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최원영 씨의 나만의 레시피

야채 듬뿍 들어가 영양가 만점
주말 간단한 브런치로도 가능
의무감에 먹던 남편도 점차 좋아해져

       파스타 샐러드와 이탈리안 레모네이드. 장식품인 꽃은 레시피의 주인공인 디자이너 최원영 씨가
        설탕으로 만든 것이다. 

디자이너이자 대학에서 강의하는 최원영(33) 씨. 결혼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보 주부인 그는 입맛이 없을 땐 이따금 미국 유학시절 대학 카페테리아에서 즐겨먹던 파스타 샐러드와 이탈리안 레모네이드를 직접 해먹는다.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밥 먹을 시간조차 없던 유학시절 파스타 샐러드는 갖은 야채가 듬뿍 들어가 영양분 공급 측면에서 효과적인 데다 정크 푸드로 망가진 몸매를 가꾸는데 일등공신이었다고 회상했다. 파스타와 함께 곁들였던 이탈리안 레모네이드는 상큼하고 달콤한 맛과 향이 입맛을 깔끔하게 해주었다고 덧붙였다. "남편도 처음엔 파스타 샐러드를 의무감에 먹는 듯 하더니 몇 번 경험해보더니 이젠 제법 즐기는 듯해 입맛이 없을 땐 손쉽게  만들어 먹어요."

 이 둘은 요리시간도 짧고 만드는 과정도 간단해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하는 포트락 파티나 생일 파티 메뉴에도 적당하다. 특히 파스타 샐러드는 집에 남은 야채를 단번에 처리할 수 있고 삶은 달걀이나 새우, 닭가슴살 등 원하는 재료를 넣고 바케트나 호밀빵을 곁들이면 주말 브런치나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가능하다.
 초보 주부 최원영 씨와 함께 추억의 파스타 샐러드와 이탈리안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보자.

파스타 샐러드
<재료> 푸실리 파스타, 브로콜리, 콜리리플라워, 당근, 체리토마토, 오이, 양파, 파프리카, 검정색 올리브,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소금, 후추, 타임(백리향), 오레가노

각종 재료.

푸실리 파스타.



적당한 크기로 썬 각종 야채.

양념을 넣고 저어 줍니다.



뜨거운 물에 돌돌 꼬인 모양의 푸실리 파스타를 삶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찰기를 유지하기 위해 위해 찬물로 헹군다. 삶는 시간은 겉표지에 적혀 있다. 보통 10분 안팎이다. 준비한 갖은 야채를 깨끗하게 씻은 뒤 먹기 좋은 적당한 크기로 썬다. 체리토마토는 붉은색과 주황색 등 두 가지로 준비하면 색깔이 아주 예쁘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살짝 데친 후 얇게 썬다.

 재료가 준비됐으면 큰 볼에 삶은 푸실리 파스타를 맨 아래 담은 뒤 썰어 놓은 야채를 넣는다. 재료가 뭉개지지 않게 가볍게 섞어준 후 랩이나 용기의 뚜껑을 닫고 2시간 정도 냉장고에 보관한다. 아침에 먹으려면 저녁 때 준비한 후 밤새 냉장고에 넣어둬도 상관없다. 각각의 재료에서 나오는 고유의 야채즙이 한데 잘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서다. 이제 양념만들 차례. 4인분 기준일 경우 계량컵으로 올리브오일(1/4컵) 발사믹 식초(1/16컵)를 섞은 후 허브의 일종인 타임과 오레가노를 넣은 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이탈리아 전통식초인 발사믹 식초는 청포도 즙을 졸인 다음 나무통 속에서 발효시켜 만든다. '발사믹'은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좋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드레싱을 하면 파스타 샐러드가 완성된다.
            완성된 파스타 샐러드.

이탈리안 레모네이드
<재료> 레몬주스, 레몬, 탄산수, 얼음, 설탕

설탕을 넣고 끓입니다. 다 녹으면 투명하게 됩니다.

스퀴저에 레몬을 갑니다.


스퀴저로 간 레몬즙.

여기에 시판되는 레몬주스를 섞습니다.



팬을 달궈 설탕(1컵)과 물(1/2컵)을 넣고 설탕이 물에 잘 녹게 저어준다. 계량은 4인분 기준이며 설탕이 다 녹으면 투명해진다. 5분 정도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둔다. 스퀴저로 즙을 낸 레몬(6개)액과 시판 중인 레몬주스(200㎖) 2개를 섞는다. 레몬 6개를 스퀴저로 갈면 250㎖ 정도 나온다. 레몬액을 모두 생과일로 하면 좋겠지만 가격이 비싸 시판되는 레몬주스를 사용한 것이다. 여기에 톡 쏘는, 역시 시판 중인 탄산수(1컵)를 피처에 넣고 잘 섞어주면 레모네이드가 완성된다.

레모네이드가 무카페인 음료여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손님에겐 그저 그만이어서 손님접대용으로 안성맞춤이라는 최 씨는 유리잔이나 와인잔에 레몬조각으로 데코레이팅해주면 화려한 분위기도 연출된다고 말했다.
                   완성된 이탈리안 레모네이드.

식당, 정육점 겸해 귀한 특수부위 언제나 준비돼
경주 산내, 언양 봉계 등에 비해 7000~8000원 저렴
다대기 푼 된장라면, 보릿가루 첨가한 누룽지 별미

        특소금구이.맨 우측 하단 가운데 심줄이 있어 나뭇잎을 빼닮아 명명된 낙엽살. 맨 좌측 하단
          부위가 치맛살, 좌측 상단 돌돌 말려 있는 것이 갈비갈, 그 옆 넓적한 덩이가 등심, 등심 위의
          고기는 제비초리이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모처럼 제대로 된 고깃집이 하나 생겼다. 떠들썩하지도 않고 화려함과는 더욱 거리가 먼, 애오라지 맛으로만 승부하는 집이다. 해서, 주말 평일 가릴 것 없이 북적댄다.


사실 넘치는 게 고깃집 아닌가. 하지만 모처럼 큰 마음 먹고 외식 한번 하려고 해도 어딜 가야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하나같이 특상품 한우 암소를 취급한다 하고, 최상의 식재를 사용한다고 내세우니까. 가서 맛보지 않고는 옥석을 구분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럴 경우 지인들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혹자는 인터넷 맛집 사이트를 참고하라고 하지만 '알바'들에 의한 장난이 심해 그것도 절반은 믿지 못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고깃집을 소개받으면 반가울 수밖에.

'영남식육식당'. 식당을 하면서 정육점을 겸한다. 신시가지 좌동 재래시장 인근이다. 원래 일식집이었던 곳을 인수, 고깃집으로 개조해 작은 방들이 많다.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에 방해받지 않아 우선 마음에 든다.

먼저 선짓국과 밑반찬, 간 천엽 등골(척수) 한 접시가 동시에 나온다. 칼슘이 우유의 40배나 된다는 하얀색의 등골은 소를 마리째 구입하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거란다. 안주인 김수정(38) 씨는 설탕없는 아이스크림에 비유했다. 실제로 그랬다.

간 천엽 그리고 하얀 색이 등골(척수)이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명이나물.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지.


소피로만 만든 맛이 기가 막힌 선지국.

태백숯가마에서 공수된 참숯.


낙엽살.

육사시미.


밑반찬 중에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산마늘의 일종인 명이나물과 옛날 방식으로 담근 오이지 그리고 묵은지가 눈길을 끈다. 명이는 새 순이 올라오는 지금이 가장 맛있단다. 평소 못 보는 반찬이라 대부분의 손님들이 남은 것을 싸간다고 한다. 선짓국 또한 소피로만 직접 만들어 그저그만이다. 사이드음식이었다가 손님들의 요구로 최근 선짓국 정식이 식사의 메인 메뉴로 등장했다.

잠시 후 이글거리는 숯불과 주문한 특소금구이(120g 2만2000원)가 나무 도마 위에 올려진 채 들어왔다. 등심 낙엽살 치맛살 갈비 제비초리 등 이름 또한 흥미롭고 화려하다. 한눈에 봐도 고기 속의 마블링(지방의 무늬)이 예사롭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고기의 원산지나 등급에는 관심을 두지만 정작 숯불에는 무심하다. 물어보니 참숯이었다. 강원도 태백숯가마에서 구워낸 것이란다. 안주인 김 씨는 "참숯을 좀 아는 사람은 결을 보면 바로 안다"며 석쇠를 걷어내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곤 아무리 좋은 등급의 고기라도 숯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마도 맛의 절반은 달아난다고 숯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숯의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야 비로소 진정한 고기맛이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고기맛은 어떨까. 유난히 붉으면서 마블링이 없는 제비초리를 먼저 올렸다. 목 뒤 두 덩어리가 나오는 제비초리는 다른 고깃집에선 고가의 특수부위로 판매된다고 했다. 기름기가 적은 제비초리는 입에서 녹는다. 이름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낙엽살은 앞다리살이다. 긴 혀 모양의 고기를 절반으로 나누는 심이 있어 영판 나뭇잎 그 자체다. 육즙이 묻어나 고소하면서도 부드럽다.

기름이 적고 맛이 고소한 치맛살은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개인적으론 육즙과 함께 고소하면서도 약간의 씹는 맛이 있는 등심과 갈비살이 가장 맘에 들었다.

안주인 김 씨는 특수부위(120g 2만7000원)인 안창 안거미(토시) 살치 꽃살도 한 두 점씩 구워 권했다. 이른바 서비스였다. 적출할 수 있는 양이 적어 귀하고 그래서 더 맛있는 부위가 특수부위이다. 갈비살과 유사하지만 더 맛있는 안창과 기름기가 없고 등심과 맛이 비슷한 안거미는 한결같이 입에서 증발해버린다. 안거미는 기름이 적고 고소해 어르신들이 특히 선호한다. 마블링이 가장 화려한 꽃살은 입에서 눈녹듯 사라진다. 가히 맛의 향연 그 자체다.

           특수부위. 적출할 수 있는 양이 적어 귀하고 그래서 더 맛있는 부위가 특수부위이다.

보릿가루를 첨가한 누룽지.

된장라면.


 식사는 된장라면, 누룽지, 된장찌개 중 택일. 누룽지에는 보릿가루를 넣어 국물맛이 고소했고, 다대기를 곁들인 된장에 국수처럼 삶은 라면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였다. 마무리 식사까지 깔끔하다. 한마디로 부산의 맛집으로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고기는 식육점 가격으로 판매하며 생고기를 진공 포장해 선물용으로도 마련해준다. (051)702-0110


<주인장 한마디>
"좋은 고기 찾으러 팔도강산으로 발품을 팔아요"
안주인 김수정 씨.

안주인 김수정 씨는 흔히 고기의 명가로 불리는 언양 봉계 산내 지역의 비슷한 등급의 고기보다 영남식육식당이 7000~8000원 정도 싸다고 했다. 도로에 뿌리는 기름값을 뺐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 중간 유통상 없이 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데다 뼈를 발라내는 작업을 손수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

한우 암소를 어디서 구입하느냐고 물었더니 딱히 고정적으로 가져오는 곳은 없다고 했다. 남편인 이승무(42) 씨가 좋은 고기를 구하러 발품을 판다고 답했다. 경북 봉화나 경주 산내가 주요 거래처라고 했다. 얼핏 들으면 약간 신뢰감이 없는 듯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신빙성이 가는 대답이었다.

김 씨는 손님들에게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고기는 직원이 굽다가 개인접시에 한 점 놓을 때 바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때가 맛의 절정이기 때문이란다. 가급적 소금을 찍어 먹어야 제대로 된 고기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 고기는 되도록 기름기가 적은 순으로 먹어야 하며 양념갈비를 제일 마지막에 먹어라고 권했다. 한마디 더 덧붙였다. 요즘은 식당 벽에 축산물 소 등급 판정확인서를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붙여 놓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좋은 일도 하고 있더군요.

영남식육식당.

         2009년 프로야구 우승을 위해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중인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을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롯데의 우승?

지난 2005년 일본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은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30홈런을 쳐내고 지바 롯데를 재팬스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화려하게 일본 야구의 자존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돈 때문이었을까. 물론 엄청 받았다. 하지만 돈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이승엽은 '왼쪽 타자는 왼손 타자에게 약하다'는 정설을 믿고 실천하는 발렌타인 감독의 도식적인 플래툰 시스템에 섭섭함을 느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전날 홈런 포함 3안타의 맹타를 기록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는데도 발렌타인 감독은 상대 선발 투수가 왼손잡이이면 어김없이 이승엽을 벤치에 앉혔다. 버르장머리없는 외국인이었다면 스타팅 멤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사고를 몇 번이나 쳤을텐데 예의바른 이승엽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삭히고 또 삭혔다. 
올해 WBC에서 플래툰 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보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일본 요리우리 하라 감독도 올해부터 플래툰 시스템이란 카드를 꺼냈다. 팀내 무한 경쟁과 함께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이승엽으로선 올해 또 한번의 플래툰 시스템을 넘어야 한다. 산 넘어 산이렸다.

올해 FA자격으로 LG 트윈스로 둥지를 옮기며 대박을 터뜨린 '국민 우익수' 이진영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진영도 언젠가 언론과의 한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을 의식해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가급적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며 김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 대해 우회적으로 섭섭함을 표시했다. 많이 뛰고 좋은 성적 내겠다는 것은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갖고 있어야 일종의 욕심이자 팬들에 대한 약속이라 누구하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딴죽을 거는 사람은 아마도 없으리라.  

플래툰 시스템으로 우승컵을 거머진 발렌타인이나 하라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승승장구에 자극을 받았는지 2년차 롯데 로이스터 감독도 요즘 들어 차츰 변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5일 강민호의 끝내기 안타로 연패를 끊은 후 로이스터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대호 가르시아 홍성흔 강민호는 시즌 내내 번트를 절대 시키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엑스포츠 마해영 해설위원은 16일 롯데-기아 전을 중계하면서 전날 로이스터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상기하면서 "아직 시즌 초반이라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시즌 막판에 가면 어떻게 변할 줄 모른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다음날인 16일 경기 전 기자들에게 자신의 구상을 이렇게 밝혔다. 한마디로 올해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실험해 보고 싶다고.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진 대목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로이스터 감독은 4번 이대호의 발이 느려 후속타자들의 공격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 가르시아를 4번에 기용하고 이대호를 5번으로 내리는 타순을 구상하고 있다. 또 상대 선발 투수가 왼손이면 가르시아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오른손 타자로 채우는 것도 계획 중이다. 이와 함께 박기혁과 손아섭의 타격감이 올라오면 2번에 배치해보고 이인구는 8번으로 내리는 타순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전에 요즘 타격감이 떨어진 2번 타자 이인구 대신 이승화를 기용했고, 올 시즌 개막후 줄곧 고집했던 6번 홍성흔, 7번 강민호의 자리를 바꿨다. 물론 강민호의 6번 전진 배치는 전날 끝내기 안타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다.

수비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8개 팀 중 가장 실책이 많은 수비 라인에 대해서는 변화를 줄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3루수 이대호의 수비 불안에 대해 로이스터 감독은 "문제가 있지만 이대호는 핵심 타자다. 뺄 계획이 없다. 컨디션 차원에서 쉬게 할 때는 김민성을 기용하겠다"며 "다양한 공격 옵션을 시험해 최적의 답을 찾는 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로이스터가 누구인가. 한 번 믿음을 준 선수는 끝까지 밀어주는 스타일의 소유자가 아닌가. 8개 구단 중 주전 선수들의 변경이 가장 적은 구단이 롯데가 아니던가. 지난해의 경우 중반까지 1군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신뢰로 2군 선수들을 거의 기용하지 않아 지적을 받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로이스터가 변화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그야말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삼성과의 포스트 시즌에서 힘 한번 못 써보고 무릎 끓은 굴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인가.
MBC ESPN 허구연 해설위원은 언젠가 로이스터와 관련해 이렇게 말 한 적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포스트 시즌이라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완전히 전시체제로 확 바꿔버리기 때문에 이에 적응을 하지 못해 삼성에 참패를 했어요."

올해는 그 사실을 알고 와신상담해서 태평양을 건너 왔을까. 작년 포스트 시즌을 상기하며 벌써부터 시험에 들어갔단 말인가. 하여튼 로이스터 감독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로이스터 감독이 어떤 카드를 꺼내 실험하고 최적의 답을 찾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지난해 가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발렌타인 감독(왼쪽)이 사직야구장을 방문, 로이스터 감독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배내골 배내산장 김성달 씨에게 듣는 배내골의 어제와 오늘

영남알프스 산군으로 둘러싸인 배내골 남쪽의 전경. 사진 좌측으로 향로봉과 사진상으로 보이지 않지만 향로봉 뒤로 향로산 재약산 천황산이 포진해 있고, 우측으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이 확인된다. 울주에서 발원한 배내골 물은 고점교 인근에서 방향을 틀어 좌측 밀양호로 흘러 들어간다. 우측 하단부 도로는 에덴밸리 스키장 방향으로 이어진다. 항공사진 제공=양산시

 가을의 전령 억새의 군무가 한창인 지난해 10월 어느날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은 대략 이랬습니다.
 
밀양시가 국내 최대 억새군락지인 재약산 사자평 인근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배내골로 이어지는 기존 등산로를 폐쇄, 일반 산꾼들이 하산길을 찾지 못해 한바탕 큰 혼란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발빠른 산꾼들이야 산행 기점인 밀양 표충사 쪽으로 발걸음을 되돌렸지만 체력이 떨어진 일부 산꾼들은 배내골로 하산하기 위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광활한 억새밭을 헤매다 자정 무렵 겨우 구조됐다고 합니다. 일부 산꾼들은 탈수 증세를 보여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숨까지 잃는 사태까지 갈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는 밀양시가 산중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우회 길 등 대체 등산로를 알리는 안내판을 만들지 않고 '펜스 진입시 자연보호법에 따라 엄벌한다'는 내용의 경고문만 눈에 띄게 만들어놓아 이를 보는 순간 허탈감으로 맥이 풀렸다고 합니다.

 영남알프스로 둘러싸여 산의 고장임을 내세우는 밀양시의 이율배반적인 행정을 따끔하게 지적한 그는 배내골에서 조그만 '배내산장'을 운영하는 산장지기 김성달(55) 씨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배내산장은 주변의 화려한 펜션과 달리 마당 곳곳엔 그가 직접 깎은 크고 작은 솟대와 장승이 금낭화 등 야생화와 어울려 널브러져 있고 황토로 만든 건물 내부에는 시와 그림, 각종 토기 및 자기들과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한눈에 여유로움과 더불어 삶의 여백이 묻어나는 공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배내산장 김성달 씨 부부. 등 뒤 느티나무는 21년 전 김 씨가 배내골로 들어와서 심었단다. 
          장승도 모두 그가 깎았다.

 배내산장 식당 건무 내부. 시와 그림, 각종 토기와 자기들이 전시돼 있다. 삶의 여백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배내산장 마당 곳곳에는 산장지기 김성달 씨가 직접 깎은 솟대와 장승이 곳곳에 널려 있다. 
             우측의 건물은 뒷간입니다. 

 뒷간 문에는 창호지가 발린 문이 운치를 더해 줍니다.
                뒤뜰에는 직접 지은 조그만 황토방. 
               군불을 때는 김성달 씨.

 산장을 좀 더 둘러봤습니다. 산장을 감싸고 있는 늘푸른 대숲이 인상적인 뒤뜰에는 군불을 때는 조그만 황토집과 아궁이가 눈에 띄고 바로 옆에는 투박한 긴 탁자와 그네 하나가 벗하며 놀고 있습니다. 뒷간도 특이합니다. 창호지를 발라 운치를 더해줍니다. 그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관음증 수준으로 치닫게 됩니다.

 관광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도시에서 반듯한 직장을 다니다 21년 전 어느날 이곳으로 들어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듬해 합류했습니다. 지금이야 신작로가 뚫려 휑하니 내달리면 되지만 당시엔 비만 오면 길이 새로 만들어지는, 경운기 한 대 겨우 오갈 수 있는 거친 임도 수준의 길이 유일한 통행로였다고 합니다.

 그는 지독한 산꾼이었습니다. 배내골로 오기 전 이미 영축산 신불산 등을 100여 차례나 올랐고 최근에는 안나푸르나와 차마고도 트레킹도 부인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비록 그는 자격증은 없지만 배내골에서 유일하게 산악구조대원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배내골을 중심으로 밀양 울산 양산 지역 등산로를 두루 머릿속에 꿰고 있으면서 두 다리 튼튼한 이는 배내골에서 김 씨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주말레저팀에 제보한 것도 그의 늘상 업무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경남 창녕이 고향인 김성달 씨는 지금 배내골에선 없어서는 안 될 약방의 감초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배내골 원주민 어른들과 동고동락해온 터라 4년 전에는 '굴러온 돌' 중 처음으로 마을 당상제의 제주로 임명돼 당상나무 앞에서 지극 정성으로 넙죽 절하며 축원문을 읽었고 이듬해부턴 반장과 새마을위원 그리고 지금은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개발위원직을 맡고 있습니다. 오래 전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언양버스가 마을을 경유토록 한 것도 그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고들 합니다. 

새끼줄로 둘러쳐져 있는 마을 당상나무.

당상나무를 내려다보는 당집.


 산골에 있다 보니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평소 풍수 주역 상서 등을 공부하며 조금씩 풍월을 읊자 이제는 마을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묘 자리 쓰기와 하관식 등의 절차는 모두 그의 몫이 돼 버렸습니다. 그가 없으면 장례가 올스톱 되는지라 상을 치를 때쯤이면 김 씨를 대기시켜놓을 정도입니다. 문득 마을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영화 속의 주인공 '홍반장'이 떠오르는군요.

 민박을 치며 다양한 음식을 파는 김 씨는 다소 엉뚱하게도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배내골의 정서와 문화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팔고 싶다고 합니다. 기자가 김 씨를 찾은 진짜 이유입니다. 21년간 배내골서 거주한 '굴러온 돌' 김성달 씨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배내골의 어제와 오늘을  들어봤습니다.

(2)편은 여기 클릭해 주세요.
'한 맺힌 민초들의 삶과 더불어 사라진 돌배꽃-배내골 이야기(2) http://hung.kookje.co.kr/393

       돌배나무가 많아 배내골이라 명명됐다는 설이 나올 정도로 배내골에는 돌배나무가 많았지만 지금은
       마을길을 넓히기 위해 수변의 돌배나무가 대부분 사라져 산기슭에만 일부 남아 있다. 하얀꽃이 돌배
       나무, 분홍빛은 산벚나무.
      배내산장 김성달 산장지기. 뒤로 보이는 느티나무가 바로 김 씨가 21년 전에 심은 것이다.
    벚꽃이 계곡 주변에 만개한 가운데 원동면 장선리의 송림이 한 폭의 한국화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배내골은 어떤 곳

배내골은 울산시 울주군에서 발원, 양산 원동면을 거쳐 밀양호(댐)로 흘러들어가는 계곡을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수려한 경관 덕분에 울산 밀양 양산에선 각각 울산 배내골, 밀양 배내골, 양산 배내골로 부르지만, 흔히 말하는 배내골은 양산지역에 가장 많이 걸쳐 있어 대체로 양산 배내골로 보면 된다. 실제로 배내골은 '양산 8경'에만 포함돼 있을 뿐 '울산 12경'이나 밀양의 주요 관광지에는 언급조차 없다.

 산꾼들의 관점에서 보면 배내골은 천황 재약산으로 대표되는 영남알프스 남서부 능선과 간월 신불 영축산 등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을 잇는 고갯마루인 배내고개에서 밀양 금오산과 양산 안전 축천산을 잇는 배태고개까지의 70리(약 28㎞) 계곡을 의미한다. 

 
 좀 더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면 언양에서 석남사를 거쳐 밀양으로 넘어가는 옛 24번 국도를 타고 오다 만나는 갈림길에서 69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배내고개를 넘어도 되고, 원동역에서 원동휴양림과 신흥사를 잇따라 지나 상수도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대형 이정석이 서 있는 배태고개를 지나면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경부고속도로 양산IC로 나와 어곡터널과 신불산 공원묘지나 에덴밸리스키장을 지나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해 부산 쪽에선 대부분 이 길을 이용한다.

배태고개.

배내고개. 보이는 산은 능동산.



■배내골이라는 이름의 기원
배내산장지기 김성달 씨는 배내골이라는 이름의 기원을 여러 방면으로 나름대로 분석했다.
우선 땅의 생김새로 본 측면. 풍수지리학적으로 보면 배내골은 배가 바다에 떠 있는 형상인, 전형적인 행주형(行舟形)의 지세다.

김 씨는 이를 주변 지세를 근거로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배내골을 하나의 배로 가정할 때 골짝의 두 진입로 중 해발고도가 낮은 배태고개를 뱃머리로, 약간 더 높은 배내고개를 배의 뒷부분인 선미로 분석했다. 또 배내골을 감싸고 있는 영남알프스 남서부, 남동부 능선은 각각 밀양 얼음골이나 양산 통도사에서 보면 거의 직벽이라 양쪽 산줄기를 배의 측면으로 간주했다. 덧붙이자면 예부터 행주형 지세에서 배가 떠나면 흉하다 하여 비보(裨補) 차원에서 인근에 지명으로나마 포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배태고개 아래의 원동면 영포리 내포리 등이 그 예에 해당된다고 한다.

배내골의 배내는 또 갓난아이의 저고리인 배냇저고리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산으로 옴폭 둘러싸인 배내골이 어머니의 자궁(뱃속)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땅으로 풀이된다는 것. 배내산장이 위치한 양산 원동면 선리의 태봉(胎峰)이라는 마을 이름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는 예부터 냇가에 돌배나무가 즐비하다 하여 '배 리(梨)' 자와 '내 천(川)' 자의 뜻만 차용해 배내골로 불리게 됐다는 설이다.  가장 널리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설이다. 이천리(梨川里)라는 지명 또한 실제로 울산 쪽 배내골의 명소인 철구소 인근에 존재한다. 아쉽게도 지금의 배내골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도로를 넓히고 펜션을 지으면서 냇가의 돌배나무는 거의 잘려나가 일부 산기슭에 명맥만 유지돼 매년 5월이면 겨우 하얀 배꽃을 볼 수 있을 정도다. 해서, 그 흔하디 흔한 돌배주 맛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게 됐다.

지워지지 않는 질곡의 삶 터전, 배내골
세상의 모든 만물이 음양의 조화에서 벗어날 수 없듯 사람 사는 땅도 예외가 아니다. 배내골은 수려한 산세와 빼어난 계곡미가 아름다워 천혜의 자연경관이라고는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거칠고 척박한 오지 중 오지였다는 것이 김성달 씨의 설명이다. 험준한 산줄기로 둘러싸여 외부와 단절돼 있고 사람의 왕래 또한 드문, 풍수적으로 음양의 균형이 깨진 전형적인 음(陰)의 땅이라는 것.

나그네에겐 눈앞의 풍광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거친 땅에서 억센 삶을 살다 간 민초들의 이야기가 계류에 실려 끊임없이 흘러내린 곳이다.

21년간 배내골을 지킨 김 씨는 "배내골 사람들은 도회지의 많은 무리 속에서 부대끼며 살기에 어딘가 모가 난, 속된 말로 '내 팔 내가 흔들며 자유분방하게 살겠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마을을 이룬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 또한 크게 보면 그런 부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종가의 장손으로 태어난 그는 넉넉지 못한 살림이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땀의 대가로 사는 것을 천직으로 여겼다. 하지만 매터도가 판치는 세상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내골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봐도 선택의 폭이 적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배내골행을 과감하게 실행한 것이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결정에 말없이 따라준 사랑하는 부인과 두 아들이 없었다면 힘들었겠지만."

배내골에는 비단 김 씨뿐 아니라 가슴 아픈 사연의 민초들이 살다간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우선 떠오르는 분이 인근 죽전마을 당상나무집 욕쟁이 할매란다. 서른도 안 돼 청상과부로 배내골에 들어와 한 많은 삶을 살면서 북받쳐 오르는 한을 속으로 삭이다 못해 뱉어 놓은 것이 욕이었다. 산판일을 하는 일꾼들을 대상으로 주막을 했는데 그래도 오며가며 정 준 사람이 있어 성이 다른 딸을 셋 둔 욕쟁이 할매는 장대비 쏟아지는 7년 전 어느날 이승의 질긴 끈을 싹둑 자르고 팔순의 노구를 배내골에 묻었다.
 백련마을 어귀 최 보살과 마을에 버스가 들어와 잔치를 할 당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던 임 노인도 파란만장한 삶을 끝내고 이제 하늘나라로 되돌아갔다.

시간을 더 거슬러 조선시대에는 사림의 거봉 점필재 김종직을 비롯해 많은 유생들이 세상을 등지고 산수를 벗하며 세월을 보냈고, 조선 후기 천주교 탄압 땐 많은 신도들이 배내골로 들어와 질그릇을 구워 한피기고개를 넘어 통도사 인근 언양 신평장이나 표충사 인근 밀양 단장장에 내다팔아 의식주를 해결했다. 실제로 상북면 이천리 간월재 가는 도중 만나는 죽림굴은 기해박해 당시 잔혹했던 관아의 손길을 피해 모였던 피난처로 여기서 토기와 목기를 만들거나 숯을 구워 생계를 유지했다. 입구는 좁지만 안쪽이 넓어 150명까지 지낼 수 있는 천연석굴 죽림굴은 현재 천주교 성지로 신도들의 발길이 끊일 줄 모른다.

죽림굴. 입구는 작지만 내부가 넓어 150명도 수용 가능하다.

죽림굴 올라가는 계단길.


죽림굴 안내판.

죽림굴 안내석.


아직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봉마을 산자락 옹기골에도 적지 않은 질그릇 파편과 함께 대작 가마까지 출토돼 이 또한 천주교인들의 흔적으로 추정된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한국전쟁 땐 빨치산들이 덕유 지리를 거쳐 이곳 배내골로 내려와 지금의 원동면 장선리에 교육도당을 설치, 골육상잔의 비극의 현장으로 변했다. 이와 관련, 신불산 서릉의 955봉에는 '공비지휘소가 있던 곳'이라 적힌 비석이 서 있다. 비석 뒷면에는 한국전쟁 중 남부군 제5지대장이 이곳에 머물면서 신불산 일대의 부하들을 총지휘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실제로 이곳에 서면 비석 내용 그대로 주변 능선 계곡의 지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김 씨는 "밤엔 인민군이, 낮엔 우리나라 50사단 병력이 점령하는 등 당시 밤낮으로 배내골의 주인이 바뀌면서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다시 돌아온 원주민이나 앞서 언급한 세상을 등진 사람들 그리고 최근 펜션 등 민박이나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이방인이 하나 둘 찾아들면서 지금의 배내골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몸살 앓는 배내골
1990년대 후반부터 배내골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중장비의 굉음소리와 레미콘차가 쉴새없이 넘나들며 망나니 칼춤 추듯 지축을 흔들기 시작했다. 새마을운동 노래 가사처럼 수변의 돌배나무를 벤 후 마을길도 넓히고 산골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휘황찬란한 펜션과 식당 전원주택 연수원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인간의 더러운 손길이 미치자 배내골은 서서히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배내산장 식당건물 한 쪽 벽에는 눈길 끄는 글이 하나 붙어 있다. 올해 서울의 일류대학 법학부에 입학한 산장지기 김 씨의 둘째 아들 종현이가 초등학교 때 쓴 '배내골'이란 생활문이다. 종현이는 5살 때 배내골로 들어왔다. '버스를 탔는데 아저씨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지금이야 깨끗하지. 한 10년 뒤엔 아주 더러워져 '배내똥'이라 불릴걸.(중략) 여름엔 피서객들이 음식을 다 먹지도 않고 반은 버리고 간다. 그것이 비가 오면 강에 흘러들어 오염이 되는 것이다. (중략) 음식물을 되가져 가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의 눈에 이렇게 보였으면 더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김 씨도 이렇게 회상했다. "식수로 길러 먹던 계곡물이 하도 맑아 하늘이 통째로 담긴 모습에 넋을 놓고 온종일 보내기도 했고, 매미 여치는 한낮의 무료함을 달래줬고, 두견새는 초저녁부터 새벽녘까지 창가를 떠나지 않았어요. 어느날 아침 문득 잠에서 깨어나 들꽃 위에 실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 마치 신선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이처럼 원시에 가까운 풍요로움이 가득한 배내골은 사바세계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온 한 맺힌 이방인들을 포근히 감싸 안아 주었다. 김 씨는 이를 배내골의 묘한 마력이라고 표현했다. 거친 삶을 살아온 필부들도 이 배내골에 들어오면 아픔조차도 충분히 삭여 아름다움을 아름다움 그 자체로 보도록 도와주는 그 힘 말이다.

김 씨는 이런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원시에 가까운 풍요로움은 비록 사라진 돌배꽃 전설처럼 서서히 묻혀버리고 있지만 그래도 배내골은 여전히 아름다운 땅이라고. 하지만 이 아름다움의 이면에 묻혀 있는 배내골의 정서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진정 바위 틈에 핀 들풀 한 포기도 소중히 다가올 것이라고.

<떠나기 전에>-죽림굴 파래소폭포 철구소 등 볼거리 및 먹을거리 무궁무진

         
배내골 전경.

도심에선 이미 벚꽃이 난분분 꽃비를 뿌린 후 아기 손톱 크기의 새순이 돋고 있지만 산골마을이라 봄이 늦게 찾아오는 배내골은 이제서야 산벚꽃과 몇 안 되는 하얀 돌배꽃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하지만 지금 배내골은 의외로 한산하다. 벚꽃이 한창일 때 사람들은 벚꽃이 유명한 쌍계사나 경주 등지로 떠나 찾는 이가 거의 없다가 벚꽃놀이철이 끝나야 사람들이 찾는단다. 가을에도 마찬가지다. 각 지자체의 축제가 몰린 9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역시 일순간 발길이 끊긴 후 억새나 단풍이 모습이 보이면 또 다시 몰린다고 한다.

사전 정보없이 배내골을 찾으면 밋밋하고 심심하다. 그래도 볼거리는 꽤 있다. 천주교 성지인 죽림굴은 간월재 아래 위치해 있고, 배내산장 맞은편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에는 파래소폭포가 유명하다. 만추 단풍이 황홀한 주암계곡에는 여름철 최고의 명소 철구소가 있다. 시퍼런 물이 한눈에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어 밀양 호박소, 신불산 파래소폭포와 함께 영남알프스 3대 소(沼)로 손꼽힌다. 또 통도골에는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조폭들이 물속에서 누가 오래 있나 내기를 했던 곳으로 유명한 선녀탕이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5분에서 많게는 30분 정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밀양호(댐)로 가는 멋진 드라이브길도 달려보자. 도중 휴게소에서 바라본 밀양호의 풍광은 일품이다. 정자 앞에는 망향비가 서 있다. 1990년 밀양댐이 조성되면서 수몰된 단장면 고점리의 덕달 사희동 죽촌 고점 등 4개 마을의 안타까운 사연이 적혀 있다. 배내골 하류에 해당되는 이곳에는 농짝같은 암장이 치솟아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농암대다. 사림의 거두 점필재 김종직이 말년에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밀양호 휴게소. 망향비와 농암정이 보인다.

점필재 김종식이 말년이 머물렀던 농암대. 농암정 정자 안에 사진이 걸려 있다.


배내산장의 특미 '흑염소 숯불구이'.

'흑염소 숯불구이' 상차림.


배내골 맛집을 소개한다. 음식보다 배내골의 정서와 문화를 팔고 싶다는 김성달 씨가 운영하는 배내산장(055-387-3292)은 흑염소 숯불구이와 버섯전골이 유명하다. 영축산 산행의 들머리인 청수골산장(052-254-0875)은 흑돼지구이를 잘 하고, 수림가든(055-387-1016)은 꿩탕과 순두부, 대추나무집(055-387-5312)은 오리불고기와 메기매운탕 전문이다. 경부고속도로 양산IC로 나와 에덴밸리 쪽으로 올 경우 만나는 세검정(055-388-5757)은 생갈비와 돼지갈비로 유명하다. 원동면 장선리에는 50년 전통의 선리양조장(055-363-8933)이 있다. 

(1)편은 여기 클릭해 주세요.
'굴러온 돌' 21년 산장지기에게 듣는 배내골 이야기 http://hung.kookje.co.kr/392

 

롯데 강민호가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9회 말 중견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 박수현 기자

롯데의 야구 열기가 지난해처럼 타오르지 않아 구단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챔피언데이로 치러진 15일 사직구장에는 1만8862명의 팬들만이 스탠드를 메웠다. 챔피언데이는 두 차례 우승했던 1984년과 1992년을 기억하기 위해 매달 한 번씩 개최하는 이벤트로 지난해까지는 당시 입장요금을 적용했고 올해는 평상시의 절반을 받고 있다. 야구 열기가 불꽃처럼 타올랐던 지난해에는 싼 입장료 때문에 챔피언데이에 표를 구하기 힘들었다. 총 6번의 챔피언데이 중 4차례나 만원사례를 이뤘을 정도다.

올해 사직구장의 관중 추이를 보면 사그라들고 있는 열기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지난 4일 홈 개막전만 2만8500명의 만원 관중을 달성했고 이후 2만2741명(5일)→1만7712명(14일) 등으로 관중들이 줄었다. 사직 홈 4경기 평균 관중은 2만1953명. 지난해 4월 홈 평균관중 2만4385명보다 줄었다.

관중 감소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이날 챔피언데이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왔고 아직 본격 주말 3연전을 치르지 않아 관중 감소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롯데의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관중들이 줄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지난해의 경우 몇 년 만에 성적이 좋아 그동안 야구에 굶주렸던 팬들이 몰렸지만 올해는 열망이 많이 식어 팬들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사직구장 내야 지정좌석제를 도입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응원 열기가 약해졌다고 팬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해는 야구장 출입문 개방과 함께 열렬팬들이 응원단상 주위에 집결해 응원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지정좌석제로 그런 모습이 사라져 상대적으로 응원의 폭발력이 감소했다.
이상은 국제신문 야구담당 김희국 기자의 동의 하에 원문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개인적으론 응원의 폭발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더라도 이는 과도기일뿐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응원 패턴 내지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도 조급함 보다는 여유를 갖고 관조하듯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듯 합니다.

야구장 출입문 개방과 함께 먼저 들어온 열혈 마니아 몇몇이 신문지나 가방 등을 올려놓은 채 한 사람당 내댓 개의 좌석을 잡아놓는 현실이 그동안 얼마나 불합리한 처사였는지는 야구장을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악습이 공공연하게 묵인 내지 용인되는 현실에 어쩌면 더욱 더 화가 난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구단이 올해부터 시행한 지정좌석제는 아주 바람직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직구장 관중 감소는 어쩌면 롯데의 성적과 무관하지 않는 듯 합니다. 아무리 야구에 미친 부산사람들이라고 해도 롯데가 연패하면 가질 않지 않습니까. 냄비근성이 타 지역에 비해 좀 심한 편이죠. 물론 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1루측에 자리잡는 일부 골수팬들이겠죠. 이는 그냥 야구를 즐기는 일반 사람들에 비하여 훨씬 적습니다. 이 분들은 아마 8연패해도 찾을걸요.

문제는 이대호 가르시아 홍성흔의 방망이가 동시에 터지고 손민한이 빨리 출전해야  사직구장에 관중들이 구름처럼 모여듭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6억 인지 7억 인지 받는 손민한이 너무 나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요즘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꽉 찬 야구장에서 오렌지색 봉다리 귀에 걸고 신나게 신문지 흔드는 날이 빨리 찾아왔으면 합니다.

하늘로 간 영혼들과 상처받은 생존자들의 아픔을 아는지 지난 14일 활짝 핀 진달래는 유난히 곱고 빛이 선명합니다. 창녕군청 제공.

지난 2월 9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억새태우기 행사를 하다 7명이 숨지고 81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던 경남 창녕군 화왕산(해발 757m) 정상부에 지금 연분홍 진달래가 온 산을 불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창녕은 예부터 낙동강과 우포늪의 범람으로 홍수가 잦아 주민들이 물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창녕의 진산 이름을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화왕산(火旺山)으로 명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난히 산불이 많이 발생해 키 큰 나무들은 오간데 없어 산 '가을의 전령' 억새와 연분홍 진달래가 고 산 정상부를 뒤덮고 있습니다.

무심한 산도 아직 2개월전의 대참사를 기억하고 있는지 올해 진달래의 연분홍빛이 유난히 선명합니다.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대자연은 위대한가 봅니다.

시간이 나면 화왕산에 올라봅시다.
창양읍내 화왕산 군립공원 자하곡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깔딱고개를 넘어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화왕산은 산 정상부에 화왕산성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곳입니다. 남동쪽의 경우 돌로 성을 쌓았지만 서북쪽은 절벽능선이라 자연성벽입니다. 그 가운데가 십리억새밭으로 그 면적은 18만4800㎢(5만6000평)에 달합니다. 가을엔 광활한 억새밭으로, 이 봄엔 진달래 군무로 아주 유명하답니다.

많은 사람들은 성곽일주를 합니다. 통상 난전이 펼쳐진 서문에서 정상으로 올라 시계방향으로 돕니다. 반대편으로 돌아도 상관없습니다. 지난번 참사의 현장이었던 배바위 방향으로 말입니다. 화왕산 정상과 배바위는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한 바퀴 돌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잊지 말아야 하겠죠. 진달래 한 송이 한 송이를 어루만지며 당시 숨진 영혼들의 아픔을 달래며 명복을 빌어 줍시다.

아래 사진은 2006년 봄 진달래 사진입니다.


지난 2월 참사 때의 사진입니다.


대산 정상 직전 산비탈 전체가 온통 연분홍 진달래 천지

발아랜 자줏빛 얼레지 군락, 마산 진동 진해 앞바다 한눈에

대산(大山) 가는 도중 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달래 군락지. 사진 맨 우측 봉우리가 광려산, 가운데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서북산이다.

 수년 전 지율 스님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천성산으로 '얼레지 꽃길 지나 암자 만나기' 행사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얼레지. 이름은 다소 이국적이나 알고 보면 지극히 한국적이다. 4월이면 어김없이 녹색 바탕에 자주색 얼룩무늬 잎이 먼저 카키색 낙엽 위에 누우면 그 사이로 꽃대가 올라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빛깔은 연한 자주색으로 아주 곱다.

혹자들은 그 자태를 두고 마치 머리를 올린 초야의 신부가 어색한 분위기에 못이겨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라 한다. 씨앗을 뿌려 싹이 트고 꽃이 피기까지 무려 5년, 인고의 세월 그 자체다. 산행팀은 천성산 이후 고성 와룡산 향로봉이 숨은 얼레지 군락지라고 소개한 바 있다.

 마산 광려산~대산에도 얼레지 군락지가 있다. 천성산 향로봉 군락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햇빛이 듬성듬성 스며드는 낙엽이 수북한 약간의 비탈진 음지에서 산행 내내 잊을만 하면 산꾼들을 재차 반긴다. 

씨앗을 뿌려 꽃이 피기까지 무려 5년이란 인고의 세월을 거치는 얼레지.

 마산 진북면과 내서읍에 걸쳐 있는 광려산~대산은 낙남정맥 종주길에 솟아 있어 일부 종주꾼들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대산의 경우 마산사람들조차도 모를 정도로 무명에 가깝다. 순전히 마산의 진산인 무학산의 명성에 가려진 때문이다. 4월의 무학산은 사람으로 미어진다. 산 전체를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군락 때문이다. 무학산은 천주산 비음산과 함께 김해 마산 창원권의 3대 진달래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얼레지 군락지인 광려산~대산 또한 바로 건너편 동북쪽에 위치한 무학산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진달래산이다. 여기에 무학산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빼어난 암봉미와 마산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전망조차 똑같이 갖추고 있다. 해발고도 또한 무학산 767m, 광려산 750m, 대산 727m로 거의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이쯤 되면 산행팀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무학산만 찾는지. 아마도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일 게다.

해서, 산행팀은 광려산~대산 원점회귀 코스를 개척했다. 진달래 군락과 암봉 그리고 바다 조망에 얼레지 군락까지 갖춘 이곳은 무학산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산행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산행은 마산 진북면 추곡리 외추마을~야성 송씨묘~낙남정맥 주능선~광려산~광산사 갈림길~잇단 얼레지 군락지~진달래 군락지~대산~추곡리 갈림길~철탑~내추마을 갈림길(사거리)~내추마을~외추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며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외추마을 정류장 너른터에서 직전, 다리를 건너 왼쪽 KT마산지점 추곡분기국사를 지나면 조그만 주차장. 이 주차장 우측 끝이 들머리다. 대숲을 지나면 송림길. 소나무 재선충 피해 탓에 훈증처리를 한 곳이 여럿 보인다.

야성(冶城) 송씨묘를 지나 50m쯤 뒤 갈림길. 좌측으로 간다. 잇단 묘지를 지나면 사거리 갈림길. 이번엔 우측 일직선 오름길로 향한다. 보랏빛 각시붓꽃 제비꽃과 노란 양지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양지바른 산 아랜 진달래가 끝물이고 철쭉이 꽃망울을 벌써 터뜨렸다.

리본 하나 없을 만큼 산길은 거칠고 묵었지만 주능선까지 거의 외길이라 별 문제는 없다. 40분쯤 뒤 단 한번 오르막 도중 사거리를 만나지만 무시하고 계속 오르자. 10분 뒤 우측으로 낙남정맥 능선과 대산이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25분 뒤 석축이 보일 무렵 등로 좌측으로 철탑이 서 있다. 철탑 우측으로 서북산 봉화산 여항산이, 발 아랜 봉화산줄기가 한티재에서 광려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도 확인된다. 진동 앞바다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 광경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큰 그림으로 다가온다. 15분 뒤 집채만한 바위전망대에 오르면 10시 방향 가덕도, 12시 방향 거제도, 1시 방향으로 고성 철마산과 거류산이 각각 확인된다.

여기서 9분이면 낙남정맥 주능선에 닿는다. 우측 소나무 사이로 대산이 손에 잡힌다. 여기서 광려산은 좌측으로 4분이면 올라선다. 정상석에 720m라 표기돼 있지만 이는 정면인 북쪽 삿갓봉의 높이이다. 등고선을 찬찬히 살펴보면 광려산은 750m임을 알 수 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정면 삿갓봉을 기준으로 2시 방향 상투봉(투구봉), 그 사이 함안읍내, 3시 방향 무학산, 삿갓봉 뒤로 의령 자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왔던 내려와 대산으로 향한다. 낙남정맥길이다. 7분 뒤 광산사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부터 얼레지 군락지가 시작된다. 집채만한 바위전망대를 지나면 또 다시 얼레지 군락지. 등로 좌우 모두 자줏빛 얼레지다. 등로에도 꽃을 피워 피해가야 할 정도다. 얼레지 외에 까치무릇이라 불리는 하얀 산자고와 현호색 개별꽃도 눈에 띈다. 

정면 대산이 코 앞에 와 있을 즈음 등로 좌우는 온통 진달래 터널이 이어진다. 대산 직전 암봉에 올라서면 능선길 우측 산비탈 전체가 진달래로 덮여 있다. 여기에 산행팀이 방금 지나온 능선과 향후 하산길 그리고 날머리인 발아래 추곡저수지 위쪽의 내추마을과 들머리 외추마을도 한눈에 보인다.

대산 정산은 암봉 바로 뒤. 광려산에서 65분. 시야가 더 넓어져 마산항과 진해만, 진동 앞바다 그리고 진해 창원 김해쪽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동쪽 마산항에 떠 있는 조그만 섬이 해상유원지가 있는 돝섬, 그 우측으로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 가덕도와 진해만 그리고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곶출산, 아치형 다리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 진동 앞바다가 죄다 확인된다. 마산항 뒤로 저 멀리 창원 및 진해 시가지가 확인되고 그 뒤로 정병산 비음산 용지봉 불모산과 진해의 웅산 시루봉 천자봉 장복산 덕주봉도 또렷하게 다가온다.

주능선 직전 전망대에서 본 진동 앞바다. 발아래 추곡저수지 상류가 날머리 내추마을, 그 아래가 들머리 외추마을이다.

하산은 원점회귀를 위해 왔던 길로 10분쯤 내려가 좌측 추곡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참고로 정상석에서 우측으로 가면 대곡산 무학산으로 낙남정맥길이 이어진다.
추곡리 갈림길은 주위를 살피지 않으면 다시 광려산쪽으로 가기 쉬우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산행팀은 노란 리본을 여러 개 달고 뒷면에 '추곡리 하산길'이라고 적어놨다.

솔가리가 푹신푹신한 송림길이다. 18분 뒤 철탑에 이어 버려진 안테나를 지나면 사거리 고개에 닿는다. 우측으로 본격 하산한다. 경사가 급하지만 지그재그형으로 돼 있어 운치가 있다. 마치 오룡산에서 통도사 자장암으로 내려오던 길이 연상된다.
이어지는 산길. 또 한번의 놀랄만한 규모의 얼레지 군락지를 지나 물마른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내추마을 독립가옥과 만난다. 사거리에서 15분. 여기서 외추마을까지는 22분 걸린다. 도로 옆 무덤가엔 할미꽃과 광대나물도 보인다.

# 떠나기전에 - 산자고 제비꽃 현호색 등 야생화도 천지 

 진달래의 경우 산행팀이 찾았을 땐 산 아래에는 절정이었거나 끝물이었고, 고지대인 대산 정상 직전 낙남정맥 주능선 주변에는 30% 정도 만개해 있었다. 아마도 이번 주말 온 산이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 아래선 이른 철쭉도 볼 수 있다. 우리 야생화의 환한 미소도 담아올 수 있다. 산자고 제비꽃 양지꽃 현호색 개별꽃 할미꽃 등등.

광려산은 그 산세가 중국의 여산(廬山)을 닮았다고 해서 '려'자를 따오고, 그 여산에 살았다는 은둔자의 대명사인 광유(匡裕) 선인의 이름에서 '광'자를 합쳐 지어졌다고 한다. 여산은 또 '귀거래사'를 지은 도연명이 태어난 곳으로 중국 불교 정토신앙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숯불구이 전문점 동백가든(055-272-0002). 신선한 육질에 칼집을 내 부드러우며, 간 천엽은 서비스로 나온다. 단호박 돈나물 등 밑반찬이 깔끔하다. 야채는 거의 유기농법으로 직접 재배한 것이다. 들머리에서 차로 4, 5분 거리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간판 또한 커 찾기는 아주 쉽다. 바로 인근에는 수궁온천이 있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불편 승용차 이용땐 편리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내서IC~함안 마산 직진~통영 마산 좌회전~통영 상곡 우회전~통영 마산~쌀재터널~고성 통영~동전터널~진동면 안내판~진주 고성~의령 가야 우회전(운전면허시험장)~가야 여항~수궁온천 지나~외추마을 우회전(여기선 이정표가 없다. 이 때문에 '추곡상회' 또는 '상북초등학교' 버스정류장 간판 보고 우회전하면 된다. 정면엔 SK주유소가 보인다)~외추마을 버스정류장 순.

대중교통편은 불편하다.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마산 합성동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새벽 5시40분부터 7~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300원. 50분 걸린다. 추곡리행 버스는 마산역에서 타야 된다. 터미널을 경유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마산역에 정차한다. 택시는 기본 요금, 걸어서 대략 15분. 마산역에서 72번 버스는 오전 6시, 8시40분, 11시25분에 있다. 그 중 오전 8시40분 출발 버스만 들머리 외추마을까지 들어가고 나머지 버스는 옛 상북초등(삼진미술관) 정류장에 선다. 여기서 외추마을까진 걸어서 25분 걸린다.

날머리 내추마을에서 마산역행 72번 버스는 오후 3시10에 한 번 있으며, 이 버스를 놓치면 외추마을을 거쳐 옛 상북초등 정류장까지 50분쯤 걸어 마산역행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 5시50분, 8시30분. 1000원. 합성동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10시3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음산 상봉 진달래 군락 '한폭의 그림'
20일께 만개…탁트인 바다 등 조망 탁월
4km 진례산성 꿈길같은 진달래 천국 
 

       고산고개에서 비음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비탈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 두 갈래 길 중 왼쪽이 등산로,
        오른쪽은 진례산성이 허물어진 길.


봄소식을 전하는 꽃은 많다. 매화를 필두로 벚꽃 산수유 목련 등등.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봄을 알리는 꽃은 예상외로 그리 많지 않다. 선비의 꽃 매화는 광양 등 남도에서 주로 볼 수 있고 화려한 벚꽃의 군무는 익히 알려진 명소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물론 한 두 그루야 어디든 볼 수 있긴 하지만.

산수유와 엇비슷한 노란 생강나무꽃도 있지만 깊은 산중이 아니면 장삼이사는 구경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없을까. 참꽃 진달래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봄은 온통 진달래 산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불처럼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덮는 진달래는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꽃으로 불린다. 오죽 했으면 소설가 이태준이 나라꽃을 무궁화 대신 진달래로 바꿔야 한다고 했을까.

이번 주 산행은 진달래 산행.

그리 높지 않으면서 양지바른 야산에 주로 자라는 진달래는 산꾼들을 산으로 유혹한다. 영취산 비슬산 화왕산 민주지산 대금산 무학산 천주산 천관산 등 진달래가 산상화원을 이루는 명산이 적지 않지만 산행팀은 이중 부산서 가장 근접한 비음산을 택했다.

진달래 산행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바다가 확 트이는 조망과 암릉길 산행도 양념으로 넣었다. 비음산(519m)~대암산(669m)~신정산(707m)~용지봉(723m) 코스. 약간 길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창원에서 출발해 김해 장유면으로 내려왔다.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산불초소~주능선(삼거리봉)~고산고개(첫 이정표)~비음산 정상~대암산 정병(봉림)산 갈림길~비음산 청라봉~남산재 사거리~암릉길~대암산 정상~신정산 정상(큰 돌탑)~철탑~용지봉 정상~장유사 갈림길~(장유)폭포 휴게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로 만만찮다. 능선에만 오르면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들머리는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 너른 주차장 가장자리에 정병산 안내도가 서있는 길로 간다. 왼쪽 저멀리 정병산이 보인다. 정병산과 비음산은 능선으로 이어져 많은 산꾼들이 이곳을 들머리로 애용한다. 또 다른 등산 안내판과 용추농원을 지나면 산불초소. 500m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정병산, 우측 산길로 오르면 비음산. 비음산으로 향한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오르막. 애기 손톱만한 새순이 돋고 새소리와 길상사 목탁소리가 어울려 활기차다. 완연한 봄을 느낀다.

하지만 약간 고달프다. 거의 코를 땅에 박고 가야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기 때문. 50분쯤 뒤 한숨 돌릴 무렵 우측에 시야가 확 트여 창원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선다. 도청에서 올라오는 길이 열려 있어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주능선에 오른 셈. 왼쪽 제일 끝에 금정산이 확인된다. 10분 뒤 예비군 참호 앞에서 갈림길. 왼쪽 희미한 산길은 용추계곡, 산행팀은 오른쪽 내리막길로 간다. 이때부터 비음산 상봉으로 하는 진달래길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이정표. 고산고개다. 우측에 진례산성 안내판이 서있다. 성벽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너덜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옛 성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완경사 오르막으로 향한다. 진례산성과 나란히 달린다. 곧 침목계단. 비음산 상봉까지 진달래가 도열해 있다. 아직 활짝 피진 않았지만 만개하면 전국의 어느 진달래산에 못잖은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상봉은 고산고개에서 25분 거리. 조망이 빼어나다. 창원시가지는 물론 진해 장복산, 마산 무학산과 마산항, 그 오른쪽 팔용산 천주산 용지봉 작대산 무룡산 구룡산 정병산 백월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진례산성' '대암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 진례저수지와 그 뒤로 천문대가 위치한 분성산 신어산 금정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10분 뒤 진례산성 안내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크게 돌면 정병산 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용지봉 정상까지는 낙남정맥길이다. 참고하길.

5분 뒤 비음산 청라봉을 내려서면 헬기장. 3분 뒤 남산재 사거리. 왼쪽 진례 평리마을, 오른쪽 창원 사파정동. 직진한다. 오르막길. 이때부터 대암산까지는 사실상 암릉길. 밧줄에 의지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길 좌우에 진달래가 도열해 있고 '좌 김해, 우 창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진해와 거제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올 땐 통쾌하기까지 하다. 대암산 상봉은 한눈에 알 수 있다. 둥그런 구조물 위에 정상석이 서있기 때문이다. 남산재에서 50분 거리. 정면 화산을 정점으로 오른쪽 불모산, 저 멀리 왼쪽이 용지봉이다.

움푹 파인 너른터를 지나면 갈림길. 우측은 창원 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 방향, 산행팀은 조난위치 표지판이 서있는 왼쪽으로 간다. 소나무터널과 능선 삼각점고개를 지나 오르막인 억새와 진달래길을 통과하면 돌탑 6기. 여기서 5분만 더 가면 큰 돌탑이 기다린다. 정상석은 없지만 신정산 상봉. 우측 거제 앞바다가 시원하게 땀을 씻어준다. 이제 용지봉까지는 1.4㎞.

철탑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로 향한다. 암릉길이 만만찮다. 이렇게 10여분 고행길을 넘으면 용지봉에 선다. 저 멀리 주남저수지와 낙동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발밑에는 장유신도시가 보인다. 부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금정산과 화명신시가지, 백양산 승학산 시약산 구덕산 엄광산 다대포 몰운대 등등.

하산은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장유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역시 진달래길. 왼쪽은 낙남정맥길로 냉정고개를 지나 신어산으로 이어진다. 10분 뒤 장유사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왼쪽 장유사를 거쳐 장유폭포를 지나 대청계곡 입구로 내려올 수도 있고, 능선을 따라 곧바로 직진해서 장유계곡 입구로 하산해도 된다. 어쨌거나 두 길은 결국 만난다. 산행팀은 후자를 택했다.
산행 날머리인 (장유)폭포휴게소는 용지봉에서 1시간20분쯤 걸린다. 비교적 길어 힘겹다.





# 떠나기 전에
창원시와 김해시 진례면을 동서로 가르는 낙남정맥의 산길인 정병(봉림)산과 용지봉. 그 중간에 용추계곡을 끼고 비음산이 솟구쳐 있다. 높지는 않지만 가야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성(城)이 장장 4㎞로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 선분홍의 진달래가 봄을 알린다.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전국에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산불 때문에 창원시는 현재 비음산 대암산 장복산 백월산의 등산로를 9일부터 잠정 폐쇄하고 있다. 대신 창원을 대표하는 정병산(봉림산)과 또 다른 진달래산인 천주산은 상시 개방하고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등산로 폐쇄 해제는 현재로선 기약이 없으며 만일 비가 올 경우 해제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비음산의 진달래는 자칮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창원만의 상황이 아니고 전국 지자체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니 산꾼들은 떠나기전에 반드시 해당 지자체에 문의를 해야 된다. 

진달래 산행 코스는 용추저수지에서 고산고개~비음산 정상~정병(봉림)산 대암산 갈림길에서 왼쪽 정병산 방향~용지벌거숭이공원~용추고개~용추저수지로 내려서는 3시간 정도의 원점회귀 코스와 비음산~청라봉~남산재~대암산~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로 내려서는 중거리 코스를 가족산행지로 권한다. 대암산에서 신정산을 거쳐 용지봉으로 이어지는 풀코스는 걷는 재미는 물론 암릉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산행의 참맛을 알려준다.

# 교통편 - 경남도청·창원대 앞 하차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창원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를 시작으로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분 소요. 창원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경남도청 또는 창원대 앞에서 내린다. 들머리인 용추저수지 앞 주차장에서 걸어서 각각 10분 걸린다. 23번(도청), 61 71(도청 경유 창원대), 71-1(창원대).
좌석버스는 312(도청), 316(창원대). 1400원. 창원대 앞에선 교내로 들어가 용추저수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날머리 폭포휴게소 앞에서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까지는 걸어서 35분 걸린다. 우측으로 가 건널목을 지나면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장. 여기서 장유 순환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800원. 다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간격 3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남 남해 망운산에서 발견된 희귀식물인 흰진달래.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매년 이맘 때면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불태우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꽃 진달래가 흰색이라면 믿어시겠습니까.
사실이라면 이렇게 읊겠죠. '온 산이 온통 하얗게 물든…' . 왠지 어색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런 풍광이 사실로 재현될 것 같습니다.
경남 남해의 망운산 자락에 흰진달래가 자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잠시 망운산을 살펴보겠습니다.
천년 고찰이자 관음기도처로 유명한 보리암을 품고 있는 금산이 남해를 찾는 외지인들의 필수 코스라면 남해 망운산은 남해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그래서 더이상 외지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어머니품 같은 산입니다.
망운산은 해발 785m로 우리나라 섬 산 중 제주도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 다음으로 높습니다. 부초처럼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섬들을 누르고 남해땅 한가운데 우뚝 솟아 남해바다 최고의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는 최근 남부자원수종에 대한 탐사활동을 벌이던 중 희귀식물로 알려진 흰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 for. albiflorum)의 자생지를 남해 망운산에서 발견했습니다. 
흰진달래의 자생지는 약 2ha의 면적에 모두 10여 그루로 키는 2~3m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흔히 진달래는 햇볕이 잘 들고 배수가 잘 되는 사양토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자생지의 숲은 주변 수목들이 울창해지면서 햇볕 부족으로 나무의 상태가 많이 쇠약해져 있다고 합니다.

흰진달래는 진달래의 변이종으로 과거에는 드물게 산야에서 자생하고 있었으나 서식환경의 변화와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남획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인되는 개체가 적은 아주 희귀식물입니다.

신현철 남부산림연구소 박사는 "조경수로 자생수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흰진달래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이 흰진달래도 가을에 씨앗을 채취하여 복원할 계획"이라고 향후 포부를 밝혔습니다.

머지않아 우리 산하에 하얀색 진달래 군락지를 볼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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