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고 졸리는 봄 약선요리로 힘내볼까
국내 최고 약선요리 전문가 최만순 박사 영입
'약선요리=한약재 특유 향과 맛' 선입견은 금물

장삼이사들에게 '약선(藥膳)요리'라 하면 열에 아홉은 몸에는 좋겠지만 왠지 약냄새를 떠올리며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한약재 특유의 향과 쓴맛이 날거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사실 기자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약선요리는 어떤 요리일까. 요약하면 동양약학과 음식이론이 서로 융합, 약재와 식품을 적절히 배합 또는 조리하여 모양뿐 아니라 맛 향 색이 잘 어우러진 건강음식이다.

 그럼 이 약선요리를 부산에서 하는 곳이 어디일까.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호텔농심 한식당 '내당'이다. 호텔농심은 국내 최고의 약선요리 전문가인 최만순 박사를 고문으로 영입, 지난해 8월부터 약선요리를 계절별로 출시하고 있다.

호텔농심 전경입니다. 주차장에서 사진 아래 다리를 건너면 한식당 '내당'이 있습니다.
한식당 '내당' 입구입니다.
입구 옆 가로등에 약선요리를 알리는 광고 문구가 보입니다.
한식당 '내당'  정문입니다.
한식당 '내당'과 호텔농심 전경입니다. 서울 부산을 비롯한 국내 특급호텔은 한식당의 경우 이윤이 적어 없애는 추세이지만 호텔농심의 경우 이 한옥 덕분에 한식당 '내당'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양가 상견례나 중요한 비즈니스 등 손님 모시에 적당할 듯 싶다.
농심호텔 바로 옆에는 허심청과 함께 물 좋기로 소문난, 동래온천을 대표하는 녹천탕이 위치해 있다.


 특히 호텔농심에서 약선요리를 담당하는 강도균 조리장과 박재석 조리사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약재 도시로 가장 유명한 강서성 장수시에서 열린 국제 약선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해 단체 및 개인부문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각각 수상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호텔농심 한식당 '내당'은 웬만한 특급호텔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옥 건물이다. 약선요리와 한옥의 궁합은 식사 전 우선 심리적으로 아득하게 다가온다. 여느 절집의 일주문을 연상시키는 '내당문'을 들어서면 조선시대 명문가 못지 않은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기다린다. 마당의 조경 또한 한옥과 한데 어우러져 운치가 그만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약선요리에 사용된 약재가 유리 부스에 전시돼 있고 벽에는 국제 약선요리 경연대회에서 탄 상장과 메달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정원이 유리창으로 훤히 보이는 방으로 안내된다. 비즈니스 접대나 상견례 등 귀한 분을 모시는 자리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 들어서면 약선요리에 사용된 약재가 유리 부스에 전시돼 있습니다. 
벽에는 국제 약선요리 경연대회에서 탄 상장과 메달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습니다. 

 개량한복을 입은 직원이 주문을 받으며 '내당'에서 만든 '계절별 약선요리'라 적힌 브로셔를 나눠준다. 약선요리에 관한 정의와 코스별로 나오는 순서와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 및 일어판 브로셔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먼저 칡차, 소라 및 냉이죽, 게살 샐러드가 나온다. 칡차는 봄철 황사에, 소라 및 냉이죽은 눈의 충혈 예방에, 게살 샐러드는 기를 살리고 오장을 안정시켜준다고 직원이 서빙을 하며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

먼저 칡차(왼쪽)와 소라 및 냉이죽.
게살 샐러드.
맛깔스러운 보쌈김치를 곁들인 구기자소스 돼지고기수육.
양의 기운을 돋워주는 육종용소스를 가미한 전복초 .

 본격 요리 차례. 새우 해삼 닭가슴살 죽순 등을 다져 만든 사해일춘, 맛깔스러운 보쌈김치를 곁들인 구기자소스 돼지고기수육, 양의 기운을 돋워주는 육종용소스를 가미한 전복초 등 산해진미가 잇따라 들어올 땐 혀가 춤을 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때쯤이면 내당에서 직접 담갔다는 호박동동주가 서비스로 나와 입맛을 북돋워준다.

새우 해삼 닭가슴살 죽순 등을 다져 만든 사해일춘.
당근 붉은무잎 새싹 어린부추 산딸기 돌나물 등 봄 향기 나는 야채들과 붉은선인장 국수와 비벼먹는 홍안이 되는 봄채요리.
당 현종이 먹고서 기력을 찾았다는 바다장어와 더덕구이.
미나리와 양파를 곁들인 하수오 오리불고기.

 
맛의 향연은 계속된다. 당근 붉은무잎 새싹 어린부추 산딸기 돌나물 등 봄 향기 나는 야채들과 붉은선인장 국수와 비벼먹는 홍안이 되는 봄채요리, 당 현종이 먹고서 기력을 찾았다는 바다장어와 더덕구이, 미나리와 양파를 곁들인 하수오 오리불고기 또한 맛의 기쁨을 새삼 일깨워준다.

도미 매생이탕.
다이어트에 특히 도움이 된다는 율무밥. 
더덕을 넣은 사삼 된장찌개.

 국물이 시원한 도미 매생이탕에 이어 다이어트에 특히 도움이 된다는 율무밥과 더덕을 넣은 사삼 된장찌개로 깔끔하게 식사를 마무리한다. 하나같이 담백하고도 깔끔한 별미에 다름 아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일식이나 중식보다도 훨씬 품격있게 식사를 한 듯하다.

 예부터 행운과 복을 안겨준다는 길상호박과 몸안의 수액이 잘 흐르게 하는 뽕나무 식혜로 마무리한 '내당' 봄 약선요리는 이 봄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후식입니다. 예부터 행운과 복을 안겨준다는 길상호박.
몸안의 수액이 잘 흐르게 하는 뽕나무 식혜.

 5만 원과 3만 원(세금 봉사료 별도) 등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전자는 앞서 소개한 14가지, 후자는 그 중 홍안이 되는 봄채요리, 육종용소스 전복초, 하수오 오리불고기가 빠지지만 그래도 진수성찬이다. 4월까지 선보인다. (051)550-2335~6

# 조리장 한마디- 강도균 조리장

"약재를 음식으로 바꿀 때의 이론적 뒷받침 필수"

호텔농심 한식당 '내당'의 강도균 조리장은 "'내당'의 약선요리는 우선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약선요리를 자꾸 한약재와 결부시키는 이유에 대해 약재를 약으로 쓸 때와 음식으로 사용할 때 그 사용 방법을 잘 몰라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칡차를 예로 들었다.
 약선요리에서의 칡은 음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데쳐서 술과 설탕을 넣은 후 볶아서 차를 끓인다. 그는 "이 과정을 원재료가 갖는 성질을 '평음식'으로 바꾼다"라고 표현했다.

 중요한 점은 누구든지 약재의 효능은 알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음식으로 바꾸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이 바로 약선요리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호텔농심 전복선 홍보 담당은 "'내당'처럼 재료 하나하나의 이론과 궁합을 따져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는 약선요리전문점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조리장은 "약선요리는 앞으로 봄뿐만 아니라 절기에 따라 코스가 개발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 약선요리를 먹고 몸이 건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약선요리 강좌도 연다

한편 호텔농심 한식당 '내당'은  
국내 최고의 약선요리 전문가이자 세계 중화 미식 약선연구회 최만순 회장을 초빙, 오는 4월 7일, 21일, 5월 4일, 19일 약선 강좌를 네 차례 연다. 

 오는 4월 7일에는 청명 절기에 자주 오는 피로를 예방하는 '약선 죽과 차 만들기'를 마련한다. 봄철 황사로 인한 각종 질병을 예방해주는 칡차를 맛있게 만드는 요령과 소라냉이죽을 끓이는 법을 알려준다. 소라냉이죽은 간기운 상승으로 인한 충혈이나 눈병을 예방한다.

 4월 21일에는 곡우 절기에 인체의 기와 혈을 보강해주는 보양 약선 요리를 배워본다. 사방에서 봄이 오는 소리라는 뜻의 사해일춘 요리, 관절·식욕감퇴에 좋은 도미매생이탕을 만들어본다.

 5월 4일에는 입하 절기에 감기를 예방하는 닭 죽과 식혜를 만들고, 같은 달 19일에는 약선요리와 와인에 대해 배워보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시간은 오후 3시 30분. 무료.

최만순 회장은 "겨우내 허약해진 몸을 음식으로 보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약선요리를 소개할 예정"이라며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약선요리법은 물론 효능도 자세히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농심은 오는 4월 17일 14가지 약선코스와 와인을 맛보며 이야기하는 '봄 약선 코스 체험강좌'를 연다. 1인당 5만 원. 문의 (051)550-2335




# 부산 호암초등 김선혜 교사의 추억의 도시락 반찬만들기

자투리 야채 정리할 좋은 기회
달걀물 이용하면 소화 잘 돼
도시락 싸며 부모 은혜 되새겨

 
지금이야 학교에서 급식이 되기에 도시락 싸는 일이 사라졌지만 예전의 도시락은 매일매일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반찬 때문에 벌였던 어머니와의 적지 않았던 투쟁과 도시락 반찬을 나눠먹으며 친구들과 나눈 우정은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부산 호암초등학교 김선혜(34) 교사는 요즘도 이따금 도시락을 싼다. 7살과 백일이 갓 지난 두 아들의 엄마인 김 교사의 남편이 종합병원 레지던트여서 업무상 외박이 잦아 얼굴도 볼 겸 해서 도시락을 준비해 찾는다는 것.
 딸 셋 중 첫째인 김 교사는 "남편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동생들 것까지 매일 도시락 5개를 정성스럽게 싸면서 저녁 반찬과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신 친정어머니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회상했다. 당시 친정어머니가 자주 해주시고, 지금은 자신이 남편에게 즐겨 싸주는 야채전과 돼지고기 강정을 김 교사를 따라 만들어보자.

야채전

<재료> 버섯 맛살 달걀 소금과 갖은 야채


제철 야채도 좋지만 냉장고 속에 굴러다니는 자투리 야채들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도랑 치고 가재 잡을 좋은 기회이다. 김 교사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피망과 깻잎을 넣으면 향이 좋고, 당근을 곁들이면 색깔이 예쁘다고 말한다.
 이날 김 교사는 표고버섯 팽이버섯 호박고구마 잔파 호박 당근 등 냉장고에 있는 야채와 맛살을 준비했다. 먼저 이 야채들을 가늘게 채 썰어 모아둔다. 채 쓴 야채를 충분히 적실 수 있을 정도의 달걀물을 푼다. 보통 전이라고 하면 밀가루를 사용하지만 이 야채전은 달걀물로만 부쳐낸다. 훨씬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데다 맛 또한 더 좋기 때문이다.
 달군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부침개를 만들 듯이 어른 손바닥 반 정도 되는 크기로 구워낸다.

돼지고기 강정

<재료> 돼지목살 양파 소금 후추 생강즙 고춧가루 고추장 케첩 간장 물엿 밀가루 설탕 깨소금


 신선하고 두툼한 돼지고기 목살에 우선 약간의 생강즙과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다. 밑간을 돼지목살에 밀가루를 얇게 입힌다. 밀가루 대신 전분을 사용하면 약간 더 바삭바삭해진다. 약간의 식용유를 두르고 밀가루를 입힌 돼지목살을 노릇하게 구워낸다. 이때 가위로 돼지목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구운 고기가 식을 동안 양파를 잘게 다진다. 양파는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란다.
 새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을 낸 다음 잘게 다진 양파가 투명해지도록 다시 볶는다. 여기에 준비한 고춧가루 고추장 케첩 간장 물엿과 맛술(청주도 가능) 등으로 갖은 양념을 한 다음 구워낸 돼지목살에 양념이 잘 배도록 한다.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매운맛을 좋아하면 고추장을 약간 더 넣어도 상관없다. 양념이 골고루 배었으면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한다.
 김 교사는 "남편과 아이도 그냥 튀긴 것 보다는 약간 양념이 된 음식을 좋아한다"며 "그래도 친정어머니의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성과 양념의 미세한 차이인듯한데 아무리 달리 해봐도 그 맛을 찾을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일본 본토인 큐슈 후쿠오카에선 134㎞ 정도 떨어져 있지만 부산에선 불과 49.5㎞ 밖에 되지 않는 '국경의 섬' 대마도(쓰시마섬).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망언이 잇따를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 자주 회자되는 대마도.

 얼마 전 대마도를 다녀왔다. 드림플라워호에 몸을 싣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벌써 대마도였다. 최대항인 이즈하라에선 비록 채널 하나지만 한국 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한국땅과 가까운 한국전망대에선 이동전화가 터진다. 가깝다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입국심사장에선 현지 직원이 우리말로 "며칠 동안 계실겁니까"라고 유창하게 묻질 않나 웬만한 쇼핑숍에선 '어서 오세요'를 시작으로 메뉴판까지 모두 히라카나와 한글이 동시에 적혀 있다. 계산대의 직원 또한 간단한 한국어 사용은 기본이다.
적어도 번화가인 이즈하라에만 머문다면 일본어를 몰라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한국인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넘쳐난다.

초고령화로 지역 경제가 말이 아닌 대마도 입장에선 '큰 손님'인 한국인들에 대한 배려는 솔직히 말하자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법하다.

 현재 대마도의 인구는 3만8000여 명, 비록 지금은 엔고로 인해 한국관광객의 방문이 한풀 꺾였지만 엔고 이전에는 한 해 대마도 인구보다 많은 14만여 명이 찾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현재의 대마도에는 이제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곳곳에 한국어 간판과 안내문이 눈에 띈다. 자, 한번 볼까요.

이즈하라 우체국 맞은편에 위치한 대형 마트인 'Red Cabbage' 입구.
이즈하라 우체국.
우동집 입구에도 이렇게 친절하게 한글로 표기돼 있다.
              드라마 '일지매' 포스트.
드라마 '일지매' 포스트 옆에는 이곳 대마도에서 촬영을 했으며 한국에서의 첫 방송 날짜와 시간을 알려 주고 있다.

큰 건물 내엔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 지원센터' 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심지어 '피난경로도'에도 한글이 적혀 있다.



자, 이제는 자리를 옮겨볼까요. 

식당 입구 문에도 '어서오세요'라는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식당 내부에는 한국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의 야경'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 조그만 섬의 불빛은 해상자위대라고 합니다.
한국인이 다녀간 흔적입니다.
아소만 해상 야외 요리집에도 이런 안내판이 걸려 있습니다.
약간 보기에 쑥쓰러운 간판도 보였습니다. 어딜 가나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선 얼굴이 화끈거려 빨리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즈하라 번화가의 조그만 골목에 위치한 조그만 카페문에 걸린 문구입니다. 보는 순간 창피해서 그만 고개를 돌리고 피했습니다. 한편으론 얼마 만큼 피해를 봤길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됐는지 사정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 카페의 정문입니다. 물론 한국인들이 잘못은 했습니다. 그렇다고 극히 일부가 불손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규정짓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관방장관이나 총리가 독도 망언, 아니 최근에는 제주도 망언을 했다고 해서 한국의 모든 식당이나 숙박업소에서 일본인 출입금지를 하면 되나요.

사소한 문제지만 누군가 나서야 합니다. 주부산 일본영사관이나 대마도 관광협회, 부산관광협회 등이 나서 중재를 해야 될듯 합니다.  


 








 

 무릇 산 이름은 산 아래 마을사람들이 산세나 산의 모양 그리고 지명 전설 등을 근거로 해 명명하거나 고서에 표기된 이름을 찾아 복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고당봉을 김해 사람들은 명필봉이라 부른다. 실제 김해지역에선 금정산이 마치 붓끝을 연상시키는 뾰족한 암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정산 고당봉은 명필봉이란 닉네임을 갖고 있지만 공식 이름은 고당봉이다. 해서, 정상석에는 '금정산 고당봉'이라 적혀 있다.

산의 정상에 세워진 정상석에 적힌 이름이 공식적인 산이름인 셈이다.
10여 년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산행기를 싣고 있는 국제신문 산행팀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는 산 이름을 적지 않게 발굴했다.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노승,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자칫 영구히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산 이름을 발굴했다. 대표적인 곳이 양산 천마산, 경주 정족산, 울산 배내봉 등. 이런 산은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 주요 산 전문 사이트에도 이름이 오르고, 정상석도 세워지고 있다.

'정상석!'. 산꾼들은 이 정상석을 참 좋아한다. 사실 산이 좋다고 하지만 막상 급경사 된비알을 오르다 보면 힘이 드는 게 인지상정. 이 때문에 정상에 오르면 해냈다고 성취감과 함께 더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그렇게 정상석이 고마울 수 없다.
 
 오랫동안 산행을 담당해온 기자는 지금까지 산행 도중 정상석과 관련, 보고 들은 적지 않은 사연을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밀양 금오산(761m).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딸기를 재배한 시배지인 삼랑진읍에 우뚝 선 금오산은 고려말 충신 야은 길재의 충절이 서려 있는 구미 금오산과 남해 보리암과 기도 효험이 빼어난 향일암을 품고 있는 여수 금오산에 비해 지명도는 낮지만 헌걸찬 근육질의 암봉에 영산알프스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져 알토란 같은 숨은 명산이다. 여기에 보석 같은 낙엽길이 이어져 적지 않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금오산 정상석 왼쪽 뒤 바위 위에는 과거 어떤 비석 내지 정상석을 세웠다 떼어낸 흔적이 역력하다. 이곳이 바로 경남고 모 기수 동기생들이 정상석을 세운 흔적이다. 

 이 금오산 정상에는 정상석과 관련한 웃지 못할 사연이 하나 있다. 오래 전 경남고의 모 기수 동기생들이 이곳 금오산 정상에 정상석을 세우고 그들의 모산으로 정했다. 세월이 흘러흘러 밀양시가 정상석을 세우기 위해 금오산에 올라보니 시유지에 불법(?)으로 세운 정상석이 하나 서 있지 않은가. 이후 시는 수소문 끝에 해당 경남고 동기회에 정상석의 철거명령 최고장을 보냈다. 현재의 정상석 옆 철거 자국은 바로 당시의 웃지 못할 해프닝 때문에 남은 흔적이다.

 다음은 부산 철마산.
지난해 '부산 5산 종주'를 세 차례에 걸쳐 끝낸 기자는 두 번째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부산 기장군 철마산을 어둠이 시작되는 오후 7시께 올랐다. 조그만 정상석과 커다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었다. 문득 기자는 4년 전 이들 정상석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던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는 철마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 옆에 커다란 정상석이 서 있는 철마산 정상.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산행팀은 4년 전인 2005년 3월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소개했다. 당시 산행팀이 철마산에 올랐을 땐 지금의 커다란 정상석 대신 바로 옆의 조그만 정상석만 하나 달랑 있었다.

문제는 산행팀이 다녀간 뒤부터 신문에 소개되기까지의 10일 정도 되는 기간 중에 부산의 '철마거문산악회' 회원들이 조그만 정상석 바로 옆에 커다란 정상석을 세웠다는 것.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평소에는 전혀 취급하지 않던 정상석 사진을 그날따라 신문에 게재까지 했으니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올 수밖에.
전화내용이 거의 다 이랬다. "산행팀 정말로 철마산에 간 것이 확실합니까" 아니면 "신문에 난 그 사진은 언제적 사진입니까". 기자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은 당연지사.
신문을 보고 철마산을 찾은 한 지인은 신문에도 없는 커다란 정상석이 새로 생긴 사실을 보고 그날 정상에서 모두들 "국제신문 산행팀이 정말 다녀간 것 맞냐"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아마 문의전화가 한달쯤 계속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부산 기장의 철마산 옆 억새군락지이지 빼어난 전망대인 574봉 돌탑 옆에 지난해 8월 부산의 모 산행단체가 정상석을 하나 세웠다. 그 이름은 뜻밖에도 당나귀봉.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알고 보니 '신과 한 만남'의 약어였다.
사진 가운데 달음산과 그 뒤로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억새군락지이지 전망대인 574봉. 

 574봉 돌탑 옆에 '당나귀봉 574m'라고 적힌 정상석이 하나 서 있다.

'당나귀봉'이라 불리게 된 이유가 적혀 있다.

'당나귀봉'이라 적힌 정상석 뒤로 천성산이 보인다.


 

다른 각도에서 본 '당나귀봉' 정상석. 저 멀리 보이는 암봉은 달음산.

'당나귀봉'이라 적힌 574봉 옆에는 철마산이 손에 잡힌다. 이 때문에 산행팀은 574봉을 '철마산 중봉'이 적당할 듯 싶다.


당시 동행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발생했다"며 "굳이 정상석을 세우려면 574봉이 철마산의 전위봉임을 감안할 때 '가지산 중봉'처럼 '철마산 중봉'이나 소산벌 뒷산이기 때문에 '소산봉'쯤으로 명명했다면 모든 산꾼들이 수긍하며 박수를 쳤을텐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를 품은 장산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기장군의 수령산도 산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장산에서 수령산으로 이어지는 대형 안내판과 도중에 만나는 조그만 이정표에는 산성산과 수령산이 줄곧 혼영돼 초행자들에게는 다른 산이라는 암시를 주더니 막상 산 정상에는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기장 수령산'이라 적힌 이정표.
'산성산'이라 적힌 이정표.
대형 안내판 약간의 우측 상단에는 산성산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기장산성의 흔적.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정상석. 산불초소 우측으로는 광활한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행팀은 산행 도중 한번만이라도 '산성산(수령산)'이라고 표기했으면 큰 혼란을 야기시키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수령산 정상 직전에 '기장산성'이라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오래 전에 (기장)산성이 있어 산성산이라는 이름이 있었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 이쯤 되면 기장의 관련 공무원들은 모두 징계 내지 집에 가야 되지 않느냐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기장군에서는 산행팀에 이정표와 관련한 문의전화를 걸어왔다. 산행팀이 지적한 기장군의 엉터리 이정표는 사실 수령산뿐 아니라 여렷 있다.
산행팀은 본대로 느낀대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곤 이후 생업(?) 때문에 확인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나는 대로 확인 후 결과를 포스팅할 계획이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의 '파류봉'에 세워진 '파리봉'이란 정상석은 산행팀에게 큰 곤욕을 안겨줬다. 파류봉은 금정산성 제1망루 북쪽에 위치한 하나의 준봉. 참고로 제1망루 남쪽에는 상계봉이 위치해 있다.

 파류봉에는 부산의 모 산악회가 '파리봉'이라는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국제신문 산행팀은 산행기에서 파류봉이라 언급하고 지도에는 파류(파리)봉이라 표기했다.
 이에 한 독자는 정상석에 엄연히 '파리봉'이라 적혀 있는데 산행팀이 '파류봉'이라 적었다는 이유로 전화를 걸어 틀렸다고 항의를 하지 않는가. 부산시가 공식적으로 세운 정상석도 아닌데 말이다.

 적지 않은 자료를 뒤져봐도 딱히 어느 것 하나 '이것이 맞다' 라고 입증할 문구는 없다. 산행팀도 당시 고민이 많아 가까운 지인들에게 문의를 해본 결과 파류봉이 일반적으로 많이 회자된다는 사실에 입각해 파류봉으로 사용했음을 밝혀둔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산악회는 산 정상에 정상석을 세울 수 없다"고 말한 후 "그 정상석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 된다면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원론적인 답만 했을 뿐이었다.


 '파리봉'이라 적힌 정상석.

부산 기장군, 보석같은 능선 5시간 산행
하산길의 의양골 계곡 '숨은 진주' 발견


20일은 춘분. 완연한 봄이다.

얼어붙은 대지 곳곳에 봄이 움트고 있다. 삭풍이 몰아치던 마을 뒷산 언덕바지에는 나물 캐는 아낙네가 삼삼오오 모여 있고 겨우내 숨죽은 듯 잠잠하던 숲은 새소리에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514봉에서 본 달음산(우측 제일 높은 암봉).

양지바른 너른 터에는 야생화가 이미 고개를 내밀었고 파란 새싹은 애기 손톱 크기로 자라났다.

봄을 좀 더 몸으로 빨리 느끼려면 산만한 데가 없다. 혹자들은 산이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고 느끼겠지만 아침 저녁 다르고 365일 시시각각 변신하는 곳이 산이다.

올들어 부산의 야생화 마니아들은 지난달부터 야생화를 찾으러 부산의 온 산을 구석구석 누볐다.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곳이 바로 기장 철마산. 그 만큼 빨리 봄이 찾아온다.

흔히 부산의 산 하면 십중팔구는 금정산을 떠올린다. 분명 산세로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것 없는 명산이지만 도심의 산이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이제는 ‘유원지화'된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최근 그 대안으로 기장의 산을 많이 찾는 추세다.

동해바다와 인접한 기장에는 의외로 산이 많다. 금정 백양 황령 등 기장을 제외한 전 지역의 산을 합해도 수적인 면에서 버금간다.

동부의 천마산 아홉산(철마) 일광산 달음산을 비롯 서부 철마산 거문산 공덕산, 남부 개좌산 운봉산 아홉산(회동), 북부 백운산 망월산 용천산 석은덤 등등. 한눈에 압도될 만큼 고봉준령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수수하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이들 산은 대부분 능선으로 이어져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달음산~철마산으로 이어지는 8~9시간의 동서코스는 금정산~백양산의 그것에 버금가고, 백운~철마산의 남북코스 또한 보석같은 능선길이다.

 이번 주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을 찾았다. 기장의 모든 산뿐 아니라 동해바다 금정산 대운산 영남알프스 등 부산과 동부경남 일대의 이름깨나 있는 산의 물결을 죄다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산길에 만나는 의양골 계곡은 부산에도 이런 계곡이 있었나 할 정도로 유량이나 규모 면에서 놀랄 만큼 아름답다.

산행은 부산 기장군 철마면사무소~와여마을~하우스 민가~514m봉~거문산 정상~500m봉~임도~소산벌(마을)~소두방재(삼거리)~억새군락지(574봉)~임도(차단기)~철마산 정상~계곡(의양골)~임기마을 식수사용 표지판~임도~지장암 갈림길~임기마을~임기버스정류장(7번 국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철마면사무소 정류장에 내리면 사거리. 면사무소를 지나면 갈림길. 정면의 산이 거문산. 왼쪽 와여마을로 향한다. 마을주차장을 지나 ‘철마가든정육점'을 끼고 우측으로 향한다. 미륵사를 지나면 갈림길. 왼쪽 휘어진 길로 오른다. 임도 차단기를 넘어 직진한다. 하우스 민가를 지나면서 본격 산길이 시작된다. 곧 갈림길. 우측 오르막길로 향하면 사거리 고갯길. 직진하면 백기마을, 산행팀은 양지바른 무덤 뒤로 난 길로 능선을 타고 오른다. 이 정도면 들머리를 제대로 찾은 셈.

소나무가 한결같이 곧게 뻗은 모습이 시원하다. 신길은 점차 좁아진다. 왼쪽 아래에 다시 저수지. 결국 저수지를 축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에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10분 뒤 길 찾기 유의할 곳. 능선길로 치고 오르는 심한 오르막길이 우측에 열려 있다. 무심코 가다간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꼭 국제신문 노란 안내 리본을 살피자.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다. 25분 정도 지속된다. 마침내 514봉. 참호 모양의 큰 홈이 파여 있다. 주변이 온통 산의 파노라마다. 왼쪽 거문산, 정면 매바위 용천산 문래봉 석은덤. 몇 걸음 우측으로 자리를 옮기면 함박산 달음산, 그 우측으로 아홉산 일광산 장산이 덤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본격 거문산으로 간다. 억새와 송림이 반복된다. 15분이면 닿는다. 정상석이 없어 산행팀은 ‘거문산 545m'라고 적은 리본을 걸어 놓았다.

향후 오를 철마산은 왼쪽 방향. 능선이 곧 바로 연결돼 있지 않아 산중 마을인 소산벌을 거쳐야 한다. 낙엽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갑자기 시야가 트인다. 소산벌로 내려가기 위한 끄트머리 500m 암봉이다. 소산벌이 한눈에 보이고 산 아래 골프장인듯 파헤쳐진 곳이 시명산 자락이다.

6분 뒤 소산벌 입구 솔밭. 최근 나무를 베어 길을 낸 흔적이 역력하다. 곧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버리고 우측 마을로 향한다. 길은 신기하게도 조개껍데기로 덮여있다. 우측은 표고버섯 재배 하우스. 300m쯤 가면 왼쪽으로 철마산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억새 오름길이다. 20분 뒤 삼거리. 소두방재다. 좌측으로 간다. 우측은 매바위 망월산 백운공원묘지 가는 길이다.

10분 뒤 멋진 전망대(574m)를 만난다. 진행방향으로 정면 철마산과 장군봉이 우선 눈에 띈다. 가장 멀리 보이는 신어산, 그 앞 오봉산 토곡산 선암산(어곡산) 천마산 염수봉이, 그 앞 능선이 낙동정맥인 운봉, 천성 1, 2산, 그 뒤 정족산, 울산 문수산 남암산, 그 앞 대운산 시명산이 보이고, 뒤돌아보면(동쪽) 문래 치마 함박 달음산이, 남쪽에는 방금 지나온 거문 개좌 운봉 아홉 황령 금련 엄광 구덕 백양 금정산 상계봉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소두방재를 지나면 만나는 철마산의 자랑 억새군락지(574봉)에서 바라본 주변 풍광. 저 멀리 법기수원지 뒷산인 운봉산에서 천성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맨 우측 푹 꺼진 잘록이가 은수고개이다.

위 사진과 같은 장소인 억새군락지(574봉)에서 오르다 잠시 뒤돌아보면 달음산(가운데)과 그 우측으로 천마산 문래봉(치마산)이 보인다. 달음산 왼쪽 아래가 신도시인 정관이며 그 뒤로 동해바다의 물결이 일렁인다.


여기서 억새군락지를 지나 20분 정도 걸으면 임도. 소산벌 입구에서 임도 차단기로 이어지는 길이다. 계속 임도를 따라 가면 매바위 망월산 백운산 가는 길이어서 차단기 옆 내리막 산길로 향한다.

20여분 뒤 갈림길. 철마산 정상은 좌측, 우측길은 정상에 오른 후 다시 내려와 하산하는 길이다. 철마산 표찰이 나무에 걸려있다. 참고하길. 3분이면 정상에 선다.
605m라고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발 밑으로 금정경륜장 금정체육관 노동포지하철역이, 정면(동쪽)으로 거문산이, 남쪽으로 회동수원지가 확인된다.

부산도 산의 도시이다. 철마산 정상에서 본 부산의 봉우리들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왼쪽 거문산, 그 뒤 장산, 그 우측으로 황령산이 보인다.

하산길은 왔던 길로 3분 정도 내려가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시종 내리막길이다. 일부 구간에선 길 찾기가 애매모호하므로 노란 안내 리본을 따라가자. 30여 분 뒤 계곡과 만난다. 의양골이다. 이때부터 계곡따라 내려가면 된다. 유량도 풍부하고 너른 반석이 이어져 경관이 수려하다. 몇 차례 계류를 건너면 ‘임기마을 식수사용'이라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계류를 따라 14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사실상 산행 끝. 지장암 입구를 지나 15분이면 임기마을에 닿고 여기서 임기교를 건너 임기버스정류장까지는 다시 15분 걸린다.

# 철마산 정상석과 관련된 일화 하나

 얼마 전 '부산 5산 종주'를 세 차례에 걸쳐 끝낸 기자는 두 번째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부산 기장군 철마산을 어둠이 시작되는 오후 7시께 올랐다.  

 조그만 정상석과 커다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었다. 문득 기자는 4년 전 이들 정상석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던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커다란 정상석이 생기기전 철마산 정상.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가 달음산이며 그 앞으로 문래봉, 소산벌이 각각 확인된다. 
새롭게 세워진 커다란 정상석과 기존의 조그만 정상석. 이 커다란 정상석 때문에 산행팀은 상당히 애를 먹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산행팀은 4년 전인 2005년 3월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소개했다. 당시 산행팀이 철마산에 올랐을 땐 지금의 커다란 정상석 대신 바로 옆의 조그만 정상석만 하나 달랑 있었다.

 문제는 산행팀이 다녀간 뒤부터 신문에 소개되기까지의 10일 정도 되는 기간 중에 부산의 '철마거문산악회' 회원들이 조그만 정상석 바로 옆에 커다란 정상석을 세웠다는 것.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평소에는 전혀 취급하지 않던 정상석 사진을 그날따라 신문에 게재까지 했으니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올 수밖에.
 전화내용이 거의 다 이랬다. "산행팀 정말로 철마산에 간 것이 확실합니까" 아니면 "신문에 난 그 사진은 언제적 사진입니까". 기자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은 당연지사.

 신문을 보고 철마산을 찾은 한 지인은 신문에도 없는 커다란 정상석이 새로 생긴 사실을 보고 그날 정상에서 모두들 "국제신문 산행팀이 정말 다녀간 것 맞냐"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아마 문의전화가 한달쯤 계속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 교통편 - 마을버스 타고 면사무소 하차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온다. 금정경찰서 범어지구대와 금정중학교를 지나면 마을버스정류장. 여기서 2번 버스를 타고 철마면사무소 앞에서 내린다. 20분 정도 걸린다. 버스는 부산산업보건센터 맞은 편과 노포동 지하철역 앞에서도 정차한다. 참조하길. 출발시간은 오전 7시25, 8시5, 8시45. 9시40, 10시25분.

날머리 임기버스정류장에서는 부산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타고 노포동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된다. 247, 37, 50, 301, 147, 58, 301-1번 등이 있다.

 지리산에도 봄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리산 10경 중 하나로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불일폭포가 녹기 시작했습니다. 불일폭포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하동 화개골 쌍계사에서 오르는 길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쌍계사의 유일한 산내암자인 국사암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길이 바로 그것입니다.

쌍계사에선 2.4㎞로 상대적으로 먼 데다 오름길의 연속이어서 꽤 힘이 들지요. 해서 국사암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비교적 쉽고 길이 부드러워 이곳을 들머리로 잡았습니다.

 이 길은 지리산 남부능선 삼신봉으로 이어지지만 가파르기만 하고 조망이 좋지 않아 눈밝은 산꾼들은 들머리로 애용하지 않고 날머리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불일폭포까지의 이 길은 부드럽고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이어서 아주아주 환상적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매년 4월말이면 이 길은 화엄세계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사암은 신라 흥덕왕 때 진감 선사가 창건했습니다. 진감의 출생은 다소 독특합니다. 원래 어부 출신으로 그의 나이 36세 때 노를 젓는 고꾼으로 우연히 중국으로 갔다가 중국 승 마조 문하에 늦깎이로 출가, 동방 성인 혹은 얼굴이 검다 하여 흑두타, 즉 검은 얼굴의 부처로 존경받는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참고하시길.

               눈에 봐도 겨울은 가고, 산꾼들의 복장도 그렇고 봄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산행
초입부분입니다.

고운 최치원과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로 환학대라고 합니다.





산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어언 45분. 일순간 뜻밖에도 너른 평지가 기다립니다. 세석평전 돼지평전처럼 지리산에서 몇 안되는 산중 너른 터인 불일평전입니다. 이곳에는 재작년 작고한 변규화 옹이 30여 년간 머문 일명 '봉명산방'이라 불리는 불일평전 오두막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불일폭포휴게소'입니다. 해발은 600미터 정도라고 합니다. 이 오두막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노고단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봉명산방에는 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고 변규화 옹은 1967년 성균관대 졸업 후 바로 출가했습니다. 4년 뒤인 1971년 환속해서 1978년 이곳 불일평전에 조그만 초막을 하여 짓고 결혼해서 살았지만 1986년 상처한 후 작고하기 전까지 홀로 외롭게 지내셨지요.

변성배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불일평전 봉명산방의 이 시선 같은 사람은 텁수룩하게 길게 자란 수염으로 지리산에서도 이름난 털보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지리산 종주 200회를 하신 부산 산꾼 이광전 씨는 그의 저서 '지금도 지리산과 연애중'에서 고 변규화 옹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수염으로 보면 70대 노인 같았으나 맑고 해맑은 웃음과 잔잔한 목소리를 들으면 30대로도 보인다'.

봉명산방이란 이름은 절친하게 지내셨던 소설가 정비석 선생이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잠시 짬을 내 봉명산방과 그 주변을 둘러보겠습니다.

커다란 나무는 야생감나무인 고욤나무입니다.

연못 속의 개구리 알인 듯 합니다.

불일평전 한쪽에는 옛 야영장 옆 수돗가 내지 세면장 인듯합니다.

옛 세면장의 외형입니다.


봉명산방 옆 휴게소. 산꾼들의 쉼터인듯 합니다.

고욤나무와 쉼터.


무인판매대.

고로쇠물도 맛볼 수 있답니다.


봉명산방 좌측, 다시말해 불일평전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는 소망탑이 있습니다. 소망탑이란 글은 봉명산방을 지을 때 참여한 젊은 사람들이 바위에 음각해 만든 것이며 그 주변의 돌탑들은 땅을 고르다 나온 돌을 하나 둘씩 쌓아 올린 것입니다.

요즘에는 해빙기라 그런지 소망탑이 간혹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 이곳은 홍인수 씨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요가와 기(氣) 공부를 하는 분들입니다.

소망탑 아래에는 샘터가 있습니다. 물맛 또한 아주 좋습니다.

독일산 롯드와일러입니다. 이제 4개월 정도 됐답니다.

사람이 다가가도 깨지 않고 팔자좋게 자는 이 개는 히틀러의 경비견으로 유명하답니다. 개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일평전에서 이제 불일폭포로 가는 길입니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봄 분위기가 나지 않습니까. 봉명산방에서 불일암까지는 6, 7분이면 충분합니다.

고로쇠 파이프도 보입니다.

불일암. 1980년대 초에 화재로 인해 완전 소실돼 사라졌으나 지난 2005년 4월 다시 신축됐습니다.

불일암 대웅전.
불일암에서 바라본 풍광입니다.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산줄기가 섬진강 너머 백운산입니다.

불일암 입구의 돌배나무.

불일폭는 불임암에서 2,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폭포수 소리와 함께 나무 사이로 폭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내려옵니다.
            겨우내 얼어 있던 폭포가 드디어 얼음이 녹으면서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봄이 온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폭포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놓았습니다.


불일폭포 최상류의 모습을 당겨서 봤습니다. 얼음이 거의 다 녹아 있습니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도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폭포의 가운데 부분입니다. 역시 얼음이 녹고 있습니다.

불일폭포는 고려시대의 승려인 보조국사 지눌(1158~1210년)이 폭포 입구에 있는 암자에서 수도를 했답니다. 이에 고려 21대 왕인 희종(1181~1237년)이 지눌의 덕망과 불심에 감동하여 불일보조라는 시호를 내렸답니다.
그 시호를 따라 이 폭포를 불일폭포라 하였고 그가 수도하였던 암자를 불임암이라 불렀답니다.

불일폭포는 좌측의 청학봉, 우측의 백학봉 사이의 협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60m에 이르며 주변의 기암괴석이 잘 어울어져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하산은 쌍계사로 했습니다.

쌍계사 일주문입니다. '삼신사 쌍계사'라 적힌 편액은 근대의 명필로 이름을 떨친 해강 김규진이 단정한 예서체로 썼습니다.

한쪽편에는 산꾼들을 위한 이정표가 보입니다. 불일폭포까지는 2.4㎞.
대웅전입니다.
                        쌍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물인 국보 제47호인 진감선사 대공탑비입니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 있는 이 진감선사 대공탑비는 진감선사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신라 정강왕 2년(887년)에 세워진 것입니다. 고운 최치원이 쓴 사산비 중 하나입니다. 진감선사의 치열했던 생애가 최치원의 문장을 만나서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쌍계사 마애여래좌상.

쌍계사 마애여래좌상으로 일명 마애불로 불립니다. 대중전에서 명부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바위에 조각된 이 마애불은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선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쌍계사 구층석탑.

쌍계사 구층석탑으로 고산스님이 인도성지 순례 후 스리랑카에서 직접 갖고온 석가여해 진신사리 삼과와 산내암자인 국사암 후불탱화에서 출현한 부처님 진신사리 이과 그리고 전단나무 부처님 일위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 기장군 아홉산~함박산~곰내재~문래봉~철마산
산악마라톤 코스인 임도 대신 능선길 이어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7시간 5분 대장정
산행 내내 광활한 동해바다, 감동의 물결
574봉 인근 부산의 알려지지 않은 억새군락지
시종일관 낮은봉 오르락내리락 잔재미

아홉산으로 가는 도중 만난 산불초소가 서 있는 너른터에서 본 기장군의 대장산인 달음산(왼쪽 암봉)과 광활한 동해바다로 튀어 나온 고리원전(흰 건물). 사진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우측으로 일광산이 포진해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 저 멀리 부산 5산 종주의 시점인 해운대 장산이 보인다.

 까마중(왼쪽)과 고들빼기.
아홉산 정상. 저 멀리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곰내재공원, 인근에는 지난해 동물이동 통로인 함박생태터널이 생겼다.

곰내재공원의 안과 밖. 옛날 배우사진과 LP판이 눈길을 끈다.

소산벌(마을)과 거문산(왼쪽). 옛날 동래와 정관을 잇는 고갯마루인 소두방재.
억새가 흩날리는 574봉에 서면 최고봉인 달음산에서 오른쪽으로 천마산 함박산 문래봉이 잇따라 보이고, 그 뒤로 희미하나마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574봉에서 철마산 가는 길은 부산의 숨은 억새군락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
철마산 정상.
철마산 하산 중 내려다 본 부산의 야경. 정면으로 백양산(왼쪽)과 금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해운대 장산에서 출발한 부산 5산 종주 두 번째 구간은 모두 기장군에 속해 있다.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기장군의 내륙에는 의외로 산이 지천이다. 실제로 기장군을 제외한 부산 전역의 산을 합해도 수적인 면에서 기장군이 한 수 위다. 기장의 동쪽 동해바다엔 광활한 파도가 일렁이지만, 기장 내륙엔 산의 물결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산꾼은 사실 드물다.

기장의 산은 최고봉인 철마산(605m)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봉우리가 300~500m대로 고만고만한 동네 뒷산 정도다. 이 점이 되레 장점으로 다가와 그리 힘들이지 않고 산을 오르내리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찾는 산꾼도 생각보다 적어 호젓한 산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이다.

5산 종주 두 번째 구간의 산행은 기장군 기장읍 쌍다리재~(용천지맥길)~320봉~일광산 테마임도(정자)~아홉산·일광산 갈림길~263봉~테마임도(다리 공사중)~산불초소~테마임도~아홉산(360m)~테마임도~체육시설(정자)~함박산·곰내재 갈림길~함박산(457m)~곰내재(함박생태터널)~문래봉(511m)~소산벌~소두방재~574봉~억새군락지~임도(차단기)~철마산(605m)~기장군 철마면 입석마을~송정리 송정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7시간5분 되는 긴 산행이다. 갈림길이 워낙 많아 헷갈리지만 리본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면 무난히 산행을 마칠 수 있을 듯하다.


이 구간의 5산 종주 산악마라톤 코스는 거의 대부분 임도로 이어지지만 산행팀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능선을 이었음을 밝혀둔다.

재부 함북도민 공동묘지인 영락동산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넌다. 기장과 반송을 잇는 14번 국도로 이 지점을 흔히 쌍다리재라고 부른다.

산악마라톤 코스는 여기서 우측으로 향하지만 이 길은 일광산 테마임도까지 연결되는 임도의 연속이여서 산행팀은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 '무인카메라 단속중'이라 적힌 안내판 옆 포장로로 발길을 옮긴다. 용천지맥길이다. 100m쯤 오르면 갈림길. 직진하면 부산진교회 부활동산, 산행팀은 왼쪽 산길로 향한다.

10분 뒤 숲을 벗어나자마자 이내 갈림길. 왼쪽으로 잡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시야가 트인다. 좌측으로 금정산 고당봉과 장군봉 계명봉 토곡산이, 그 앞으로 윤산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가을 전령 억새가 흩날리는 가운데 길섶에는 쑥부쟁이 등이 보이고 시선을 우측 저 멀리 돌리면 광활한 동해바다가 가슴에 와 닿는다. 뒤돌아보면 장산이 손에 잡힌다. 산악마라톤 코스는 산행팀이 걷는 등산로 우측 10~15m 떨어진 지점에서 나란히 달리며 어떤 지점에선 5m까지 접근하기도 한다.

너른터에선 임도와 만난다. 이 너른터 끝나는 지점의 갈림길에선 능선인 산길로 직진한다. 야산 수준의 조그만 봉우리를 살짝 넘는다. 고들빼기 짚신나물 이질풀도 보인다.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 최남준 씨가 걸어 놓은 '용천지맥 320m, 준·희'라고 적힌 팻말도 지난다. 이 팻말은 이후에도 길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320봉을 내려서는 도중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칼치재 운봉산 개좌산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향한다. 4분 뒤 일광산 테마임도와 만난다. 쉬어가라고 입구에 정자가 서 있다. 산악 마라톤 코스와 만나는 지점이다. 이후 마라토너들은 좌측 임도로 달려가지만 산행팀은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임도를 가로지르며 산길로 올라선다. 입구에 '기장 MTB 경기코스'라는 팻말이 서 있다. 6분 뒤 갈림길. 바로 위에서 만나므로 무시한다. 한동안 호젓한 오솔길이 계속되다 '용천지맥 357m' 팻말을 지난다. 3분 뒤 시야가 트이는 갈림길. 조망이 기가 막히다. 기장군의 대장산인 정면 달음산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함박산(치마산) 곰내재 문래봉 철마산이, 함박산 앞쪽의 낮은 산이 아홉산, 함박산 우측 뒤로 용천산과 대운산 그리고 함박산 뒤 제일 높은 산이 천성산이다. 직진하면 바다 쪽인 일광산, 산행팀은 좌측 아홉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급내리막길이다. '용천지맥 263m' 팻말을 지나 또 다시 내려서면 테마임도와 다시 만나지만 현재 공사 중이다. 철마와 일광을 잇는 도로가 건설 중이어서 그 도로를 가로지르는 테마임도 부분은 다리로 연결하기 위해 현재 공사 중이다. 해서, 우측으로 에돌아 테마임도로 가지 않고 산길로 들어선다.

7분쯤 숲길로 오르면 산불초소가 서 있는 그늘진 너른터에 평상이 하나 놓여 있다. 오래 전 정자가 있었지만 태풍으로 인해 날아가고 기둥만 남아 있다. 조망이 아주 좋아 왼쪽 달음산, 우측 일광산, 그 가운데 고리원전과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200m대의 무명봉을 3개나 오르내리면 테마임도와 만난다. 연합목장으로 이어지는, 마라토너와 재회하는 지점이다. 임도를 따라 150m쯤 걸으면 좌측으로 안내리본과 함께 산길이 열려 있다. 12분이면 아홉산 정상에 올라선다. 오르는 길 주변 숲은 소나무 재선충에 의해 망가지고 있지만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방치돼 죽음의 숲으로 변하고 있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산에서 산성산을 거쳐 방금까지 지나온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달음산과 동해바다도 역시 시야에 담을 수 있다.

이제 우측으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곧 오를 곰내재와 함박산이 보인다. 20분이면 다시 테마임도와 만난다. 우측으로 가면 임도 갈림길. 우측은 새로 조성한 임도, 산행팀은 직진한다. 7분 뒤 정자가 있는 체육시설에선 차단기 쪽으로 향한다. 10분 뒤 역시 정자가 위치한 체육시설. 왼쪽 임도는 마라토너들이 내달릴 곰내재 가는 길, 산행팀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곧 갈림길. 직진형 좌측으로 치고 오른다. 체육시설에서 19분.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함박산을 오르지 않고 곰내재 가는 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른다. 치마산으로도 불리는 함박산은 사실 용천지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산행팀은 종주 개념으로 오르기로 했다. 7분 후 또 갈림길. 알고 보니 갈림길 뒤 숲이 삼각점이 숨은 함박산 정상이다. 여기서 오른쪽은 달음산 가는 길, 산행팀은 왼쪽 곰내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기장 철마와 정관을 잇는 고개인 곰내재는 30분이면 내려선다. 지난해 조성된 함박생태터널을 지나면 곰내재공원.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여기서 길을 건너면 곧바로 산행이 이어진다. 입구에 '천마산'이라 적힌 표기는 '철마산'의 오기인 듯하다.

형제복지재단 건물 철망과 나란히 오른다. 30분 뒤 숨고르기를 하라며 경사가 한번 주춤한다. 알고 보니 문래봉 정상이다. '용천지맥 문래봉'이라 적힌 이정표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을 정도다. 숲 사이로 저 멀리 철마산이 보인다.

이제 내려선다. 습기 머금은 축축한 길과 지계곡 그리고 산죽을 잇따라 지나면 정면으로 마을이 하나 보인다. 산중 마을인 소산벌이다. 곰내재와 거문산 철마산을 잇는 간이역인 셈이다.

산기슭에 닿아도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산길로만 따라간다. 울산 박씨묘를 지나 묘지 4기가 있는 지점에서 우측으로 열린, 리본이 많이 걸려 있는 산길로 향하면 이정표를 만난다. '거문산 정상' 방향으로 직진하면 또 갈림길. 우측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이라 적힌 리본이 보이는 쪽으로 간다. 4분 뒤 또 갈림길. 좌측 거문산으로 가는 너른 길 대신 우측 소두방재 방향으로 향한다. 20m쯤 뒤 갈림길에선 우측 억새 오름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라토너들은 거문산 방향으로 가다 임도를 만나면 우측으로 간다.

옛날 정관사람들이 동래 쪽으로 넘나들던 고갯마루였던 소두방재는 16분이면 오른다. 우측은 망월산 백운산 가는 용천지맥, 산행팀은 여기서 용천지맥길을 버리고 좌측 철마산으로 향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백운산 용천산 망월산, 그 뒤로 천성산이 보인다.

12분 뒤 574봉. 주변 산들을 죄다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정면으로 철마산과 금정산 고당봉이, 그 왼쪽으로 거문산 문래봉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이 확인된다. 이곳 주변은 또 부산서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억새군락지. 멋진 조망까지 포함한다면 개인적으로 장산 억새밭보다 한 수 위라 평가하고 싶다.

억새길을 따라가다 보면 갈림길을 만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좌측으로 내려서면 임도 차단기로 내려선다. 마라토너들이 소산벌에서 소두방재를 거치지 않고 달려간 임도와 만나는 지점이다.

임도를 건너 이제 철마산을 향한다. 도중 정관 임기마을로 가는 하산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애오라지 직진만 하면 26분 뒤 정상에 올라선다. 크고 작은 정상석이 하나씩 서 있는 이곳에 서면 이웃한 거문산과 회동수원지, 발밑에는 금정경륜장 등이 보인다.

하산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우정밀' 방향으로 내려선다. 밧줄에 의지하는 등 시종일관 급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이후에는 '입석마을' 방향의 이정표를 따라야 한다. 55분 뒤 철마면 입석마을에 닿고, 여기서 송정리 버스정류장까지는 14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기장군, 등산 안내판 하루빨리 정비해야

산행팀은 '부산 5산 종주' 두 번째 구간을 그동안 지면을 통해 띄엄띄엄 소개했다. 철마산~거문산, 함박산~석은덤, 달음산~아홉산, 철마산~백운산 하는 식으로. 해서, 모든 산길은 아니지만 정상은 한번씩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봉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아홉산이다.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소나무 숲은 온통 재선충에 의해 망가지고 있지만 어디 하나 손 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기장군은 테마임도를 지금도 홍보를 하면서도 테마임도에서 5분만 오르면 빤히 보이는 아홉산 죽은 송림은 왜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기장군의 등산 이정표도 문제다. 산성산과 수령산이 같은 산이면 이정표를 통일해야지 대형 안내판에는 산성산이라 표기하고, 조그만 팻말에는 수령산이라 적고 있다. 한 번만이라도 '산성산(수령산)'이라고 표기했으면 큰 혼란을 야기시키진 않았을텐데.

산행팀은 산성산 정상 직전 '기장산성'이라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오래 전에 산성이 있었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정상석에는 '수령산(성산)'이라 음각돼 허탈감을 안겨줬다.

이정표에 적힌 내용도 엉터리였다. 소산벌~소두방재 구간은 산행팀의 경우 16분 걸렸지만 이정표에는 6분으로 적혀 있질 않나, 임도 차단기에서 우측 방향으로 망월산 백운산이 위치해 있지만 백운산은 좌측으로 표기돼 있는 등 속된 말로 '개판 5분 전'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정상석도 하나 만났다. 소두방재에서 임도차단기를 건너 오르면 만나는, 조망이 아주 빼어난 574봉에 난데없이 세워져 있는 '당나귀봉'이라고 적힌 정상석을 두고 한 말이다.

무릇 산 이름은 산아래 마을사람들이 산세나 산의 모양 그리고 지명 전설 등을 근거로 하여 명명하거나 고서에 표기된 이름을 찾아 복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나귀봉'은 한마디로 난센스라는 것이 동행한 산꾼들의 견해였다. 부산의 모 단체가 지난 8월말 세운 이 정상석 뒷면에는 이 당나귀봉이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의 약어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발생했다"며 "굳이 정상석을 세우려면 574봉이 철마산의 전위봉임을 감안할 때 '가지산 중봉'처럼 '철마산 중봉'이나 소산벌 뒷산이기 때문에 '소산봉'쯤으로 명명했다면 모든 산꾼들이 수긍하며 박수를 쳤을텐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 교통편 - 183, 188번 타고 만화리 쌍다리재에서 하차

들머리 기장군 기장읍 쌍다리재(만화리 영락동산)로 바로 가는 버스는 183, 188번. 이 두 버스를 못 탈 경우 73, 115-1, 129, 129-1, 189, 189-1번을 타고 (옛)반송검문소 버스회차 지점에서 내려 길을 건너 183, 188번으로 환승하면 된다.

날머리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 송정버스정류장에선 노포동종합버스터미널행 2-3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밤 11시 넘도록 운행한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순천 조계산 도립공원 '동서횡단로', 곧장 갈까 쉬어 갈까
선암사~송광사 裸木 사이로 걷는 옛길, 일명 변두리길
가는길 '셀프' 보리밥집 손짓…곳곳에 전설·볼거리 풍성
낙엽 융단길 걷는 멋도 일품…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

조계산 동서횡단로 상에 위치한 전통의 보리밥집. 부엌에 가서 직접 받아와 평상에 앉아 먹는 그 맛은 꿀맛이다. 
                     유홍준 교수가 국내 최고의 명상로라고 한 조계산 진입로.
 
 벌써 3월이다. 이제 추위가 완전히 한풀 꺾였다. 가족과 함께 부담없이 나들이할 때도 됐다.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문경새재 조령이나 아흔아홉 구비 대관령도 좋겠지만 순천 조계산 동서횡단로는 어떨까. 

산 아래 동서 양쪽에 각각 태고종의 총림인 선암사와 승보사찰 송광사라는 천년고찰을 품고 있는 데다 두 사찰의 중간 즈음에 24년 전통의 보리밥집이 있다. 굴곡이 너무 없으면 싱거울까봐 넉넉한 두 개의 고갯마루가 일정 간격을 두고 있고, 황홀한 낙엽융단길이 줄곧 기다린다.

찬찬히 걷고 보리밥을 먹어도 3시간 남짓. 최근에는 길 곳곳에 구수한 전설과 역사를 담은 안내글도 걸려 있어 무료함을 달래준다. 한마디로 나라땅 최고의 옛길이 아닐까 싶다.
   

점선은 일반적인 원점회귀 등산로이고, 검은 선 부분이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동서횡단로이다.
 
그냥 갈 수 없잖아, 선암사


출발점은 태고종의 본산인 선암사. 조금만 서두르면 절간 순례도 가능하다. 으레 있을 법한 국보급 문화재 하나 없지만 단청없는 전각과 색바랜 기왓장, 고색창연한 돌계단 그리고 사시사철 꽃이 지지 않는 매력은 전문가들로부터 국내 산사 중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영화 '동승' '아제아제 바라아제'나 드라마 '상도' 등의 촬영지로 애용됐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신선이 되어 오르는 다리'인 승선교(昇仙橋) 아래로 '신선들이 내려와 노니는 누각'인 강선루(降仙樓)가 시야에 들어온다.
정호승의 시 '선암사'에도 등장하는, 그 유명한 선암사 누운 소나무. 
선암사의 400년 된 화장실인 '뒤깐'. 아마도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사하촌에서 일주문까지의 1.5㎞쯤 되는 흙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최고의 명상로. 도심에서 묻혀온 온갖 번뇌와 번거로운 일상을 벗고 비로소 깨달음의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줄 즈음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昇仙橋)와 강선루(降仙樓)가 시야에 들어온다. '신선이 되어 오르는 다리'와 '신선들이 내려와 노니는 누각'. 자태만큼이나 이름에도 운치가 묻어난다. 승선교 아래 다리를 건너 잠시 계곡으로 내려서자. 승선교의 둥근 천장 아래로 보이는 강선루의 자태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선암사도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풍수지리적 측면을 고려했다고 한다. 기가 빠져 나간다는 계곡 지점에는 강선루를 지어 막았고, 기가 가장 센 북쪽 끝 지점엔 각황전을 건립해 철불을 모셔 보완했다. 경내로 들어서기 전 작은 연못인 삼인당과 절 곳곳에는 약수가 흐른다.

 오랫동안 절에 불이 잦자 도선국사가 물길을 냈다고 전해온다. 이를 입증하듯 '호남제일선원'이란 편액이 붙은 일주문 뒤 '청량산 해천사(海川寺)'라는 옛 절 이름이 눈에 띈다. 심지어 전각 벽면에도 '물 수(水)' 자와 '바다 해(海)' 자가 조각돼 있다.

 400년 된 뒷간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 국내 화장실 중 가장 깊고 아름다워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아마도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이 해우소는 지금도 건축 전공 대학생들이 찾아와 사진촬영과 함께 짜임새를 조사하는 등 연구대상으로 인기가 높다.

정호승의 시 '선암사'에도 등장하는 누운 소나무의 자태도 빠뜨리지 말자.

최근에는 볼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44억 원을 들여 지난달 4일 문을 연 야생차체험관(061-749-4202)이 바로 그것이다. 한옥 8개동에 야생차 전시관, 강당, 차 만들기 체험실, 산방 체험동, 시음 및 판매실 등을 갖춰 순천 야생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조계산 동서횡단로와 보리밥집

조계산은 전형적인 육산. 그 만큼 산길이 부드럽다. 일년 탐방객은 연간 55만 명으로 웬만한 국립공원에 버금간다. 선암사나 송광사를 들머리로 해서 정상인 장군봉(884m)을 거쳐 한 바퀴 돌면 적어도 5시간은 걸어야 한다. 한데 조계산에는 나이 지긋한,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지 않은 소위 '헐렁한' 산꾼들이 자주 눈에 띈다.

바로 조계산을 동서로 횡단하는 일명 변두리 코스라 불리는 동서횡단로 때문이다. 북쪽에 위치한 장군봉을 거치지 않고 선암사~송광사를 오가는 옛길이다.

 원래 1000여 년 전부터 선암사 및 송광사 스님들과 절 아래 사하촌 민초들이 오가던 길로 총 길이는 6.8㎞. 찬찬히 담소하며 보리밥 한 그릇을 비우고 쉬엄쉬엄 산보하듯 걸어도 3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굴곡없는 편평한 문경새재길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선암굴목재와 송광굴목재라는 두 개의 고갯마루를 슬쩍 넘어야 한다. 위치 또한 출발점에서 각각 2㎞ 남짓한 지점에 있고, 그 사이에 보리밥집이 자리잡고 있어 평일에도 나그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선암굴목재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보리밥집부터 송광굴목재를 거쳐 송광사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은 낙엽융단길이어서 콧노래를 부르며 거닐 수 있다.

들머리는 삼인당 인근 기념품 가게인 선각당 우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물론 이정표가 친절하게 서 있다. '송광사 또는 선암굴목재'라 적힌 이정표만 따라 가면 된다. 생태체험 야외학습장과 편백숲, 야생화단지를 지난다. 사바세계에는 이제 봄이 왔건만 산속에는 앙상한 가지의 나목이 아직 겨울산의 한가운데 서 있음을 깨닫는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변두리길인 동서횡단로에는 여수해경에 근무하는 일명 인오라는 경찰관 한 분이 사진에서처럼 한 여러 바위에 얽힌 전설과 송광사나 선암사 순례를 위한 도움말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 놓았다.  

               동서횡단로인 이 길은 편평하지 않고 적당하게 오르내리는 굴곡이 있다.
조계산 등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선암사 굴목재다리.

 그래도 길동무는 곳곳에 숨어 있다. 여수해경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이 친절하게 등로 곳곳에 위치한 여러 바위에 얽힌 전설과 송광사나 선암사 순례를 위한 도움말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 놓았다.

 제천바위 전설, 조계산 이름의 내력, 숯가마터, 호랑이 턱걸이 바위 전설, 소설 '태백산맥'과 조계산, 산꾼들을 위한 맥으로 본 조계산, 배도사 대피소의 내력, 걸친바위 전설 등이 그것이다.
   
 
넉넉잡아 1시간이면 (조계산) 보리밥집(061-754-3756)에 도착한다. 이 원조 보리밥집이 유명해지면서 언제부턴가 인근에 짝퉁인 '아래 보리밥집'과 '면산골 보리밥집'이 생겼다. 그래도 대다수의 나그네들은 원조집만 고집한다.

보리밥집은 선암사와 송광사의 중간쯤 지점에 위치해 있다.
손님들은 비닐하우스에서, 또는 야외 편상에 앉아 식사를 한다.
산에서 보리밥을 먹으면 누구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 그릇 뚝딱 비운다. 
보리밥집에선 음식을 직접 받아와야 하는 '셀프' 스타일이다.
보리밥집 바로 아래에는 조그만 물레방아가 하나 있다. 8, 9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보리밥집을 밝혀주던 유일한 발전 수단이었다.


 식탁도 밥상도 없이 나무 아래 평상만 10여 개가 있으며 지금은 찬바람을 막기 위해 커다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놨다. 일손이 적어 부엌에 가서 밥값을 치르고 커다란 쟁반에 직접 받아와야 하며, 가마솥에 끓는 숭늉 또한 직접 떠마셔야 한다. 모든 게 '셀프'다.

 원래 산에선 신 김치 쪼가리에 맨밥을 먹어도 맛있는 법. 하물며 고소한 참기름과 고추장 양념이 담긴 대접에 보리밥과 갖은 야채를 담은 후 쓱쓱 비벼먹는 그 맛이란 진수성찬의 그것에 다름아니다.

 허기진 배를 채웠으면 아래 물가 쪽으로 내려가보자. 조그만 물레방아가 하나 있다. 8, 9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보리밥집을 밝혀주던 유일한 발전 수단이었단다.

 주인장 최석두(57) 씨는 "이 물레방아로 불을 밝혀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공부도 하고 TV도 봤다"고 말했다. 계곡 옆 나무 위엔 산꾼들이 뭔가를 따고 있다. 다래였다. 인심도 후덕해 한두 알씩 맛보라며 건넨다. 속은 영판 키위와 닮았지만 맛은 한 수 위다. 보리밥집에서 송광사까지는 경사가 완만하다. 산길을 빠져나오면 우측에 송광사가 비로소 시야에 들어온다.

숯가마터도 만난다.
송광사에 가까워오면 대피소가 하나 있다.
사거리인 송광굴목재. 해발 720미터로 웬만한 산 정상 높이와 맞먹는다. 우로 오르면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 좌로 향하면 쌍향수로 유명한 천자암으로 이어진다. 직진하면 송광사.

16국사 배출한 승보사찰 송광사

신라말 혜린선사가 창건한 송광사는 고려부터 조선까지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한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이다. 16국사의 진영을 모신 국사전(국보 제56호)의 내벽은 흥미롭게도 18칸. 앞으로 두 분의 큰 스님이 배출되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란다.   

마침내 송광사. 아래 사진은 송광사의 세 가지 명물 중 하나인 비사리구시. 쌀 7가마 분량을 저장할 수 있는 배모양의 나무밥통이다.
 
 송광사에는 세 가지 명물이 있다. 비사리구시, 능견난사, 쌍향수가 바로 그것. 승보전 옆에 놓인 비사리구시는 쌀 7가마 분량을 저장할 수 있는 배모양의 나무밥통이다. 성보박물관에 있는 능견난사(能見難思)는 문자 그대로 '능히 보기는 해도 그 이치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뜻을 가진 그릇. 어느 순서로 포개어도 포개지는 그릇을 두고 조선 숙종이 장인에게 만들어보라고 하자 어느 누구도 똑같이 만들 수 없었다는 후문이 전해온다.

곱향나무인 일명 쌍향수는 송광사 산내암자인 천자암에 있다. 송광굴목재에서 1.7㎞, 걸어선 대략 30분 걸린다. 두 그루의 향나무가 같은 모습을 한 쌍향수는 나무 전체가 엿가락처럼 꼬여 있고 가지가 모두 땅을 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동서횡단로에서 쌍향수를 보고 다시 오려면 1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천자암에서 동서횡단로로 오지 않고 곧바로 송광사로 넘어 가더라도 역시 1시간 가량 더 걸린다.

경내로 들어가는 우화각 인근에는 뼈대만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홀로 서 있다. 일명 '고향수'다. 보조국사 지눌이 지팡이를 꼽았다는 이 전설의 나무는 무려 800년이 지나도 쓰러지지 않아 불가사의로 손꼽힌다.

교통편 - 순천서 부산 막차 오후 8시3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승주IC~승주·야생화체험관 방향 우회전~선암사 방향 우회전~낙안온천·낙안민속마을~삼거리서 857번 지방도 선암사 방향 우회전~선암사.

 만일 차를 선암사에 두고 동서횡단로를 거쳐 송광사로 갔다면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송광사 앞에서 111번 시내버스를 타고 승주읍(쌍암)에 내린 후 선암사행 1번 버스를 타면 된다. 두 버스 모두 배차 간격은 30분.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택시(061-754-2000)를 이용하면 편리하지만 요금이 꽤 비싸다. 3만 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5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1만1200원. 2시간40분 소요. 터미널 앞에서 순천교통 1번 시내버스를 타고 선암사에서 내린다. 송광사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0~4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10시. 순천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10분, 5시20분, 6시25분, 7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진일 기사식당(061-754-5320). 호남고속도로 승주IC에서 나와 선암사 방향으로 가는 857번 지방도 입구에 위치해 있다. 간판도 아주 커 찾기 쉽다. 메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단 하나, 김치찌개. 냄비가 아닌 프라이팬에 끓여내 우선 독특하다. 맛의 비결은 별도로 담근 찌개용 김치에 큰 솥에 미리 볶아놓은 시골 돼지고기를 넣어 한 번 더 끓이기 때문이다. 반찬은 15가지 정도. 혼자 와도 독상을 받을 수 있다.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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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정살 소등심 등 단가 높은 고기 빨리 없어져
쫀득쫀득한 야채떡갈비 색다른 별미

         싱싱함을 자랑하는 생육고기.  

한쪽편에는 양념육들이 놓여 있다.

3년 전쯤 비슷한 시기에 부산시내 곳곳에 고기뷔페점이 서너 군데 문을 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착한 가격'으로 처음에는 젊은층뿐 아니라 가족단위로 찾는 손님들이 줄을 이어 관심을 모았지만 지금은 단 한 곳만 불황에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설명이다.

그곳을 찾아갔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들이 어서 오라고 유혹하는, 이제는 부산의 중심가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젊은이들의 해방구인 서면 옛 은아극장 맞은편 건물 2층에 위치한 고기뷔페 '흥부가 기가 막혀'. 1층 또한 식당인 데다 건물 입구로 들어가기 전 잠시 주변을 살펴봐도 온통 식당 간판만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으로 오르는 도중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이 눈길을 끈다. '흥부전'을 차용한 이 그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스토리가 있다. 흥부가 형인 놀부에게 겨우 두 냥을 받고 쫓겨났지만 이곳 '흥부가 기가 막혀'에선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주인의 반짝이는 재치가 돋보인다.

2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일반 뷔페에서나 볼 수 있는 샐러드바가 정면에 보였기 때문이다. 얼핏 둘러봐도 구색만 갖춘 샐러드바가 아니라 웬만한 뷔페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샐러드바.

동그랗게 진열돼 있는 샐러드바에는 방울토마토 프루트 햄스테이크 올리브마늘 단호박푸딩 양송이볶음 칠리새우 감귤 양상추 옥수수 그리고 날치알을 곁들인 연어 등이 푸짐함 그 자체였다.

있기 만점의 즉석코너.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코너가 있다.
요리사 두 명이서 부지런히 손님들을 위해 굽고 만들고 있는 즉석코너이다. 립바비큐를 비롯해 양념한 돼지고기를 튀긴 부다가라아케, 냉동한 돼지고기를 해동한 석산적, 고구마미니케이크, 골뱅이초밥, 새우초밥, 순한맛김치초밥, 즉석우동, 오뎅탕을 입맛대로 맛볼 수 있다. 여전히 일반 뷔페인지 고기뷔페인지 구분이 안 된다.

샐러드바 바로 옆에는 질 좋은 생육고기가 일정 온도로 신선도를 유지하며 진열돼 있다. 육회를 비롯해 우삼겹살 소등심 안창살 생목살 생삼겹살 항정살 등이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럽다. 소육회와 안창살을 제외한 고기는 수입육으로 모두 원산지 표시가 돼 있다.

김용광 사장은 "요즘은 손님들도 소등심과 항정살의 단가가 높은 것을 아는지 제일 빨리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흔히 돼지목덜미살로 불리는 항정살은 살코기 사이에 실지방이 골고루 섞여 있어 천겹살이라 불린다. 마블링이 좋아 부드러운면서 쫄깃해 차돌박이처럼 고소하다.


생육고기 바로 옆에는 마늘 고추 양파 팽이버섯 김치 된장 등 고기와 궁합이 맞는 것들이 놓여 있다. 코너를 돌면 이번에 소불고기 돼지갈비 닭갈비 양념주꾸미 고추장양념불고기 등 양념육과 야채떡갈비, 불고기맛 피자맛 등 각종 수제소시지가 맛깔스럽게 놓여 있다. 한 바퀴 돌며 뭘 먹을까 결정하는 데도 그야말로 하세월이다.

부위별로 고기를 몇 점씩 담아와 불판에 올린다. 테이블에는 참기름과 종지가 놓여 있다.

"고기는 타면 맛이 없어요. 불기운만 가한 살코기에서 육즙이 떨어질 때 그때가 가장 맛있어요."

고기뷔페에 나오는 고기가 다 그렇고 그렇지 않느냐는 항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맛은 담백하면서도 일품이다. 그저 그만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양념고기들이 약간 달다는 것. 김 사장은 이에 대해 "물론 알고 있지만 주 고객인 젊은층이 이 맛을 선호해서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한입에 쏘옥 들어가는 돼지의 특수부위인 항정살이 고소하면서도 특히 맛이 있다. 동행한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도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 입맛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가 보다. 쫀득쫀득한 야채떡갈비도 색다른 별미이다.

고기를 먹은 뒤 밥을 꼭 먹어야하는 사람들을 위해선 찰밥과 쌀밥 그리고 얼큰한 된장국이 마련돼 있고 그 옆에는 국수까지 준비돼 있다. 밥 옆에는 팥양갱 떡조개구이 김치마끼 등도 있지만 배가 불러 눈인사만 할 뿐이다.

평일 주간 1만3900원, 야간 및 주말 공휴일 1만5900원, 초등학생 이하 8900원. 차는 엔젤호텔 옆 서면주차타워와 옛 은아극장 자리의 은하주차장에 댈 수 있다. 1시간 무료. 결혼피로연과 단체석도 갖추고 있다. (051)816-7590

■ 주인장 한마디 "좋은 고기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이 더 중요"
기자가 이곳 '흥부가 기가 막혀'를 찾은 날은 평소 손님이 비교적 적은 월요일 오후 7시께. 전체 170석 중 3분의 1가량 손님이 들어차 있었다. 

 손님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뜻밖에도 대부분이 20, 30대의 젊은층이며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았다. 고기뷔페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이를 다소 의아하게 바라보자 김용광 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여성의 경우 식당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일일이 맛을 보며 천천히 더 많이 먹어요. 반면 남자들은 식사를 겸해 약주를 드시러 오는 경우가 많아 생각보다 많이 먹지를 않더군요."


똑같은 고기뷔페인데 다른 집과 달리 꾸준하게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묻자 김 사장은 불황이라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약간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저희 부친이 현재 학장동 모 회사에서 오랫동안 도축장 중매인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자연스럽게 도제식으로 부친으로부터 고기 보는 안목을 배우다 보니 수입육이라도 좋은 고기를 판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다른 고기뷔페와의 가격 대비 차별화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습니까." 같은 수입육이라도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두반장과 굴소스가 맛 비결, 녹말가루에 골고루 묻힌 후
새싹야채 곁들이면 금상첨화

 주일학교 교사이자 교회 집사인 이순연(40) 씨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료 교사들과 번갈아가며 집에서 식사를 함께한다. 평소 살림 잘 하기로 소문난 이 씨지만 그래도 집을 방문하는 교회사람들을 생각할 때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중국요리나 아귀찜 등을 배달시켜 대접할 생각도 했지만 이 불경기에 남편이나 애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썩 내키지 않는다.

여기에 동료 주일학교 교사들은 이 씨의 요리솜씨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어 이 씨 순번이 돌아올 땐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찾아오는 것도 부담 아닌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근 이 씨는 황태를 이용한 황태고추장구이를 대접해 적지 않은 칭찬을 들었다. 설날 차례상에 오른 황태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다 나름대로 응용해본 것이 자신만의 레시피가 돼 버린 것이다. "신랑과 아이들도 하나같이 황태국보다 훨씬 낫다"고 칭찬을 해 뿌듯하다고 했다. 이름만 들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황태고추장구이를 이 씨와 함께 만들어보자.

<재료> 황태 참기름 소금 후추 녹말가루 두반장 굴소스 마늘 파 고추장 간장 물엿 깨소금

황태손질


우선 황태를 불린다. 흐르는 물에 상추 씻듯 적신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하다. 물기를 머금으면 잔가시와 등지느러미를 가위로 제거한다.
이제 밑간할 차례. 참기름 1큰술에 소금과 후추를 약간 넣은 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밑간이 황태에 골고루 스며들도록 수차례 바른다.
가위로 머리와 꼬리부분을 자른 후 나머지 몸통 부분은 먹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는다.

소스만들기

흔히 고추장만을 사용하지만 이 씨는 두반장과 굴소스를 곁들인다. "이게 나만의 레시피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중화요리에 사용되는 두반장에는 대두 고춧가루 등 모든 양념이 들어 있어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병에 담긴 두반장과 굴소스는 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소스는 굴소스 1큰술, 고추장 1큰술, 두반장 1큰술, 간장 1작은술, 물엿 2큰술, 물 3큰술로 완성된다. 이 씨는 매운맛을 좋아할 경우 고추장을, 약간 짠맛을 원할 경우 소금 대신 굴소스를, 아이들이 먹을 경우라면 고추장을 빼고 두반장의 양을 줄이는 등 기호에 맞게 소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태고추장구이 완성


손질한 황태는 녹말가루에 골고루 묻힌다. 녹말가루 대신 밀가루를 사용하면 눅진해 가급적 녹말가루를 권한다. 이제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듬뿍 넣고 튀기듯 굽는다. 황태의 껍질을 프라이드 치킨처럼 노릇하게 익힌다.

이럴 경우 속살은 부드럽고 겉부분은 바삭바삭해진다. 이후 프라이팬을 깨끗이 닦은 후 식용유를 넣고 미리 다져놓은 마늘 1큰술을 볶는다. 이날은 파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다진 파를 2큰술 정도 넣어도 상관없다. 여기에 앞서 만들어 놓은 소스를 프라이팬에 넣고 끓인다. 황태를 소스에 그냥 묻혀도 상관없지만 한번 끓여주는 것이 살균도 되고 경험상 맛이 더 있다고 한다. 황태에 소스가 골고루 스며들었다고 판단이 되면 접시에 담아 깨소금을 살짝 뿌려준다.



맛보기

황태고추장구이에 키위드레싱을 한 새싹야채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김이 모락모락나는 하얀 쌀밥이 금세 뚝딱 비워진다.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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