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산 기슭 소답동서 어린시절 보내
시작부터 끝까지 연분홍 물결 장관
상봉 오르면 거칠 것 없는 사방 조망
하산길 마금산 온천 피로 풀기 그만

  천주산 용지봉 북사면의 진달래 군락지.


 도심은 오래 전 봄이 왔건만 산 속은 아직 앙상한 나무가지가 즐비한 잿빛이다. 물론 발밑에는 바람꽃 노루귀 산자고 제비꽃 등 어여쁜 야생화가 이미 봄의 도래를 알리고 있지만 카키색 낙엽군락을 뚫고 고개를 쏙 내민 불과 2~3㎝의 길이로는 중과부적일 뿐이다. 희소성으로 상징되는 이들 야생화는 낯가림이 심해 모든 산에 그 얼굴을 내밀질 않는다. 한적함을 즐기는 유유자적일까 도도한 자태의 우월감일까. 하여튼 야생화는 봄을 알리는 하나의 징후일 뿐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통설이다.

우리 산천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봄의 전령은 누가 뭐래도 진달래다. 겨우내 움츠렸던 잿빛 산천을 일순간 화사하게 변모시키는 참꽃 진달래는 그래서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진달래는 편견이 없다. 고국산천 양지바른 야산이나 구릉지부터 정상 부근에 이르기까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소박하고 은은하며 되바라진 데 한 곳 없는 순종의 미덕이 몸에 밴 진달래. 소월이 노래한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란 시구가 이심전심으로 체화된다.

이 땅에 진달래가 지천인 것은 생태적 특성이 한 몫 했다. 알고보니 진달래는 메마르고 척박한 산성토양에 내성이 강한 품종. 소나무로 인해 황폐해진 우리 산야에 적응이 가장 쉬웠다. 활엽수가 거의 없는 송림이나 골산에서 인내의 미덕을 보이는 모습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이번주 산행지는 진달래산으로 꽤나 유명한 창원의 '하늘 기둥' 천주산(天柱山). 하지만 산행시간이 3시간 안팎으로 짧아 이웃한 무명의 구룡산을 하나 더 끼웠다.

산행은 창원 북면 고암마을 새마을회관~감나무 과수원길~지능선~(지도상)구룡산 정상~헬기장~구룡산 정상석 봉우리~남해고속도로 용강터널 위 철탑~삼각점봉(284봉)~굴현고개~공동묘지~바위전망대~천주봉~팔각정~헬기장~산불무인감시카메라~헬기장~천주산 용지봉~임도고개(쉼터)~달천계곡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10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천주봉으로 향하는 이른바 '깔딱고개' 하나 정도 힘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산길은 여유롭다.

들머리는 창원 북면 고암마을, 날머리는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외감리 달천계곡. 축제 참가에 이은 마금산 온천욕을 위해서다.

고암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고암새마을회관까지는 걸어서 5분. 회관 왼쪽 공터를 따라 간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두 번의 갈림길. 한번은 오른쪽, 다른 한번은 왼쪽으로 간다. 우측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시멘트길 끝나는 지점에선 눈 앞이 온통 감나무밭. 과수원길로 직진하면 길 끝나는 지점이 바로 산길. 본격 들머리인 셈이다.

 완만한 송림 오르막이지만 연분홍 진달래가 만개해 있다. 무덤을 지나면서 너덜길이 이어진다. 진달래 또한 산꾼들과 보조를 계속 맞추며 고도를 높인다. 천주산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구룡산도 진달래가 만만찮다. 이렇게 20여분. 칡 넝쿨을 통과하면서 급경사 된비알. 10여분 땀깨나 흘리면 지능선. 이곳까지 오면 길찾기 우려는 사실상 끝. 우측으로 간다. 50m쯤 뒤 갈림길. 왼쪽은 주남저수지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곧 시야가 트인다. 다시 30m쯤 오르면 지형도 상의 봉우리 정상. 남해고속도로 우측으로 작대산 무릉산 마금산 천마산 백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당시엔 구룡산 상봉으로 여겼지만 10여분 뒤 비슷한 고도의 봉우리에 구룡산 정상석이 서 있었다.

이제부턴 조망의 산행이다. 눈 앞에 거칠 것이 없다.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달리고, 저 멀리 창원 시가지도 펼쳐진다. 뒤로는 철새들의 낙원 주남저수지도 보인다. 헬기장을 지나면 곧 정상석이 서 있는 구룡산 상봉. 정면에 흙길이 보이는 천주봉과 그 뒤로 천주산 주봉인 용지봉도 확인된다. 내리막길엔 노란 생강나무꽃이 활짝 펴 있다. 무덤 앞 갈림길은 곧 만나니 아무 길로 가도 된다.
 
한 굽이 오르면 김녕 김씨묘. 할미꽃 한 송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곳에서 구룡산을 봐도 고만고만한 봉우리 셋 중 정상석이 위치한 세 번째보다 첫 번째가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할미꽃.

솜나물.


이후부턴 내달린다. 철탑이 서 있는 남해고속도로 용강터널 위도 지난다.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만난다. 철탑을 지나 첫 번째 만나는 갈림길이다. 왼쪽은 동문고개를 거쳐 정병산으로 가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낙남정맥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10분쯤 뒤 상수원보호구역 팻말을 지나 계속 내려서면 1045번 지방도인 굴현고개. 도로 건너 바로 천주산으로 향한다. 공동묘지를 지나면서 살인적 오르막이 기다린다. 불과 20여 분이지만 이번 산행에서 가장 난코스이다. 오르막이 끝날 무렵, 우측 바위전망대에 서면 왼쪽 남해고속도로, 오른쪽은 마산 가는 옛 남해고속도로, 발 아래는 마금산온천 가는 1045번 지방도와 창원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깔딱고개'를 지나 다다른 천주봉과 그 뒤로 구룡산이 훤히 보이는 가운데 천주산 산사면에 진달래가 활짝 폈다.

 이제 천주봉으로 향한다. 본격 진달래 산행이다. 7분 뒤 천주봉(484m). 정상석이 서 있다. 이어 팔각정과 잇단 돌탑, 그리고 그늘 아래 벤치, 운동기구, 산림도서함도 있다. 천주산 산림욕장이다. 진달래도 감상할 겸 잠시 쉬었다 가도 좋다. 고즈넉한 구룡산과 달리 약간은 부산하다. 이내 사거리 천주암고개. 이른바 만남의 장소이다. 친절하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 천주암, 오른쪽 달천계곡, 직진하면 정상. 1.44㎞, 45분 걸린다고 돼 있다.

잠시 뜸하던 진달래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다. 오르막길 좌우가 온통 진달래 군락지다.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역시 소문대로 장관이다. 등로는 방화선인지 거의 임도 수준이다. 어른보다 키가 큰 진달래가 그야말로 온 산에 가득하다.   

구룡산 정상.

천주산.

천주산 용지봉.



 
잇단 헬기장과 산불무인감시카메라를 지나면 마침내 천주산 용지봉(639m). 거칠 것 없는 전망이 일순간 넋을 놓게 한다. 정상석 뒤로 농바위 작대산 무릉산, 파헤쳐진 광산 뒤 마금산과 천마산이, 남해고속도로 건너 우측 백월산 주남저수지 구룡산 정병산 (김해)용지봉 불모산이, 창원공단 뒤 장복산이, 마산 앞바다 뒤로 월미도 무학산 광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오른쪽 농바위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이면 삼거리 임도 쉼터. 왼쪽 함안, 직진하면 농바위를 거쳐 작대산, 오른쪽 달천계곡 방향으로 간다. 다행히 50m쯤 뒤 커브길에서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달천동 1.1㎞'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보인다. 단순 내리막길이 아니라 중간중간 낮은 무명봉도 넘고 집채만한 바위도 에돈다. 달천계곡까지는 30분. 여기서 '외감 입구'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더 걸어야 한다.

# 떠나기전에 - 이원수 선생 '고향의 봄' 무대

남해고속도로 창원과 마산 사이 도로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천주산은 외모로는 그리 눈길을 끌 만한 구석이 많지 않다. 사실 바위산의 아기자기함도, 육산의 웅장함도 갖추지 못한 하고 많은 산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산을 외면할 수 없게 하는 이유는 품속의 진달래 때문이다.

특히 이곳 천주산은 이원수의 동시 '고향의 봄'의 배경이 되는 곳. 양산이 고향인 그는 2세때 창원으로 이주, 어린시절을 천주산 기슭 소답동에서 보냈다. 마산으로 다시 이주한 그는 소파 방정환을 처음 만나 15세의 나이로 '고향의 봄'을 지어 '어린이'지에 투고해 이듬해 실렸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의 진달래는 어쩌면 천주산 진달래였으리라.

피로는 물좋기로 소문난 북면 마금산온천에서 풀자.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온천과 함께 이곳의 자랑거리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북면 막걸리. 달짝지근하면서도 아주 부드러워 술술 넘어간다.

올해 천주산 진달래축제는 지난 5일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북면 외감리 달천계곡에서 열린다.

# 교통편 - 마산서 고암리행 버스 하루 1회 뿐

부산서는 마산(합성동)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것이 편리하지만 연계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마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버스를 첫 차로 7~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분 걸린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도 시외버스가 출발한다. 오전 5시5분부터 10~15분 간격으로 있다. 70분 걸린다.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들머리인 고암리행 버스는 24번 버스를 타면 되지만 낮 12시에 있다. 대신 20, 21, 22, 23번 버스를 타고 인근 굴현고개에서 내려 북면택시(055-298-2332, 299-9000)를 이용한다. 8000~9000원.

날머리 달천계곡에서 15분 거리인 '외감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마금산 온천행 버스는 수시로 다닌다. 마금산 온천 버스정류장에서 마산행 버스는 20, 21, 24번이 출발한다. 20~30분 간격으로 밤 10시40분(막차)까지 있다.
마산에서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밤 9시3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노포동터미널행 시외버스는 밤 9시1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노포동행 버스는 지하철 1호선 동래역에도 정차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북창원IC~북면 마금산온천 좌회전~창원 좌회전~외감 오일뱅크 지나~시청 창원역~승산 대한 방면 좌회전~대한마을회관 지나~고암마을(고암교)~고암새마을회관(고암리경로당) 순. 또 한가지. 차를 달천계곡(북창원IC~창원 방향 좌회전~외감 달천계곡)에서 주차한 후 택시를 불러 고암에서 산행을 시작해도 된다.

 

봄은 마술사다. 형형색색 꽃들을 단번에 쏟아내지 않고 변덕이 심한 인간들을 배려한 듯 시기별로 요술보따리에서 속세로 하나씩 내놓는다.

빠알간 동백을 시작으로 매화 진달래 개나리 벚꽃 백일홍 철쭉 복사꽃 배꽃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까지. 그래서 유달리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겨우내 봄을 사무치게 기다린다. 봄의 이러한 사려깊음을 인간군상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길이 없지만.
벚꽃은 이미 꽃비를 뿌린지 오래고 지금은 진홍 분홍 하얀색의 철쭉이 거리 곳곳에 만개해 있다. 연분홍 진달래 또한 `님을 향해 즈려 밟힌지' 오래다.

대운산 제2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50분간의 산길은 진달래 천국이다.

하지만 대운산 정상에선 도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심보다 구름에 더 가깝기를 바라는 대운산(大雲山·742m)은 이제야 진달래가 한창이다.

도심에서 아주 멀거나 필부가 못오를 만큼 그리 험하거나 높지도 않다.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 창원 비음산마냥 온 산사면이 진달래로 덮여 있지도 않다. 산행 내내 그저 길 양쪽에 진달래가 나그네를 반기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대운산 제2봉 부근에서 상봉으로 향하는 50여 분 내내 진달래가 꿈길을 이루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온양면과 경남 양산시 웅상읍에 걸쳐있는 대운산.
이번 주말 만사를 제쳐 놓고 봄기운이 어렵사리 피워놓은 진달래를 감상하면서 아직도 불러보지 못한 상춘곡을 읊조려 보자. 진달래뿐 아니라 수수한 산세와 울창한 숲, 그리고 깊고 깊은 계곡과 명경지수와도 같은 맑는 계곡물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하다.

산행 초입 전망대에 서면 벚꽃이 만개, 완연한 봄 색깔로 치장해 눈이 부시다.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제3주차장(상대주차장)~삼거리 전자안내판~나주 임씨묘~318봉~391봉~대운산 제2봉~진달래 군락지~대운산 정상~헬기장~전망대바위~경주 이씨묘~대운농장~철판다리~애기소~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이정표가 꼼꼼하게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들머리 온양면 남창리는 유명한 배 산지. 주차장을 벗어나면 개울 건너 배나무밭엔 배꽃이 한창이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있어 대운교 등 길가에는 연등이 일렬로 걸려있다.

삼거리 정면에는 울주군 재해대책본부에서 세운 대형 전자안내판이 서 있다. 그 옆에는 `대운산 제2봉 4.6㎞, 내원암 1.5㎞'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내원암 방향으로 5m쯤 가면, 왼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산 전체가 완연히 제 색깔을 찾고 있다. 갓 나온 새 잎은 애기의 뽀얀 피부처럼 깨끗하고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여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산 기슭엔 정상부와는 달리 진달래가 이미 시들어 있고 대신 산철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꿩 한 마리가 숲에서 푸드득 하고 뛰어 오른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왼쪽은 물소리가 들리는 애기소 방향.

15분 뒤 봉분이 거의 사라진 나주 임씨묘. 오른쪽 저 멀리 기암절벽이 시선을 붙잡고, 산허리를 따라 난 임도를 따라 내원암으로 등산객이 오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전망대. 뒤돌아보면 정면으로 삼각산과 불광산, 원효대사의 전설이 서린 척판암이, 그 왼쪽으로 달음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직진한다. 왼쪽 저 멀리 대운산 정상이 서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제 색깔을 못내고 있다. 고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와 돌탑을 잇따라 지나면 우측 수목 사이로 내원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과 0.2㎞ 떨어져 있다. 주변 송림은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 한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가 시선을 끈다.
       진달래는 피어 있지만 아직도 산 전체는 푸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행 중 만난 뱀.



영월 엄씨묘를 지나면 눈앞에 넘어야 할 작은 봉우리가 기다린다. 그 뒤로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으로 대운산 주봉, 다시 그 왼쪽으로 하산할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땀을 흠뻑 낼 요량으로 1시간 정도 바짝 오르면 두 번째 전망대를 만난다. 일관된 가풀막이어서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제2봉은 15분이면 닿는다. 제2봉은 대운산에서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그칠 것이 없다. 오른편엔 1.3㎞ 거리의 제1봉과 꼬장산이, 정면엔 울산대 뒷산인 문수산, 그 왼쪽으로 정족산 천성산이, 조만간 오를 대운산 정상 뒷편에는 시명산과 달음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2봉에서 정상까지는 2.7㎞. 왼쪽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사방이 온통 3~4m쯤 되는 진달래 천국. 정상까지 50여 분간 줄곧 길 양편에 도열해 있다. 이번 산행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일부 구간에선 거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 군락 보호를 위해 가지치기를 한 지자체의 노력이 엿보인다. 기온 탓에 모두 만개는 안했지만 이번 주말이면 온통 연분홍으로 덮을 태세다. 마침내 정상. 날이 쾌청할 경우 동해바다와 대마도도 확인된단다.

하산은 올라온 방향과 정반대인 도통골과 박치골 사이의 남동쪽 능선길로 내려선다. 동쪽은 상대마을, 서쪽은 시명산 방향이다.

오름길과 달리 인적이 드문 좁은 소로이다. 20분 정도 내려서면 진달래가 뜸해지고 활엽수가 비로소 초록빛을 띠기 시작한다. 등로는 ‘갈 지(之)’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날파리가 눈 앞에 귀찮게 아른거리고 70㎝쯤 되는 이름모를 뱀이 유유자적하게 지나간다.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15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길을 택해 내려서면 경주 이씨, 인동 장씨묘를 잇따라 지나 대운농장이 나온다. 이후 철판다리를 건너 10분 정도 애기소가 펼쳐지는 유량이 풍부한 계곡과 나란히 달리는 임도를 따라 걸으면 제3주차장에 닿는다. 비로소 원점회귀 산행이 완성된다.

# 떠나기전에

대운산은 동국여지승람과 함께 오래된 읍지(邑誌)에는 부처님의 은광을 의미한다는 불광산(佛光山)이라 표기돼 있다. 이 불광산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과 삼각산도 포함된 듯하다.
 대운산(옛 불광산)은 원효대사가 생애 마지막으로 수도를 했다고 전해온다. 해서, 지금의 대운산에는 원효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온다.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원효가 수도를 하던 중 널판자를 날려보내 위기에 처한 당나라 승려를 구했다는 장안사 산내 암자 척판암이 좋은 사례이다.
대운산을 찾으면 놓쳐선 안될 명소가 있다.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이 있다. 또 내원암 주차장에는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은 500년 된 팽나무도 있다. 꼭 챙겨보자.

           내원암 주차장 내 50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았다. 

누가 뭐래도 대운산의 숨은 보석은 상대계곡. 명경지수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애기소가 압권이다. 애기소농장 팻말이 있는 옆길로 진입하면 된다.

# 교통편
부산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 두 편 운행된다. 남창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대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40분, 9시5분, 10시10분에 있다.
돌아올 땐 애기소슈퍼 앞 정류장에서 남창행 버스는 오후 2시30분, 3시30분, 4시40분, 6시30분에 출발한다. 남창역에서 부전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37분, 6시2분, 8시36분에 있다.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해운대역 맞은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 내려도 된다. 오전 5시10분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기차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남창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시외버스정류장에서 해운대행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수시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해운대~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기장체육관 기장군청 방향~울산 온양 방향~(장안사)~상대 하대 대운산~대운산 내원암 계곡 방향 크게 좌회전 후 굴다리 통과~대우난 공영 1, 2주차장을 지나 상대주차장인 제3주차장 순. 




 

전문가 눈으로 꼽은 16가지 셀렉션 메뉴 눈길
시너스 오투(옛 오투 시네마) 옆, 부산대 인근
가격 낮추고 양은 세트메뉴 보다 푸짐
탕수육 유린기 등 특히 맛 빼어나 인기

온천장을 지나 부산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업도로를 달리다 보면 시너스 오투(옛 오투 시네마) 건물 옆에 '락앤웍'이란 이름의 간판이 눈에 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아메리칸 스타일의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중국음식이란 오래 전 화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세련된 인테리어와 함께 향신료를 철저하게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선택, 조절함으로써 서구인들의 입맛을 매료시킨 요리의 블루오션으로 당시로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 국내에서 성업 중인 이런 유의 레스토랑은 대개 미국을 거쳐 역수입된 것으로 보면 된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 쪽엔 이런 레스토랑이 있지만 동래 금정 지역에선 이곳이 유일하다. 다소 독특한 이름인 '락앤웍'. '락(樂)'이야 대충 알 것 같지만 '웍'은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도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웍은 중국요리에 사용되는 검은색의 둥근 팬 이름이다.

첫인상은 깔끔하고 세련되고 중후하다. 아주 넓은 홀의 벽면에는 마치 미술관을 찾은 듯 다양한 그림이 걸려 있고 한쪽 편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조명을 받아 눈길을 끈다.

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원색의 그림과 독특한 수석이 보여 마치 무슨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깔끔하게 세팅돼 있는 테이블.


깔끔하고 세련되고 중후하다. 문닫기 직전이라 손님이 거의 없다.

우측의 아름드리 나무는 진짜 나무다.



메뉴판은 뜻밖에도 두 가지다. 주 메뉴판과 셀렉션 메뉴판. 사연은 이랬다.
150가지나 되는 요리가 적혀 있는 주 메뉴판을 보고는 대개 열에 아홉은 뭘 주문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다 보니 주문시간도 길어지고 손님들의 입맛을 모르는 상태에서 멋모르고 추천했다가 낭패를 보고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해서, 중국요리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고안해낸 것이 바로 셀렉션 메뉴이다.

셀렉션 메뉴는 전문가의 눈으로 궁합이 맞는 중국요리 3~4개를 한 묶음으로 한 일종의 모듬 주문이다. 단품만 주문하기에는 약간 섭섭하고 기존의 세트메뉴는 가격 면에서 약간 부담스러운 손님들에게 제격이다. 가격은 2만 원에서 3만 원 안팎으로 낮췄고 양은 일반 세트메뉴보다 푸짐하다. '락앤웍'은 모두 16가지의 셀렉션이 마련돼 있다.

3~4인용인 셀렉션N을 주문했다. 가격은 11만 원. 셀렉션 중에서 약간 고가에 속하지만 어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며 직원들이 추천해서이다.

자스민차.

중국오이인 짜사이와 오이피클. 맛도 있고 깔끔하다.

인삼비취스프.

매운맛 새우관자.
자연송이비프.
탕수육.
해물이 많이 들어간 자장면.
양파 청경재 양배추를 많은 넣어 매운맛이 덜해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짬뽕.
볶음밥.

자스민차에 이어 에피타이저로 인삼비취스프가 나온다. 조갯살의 일종인 관자로 만든 스프에 시금치를 갈아 비췻빛을 내고 인삼으로 향을 더했다. 그릇도 운치있고 맛도 깔끔하다. 이어지는 매운맛새우관자. 겉으론 아주 매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맵지 않다. 부드러운 관자살과 새우의 씹는 맛이 조화를 이뤄 속된 말로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다음은 자연송이비프. 요리가 바뀔 때마다 친절하게 앞접시도 갈아준다. 송이의 향이 살아 있는 가운데 쇠고기도 아주 부드러워 먹기에 부담이 없다. 반찬으로 나오는 중국오이인 짜사이와 오이피클이 기름진 요리를 깔끔하게 해준다.

 탕수육이 이어진다. 한 직원이 '락앤웍'의 탕수육은 특히 맛있다고 귀띔한다. 그랬다. 기존의 것이 푸석푸석한 데 반해 '락앤웍'의 탕수육은 구름을 씹는 듯 부드러운 면서도 폭신폭신하다. 튀길 때 계란의 노른자 대신 흰자를 많이 써 색깔도 밝다. 화교 출신의 서복성 조리장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요리라서 특히 심혈을 많이 기울인 덕택"이라고 맛의 비결을 밝혔다.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열대과일 리쯔.

고구마맛탕.



식사는 자장 짬뽕 볶음밥 중 하나를 택일한다. 종류별로 시켰다. 자장은 삼선자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해물이 많고 짬뽕은 양파와 양배추 청경채를 많이 넣어 매운맛이 덜해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볶음밥은 야채를 많이 넣어 깔끔하다. 후식은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열대과일 리쯔와 고구마맛탕. 동행한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은 "식사 전 가격이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식사 후엔 가격 대비 만족도가 기대치를 훨씬 넘었다"고 평했다. 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2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보인다. (051)554-8000

아메리칸 차이니스 레스토랑답게 메뉴에 영어로 먼저 적혀 있다.




<'락앤웍' Q&A>

"가족 손님은 북경오리 포함된 '셀렉션O' 시키세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다. 자장면 짬뽕 볶음밥 등 단품만 주문해도 되는가. 그럴 경우 후식은.
▶가능하다. 자장면 5000원, 짬뽕 7000원, 볶음밥 9000~1만5000원. 후식도 요리를 주문했을 때와 똑같이 나온다.

-셀렉션 종류가 16가지로 너무 많다. 처음 찾는 사람들은 주문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추천하고 싶은 셀렉션은.
▶셀렉션I와 O다. 전자는 락앤웍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희귀요리인 올리브생선이 나온다. 이어 나오는 볶음밥에 올리스생선 소스를 비벼먹으면 그저 그만이다. 3~4인 8만 원. 후자는 가족단위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해산물누룽지탕, 새우난자완스, 북경오리 등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북경오리는 밀가루로 얇게 만든 야빙쌈과 볶음양상추쌈도 나와 먹는 재미 또한 있다. 3~4인 12만 원.

-현재 가장 인기가 높은 셀렉션은.
▶셀렉션 B, H, C 순이다. 셀렉션B는 락앤웍의 간판인 탕수육이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인기가 높다. 2인용 4만 원. 셀렉션H는 치킨과 양상추가 따로 나와 싸서 먹는 재미가 있다. 3~4인 8만 원. 셀렉션C는 별미인 유린기와 와인이 제공돼 연인들이 애용한다. 2인 4만5000원.

-상당히 넓다. 한번에 몇 명이나 수용할 수 있나. 연회석도 있는 것 같던데.
▶350석이며 130석의 대연회장이 있어 결혼식 피로연 돌잔치도 할 수 있다. 빔프로젝트도 있어 세미나도 가능하다.

방에도 그림이 걸려 있다.
화장실. 거품비누가 찔끔 떨어지는 것을 모으기 위해 예븐 자기 그릇을 두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130여 석의 대연회장. 빔프로잭트도 있어 세미나도 가능하다. 결혼식도 피로연도 동시에 할 수 있단다.

 

자녀와 함께 만들면 정이 새록새록-우리밀가루 등 유기농 제품 사용
3시간쯤 걸리는 고난이도 레시피-"알고 보면 일등 아빠 되기 쉬워요'

            윤 원장과 딸 지원이 그리고 아들 승범이가 완성된 딸기 타르트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서면 파라디아 성형외과 윤성호(45) 원장은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생 아들을 위해 시간만 나면 간식을 만들어주는 자상한 아빠이다. 윤 원장은 "3~4년 전부터 부인에게 하나씩 배우다 보니 이제 웬만한 간식은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활짝 웃는다. 외식도, 선물도 좋지만 아이들과 집에서 먹을거리를 함께 만들어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는 것이 윤 원장의 평소 지론이다.
'일등 아빠' 윤 원장과 함께 자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딸기를 활용해 딸기 타르트를 만들어봤다. 타르트는 밀가루로 된 반죽을 구운 다음, 과일을 얹은 파이의 일종으로 총 요리시간이 3시간쯤 걸리는 고난이도의 레시피이다.

<재료>
무염버터 아가베시럽 소금 레몬 바닐라에센스 계란 우리밀가루 아몬드파우더 호두가루 전분 슈가파우더 럼주 우유 바닐라빈 딸기 살구잼

타르트 반죽만들기
지름 18㎝ 타르트 팬 2개를 만들 계획. 제과제빵은 계량이 생명. 해서, 재료에 용량을 기입했다.
 먼저 무염버터는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도록 하기 위해 1~2시간 전 실온에 꺼내놓는다. 버터(213g)와 아가베시럽(80g) 소금(1/4티스푼)을 볼에 넣고 핸드믹서로 잘 섞는다. 핸드믹서가 없으면 거품기를 사용한다. 레몬은 노란껍질 부분만 얇게 저미며 다진다. 제스터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앞서 버터 소금 등을 섞은 볼에 레몬제스트(3/4티스푼)와 바닐라에센스(1/2티스푼) 계란(85g)을 넣고 잘 섞어준다. 여기에 체로 친 우리밀가루(244g)를 가볍게 섞는다. 너무 오래 섞으면 반죽이 질겨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반죽을 랩으로 싸서 냉장실에 1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핸드믹서로 재료를 섞고 있는 아빠와 지원이.

제과제빵용 전자저울.

제스터로 이용해 만든 레몬 껍질.


타르트 반죽. 숙성시키기 위해 랩에 싸서 냉장실에 1시간 정도 넣어둔다.

무염버터 아가베시럽 바닐라에센스 등을 넣고 잘 섞은 다음 우리밀가루를 체에 걸러 넣는다.


아몬드 크림 만들기

실온에 둬 부드러워진 무염버터(150g)를 핸드믹서로 충분히 저어준 후 슈가파우더(150g)와 약간의 소금을 넣고 잘 섞는다. 달걀(150g)을 두세 번에 걸쳐 나눠 넣으며 핸드믹서로 잘 섞는다. 여기에 체로 친 아몬드파우더(150g)와 우리밀가루(27g) 그리고 제빵용 럼주(10g)를 넣고 다시 한번 더 섞어준다. 완성된 아몬드 크림은 바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을 경우 랩을 씌워 냉장 보관한다.

커스터드 크림 만들기
바닐라빈(1/8쪽)을 반으로 갈라 씨와 껍질을 같이 준비해둔다. 냄비에 우유(227g)와 바닐라빈, 아가베시럽(22g)을 넣고 끓기 직전까지 가열한다. 볼에 계란 노른자(3개)와 아가베시럽(23g) 전분(14g)을 넣고 거품기로 저어준 후 앞서 끓인 냄비에 조금씩 넣으며 거품기로 다시 섞어준다. 이것을 되직해질 때까지 중불로 가열한 후 원하는 만큼 되직해지면 재빨리 불에서 내려 버터(7g)를 넣고 섞어준다. 이제 랩을 깔고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체에 걸러준 뒤 크림의 표면에 물기가 생기지 않도록 다시 랩으로 밀착시킨 후 냉장 보관한다.

완성된 커스터드 크림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체로 한번 걸러준다.

크림의 표면에 물기가 생기지 않도록 랩으로 밀착시킨 후 냉장 보관한다.


나파주 만들기
나파주는 타르트 위에 얹는 과일을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광택재. 살구잼(100g) 아가베시럽(10g) 물(15g)을 냄비에 넣고 끓인 후 식혀 놓는다.

타르트 굽기

타르트 반죽을 밀가루를 뿌려가며 얇게 만든다.

마지막 과정은 힘센 아빠가.


틀 밖으로 나온 반죽을 밀어넣고 모양을 만든다.

완성되면 구울 때 부풀지 않게 하기 위해 포크로 구멍을 낸다.


완성된 타르트 반죽 틀 위에 아몬드 크림을 채워 넣는다.

180~190도의 온도로 오븐에 40~45분간 구운 것.


커스터드 크림을 바른다.


딸기를 얹는다.

아빠와 잠시 포즈를.


딸기 타르트.

딸기를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광택재인 나파주를 바르면 진짜로 완성된다.

따라해보는 지원이. 표정이 자뭇 진지하다.



냉장실에 보관한 타르트 반죽을 꺼내 밀가루를 뿌려가며 3㎜ 두께로 고르게 밀어준다. 타르트 틀보다 5㎝ 정도 여유가 생기도록 만든다. 틀 밖으로 나온 반죽을 안으로 밀어넣어주고 잔여분은 잘라낸 후 모양을 만들어 붙여넣는다. 포크로 바닥 전체를 골고루 찍는다. 구울 때 부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틀 윗부분의 공간에 이번엔 아몬드 크림을 고루 붓는다. 윗면을 평평하게 한 후 180~190도의 온도로 오븐에 40~45분간 굽는다. 이제 앞서 만들어놓은 커스터드 크림을 바르고 딸기를 얹은 후 딸기를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광택재인 나파주를 바르면 딸기 타르트는 완성된다.

 윤 원장은 "맛은 좀 덜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워 자주 이런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며 "좀 귀찮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오는 4월 4일 대금산 진달래 축제 개최
산 아랜 YS 등 유명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
가덕도, 영도 봉래산, 심지어 대마도도 보여

 거제도 대금산(大錦山·438m)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진달래산이다. 비록 7부 능선까지 도로가 뚫려 있어 김은 좀 새지만 남쪽땅에서 아마도 가장 빨리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뜨려 산꾼들을 유혹한다. 
 올해의 경우 거제시는 오는 4월 4일 진달래 축제를 개최한다.

대금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전경. 오른쪽 중간에 있는 섬이 이수도, 그뒤 길게 펼쳐진 섬이 가덕도다.
대금산은 산중턱까지 바윗돌 하나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상부는 근육질의 수려한 암벽이 펼쳐져 있다.

대금산은 우선 조망이 빼어나다. 가덕도와 부산신항 그 뒤로 다대포와 아미산, 영도 봉래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섬 내에선 계룡산 삼방산 선자산 옥류봉 앵산이 펼쳐진다. 
 대금산 아래에는 또 YS 등 정치인들이 많이 배출돼 이곳 사람들은 이곳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독특한 정기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럼 산은 어떨까.     
지금까지 주로 대여섯 시간의(보통 사람으로선 약간의 부담이 되는) 산행구간을 소개했던 국제신문 산행팀의 산행지로 약간은 짧다. 해서, 이 봄 가족산행지로 안성맞춤이 될 듯하다.

 
대금산은 해마다 이맘때면 진달래가 연분홍 빛으로 산 전체를 수놓는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단순히 봄 나들이를 위해 가족끼리 부담없이 찾아도 좋고, 산도 오르고 꽃도 감상하려는 아마추어 산악인들에게는 딱 그만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망망대해 남해와 그 위에 떠있는 이름모를 무인도는 한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불만도 없지 않았다. 도로가 산의 7부 능선까지 뚫려 있어 산 속에서 자동차를 봐야만 했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를 볼 땐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산행은 명상 버든마을에서 출발 중대금산(마을)~벽개동목장~약수터~뽈쥐바위고개(진달래평원)~대금산 정상~시루봉 정상~뽈쥐바위고개~간이화장실~정골재주차장~윗대금산(마을)을 거쳐 명상버든마을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 3시간 정도면 진달래를 감상하고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남해를 내려다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에 충분하다.



 명상버든마을에서 버스를 내려 대금산 등산로 입간판이 세워진 길을 따라 걷는다. 조금 가다보면 복개천이 나오는데 거기가 중대금산마을이다. 마을 앞 복개천의 갈림길에서 왼쪽 골목길을 택한 후 곧바로 다시 왼쪽으로 오른다. 외딴 집이 나오고 그 집 왼쪽에 난 산길로 올라선다. 대나무숲을 보고 오르면 흰색의 대형 물탱크가 나타난다. 계속 오른다.
 
이 때부터 진달래가 보인다. 묘지를 잇따라 지나면 이번엔 나무로 엮은 문이 나온다. 통과한 후 반드시 닫아두자. 문을 통과하면 임도와 만난다. 이 임도는 애초 명상버든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아스팔트 길을 올라가 반깨고개에서 따라 오르는 길이다. 주말인 이날 따라 가족 및 연인들과 함께 찾은 이가 많았다.

여유있게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에 건물이 보인다. 지도상에는 벽개동목장. 하지만 겉으로 봐선 목장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길에는 차가 못다니게 턱을 높여 놓았다. 목장을 지나면 오른쪽에 대나무숲이 보이고 그 옆에는 산벚꽃이 줄을 서 손님을 맞는다. 여기쯤 오면 길 찾는 것은 걱정을 안해도 된다. 상춘객이 너무 많아 사람만 보고 가면 되기 때문이다.

‘정상 0.7㎞’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이고 저 멀리 대금산 정상이 우뚝 서 있다. 길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주변을 걸으면서 땅을 세게 밟으면 ‘쿵쿵’ 소리가 난다.

 원래 대금산은 신라때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대금산(大金山)이었다. 땅 밑의 쇠붙이를 끄집어낸 후부터 땅 밑이 텅 비어서 그렇게 소리가 난다고 전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봄이면 진달래가 만개해 비단처럼 아름다워 비단 금(錦) 자를 써 대금산(大錦山)으로 변했다고 전해온다.

약수를 한 잔 들이켜고 더넓은 뽈쥐바위고개를 지나 30분 정도 바짝 오르면 정상이다. 산중턱까지 바윗돌 하나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상은 수려한 암벽이 어우러져 있다.

정상에 서면 볼거리가 무지 많다. 가장 가까이 흥남해수욕장이 보이고, 가옥과 밭이 보이는 눈 앞의 섬은 이수도. 배의 앞부분인 이수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이수도 뒤엔 왼쪽부터 네 개의 섬이 보인다. 제일 왼쪽은 해군이 관리하는 대통령 별장인 있는 저도, 나머지 세개는 무인도로 소죽도 중죽도 대죽도다. 최근 만들어졌다는 무인등대도 보인다. 특히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 저도와 중죽도 대죽도를 연결한 거가대교의 사장교 주탑이 늠름하게 서 있다.

저 멀리로는 왼쪽부터 진해만이 보이고, 그 옆엔 부산신항 공사로 파헤쳐진 안골, 용원, 정면으로 보이는 큰 섬이 가덕도다. 그 뒤로 영도 봉래산이, 날씨가 좋을 땐 대마도도 보인단다. 오른쪽 저 끝에는 동백으로 유명한 지심도가 보일 듯 말 듯하다.    

김 양식장 같이 보이는 것은 정치망이며, 그 주변에 떠 있는 배들은 잠수기어민들의 조업배다. 눈 앞에 펼쳐진 푸른빛의 망망대해가 바로 수라상에 올랐다는 가덕대구의 주요 어장이다.

고개를 돌려 남쪽엔 계룡산 삼방산 선자산 옥류봉 앵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명 정치인이 대금산 주변 장목면 대계-소계-외포-장목마을에서 많이 배출됐다는 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 김기춘 홍인길 김정길 김봉조씨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백두산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따라 일본으로 넘어가는 길목때문이라는 것이 마을사람들의 설명이다.

내려가는 길은 반대편으로 잡자. 산길은 워낙 급해서 에돌아 내려선다.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시루봉 정상까지 여유있게 걸어가면 대략 40, 50분. 돌로 쌓은 구덩이가 있다. 하산길은 되돌아와 갈림길에서 왼쪽 뽈쥐바위고개를 지나 임도에서 왼쪽으로 잡자.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정골재주장장이 나온다. 40m 정도 걸어내려가면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윗대금산, 중대금산 마을을 지나면 버스종점이 나온다.

#교통편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거제행 시외버스가 직통, 완행 두 가지가 있다. 거제 사곡~고현~장승포(종점)를 거치는 완행은 오전 6시20분 부터 20, 30분 간격으로 있다. 고현에서 내려야 한다. 고현까지의 직통은 오전 8시30분에 있다. 각각 1만4백원. 고현에서 명상버든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9시35분에 있다. 800원. 직통은 연결버스와 시간이 맞지 않기 때문에 부산서 첫 완행버스를 이용, 오전 9시35분 버스를 타면 된다.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거제 고현연안여객터미널까지는 오전 7시3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한다. 고현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 돌아올 땐 오후 5시, 6시에 있다. 1시간20분 걸리며 1만6천원이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 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서마산IC~진동~고성~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삼거리에서 좌회전(장목 하청 방면)~청해식품 이정표와 대금산 5㎞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연초호를 거쳐 명동리 명상버든마을로 간다. 명상버든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거제민속박물관은 놓쳐서는 안될 볼거리. 전직 교장이자 아동문학가인 옥미조씨가 평생 모은 민속자료 5천3백여점과 서화 130여점이 폐교된 명동초등학교에 전시돼 있다. (055)637-3722

대금산의 들머리인 명상버든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거제민속박물관이 있다. 전직 교장이자 아동문학가인 옥미조씨가 평생 모은 민속자료 5천3백여점과 서화 130여점이 폐교된 명동초등학교에 전시돼 있다.

또 대금산 남동쪽 해안에는 YS의 생가가 위치해 있다.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둘러보자. 생가에는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다. 1960년 5월 공비가 쏜 총탄에 절명한 YS의 모친 박부련 여사의 사진과 그 아래 놓인 장농이다. 그 장농에는 당시 공비가 쏜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생가 마당에 위치한 YS의 흉상.
거제시 장목면 대계마을의 YS 생가.
 

 꽃샘추위가 이제 아련한 옛 추억이 돼 버린 완연한 봄. 봄의 전령으로 자처하던 매화와 산수유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대자연의 오묘한 섭리대로 이번엔 벚꽃이 예의 화려함을 뽐내기 위해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화려한 벚꽃길을 가진 전국의 각 지자체는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야단 법석이고, 올해야말로 벚꽃 구경을 꼭 하려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어디를 택해야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벚꽃만 보고 오면 사실 너무 섭섭하다. 조금만 더 발품을 팔고, 조금만 더 핸들을 잡으면 주변 관광지와 유명 맛집도 한번에 경험할 수 있다. 대개 벚꽃의 절정 시점에 맞춰 각 지자체는 벚꽃축제를 열지만 꼭 그렇치만은 않다. 매년 반복되는 대자연의 섭리, 올해는 또 어떤 모습으로 뭇 객을 맞을지, 어서 떠나보자

#백리벚꽃길 합천호 드라이브
처음엔 잘못 봤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벚꽃길 앞에 붙는 수식어가 '십리(4㎞)'가 아닌 '백리(40㎞)'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가보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합천호로 가기 전 통과 의례로 들러는 곳이 하나 있다. 악견산 자락의 황강가 도로변 3만 평 부지에 자리잡고 있는 합천영상테마파크다. 수 년 전 국내 최고의 흥행신화를 이룩했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시가지 전투장면을 촬영하면서 외부에 알려지지 시작해 이후 드라마 '서울 1945' '영웅시대' '에덴의 동쪽'도 찍었다.

 영상테마파크를 나와 합천호와 나란히 이어지는 호반도로를 달려보자. 합천이 자랑하는 백리벚꽃길이다. 드라이브 코스로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팝콘처럼 피어난 벚꽃이 바람에 휘날리며 꽃비를 내릴 땐 마치 꿈속을 거니는 기분이다. 이름 그대로 가도가도 끝이 없는 그림같은 벚꽃길이요 장관이다. 호수 주변 산비탈을 따라 만든 계단식 논 또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호수변 송씨고가와 바로 옆 사의정이라는 객사는 벚꽃과 더불어 고풍스런 자태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사의정 뒤 자리한 '고가식당'에선 7대째 내려오는 고가송주와 제포두부 메밀묵채 등을 맛볼 수 있다.

 합천호 주변에 황매산 모산재 기슭에 위치한 영암사지와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풍류를 즐긴 황강변의 유서깊은 누각 함벽루도 있다. 벚꽃과 어우러진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화개장터 벚꽃축제

        섬진강과 나란히 내달리는 19번 국도 벚꽃길.
벚꽃과 어우러진 녹차밭.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가는 십리벚꽃길.

 남해고속도로 하동IC로 19번 국도를 따라 하동읍 방향으로 내달리면 만나는 화개장터 일원에서 4월 3~5일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열린다. 전라도 구례와 경상도 하동의 접경지역이자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배경인 화개장터는 조영남의 노랫말처럼 '있어야 할건 다 있는' 우리네 정이 가득 넘치는 전형적인 시골장터다.

 지리산에서 직접 따온 향긋한 야생 봄나물을 구입한 후 섬진강에서 자란 은어회와 참게탕 그리고 재첩국으로 허기를 달랜다.

 벚꽃길의 압권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초입에 이르는 소위 십리벚꽃길. 가지를 활짝 펴고 서 있는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만든 벚꽃터널은 숫제 하늘을 가릴 정도로 아름답와 황홀경에 빠질 정도. 특히 이 길은 예부터 서로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하여 일명 '혼례길'로 불린다.

 난분분 떨어찌는 꽃비를 맞으며 벚꽃 터널을 걷노라면 없던 사랑도 생겨날 정도라고 하동사람들은 말한다.

 이 길은 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차가 재배되기 시작한 차 시배지. 신라 김대렴이 당에서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이곳은 심은 것이 국내 차 역사의 효시가 됐다고 한다. 실제로 쌍계사 아래 장죽전(長竹田)에 차 시배지가 있으며 인근에는 수령 천 년이 넘는 야생 차나무도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시간이 허락된다면 화개장터에서 구례까지 이어지는 섬진강 드라이브도 즐겨보자. 이 길 또한 꽤 유명해 섬진강 백리 벚꽃길이라 불린다. 섬진강과 함께 내달려 되레 운치있고 사람이 덜 붐빈다. 도중 만나는 연곡사 화엄사 천은사도 한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구중심처 보성 대원사 벚꽃길


대원사는 서기 503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백제 천년 고찰이지만 아직도 부산경남권에서 낯선 절집이다. 차밭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의 북단 천봉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
 사실 벚꽃 보다는 8년 전 문을 연 '티벳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절 입구에 위치한 박물관에는 주지인 현장 스님이 15년간 모은 1000여 점의 티베트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달라이 라마도 박물관이 설립된 그 해 이곳을 방문, 티베트 불상을 선물했다. 박물관 앞에는 15m 높이의 티베트식 불탑인 수미광명탑이 보이고, 불경이 적힌 오색찬란한 깃발인 룽다가 펄럭이고 있어 마치 티베트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대원사 벚꽃길은 진입로인 6㎞ 구간.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터널을 이룬다. 절에서는 절 진입로인 벚꽃길을 풍수지리학적으로 탯줄, 절터가 어머니의 자궁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해서, 대원사는 낙태나 유산으로 죽은 아기의 영혼이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극락전 우측에는 태아를 안고 있는 태안지장보살상이 있고, 경내 곳곳에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낙태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빨간 모자를 쓴 동장승이 많이 보인다.

 대원사 경내에는 특히 볼거리가 많다.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못인 구품연지 아래에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철나무가 두 손을 맞잡고 있으며, 극락전 뒤 맑은 계류가 흐르는 전망좋은 곳에는 수관정이라는 조그만 정각에 텅 빈 관이 하나 있다. 일종의 저승체험실이다.

 대원사에는 여름철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7개의 연못에 백련 홍련 등 연꽃과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08종의 수련 및 50여 종의 수생식물이 극락의 향기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청풍호반 벚꽃축제


 바람 맑고 달 밝은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시는 10~12일 청풍호 주변에서 벚꽃축제를 연다. 지난 1985년 건설된 충주호는 댐이 충주에 위치해 공식명칭은 '충주호'이지만 제천사람들만 '충주호' 대신 '청풍호'라 부른다. 만일 제천땅에서 충주호라고 호칭하면 싫어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대꾸도 하지 않으니 반드시 유의하길.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 주변에는 합천호와 마찬가지로 벚꽃길이 조성돼 있다. 합천호 주변이 자연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면 청풍호 주변에는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과 주변에 펼쳐진 구담봉과 옥순봉 그리고 호수 건너편에는 다양한 레저시설인 청풍랜드가 조성돼 있다. 유람선을 타고 바라보는 벚꽃길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청풍랜드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62m 번지점프와 사람을 시계추처럼 매달아서 흔드는 빅스윙, 역시 사람을 쇠의자에 묶어 의자째 대포알처럼 날려보내는 이젝션시크는 상상할 초월할 정도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청풍호반에서 차로 40분이면 월악산. 벚꽃길을 따라 내달리면 신라의 마지막 왕인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덕주사 마애불과 미륵리사지를 볼 수 있다.

#마이산 벚꽃축제


청풍호반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늦게 벚꽃이 만개하는 마이산 벚꽃은 오는 4월 10일 전후로 만개한다. 축제는 4월 12일 열린다. 주차장에서 탑사에 이르는 십리 벚꽃터널은 장관을 이룬다. 특히 탑사로 향하는 도중 만나는 작은 호수인 탑영제에 비친 벚꽃행렬과 대여섯 척의 오리배가 떠다니는 풍경은 평온하며 여유롭다.

 뾰족한 암봉인 숫마이봉과 상대적으로 둥그스름해 산행길이 열려 있는 암마이봉으로 이뤄진 마이산에는 무엇보다 볼거리가 풍부하다.

 두 암봉 사이에 위치한 탑사는 크고 작은 돌탑 80여 기가 옹기종기 모여 장관을 이룬다. 이들 돌탑들은 세찬 바람에도 약간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으며, 한겨울 탑 아래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면 사발에서 고드름이 자라나는 경이로움을 간직해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밀양 삼랑진 양수발전소 벚꽃길


삼랑진 양수발전소는 지난 1986년 청평에 이어 국내에선 두 번째로 건설된 양수식 발전소. 상하부댐을 만들어 전력수요가 많은 주간에 낙차를 이용,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삼랑진의 경우 상부댐이 천태호, 하부댐이 안태호다.

지금 발전소 입구인 홍보관에서 천태호에 이르는 5㎞의 벚꽃길은 터널을 이뤄 장관이다. 아름답지만 상대적으로 인파가 덜 몰리는 이곳은 드라이브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삼랑진은 우리나라 딸기 시배지이기도 하다.
 
#진해 군항제

로망스다리로 더 유명한 진해의 여좌천 다리.

 전국 최대 규모의 벚꽃축제인 마흔 일곱번째 진해군항제는 지난 26일 개막, 4월 5일까지 열린다.

 군항제 행사기간 시내 벚꽃길 중에는 드라마 '로망스' 촬영지였던 여좌천 주변과 제황산 공원, 안민고개, 장복산공원, 해군작전사령부 영내 등을 찾으면 후회없이 벚꽃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진해의 입구인 파크랜드에서 진해여고까지 여좌천을 따라 약 1.5Km의 벚꽃터널이 펼쳐져 있어 마치 설원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볼 수 있다.

 시내 중심지에 위치한 제황산공원에는 일명 일년 계단이라 불리우는 365계단 옆으로 지난 26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모노레일카를 타고 시가지의 화려한 벚꽃과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군항제 기간에만 특별히 개방되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기지사령부에는 평소 보기 힘든 수령이 50~60년된 웅장한 벚꽃들이 가득해 군항제 최대의 명소로 꼽힌다.

 부대 인근 여좌동 남부내수면연구소 환경생태공원 내에는 벚나무를 포함한 수만그루의 나무가 자연 그대로의 숲을 이뤄 벚꽃이 낙화하는 풍경은 일품이며 열찻길을 따라 벚꽃이 손이 잡힐 듯한 경화역에도 빠트릴 수 없는 사진촬영 장소다.

 올해 군항제 기간 최고의 볼거리는 역시 내달 3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2009 진해 세계군악의장페스티벌'.

 우리나라 육.해.공군본부 및 해병대사령부 군악대와 의장대를 비롯해 미8군 군악대와 중국,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스코틀랜드 등 6개국, 13개팀이 참가해 거리퍼레이드와 콘서트.프린지공연 등 절도있고 흥겨운 군악.의장대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경포대 벚꽃축제


경포대를 중심으로 경포호수를 둘러싼 4.3km  호수의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봄꽃 축제가 운치가 있다. 벚꽃이 만발하면 경포대 입구에서부터 벚꽃터널이 형성되고, 벚꽃 사이로 바라다보이는 쪽빛 호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축제는 4월 3~12일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경포대 진입로 3km 에서부터 꽃 축제 경연 전시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마련된다.

 #천년고도 경주 벚꽃길

경주 보문단지을 둘러싼 벚꽃.

3월말부터 경주는 도시 전체에 벚꽃이 만발해 연분홍 숲을 이룬다. 남산 가는 길, 대릉원 감길도, 보문단지,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토함산 산길 등 곳곳이 벚꽃단지다. 경주 벚꽃여행의 재미는 자전거를 타고 꽃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전거도로가 잘 닦여져 있고, 대여시설도 마련돼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천 선진리성 벚꽃


사천은 한국의 베니스라는 별칭이 붙은 미항 삼천포를 품고 있는 곳이다. 매년 4월이면 사천의 선진리성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선진리성은 임진왜란 때 이 충무공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앞세우고 전투를 치른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벚나무 1000여 그루가 만발해 남해의 쪽빛 바다를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성 서쪽으로 사천만이 바로 붙어 있어 저녁 무렵 석양에 비치는 사천만의 넓은 갯벌이 운치를 더한다.

#마곡사 왕벚꽃
공주 마곡사 주변에는 왕벚꽃뿐 아니라 산수유 자목련 등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전형적인 봄꽃 여행지이다.



대마도 향토요리 '이시야끼'. 우리말로는 돌구이요리인 이시야끼는 어부들이 고기잡이에서 돌아와 돌판을 달궈 갓잡아온 생선과 야채를 구워먹던 음식이다. 

 지난 겨울 포항 구룡포를 다녀왔습니다.
'과메기 1번지'로만 알려진 구룡포는 알고 보니 대게와 오징어의 생산량도 국내 최고더라고요. 지명도 면에서 대게는 영덕, 오징어는 울릉도에 밀리고 있지만 구룡포항은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온종일 시끌벅적해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다웠습니다.

 당시 동행한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포만감을 꿈꾸며 들떠 있던 기자를 구룡포항 뒷골목으로 먼저 안내했습니다. 구룡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모리국수'를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테이블이 많아야 네댓 개쯤 되는 허름한 식당에는 60대 노부부가 40년간 애오라지 이 '모리국수'만을 삶고 있었습니다. 대게와 아귀를 곁들인 국물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포항 구룡포의 향토요리인 모리국수. 아귀와 대게가 들어있어 국물이 아주 쉬원하다.

 모리국수는 독한 술과 지독한 바닷바람에 지친 어부들이 배에서 내려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갖은 해산물을 넣고 끓인 후 국수를 말아먹던 구룡포만의 음식입니다. 다소 독특한 이 이름은 경상도 말로 생선을 '모디(모아)' 넣고 '모디가(모여서)' 먹는다는 의미로 애초엔 '모디국수'로 불리다 자연스럽게 '모리국수'로 정착됐다고 합니다. 모리국수를 먹으면서 서 부소장은 "모리국수를 알아야 진정 구룡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자, 이제 무대를 바다 건너 대마도로 옮겨 보겠습니다. 일본 본토보다 부산이 더 가까운, 한국 휴대전화도 터지는 '국경의 섬' 대마도 말입니다.

 대마도에도 이 '모리국수'와 유래가 비슷한 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시야끼'라는 대마도 향토요리입니다. '이시'는 돌, '야끼'는 구이의 일본어로 우리말로는 돌구이요리가 적당하겠지요. 이시야끼 또한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며 섬에 닻을 내린 대마도 어부들이 섬에서만 산출되는 돌판을 달궈 갓 잡아온 생선과 야채를 구워 먹던 음식이지요. 

 '모리국수와 이시야끼'.
이 두 음식에는 양국 국민의 민족성이 살짝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성격 자체가 약간 급한 데다 모든 재료를 섞어 얼큰한 국물의 잡탕식을 즐기는 우리와 달리 상대적으로 느긋한 일본인들에게는 돌판을 달구는 여유와 깔끔함이 묻어나는 듯싶습니다. 이 이시야끼란 향토요리가 최근 대마도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부들이 수백년 전 먹던 방식과 달리 어패류와 각종 야채 그리고 약간의 육류와 소스까지 곁들여져 푸짐하게 나옵니다.

 고구마를 갈아 만든 우동인 '로쿠베'라는 전통요리도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대마도 원주민도 먹기 힘들 정도로 잊혀져 가던 로쿠베도 최근 한국인들이 찾으면서 향토요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척박한 토양의 대마도에서나 나올 법한 음식입니다.

고구마로 만든 우동인 로쿠베.
대마도의 스시. 

 천혜의 황금어장 아소만을 활용한 해물 바비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문 낚시꾼들이야 갯바위에서 대물을 노리겠지만 낚시와 무관한 필부들은 조그만 낚시배에서 보리멸 우럭 노래미 등 잡어를 잡습니다. 건진다고 해야 될 정도로 줄줄이 올라옵니다. 남태평양 선상낚시가 부럽지 않습니다. 낚시가 끝나면 아소만의 안쪽 깊숙이 파도가 잔잔한 간이 수상가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해물 바비큐가 기다립니다. 숯불에 익혀 먹는 자연산 가리비와 굴 오징어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갓 잡아온 자연산 가리비가 숯불에 익어가고 있다. 

 혹자들은 대마도 하면 지금까지 우리 문화유산의 발자취가 오롯이 남아 있어 역사탐방지로, 일본의 100대 명산인 시라다케 등반을 위한 산행지로 그리고 대물 포인트가 즐비한 낚시터를 우선 떠올릴겁니다. 

 기자는 이참에 또 하나 추가하려 합니다.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을 품은 아소만과 울창한 원시림 등 대자연에서 나오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향토요리를 찾아 떠나는 맛기행 명소로. - (2)편이 이어집니다. http://hung.kookje.co.kr/373


 잠시 대마도를 개관해보자. 한반도의 동남쪽 해상에 떠 있는 좁고 길쭉한 대마도는 남북으로 82㎞, 동서는 18㎞에 불과한 작은 섬. 면적은 거제도의 1.5배, 제주도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 일본 본토와는 132㎞나 떨어져 있지만 부산에선 불과 49.5㎞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읍에 비유되는 6개의 마치(町)로 구성된 시(市)로, 섬 전체 인구는 3만8000명 정도. 부산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선사의 스케줄에 따라 두 개의 항구에 닿는다. 히타카쓰와 이즈하라. 전자는 부산의 야경을 조망할 수 있는 한국전망대와 함께 최북단인 가미쓰시마마치에 있고, 섬의 최대항인 후자는 최익현 선생 순국비와 비운의 덕혜옹주 결혼기념비 등과 함께 최남단인 이즈하라마치에 위치해 있다. 섬을 관통하는, 다시 말해 두 항을 잇는 국도는 단 하나. 만일 부산서 출발해 히타카쓰에 내리면 남으로 내달리며 볼거리를 둘러보고 이즈하라에서 부산으로 돌아온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히타카쓰와 이즈하라의 거리는 88㎞ 정도 되며, 도로 사정은 좋지 않아 2시간 정도 걸린다.

■ 대마도 향토요리 돌구이 이시야끼

대마도 이즈하라 시내에위치한 레스토랑 '론'의 안주인 구마모토 게이코 씨가 돌판에 각종 구이 재료를 올려 직접 굽고 있다.
일본의 참치회는 껍질이 그대로 나온다. 다만 까칠한 껍질은 살짝 데친 후 냉동 숙성시켜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까지 느껴진다.
음식이 워낙 푸짐하다보니 새우튀김에 손이 가질 않는다.
             대마도가 속한 나가사키현 관광협회가 3대 향토요리를 널리 아끼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대마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심인 이즈하라 시내에 위치한 '론(Ron)'이라는 식당이 이시야끼를 잘하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이즈하라의 인구는 1만5000명으로 섬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한다. 

 사실 말이 도심 번화가이지 시내를 가로지르는 하천을 사이에 두고 차 한 대 겨우 다닐 수 있는 1차선 도로가 나란히 내달린다. 우리로 치자면 시골 읍내보다 덜 번화하다. 하천 난간이나 다리에는 600년 전 한류의 물꼬를 튼 조선통신사 행렬을 묘사한 그림이 눈에 띄고 하천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거리엔 쓰레기 하나 보이질 않는다.

 이시야끼 전문점인 '론'은 이즈하라 도심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쓰시마호텔 맞은편이며 일본관광공사 면세점과는 50m 정도 떨어져 있다. 바로 옆에 '만송각'이라는 여관을 동시에 경영하고 있어 단체손님이 찾을 경우 만송각 다다미방에서 식사가 마련된다.

 문을 들어서자 우선 그간 다녀간 한국인들의 명함이 눈에 띄고 바로 옆에 커다란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다.
 대마도가 속한 나가사키현 관광협회가 선정한 3대 향토요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포스터엔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과 함께 대략 이렇게 적혀 있다. '감동을 주는 섬의 순수한 음식, 3도(島) 대결 선언-이끼섬 전복구이, 대마도 이시야끼, 오도열도 다금발이 전골(지리)'. 이시야끼가 대마도를 넘어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3대 향토요리에 손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차림이 마련된 다다미방에 들어서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탄성을 자아낸다. 임금님 수라상이 이랬을까. 푸짐함에다 일본 요리 특유의 아기자기한 색감까지 곁들여져 우선 한눈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원래 배에서 내린 어부들이 생선을 돌판에 구워 먹던 음식이던 이시야끼는 이제 상품화돼 삼치 방어 등 생선을 비롯해 새우 소라 가리비 오징어 등 각종 해물과 쇠고기 표고버섯 당근 피망 호박 양배추 파 등이 재료로 포함돼 있다. 타레라는 이시야끼 소스, 튀김 소스, 간장(와사비)만 있을 뿐 어떤 양념도 필요없는 그야말로 자연식인 셈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선 최고급 횟감으로 치는 참돔과 방어회까지 나온다. 껍질 대신 살코기만 먹는 우리와 달리 일본의 참돔회는 껍질이 그대로 나온다. 다만 까칠한 껍질은 살짝 데친 후 냉동 숙성시켜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까지 느껴진다.

 검은 색의 돌판은 이미 달궈져 있다. 40분 정도 데운 것이란다. 해서, 이시야끼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 

 안주인 구마모토 게이코(55) 씨는 "섬에서만 나는 이 돌은 현재 15년 정도 됐지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재료의 맛을 빛내준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이코 씨는 대마도 출신이지만 농가에서 자라 어릴 땐 이시야끼를 본 적이 없단다. 대신 해안가로 시집와서 시어머니에게서 배워 30년 동안 이시야끼 요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상당히 고급요리로 발전해 대마도 사람들은 엄두를 못내고 일본 본토나 한국인들이 주 고객입니다."

워낙 푸짐하다 보니 국내 일식집에서 코스의 하나로 나오는 새우튀김에 손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돌판에 굽는 맛이 이토록 신선하고 담백할 줄이야 한결같이 만족하는 표정이다. 반주로 준비한 소주가 술술 넘어간다. 한마디로 잘 대접받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 밥과 미소시루, 원할 경우 우동도 나온다. 1인당 3500~4000엔.

■ 고구마 우동 로쿠베와 스시 우동

고구마로 만든 대마도 향토요리인 로쿠베.
고구마를 잘게 빻은 후 조그만 덩어리를 만들어놓고 손님이 찾을 경우 덩어리를 뜨거운 물을 적셔 강판에 갈면 간단하게 짧은 로쿠베 면이 나온다.

대마도는 우리나라의 섬들처럼 해안가에 모래사장이 있고 그 너머로 농경지를 끼고 완만하게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그런 섬이 아니다. 원시림으로 뒤덮인 500~600m대의 산들이 대마도 전체의 88%나 차지하고 있다. 산이 워낙 많다 보니 산에서 뻗어나온 절벽이 곧바로 해안과 만나 빼어난 풍광을 보여주는 곳도 적지 않다.

 섬 전체가 크고작은 산들로 주름잡혀 있어 농사 지을 땅이 드문 데다 토양마저 척박해 예부터 고구마나 감자 등 구황작물에 많이 의존했다. 해서, 고구마를 이용한 우동인 로쿠베가 예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즈하라에 위치해 있는 '톤톤'이라는 식당이 전문적으로 한다. 면은 국수처럼 길지 않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색은 모밀국수의 그것과 비슷하며 우동 면보다는 약간 가늘다. 버섯 어묵 튀김 파 등이 곁들여진다.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말린 고구마를 잘게 빻은 후 조그만 덩어리로 만들어 놓고 손님이 찾을 경우 그 덩어리에 뜨거운 물을 적셔 강판에 갈면 간단하게 짧은 면이 만들어진다. 원래 토종닭으로 육수를 냈는데 요즘은 생선이나 멸치 다시마로 국물을 만든다고 한다. 독특한 국물 맛은 아주 시원해 주당들에게는 해장식으로, 여성들에겐 다이어트용으로 인기가 높다. 흰쌀밥과 김치 및 깍두기도 반찬으로 나온다. 안주인 시노자키 테루어 씨가 한국을 찾아 직접 배워 젓갈을 듬뿍 넣고 담았다. 맛도 손색이 없다. 1인당 1000엔.

 스시는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음식. 대마도 역시 스시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갓 잡은 생선으로 만든 스시일수록 맛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 히타카스항에서 걸어서 5분쯤 걸리는 '모모타로우' 식당이 특히 맛있다. 상대마에선 드물게 손맛 좋은 집이다. 

대마도 스시.

 우동과 유부초밥 둘, 김초밥 둘, 방어 새우 연어초밥이 각각 하나씩 해서 세트로 나온다. 하나같이 맛깔난다. 얼핏 양이 적은 듯 보이지만 회가 두껍고 밥도 많이 들어가 먹고 나면 의외로 배가 불러 온다. 톡 쏘는 일본 특유의 와사비맛도 일품이다. 최근 엔화 강세여서 한국사람들이 부담이 될까 봐 음식값은 융통성있게 조정, 1인당 1000엔을 받는다.

■ 선상낚시와 해물 바비큐

아소만의 선상낚시.
배위에서 즉석 회를 맛볼 수 있다.
낚시에서 잡은 물고기들. 오징어도 한 마리 잡혔다.



해물 바비큐.
진주양식을 실패한 후 선상낚시와 해물 바비큐를 시작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는 구마모토 게이코(맨 왼쪽) 씨 가족.
자연산 굴. 가위 보다 크다.
껍질 속의 굴. 엄청난 크기이다.
진주양식장에 부력재를 띄우고 만든 간이 수상가옥.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는 대마도는 어자원이 풍부하다. 그 가운데 으뜸이 대마도의 허리쯤 되는 아소만이다. 오밀조밀한 리아스식 해안이라 해안선 길이만 915㎞에 달한다. 참고로 대마도보다 배나 큰 제주도의 해안 길이는 253㎞이다.

 얼마나 해안선이 복잡하면 처음 배를 몰고 아소만에 들어가면 나오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아소만의 복잡한 해안선은 러일전쟁 승리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풍광도 아주 멋져 대마도 최고의 전망대인 에보시다케에 서면 '대마도의 하롱베이'이 불러도 될 정도로 비경을 자랑한다. 일본의 100대 명산인 시라다케에서도 한눈에 조망돼 아소만을 보기 위해 적지 않은 국내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조그만 낚싯배에 몸을 싣고 20~30분 정도 물길을 헤쳐나간다. 전문 낚시꾼들이야 갯바위에서 5~15m 해역의 벵에돔 감성돔 참돔 돌돔 등 대물을 노리지만 초보자들은 채비가 간단해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수심 30~40m의 바닥에 서식하는 보리멸 우럭 노래미 도다리 등을 잡기 위해서이다. 운좋게도 이날따라 해수면이 호수로 착각할 정도로 잔잔하다.

 대여받은 낚싯대에 새우미끼를 끼워 살포시 내리면 얼마 안가 입질이 이어진다. 간혹 미끼만 물고 빠지는 녀석도 있지만 대개 손바닥 크기의 우럭 보리멸이 작아도 손맛을 느끼게 해주며 낚여 올라온다. 오징어도 한 마리 걸려들었다. 한쪽에선 선장이 갓 잡아올린 고기를 즉석에서 회를 쳐준다. 남태평양 선상낚시에서 맛보는 물렁한 회보다 훨씬 맛이 있다.

 낚시가 끝나면 아소만에서 어머니의 자궁같이 쏘옥 들어간 잠잠한 뭍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배에서 내려 간이 수상가옥으로 옮기면 해물 바비큐가 기다린다.

 숯불 위에는 자연산 가리비와 굴 오징어, 은박지에 싼 고구마와 호박이 익어가고 있고, 한쪽 편에선 손님이 잡은 고기가 싱싱한 회로 만들어지고 있다. 만일 관광객들이 고기를 많이 잡지 못하면 돈은 따로 받지 않고 미리 잡은 고기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자연산 가리비의 경우 껍데기 크기는 우리나라 것과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알이 크고 두껍다. 한결같이 짭짤하면서도 꼭꼭 씹으면 단맛이 난다. 굴은 알맹이만 어른 손바닥과 비슷하다.  이 모든 해산물은 35년간 진주양식을 하다 최근 바비큐 시설을 완비한 쿠리야 켄이찌(58) 씨 가족이 직접 물질을 해서 잡은 것이다. 동남아나 태평양 연안의 휴양지에서 만나는 시푸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맛도 있고 푸짐하고 분위기도 그저그만이다.

이 상품은 정말 우연히 만들어졌다. 잠시 설명하자면 이렇다.
아소만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진주 양식장. 하지만 최근 일본 경기가 침체되면서 판로가 예전 같지 않아 휴업 내지 폐업하는 진주양식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주)대마도투어 공진식 대표는 3년 전 대마도의 한 지인에게 "진주양식장 수면에 부력재를 띄우고 바다 위 휴게소 또는 간이 수상가옥을 만들어 해산물 바비큐 시설을 만들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지금의 상품이 만들어졌다. 선상낚시를 포함해 1인당 3000엔으로 다소 비싸지만 섬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대마도 여행팁
대마도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데다 아주 비싸 사실상 자유여행은 불가능하다. 해서, 대마도 전문 여행사 위주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1박2일 상품은 24만9000원부터, 2박3일 상품은 36만9000원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숙소와 음식 체험 등은 선택사항으로 포함된다. 대마도의 향토요리인 이시야끼와 선상낚시 및 해물 바비큐도 선택사항이다. 지금은 엔화 강세로 약간 부담스럽지만 전체 여행경비를 감안하면 큰 무리는 아닐 듯싶다. 일본의 100대 해수욕장에 속하는 미우다 해수욕장, 한국전망대, 와타즈미신사, 에보시다케 전망대, 만제키바시, 미네역사자료 박물관, 최익현 선생 순국비, 덕혜옹주 결혼기념비, 조선통신사 행렬을 묘사한 그림 등이 전시돼 있는 나가사키 현립 대마역사민속자료관 관람 등은 기본이다. 단, 대마역사민속자료관은 월요일 휴무이다.

 부산과 대마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대아고속해운에서 운항한다. 화요일은 운항을 하지 않는다.  매주 일요일 수요일과 매월 1, 3주 목요일은 히타카쓰항에, 월요일 금요일 토요일과 매월 2, 4주 목요일은 이즈하라항으로 출발한다. 출발은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40분 전후(요일 별로 약간씩 차이 있음)에 하며, 대마도에선 오후 3시 출발한다. 히타카쓰는 1시간20분, 이즈하라는 2시간20분 걸린다.
 문의 대마도투어(051-465-3114) 여행마을(051-464-5553) 아리투어(051-811-2588) 다운여행(051-462-6745) - (1)편은 http://hung.kookje.co.kr/374 클릭!!


5개월만에 롯데로…첫 출전 시범경기서 대형 2루타 '쾅'


     5개월만에 부산 사직구장으로 돌아온 롯데 우익수 가르시아가 26일 열린 SK와의 시범경기에서 6회 
     자신의 타석 때 상대 투수가 바뀌자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26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롯데와 SK의 경기 롯데 가르시아가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

 
롯데 우익수 카림 가르시아가 사직구장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패한 뒤 부산을 떠났던 가르시아는 26일 거의 5개월 만에 사직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와 달라졌다. 가르시아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롯데 통역 이정홍 씨는 "몸에 군살이 거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완전한 역삼각형 몸매를 만들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범경기에 4번 타자로 출장한 가르시아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오랫동안 기다렸던 부산 팬들은 열렬한 환영을 표시했다. 첫 타석을 범타로 물러난 가르시아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중간 펜스를 맞히는 대형 2루타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뒤 곧바로 멕시칸리그를 뛰고 잇따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소화한 가르시아는 전혀 피로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멕시칸리그가 끝난 후 약간 피곤했지만 WBC 직전까지 조금 쉬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한결 좋아진 몸매에 대해서는 "운동을 많이 했지만 특별히 커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해보다 강해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롯데 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역시 WBC와 관련된 부분. 가르시아는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뒤 손민한 이대호 박기혁 강민호 등 팀 동료들을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며 "특히 강민호가 좋아했는데 내 방으로 먼저 전화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꼭 물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WBC 2라운드에서 한국이 멕시코와 경기를 갖기 전 가르시아가 '스파이' 역할(?)을 한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가르시아는 "롯데 동료들은 알지만 다른 팀 선수들은 잘 모른다. 멕시코는 한국의 예선전 비디오를 보면서 많은 연구를 했다. 특별히 선수 정보를 주지는 않았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이어 "꼭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한국에 이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웃어넘겼다. 물론 농담이다.

또 하나 있다. 가르시아는 한국전 선발로 등판했던 멕시코의 올리버 페레즈에 관해 강민호에게 했던 말도 소개했다. 그는 "(강)민호가 선발이 누구냐고 물어서 페레즈라고 알려줬다. 좋은 직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줬다"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만난 한국팀에 대해 가르시아는 "최강의 전력이었다. 충분히 결승에 올라갈 실력을 갖췄고 우승도 가능했다"고 인정했다.

사직으로 돌아온 가르시아는 편해 보였다. 더그아웃에서 로이스터 감독 옆에 앉아 농담도 하고 모처럼 만난 팀 동료들과 그동안 못했던 장난도 쳤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지난해와 똑같은 답을 했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홈런이나 타율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올해는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희국 기자 / 김 기자의 동의를 얻어 기사 원문을 싣습니다.

예의 그 모습 그대로, 우리의 가르시아.

4회말 2루타를 친 가르시아.



 
 


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풍경. 정면으로 이기대, 그 왼쪽 조그만 섬이 오륙도, 이기대 뒤로 영도 봉래산이 보인다. 높은 빌딩 옆 맨 왼쪽이 낮은 곳이 동백섬이다. 아무리 봐도 수영만 매립지 내 주상복합빌딩이 조망권을 가리고 있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광안대교가 이를 약간 상쇄해준다.


해운대의 배산(背山)인 장산(634m)은 오르면 오를수록 재미난 산이다.
금정산 고당봉(801m) 백양산(642m)에 이어 부산서 세번째로 높은 장산은 과거 오랫동안 군부대가 주둔해 있던지라 철책을 따라 산행길이 나있는가 하면 곳곳에 훈련시설물과 유격장, 지뢰매설지 표시 등이 있다.

 불만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산꾼의 입장에서 보면 정상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소박한 기쁨이 원천 차단돼 서운함 마저 든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해운대의 푸른 바다와 그림같은 광안대교를 바라보노라면 언제 그런 불순한 생각을 했는지 조차 잊게 된다. 그 어떤 수식어도 충족시키지 못할 장쾌한 조망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명산에 비해 한 치도 뒤짐이 없다.

 장산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도심에 위치해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접근가능하며, 정상 주변에서 조우하는 억새 군락지도 가을철 한창 땐 '억새산행'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광활하기 그지없다.

장산에서 이어지는 구곡산(430m)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산행은 해운대구 우1동 부산기계공고 근처인 운촌경로정~간비오산 봉수대~우2동 체육공원~53사단 철책~옥녀봉~중봉~장산 정상 밑 갈림길~장산 정상~시계방향으로 전진~왼쪽 선바위~철조망~갈림길 전망대~군 작전도로 사거리~오른쪽 늪지대~헬기장~구곡산 정상~대천공원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 2번 출구로 나와 해운대역 방향으로 4분쯤 걸으면 '7번가 피자'와 'GS조은하루주유소' 사이 왼쪽 골목으로 향한다. 들머리다. 계단을 올라 철길을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오른쪽에 운촌경로정. 방금까지 차 소음을 듣다 2~3분도 채 안돼 산 속으로 들어오다니 도심의 산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입구에 '간비오산 0.6㎞, 장산 4.5㎞'라 적힌 이정표와 이곳이 장산~아홉산~철마산~금정산~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의 기점이어서 조그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체육공원. 이곳을 지나면 정면 저 멀리 봉수대가 보인다. 곧 갈림길. 두 길 모두 봉수대에서 만난다. 직진한다. 5~6분 뒤 간비오산 봉수대에 올라선다. 고려말부터 갑오경장까지 약 700년간 해운포(海雲浦) 일대에 침입한 왜적을 감시한 이곳 봉수대에서 보면 해운대 앞바다를 비롯 이기대 오륙도 광안대교 금정산 용두산 대청공원 등 부산의 내로라하는 명소와 향후 산행팀이 오를 옥녀봉 중봉 장산이 한눈에 확인된다.

간비오산 봉수대.
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내려다본 광안대교. 일명 다이아몬드 브리지라고 부르지요.

이어지는 오름길. 곧 오거리 안부. 정면의 직진형 두 갈래길 모두 체육공원에서 만난다. 이왕이면 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오른쪽 지름길을 택하자. 체육공원에서 다시 한굽이 올라 삼각점이 위치한 170봉과 크고작은 돌탑 5기가 서 있는 사거리 안부를 올라서면 53사단 철책과 만난다. 산길은 철책과 나란히 달린다. 철책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일까. 철책 안의 새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다.
산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곧 갈림길. 군부대는 좌측으로 산꾼들을 유도하지만 열에 아홉은 우측으로 오른다. 유격장 장애물이 잇따라 나와 볼거리가 되는 데다 두 길이 이내 만나기 때문이다. 

 너덜을 지나 힘들게 바윗길을 오르면 바위전망대. '옥녀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걸터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본다.

옥녀봉.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풍광.
중봉.
중봉에서 본 장산 정상.

8분 정도 뒤 안부에 닿고 다시 10분이면 분 뒤면 중봉(381m)에 도착한다. 운치있는 소나무 아래 암봉에 서면 좌측으로 장산이, 정면으로 구곡산이 보인다. 3~4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가면 폭포사 방향이다. 장산 밑 갈림길은 이곳에서 10여 분 뒤 도착한다. 우측 방향은 8부 능선길로 억새군락지로 향하는 길. 산행팀은 정상으로 가기 위해 직진한다. 15분 정도면 장산 정상에 닿는다. 군시설물 때문에 정상부분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약간 허탈하지만 장쾌한 조망에 이내 맘이 확 달라진다.

 봉래산 천마산 황령산 금련산 구덕산 엄광산 등과 기장 앞바다, 송정 해운대 광안리 심지어 북항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엄광산 옆으론 영남의 젖줄 낙동강도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쯤되면 최고의 조망이 아닐까.

장산 정상. 군부대가 안타깝게도 주둔해 있다.

이제 발걸음을 좌측, 즉 시계방향으로 옮긴다. 왼쪽엔 선바위 3개가 나란히 
키재기를 하고 있다. 한 굽이를 틀면 그간 보이지 않던 백양산 금정산과 수영강 온천천이 보이고 조금 더 나아가면 철마산 문래봉 곰내재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 일광산 산성산 등 기장의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숲으로 들어선다. 7분 뒤 갈림길. 희미한 오른쪽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면 10m 뒤 군작전도로를 만난다. 산행팀은 왼쪽 내리막길로 향한다. 10여 분 뒤 또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반여동 하산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향한다. 지금부터 철조망과 함께 '과거 지뢰지대'란 팻말이 붙어 있으니 산길을 벗어나지 말자.

 산길 왼쪽에 멋진 전망대가 있다. 주 산길에서 3분 정도 걸리는 이곳 입구 맞은 편엔 군부대 문이 있으니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곳에 서면 운봉산과 개좌산 철마산 곰티재 함박산 문래산 달음산 석은덤 대운산 일광산 영축산 신불산이 펼쳐진다.

 5분 뒤 군작전도로 사거리를 만난다. 직진한다. 오른쪽은 옛 장산목장터. 하지만 지금은 온통 억새 군락지로 변해있다. 10분 뒤 헬기장. 입구엔 인공위성 사진으로 만든 장산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맞은편에는 오래 전 이곳 주변에 산불이 발생,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는 기장군의 안내문도 보인다. 아마도 이곳이 해운대구와 기장군의 경계쯤 되는 듯하다.

 왼쪽 방향으로 향하면 안적사 방향, 산행팀은 우측 임도를 따라 구곡산 방향으로 향한다. 저 멀리 기장 앞바다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포장로를 따라 내려가는 커브길에선 좌측 산길로 접어든다. 우측 저 멀리 방금 지나온 장산이 손에 잡힌다.

 구곡산 정상은 20여 분 뒤 올라선다. 정면으로 송정해수욕장, 좌측으로 기장 앞바다, 우측으로 해운대 신시가지와 해운대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고의 전망대로 손색이 없다.

 하산은 우측 산길로 내려선다. 곧 포장로를 만난다. 장산마을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 민간인 출입금지, 산행팀은 우측 폭포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3, 4분 뒤 또 갈림길. 우측은 임도, 좌측은 산길. 임도는 편안하지만 단조로워 산길을 택한다. 15분 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로 내려선다. 날머리인 대천공원 김녕 김씨묘 앞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장산 추천 등산로

해운대 장산의 등산로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 반여동 반송동 우동 좌동 신시가지 등 어느 곳에서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코스를 제외하고는 산길이 완만해 가족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산행 도중 힘이 부치면 쉽게 하산할 수 있는 길도 많다.
△대천공원 폭포사 코스
가장 보편적인 코스인 동시에 가장 애용되는 등산로다. 해운대 신시가지 내 대천공원에서 출발해 삼림욕장을 거쳐 폭포사입구~중봉~장산 정상으로 오르기도 하고 폭포사에서 장산폭포~체육공원을 지나 안부를 거쳐 중봉과 장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하산은 우동이나 재송동 반여동 등 어느 쪽으로 내려가도 관계없다.
△반송동 코스
아랫반송 쪽 청운아파트를 시작으로 반송초등학교~장산약수터~철탑~군진지~옛 목장터~너덜겅을 지나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 이 코스의 백미는 너덜겅 지대. 장산 정상에서 정상 뒷길을 거쳐 반여3동 체육공원 쪽으로 하산하면 4시간 정도 걸려 하루 산행으로 적합하다. 또 장천암에서 군진지로 올라가는 길도 있다. 윗반송 쪽에선 운봉사에서 돌탑을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애용된다.
△재송동 코스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 하지만 급경사 직진코스라 초보 산행자에겐 약간 힘들다. 옛 5-1번 버스종점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동국아파트. 이곳에서 바로 산길이 열린다. 아스팔트길이 싫고 시간절약을 위해서라면 마을버스를 타고 동국아파트에서 내리면 된다. 또는 옥천사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장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반여동 코스
반여3동 체육공원에서 관음사를 거쳐 바로 정상으로 가는 길과, 전망대~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시내버스 52-1, 144, 44번 종점에서 10분 거리인 반여초등학교에서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도 있다. 이 코스 또한 정상으로 향하는 짧은 코스 중의 하나다.
△우동 코스
삼호아파트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과, 우2동사무소에서 성불사를 거치든지 아니면 중봉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운촌경로당에서 간비오산봉수대와 체육공원~중봉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운촌경로당은 운촌 버스정류장에서 1분 거리이고 지하철 2호선 동백역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기장 코스
두 가지 등산로가 있다. 오신마을에서 안적사를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고 오신 앞 대장군집에서 감딤산을 지나 억새밭에서 만나는 길이 있다. 특히 구곡산에서는 송정과 기장 앞바다 등 동해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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