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김해쪽 관문역할 핵심 분기점
장유폭포 대청계곡 말발굽 모양 휘감아
3시간 남짓 걸으면 돼 가족산행지 적격
산행중 고릴라얼굴 빼닮은 용바위 눈길 

솔향 그윽한 바윗길.
시야가 트이는 바위 위에 올라선다.
근육질의 기암절벽인 용지암에 서면 진해와 창원의 경계인 장복산과 발아래 상점령, 그리고 창원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름은 용바위지만 고릴라 얼굴을 닮았다.

 김해 용지봉(742m) 하면 산꾼들은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머리속에 떠올릴 게다.

우선 대간과 정맥을 타는 산꾼들은 낙남정맥의 핵심 분기점으로 기억한다. 독수리바위를 품은 정병산과 진달래산으로 유명한 비음산을 거쳐 김해지역으로 넘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 용지봉이다. 
  
 야생화를 전문으로 찍으러 다니는 산꾼들에게 용지봉은 여름 야생화의 천국이다. 확 트인 산사면과 꽤 넓은 정상 주변에는 20여 종의 다양한 야생화가 자태를 뽐낸다. 계요등 까마중 자주꿩의다리 고추나물 오이풀 닭의장풀 쥐손이풀 며느리밥풀꽃 백리향 패랭이 마타리 금불초 등이 주로 눈에 띄는 대표적 야생화들이다. 한여름 계곡산행지로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로 올라가든지 장유폭포로 내려오는 하산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가야 문화와 남방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학도에게도 용지봉은 놓쳐선 안 될 필수 코스이다. 말발굽 모양의 용지봉 기슭에 둥지를 튼 장유사는 가락국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산행팀은 올해 첫 산행지로 용지봉을 택했다. 김해 장유면과 창원 진례면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은 부산서 가까운 데다 산행 시간도 3시간대로 길지 않아 연초 몸풀기 산행으로 제격이다.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일부 구간에는 근육질의 암릉도 있다. 일명 용지암이라 불리는 암릉구간에 접어들면 확 트인 조망과 함께 제법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산행은 장유면 대청리 대청계곡 산불감시초소(주차장·용지봉 등산안내도)~윗상점 갈림길~장유사 갈림길~용지암~장유사 갈림길~용바위 갈림길~돌무지언덕~장유사 삼거리~용지봉 정상~육각정자~사거리 안부(용신재)~능동소류지 갈림길~임도~능동소류지 갈림길~용지봉 등산안내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찾기에도 큰 무리가 없기에 가족산행지로도 가능하다.

 

대청계곡 주차장 정면에는 대형 용지봉 등산안내도가 서 있고 그 옆에는 옛 매표소인 산불감시초소가 위치해 있다. 여기서 등산로는 둘. 산불감시초소 우측 나무계단으로 올라서는 것이 하나요, 등산안내도 좌측 폭포휴게소 뒤로 열려 있는 산길이 또하나다. 두 등산로 입구와의 거리는 불과 30m 정도.

산행팀은 들머리로 후자를 택했다. 처음부터 30분 정도 끊임없는 계단길인 전자와 달리 쉬엄쉬엄 올라가는 후자가 산행하기 수월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등산안내판 좌측 폭포교를 건너면 정면에 폭포휴게소. 다리 옆에 '장유사 4㎞, 용지봉 4.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이 이정표는 정면 포장로를 따라갈 경우에 해당되는 것.

폭포휴게소 좌측 공터에서 우측으로 크게 돌아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계단이 끝나면 부드러운 송림길이 이어진다. 솔향 그윽한 산길은 오르막과 평길이 반복돼 산행하기에 그저 그만이다. 
   
20여 분 뒤 벤치가 둘 있는 첫 쉼터. 좌측으로 군부대가 위치한 불모산이 보인다. 7분 뒤 벤치가 둘 있는 두 번째 쉼터이자 첫 갈림길. 왼쪽은 윗상점 방향, 무시하고 직진한다. 산길 우측 나목 사이로 장유계곡을 중심으로 말발굽 모양을 한 용지봉의 전체 산세가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르막길. 15분 뒤 그간 안 보이던 크고 작은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바위 위로 앙증맞은 공덕탑도 눈에 띈다. 몇 걸음 더 오르면 아예 바윗길로 변해버린다. 잠시 제일 높은 경사진 바위 꼭대기에 올라선다. 좌측으로 불모산 군부대로 가는 꼬불꼬불한 임도와 불모산과 용지봉을 이어주는 상점령이, 우측 저 멀리로는 향후 오를 능선과 그 낙남정맥 산줄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더 넓어져 창원 쪽 신정산 대암산이, 그 뒤 진해 쪽으로 장복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119 구조대 표지목이 서 있다.

곧 장유사(0.6㎞)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기다린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자.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다녀오도록 하자. 
  
이어지는 바윗길의 연속. 좌측으로 근육질의 깎아지른 암릉이 벼랑을 이루고 있다. 암릉 길이는 대략 100m, 최고 높이는 50m 정도. 등산안내도에 용지암이라 적힌 곳이 바로 이곳인 듯하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광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좌측으론 불모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우측으론 장유사와 팔각정이 보이는 용지봉 정상 그리고 그 뒤로 낙남정맥 능선이 헌걸차게 뻗어 있다. 발아랜 차량들이 창원터널로 쏙쏙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당분간 암릉길이 잠잠해진다. 8분 뒤 용바위 갈림길. 안내판이 있어 놓치진 않는다. 첫 인상은 고릴라. 왜 용바위인지 자뭇 궁금하다. 세게 밀어보니 약간의 미동이 있다. 차라리 흔들바위라고 명명했으면 그 명성이 오래 그리고 널리 퍼졌을 텐데. 아쉽다.

산행 도중 바라본 장유사.
장유사에서 본 용지봉.
장유화상 사리탑.
장유화상.

용바위 좌측 소로를 따라 10m쯤 가면 벼랑 끝에 신기하게도 '제단'이라 적힌 대리석 판이 있다. 발아랜 장유사. 모처럼 스피커 소리가 아닌 진짜 목탁소리가 들린다.

마른 억새가 사각사각 노래하는 너른터에 올라선다. 일명 '돌무지언덕'이란 이름을 지닌 곳이다. 정면으로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우측부터)이 낙타등처럼 솟아 있다.

용지봉 정상.

정상 바로 아래 육각정자.

 이제 능선길이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휘면서 내려선다. 곧 장유사 삼거리. 불과 0.4㎞ 떨어져 있다. 앞선 장유사 갈림길에서보다 더 가깝다. 이어지는 오름길. 봄이었으면 진달래가 만개했을 터널길을 상상하며 몇 걸음 더 오르면 정자가 보이고, 어느새 평상을 지나 용지봉 정상에 닿는다. 뜻밖에도 '용지봉'이 아니라 '룡제봉'이라 적힌 정상석과 용제봉의 유래를 설명한 비석 그리고 상세하게 적힌 이정표가 나란히 서 있다. 넉넉한 터인 정상의 조망은 일품이다. 북으로 드넓은 진례 벌판과 이를 가르는 남해고속도로가, 서북쪽으론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 뒤로 독수리바위로 유명한 정병산(봉림산), 남으론 올라오면서 계속 봐 온 불모산과 화산 장복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전경부대 방향인 정자 좌측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낙남정맥길이다. 10분 뒤 우측 발아래로 장유계곡이 보이며 이번 코스가 말발굽 형태로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절반쯤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달려도 될 만큼 산길이 아주 편안하다. 정상에서 30분이면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예부터 장유면 장유계곡과 산너머 진례 벌판을 오가는 고갯길로 일명 용신재로 불리는 지점이다. 이정표 상의 직진 방향인 전경부대 능동약수터 쪽 대신 우측 장유폭포 갑오마을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150m 뒤 갈림길. 대청계곡 방향 대신 좌측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따라 간다. 1시 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의 산허리를 따라 돌면 10분 뒤 임도. 좌측은 낙남정맥길, 우측은 장유폭포 장유암 방향, 산행팀은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낙엽 수북한 산허리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능동소류지 갈림길로 평상과 벤치 운동기구가 있는 너른터다.

직진한다. 오름길이지만 봉우리를 우회해 그리 힘들지 않다. 갈림길도 한 번 만난다. 이땐 우측 대청계곡 방향으로 내려선다. 사실상 산행 막바지. 벤치가 놓인 쉼터를 지나면서부터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급내리막 침목계단과 조림한 듯한 잣나무 및 향나무숲 터널 그리고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정확히 용지봉 등산안내도 앞 주차장에 닿는다. 능동소류지 갈림길에서 33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산명은 용 발자국 전설 담긴 '용제봉'의 변이   
 
혹자는 용지봉 정상에 서면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정상석에 '룡제봉(龍蹄峯·사진)'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 '용제봉 유래'라 적힌 비석에 그 답이 적혀 있다. 잠시 살펴보면 이렇다. 조선시대부터 비를 관장하는 용에게 기우제를 지내는 봉우리라 하여 용제봉(龍祭峯), 산아래 진례면 신안리 무송마을의 용소에서 용이 승천하면서 잠깐 쉬었다 간 발자국이 바위에 남아 있다 하여 용제봉(龍蹄峯)이라 불리게 됐다고 적혀 있다. 용지봉이란 이름은 용제봉의 발음이 자연스럽게 변이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장유면 대청리 용지봉 중턱에 위치한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린 곳. 특히 이곳은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서려 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소실돼 방치돼 오다 1990년대 완공, 가락불교의 가람으로 거듭났다. 김해평야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경남 문화재자료 제31호인 장유화상 사리탑이 위치해 있다. 가락국 제8대 질지왕이 세웠다고 전해지나 제작기법은 고려말이나 조선초의 수법으로 보인다. 탑이 세워진 지 1400여년 동안 수차례의 방화로 전각은 소실됐으나 이 사리탑만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 나가 대청계곡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부터 15~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7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대청계곡 입구 '대청계곡' 정류장행 버스는 26번이 있다. 배차시간은 12~15분. 1000원. 들머리까지는 걸어서 30분 걸린다. 대청계곡 정류장에서 장유행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여기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서부터미널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15분마다 출발한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055-329-3311)를 이용하면 된다. 6000원 안팎. 승용차로는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북부산TG~(냉정분기점서)서부산 창원터널 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가 율하 우회전~수가 율하~(삼거리에서) 우회전~장유사 장유폭포 창원 좌회전~장유 대청계곡 좌회전~장유암 4.5㎞ 우회전~주차장 순.

어둠 뚫고 오르면 헉! 화강암 천지

4095.2m 동남아 최고봉…세계자연유산
남중국해 일출…발아래 운무 감탄 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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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내려 키나발루봉 쪽으로 가는 도중 바라본 키나발루봉(왼쪽). 우측은 키나발루봉 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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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890m의 팀폰게이트(왼쪽). 이 문을 통과해야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우측은 산행 중 만나는 무인 대피소. 1시간 간격으로 있으며 물과 화장실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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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길의 연속. 196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체계적인 산림 보호로 훼손이 거의 없다.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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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7~8시간의 산행은 끊임없는 오름길의 연속. 때문에 고도를 높일수록 쉬는 횟수가 점차 늘어난다.(왼쪽) 우측은 식충식물 네펜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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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하게 될 라반라타 산장(해발 3353m).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결코 잘 수 없다. 침대는 모두 136개. 결국 하루에 최대 136명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m다. 그 만큼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려면 최소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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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반라타 산장에서 다음날 등정을 대비해 휴식을 취하며 망중한을 즐기는 산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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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4095.2m로 동남아 최고봉인 말레이시아 키나발루봉 정상. 첫 등정은 1899년에야 영국인 식물학자
    화이트 헤드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봉우리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 대신 40여 년 전에 두 번이나 등정을
    시도해 실패한 헉 로우의 이름을 따 로스픽(Low's Peak)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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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키나발루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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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들은 새벽 3시에 출발, 어둠 속에서 3시간 정도 모진 추위와 고행의 급경사길을 극복하고 오전 6시께 남중국해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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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095.2m의 키나발루 정상 인근에 서면 산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로 이뤄져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사진은 정상에서 바라 본 사우스픽(남봉·왼쪽)과 우측으로 세인트 존스봉의 일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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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봉으로 불리는 사우스픽(왼쪽). 사우스픽은 등정 가능해 하산할 때 잠시 올라봐도 된다. 우측은 세인트 존스봉. 자세히 보면 오랑우탄의 웃는 얼굴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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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사우스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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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픽 맞은편, 즉 하산길 왼쪽에 위치한, 두 봉우리가 나란히 솟은 못생긴 자매봉(왼쪽). 우측은 화강암 암반 위에 해발 4008m임을 알려주는 팻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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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市의 석양과 키나발루봉에서 본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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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왼쪽)과 하산 후 라반라타 산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전 기자와 기자의 동료가 지친 나머지 산장 식당 앞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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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 다음날 자리를 옮겨 인근 마누깐섬에서 해양스포츠와 시푸드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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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면적은 754㎢로 대략 지리산의 1.5배. 믿기 어렵겠지만 산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로 이뤄져 있다.

196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체계적인 산림 보호로 훼손이 거의 없다. 해발고도는 4095.2m. 동남아 최고봉이다.

덕분에 열대 아열대 온대 고산지대의 다양한 식물군이 분포, 생태학적 가치가 뛰어나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야생난 및 야생화 각각 100여 종, 양서류 70여 확인돼 당시 유네스코 관계자는 "이처럼 좁은 지역에 집결된 완벽한 생태계는 전 세계에 유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다.

이쯤 되면 웬만한 산꾼들은 감을 잡았을 게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시(市)에 우뚝 솟은 키나발루산이다. '코타'는 말레이어로 도시라는 뜻으로 그 만큼 키나발루가 이 도시를 대표하는 산임을 의미한다.

'동토의 제국' 히말라야처럼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오지속의 오지에 위치한 것도 아닌데 키나발루는 오랫동안 미답의 산으로 남아 있었다.

야심찬 등반가들의 도전이 있었을 법도 한데 이처럼 미답봉으로 남았던 이유는 순전히 현지 고산족 원주민인 두순족이나 카다잔족이 키나발루를 '죽은 영혼의 안식처'라 여기며 신성시한 때문이다. 그들은 이승을 마감하면 그 영혼이 키나발루 산꼭대기에 머무르며, 정상 부근의 바위에 자라는 이끼는 영혼들의 식량이라고 믿어 왔다. 지금도 고산족들은 매년 정상 부근에서 조상들의 혼을 달래는 의식을 열고 있다.

첫 등정은 1899년에야 영국인 식물학자 화이트 헤드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봉우리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 대신 40여 년 전에 두 번이나 등정을 시도해 실패한 헉 로우의 이름을 따 로스픽(Low's Peak)이라 명명했다.

산행 시간은 대략 10~11시간. 4000m가 넘는 거봉치고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고 오를 정도로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얼핏 당일 산행도 가능할 것 같지만 현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고소 등 안전을 고려해 1박 2일 코스로 못을 박고 있다.

첫날은 7시간 내지 8시간 정도 비교적 여유있게 걷고, 해발 3353m에 위치한 산장에서 1박한다. 다음날은 새벽 3시에 출발, 어둠 속에서 3시간 정도 모진 추위와 고행의 급경사길을 극복하고 오전 6시께 남중국해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한다. 그리고 왔던 길로 하산한다.

들머리는 해발 1890m의 팀폰게이트. 동화속의 작은 오두막을 연상되는 키나발루의 관문을 통과, 통나무 계단으로 내려선다. 산 정상에 오르기까지 유일한 내리막길이 1분 정도 지속되다 폭포라 부르기에 다소 민망한 카슨폭포를 지나면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정상까지 쭈욱.

   
야생 난과 양치류 이끼류, 그리고 잎이 큼직한 열대림이 우거진 밀림 숲속을 걷는다. 그렇다고 외화 '타잔'에서 본 것처럼 한 치 앞이 안보여 연신 칼로 장애물을 제거하며 나아가는 그런 산행은 결코 아니다. 되레 등로 주변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너무 정비가 잘 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25분 뒤 첫 쉼터. 이런 쉼터는 숙박지인 라반라타 산장까지 7개가 기다린다. 간격은 0.5~1.3㎞, 시간은 각각 20~40분 정도 걸린다. 각 쉼터마다 시원한 계곡물을 파이프로 끌어들인 물탱크가 있고, 청결한 간이 화장실도 있다.

이끼가 가득한 고색창연한 아름드리 고목에 야생난이 자라고 있고, 운이 좋으면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인 네펜시스도 볼 수 있다. 빨간색의 컵 모양을 한 네펜시스는 커다란 입 주변의 숨겨진 꿀에 방심한 곤충이 미끄러지면 안으로 잡아들여 가시로 차단한다.

셋째 쉼터를 지나면서 수목이 장대해지고, 맑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하얀 운무가 순식간에 밀려 올라온다. 넷째 쉼터까지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지만 점심을 먹는 다섯번째 쉼터부터는 여간 고행길이 아니다. 동시에 바람도 차가워 진다. 이쯤 되면 대략 2800m대. 비로소 정상 인근의 회백색 화강암 덩어리의 위용을 볼 수 있다. 등로 또한 화강암반이 지면으로 노출돼 울퉁불퉁하다. 수종 또한 분재를 빼닮은 키작은 나무들과 고사목들이 눈에 띈다.


1박할 산장엔 오후 4시를 전후해 닿는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각국의 등산객들로 붐빈다. 2~8인 1실의 이층침대로 잠자리는 그리 불편하지 않다.

다음날 오전 3시께 일출을 보기 위해 급경사 통나무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춥고 숨이 찬 데다 일부는 고소 증세까지 보인다. 여기에 칠흑같은 어둠속이다. 확률 50%인 비가 내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 보온 장비를 제대로 갖춘, 컨디션이 좋은 사람들은 쏟아질 듯한 별들을 바라보며 게으른 소걸음으로 여유있게 오른다.

1시간쯤 뒤 무인대피소를 지나면 식물이 자라지 않는 완만한 경사의 광대한 화강암 평원이 펼쳐진다. '산 넘어 산'이라고. 급경사가 사라지니 이번엔 차디찬 바람이 휘몰아친다. 광야에서 목놓아 울고 싶을 정도로 처참하다.

참다 못한 무리들은 일순간 오르는 것은 잠시 제쳐두고 바위 틈새를 찾아 삼삼오오 남녀노소 불구하고 서로 부대껴안고 추위를 피한다.

일출은 대략 오전 6시. 서두르면 정상에서 휘몰아치는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어야 하고, 뒤처지면 일출을 놓친다.

마침내 동쪽 저 멀리 남중국해에서 여명이 밝아온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시나브로 붉은 핏덩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며 온 누리를 밝혀준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고통을 감내해 왔는가.

동시에 맞은편 코타키나발루 쪽 발아래는 운무가 융단처럼 깔려 있고 그 사이사이로 봉우리들이 산의 물결을 이룬 실루엣이 그림같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황홀하기까지한 대장관을 볼 수 있는 산, 키나발루. 전 세계의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이제야 알 듯 싶다.

날이 밝아오자 정상 주변의 봉우리들 또한 선명하게 확인된다. 정상인 로스픽 뒤로 알렉산드라봉과 빅토리아봉, 우측으로 오랑우탄의 웃는 얼굴을 한 세인트 존스봉과 뾰족한 사우스픽(남봉)이 또렷하다. 특히 사우스픽은 등정 가능해 하산할 때 잠시 올라봐도 된다. 등로 왼쪽으로 두 봉우리가 나란히 솟은 못생긴 자매봉, 당나귀 귀를 닮은 덩키이어봉, 손바닥 모양의 퉁구압둘라만봉도 보인다. 라반라타 산장 등 산 아래에서도 확인되던 봉우리들이 알고 보니 등로 좌측의 봉우리들이다.

어둠속에서 무작정 오를 때와 달리 하산할 땐 비로소 키나발루가 하나의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지점에선 차가 다닐 수 있을 포장로로 착각할 정도로 편평하다.


# 떠나기전에-보르네오섬 최북단 코타키나발루市에 우뚝


보르네오섬 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 이상이 아마도 목재가구를 떠올린다. '보르네오 가구' 때문일 게다. 같은 나무에서 절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오랑우탄의 유일한 서식지가 바로 이곳이다. 말레이어로 '오랑'은 인간, '우탄'은 숲이다. 그 만큼 숲이 울창하다는 의미이다.

키나발루는 이 보르네오섬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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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보르네오섬을 살펴보자. 북쪽은 말레이시아 땅이고 남쪽은 인도네시아 땅이다. 인도네시아는 보르네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칼리만탄'이라 부른다. 잠시 우스갯소리 하나. 보르네오섬의 영어 스펠링은 'Borneo'. 영어권에서는 모두 '보니오'라고 발음한다. 보르네오는 일본인의 발음을 그대로 우리나라가 따라한 것. 해서, 영어권 화자에게 '보르네오'라고 하면 절대 알아듣지 못한다.

말레이시아 땅인 섬 북쪽은 두 개의 주(州)로 구성돼 있다. 칼리만탄과 인접한 아래쪽은 수백만 마리의 박쥐가 서식하는 물루동굴로 유명한 사라왁주와 그 위쪽 사바주가 그것. 부자나라 브루나이는 남중국해와 인접한 사라왁주에 둘러싸여 있다.

키나발루가 위치한 코타키나발루는 사바주의 주도(州都)이자 연중 23~29도의 기온을 유지하는 관광 휴양도시이다. 보트로 10분 거리에는 사피 마누깐 마무띡 등 5개의 섬이 퉁쿠압둘라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산과 바다가 있는 우리의 속초시가 대비된다. 코타키나발루는 여기에 시파단섬 등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어 스킨스쿠버들의 낙원이며 골퍼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키나발루는 출발 전 라반라타 산장을 예약하지 않으면 결코 산행을 할 수 없다. 침대는 모두 136개. 결국 하루에 최대 136명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그 만큼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려면 최소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키나발루행 상품은 통상 4박5일. 첫날은 공항 도착 후 2시간 버스로 이동, 둘째 셋째날은 산행, 넷째날은 인근 마누깐섬에서 시푸드와 해양스포츠를 즐긴 후 밤 11시에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다섯째날 아침에 도착한다. 부산서 출발하는 말레이 항공 비행기는 없다. 시차는 1시간.

최근에는 새로운 루트가 하나 열렸다. 라반라타 산장에서 1시간 거리의 무인대피소인 사왓사왓까지는 기존 루트와 동일하지만 이후 정상까지의 2시간 정도 걸리는 암벽 루트는 지난해 11월초 개방한 개척루트로 안전벨트와 제반 장비가 별도로 필요하다. 암벽에 안전 발판과 와이어선이 고정돼 있어 전혀 위험하지 않다. 일반인도 이 루트로 등정 가능하다. 어린 아이도 가능하다. 대신 장비 렌탈비 등 경비가 약간 더 든다.

다음은 개척루트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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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트레킹 전문사인 카일라스 투어(02-322-8811)
 

말등바위 타고 운문호를 보다
영남알프스 언저리봉 중 가장 북쪽에 위치
산행팀이 명명한 말등바위 서면 운문호 한눈에
여전히 사람 적어 한적한 겨울 산행지 제격

깍아지른 절벽과 헌걸찬 암릉 등 풍광 으뜸 
가지 운문 문복 서지 상운 팔공산까지 보여

옹강산 정상을 지나 얼마 안 가면 일순간 말잔등처럼 평평한 일명 말등바위와 깎아만든 돌기둥이 솟아 있는 암봉을 만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운문호의 풍광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옹강산은 국제신문 산행팀과 인연이 아주 깊다. 국제신문을 통해 세간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영남알프스 최북단의 언저리봉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10여년 전쯤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철저히 숨겨진 무명봉이었다.

이와 관련, 이창우 산행대장의 설명은 이랬다.

"당시만 해도 등산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적은 데다 산행 패턴도 가지산 운문산 등 유명산 위주로 행해졌기 때문에 옹강산은 쳐다볼 겨를이 없었지요. 그러다가 개척 산행을 본업으로 삼던 국제신문 산행팀의 레이더에 포착된 거지요."
   
  옹강산 정상을 지나 얼마 안 가면 일순간 말잔등처럼 평평한 일명 말등바위와 깎아만든 돌기둥이 솟아 있는 암봉을 만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운문호의 풍광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경북 청도 운문면과 경주 산내면의 경계에 우뚝 솟아 있는 옹강산은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문복산의 서북쪽에 위치해 있다. 다시 말해 소위 영남알프스 언저리봉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독립봉우리인 셈이다.

해발고도는 832m. 높다면 높고 낮다면 낮지만 옹강산은 헌걸찬 영남알프스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영남알프스 최고의 전망대다. 여기에 발목까지 덮는 낙엽 융단길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암릉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운문호의 풍광은 그림같이 아름답다. '그래! 이 맛에 산행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산세는 옹강산을 기점으로 말등바위가 포진해 있는 가운데능선과 이 능선 아래 위로 각각 두 개의 능선이 내달린다. 가운데능선과 윗능선(북릉)을 10년 전 처음 소개한 산행팀은 4년 전 산 너머 경주 산내면 일부리의 심원사에서 옹강산을 다녀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개척했다.

이번에 산행팀이 오른 코스는 가운데능선의 아랫능선(남릉)으로 여전히 미답의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옹강산 등로의 대미를 장식하는 셈이다.

산행은 경북 청도 운문면 오진리 '운문댐 매운탕'~인동 장 씨묘~마산(240봉)~산불초소(신원앞산)~삼각점(379봉)~삼계리 갈림길(삼각점·641봉)~637봉~소진마을 갈림길~옹강산(832m)~가운데능선·북릉 갈림길~말등바위~소진마을 갈림길~소진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남짓 걸리며 길찾기는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들머리 '운문댐 매운탕'은 신원리 운문사 입구에서 운문댐 쪽으로 500m 거리의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다리(신원1교)를 건너기 직전으로, 이 다리가 신원리와 오진리의 경계이다.   
 
'운문댐 매운탕'으로 들어가 가게 건물과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지나면 곧바로 산으로 연결된다. 처음부터 낙엽 수북한 지그재그 된비알. 워낙 경사가 심하다 보니 의외로 밧줄이 매어져 있다. 5분 뒤 집채만한 바위 앞에선 우측으로 우회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산길이 묵어 있는 데다 낙엽이 쌓여 있어 오를수록 길찾기가 애매모호해진다. 일단 능선에 닿기 위해 치고 오른다. 18분 뒤 인동 장 씨묘. 정면 코앞에 지룡산 직전의 암봉과 그 우측으로 호거대라 불리는 등심바위와 저 멀리 억산이 확인된다.

'마산(240m)'이라 적힌 이정표.

보석같은 낙엽길.


산행 도중 보이는 옹강산 북릉과 가운데능선의 말등바위.

 묘지를 지나 직진하면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사각기둥이 서 있다. '산사랑연구회'가 '마산(240m)'이라고 적어놨다. 여전히 길은 희미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그런대로 이어진다. 이후 솔가리길과 보석같은 낙엽길을 반복하며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인동 장 씨묘에서 18분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옹강산 북릉과 가운데능선의 말등바위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등로 우측은 지룡산 신선봉이다. 15분 뒤 산불초소. 바로 옆엔 '신원앞산(379m)'이라 적힌 스테인리스강 이정표가 서 있다. 아마도 신원리 앞을 가로막는 산이라 하여 명명된 모양이다. 이제 정면으로 옹강산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옹강산 아래 마을이 날머리 소진리이며, 주변 자갈밭은 운문호 최상류이다. 유량이 많을 경우 이곳까지 물이 들어온다는 얘기다. 신원천 건너편으론 지룡산 삼각점봉과 그 왼쪽으로 쌍두봉 문복산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신원앞산. 저 멀리 옹강산 가운데능선이 보인다.
옹강산 정상.
산행 도중 차츰 운문호가 보인다.
  
돌길에 이어 푹신푹신한 송림길이 기다린다. 15분 뒤 구덩이가 파헤쳐진 지점에 닿는다. 주변 나무를 잘라낸 것을 봐서 조만간 삼각점을 설치하려는 것 같다. 10여 분 뒤 진짜 삼각점봉(379봉)에 선다. 소진리로 하산하는 길이 열려 있다. 1시 방향으로 얼핏 봐서 크고 작은 봉우리 셋을 넘어야 상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으로 갈아탈 수 있을 것 같다.

직진하며 내려선다. 길 우측으로 상운산 쌍두봉 쌀바위 가지산 청도귀바위 등이 보인다. 반듯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송림터널이 길을 내준다. 또 다시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며 등로는 넓어진다. 의외로 마냥 걷고 싶은 보석같은 길도 만난다. 숲 사이 우측으로 문복산과 쌍두봉의 들머리인 삼계리마을도 보인다.

삼각점봉에서 45분이면 길찾기에 유의해야 될 갈림길(641봉). 삼각점이 있지만 아직 고정돼 있지 않다. 옹강산 남릉은 유달리 삼각점이 많지만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우측은 삼계리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역시 내려섰다 올라선다. 10여 분 뒤 약간 너른 터인 637봉. 우측 삼계리 방향으로 길이 열려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이제 정상이 코앞.

말등바위. 이 말등바위도 국제신문 산행팀이 명명했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5분 뒤 정상 직전 안부갈림길. 왼쪽은 소진리로 가는 계곡길, 산행팀은 오름길로 정상을 향한다. 무명봉을 넘어 10여 분이면 돌탑이 서 있는 옹강산에 선다. 전망은 없다. 하산길은 둘. 우측은 삼거리재 방향으로 문복산 삼계리마을 경주 산내면 심원사로 연결된다. 산행팀은 정상석 왼쪽 말등바위가 있는 가운데능선 쪽으로 향한다. 5분 뒤 갈림길. 우측은 옹강산 북릉 방향, 산행팀은 좌측 바윗길로 간다. 일순간 능선이 좌측으로 휘면서 쏟아진다. 6분 뒤 전망대바위에 선다. 정면으로 운문호와 저 멀리 경산 시가지가, 운문호 상류 좌우로 각각 도롱굴산과 서지산(철탑)이, 서지산 우측으로 매곡, 그 뒤로 반룡산 발백산 구룡산, 저 멀리 팔공산도 확인된다.

말등바위를 지나면 암릉길이 기다린다.

암릉길의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이때부터 본격 암릉길이 시작된다. 바위 사이로 뿌리를 내린 분재를 빼닮은 소나무의 자태도 눈길을 끈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바위능선을 타면서 운문호와 어우러진 주변 산세를 조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순간 말잔등처럼 평평한 바위를 만난다. 일명 말등바위이다. 옹강산에서 주변 조망과 산세가 가장 빼어난 지점이다. 말등바위를 지나면 깎아만든 듯한 돌기둥이 뭉쳐져 있는 암봉. 무등산 서석대나 입석대의 축소판이지만 약간 비스듬히 서 있다. 잠시 올라서면 앞서 봤던 운문호와 가지 운문 지룡 구만 억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 그리고 구룡 사룡 오봉 단석산 등 청도 경주 쪽 봉우리와 낙동정맥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운문호.

 이어지는 암릉길. 밧줄은 없지만 틈새 발 딛는 곳이 있어 내려올 수 있다. 좌측으로 방금 올라온 능선도 보인다. 정면으로 3개의 봉우리가 포진해 있다. 이를 넘어야만 하산길이 기다린다. 12분 뒤 집채만한 암봉 앞. 우회해도 되고 밧줄을 잡고 올라 역시 밧줄에 의지해 내려선다. 이후 등로 또한 대체로 암봉 암릉길로 좌로 또는 우로 우회하기도 하고 바로 넘기도 하는 등 시종일관 오르내린다.

말등바위에서 대략 1시간쯤 뒤, 세 번째 봉우리 정점이 하산길이다. 분재를 닮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두 그루 있고, 주변에 리본이 다수 걸려 있다. 직진하면 운문댐 초소, 오진리, 십리골가든 방향, 산행팀은 왼쪽 소진리마을로 내려선다. 처음엔 쏟아지지만 이후 송림길로 비교적 부드러워진다. 길 좌측으로 방금 지나온 암릉의 절리형 절벽이 눈길을 끈다. 미답의 솔가리길을 천천히 내려서면 마을 앞 갈림길. 좌측으로 우회해야 마을로 내려선다. 하산 갈림길에서 50분 걸린다. 마을에서 상수원감시초소를 지나 소진(오진) 버스정류장까지는 12분 소요된다.

◆떠나기 전에 - 그 유명한 말등바위, 국제신문이 명명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행 도중 10년 전 옹강산을 찾았을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과 그 당시의 상황을 줄곧 비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당시엔 지금과 같이 반듯한 산길은 상상할 수도 없을 뿐더러 오래 전 산 아래 마을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희미한 길과 짐승들이 다닌 소로가 전부였다. 희미한 산길도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기도 다반사였다.

지금이야 정상에는 반듯한 정상석과 돌탑이 나란히 서 있지만 초행길에는 정상 지점 주변이 온통 넝쿨로 쌓여 있어 정상이 어딘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결국 지도를 보면서 넝쿨을 헤치고 나아가 주변 지점에 비해 가장 높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정상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이 대장은 특히 말등바위에서 정상까지 구간과 오진리 복지회관에서 매곡을 거쳐 옹강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아예 길이 없어 잡풀과 잡목을 헤치고 얼굴을 때리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가면서 길을 뚫었다고 했다.

말등바위와 말등바위가 있는 옹강산 가운데능선은 국제신문 산행팀이 명명한 것이다. 이제는 국내 모든 산행지도에 표기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대장은 "아직도 영남알프스 주요 봉우리에 비해 깨끗한 옹강산은 근육질의 암릉과 운문호와 어우러진 산세가 빼어나다"며 이 겨울 산행지로 적극 추천했다.


◆교통편 - 서울산IC로 나와 69번 지방도 갈아 타야

대중교통은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22분, 7시5분, 7시45분, 9시3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45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150m 떨어진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운문사 입구 신원(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55분 걸리며 3500원. 여기서 들머리 '운문댐 매운탕'은 버스 진행 반대 방향으로 500m 정도 가면 신원1교를 지나 우측에 바로 보인다. 간판이 눈에 띄게 워낙 커 놓치지가 어려울 정도이다.

날머리 소진마을 정류장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4시55분, 5시45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2분, 6시12분, 6시42분, 7시42분, 8시55분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언양터미널에서 대구행 버스를 이용해야 되지만 오전 11시 단 한 차례 있다. 나올 때도 언양행 버스가 오후 5시5분께 단 한 차례 있어 상당히 불편하다. 참고하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언양 35번~경주 봉계 35번~밀양 상북 24번~밀양 석남사 24번~창녕 밀양 24번~궁근정 삼거리서 창녕 밀양 24번~청도 69번 지방도 우회전~가지산온천~운문령 및 운문산 자연휴양림~청도 운문 69번 우회전~신원1교~'운문댐 매운탕' 순. 날머리 소진리 마을에서 '운문댐 매운탕'은 1.5㎞ 떨어져 있다.


 

"정녕 추월산보다 못 하나요"
담양호 낀 추월산에 가려 지명도만 낮을 뿐
한국의 100대 명산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아
이창우 대장 "주능 암릉은 병풍산이 한수 위"
발밑 천길 낭떠러지, 주변 기암괴석 진열장
하산길 삼인산, 조선 개국 하늘에 알린 산

산 이름 그대로 병풍산의 암릉은 헌걸차다. 

수년전 지난해 이 지면을 통해 경남 거창 좌일곡령이 신세타령을 한 적이 있다. 해발 1258m로 꽤 높은 암봉이지만 '고개 영(嶺)' 자로 끝나 고갯마루로 오해를 받곤 한다는 좌일곡령은 이웃한 펑퍼짐한 단지봉은 기억하면서 방금 지나가 놓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발하자 거창군수에게 정상석 하나 세워달라고 하소연을 토로했다.

좌일곡령 이후 산행팀에게 할 말이 있다며 지면을 할애해 달라는 또 하나의 봉우리가 나타났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 병풍산이다.

 병풍산(822m)은 알고 보니 추월산(729m)의 명성에 가려 존재조차 가물가물한 산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추월산은 기암괴석과 담양호가 어우러져 수년 전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될 정도로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한마디로 담양호를 끼고 솟은 가파른 비탈의 추월산 그림자가 담양의 다른 산 이름을 몽땅 뒤덮고 있어 담양 최고봉인 병풍산이 어디 명함 한 장 내놓을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국내 200대 또는 3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찾을 수 없는 병풍산은 과연 어떤 산이기에 이렇게 목소리를 내면서 하소연을 하는 것일까. 병풍이란 이름을 가진 거의 모든 산이 그렇듯, 담양 병풍산도 여러 폭의 병풍이 둘러쳐진 모습을 한 헌걸찬 암봉이다.

 먼저 담양사람들이 본 병풍산. 한 산꾼은 "추월산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는 명산"이라고 잘라 말한 뒤 "이웃한 광주시민들은 추월산보다 병풍산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주능선인 보리암 쪽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추월산이 운치있지만 주능선상으로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암릉은 아무래도 병풍산이 한 수 위인 것 같다"고 평했다. 아직 아마추어에 불과한 기자 또한 만일 담양호를 빼고 산세와 주변 조망만을 볼 때 병풍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산행은 담양군 수북면 대방리 송정마을(대방저수지 옆 주차장)~731봉~천자봉(옥녀봉)~넙적바위(733m)~병풍산(깃대봉)~돌탑봉(806m)~투구봉 갈림길~용구샘 갈림길~용구샘~만남재~삼각점 갈림길(564봉)~삼인산~담양국제수련원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정도 걸리며 길 찾기는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어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 들머리. 좌측 대방지가 보인다.

이제 주능선에 올라선다.


이제 헌걸찬 암릉이 나목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넙적바위를 지나 가파른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니 정상이 아니었다. 정상은 이곳에서 10분쯤 더 걸어야 만난다. 이 처럼 병풍산의 암릉길은 한동안 이어진다.

갈림길. 홍길동우드랜드로 가면 추월산을 거쳐 호남정맥으로 이더진다.

암릉과 암릉 사이에 쉬어가라고 너른 쉼터도 있다.


 들머리는 대방지 옆 간이주차장. 입구에 '솔잎 혹파리 나무주사 놓은 곳'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바로 산길로 들어선다. 우측 전주 이씨묘가 보인다. 50m쯤 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간다. 대낮인데도 파란 하늘 한점 보이지 않는 어둠침침한 침엽수림 숲길이다. 10여 분 뒤 '갈 지(之)' 자 오름길로 변하면서 이후 쭈욱 된비알을 따라 오른다. 숲의 우점종인 키 큰 소나무의 솔잎은 제법 변색돼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키작은 활엽수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들머리에서 50분, 병풍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농짝만한 바위 사이로 급경사 오름길로 변하고 여기서 한 굽이 더 오르면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암릉길이 기다린다.

산행기점에서 70분이면 너른 터에 운치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731봉에 선다. 비로소 힘든 구간은 끝난다. 조망은 기가 막히다. 정면 천자봉, 우측으로 용구산과 투구봉이, 투구봉 뒤로 추월산과 산성산 강천산 그리고 담양읍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10시 방향으로 병풍산, 그 좌측으로 제2병풍산이라 불리는 이웃한 장성의 뾰족봉인 불다산, 다시 왼쪽으로 삼인산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들머리를 기점으로 산행팀은 병풍산줄기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셈이다.

5분이면 천자봉(옥녀봉)에 선다. 조그만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다. 왼쪽 병풍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때부터 눈앞에 펼쳐지는 크고 작은 암릉과 암봉을 오르내린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로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그렇다고 바윗길만은 아니다. 낙엽길도, 금빛 억새길도, 늘푸른 산죽길도 잇따라 통과한다.

당연히 정상인 줄 알았던 암봉을 우회해 오르니 아뿔싸, 정면의 두 개의 봉우리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대방지와 삼인산이 시원하게 보이는 넙적바위를 지나 가파른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니 이번에도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발밑은 천길 낭떠러지인 데다 주변이 기암괴석 진열장이고 주변 조망은 환상적이어서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다. 병풍산 정상은 10분 뒤. 정상석이 서 있고 가장 높을 뿐 사실 감흥은 별 차이가 없다. 정상 직전 우측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하나 있다. 물론 이정표가 있다. 송대봉, 홍길동우드랜드 가는 호남정맥길로, 이 길은 추월산을 거쳐 내장산으로 이어진다.

병풍산 정상.

이제 돌탑봉을 향한다. 주변 풍광이 그림같다.



이어지는 암릉길. 돌탑봉과 또 다른 암봉을 지나 그림같은 억새군락지를 지나면 투구봉(신선대) 갈림길. 병풍산에서 15분. 직진해서 투구봉을 넘어서는 방법이 하나요, 왼쪽 마운대미로 내려서서 용구샘을 보고 가는 길이 또 하나다. 이 두 길은 결국 만남재(만남의 광장)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용구샘으로 갔지만 또 다른 팀은 투구봉으로 올랐기에 두 길 모두 국제신문 노란 안내 리본을 달아놨다. 참고하길.

용구샘 가는 길은 급내리막길로 침목계단을 덧대놨다. 5분 뒤 용구샘 갈림길. 왼쪽으로 3분쯤 가면 입구가 1.5m쯤 되는 굴 안에 두 평 남짓한 깊은 샘이 보인다. 용구샘이다. 병풍산 낭떠러지 아래쯤 된다. 오래 전엔 등산객들의 귀중한 식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음용수로는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입구엔 바가지와 양동이가 놓여 있다.

병풍산 낭떠러지 아래에 위치한 용구샘.

만남재.


 이어지는 침목계단. 10분이면 급내리막 침목계단이 끝나고 이후 우측 산허리길로 걷는다. 8분이면 만남재에 닿는다. 오거리다. 좌측 철망문 못가 열린 산길은 수련원(야영장), 직진하면 장성군, 우측은 투구봉에서 내려오는 길, 산행팀은 10시 방향 좌측 무덤 쪽 삼인산 방향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10분 정도 혼을 쏙 빼놓는다.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우측으로 불다산, 뒤돌아보면 투구봉이 우람하게 솟아 있다. 약간 거칠지만 외길이라 23분 뒤 삼각점 갈림길. 잠시 고개들어 방금 지나온 산줄기를 바라본다. 영락없는 병풍(屛風) 그 자체다. 역시 산 이름은 산 아래 마을이나 산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봐야 제 모습이 드러난다.   

삼인산으로 가는 도중 방금 지나온 병풍산이 보인다.

이성계가 조선 개국을 하늘에 알렸다는 삼인산 정상.


삼인산 하산길.

한국전쟁참전유공자비를 지난다.


 

산행 날머리.

등산 안내도. 여기서 들머리까지는 300m.


하산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14분이면 임도 겸 삼인산 쉼터. 벤치가 있으니 잠시 쉬어가자. 이곳은 만남재에서 좌측 임도로 오면 만난다. 때문에 체력이 약간 부칠 경우 방금 지나온 작은 봉우리를 넘지 말고 임도로 바로 와도 된다. 우측 보이는 고봉이 무등산이다.

삼인산은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 열린 산길로 오른다. 27분쯤 뒤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병풍산 전체와 대방지 옆 들머리와 전주 이 씨묘 그리고 수련원 등이 한눈에 확인된다. 전망대에서 3분이면 삼인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고 그 옆에는 돌탑이 조성 중이다.

하산은 직진 방향. 40m쯤 뒤 갈림길. 직진하면 능선을 따라 심방골 방향,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왼쪽 수련원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쏟아지는 급경사 낙엽길이다. 30분 뒤 무덤을 지나면서 경사가 한풀 꺾이고, 여기서 14분이면 산을 벗어난다. 한국전쟁참전유공자비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수련원 주차장에 닿는다. 여기서 300m쯤 저수지를 따라 걸으면 들머리 주차장에서 도착한다.

◆떠나기 전에 - 대나무에 넣고 삶은 대통 암뽕순대 별미

전남 담양 수북면과 전북 장성 북하면을 가로지르는 병풍산은 경북 봉화 청량산을 연상시키는 암릉 종주 산행의 백미이다. 산행 중 이정표 상의 봉우리 명칭이 통일이 안돼 있다. 천자봉이 옥녀봉이며, 병풍산 상봉이 깃대봉이다. 둘 모두 정상석에는 그러한 명칭이 없지만 정상 직전 호남정맥 갈림길 앞 이정표에는 천자봉, 병풍산 대신 각각 옥녀봉, 깃대봉이라 표기돼 있다.

사실 병풍산만 타면 산행시간이 3시간30분 남짓한 데다 임도를 오랫동안 걸어야 돼 산행팀은 삼인산(三人山)을 이어 붙였다. 알고보니 삼인산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개국을 하늘에 알렸던 의미있는 산이다.

다시 말해 이성계는 자신의 등극을 위해 전국의 명산을 찾아 기도하던 중 '삼인산을 찾아라'는 성몽을 꾼 끝에 찾아낸 산이다. 제를 올리고 신성시 했다고 전해온다. 정작 삼인산이란 명칭은 산의 형태가 '사람 인(人)' 자를 겹쳐 놓은 형국이라 한다. 실제로 정상 부분이 약간 펑퍼짐하다.

삼인산은 또 산청 필봉산, 영양 주실마을 앞 봉우리, 임실 문필봉 등과 함께 유명한 문필봉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필봉이 바라다 보이는 동네는 한결같이 한가락 하는 인물들이 배출됐다고 전해온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담양시장(담양5일장) 내에 위치한 옛날 순대집(061-381-1622)이다. 주 메뉴는 '대통 암뽕순대'(사진). 식용 비닐에 당면 들어간 순대와는 천양지차다. 돼지 창자 속에 선지 우거지 깻잎 파 시금치 (간)고기 찹쌀 녹두 참기름 들기름과 갖은 양념을 넣고 찐다. 여기까지는 여느 순대집과 대동소이하다. 비결은 1m 길이의 대나무에 넣어 1시간 정도 삶는 것. 비린 냄새 제거는 물론이고 물에 삶을 때와 달리 양념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훨씬 뛰어나다. 대통 암뽕순대 (대) 1만 원, (소)5000원, 순대국밥 4000원. 장날에는 인산인해여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옥과IC로 나와 15번 국토 타야

대중교통편은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화순 오산)IC~옥과 방면 15번 국도 좌회전~정읍 담양 15번 좌회전~담양군 무정면~정읍 담양 대나무박물관 죽녹원 우회전~정읍 담양~장성 백양사 직진~광주 장성 13, 24번 국도 좌회전~광주 13번 국도~광주 장성 13, 24번~수북 방향 우회전~수북중 지나~청소년야영장(수련원)~대방저수지 옆 간이주차장 순. 주차장이 좁을 경우 300m 더 가서 수련원 입구 주차장에 대면 된다.

 

 겨울 산사. 왠지 마음이 숙연해지고 그만큼 다가오는 느낌이 자뭇 엄숙하다. '느림과 비움'도 절로 떠오른다. 각박한 도시생활에 찌던 현대인들이 한 번쯤 자신을 되돌아 보기에 제격이다.
 기축년의 새해가 밝은 지 벌써 6일. 뭔가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영남
알프스 산군 속의 사찰은 어떨까. 이곳에는 정감 넘치는 산사들이 모여 있다.
 재약산(수미봉) 기슭의 표충사, 가지산 아래 석남사, 운문산 품안의 운문사. 적막하고도 고요한 절집은 늘 있는 그대로 말없이 서있다.

‘집착을 떨쳐라’ ‘스스로 행하라’….

 지극히 당연한 경구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두툼한 방한복을 꼭 껴입고 겨울 산사를 찾아 올 한해 자신의 화두를 가슴속에 각인시켜 돌아보자.

#대덕스님 배출 산실 표충사

표충사 경내에서 바라 본 영남알프스전경. 왼쪽 처마 밑 천황산(사자봉)에서부터 천황재 재약산(수미봉) 문수봉이 잇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표충사 경내 영정약수.

매표소를 지나면 앙상한 가지를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에 닿을 듯 쭉쭉 뻗어 있다. 경내는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표충사는 사명 대사가 임진왜란 당시 승병 3000여명을 이끌고 조국을 구한 구국성지. 때문에 표충사 내 유물전시관과 표충서원에는 사명 대사와 관련된 많은 유품이 보관돼 있다. 임란때 사명 대사가 입은 금란가사와 장삼, 임란 후 대사가 강화사절(講和使節)로 일본에 가서 조선 포로의 송환문제를 다룬 문서 등 16건 79점이 소장돼 있다. 또 임란때 승려로 큰 공을 세운 서산 사명 기허 등 세 대사의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표충서원에는 그들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조계종 통합종단의 초대 종정을 역임했던 현대의 마지막 고승 효봉 스님이 말년을 보내고 열반한 곳도 이곳이며, 고려땐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탈고한 곳도 이 곳 표충사다. 당시 충렬왕은 이 곳을 찾아 동방제일의 선찰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신라 무열왕 원년(654년) 원효 대사가 창건한 이 절의 원래 이름은 죽림사(竹林寺). 재약산 기슭의 대밭 속에서 오색의 상서로운 구름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하산, 곧바로 절을 세운 후 죽림사라 불렀다. 그 후 흥덕왕의 셋째 왕자가 요양을 와 이 곳의 신비스런 우물(靈井藥水)을 마시고 나아 영정사(靈井寺)로 바뀐 뒤 조선 헌종 5년(1839년) 표충서원이 자리를 잡으면서 절 이름도 표충사로 고쳐졌다. 아직도 신비의 물인 영정약수가 경내에 있으니 꼭 맛을 보자. 절내 유일한 국보(75호)인 청동함은향완도 빠뜨리지 말자.

표충사에는 특히 등산객이 많이 보인다.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재약산(수미봉)과 천황산(사자봉)을 오르기 위해서다. 경내에서도 아름다운 산세가 한 눈에 보인다.

 절 못미처 오른쪽으로 난 옥류동천을 따라 흥룡폭포~층층폭포를 지나서 만나는 옛 고사리분교가 그 유명한 100만여평의 사자평 시점. 사명 대사가 임란때 승병을 훈련시킨 곳이기도 하다. 억새가 한창인 가을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다. 천황산(사자봉)에 오르려면 절 왼쪽 내원암 방향으로 출발, 한계암~시상암을 거쳐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종주는 6시간 걸리며 중간 천황재에서 내원암으로 내려오면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비구니 특별선원 석남사

석남사 일주문.

                   

보물인 석남사 부도.   

수십개의 공덕탑.

평온한 석남사엔 가지산에서 하산하는 등산객이 자주 눈에 띈다.



울산 울주군 언양에서 밀양으로 넘어가는 24번 국도 중간에 위치해 있는 통도사의 말사이자 조계종 종립 특별수련도량으로 가지산 기슭에 터를 잡고 있다. 가지산의 옛 이름인 석안산(石眼山)의 남쪽에 있다하여 석남사(石南寺)라 불리었다고 전해진다.

일주문에서 절집까지 오르는 숲길은 포근하기 그지없다. 주변엔 잘 생긴 홍송과 각종 활엽수가 적당한 간격으로 첩첩이 늘어섰다. 5~6분 거리인 이 숲길을 걷노라면 마치 도심 속 깔끔한 소공원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오가는 사람 중 절반은 등산객들. 숲길이 끝날 때 쯤이면 등산객들은 오른쪽 청운교를 건너 가지산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계곡을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계곡 암반 위에는 수 십개의 작은 공덕탑(돌탑)이 정성스럽게 서있다. 비구니 참선수좌들의 기원인지 속인들의 바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석남사는 신라 헌덕왕 16년(824년) 도의국사가 호국기도를 위해 창건한 이래 수 차례 부침을 거듭했다. 한국전쟁 땐 폐허가 되다시피하기도 했다. 이후 1957년 비구니 인홍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비로소 비구니 사찰로 일신했다. 대웅전 앞 삼층석가사리탑과 대웅전 뒤 대밭 주위에 도도히 선 석남사 부도가 볼만한 문화재다.

#언제나 포근하게 다가오는 운문사

어른 가슴 높이의 정갈한 운문사 돌담.
학인스님들의 책상과 물품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천연기념물인 처진소나무.

석남사가 비구니 특별선원이라면 운문산 기슭의 운문사는 비구니 교육도량. 김천 청암사, 대전 동학사, 수원 봉녕사에도 승가대학이 있지만 전통과 규모 면에서는 운문사가 국내 최고.

이 때문에 운문사를 구경하는 도중에는 흔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지엄한 스님보다는 20대 초반의 예비 비구니 스님들의 발빠른 움직임을 목격할 수 있는 점이 다른 절집과의 차이라면 차이.

가냘픈 이들 학인스님들이 조석으로 행하는 불전사물(佛典四物)은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유명 의식. 무엇보다 60여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장삼과 가사로 예를 갖추고 동참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보통 절집은 산을 등지고 있는데 반해 운문사는 운문산과 마주앉은 형태다. 실제로 옛 비로전인 대웅보전 앞에 서면 운문산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뭐니뭐니해도 운문사의 자랑은 그 짜여진 정갈함에 있다. 절 입구까지 올라가는 1㎞ 남짓한 해묵은 노송의 푸름, 뒤꿈치만 살짝 들어도 안이 들여다 보이는 돌담,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를 중심으로 마치 짜맞추듯 놓여진 당우. 500여년 성상의 처진 소나무는 푸름을 간직한 채 마치 세속의 짐을 내려놓으려는 듯 대부분의 가지를 내리고 있다.

 신라 진흥왕 21년(560년)에 창건된 운문사에는 문화유적들도 많다. 신라때의 삼층석탑과 금당 앞 석등, 가장 작은 당우인 작압전 내 석조여래좌상과 사천왕 석주 등 보물만 7점이 있다.
 
◇ 산사주변 가볼만한 곳

영남알프스 내 산사 주변에는 유명 온천과 자연휴양림, 예술촌, 눈썰매장 등이 곳곳에 있어 하루 내지 1박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온천은 등산로 들머리나 날머리에 위치해 있어 천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선 부산서 가장 가까운 등억온천단지.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에서 나와 양산 방향 35번 국도를 타고 10분을 채 못가 작천정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입구에는 ‘작천정 1.2㎞, 등억온천단지 4㎞, 자수정 동굴나라 3.3㎞, 신불산 군립공원’ 이정표가 보인다.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신불산 중턱에 자리한 등억온천단지에는 현재 3개의 대중탕이 있다. 가장 먼저 생긴 언양온천과 신불산온천, 자수정온천 등이 있다.

 신불산 인근에 위치한 등억리는 예부터 ‘내를 뚫으면 불이 나온다’는 천화천(穿火川)이라는 이름이 전해내려오는 곳. 등억온천단지는 약알칼리성 온천수로 신경통 소화기질환 피부병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 신불산온천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옥을 10여t이나 사용해서 만들었다.

 등억온천단지 내 진입로에는 ‘도깨비 도로’가 있어 눈길을 모은다. 오르막길로 보이지만 착시로 인해 실제로는 내리막길인 도깨비 도로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찾기도 쉽다.

등억온천단지를 나오면 차로 2~3분 거리에 ‘자수정 동굴나라’가 있다. 원래는 자수정 광산이었지만 관광자원으로 개발했다. 놀이공원과 함께 지금은 눈썰매장이 개장돼 있어 어린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온천단지 내에는 간월사 터와 보물인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도 있으니 빠뜨리지 말자. 간월사지에서 보이는 눈덮인 신불, 간월능선은 이 곳이 왜 영남알프스라불리우는지 실감할 수 있다.

 등억온천단지 인근에는 간월자연휴양림이 있다. 겨울 산에 들어가 대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듯하다.

간월자연휴양림.

간월자연휴양림에서 본 눈덮인 간월산 공룡능선.

언양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석남사에 못미쳐 청도 방향 985번 지방도를 타면 곧 가지산탄산유황온천이 나온다. 탄산이 다량 함유된 탄산온천인 이 곳에는 수영장 시설까지 갖춰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985번 지방도를 타고 운문령을 넘으면 운문산자연휴양림이 기다린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이 곳에서는 심산계곡의 고요한 자연미와 용미폭포의 빙벽을 감상할 수 있다.
운문사를 구경한 뒤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와도 되고 청도에서 온천을 한 후 건천이나 경산IC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운문사에서 청도방향으로 45㎞ 정도 달리면 용암온천이 나온다. 유황성분이 많고 특히 게르마늄은 일반 온천에 비해 30배 정도. 인근 삼신마을에 장수노인이 많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용 노천탕이 별도로 있다.

운문사에서 경산 대구방향으로 35㎞ 지점에는 유화수소온천인 학일온천이 있지만 얼마전 문을 닫았다. 참고하길.

 표충사에서 언양 방향으로 가다 보면 가인예술촌이 나온다. 폐교된 가인초등학교를 지난 1997년 지역 화가들이 합심해 집단창작촌을 일군 곳이다.

또 24번 국도를 타고 석남사를 지나 밀양 방향으로 가다 좌회전해 69번 국도를 타면 배내골 방향. 배내재를 지나면 파래소폭포를 구경할 수 있고 폭포를 기준으로 위 아래에 각각 신불산자연휴양림 상단과 하단이 위치해 있다. 숲속 통나무집에서 온가족이 함께 겨울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향적봉 대피소 앞. 백색 천국이다. 

한여름 구천폭포.

한겨울 무주구천동계곡의 구천폭포.


 시나브로 겨울이 와 있건만 아직도 여민 옷깃이나 두꺼운 외투만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뿐이다. 눈은 고사하고 처마 밑 고드름도 보기 힘들다.

눈이 귀한 남쪽땅 부산. 올해는 눈을 한 번 보려나 ‘혹시나’ 기대를 걸었건만 현재까진 ‘역시나’로 그칠 공산이 크다. 눈이 많기로 소문난 강원도나 전북에도 아직 큰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판다고, 요로를 통해 수소문해 보니 태백산엔 조금 내렸지만 이내 녹았고 덕유산은 9부 능선부터 백색천국이란다.

그렇다. 겨울의 진면모를 보려면 눈을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맞으러 가자.

겨울이면 산꾼들에게 ‘작은 히말라야’로 다가오는 덕유산(1614m). 정상 부근의 나무와 풀에는 눈같이 내려앉은 상고대가 눈꽃을 피워 온통 하얀 축제를 벌이고 있다. 축제명은 ‘돌아온 상고대’. 그렇게 눈축제는 이미 시작돼 있었다.

전북 무주 장수, 경남 함양 거창 등 2도 4군 8개면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덕성스런 능선과 너그러움을 간직한 산. 산행은 덕유산의 얼굴인 삼공리 삼공매표소에서 무주 구천동과 백련사를 거쳐 주봉인 향적봉에 오르는 3시간 정도의 가장 보편적인 코스를 택했다. 백련사 가는 길은 우선 정답다. 그래서 가벼운 산책이나 가족나들이에 적합하다.


계곡길 초입 오른쪽 저멀리 일곱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서있다. 칠봉(1035m) 또는 칠불봉이다. 꼭대기 부근이 이미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가까이서 본 계곡은 맑고 깊다. 겨울인데도 유량이 줄지 않아 물소리가 우렁차다. 주변의 앙상한 나뭇가지만 없다면 여름이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듯 하다.

인월교를 지나면 인월담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등 작은 소(沼)와 담(潭)이 연이어 선경을 연출한다. 하나같이 그림과 함께 명명된 사연이 적혀 있다.

덕유산의 겨울은 선택받은 것 같다. 산 전체를 벌겋게 물들이는 철쭉의 봄이나 녹음 짙은 여름,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인 가을은 단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반해 앙상한 가지의 겨울서정에다 처절할 정도로 아름다운 상고대의 몸부림은 눈부시다.

덕유산휴게소를 지나면 이내 안심대. 옛날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던 스님과 불도들이 쉬어가던 곳으로,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경각을 다투는 도망길에 이 곳에 당도하여 비로소 안심하고 땀을 씻었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구천동계곡의 대표적 2단 폭포인 구천폭포를 지나면 곧 백련사.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 중앙계단 양 옆으로 난 석축은 마치 영주 부석사를 연상케 한다. 절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대웅전의 왼쪽 바위 밑에는 샘물이 솟는다. 한 모금 들이키고 등산로가 시작되는 대웅전 오른편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백련사까지가 가벼운 산책코스라면 주봉인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고행길이다.

               사실상의 산행 들머리인 백련사 일주문.

8분 뒤 전북도 지정 기념물인 백련사 계단(戒壇)을 지나면 첫 이정표. ‘향적봉 대피소 2㎞, 해발고도 950m’.

올라갈수록 바람이 매섭고 차갑다. 반복되는 단조로움에다 끊임없는 오르막은 더욱 인내를 요구한다.

7부 능선쯤 올랐을까. 푸른 산죽 주변에 밤새 내린 눈이 남아 있다.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엔 얼음꽃. 눈이 가지에 붙어 있다가 기온이 급강하면서 그대로 얼어붙은 것. 빙화는 억새와 마찬가지로 역광 속에서 봐야 더욱 빛나는 법. 상고대와 함께 영롱한 아름다움은 사진작가들의 단골 메뉴다.

처음엔 빙화(얼음꽃)을 만난다.

향적봉 대피소 앞. 여기서 3, 4분이면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도달한다.

멀리서 본 향적봉 대피소. 비교하기 위함이다.

향적봉 대피소.


역광을 받은 상고대.

대피소에서 정상 가는 길.


이제 주변이 서서히 하얗게 변해 간다. 동시에 산길도 상당히 미끄럽다. 하산하는 산꾼들은 넘어지기 일쑤다.

9부 능선쯤에선 방금까지 눈이 내린 것처럼 푸른 하늘 외에는 온통 하얗다. 상고대다. 순우리말인 상고대는 일종의 눈꽃. 구름이나 안개가 나뭇가지를 지나다가 얼어버린 것으로 단순한 눈꽃보다는 조형미가 뛰어나다.

일순간 운무가 주변을 감싼다. 덕유산의 상고대가 특히 아름다운 것은 바로 변화무쌍한 운무가 잦은 덕분이다. 주목군락과 상고대, 그리고 유난히 파란 하늘의 조화는 자연미의 극치다.

이내 갈림길. 오른쪽으로 200m 정도 가면 향적봉 정상이고 100m 직진하면 향적봉 대피소. 상고대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대피소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산꾼들이 대부분이 상고대 앞에서 탄성을 지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하 8도의 매서운 추위도 그들의 눈꽃축제를 막지 못한다.

덕유산 향적봉 정상의 조망안내판이 눈보라에 의해 덮혀 있다.
향적봉에서 곤돌라 종점인 설천봉으로 내려가는 길.

초록을 배경으로 한 구상나무.

한겨울 구상나무.



향적봉 정상까지는 100m 남짓. 살을 에는 칼바람이 단 1분도 견디기 못하게 할 만큼 매섭게 몰아친다. 그런데 의외로 어린 꼬마들이 많다. 무주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듯하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오르며 20분 산행으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까지 가볍게 갈 수 있다.

언제 다시 올까 하는 생각에 칼바람을 무릅쓰고 가야산 지리산 등 주변 조망을 감상해 보지만 추위에는 장사가 없음을 실감한다.

하산은 두 가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있고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으로 내려가도 된다.

설천하우스에서 추위를 녹이고.

무주리조트로 이어지는 곤돌라.

◇ 떠나기 전에 - 가족등반땐 곤돌라로 정상까지

덕유산은 임진왜란때 9000명이 난을 피해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덕성스러운 산이다. 갈천 임훈 선생의 ‘등덕유산향적봉기’에 따르면 주봉은 향적봉, 남덕유산을 황봉 또는 봉황봉, 무룡산을 불영봉으로 불렀다.

덕유산을 대표하는 계곡은 무주구천동. 지난 1961년 그동안 전해오던 옛 이야기를 근거로 33경을 정해 그 빼어남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조선말 을사조약 체결후 을사오적 처형을 주장한 송병선 선생은 덕유산의 선경에 취해 일사대(一士臺)에 서벽정을 짓고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만조탄 함벽소 가의암 추월담 등 무이구곡(茂夷九曲)을 정했다.

산행은 백련사~향적봉~중봉~오수자굴을 거쳐 원점회귀가 일반적이며 중봉~백암봉에서 횡경재를 지나 거창의 송계사로 내려서거나 안성 삼거리에서 오른쪽 칠연폭포로 하산할 수 있다.

가족산행땐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 덕유산을 오른후 백련사로 하산하면 겨울산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있는 야멸찬 산 덕유산. 아이젠 등 겨울장비를 충실히 챙겨 떠나자.

◇ 교통편 - 리조트~구천동 무료셔틀버스 운행

부산서 덕유산까지는 대진고속도로 덕택에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남해고속도로~서진주IC~대진고속도로~덕유산IC~좌회전 후 19번 국도를 탄다. 안성사거리에 ‘덕유산 국립공원’을 알리는 우회전 이정표가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칠연폭포 용추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가더라도 입산금지 상태다. 이후 사산삼거리에서 우회전~37번 국도~치목터널~하조사거리 직진~구천동터널~리조트 삼거리 직진~무주 구천동 직진~삼공삼거리 우회전~삼공매표소 순.
 
곤돌라를 타고 무주리조트로 하산했을 경우 리조트에서 들머리인 구천동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낮 12시를 제외하고 매시 정각 설천하우스 앞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 이후 오후 6시50분, 7시30분, 8시30분 버스는 웰컴센터 앞에서 타야 한다. 10분 정도 걸린다. 설천봉에서 마지막 곤돌라는 오후 4시30분. (063)320-7381

참고할 사항. 덕유산 향적봉대피소(063-322-1614 관리인 박봉진)는 수용인원 60명. 덕유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063)322-3174.

백두산~백두대간~지리 영신봉 거쳐 김해까지
김해 백두산 최근 낙남정맥 종착지로 급부상 

지역 산꾼 이재수, 최근 산서 등에서 주장
아직 설에 불과, 여론 조성되면 바꿔야 할 듯

 이재수.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 산행기 코너에 자주 접속한 산꾼이라면 '아! 그 사람' 하고 기억을 할 것이다. 그는 지난 2003년 개설된 근교산 홈페이지 산행기 코너를 주도했다. 취재팀이 연재한 산행지를 주말에 다녀온 뒤 어떤 점이 미비하고 잘못됐는 지를 냉철하게 비판해 취재팀의 관행적 나태함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등 차츰 뭇 산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팬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그는 낙남정맥에 이어 지난해 여름 백두대간 종주를 끝낸 뒤 예의 국제신문 산행기 란에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백두산에서 끝난다'라는 200자 원고지 50여 장 분량의 장문을 올렸다. 이 글은 아마추어 산꾼이 쓴 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논리적이고 학술적인 데다 필자의 주장까지 담겨 있어 기자를 비롯한 지역 산꾼들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뜬금없이 그를 떠올린 것은 그가 낙남정맥의 종착지라고 주장한 김해 백두산을 산행팀이 이번 주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그가 올린 글에서 낙남정맥의 종착지는 지금까지 정설로 내려오는 김해 동신어산이 아니라 이웃한 백두산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뻗어내려온 백두대간이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남정맥으로 갈아탄 후 김해 백두산에서 그 산줄기가 끝난다는 것. 물론 중간에 개발에 의한 산줄기가 많이 훼손됐겠지만 원론적으론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출발하면 산을 한번도 내려오지 않고 능선만을 타고 김해 백두산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동신어산이 낙남정맥의 종착지로 알려져 온 이유는 강에서 산줄기가 끝나면 대간이고 정맥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 이 씨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산줄기의 흐름과 위치 등을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해놓은 조선시대 지리서인 산경표에 따르면 모든 산줄기의 맥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하구에서 끝이 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이런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

 이 씨에 따르면 원래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으로 갈리는 지금의 낙동강 물줄기는 일제강점기 때 대규모 토목공사에 의해 형성된 것. 당시 낙동강 하구는 현재 낙동강과 서낙동강이 나뉘는 대동수문 근처이며, 그 하류는 홍수가 날 때마다 물길이 바뀌는 대규모 뻘이었다. 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보면 김해 백두산 아래 지금의 대동수문 인근이 바다로 표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낙남정맥의 끝은 백두산이 분명하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김해 백두산 정상에 서면 부산의 진산 금정산과 태백에서 1300리를 쉼없이 내려온 낙동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번주 소개하는 코스는 김해 까치산~장척산~백두산. 시종일관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금정산 백양산 등 부산의 거의 모든 산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김해 대동면 예안리 장시마을 버스정류장~까치산(342m)~낙남정맥 갈림길~임도~장척산·백두산 갈림길~장척산(531m)~매리(소감마을) 갈림길(481봉)~사거리 안부~동신어산 갈림길~벤치~352봉(삼각점)~원명사 갈림길~백두산(354m)~공동묘지~대형 축사(대동면 초정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정도. 시종일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해발고도가 높지 않아 그리 힘은 들지 않으며 길찾기 또한 어렵지 않다.


 까치산은 오래 전 산행팀이 들머리로 개척한 성고개를 기점으로 현재 산행이 많이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들머리로 출발했다. 예안리 장시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50m쯤 시례마을 방향으로 가면 왼쪽에 '까치산 1.8㎞'라 적힌 이정표와 함께 들머리가 열려 있다. 공동묘지를 지나면서 줄곧 오르막길. 10분 뒤 묘지 앞. 우측 손에 닿을 듯한 봉우리가 백두산이다. 10여 분 뒤 안내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왼쪽 성고개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산행 중 내려다본 김해평야와 서낙동강. 이곳에 서면 김해평야가 델타 즉 삼각주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산행 중 보이는 부산의 진산 금정산. 김해 쪽에서 보면 뾰족하게 보이는 고당봉을 두고 김해사람들은 붓을 빼닮았다고 해 문필봉이라 부른단다.   
첫 기착지인 까치산.
산행 곳곳에는 전망대가 있어 쉬어갈 수 있다.

한 굽이 오르면 시계가 넓어져 금정 백양 엄광 구덕 승학산과 낙동강 건너 봉화 보배, 그 뒤로 가덕도 연대봉 팔판산 화산 장유봉이, 정면으로 까치산이, 우측으로 금정산 고당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뾰족한 고당봉은 붓을 빼닮아 왜 김해 쪽에서 문필봉으로 부르는지 알 수 있다.   
 
까치산까지는 크게 내려섰다 올라선다. 10분 뒤 전망바위에 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김해평야가 낙동강에 의해 형성된 삼각주인 사실이 한눈에 확인된다. 까치산 정상은 전망바위에서 8분 뒤. 금정산 좌측 뒤 천성산이 흰눈을 이고 위엄있게 서 있다.

하산은 직진하며 내려선다. 금정산과 나란히 북으로 내달린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크고 작은 봉우리. 그야말로 산 너머 산이다. 10시 방향 나목 사이로 신어산 동봉이 보인다. 이렇게 1시간. 등로 좌측으로 도로가 보인다. 생명고개로 이어지는 길이다. 15분 뒤 일순간 안 보이던 안내리본이 치렁치렁 걸려 있다. 낙남정맥 갈림길로 왼쪽은 생명고개 신어산 돛대산, 오른쪽은 장척산 동신어산 백두산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3분 뒤 임도. 길 건너 바로 백두산 방향으로 올라선다.

          장척산 정상은 메인 등산로에서 15m쯤 떨어져 있다.

 때묻지 않은 낙엽길을 한동안 오르내린다. 20여 분 뒤 장척산 갈림길.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15m 올라서면 대동면과 상동면의 경계인 장척산 정상이다. 벤치가 둘 있고, 정상석 대신 이정표엔 '장척산'이라 적혀 있다. 직진하면 상동면 대감리로 2007년 10월말 준공된 롯데자이언츠 상동전용구장과 만난다. 이제 백두산(5.8㎞) 방향으로 향한다. 진달래터널을 통과하면 정면으로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15분 뒤 갈림길. 이정표엔 두 방향 모두 '백두산'이라 적혀있다. 좌측은 앞서 본 두 개의 봉우리를 거쳐가는 낙남정맥의 정규코스이고, 우측은 두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좌측으로 오른다. 쓰러진 나무와 그간 안 보이던 농짝만한 바위를 잇따라 지나면 멋진 전망대. 까치산과 돛대산 그리고 저수지 뒤로 저멀리 백두산을 확인한 뒤 발걸음을 떼면 이내 소나무 아래 안내리본이 많이 보인다. 좌측 매리(소감마을) 하산길 대신 우측으로 내려선다. 9분 뒤 안부 사거리. 왼쪽 동신어산 우회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10분 뒤 동신어산 갈림길(475봉)로 문제의 낙남정맥의 종착지가 결정되는 의미있는 지점이다. 왼쪽 동신어산, 직진하면 백두산. 이정표를 등지고 서면 10시 방향의 쌍봉 중 왼쪽이 동신어산, 그 우측 뒤 물금 오봉산, 그 왼쪽 선암산 토곡산이 보인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20m 뒤 벤치. 좌측으로 낙동강과 내달리는 금정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20분 뒤 안부갈림길. 좌측 대감리 감내마을 방향 대신 직진한다. 이때부터 크고 작은 봉우리의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삼각점을 지나 13분 뒤 갈림길. 좌측 멋진 전망대에서 잠시 쉬고 다시 송림길을 내달린다. 능선길이 차츰 우측으로 휘어진다.

백두산 가는 도중. 
이제 우측으로 보이는 백두산을 향한다.

백두산을 가리키는 이정표.

백두산 정상.


17분 뒤 만나는 월성 이씨묘에선 백두산이 손에 잡히지만 꽤 높아 보인다. 곧 원명사 갈림길. 여기서 백두산까진 12분이면 올라선다. 산불초소가 있는 백두산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양산 다방동에서 백양산까지 이어지는 금정산 대종주능선이 낙동강과 나란히 내달리고, 동쪽으론 까치산(그 뒤 돛대산)에서 시계방향으로 돈 산행팀의 궤적이 한눈에 펼쳐진다. 강 본류와 서낙동강으로 갈리는 대동수문도 보인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하산은 초소 뒤쪽으로 내려선다. 6분 뒤 갈림길. 뚜렷한 직진길 대신 들머리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고사목이 보이는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과거 산불 흔적이 역력하다. 이장한 묘 좌측으로 내려서면 다시 묘지를 만나고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대숲을 지난다. 8분 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가면 공동묘지. 여기서 묘지 사이 뚜렷한 길로 내려서면 파란 지붕의 초정리 대형 축사와 만난다.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가면 도로 확포장 사무실. 왼쪽으로 꺾으면 예안리 고분군 앞 도로를 만나고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들머리 예안리 장시마을 정류장에 닿는다. 축사에서 1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낙동강 칠백리' 대나무 통구이 일품
    
산경표 백두대간 편의 낙남정맥은 분산(지금의 분성산)에서 끝을 맺는다고 돼 있다. 김해천문대가 위치한 분성산 아래의 김해시 구산동 일대는 거리상으로 낙동강과 꽤 떨어져 있다. 이곳은 금관가야 도읍지로 인근에는 해반천을 중심으로 왕릉과 고분군이 산재해 있어 산경표의 주 뼈대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200여 년간 제자리를 못 찾고 방황하던 낙남정맥이 1980년대 후반이 돼서야 비로소 산꾼들이 산줄기를 잇고 이어 낙남정맥을 연결하는 종주가 시도돼 지금에 이르런 것이다.

아마추어 산꾼 이재수가 주장한 '낙남정맥의 종착지는 김해 백두산이다'라는 대명제는 아직 악계(岳界)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하나의 설이다. 하지만 최근 발행된 '태백산맥은 없다'(조석필 지음) 등의 산서에서도 이런 주장이 제기돼 차츰 힘을 얻고 있다.

또 한 가지. 일각에선 낙남정맥의 끝이 부산 강서구 봉화산이라는 주장도 들린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김해 용지봉에서 불모산 보배산을 거쳐 봉화산 산줄기가 서낙동강 하구 녹산수문에서 끝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도권 산꾼들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1900년대 초반까지 서낙동강의 하구인 녹산이 바다라는 사실을 간과한 무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낙동강 칠백리'(051-972-0702). 들머리로 가는 도중 큰 간판이 보여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돼지 오리 대나무 통구이(사진) 전문점이다. 말그대로 고기를 대나무통 안에 넣고 장작불에 1시간 정도 굽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돼지 1인분 8000원, 오리 1마리 3만 원. 이 집은 100년 된 일본식 가옥. 내부 다다미만 걷어내고 온돌로 교체했을 뿐 원형 그대로라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곳이다.


◆ 교통편 - 구포역 인근서 버스 타 예안리 장시마을 하차

구포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100m쯤 가면 만나는 재활용센터 앞 시외버스정류장에서 김해여객 대동행 버스를 타고 대동면 예안리 장시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7시30분, 8시40분. 1000원. 구포역은 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서 내려 '구포역' 방향으로 올라와 골목길(입구에 이정표 있음)로 10분 걸어가면 된다. 이 버스는 구포시장 앞에서도 정차한다. 날머리 장시마을 정류장에서 구포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 7시5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강서구청 지나 좌회전~대동수문~경남 김해시 대동면~상동 대동 IC 좌회전~대동농협 지나~굴다리~시청 불암동 좌회전~대동면사무소 지나~예안리 장시마을 버스정류장 순.

 

영남알프스 맏형 가지산 멋진 능선 찾아 떠난 길
예상치 못한 가지산 빙화 조우…경이롭기까지 해
최근 지자체서 안전시설물 설치 산행에 큰 도움
신불 천황 재약 운문 능동산 등 영남알프스 한눈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역광으로 봐야 더욱 빛을 발하는 빙화는 왜 사진작가들이 못 찍어 안달을
        하는지 직접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올해로 정확히 10년째 근교산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이창우 산행대장. 전국 일간지 시리즈 기사 중 최장수인 이를 두고 지역 산꾼들은 한결같이 이 대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방대한 시리즈로 이어가질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의 거의 모든 산의 숨은 능선과 골짝을 훤히 꿰고 있다. 이와 관련 기자와의 에피소드 하나.

  최근 펴낸 '원점회귀 근교산(중)'의 최종 원고를 정리하면서 애매모호한 구간을 전화로 그에게 물었다. 수 년 전 함께한 그 길을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샛길까지 구석구석 기억하고 있었다. 영남알프스 산군은 특히 그랬다.

문득 궁금했다. 이 대장은 영남알프스 산군에서 어떤 코스를 가장 좋아하는지. 뜬금없는 기자의 물음에 잠시 숨을 고르더니 '영축산~죽바우등' '가지산~백운산 갈림길' 구간이라고 답했다.

두 코스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육산과 골산이 적절히 배합된 두 능선길은 굽었다 펴졌다를 반복하며 조망마저 기가 막혀 산행하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다. '영축산~죽바우등' 구간은 2년 전 이미 소개한 터라 산행팀은 '가지산 ~백운산 갈림길' 구간을 새롭게 다녀왔다.

운문지맥의 일부이기도 한 이 구간은 백운산 능선과 운문지맥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로 아마도 영남알프스 산군에서 가장 조망이 빼어난 구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산행은 밀양 삼양교(단식원·제일관광농원·호박소 주차장)~구룡소 폭포~묘향암~가지산 백운산 갈림길~주능선~헬기장~가지산 정상~밀양재~가지산 중봉~석남사 갈림길~산철쭉 군락지~888봉~암릉구간~제일관광농원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


이번 산행에선 예상치 않게 빙화(氷花)의 장관을 조우했다. 이 대장이 늘 맘 속에 그리던 바로 그 구간에서 말이다. 가지 끝에 매달린 빙화가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그 자태는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산행 초입 만나는 구룡소 폭소.
이때까지는 평범한 겨울 산행. 비로소 눈앞에 가지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의 산세는 이같이 힘이 있다.
가지산을 보고 눈길을 걷는다.
생각지도 않았던 빙화의 장관이 펼쳐진다.
이제 가지산이 더 가까이 와 있다. 
가지산 정상 직전의 헬기장에서 본 가지산.
가지산 정상.
하산길.


 제일관광농원 주차장에서 '제일관광매점' 우측길로 가면 계곡 앞에 선다. 조수보호구 안내판 뒤로 열린 산길은 이번 산행의 하산로. 산행팀은 계곡을 건너 늘푸른 산죽이 유혹하는 좌측으로 발길을 옮겨 본격 산으로 진입한다. 구룡소 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9분 뒤 갈림길. 밧줄을 잡고 우측 된비알로 오르면 구룡소 폭포 상단으로 바로 가는 길. 하나, 폭포는 자고로 하단에서 전경을 봐야 되는 법. 때문에 직진한다. 조그만 공덕탑이 즐비한 너덜겅을 지나 5분이면 폭포 아래에 닿는다. 60도쯤 돼 보이는 30m 높이의 근래 보기 드문 대형 와폭이다. 꽁꽁 얼었다가 지금은 반쯤 녹아 흐르는 물길이 보인다. 폭포 하단을 건너면 아랫재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열려 있다. 참고하길.

이제 밧줄이 보이던 폭포 갈림길로 되돌아간다. 도중 폭포 갈림길에서 폭포 상단으로 연결되는 안전시설물이 쳐진 등로가 보여 45도 방향으로 길을 잡고 올라선다. 폭포 바로 옆에는 최근 설치된 듯한 스테인리스 다리가 폭포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 대장은 "등로 주변의 바닥이 거의 암반인 이 일대는 겨울이면 살짝 얼어 있어 산꾼들이 크게 우회해서 오르내렸지만 이제는 그럴 염려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폭포를 지나 직진한다. 잠시 후 다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지붕에 파란 천막을 덧씌운 산중 기도처인 묘향암을 지나면 이내 갈림길. 이정표 상으로 '왼쪽 가지산(4.2㎞)'이라 적혀 있지만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발길을 잡는다. 가지산으로 가는 첩경인 이 길은 지금까지 소개되지 않은 등로이다. 5분쯤 뒤 길이 약간 헷갈리지만 물마른 지계곡을 대각선 방향으로 따라 오르면 이내 좌측으로 선명한 등로가 나타난다. 이때부터 일사천리.

한 굽이 올라서면 삼거리. 저 멀리 푹 꺼진 밀양재와 중봉이 보이지만 밀양재 좌측의 가지산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정면으로 내려서면 용수골로 떨어진다.

삼거리에선 좌측으로 오른다. 경사가 꽤 심한 된비알로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힘들어 잠시 멈추게 되면 뒤를 돌아보자. 영남알프스의 산줄기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발밑으로 들머리 주차장이, 정면으로 능동산, 그 우측으로 신불산 천황산 죽바우등 함박등이, 신불산 앞으로 간월산 배내봉이, 능동산 좌측으로 울산의 문수산과 남암산이 확인된다. 이 광경은 해발고도를 높일수록 보다 넓게 다가온다.

좀 더 올라서면 우측으로 그간 안 보이던 밀양 쪽의 영남알프스 남서쪽 베이스캠프 격인 산내면 남명리와 도래기재, 그 우측으로 구천산 정각산 승학산 덕대산 종남산과 만어산도 보인다. 또 천황산 뒤로 재약산의 정상 부분도 약간 보인다.

전망대로서의 구색을 갖춘 제대로 된 전망바위에는 앞선 삼거리에서 30분이 지나서야 올라선다. 부처손이 많고 주변에 대여섯 개의 멋진 전망대가 포진해 있다. 발밑 베틀바위 위에는 명당인 듯 무덤이 둘 있다. 여기서 2분이면 마침내 영남알프스 주능선에 선다. 이제 가지산을 향해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대장이 앞서 언급한 백운산 갈림길은 좌측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3분 뒤 멋진 전망대 갈림길. 입구에 '가지산 2.3㎞, 운문산 2.6㎞'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전망대에 서면 가지산 정상 왼쪽으로 청도 귀바위와 그 뒤 지룡산이, 고개를 남으로 돌리면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왼쪽으로 오룡산, 신불산 왼쪽으로 양산과 울산의 경계인 정족산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본격 가지산을 향해 나아간다. 오래 전 내린 눈길이라 걷는 데는 지장이 없고 별 감흥이 없다. 3분 뒤 좌측 뒤로 운문산 범봉 억산 깨진바위도 시야에 들어온다.

27, 28분 뒤 예상치 못한 빙화를 만난다. 장관이다. 빙화는 눈꽃이나 상고대가 녹으면서 물이 되어 가지에 흐르다가 기온이 급강하할 때 얼어붙은 얼음꽃. 두꺼운 것은 3㎝나 된다. 역광으로 봐야 더욱 빛을 발하는 빙화를 두고 왜 사진작가들이 안달을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행여나 지나치다 건드리면 울리는 맑고 청명한 소리는 심금을 울린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이 빙화의 장관은 그야말로 선계에 다름 아니다. 이런 빙화의 장관은 가지산 정상 직전 헬기장까지 쭈욱 이어진다. 주능선에서 대략 1시간.

대피소를 지나 만나는 정상은 헬기장에서 4분이면 선다. 앞서 본 산군 이외에 북쪽의 쌀바위 상운산 고헌산 문복산 (울산)백운산 단석산까지 눈이 시릴 정도로 펼쳐진다. 넋놓고 바위에 기대앉아 이 황홀한 순간을 오랫 동안 즐기려 했으나 워낙 매서운 삭풍이 불어대 1분 이상 제대로 서 있기가 불가능하다.

하산은 정상석 뒤로 내려선다. 좌측 열린 나무계단길은 쌀바위 가는 길이다. 참고하길. 17분 뒤 밀양재. 좌측 석남고개, 산행팀은 우측 제일농원 방향으로 간다. 10분 뒤 봉우리에 살짝 올라선다. 중봉이다. 방금 지나온 빙화가 만발한 마루금의 남사면과 산행팀이 올라갈, 향후 내려설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제 하산만 남았다. 오로지 외길 능선길이다. 산철쭉 군락도 지난다. 1시간 뒤 주변 조망을 볼 수 있는 암릉에 닿는다. 정면 베틀바위, 좌측 백운산과 24번 국도가 보인다. 좀 더 내려오면 들머리 주차장과 곧 개통될 능동터널도 보인다. 30분이면 계곡 입구 입간판 뒤로 내려서며 산을 벗어난다.


◆ 떠나기 전에- 흰눈 머리에 인 가지산 빙화 목격은 '하늘의 뜻'

경남 밀양, 울산 울주, 경북 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가지산. 영남알프스의 모든 맥은 이 가지산으로 연결될 정도로 가지산은 영남알파스의 간판이자 맏형이자 최고봉이다. 가지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영남알프스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축이다.

산세면 산세, 전망이면 전망, 계곡이면 계곡, 야생화면 야생화 등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야말로 복덩이다.

산꾼들이 으뜸으로 꼽는 주봉을 향해 열린 대표적 산길은 가지산 북릉, 백운능선, 쌍두봉능선길 등이 있으며, 영남알프스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히는 학심이골, 심심이골, 호박소에 석남재로 이어지는 쇠점골 등 어디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계곡이 즐비하다.

이창우 대장이 꼽은 '가지산~백운산 갈림길' 구간의 들머리는 24번 국도변의 제일관광농원(단식원·삼양교). 애초엔 인근의 백운능선을 타려고도 했지만 이 구간은 암릉길이 지속돼 겨울철에 특히 위험한 데다 산행시간마저 길어지는 점을 고려해 호박소 주차장으로 정했음을 밝혀둔다.

영남알프스 산군을 오르다 보면 같은 시기에 모두 흰눈을 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외로 꼭 한두 군데는 반드시 있다. 그 중 가지산은 해발 1240m로 영남알프스에서 눈을 이고 있는 확률이 가장 높아 많은 지역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빙화의 장관도 마찬가지다. 애초 산행팀은 생각지도 못했다. 산꾼들은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하늘의 뜻이라고.


◆ 교통편- 들머리 호박소 휴양지, 얼음골 호박소 주차장과 달라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 걸린다.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석남사행 버스를 타고 호박소 휴양지(제일관광농원)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 8시35분, 9시5분, 10시40분, 11시30분. 3100원.

날머리 제일관관농원(삼양교) 앞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후 3시45분, 4시25분, 5시25분, 6시25분, 7시25분(막차)에 있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역시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30분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50분 걸리고 2900원. 언양터미널에서 석남사행 버스는 오전 6시부터 20~30분 간격으로 있다. 석남사 앞 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를 타고 제일관광농원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5분, 11시10분.

호박소 휴양지 앞에서 석남사 앞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4시10분, 5시, 6시10분에 있다. 석남사 앞 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석남사 가지산)~경주 봉계 35번~밀양 상북~밀양 석남사 24번~경주 청도 궁근정리 상북농공단지~창녕 밀양 24번~밀양 석남사~석남터널 통과~경남 밀양시 산내면~삼양교 지나~제일관광농원(단식원·제일관광농원) 순.
 

 또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벌써 저만치 와 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태곳적부터 반복되는 일상사이지만 유독 세밑에 각별하게 부산을 떨며 의미를 두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한 다짐의 발로이리라.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지난 1년간의 묵은 때를 털어내고 밝아오는 새해를 보며 향후 1년 간의 새로운 삶을 설계해보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사이로 붉은 기운을 토해내는 일출도 좋고, 어둠을 헤치며 숨가쁘게 오른 후 맞이하는 산상 일출도 기가 막히다.

◆아쉬운 일년, 해넘이 명소

해남 땅끝마을=일출 못지않게 일몰 또한 아름다워 세밑이면 국토의 최남단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이다.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송지면 땅끝마을에서 '땅끝 해넘이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달집태우기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묵은 짐을 날려보내고, 소원을 띠배에 실어 바다로 보내는 띠배놀이도 펼쳐진다. 천년고찰 두륜산 대흥사와 미황사도 둘러보자. 숙소는 대흥사 입구 400년 된 전통 한옥 유선관(061-534-3692)을 추천한다.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변=최근 국제꽃박람회 덕분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면도 꽃지해변은 안면도 일몰의 제1경으로 손꼽힌다. 길이 3.2㎞, 폭 300m인 해변의 오른쪽 끄트머리와 방포포구 사이에 터를 잡은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가 멋진 세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밀물일 때는 모두 물에 잠기지만 물이 빠지면 밑둥까지 드러나 다시 손을 잡는다. 기둥처럼 우뚝 솟은 두 바위의 벼랑과 거기에 걸쳐 있는 노송들이 지는 해와 함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통영 달아공원=미륵도 남단 해안가에 위치한 소공원이다. 남해안에서 손꼽히는 멋진 해안 드라이브 코스 중의 하나인 산양일주도로(23㎞)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풍광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전문가들로부터 나라 땅 최고의 일몰 명소로 손꼽힌다. 달아공원에는 한산대첩의 전승을 기리기 위해 세운 관아정과 정자 양편으로 꽃망울을 터뜨린 빨간 동백꽃이 또한 눈길을 끈다. 시간이 허락되면 용화사 입구의 '전혁림 미술관'도 둘러보고 통영대교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십오야 숯불장어구이(055-649-9292)에서 바다 장어 구이도 맛보자. 기가 막히게 맛있다.

부안군 변산반도=낙조가 워낙 유명해 예부터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다녀갔을 만큼 서해안의 보석으로 알려져 있다. 해안가의 외변산이나 내륙 산악지대인 내변산 모두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외변산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채석강이 있는 격포해변. 환상적인 일몰에다 책을 쌓아놓은 듯한 모습의 거대한 해안절벽의 경관 때문이다. 내변산의 명소는 낙조대. 들머리인 남여치에서 월명암으로 넘어가는 쌍선봉 옆에 위치해 있다.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일몰 전 전나무숲이 아름다운 천년고찰 내소사와 개암사 곰소염전 등도 둘러볼 만하다.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왜목마을은 충남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당진군에서도 가장 북쪽해안에 위치한 마을로 최근 일출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동쪽을 향해 튀어나온 포구의 독특한 지형 때문에 서해안인데도 충남 서천 마량포구, 전남 무안군 도리포와 함께 일출과 일몰 모두를 감상할 수 있다.
  동해안의 일출이 장엄하고 화려하다면 이 곳의 일출은 일순간에 바다가 짙은 황토빛으로 변하면서 바다를 길게 가로지르는 불기둥을 만들어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일출을 볼 수 있는 해안 동쪽엔 횟집과 여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실내에서도 쉽게 해돋이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일몰은 해발 200m 정도의 야트막한 산에 올라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오는 31일 오후 5시 국악공연 등 다채로운 일몰행사가 열리고 다음날인 1월1일 오전 7시30분에는 다양한 민속놀이 등 일출행사가 성대하게 열린다.

희망찬 새해, 해돋이 명소

동해 추암해변=동해안 최고의 일출명소 가운데 하나로, 경관이 빼어나 '삼척의 해금강'이라 불린다. 추암 일출은 TV에서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일부러 꽂아 놓기라도 한 듯 뾰족한 촛대바위들이 솟아있는 모습만 봐도 멋진데, 그 뒤로 붉은 빛을 토해내며 태양까지 가세하면 천하절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전날 밤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다. 동해시는 어둠 속에서도 촛대바위의 위용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밤에 오렌지빛 조명을 밝혀놓고 있다.



사천 창선·삼천포대교=국립공원 한려수도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창선·삼천포대교 일대는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을 받은 곳. 인근 '실안 일몰'은 예부터 알아주는 해넘이 명소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일출의 아름다움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황홀하다. 한마디로 그림같은 창선·삼천포대교에서 아름다운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소인 것이다. 축제는 내년 1월 1일 창선·삼천포대교 일대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에겐 소망 떡국도 나눠준다.

포항 호미곶 해맞이축전=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한민족 해맞이축전'을 연다. 이름에 걸맞게 규모는 나라 땅 최고라 할 만하다. 우선 우리 고대신화에 나오는 삼족오를 형상화한 가로 20m, 세로 50m 크기의 초대형 연을 새해 일출 시간에 맞춰 띄운다. 관광객들의 새해소망을 담은 종이를 달아 국내 연 기술자와 동호인 등 500여 명이 지상 100m 상공으로 띄울 계획이다. 이와 함께 꽁치 1만2000마리로 꾸민 높이 9m의 과메기 홍보탑이 설치되고 1만 명분의 떡국만들기, 2008개의 연날리기, 어선 50척의 해상 퍼레이드 등이 마련된다.

여수 향일암 일출제=올해 2012년 세계 엑스포를 유치한 여수의 돌산도 맨끝인 금오산 중턱에 자리잡은 향일암에서도 일출제가 열린다. 향일암은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으로 이른 새벽 바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와 주변의 동백나무 숲이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다. 바닷가 150m 높이의 절벽 위 기암괴석에 자리한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한다. 향일암을 찾았다면 금오산 정상까지 올라가보자. 30분이면 올라선다. 비록 해발 323m로 낮지만 다도해 국립공원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향일암 주변의 특산물은 뭐니뭐니해도 돌산갓김치. 돌산도의 비옥한 토양과 해풍 때문에 타 지방에서 흉내낼 수 없는 고유의 향과 맛이 있다. 초원횟집(061-644-7287)이 잘 한다.


대게 원조 영덕 해맞이=경북 영덕 강구면 삼사해상공원에서는 영덕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새해 전야인 31일 오후부터 농악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음악회 등 송년행사가 열리고 새해 오전에는 해맞이 축하비행, 연날리기 등이 펼쳐진다. 삼사해상공원 내 새로 생긴 영덕어촌민속전시관도 꼭 챙기자. 영덕을 찾으면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빼놓을 수 없다.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30여 ㎞의 구간이 무척 아름답다. 워낙 바다와 근접해 있어 차장 밖으로 파도소리까지 들린다. 간혹 보이는 차들도 모두 드라이브 나선 타지 차량이라 쉬엄쉬엄 간다. 도중 만나는 두 곳의 해맞이 공원 역시 빠뜨리지 말자. 지난 1월 새로 조성한 20m 높이의 '대게등대'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해맞이공원 맞은편 둔덕 쪽엔 풍력발전단지도 멋있다. 영덕 대게 맛보기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기쁨이다. 영덕대게협동조합직매장(054-734-0691). 전국을 대상으로 대게 택배를 전문으로 하며 강구항 내 대게집보다 가격이 20%쯤 싸다. 경보화석박물관을 지나 삼사해상공원에서 300m쯤 못 미친 7번 국도 대로변에 있다. 맞은편엔 오션뷰CC.    

강원도 강릉 정동진='한양의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위치한 부락'이라 명명된 정동진은 수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해안과 인접한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으며, 역 철길 건너편이 그 유명한 해돋이 감상 명소이다.
 31일 오후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등에서 전야제가 열리고 새해 첫날에는 모래무게만 8t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래시계를 돌려 세우는 행사가 열린다.

동해안 그밖의 일출 명소=부산서 거리상으로 먼 것이 흠이지만 일출 하나만을 놓고 볼 땐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명소가 널려 있다. 경포해수욕장과 최북단인 고성의 통일전망대와 화진포에선 통일기원 해맞이 축제가 마련되고, 속초해수욕장과 양양 낙산해수욕장에서도 해넘이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부산지역 해맞이 명소 사진
오륙도 일출.
태종대 등대 일출.
해운대 일출.
              해운대와 이웃한 기장 일출.

◆산상 해맞이=산행과 함께 시작되는 태백산 해맞이는 정상 천제단에서 소원빌기 등을 통해 새해 출발을 기원한다. 일출 행사 후에는 당골광장에서 등산객들과 떡국을 나눠 먹는다. 양산 천성산에서도 일출 행사가 열린다. 군부대가 주둔해 정상이 통제돼 있지만 이날 오전 5~9시 개방된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고당봉에서도 일출 행사가 마련된다.

◆선상 해맞이=부산에선 항내를 운항하는 크루즈와 해운대 미포유람선착장에서 해맞이를 위한 동백호를 띄운다. 태종대에선 곤포유람선, 등대유람선, 수연유람선, 태종유람선이 새해 첫날 출발한다..
 또 통영에선 오전 6시 가왕도~매물도를 일주하는 유람선이, 거제에선 장승포 와현 구조라 학동 해금강 도장포 등 6개 선착장에서 해맞이 유람선이 출발한다. 사천에선 삼천포유람선협회가 선상 해맞이 유람선을, 남해에선 상주해수욕장에서 '러브 크루즈호'를 운행한다.

 


경북 의성 금성산~비봉산 원점회귀 코스
들판에 우뚝선 두 봉우리 말발굽형 능선
천년고찰 고이 품은 신라 삼국통일 보루
짜릿한 암벽타기·확 트인 정상 조망 일품
 
 만일 조물주가 기자에게 우리나라 산꾼들을 위해 산을 하나 만들라고 제안한다면 경북 의성군의 너른 벌판 위에 마주보고 우뚝 선 금성산(金城山·530m)과 비봉산(飛鳳山·671m)을 벤치마킹하겠다.

 우선 산 높이와 산행시간은 초보자가 선뜻 나서도 될 만큼 부담이 없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는 산꾼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으면서 늠름함을 잃지 않는 500~600m대에, 산행시간은 길어봐야 대여섯 시간 정도. 들머리에서 보면 두 봉우리는 얼핏 독립 봉우리로 보이지만 막상 능선길은 연이어 내달릴 수 있는데다 두 봉우리의 경계인 안부에선 천년고찰 수정사로 내려서는 길이 열려있다. 따라서 어느 봉우리에서 올라도 체력이 부칠 경우 두 세 시간 정도만 산을 탄 뒤 수정사로 하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두 봉우리의 전체 형태는 말발굽 모양으로 원점회귀 코스가 가능하다.
            비룡산 하산길의 남근석과 소나무. 천길 낭떠러지 우측 끝단에 절묘하게 걸쳐져있다.

 산세도 고려의 대상. 수정사를 중심으로 서로 쌍립한 두 봉우리의 산세는 완연히 다르다. 의성을 대표하는 금성산은 무엇이든 품에 안을 것 같은 넉넉함을 갖춘 반면 봉황이 날아가는 듯한 형상인 비봉산의 능선은 아스라한 절벽을 이룬 암릉길로 멋도 있고 타는 재미도 있다.

무작정 산만 오르내리면 지루할 것 같아 역사와 전설이라는 콘텐츠도 필요하다. 사화산(死火山)인 금성산에는 옛 삼한시대때 세운 산성 등의 흔적이 뚜렷한데다 영남에서 가장 그럴싸한 풍수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산 정상에 무덤을 쓰면 석 달 동안 이 지역에 가뭄이 드는 반면 묘를 쓴 후손은 운수대통해 부자가 된다는 것. 실제로 너른 상봉에는 움푹파인 곳이 여럿 보이는데 묘를 쓴 자리로 알려져 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빠져선 안될 약방의 감초. 금성산엔 금성산성 흔들바위 봉수대가, 비봉산엔 남근석과 빼어난 조망이 그것이다. 특히 금성산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 빙혈 풍혈로 유명한 빙계계곡에는 빙계온천도 있어 산행 후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금성산~비봉산은 근교산으로 갖출 건 모두 갖춰 까다로운 산꾼들의 취향을 대부분 만족시켜줄 듯하다.

산행은 금성면 수정리 정자골 금성산 등산로 입구~금성산성~관망대~병마훈련장~금성산 정상~건들바위~용문정 갈림길~봉수대~노적봉 갈림길~수정사 갈림길(능선안부)~비봉산 정상~암벽(15m)~남근석~암릉~산불초소~비봉산 입구~금성산 등산로 입구.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샛길이 거의 없는 외길인데다 의성산악회가 이정표 정비를 잘 해놓아 초행자도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들머리의 아름드리 소나무 대여섯 그루가 우선 눈길을 끈다. 한 눈에 봐도 위엄이 있다. 100m쯤 걸으면 왼편으로 급경사 오르막길. 이 길은 상봉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15분쯤 뒤 금성산성. 삼한시대 부족국가 조문국이 세워 조문산성으로도 불리는 이 성은 신라 문무왕때 보수, 당군을 물리치고 삼국통일을 하는데 큰 몫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성 높이가 1m도 채 안돼 초라하기 그지 없다. 다만 인근에 널부러진 돌들로 과거 성의 형태와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을 뿐이다.

등산로는 산성을 따라 이어진다. 경사도가 극에 달할 즈음 석축이 정면을 막고 있다. 조문국 망루가 있던 곳으로, 적의 침입을 감시하던 관망대다. 이름 그대로 건너편 비봉산 일대와 골짜기 안쪽 수정사, 그리고 의성벌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때부터 바위길. 10여 분 바짝 땀을 내고 오르면 산 중턱은 뜻밖의 평지. 과거 조문국이 성안에 갇혀 있을 동안 병마를 훈련시키던 곳이다. 송림이 좋아 잠시 쉬어가기 적합하다.

이후 경사가 심해 밧줄을 타고 오르면 곧 정상. 헬기장이 조성된 이곳에는 과거 묘를 쓴 흔적이 보이는 웅덩이가 몇 군데 보인다. 이웃 비봉산은 물론 동쪽 저 멀리 보현산 천문대도 확인 가능하다.

                세 개의 바위가 포개져 있는 걸들바위. 실제로 밀어보면 약간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산길은 정상석 뒤 송림길로 이어진다. 솔향기에 취해 걷다보면 건들바위 갈림길. 비탈길로 90m쯤 내려가야 만난다. 왕복 10분 거리. 3개의 바위가 포개져 있다. 실제 밀어보면 약간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그 보다는 흔들바위 너머로 펼쳐지는 배나무골을 포함한 금성면 일대가 한 폭의 그림같다.

부드러운 능선을 40분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면 봉수대 유지(遺址)에 닿는다. 해발 445m에 위치한 봉수대 유지에는 `영니산 봉수대'라 적혀 있다. 영니산은 금성산의 또 다른 이름. 양지 발라 대개 여기서 점심을 한다.

봉수대 유지에서 1시간쯤 뒤엔 능선안부 삼거리. 우측으로 25분 내려서면 수정사, 산행팀은 직진한다. 20분이면 비봉산 정상에 닿는다. 헬기장인 이곳은 조망이 탁월하다. 남서쪽에 군위 인각사를 품은 옥녀봉이 보인다.

하산길에선 비봉산이 금성산과 확연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안보이던 부드러운 낙엽길이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내리꽂히는 수직절벽과 기암괴석들은 장관을 이룬다.
비봉산 산해의 하이라이트인 암릉길. 좌우 절벽을 이룬 이 암릉길은 한동안 계속된다.
비봉산 암릉길 도중에는 오금이 저리는 전망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올망졸망한 묏부리를 힘겹게 오르면 돌연 뚝 떨어지는 15m의 수직절벽. 밧줄에 의지에 암벽타기로 내려온다. 여기서 놓쳐선 안될 것이 바로 남근석이다. 암벽에서 내려온 후 산길로 가지말고 왼쪽 정면의 전망대로 향하자. 여기서 고개를 돌려 방금 내려온 암벽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에 남근석이 걸려있다. 절묘한 위치다.
                   밧줄에 의지해 비봉산 암릉을 내려오는 이창우 산행대장.

이후 수정사 갈림길을 지나면 이번 산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암릉길을 만난다. 우측의 금성산 능선과 좌측의 천길 단애와 벼랑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감탄사를 자아낸다. 하지만 굴곡이 심한 눈 앞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그냥 두질 않는다. 산불초소가 위치한 마지막 봉우리까지 오면 사실상 산행은 끝. 수직절벽에서 50분. 여기서 들머리까지는 줄곧 내리막길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날머리에서 들머리까지는 250m 떨어져 있다.

◇ 떠나기전에 - 비봉산 형상은 머리 풀어헤친 여인 모습

금성~비봉산 코스를 종주하면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산행 중 천년고찰 수정사를 볼 수 없다는 점. 이 절은 1300여년전 신라 신문왕 때 의상대사가 지금의 금성면 탑리 인근을 지나다가 숲 속에서 새가 노래하고 나비가 춤추는 곳을 발견, 성지라 점하고 창건했다. 수정사(水淨寺)란 이름은 주변 계곡물이 워낙 깨끗해 붙여진 이름.

수정사는 이후 화재로 인해 모두 불타버렸고 구담선사가 지금의 산골쪽으로 옮겨 지었다고 한다. 만일 승용차를 타고 왔다면 들머리에서 2㎞ 거리에 불과하니 잠시 들러보자.

산행중 만난 의성의 한 산꾼은 비봉산의 형상이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비봉산 정상인 헬기장이 여인의 이마, 15m 암벽이 여인의 턱, 비봉산 암릉과 단애가 여인의 가슴부위라는 것이다. 이 모습은 들머리와 탑리의 버들슈퍼 앞에서 가장 확실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산불감시 초소 인근에는 박쥐떼가 서식하는 굴이 하나 있다. 탑리사람들은 박쥐의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위치 공개를 하지 말라고 부탁해 산행팀은 이에 따르기로 했다.

의성 벌판에는 소류지가 아주 많다. 산불초소에서 만난 68세의 의성 토박이 노인은 대부분의 소류지는 박정희 정권 당시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비봉산 남동쪽의 16만평 규모의 가음(양지)저수지는 이승만 대통령 때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일군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로는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라고 했다.

                의성 탑리 5층석탑(국보 제77호). 금성산 들머리로 가는 도중 만날 수 있다.

◇ 교통편 - 영천서 안동행 버스…의성 탑리 하차

영천으로 가서 안동행 버스를 타고 의성 탑리에서 하차한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40분 첫 차를 시작으로 8시30분, 10시35분에 있다. 100분 소요. 6800원. 영천에서 안동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분, 9시35분, 10시5분에 출발하며, 의성군 탑리정류소에서 내린다. 70분 소요. 4900원. 탑리에서 금성산 입구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탑리콜택시(054-833-1577) 합동택시(054-833-0880).
탑리정류소에서 부산행 직행버스는 오후 2시45분, 4시45분에 출발한다. 1만1700원. 이 시간에 댈 수 없을 경우 대구 또는 경주행 버스를 타고 영천에서 내린다. 경주행 버스는 오후 3시13분, 6시30분에, 대구행 버스는 오후 6시28분, 6시58분에 있다. 영천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분, 6시20분, 7시5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군위IC~대구 안동 방면 우회전 후 곧바로 안동 군위 방면 좌회전~927번 지방도 금성 군위군청 방향 직진~군위 방향~927번 지방도 금성 방면 우회전~금성 지보사 927번 지방도 우회전~탑리 8㎞ 이정표~의성군 금성면 표지판~안동 의성 좌회전~빙계계곡 8㎞ 이정표~춘산 가음·수정사 68번 국도 우회전~빙계계곡 산운마을 우회전~수정사 4.5㎞ 좌회전 이정표~대형 비닐하우스 끼고 좌회전~산운공원(옛 산운초등학교), 산운교회~금성산 등산로 입구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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