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매화가 봄길 틔우고, 벚꽃·유채가 절정 피운다
-섬진강 매화마을 뒤덮고 구례는 산우유 샛노란 물결
-부산 근교 양산 원동도 내일부터 토종매화축제
-4월이면 벚꽃 향연…하동·진해·삼랑진 등 장관
-창녕 남지읍 낙동강 둔치 유채꽃도 색다른 유혹
-4월 진달래·5월 철쭉 산꾼들 어디갈까 고민중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변 유채꽃 단지.

산꾼 시인 이성부는 '봄'을 이렇게 읊었다죠.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중략)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중략)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애타게 기다린 봄이 쉬이 오지 않음을 안타까이 여기다 마침내 도래한 봄의 숨결에 안도하는 심정을 노래한 듯합니다.

이성부는 봄을 한량처럼 나자빠져 있는 등 느려터졌다고 노래했지만 실상 올 봄은 조물주의 시샘인지 동장군의 용심인지 하여튼 '이성주의 봄' 보다 더 더디게 온 것 같습니다. 이달 들어서도 찬 기운을 동반한 비가 간헐적으로 을씨년스럽게 내리더니 지난주에는 전국에 때아닌 폭설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죽어라고 눈을 볼 수 없던 부산에도 5㎝가량 내렸으니 그야말로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겠죠.

꽃샘추위가 이제 아련한 옛 추억이 돼버린 완연한 봄. 봄 햇살에 연못가 버들개지도 눈을 뜨고 시골 들녘에는 한가롭게 나물 캐는 아낙들이 눈에 띕니다. 도심에는 봄처녀의 옷빛깔도 화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봄의 전령은 뭐니뭐니해도 꽃이지요. 사계절 어디건 꽃이 끊이질 않지만 한겨울 모진 혹한을 이겨낸 후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봄꽃이야말로 봄나물에 냉잇국처럼 상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우리땅 봄꽃의 개화시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동백 매화 산수유 개나리 벚꽃 배꽃 복사꽃 유채꽃 사과꽃 진달래 철쭉 순. 오래전엔 시차를 두고 순서대로 고개를 내밀었지만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인지 엘리뇨 탓인지 일부 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더군요. 6, 7년 전만 하더라도 섬진강변에는 청매실농원의 매화가 빛을 잃으면 구례 산동면 산수유가 꽃봉오리를 내밀었지만 지금은 거의 같은 시기에 피고 있더군요. 상춘객의 입장에서는 한 걸음에 매화와 산수유의 꽃잔치를 볼 수 있으니 이런 호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전국 각지의 봄꽃 기상도를 살펴봤습니다. 우리땅 발 닿는 곳 어느 구석에도 봄꽃이 없겠냐마는 이왕이면 지명도가 있는 전국 유명 봄꽃 여행지와 산행지로 떠나면 더욱더 호사를 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봄은 지금 이 순간도 남녘에서 살금살금 북상하고 있습니다. 봄바람은 처녀 겨드랑이를 타고 온다 했던가요. 봄 햇살은 제 새끼 챙기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라 했던가요. 이성주의 '봄'에서처럼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오고 있는 봄을 이번 주말 마중 나가보지 않으시렵니까.


남도의 봄은 섬진강에 먼저 온다

봄의 여신이 맨 처음 발을 디디는 곳은 섬진강변. 이곳에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각종 봄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해서 이번 주말부터 4월 초까지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를 잇는 19번 국도는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떠오른다.

                 청매실농원과 섬진강. 매실액과 매실장아찌가 익어가는 2500개의 항아리가 눈길
                 을 끈다. 

섬진강변에 봄을 제일 먼저 밝히는 전령은 매화.

매화 꽃잔치의 절정은 청매실농원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전남 광양시 다압면. 고로쇠 약수로 유명한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의 원래 이름은 섬진마을이지만 주민 대부분이 매실농사를 짓고 있어 매화마을로 불린다. 경상도 할매 홍쌍리(68)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곳은 섬진강변 매화의 원조. 6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난다. 혹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면 흩날리는 오편화 꽃잎에 꽃멀미가 날 정도다.

농원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 풍광은 장관이며 매실액이 익어가는 2500개의 장독대도 볼거리다. 문학동산에는 최근 입적한 법정 스님의 문구가 잠시 발걸음을 붙잡는다. 매화축제는 오는 21일까지. 하지만 25일까지 절정이 유지되며, 아쉽지만 4월 초까지도 매화를 볼 수 있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 경부선 열차 그리고 매화가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다.


 부산 근교에도 매화단지가 있다. 토종 청매실 단지로 유명한 양산 원동면 일대에서는 20, 21일 원동매화축제가 열린다. 주행사장은 영포마을 매실농장이지만 차로 7, 8분 거리인 원동역 주변에도 매향이 진동한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경부선 열차 그리고 꽃비가 휘날리는 매화를 한 화면에 잡으면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수백 년 된 토종 매화를 즐기려면 방문 시기를 좀 늦춰야 한다. 옛 선비들이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은은히 풍기던 매향을 쫓아 탐매(探梅)하던 토종 매화는 대개 산속 절집 외딴 곳에 숨어 있어 개량종보다 보름 정도 늦게 핀다. 시기는 이달 말에서 4월 초쯤. 선암사 선암매, 화엄사 흑매, 산청 단속사지 정당매와 덕산서원 산천재 남명매 등이 유명하다. 이 중 홍매인 선암매는 거구에 기품까지 갖춰 최고로 친다.

                    샛노랗게 물든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 일명 산수유마을.

산수유 꽃물결를 만끽하려면 지리산 만복대 기슭의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을 찾아야 한다. 지리산온천단지 위쪽이다. 혹 산꾼들은 만복대 산행 후 상위마을로 하산할 계획을 세울 수 있겠지만 이는 절대 불가. 이 길은 현재 영구 폐쇄된 상태다. 청매실농원에선 좌회전, 861번 지방도를 타보자.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19번 국도와 마주 보는 이 길은 매화꽃길로 소박한 시골아낙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매화꽃길 861 지방도.

상위마을을 포함한 산동면은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청정 계곡과 돌담 주변 등 마을 전체가 노란 파스텔톤의 옷을 입고 있어 전국의 사진동호인들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다. 축제는 절정을 맞는 오는 21일까지. 산수유꽃은 한 달 정도 지속돼 4월 초까지 볼 수 있다.

벚꽃 터널, 전국에 꽃비를 내리다
  

                   벚꽃이 만개한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를 잇는 19번 국도.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벚꽃길. 이 길을 걸으면 없던 사랑도 생겨 혼인에 이르게 된다 하여 일명 '혼인길'로 불린다.

섬진강변 매화가 생명을 다하면 19번 국도와 쌍계사 가는 길엔 벚꽃 터널이 만들어진다. 섬진강을 끼고 내달리는 19번 국도는 눈부시고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십오리길은 황홀하다. 오죽했으면 이 길이 청춘남녀들이 혼인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하여 '혼인길'로 불리게 됐을까.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4월 2~4일 열린다. 벚꽃은 매화나 산수유와 달리 4, 5일이면 꽃잎이 흩날려 시기를 특히 잘 맞춰야 한다.

벚꽃이 눈처럼 휘날리기 시작하면 19번 국도변 만지배밭에는 순백의 배꽃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4월 10일쯤이면 절정이다. 화려한 벚꽃과 달리 배꽃은 깨끗하고 차분해 시골처녀를 꼭 닮았다.

                  벚꽃이 지면 19번 국도변 만지배밭에 순백의 배꽃이 피어난다. 이 또한 볼거리다.

비슷한 시기 부산 인근에도 벚꽃 천지가 펼쳐진다. 진해에는 군항제(4월 1~11일)가 열리고, 밀양 삼랑진 양수발전소 상하부댐인 천태호와 안태호의 드라이브길에도 벚꽃 터널이 만들어진다. 삼랑진은 우리나라 딸기 시배지로, 비록 끝물이지만 딸기를 맛볼 수 있다. 경주 보문단지, 합천호반, 사천 선진리성, 그리고 티벳박물관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 대원사 입구 벚꽃 터널도 4월 첫째 주에 절정에 이른다.

진해 여좌천 벚꽃.
밀양 삼랑진읍 양수발전소 천태호와 안태호를 잇는 드라이브 벚꽃길.
사천 선진리성 벚꽃.

'춘마곡, 추갑사'란 옛말처럼 벚꽃이 아름다운 공주 마곡사와 부안 내소사, 해인사 홍류동계곡 벚꽃은 4월 중순에, 진안 마이산과 청풍호반 벚꽃은 전국에서 가장 늦은 4월 20일 전후로 만개한다.

유채꽃 복사꽃 사과꽃 하고초꽃 그리고 동백

창녕 남지읍 낙동경변 유채꽃 단지.
  
4월 중순으로 접어들면 유채꽃이 상춘객들을 유혹한다.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변 유채꽃밭이 대표적. 66만 ㎡의 전국 최대 규모로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봄바람에 가냘픈 몸이 흔들리는 샛노란 유채꽃을 보고 있으면 꽃멀미가 일 정도로 현란하다. 장관이다. 4월 17~25일 낙동강 유채축제가 열린다. 중부내륙(옛 구마)고속도로 남지IC에서 차로 5분 거리.

양산시 양산천 둔치에서도 4월 21~25일 유채꽃밭이 샛노란 빛으로 물든다. 상북면 고려제강에서 동면 호포대교까지 16㎞ 구간이다. 면적은 30만 ㎡. 경주 첨성대와 안압지, 황룡사터에서도 4월 15~30일 유채꽃이 만발한다. 야간 조명에 비친 첨성대와 안압지의 유채꽃은 몽환적이다.

팁 하나. 올해 삼천포-창선대교 인근 초양도와 늑도의 유채꽃은 기대하지 마시길.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단기간에 전국적 지명도를 높인 초양도·늑도 유채밭은 지주들의 사용료 요구로 사천시가 지난해 말 파종을 하지 않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거제도 고현 해변의 유채밭도 개발로 인해 아쉽게도 올해부터 볼 수 없다.

                             영덕 복사꽃. 한 폭의 그림이다.

좀처럼 보기 드문 진홍빛의 복사꽃 천지는 4월 5~15일 경북 영덕에서 만날 수 있다. 영덕읍에서 안동 방향 34번 국도 따라 들판과 산기슭에 무릉도원을 만든다. 그 길이만 무려 12㎞. 예부터 영덕에선 복사꽃이 필 무렵 대게가 가장 맛있다고 전해져 내려와 이 봄 영덕을 방문하면 복사꽃과 대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복사꽃이 지면 4월 25~30일쯤 같은 장소에서 연분홍 사과꽃이 핀다. 수십만 평의 면적에 복숭아나무와 사과나무가 엇비슷하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운문사 선암사와 함께 국내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영주 부석사 입구에서도 5월 초 사과꽃이 만개한다.

함양 하고초꽃 군락지. 

늦은 봄인 5월 말~6월 초 경남 함양 백전면 오천리 양천마을에서는 보랏빛 하고초꽃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지난 2001년 함양군의 '1마을 1약초' 운동의 일환으로 하고초꿀을 위해 마을 언덕배기 천수답 다랭이논에 심은 하고초꽃 군락이 보랏빛 수채화의 장관을 이루자 사진동호인들이 하나둘 몰리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선운사 대웅전 뒤 동백군락지. 동백은 필 때보다 송이째 부러진 모습이 더 아름답다. 

동백도 볼 수 있다. 필 때보다 처절하게 지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동백은 사실 1월부터 꽃봉오리를 틔우는 겨울꽃. 시들며 이지러져 인생무상의 서글픔마저 느끼게 한다. 여느 꽃과 달리 송이째 부러진 모습이 아름다워 예부터 선비의 꽃으로 불리는 동백은 거제도 지심도, 여수 오동도와 거문도, 강진 백련사에서 볼 수 있다. 특히 거문도의 등대 가는 길이나 보로봉~불탄봉 등산로에선 쪽빛 물결과 단아한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져 일품이다. 4월 초까지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북 고창 선운사 동백도 4월 초까지 피고 진다.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진달래와 철쭉
  
고봉준령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봄의 전령은 애이불비(哀而不悲)의 꽃 진달래. 겨우내 움츠렸던 잿빛 산야를 일순간 화사하게 변모시키는 진달래는 그래서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거제 대금산 진달래.
대구 달성군 비슬산 진달래. 산상화원이 따로 없다.
창녕군 화왕산 진달래.

거제도 대금산 진달래축제는 오는 27일 열리며, 이원수의 동시 '고향의 봄'의 배경인 창원 천주산과 비음산은 4월 10일 즈음 각각 만개할 예정. 비음산은 특히 진달래에 이어 철쭉도 만개한다. 여수 영취산 진달래는 4월 2~4일 온 산을 불태운다. 대구 비슬산 참꽃 축제는 4월 26일~5월 3일 비슬산 자연휴양림과 정상 아래 대견사지 일원에서 열린다. 1000m 고지대에 100만 ㎡나 되는 산사면에 펼쳐져 규모 면에서 국내 최고. 산상화원이 따로 없다.

산꾼들은 철쭉을 계절의 여왕 5월의 꽃으로 여긴다. 전국 철쭉산들의 개화 시기는 대체로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5월 초순)-합천 황매산, 덕유산, 지리산 바래봉(5월 초순~중순)-소백산, 지리산 세석평전(5월 하순)-태백산(6월 초순) 순이다.

보성 일림산 철쭉.


 합천 황매산 철쭉.


- '맛있는 홍콩' 식도락 여행


스페니쉬 레스토랑인 '미자스'(Mijas)의 먹물 스파게티.
 
향기 나는 항구, 홍콩(香港)은 그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입니다. 크게 보면 쇼핑과 백만 불짜리 야경, 그리고 음식으로 요약되지요.

홍콩에서 찾을 수 없는 브랜드는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다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로 홍콩은 쇼핑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지요. 면세지역이라 원래 가격이 저렴한 데다 파격세일까지 보태지면 '지름신'을 물리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백만 불짜리 야경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겠지요. 아직도 '영웅본색'의 홍콩식 느와르의 흔적이 살아있는 침사추이로 대표되는 주룽(九龍)반도와 안젤리나 졸리가 '툼 레이더'에서 뛰어내린 88층의 제2국제금융센터(Two IFC)가 우뚝 선 미래도시 느낌의 홍콩섬을 가르는 빅토리아 하버에 비치는 마천루의 화려한 불빛의 총아는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할 명소로 알려져 있지요. 이에 비하면 홍콩의 음식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요. 쇼핑과 홍콩야경의 아성이 너무나 높아 사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거지요. 기존 여행사 상품도 그랬고, 언론 보도 또한 모두 쇼핑과 홍콩야경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춰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홍콩은 음식 천국입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요리는 프랑스요리와 쌍벽을 이루는, 요리에 관한한 세계 최고입니다. 그 중에서도 홍콩이 속해 있는 광둥(廣東)지역 요리를 으뜸으로 치지요.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데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한 덕분이지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네발 달린 것 중에는 책상 빼고 다 먹고, 날아다니는 것 중에는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이 말은 바로 광둥요리를 두고 나온 말이지요. 그만큼 중국요리에서 광둥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지요. 수년 전 전 세계를 강타한 사스도 기실 광둥지역에서 줄머리 사향살쾡이를 요리하다 발생한 것이지요.   
 
여기에 1842년 난징조약을 맺은 뒤부터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1997년 중국에 반환될 때까지 155년의 긴 세월 동안 서구 문명 유입과 함께 다양한 서양의 요리가 대거 유입돼 그야말로 음식 천국이 된 것입니다. 일종의 전 세계 음식특구가 돼 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착한 음식 가격도 일조하고 있지요.

장이 서면 장돌뱅이가 모이는 법. 이렇다 보니 중국의 또 다른 유명 요리인 베이징 쓰촨(四川) 상하이요리가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레스토랑을 속속 열고 있어 이제 홍콩은 동서양의 요리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상하이보다 맛있는 소롱포를 만들고, 이탈리아보다 피자를 바삭하게 구워내고 인도보다 카레를 잘 끓이는 집들이 골목마다 있다는 것이지요. 덕분에 지난해말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지요.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 홍콩판이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출판됐지요.

최근에는 와인 관세 폐지로 홍콩이 와인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지요. 다양한 안주요리가 와인과 궁합이 잘 맞아서일까요. 와인 애호가들의 홍콩 방문도 늘고 있답니다. 홍콩의 압구정동이라 불리는 란콰이퐁에는 싼 가격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바도 생겼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습니다. 홍콩으로 맛기행을 떠나보시지 않겠습니까. 젓가락과 포크 그리고 와인잔을 들고서.


외국인 입맛 맞춘 중국요리의 천국
- 모든 중국요리는 이곳에 : 크리스탈 제이드가든

                   찰랑찰랑 고기 육즙이 들어 있어 톡 터뜨리는 순간 부드러운 만두피와 달콤한
                   육즙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상하이식 만두 샤오룽바오(소롱포).
돼지 족발을 속 재료로 쓴 딤섬.
돼지고기와 버섯 등을 속 재료로 넣은 춘권.
우리나라 간장떡볶이와 거의 흡사한 상하이식 떡볶이.
쓰촨식 마파두부.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딱 맞다.
해삼 새우 버섯과 청경채 등 각종 야채를 곁들인 해산물 볶음면.
땅콩 소스와 고추기름이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특징인 쓰촨식 면요리인 딴딴미엔(탄탄면).

용안과 파인애플이 들어간 디저트.

팥이 들어있는 디저트. 하나같이 맛있다.


주룽(九龍)반도의 최대 번화가인 침사추이 스타페리 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쇼핑몰 하버시티 3층에 위치해 있다. 동양 최대의 쇼핑몰인 이곳은 저가 브랜드에서 비싼 브랜드까지 골고루 입점해 있어 쇼핑을 위해 홍콩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크리스탈 제이드가든은 지난해 일반 대중식당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할 정도로 홍콩에서도 꽤나 유명한 중국요리 레스토랑. 빅토리아 하버 건너 홍콩섬에도 2곳이 더 있고 동남아 분점도 6곳이 있다. 서울에도 있단다.

광둥요리뿐 아니라 쓰촨(四川) 상하이 등 중국요리 대부분을 맛볼 수 있다. 가격도 착하고 실내 인테리어도 깔끔한 데다 중국 내륙음식 특유의 향신료를 완화해 외국인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예약은 받지 않으며 보통 3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찰랑찰랑 고기 육즙이 들어 있어 톡 터뜨리는 순간 부드러운 만두피와 달콤한 육즙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상하이식 만두 샤오룽바오(소롱포)는 입안에 행복을 안겨다 주고, 쓰촨식 면요리인 딴딴미엔(탄탄면)은 땅콩 소스와 고추기름이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돼지 족발을 속 재료로 쓴 딤섬과 역시 돼지고기와 버섯 등을 속 재료로 넣은 춘권, 새우만두를 튀겨 케첩과 비슷한 소스에 찍어 먹는 딤섬은 우리 입맛에 딱 맞다. 해삼 새우 버섯과 청경채 등 각종 야채를 곁들인 해산물 볶음면은 심심하면서도 깔끔하고, 상하이식 떡볶이는 우리나라 간장떡볶이와 거의 흡사하다. 가격은 각각 5000~7000원대로 그리 비싸지 않다.


홍콩의 '매운 맛' 찾아 전 세계 관광객 발길
- 매운 맛으로 홍콩 보내줄게 : 죽가장(竹家莊)

간장과 칠리를 곁들인 대형 게볶음.
으깬 마늘과 당면을 올린 대합조개찜은 전형적인 중국식 스팀요리다.
닭뼈와 생선 등을 넣고 국물을 낸 구운 오리다리 국수.
칠리와 간장을 곁들인 조개볶음. 아주 맵다.

간장에 데친 갑오징어.

돼지방광 데침. 이름과 달리 먹을 만하다.

 새우 게 대합 전복 등 해산물을 활용한 매운 맛의 진수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식당으로 홍콩 원주민 즉 보트피플이 먹던 요리에 가깝다고 한다. 홍콩 가이드북에 소개돼 있지 않지만 한국을 비롯 전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메뉴에 영어 한국어 일본어가 사진과 함께 적혀 있다.

이름처럼 대나무로 인테리어를 한 20년 전통의 이곳은 작지만 항상 손님이 넘쳐난다.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밤늦게 공항에 도착한 후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곧바로 이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재료의 대부분이 해산물인 이곳은 작은 메뉴일 경우 가격이 정해져 있지만 게 전복 요리 등 일부 품목은 해산물 가격이 매일 달라 시세로 받는다.

죽가장에선 '안 맵게'(광둥어로 시우랏), '중간쯤 맵게'(〃 쫑랏), '아주 맵게'(〃 따이랏) 등 세 가지로 나눠 주문한다. 맵게 해달라고 객기를 부렸다간 입에서 불이 나니 유의하길. 반찬으로 주문한 5000원대의 간장에 데친 갑오징어와 파 데침 그리고 돼지방광 데침은 먹을 만하지만 문제는 칠리와 간장을 곁들인 조개볶음. 조개는 그런대로 먹을 수 있지만 양념은 아주 맵다. 매운 맛 마니아들은 별도로 월남고추를 볶아달라고 해 밥을 비벼 먹는다고 한다. 칠리와 간장을 곁들인 매운 게볶음도 별미이다. 으깬 마늘과 당면을 올린 대합조개찜은 전형적인 중국식 스팀요리. 다만 한국인의 정서와 완전히 다른 향차이(고수)는 빼고 먹을 것을 권한다. 멋모르고 먹었다간 몸서리치기 십상이다. 입가심으로 닭뼈와 생선 등을 넣고 국물을 낸 구운 오리다리 국수와 보트피플식 죽도 권한다. 침사추이 인근 조던로드 템플스트리트에 위치해 있다.


■ 이국 속의 이국…낭만과 분위기는 서비스
- 홍콩의 작은 유럽, 스탠리의 레스토랑들

홍콩의 작은 유럽 스탠리.

 주룽반도와 홍콩섬의 번잡함에 지쳤다면 홍콩섬 남부로 향해보자. 한적한 유럽의 작은 항구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색다른 홍콩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홍콩의 작은 유럽으로 불리는 스탠리. 과거 영국의 식민통치시대 홍콩의 임시 수도였던 이곳은 홍콩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부촌. 시내에서 높다란 이층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만난다. 해변을 끼고 좁은 이차로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이 길은 가파른 절벽과 탁 트인 바다, 동양 최대 규모의 해양공원을 오가는 곤돌라, 성룡의 대저택 등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고급 빌라들이 산속에 속속 박혀 있어 환상의 로맨틱 드라이브 코스를 제공한다.

홍콩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모정'(慕情)의 배경인 된 리펄스베이.
리펄스베이 바로 옆에는 도교 사원인 틴하우사원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풍광. 

도중 만나는 리펄스 베이는 빠뜨리지 말자. 원래 천세만이라 불렸지만 마카오를 점령한 영국군이 홍콩섬의 해적 본거지인 이곳을 점령할 당시의 군함 이름이 리펄스호여서 이후 이곳이 리펄스 베이로 명명됐다 한다. 이곳은 또 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홍콩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모정'(慕情)과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 촬영지이자 영화배우 최은희 신상옥 부부가 납치된 곳으로 유명하다.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해 아주 작지만 한적하고 깨끗해 휴양이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해변이다. 바로 옆에는 도교 사원인 틴하우사원이 있다.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재신상과 웃음을 준다는 다한불 등 각종 상(像)들이 있으니 꼭 만져보자.

스탠리에는 해안을 따라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고, 건너편의 옛 수용소 건물을 개조한 머레이하우스에도 베트남,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이 위치해 있어 어디서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한다.

왕새우 오징어 조개를 곁들인 카레향이 나는 볶음밥.

스페니쉬 레스토랑인 '미자스'(Mijas)는 해산물을 위주로 10가지 정도를 샐러드바처럼 세팅해 놓고 메인요리를 주문한다. 샐러드바엔 엔초비를 곁들인 샐러드와 담백한 생선구이, 콩소스를 뿌린 돼지꼬지요리 등이, 메인요리에는 왕새우 오징어 조개를 곁들인 카레향이 나는 볶음밥과 국내에선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검은빛의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가 인상적이다.

볶은 양파 위에 올려진 야채의 맛과 향이 좀 멜랑꼴리 거시기해 좀 그랬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와일드 파이어'(Wild Fire)는 본고장의 맛 그대로를 맛볼 수 있다. 피자는 도우가 약간 얇으며 약간 짭조름하고, 새우 조갯살 등이 들어 있는 스파게티는 아주 담백하다. 해변에 줄지은 노천 레스토랑의 경우 파란 벽과 흰색의 창문이 인상적인 입구의 보트하우스가 유명하다. 가격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만~3만 원대로 한국과 비슷하다.


관세 철폐…국내 절반 가격으로 와인 쇼핑
- 전 세계 와인을 맛보다 : 와인 테이스팅바

와인바 'tastings' 

 
홍콩은 지난 2008년부터 와인에 대한 관세를 폐지, 신(新) 와인 천국으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 와인 마니아들의 와인 쇼핑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왓슨' 등 홍콩의 대형 와인매장에선 한국보다 30~50%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저렴한 와인 가격에 힘입어 최근들어 홍콩에는 독특한 콘셉트의 와인바가 등장했다. 홍콩섬 금융센터의 중심지 센트럴 뒷골목인 란콰이퐁의 와인바 'tastings'가 바로 그것으로, 기호에 맞는 여러 와인을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분량만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란콰이퐁은 바와 클럽이 몰려 있어 주말이면 외국인들로 넘쳐나 홍콩의 압구정 또는 홍대 앞으로 불린다. 이른바 와인 애호가들의 '성지순례' 명소이다. 흥청망청하지만 치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중경삼림'의 양조위처럼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많기 때문이다.

와인바 'tastings'에 들어서면 선불카드를 구입, 벽면에 설치된 40개의 와인 중 마시고 싶은 것을 골라 카드를 넣고 자판기처럼 그냥 누르기만 하면 된다. 버튼은 세 가지. 'taste'(25㎖) 'half'(75㎖) 'full'(150㎖). 업소 측은 "200여 종류의 와인 중 인기가 높거나 새로 입고된 와인 몇 종류를 계속 바꿔가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1회 테이스팅 비용은 적게는 3000원대부터 2만~3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월~토요일 오후 5시~오전 2시 영업하며, 일요일은 쉰다.


■ 지상 최대의 디너쇼…낮보다 황홀한 홍콩의 밤거리
- 백만 불짜리 홍콩 야경을 호텔 뷔페에서

홍콩의 야경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의 야경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다. 남녀 간이라면 없던 사랑도 생길 정도다. 지구 상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매일 오후 8시부터 18분간 주룽반도 침사추이와 홍콩섬의 마천루 빌딩군에서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불빛과 서치라이트 빔의 황홀한 조화가 로맨틱한 음악을 배경으로 빅토리아 하버를 물들인다. 그 유명한 '심포니 오브 라이트'다.

침사추이 해변산책로인 연인의 거리나 스타의 거리에서 봐도 되고, 빅토리아 하버를 오가는 스타페리에서 감상해도 된다. 아니면 홍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홍콩섬의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면 더욱더 감동적이다. 빅토리아 피크는 야경도 야경이지만 피크까지 45도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전차인 피크트램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내에서 보는 홍콩야경은 없을까. 빅토리아 하버 인근 수십 개의 호텔 중 침사추이 해변산책로와 인접한 인터콘티넨탈 그랜드 스텐포드호텔 뷔페의 통유리를 통해 볼 수 있다. 이곳의 시푸드 뷔페는 홍콩에서 손가락에 꼽을 만큼 푸짐하고 싱싱하다.

가장 이상적인 홍콩 야경 섭렵 방법은 호텔 시푸드 뷔페 식사, 연인의 거리서 '심포니 오브 라이트' 감상, 스타페리를 이용한 야경 감상, 빅토리아 피크에서 홍콩 야경 관망 순으로 움직이면 된다.

빅토리아 하버 인근 수십 개의 호텔 중 침사추이 해변산책로와 인접한 인터콘티넨탈 그랜드 스텐포드호텔 뷔페에서 홍콩의 야경이 잘 보여 이곳의 시푸드 뷔페는 아주 유명하다. 음식도 푸짐하고 괜찮은 편이다.


-나사투어 '홍콩 와인&맛 기행' 상품

부산 나사투어는 '홍콩 와인&맛기행'이라는 제목으로 3박 4일짜리 홍콩 여행상품을 올 1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상품가격은 1~2월 성수기 땐 95만 원대부터 가능하며, 3월부턴 80만 원대로 낮아진다. 인원이 많으면 상품가격은 내려갈 수 있다. 항공편은 캐세이퍼시픽 자회사인 드래곤항공을 이용한다. 매주 월 목 금 일요일 오후 7시35분 출발, 홍콩에선 같은 요일 오후 2시25분 이륙한다. 시차는 홍콩이 1시간 빠르다. 드래곤항공은 특히 기내식이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비빔밥은 물론이고 후식으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까지 나온다. 문의 (051)442-6333, 803-8941~2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경남 고성 노벨CC

최칠관 고려노벨화약 회장이 직접 관여
27홀서 거의 바다 보여…5월 정식 개장
불필요한 벙커 줄이고 그린 까다롭게 조성
가야 4·7번, 충무 4·7번 비교적 어려워
 

고성 노벨CC에서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파3, 핸디캡 3의 공룡 4번홀 그린. 발아래 당항포관광지와 호수처럼 잔잔한 당항만, 그리고 거류산 구절산이 한눈에 펼쳐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공룡나라' 경남 고성에도 골프장이 하나 생겼다. 노벨CC가 그것이다. 현재 주말골퍼들을 대상으로 시범 라운드를 하고 있으며 오는 5월 1일 정식 개장한다.

모기업은 한국화약과 함께 다이너마이트로 대표되는 폭약류를 생산하는 (주)고려노벨화약. 뜬금없이 모기업을 언급하는 이유는 오너 최칠관(72) 회장이 바로 지난 1980년대 초반까지 부산 아마추어 골프계를 호령했던 최강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중반 2년간 부산골프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최 회장은 아마추어 골퍼라면 한 번쯤 꿈꾸어볼 만한 클럽 챔피언에 무려 8회(부산CC 6회, 동래CC 1회, 경주CC 1회)나 올랐고 동래CC 주최 삼성 아스트라배 아마골프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987년에는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골프 종목 부산 대표로 출전해 5위에 올랐으며,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5회나 기록했다.

그의 골프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1980년 남서울CC에서 열린 프로 선수와 그해 아마 챔피언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당대의 내로라하는 프로 선수들을 꺾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것.

노벨CC는 지금도 젊은이 못지않게 호쾌한 드라이브 샷을 날리는 클럽 챔피언 출신의 한 노장 골퍼가 40년 골프 인생을 갈무리하며 고향인 고성에 건설한 보은의 골프장인 셈이다.

최 회장은 "클럽 챔피언 출신이 골프장을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하느냐는 주위의 따가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기획설계 때부터 거의 모든 일을 뒤로 한 채 골프장 조성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 회장은 국내 골프장 경영의 최고 귀재라는 김헌수(58) 씨를 대표이사로 스카우트했다. 업계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하는 김 대표는 국내 골프장 사관학교로 불리는 안양베네스트GC를 시작으로 동래CC, 경기CC, 서원밸리, 중국 제너시스골프장, 순천 파인힐스CC 등에서 27년간 한 우물을 파며 한국골프문화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순천 파인힐스CC에선 재직 7년 동안 호남권 최초로 억대 회원권 시대를 열어 명문 골프장의 반석에 올려 놓았다. 대부분의 영·호남권 골프장이 신설 노벨CC를 주시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첫인상은 만만, 라운드 후 만만치 않은 골프장"
  
현재 부산상의 부회장인 최 회장은 골프장을 만들기 전 오랜 기간 국내외를 다니며 라운드했던 지명도 높은 명문 골프장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 그 원칙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첫인상은 만만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라운드를 해보면 그리 녹록치 않은 골프장'. 웃으면서 티샷을 시작하지만 18홀을 다 돌고 나면 평소 자신의 스코어보다 2~3타 정도 많이 나오게끔 난이도를 조정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의 높낮이가 9도, 페어웨이와 그린의 높낮이는 6도 이하로 맞추었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가급적 모두 보이도록 블라인드홀을 만들지 않았다. 또 3개 코스(27홀)를 어떤 식으로 조합하더라도 국제경기가 가능하게끔 모두 7200야드(6584m)를 넘기도록 했다.

시각적으로 골퍼들을 주눅들게 하기 위한 벙커는 임의로 많이 만들기보다는 세컨샷·서드샷 공략을 위해 꼭 필요한 지점과 그린 좌우에 예외 없이 각각 조성했다.

라운드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그린은 까다롭게 조성했다. 2단은 기본이고 3단 그린까지 보이며, 일부는 종이를 구겨서 편 것처럼 한눈에 봐도 현란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미세한 라인까지 곁들여지면 3펏은 물론 4펏도 각오해야 한다.

그린에서 페어웨이 쪽 30~50m 정도는 특이하게 양잔디(켄터키블루그래스)를 심어 놓았다. 주말골퍼들에게 일종의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에선 보다 정교한 어프로치 샷을 요구하기 위해 양잔디를 짧게 깎아 놓았다. 그린 잔디는 미 PGA 대회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양잔디인 LS44를 심었다. LS44는 잎이 가늘고 부드러워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이 사용하는 벤트그라스보다 스피드가 훨씬 빠르다. 또 한 가지. 그늘집의 식·음료가 타 골프장보다 30% 저렴하다. 주말골퍼의 눈높이에서 봤기 때문이다.

모든 홀에서 바다 조망되는 시사이드 골프장
   
고성군 회화면 봉도리에 위치한 노벨CC는 3년마다 열리는 고성공룡세계엑스포 주 행사장인 당항포관광지 바로 옆에 있다.

골프장 주변을 잠시 설명하자. 골프장에서 남쪽으로 불과 300m 지점에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인 당항만이 펼쳐져 있다. 해서, 골프장의 거의 모든 홀의 티잉 그라운드나 페어웨이 또는 그린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일명 시사이드 골프장이다. 바다 즉 당항만 건너 왼쪽에는 동해면 철마산과 구절산이, 오른쪽엔 고성의 진산 거류산이 병풍처럼 솟아 외해의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코스 전체가 남향이라 일조량이 많아 겨울 평균 기온이 5도 이상인 데다 산지로 둘러쌓인 일명 '소쿠리' 지형으로 바람과 안개가 거의 없다. 반면 여름엔 평균 기온이 29도로 쾌적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회원제 27홀인 노벨CC는 가야(3266m), 충무(3326m), 공룡(3335m) 코스로 구성돼 있다. 난이도는 가장 길고 공략이 어려운 공룡, 충무, 가야 코스 순. 고성이 오랜전 소가야의 기상이 깃던 땅이라 '가야', 임진왜란 때 눈앞에 보이는 당항만에서 왜선 57척을 물리친 당항포대첩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시호를 따 '충무', 고성 땅이 중생대 백악기 공룡의 천국인 점을 감안해 '공룡'으로 각각 명명됐다.

노벨CC의 대표 코스인 충무·공룡 코스는 7293야드(6661m). 이는 영남권에서 전장이 가장 길다는 통도파인이스트CC 남코스(7365야드·6735m)보다 짧지만 그래도 제법 긴 편에 속한다는 해운대CC(7284야드·6629m), 보라CC(7207야드·6590m), 합천 아델스코트CC(7165야드·6581m)보다는 길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골프장은 현재 충무·가야 코스만 라운드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공사를 한 공룡 코스는 개장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노벨CC는 전체적으로 파3, 파4홀은 비교적 길지만 파5홀은 평범해, 파5홀에서 스코어를 줄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까다로운 홀은 가야 4, 7번홀과 충무 4, 7번홀.

공룡발자국 모양을 한 벙커가 인상적인 파5 가야 4번홀. 시범라운드 초창기라 아직 골프장의 상태가 100%는 아니다.

 우선 파5, 핸디캡1 우 도그레그형인 오르막 가야 4번홀. 챔피언티 532m, 레귤러티 499m. 27홀 중 가장 심한 도그레그홀이지만 그린의 절반이 보인다. 정면 벙커(레귤러티 기준 180~190m)를 넘기든지 아니면 벙커와 우측 억새밭 사이로 티샷을 날리는 것이 정석이다. 티샷 거리에 자신이 없으면 너른 좌측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티삿을 날려도 되지만 이 경우 거리를 손해본다. 티샷은 슬라이스가 잘 난다. 우 도그레그홀은 통상 슬라이스가 나도 우측에 제법 공간을 남겨두지만 이곳은 거의 억새밭으로 조성해놨다. 세컨샷 공략 지점엔 공룡발자국을 빼닮은 제법 큰 벙커가, 그린 좌측 앞에도 역시 벙커가 있어 서드샷도 부담스럽다.

정면 구절산이 우뚝 서 있는 파4 가야 7번홀.
위 사진 티잉그라운드 왼쪽 앞쪽에 있는 바위 위엔 공룡발자국 화석이 선명하게 보인다.

티잉그라운드 위엔 초식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 모형이 보인다.

고성 노벨CC에서 만든 홍보용 볼에도 공룡이 찍혀 있다.



정면으로 구절산이 우뚝 서 있는 파4, 핸디캡 2의 가야 7번홀. 약간 내리막에 우측으로 카트길이 있는 데다 페어웨이의 폭이 좁아 OB 발생 확률이 높아 티샷에 유의해야 한다. 티잉 그라운드 왼쪽의 바위절벽인 퇴적암층엔 공룡발자국 화석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곳은 또 골프장에서 고지대여서 당항만과 구절산과 거류산 그리고 충무·공룡 코스가 모두 조망된다.

페어웨이의 업다운이 심한 충무 4번홀.

페어웨이의 업다운이 심한 파4, 핸디캡 1의 충무 4번홀은 챔피언티 412m, 레귤러티 397m의 오르막홀이어서 거리가 우선 부담스럽다. 우측 카트길 OB를 유의해야 하고, 2단 그린도 신경 써야 한다.

아일랜드홀인 충무 7번홀.

파3, 핸디캡 6 충무 7번홀은 아일랜드홀. 챔피언티 196m, 레귤터티 174m. 거리도 길고, 그린의 굴곡이 심해 온그린시켜도 2펏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그린 뒤엔 벙커도 있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풍광이 아름다운 공룡 4번홀에서 본 발아래 당항포관광지와 호수처럼 잔잔한 당항만 뒤로 고성의 진산 거류산이 보인다.

파3, 핸디캡 3의 공룡 4번홀은 풍광이 아름답다. 챔피언티 173m, 레귤러티 154m. 이 홀의 그린에 서면 발아래 당항포관광지와 호수처럼 잔잔한 당항만과 거류산 구절산이 한눈에 펼쳐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가야 2번홀.
가야 5번홀.
가야 6번홀.
가야 1번홀.

그린이 어려운 홀도 있다. 가야 2, 5, 6번홀이 대표적. 특히 가야 5번홀은 그린 우측 에지 지점에서 타고 흐르도록 공략해야 된다. 가야 1, 6번홀은 일명 혓바닥 그린이어서 약간만 짧으면 대책 없이 그린 밖으로 흘러내려 세컨샷을 약간 길게 쳐야 한다.

김 대표이사는 "당항만이 내려다보이는 골프텔도 현재 2동(165㎡·50평)을 완공했으며, 앞으로 10동이 더 지어지면 한 번에 200명을 수용할 수 있게 돼 골프와 휴양을 겸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55)670-8000

가야 9번홀.
충무 2번홀.
충무 3번홀.
충무 4번홀.
충무 5번홀.
충무 6번홀.
충무 8번홀.
충무 9번홀.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제주 제피로스GC

육지서 '가끔 싱글'은 여기선 90대 초반
제주 골프장 중 바람·눈·안개 아주 적은 편
전장 6483m, 에이원이나 동부산CC와 비슷
그린, 착시에 S자 라인 제법 있어 까다로워
마운틴, 씨 5·9번 특히 신경 써 쳐야 될 홀

파4, 마운틴 8번홀. 맨 우측 구름에 약간 가려진 신령스러운 봉우리가 한라산이다. 사실 라운드한 날은 한라산이 보이지 않았다. 해서, 골프장 측에 요청해 한라산이 보이는 사진을 한 장 받았다.
   
지난 2006년 9월 개장과 동시에 KPGA 대회를 성황리에 치른 제주 제피로스GC는 '3견(見) 3소(少) 3호(好)'로 요약된다.

우선 '3견(見)'. 모든 홀에서 한라산과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령스러운 한라산과 푸른 바다를 향해 경쾌한 티샷을 날리는 기분은 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이런 점에서 제피로스의 터는 축복받은 땅인 셈이다. 제주의 골프장이라고 해서 모두 한라산과 바다가 보이는 건 아니다.

전 홀의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의 깃발이 보인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행기 활주로처럼 쭉 뻗은 밋밋한 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측으로 휜 도그레그홀이 있지만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사이에 해저드를 조성, 그린의 깃발을 보이도록 한 건 골퍼들을 위한 세심한 설계 덕분이다.

'3소(少)'는 눈·바람·안개가 적은 것을 의미한다. '제피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온화한 바람을 의미하는 서풍의 신. 물론 한반도에서 서풍은 대륙에서 불어오는 센 바람인 북서풍이지만 신화의 배경인 유럽에선 온화한 훈풍이 편서풍인 점을 감안하면 오해가 없을 듯하다.   
 
제주도는 서부지역이 동부보다 바람이 2배 정도 세 한라산의 북동쪽 조천읍에 위치한 제피로스는 지형적으로 바람이 적은 편이다. 혹 바람이 불더라도 한라산이 1차로 막아주고 골프장 주변의 바늘오름, 지그리오름, 민오름 등이 한라산 쪽에서 넘어오는 바람의 방패막이가 되어준다. 눈과 안개 또한 다른 골프장에 비해 유독 적어 천혜의 기후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3호(好)'는 공항에서 차로 20분밖에 걸리지 않아 접근성이 뛰어나고, 골프장 주변의 숲이 수령 50년이 넘는 천연림인 데다 카트에 휴대전화 충전기까지 갖추는 등 골퍼들에 대한 세심한 서비스가 좋아 생긴 말이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배수가 특히 잘된다는 것. 워낙 물이 잘 빠지다 보니 비만 그치면 곧바로 라운드가 가능하다. 해발 250~300m 지점에 위치해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춥지 않다. 저지대에 있으면 여름에 너무 덥고, 고지대에 있으면 겨울에 눈이 거의 녹지 않아 라운드가 불가능하다.

마운틴 코스, 한라산 브레이크 특히 심해

제주도는 골퍼들의 천국이다. 30여 개의 골프장들이 도민들에게 그린피까지 할인해주기 때문에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도민들은 골프장 허가가 나면 입지에서 부터 기초공사, 조성에 이어 시범라운드할 때까지 꼼꼼하게 직접 살핀 후 회원권을 사든지 향후 라운드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연유로 골프장의 구석구석까지 꿰뚫고 있는 제주 도민 회원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좋은 골프장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제피로스는 제주 골프장 중 제주 도민 회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빅3 중의 하나로 꼽힌다.

회원제 18홀의 제피로스GC는 한라산이 훤히 보이는 마운틴 코스와 바다가 훤히 보이는 씨 코스로 구성돼 있다. 2개의 코스는 마치 완전히 다른 골프장에서 플레이하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전장은 6483m(7090야드). 부산 골퍼들이 주로 찾는 에이원(6424m)이나 동부산CC(6472m)보다 약간 길다. 길고 오르막 코스가 제법 있어 난이도가 있는 마운틴 코스는 장타자들이 선호하고 비교적 덜 까다로운 씨 코스는 여성이나 노장 골퍼들이 좋아한다.

페어웨이는 업다운이 약간 심하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총 8개의 해저드는 티샷이나 세컨샷할 때 심리적 위압감으로 다가온다.

그린은 아주 까다롭다. 한라산은 산꾼들에게 로망이지만 골퍼들에겐 적. 착시 현상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제피로스의 경우 소위 말하는 한라산 브레이크가 아주 심하다. 경사도의 심하고 덜함이 아니라 아예 반대로 보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골퍼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S자 라인도 제법 있다.

그럼 스코어는 어느 정도 나올까.

이명헌 회원은 "육지에서 '가끔 싱글'은 여기선 90대 초반으로 보면 된다"며 "이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식 대표는 "평균 자기 스코어보다 싱글핸디캐퍼는 3~4개, 보기플레이급 주말골퍼는 7~8타 정도 더 나온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4월 열린 KLPGA 대회에서 1, 2위를 차지한 유소연 최혜용 프로만 언더파를 적어냈을 뿐 4명은 이븐파,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오버파를 기록했을 정도로 스코어엔 인색하다. 해서 골프장 측은 주말골퍼들을 배려해 로컬룰로 OB구역을 최대한 줄여 해저드로 처리한다.

■파4, 파3 파5보다 특히 까다로워   
  
제피로스GC 관계자들이 귀띔해주는 까다로운 홀은 마운틴 및 씨 코스 모두 5, 9번홀.

파4 핸디캡2의 마운틴 5번홀. 길어 2온이 어렵다.

파4 핸디캡 2의 마운틴 5번홀은 우선 길어 2온이 어렵다. 챔피언티 402m, 블루티 381m. 벙커도 좌우 블루티 기준 230, 180m 지점에 각각 포진해 있어 티샷에 신중해야 한다. 장타자는 우측 벙커를 넘기고, 단타자는 좌측 벙커 쪽을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린은 양 사이드로 경사져 있는 데다 2단이어서 부담스럽다.

그린 앞에 해저드가 있어 주말골퍼들은 3온을 목표로 공략한다는 파4 마운틴 9번홀. 오전 11시30분까지 눈이 왔지만 이후 햇빛이 나자 바로 녹았지만 일부엔 아직 눈이 남아 있다.

파4 핸디캡 12의 마운틴 9번홀은 긴 데다 그린 앞에 해저드가 있어 흔히 끊어치는 홀이다. 챔피언티 406m, 블루티 375m. 장타자는 2온을 노리기도 하지만 주말골퍼들은 3온을 목표로 공략하는 것이 현명하다. 페어웨이 왼쪽에 OB가 있고, 우측에 블루티 기준 220m 지점에 벙커가 있어 티샷도 부담스럽다. 2단 그린은 착시가 심해 퍼팅이 어려워 파를 하면 선방한 것으로 보면 된다.

페어웨이가 18홀 중 가장 좁아 상대적으로 길어 보이는 파4 씨 5번홀. 

파4 핸디캡 3인 씨 5번홀은 전체 홀 중 유일하게 약간 블라인드성 홀. 챔피언티 383m, 블루티 356m로 그리 길지 않지만 전체 홀 중 페어웨이가 가장 좁아 상대적으로 길어 보인다. 페어웨이 좌측에 벙커가 있어 우측을 보고 티샷을 날려야 한다. 그린은 뒤쪽이 내리막이라 세컨샷은 약간 짧게 쳐야 한다.

길고 오르막에 앞바람까지 심해 2온이 무진장 어려운 파4 씨 9번홀.

파4 핸디캡 11의 씨 9번홀은 길고 오르막에 앞바람까지 심해 2온이 힘들다. IP 주변에 벙커가 없어 티샷은 부담없지만 그린 좌측의 해저드와 벙커가 세컨샷을 머뭇거리게 한다. 포대그린에 3단 그린이어서 퍼팅 또한 아주 까다롭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그린 착시 현상이 가장 심한 파4 마운틴 3번홀.

 그린 착시 현상이 가장 심한 홀은 파4, 마운틴 3번홀. 그린 우측 해저드 쪽이 내리막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해저드 쪽에 한라산이 있어 오르막이다. 또 레귤러티 기준 180m 지점의 페어웨이에 우측으로 급경사가 있고, 190m부터 내리막 경사여서 세컨샷의 스탠스 잡기가 어려워 장타자는 우드로 티샷을 한다. 그린 착시 현상은 한라산이 보이는 마운틴 코스가 더 심해 1, 2, 9번홀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의해야 한다.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이 심한 파4 마운틴 1번홀.
파3 마운틴 2번. 역시 그린의 착시 현상이 심한 홀이다.
벙커가 그린을 에워싸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파3 마운틴 6번홀.

파3, 마운틴 6번홀은 벙커가 그린을 에워싸고 있어 티샷한 볼이 굴러 어부지리로 온그린 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홀. 챔피언티 171m, 블루티 153m. 따라서 클럽 선택에 유의해 반드시 높이 띄워 그린에 안착시켜야 한다. 거리가 안 맞으면 모두 벙커에 빠진다고 보면 된다. 대신 이 홀은 로컬룰로 클럽 헤드를 벙커에 대도 벌타가 없다. 모래가 딱딱해 어프로치샷으로 쉽게 탈출이 가능하다. 파4, 마운틴 8번홀은 세컨 공략 때 오르막인 점과 그린의 한라산 브레이크를 고려해 두 클럽 정도 길게 쳐야 한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제피로스GC의 시그니처홀인 파5, 핸디캡1의 씨 6번홀.


파5 핸디캡 1, 부메랑 형상의 우 도그레그홀인 씨 6번홀은 제피로스를 대표하는 시그니처홀. 정면으로 바다와 국내 최대 규모인 13만 t의 워터해저드, 그리고 해저드를 따라 길게 형성된 비치벙커는 골프장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린 앞 50m 지점엔 비치벙커가 사라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저드 부분이 틔어나와 있어 이에 유의해야 한다.

블루티 기준 170m의 해저드를 넘겨야 하는 파4 씨 7번홀.

블루티 기준 170m의 해저드를 넘겨야 하는 파4 씨 7번홀은 짧지만 좌우 OB가 있는 데다 그린이 3단 70m 정도로 길어 핀 위치에 따라 세컨샷의 클럽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파4 마운틴 4번홀.
마운틴 7번홀.
파4 마운틴 8번홀.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씨 1번홀.
파4 씨 2번홀.
씨 3번홀.
씨 8번홀.



 

제주 봄의 정취는 유채꽃에서 절정에 이른다. 수중 화산 폭발로 생겨난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조성된 샛노란 유채밭에서 두 명의 아가씨가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제주 봄 마중 다녀와서

 꽃을 찾으러 제주에 갔습니다. 아니, 제주로 봄을 마중나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났건만 아무리 목 빠지게 기다려도 우리네 고국산천의 봄 소식은 아직 요원했기 때문입니다. 올겨울은 무척 추웠습니다. 눈도 많이 왔지요. 지구온난화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봄은 예년에 비해 열흘 내지 보름 정도 늦다고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생화를 찍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도 지금쯤이면 부산 기장의 양지바른 산기슭에 복수초나 노루귀 바람꽃 등이 고개를 내밀 법도 한데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그래서 배낭을 챙겨 떠났습니다.
제주에는 겨울과 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동장군의 기세는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봄을 완강히 거부하며 방어하고 있었습니다. 고산 지역에는 수시로 눈발이 날려 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일부 도로는 스노체인이 없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산 아래 마을 구멍 숭숭 뚫린 돌담 밑과 고샅길, 그리고 바닷가의 양지바른 언덕과 밭둑 구석구석에는 봄기운이 겨울을 밀어내며 움트고 있었습니다.

육지에선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찬바람이 휘몰아치며 봄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즈음 남녘의 땅 제주에선 그렇게 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봄의 전령은 뭐니 뭐니 해도 꽃이지요. 수선화 매화 유채꽃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동백은 서서히 지고 있더군요.
   
제주로 유배온 추사 김정희가 어여삐 여겼다는 수선화는 도시의 화원이나 여염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관상용이 아니라 애초부터 우리 땅에서 스스로 나고 자란 야생 수선화랍니다. 소박하면서도 꽃향기가 아주 진해 매년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요. 옛 선비들이 봄이면 말을 타고 탐매(探梅)에 나섰다는 매화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습니다. 특히 흰 눈을 이고 있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활짝 핀 매화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선 매화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주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유채꽃은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산방산 주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봄 햇살 아래 가느다란 몸을 흔들어대며 뿜어내는 고혹한 향기와 자태는 매혹적이었습니다. 아니, 아찔했습니다. 목책 사이로 유채 꽃잎을 물고 낮잠을 청하는 조랑말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봄의 정취를 느낍니다.

이참에 제주로 한번 떠나보지 않으시렵니까. 개학을 앞둔 자녀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지요. 자고로 비수기 때 찾아야 대접받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산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산방산을 배경으로 한 유채밭.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유채밭.
섭지코지에서 성상일출봉과 그 우측 뒤 우도를 배경으로 한 유채밭.
구멍 숭숭 뚫린 검은빛의 현무암 돌담 아래 이쁘게 핀 야생 수선화.
산방산 인근 하멜기념비에서 본 야생 수선화와 송악산. 배는 하멜이 타고 온 상선을 재현한 것이다.
 송악산 가는 길에서 본 야생 수선화경.

산방굴사 가는 도중 만난 흰 동백.

동백 뒤 산은 송악산.


산방산 일대에서 봄볕을 쬐고 있는 조랑말.
산방산 일대의 유채밭.
산방산을 배경으로 위치한 하멜기념비. 주변엔 야생 수선화가 만개해 있다.


순백의 한라산과 매화의 조화, 휴애리농원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매화가 만발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능수매화.
한라산이 잘 보이는 지점에 제주 전통초가를 짖고, 안엔 통유리를 만들었다. 아뿔사, 구름이 한라산을 가렸다.

백매.

홍매.


 제주 남쪽 땅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의 해발 250m 지점에 위치한 자연생활공원 '휴애리'는 제주의 '청매실농원'으로 불린다. 경상도 할매 홍쌍리 씨가 운영하는 광양의 청매실농원과 여러모로 닮았기 때문이다.

매년 3월 중순이면 육지의 상춘객이 쇄도하는 청매실농원은 발아래 아름다운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반면 '휴애리'에는 만개한 매화 뒤로 흰 눈을 인 한라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풍경만으론 설중매(雪中梅)다. 눈 덮인 히말라야 고봉을 배경으로 발아래 야생화가 만발한 모습과 감흥 면에선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한라산과 매화의 조화가 일품인 '휴애리'는 한라산이 잘 보이는 또 다른 지점에 제주 전통초가를 짖고, 안에는 통유리를 만들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한라산을 감상하라는 배려다.

지난달 10일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1만2000여 그루의 매화는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관광객들은 달콤한 향기가 유혹하는 매화 사이로 열린 산책로를 따라 유유자적 걸으며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 바퀴 도는 데 50분 정도. 행여 남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면 흩날리는 오편화 꽃잎에 '꽃멀미'가 일 정도다. 휴애리 양지선 대표는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게 핀 매화는 이달 말이면 절정을 맞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07년 문을 열어 아직 제주사람들도 다 알지 못하는 '휴애리'에는 예전 민초들의 삶을 소재로 한 사진과 그림도 전시돼 있다. 특별히 '휴애리'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토끼 흑돼지 조랑말 염소 송아지 다람쥐 꿩 타조 토종닭 거위 오리 등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만져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미끄럼틀을 타는 흑돼지쇼다. TV에도 소개된 이 흑돼지쇼는 생후 150일 안팎의 20여 마리의 똑똑한(?) 흑돼지가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계단을 올라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오전 10시~오후 5시 매 정시에 시작한다. (064)732-2114

흑돼지 미끄럼틀쇼.

쇼를 마친 흑돼지들이 팬들로부터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휴애리 공원의 소라구이. 별미다.

여긴 우리에 들어가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추사 선생이 어여삐 여긴 야생 수선화   

제주에서 자생하는 수선화는 한때 천덕꾸러기였다. 제주도 방언으로 수선화는 '말마농'. 말 그대로 '말이 먹는 마늘'이지만 속뜻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마늘'이라는 의미.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야생 수선화는 번식력이 강해 한 번 밭에 뿌리를 내리면 다른 농작물의 생장을 가로막을 정도로 무성하게 퍼졌다. 당연히 농민들 입장에서 수선화는 뽑아 버려야 할 잡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도로 등 관광기반시설이 대거 들어서면서 야생 수선화는 송두리째 잘려 나갔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정남복 이장은 "대문만 나서면 발에 차이던 그 많던 수선화는 일시에 사라져 이제는 귀한 존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야생 수선화는 1월 중순부터 싹을 틔워 2월 고혹한 자태를 맘껏 뽐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3월 중순 꽃잎을 떨군다. 하얀 꽃잎 속의 노란 꽃술이 탐스러운 데다 향기마저 진해 제주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이만한 화초도 없는 듯하다. 혹한에 싹을 틔운 것이어서 우리네 민초들의 삶과 대비돼 더욱 정이 간다.

야생 수선화는 제주의 서남쪽인 서귀포시 산방산 일대와 제주에서 해안드라이브길로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안덕면 사계리~송악산 해안도로,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비행기 격납고의 잔해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알뜨르비행장이 들어섰던 대정읍 상모리 들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제주 주민들에게 외면받던 수선화를 유달리 사랑했던 인물은 당대의 명필이자 화가였던 추사 김정희였다. 그가 9년간 유배생활을 한 곳이 수선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던 대정읍 안성리였다.

추사가 유배생활을 한 대정읍 쪽에서 본 바위산인 단산(왼쪽)과 산방산. 
 
추사는 대정 들녘에 핀 수선화가 잡초처럼 뽑히는 광경을 볼 때마다 자신의 참담한 신세를 떠올리며 어여삐 여겼다 전해온다. '희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 같다', '호미 끝에 버려진 예사론 너를 오롯이 창가에 놓고 키우네'라고 적은 글귀는 수선화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바위산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방산 일대에는 수선화 외에도 볼거리가 적지않다. 산방산 중턱에 위치한 산방굴사는 예부터 스님들이 불상을 모셔두고 수도를 한 곳으로, 발아래 용머리해안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한 폭의 풍경화다. 용머리해안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추노'를 촬영한 곳으로, 경남 고성 상족암 해안의 서너 배쯤 되는 규모. 수만 년 동안 켜켜이 쌓인 화산쇄설성 퇴적암층이 파도와 바람의 침식으로 변화무쌍한 동굴과 돌문 등의 지형을 만들어 놓았다. 한 바퀴 도는 데 30분쯤 걸린다.

산방굴사.
봄이 빨리 찾아온다는 제주 남서쪽의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에서 내려다본 서귀포시 안덕면·대정읍 일대의 봄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방굴사 내부. 동굴 위에서 떨어지는 석간수를 모은 약수도 보인다.
산방굴사로 올라가는 도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머리해안과 형제섬.
가운데 조그만 형제섬 우측의 산이 송악산이며 그 좌측 뒤 희미한 섬이 마라도다.
용머리해안.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추노'를 촬영한 곳으로, 경남 고성 상족암 해안의 서너 배쯤 되는 규모. 한 바퀴 도는 데 30분쯤 걸린다.


사계리 해안도로를 내달리면 만나는 송악산은 이 일대 최고의 전망대로 꼽힌다. 제주의 남쪽 끄트머리에 불끈 솟아오른 오름인 이곳에 서면 산방산 한라산 용머리해안 형제섬 모슬봉 마라도 가파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올레 10코스의 중간쯤 되는 사계리 해안에는 빠뜨려선 후회할 식당이 한 곳 있다. '남경미락'(064-794-0077)이다. 생선을 소금간만 한 채 무 고추 파만 넣어 푹 끓인 제주 향토음식 '지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유명해 김영삼 노무현 반기문 한승수 등 거물급 인사들이 다녀간 사진도 걸려 있다. 이 집은 특히 전망이 좋아 2층 방에 앉으면 송악산에서 본 환상적인 풍광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남경미락' 2층 방에선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그리고 한라산이 한눈에 보인다.
'남경미락' 앞바당에서 본 풍광.

'남경미락' 앞 벤치에 앉아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 그는 제주에 오면 이 집을 찾았다고 한다.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한승수 전 총리도 이 집을 찾았다.


제주 향토음식인 '남경미락'의 '지리'. 제주에선 제사 때 탕국 대신 이 지리를 올린단다.
사계리 해안도로에서 본 풍경. 좌측부터 산방산과 그 우측 조그맣게 보이는 돌산이 용머리해안, 그 우측이 화순항이고, 맨 뒤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사계리 해안도로에서 본 형제섬.
제주 올레꾼들이 사계리 해안도로를 걷고 있다.
송악산 가는 도중 바라본 풍경. 한라산과 형제섬 그리고 노란색 배는 관광상품인 잠수함.
송악산으로 올라가는 도중 바라본 풍광. 우측 긴 섬이 청보리로 유명한 가파도이고, 그 왼쪽 뒤가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
송악산에서 바라본 풍경. 산방산 한라산 형제섬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환상의 샛노란 유채밭
   
제주 봄의 정취는 누가 뭐래도 유채꽃에서 완성된다. 시기적으로 약간 이른 이달부터 피기 시작해 4, 5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예전에는 특용 작물로 재배됐지만 요즘에는 관상용으로 심어 관광객들에게 봄의 기운을 전해준다.

검은빛 현무암 돌담에 둘러쌓인 채 봄바람에 가냘픈 몸을 맡겨 흔들리는 샛노란 유채꽃의 자태는 멀리서 보면 대형 캔버스에 노랑 물감을 뿌려놓은 듯 매혹적이다. 이쯤되면 아무리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유채밭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정도 찍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제주에는 크고 작은 유채밭이 많이 조성돼 있지만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주변과 산방산 일대가 사진 촬영하기에 가장 아름답다.

10만 년 전 엄청난 규모의 수중 화산폭발로 생겨난 성산일출봉 주변 성산리와 오조리 인근 도로변에는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너른 유채밭이 조성돼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내려 셔터를 누르는 데 여념이 없다. 해발고도 182m에 불과한 성산일출봉은 고도에 비해 오르기는 만만찮다. 수백 개의 급경사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에 서면 한라산은 물론 우도와 섭지코지 등 주변 일대가 한눈에 보여 육신의 고달픔이 일순간 사라질 정도로 환상적이다. 걸어서 왕복 50분.

바닷가 절벽 위의 아름다운 수녀원과 주상절리 등 해안선이 아름다워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한 섭지코지에도 역시 유채꽃이 대지를 뒤덮고 있다. 성산일출봉과 우도 그리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흩날리는 유채밭의 풍광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산방산 일대의 유채밭은 인근의 하얀 수선화와 조화를 이뤄 사뭇 목가적이다. 노란 유채꽃잎을 한입 베물고 봄볕을 쬐며 서성이는 조랑말의 여유로운 모습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제주 봄꽃이 한자리에, 한림공원 
 
한림공원은 제주의 봄꽃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제주 봄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이곳에는 6년 전 조성한 매화정원이 있어 이른 봄이면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백매 홍매를 비롯 능수버들처럼 가늘고 길게 늘어진 능수매화라 불리는 수양매화가 눈길을 끈다. 잘 단장된 수선화가 곱고 흰 꽃망울을 터뜨려 매화와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산수유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강정환 학예팀장은 "산들바람이 불거나 바람 한 점 없이 햇빛이 내리쬘 때 매화와 수선화의 향기가 동시에 발 아래에서 올라와 관람객들의 애간장을 녹인다"고 말했다. 아열대식물원과 제암민속마을, 천연기념물인 협재굴과 쌍용굴 황금굴 등 천연동굴도 빠뜨리지 말자.

한림공원 인근에는 육지와의 거리에 따라 물빛이 옥빛 비취빛 에메랄드빛 등으로 보이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재해수욕장과 국내에서 가장 젊은 섬인 비양도가 신기루처럼 떠 있으니 이 또한 둘러보자.

협재해수욕장과 국내에서 가장 젊은 섬인 비양도. 
한림공원의 야생 수선화.
                 한림공원의 매화.
한림공원의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부산의 이국음식점(3)-태국 음식점 '헬로타이'


- 왕새우 곁들인 옐로 퐁커리 밥 비벼 먹으면 제격

세계 3대 스프로 불리는 똠양꿍.

'헬로타이'에서 인기 메뉴인 디너세트.

 
  
 해운대 아쿠아리움 맞은편 BMW 대리점(옛 맥도날드) 건물 뒤 '서울깍두기' 사이로 들어서면 위치해 있다. 이 골목은 입구에 태국 바와 마사지숍이 있어 '해운대의 태국거리'로 명명해도 될 듯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태국에 온 듯 인테리어가 화려하면서 고풍스럽다. 작은 소품 하나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며 종업원도 태국 의상을 입고 있다. 입구엔 눈길 끄는 사진이 보인다. 이곳이 영화 '강력3반', '원탁의 기사' 촬영지였음을 암시한다. 또 다른 벽면에는 탁신 전 태국 총리를 비롯 호주 총리, 네덜란드 대사 등 각국 정상이나 외교관들이 다녀간 사진이 걸려 있다. 최근에는 국제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태국 마히돌 공주의 식사를 전담했단다.

 박성희 대표는 "서구 사회에선 기름기 많은 차이니즈 레스토랑이 지고 건강식인 태국 음식점이 부상하고 있는 추세"라며 "향신료와 양념을 곁들이는 태국음식은 맵고 달고 시고 짜고 쌉싸래한 맛이 환상의 조화를 이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에는 현지인 베테랑 요리사들이 맛을 담당한다.

꿍 팟 뽕커리.
                      야채와 해산물이 어우러진 매콤한 샐러드인 얌탈라이.
 
이곳 또한 메뉴 선택이 어려워 대개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한 세트 메뉴가 인기다. 애피타이저인 뽀삐야는 콩과 각종 야채, 향신료가 조화를 이룬 일종의 춘권이고, 얌탈라이는 야채와 해산물이 어우러진 매콤한 샐러드.

스프는 태국이 자랑하는 세계 3대 스프인 똠양꿍. 겉보기엔 새우와 라임잎이 보이는 우리의 찌개와 비슷하지만 맵고 시고 톡 쏘면서도 향기로운 맛이 일품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태국 음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해장으로 속을 달랜다고 한다.

시푸드인 탈라이 팟 멧 마무앙은 해산물과 야채 캐슈넛을 볶아 담백하며, 팟 캇 파오 까이라는 치킨요리는 바질잎과 태국고추를 곁들여 매운 소스에 볶았다. 왕새우로 만든 옐로 퐁커리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 밥을 비벼먹으면 제격이다. 태국 요리도 인도 요리와 마찬가지로 모든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다.

일종의 춘권인 애피타이저인 뽀삐야.

코코넛 밀크인 디저트 '사쿠'.



'사쿠'라는 디저트가 아주 인상적이다. 전분으로 만든 조그만 알맹이와 파인애플 조각을 안에 넣은 용안이 들어 있는 코코넛 밀크로 아주 맛있다. 저녁 세트 메뉴는 2만5000원, 런치 세트는 1만3000원~1만8000원. 바가 마련된 안쪽에는 흡연자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051)731-5033

'헬로타이'의 바. 흡연자를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 김해 가야CC


부산 출신 김보경 "어릴 때부터 많이 다녀"
"신어 8번, 낙동5번홀 연습으로 극복했죠"
"샷 안 맞을 땐 여기 오면 푸근해 이내 평온"

모두 54홀 영남권서 내장객 압도적 1위
낙동 1, 7번, 신어 4번홀 그린 착시 현상

 

지난해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보경(부산외대 4) 프로가 가야CC 신어1번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고 있다. 
 
 
프로 선수는 신이요 하늘이다. 특히 핸디캡 18 전후의 골퍼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남자 프로는 '그림의 떡'이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300m에 육박하는 데다 거리에 따라 사용하는 클럽 자체가 달라 사실 남자프로는 그들의 롤모델이 될 수 없다. 만일 국내 내로라하는 남자 프로와의 라운드를 꿈꾼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라.
  챔피언티에서 티 샷을 하는 그와 레귤러티에서 티 샷을 하는 주말골퍼는 라운드 도중 만날 수 있을까. 전장이 긴 양산 통도파인이스트CC의 경우 두 티잉그라운드의 거리가 무려 40~50m나 난다. 티 샷 비거리 또한 아주 달라 세컨 샷까지는 거의 만나질 못한다. 말만 동반 라운드지 실제론 '그 따로, 나 따로' 치는 셈이다. 결국 나도 재미없고, 그도 재미없는 밋밋한 라운드가 되는 셈이다.

'타이거 우즈는 그냥 우주인으로 생각하라'라는 씁쓸한 말이 회자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이런 관점에서 주말골퍼들의 롤모델은 의심할 여지없이 여자 프로들이다. 그들은 드라이버 샷 비거리와 클럽이 모두 주말골퍼와 흡사하다. 차이라면 샷과 퍼팅의 정확성. 해서, 주말골퍼들은 스타일이 비슷한 여자 프로를 롤모델로 정해 평소 부지런히 샷을 가다듬고 주말이면 전장인 필드로 나가 심판을 받는다.

국내 정상급 김보경 프로와 라운드를 하다

 이번 주에는 지난해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데뷔 4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김보경(23·부산외대 4) 프로와 라운드를 했다. 부산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고 있어 부·울·경 골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김보경은 현재 유소연 서희경 최혜용 안선주 등과 함께 KLPGA를 이끌고 있다.



 올해 성적은 준우승만 두 차례. 개막전인 '김영주골프 여자오픈'과 메이저대회인 '태영배 한국여자오픈'에서 모두 1타차로 분루를 삼켰지만, 11월 현재 톱10에 5번 올랐다. 상금 랭킹은 현재 9위. 20일 제주도 롯데 스카이힐즈에서 열리는 대회를 앞두고 김보경은 "아직 첫 승을 못해 안타깝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시즌 마수걸이를 못한 답답한 그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기자를 배려한 듯 "연습도 열심히 했고, 몸 상태도 좋아 아마 잘 될 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어머니의 품 같은 푸근한 골프장"

김보경과 동반 라운드를 벌인 골프장은 김해 가야CC. 부산서 태어나 고향을 한번도 떠난 적이 없는 김보경이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찾은 골프장이다.

               국내 최고라 불리는 김보경 프로의 퍼팅 모습. 
 
 김해의 진산 신어산 자락에 오롯이 안긴 21년 전통의 가야CC는 낙동강과 김해평야 그리고 날이 맑을 땐 남해바다까지 조망돼 주변 조망이 천하절경이다. 김해, 수로, 신어, 낙동, 가락 등 5개 코스 45홀과 퍼블릭 9홀 등 모두 54개홀을 갖춘 가야CC는 규모와 내장객으론 영남권 최고 수준이다.

김보경은 "페어웨이와 그린의 변화가 심하고 벙커와 해저드가 그린 주변에 얄밉게 입을 벌리고 있는 신생 골프장과 달리 가야CC는 전통의 골프장답게 현란함 보다는 평범함과 우직함으로 골퍼들에게 다가오며, 개인적으론 샷이 잘 맞지 않을 때 이곳에서 라운드를 하면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라운드에선 프로 대회가 열릴 경우 단골 코스인 신어(3513m)와 낙동(3556m) 코스를 택했다. 신어산을 따라 돌기 때문에, 낙동강이 잘 보여 각각 명명됐다는 이곳은 전장이 7069m로 국내 정상급이다.

■"부담스러운 홀 있지만 연습으로 극복하죠"

 

파3, 낙동 4번홀에서 아이언 샷을 날리는 김보경 프로. 
 
김보경에게도 어려운 홀이 있을까.

"당연히 있지요. 하지만 저를 비롯한 프로들은 연습으로 극복하기 때문에 아마 골퍼들에게 그냥 쉽게 보일 뿐이죠. 가야CC에선 신어 8번, 낙동 5번홀이 부담스럽지요."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두 홀 모두 핸디캡 1번홀이지만 김보경은 한번의 미스샷도 없이 완벽하게 정석대로 공략했다. 이날 라운드에서 기자와 김보경 프로는 레귤러티에서 티샷을 한 후 좌 그린 백핀을 공략했다.

우선 신어8번홀. 파4, 오르막홀로 챔피언티 362m, 레귤러티 328~344m, 레이디스티 312m. 티샷이 업다운이 심한 좌측 언덕쪽으로 쏠리면 좌 도그레그형이라 좌우 그린 모두 보이지 않아 티샷이 관건이다. 장타자일 경우 최소 250m를 날려 언덕을 넘기면 된다. 정석은 우측 벙커 왼쪽 가장자리를 보고 티샷을 하면 페어웨이에 안착되고 세컨 샷도 쉬워진다. 하지만 레귤러티에서 182~219m쯤에 벙커 두 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데다 조금만 우측으로 밀리면 카트 길 OB가 기다리고 있어 정확한 티샷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이 홀은 클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바람이 세고 변화 또한 심하다. 지난 2001년 신한동해오픈 2R에서 그린 위에 놓인 볼이 움직일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어 경기가 중단될 정도였다. 그린 또한 포대그린인 데다 그린을 넘어서면 공간이 3~4m에 불과해 OB 위험이 있으며, 설사 좁은 공간에 떨어뜨려도 내리막 경사여서 퍼팅 또한 버겁다.

파4, 핸디캡1의 낙동 5번홀은 맞바람이 심한 데다 거리 또한 부담스러워 아마추어들은 보기를 목표로 삼아야 될 터. 챔피언티 379m, 레귤러티 347~361m, 레이디스티 314m. 우측으론 슬라이스 OB 위험이 있고 지형적으로 바람의 변화가 심해 거리에 부담이 있고, 좌측으로 훅이 나면 벙커(레귤러티 181~211m)가 있지만 주변 공간이 넓어 부담은 덜하다. 벙커 오른쪽 끝을 공략해야 한다. 신어 8번홀과 마찬가지로 티샷을 특히 잘 쳐야 되는 홀이다.

이 클럽 명예 챔피언인 백문일 부산골프협회 총감독은 "티샷을 최소 230m쯤 날리고 4번 롱아이언을 잡아야 파온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아마추어들은 대개 거리 때문에 5번 우드를 잡아야 한다. 이 홀은 특히 한겨울 바람이 너무 거세 일명 '수구리홀'로 불린다. 김보경 프로는 이날 신어, 낙동 코스의 핸디캡1인 두 홀 모두 2온-2펏으로 가볍게 파로 마무리했다.

신어 1번홀도 버겁기는 마찬가지. 파4, 핸디캡2, 챔피언티 387m, 레귤러티 368m, 레이디스티 349m. 원래 첫 홀은 서비스홀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어 1번홀은 예외다. 몸이 덜 풀려 싱글핸디캐퍼들도 보기를 한다는 각오로 티샷을 하지만, 그날 스코어의 분수령이 되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티샷이 우측 슬라이스일 때 업다운이 심한 러프에 걸려 거리를 손해보고, 좌측으로 쏠릴 땐 벙커에 빠지거나 OB 확률이 높다. 그린 공략도 만만찮다. 좌 그린일 때 옆에 카트 길이 있고, 우 그린은 포대그린이라 반클럽 길게 잡아야 된다. 여기에 좌우 그린 앞, 그린과 그린 사이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도 방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파5, 핸디캡2인 낙동 7번홀은 신어 낙동 코스 중 가장 길고 오르막이라 PGA 프로가 와도 2온이 불가능하다. 챔피언티 502m, 레귤러티 465~485m, 레이디스티 362m. 페어웨이가 넓고 세컨 지점에 벙커가 없어 티샷은 부담 없지만 세컨 샷은 좌우 모두 OB에 유의해야 한다.

김보경 프로의 교과서적인 폼.

어렵지 않을 것 같으면서 어려운 홀도 있다

백문일 씨와 함께 이 클럽 유이(唯二)한 명예 챔피언인 진성근 씨는 낙동 3번홀을 손꼽는다. 챔피언티 373m, 레귤러티 357m, 레이디스티 339m. 우측으로 벙커가 있는 데다 지형적으로 슬라이스 OB 위험이 있다. 해서, OB를 내지 않기 위해 좌측을 공략하지만 페어웨이가 좁아 생각대로 되지 않는 홀이다. 진 명예 챔피언은 "PGA 프로들도 이 홀에선 절반 정도가 드라이브를 잡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비의 도로'처럼 그린에서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홀도 유의해야 한다. 낙동 1, 7번, 신어 4번홀이 바로 그것이다.

가야CC 권두철 대표는 "우리 클럽은 홀과 홀이 더덕더덕 붙은 신생 골프장과 달리 홀과 홀 간격이 넓어 운동 효과도 크고, 사업하는 사람들에겐 비지니스 골프장으로 제격이다"고 말했다. (055)337-0091

김보경 그 신비를 벗기다

2년 전 기자는 산악인 엄홍길과 원도봉산 산행을 했다. 당시 엄홍길의 배낭에는 뭐가 들었을까 몹시 궁금해 확인한 적이 있었다. 김밥 한 줄, 물 한 통, 갈아입을 옷 하나가 전부였다. 평범했다. 그럼 김보경(165㎝)의 클럽은. 남자용 던롭스릭슨 클럽을 사용하며 탄도가 높아 택한 8.5도 드라이버와 7번 유틸리티가 눈에 띌 뿐 큰 차이는 없었다. 드라이버 샷은 210m 안팎. 농담을 하며 슬렁슬렁 쳐도 김보경 프로는 이날 이븐파를 기록했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기본만 하면 크게 중요하지 않음을 김보경은 이날 라운드에서 보여줬다.


프로도 내기를 할까

김보경은 프로 선수들의 경우 매일 반복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한다. 자신은 물론 거의 모든 다른 선수들이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이럴 경우 친한 선수들끼리 연습라운드를 할 때 밥내기를 한다고 한다. 기껏해야 밥값 정도지만 이 경우에는 마치 진짜 시합을 하듯 눈에 불을 켜고 냉정하게 시합을 한단다.
김보경은 "애교로 밦내기 정도는 하지만 실제로 돈내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라운드 후 김보경 프로와 한 컷. 사진 찍는 캐디가 팔짱을 끼라고 하자 마지 못해 팔짱을 낀 김보경 프로의 표정이 약간 어색하다.





부산의 이국음식점(2)-터키 음식점 '카파도키아'

수석 주방장인 터키인 젤릴 씨가 주방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 3대 요리를 꼽으라면 프랑스와 중국은 당연히 포함되지만 나머지 하나는 태국과 터키가 각축을 벌인다는 게 정설이다. 터키는 역사적으로 한때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이 있었다. 당시 황제인 술탄의 식탁에는 매일 새로운 요리가 올라야만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요리사들은 목숨을 내놓아야 했기 때문에 독창적인 요리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가짓수나 맛에 있어서 중국 요리 못지않다.

'카파도키아'는 터키 중부 고원 일대의 지명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군의 박해를 피해 이주해 숨어살던 곳으로, 화산바위의 차별 침식으로 형성된 독특한 기암괴석 덕분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금정구 남산동 이슬람성원 바로 옆에 위치한 터키 음식점 '카파도키아'는 이 도시의 이름을 따 지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깔끔한 주방이 바로 보이고, 현란한 무늬의 타일과 공예품이 눈길을 붙잡는다. 동시에 향신료가 코끝을 자극한다. 주방장 젤릴이 입은 태극기와 터기국기가 나란히 장식돼 있는 빨간색 유니폼도 눈길을 끈다.

케밥 중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시시케밥.

우리네 피자와 맛이 비슷한 코냐 렙. 

밀가루 전병인 '라와시'. 

 

 터키 요리의 간판은 뭐니뭐니해도 케밥. 터키어로 고기라는 뜻이다. 재료나 요리방법에 따라 케밥은 300여 종이 있지만 이곳에선 현재 12가지만 맛볼 수 있다. 이 중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케밥은 시시케밥. 시시는 터키어로 꼬챙이라는 뜻이다. 양고기를 향신료와 소스에 절인 후 꼬치에 꽂아 구운 요리이다. 우리의 꼬치구이를 연상하면 된다. 시시케밥에는 꼬치 2개와 밥, 샐러드 감자튀김 오이지 등이 한 접시 나온다. 양고기는 얇고 부드러운 밀가루 전병인 '라와시'에 싸 먹으면 일품이다. 빵 속에 볶은 양고기와 닭고기, 치즈 등을 넣고 오븐에 구운 '코냐 렙'도 별미이다. 한국의 피자와 맛이 비슷하다.

손님들은 대개 세트요리를 주문한다. 스프, 터키사람들이 즐겨먹는 에크맥(터키 빵)과 소스, 메인 요리 하나(주로 케밥), 디저트가 전부다. 후식은 쌀로 만든 푸딩인 '수틀라치'나 터키 요구르트가 맛있다. 터키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도 일품이다.

모든 고기는 '할랄'이라는 전통의식을 거쳐서 요리하기 때문에 부산뿐 아니라 창원 거제 마산 등의 무슬림 바이어들은 좀 멀더라도 모두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 또 이슬람성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무슬림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차는 이슬람성원에 하면 된다. (051)515-5981

부산의 이국음식점(1)-인도음식점 '강가' 해운대점
 

7년 전 세계에서 빈부 차가 가장 크다는 인도 뭄바이(옛 봄베이)에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버스에 몸을 싣고 이동하면서 바라본 노숙자들이 헤드라이트 불빛 때문에 도미노처럼 벌떡벌떡 일어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각설하고, 뭄바이시청에서 열린 간단한 공식 인사에 이어 행사는 만찬으로 이어졌습니다. 말이 만찬이지 청사 내 작은 방에, 우리로 치자면 조촐한 출장 뷔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곤함과 허기에 지친 기자는 음식을 보자마자 너무나 반가워 현지인들이 하는 대로 무심코 커리를 빵에 올려 크게 한 입 베어먹었습니다.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기묘묘한 맛과 향에 기자는 식은 땀과 함께 기절초풍할 정도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뱉어낼 수도 그렇다고 삼킬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갈 곳이라곤 화장실뿐이었습니다. 이후 인도에서 음식을 먹을 땐 포크로 눈곱 크기만큼 떠서 맛을 본 후 식사를 했답니다.

2년 전엔 인도와 이웃한, 과거엔 한 나라였다가 종교 분쟁으로 갈라선 파키스탄에도 갔답니다. '다이내믹 K2 부산원정대'와 함께였습니다. 양국은 글만 다를 뿐 말과 음식은 서로 같습니다.

보기에 따라선 꿈의 'K2 트레킹'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K2 베이스캠프(해발 5135m)까지 가는 동안 몸은 몸대로 축나고 밤엔 얼마나 춥던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음식이었습니다. 공항이 있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선 그나마 호텔서 묵어 흰죽과 빵 과일 우유 등으로 때울 수 있었지만 첩첩산중에선 애오라지 맛과 향이 징한 파키스탄 음식뿐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부딪치라고. 굶주리는 아프리카 난민도 있는데 이 정도 못 이겨낼까 생각하며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보름 정도 악으로 먹다 보니 그런 대로 먹을 만한 단계를 넘어 그 오묘함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평범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사람 먹는 음식은 결국 '오십보 백보'라고.

세월이 흘러 2009년 오늘, 문득 잊었던 그 맛이 그리워졌습니다. 알고 보니 부산에도 인도 음식점을 비롯한 터키 태국 베트남 등 내로라하는 이국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주방장도 대부분 베테랑 현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고급 인테리어로 문을 열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부침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어 국내에서 가장 개방적 기질을 지녔다는 부산 사람들이 맛에 관한 한 아직도 보수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맛은 어땠냐고요. 음식점 측은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현지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하면 제대로 먹어낼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향신료 등의 수준을 80~90% 수준에 맞추고 있답니다. 여기에 직원들의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미각의 바다에 풍덩 빠져들 듯합니다.

부산의 이국 음식점들은 단순한 맛집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터키음식 전문점인 '카파도키아'는 국내 여행자들을 위해 터키여행 안내서가 비치돼 있는 한편 무슬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고, 태국 식당 '헬로타이'는 부산을 찾는 각국 외교사절들의 단골집은 물론 국내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인도 음식점 '강가'는 인도인 매니저가 상주하면서 인도문화 알리기에 열성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작은 외교의 장(場)이었습니다.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은 마약처럼 일종의 중독성이 있어 주기적으로 찾게 된답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이라 했습니다. 더위로 영 밥맛이 나지 않는다면 이국 음식점으로 내비게이션을 맞춰보세요. 효과는 100%입니다.

인도 음식점 해운대 '강가'

- 매운 맛 원하면 탄두리치킨, 순한 맛은 치킨 탕그리 케밥

인도 전통 화덕인 '탄두'에서 탄두리치킨과 난이 동시에 익어가고 있다.
인도적 전통 빵인 난. 요리사의 손은 온통 화상 투성이였다.

 
 
'강가'는 인도 사람들의 정신적 고향인 갠지스강의 인도어. 그만큼 인도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다.

인도음식 하면 대개 커리를 떠올린다. 하나, 메뉴판을 열면 열에 아홉은 당황한다. 커리의 경우 야채, 치킨, 양고기, 쇠고기, 해산물 등 종류가 무려 30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해서, 점심의 경우 세트 메뉴가 준비돼 있다. 샐러드 커리 바비큐 난(또는 인도식 밥) 음료 포함 2만 원. 저녁의 경우 이보다 비싼 3만5000 원.

'강가' 김건우 지배인은 "점심 손님의 98% 정도는 세트를 주문하며, 저녁 메뉴는 음식값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손님의 5% 정도만이 디너세트를 시킨다"고 귀띔했다.

바비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붉은 색의 탄두리치킨. 인도 전통 향신료에 하룻밤을 재운 치킨을 전통 화덕인 '탄두'에서 꼬챙이에 꽂아 굽는다. 기름기가 빠져 담백하지만 매콤하다. 매운 맛이 싫다면 순한 향신료에 치즈와 크림을 곁들여 참숯에 구운 닭다리 바비큐인 '치킨 탕그리 케밥'을 주문하자. 왕새우 바비큐인 '탄두리 킹 프로운'도 우리 입맛에 어울린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인도음식. 맨 앞 큰 접시에 담긴 탄두리치킨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샐러드, 난과 드레싱(망고· 사과), 치킨 마크니 커리, 카슈미르 난, 라씨(사과·망고), 인도 단무지인 아짜르, 양파 및 오이피클, 야채 커리. 

인도 수제 요구르트인 망고라씨와 딸기라씨. 


인도식 전통 빵인 '난'과 야채 커리.


피자 맛과 비슷한 캬슈미르 난.

난은 커리와 함께 먹는다.

   
감자와 야채에 향신료를 곁들인 애피타이저인 인도식 만두 사모사도 군침이 돈다.
인도 음식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탄두리치킨. 곽재훈기자
 
 
커리의 경우 인도사람들은 야채커리를, 외국인들은 양고기커리를 선호하지만 한국인들은 치킨 또는 쇠고기커리를 좋아한다. 토마토와 크림에 허브로 만든 연한 '치킨 마크니'와 우리나라 불고기 볶음과 유사한 '비프 도 피아자' 커리도 인기 메뉴이다.

'난'은 인도식 전통 빵. 화덕인 '탄두' 안쪽 벽면에 붙이면 금세 구워진다. 이 역시 7가지나 된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밀로 만든 로티, 버터 난, 마늘 난 그리고 피자와 비슷한 카슈미르 난, 마살라 난, 파니르 난이 있다. 난이 싫다면 인도식 흰밥인 차왈과 노란색의 샤프론 차왈을 주문하면 된다. 음료는 인도 전통 수제 요구르트인 라씨로, 과일을 곁들인 망고라씨, 딸기라씨 등이 있다. 감자와 야채에 향신료를 곁들인 애피타이저인 인도식 만두 사모사도 군침이 돈다.

인도 음식은 주문한 요리 전부를 깔아 놓고 같이 먹는다. 김 크기로 난을 찢어 커리를 싸서 먹거나, 탄두리치킨을 망고 드레싱에 찍어 먹고 매우면 라씨로 입안을 달랜다. 대략 이런 식이다.

바비큐와 함께 나오는 양파 및 오이 피클이 별미다. 맛의 인도 단무지인 '아짜르'도 묘한 맛이지만 먹고 나면 또 생각난다. 인도 매니저 라나 미트라 씨는 "식사 후엔 인도식 밀크차인 짜이를 마셔야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다"고 말했다. 주방에는 인도 요리사 4명이 있다. 해운대 아쿠아리움 맞은편 하버타운 1층에 위치해 있고 건물 지하에 주차하면 된다. (051)740-6670

 

    함양 지리산 조망공원에 서면 지리산 주능선이 일렬 횡대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왼쪽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에서 오른쪽 반야봉까지 확인된다.


C 형!
얼마 전 '세상사가 왜 이리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을까'라는 저의 신세타령에 형은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이렇게 말씀하셨죠. "지리산엘 한 번 다녀와 봐. 달포 전 잠시 다녀왔는데 한결 나아졌어. 옛말 틀린 게 없더라고. 좋은 약, 좋은 음식 다 필요없어." 그러면서 형은 이렇게 덧붙였죠. "웬만하면 단풍철은 피해. 만산홍엽의 열병을 앓고 있는 지리의 풍광은 천하일색이지만 단풍철 행락객들의 분별없는 행동이 더 스트레스를 받게 하지."

지난 9월 말부터 설악을 한껏 물들이고 하루 25㎞의 속도로 숨 가쁘게 남하한 단풍이 이제 지리에서 종말을 고하고 남쪽 바다를 향해 치닫고 있더군요. 단풍이 끝난 지리는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아니 형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잘 따랐다는 생각이 뼈에 사무치도록 느껴지더군요. 아마도 눈꽃 산행이 본격 시작되는 내달 초순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지리산은 과연 크고 깊고 넓고 길었습니다. 장중하며 초연하기까지 했습니다. '하늘이 울어도 천왕봉은 울지 않는다'라는 남명 선생의 시구가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시인 정호승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조계산) 선암사로 가라'고 했지만 저는 지리산으로 가보라고 감히 권하고 싶습니다.

C 형! 
저는 이번에 함양 땅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시다시피 백두대간의 남쪽 관문인 지리산은 경남 함양 산청 하동, 전북 남원, 전남 구례 등 3도 5개 시·군에 걸쳐 있습니다. 5개 지자체 중 굳이 함양을 택한 이유는 지리산을 가장 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25.5㎞의 유장한 흐름의 주능선이 '한 일(一)' 자로 한눈에 펼쳐지는 곳이 바로 이곳뿐이기 때문입니다. 곁들여 함양(咸陽)은 글자 그대로 볕을 머금은 듯 포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초겨울이라 시기적으로 딱 맞지 않습니까.

우선 금대산 금대암과 삼정산 상무주암을 찾았습니다. 서쪽으론 백두대간 마루금이 긴 병풍을 치고 있고, 남북으로 각각 지리와 덕유가 첩첩이 벽을 두르고 있는 함양 땅에서 사실 금대산과 삼정산은 명함 내놓기가 좀 쑥스럽지요. 하지만 지리산 조망과 관련해선 최고의 '지리산 전망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흔히 하늘이 열리는 전망대로 불리지요. 1시간 채 안 되는 산행으로 암자를 찾아 사색에 잠기면서 지리를 품 안에 넣을 수 있는 이 기분, 안 가본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희열이지요. 이동 중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역시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는 벽송사와 서암정사도 들렀습니다. 두 암자만큼은 못 하지만 역시 지리의 넓은 품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최치원의 애민사상이 담긴 함양의 대표적 숲인 상림과 함양군청에서도 뜻밖에 지리 주능선이 보였습니다. 결국 함양은 발길 닿는 곳이 대부분 지리산 전망대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보다 함양 땅에 대해 엉뚱한 이야기만 지껄였네요.
때마침 얼마 전 겨울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려 이번 주말이면 낙엽융단길을 밟고 지리산 언저리를 걸으며 지리를 맘껏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앙상한 가지는 너무 을씨년스럽지 않을까요. 약간의 낙엽비는 한 번 맞아봐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C 형!
내년에는 부디 이 길을 함께 걸으며 예전의 그 기분을 다시 느끼도록 해봅시다. 그땐 흑돼지와 소주도 꼭 함께 합시다.

지리산 굽어보던 수도승의 깨달음 "산이 곧 부처로다"

예부터 지리산 천왕봉은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라 불렸다.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25.5㎞의 주능선에는 해발 1500m 이상의 고봉만 10개나 되고 1000m 이상급은 20여 개 그리고 85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어깨를 견주며 하늘금을 가르고 있다. 그 모습은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히말라야 칼라파트라에서 바라보는 에베레스트나 카라코람 히말라야 콩코르디아에서 조망되는 K2의 그것과 감흥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손에 잡힐 듯 일렬횡대로 펼쳐지는 지리의 모습이 훨씬 더 인간적이고 따사롭다.

지리산이 앞마당, 삼정산 상무주암



  상무주암까지는 차가 들어가지 못한다. 넉넉잡아 40, 50분 정도는 걸어야 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이다.

들머리는 영원사 인근. 함양 땅 최남단 마천면에서 백무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지리산 자연휴양림 또는 영원사로 가는 길이 도중에 열려 있다. 삼정산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됐다는 산 아래 양정, 음정, 하정마을 사이로 울퉁불퉁한 급경사 포장로를 힘겹게 오르면 곡각 지점에 샘터가 눈에 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보이는 자리다.

영원사는 여기서 1.5㎞ 정도 더 가야 된다. 방법은 두 가지. 영원사까지 가서 해우소 뒤로 능선을 타고 상무주로 가는 방법이 하나요, 샘터 우측 전봇대 옆으로 열린 지름길로 치고 오르는 방법이 다른 하나다. 후자는 약간 경사가 심해 땀깨나 흘려야 된다. 그렇다고 악명 높은 된비알은 결코 아니다.

초겨울 암자를 향해 나홀로 걷는 산길은 사바세계에서 느껴보지 못한 묘한 매력이 있다. 타인을 배려할 필요도 없고, 기댈 언덕도 없기 때문에 가식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저 벅찬 호흡과 흘리는 땀 그리고 물 한 모금이면 족하다. 무엇보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이 무한대로 열려 있어 자유롭다.

물 마른 샘터도 지나고 지그재그 흙길도 요리조리 오른다. 간혹 나무에 걸려 있는 앙증맞은 '상무주길' 안내판은 무작정 오르는 나그네를 안심시켜 준다.   
 
해발 1100m쯤에 위치한 상무주는 고려 중기 보조국사 지눌이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창건해 애오라지 공부에만 매진해 대오한 곳이다. 경치가 그윽하고 조용하기가 천하제일이라 참선하기 좋은 곳이다

전각 하나 딸랑 있는 상무주는 저 멀리 지리산 주능선을 품고 있다. 지리산을 앞마당으로 가진 몇 안 되는 암자일 듯싶다. 독특한 이름의 상무주(上無住). 상(上)은 부처님도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경계이고, 무주(無住)는 머무름이 없다는 뜻이란다.

하지만 지금 산속의 상무주는 산문을 닫고 있다. 입구에는 '사진 촬영금지' 안내판도 보인다. 우연히 만난 노보살은 "등산객들이 너무 많은 민폐를 끼쳐 이럴 수밖에 없었다"며 이해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씁쓸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래도 지리산 조망은 놓칠 수 없는 화두가 아닌가. 영원사 방향으로 약간 가다 보면 소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하늘이 열리며 지리산 주능이 끝 간데 없이 뻗어 있다. 아뿔싸! 주봉인 천왕봉만 잿빛 구름을 두르고 있다. 기다리다 지쳐 삼정산으로 오른다. 더 넓게 보기 위해서다. 삼정산은 여기서 300m. 10여 분이면 올라선다. 정상 옆 전망대에서도 하봉 중봉에서 반야봉 노고단까지 시원하게 펼쳐지지만 유독 천왕봉만 구름에 가려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천왕봉은 이후 하산하면서 결국 봤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상무주암의 들머리가 되는 샘터에서 바라본 지리산. 왼쪽부터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 그리고 푹 꺼진 장터목이 확인된다.

샘터. 곡각지점에 위치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상무주암 가는 들머리.


상무주암을 알리는 조그만 이정표가 걸려 있다.

산죽과 낙엽이 깔린 오르막길도 오르고.


상무주암 인근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상무주암 돌담길.

상무주암.


삼정산 상무주암 인근 소나무 고사목 한 그루가 쓰러져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삼정산 정상. 정상석 뒤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인다. 상무주암에서 15분이면 올라선다. 
상무주암. 수행도량으로 최고인 듯싶다.
상무주암에서 하산 도중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지리산 최고의 전망대, 금대산 금대암  

금대암 입구 주차장 한 켠에는 지리산 조망 안내판이 서 있다. 실제 모습과 안내판의 산을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처님에게도 지리산을 보여드리기 위해 법당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실제로 부처님도 보고 계실까.
법당 앞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키 큰 전나무는 500년 된 천년기념물이 아니다. 
금대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너무 가까워 산사태 흔적까지 보인다. 금대암에서 30~40분이면 올라선다.
   
마천면에서 남원 실상사 방면으로 60번 지방도를 타고 2㎞ 남짓 가다 보면 우측으로 금대암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다. '지리방장 제일금대(智異方丈 第一金臺)'. 천하제일의 명당임을 알리는 표시이다. 이곳에서 금대암까지는 2.5㎞. 가파르지만 포장로라 차로 이동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구도자들에겐 최고의 수행처지만 산꾼들에게 금대산 금대암은 오도재 '지리산 제일문' 옆 산신각에서 출발, 삼봉산 백운산을 거쳐 도달하는 등산코스의 날머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금대암으로 가는 도중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하나 있다. 안국사 못 미쳐 산모롱이를 돌면 좌측으로 보이는 일명 다랭이논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천면 일대는 가파른 지형으로 인해 다랭이논이 곳곳에 펼쳐져 있지만 이곳에서 보는 군자리 도마마을의 다랭이논이 가장 아름답다. 매년 가을 황금들녘으로 변할 때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대표적 출사지이기도 하다. 다랭이논 뒤로 보이는 세 개의 봉우리가 보이는 산은 상무주암을 품은 삼정산이다. 

군자리 다랭이논과 그 뒤로 상무주암을 품은 삼정산이 보인다.
 
흔히 다랭이논 하면 혹자들은 남해 가천마을을 떠올리지만 도마마을의 다랭이논 또한 이에 버금간다. 몇 해 전 이곳 군자리 도마마을 다랭이논도 가천마을의 그것과 함께 국가지정 명승지 후보로 올랐지만, 만일 지정되면 건축행위 등이 제한된다며 주민들이 극구 반대해 제외됐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다.

신라 태종무열왕 3년인 656년 행우조사가 창건한 금대암은 이후 고려 때는 보조국사 지눌, 조선시대에는 서산대사가 정진했다고 전해온다. 지금은 해인사의 말사이며 금대선원이 있다. 조선 성종 20년(1489년)에는 선비 정여창과 김일손도 지리산으로 유람을 떠나기 전 이곳 금대암에 들렀다고 전해온다.

금대암의 백미는 지리산 최고의 전망대라는 점. 이를 입증해 보이기라도 하듯 주차장 입구 지리산이 가장 잘 보이는 지점에는 사진과 함께 '금대암 조망안내판'이 서 있다. 좌측 하봉에서 우측으로 중봉 천왕봉 제석봉 연하봉 촛대봉 영신봉 칠선봉 덕평봉 형제봉까지 확인된다. 너무나 가깝다 보니 큰 소리를 지르면 곧장 메아리로 되돌아올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내친 김에 금대산까지 갈 수도 있다. 0.6㎞로 30~40분이면 충분하다. 감동이 두 배로 다가온다.

흔히 금대암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경남기념물로 지정된 금대암 전나무다. 안내판도 있어 장삼이사들은 법당 앞 키 큰 전나무를 그 나무로 알고 있다. 안내판에는 500년 된 전나무로 현존하는 전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된 것으로 적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 나무는 없다. 10년 전 낙뢰를 맞아 쓰러져 지금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키 큰 전나무 아래 그대로 방치돼 있다.

그 밖의 지리산 전망대-벽송사와 서암정사

벽송사 미인송(키 큰 소나무)과 도인송(미인송 뒤) 그리고 삼층석탑.
미인송과 도인송 사이 저 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보인다.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으로 바로 이어지는 칠선계곡 초입의 산 중턱에는 벽송사와 서암정사가 마주 보고 있다. 두 사찰은 상무주암이나 금대암처럼 지리 주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지는 않지만 지리산 천왕봉을 조망할 수 있다.

한때는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성불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국내 선불교의 최고 종가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사찰이 불타 사세가 기울었지만 최근 월암스님을 주지 겸 선원장으로 맞이해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

천왕봉과 중봉이 보이는 법당인 보광전 뒤편에는 도인송과 미인송이 천 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서 있다. 도인송에 빌면 소원이 이뤄지고, 미인송에 기도하면 미인이 된다는 전설이 내려와 변강쇠와 옹녀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목장승과 함께 방문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한국전쟁 때 지리산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1989년 원응스님이 창건한 서암정사는 기존의 절에 대한 생각을 일시에 바꿔버릴 만큼 소공원처럼 아름답다. 한국 현대 불교의 결정판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석굴법당이 눈길을 끈다. 법당 맞은편 너른 터인 망월대에선 천왕봉을 정점으로 중봉 하봉 두류봉 제석봉이 좌우로 펼쳐진다.

서암정사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서암정사는 마치 소공원에 온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지리산 조망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지리산 전망대. 하봉에서 여자의 엉덩이를 닮았다는 반야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팔각정자인 지득정(智得亭)에는 망원경까지 설치돼 산사면의 사태 등 봉우리의 면면을 죄다 확인 가능하다.

지리산 조망공원의 정자 지득정(智得亭)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지리산 조망공원에 최근 설치된 천왕봉 마고할미상. 그 뒤로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지리산 제일문이 서 있는 오도재(오도령).

함양읍과 휴천면 월평리를 잇는 지안재. 흔히 오도재와 혼용되지만 엄연히 지안재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또 한 가지. 함양 상림에서도 천왕봉이 보인다. 흔히 단풍과 낙엽으로만 기억되는 상림에선 연꽃밭 쪽으로 나오면 천왕봉과 중봉 및 하봉이 겹쳐져 시야에 들어온다. 이 같은 모습은 함양군청 옥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발견이다.

상림에서 본 지리산. 가운데 맨 뒤 두 개의 봉우리 중 우측이 천왕봉이고, 좌측은 하봉과 중봉이 겹쳐져 있기 때문에 하나로 보일 뿐이다.
위 사진을 줌으로 당겨 본 모습.
함양군청 옥상에서 본 지리산. 역시 상림에서 본 모습과 동일하다.
위 사진을 줌으로 당겨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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