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금정구 구서2동 함안매운탕

함안 법수면이 고향인 조현열 사장의 손맛
매운탕장, 어탕국수 육수 18년째 직접 만들어

   

인상 좋고 사람 좋은 경남 함안 법수면이 고향인 조현열 사장이 메기매운탕을 소개하고 있다.
확대한 메기매운탕. 
어탕국수 또는 이 집의 인기 메뉴이다. 점심시간 손님들이 찾는 메뉴의 절반 이상이 이 어탕국수이다.
인테리어 또한 운치 있다.

 

 소문난 맛집을 찾아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맛보다 보면 거의 예외없이 그럴 만한 이유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흔히 회자되는 신선한 재료와 정성은 이제 기본일 뿐이다.

부산 금정구 구서2동에 위치한 18년 전통의 '함안매운탕'은 조현열(46) 사장의 손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주인도 아니고 요리사 자격증 하나 없는 남자 주인장의 손맛이라니.

사연은 이랬다. 조 사장의 고향은 함안 법수면. 이곳은 서부경남의 젖줄인 남강이 마을을 휘감고 있는 데다 함안천과 석교천이 곁가지를 뻗어 곳곳에 늪과 뻘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오죽했으면 예부터 '함안 뻘놈'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실제로 함안 지도를 펴보니 법수면 늪지식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어린시절 친구들과 대바구니 하나 들고 나서 메기를 잡아오면 어머니는 그것으로 매운탕을 끓여주셨어요. 당시의 매운탕은 요즘처럼 별식의 개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먹을거리였죠."

그때부터 어깨 너머로 어머니의 매운탕 요리법을 눈여겨 본 조 사장은 성인이 돼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금의 '함안매운탕'을 열었다.

"남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은,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제가 좀 그렇습니다."

처음엔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매운탕의 핵심인 매운탕장을 만들어 부산으로 갖고 오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 사장은 이럴게 아니라 정식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꼼꼼하게 메모를 하며 '어머니표' 매운탕의 레시피를 뒤늦게 만들었다.

일급 영업비밀인줄 알면서도 매운탕장의 비결에 대해 묻자 조 사장은 비밀이라면서 약간 뜸을 들이더니 간략하게 대답했다.

"태양초 고춧가루, 메줏가루, 천일염 그리고 밀을 삭힌 장밀가루 등을 4개월 정도 숙성시킨 것이죠.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 레시피는 식당의 일하는 아주머니들도 아직 모른다. 그들은 단지 메기를 잡아 손질한 후 감자 무 호박 토란대 방아 시금치 버섯 등을 넣어 끓이고 밑반찬만 만들 뿐이다. 반찬으론 고추장아찌, 피클 같은 오이장아찌, 케일장아찌 등이 눈에 띈다.

맛은 어떨까. 그리 맵지 않으면서 동시에 담백하고 껄쭉하다. 수제비가 없어 물었더니 감자의 전분 성분 때문에 국물이 뻑뻑해져 넣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이 매운탕은 소문난 한식집의 한껏 멋을 부린 세련된 맛이 아니라 우리네 시골 어머니들의 정성이 곁들여져 대를 이어 내려온 정직하면서도 솔직한 맛이다.

"메기매운탕은 적어도 30분 이상은 끓여야 메기의 육즙과 양념이 골고루 섞여 고유의 맛이 창출되죠. 일종의 슬로우 푸드입니다. 해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제법 기다려야 합니다." 2인분 2만 원, 3인분 2만9000원, 4인분 3만8000원.

어탕국수와 장어구이도 인기 메뉴이다. 어탕국수의 육수 또한 조 사장이 직접 만든다. 역시 어머니에게 배웠다. 촌된장과 간장을 뽑은 묵은 된장을 섞어 역시 4개월간 숙성시켰다. 경남 및 전남 지역 등지에서 잡은 피리 빠가사리 붕어 잉어 등을 푹 고와 만든 어탕국수는 점심 때 인기 메뉴이다. 6000원.

초벌로 구워져 나온 장어를 참숯에 구워먹는 장어구이 또한 입에서 살살 녹는다. 1인분 1만8000원. 이슬람성원 맞은편, 지하철 1호선 두실역에서 옛 남산예비군교장 가는 도중에 위치해 있다. (051)514-8216

메기매운탕, 어탕국수와 함께 이 집의 3대 메뉴 중 하나인 민물장어 구이.

먹음직스러운 민물장어.

참숯.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2> 양산 통도파인이스트CC


좌측 숲을 넘기느냐 '막창'을 피하느냐 고민
남코스 68타 기록보유자 문현소 씨도 인정
통도 남코스 전장 한수 이남선 톱 클래스
맘껏 샷 날릴 수 있는 장타자에게 단연 유리
 
 

통도 파인이스트CC의 남코스는 코스 총 길이가 6735m로 한수 이남에선 톱 클래스로 손꼽혀 호쾌한 드라이브 샷을 구사하는 장타자들이 즐겨 찾는다. 사진은 영축산을 필두로 한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에 포옥 안긴 남코스 1번홀. 

남코스 3번홀의 연밭.

남코스 3번홀 전경.


 
지난해 2월 이름을 바꾼 양산 통도 파인이스트 컨트리클럽(이하 통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신용진(46) 프로를 만났다. 국내 투어 프로 중 유일하게 부산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해 일명 '골프계의 부산갈매기'로 불리는 그는 현재 이 클럽 소속 헤드 프로로 활동하고 있다.

'골프계의 부산갈매기' 신용진 프로.

신용진 프로와 기자.


기회는 찬스라고, 국내 정상급 프로가 생각하는 통도 파인이스트CC는 어떨까 몹시 궁금했다.

아직도 20대 못지않게 드라이버 샷을 구사하는 그도 주말골퍼처럼 통도의 코스 길이가 부담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통도 남코스의 전장은 6735m(7404야드)로 한수 이남에선 톱 클래스다. 참고로 북코스를 두고 남코스에 비해 전장이 짧아 오밀조밀해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론 북코스 또한 전장 6237m(6854야드)로 내로라하는 웬만한 골프장보다 길다. 북코스 또한 장타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기자는 이날 남코스 좌 그린으로 샷을 날렸다.

통도의 '아멘코스'는 단연 14번홀

신용진 프로에게 어떤 홀이 가장 공략하기 어렵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또한 별 고민없이 남코스 14번홀이라 답했다.(아쉽게도 14번홀은 도그레그홀이라 한 화면에 사진을 담을 수 없다.)

잠시 파4, 14번홀을 살펴보자. 챔피언티 418m, 레귤러티 366~388m, 레이디스티 306m의 좌로 휜 도그레그 미들홀인 이 홀은 야다지북에는 핸디캡 6으로 표기돼 있다. 프로나 고수들은 좌측 숲의 나무를 보고 넘겨 페어웨이에 안착시키지만(레귤러티 기준 220~230m)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훅이 발생, OB가 나기 때문이다. 신 프로는 "이 홀은 거리는 물론 정확성까지 필요로 해 항상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좌측 숲 쪽 대신 정면으로 안전하게 치면 되지 않을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아마추어들은 숲을 넘기기 부담스러워 정면으로 드라이버 샷을 날리지만 슬라이스로 인한 '막창'으로 OB나기가 십상이다. 그 거리가 내리막 런까지 고려하면 대략 200m 지점부터이다. 해서, 드라이버 샷 거리 조절을 위해 정확성을 추구해야 된다. 만일 거리 조절이 됐다 하더라도 페이웨이 폭이 비교적 좁은 40m에 불과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이날 기자는 안전하게 치려다 슬라이스로 인한 '막창'으로 OB를 냈다. 결국 프로나 싱글 그리고 아마추어 골퍼 모두에게 드라이버 샷 하기가 까다로운 홀인 셈이다.

이 홀의 두 번째 샷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세컨 지점에선 오르막이라 평소보다 한두 클럽 길게 잡아야 한다. 신 프로는 "두 번째 샷에서 2온을 시키기 위해 좌우 그린 모두 깃발을 보고 치면 100%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기 때문에 그린과 그린 사이를 보고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도 챔피언전 3회 우승에, 2년 전 68타를 쳐 10년만에 남코스 코스레코드 기록을 세운 문현소 씨도 "수년 전 챔피언전 4라운드 중 세 번을 이 14번 홀에서 훅으로 OB를 내 쓴맛을 본 적이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모든 사실을 고려할 때 마스터즈가 열리는 오거스타에 아멘코스가 있다면 통도에는 14번 홀이 아멘코스에 해당될 듯싶다. 이날 동행한 최재철 KPGA 경기위원은 "14번홀은 2온시켜 파를 잡으면 잘 치는 골퍼이고 보기만 잡아도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팁 하나. 남코스 5번홀이 14번홀과 흡사하다. 좌측 숲을 넘겨 공략해야 되는 점은 같지만 우측에 벙커가 있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이다.
  
이번엔 클럽 관계자들에게 또 다른 어려운 홀을 물었다. 약간 뜸을 들이더니 남코스 파4의 핸디캡 1인 6번홀을 꼽았다. 챔피언티 417m, 레귤러티 372~393m, 레이디스티 306m. 단지 비거리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오르막 경사인 이 홀은 좌우 양측에 산이 있어 OB날 확률은 낮아 드라이브 샷은 정면의 나무를 보고 맘껏 날려도 되지만 롱아이언을 들어야 하는 두 번째 샷에선 내리막이라 너무 무리한 샷 대신 한 클럽 짧게 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충고했다. 포대그린이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페어웨이 한가운데 소나무가 서 있는 남코스 6번홀.
샷의 정확도를 가늠하는 nearest 홀인 남코스 11번홀.

파4, 핸디캡 2의 15번홀은 싱글들은 파, 주말골퍼는 보기만 잡아도 대성공이라 여기는 또 다른 난코스. 이날은 챔피언티(407m)가 열려 있었다. 페어웨이가 보이지 않아 우측 카트 길을 피해 정면의 소나무와 좌측 언덕 사이로 공략해야 무난하다. 우측 그린일 경우 주변에 4개의 벙커와 카트 길이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 통도의 경우 대부분 핀을 넘어서면 내리막 퍼팅이 기다리기 때문에 핀 앞에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샷이 까다로운 홀도 있다. 바로 파4, 18번홀로 그린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 미들홀이다. 좌측 카트 길을 피해 우측 산 쪽으로 공략하면 낙하지점은 대개 내리막 스탠스. 이땐 어스레스할 때 어깨면을 경사도에 맞춰 스윙하면 무난하지만 아마추어들은 반대 자세를 취해 헤드업과 함께 토핑을 자주 낸다는 것. 내리막이지만 제 거리를 생각해야 되는 점도 잊지 말자. 문현소 씨는 이 홀은 챔피언전 때 가장 변수가 많이 생기는 홀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3온도 힘든 파5홀, 파4 같은 파3홀

롱홀인 파5, 핸디캡 5인 7번홀은 한수 이남에서 가장 긴 홀이다. 챔피언티 560m, 레귤러티 510~533m, 레이디스티 412m. 전장 모두 오르막이어서 단타자에겐 마의 홀이다. 장타자들은 3온도 시키기 어려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홀이다.

그린에 서면 독수리가 날갯짓을 하는 형상이라는 영축산에서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좌측 카트 길에 의한 OB를 피해 우측으로 맘껏 휘둘러도 큰 부담은 없다. 문제는 두 번째 샷. 하수들은 페어웨이 쪽으로 안전하게 4온을 노리면 무난하지만 싱글들은 거리 욕심을 내 산을 넘기려고 하다 슬라이스가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좌측 도그레그홀인 12번홀은 페어웨이는 넓지만 곳곳에 OB구역과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챔피언티 512m, 레귤러티 459~480m, 레이디스티 401m. 정면으로 치면 드라이브 샷 낙하 지점에 긴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 빠지기 십상이다. 해서 주말골퍼들은 흔히 좌측 카트 길을 보고 공략한다. 혹 좌측으로 감겨도 경사가 있어 볼이 내려온다. 문제는 고수들. 챔피언티에선 좌측으로 칠 경우 탄도를 높여 키 큰 느티나무를 넘겨야 한다. 또 한 가지. 우측 그린이 좌측 그린보다 높아 한 클럽 길게 봐야 한다. 그린 상태는 라이가 꽤 심해 퍼팅 때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파4 같은 파3홀도 두 개나 있다. 챔피언티 219m인 17번홀은 레귤러티 또한 169~201m로 1온 시키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챔피언티 197m인, 레귤러티 165~181m의 11번홀도 역시 거리에서 위압감을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너무 가까워 그 진가를 모르고 있어"

보통 골프장의 경우 18홀 72타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통도의 경우 대한골프협회의 코스레이팅을 받은 결과 18홀 75.6타로 공인됐다. 최재철 KPGA 경기위원은 "이는 부산 근교 골프장 중에서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만큼 비거리도 길고 난이도 또한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꾸밈없는 자연환경도 빼어나다. 신용진 프로는 "투어를 다니다 보면 소나무 조경이나 코스 설계, 앉은 터 등을 놓고 볼 때 한국에서 이만한 골프장을 찾기는 어렵다"며 "부울경 주말골퍼들이 통도사처럼 너무 가까워 그 진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도 파인이스트CC 김은수 대표는 "부킹난 해소 등 주말골퍼들의 쾌적한 라운드를 위해 앞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055)370-1300


- 진해 용원 한정식 '두레' 조현수 대표 개발

시골된장과 매실청 등이 주 재료
발냄새 비슷한 약간의 쿰쿰한 냄새 
상큼하면서도 깊은 맛 배어나 


 진해 용원에 위치한 한정식 '두레' 조현수 대표가 개발한 된장 드레싱 샐러드.

껍데기 벗겨 계란 고명을 한 새우찜.

두레의 간판 메뉴 '두레상 상차림'.


구절판, 아니 칠절판.
수조기회와 숭어회. 단풍잎과 영산홍꽃은 건물 입구 자투리땅 정원에서 즉석에서 딴 것이다.
수육냉채.
삼합. 곁들여 나오는 김치는 갓김치와 간장으로 담은 김치. 흔히 물에 씻은 김치가 나오는데 양념도 아낄 겸 처음부터 간장으로 담았단다.
한정식 '두레' 조현수 대표. 한지를 바른 미닫이문이 인상적이다.
대추를 얹은 수수전. 그릇도 놋그릇이다.
서비스로 나온 녹차전. 지인으로 선물받은 햇녹차잎으로 만들었단다.
된장찌개와 함께 나온 식사. 나물 하나 젓갈 하나 모두 깔끔하고 정갈하다.
디저트로 나온 식혜. 직접 만든 것이다.

제대로 된 한정식집의 반열에 오르려면 적어도 두어 가지 조건은 갖춰야 하지 않나 싶다. 음식의 맛과 안주인의 심덕, 안목이 그것이다.

경남 진해시 용원동에 위치한 한정식집 '두레'가 비교적 이 조건에 근접한 듯하다. 우리나라 궁중음식과 전통 사찰음식의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데다 조현수 대표의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후덕한 씀씀이가 찾는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평소 우리 음식과 식재에 유달리 관심이 많던 조 대표는 이미 10여 년 전 사찰음식은 서울에서, 궁중음식은 부산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배웠다. 식당을 열기 위해 요리를 배운 게 아니라 음식만들기에 관심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식당은 8년 전 열었다. 독특한 3층 건물. 입구 자투리땅은 어여쁜 정원으로 조성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정식집이 아니라 미술관 내지 무슨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단아한 화분에 그림과 삼층장 반다지 등 고가구와 운치 있는 블라인드 그리고 한지를 바른 미닫이문. 실내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음식 보다는 우선 실내를 둘러보려 할 듯싶다.

'두레상 상차림'(2만8000원)을 주문했다. '두레'는 이곳에서 가까운 녹산공단과 부산신항만 그리고 용원CC에서 접대차 찾는 손님이 많다. 해서, 외국인을 고려해 식탁과 의자로 배치한 방도 갖추고 있다.   
 
 죽 샐러드 새우찜 구절판 생선초밥 잡채 탕평채 생선회 불고기 수육냉채 수수전 들깨탕 등 14가지 요리가 하나같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4가지 정도는 철따라 바뀐단다. 화학조미료와 맛소금은 일절 쓰지 않고 대신 볶은 천일염과 조선간장으로 간을 봐 연로하신 어르신들에겐 옛맛을 찾아주고 외국인들에겐 한국의 맛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할 듯하다.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곡물죽은 보리 찹쌀 잣 등을 섞은 건강식이고, 샐러드는 약간 쿰쿰한 냄새가 났지만 의문은 이내 풀렸다. 시골된장과 매실청 등을 넣은 된장 드레싱 샐러드(사진 우측)라는 것. 상큼하면서 깊은 맛이 배어난다. 우리 고유의 드레싱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드레싱의 블루오션이다.

먹기가 까다로워 선뜻 손이 잘 가지 않는 새우찜은 껍데기를 벗겨 삶은 계란을 채로 내려 고명을 얹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궁중요리의 하나인 구절판과 탕평채는 눈맛과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켜 준다. 잡채는 우리의 전통 잡채인 월과채를 모방, 최대한 야채를 뜸뿍 넣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 잡채는 식용유를 쓰지 않고 만들었다. 야채는 재빨리 데치고 당면은 다시마 육수에 익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생선회는 계절에 따라 달리 나온다. 예약하거나 운이 좋으면 귀한 수조기회도 맛볼 수 있다. 삼합에 곁들여 나오는 김치는 갓김치와 간장으로 담은 김치였다. 흔히 물에 씻은 김치가 나오는데 양념도 아낄 겸 처음부터 간장으로 담았단다. 들깨탕은 먹다 보면 국물이 필요할 것 같아 마련했다. 불가에서 삿된 음행을 유발시킨다며 스님들이 멀리하는 오신채(五辛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들깨탕에는 대신 머윗대와 토란대 버섯 등이 들어가 일종의 사찰음식으로 보면 된다. 조 대표는 접대 자리거나 남자들이 약주를 많이 할 경우 예약만 하면 안주용 위주로 마련할 수도 있으며, 외국인의 경우 채식주의자이거나 특정 고기를 먹지 않은 종교인의 경우에도 그들을 위한 음식으로 준비된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전문가 수준의 다인이다. 건물 3층 그의 호를 딴 다실 '여여당'에는 은은한 다향이 피어난다. 단골이나 지인의 경우 개방한다. 용원선착장에서 차로 2분, 용원CC에서 10분 걸린다. (055)552-2462~3

조현수 대표의 다실 '여여당'. 이날 동방미인차 말차 등을
우리의 전통 발효차인 떡차.

다실 '여여당' 입구.
다실 내부.
외국인 손님을 배려한 식탁과 의자가 갖춰진 방.


-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1> 진해 용원CC


초보자, 페어웨이 넓고 굴곡 적어 심리적 안정
실제 스코어도 평균 2, 3타 적게 나와
1~4번홀 어렵고, 7~9번홀 쉬워 서비스홀 간주
무학 9번홀은 예외, 두 클럽 길게 잡아야

부산 강서구와 진해시 경계에 우뚝 솟은 보배산 자락에 안겨 있는 용원CC는 초보자뿐 아니라 싱글급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이다. 사진은 무학 코스 6번 홀의 그린.
자뭇 진지한 여성 골퍼. 
홀인원이 많이 난다는 무학 3번 파3홀. 만추엔 정면 산사면 전체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골퍼들이 이를 구경하느라 시간이 지체된다고 한다.
거위가 노닐고 있는 무학 6번홀.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좌측은 깊이 7m의 헤저드가 있다. 과거 이곳 자체가 굴곡있는 계곡이어서 골프장 조성 때 많은 흙이 사용됐다 한다.   
용원CC에서 마의 홀로 불리는 일명 '갈치홀'.


 골프코스의 설계자들은 대부분 플레이어를 정신적으로 짓누르고 고통을 주는 새디스트로 묘사된다. 한번 잘못 친 볼은 회복하기 어렵도록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그럼 해결 방법은 없을까.
설계자의 입장이 돼 코스를 공략하면 된다. 반면 초보자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정지돼 있는 볼도 제대로 못 치는데 코스 설계까지 고려하라고. 이거 원, 산 넘어 산이구먼."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해 이러한 역지사지의 원리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국내외 골프장을 미리 다녀와 격주에 한번씩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를 설계자 입장에서 마련한다.

보배산 자락 두 얼굴을 가진 골프장   

 부산 강서구와 진해시 경계에 우뚝 솟은 보배산 자락에 안겨 있는 용원CC는 초보자뿐 아니라 싱글급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이다. 사진은 무학 코스 6번 홀의 그린.
 
경남 진해시 용원동에 위치한 용원CC는 주말골퍼들로부터 엇갈린 평가가 묻어나는 두 얼굴을 가진 골프장이다.

초보자들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아주 편안한 골프장으로 기억되는 반면 볼깨나 친다는 싱글급들은 다른 골프장에 비해 스코어가 잘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 클럽 정영기 코스관리팀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초보자 입장에선 타 골프장에 비해 페어웨이가 아주 넓고 굴곡마저 적어 우선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아 자신있는 스윙을 할 수 있다. 실제 스코어도 평균 2, 3타 적게 나와 여성과 실버 그리고 한참 재미를 붙인 '백돌이'와 보기 플레이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다. 반면 싱글급 골퍼 입장에선 그린이 두 개라 파온시키기가 어려운 데다 그린의 경사도마저 겉보기와는 달리 현란해 스코어를 크게 좌우하는 퍼팅이 만만치 않아 결국 웃으면서 왔다가 울면서 하산하기 십상이라는 것.

무엇보다 용원CC의 자랑은 클럽 랭킹 1, 2위를 번갈아 하는 문현소 진성근 씨가 전국 아마추어 골프계에서도 톱을 다투는 '무림의 고수'들이어서 클럽 챔프전이 열릴 때면 프로대회 못지 않은 관심이 쏠리는 격전지 명문 클럽이다. 결국 용원CC는 국내 아마추어 골프계의 최고수에서 초보자까지 같은 티잉그라운드에서 드라이브샷을 날리는 골프장인 셈이다.


파3 홀 만만하게 접근하면 큰코 다쳐 

부산 강서구와 진해시의 경계에 우뚝 솟은 보배산 자락에 포옥 안겨 가덕도 연대봉과 거제도 그리고 신항이 내려다보이는 용원CC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도 전혀 손색이 없다.

전체 홀은 27홀. 백로(白鷺) 무학(舞鶴) 백구(白鷗) 코스로 구성돼 있다. '백로'는 경남도의 새, '무학'은 무학소주의 다른 이름인 '좋은 데이'를 출시한 무학그룹이 경영하는 골프장임을, '백구'는 진해시의 새를 의미한다.

공식 시합은 메인 코스인 백로와 무학 코스에서 이뤄진다. 굳이 두 코스를 비교하자면 업다운이 적어 여성적이라는 백로 코스보다 가덕도와 신항이 보이며 경사도가 제법 있는 무학 코스가 약간 어렵다.

먼저 백로 코스. 전문가들은 파4나 롱홀인 파5홀은 대체로 무난하지만 파3홀에 주의를 당부한다. 챔피언티 189m로 파3홀치고는 꽤 긴 핸디캡 2에 해당되는 3번홀은 2온을 노릴 경우 약간 짧게 쳐야 한다. 핀을 넘어서면 그린이 내리막이어서 2퍼터 이상을 각오해야 되기 때문이다. 역시 파3인 5번 홀은 우측 그린은 큰 문제가 없지만 좌측 그린일 경우 그린을 넘어서면 통로를 따라 흐르기 쉽다. 쉬운 것 같으면서 어려운 홀이다.

욕심이 화를 부르는 홀도 도사리고 있다. 파4인 8번 홀이다. 챔피언티 326m. 지난 2003년 홀인원도 나왔다. 거리에 부담이 없어 헤저드를 넘기면 1온도 가능해 장타자들이 간혹 도전하지만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반면 모험을 하지 않고 끊어치면 버디도 가능하다.

무학 코스는 1~4번 홀만 조심하면 이후에는 무난하다. 챔피언티 397m인 파4의 1번 홀은 고수들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핸디캡 1의 마의 홀. 티잉그라운드뿐 아니라 드라이브샷의 낙하 지점 좌우까지 골바람이 수시로 불어대 클럽 챔프 출신인 문현소 씨조차도 처음부터 보기로 접근할 것을 권할 정도다. 파4, 챔피언티 351m의 핀이 보이지 않는 도그레그형인 2번홀은 오르막 경사가 심해 좌측으로 공략, 2온시켜 파만 잡아도 선방한 것으로 보면 된다.

홀인원이 자주 나오는 3번홀도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챔피언티 174m로 핸디캡 6인 이 홀은 맞바람이 자주 부는 데다 좌우 그린 앞의 벙커가 위협적이다. 그렇다고 벙커를 의식해 약간 길게 쳐 핀을 넘기면 내리막 경사가 기다린다. 이 점에 있어선 백로 3번과 유사하다. 용원CC의 파3홀이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재차 일깨워주는 홀이다.

용원CC에서 악명 높은 파5, 4번홀은 OB가 가장 많이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길게 뻗은 형상이 갈치처럼 생겼다 해서 일명 '갈치홀'로 불리는 이 홀은 챔피언티 515m로 거리는 크게 부담없다. 하지만 긴 홀이 한눈에 다 보여 주눅이 드는 동시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주말골퍼 대부분이 OB를 날리기 일쑤다. 문제는 두 번째 낙하 지점의 페어웨이 허리가 특히 잘룩해 이 샷 또한 OB가 드라이브샷 못지 않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어느 홀보다 정교한 샷이 요구된다.

'갈치홀'과 관련한 문현소 씨의 경험담 하나. 지난해 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문 씨는 이전까지 3언더로 비교적 순항을 하고 있었지만 마의 '갈치홀'에서 무려 4타를 잃었다. 두 번째샷에서 3번 우드를 들고 OB를 두 번이나 냈다는 것. 다행히 이후 만회를 해 역전 우승을 일궈냈지만 지금도 '갈치홀'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전했다.

이날 동행한 김정은 프로는 "주말골퍼 기준으로 백로나 무학 코스의 경우 대체로 초반 1~4번홀은 어렵고 7~9번홀은 서비스홀 정도로 무난해 내기골프를 칠 경우 막판에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를 자주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용원CC 챔프 진성근 씨는 이 말에 동의하면서도 무학 9번홀만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핸디캡 8의 파4홀로 클럽에서 가장 긴 홀(챔피언티 597m)인 이 홀은 흔히 서비스홀로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않다는 것. 오르막 경사가 심한 데다 스텐스 지점 또한 경사가 있어 정상적인 스윙이 어려워 훅이 나기 쉽다는 것. 해서, 두 클럽 정도 길게 잡고 신중하게 샷을 날려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 알아야 최상의 서비스, 캐디들도 골프해야"

용원CC 최정호 대표는 미국서 골프아카데미를 수료한 수준급의 골퍼(싱글)로, 골프에 관한 한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 덕분에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세계에서 26번째로 '데이비드 리드베터 골프 아카데미'(DLGA)를 지난해 유치했다.
 캐디들도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골프를 알아야 된다며 시간이 날 때 라운딩을 하라고 적극 권유한다. 명문 골프장의 저력이 여기서 나오는 듯하다.
 가뭄 탓에 티잉그라운드 잔디가 고르지 못한 것이 옥에 티로 남는다. (055)552-0080, 2707~8

전장 200m의 연습장. 그 아래 어프로치 연습장이 보인다.
연습장 아래에 위치한 어프로치 연습장. 인조잔디가 아니라 천연잔디이다.
바로 옆엔 벙커 연습장. 3만 원을 내야 사용할 수 있다. 모두 꿈나무 골퍼들이다.

'데이비드 리드베터 골프 아카데미'(DLGA)에서 레슨을 받는 꿈나무 골퍼.&#13;&#10;

외국인 코치.





-사하구 당리동 '명성횟집'

왼쪽 위 붉은돔에서 시계방향으로 참우럭 참가자미 도다리. 맨 가운데 부분이 도다리 '세코시'.
  
 넘치는 게 횟집이건만 사실 자연산인지 양식고기인지 알 길이 만무하다. 회를 아주 즐기는 미식가들이라면 몰라도.

혹자는 좀 더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게 자연산이라고 하지만 이따금씩 맛보는 필부들이야 회의 맛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양식산과 자연산 회를 완전히 구분하는 것은 취기 오른 주당이 가짜 양주와 진짜 양주를 식별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고들 한다.

 자연산 회를 즐기는 식도락가들에게 희소식을 전한다. 부산 사하구 하단오거리 옛 사파이어호텔(현재 본병원) 인근에 위치한 자연산회 전문인 '명성횟집'이다.

겉으로 보기엔 출입문 양측에 작은 수족관이 있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횟집이다. 하지만 찾는 손님의 60~70% 정도가 자연산 회만을 고집하며 '회생회사'를 부르짖는 단골들이다. 산꾼들이 자신들만 알고 있는 보석 같은 산길이 널리 알려지기를 원치 않듯 이들 단골 또한 지금처럼 조용히 와서 미각의 향연을 즐기려는, 맛에 관한 한 고집불통들이다.


   

        참가자미회는 물에 씻은 묵은지에 싸먹어야 제격이다.

밑반찬은 평범하다. 오징어회무침 샐러드 연어 단호박 마 칠면조훈제와 굴전 대나무잎밥 새우 완두콩 고둥이 담긴 접시, 광어 미역국, 계란찜이 연이어 한 상 가득 나온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복분자액과 막장이다. 복분자와 설탕을 같은 비율로 섞은 복분자액은 소주에 타 마셔도 되며, 막장은 볶은 누룽지를 갈아 넣는 등 적지 않은 품이 든 이곳만의 자랑이다. 간장에 곁들이는 생고추냉이는 향이 가득하며, 상추 깻잎 마늘 고추도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이다.

다음은 메인 디시인 자연산 모듬회 큰 것. 3~4인용으로 10만 원이다. 접시에는 애오라지 먹음직스러운 회만 가득 놓여 있다. 우윳빛 색상과 질감이 우선 침이 돌게 한다. 길게 썬 참가자미, 붉은빛이 살짝 묻어나는 참돔은 알겠으나 나머지 두 가지는 두툼하게 포를 떠 구별이 안 된다. 물어보니 참우럭과 도다리였다. 모두 자연산이란다. 접시 한가운데에는 뼈째 썬 도다리 '세꼬시'가 맛보기로 약간 나왔다. 비싼 일식집에서 봐왔던 듬성듬성 깔린 회 몇 점이 그야말로 조족지혈로 스쳐갔다.

고흥군 녹동에서 잡은 세발낙지.
해물 모듬.
별미인 도미구이. 단골이거나 운이 좋아야 맛볼 수 있다.
명태전.
열기.
생선지리탕.

참돔 한 점을 집어 생고추냉이를 섞은 간장에 살짝 묻혀 입으로 가져갔다. 혀와 이 사이로 느껴지는 육질의 쫄깃쫄깃함이 뇌를 통해 입 안 가득 넘쳐난다. "맛있다" "뭐가 달라도 다르네." 이구동성으로 반응이 나타난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지금까지 '회'라고 먹어온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먹는 즐거움 아니 행복감이 이런 것이란 말인가 라고 덧붙인다.

포를 뜬 도다리와 참우럭도 마찬가지였다. 쫀득쫀득 씹히는 자연산 회의 맛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맛의 기준을 제시하는 듯했다.

동행한 조성화 부산맛집기행 회장은 "회 자체가 워낙 맛있다 보니 초장이나 막장 생고추냉이 그리고 마늘 고추 상추 깻잎의 역할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참가자미는 물에 씻은 묵은지와 궁합이 맞다고 박광석(47) 사장이 권한다.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박 사장은 "회 하나만큼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자연산 회가 끝이 아니었다. 고흥 녹동에서 온 세발낙지에 이어 멍게 해삼 개불 전복(내장 포함)이 대바구니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도미 구이도 잇따랐다.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도미 구이는 운이 좋아야 만난다. 두툼한 명태전이 나올 땐 "어휴!" 하는 즐거운 비명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식사는 매운탕 지리로 나왔다. 세 개는 공기밥, 하나는 알밥이 서비스로 나온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추를 미리 뿌려 나왔다는 점. 손님들이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뺏은 셈이다.

박 사장은 "하루 전 예약을 하면 회의 숙성이 가능해 더 맛있게 회를 즐길 수 있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배웅하러 나온 박 사장은 수족관 내 낚싯줄을 문 우럭을 가리키며 자연산인 증거라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당리역 1번 출구로 나와 걸어서 5분. 차는 인근 한국주차장에 대면 된다. 2시간 무료. (051)208-6316

◆ 주인장 한마디
 - 자연산 회맛의 비결은 알고보니 발품

 명성횟집 자연산 회의 맛의 비결은 박광석(47) 사장의 발품이었다. 칼질 경력 18년인 박 사장의 회 뜨는 솜씨 또한 빼놓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박 사장은 6년 째 일주일에 한 번 물때를 맞춰 직접 삼천포로 가서 자연산 회를 운송해 온다. 1t짜리 활어차를 갖고 있는 다른 횟집 사장과 함께 동행한다. 두 집 모두 1t 짜리 활어차에 가득 실을 수 있을 만큼 물량이 필요치 않아 반반씩 사용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그들은 밤 10시15분께 부산을 출발, 자정 무렵 도착한다. 약간 이른 편이다. "그래야 어판장 가까이 차를 댈 수 있어요. 낙찰받은 활어를 '고무다라이'에 담아 직접 옮기는 것은 최대한 이동거리를 줄여 스트레스를 적게 받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고기가 맛있다고 저희 집만 고집하는 단골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발품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박 사장의 표정에는 장인 정신이 묻어난다.

굳이 삼천포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박 사장은 "삼천포 근해의 경우 물살이 거세 부산 진해 쪽 고기보다 육질이 더 좋다"고 답했다. 자신이 또한 직접 맛을 봐도 그렇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 경남 함양 백전면 양천마을 '하고초 축제'를 다녀와서

폭의 수채화처럼…일렁이는 보랏빛 바다

조물주도 탄복할 산골 다랭이논의 꽃물결
하고초꿏 작목반 11가구 20명 연 4~5억 수입
하고초꽃 비빔밥 동동주 등 먹을거리 별미

고흐나 고갱도 이처럼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낼 수 있었을까. 함양 백전면 양천마을 언덕배기 천수답 다랭이논을 가득 채운 보랏빛 '꿀풀' 하고초꽃 군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백두대간 백운산 자락 아래 찢어지게 가난한 전형적인 산골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장수군과 인접한 함양군 백전면 오천리 양천마을입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부쳐먹을 데라곤 하늘에 걸린 손바닥만한 언덕배기 천수답 다랭이논이 전부였습니다. 가뭄이라도 들라치면 거북등처럼 쩌억 갈라진 논바닥을 보면서 주민들은 죄 없는 마른 하늘만 원망하고 또 원망했습니다.

이런 산골마을에 어느 날 변화의 단초가 된 작은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8년 전인 지난 2001년입니다. 함양군이 군내 산골마을을 대상으로 쌀 대체작목으로 약초를 재배해 보라는 이른바 '1마을 1약초' 운동을 펼친 것입니다.

천수답 다랭이논의 논농사와 자투리땅 밭뙈기에서의 잡곡 그리고 한봉이 생업의 전부였던 마을 사람들은 고민 끝에 꿀생산의 원천이었던 하고초(夏枯草) 재배에 올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 자생하는 하고초는 꽃을 따서 빨아먹으면 꿀이 나와 일명 꿀풀로 불리는 다년생 약초입니다.   
 
몇 년 후 천수답을 갈아엎어 조성한 15㏊(4만5000평) 부지에 만개한 하고초꽃 군락은 그야말로 보랏빛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대자연 속의 수채화'라 불러도 될 만큼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였습니다.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조성된 국도변의 밋밋한 연보라 자운영 군락지와 비교해도 분명 한 수 위였습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꽃이 피는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가 되면 전국에서 외지인들이 하나 둘씩 찾기 시작했습니다. 덩달아 하고초꿀도 잘 팔렸습니다. 하고초가 한방에서 4대 항암약초의 하나라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오자 이젠 하고초꿀은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돼 버렸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아름다운 풍광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보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하고초 축제를 열었습니다. 올해가 여섯 번째입니다.

양천마을 주민은 현재 20가구 33명입니다.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65세가 넘는 이 조그만 마을이 개최하는 하고초 축제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은 수의 그리고 가장 나이 많은 사람들이 개최하는 축제로 기억될 것입니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초 단체장의 업적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축제와는 다릅니다. 눈으론 아름다운 보랏빛 하고초꽃 군락을 감상하시고, 마음으론 시골인심과 정서를 맘껏 담아가시면 됩니다."

우리 땅 여느 시골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약초였던 '꿀풀' 하고초가 가져다 준 산골마을 상전벽해의 현장을 찾아 보랏빛 향기를 가득 담아 왔습니다.


■ 고흐 고갱도 깜짝 놀랄 하고초꽃 군락지

 고려말 재상 박홍택이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칩거했다고 전해오는 경남 함양군 백전면 오천리 양천마을.

꽃잔치로 마을 전체가 들썩거릴 줄 알았지만 그 흔한 만국기 하나 보이지 않고 귀를 쩡쩡 울리는 트로트 노랫가락 하나 들리지 않는다. 내심 잘못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산골마을은 조용하다.

마을 주변 다랭이논과 언덕배기를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인 하고초꽃 군락지만이 이곳이 축제 현장임을 알려주고 있다. 보라색 물감을 대자연에 촘촘히 뿌려놓은 것일까. 아무튼 처음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약속이나 한듯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자아낸다.

축제 현장에는 하고초꽃 군락지 이외에 볼거리가 또 하나 있다. 전국에서 찾아든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행렬이 그것이다. 챙이 넓은 등산모자를 눌러쓴 이들은 포토라인을 설정한 채 거물급 피의자를 기다리는 검찰 출입 사진기자들처럼 받침대를 설치해놓고 이리저리 각도를 달리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다. 하고 싶었던 바를 하고 있어서 그럴까, 그들의 만면에는 웃음꽃이 떠날 줄 모른다. 그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흐뭇하다.

보라색 하고초꽃 군락이 밋밋하고 식상했던지 일행 중 한 명이 마을사람들에게 모델이 필요하다 말한다. 촌로 한 분이 어색한 표정으로 지게를 지고 하고초꽃밭으로 발길을 옮긴다. "표정이 너무 굳어 있어요. 얼굴을 왼쪽으로 약간 돌려주세요…." 사진작가들의 요구 사항이 적지 않다. 이곳 하고초 축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얼룩배기 황소는 사실 하고초밭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 이 또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을 위한 연출이다. 앗, 이
 런 것 밝히면 안되는데....
  산골짝 언덕배기 다랭이논을 가득 채운 보랏빛 '꿀풀' 하고초꽃 군락.


■ 하고초꽃 군락지는 생태학습장
 
다소 독특한 이름의 하고초. '여름 하(夏)' '마를 고(枯)' '풀 초(草)' 자를 쓰는 하고초는 문자 그대로 여름에 말라죽는 풀. 초여름 잠깐 꽃을 피웠다가 한여름에 시들어 죽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니까 하고초꽃이 절정을 이루는 기간이 대개 하고초 축제 기간이 되는 셈이다.

우리 땅 시골들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다년생 토종 야생초인 하고초는 시골에서 자라 풀(꼴) 베러 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릴 것이다. 풀을 베다 해질녘 배꼽시계가 울릴 때면 보랏빛의 이 하고초꽃을 따서 쪼옥 빨아먹으면 꿀이 나와 허기를 달랬던 것. 해서, 사람들은 하고초를 꿀이 나온다 하여 꿀풀, 꿀풀이, 꿀방아, 꿀방망이로 불렀다. 그러면서도 이 하고초꽃이 군락을 이루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로 변신한다는 사실은 의외라고 말한다.

기자 또한 오래 전 산행 중 이따금 하고초(당시엔 꿀풀로 알고 있었다)를 본 적이 있지만 그건 낱낱일 경우였다. 산에서 발원한 여러 가닥의 물줄기가 한데 모여 수려한 강을 이루듯 한낱 미물에 불과한 하고초가 군락을 이루면 이토록 아름다운 볼거리로 재탄생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하고초꽃 군락으로 다가갔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허공을 맴돈다. 꿀벌들이 일용할 양식인 꿀을 모으며 날갯짓하는 소리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서로 장단을 맞추는 듯 산중음악회에 온 것 같다. 한편으론 이방인의 침입을 경계하는 몸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공격하지 않으니까. 꿀벌도 공생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일까.
  
방망이처럼 생긴 꽃잎을 따서 꽁지 부분을 빨아봤다. 그윽하면서 은은한 단맛과 함께 입안에 향이 사르르 퍼진다. 머리도 맑아진다. 언제 이런 기분을 느껴봤던가. 대자연의 오묘함을 새삼 체험한다.

재밌는 점도 발견된다. 하고초꽃 군락 바닥에는 꽃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동행한 박종회(63) 마을 이장은 "이는 꿀벌이 부지런히 꿀을 모은 흔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꽃은 벌이 꿀을 빨아먹어도 꽃잎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하고초꽃은 벌이 꿀을 안쪽에서 빨아먹기 때문에 꽃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인간으로선 남은 꽃잎만 보고서 향후 만들어질 꿀의 양을 가늠해볼 수 있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운이 좋으면 꿀벌이 무리지어 향연을 펼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생태학적으로 분봉(分蜂)으로, 1년 중 이 시기에 딱 한 번 펼쳐지는 희귀 장면이다. 분봉은 여왕벌이 산란, 새 여왕벌이 태어나면 일벌의 일부를 이끌고 새로운 무리를 형성한다. 이때 주민들이 새로운 무리를 위해 짚으로 만든 일종의 벌들의 거처인 멍덕을 나무 위에 줄로 매달아 놓으면 이곳으로 몰리며 정육각체의 집을 짓는다. 이 집이 어느 정도 윤곽을 보이면 사람이 멍덕을 줄로 내려 정육각체 집을 새 꿀통으로 옮겨놓는다. 비로소 분봉이 완성된다.

벌통 출입구.

줄로 매달아놓은 멍덕.


참고 하나. 분봉 때 주민들에게 부탁해 조금만 발품을 팔면 벌통 입구에서 일벌보다 약간 큰 여왕벌도 볼 수 있다. 여왕벌은 일벌보다 몸통이 더 길고 색은 약간 불그스름하다. 재밌는 점은 새로 태어나는 여왕벌이 기존의 여왕벌을 몰아낸다는 점이다.

하고초꽃은 벌이 꿀을 빨고 나면 잎이 떨어진다. 벌꿀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
마을 자투리땅에도 온통 하고초꽃 꿀통이 놓여 있다. 그 모습 또한 아름답다.
하고초꽃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동네 아낙들이 꽃잎을 따고 있다.

간단한 요기를 하기 위해 마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다.



하고초꽃 비빔밥.

■ 하고초꽃 요리 먹고 동네 한 바퀴   
 
하고초꽃밭에는 땡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정성스럽게 꽃잎과 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바로 하고초를 이용한 먹을거리를 장만하기 위해서이다.

하고초 축제가 열리고 있는 양천마을에는 식당이 없다. 대신 100년 된 마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마을 아낙네들이 하고초를 이용한 요리를 대접한다. 메뉴라 해봐야 하고초 비빔밥, 하고초전, 하고초 동동주. 모두 '착한 가격' 3000원.

고사리 취나물 무채 등 산채에 하고초꽃잎을 곁들여 고추장에 비벼먹는 하고초 비빔밥, 하고초 잎이 들어간 하고초전, 그리고 하고초를 말린 건초를 자루에 담아 막걸리에 2, 3일 숙성시켜 보랏빛 하고초 꽃잎을 동동 띄운 하고초 동동주. 시원한 바람이 불어대는, 정자나무가 위치한 항아대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며 맛보는 이 맛은 그저 그만이다.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박춘선(56) 마을 부녀회장은 "비록 산해진미는 아니지만 시골 인심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며 활짝 웃었다.

든든한 식사 후엔 마을을 거닐 차례. 천천히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쯤 걸린다. 도중 쉼터인 원두막도 설치돼 있지만 여성의 경우 파라솔과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 남자들도 챙이 넓은 모자를 준비하자. 큰 도움이 된다. 일방통행으로 원점회귀할 수 있도록 이정표를 친절하게 세워 놓아 길 찾는 데 아무 문제 없다.

마을 언덕배기에도 벌통이 있지만 대부분 민가 가까이에 있다. 박 이장은 "꿀벌은 행동반경이 4㎞ 정도여서 주민들이 관리하기 쉽게 집 근처에 벌통을 배치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벌통도 매일매일 청소하기가 쉽단다.

의문이 하나 생겼다. 그럼 하고초꽃밭의 벌통은.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사진작가들이 운치 있는 장면을 찍기 위해 자꾸 꽃밭에 갖다 놓으라고 해서 그런 거예요."

도중 '아들 낳는 옹달샘'이란 팻말이 하나 보인다. 예부터 마을에서 내려오는 전설 속의 샘으로 올 초 반듯하게 정비해 놓았다. 또 어린이들을 위해 계곡물을 모아 미꾸라지 및 메기 잡기 체험장도 만들어 놓았다.


■ 하고초가 산골마을의 운명을 바꾸다

정진상(59) 하고초꿀 작목반장은 이렇게 말했다. 함양군이 8년 전 추진한 '1마을 1약초' 운동이 양천마을을 살렸다고.

당시 마을사람들은 어떤 약초를 재배할 것인가 회의를 하며 고민도 많이 했다. 막상 하고초로 결정을 했지만 반대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기에 그대로 밀어붙였다. 하늘을 보며 비를 기다리는 천수답 쌀농사보다 낫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대부분 마을주민들의 생각이었다.

하고초꿀 작목반과 함께 영농조합법인도 설립됐다. 작목반원 모두가 하고초를 공동 경작하면서 수익금을 균등하게 배분하기로 하고 자기 일처럼 열심히 일했다.

운도 따랐다. 지난 2004년 경상대 생명과학연구원이 전국의 자생약초 300여 종을 대상으로 쥐에 대한 임상실험을 한 결과 하고초가 느릅나무 구지뽕 등과 함께 4대 항암약초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갑상선 고혈암 부인병에 특히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하고초꿀은 일반 꿀보다 50% 정도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재배지도 처음 11㏊(3만3000평)에서 15㏊(4만5000평)로 확대됐다.

귀농인도 생겨나 마을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대표적인 이가 현재 마을이장 박종회 씨. 그는 서울에서 살다가 4년 전 고향인 이곳 양천마을에 새로운 둥지를 틀어 1년 반 전부터 단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현재 양천마을에는 20가구 33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고초 작목반 소속은 11가구 20명. 9가구 13명은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연로해 소일삼아 집에서 한두 통 정도 꿀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하고초마을의 지난해 꿀 생산량은 4700되(1되 2.4㎏ 7만 원). 하고초 진액까지 포함하면 연간 수익은 4억~5억 원. "이 정도 수입이면 촌 노인들 치고는 괜찮은 편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들도 평범한 약초였던 하고초가 산골마을을 수년 만에 이처럼 변화시킬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고 말했다.

"산골마을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이나 하고초와 꿀벌의 생태와 시골마을의 정서를 체험하려는 도시인들에게 보랏빛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고심 끝에 축제를 만들었어요. 그 흔한 공연도 없어요. 그저 넉넉한 시골인심과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하고초꽃 군락을 맘껏 담아가세요." 박종회 마을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작은 바람이었다. 축제는 내달 10일까지 열린다.

 하고초 축제의 현장인 함양군 백전면 양천마을은 최치원의 애민사상이 담긴 함양의 대표 관광지 상림에서 차로 7~8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함양군청을 지나 상림으로 가다 '백전 병곡'이라 적힌 1001번 지방도를 따라가기만 하면 쉽게 만난다. 근처에 이르면 초행자들을 위해 애드벌룬이 어서 오라 손짓하고, 마을 입구에는 '신비의 꿀 하고초 마을'이라 적힌 대형 입간판이 서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 한들 들녘에도 꽃잔치…지평선까지 온통 꽃의 물결

풍차 토피어리를 배경으로 한 한들 들녘.


지금 함양에는 하고초 축제 이외에 또 하나의 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내달 10일까지 열리는 제1회 함양 한들 플로이아 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 '한들'은 함양에서 가장 큰 들이라는 의미이다. 그 면적이 여의도의 절반인 100만 ㎡. 함양 나들목에서 함양읍내로 들어오다 좌측으로 보이는 너른 들녘을 전부 축제장으로 보면 된다.

이 축제는 원래 지난달 25일 개막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꽃씨 파종 후 저온현상과 가뭄 등 이상기온으로 꽃이 늦게 펴 한때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나 이번 주를 계기로 꽃들이 만개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고초꽃이 시골 새색시의 수줍은 자태라면 한들 벌판의 광활한 꽃잔치는 미인대회에 출전한 수십 명의 늘씬한 도회지 미녀에 비유될 듯하다.

꽃양귀비 수레국화 유채 캘리포니아뽀삐(금영화) 안개꽃 끈끈이대나무 꽃무 영채 서양말냉이 등이 빨주노초파남보 등 무지갯빛 꽃물결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장관이다. 축제가 끝나면 꽃단지는 모두 갈아엎고 모내기를 해 다시 농지로 활용된다. 축제장 입구의 토속 민물고기 생태체험관과 철갑상어 전시장도 볼 만하다.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행사장을 왕복하는 카트(전동차)를 타면 편리하다. 소요시간 30분. 성인 4~5명 승차 가능. 1만5000원.

꽃축제장을 도는 카트(전동차).

모델이 없어 남자 진행요원을 꽃속에 앉혔다.


함양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꽃축제장 입구 토종 민물고기 생태체험관.

<함양 맛집>

상림은 함양 관광의 출발점이자 종착지. 주변에는 맛집이 즐비하다. 상림 주차장 인근의 늘봄가든(055-962-6996)은 오곡밥 정식(8000원), 금농(055-963-9399)은 생선구이쌈밥(〃)을 잘 한다. 하늘바람(055-962-8700)은 연(蓮)으로 만든 수제비 세트(7000원)가 일품이다. 함양군청 인근 대성식당(055-963-2089)에는 40년 전통의 쇠고기 국밥(6000원)이 유명하다.

늘봄가든 '오곡밥정식'.
상림 인근 연밭에서 수확한 '연(蓮)으로 만든 수제비 세트'. 연근은 들깨 북어포 등과 함께 국물맛을 내고 연잎은 갈아서 반죽에 섞어 연두빛을 낸다. 버섯 감자 등 각종 야채가 들어가 고소하고 맛있다. 연근조림 연근양갱 연잎차가 한 세트로 나온다.
40년 전통의 대성식당 '쇠고기국밥'. 토란대가 듬뿍 들어가 국물이 담백하다.
금농의 '생선구이쌈밥'.


 


- 대마도투어 공진식 대표

수험생 아들 딸 위해 손수 장만, 웬만한 일식집 일류 요리사 수준   
 

 
대마도투어 공진식(45) 대표는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서는 지독한 낚시광이다. 그는 업무차 대마도를 찾을 경우 반드시 낚시 채비를 빠뜨리지 않는다. 공식 일정이 끝나면 그는 개인적으로 하루 정도 더 머물며 대마도 최고의 낚시 포인트인 아소만에서 감성돔 벵에돔 등 대물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인다. 대마도에서 잡은 고기는 피를 빼고, 내장을 제거하고, 비닐로 포장해서 아이스박스에 담아 부산으로 갖고 온다. 지인들과 약속을 했을 경우 광안리 단골 횟집에서 회식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집으로 갖고와 가족들과 생선회 파티를 벌인다. 생선회를 위한 칼질과 매운탕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그런데 수년째 이처럼 가족들에게 회와 매운탕을 대접하자 중·고등학생인 1남1녀의 아이들이 약간 입에 물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착한 아빠' 공 대표는 고민 끝에 최근 생선회 대신 생선초밥을, 매운탕 대신 맑은 국인 지리탕을 새롭게 선보였다. 결과는 대만족.
동래구 사직동 공 대표의 집을 찾아 생선초밥과 생선 지리탕 만드는 법을 배워봤다.

<재료〉
쌀 청주 찹쌀 식초 설탕 소금 다시마 초밥용생선 무 대파 미나리 스시간장 고추냉이

밥하기

밥물과 쌀의 양을 똑같이 하고 여기에 청주 1큰술을 붓고 밥을 한다. 약간 되게 하지만 찰기는 남아 있어야 한다. 다시마도 넣는다. 청주는 생선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생선에 청주를 뿌릴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마는 밥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란다.

배합초를 부으면서 주걱으로 젓는다.
젖은 행주를 양은그룻 위에 덮어 손으로 부드럽게 눌러준다.

밥이 다 됐으면 양은그릇에 옮겨 담고 배합초를 조금씩 부으면서 주걱으로 골고루 젓는다. 생선초밥의 맛은 여기서 결정난다. 배합초는 식초 설탕 소금을 4:2:1 정도로 섞은 후 약한 불에서 설탕이나 소금이 녹을 정도로 은근히 가열한다. 불이 너무 세면 식초의 성분이 날아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젖은 행주를 양은그릇 위에 5분 정도 덮어 손으로 부드럽게 눌러준다. 배합초의 향이 밥에 골고루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다. 5분 뒤 행주를 벗겨낸 후 양은그릇을 찬물에 담가 골고루 비벼주면서 밥을 식힌다.

생선회 준비

참치.

연어.

숭어.

광어.


 생선은 남천동 시장이나 광안리 등지의 활어판매장에서 주인에게 미리 생선초밥용이라고 설명하면 알아서 약간 길게 썰어준다. 붉은살 생선인 연어나 참치는 대형 마트에 가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생선초밥 만들기

생선초밥용 틀. 밥이 약간 많이 들어간다.


손바닥에 배합초를 조금 묻혀가며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밥을 뭉친다. 생선초밥을 만드는 틀을 이용해도 되지만 밥이 약간 더 많이 들어간다. 생선초밥용 틀은 마트나 '1000냥 숍'에서 구입 가능하다. 뭉친 밥 위엔 고추냉이를 물에 푼 것을 식성에 맞게 적당히 바른다. 그 위에 준비한 생선을 올려 지그시 눌러주면 생선초밥이 완성된다.

생선 지리탕 만들기


생선뼈는 생선회를 주문할 때 얻어오면 된다. 우럭종류가 들어가야 국물이 맛있다. 생선뼈가 충분히 잠길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넣고 끓인 뒤 국물은 버린다. 고기의 잡내와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얇게 썬 무와 통마늘을 넣은 다음 다시 물을 넣고 끓인다. 끓은 다음에도 약한 불로 생선뼈의 노란 기름기가 국물에 우러나올 정도로 계속 끓인다. 대략 30분 정도. 그릇에 담기 직전 소금으로 간을 하고 대파와 미나리를 넣고 1분 뒤 담아낸다. 두부를 넣을 경우 국물이 약간 텁텁해진다. 참고하길. 생선초밥의 반찬 격인 락교와 생강초절임 역시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 가능하다.

락교와 생강초절임, 간장 초장.


이 글은 지난해 8월 19일 포스팅한 글입니다. 글 제목대로 자꾸 자꾸 생각나서 이렇게나마 다시 볼 수 있도록 올립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저는 경제부에서 해양수산 담당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그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부산을 찾아 해양수산 담당 기자단과 함께 광안리 모 횟집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분위기가 좋아 2차로 노래방도 갔습니다. 이후 팬이 됐었죠. 노사모 회원으로도 가입했습니다.
이후 저는 문화부를 거쳐 주말레저팀으로 옮겼습니다. 산행과 여행을 맡았죠.
그리고 여행면의 여행지로 퇴임 후 노 대통령이 내려와 계신 봉하마을로 정해 소개를 했습니다. 아래 글은 당시 신문에 소개한 글에다 지면 사정상 싣지 못한 내용을 추가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당시 봉하마을에 대한 기사는 더러 보도됐지만 여행지 내지 관광지로서의 봉하마을은 아마도 처음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후 저는 봉하마을에 3번이나 더 갔습니다. 아들과 아내 장모님과, 또 한번은 어머니의 부탁으로, 그리고 또 한번은 다른 곳 취재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냥 생각나서 한번 더 들렸습니다. 아직도 밀짚모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와 농담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금 이렇게 재밌게 웃고 하면서, 돌아서면 또 '노무혀이 정말 말 많고 촐싹거리제'라고  말할거지요."
 
 주말 내내 정말 힘들었습니다. 분노가 치밀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한나라당 그리고 검찰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김해 봉하마을을 찾으니 배가 아프고 한편으로 두려웠냐고.

오늘 아침 저 블로그에 1년 전 올린 봉하마을 소개 글에 대한 댓글이 하나 올라와 있더군요. 해서, 다시 한번 더 읽어 보고 이렇게 몇 자 추가한 후 맨 앞으로 옮겨놓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권양숙 여사님이 정말 걱정됩니다. 혹시나 따라가시지는 않을런지. 가족 친지분들의 각별한 보살핌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분 금슬이 너무 좋으셨지 않습니까. 


잊은 줄 알았는데 왜 자꾸 생각날까


노 전대통령 아침 담배 피우던 매점
초등학교 중학교 보낸 생가와 사저
하루 평균 4000명 관광객 발길 북적
봉화산·화포천 습지 보리밭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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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루에 최고 11번 관광객을 맞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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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사저 뒤로 봉화산 사자바위가 보인다.


지난 3일로 고향인 김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정착한 지 100일을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때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연일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대하느라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마디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 쪽은 청와대로 가려는 촛불시위 참여 시민들을 전경들이 막고 있고, 이미 청와대에서 떠난 또 한 쪽은 제발 그만 좀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100일 만에 상황이 뒤집어진 것이다.
 봉하마을 관광안내소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총 방문객은 41만3400명. 하루 평균 4093명이며 주말 최고 방문객은 2만 명, 평일 최고는 5700명에 달한다.
 노 전 대통령은 그의 홈페이지(
www.knowhow.or.kr)를 통해 이렇게 적고 있다. "저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대문 앞에 나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힘들지만 반갑고 즐겁습니다. 그런데 참 안타깝습니다. 손님들은 이곳에 와서 저의 생가 보고, 우리 집 보고, 그리고 '나오세요'라고 소리치고, 어떤 때는 저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재미없겠다 싶은데 그래도 손님은 계속 오십니다(중략)." 해서, 그는 마을 뒷산인 봉화산과 인근 습지인 화포천을 한번쯤 둘러보라고 권한다. 그리곤 반드시 마음 놓고 걸을 수 있게 등산화를 신고 오시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주말레저팀이 과연 봉하마을에 그렇게도 볼 것이 없는 지, 아니면 이것저것 볼 것이 많은 데도 제대로 된 동선(動線)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봤다.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흔적 찾기

 여전히 '자연인 노무현'의 귀향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는 봉하마을을 찾으면 우선 관광안내센터 김민정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나라고 권하고 싶다. 해설사로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그는 지난 2003년 1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여기서만 근무하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알고보니 그는 CNN ABC NYT NHK BBC 등 국내외 유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도맡아 하는 유명 인사(?)였다.

 김 씨는 "얼마 전 노 전 대통령이 아침 일찍 마을주차장 앞 매점(쉼터)에 홀로 앉아 담배피우는 모습이 보도된 후 많은 관광객들이 그 곳이 어디냐고 가장 많이 묻는다"고 전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는 김 씨와 함께 직접 매점을 찾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에게 담배를 팔았던 양태숙 씨는 "노 전 대통령이 이른 아침 불쑥 찾아와 담배를 하나 달라고 해서 가장 비싼 담배가 순하고 좋은 것 같아 3000원짜리 담배를 권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리고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앉아서 담배를 피웠던 자리를 가리키며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사며 그 자리를 묻고는 대부분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웃지 못할 상황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차례. 매점 우측 마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신축 건물 3채를 나란히 만난다. 첫 번째 집은 본산리 이장 댁, 다음이 경호원들이 머무는 경호 관저, 맨 끝집이 노 전 대통령의 사저이다. 사저 입구 우측 낡은 슬레이트 단층집은 바로 노 전 대통령의 생가이다. 그는 여기서 일곱 살까지 살았단다. 현재 담벼락을 철거한 생가는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한 동문이 매입, 김해시에 기부채납했다. 김해시는 이 부지에서 내달 공사를 시작, 현재의 슬레이트 지붕 건물 대신 원래 모습인 초가로 오는 12월께 복원할 계획이다.
 김 씨는 "노 전 대통령이 귀향했을 초창기에는 방문객들이 '나랏님'을 배출한 집터라 생가 마당의 돌과 흙을 가져가고, 이장 댁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을 불러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자주 발생했지만 지금은 그같은 현상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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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과 생가와 봉화산 가는 길.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흔적이 더 있다고 귀띔했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 생가에서 세 번이나 이사를 했으며 그 터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관광안내센터 바로 뒤 초록색 철대문집은 노 전 대통령이 생가에서 이사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보낸 곳. 겉으론 벽돌 양옥이지만 대문 안쪽으로 들여다 보면 마당 한 쪽에 다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지붕 건물이 하나 보인다. 아마 저곳이 살림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주차장을 가로질러 매점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공중전화 부스가 하나 보인다. 그 맞은편 2층 양옥집이 노 전 대통령이 총각시절 및 권양숙 여사와 신혼시절을 부모님과 함께 보낸 곳이다. 이 집 대문 좌측 담벼락에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 가는 길 150m'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있다. 물론 지금처럼 양옥이 아니라 슬레이트 지붕집이었다.
 이 집 좌측 골목을 따라 50m쯤 들어서면 커다란 셔터문의 2층 양옥집이 좌측에 있다. 오래전 마을우물 자리다. 여기서 10m쯤 더 가면 비닐하우스 뒤로 조립식 가옥이 한 채 있다. 권양숙 여사가 살던 터다. 당시엔 기와집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살면서 노 전 대통령이 총각시절 우물 앞에서 휘파람으로 권 여사를 불러냈던 장면이 연상되는 지점이다.
 마치 청마 유치환이 시조시인 정운 이영도가 살던 수예점이 바라다 보이는 옛 통영우체국 창가에서 연서를 썼듯 노 전 대통령도 권 여사 집이 훤히 보이는 우물 앞에서 애틋한 연심을 품었던 것이다. 수년 전 통영의 한 문화관광해설사가 통영 투어 후 관광객들에게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묻자 십중팔구 청마와 정운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청마거리라고 답한 것처럼 아마도 봉하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이 만일 이 사연을 알게 된다면 이곳 또한 봉하마을의 새로운 볼거리로 눈길을 끌 것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이제 골목길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돌면 좁다란 공터 한 곳을 만난다. 이곳은 노 전 대통령이 고교시절 그의 가족들이 살던 곳이다. 김 문화유산해설사는 "5남매를 공부시키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부모는 점차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터 맞은편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터가 그의 죽마고우인 이재우 진영농협 조합장의 집이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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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전 대통령이 사법고시 공부를 하던 토담집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흔적은 없고 터만 남아 있다. 마을과 마주보고 있는 야트막한 산 아래 위치해 있다. 이곳 주민들은 한 일 자로 길게 뻗은 이 산이 마치 뱀을 닮았다고 해서 일명 뱀산이라 부른다. 이 뱀산 아래 위치해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뱀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전봇대가 띄엄띄엄 서 있는데 그 중 거의 붙은 두 개의 전봇대가 눈에 띈다. 바로 그곳이다. 헛간이었던 이곳에 노 전 대통령은 톱밥과 널빤지를 구해 제법 방처럼 꾸며놓고 전기가 안 들어오는 밤엔 촛불을 켜놓고 공부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친은 이곳의 이름을 마옥당(磨玉堂긿구슬을 가는 집)이라 정해 주었다. 노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와의 결혼 후에도 이곳에서 공부하며 출퇴근을 했다고 전해온다.
 이제 남은 곳은 노 전 대통령 부모의 선영. 봉하마을 입구로 돌기 직전 좌측 45도 방향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최근 산 아래 감나무 전지작업을 하지 않아 겨우 보인다. 입구에는 옥색 간이화장실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땐 선영 입구에 두 명의 전경이 근무를 섰다. 다리 건너 공터가 바로 그곳이며 당시엔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 있었다. 선영의 뒤를 받쳐주는 현무가 든든하고 앞쪽 주작에 해당되는 산이 가까이 보여 조상의 기운을 가장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명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봉화산과 화포천

 봉하(烽下)마을은 봉화산(烽火山) 아래 있는 마을. 해서 두 곳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노 전 대통령도 그의 홈페이지에서 "봉하마을의 명물은 봉화산입니다. 이 산에 올라가보지 않고는 봉하마을 방문은 헛일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봉화산은 참 특이한 산이다. 해발 140m에 불과하지만 너른 들판에 불쑥 솟은 독립봉우리여서 마치 고봉준령에 서 있는 것처럼 조망이 기가 막히다. 호미를 든 관음개발성상이 봉하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상에 서면 무척산 금동산 석용산 신어산 분성산 등 김해의 산과 이웃한 창원 창녕 밀양 등 웬만한 산들이 죄다 확인된다. 주민들도 "한반도에 이처럼 낮은 산이면서 조망이 확 트인 산은 아마 봉화산뿐 일 것"이라고 말한다.
 뭐니뭐니해도 봉화산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사자바위. 봉하마을에서 동쪽으로 고개를 들면 정면으로 보이는 큰 바위이다. 마을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다. 즉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우측 바위가 사자머리이고, 이 바위 좌측 커다란 바위가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로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예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산 이름의 단초가 되는 봉수대는 사자바위 바로 위 팻말만 붙어 있다. 가덕도 연대봉의 천성봉수대나 부산 녹산의 봉화산 봉수대에서 받은 봉홧불을 밀양으로 연결했다고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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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 정토원과 선진규 법사.

 봉화산을 찾으면 놓쳐선 안 될 곳이 하나 있다. 정상 바로 아래 위치한 봉화산 정토원. 김해읍지에 따르면 가락국에는 불교와 관련된 세 원찰(願刹)이 있었다. 무척산 모은암, 천태산 부은암과 함께 자암(子庵)이 그것으로, 봉화산에 있었다는 것. 봉화산의 옛 이름이 자암산이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후 수차례 사찰 이름이 변하면서 방치되다 봉하마을 출신 선진규(75) 법사가 1958년 동국대 총학생회장 시절 고향 봉화산을 중심으로 농촌계몽운동을 하기 위해 당시 총장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봉화사라 개명하면서 명실공히 사찰로서 터전을 잡았다.
 봉화산에 서 있는 사명대사 상(像)과 정상의 호미든 관음개발성상도 선 법사가 세웠고, 마애불 위를 누르고 있던 커다란 바위를 제거해 마애불이 자유로운 몸이 되도록 한 것도 역시 그였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한 선 법사는 "이른 아침 이곳으로 등산을 오면 노 전 대통령을 만날 확률이 높다"고 예의 마음씨 좋은 시골 노인처럼 활짝 웃었다. 봉하마을에서 정토원을 거쳐 정상까지 다녀오는 데 1시간, 사자바위를 거쳐 부흥이바위를 다녀오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함께라면 봉화산 정토원에 차로 진입이 가능하다. 봉하마을에서 왔던 길로 다시 달려 만나는 이정표가 보이는 첫 삼거리에서 '한림 대현 봉화산' 방향으로 우회전 후 두 번째 삼거리에서 '봉화산' 방향으로 역시 우회전하면 정토원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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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을 약간 벗어나면 누렇게 익은 보리밭과 작은 우포늪을 떠오르게 하는 화포천을 만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동양 최대의 습지라고 다소 과장되게 자랑하는 화포천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차를 타고 한림면과 경계인 배수펌프장 쪽으로 달리면 작은 우포늪이 연상될 정도로 푸근하게 다가온다. 갈대숲 곳곳에는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무척 한가롭다. 도중 영강사란 절을 만난다. 화포천 인근 갈대로 이은 지붕이 눈길을 끈다. 김해 장방리 갈대집이다. 법당 아래 세 동으로, 스님의 요사채 사랑채 아래채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갈대집은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 이전까지는 많았지만 지금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곳은 낙동강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관광은 물론 건축학과 민속학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인정돼 최근 도 문화재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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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장방이 갈대집. 최근 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절집 주지인 청호 스님은 "제가 기거하는 '영강정(永江亭)'이란 현판이 걸린 요사채는 70년, 사랑채와 아래채는 130년 정도 됐다"고 말한 후 "갈대지붕이 새들에게 안전하다 보니 갈대를 쪼아내고 집을 짓고 있어 이 놈들을 쫓아내는 것이 큰 일"이라고 말했다.
 화포천 쪽으로 내려가면 마을에선 보이지 않지만 현재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장관이다. 보리밭을 따라 한참동안 비포장로를 걸으면 없던 사랑도 생길 정도로 분위기가 그저 그만이다. 노 전 대통령 부부도 이 길을 걸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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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 자원봉사지원센터 내부.

 마을 입구의 '노사모 자원봉사지원센터'도 한번 들러보자. 주민들이 농기계를 보관하던 200여 ㎡ 규모의 창고를 개조, 지난 4월 25일 문을 열었다. 일종의 '작은 노사모 기념관'인 셈이다. 한마디로 노 전 대통령과 노사모가 걸어온 궤적을 관조할 수 있다. 그와 관련된 서적과 캐릭터도 전시돼 있다. 특히 '바보' 노무현이 정치인으로 우직하게 걸어온 그간의 역정을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봉하마을 단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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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매일 봉하마을로 출퇴근하는 최점금 씨와 그의 애마인 트럭.
 
봉하마을 매점(쉼터)를 지나 노 전 대통령 사저로 가는 도중 길 좌측으로 소감이나 격려문을 적을 수 있게 하얀 보드판이 길게 진열돼 있다. 마을에서 직접 종이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골수팬'이 매일 교체하고 있다. 주인공은 최점금 씨로, 그는 매일 부산에서 출퇴근한다. 누가 시켜서, 밥값을 받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내려오기 전부터 이미 보드판을 설치해 누구보다도 그의 귀향을 반긴 인물이다. 밀짚모자를 쓴 채 왼쪽 가슴 주머니에 여러 개의 검은 색 매직이 꼽혀 있으면 영락없이 최 씨라고 보면 된다.
 보드판의 종이를 매일 교체해 무엇을 할려고 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후에 역사의 자료로 보관하고 싶어서"라고 짧게 말했다.
 또 한 사람은 부산 '아지매'라고 김 해설사가 전했다. 김 해설사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손님들을 위해 매일 수 차례씩 나오다 보니 눈에 띄어 그 분에게 "오늘도 또 오셨네요"라고 한마디 인사를 건넨 이후 그분은 신이 나서 거의 매일 이 마을을 찾고 있다고 한다.

 #맛집-고향의 맛 간직한 화포 메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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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구이와 메기국.

김해사람들이 예부터 즐겨 먹던 메기국 전문점인 '화포 메기국'(055-342-6266). 봉하마을이 속한 진영읍과 이웃한 한림면 안하리 화포천변에 위치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온 이후 네 번이나 다녀갔을 정도로 고향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 김해사람들이 이 집을 모르면 간첩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메기를 삶아 뼈와 살을 분리시킨 후 뼈로 끓인 육수에 살코기를 넣어 2~3시간 고아 숙주 정구지 마늘 파 그리고 갖은 양념을 곁들인 김해 고유의 맛이다. 노 전 대통령은 "메거지(메기의 김해 사투리) 맛이 옛날 그대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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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포메기국 식당의 안주인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주방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3대째 내려오는 80년 전통의 '화포 메기국'집은 봉하마을에서 차로 정확히 8㎞ 떨어져 있다. 한림면 소재지를 지나 굴다리를 통과한 후 '부산 명동' 방면으로 우회전한 후 두 번째 좌회전 하면 간판이 바로 보인다.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허럼한 집이다. 마늘을 듬뿍 넣어 간장 구이 방식으로 구운 장어구이도 일품이다. 메기국 5000원, 장어구이 1만3000원.
 차로 이동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구체적인 경로를 설명하자면 봉하마을에서 본산리(진영 진례IC) 방향으로 가다 첫 삼거리에서 한림 대현 봉화산 방향 우회전~진말 정류장 지나~갈림길에서 우회전((주)청운 지나)~갈림길(좌측 4차선 도로 대신 2차선(구 도로) 방향 직진하면 성심카센터 지나)~명진빌라 앞에서(한림초등) 좌회전~삼거리서 우회전~한림면소재지 지나~굴다리 통과~부산 명동 방향 우회전 후 두 번째 좌회전하면 화포 메기국 간판이 바로 보인다.
 봉하마을 '소고기국밥'(4000원)도 맛있다. 간판에는 봉하전통테마마을로 적혀 있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내려오던 날 방문객들에게 국밥을 무료로 대접한 게 계기가 돼 생겨난 식당이다. 이후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손님들과 자주 식사를 했던 곳이다. 최근에는 콩국수 장군차국수도 메뉴로 올라와 있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봉하마을 구경이 대충 끝났으면 이제 마을 뒷산인 봉화산에 올라보자.

 이 산행기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5년 4월 국제신문 섹션신문 '주말&'에 소개된 글이다. 최근 같은 코스로 다시 한번 더 다녀와 최신 버전으로 약간 수정을 해서 올린다.

 봉화산 종주는 이웃한 한림면에서 출발, 넉넉잡아 1시간30분이면 봉하마을로 내려온다. 이럴 경우 차를 가지러 택시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런 수고를 덜려면 봉하마을에서 정상을 거쳐 한림쪽으로 갔다가 되돌아와도 됩니다.  

# 노 전 대통령 고향 봉하마을 뒷산 봉화산 산행기

낮다고 비웃지 마세요 조망은 고봉준령급

넓은 들판에 나홀로 해발 140m 살짝 솟아
산중턱 사자바위 정기는 큰 인물 배출하고
정상 관음개발성상 미소는 자비를 베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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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 4월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본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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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같은 장소에서 내려다본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의 있고 없고의 차이를 느껴보자.

 김해의 내로라하는 산을 꼽으라면 대개 은하사를 병풍처럼 감싼 신어산과 낙동강을 양쪽으로 굽어보는 무척산, 그리고 장유대청계곡을 품고 있는 용지봉이 별 고민없이 선택된다.
 근자에 와서 세인의 관심을 부쩍 끄는 산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뒷산인 봉화산이다. 겉모습으론 산이라 불리기엔 약간 쑥스런 야트막한 야산이다.
 '백견(百見)이 불여일등(不如一登)'이라 했던가. 겉모습으로 보면 봉화산은 하고 많은 산 중의 하나일지 모르나 주변 지형과의 어울림이나 그 속내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너른 들판에 불쑥 홀로 솟아 겨우 해발 140m밖에 안되는 산이지만 막상 오르고 나면 고봉준령에 서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망이 기가 막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솟아오른 곳은 이곳 봉화산뿐이다.
 마을 주민들은 "한반도에 이처럼 낮은 산이면서도 조망이 확 트인 산은 아마 봉화산 뿐 일 것"이라고 말한다.
뭐니뭐니해도 봉화산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사자바위. 대통령 생가 앞 주차장에서 봉화산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의 바위군을 볼 수 있다.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우측 바위가 사자머리이고, 이 바위 좌측 커다란 바위가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로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옛날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봉하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사자바위는 고대인들이 고등종교가 들어오기 전 제사를 올린 터로 알려져 있다. 오랜 정성이 축적된 곳이기에 정기가 배어 있다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설명이다. 바위 곳곳에는 움푹 팬 곳이 몇 곳 있어 이곳이 재물을 담은 감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간 다녀간 많은 지관들의 설명을 종합해 "봉화산이 앉은 터, 사자바위의 정기, 명당인 대통령 선친의 묘와 함께 마을 정중앙에 골이 패이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대나무를 심은 주민들의 비보(裨補) 노력 등이 큰 인물 탄생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산행은 진영읍과 이웃한 한림면에서 시작했다. 산행 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여유있게 둘러보기 위해서다.
 한림면사무소~한림초등학교 후문~단감나무 과수원~체육공원~쉼터(벤치)~영강사 갈림길~잇단 물탱크~정상(호미든 관음개발성상)~사색의 숲~봉화대~사자바위~봉화산~마애불~부엉이바위(토굴)~대통령 생가~봉하마을 주차장 순.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그야말로 '마실'이다. 산길은 반듯하지만 마사토라 미끄러우니 등산화는 꼭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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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면사무소에 주차했다면 면사무소를 나와 좌측으로 약간 간 후 다시 면사무소를 끼고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면에 '삼각당'이라 적힌 간판이 보이면 우측으로, 다시 3m 뒤 좌측 골목길로 들어선다. 한림초등교 후문을 지나면 오름길이 시작되며 이내 갈림길. 우측 아름드리 소나무 쪽 대신 좌측으로 간다. 길 옆에는 마늘밭과 머구가 자라고 있다. 100m쯤 오르면 갈림길, 오르막인 우측으로 향한다. 곧 등산로 입구. '호미든 관음성상 2.2㎞'.라 적힌 이정표가 들머리임을 알려준다. 하얀 꽃이 만개한 탱자나무길로 산행이 시작된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면 단감나무 과수원. 하지만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다. 산에서 만난 한림면 한 주민은 "근자에 단감 시세가 워낙 좋지 않아 올핸 절반 이상이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농부의 무거운 맘에 아랑곳 않고 길 옆에는 애기똥풀 벼룩나물 별꽃 제비꽃이 나그네를 반긴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침목을 댄 수많은 계단이 기다린다.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서면 잠시 쉬어가라고 6~7개의 벤치가 기다린다.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솔밭길이다. 도중 좌우로 열린 길을 만난다. 우측은 장방 본부락 진말, 좌측은 영강사나 이 절 근처 한림낚시터로 가는 길이다. 약수암 자광사 영강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예부터 도둑이 많아 도둑골이라 불린다. 오래 전 김해에서 이 도둑골을 거쳐 창녕의 영산과 대구를 거쳐 서울로 갔다고 전해온다.
이후 물탱크를 만난다. 주변이 모두 단감나무밭이라 물을 대기 위한 것이리라.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에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곧 갈림길.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우연히 만난 동네 할머니와 아주머니은 이 봉화산에는 특히 고사리와 뱀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산행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이정표 기준으로 '호미든 관음개발상' 방향, 이정표가 없으면 그냥 직전하면 정상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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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탱크를 또 지나 왼쪽 너른 길을 만난다. 봉하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은 우회하는 길, 오른쪽은 지름길. 정상 입구에서 결국 만난다. 5분 뒤 정상. 뜻밖에도 왼손은 연꽃, 오른손은 호미를 든 관음개발성상(우측 사진)이다. 비로소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주변 사방의 조망을 살펴보자. 관음상 뒤 동쪽의 높은 산 무척산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금동산 석용산 신어산 분성산 경운산 팔판산 불모산 장유봉 신정산 대암산 정병산 천주산 용지봉 농바위 구월산 작대산 무령산 백월산 천마산 마금산 함박산 종암산 덕암산 영취산 화왕산 산성산 청룡산 만어산 구천산 금오산 등 김해 창원 창녕 밀양 등지의 웬만한 산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하산은 봉화산 정토원(옛 봉화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곧 사색의 숲. 왼쪽 봉화대 방향으로 간다. 산죽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봉화대이고 그 바로 밑이 전망이 빼어난 사자바위. 바위 곳곳에는 세수대야 크기의 구멍이 여럿 뚫려 있다. 봉하마을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노 전 대통령 사저와 생가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어지는 동선은 왔던 길 대신 사자바위 아래로 열린 곳으로 내려선다. 사명대사 상(像)과 봉화산 정토원을 지나면 곧 봉화산 마애불.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쉽다. 안내판 왼쪽 끝 바위틈 사이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암벽이 떨어져나가 누워있지만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 높이 2.48m. 조금 더 내려가면 등로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이 하나 보인다. 진입하면 너른 터로, 이 터 우측 바위 사이로 굴이 하나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면 예상외로 깊다.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이 토굴이 모 방송에 방영되면서 한때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굴의 기(氣)를 받기 위해 몰려든 곳이기도 하다.
 토굴 옆에는 물줄기는 가늘지만 3단쯤 돼 보이는 실폭포가 있다. 이 정도 높이의 산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 또한 흔한 광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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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사저가 지어지기 전 봉하마을에서 본 사자바위(오른쪽)와 부엉이바위. 왼쪽 맨 뒤 봉우리가 봉화산 정상이며, 자세히 보면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확인된다. 부엉이 바위는 안내판 뒤에 보이는 바위이다. 크게 보면 사자바위가 사자의 머리에 해당되고, 부엉이 바위는 웅크린 사자의 다리에 해당된다.

 다시 등산로로 나와 하산을 해도 되지만 잠시 왔던 길로 조금 올라 실폭포 상류 물길을 가로지르는 조그만 목교를 건너자. 부엉이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2분 정도면 도달한다. 사자바위 못지 않은 멋진 전망대다. 봉하마을에서 보면 우측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듯한 큰 바위가 사자바위이고, 이 바위 좌측 바위가 바로 이곳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이다. 예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즉, 마을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으로 사자바위가 사자 머리, 부엉이바위가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부엉이바위에서 버섯재배장을 거쳐 마을 주차장까지는 대략 6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전에

 너른 들판에 불쑥 솟은 봉화산(熢火山)에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봉화대가 있다. 기록만 남아있을 뿐 봉화대는 복원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가덕도 연대봉의 천성봉수대나 부산 녹산의 봉화산 봉수대에서 받은 봉홧불을 밀양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김해읍지에 따르면 가락국에는 불교와 관련된 세 원찰(願刹)이 있었다. 무척산 모은암(母恩庵), 삼랑진 천태산 부은암(父恩庵)과 함께 자암(子庵)이 그것으로, 봉화산에 있었다는 것. 봉화산의 옛 이름이 자암산이었던 것은 이를 입증한다. 지금은 그 터에 이 고장 출신인 선진규(75) 법사가 지난 1950년대 중반부터 봉화산 정토원을 세워 불심을 전하고 있다.
 봉화산 정상의 호미든 관음개발성상도 선 법사가 세웠고, 마애불 위를 누르고 있던 커다란 바위를 제거해 마애불이 자유로운 몸이 되도록 한 것도 역시 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초창기 봉하마을에는 평일 100명, 주말 500명 정도 찾았고, 당선 후 맞은 첫 새해 일출 땐 전국에서 1000여 명이 봉화산을 찾았다.
 5년이 지나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후 101일째인 지난 6월 4일까지 총 방문객은 무려 41만3400명에 달한다. 평일 평균 4100명, 주말이면 2만 명을 상회한다. 탐방객이 깨 많다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연 탐방객이 50~6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아마 국내 관광지 중 49가구에 거주 인구가 130여 명에 불과한 김해 봉하마을이 가장 인기가 높다가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3년 1월부터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하기 직전까지 혼자서 근무하던 문화관광해설사는 이후 3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이곳 터줏대감 격인 김민정 문화관광해설사는 "주말이면 밀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김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20분부터 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800원.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선 동부교통 56, 58-1번 버스를 타면 된다. 56번은 오전 6시30, 8시10, 9시10, 11시, 낮 12시, 오후 1시50분, 58-1번은 오전 6시, 8시30, 10시40, 오후 1시에 있다. 900원.
 날머리 봉하마을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20분, 오후 2시40, 4시40, 7시(막차)에 출발한다. 김해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30, 4시, 5시, 5시30, 6시40, 7시20, 8시40분(막차)에 있다. 1500원.
 기차도 있다. 부전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김해 한림정역에서 내리면 된다. 부전역 기준 오전 5시, 6시57분, 오후 1시10분. 3000원. 사상 구포 화명역에서도 탈 수 있다. 한림정역에서 한림면사무소까지는 걸어서 5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진례IC~진영 방향 우회전~신용삼거리서 김해 부산 방향 우회전~고개 넘어 빙그레 공장 지나~명동삼거리서 좌회전(명동주유소)~한림면사무소 순으로 가면 된다. 봉하마을에서 한림면까지는 택시(055-342-7878, 6929)를 이용하면 된다. 8000원 내외. 남포동에서 출발하는 좌석버스 309번도 김해터미널 앞에 정차한다.




 


# 나만의 레시피 - 소아 전문 나비한의원 손정호 원장 


"평소 밥 잘 먹고 아픈 데 없이 잘 자라던 딸 아이 혜원(5)이가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 피로해 하는 것 같았어요. 짜증도 늘고 밥도 잘 안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나비한의원을 운영하는 손정호(35) 한의사.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소아 전문 한의사인 손 원장도 딸 아이만큼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가 보다. SOS를 요청한 곳은 어릴 때부터 혜원이를 자주 돌봐 누구 못지 않게 손녀를 잘 알고 있는 장모님이었다.

 답은 간단했다. 혜원이가 잘 먹는 요리를 해주고 칭찬을 자주 해주라는 것. 평소 혜원이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브로콜리와 새우를 잘 먹었다. 시간이 날 때 아내와 혜원이를 위해 요리를 즐겨 하는 손 원장은 평소 기본 실력에다 인터넷 요리 사이트의 레시피를 응용해 새로운 요리를 개발했다. 이름하여 '새우 브로콜리 마요네즈 소스 무침'.

 새우에 대한 오해 한 가지. 한방의 고전인 본초강목에 따르면 새우는 남성의 양기를 북돋워주고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일종의 강장식품.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새우의 콜레스테롤 함량 때문에 먹기를 꺼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새우 100g당 콜레스테롤 함량은 112㎎으로 계란(630㎎)보다 훨씬 적다. 브로콜리 또한 성인과 아이 모두에게 영양 만점인 식품이어서 가족 건강식으로 적당할 듯싶다.

〈재료〉 새우 브로콜리 마요네즈 중국스프 생크림 계란 흰후추 소금 맛소금 설탕 레몬즙 코엔도르(오렌지술)

재료 손질

 먼저 새우의 머리와 꼬리를 제거한다. 발은 돌려 떼면서 동시에 몸통의 껍데기를 벗겨낸다. 다음은 내장 차례. 새우는 내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익힌 후 맛도 떨어지고 모래가 간혹 씹힌다. 검은 색 줄이 남아 보기에도 좋지 않다. 내장 제거는 칼집을 넣거나 이쑤시개로 등쪽을 쑤셔 잡아 빼낸다.
 새우의 경우 고급스러운 차새우를 사용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일반 새우를 사용해도 된다. 4인용의 경우 30마리 정도면 충분하다.
 브로콜리는 중간 크기 2개(600g)면 적당하다. 브로콜리는 깨끗한 물에 씻은 다음 한 입 크기로 자른 후 물에 소금과 식용유를 한 방울씩 넣고 살짝 데쳐낸다.

마요네즈 소스 만들기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중국스프 2분의 1큰술과 생크림 3큰술을 섞은 후 미지근하게 데워 마요네즈 2분의 1 컵을 넣고 거품기로 젖는다. 중국스프는 일반 마트에는 없는 경우가 많아 초량 차이나타운 중국요리 재료상에서 구입하면 편리하다. 양념은 맛소금 8분의 1 작은술, 설탕 1큰술, 레몬즙 1큰술이 필요하다. 향이 좋은 오렌지술인 코엔도르 1큰술은 선택사항. 참조하길.

튀김

튀김은 녹말가루를 사용한다. 튀김가루를 반죽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맛이 쫀득쫀득하다. 내장을 제거한 새우는 깨끗이 씻어 포를 뜬 후 이등분, 계란 1과 2분의 1개, 약간의 (흰)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해 체에 받쳤다가 녹말가루를 앞뒤로 촘촘히 묻힌 후 30분 정도 둔다. 전분이 새우에 완전히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이다. 170도의 온도에 두 번 튀겨낸다. 두 번 연속 튀겨도 되고 먹기 전 튀겨도 상관없다.

요리 완성

새우를 가운데 놓고 한 입 크기로 썬 브로콜리는 보기 좋게 동그랗게 주변을 감싸듯이 배열한 후 소스를 위에 뿌리면 새우 브로콜리 마요네즈 소스 무침은 완성된다.


부산 맛집 - 금정구 부곡동 '킹크랩대게할인마트'

싱싱한 대게.

"쫄깃하고 담백하면서도 감칠 맛"
러시아산, 국내산과 맛 거의 구별못해
㎏당 1만5000원, 영덕대게 60% 수준
부산서 대게·킹크랩 가장 저렴할 듯


긴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명명된 '대게'. 흔히 대게하면 열에 아홉은 영덕을 떠올린다. 생산량은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인 구룡포가 으뜸이고, 역사적으론 울진 대게가 원조라는 설이 우세한데.

 
그럼 왜 영덕대게일까. 한마디로 브랜드의 승리일 듯싶다. 시장이 크다 보니 구룡포배가 잡아도, 울진배가 건져올려도 죄다 영덕으로 팔려나간다. 영덕에 가야 제값을 받을 수 있어 영덕은 그야말로 '대게 1번지'로 나라땅에서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영덕대게는 흔히 오십천변에 복사꽃이 피는 음력 춘삼월(양력 4월 초)이 돼야 속살이 꽉 차고 맛 또한 절정에 달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대게는 산란에 들어간다. 해서, 국가에선 매년 6월부터 12월 초까지 대게 금어기로 정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금어기 기간에는 대게를 맛볼 수 없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광활한 청정해역 오호츠크해에서 잡히는 러시아산이 있기 때문이다. 영덕대게가 음력 춘삼월에 가장 맛있다면 러시아 수입산 대게는 5~7월 그 맛이 절정이다. 특히 이 시기에 어획되는 물량은 연중 최고치여서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 또한 연중 가장 저렴해 물오른 대게맛을 부담없이 맛볼 수 있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쌍용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킹크랩대게할인마트'에서는 부산에서 가장 저렴하게 대게 및 대게요리를 만날 수 있다.

식당 입구에 붙은 금일시세.

파란색 대게, 붉은색 킹크랩, 검은색 랍스타. 러시아산 수입대게는 5월이 가장 저렴함을 보여준다.


 대형 어항에는 대게와 왕게라 불리는 가시가 있는 킹크랩이 가득 들어 있고 어항 위 벽에는 대게와 킹크랩 랍스터의 '금일시세'와 '연중 시세변동표'가 붙어 있다. 5~7월 가격이 가장 저렴함을 알 수 있다. 살아 있는 생물이라 약간의 시세변동은 있지만 현재 ㎏당 대게의 경우 1만5000원, 킹크랩은 2만 원 정도. 영덕대게의 60~70% 수준이다. 이정동 대표는 "지난 3월 대게 시세는 ㎏당 3만 원대였다"고 귀띔했다.

 주문은 성인의 경우 1㎏ 정도의 대게 1마리와 게장 볶음밥(2000원)이면 충분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싸고 맛있다는 기장이나 울산 정자항으로 갈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일반 대게집에 가면 밑반찬이 거의 없지만 이곳에는 대게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 콩국이 나와 먼저 미각을 자극한다. 대게찜이 나오기 전 키토산 두부(1모 2500원)를 시키길 권한다. 국산콩에 게살과 날치알을 넣어 게맛과 함께 톡톡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이집만의 자랑 키토산 두부.

키토산 두부의 설명이 벽에 붙어 있다.


게살냉채. 
킹크랩.

드디어 대게와 킹크랩이 나왔다. 이 대표는 "요즘처럼 대게와 킹크랩의 가격차가 많지 않을 경우 반반씩 시키면 맛도 비교하며 즐길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약간의 단맛이 나는 듯하면서도 쫄깃쫄깃하고 담백해 절대 물리지 않는 그 맛. 굳이 비교를 하자면 대게가 감칠 맛이 약간 더 난다. 딱지에 붙은 장은 대게가 고소한 반면 킹크랩은 버터맛이 살짝 난다. 

 고백컨대 영덕 울진 구룡포 정자 등에서 대게를 맛본 적이 있는 기자도 러시아 수입산과의 차이를 못 느꼈다. 이 대표 또한 "예민한 미식가가 아니고선 수입산과 국산의 차이를 거의 알 수 없다"고 거들었다.
게장 볶음밥.
게장해물순두부.
대게라면.
키토산 두부김치.

디저트용 무료 아이스크림.



 게장 볶음밥은 대게요리의 화룡점정. 껍데기 가득 소복히 담겨 나온다. 약속이나 한 듯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진다. 별미다.

 식사용 메뉴도 다양하다. 대게와 해물 국산콩으로 만든 게장해물순두부(5000원)와 대게라면(〃) 辛게살죽(6000원)이 별미다. 대게라면은 오가피 감초 대추 등 10가지 재료로 국물을 내 담백하고 깔끔하다. 애주가들의 안주용으론 두부김치(1만 원)와 게살냉채(3만 원)가 있다. 이 집의 배추는 전북 무주의 무농약 고랭지 배추다. 밑반찬 민들레김치도 깔끔하다. 후식용으로 무료 아이스크림도 비치돼 있다.

지하철 1호선 장전동역 4번 출구로 나와 좌측으로 가면 만나는 파디글스 골프연습장 건물 1층에 위치해 있다. 장전동역 앞에는 공용주차장이 있다. (051)512-2239

# 주인장 한마디

킹크랩대게할인마트 이경동(45)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이런 파격적인 가격에 킹크랩과 대게를 소비자에게 권할 수 있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식당 이외에도 그는 (주)로하스 씨푸드라는 유통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대게와 킹크랩을 직접 수입, 중간 마진을 없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게 조업지는 독도 인근으로 한정돼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가 설정돼 있지만 광활한 오호츠크해역은 사시사철 대게가 잡혀 국내산에 비해 저렴하게 수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내 연안에서 잡히는 대게는 양이 아주 적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게의 95%는 러시아산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게 또한 국내로 공급되는 물량이 차이가 나고, 이에 따라 가격의 시세변동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 중 지금이 러시아 수입산 대게가 가장 싸고 맛있다"며 몣그동안 주머니 사정 때문에 넘보지 못한 대게의 참맛을 느껴보기 바란다몤며 활짝 웃었다.
 또 한 가지.
 동행한 조성화 부산맛집기행 회장은 "이집 대표인 이 씨 부부는 인근 '초원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을 매달 초청해 정성스럽게 식사를 대접하는 마음씨 착한 효자"라고 살짝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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