는 구룡산(九龍山)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관룡사는 절 규모는 작지만 보물이 4점이나 된다. 이 중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은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알려져 많은 참배객들이 찾는다. 관룡사의 명물 석장승도 꼭 찾아보자. 절과 대형 주차장의 중간쯤 계곡 옆에 위치해 있다. 왕방울 눈, 주먹 코, 튀어나온 송곳니 등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절의 수호신으로 비보(裨補) 역할을 한다.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유실됐다가 복구를 위해 위장 보관하던 중 도난당한 후 2005년 2월 대전에서 회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축제도 열린다. 창녕군과 배바우산악회는 오는 27일 제37회 화왕산 갈대제를 연다. 갈대는 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3개의 용지 인근에 약간 있을 뿐 대부분 억새지만 전통 고수 차원에서 당초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오후 1시 산신제를 시작으로 오후 2시 산상음악회에 이어 오후 6시30분부터 참가자들이 500개의 횃불을 들고 화왕산성을 돈다.

들머리 부분의 잇단 대형 돌탑은 인근 정평부락의 김수부 씨가 올 봄부터 농사를 짓다 짬이 날 때 순수 만든 것이다. 돌은 모두 옥천저수지에서 갖고 왔단다. "하나라도 볼거리가 있어야 관광객들이 찾을 것 아닙니까"라는 것이 돌탑을 만든 김 씨의 설명이다. 고마운 일이다.

송이밥.
자연산 송이.

 
지금 전국은 송이버섯이 한창이다. 경북 울진 봉화를 비롯 청송 주왕산, 대구 팔공산 등지가 주요 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창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송이 산지 중 하나. 관룡사 가는 길 옥천저수지 바로 위 도로변에는 송이밥을 잘 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고향보리밥(055-521-2516)이다. 화왕산과 관룡산에서 방금 캔 송이를 무쇠솥에 넣어 내는 송이밥(사진)은 우선 향이 진해 군침을 돌게 한다. 찹쌀 참기름을 곁들인 송이밥에 이 집만의 양념장과 각종 나물을 곁들이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1만5000원. 보리밥도 별미이다. 투박한 양은그릇에 뚝배기된장 열무겉저리 부추겉저리 열무김치 등을 곁들여 먹는다. 5000원.   
 
#교통편- 창녕터미널서 옥천행 버스 오전 9시40분 단 한 차례 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창녕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0분 걸리며 요금은 5800원. 창녕터미널 인근에서 옥천(관룡사)행 영신버스를 타면 된다. 30분 걸린다. 오전 6시50분, 9시40분, 낮 12시. 1400원. 정류장은 터미널에서 200m쯤 떨어져 있다. 옥천정류장에서 창녕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2시40분, 4시20분, 6시30분(막차)에 있다. 창녕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4시50분, 5시30분, 6시10분, 6시50분, 7시40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옥천정류장에서 산성교 직전 화왕산 주자장까지는 10분쯤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영산IC~영산 방향 좌회전~대구 창녕 5번 국도~화왕산 우회전 1070번 군도~옥천~화왕산 군립공원, 관룡사 좌회전~화왕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사이판의 보석'이라 불리는 마나가하섬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관광객
                      의 모습이 평화롭게 그지없다.

사이판.
서태평양 한 복판에 활 모양으로 이어진 14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공식 명칭은 북마리아나 제도이다.
한국과 시차는 뜻밖에도 1시간.
그러니까 동쪽으로 그리 멀지 않고 적도 쪽인 남쪽으로 상당이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동남쪽으로 3000㎞, 비행기로 고작 4시간이면 닿는 비교적 가까운 섬이다.
남북으로 21㎞, 동서로는 8.8㎞밖에 안되는 좁고 긴 섬으로 거제도의 3분의 1 규모인 사이판은 장삼이사들에겐 태평양이 함께 연상돼 심리적 거리까지 더해져 아주 먼 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남아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필리핀의 세부(4시간15분)나 태국의 푸껫(6시간20분)에 비해 비행시간이 짧은 데다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그간 부산서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사이판의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  
 
# 빼어난 천혜의 자연경관

 흔히 국내외 명소를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천혜의'라는 수식어가 이곳처럼 안성맞춤인 곳이 드물다. 사이판의 서쪽은 필리핀해, 동쪽은 태평양이다. 섬 서쪽인 필리핀해 인근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진이 잦은 환태평양 조산대가 위치해 있어 항상 지진과 쓰나미의 발생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필리핀해와 인접한 사이판 또한 이론상으로 피해 우려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사이판에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쪽 해안가를 끼고 고급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 화산 분출로 형성된 사이판은 섬에서 수백m에 이르는 해안까지 용암이 굳어 있는 데다 그 위에 산호초가 겹겹이 형성돼 있어 그야말로 천연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즉, 용암의 끄트머리가 어른 키 높이 정도의 깊이라면 그 이후부턴 갑자기 수심이 10m 이상으로 확 떨어진다는 것. 세계에서 가장 긴 천연 산호방파제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단다.

  멀리서 봤을 때 거친 파도가 어느 특정 지점에서 흰 포말이 사라지면서 호수처럼 잔잔한 전혀 다른 바다로 급변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연유에서다. 지난해말 인도양의 쓰나미로 인해 푸껫 몰디브 등의 휴양지가 1분 만에 초토화된 사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해서, 사이판은 해안가에서 보통 100~200m 정도 멀리 나가도 그리 깊지 않아 어린이들도 손쉽게 스노클링 등 해양레포츠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하늘에서 본 마나가하섬.

사이판의 바다색은 흔히 '일곱 빛깔'이라 불린다. 산호초와 햇빛의 강약이 조화를 이뤄 시시각각으로 물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다. 파란색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그 색에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마나가하섬. 배로 10분 거리다. 걸어서 15분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이곳은 스노클링의 천국. 눈부신 백사장을 지나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수면 아래로 들어가면 산호초 사이를 유영하는 다양한 열대어에 놀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물은 얼마나 깨끗한지. 운이 좋으면 50㎝ 정도 크기의 상어도 볼 수 있다.   
패러세일링도 타고.
바나나보트도 타고.
바다엔 물 반 고기 반. 낚싯대를 처음 잡아 봤다는 부산 아지메도 월척을 건져 올렸다.
이어지는 월척.
물고기를 보자 원주민이 일순간 칼을 갈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이곳 사람들도 회를 먹는단다. 
한가로운 해변에선 비치발리볼을 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띈다.
일몰 무렵은 카약을 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제 나무 대신 숲을 볼 차례. 섬 중앙에 우뚝 솟은 최고봉인 타포차우산(473m)에 올라보자. 비포장길을 사륜 구동차를 타고 15분 정도 오르는 이른바 정글투어다. 섬 동쪽은 급경사를 이룬 해안절경과 함께 열대우림으로 아직 미개발 지역이다. 열대우림은 2차 대전 당시 초토화된 섬을 복원하기 위해 헬기로 뿌린 씨앗의 결과물이다.

 예수상이 서 있는 산 정상에 서면 사이판의 전체 절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동서남북으로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어 이어 붙이면 그대로 사이판의 지도가 완성된다. 유심히 관찰해야 될 볼거리 하나. 수평선이 일직선인 우리나라와 달리 사이판의 수평선은 적도와 가까워 원형이다. 구름이 유난히 낮게 떠 있고, 밤에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모두 같은 원리다. 인근에 위치한 원주민 농장에서 맛있는 열대과일도 맛보고, 가톨릭 성지로 사이판에서 유일하게 민물샘(聖水)이 솟는 성전 앞에 서 있는 성모 마리아상도 빠뜨리지 말자.

갈가마귀떼의 보금자리인 새섬의 전경.
새섬.

 북동쪽 해안의 새섬 또한 놓쳐선 안될 볼거리. 바위 표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석회암섬으로 해질 무렵 보금자리를 찾아오는 갈가마귀떼로 까맣게 변한다. 섬 색깔이 흰색인 것은 1만 년 이상 새의 분비물이 쌓였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하늘에서 볼 경우 주변 해안과 더불어 새가 날갯짓을 하는 형상이다.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국내 노래방 배경화면으로 자주 등장한다. 

# 참혹한 전쟁의 흔적

우리나라도 사실 사이판과 무관하지 않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에겐 일본군을 패퇴시키고 승기를 잡은 희망의 땅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징용자와 종군위안부의 피눈물이 얼룩진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태평양 한국인 추념 평화탑. 꼭대기의 비둘기를 우리나라 방향을 향하고 있다.

 태평양 한국인 추념 평화탑이 바로 그것. 2차 대전 당시 사이판 등 남양군도로 끌려와 억울하게 죽은 한국인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탑 꼭대기의 비둘기는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약간 비스듬히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쪽이다.
일본군이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반자이'(만세)를 외치며 뛰어내렸다는 높이 80m의 해안절벽인 일명 만세절벽.

인근의 만세절벽은 사이판의 최북단에 있는 높이 80m의 해안절벽. 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음을 깨달은 일본군은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반자이'(만세)를 외치며 바다속으로 뛰어내려 일명 '반자이 클리프'라고도 불린다. 만세절벽 바로 뒤편의 해발 249m의 절벽은 자살절벽. 역시 전쟁 막바지 수백 명의 일본군과 그의 가족들이 항복을 거부하며 뛰어내렸다. 지금도 절벽 아래에는 유골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자살절벽을 자세히 보면 포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동행한 가이드는 "우리나라의 야산이었다면 산 자체가 무너졌을텐데 산호섬이라 단단해 포탄 맞은 자국만 그대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
안내판 앞에서 설명을 겉들이는 사이판 현지 가이드.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는 거대한 바위가 햄버거 모양처럼 포개져 있어 일명 햄버거 바위로 불린다.
일본군 사령부로 올라가는 계단.
사령부 입구는 어른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명으로 들어간다.
사령부 실내.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도 인근에 있다. 거대한 바위가 햄버거 모양처럼 포개져 있고, 그 바위 사이로 성인 한 사람이 고개를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직접 들어가보면 놀랍게도 사령부가 있었을 법한 넓은 공간이 있다. 한눈에 봐도 미군이 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없을 요새이다. 

# 쇼의 천국 사이판

사이판의 유명 리조트에서 저녁 식사 때면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민속춤을 구경할 수 있다. 월드리조트의 그것이 아주 유명하다. 화려한 차모로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 남녀 무용수들이 반복되는 타악기의 리듬에 맞춰 보여주는 민속춤은 원시적 본능을 자극해 자신도 모르게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하얏트호텔에서 펼쳐지는 매직쇼 '샌드캐슬쇼'도 볼만하다. 1시간 정도 진행되는 이 쇼는 아름다운 무희들의 춤과 미국에서도 방송 출연을 통해 잘 알려진 미술사 안토니오 리드가 나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해지기 전 선셋 크루즈.
선셋 크루즈 실내에선 식사 후 필리판 악사 로저의 신명나는 노래와 춤이 일품이다.

 사이판의 일몰은 전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이때 선셋 크루즈를 타고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해보자. 배 안에서 필리핀 악사 로저의 신명나는 노래와 춤도 일품이다. 영어는 물론 한국 일본 노래를 유창하게 부르는 그는 관광객들을 단숨에 휘어잡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 고품격 리조트, 가족휴양지로 으뜸

사이판의 고급 리조트 대부분은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일곱빛깔의 바다를 바로 볼 수 있다. 각 리조트들은 또 가족 단위 휴양객을 겨냥해 워터파크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해안가를 끼고 있어 카약 카누 스노쿨링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월드리조트가 대표적 사례. 최근 한국인이 인수한 뒤 리모델링을 해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곳은 엄청난 길이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는 튜브 슬라이드, 보디 슬라이드, 워터코스트, 파도 풀 등 캐리비안 베이에 버금가는 첨단 물놀이 시설을 자랑한다. 

월드리조트 야경.
월드리조트 물놀이 시설.
PIC 사이판 리조트의 포인트 브레이크. 고압으로 분사되는 물줄기 위에서 보드를 타는 이것은 젊은이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인근의 전통의 PIC 사이판 리조트는 고압으로 분사되는 물줄기 위에서 보드를 타는 포인트 브레이크가 단연 압권이다. 젊은 연인이나 중고생이라면 월드리조트를, 어린 아이들이라면 PIC를 권하고 싶다. 

# 떠나기전에 - 수시로 열대성 폭우… 여행에 큰 불편은 없어

사이판은 14개 섬으로 이뤄진 북마리아나 제도의 주도(主島). 14개 섬 중 사이판과 티니안, 로타가 유인도이며 나머지 11개는 무인도이다. 티니안은 2차 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을 탑재한 곳으로 유명하다.

마젤란이 발견한 사이판은 오랜 스페인 통치시대를 거쳐 1914년부터 일본의 식민지였다. 종전과 동시에 사이판을 비롯한 북마리아나 제도는 미국이 이양을 받아 1962년까지 지배했다. 지금은 미국 자치령. 외교 국방권만 미국이 관할할 뿐 이웃한 괌과 달리 미연방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원주민들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이다. 인구는 8만 명, 그 중 6만 명이 사이판에 거주하고 있다. 평균 기온은 27도, 연중 기온차가 1~2도로 거의 변화가 없다. 열대성 폭우인 스콜이 수시로 내리지만 여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

최근 금호그룹이 인수한 사이판 최고의 골프장인 라우라우베이CC.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그룹이 사이판 최고의 골프장인 라우라우베이CC를 인수, 골프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렉 노먼이 설계했다는 총 36홀인 이 골프장의 동쪽 코스 5, 6, 7번 홀은 바다가 보이는 해안절벽 코스로 공이 바다 위로 날아가는 듯한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문의 북마리아나 제도 관광청 (02)752-3189


-부산 중구 부평동시장 내 '속리산버섯'

24년간 부평동시장 내 고집, 부산서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집
가을엔 일본인 단골 많이 찾아, 밑반찬 하나같이 깔끔하고 푸짐

울릉도 취나물.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는 물김치.


 

경북 영양산 고추장아찌.

돼지고기를 겉들인 더덕구이.


공기보다 큰 밥그릇.

자연산 송이주. 별도로 주문해야 된다.


하동 청정 김치.

매일 아침 전국 최고의 수산물 집산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고등어구이.


지난해 가을 문경 대야산에 올랐다. 문경에선 문경새재를 품고 있는 문경의 진산 주흘산이 지명도 면에서 가장 앞서지만 산꾼들에게 물어보면 백두대간 대야산을 으뜸으로 칠 정도로 풍광이 아주 빼어나다. 대야산에는 '버섯 전시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 자란다. 당시 동행한 산꾼 심만섭 씨는 버섯이 발견되면 기자를 불러 일일히 설명해 주었다.

 하산 후 맛본 능이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솔버섯 가지버섯 등 대야산에서 자생하는 버섯을 넣은 전골은 지금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별미였다. 산지에서 자생하는 버섯 고유의 향이 이렇게 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으로부터 이번 주 소개할 집이 버섯전문점이라는 얘길 듣고 잠시 떠올린 기억속의 한 대목이다.
 '속리산 버섯집'. 조 회장은 "아마도 부산서는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 전문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치는 중구 부평동 부평동시장, 흔히 말하는 사거리시장 안에 위치해 있다. 부산의 대표적 먹을거리인 어묵가게 골목에서 불과 30~40m쯤 떨어져 있다고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재래시장 내에 있지만 뜻밖에도 간판이랑 식당 내부가 깔끔하다. 사장 겸 주방장인 김갑임(54) 씨는 "지난해 세밑 이 시장에 화재가 발생, 새로 공사를 할 때 우리 가게도 덩달아 리모델링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이 또 눈에 띄었다. 출입문에 송이를 의미하는 '마사다께'라는 히라가나가 보인다. 김 사장은 "한곳에서 24년쯤 버섯요리 전문점을 하다 보니 제법 유명세를 타 가을이면 우리집 송이요리를 맛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일본인들이 제법 있다"고 덧붙였다.
 일행은 조 회장과 부평동에서 의료기상사를 운영하며 이 집을 자주 찾는 '부산맛집기행' 회원 최명호 씨 등 3명. 최 씨의 안내로 더덕구이 중간 크기(1만 원)와 버섯전골 작은 것(1만 원)을 주문했다. 전골은 밥과 함께 나온다. 메뉴판에는 자연산송이 전골, 구이 등이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송이의 경우 고향인 산청과 그 주변인 함양 거창 등 지리산 권역에서 채취한 것을 사용한다"며 "요즘엔 냉동보관기술이 발달해 향이 잘 살아 있다"고 말했다.
 돌판에 나온 더덕구이는 약간 매웠고 돼지고기가 들어 있다. "원래 버섯과 닭고기가 궁합이 좋은데 닭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바꿔봤더니 반응이 좋아요."
 취나물 무침, 고추장아찌, 물김치, 김치전, 김치, 마늘장아찌, 고등어구이가 나오는 밑반찬도 하나같이 깔끔하다. 시원한 맛에 먹는 물김치는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고 울릉도산 취나물은 단골손님들이 가장 좋아한다. 무 배추는 하동의 밭에서 직접 키워 아예 거기서 김치를 담가오고, 마늘은 지인이 농사를 지어 직접 장아찌를 담아 보낸다. 고추는 영양 것만 사용하며 고등어구이는 매일 아침 공동어시장에서 직접 사와 아주 싱싱하다. 쌀은 하동, 흑미는 남해산이다.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우리 업소는 국내산 쌀 배추 김치 돼지고기 쇠고기만 취급합니다'라는 문구가 빈말이 아니다.
 버섯전골과 밥이 함께 나왔다. 표고 양송이 새송이 백일송이 목이 느타리버섯이 주재료이다. 밥은 공기밥이 아니라 약간 더 큰 그릇이다. 육고기가 아니라 버섯이다 보니 밥을 많이 담는데도 밥을 남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버섯전골은 모순 같지만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재차 맛을 봐도 그렇다. 맛깔스런 반찬과 기름진 밥 그리고 기가 막힌 버섯전골은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금세 한 그룻 뚝딱 비운다. 지난해 문경 대야산에서 맛본 자연산 버섯전골에 버금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버섯으로 만든 술도 있다. 더덕 영지 송이로 만든 버섯주(3000원), 자연산송이주(5000원)가 그것이다. 식사 후 영지버섯을 달인 영지차도 원할 경우 제공된다. 커피 또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김 사장은 "단지 몇천 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초행이라면 찾기가 어렵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로 나와 옛 삼보예식장을 지나 부평동 사거리로 가는 도중 우리은행 맞은편 BYC 가게로 들어오든지, 옛 미문화원 쪽 큰 도로에선 부산은행 부평동 지점에서 부평동시장 쪽으로 내려오면 만난다.
 우리은행 인근에 주차장도 있다. 시간 제한없이 무료. (051)245-0464

#주인장 한마디

배드민턴 동호인인 김갑임(사진) 사장은 배포가 큰 여장부였다. 이 불경기에 식재료와 심지어 커피까지 최고급으로 사용하는 데다 가격까지 현실적으로 받고 있어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려울수록 나눠 먹어야죠"라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불황이라 지금까지 써 오던 것을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낮추면 단골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김 사장의 단골들에 대한 배려는 아주 깊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절반이 단골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단골들의 입맛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했다. 오늘 기자와 합석한 최 사장의 경우 평소 약간 싱겁게 드신다고 말했다. 물어보니 정말이었다.
 거의 매일 찾는 단골들을 위해선 버섯의 종류를 약간 달리하고 곁들이는 양념 또한 변화를 준다. 똑같은 맛을 내는 요리는 산해진미라도 물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에는 기억력이 점차 줄어 단골들의 취향과 입맛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한다. 단골들을 위한 맞춤식 식단도 기억력 감퇴로 이제 오락가락한다는 것. 메모라도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만큼 손님들을 배려하는 식당은 아마도 없을 듯싶다.
 "버섯만큼 가격에 비해 맛이 있고 영양가가 풍부한 재료가 없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최고의 웰빙 식품이 아닙니까."
 단골들 중 알 만한 유명 인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거 있잖아요, 대학교수 유도 선수(하형주였다), 개그맨 이경규 김영철, 지금은 말해도 되나요 전경환 씨요." 약간 머쓱했던지 한마디 더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짭짤한 그 맛 먹어볼수록 별미네"
조개는 고소한 중합이 적합
화이트와인 곁들이면 안성맞춤
허블 일종 바질 '약방의 감초'



 부산 해운대 해변에 위치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이태리 레스토랑 '꼴라비니' 지배인인 신동훈(39) 씨. 그는 호텔을 대표하는 와인 소믈리에이다. 호텔 내 와인 관련, VIP고객 전담은 물론 외부에 강연을 나가기도 하는 '와인 전도사'이기도 하다. 

 평소 신 씨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로부터 어떤 와인에 어떤 음식이 잘 어울리는지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와인 전문가인 신 씨는 이 때문에 파스타를 비롯한 이태리 음식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방의 문턱도 자주 넘나들었다. 요리에도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태리 음식의 수많은 메뉴 중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봉골레 스파게티. 봉골레는 이태리어로 조개라는 뜻.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집에서 직접 해먹는 '봉골레 스파게티' 마니아다. 어깨 너머로 배운 곳이 호텔 이태리 레스토랑 주방이다 보니 그의 레시피는 정통 이태리 요리와 흡사하다.

<재료> 스파게티면 중합 올리브오일 바질 레몬 방울토마토 화이트와인 파슬리 마늘 건고추 양파 소금 통후추

재료 준비
1인분 기준일 경우 중합은 12개 정도 필요하다.  고소한 중합보다 백합이 약간 더 비싸다. 해감은 소금물에 2시간 정도 담가 음지에 두면 된다. 마늘(3쪽)은 가늘게 썰고 양파는 가급적 잘게 만든다. 건고추는 씨를 뺀다. 허브의 일종인 바질 일부는 올리브오일에 담가 절여 놓는다. 파슬리는 잘게 만들어 건조시켜 놓고 레몬은 4분의 1조각이면 충분하다.

면 삶기
초보자일 경우 면의 양을 재는 게 어렵다. 통상 성인 남자의 엄지와 검지로 동그랗게 원을 만든 후 다른 엄지가 쉽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면 1인분으로 보면 된다. 보통 80~100g 정도. 물에다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넣고 삶는다. 소금은 약간 짠맛이 날 정도면 된다. 올리브오일은 면이 서로 달라 붙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삶는 시간은 면 봉지 겉면에 표기돼 있다. 일반적으로 9분 정도. "면은 삶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죠. 약간 덜 삶는 것이 맛있죠."

소스만들기
불에 달군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적당히 두르고 얇게 썬 마늘과 양파를 넣고 볶는다. 해감시켜 놓은 중합을 넣고 불의 세기를 약간 올린다. 화이트와인을 조금 넣는다. 중합의 비릿한 맛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와인은 드라이한 것을 사용해야 된다. 그날 봉골레 스파게티와 함께 마실 와인이면 궁합이 더 맞다. 만일 와인이 없다면 면 삶은 물을 사용해도 된다. 중합의 입이 열릴 때까지 뚜껑을 닫아 놓자. 시간은 대략 3분 정도 걸린다. 불이 너무 세면 중합 껍질이 깨지니 유의하길. 중합의 입이 열리기 시작할 때 레몬을 짜 액을 흩뿌린 뒤 레몬을 아예 같이 팬에 넣는다. 이후 취향에 따라 통후추와 소금, 건고추 등으로 간을 맞추고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끓인다. 이때 너무 졸이면 짜질 수 있다. 간은 면 삶은 물로 조절 가능하다.

완성
물기 뺀 스파게티면을 넣은 뒤 소스가 골고루 스며들게 저어준다. 방울토마토도 넣고 불끄기 전에 올리브오일에 절여 놓은 바질을 넣는다. 파슬리와 생바질을 곁들이며 마무리를 한다. 바질은 장식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봉골레 스파게티에선 없어선 안 될 재료이다. 소금 후추만으로 허전한 공간을 바질이 메워준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넣어도 된다.


맛보기
처음 맛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 짜다고 느낄 수 있다. 짠 걸 싫어하는 분들은 면 삶는 물에 소금을 줄이고, 화이트와인 대신 면 삶은 물을 조금 더 넣어서 조리하면 된다. 신 씨는 "처음엔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지만 몇 번만 먹어보면 매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알프스 고봉준령 한눈에 조망, 표충사 원점회귀 5시간30분 코스
가파른 험로 헤쳐 오르면 일사천리, 정상석은 없지만 풍광 만큼은 최고
 

             빙벽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학암폭포. 아쉽게도 녹고 있었다.
폭포가 얼면 마니아들은 이곳에서 비박을 하며 훈련을 한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등이 이를 입증한다. 제대로 얼면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으로 덮인다.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

이 영남알프스는 장쾌한 능선과 짜릿한 암릉, 확 트인 조망을 기본으로 각종 야생화와 신록 폭포 단풍 백설 등 계절별로 다양한 선물을 안겨줘 이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 산군(山群)은 마루금으로 연결돼 종주산행도 가능하지만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 등 5개 시군에 걸쳐있어 권역별로 이른바 베이스캠프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권은 석남사나 운문령, 운문산권은 얼음골 인근 남명리, 재약산권은 표충사, 영축산권은 통도사, 간월·신불산권은 등억온천 등등.

그럼 산꾼들이 가장 몰리는 베이스캠프는 어디일까. 각 지자체가 따로 관리하다 보니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체로 재약산권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원효 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표충사가 우선 볼거리인데다 영남알프스의 맹주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이 불과 50분 거리에 이웃해 있다. 이는 영남알프스 봉우리 중 비교적 지척에 있다는 간월~신불, 신불~영축산의 그것보다 가깝다.

무엇보다 표충사에서 출발하는 등로가 타 베이스캠프의 그것보다 다양하다. 흑룡폭포~층층폭포~고사리분교 터~사자평~재약산~천황산을 거치는 원점회귀 코스를 기본으로 한계암~금강폭포 코스, 내원암~진불암 코스, 표충사 뒤 재약산 중간길~고사리분교 터 코스 등 체력에 맞게 3~5시간 정도로 맞춤산행을 할 수 있다.

천황산 재약산 등으로 대표되는 재약산권은 이웃한 몇몇 봉우리를 추가할 경우 이른바 `재약5봉' `재약8봉'으로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이 명칭은 표충사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총칭하는 것으로 ‘재약5봉’의 경우 경내에서 볼 때 맨 왼쪽 필봉에서 천황산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해당되고, ‘재약8봉’은 재약5봉에 문수봉 관음봉 고암봉이 포함된다.

산행팀은 ‘재약5봉’ 중 비교적 덜 알려진 재약봉(954m)을 표충사에서 원점회귀했다. 산행은 표충사~옥류동천~간이 매점~계곡 갈림길~작전도로~학암폭포~전봇대 갈림길~험로~지능선~잇단 바위전망대~옛 헬기장~재약봉 정상~사거리~표충사·향로산 갈림길(917봉)~너덜길~작전도로~간이 매점~표충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안팎. 길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일부 구간에서 만나는 험로는 다소 부담스럽다. 하지만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영남알프스 산군을 바라보는 조망은 감동적이다.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표충사에서 바라본 '재약8봉'. 왼쪽부터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이다.

표충사 일주문 앞에서 우측 옥류동천을 따라 간다. 150m쯤 뒤 `재약산 5.2㎞'라 적힌 지점에서 계곡을 건넌다. 간이 매점을 지나 15분 뒤 계곡 갈림길. 왼쪽은 계곡건너 층층폭포와 고사리분교 터를 거쳐 재약산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바로 옆 지계곡을 살짝 건너 S자 된비알로 오른다. 만만찮다. 갈림길을 한 번 만나지만 곧 만나니 개의치 말자. 13분 뒤 작전도로. 이 길은 사자평을 거쳐 배내고개까지 이어진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학암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3분 뒤 다리를 지나 왼쪽 지계곡으로 오른다. 마땅한 길이 없어 그저 암반 따라 물을 피해 오른다. 15분쯤 힘겹게 오르면 높이 30m, 폭 40m쯤 되는 엄청난 규모의 기암절벽 아래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진다. 학암바위와 학암폭포다. 빙벽 마니아들이 한겨울이면 비박을 하며 훈련하는 곳이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그리고 널브러진 비닐이 이를 입증한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겨울이면 폭포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이 얼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다시 자동우량경보시설이 위치한 작전도로 원점으로 되돌아가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한 굽이 돌 무렵 갈림길. 오른쪽 기울어진 전봇대 아래 열린 길로 간다. 칡밭, 재약봉, 향로산 가는 낙엽길이다. 2, 3분 뒤 다시 전봇대. 또렷한 메인 길 대신 전봇대를 끼고 왼쪽으로 오른다. 길이 애매모호한데다 험하다. 집채만한 바위벽 아래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10여분 뒤 지능선에 닿는다. 여전히 급경사길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50m 정도 힘겹게 오르면 그제서야 숨을 돌린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의 뒤가 재약봉이고 그 우측이 하산 직전의 917봉이다.
산행 초입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재약산과 우측 누린 빛의 사자평. 자세히 보년 우측 중앙에 폭폭가 보인다. 그 유명한 층층폭포이다. 
사자평 뒤로 천황봉도 보인다.
당겨 본 층층폭포.
산행 중 보이는 표충사.

이제부터 험한 길은 거의 없다. 30분쯤 뒤 산죽 사이를 뚫고 집채만한 바위에 오른다. 멋진 전망대다. 그간 나뭇가지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던 층층폭포와 사자평이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면 코 앞의 재약산에는 두 개의 등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윗길은 표충사 수충루 왼쪽 부도탑을 지나 고사리분교 터로 가는 길이고 아랫길은 산행팀이 앞서 계곡 갈림길에서 버린 왼쪽길이다. 이 길은 층층폭포 상하단 사이로 이어진다.

사자평 오른쪽 끄트머리는 능선 자체가 코끼리 코처럼 길게 늘어진 코끼리봉, 발 아래 표충사 오른쪽 위로는 매바위와 필봉. 표충사 뒤론 저 멀리 둥그스름한 봉인 정각산과 그 왼쪽 뒤로 승학산 중산 석이바위봉 낙화산이 펼쳐진다. 이후 산길은 일사천리. 15분 뒤 다시 전망대. 재약산 뒤 가려져 있던 천황산도 보이고, 사자평 뒤 능동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삼각점이 위치한 재약봉 정상. 영남알스프 산군의 물결이 출렁일 정도로 전망이 빼어나다.

본격 재약봉으로 향한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옛 헬기장을 지나, 삼각점봉을 지나면 마침내 상봉. 두 번째 전망대에서 30분 소요. 정상석은 없다. 영남알프스 전망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정북으로 재약산 천황산, 그 우측 뒤 가지산 가지산중봉 상운산, 그 앞 능동산과 배내고개 배내봉 오두산, 그 뒤 고헌산, 그 우측으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함박등 죽밭등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동쪽 발 아래는 배내골로 신불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남쪽으론 향로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코끼리봉을 거쳐 재약산으로 이어진다. 해서, 산행팀은 오른쪽길로 하산한다. 향로산 방향이지만 향로산 못가 917봉에서 표충사로 내려선다. 내달릴 수 있는 길이다. 등로 좌우에 몇 차례 길이 열려있지만 왼쪽은 원동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종점인 장선 방향이고 오른쪽은 칡밭 가는 길이어서 계속 직진만 한다.
 
45분쯤 뒤 선리 갈림길이다. 선리는 울산 쪽 향로산의 들머리다. 계속 직진한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지도상의 917봉이다. 왼쪽은 향로산 방향,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바위 내리막길. 다소 험하지만 의지해 내려설 나무가 적절한 위치에 있어 가능하다. 하지만 초보자가 내려오기에는 약간 부담스럽다. 이때부터 너덜. 10분 정도 내려오면 학암폭포 입구였던 작전도로.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25분 뒤 우측에 표충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 길로 15분이면 표충사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재약8봉 중 고암봉 위치 확인안돼

'재약5봉' '재약8봉'과 관련, 이에 대한 이견과 풀리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표충사 한주 무이 스님은 익히 알려진 문필봉 천황산 재약산까지는 같지만 재약봉 향로산 대신 관음봉 노적봉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관음봉의 경우 수년 전 등산객으로부터 들었고, 노적봉은 오래 전부터 절에서 내려오는 이름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또 흔히 알려진 필봉을 문필봉이라고 했다. 필봉은 특히 표충사 경내에서 보면 붓을 연상시키듯 뾰족한 모양이지만 해발고도가 꽤 되는 곳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암봉 중 하나여서 약간은 실망스럽다.

재약8봉 중 하나인 고암봉은 어느 누구도 위치를 알지 못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재약5봉 재약8봉의 유무를 떠나 표충사 경내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이렇게 결론지었다. 제일 왼쪽 뾰족봉인 (문)필봉에서 오른쪽으로 천황산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 재약봉 917봉 향로산 순이라고. 이럴 경우 8개다.

그는 무이 스님이 지적한 노적봉과 관련, 생긴 모양이 노적가리를 닮은 학암폭포가 위치한 학암바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학암바위도 역시 경내에서 보인다.

참고 하나. 표충사 입구 '표충사 관광안내도'에 보면 수미봉 옆에 문수봉이라고 적혀 있다.

 #교통편 - 어디서나 대중교통·승용차 이용 편리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표충사행 버스를 타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호는 45분 걸린다.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걸린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는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에 출발한다. 35분 걸리고 2400원.

표충사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4시30분,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10분, 8시(막차)에 있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단장 표충사 1077번 지방도 우회전~금곡교 지나~아불교 지나~집단시설지구 공용주차장(또는 표충사 경내 주차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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