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문현동 유앤아이치과 김창주 원장

아들 재민 훈제연어 특히 좋아해
갖은 야채 이용, 한 끼 식사 가능
영양 많고 요리 시간 길지 않아

 

부산 남구 문현동에서 유앤아이치과를 운영하는 김창주(35) 원장은 최근 들어 훈제연어를 이용한 월남쌈을 즐겨 만들어 먹는다. 평소 음식을 가려 먹는 네 살배기 첫째 재민이가 뷔페에서 뜻밖에도 훈제연어를 잘 먹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냉장고에는 훈제연어가 떨어질 날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재민이처럼 훈제연어를 그냥 먹을 순 없는 법. 인터넷을 뒤져 가며 고민 끝에 개발한 것이 바로 훈제연어를 이용한 월남쌈이다.

 군의관 시절 1년 정도 밥을 직접 해 먹다 보니 웬만한 요리는 손쉽게 '뚝딱' 할 수 있다는 김 원장은 "두 살배기 공주 정연이까지 키우느라 정신이 없는 부인을 위해 이 정도 요리 하나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갖은 야채가 들어가는 훈제연어 월남쌈은 영양분이 많아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데다 무엇보다 요리 시간이 길지 않아 부담없이 해먹을 수 있는 요리라고 강조했다.

〈재료〉 훈제연어 스시롤페이퍼 깻잎 오이 게맛살 당근 무순 파프리카 숙주 레몬즙 바질 피시소스 칠리소스 땅콩소스

# 훈제연어 해동시키기



냉동실에 보관 중인 연어는 냉장실에 3~4시간 정도 해동시켜야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수분증발이 적어진다. 여기에 가끔씩 뒤집어줘야 연어가 골고루 해동된다. 급히 해동시킬 때는 흐르는 물에 봉지째 담가 자연해동시켜야 살이 부서지지 않는다.
 해동 후 비린내가 심할 경우 레몬즙을 조금씩 골고루 뿌리거나 청주 와인 등을 한 큰술 뿌려줘도 도움이 된다. 허브의 일종인 바질 가루를 뿌려줘도 냄새가 제거된다. 조그만 병에 든 바질은 마트에서 구입 가능하다.

# 야채 썰기


야채는 깨끗이 씻어 손질한 후 10㎝ 정도 길이로 채 썰어 준비한다. 재료에 꼭 포함되어 있지 않아도 냉장고에 있는 웬만한 야채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숙주는 데쳐야 한다.

# 소스 만들기
소스는 세 가지를 만든다. 먼저 피시소스. 파인애플 통조림의 파인즙(150㎖)과 파인즙의 3분의 1만큼 피시소스(50㎖)를 섞는다. 여기에 마늘 세 쪽, 식초 1큰술, 사과 반쪽, 파인애플 슬라이스 2개, 양파 반쪽, 월남고추 5개, 청량고추 2개를 썬 후 믹서에 간다. 피시소스는 멸치 오징어 등을 주 원료로 한 태국젓갈로 우리나라로 치자면 일종의 멸치액젓이다. 멸치액젓과 비교하면 덜 짜면서 액이 맑고 담백하다. 월남고추는 톡 쏘는 맛은 같지만 뒷맛은 덜 맵다.

믹서에 갈기 전 피시소스.

믹서에 갈고난 후의 피시소스.


 칠리소스를 이용한 소스가 두 번째. 시판 중인 중화 해선장과의 비율을 3대 1로 섞는다. 해선장은 맛이 달짝지근하다. 칠리소스가 없을 경우 핫소스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땅콩소스도 월남쌈과 어울린다. 땅콩버터와 중화 해선장, 사이다(또는 파인애플즙)를 각각 2대 1대 3의 비율로 섞으면 된다. 김 원장은 "소스는 기본적인 배합이 있지만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재료를 가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월남쌈 만들기


먼저 따뜻한 물에 스시롤페이퍼를 살짝 적셔 부드럽게 한 후 접시에 펼쳐 놓는다. 돌돌 마는 방법은 색깔을 고려해 두 가지로 한다. 깻잎을 먼저 깔고 연어와 각종 야채 순으로 올리거나, 연어를 먼저 깔고 깻잎과 각종 야채를 포개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럴 경우 투명한 스시롤페이퍼 사이로 훈제연어의 오렌지빛과 깻잎의 초록빛이 묻어나 눈으로 먼저 미각을 느낄 수 있다. 먹기 좋게 대각선 방향으로 이등분해 소스와 함께 접시에 담아낸다.


-해운대 우1동 레스토랑 '메이트리'

파스타 스테이크 대부분 1만원 초반대
크로와상 등 빵과 미니샐러드바 무한 리필
값비싼 디저트 테이크아웃도…가족 외식 제격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메이트리의 자랑 미니 샐러드바.

작아도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토스터도 갖춰져 있다.

등샤오핑이 파리 유학시절 즐겨 먹었다는 크로와상.


미니샐러드바에서 갖고 온 식사 전 애피타이저. 맨 앞이 춘권이다.

크로와상이 먹음직스럽다.


향수를 자극하는, 계란 후라이가 곁들여진 올드 클래식 햄버거 스테이크.
주방의 한쪽 벽은 유리로 틔워놓아 손님이 바깥에서 훤히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칠리새우 스파게티.
불고기 햄버거 스테이크.
칠리 햄버거 스테이크.
뽀모도로 치즈햄버거 스테이크.
해산물 리조또 그라탕.

디저트로 나오는 카페 모카.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빕스 아웃백 등 소위 잘나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엘 한번 가보자고 조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의 요구를 모른 채 할 수 없어 큰 마음 먹고 간다지만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그래도 모처럼 맛있게 먹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잘 왔다는 생각도 들긴 하다.

문제는 나올 때. 요즘 음식값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 돈으로 찬거리를 샀으면 한동안 푸짐하게 먹었을텐데, 하여튼 너무 비싸"라며 푸념하는 아내를 보면서 거품을 싸악 걷어낸 '착한' 가격의 레스토랑은 어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면서 이 모습이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쳐간다.


 '궁하면 통한다'고 맛집 기자의 안테나에 평소 꿈꾸던 레스토랑이 하나 잡혔다. 해운대 선플라자 바로 옆 홈플러스 해운대점 1층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겸 카페 '메이트리'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메이트리는 가격 거품은 빼고, 음식은 수준급을 유지하고 있는, 한마디로 깔끔하고 세련된 레스토랑이다.

 인테리어가 이름에 걸맞게 화사하고 예쁘다. 주방의 한쪽 벽은 유리로 틔워놓아 손님이 바깥에서 훤히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우리는 이처럼 청결하고 깔끔하게 요리하고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으로 비춰져 믿음이 간다.

 주방보다 더 눈길 가는 곳이 있다. 주방 바로 옆의 미니 샐러드바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우선 작은 밥통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열어 보니 애피타이저인 브로콜리 스프와 밥이다. 바로 옆엔 적채 새싹 양상치 라다치오 등 각종 야채를 담은 그릇이 얼음 위에 놓여 있다. 드레싱으론 아일랜드, 키위, 발사믹오일이 준비돼 있다. 이밖에 메추리알 감자샐러드 춘권 금귤 딸기와 플레인 요거트와 초코시럽 설탕시럽 계핏가루 초코가루 아몬드 등이 놓여 있다. 반찬으론 김치 오이피클과 남미고추인 할라피뇨 등이 있다. 샐러드바 옆에는 토스터 2대와 크로와상과 식빵 비스킷이 보인다. 토스터에는 '3분으로 세팅돼 있다'는 문구도 보인다. 통상 빵을 넣고 어느 정도 구워야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인 듯하다. 등샤오핑이 파리 유학 시절 즐겨 먹었다는 크로와상이 아주 부드럽고 맛있다고 야단이다.

 주 메뉴는 파스타와 햄버그스테이크. 요리를 시키면 샐러드바와 정식 메뉴로 올라와 있는 차와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4500원 하는 아이스 카페모카 등을 디저트로 주문할 수 있다는 것.

 파스타는 크게 토마토 소스, 크림소스, 올리브 오일, 오븐 등 네 가지가 마련돼 있다. 카르보나라, 알프레도 등 다소 독특한 스파게티 이름 앞에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설명까지 붙여 놓았다. 예를 들어 카르보나라 스파게티의 경우 '베이컨 양파 양송이 파마산치즈와 달걀이 들어간 고소한 스파게티'라고. 한눈에 봐도 군침이 돌고 입에 넣으면 잠자던 미각까지 깨울 정도로 깔끔하다. 매운맛의 경우에는 어김없이 'HOT'이란 표시를 달아 놓았다. 대부분의 가격은 9000~1만3000원.

 손으로 직접 고기를 다져 직화석쇠구이로 요리한 스테이크에는 2만2000~2만3000원대의 안심 스테이크도 있지만 햄버거스테이크가 주류를 이룬다. 가격 또한 1만2000~1만5000원대. 양식을 싫어하는 남자들을 위해 불고기 햄버그스테이크와 아이들을 위한 생등심 돈가스(9000원)도 준비돼 있다. 온 가족을 위한 배려가 메뉴에서 다시 한번 느껴진다.

 30대 중반 이후 세대를 위한 올드클래식 햄버거스테이크도 메뉴에 들어 있다. 계란프라이를 곁들인 옛날 방식의 추억의 '함박스텍'이었다. 예전의 그 맛이 그대로 살아나는 듯했다.

 사실상 요리 하나를 시키기에 부담스러운 6세 이상의 아이는 3000원만 내면 샐러드바를 이용할 수 있고,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는 테이크아웃도 된다. 커피는 커피전문점에서도 원가가 부담스러워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고급 재료를 사용한 것들이다. 고객들의 속마음까지 읽은 듯하다. 영업방침이 레스토랑의 블루오션이라 감히 적는다. 주차는 홈플러스 주차장에 하면 된다. 입구는 건물 뒤쪽에 있다. (051)746-8783

#주인장과의 뒷애기
식사 후 주인장과 마주 앉았다. 뜻밖에도 두 사람이 나타났다. 40대 초반의 남자와 5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었다.
 늘 그렇듯 처음엔 약간의 어색함이 흐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개인사도 약간씩 나오기 마련이다.
 알고 보니 최경임 씨는 지난 1984년 광복동에서 '알타미라'라는 유명 레스토랑을 운영한 부산 레스토랑업계의 1세대였다. 알타미라는 당시 부산서는 처음으로 피자를 메뉴로 선보여 꽤나 유명세를 탔다. 또 스파게티와 계란프라이를 덮은 추억의 '함박스텍'도 함께 내놓아 젊은층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광복동의 알타미라는 지금은 사라졌고, 대신 1998년부터 서면에 문을 연 알타미라는 지금도 영업 중이다.
 동석한 김대성 씨는 광복동 시절 알타미라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다 이후 주방장을 거쳐 지금은 메이트리의 사장으로 변신했다. 레스토랑 경력 25년의 최경임 씨는 메이트리의 컨설팅을 맡았다.
 눈높이를 맞춰 고객에게 다가가는 메뉴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다소 파격적인 영업방침이 그저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땅에서 솟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문을 연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25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레스토랑인 셈이다.

저기 좀 봐, 흥에 겨운 봄이 저혼자 불타오르네
주차장 원점회귀 4시간 코스 가족산행 해볼만

전국 최고의 철쭉산으로 불리는 제암산.
5월의 장흥 제암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만산홍화'이다.
아저씨들도 철쭉 탐승 대열에 빠지지 않는다.
철쭉이 기대 이상이었는지 탐승객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다.

'아!'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외마디 탄성을 내뱉고는 그저 넋을 놓고 말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명한 철쭉 군락지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부산서 동창생들과 함께 왔다는 주부 김성희(48)씨는 “차로 3시간이나 걸려 짜증이 약간 났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말끔히 가셨다"며 “혼자 보기 아까워 가족들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한번 더 와야겠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전남 장흥과 보성의 경계에 우뚝 솟은 제암산(帝岩山·807m)은 매년 5월 초만 되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60만 평의 아름다운 진분홍 철쭉 군락지 때문이다.

지금 제암산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붉은 기운이 눈에 띌 정도로 온 산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산꾼들을 유혹한다. 가히 절정 그 자체다.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산으로는 제암산을 비롯해 지리산 바래봉과 세석평전, 덕유산, 합천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남원 봉화산 등이 손꼽힌다. 제암산은 남도 끝자락에 위치, 바다 건너 불어오는 훈풍을 받아 개화시기가 가장 빠르고 군락지 규모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웃한 사자봉 일림산까지 포함하면 장장 6~7㎞ 정도 능선 주위로 좌우 너비가 길게는 200m에 이르는 야생철쭉이 밀집해 장관을 이룬다.
만개한 철쭉이 한 줄기 바람에 흔들려 꽃물결의 장관을 펼쳐 보이기라도 하면 눈이 부셔 차라리 눈물이 날 정도다. 이른 봄 산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화려하고 발랄한 진달래와는 달리 그 모습을 조용히 드러내는 철쭉은 고고함과 안정감이 묻어난다. 신라 성덕왕때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향하던 수로부인이 천 길 낭떠러지에 활짝 핀 꽃을 탐내자 마침 그 곳을 지나던 노인이 그 꽃과 함께 향가 `헌화가'를 바쳤다. 그 꽃이 바로 철쭉이다.

산행은 장흥 신기마을 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제암산 매원농장~(세 번의 임도산길 반복)~간재~잇단 헬기장~곰재산~곰재~돌탑 삼거리~제암산 정상(임금바위)~돌탑 삼거리~촛대바위~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대략 4시간 걸린다. 산행로와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고 길도 험하지 않다.


보성에서 장흥으로 향하는 국도 2호선 감나무재에서 출발하는 7시간 정도의 종주코스도 있다. 하지만 들머리와 날머리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가이드산악회와 동행하지 않는 한 부산서는 사실상 당일치기는 벅차다.

제암산으로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주차장에서 곧바로 보이는 임도를 따라 오르거나,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공원묘지를 지나 제암산으로 향하는 방법이 그것. 하지만 후자는 워낙 산길이 가팔라 하산길로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갈 깔린 임도를 따라 `철쭉 군락지' 이정표를 보고 25분 정도 오르면 `유치자연휴양림'이라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산길, 왼쪽은 임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산길은 지름길이고 임도는 둘러가는 길. 결국 제암산(간재 방향)으로 향하는 본격 산길 입구에서 만난다. 이곳에서 철쭉군락이 사실상 시작되는 간재까지는 0.5㎞. 주차장에서 간재까지는 50분.

간재는 제암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오른쪽 사자산으로 가는 길은 버리고 왼쪽 곰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철쭉 군락지의 백미는 간재에서 곰재까지의 약 1.5㎞ 능선 구간. 50년생 이상의 철쭉 10여 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얼핏 보면 진홍색 물감을 능선 전체에 뿌려놓은 듯하다.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

잇단 헬기장과 제암산 철쭉제단을 지나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곰재산. 간간이 보이는 소나무와 기암괴석, 그리고 철쭉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곰재산을 넘어서면 곧이어 곰재. 네 갈래 길이 기다린다. 직진하면 제암산, 오른쪽은 자연휴양림, 왼쪽은 들머리인 공원묘지로 이어진다. 곰재에서 돌탑이 있는 형제바위 삼거리까지 30여 분 동안은 극심한 된비알. 지금까지의 구간과 달리 숲이 우거져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오른쪽은 제암산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은 제암산 정상을 거쳐 다시 돌아나와 하산하는 코스.

등산안내도의 색상 또한 무척 화려하다.

제암산으로 향하는 이 구간은 철쭉도 물론 있지만 원래 억새 군락지. 지금은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있지만 늦가을 억새산행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헬기장을 지나 7분쯤 오르면 마침내 정상인 임금바위 아래에 닿는다. 임금바위는 사방의 바위들이 마치 신하들이 임금을 향해 엎드려 절하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바위절벽인 임금바위는 오르기 힘들 것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잡고 오를만한 턱이 있어 등정이 가능하다.

힘들게 오른 만큼 보람도 크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조망 때문. 좌우에는 각각 보성과 장흥 벌판이 발아래 굽어보이고, 동으로 팔영산, 남으로 천관산과 다도해, 서쪽으로 두륜산과 월출산, 북으로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이 펼쳐진다.

100여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비교적 편평한 임금바위는 예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영험스런 곳으로 요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장흥군민들이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하산은 왔던 길로 되돌아와 형제바위 삼거리에서 내려선다. 5분 후 갈림길. 형제바위와 촛대바위 방향으로 나뉘지만 공원묘지 400m 앞에서 만나므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산행팀은 촛대바위로 길을 잡았다. 철쭉이 많은데다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촛대바위에서 공원묘지까지 내려서는 가파른 이 길로 45분 정도 가면 들머리인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5월의 산은 철쭉 세상, 제암산 가장 빠르고 태백산이 마지막

봄의 전령 진달래가 4월의 꽃이라면 철쭉은 계절의 여왕 5월의 꽃.
이맘때면 짙어가는 산록을 배경으로 연분홍 진분홍 철쭉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철쭉산행을 위해 산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산화를 질끈 맨다.
매년 전국의 유명 철쭉산에서 열리는 철쭉제가 전국의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철쭉산의 개화시기는 대체로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5월 초순)-지리산 바래봉, 봉화산, 덕유산, 황매산, 사천 와룡산(5월 초순~중순)-소백산, 지리산 세석평전(5월 하순)-태백산, 정선 두위봉(6월 초순) 순이다.

# 교통편 - 순천IC로 나와 17~2번 국도 이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목포 및 완도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흥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 10시, 11시10분. 1만7000원. 4시간10분 걸린다.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공설공원묘지가 있는 신기마을행 군내버스는 오전 7시, 9시, 10시5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730원. 신기마을에서 장흥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10분, 6시50분(막차)에 있다. 장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4시50분, 5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 여수 벌교 17번 국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2번 국도 보성 벌교~2번 목포 장흥~제암산 일림산 웅치 895번 지방도 좌회전(이곳의 제암산 이정표는 제암산 자연휴양림 방향이므로 계속 목포 장흥 방향으로 직진해야함)~장흥군 제암산 18㎞~장흥읍~제암산 공설공원묘지 좌회전~제암산 4㎞, 사자산 8㎞~신기마을 제암산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다이내믹 부산 2009 희망원정대'의 김창호(왼쪽) 서성호 대원이 28일 오전 11시15분(한국시각) 네팔 소재 세계 8위봉인 마나슬루(8163m) 등정에 성공했다. 부산원정대 인공위성 전송사진

부산의 산사나이들이 히말라야 8위봉인 마나슬루(8163m) 등정에 성공했다. 올 봄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에 도전한 세계의 산사나이들 중 초등의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그것도 무산소로.

 '다이내믹 부산 2009 희망원정대'(원정대장 홍보성)의 김창호 서성호 대원은 28일 오전 11시15분께(한국시각) 셰르파 1명과 함께 북동릉 루트를 통해 마나슬루(8163m) 정상에 올라 50분 정도 머물다 현재 하산 중에 있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지난 3월 16일 마나슬루 다울라기리1봉(8167m) 안나푸르나1봉(8091m)을 목표로 출국한 희망원정대는 1차 목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29일 베이스캠프에서 철수, 다음 목표인 다울라기리1봉 베이스캠프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로써 다이내믹 부산 희망원정대는 지난 2006년 국제신문의 특별 후원 아래 에베레스트, 2007년 카라코람 히말라야의 K2와 브로드피크, 2008년 마칼루와 로체에 이어 여섯 번째 8000m급 히말라야 봉우리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홍보성 대장에 따르면 원정대는 지난 3월 22일 네팔 카트만두를 출발, 9일간의 캐러밴으로 마나슬루 베이스캠프(4800m)에 도착, 지난 2일부터 본격 등반을 시작했다.

 하지만 올들어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두 차례나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첫 번째인 지난 14일엔 갑작스런 제트기류로 인해 7500m 지점에서 발길을 돌렸으며, 두 번째인 시도인 지난 22일에도 캠프2(6900m)까지 진출했으나 이후 7500m~정상부에 역시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강한 돌풍이 예상된다는 기상예보로 또 다시 베이스캠프로 하산했다. 올 봄 시즌 히말라야 전역에는 예년과 달리 제트기류가 정체되면서 강풍과 대설로 등반 활동이 상당히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

 원정대는 다행히 지난 27일 오후부터 제트기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바람이 차츰 약해질 것이라는 국내에서 보내온 기상예보에 따라 26일 오전 10시께 김창호 서성호와 셰르파 1명 등 등정조 3명은 베이스캠프를 출발, 5시간만에 캠프1(5800m)을 거쳐 캠프2(6400m)에 진출했다. 다음날인 27일 오전 11시께 캠프2를 출발한 원정대는 3시간만인 오후 2시께 캠프3(6900m)에 도착, 6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밤 10시께 캠프3을 출발했다. 원정대는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 고도차 약 1200m를 10시간 15분 만에 극복하고 정상에 도달, 올 봄시즌 마나슬루 정상에 처음 오른 등정자로 기록됐다.

 김창호(39/부경대OB)는 4년 전 고 이현조와 함께 낭가파르바트 루팔벽을 히말라야 14좌를 세계 최초로 이룩한 라인홀트 메스너 형제의 초등 이후 35년 만에 재등정, 세계 산악계의 찬사를 받은 현역 국내 최고의 산악인이다. 김 대원은 부산원정대의 일원으로 지난 2007년 K2와 브로드피크, 2008년 마칼루와 로체에 이어 마나슬루까지 5연속 무산소 등정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2006년 에베레스트에 오른 서성호(30/부경대OB)는 지난해 김창호 대원과 함게 마칼루 로체에 이어 세 번째 무산소 등정을 기록했다.

 특히 서성호 대원은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산악계를 대표하는 드림팀을 구성해도 김창호 대원과 함께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상의 기량을 산악계로 인정받고 있다.

 홍보성 대장(53/부경대OB/(주)조은)은 "올 봄 마나슬루에 도전한 10개국 원정대 중 가장 먼저 등정을 달성해 기쁘다"며 "나머지 다울라기리1봉과 안나푸르나1봉 모두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2008
마칼루-로체 부산원정대'가 등정에 성공한 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 맨 왼쪽이 김창호 대원, 두 번째가 홍보성 원정대장, 왼쪽에서 네 번째가 서성호 대원이다. 

향일암을 품은 금오산은 금거북이 바다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형상이다. 돌출부분은 거북의 머리에 해당한다. 산행 날머리 향일암에서 본 모습이다. 향일암은 바다 건너 희미하게 보이는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힌다.

 
그리움이 사무치면 섬이 먼저 떠오른다. 설렘 탓이었을까. 고속도로에선 화살 같이 날았지만 구절양장 해안도로에선 뒤차가 답답해 추월할 정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갔다.

 섬 끝자락 바위산 중턱 아슬아슬한 절벽 한 켠에는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는 조그만 암자가 있고, 산 아래 갯마을엔 물이 나면 아직 성게를 주워 올 정도로 생태계가 살아있다.

 바위산은 해발 300m 남짓. 쪽빛 바닷물의 잔잔한 물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저 말없이 한동안 바라본다. 혹 호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그도 그럴 것이 정면의 육지 같은 큰 섬인 남해도와 부처님 형상을 닮았다는 세존도 그리고 연도 안도 수항도 금오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를 포근히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이 곳의 일출과 일몰은 사진으로만 보면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잔잔하고 포근하다.

만일 붉은 노을이 불타오르는 해질녘 고요의 바다 위로 만선의 고깃배가 포말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목격한다면 이번 여정의 최고 수확이 될 듯하다.
배멀미를 걱정해야 할 출렁이는 거센 파도와 울창한 송림을 병풍삼아 기암괴석 하나하나가 모두 천연 조각품으로 상징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2012년 엑스포를 유치한 전남 여수땅의 최남단 돌산도에서도 가장 끝단에 위치한 금오산과 향일암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지는 호수 같은 바다에 대한 상념이다.

'쇠 금(金), 큰 바다거북 오(鰲)' 자를 쓰는 금오산은 금거북이 바다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형상. 실제 향일암에서 거북마냥 고개를 삐죽 내밀면 놀랍게도 그 모습 그대로다. 산 아래 바다쪽으로 돌출된 임포마을의 둔덕이 머리, 향일암이 자리한 지점이 몸통, 임포마을 입구 국립공원 주차장이 왼발이다.

암봉인 금오산은 덩치가 작다. 그래서 마루금이 이어지는, 금오산의 모산 격인 봉황산도 넣었다.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나는 형상인 봉황산과 금오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삼면으로 바라보며 마루금을 걸을 수 있는 데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봉우리다.

사실 봉황산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직선형 된비알이 진을 빼는 데다 조망 또한 대부분 숲에 가려 내세울 만큼은 못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금오산으론 걷는 양이 부족해 이웃한 봉황산을 곁들였다. 어쨌든 금오산과 봉황산은 '뭉쳐야 산다'.

산행은 여수시 돌산읍 죽포삼거리 인근 당산나무(봉황산 등산안내도)~등산로 입구 이정표~샘터(벤치)~삼각점봉(441m)~봉황산(460m)~잇단 임도~바위전망대~흔들바위~(성두)산불초소~율림주차장(율림치)~금오산(360m)~금오산 정상석봉~향일암~매표소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40분 안팎. 향일암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정을 좌우한다. 대부분 외길이라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상석이 없거나 잘못 세워져 있어 이에 유의해야 한다.

방죽포해수욕장 못 미쳐 만나는 죽포삼거리. 여기서 우측으로 100m쯤 가면 천년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눈에 확 띈다. 죽포리마을 당산나무다. 그 옆에는 봉황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부터 들머리 찾기는 식은 죽 먹기. 돌산도의 명물 갓밭을 따라 포장로를 10여 분 걸으면 등산로 입구. 완경사 오름길의 연속이지만 은근히 힘이 든다. 물이 졸졸 나오는 샘터와 옛 헬기장을 지나면 본격 된비알. 차츰 매서워진다.

산행 기점의 표식이 되는 죽포삼거리의 1000년된 느티나무 보호수. 죽포리마을 당산나무이다.

향일암을 품은 금오산과 연결되는 봉황산 등산안내도.


20여 분 뒤 마른 억새길 옆에 뜻밖의 삼각점. 441봉이다. 10분 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제법 너른 경사진 암반이다. 한쪽 편에는 과거 정상석이 서 있었던지 뭔가가 세워져 흔적이 역력하다. 산행팀은 정상으로 추정했지만 이곳에서 2분 뒤 두 번째 도는 지점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해서 노란리본 뒷면에 '봉황산 정상 460m'라고 적어 놓았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하산길. 7분쯤 내려오면 임도. 직진한다. 더 넓은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정면 송림길로 오른다. 5분 뒤 시야가 트이는 바위전망대. 올망졸망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가막만과 화양면이 보인다. 다시 오르막. 우측으로 크게 돌면 이내 임도. 바로 건너 산으로 향한다. 곧 바위전망대. 지나치려다 보니 왼쪽 뒤로 진입로가 있다. 인근에 보춘화가 보이고 바다 건너 정면으로 남해 금산, 그 왼쪽 뒤로 설흘산 호구산 송등산이 확인된다. 발밑에는 대율마을 앞 밤섬이 조각배처럼 떠 있다. 주변엔 홍합양식장이다.

보춘화.

산자고.


흔들바위. 실제로는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바위 아래에는 대율마을과 밤섬이 조각배처럼 떠 있다. 주변엔 홍합양식장.

2분 뒤 흔들바위. 밀어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비슷한 크기의 고성 구절산 흔들바위는 흔들렸는데. 이어지는 능선길. 10여분 뒤 (성두)산불초소. 성두는 인근 마을이름이다. 여수 관할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 지구와 남해도 쪽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한 가운데 가장 큰 섬인 금오도를 중심으로 왼쪽 연도 안도 수항도가, 오른쪽 발밑으로 밭까지도 선명하게 확인되는 소·대횡간도 화태도 월호도 개도가 펼쳐진다. 그 우측 저 멀리 고흥땅 외나로도와 팔영산도 선명하다. 남해도쪽으로 밤섬 뒤 김만중의 노도와 금산 설흘산 망운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땐 통영권의 욕지도 연화도 등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섬들도 보인단다.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인 율림치.

금오산 정상석이 서 있는 247봉.

바다 건너 보이는 산은 남해도의 금산.


정상석이 서 있는 247봉에서 뒤돌아본 주변의 풍광.

산불초소에서 율림치까지는 7분 거리.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다. 율림주차장 끝단 몬당휴게소 옆에 '향일암'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는 산길로 오른다. 이때부터 금오산이다. 16분 정도 오르면 벤치. 숨을 한 번 돌리고 직진한다. 10분 뒤 시야가 트이고 다시 5분 뒤 풀섶에 삼각점(360m)이 보인다. 전망은 없지만 이 지점이 금오산 정상이다. 삼각점을 약간 지나면서 쪽빛 바다와 크고 작은 암봉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323봉이 금오산에서 전망이 가장 빼어나다. 표식은 없지만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삼면이 거칠 것 없는 쪽빛 바다이다. 뒤돌아보면(북쪽) 봉황산이 한 일 자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하산하면서 비로소 금거북의 머리에 해당되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바위의 표면이 거북의 껍질을 빼닮았다.
향일암에서 거북처럼 고개를 내밀어 본 모습. 실제로 거북이 바다로 기어들어가는 형상이다.

이어 '추락 위험' 팻말이 적힌 쏟아질 듯한 내리막 바윗길을 내려서면 안부 숲 갈림길. 왼쪽은 임포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200m 지점부터 바위능선길. 5분 뒤 금오산 정상석봉. 지도상으로 247m에 불과하지만 정상석이 서 있다. 스쳐간 산꾼들이 이를 알았던지 해발고도는 지워놨다. 조망은 환상적이지만 아직 그 유명한 거북의 형상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신 바위마다 조각가의 작품처럼 거북등 문양이 새겨져 있다.

하산로는 목재덱과 철계단이 이어진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어서 이를 이용하지 않고는 힘들다. 10분 정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향일암 입구. 여기서 향일암 대웅전까지는 2분 정도 걸린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가는 길. 대낮에도 전등을 밝혀놓은 어두운 바위굴이 나온다.

향일암의 해탈문 역할을 하는 바위 틈.


# 떠나기전에-자연산 횟감 가장 다양한 곳
'해를 향한 암자'라는 향일암(向日庵)은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낙가산 보문사,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기도 효험이 빼어난 국내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힌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4년 원효대사가 원통암(圓通庵)으로 창건했지만 고려 광종때인 958년 산 이름을 따 금오암으로, 그 후 거북이의 영(靈)이 서려있는 곳이라 해 영구암(靈龜庵)으로 불리다가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 대사가 일출의 찬란함을 보고 향일암이라 명명했다.
재밌는 점은 대웅전 옆 경봉 스님이 쓴 영구암 편액이 걸린 조그만 전각만 있을 뿐 향일암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원효 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긴 바위 틈으로 일주문 역할을 하는 해탈문 등은 유의깊게 살펴보자. 또 한가지. 안내도에 보면 대웅전 뒤에 흔들바위가 있다고 표기돼 있다. 유감스럽게도 통제구역 내에 있다. 워낙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쓰레기가 과다 배출되고 자살장소로 사용돼 막았단다. 살짝 들여다보니 설악산 흔들바위보다 크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향일암 대웅전은 불사에 들어갔다. 수 년 전 태풍으로 인해 전각이 점차 뒤로 기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3월 불사 입제에 들어가 8월 해체해 12월16일 회향할 예정이다. 불자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향일암 주변의 특산물은 돌산갓김치. 암자 아래 임포마을 전체가 갓김치 가게다. 비옥한 토양 덕에 이곳만의 고유 향과 맛이 빼어나다. 임포마을 제일 끝집인 '초원횟집·민박'(061-644-7939)이 잘 한다. 셔틀버스 주차장 바로 옆이다. 보통 아이스박스에 포장해 1만 원(2.5㎏)에 판매한다. 이곳은 특히 자연산 횟감이 가장 다양한 것으로 유명하다.

# 교통편-노포동 터미널에서 3시간여 소요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여수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25분부터 4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10분 걸린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길을 건너면 만나는 버스정류장에서 임포(향일암)행 111번을 타고 죽포삼거리에서 내린다.
향일암 입구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고속터미널행 111번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오후 5시17분, 6시17분,7시17분…밤 10시17분(막차). 여수에서 부산행 고속버스는 오후 5시50분, 7시(막차)에 있다.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17번 여수 벌교~지하도~돌산대교 여수~향일암 오동도~돌산대교~군내 임포~죽포삼거리서 우회전 후 100m 지점 당산나무 앞. 하산 후 향일암 입구에서 차가 주차해 있는 죽포삼거리로 가는 버스는 많기 때문에 시간 손해는 거의 없다.

지난 2004년 발효된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 불똥
복숭아 10년 내 관세철폐품목 분류, 폐업시 국가차원 지원
대신 관세철폐 제외 품목 사과나무로 점차 대체되고 있어

이 아름다운 진홍빛의 복사꽃대궐이 FTA 때문에 절반 이상 사라졌다. 34번 국도변에서는 이제 복사꽃을 거의 불 수 없고 산기슭으로 가야 볼 수 있다. 불과 4년 전의 이 사진은 이제 추억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황금 은어의 서식지로 유명한 오십천변에 만개한 복사꽃.
영덕의 자랑 복사꽃대궐은 이제 절반 이상 사과꽃으로 대체되고 있다. 지금 영덕은 복사꽃이 지고 사과꽃이 피어나고 있다.

 떠나기전 영덕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십중팔구 대게였다. 다음은 복사꽃이었다. 영덕에 와서 대게와 복사꽃 이외에 내세울 게 있으면 말해보라는 물음에 군민들은 한결같이 오십천 황금 은어와 동해 일출을 꼽았다.

흔히 영덕은 해맞이 공원에서의 일출과 대게를 테마로 한 겨울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법. 사실 대게는 4월이 제철이다. 일출과 대게가 한 묶음이 된 것은 아마도 동해안 일출을 보며 새해 소망을 빌러 영덕을 찾았는데 마침 대게가 그물에 걸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귓전에 들렸기 때문이리라.

예부터 영덕에선 이렇게 전해온다.
"오십천변에 복사꽃이 피는 음력 춘삼월이 돼야 비로소 대게도 완전히 살이 오르고 은어 또한 동해안에서 오십천으로 거슬러 오기 시작한다." 전국의 미식가들이 이달부터 영덕으로 모여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

# 입맛 찾아-살 통통 오른 영덕대게 "이거 게판이구만~"

대게 원조마을.


 대게는 기온이 내려가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맛볼 수 있다. 나머지 기간은 나라에서 정한 금어기다. 속살이 꽉 차고 담백한 맛을 보려면 2월말부터 4월 사이가 제격이지만 그 중 절정은 복사꽃이 피는 4월 초순이다. 어민들은 한겨울에 잡히는 대게는 4월 대게의 맛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귀띔한다.

약간의 단맛이 나는 듯 하면서도 쫄깃쫄깃하고 담백해 절대 물리지 않는 대게는 고려에 이어 조선시대 수라상에 단골로 올랐다. 지난 1999년 한일어업협정으로 독도 근처 대화퇴 어장을 잃어 어획량이 현저히 줄어든 바람에 가격은 사실 서민들에게 부담될 만큼 무지 비싸다. 국내산은 마리당 대략 6만~11만 원, 수입산은 3만~6만 원선. 살이 꽉 찬 이른바 국내산 '박달대게'는 마리당 10만 원을 호가한다. 20만 원 하는 '박달대게'도 간혹 잡힌단다.

4인 가족이 찾았다면 값싼 홍게와 수입산을 곁들여 12만 원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미식가가 아니라면 수입산과 국내산은 거의 구별하기 힘들다. 동해안 인근에서 북한 일본 러시아와 우리나라 배가 비슷한 시기에 잡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
대게의 진면모를 보려면 강구항의 대게 위판장을 찾아야 한다. 요즘엔 주말 오전 8시를 전후해 열린다. '박달대게'에서부터 살 대신 물로 가득 찬 '물게'에 이르기까지 10등급으로 세분돼 위판장 바닥에 도열된다. 능숙한 경매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중도매인의 손이 연신 움직인다. 분명 볼거리다.

"제 얼굴보다 커지요."

"제 얼굴만큼 커지요."

# 눈맛 찾아 - 복사꽃 천지 34번 국도를 가지 않고 낭만을 논하지 말지어다

딱히 물어볼 필요가 없다. 영덕읍내에서 그저 안동 방향 34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된다. 초입에는 군민운동장 뒤로 오십천과 인접한 강변도로를 타고 달린다. 길이만도 무려 12㎞. 국도변과 들판, 그리고 산기슭이 진홍빛의 복사꽃대궐이다. 발품을 팔아 약간 높은 언덕배기로 오르면 복사꽃 천지는 가히 무릉도원이라 불러도 될 성 싶다.


영덕에는 원래 복사꽃이 없었다. 지난 1959년 태풍 사라호가 지나간 뒤 생계에 도움이 될까 하여 오십천변에 우연히 복숭아 나무를 심었다. 그게 히트를 친 것이다.
물빠짐이 잘 되는 사질토인 데다 일사량도 좋고 무엇보다 칠보산과 주왕산이 바람을 막아줬다. 여기에 옥계계곡에서 내려오는 오십천의 물줄기가 마르지 않아 그야말로 복숭아 농사를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차츰 복숭아 재배지가 늘어 한때는 100만 평이 훨씬 넘었다.

하지만 도로변에는 간혹 아직 피지 않았거나 하얀 꽃봉우리를 단 사과꽃이 자주 눈에 띄었다. 사과꽃은 4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자유무역협정(FTA)의 불똥이 영덕까지 튄 것이다. 지난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로 인해 복숭아가 10년 내 관세철폐품목으로 분류돼 4년 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복숭아 폐업 지원사업이 진행돼 농민이 원할 경우 관세철폐 제외 품목인 사과나무로 점차 대체되고 있다는 것. 현재 전체 복숭아 경작지의 절반 정도가 사과나무로 대체됐다. FTA가 영덕의 명소인 복사꽃길을 앗아간다고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이 밀려드는 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 손맛 찾아 - 해맞이 공원· 30㎞ 해안도로 "그래 봄속을 달리는 거야"

그 유명한 7번 국도가 동해안 드라이브길이라 알려져 있지만 영덕 구간은 최남단 남정면과 최북단 병곡면 일부만 바다와 접할 뿐 나머지 구간에선 바다를 볼 수 없다. 대신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30여 ㎞의 구간이 20번 군도인 2차선 해안도로이다. 도로 한 쪽에는 해풍에 말리는 돌미역과 가자미가 널려 있고 갯바위에는 낚시꾼들이 삼삼오오 세월을 낚고 있다. 우리네 한적한 갯가의 전형이다. 워낙 바다와 근접해 있어 차창 밖으로 파도소리까지 들린다. 간혹 보이는 차들도 모두 드라이브 나선 타지 차량이라 쉬엄쉬엄 간다.
유난히 갈매기가 많은 금진포구와 하저해수욕장을 지나면 첫 기착지인 해맞이공원. 지난 1997년 이곳에 산불이 난 후 군이 새롭게 조성한 떠오르는 명소이다. 등대가 위치한 아랫쪽은 창포리, 200m 떨어진 위쪽은 대탄리 공원이다. 총 면적 3만 평. 바다로 이어지는 절개지에는 산책로와 쉼터가 조성돼 있으며 그 주변에는 만개한 노란 수선화를 시작으로 영산홍 나리꽃 해당화 등이 7, 8월까지 해송과 어울린다.

            대게등대.

최근 새로 조성한 20m 높이의 '대게등대'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기존 10m 높이의 밋밋한 등대 대신 일반인들도 올라갈 수 있는 빨간색 전망대에 동(銅)으로 만든 대게 집게모양의 조형물을 덧씌워 대게의 고장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망대에 서면 대게 이름이 유래됐다는 축산항의 죽도(竹島)등대와 남쪽으론 호미곶도 볼 수 있다.

일출.
바다에서 본 풍력발전단지. 장관이다.

해맞이공원 맞은편 둔덕 쪽엔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높이 80m의 대형 풍력발전기가 해풍에 의해 힘찬 몸짓을 하고 있다. 북쪽으로 더 달리면 대게 원조마을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경정리 차유마을에 닿고, 여기서 6㎞쯤 더 달리면 대진해수욕장과 고래불해수욕장을 잇따라 만난다.
또 한가지. 삼사해상공원 내 영덕어촌민속전시관도 꼭 들러보자. 지난 2005년 12월 개관한 이곳은 대게 어로법 등 대게와 관련한 모든 것이 전시돼 있다.
영덕어촌민속전시관.
     

# 영덕 맛집 - 황금빛 오십천 은어 맛보세요

강구항에는 영덕 근해자망 외에 인근 구룡포나 울진 후포의 배들도 강구수협에서 대게를 위판한다. 하지만 영덕근해자망협회는 영덕 배가 잡은 대게 이외에는 국내산임을 입증하는 초록색 라벨을 붙여주지 않는다. 이때문에 구룡포 등 외지 배들이 잡은 대게는 간혹 수입산으로 오해를 산다. 그 만큼 유통 및 판매 체계가 체계화돼 있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100% 신뢰가 가지 않는다.

 싸고 믿을 만한 대게집을 한 곳 추천한다. 영덕대게협동조합직매장(054-734-0691). 경보화석박물관을 지나 삼사해상공원에서 300m쯤 못미친 7번 국도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맞은 편엔 오션뷰CC. 전국을 대상으로 대게 택배를 전문으로 하며 강구항 내 대게집보다 가격이 20%쯤 싸다. 가위로 대게를 먹기좋게 잘라주며 먹는 방법도 가르쳐 준다. 게장 비빔밥도 즉석에서 만들어주며 밑반찬은 모두 직접 농사를 지은 유기농산물로 만든다. 산에서 직접 캔 냉이나 달래 등 봄나물도 맛볼 수 있다. 주인 노부부의 후덕한 마음 씀씀이에 반해 한번 이곳을 찾으면 반드시 단골이 된다.

화림산가든(054-734-0945)은 은어 전문 요리점. 전국에서 은어가 잡히는 곳은 많지만 등줄기에 황금빛이 보이는 오십천의 은어는 유일하게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맛이 빼어나다. 복사꽃이 피는 4월부터 동해에서 오십천으로 올라오기 시작해 지금은 튀김을 할 정도로 작지만 6, 7월부턴 수박향이 진해지면서 회나 매운탕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송이가 나는 9월이 되면 뱃속의 내장을 제거한 후 송이를 넣어 굽는 구이맛에 반해 일본인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

은어매운탕.
은어회.

지난 4월 21일 롯데전 승리 투수인 SK 고효준(27)이 요즘 프로야구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고효준은 지난 2002년 청주 세광고를 졸업하고 2차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7년차의 중고 신인으로 올해 최강 SK의 선발투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는 2002년 한 시즌만 뛰고 곧바로 방출됐다. 승패 없이 겨우 3이닝만 던졌다. 트레이드 이유는 여러가지로 전해온다. 왜소한 체격(키 179㎝, 몸무게 72㎏로)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근성이 없다라고도 들린다.

고효준은 올해 벌써 2승을 챙겼다. 0점대의 방어율(0.93)은 히어로즈 좌완 이현승과 공동 선두이고 탈삼진도 선두권이다. 그야말로 괄목상대이자 대기만성의 전형이다.
롯데 구단의 트레이드 변이 궁금했다. 기대했던대로(?) 당시 고효준의 심장이 좋지 않아 내보냈다고 궁색한 변명 아닌 변명이 돌아왔다.

고효준은 SK로 이적된 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이후 부상 등으로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2년간은 거의 등판도 못했고 결혼 후 생활고까지 겹쳐 김성근 감독에게 울면서 트레이드까지 요청했었지만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의 고효준 선수가 새롭게 태어나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자, 이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고효준이 방출된 시기는 롯데의 제10대 사령탑인 백인천 감독이 있을때다. 지금도 백 감독 이야기는 롯데에 전설처럼 남아 있다.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백 감독은 2002년 6월21일 전임 우용득 감독 해임과 동시에 새로운 사령탑에 취임했다. 당시 롯데는 팀 재건을 위해 백 감독에게 전권을 줘 팀을 맘대로 떡 주무르듯이 주물렀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를 해부실험하던 시기라고 회자되고 있다.

이게 패착의 단초였는데 당시 구단에서 누구 하나 태클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프로야구 타격왕 출신인 백 감독은 전형적인 일본스타일의 야구를 추구했다. 발빠르고 잘 갖다맞히는 타자들을 선호했고 SK 김성근 감독 못지 않게 훈련도 많이 시켰다. 또 워낙 거물출신이다보니 자신의 눈에 차지 않으면 '선수도 아니라'고 직설적인 혹평을 하기도 했다.

백 감독은 시키는 대로 안하고 야구 잘하는 선수보다 야구 못해도 말 잘 듣는 선수들을 중용했다. 한마디로 "내 말 들어"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코치들은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감독님이 이렇게 하라신다"로 전달자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백 감독은 취임 한달 만에 SK와 전격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조경환과 외국인 선수 매기를 보내고 윤재국, 박남섭, 에르난데스를 받았다. 이 트레이드가 백 감독 시절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남았다. 바로 조경환을 보냈기 때문이다. 고려대학 시절 국가대표 4, 5번을 쳤던 부산고 출신의 조경환은 당시 차기 롯데의 주장으로 유력하던 팀의 주축이었다. 트레이드 전 조경환은 3할, 26홈런에 타점도 100타점에 육박하는 중심타자였다. 백 감독은 조경환을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고 결국 내보냈다.

그 후에도 백 감독은 꾸준히 선수를 보내고 데려왔다. 2003년 8월6일 물러날때까지 1년 조금 넘는 기간 7차례나 트레이드를 했다.

뿐만 아니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에이스 손민한 문동환 이대호 등이었다. 다른 팀의 선발급 투수와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부산출신의 간판을 내주는데 부담을 느낀 프론트는 그나마 마지막 자존심으로 이를 막아냈다고 전해온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큰 이대호에게는 살을 뺄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방법이 좀 남달랐다. 사직구장 스탠드를 오리걸음으로 오르내리게 했다. 오리걸음 후유증이었는지 단정할 수 없지만 이대호는 2002년 10월 무릎 연골 파열로 수술을 받았다. 결국 1년 여동안 백 감독은 많은 것을 남겨두고 롯데를 떠났다. 15연패에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려놓고서.

기암괴석·철쭉군락 절묘한 조화 '한폭 동양화'
한국전쟁땐 빨치산 본거지로 동족상잔 비극 현장
발 밑엔 야생화 천지…산행 조망도 기가 막혀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꽃망울을 떠뜨리기 시작한 연분홍 철쭉.
마당바위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지.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노루 꼬리만큼 남은 봄의 갈무리 테마산행은 바로 철쭉.
사실 올 조국산천의 봄꽃은 예년보다 빨리 피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진달래가 같은 시기에 고개를 내미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상춘색들은 때아닌 호사 아닌 호사를 누렸다. 허투루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자연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하는 요즘, 연분홍 철쭉이 속살을 드러내며 산이 예의 제모습을 되찾았다.

내로라하는 철쭉산은 많다. 제암산 일림산 바래봉 봉화산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등등.
이번에는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전남 화순의 백아산을 골랐다. 철쭉 군락이 방대하거나 다른 철쭉 산에 비해 독특한 색깔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능선이나 산사면이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백아산은 '흰 백(白)', '거위 아(鵝)' 자에서 짐작이 가듯 거위처럼 미끈하고 하얀 암봉이 산릉에 줄지어 가득 차 있다. 한마디로 흰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바위산이다. 주변을 압도할 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절묘함은 철쭉이 아니더라도 신선한 볼거리로 많은 산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백아산의 매력은 바로 암릉과 철쭉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흔히 철쭉 명산으로 제값을 하려면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평원에 꽃물결의 장관이 펼쳐져야 한다. 백아산은 여기에 철쭉단지를 둘러싼 기암괴석이 그 여백을 채워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한 눈에 푹 빠질 만큼 화려함을 뽐내며 꽃난리를 치지도 않고 암릉 특유의 근엄함만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래서 백아산에 애착이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백아산에 뜻밖의 슬픈 사연이 담겨있었다.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보니 은밀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여러 군데 만들어져 광양 백운산,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함께 빨치산의 전남도당 본거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사단 병력의 빨치산이 버티던 천혜의 요새로 피비린내 나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비극의 현장이었다. 시인 정호승이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고 했지만 기자는 5월 눈물이 나면 화순 백아산을 찾아 철쭉의 장관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산행은 화순군 북면 백아산 관광목장(한우농원)~너른 동굴~능선삼거리(첫 이정표)~철쭉단지~마당바위~철쭉단지~샘터~개구멍~백아산 정상~산불초소(문바위 갈림길)~팔각정~백아산 자연휴양림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반듯해 길 찾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당초 산행팀은 능선이 시작되는 원리에서 출발할 계획이었지만 이 길은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이 없을 것이라는 마을촌로의 설명을 듣고 관광목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들머리는 백아산 관광목장. 알고보니 고기집이다. 등산로 팻말을 따라 고기집 건물 뒤로 가면 돌계단으로 시작되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숲이 제법 제색깔을 찾아 푸르다. 10분 뒤 넉넉잡아 20, 30명은 족히 수용할 정도로 너른 동굴을 만난다. 계속되는 오르막이지만 힘은 그리 들지 않는다. 다시 10분 뒤 길 왼쪽에는 곧 오를 마당바위가 보인다. 이후 능선이 반시계 방향으로 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8분 뒤 능선삼거리. 첫 이정표가 서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는 유년의 신록. 오랫동안 이 산 저 산을 기웃거렸지만 이처럼 걷고 싶은 정갈한 숲은 사실 처음이다.

발밑에는 금창초 윤판나물 자주괴불주머니 각시붓꽃 금붓꽃 큰구슬봉이 얼레지 등 봄이면 어김없이 만나는 야생화가 거의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알고 보니 철쭉뿐 아니라 야생화의 보고(寶庫)이다.

금창초

조선현호색.


윤판나물.

큰구슬봉이.


얼레지.

제비꽃.

잘 정비된 침목계단을 지나 한 굽이 오르면 철쭉군락지로 접어든다. 들머리에서 80분. 오를 때 바라본 마당바위는 좌측에 위치해 있다. 경사가 급한 철계단을 오르자 평평한 안부에 닿는다. 우측 헬기장 뒤 북서쪽엔 암릉이 줄지어 있고 안부 쪽 발밑에는 천불봉 등 기암들을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온 산을 불태우고 있다. 전망도 기가 막힌다. 동으로 멀리 지리산이, 서쪽엔 무등산이, 남쪽으론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왕비와 태후 모시고 피난온 산인 모후산이 확인된다.

다시 철쭉군락지 입구. 이번엔 우측 능선을 따라 가면 길 좌측에 샘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이 한 폭의 그림이다. 백아산에서 가장 멋진 풍광이다.

개구멍도 통과하고.
밧줄에 의지해 내려서기도 한다.
헌걸찬 근육질의 기암괴석 또한 연분홍 철쭉 못지 않은 볼거리이다.
때론 산죽길도 걷고.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에 올라서면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어지는 산길. 10분 뒤 개구멍을 통과해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천불봉은 개구멍 위 암봉으로 크고 작은 기암이 군집을 이루고 있지만 오르기가 힘들어 그냥 지나친다. 무엇보다 이 지점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절경이라 가급적 사방팔방으로 시선을 자주 돌려보자.

산죽길을 한동안 걷다 잠시 바윗길로 오르면 시나브로 백아산 상봉(810m). 정면으로 팔각정과 그 뒤 모후산이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도 기암괴석과 암봉의 연속이다. 그늘 아래 잠시 쉬면서 방금까지 걸었던 자취를 뒤돌아보자. 거대한 수석전시장이 연상되면서 한편으로 기암괴석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장흥 천관산이 떠오른다. 그만큼 절경이다.

산죽과 쭉쭉 뻗은 송림을 지나면 문바위 갈림길.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다. 전망대인 왼쪽의 문바위를 지나 백아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능선길을 따라 계속 직진한다. 문바위와 산불초소 주변은 온통 얼레지군락지. 꽃대는 대부분 지고 녹색바탕의 자주색 얼룩무늬의 긴 타원형 잎만 다소곳이 누워있다.

다시 숲길. 주변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 삼거리는 산불초소에서 대략 25분. 팔각정은 좌측 20m  능선 끄트머리에 서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백아산휴양림 팻말이 적힌 곳으로 내려선다. 백아산의 남쪽 암릉 또한 주옥같은 진경으로 다가온다. 철다리를 건너면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암봉이 암릉을 따라 숲을 뚫고 불쑥 올라와 있다. 덩치는 작지만 '백아공룡'이라 해도 괜찮겠다. 하지만 하산길은 암릉을 타는 것이 아니라 바위 틈새로 난 샛길을 걷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이렇게 50여 분. 휴양림 입구에서 삼거리를 만나지만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좌측으로 5분쯤 가면 첫 산막인 팽나무실을 만난다. 여기서 휴양림 매표소까지는 6분 걸린다.

#떠나기전 - 화순온천 피로풀기에 그저 그만

백아산 자연휴양림 등산로 안내도 옆에는 '백아산 6·25 전적지'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전남의 중심지일 뿐더러 남북으로 길게 뻗은 조밀한 암릉이 장벽 역할을 해 유격활동의 최적지로 한국전쟁 이전부터 유격전의 중심지였다. 입산 투쟁이 재개된 1950년 9월28일 이후에는 곳곳에서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이 잇따랐다. 1951년 7월에는 군경합동대 480명이 빨치산에 의해 전멸당하기도 했다. 철쭉군락지 인근 마당바위는 당시 전남도당 빨치산 사령관이 지휘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날머리 백아산 자연휴양림(061-374-1493)은 화순군이 직영하는 곳으로 숲속의 숲(집) 19동이 있다. 크기에 따라 6만~7만원. 단체손님 수용이 가능한 숲속수련원도 갖추고 있다. 백아산에 왔다면 화순온천엔 꼭 들르자. 백아산 관광목장에서 차로 15분 걸린다. 금호화순온천리조트(061-370-5000).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옥과IC로 나와 화순 오산 방면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광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40분, 7시20분, 8시, 8시40분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선 오전 6시를 시작으로 2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선 광진교통 수리 노치행 버스(45번 홈)를 타고 백아산 관광목장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35분, 11시에 있다.
귀가길은 휴양림 매표소에서 15분쯤 걸어내려와 광주행 버스를 탄다. 오후 2시30분, 6시20분(막차). 광주에서 부산 노포동행 고속버스는 오후 7시, 7시30분, 9시(막차). 2만400원.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 밤 12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30분, 8시(막차). 1만4300원. 심야 밤 10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IC~화순 오산 15번 국도 우회전~주암 동복 방향 직진~백아산 자연휴양림~화순군~원리교 지나 원리사거리서 직진~백아산 관광목장 입구 아치형 대형간판~관광목장 주차장 순. 휴양림에서 관광목장까지 택시(061-372-5522, 011-619-3235)를 이용할 수 있다.

남산 정상을 지나 삼면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본 주변 풍광. 정면 길게 뻗은 능선이 삼면봉에서 청도역 쪽으로 내려서는 일명 진달래등이며, 그 뒤로 청도읍의 오례산성 원정산, 저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이 확인된다. 진달래등이 연분홍 진달래로 뒤덮였다고 가정해보라.

방향을 달리해 저 멀리 좌측 비슬산가 우측으로 용각산을 기점으로 왼쪽 선의산, 우측으로 대왕산 학일산 통내산이 보인다. 사진상으로 확인이 되지 않지만 흰색 지붕의 청도 소싸움장도 확인된다.

 휴대용 GPS 산행이 점차 늘고 있다. 인공위성의 정보를 이용, 전 세계 어디든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GPS가 바야흐로 산꾼들의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처음엔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나홀로 산꾼들이 활용했지만 이후 가이드 산악회를 이끄는 산행대장들과 호기심 강한 일반 산꾼들까지 가세하면서 갈수록 사용인구가 늘고 있다.

 이젠 인터넷의 등산 관련 사이트나 카페에는 GPS 데이타를 분석한 산행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산행한 궤적을 3차원 위성영상과 지형도에 덧씌워놓은 그림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다반사가 됐다.

 그간 발로만 뛴 산행팀도 보다 충실한 산행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GPS 산행을 감행했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무언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산행지는 경북 청도 남산. 청도8경 중 하나인 낙대폭포와 신둔사 죽림사 적천사 등 신라 천년 고찰을 품고 있는 남산은 빼어난 전망대와 운치있는 소나무 그리고 연분홍 진달래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청도의 명산 중의 명산.

혹 독자들은 청도 남산처럼 사통팔달 산길이 열려 있는 곳에 GPS 산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의문을 던질 수 있겠지만 그건 남산을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서이다.

청도 남산 등산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기존 산길의 대부분은 남산의 북쪽 화양읍과 동쪽 청도읍 방면에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밤티재를 경계로 이웃한 화악산은 남산의 남쪽에 위치해 있어 결국 청도 남산의 산행코스는 북, 동, 남쪽에 존재할 뿐 남산 서릉은 여전히 미답의 산행지로 남아 있다.

청도 남산 서릉의 들머리는 각남면 사2리. 수년 전 마을 뒤 저수지인 사리지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을 개척한 적이 있는 산행팀은 이번엔 이 계곡과 동서로 나란히 내달리는 아래, 위 능선을 타고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코스를 시도했다.

 산행은 각남면 사2리 경로회관~동래 정씨묘~382봉~559봉~화리 일곡리 갈림길~전망대~죽림사 사거리~삼각점~헬기장~남산(870m)~삼면봉(852m)~밤티재 갈림길~폐무덤~무덤 앞 갈림길~삼각점~송씨 가족묘~도로~사2리 경로회관 순. 휴식 및 식사시간을 제외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10분.

금붓꽃.

큰구슬봉이.


          각시붓꽃.

산행 초입과 막판 밤티재 갈림길 이후부터 날머리까지의 까다로운 구간은 청도의 모든 산에 정상석을 세우고 산길을 정비한 청도산악회도 여태 밟아보지 않은 구간이라 국제신문 노란 안내리본을 촘촘히 묶어 놓았다.

사2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간다. 상사교를 건너 20m쯤 가면 길 우측 감나무 옆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입구의 무덤을 지나 바로 능선길이 시작된다.

동래 정씨묘를 지나면 거친 송림 오름길. 산 기슭이지만 오랫동안 마을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거칠다. 완연한 봄이라 애기풀 각시붓꽃이 솔가리 틈을 비집고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 굽이 오르자 시야가 트인다. 발아래 저수지와 저멀리 진달래 명산인 비슬산이 우뚝 솟아 있다. 이제 반듯한 산길이 기다린다. 창녕 성씨묘를 지나면서 양지꽃도 보이고 주변에는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묘지를 지나며 경사가 다소 가팔라지고 382봉을 지날 땐 좌측으로 아기 손바닥만한 뽀얀 연둣빛의 새잎이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인다.
   
 
산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잇단 무덤을 지나 운치있는 소나무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걷는다. 들머리에서 1시간쯤, 경사가 거의 사라질 무렵 소나무를 벌목해 산길을 정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벌목한 나무들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아 시선은 좀 불편하지만 걷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여기서부터 길찾기 염려는 붙들어매고 주변 풍광을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559봉을 넘어 낙엽길로 내려서면 위풍당당한 남산 정상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첫 이정표를 만난다. 화리 일곡리 갈림길이다. 정상까진 1.9㎞. 직진한다. 200m쯤 뒤 좌측으로 크게 꺾어 올라선다. 차츰 좌측으로 시야가 트이지만 무시하고 20분쯤 뒤 올라서게 되는 전망대에서 전체 조망을 파악한다. 좌측으로 비슬산이, 우측으로 용각산을 기점으로 왼쪽 선의산, 우측으로 대왕산 학일산 통내산이 보인다. 그 왼쪽 흰색 지붕의 건물이 최근 완공된 청도 소싸움장이다. 발 아랜 화양읍을 청도천이 감싸고 있다.

이어지는 오름길. 비구니 사찰인 죽림사 갈림길을 지나면 방금 본 조망보다 더 넓게 시야가 트인다. 곧 삼각점이 박힌 829봉. 이 지점부터 소위 남산의 주등산로다. 이 길은 화악산으로 이어지는 밤티재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산길은 우측으로 휘며 헬기장을 지나 곧바로 정상에 올라선다. 삼각점에서 10분.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대형 정상석과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상봉에선 앞선 전망대에서 본 대왕산 우측으로 학일산 통내산 비룡산 시루봉 대남바위산과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 억산 범봉, 그 뒤로 영축산 향로산도 어렴풋이 확인된다.

청도 남산 정상.

하산은 정상석이 마주보는 좌측으로 내려선다. 잠시 송림길을 통과하면 남산 최고의 암릉 전망대. 확 트인 조망과 바위 사이 뿌리 내린 멋진 낙락장송, 그리고 연분홍 진달래가 어우러진 풍광이 일품이다. 앞서 본 산군과 함께 발아래 한때 신라를 위협할 정도의 강국이었던 이서국 왕이 은신했다는 은왕봉과 그 아래 신둔사가, 정면에는 삼면봉이 손에 잡힌다.

밧줄을 잡고 내려서면 삼면봉. 큰 돌무더기가 있다. 각남면 화양읍 청도읍을 가르는 이곳에선 우측 밤티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곧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정면 왼쪽 철마산에서 우측으로 아래화악산 윗(소)화악산 화악산이 보이고, 그 아래 분지를 이뤄 수백 개의 비닐하우스가 모자이크처럼 자리한 마을이 그 유명한 한재미나리 재배장이다. 도로를 따라 수 킬로미터에 걸쳐 있다. 장관이다. 이 길 우측으론 방금 올라온 능선과 남산 정상과 삼면봉이 한눈에 보인다. 

남산 정상을 지나면 등로 좌측으로 그 유명한 한재미나리 재배단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골짜기 하나도 온통 미나리재배지이다. 하얀색의 비닐하우스가 장관이다.

남산과 화악산을 가르는 밤티재 갈림길까진 소나무와 진달래와의 조화가 돋보인다.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선 창녕 화왕산과 관룡산도 보인다. 밤티재 갈림길은 삼면봉에서 23분. 너럭바위 위의 아름드리 낙락장송 풍광은 상주 갑장산의 상사바위를 떠오르게 한다.

 다시 오르막길. 농짝만한 바위를 우회, 721봉을 살짝 넘으면 일순간 억새밭. 알고 보니 방치된 무덤으로 길찾기에 유의해야 될 지점이다. 이어지는 산길로 봐선 열에 아홉은 직진한다. 이럴 경우 임도를 만난다.

하지만 원점회귀를 위한 능선상의 산길은 GPS 단말기에서 좌측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GPS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믿고 좌측으로 내려선다. 이때부터 사실상 개척산행. 반듯한 길은 없고 그저 능선을 따라 간다. 정면으로 보이는 능선을 하산할 목표 능선으로 잡고 나아간다.

완만한 봉우리를 올라서면 일순간 부드러운 산길이 기다린다. 좌측 지금까지 봐 온 소나무보다 훨씬 운치있는 적송들이 쭉쭉 뻗어 있고 우측으론 황홀한 진달래 군락이 도열해 있는 보석 같은 길이다. 앞서 삼면봉에서 밤티재 갈림길로 가는 구간과 20여 분간의 이 구간을 감안한다면 서릉 중 이 능선을 진달래등이라 불러도 무난할 듯싶다.

하산 도중 뜻밖에도 황홀한 진달래 군락이 이어져 잠시 뒤돌아 포즈를 취한 필자. 앞서 삼면봉에서 밤티재 갈림길로 가는 구간과 20여 분간의 이 구간을 감안한다면 서릉 중 이 능선을 진달래등이라 불러도 무난할 듯싶다.

능선은 자연스럽게 좌측으로 이어져 사유지인 듯한 철사로 둘러쳐진 울타리를 만난다. 이후 길은 없지만 울타리와 나란히 간다. 10분쯤 뒤 무덤. 좌측으로 꺾으면 비로소 길다운 길을 만난다. 2, 3분 뒤 갈림길. 진행되는 산길로 봐선 직진해야 되지만 이번에도 GPS 단말기는 좌측을 가리킨다. 직진하면 마을 뒤 못인 사리지 방향. 무덤을 지나 정면 지도상의 300m쯤 되는 봉우리를 살짝 넘으면 벌목한 소나무를 쌓아 놓은 지점을 만난다. 삼각점이 있다. 소나무 더미 좌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길은 없다. 5분 정도 송림을 뚫고 나아가면 무덤을 만나고 다시 5분 뒤 송씨 가족묘를 만난다. 산행은 사실상 끝.

임란 순절지사 순절비와 감나무밭을 잇따라 지나면 마침내 도로. 우측으로 4분 정도 도로를 따라가면 사2리 경로회관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휴대용 GPS의 승리 확인…이구동성으로 감탄

 산에 오를 땐 통상 들머리 찾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산을 벗어날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 아래 마을사람들이 오래 전 나무하러 다니던 길과 무덤으로 가는 길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산꾼들이 상당한 곤욕을 치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길을 택하든 산이야 벗어나겠지만 마음먹었던 지점으로 깔끔하게 내려서기가 상당히 쉽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산행팀도 예외가 아니었다.

독도법의 대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창우 산행대장도 지형도를 갖고서도 지형지물 하나 없는 꽉 막힌 숲속에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때도 간혹 있다.

이번 산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폐무덤이 있는 억새밭 지점이나 무덤 앞 갈림길에선 GPS 단말기가 없었다면 열에 열 모두 그냥 직진했을 것이다. 그 길이 너무나도 반듯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모두 반신반의했지만 이 대장을 비롯한 일행들은 일단 GPS의 능력을 믿기로 하고 반듯한 길 대신 거친 길을 뚫고 나아가야 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계획했던 바로 그 지점으로 100% 맞게 떨어지자 이구동성으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한마디로 GPS의 승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청도에 왔다면 추어탕을 빼놓을 수 없다. 청도역 앞에 위치한 40년 전통의 '역전추어탕'(054-371-2367). 걸쭉하고 진한맛의 남원 추어탕과 달리 말간 국물에 시래기를 잔뜩 넣어 시원하고 담백하다. 5000원. 미꾸라지 튀김도 별미다. 사2리 경로회관에서 왔던 길로 가지 말고 왼쪽 밤티재 쪽으로 틀어 한재미나리 마을을 지나 청도읍 방향으로 가야 된다. 

추어탕이 유명한 청도, 청도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전통의 '역전추어탕'의 추어탕. 얼큰하고 걸쭉한 남원 추어탕과 달리 청도 추어탕은 아주 맑다.  
미꾸라지 튀김. 고소하면서도 맛이 일품이다.

 
# 교통편 -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서 내려 밀양 청도 방면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48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길을 건너 인근에 위치한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풍각행 버스를 타고 풍각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9시5분, 10시, 10시30분, 11시20분. 1300원. 풍각터미널에서 사동행 노란색 버스를 타고 사2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25분, 10시50분. 1000원. 날머리 사2리 버스정류장에서 풍각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시, 7시10분에 있다. 풍각터미널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5시52분, 6시, 6시30분, 6시50분, 7시, 7시20분, 7시40분, 8시, 8시40분, 9시20분(막차).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2분, 6시12분, 6시42분, 7시42분, 8시55분에 있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창녕 풍각 20번 우회전~각남면 소재지~대산사 안내판~신당리 방향 우측으로 내려선 후 좌회전해 굴다리 통과~한재 옥산~밀양 상사리 한재미나리 좌회전~사2리 이정석~상사교~사2리 경로회관 순. 
 

유가사 원점회귀…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정상 일원 100만 ㎡ 광활한 진달래밭 일품
헌걸찬 산세에 기암괴석 암봉도 시선 끌어
낙동강과 가야산 영남알프스 산꾼도 보여 

대구 비슬산은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산 정상 일원이 진달래로 산상화원을 이뤄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등산객들이 찾는다.


 신성한 산에 사바세계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지금이야 공직사회에서 거의 모든 행정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1970, 80년대만 하더라도 눈에 안 보이는 약간씩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 같다.

가지산에 이어 지난 1983년 경남 유이(唯二)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고성 연화산. 하지만 도립공원인지 확실하게 아는 산꾼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옥천사를 기점으로 한 바퀴 기껏 돌아봐야 3시간 남짓한 데다 산행 도중 도로를 한 번 건너야 한다. 울창한 숲과 경내의 유물전시관 그리고 물 좋은 옥천수가 있지만 이 요인이 부족한 산세를 벌충하기에는 무리인 듯 싶다.  
 
경남도와 고성군도 지정 이유에 대해 그저 상투적인 대답만 하기 일쑤이지만 산 아래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구동성으로 군사정권 당시 고성 출신 실세의 물밑 영향력이 컸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연화산에는 오랜 기간 덜 알려진 탓에 동식물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해 전문가들이 줄을 잇는단다. 자연생태계가 살아 있는 이런 현상을 두고 주민들은 도립공원의 자격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는 뒤늦게 도립공원 지정 요건을 갖췄다는 무언의 대답으로 들려 한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구 비슬산의 경우 지난 1999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당시 지역구 모 의원이 비슬산과 이웃한 청도 창녕 지역의 산군을 묶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무산됐다.

이창우 대장은 "비슬산과 창녕 화왕산 관룡산, 청도 남산 화악산 등을 묶으면 하나의 산군이 이뤄지지만 이들 봉우리를 잇는 소위 잡산들이 자격 미달"이라며 "차라리 영남알프스 산군이나 갓바위~가산산성의 팔공산이 국립공원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잊혀진 뒷이야기를 뜬금없이 꺼낸 것은 차후엔 신성한 산에 구린내 나는 입김이 절대로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비슬산은 국립공원급에는 못 미치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산림청이 수년 전 선정한 한국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지 않은가.    
 
특히 매년 4월말에서 5월초엔 산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상 일원 100만 ㎡(30만 평)의 광활한 산사면에 진달래가 만개해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산행은 대구 달성군 유가면 유가사(비슬산) 주차장~도성암 갈림길~전망대바위~삼거리봉(앞산 갈림길)~비슬산 대견봉(1084m)~마령재~(월광봉)~조화봉(톱바위)·대견사지 갈림길~조화봉(1058m)~대견사지~팔각정~계곡(수성골)~유가사~주차장 순. 휴식 및 식사시간 빼고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걸린다.

주차장 사무실을 지나면 바로 갈림길.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유가사 갈림길. 우측 유가사 방향은 하산길, 좌측 대견봉(정상·3.5㎞) 방향으로 향한다. 수도암 입구를 지나 커브길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유가사.

유가사 석조여래좌상.

솔향 그윽한 오름길의 연속이지만 힘들지는 않다. 이따금 너덜을 만나지만 지루하지 않게 지그재그길로 이어진다. 50분 뒤 침목계단 입구 삼거리. 우측 길은 도성암으로 이어지는 포장로가 생기기 전 도성암을 거쳐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침목계단을 오른다. 4, 5분 뒤 길 우측으로 철조망이 보인다. 이 길은 아마도 신라 도성국사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바위로 올라설 수 있으나 도성사 뒤 암벽이라 위험해 절에서 막아놓은 듯하다.

10분 뒤 갈림길. 구급함이 서 있다. 두 길은 곧 만나지만 이왕이면 전망대바위가 있는 우측으로 간다. 전망대 끝단에 서면 발 아래 도통바위와 도성암 유가사, 그 뒤로 유가면과 번화한 현풍면 그리고 낙동강이, 우측 정상 부근은 누런빛을 띠는 성말댕이와 그 뒤로 가야산이, 좌측으로 대견사지 뒷봉우리인 1035봉(옛 대견봉)과 그 우측으로 뾰족한 관기봉과 비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침목계단으로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으로 근육질의 암봉이 시선을 빼앗는다. 비슬산 정상 대견봉이다.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를 써 비슬산이라 명명됐다지만 과문한 탓인지 선뜻 납득이 안 간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18분 뒤 삼거리봉. 비로소 정상과 높이가 엇비슷한 능선 어깨에 올라선다. 왼쪽 대구 앞산 또는 용연사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 정상(0.4㎞)으로 향한다. 마른 억새 무성한 완경사 능선길 좌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지천이다. 장관이다. 마침내 상봉. 좀체 보기 힘든 대삼각점이 있고, 커다란 바위 위에 '비슬산 대견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우뚝 서 있다. 앞서 본 조망은 더 넓게 품에 안기고 저 멀리 북쪽으로 대구시가지의 일부와 그간 가뭇가뭇하던 낙동강 물줄기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대견사지(4㎞) 조화봉(4.5㎞)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정면으로 조화봉과 관기봉, 그 좌측으로 청도 화악산과 남산, 화악산 좌측 뒤로 저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 능선길 좌측은 청도 각북면, 우측은 대구 달성군이다.

곧 갈림길. 왼쪽 헐티재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송림길을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근육질의 대견봉과 그 아래 병풍듬의 위용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비슬산은 청도 쪽 능선은 완만한 육산인 반면 대구 쪽은 가파른 벼랑을 이루고 있다.

계속되는 내리막. 15분 뒤 사거리에 닿는다. 마령재다. 왼쪽 용천사, 오른쪽 유가사, 산행팀은 대견사지(참꽃군락지)로 직진한다. 이제부터 절정인 대견사지 주변까지 능선 좌우가 온통 진달래길. 능선 좌측 월광봉은 통상 우회한다. 벤치가 놓여 있는 쉼터를 지나면 이내 갈림길. 좌측 톱바위(0.2㎞) 조화봉 휴양림 방향, 직진하면 대견사지(0.2㎞). 산행팀은 톱바위를 거쳐 조화봉에 오른 후 다시 현재 이 지점으로 돌아와 대견사지를 향한다.

하지만 조화봉 정상 아래에는 정확한 홍수 예측을 위해 낙동강유역 강우레이더가 설치돼 능선길을 막고 산길을 돌려놓았다.

해서 산행팀은 휴양림으로 가는 임도로 내려가 좌측으로 50m쯤 가면 만나는 너른 터인 바람골에서 좌측 산길로 올라 조화봉에 올랐다. 도중 만나는 톱바위, 일명 칼바위는 멀리서 보면 흡사 칼춤을 추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갈림길로 돌아와 이제 대견사지로 향한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주 너른 터인 대견사지의 끝단 벼랑에는 3층석탑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경주 남산 늠비봉 5층석탑과 창녕 관룡산 용선대 석조여래좌상과 마찬가지로 장엄한 그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진다.

산상화원을 지나 만나는 대견사지 3층 석탑.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주 너른 터인 대견사지의 벼랑 끝에 서 있는 3층 석탑은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대견사지 3층 석탑과 조화를 이루는 산의 물결.

이제 능선으로 이어지는 철계단을 오르면 함지박처럼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진달래 군락지로 봄이면 달성군이 주최하는 참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비슬산 남쪽 산 사면 전체가 온통 연분홍 진달래 천지다. 장관이다. 연분홍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펼쳐지는 진달래군락을 가로지르는 나무덱을 따라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하산은 능선 좌측 저 멀리 보이는 팔각정자 쪽으로 향한다. 역시 나무덱이 조성돼 있다. 1035봉 갈림길에서 유가사(2.6㎞)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40여 분 뒤 유가사계곡에 닿고, 여기서 5분 뒤 계곡을 건너면 반듯한 길을 만다. 유가사는 10분이면 닿고, 다시 10분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비슬산 유가사 일주문.

유가사 석조여래좌상.


 
비슬산 유가사 경내.

# 떠나기 전에 - 올해 비슬산 참꽃 축제 4월 25~28일

대견사지는 중국 당나라 문종과 얽힌 얘기가 전해온다. 좋은 절터를 찾던 문종은 어느 날 세숫대야에 비친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에 흠뻑 빠져 신하들에게 수소문하게 한 결과 찾은 곳이 대견사였다는 것이다. 즉 대국(大國)에서 본(見) 절(寺)이라는 의미이다. 대견사지에서의 낙조는 특히 아름답다고 전해온다.

비슬산에는 예부터 고찰이 많았다. 들머리 유가사는 팔공산 동화사 말사로 신라 흥덕왕 2년에 도성국사가 창건했다. 도성암은 비슬산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암자 뒤에 도통암이라는 바위가 있다.

조화봉(1058m)에 서면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비슬산 조화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청도에선 이 1058봉을, 달성 쪽에선 팔각정자가 있는 1035봉을 조화봉이라 한다. 오래 전에는 1035봉을 대견사지 위에 있다고 해서 대견봉이라 부르기도 했다.

달성군이 매년 개최하는 비슬산 참꽃축제는 대견사지와 참꽃군락지 그리고 자연휴양림에서 오는 4월 25~28일 열린다.


# 교통편 - 중부내륙고속도 현풍IC서 내려 현풍 방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타고 현풍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40분, 9시30분, 10시20분, 11시10분. 1시간30분 걸리고 7000원. 현풍터미널에서 창성여객 달성5번을 타고 유가사 주차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10분, 10시10분, 11시20분. 1100원.

유가사 주차장에서 현풍터미널행 달성5번 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50분, 6시40분에 출발한다. 이상은 평일 기준이며 주말에는 600번 버스가 투입돼 배차간격은 훨씬 줄어든다. 현풍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10분, 6시, 6시50분, 7시4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옛 구마고속도로) 현풍IC~대구 현풍 5번 국도~유가 1093번 지방도~유가사 소재사 비슬산자연휴양림 방향 좌회전~유가면사무소 우회전~유가사 소재사 자연휴양림 4번 좌회전~비슬산군립공원 유가사 좌회전~비슬초등~유가사~주차장 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