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 촬영지 인근 해운대구 중1동 '해운마루'
-김수봉 대표 고향서 직접 공수…친형님은 마을이장
-일주일 2~3번 횟감 구하러 직접 물차 몰아
-해산물 해초류 농산물도 모두 이곳서 가져와

자연산인 이 회는 모두 대표 김수봉 씨가 직접 물차를 몰고 고향인 남해 다랭이마을에서 가져 온다.
콩 호박 톳 등 밑반찬 재료 또한 다랭이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키운, 친환경 농산물이다.


설흘산과 응봉산(매봉산)에 포옥 안겨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청정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남해군 남면 가천리 다랭이마을.

농토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려고 산비탈을 깎고 석축을 쌓아 만든 100여 층의 계단식 다랭이논이 바다를 향해 내리꽂히는 장면은 워낙 아름다워 문화재청에 의해 수년 전 국가명승지로 지정됐다. 곁들여 때묻지 않은 연유로 환경부는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농촌진흥청은 옛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전통 테마마을로 각각 지정했다.

영화 '해운대'의 촬영지로 유명한 해운대 미포 끝자락에 위치한 생선회 전문점 '해운마루'에 가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다랭이마을에서 수확한 농산물과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이 집 김수봉(62) 대표가 이 마을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형 학봉 씨는 현재 이 마을의 이장이며, 작은어머니도 살고 계신단다.

해서, '해운마루' 식탁 위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재료는 이곳 청정 다랭이마을에서 채취하고 잡은 것들이다. 해삼 전복 문어 참개불 낙지 멍게 굴 등 해산물과 미역 톳 매생이 등 해초류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토실토실한 제철 해삼은 질기지도 않아 부산에선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독특한 맛이다.

회가 올라오기 전에 나오는 밑반찬 격인 호박 톳나물 미역 굴 콩 무 등도 모두 다랭이마을 바닷가에서 채취한 싱싱한 것들이다. 청정 유기농산품에 다름 아니다.

김 대표가 횟감을 구하러 고향으로 가기 이틀 전쯤 이장인 형님에게 연락을 해놓으면 형님은 마을 할머니들이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은 시금치 냉이 겨울초 쑥 호박 무 등을 수집해 준비해놓는다. 농한철에 농사를 지어도 딱히 판로가 없는 할머니들에겐 김 대표가 고마운 존재이다. 김 대표는 "고향 어르신들의 땀의 결실이라 더 많이 쳐주고 갖고 온다"고 말했다.

횟감 또한 김 대표가 일주일에 2, 3회 정도 직접 물차를 몰고 어촌계 위판장이 있는 다랭이마을 인근 평산리마을에서 직접 구매한 자연산이다. 감성돔 광어 농어 도다리 노래미 참장어가 주종이다. 특히 감성돔은 이곳이 남해의 최고 낚시 포인트 중의 하나라고 한다.

30년간 수산업을 해온 김 대표의 자연친화 수족관 덕분에 남해에서 공수한 회 맛도 일품이다. "바다 고기는 어종별로 적정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건물 지하에 10t가량 탱크를 만들어 바닷물을 한 번 걸러 수족관에 물을 보충하기 때문이지요."

칼질 또한 나무랄 데 없다. 이 집은 특히 먹는 방법이 독특하다. 치잣물에 한 노란 밥을 회에 싸서 김치와 함께 먹는 것이 바로 그것. 겉으론 약간 멀건 김치 또한 예사 솜씨가 아니다. 매운탕은 땅끝마을 태양초를 사용, 맑고 약간 맵지만 깔끔하고 개운하다.

치잣물에 한 노란 밥을 회에 싸서 김치와 함께 먹는 것이 이 집에서 추천하는 먹는 방법이다. 별미였다.

5년 전 문을 열어 인테리어가 깔끔한 이 집은 통유리를 사용해 식사를 하면서 동백섬 오륙도 광안대교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외지에서 온 손님들의 접대용 횟집으로 안성맞춤이다. 가족 외식으로도 물론이다. (051)743-4222, 2772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합천토종흑돼지식당'
-합천군 지원 아래 상표 등록된 합천 고유의 맛
-애오라지 맛으로 승부, 밑반찬은 단출
-아델스코트CC 주변 식당 중 유일하게 흑돼지만 사용
-집 입구는 '하코방' 수준, 맛은 쫄깃하면서 고소    
 
"저희 집이 입구가 좀 작고 허름해서 손님들이 일명 '하코방'이라 불러요. 제가 손님 입장에서 봐도 좀 그래요. 이 때문에 골프장 손님들이 처음엔 좀 망설이죠. 꼭 한 명은 안 들어오고 깨끗한 데 가서 먹자고 버티죠. 하지만 일단 들어와서 우리 흑돼지 맛을 보면 그 다음부턴 단골이 되죠."

사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경남 합천 가야면 아델스코트CC로 당일치기 취재를 떠난 기자 일행은 샤워만 간단히 하고 서둘러 어둠 속을 나섰지만 이내 배꼽시계가 울리는 게 아닌가. 골프장 진입로를 벗어나자마자 식당 간판이 하나 보였다. '합천토종흑돼지식당'이었다.

이날 오전 골프장으로 올 때 눈여겨봤던 몇 군데의 깔끔한 식육식당을 생각했던 기자는 토종흑돼지라니 한번 믿어보자는 일행의 말 한마디에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입구와는 달리 방 두 개와 홀에는 테이블이 두세 개 있었다.

메뉴는 토종왕소금구이 단 하나. 메뉴판에는 양념구이와 불고기전골이 적혀 있지만 손님들이 대부분 왕소금구이만 찾아 얼마 전부터 없앴단다.

고기맛으로 승부하는 집이 늘 그렇듯 밑반찬은 단출하다. 묵은지와 마늘 고추 상추 막장 그리고 계절 따라 나는 나물류가 전부다. 겨자 간장 식초 등으로 만들었다는, 다른 집에선 볼 수 없는 묽은 고기용 장도 있다. 파무침과 양파간장절임은 고기맛을 느낄 수 없어 손님상에 올리지 않는단다.

두툼한 두께의 고기는 우선 눈으로 봐도 벌써 맛의 느낌이 오는 듯하다. 고기맛을 느끼기 위해 아무 것도 찍지 않고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쫄깃쫄깃하면서 고소하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고기용 장에 찍어도 별미요, 상추쌈에 마늘과 막장을 올려 먹어도 꿀맛이다.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이 있었던가. 일행은 한동안 말없이 젓가락만 부지런히 움직였다. 묵은지와 함께 곁들이니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동행한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전날 돼지삼겹살을 먹어 토종흑돼지라 해도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이렇게 맛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기자도 흑돼지로 유명한 함양 산청 김천 장수 곡성 등지에서 그 유명한 흑돼지를 먹어봤지만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결코 아류는 아니다. 민생고 해결을 위해 우연히 들른 집이 이처럼 맛의 향연을 누리게 해줄 줄이야.

안주인 황수연(57, 사진 위) 씨에게 물었다. 맛의 비결을.

알고 보니 이 고기는 상표 등록된, 합천토종흑돼지였다. 합천군의 지원 아래 이웃한 묘산면에서 작목반을 구성해 키운 것이었다. 골프장 주변의 6개 고깃집 중 유일하게 합천토종흑돼지만을 취급하고 있단다.

"외래종 흰 돼지가 4, 5개월 키워 110~120㎏쯤 되면 도축하는 반면 합천토종흑돼지는 7개월여를 키워야 겨우 85~90㎏쯤 되지요. 이 고기맛에 길들어지면 다른 고기는 맛이 없어 못 먹어요. 수육으로 먹어도 맛있어요. 그러려면 예약을 해야 돼요. 1시간쯤 걸리거든요."

식사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단출하다. 안주인이 직접 담은 촌된장의 맛도 기가 막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우리네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다. 토종왕소금구이(180g) 7000원, 식사 5000원. (055)931-9755

-금정산 범어사 아래 금정구 청룡동 '북한음식점'
-"가자미식해 별미, 옛맛 그대로 재현"
-북한식 족발 순대 녹두빈대떡 등이 주메뉴
-명절 즈음이면 실향민과 가족들 향수 달래
-금정산 산꾼, 부산CC 찾는 골퍼 많이 찾아
  

북한식 순대와 돼지족발 등이 약간씩 있는 수육모듬.
별미인 가자미식해.
북한식 만두. 우리 만두보다 크다.
북한식 녹두빈대떡.
 
"저희 집은 크게 세 부류의 손님들이 단골로 찾아요. 주말이면 부산의 진산 금정산과 범어사를 찾는 산꾼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고, 주중에는 인근 부산CC의 골퍼들이 즐겨 찾지요. 명절 즈음이면 이북 출신의 백발이 성성하신 실향민과 그 자녀들이 찾아 저희 음식을 드시며 향수를 달래지요."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 음식거리 한가운데쯤 위치한 '북한음식점'.

안주인 김미정(54) 씨는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 지금은 작고하신 시어머니로부터 15년간 북한음식을 배웠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배운 게 아니라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어깨너머로 익힌 것이다.

문을 연 지 12년째인 북한음식점은 이제 금정산 산꾼들이나 부산CC 골퍼들에겐 필수 코스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곳을 모르고는 금정산과 부산CC를 좀 다녔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은 글자 그대로 북한음식 전문점이다. 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메뉴가 있느냐,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저 서민들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인 돼지족발 순대 녹두빈대떡과 찐만두 돼지국밥 순대국밥 등이 주 메뉴이다. 대부분 북한에서 명절이나 잔치를 할 때 해먹는 음식이다. 해서, 명절이 다가오면 그림이 특히 중요한 각 방송사에서는 이곳 북한음식점을 찾아 취재전쟁을 벌인다.

메뉴는 익숙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우리 음식과 차이가 있다. 족발의 경우 2시간30분 정도 푹 삶은 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워 아주 담백하다. 순대는 찹쌀밥을 해 돼지고기와 시래기 양파 마늘 등 13가지 재료를 넣어 만들고, 유난히 큰 만두는 양배추와 돼지고기 숙주 두부 양파 마늘 생강 등 15가지의 싱싱한 재료를 사용한다. 100% 녹두와 신김치 그리고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녹두빈대떡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뭐니뭐니해도 이 집을 북한음식 전문점으로 단상에 올려놓은 효자는 가자미를 고춧가루에 삭혀서 만든 함경도 고유의 젓갈인 가자미식해. 이북 출신이 아니면 제대로 만들 수도 없고 그 맛을 정확히 느낄 수도 없는 오묘한 맛의 가자미식해는 부산에 거주하는 실향민들의 단연 인기 품목이다.

안주인 김 씨에 따르면 "이 가자미식해만은 시어머니로부터 확실하게 배워 그 어느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우리 집을 찾는 실향민들이 한결같이 어릴 때 먹던 그 맛이라며 칭찬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지 가자미식해를 먹기 위해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이 상당수 된다"고 덧붙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살 수 없느냐고 문의를 해오지만 판매는 하지 않고 대신 무한 리필 되니 많이 드시고 가란다.

오래전에는 부산대 장혁표 전 총장이 고정 단골이자 홍보맨이었고 지금은 김인세 현 총장이 자주 찾는단다. 오거돈 해양대 총장도 단골이란다.

김 씨는 특히 "평양이 고향인 김 총장은 식사를 하면서 너무 함경도식이라며 평양식으로 좀 맞춰달라며 애교 섞인 주문을 자주한다"고 귀띔했다.

추천 메뉴는 순대 수육 족발이 약간씩 함께 나오는 수육 모듬(2만 원). 3~4인일 경우 수육 모듬에 소주 한잔 그리고 식사로 국밥 한 그릇을 비우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녹두빈대떡 8000원, 찐만두 5000원, 순대 및 돼지국밥 5000원. (051)508-3035



-부산진구 초읍동 부산시민도서관 인근 '사랑채'
-가격 1만2000원, 다른 집 3만 원대와 비슷
-가정집 개조, 마당엔 소나무 화초 자라 푸근
-주문 후 모든 음식 만들어 "대접받는 기분"
 
   
 
 대궐같은 화려한 집도 아니다. 대로변의 눈에 확 띄는 집은 더더욱 아니다.

도심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주택가 골목의 마당 있는 가정집을 개조한 이곳엔 식사 때가 되면 단골 손님들이 삼삼오오 찾아온다. 그렇다고 입소문을 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집은 아니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인근 골목에 위치한 '사랑채'. 요리는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진입로 위쪽에는 운치 있는 등 굽은 소나무가 호위하고 있고 마당 곳곳엔 키 작은 상록수와 화초 그리고 장식용 항아리와 석조가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낯익은 노랫가락이 은은하게 들려온다. 살짝 귀 기울여 보니 송창식 어니언스 등 7080세대의 노래들이다. 반가웠다.

방은 세 칸. 제일 큰 방은 마당을 볼 수 있게 통유리로 배치했다. 벽 양쪽에는 동양화가 걸려 있고 한쪽 구석에는 털난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모처럼 집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주메뉴는 돌솥정식. 말이 돌솥정식이지 실제론 한정식 코스요리로, 마지막에 돌솥밥이 나온다.

놋그릇에 숭늉이 먼저 나오고 죽과 김치전 등 가벼운 음식이 뒤따른다. 방금 부친 듯 온기가 살아 있다. 이후 찬 음식과 따뜻한 요리 순으로 이어진다.

대충 열거해보면 이렇다.

야채샐러드와 대나무통에 직접 만든 찐만두, 한방 야채수육, 도토리묵밥, 골뱅이무침, 탕수육, 버섯구이 등이 나오고, 밑반찬으로 연근, 검은색 밤콩, 녹차우엉, 멸치볶음, 시금치, 삶은 호박고구마, 달래 등 봄나물, 창란젓, 더덕무침, 버섯볶음, 두부구이, 열무김치, 김치, 비트물김치 등이다. 대충 헤아려봐도 30가지는 족히 넘는다.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일식처럼 시각적인 면이 고려된 것이 눈에 띈다. 분홍 및 그린빛을 낸 탕수육에는 형형색색의 브로콜리 당근 무 파프리카 등을 각종 문양으로 만든 후 검은깨를 곁들여 색대비를 꾀했다. 더덕무침은 초록의 나뭇잎 위에 올려 놓았다. 버섯전에는 초록과 붉은 고추를 잘게 썰어 올렸고, 분홍빛의 비트물김치엔 주황색 당근과 초록의 고추로 한껏 멋을 냈다. 입과 눈으로 동시에 먹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식사는 돌솥밥에 꽁치구이 된장찌개 김치찌개 계란찜이 뒤따른다. 뚜껑을 여니 인삼 잣 밤 은행 대추 콩 흑미 등이 향과 맛으로 입맛을 돋워준다.


웬만한 고급 한식집의 3만 원대 급인 이 진수성찬의 가격은 놀랍게도 1만2000원(2인일 경우 1만4000원). 직원들까지 아주 친절해 정말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주방장이자 안주인인 천희정(54, 사진 위) 씨는 "한 60대 할머니가 식사 후 평생 지금까지 이렇게 정성스럽고 맛깔스러운 상을 처음 받아본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선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메인 요리뿐 아니라 사이드 음식도 주문받은 후에 만들기 때문이다. 돌솥밥도 다 된 후 촉촉해질 때까지 5~7분 정도 뜸을 들이는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약수로 끓이는 삼계탕(1만1000원·2인 이상)은 예약 주문만 받는다.

문을 연 지 이제 겨우 7년. 가깝지만 차를 타고 와야 하는 법조타운, 부산의료원, 교육청 등에서도 단골이 늘 정도로 차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부산시민도서관을 지나 만나는 첫 번째 골목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주차는 골목 입구 주차장에 하면 된다. (051)805-3832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 동부산CC

-힐 3번, 레이크 2번홀 등 파3홀 아주 어려워

-밸리 4번 부자(父子)가 홀인원 진기록 보유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아름다운 꽃대궐
-대부분 홀 2단 내지 3단 그린, 퍼팅 유의해야

동부산CC에서 가장 긴(챔피언티 563m, 레귤러티 542m) 파5홀인 레이크 8번홀. 장타자들은 정면 해저드를 티샷으로 넘겨 치지만 평범한 주말골퍼라면 우측 페어웨이를 보고 티샷을 날려야 한다. 이 홀은 서드샷까지 모두 잘 맞아야 3온이 가능하다.
  
우선 아름답다.
골프장은 오너의 취향에 따라간다 했던가.

경남 양산시 매곡동에 위치한 동부산CC에 처음 들어서면 골프장이 단순히 볼만 치는 공간이 아니라 대자연과 조화를 이뤄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를 한 번쯤 되짚어볼 수 있다.

어디에 내놓아도 눈길을 끌 만큼 잘 생긴 소나무와 장미과의 상록 관목인 월계화 덩굴로 뒤덮인 고색창연한 절집의 격자무늬문을 빼닮은 문을 홀과 홀을 구분 짓는 울타리로 사용한 운치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기에 충분하다.

애당초 골프장 측에선 봄 여름 가을을 두고 하필이면 겨울에 취재를 온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분홍빛의 꽃잔디가 초록의 페어웨이와 묘한 색대비를 보여주는 레이크 1번홀. 너무 아름답다.
클럽하우스에서 본 골프장 전경.
코스에서 바라본 클럽하우스와 인공폭포.


비록 지금은 진홍빛 동백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른 봄부터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철쭉 목련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 벚꽃 영산홍 모란 할미꽃 붓꽃 섬기린초 용담 구철초 도라지 조팝나무꽃 해당화 꽃잔디 벌개미취 쑥부쟁이 등 우리 땅 산야에서 단아하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이란 꽃은 죄다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꽃대궐이라는 것.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왔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취재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아쉬웠다.

유홍준은 365일 꽃이 지지 않은 선암사를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라고 했다. 기자는 사시사철 꽃이 지지 않고, 부산시민들의 대표적 근교산인 천성산과 대운산에 둘러싸인 금계포란형의 명당에 위치한 동부산CC를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이라 부르고 싶다.

동부산CC의 회장이 한국 꽃예술의 선구자인 황수로 박사라는 사실은 이제 주말골퍼들에겐 공공연한 비밀이다. 클럽하우스 안팎에는 그의 꽃꽂이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고 주차장 인근에는 그가 손수 담근 된장 간장 장독대도 마련돼 있다. 그의 절제된 미학의 예술혼이 골프장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파3홀은 프로도 울고 간다

동부산CC는 힐(3213m) 레이크(3259m) 밸리(3147m) 등 3개 코스 27홀로 구성돼 있다. 난이도는 레이크, 힐, 밸리 순. 간판 코스는 힐과 레이크 코스. 전장이 6472m(7078야드)로 골프장 치고는 약간 짧은 편이지만 국제 대회를 치르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다. 또 한 가지. 동부산CC는 모든 티를 개방해놓고 있어 주말골퍼가 원할 경우 챔피언티에서 티샷을 할 수 있다.

윤정환 골프장 경기위원장은 "전장은 그리 길지 않지만 대부분의 홀에 OB와 해저드가 있는 데다 그린은 대부분 2단이라 까다로워 자신의 평균 스코어보다 4, 5개 더 나온다"며 "특히 파3홀이 길고 어려워 프로들도 울고 간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까다로운 파3홀은 힐3번, 레이크 2번, 4번홀.

핸디캡 1, 힐 3번홀은 챔피언티 186m, 레귤러티 165m, 레이디스티 127m. 우선 긴 데다 좌우 OB가 있고 북동풍이 자주 분다. 여기에 그린 좌우에 벙커까지 있어 티샷을 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또 티잉그라운드가 좌측을 보고 있어 주말골퍼의 절반 정도는 훅으로 인한 OB를 낸다.

파3, 핸디캡 1, 힐 3번홀,

핸디캡 1, 레이크 4번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챔피언티 191m, 레귤러티 169m, 레이디스티 128m. 겨울에 워낙 바람이 심해 일명 '폭풍의 언덕홀'로 불리는 이 홀도 좌우 OB가 있고 그린 주변에 여유 공간이 거의 없어 온 그린이 되지 않으면 십중팔구 OB구역에 빠뜨리기 십상이다.

파3, 핸디캡 1, 레이크 4번홀. 겨울에 워낙 바람이 심해 일명 '폭풍의 언덕홀'로 불린다.

재밌는 점은 힐 3번과 레이크 4번홀은 마주보고 있어 땅콩 모양의 길이 80m쯤 되는 동양 최대의 초대형 그린을 공유한다는 점. 동시에 두 홀은 골프장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해 있어 그린에서 아름다운 골프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핸디캡 2, 레이크 2번홀. 챔피언티 201m, 레귤러티 146m, 레이디스티 107m로 핸디캡 7. 레귤러티에선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 홀에선 진행상 크게 문제 없으면 챔피언티를 권하고 싶다. 내리막이고 앞핀일 경우에도 최소 170m는 봐야 한다. 정확한 샷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측이 해저드여서 좌측으로 티 샷을 날려야 하지만 그린 좌측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고, 벙커 뒤로는 둔덕이라 내리막 라인에 걸리면 해저드에 빠진 것보다 결과적으로 어렵다. 또 그린 앞 페어웨이가 해저드 쪽으로 경사져 막상 가보면 볼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홀 주변에 동백꽃이 만발해 일명 '동백홀'로 불린다. 윤 위원장은 "프로도 대부분 벙커에 빠뜨리며, 아마추어 시합 땐 더블파도 곧잘 나온다"고 말했다.

파3 핸디캡 2, 레이크 2번홀 챔피언티(201m). 사실 그린이 너무 좁게 보여 티샷하기가 막막하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핸디캡 3, 파4, 좌 도그레그형인 힐 9번홀은 클럽을 대표하는 '시그니처홀'. 챔피언티 403m, 레귤러티 378m, 레이디스티 331m. 우선 긴 데다 그린 뒤로 웅장한 인공 폭포가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약간 내리막홀인 데다 그린 앞에 해저드가 있어 장타자일 경우 2온을 노려볼 만하지만 주말골퍼라면 끊어쳐야 한다. 페어웨이 우측 레귤러티 기준 230m 지점에 벙커도 유의해야 한다.
클럽을 대표하는 시그니처홀인 핸디캡 3, 파4, 좌 도그레그형인 힐 9번홀.
힐 9번홀 세컨샷.

핸디캡 2, 파4 힐 6번홀은 챔피언티 377m, 레귤러티 353m로 거리나 코스는 무난하지만 클럽에서 그린이 가장 어려운 홀이다. 핀이 우측 뒤에 꽂혀 있으면 2퍼팅은 기본, 3퍼팅도 각오해야 되기 때문에 세컨 샷 또는 어프로치 샷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3단 그린인 밸리 1번홀과 레이크 8번홀도 그린이 아주 어렵다.
핸디캡 2, 파4 힐 6번홀.

핸디캡 4, 파4 레이크 9번홀도 쉽지 않은 홀이다. 챔피언티 382m, 레귤러티 351m로 좌 도그레그형인 이 홀은 그린 앞 벙커의 턱이 높아 세컨 샷의 경우 클럽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클럽 챔피언대회에서 특히 실수가 많이 나오는 홀이다.

핸디캡 1, 파4 밸리 9번홀은 챔피언티 386m, 레귤러티 360m에 오르막이어서 세컨샷은 롱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2온이 힘들어 주말골퍼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홀. 그린 앞에 3개의 벙커가 종대로 위치해 있어 만일 벙커에 빠질 경우 탈출에 애를 먹는 홀이다.

핸디캡 1, 파4 밸리 9번홀.

동부산CC는 홀인원과 관련한 재밌는 파3홀이 둘 있다.

밸리 4번홀은 부자가 홀인원을 한 홀이다. 2003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아들이 7번 아이언으로 레귤러티(130m)이 클럽 최연소 홀인원 기록을 세운 후 6년 뒤 아버지가 홀인원을 함으로써 국내 최초 부자 홀인원 기록을 세웠다. 천성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힐 8번홀(레귤러티 163m)은 한 팀에서 2명이 홀인원을 한 케이스. 이 두 홀은 워낙 홀인원이 많이 나와 나무 심을 데가 없을 정도다.

파3, 밸리 7번홀은 클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일랜드홀. 챔피언티 174m, 레귤러티 149m. 온그린 됐을 때 팡파르와 함께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와 피로를 잊게 해준다.

밸리 7번홀.
밸리 7번홀은 온그린이 되면 분수 폭포가 올라온다.
밸리 7번에서 8번으로 이동할 때 본 워터해저드. 우리나라 지도를 닮았다.

또 한 가지. 레이크 1, 5, 7번홀과 밸리 5번홀은 티잉그라운드와 페어웨이를 바로 보고 있지 않아 티샷 때 이에 유의해야 한다.

욕심을 버려라, 스코어가 잘 나온다

욕심을 버려야 하는 홀도 있다.

핸디캡 6, 파5 힐 5번홀. 챔피언티 531m, 레귤러티 506m로 길지만 내리막이라 티샷은 무난해 보이지만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이 특히 심해 세컨 샷의 라이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 그린 앞 90m 지점에 해저드가 있어 세컨 샷은 해저드 앞에 떨어뜨리거나 해저드 우측 공간을 보고 정확하게 쳐야 한다. 티샷 때 좌측 숲을 넘기는 것은 웬만한 장타자가 아니고선 시도해선 안 된다.

핸디캡 6, 파5 힐 5번홀.

핸디캡 3, 파5 레이크 8번홀은 클럽에서 가장 긴 홀. 챔피언티 563m, 레귤러티 542m. 여기에 오르막인 데다 페어웨이가 둘이다. 정면 해저드를 넘기려면 레귤러티 230m 이상을 날려야 한다.

주말골퍼라면 해저드 우측 벙커(레귤러티 기준 210m) 좌측 멋진 등 굽은 소나무를 보고 쳐야 거리를 줄일 수 있다. 괜한 욕심을 부렸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세컨 공략 땐 페어웨이 좌측으로 공략해야 한다. 우측에 보이지 않는 해저드가 있기 때문이다. 이 홀은 서드 샷까지 모두 잘 맞아야 3온이 가능하다. 그린도 무지 어렵다.

핸디캡 6, 파4 밸리 8번홀은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이 비스듬하게 위치해 있고, 그 사이에 해저드가 버티고 있는 형국. 챔피언티 341m, 레귤러티 315m. 훅이 나면 막창이 날 수 있고, 거리 욕심을 부리다 슬라이스가 나면 해저드에 빠지거나 벙커(레귤러티 기준 200m)에 빠질 수 있다. 자신의 거리에 맞게 티샷을 날려야 한다

핸디캡 6, 파4 밸리 8번홀.

동부산CC 황수로 회장은 "우리 골프장은 코스 관리뿐 아니라 골프장의 조경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전국의 여타 골프장에서 시찰을 올 정도로 아름답다"며 "앞으로도 자연과의 조화에 더욱더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클럽에는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 밤 경기를 위한 나이트 시설이 없다. 

레이크 1번홀.
레이크 3번홀.
레이크 5번홀.
레이크 7번홀.
레이크 9번홀.
힐 1번홀.
힐 4번홀.
힐 7번홀.
천성산 정상이 정면으로 보이는 파3, 힐 8번홀.
힐 8번홀의 퍼팅.
동부산CC 진입로.


-부산 동래구 수안동 동래경찰서 맞은편 위치
-"우리 건강엔 우리 농산물이 최고지요"
-식재만 보면 약선요리나 진배없어
-저녁엔 직접 만든 청국장 홍어탕도 인기
   

얼룡 뜯음면. 현미 찹쌀 등 곡식과 감자 고구마 칡 연근 등 뿌리채소를 곱게 갈아 복분자와 치자 등을 가미해 만든 일종의 수제비.
얼룡탕수.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뜯음면의 수제비를 튀겨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린 음식.


'얼룡면'.
부산 동래경찰서 맞은편에 독특한 이름의 커다란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분명 식당인데. 누굴 희롱하는 것도 아니도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린가 싶어 물어보니 '얼쑤~얼씨구 좋다~우리 농산물'을 의미하는 조어란다.

지난해 말 문을 연 신참내기 '얼룡면'은 곡식 뿌리채소 열매 등 순수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먹을거리를 만들고 있다. 메뉴판에는 얼룡 뜯음면, 얼룡 긴면, 얼룡 파전, 얼룡 탕수가 보인다. 맛의 '블루오션이다'.

얼룡 뜯음면(5000원)은 현미 찹쌀 등 곡식과 감자 고구마 칡 연근 등 뿌리채소를 곱게 갈아 복분자와 치자 등을 가미해 만든 일종의 수제비.

웰빙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단호박 애호박 팽이버섯 당근 부추 등 각종 야채가 들어간다. 밀가루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멸치 다시마 띠포리 등으로 맛을 낸 국물도 일품이다. 그릇에 담긴 음식의 색상이 알록달록해 시각적으로도 맛을 느낄 수 있다. 수제비는 쫀득하면서도 쫄깃하다.

주방장 김혜숙 씨는 "쌀 찹쌀 고구마 감자 연근 마 옥수수 현미 검정깨 등 미량이라도 들어가는 우리 농산물이 30여 가지나 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모든 재료를 직접 주방에서 갈아 중화, 배합해 수제비의 표면이 오돌오돌하면서도 입자가 살아 있어 음미해 먹으면 연근의 아삭아삭한 맛과 감자 고구마의 달큰하며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얼룡 긴면(5000원)은 해물육수에 메밀 쌀 현미 등 일곱 가지 곡식으로 길게 뽑아낸 일종의 칼국수. 밀가루가 약간 들어간다. 밀가루가 없으면 뚝뚝 끊어져 면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 들깨가루와 콩가루가 들어가 특히 구수하다. 얼룡 뜯음면과 함께 찰밥 한 공기도 제공하는 센스를 갖췄다.

얼룡 탕수(2만 원)는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뜯음면의 수제비를 튀겨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린 음식. 함께 들어가는 고명 또한 가지각색. 오징어 새우 브로콜리 파인애플 피망 표고버섯 목이버섯 양파 등에 검은깨를 뿌려 모양이 화려하다. 얼룡 파전(7000원)은 메밀 현미 등 일곱 가지의 곡식에 파와 해물을 곁들인 전으로 얼룡 탕수와 함께 가벼운 술안주나 식사대용으로 적합하다.

본업인 치과기공사인 김영숙(57, 아래 사진) 대표는 "이름만 안 붙였지 재료만 보면 약선요리나 다름없다"며 "당뇨와 변비로 고생하거나 회복실에 있는 환자 등 식이요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얼룡면'은 메뉴를 추가했다.

"이름에서 떠오르는 분식점 이미지 때문에 가볍게 먹는 점심식사 땐 북적대지만 저녁 시간대는 비교적 한가해 얼큰한 식사류를 마련했어요." 청국장 정식(6000원)과 홍어탕(6000원) 그리고 홍어삼합(3만5000원)이 바로 그것.

주방장이 직접 담근 청국장은 담백하면서도 청국장의 고유한 옛맛을 살렸고, 홍어탕은 얼핏 떠오르는 맑은탕이나 매운탕이 아닌 들깨와 된장을 넣어 보양식 개념으로 개발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홍어삼합도 그만이다. 여기에 궁합이 맞는 함양 안의의 특산품인 맑은 동동주 징주(1만 원)는 뒤끝이 없고 맛도
좋아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밑반찬을 제외한 이 집에서 사용하는 그릇은 모두 사기장 신한균 씨의 작품(아래 사진)이다. 음식 맛이나 미각보다 건강을 더 중시하는 김 대표는 "그저 비타민 한 알 더 먹는다 생각하고 우리 집을 찾으면 건강 하나는 챙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식의 건강을 챙기는 어머니처럼 웃었다. (051)552-1522




-부산 중구 광복동 레스토랑 '쉬폰'
-"신선한 재료로 여운이 오래가는 음식 만들고 싶어"
-차·케이크 전문점에서 레스토랑으로 변신
-젊은 여성에서 세련된 할머니까지 단골

 

레스토랑 '쉬폰' 박선기 대표는 "음식의 향과 맛이 식도와 위장 허파를 거쳐 다시 내뿜어져 올라오는 숨결에서도 여운이 남는 그런 음식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 맞는 사람이랑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이성이건 동성이건 아니면 남편이든 마누라든. 깔끔하게 세팅된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형형색색의 그림 같은 요리를 맛보는 그 순간만은 적어도 근심 걱정이 잊혀진다.

근데 믿고 찾아간 레스토랑의 음식 맛이 기대 이하라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돈과 시간은 둘째 치고 썩 괜찮은 식당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자신의 신뢰성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 지인은 오래전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맛없는 식당은 '사회악'이라고. 당시엔 독설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예기치 않게 한 번쯤 경험해보면 그 말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 직하다.

모처럼 자신 있게 레스토랑을 한 곳 소개한다. 원도심인 중구 광복동 레스토랑 '쉬폰'이다. 옛 유나백화점 맞은편 건물 2, 3층에 위치해 있다.

첫인상은 세련되고 분위기가 넘친다. 맛은 두말할 나위 없고 생화를 인테리어 품목으로 곁들이는 정성을 아끼지 않아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데이트족, 젊은 여성들, 초등생 자녀를 둔 미시들 그리고 '세련된 할머니'들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분위기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이곳은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 및 차 전문의 카페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런 '쉬폰'이 지난해 10월부터 또 한 번의 비상을 위해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기존의 케이크와 차에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샌드위치,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 등 메뉴를 다양화했다. 타고난 '절대 미각'을 보유한 박선기(51) 대표는 "종합무역상사에서 패션 쪽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 유럽이나 미국으로  출장이 잦다 보니 서양요리와 와인에 눈을 떠 레스토랑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박한 음식이론과 일류 요리사 빰치는 실력으로 이 분야의 숨은 실력자로 이미 인정받고 있었다.

잘 나가는, 혹은 이 집만의 독특한 메뉴 몇 가지를 부탁했다.
뜻밖에도 샌드위치(사진 아래)였다. 모차렐라치즈와 토마토 등 각종 야채를 크루아상에 곁들인 샌드위치(8000원)는 신선하면서 여운이 오래 가 샌드위치가 얼마나 맛있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샐러드 피자
(1만6000원)는 샐러드와 피자가 따로 나와 월남쌈처럼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치즈 고유의 맛과 샐러드의 상큼한 맛의 절묘한 조화는 한마디로 맛의 블루오션에 다름 아니다. 파스타도 하나같이 일품이다. 가지 토마토 호박 등 신선한 야채를 듬뿍 넣어 토마토소스로 맛을 낸 토스카나식 파스타(1만4000원)와 치즈와 호두로 맛을 낸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펜네(1만2000원) 등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햄의 짭조름한 맛과 멜론의 달고 시원한 맛이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는 '햄을 얹은 멜론'(1만5000원)과 그린홍합 치즈구이(1만6000원)는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로 인기가 높다. 디저트로 그 유명한 케이크(4000원)를 살짝 맛봤다. 소문대로 격이 다르다.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 케이크 전문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품격이 있다. 차 또한 기본 커피에 종류별로 다 갖췄다. 티는 12가지, 허브티는 5가지다. 하나같이 은은하면서 맛과 향이 살아 있다.

"음식의 향과 맛이 식도와 위장 허파를 거쳐 다시 내뿜어져 올라오는 숨결에서도 여운이 남는 그런 음식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박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만일 부산에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가 찾는다면 기자는 이 집부터 살짝 소개하겠다.

또 한 가지. 이 집 박 대표의 부인은 전 MBC 아나운서 정보영 씨였다. 사실 깜짝 놀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9시 뉴스테스크와 장학퀴즈 등을 손석희 아나운서와 진행한 것 같다. 부산 출신의 신랑을 만나 주말부부를 오랫 동안 하다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지금은 부산에서 '정보영 스피치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부산대 경성대 동서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051)254-5258



호기심 반, 오기 반…어떤 맛이기에 이들은 마냥 기다리나

메뉴 평범, 주로 입소문 입맛 다시다 배꼽시계 가는 줄 몰라
푸짐한 양·독특한 맛·착한 가격…무턱대고 가면 발품만 팔아
그렇다고 소문 그대로냐? 일부는 기대 이하인 집도 있어
소문나 단골에 피해줄까 걱정 하기도…손님 많아 친절한 서비스 기대 금물

몸을 차게 하는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낮 12시 즈음이면 200여 명의 좌석이 거의 다 차버리는 사직동 '주문진 막국수'.
서구 부용동 '원조 18번 완당'.

일단 한번 들어보세요.
#장면 1    
평일 밤 10시40분. 요즘 가장 잘나간다는 드라마 '추노'를 뒤로한 채 집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부산 연제구 연산3동 대로변에 위치한 어느 조그만 식당. '지금 시각이면 맛을 볼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차를 몰았습니다. 식당 규모에 비해 유난히 큰 간판이 보이자 설레기도 했습니다.

오 마이 갓! 도착하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10여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입구에도 5명이 더 보였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포장만을 위해 번호표를 받고 별도로 기다리는 사람도 7명이나 되었습니다. 일부는 식당 근처에 주차한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20분 정도 지나자 기다리다 지친 아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며 파장할 팀을 관찰했지만 전혀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당을 나오면서 아내가 던진 말은 이렇습니다. "이런 이상한 세계는 처음인 것 같아요. 꼭 한 번 먹어야 되겠다는 오기가 생기네."

결국 11시20분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때도 처음 왔을 때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취재를 떠나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는 그 다음 날 오후 5시께 다시 찾아 맛을 보았습니다. 네 번째 만이었습니다.

이틀 전 입소문만 듣고 무작정 오후 7시30분에 이 집을 찾아 취재를 요청했지만 문전박대당하고, 그 다음 날 같은 시각에 또 찾았지만 30분 기다리다 희망이 안 보여 발길을 돌렸습니다. '닭발의 천국'이라는 집입니다.

맛은 어땠느냐고요. 괜찮았지만 이토록 줄을 서가며 먹을 만큼 '환상적'이지는 않고 평범했습니다. 물론 우리 부부만의 사견이지만. 하여튼 불가사의한 시추에이션이었습니다.

#장면 2     
역시 평일 오후 8시. 부산진구 당감동 백양터널 가는 대로변의 한 고깃집 'OK목장' 앞. 간판은 불이 꺼져 있고 셔터의 절반이 내려져 있지만 8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인장에게 물었습니다. 왜 간판의 불을 켜지 않고 셔터문을 반쯤 내리고 있느냐고.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근처 가게들이 자꾸 민원을 제기해요. 실제로 그런 적이 꽤 있었거든요."기자는 오후 8시40분께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인장은 "40분이면 비교적 적게 기다린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부산에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식당 이야기입니다. 취재 중 여러 식당에서 줄을 서 먹어본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이 있더군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푸짐한 양'과 '착한 가격 그리고 '빼어난 맛'이 정답이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거의 단일 메뉴를 갖고 있더군요.

약간의 거품도 있었습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맛이었지만 왜 그렇게 손님이 줄을 서는지 다소 의아한 구석도 있었습니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진리를 망각하고 불친절함이 하늘을 찌르는 식당도 있었습니다. 판단은 모두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집만이 부산을 대표하는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이 아니라는 겁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이보다 더 많은 집이 안테나에 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줄 서는 집'을 소개하는 기회를 다시 마련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언제나 만원…발걸음 되돌릴 각오해야

조개탕과 닭발.


부산진구 연산3동 현대아파트 입구 닭발의 천국(051-865-8449). 밀려오는 손님들 때문에 대책없이 저녁 시간에 찾아갔다간 허탕치기 일쑤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내부는 흐름하며 30명 정도가 정원이다. 오후 5시에 찾아도 겨우 한 테이블만 남아 있다. 10분 뒤 자리가 차면 그때부터 쭈욱 줄서기가 계속된다. 메뉴는 닭발과 조개탕 단 두 가지. 각각 1만 원. 소주는 1인당 1병만 판다. 맛에 대한 반응은 '황홀하다'는 쪽과 '평범하다'는 쪽 반반이다. 이런 점에서 약간 거품이 있지 않나 싶다. 웬만한 닭발집은 이 정도 하는데 사실.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하지만 그렇게 맵지는 않다. 절제된 매운 맛이라고나 할까. 조개탕은 매운 고추를 넣어 아주 시원하지만 이 또한 여느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맛이다. 원래 그렇지 않은가. 조개탕은 재료만 신선하면 그 맛이 그 맛 아닌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분위기는 '빵점'. 직원들은 불친절은 하늘을 찌른다. 식사 중 옆테이블 손님들에게 물어보니 열에 열은 불친절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줄 서는 집이라고 하니 호기심 반, 줄을 서다 보니 오기가 발동한 때문인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홀에 단말기가 안 보여 대부분의 다른 손님들이 현금을 내기에 신용카드를 한번 내봤다. 거부는 하지 않고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서 결재는 해온다. 


5개의 육질 등급 중 최고인 속칭 '투뿔' 1++ 등급의 쇠고기 100g에 1만3000원이라면 누가 찾지 않겠는가. 일반 고깃집이라면 2만 원은 족히 넘는다. 부산진구 당감동 OK목장(051-894-5643)을 두고 하는 말이다. 1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갈빗살만 취급한다. 갈비 한 짝엔 안창살 꽃살 갈빗살이 있지만 이 집은 안창살 꽃살을 따로 빼내 더 비싼 가격으로 팔지 않고 갈빗살과 골고루 섞어서 손님에게 대접한다. 대신 나쁜 부위는 절대 갈빗살에 섞지 않고 반드시 된장찌개에 넣는다. 6개의 테이블이 붙어 있어 분위기는 별로지만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기 때문에 '용서가 된다'. 된장찌개 또한 일품이어서 맛에 대해선 흠잡을 데가 없다.

부산에서 유명세로 따지자면 아마도 대연동 쌍둥이돼지국밥(051-628-7020)을 따라올 집은 드물 듯하다. 대연사거리에서 문화회관 또는 유엔공원 가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찾기도 쉽다. 평일 주말 점심 저녁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나 10명 이상의 줄은 기본이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꽉 들어찬다. 심지어 비바람이 불어도 우산을 쓰고 묵묵히 기다리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이 집은 우선 국물이 설렁탕처럼 우윳빛이 나고 담백하다. 이런 점에서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선호한다. 반면 돼지국밥은 약간의 누린내가 나면서도 거칠고 투박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알코올램프로 식지 않게 데워주는 수육의 고기는 향정살 삼겹살 목살 등을 골고루 사용한다. 영업시간은 새벽 1시까지. 돼지국밥 4500원, 수백 7000원.

20~30분은 기본,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롯데백화점 부산(서면)점 뒷문 근처에 위치한 삼광보리밥(051-803-9636)은 가게 이름과 달리 보리밥보다 김치전골로 더 유명한 집. 오전 11시부터 줄이 시작돼 오후 2~3시가 넘어서도 계속된다. 3000원 하는 보리밥은 평범하다. 무채 콩나물무침 겨울초무침 물김치 시락국이 곁들여지는 보리밥은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맛이다. 부담없는 한 끼 식사로는 손색이 없다. 오히려 시큼하게 잘 삭은 김치를 넣은 김치찌개에 라면사리와 오뎅을 곁들인 일종의 퓨전 김치찌개인 김치전골이 더 잘 나간다. 공기밥 포함 2인 1만 원. 맛있기는 하지만 식당 자체의 흡입력보다 솔직히 '앉은 터', 다시말해 백화점의 후광 탓이 큰 듯하다.


사직야구장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주문진 막국수(051-501-7856)는 몸을 차게 하는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에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 기자가 찾은 평일 오전 11시50분께 가게의 80%가 손님들로 차 있었지만 나올 땐 계단을 지나 바깥까지 줄이 이어져 있었다. 주말엔 두말하면 잔소리. 사골을 고은 육수에 메밀과 전분을 섞어 뽑은 쫄깃한 면발에 김과 깨를 듬뿍 넣은 이 맛은 강원도 사람들이 더 강원도답다고 칭찬하기 일쑤. 프로축구 강원FC 서포터스는 사직구장만 찾으면 반드시 단체로 이 집을 찾는다고 한다. 수육에 곁들여지는 식혜는 너무 맛있어 손님들이 포장을 요청할 정도. 막국수 칼국수 5000원, 수육 1만~1만5000원.

완당. 사실 완당보다 돌냄비우동이 훨씬 더 맛있다. 국물부터 차이가 났다. 해서, 단골들은 완당은 먹지 않더군요. 소문 듣고 온 사람들만 완당을 시키더군요. 완당으로 돈 벌고, 유명세를 탔는데 완당을 더 맛있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완당은 미끼상품인가. 약간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대를 이어 내려오는 집이라는데.

서구 부용동 부민초등학교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원조 18번 완당(051-256-3391)은 1947년 문을 연 이후 2대째 내려오는 맛집. 역시 평일 점심시간에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완당(5000원)은 두께 0.35㎜의 피에 고기 속을 넣고 육수에 익힌 일종의 만두국. 하지만 이 집에는 완당보다 돌냄비우동(6500원) 냄비우동(5000원), 여름엔 메밀국수와 비슷한 발국수(5000원)의 인기가 더 높다.

술집에도 줄을 서야 되나요

맛의 차원이 다른 탕수육.

만두도 아주 맛있다.


연산동 KNN방송국 인근 골목에 위치한 칠보락(051-865-7732)은 중국집이지만 술 손님을 위주로 오후 2시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41년 요리 경력인 화교 출신의 주인장 왕입경(57) 씨의 숨은 솜씨가 서서히 입소문을 타 이제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굳이 초량으로 갈 필요가 없게 된 셈. 신문에 소개되면 단골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도 마음에 든다. 유산슬, 깐쇼새우 등이 일품이다. 4~5인용 코스 요리(10만 원)는 술 안주로 인기다.

생선초밥. 국내 것보다 크다.

카레우동.


광어육회.

서면 복개천 대로변에 위치한 키라라(051-808-5338). 일본서 유학하고 직장생활를 한 황위현 대표와 일본인 주방장 야마사키 히로키 씨가 일본 정통요리뿐 아니라 퓨전요리를 개발해 젊은이들을 줄 세우고 있다. 광어를 육회 양념으로 만든 광어육회와 독특한 맛의 키라라 순두부가 대표적인 메뉴다. 수제 오뎅전골과 타르타르소스를 일식으로 변형한 소스가 독특한 굴튀김도 인기 메뉴다. 금, 토요일 자리가 없을 경우 메모를 남기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세련된 카페 분위기여서 여성들이 절반 가까이 차지 한다.


동래구청 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뚱이네양곱창(051-558-0697)은 아주 '착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맛으로 인기몰이를 한 케이스. 소 양곱창이 8000원. 이 가격은 다른 집에선 1만8000원을 받아도 될 정도. 너무 가격이 저렴해 '모 기관'에서 조사를 나와 냉장고를 뒤졌다는 일화도 있다. 직접 구워주면서 굽는 노하우와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줘 밤마다 줄을 선다. 기다리다 지쳐 연락처를 남기면 주인이 연락을 해준다.

주말 가족손님 터져나가요

대나무 불판.

석쇠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강서구 명지동 서낙동강변 녹산수문 인근에 위치한 배꼽 빠진 고기(051-941-4233)는 한우를 식당 이름 그대로 거품을 뺀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식육식당.
등심 600g을 5만4000원~6만6000원에 판매하는 등 한우 각 부위를 1인분에 1만2000원 안팎으로 먹을 수 있다. 단 무한 리필 가능한 야채값으로 3000원을 내야 한다. 이 집은 불판을 대나무로 만들어 대나무가 육즙을 오랫동안 머금고 있다. 밑반찬인 치자백김치나 강화도 순무도 별미다. 가게 바로 옆에는 갈대숲이 흐드러진 서낙동강의 둑길이 2㎞ 펼쳐져 산책도 가능하다.

살얼음을 띄운 동치미가 아주 일품이다.

지하철 2호선 대티역 4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사하구 괴정동 대티물꽁(051-208-7379)은 부산시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된 아구찜 전문점. 주말엔 가족 손님이 워낙 많아 예약을 받지 않는다. 빼어난 맛에 양도 아주 많다. 직접 담근 동동주와 살얼음을 띄운 동치미가 아주 일품이다.


동래구 수안동 주택가 골목에 12년째 문을 열고 있는 바우석쇠구이(051-556-6115)는 손님들로부터 아예 번호표를 뽑는 고깃집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으로 각인돼 있다. 주말이면 가족 외식장소로 이만한 데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고기이긴 해도 호텔에서 쓰는 좋은 고기인 데다 고감도의 칼질과 숙성온도 조절을 잘 해 맛은 한우 못지 않다. 1인분(1만2000원~1만3500원)에 250~360g. 최근에는 해물된장, 갈비(550g), 물김치 1팩을 포장해 1만4300원에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남천동 해변시장에 위치한 영남식육식당(051-624-2228)도 쇠고기의 모든 특수부위까지 갖추고 있어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목~일요일 저녁시간엔 줄을 서야 할 정도. 식사로 나오는 된장라면과 누룽지가 아주 맛있다.

평일 직장인들이 줄 서는 집
  

보드판에 온 순서를 기록한다.


돈까스카레.

고로케카레.


중구 중앙동 일명 소라계단 인근의 겐짱카레(051-461-0092)는 정년 퇴직 후 부산이 좋아 4년 전 부산에 눌러앉은 일본인 요시다 겐지·사치코 씨 부부가 주인이자 주방장인 일본식 정통 카레집. 오전 11시30분부터 줄을 서기 때문에 가게 앞에 의자가 놓여 있고, 문에는 대기자 이름을 적기 위한 보드판을 달아놓았다. 일본을 자주 오가는 여행사 및 항공사 사람들과 부산 거주 일본인들이 자주 찾는다. 고로케카레 5000원, 돈까스카레 5500원.


중앙동 40계단 인근에 위치한 황태를 벗삼아(051-468-5958)는 부산선 드물게 황태찜을 맛볼 수 있는 35년 전통의 맛집. 평일 점심 땐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여성들과 속풀이를 위한 주당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생선초밥 1인분.

사장 겸 주방장 이정태 씨.



'황태를 벗삼아' 맞은 편의 본(本)참치(051-463-3737) 또한 식사 때면 직장인들이 줄을 서 두 식당 사이의 골목이 일대 혼잡을 이루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 집의 사장이자 주방장 이정태 씨는 부산시 생선회 활어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베테랑이다. 저녁 땐 다른 집의 절반 가격으로 참치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부산대 앞의 리틀프랑(051-581-0056)은 대학생들이 즐겨찾는 4500~5500원대의 스파게티 전문점.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1만 원대라 학기 중엔 근처 직장인들까지 가세해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부산 아시아드CC

파인 7번, 프로도 더블 보기 이상 속출
해발 낮은 목장 부지인 구릉지에 조성
토목공사 덜 해 저지대 마운드 그대로 활용
세컨·서드샷 때 스탠스 잡기가 까다로워
겉보기와 달리 스코어 의외로 잘 안 나와
부산울산 고속도로 일광IC서 5분 거리
명실상부한 부산을 대표하는 골프장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골프경기를 위해 조성한 아시아드CC는 기존 골프장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부산 기장군의 대장산인 달음산 암봉이 한참 올려다 보이는 이곳은 우선 앉은 터가 골프장의 입지로는 이상적이다. 수백 m나 되는 산악 지대가 아니라 골프장으로서 드문 해발이 낮은 목장 부지인 구릉지에 조성됐기 때문이다. 골프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산속의 대형 토목공사의 산물이 아니라 외국이나 제주도의 일부 골프장처럼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저지대의 구릉지 마운드를 그대로 활용해 자연스럽게 홀을 꾸몄다.

이런 연유로 겉으로 봐선 쉬워 보이지만 막상 샷을 날려보면 실제론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는다. 아시아드CC 김용관 회원은 이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아시아드CC의 첫인상은 여느 골프장과 달리 평범하지만 기존의 굴곡 있는 마운드를 끌어들여 지형을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홀을 조성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업다운 지역이 널려 있어요. 아무리 티샷이 잘 맞아도 세컨이나 서드샷 때 스탠스 잡기가 까다롭다 보니 의도한 대로 샷이 잘 맞지 않아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아요."   
 
해운대CC의 회원이기도 한 그는 "페어웨이가 좁고 전장이 긴 데다 OB 구역이 많아 어렵다고 소문난 해운대CC가 아시아드CC보다 스코어가 잘 나오는 이유는 결국 페어웨이 상의 업다운 지점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싱글핸디캐퍼인 김 회원은 "흔히 전장이 아주 길다는 통도파인이스트CC 남코스에서 싱글인 사람이 아시아드CC에선 통상 네댓 개는 더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드CC는 레이크·파인·밸리 등 3개 코스 27홀로 구성됐다. 레이크 코스는 목장 지대의 구릉과 호수를 그대로 활용해 마치 외국의 골프장 같다. 파인 코스는 천연수림과 숲속의 연못을, 밸리 코스는 말 그대로 계곡의 독특한 지형을 코스에 그대로 접목시켜 홀마다 전략성을 부여했다. 난이도는 대체로 파인, 밸리, 레이크 순으로 어렵다.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대회를 치러 글로벌 규격을 공인받은 데다 최근 개통된 부산울산 고속도로 일광IC에서 5분밖에 걸리지 않아 근접성이 빼어난 만큼 부산을 대표하는 골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골퍼들의 중론이다. 수년 전 '월간중앙'이 전국 아마 골퍼를 대상으로 선정한 '가보고 싶은 골프장 10'에서 아시아드CC는 영호남 및 충청권에서는 유일하게 8위에 오른 사실도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27홀 중 가장 어렵다는 마의 파인 7번홀

아시아드CC 27홀 중 가장 어렵다는 파인 7번홀 티잉그라운드. 좌측 해저드와 정면으로 벙커가 보이지만 큰 부담은 없다. 바로 밑 티잉그라운드인 화이트티에서 막창의 위험이 있지만 사진과 같이 블루티에선 막창의 위험이 없다.
파인 7번홀의 세컨샷 지점. 사진 맨 아래 가운데쯤 볼이 떨어지면 그린까지 200m쯤 된다. 앞바람까지 연신 불어대 2온은 사실상 어려워 하수들은 레이업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간판 코스는 레이크와 파인 코스. 두 코스의 전장은 6518m(7128야드). 통도 남코스(6735m) 해운대CC(6629m)보다는 짧지만 에이원CC(6424m) 보라CC(6590m)와는 어금버금하다.

아시아드의 매력은 각 홀의 독특한 설계에 대응할 전략이 없으면 무너진다는 데 있다. 특히 진저리를 치는 곳은 파인 코스. 9개 홀 중 1번홀과 파3홀 2개를 제외한 6개홀이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다. 이렇다 보니 라운드 시간도 다른 코스보다 길다.

특히 파인 7번홀이 악명 높다. 파4, 핸디캡 1 챔피언티 404m, 블루티 383m, 화이트티 356m. 아시아드CC의 시그니처홀이자 골퍼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승부처로 27홀 중 가장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약간 내리막 좌 도그레그홀로 IP지점에서 그린까지 페어웨이 좌측에 해저드가 150m 정도 길게 펼쳐져 있고, 그 폭은 나머지 페어웨어 폭보다 길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좌측으로 해저드의 끝 부분(블루티 기준 230m)이 보이고, 정면으로 벙커(〃 250m)가 도사리고 있다. 페어웨이 좌우 측에는 송림이 도열해 있어 페어웨이를 더욱 좁아보이게 한다. 이 홀은 특히 앞바람이 심해 약간 내리막이지만 제 거리를 보고 대부분 드라이버를 잡는다.
 
문제는 세컨샷. 티샷이 이상적으로 맞고 잘 굴러 240m쯤 가면 그린까지 140~150m가 남는다. 이럴 경우 스탠스가 좋으면 아이언으로 2온을 노려볼 만하지만 170m 전후로 남으면 앞바람 때문에 우드를 잡아야 한다. 이는 여자 프로들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페어웨이의 절반 이상인 해저드가 그린까지 뻗어 있고, 그린 좌우에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는 데다 그린 좌·우·뒤의 공간마저 좁아 극도의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그린은 약간의 포대그린으로, 중앙은 볼록하며 좌·우와 뒤쪽은 모두 내리막이라 볼을 중앙에 세우지 않으면 대부분 벙커나 해저드로 굴러 내려간다.

2007년 KLPGA 투어 때 파인 7번홀의 평균 타수는 무려 5.12타. 이 대회 마지막 날 더블보기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무려 18명일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당시 4오버파로 우승한 안선주 프로는 인터뷰에서 "파인 7번홀에서 버디, 파, 보기로 타수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답할 정도였다.

김용관 회원은 "주말골퍼들은 티샷이 잘 맞지 않으면 우드로 욕심내지 말고 웨지나 숏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레이업을 한 후 3온을 목표로 해야 보기로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파4 핸디캡7 레이크 8번홀. 페어웨이 약간 우측의 소나무가 골퍼를 깝깝하게 한다.

파4 핸디캡 7 레이크 8번홀은 페어웨이 약간 우측 블루티 기준 230m 지점에 소나무가 서 있어 깝깝한 홀. 챔피언티 351m, 블루티 318m, 화이트티 293m. 거리 상으론 2온이 쉬울 것 같지만 티샷이 조금이라도 우측으로 치우치면 러프인 계곡으로 빠져 소나무 때문에 레이업을 하거나 OB로 처리된다. 로우핸디캐퍼들은 우드나 롱아이언을 잡고 정교하게 180~185m 날리면 그린까지 150m쯤 남는다. LPGA 우승자 박지은 지은희 프로도 '울고 갔다'.

파4 핸디캡2 밸리 8번홀. 좌 도그레그홀이라 페어웨이 좌측 소나무를 넘겨야 그린까지 2온을 쉽게 할 수 있다(사진 위). 이같은 사실은 아래 사진을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파4 핸디캡2 밸리 8번홀은 좌 도그레그홀이라 페어웨이 좌측 숲을 넘기면 그린까지 120~130m가 남아 2온이 가능해지는 점에선 통도파인이스트 남코스 14번홀과 흡사하다. 챔피언티 391m, 블루티 368m, 화이트티 343m. 하지만 통도의 경우보다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 왜냐하면 통도의 경우 거리만 충족되면 가능하지만 아시아드는 소나무의 키가 아주 커 높이까지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화이트티에서 티샷을 하면 180m 이후부터 막창이 나기 쉽다.

파4 핸디캡1 우 도그레그홀인 밸리 5번홀도 만만찮은 홀. 챔피언티 409m, 블루티 386m, 화이트티 360m. 페어웨이가 넓어 OB 위험은 없지만 티샷의 안착 지점에 따라 세컨샷의 남은 거리가 달라져 정교해야 한다. 문제는 티샷이 잘 안 맞았을 경우. 그린으로 갈수록 페어웨이 폭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경사가 좌측으로 심하게 흘러 세컨샷을 하기가 막막하다. 워낙 좌측으로 잘 굴러 OB 대신 로컬룰로 해저드 처리를 하면서 볼이 빠지지 않도록 막아놨을 정도다.

파4 핸디캡1 레이크 9번홀. 파인 7번홀에 이어 두 번째로 어려운 홀이다.

 파4 핸디캡1 레이크 9번홀은 파인 7번홀에 이어 두 번째로 진저리를 많이 내는 홀. 챔피언티 415m, 블루티 391m, 화이트티 361m. 긴 데다 오르막에 앞바람 그리고 페어웨이의 업다운이 심해 티샷이 잘 맞아도 세컨샷의 라이가 좋지 않아 프로들도 2온이 힘들어 보기를 많이 한다. 그린 앞 벙커 턱도 높다. 세컨샷이 약간 짧으면 그린 앞 벙커 아래엔 폭 꺼져 있어 그린이 보이지 않는다.

해운대의 진산 장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파4 핸디캡2 좌 도그레그형인 파인 2번홀.

해운대 장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파4 핸디캡2 좌 도그레그형 파인 2번홀은 내리막에 좌우 소나무가 페어웨이를 감싸고 있어 티샷 때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아마추어 대표구질인 악성 슬라이스가 자주 발생하는 홀. 좌우 OB가 있고 페어웨이의 업다운이 심해 티샷 세컨샷 모두 정확성을 요한다. 챔피언티 388m, 블루티 365m, 화이트티 338m.

파5홀 치고 거리가 짧아 이글이 자주 나오는 레이크 2번홀.

또 한 가지. 챔피언티 462m, 블루티 440m, 화이트티 418m 레이크 2번홀은 파5홀 치고 거리가 짧아 이글이 자주 나와 '이글 공장'이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다. 뒷바람까지 자주 불어 장타자라면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페어웨이 우측으로 긴 해저드와 턱 낮은 벙커가 나란히 내달려 하수에겐 부담스러운 홀이다.

파인 8번홀, 악몽의 그린

전체적으로 어렵지만 그린이 가장 까다롭다는 파인 8번홀.

IP 지점 앞뒤로 억새가 무성한 파4 핸디캡5 파인 8번홀은 27홀 중 그린이 가장 까다로운 홀. 중앙에 마운드가 있어 앞핀일 경우 약간만 짧으면 더 밑으로 굴러 3펏은 보통, 4펏 5펏도 나올 수 있다. 좌핀일 때도 길게 안 치면 굴러 오르막 퍼팅을 해야 한다. 이 홀은 블루티가 338m로 약간 짧지만 극심한 오르막이어서 역시 2온이 부담스럽다. 로우핸디캐퍼는 티샷 때 페이드샷을 구사하면 거리의 이점이 있다.

레이크 4번, 파인 7번, 밸리 5번홀도 그린이 까다롭다. 신은실 캐디는 "아시아드CC의 경우 홀컵에서 1.5m 내의 라인에서 변화가 특히 심해 비교적 짧은 퍼팅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언급은 안 됐지만 아시아드CC의 나머지홀의 사진은 아래와 같다.

기장군의 대장산인 달음산 암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파4 핸디캡4 레이크 1번홀.
앞바람이 잘 부는 약간 오르막인 파4 핸디캡2 레이크3번홀.
그린 주변 벙커가 깊은 파3 핸디캡6 레이크 4번홀. 블루티 157m.
파4 핸디캡3 레이크 5번홀.
그린이 해저드로 둘러싸인 파5 핸디캡7, 좌 도그레그홀인 레이크 6번홀.
파3 핸디캡8 레이크 7번홀.
파4 핸디캡4 파인 1번홀. 연습장이 티잉그라운드 바로 우측에 위치해 있다.
파3 핸디캡8 파인 3번홀.
파인 3번홀 그린.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파4 핸디캡6 파인4번홀. 베이사이드CC가 그린 바로 파에 훤히 보인다.
파5 핸디캡9 파인5번홀. 티잉그라운드 좌측이 역시 베이사이드CC이다.
파3 핸디캡3 파인 6번홀.
파5 핸디캡7 파인 9번홀.
아일랜드홀인 파3 핸디캡5 급내리막홀인 밸리 6번홀. 챔피언티 160, 블루티 141m. 이 홀 좌측에는 묘지군이 있다. 신기하게도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한 골퍼들이 사고나 병으로 빨리 세상을 떠 회원들 사이에선 홀인원을 하더라도 골프장 측에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전해온다. 이는 회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레이크힐스 경남CC

물결치는 페어웨이·그린… 라운드 내내 고민
페어웨이, 업다운 심하고 좌우 경사 심해
티샷 잘 맞아도 비슷한 스탠스 거의 없어
주변 송림 수십년 된 것처럼 아주 울창
"업힐·다운슬로프 샷, 벙커샷 숙지해야"

영남권에서 해운대CC와 함께 주말골퍼로부터 가장 까다로운 골프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레이크힐스 경남 CC의 파4 제이드 2번홀. 약간 좌 도그레그홀인 이 홀은 페어웨이에서 그린 뒤까지 3개의 해저드가 펼쳐져 있어 특히 아름답다.
   
 영남권에서 해운대CC와 함께 주말골퍼로부터 가장 까다로운 골프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레이크힐스 경남 CC의 파4 제이드 2번홀. 약간 좌 도그레그홀인 이 홀은 페어웨이에서 그린 뒤까지 3개의 해저드가 펼쳐져 있어 특히 아름답다.
 
골프깨나 친다는 싱글 핸디캐퍼들은 사실 골프장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다. 웬만한 라이에서도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샷을 하기 전 고민을 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들은 평이한 골프장에서 라운드 하는 것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

부산의 한 클럽 챔피언급 골퍼는 "파, 파, 버디, 파에 이어 상대방을 고려한 접대성 '보기' 내지 '더블 보기' 하나 정도를 이따금씩 해야 하는 일상의 라운드에선 사실 무료함마저 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들에겐 잊었던 도전 정신을 생각나게 해주는 그런 자극적인 골프장이 필요한 것이다.

영남권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경남 함안의 레이크힐스 경남CC는 이처럼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진 로우 핸디캐퍼들이 한 번쯤 찾아 '칼이 얼마나 무뎌져 있는가'를 점검해볼 수 있는 골프장이다. 덧붙여 한 두 골프장만 다니는 소위 골목대장형 주말골퍼들에겐 주기적으로 찾아 배움의 장으로 적극 활용해야 될 골프장으로 추천하고 싶다.

레이크힐스 경남CC는 한마디로 티샷부터 페에웨이샷, 어프로치샷, 벙커샷에 이어 퍼팅에 이르기까지 무진장 고민을 하지 않으면 지갑이 얇아지는 골프장이다. 이는 비단 프로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한순간 긴장의 끈을 놓으면 곧바로 보따리를 싸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

어느 정도일까. 우선 골프장의 베일부터 살짝 벗겨보자.

회원제 18홀로 지난 2006년 7월 레이크힐스 함안CC로 개장한 후 2008년 10월 지금의 레이크힐스 경남CC로 개명했다. 4년가량 지났지만 골프장을 쏘옥 안고 있는 송림은 수십 년이나 된 그것처럼 울창하다. 필드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산줄기는 함안 칠원면과 창원 북면의 경계에 위치한 작대산이다.

잔디는 한지(寒地)형 양잔디인 켄터키블루그래스와 라이그래스를 적절하게 배합해 사계절 내내 융단 같은 페어웨이를 만날 수 있다.

코스 이름은 보석 이름을 본떠 페리돗과 제이드. 두 코스의 전체 길이는 6507m(7116야드). 흔히 약간 짧다고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짧은 편도 아니다. 에이원CC(6424m)보다는 길고 에덴밸리CC(6552m) 보라CC(6590m)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해 정산CC 벙커는 '세발의 피'
   
우선 티샷부터 부담감이 팍팍 온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좁은 페어웨이가 주눅 들게 하는 데다 그 좁은 페어웨이에 벙커가 적재적소에 입을 쩍 벌리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이 턱이 높은 소위 항아리 벙커여서 한 클럽 길게 잡고 치는 페어웨이 벙커샷은 언감생심. 반드시 레이업을 해야 한다. 결국 벙커에 빠지면 1타는 손해 보고 들어가야 하는 셈. 티샷의 정확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흔히 벙커 하면 주말골퍼들은 김해 정산CC를 떠올리지만 레이크힐스 경남CC에 비하면 '세발의 피'. 27홀인 정산CC의 벙커 수는 122개에 불과하지만 18홀인 이곳의 벙커 수는 무려 170여 개나 된다.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도 아주 심하다.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파도가 요동치는 듯한 느낌이다. 심한 홀은 어른 키보다 훨씬 높은 업다운이 기다린다. 일부 홀은 페어웨이마저 좌측 내지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다.

KPGA 프로인 송영발 지배인은 "18홀 중 티샷이 잘 맞더라도 페어웨이의 업다운과 경사가 심해 비슷한 스탠스가 나오지 않을 정도여서 14개의 클럽을 골고루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린을 향한 어프로치샷도 만만찮아 대부분 파온 시키기가 힘겹다. 일부는 혓바닥 그린이어서 앞핀일 경우 어프로치샷이 조금만 짧거나 내리막 퍼팅의 힘조절이 안 됐을 땐 여지없이 그린을 벗어난다. 심지어 벙커에 빠지기도 한다.

그린도 까다롭게 조성돼 퍼팅 또한 만만찮다. 2, 3단은 기본이고 일부는 종이를 구겨서 편 것처럼 한 눈에 봐도 현란하다. 타 골프장은 서너 개의 그린이 핸디캡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이곳은 서너 개의 그린만 빼고 모두 까다롭다.

업다운 심한 페어웨이, 스탠스 잡기 힘들어
   
라운드 전 송 지배인에게 특히 유의해야 될 홀을 꼽아 달라고 부탁했다. 돌아온 대답은 페리돗 3, 8번과 제이드 5, 7번홀.

우선 파4, 핸디캡 3인 페리돗 3번홀. 챔피언티 377m, 레귤러티 358m. 페어웨이가 좁고 백티 기준 230m 지점부터 보이지 않는 해저드가 숨어 있기 때문에 레귤러티에서도 대개 우드를 잡는다. 페어웨이의 우측이 낮고 OB가 있어 티샷은 대개 좌측으로 공략하지만 그곳엔 항아리 벙커가 5개나 입을 벌리고 있다. 그린까지 세컨샷의 거리는 125~150m. 카트길이 있는 그린 우측은 공간이 좁은 데다 우측으로 경사가 있어 OB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세컨샷은 그린 좌측으로 공략해야 무난하다. 이 홀은 페리돗 4번홀과 함께 그린 앞 넓은 해저드를 넘겨야 하기 때문에 샷 거리가 짧은 여성골퍼들이 특히 부담스러워 한다.

파4, 핸디캡 5의 페리돗 8번홀은 극과 극의 반응이 묻어난다. 챔피언티 328m, 레귤러티 308m로 짧지만 좌우 OB가 있고 오르막이면서 벙커가 15개에 달해 사실 티샷을 하기가 막막하다. 페어웨이 좌우, 그린 앞뒤 좌우에 벙커가 포진해 있는 데다 까다로운 3단 그린의 길이가 50m에 달해 앞핀과 뒷핀일 경우 두 클럽 차이가 난다. 페어웨이는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어 세컨샷의 스탠스 잡기도 쉽지 않다. 티샷 세컨샷만 정확히 떨어지면 거리가 짧아 버디도 가능하지만 수많은 벙커 속에 허우적대다 보면 트리플 보기는 보통이다.

파4, 핸디캡 2의 제이드 5번홀은 오르막인 데다 거리가 길고 그린이 매우 까다로운 홀. 좌우 OB가 있고 페어웨이는 우측으로 흐른다. 페어웨이가 그나마 넓어 다행이다. 그린은 포대그린이라 세컨샷은 반드시 두 클럽 길게 쳐야 한다. 그린 앞 약간 우측의 두 개의 벙커는 아주 깊어 무리하게 투온을 시키려고 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끊어 치는 것도 전략상 좋은 방법이다. 그린도 만만치 않아 당일 핀 위치를 반드시 확인해야 퍼팅도 유리하다.

핸디캡 12의 파3 오르막 제이드 7번홀. 챔피언티 202m, 레귤러티 187m로 거리도 있는 데다 좌우 OB가 있어 프로선수들도 부담스러워 하는 홀. 우측으로 경사가 심하고 그린 우측은 공간이 적다. 더욱이 이 홀은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 입구만 보여 그린 좌측 언덕을 보고 길게 치는 것이 유리하다. 그린 앞과 우측에 벙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파5, 핸디캡 1 페리돗 4번홀. 아쉽게도 라운드한 이 날은 안개 때문에 사진상으론 보이지 않는다.

파5, 핸디캡 1 페리돗 4번홀은 안 보이는 해저드가 페어웨이에 하나, 그린 앞에 두 개나 있어 냉정하게 끊어 쳐야 한다. 그래서 장타자도 2온은 절대 불가능하다. 챔피언티 538m, 레귤러티 518m. 그린 또한 굴곡이 심해 퍼팅에 신중해야 한다. 파4, 핸디캡 9의 페리돗 9번홀은 백티 기준 페어웨이 210m 지점에 어른 키보다 큰 급내리막 사면이 있어 티샷으로 우드를 사용해야 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좀 낫지만 한여름엔 깊은 러프지역으로 변하기 때문에 거리 안배에 유의해야 한다.

파4, 핸디캡 8 제이드 2번홀은 3단 그린의 최고점과 최저점이 무려 150㎝ 정도 되는 데다 그린 뒤에 해저드와 두 개의 깊은 벙커가 있어 어프로치샷 때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사가 아주 심한 그린에선 '냉온탕'이 흔히 목격된다.

파5, 핸디캡 4 제이드 4번홀은 페어웨이가 좁아 티샷의 절반이 좌우 OB지역에 빠져 주말골퍼들에게 사실상 핸디캡 1로 불리는 홀이다. 파4, 핸디캡 10의 제이드 8번홀은 백티 기준 IP 지점인 230m 즈음의 페어웨이 폭이 15~20m에 불과해 실제로 OB가 가장 많이 나 '공포의 8번홀'이라는 애칭을 가진 홀이다. 주말골퍼라면 드라이버를 잡아도 되지만 장타자의 경우 티샷은 우드를 잡는 것이 유리하다.

그린은 전체적으로 어렵지만 페리돗 8번, 제이드 2, 5, 6번홀이 특히 까다롭다.

파4, 제이드 1번홀.
파3, 제이드 3번홀.
정면으로 해저드와 벙커가 보이는 파4 페리돗 1번홀.
좌 해저드, 우 OB, 뒤로 벙커가 포진한 파3 페리돗 2번홀.
항아리 벙커와 페어웨이 경사가 심한 파4 페리돗 3번홀.


전문가가 경험한 레이크힐스 경남CC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이 심하고 좌우 경사까지 있어 업힐이나 다운슬로프 등 다양한 스탠스에서의 샷 요령과 항아리 벙커샷 탈출 요령을 숙지하고 찾아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송영발 지배인),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야 스코어가 잘 나온다. 개인적으로 제이드 5번이 부담스러웠다(신용진 프로),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무척 어려웠다(김보경 프로), 로우핸디캐퍼에게도 크게 유리한 점이 별로 없다(박용주 회원), 부산 인근의 다른 골프장보다 난이도 면에서 한 수 위다. 머리를 써 가며 공략하지 않으면 안 된다(최강팔 전 부산MBC 아마골프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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