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천년 고찰 대원사 품은 전남 보성 천봉산 
까치봉 말봉산과 함께 걸으면 3시간30분 걸려
대원사 입구에서 출발, 100% 원점회귀 코스
정상에 서면 모후산 무등산 주암호 등 한눈에
전형적 육산…산행 내내 환상적 낙엽융단길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阿度和尙)은 신라 미추왕 때 신라땅, 지금의 경북 선산으로 들어와 이 고을 사람 모례(毛禮)의 집에 살면서 불법을 전파했다. 어느날 아도화상의 꿈속에 봉황이 나타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도! 사람들이 오늘밤 너를 죽이고자 칼을 들고 오는데 어찌 편안히 누워 있느냐. 어서 일어 나거라. 아도!"

봉황의 다급한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창밖에서 봉황이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도화상은 봉황의 인도를 받아 광주 무등산 봉황대까지 왔지만 그곳에서 봉황이 사라져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봉황의 인도로 목숨을 구한 아도화상은 석달 동안 봉황이 머문 곳을 찾아 호남의 산을 헤매다 마침내 하늘의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봉소형국(鳳巢形局)을 찾아낸 후 산 이름을 천봉산(千鳳山)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곤 산 아래 대원사를 창건했다'(삼국유사).

천봉산 대원사 초입에 위치한 등산로 들머리.

등산로에 진입해 뒤돌아본 들머리.

이번 주 산행지는 봉황의 보금자리로 불리는 전라남도 보성 천봉산(608m). 보성땅 북쪽의 맹주로 이웃한 화순과 순천땅의 경계에 우뚝 솟아 있다.

천봉산 대원사 가는 길은 입구부터 우선 색다르다.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6㎞의 벚나무 터널길은 탯줄을 연상시킨다. 풍광의 미추에 무심한 장삼이사가 보더라도 한눈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입구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왕벚나무 터널'이란 표지석이 서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가 아닐까.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아침 햇살을 받아 포근하게 다가오는 이 길은 벚꽃이 없어도 벚나무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풍수지리에 눈밝은 사람들은 보성의 천봉산 대원사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진입로인 벚꽃길을 탯줄, 절터를 어머니의 자궁, 절터를 감싸고 있는 천봉산을 모태라고.   
  
이를 실천한 이가 바로 지금의 주지 현장 스님이다. 스님은 지난 1990년 초반 30대의 젊은 나이에 주지로 부임했다. 한국전쟁 때 극락전만 남기고 모두 불타버려 사세가 급격히 기운 대원사를 스님은 절집이 앉은 텃자리에 착안, 낙태나 죽은 아기의 영혼인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으로 일대 변신을 꾀했다.

극락전 옆엔 태아를 안고 있는 태안지장보살상을 세웠고, 경내 곳곳에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낙태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빨간 모자를 쓴 동자승을 많이 모셔 놓았다.

산꾼들이 천봉산을 지리산 계룡산 한라산 모악산과 더불어 어머니 산신을 모신 여산신 도량이라고 하는 것도, 호남 풍수에 밝은 사람들이 광주 무등산의 기운을 받쳐주는 모산이 바로 천봉산이라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그럼 천봉산의 산세는 어떨까. 바위 하나 없는 어머니의 품과 같이 넉넉한 전형적인 육산인 데다 조망 또한 빼어나 주암호와 무등산 그리고 호남정맥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금까지 천봉산 대원사는 곡성 봉두산 태안사처럼 절집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절구경만으로 끝날 뿐 산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천봉산은 아담해 산행 후 절구경도 충분히 가능하다.   
 
갑작스레 몰아닥친 강추위에 지레 겁먹지 말고 약간은 멀지만 상대적으로 따뜻한 천봉산으로 피한(避寒) 산행을 떠나보자. 산행팀은 이웃한 까치봉과 말봉산까지 보태 한 바퀴 돌았다.

산행은 보성군 문덕면 죽산리 대원사 주차장~삼거리봉~까치봉(572m)~마당재~말봉산(589m)~천봉산(612m·삼각점)~임도~산앙정(정자)~주차장 순의 100% 원점회귀 코스.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우려와 달리 산길은 대체로 반듯해 초보자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단 천봉산 정상 직전에서 하산길 찾기가 약간 애매모호하지만 이 점만 유의하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오색 룽다가 펄럭이는 '티벳박물관'과 이국적인 하얀 불탑 수미광명탑이 훤히 보이는 대원사 주차장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보성군관광안내소 우측으로 보이는 '우리는 한 꽃'이란 현판이 걸린 일화문과 '천봉산 대원사'를 알리는 일주문을 잇따라 통과하면 이내 '천봉산 정상 6.5㎞'라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들머리다.

산죽밭 사이로 침목계단을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산행은 대원사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셈이다. 곧 이동전화 소형기지국을 지난다. 기지국 한 면에 누군가가 매직으로 '까치봉→말봉산→천봉산'이라고 친절하게 적어 놓았다.

 솔향기 그윽한 완만한 오름길로 시작되더니 어느새 산죽에 둘러싸인 끝물 단풍이 마지막 빛을 발하는 낙엽융단길이 이어진다. 급경사 오르막에선 수북이 쌓인 낙엽이 제법 미끄러워 체력소모가 심하다.

넉넉잡아 30분이면 돌탑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무명봉에 올라선다. 처음엔 까치봉인 줄 알았다. 정면 앙상한 가지 사이로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은 조계산이 보이는 등 사방이 온통 산의 물결이다.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정면으로 까치봉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이제 나무들은 다가올 추운 겨울 생존을 위해 자신의 혼이었던 잎을 다 떨구고 호젓한 산길에 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황홀한 낙엽융단길을 내려섰다 살짝 올라서면 까치봉. 누군가가 나무를 잘라 '까치봉'이라 적어 놓았다. 하지만 지형도와 능선으로 이어지는 주변 산세를 고려해볼 때 까치봉은 눈앞의 봉우리로 추정된다. 해서, 산행팀은 이곳을 삼거리봉으로 명명한다. 직진하면 화순땅 남면 방향, 산행팀은 좌로 내려선다. 이 길은 군경계로 왼쪽은 보성, 오른쪽은 화순땅이다. 진짜 까치봉은 5분 뒤 닿는다. 앞선 삼거리봉과 비교해도 실제로 더 높다. 하지만 스쳐가는 봉우리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유의하길.

산행 내내 낙엽융단길이 이어진다.
    
이어지는 낙엽융단길. 이제부턴 오르내림의 연속이지만 그렇다고 그런 부담스러운 급경사길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좌측으론 향후 오를 천봉산과 말봉산이, 우측으론 모후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두 번째 무명봉을 지나면 그간 안 보이던 산죽과 유난히 수북이 쌓인 낙엽길을 만난다. 그 최저점이 이정표가 서 있는 보성 문덕면과 화순 남면을 오가던 고갯길인 마당재다. 좌측 사방댐(1.2㎞) 방향은 '티벳박물관' 쪽으로 보면 된다. 이제 천봉산은 3㎞ 남았다. 직진한다. 차츰 산길이 좌측으로 휜다. 동시에 좌측 발아래로 '티벳박물관'과 주차장, 정면으로 말봉산과 천봉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또다시 두 개의 무명봉을 살짝 넘으면 말봉산으로 오르기 직전 좌측으로 모든 것을 삼킬 듯한 태세로 입을 벌리고 있는 형국의 계곡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 뒤론 저 멀리 품넓은 조계산이 보인다.

잠시 후 말봉산에 올라선다. 마당재에서 30분. 앞선 삼거리봉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말봉산'이라고 적어 놓았다. 좌측으로 '티벳박물관'이 보인다.

직진하며 내려선다. 아마도 올 겨울 산행팀이 처음 오른 듯 낙엽 밟는 소리가 유난히 청량감있게 다가온다. 내달려도 좋을 만큼 평편한 양지바른 산죽터널도 지난다. 말봉산에서 18분쯤 뒤 다시 한번 더 능선이 좌측으로 휘면서 쏟아진다. 안부에서 숨고르기를 한 후 키 큰 산죽터널로 올라선다. 도중 이정표도 지난다.

잠시 후 이정표가 서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천봉산 300m, 왼쪽 정자(산앙정) 1.3㎞'라 적혀 있다. 산행팀은 정상을 다녀온 후 이곳에서 하산할 계획.

천봉산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란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산의 물결이 펼쳐진다. 맨 좌측이 조계산, 가운데 주암호, 그 우측으로 호남정맥 산줄기가 보인다.

천봉산 정상에서 본,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고 있는 순천 조계산.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란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사방팔방 산의 물결이 펼쳐진다. 북으로 까치봉 말봉산 너머로 무등산과 그 우측으로 화순 모후산이, 동쪽 주암호 뒤로 조계산과 그 우측 뒤로 호남정맥의 종착지인 광양 백운산과 암봉인 금전산 그리고 소설 '태백산맥'의 중심무대인, 군부대철탑이 보이는 존제산이 확인된다. 참고로 정상에서 계속 직진하면 검문소를 지나 만나는 아치교로 내려선다.

산행팀은 왔던 길로 내려가 이정표가 서 있는 봉우리로 내려선다. 문제는 하산길 찾기.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론 길이 보이질 않는다. 해서, 이정표에서 20m쯤 직진해 식사를 위한 간이 쉼터를 지나면 꼬불꼬불한 하산길이 열려 있다. 길 좌측으론 방금 올라온 능선이 보인다.

천봉산 하산길에는 아직 끝물 단풍이 남아 있다.

침목계단과 가는 밧줄을 잡고 내려서면 주변이 온통 단풍나무 천지. 절반은 메말랐지만 그래도 예의 화려함을 잃지 않고 있다. 이어 이번 산행에서 만나는 첫 바위를 지나면 침목을 덧댄 급경사길을 내려선다. 다시 한번 단풍나무숲을 지나면 임도와 만난다. 정상에서 27분. 바로 임도를 가로질러 산으로 올라서면 11분 뒤 산앙정(山仰亭)에 닿는다. 인근에는 이정표(천봉산 정상 1.6㎞)도 서 있다. 개울을 건너 도로로 올라서면 곧바로 주차장에 닿는다.

사실상 날머리인 산앙정(山仰亭).



◆ 떠나기 전에 - 천년고찰 대원사 '티벳박물관' 등 볼거리 많아
                     
- 맛집 '청광도예원' 닭도리탕·녹차수제비 일품
  
백제 무령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대원사 경내에는 여느 절집과 달리 눈길 끄는 볼거리가 유난히 많다. 모두 주지인 현장 스님의 아이디어다.

천봉산 대원사 일주문.

대원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못인 구품연지 아래에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철나무가 두 손을 맞잡고 있으며, 거기엔 대형 목탁이 걸려 있다.

여기에 머리를 부딪치면 나쁜 기억이 사라지고 지혜가 밝아지고 원수가 잘 된다는 속설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이가 없다. 극락전 뒤 계류가 흐르는 전망 좋은 곳엔 수관정이란 조그만 전각이 있다. 그 안에는 텅 빈 관이 하나 있다. 일종의 저승체험실이다. 벽에는 '죽음을 체험해보는 순서'라는 안내문도 적혀 있다.

천년고찰 대원사의 극락전과 그 우측의 태안지장보살.

경내에는 또 신라왕자 출신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다불(茶佛)이 된 김지장 스님을 모신 김지장전과 황희 정승 영당도 있다.

뭐니뭐니해도 대원사의 자랑은 '티벳박물관'. 

대원사 입구에 위치한 불경이 적힌 오색 룽다가 펄럭이는 '티벳박물관'.
이국적인 하얀 불탑 수미광명탑.

현장 주지스님이 티베트와 몽골 등지를 순례하며 모은 불상 회화 등 불교미술품 1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사람 머리가죽으로 만든 북, 대퇴골로 만든 피리, 해골로 만든 목탁 그리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 보이는 하늘 만다라도 눈길을 끈다. 1970년대 돈이 없어 고물상에 처분했다는 문제의 종도 뒤늦게 구입, 용접을 거쳐 전시돼 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청광도예원(061-851-4157). 대원사 진입로인 시오리 벚꽃터널길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간판을 보고는 개인작업실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닭도리탕이 기가 막힌 집이다. 식당인 전통 한옥 바로 옆에는 주인인 도예가 김기찬 씨의 도예공방이 있다.

전통 한옥인 청광도예원.

청광도예원의 주메뉴인 닭도리탕.

실내에는 온통 김 씨의 생활도예품이 가득 진열돼 있으며, 벽은 통유리여서 주암호 등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벚꽃이 한창인 4월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운치가 있다. 입맛에 눈맛까지 일거양득인 셈이다.

실내에는 주인인 김기찬 씨가 구운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벽은 통유리가 설치돼 있어 외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맛은 어떨까. 직접 키운 토종닭이라 육질이 담백하며, 음식이 담긴 그릇은 모두 김 씨의 작품이어서 수라상을 받은 기분이 든다. 도예품은 판매도 하며 민박도 한다. 닭도리탕 4인 기준 4만 원. 녹차수제비(7000원)도 일품이다.

청광도예원 인근에는 '백민미술관'이 있다.

지난 1992년 개관한 이 미술관에는 보성 출신 서양화가 백민 조규일 씨가 자신의 작품과 국내외 화가들의 작품을 기증해 세웠다. 오지호 허백련 손재형 조방원 오승윤 강연균 등 이 지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제정러시아시대 이콘,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 교통편 - 호남고속도 주암IC서 나와 송광사 방향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주암(송광사)IC~순천 벌교 송광사 22번 좌회전~고흥 벌교 송광사 보성 우회전~송광면~보성 벌교 27번~광주 보성 우회전 15번~보성군 문덕면~광주 화순 우회전 15번~대원사 백민미술관 좌회전~대원사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순천행 버스를 타야 하지만 당일치기론 불가능하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산행대장= 이창우


수년전 한국타이어의 CF로 유명세를 탄 꼬불꼬불한 길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모델이었던 영화배우 전도연은 쏟아지는 비로 인해 미끄러질 것 같은 이 S라인 길을 부드럽게 내달리면서 한국타이어의 우수함을 알립니다.

 최치원의 애민사상이 배여 있는, 그 유명한 상림이 위치한 함양읍에서 남원으로 가는 24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만나는 이 길은 바로 '지안재길'입니다.
 이 CF는 한국타이어에게는 상당한 매출을 안겨주었고, 전도연에게도 톱스타로 발돋음하게 되는 계기가 됐었죠.

지안재길.

 하지만 이 CF의 최고 수혜자는 아마도 함양군일 듯 합니다. 아름답고 한편으로 신기한 이 길을 달리고 싶은 전국의 장삼이사들이 함양땅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유람을 왔으니까.

 속리산 말티고개를 연상시키는 이 지안재길 입구에는 '지리산 칠선 백무 오도령'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지안재길을 지나면 그 정점에는 성곽 길이 38.7m, 높이 8m, 폭 7.7m, 문루 81㎡의 웅장한 '지리산 제1문'이 나그네를 맞이합니다. 흔히 이곳을 오도재 또는 오도령이라 하지요.

 최근에는 필부들이 지안재와 오도재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오도재라고 하지만 함양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지안재와 오도재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지리산 제1문 인근의 산신각은 신재효의 가루지기전에 따르면 변강쇠와 옹녀가 세상을 떠돌다 정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꾼들도 이곳을 많이 찾지요. 오도재에서 출발, 삼봉산~금대산~금대암을 거쳐 마천면으로 하산하는 길이 반듯하게 열려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안재길은 한국타이어 CF가 나오기 전에 이미 세상에 데뷔를 했습니다.

 지난 2000년 제7회 국제신문 사진공모전에 '길Ⅱ'라는 제목으로 박순복 씨가 가작으로 입선을 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그러니까 이 지안재길은 한국타이어 CF에 나오기 전에 국제신문 사진공모전을 통해 먼저 전국에 알려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2000년 제7회 국제신문 사진공모전에서 박순복 씨가 가작으로 입선한 '길Ⅱ'.

지난 2000년 제7회 국제신문 사진공모전 입상 입선 작품집의 표지.



 
 오도재에 왔다면 마천면을 안 가볼 수 없겠죠. 볼거리가 제법 많답니다.

 첫 귀착지는 아마도 지리산 전망대가 될 듯 싶습니다. '지득정(智得亭)'이라는 정자에 올라서면 총 길이 25.5㎞의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마천면 소재지를 지나 남원 방향 1023번 지방도를 가다 보면 지리산 전망대가 한 곳 더 있습니다. 천년고찰 금대암이죠. 지리산 조망공원과 마찬가지로 주능선에 일일이 봉우리 이름을 표기한 조망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칠선계곡 입구의 서암정사도 빠뜨리면 후회할 곳이지요. 한국 현대불교미술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석굴법당 때문입니다. 석굴법당인 극락전에는 바닥을 제외한 벽과 천장에 아미타여래불과 지장보살이 조각돼 있습니다. 11년간 불국토를 꿈구며 일군 주지 원응스님과 한 장인의 불력이 이룬 결과물입니다.

 자! 이쯤 되면 이번 주말 함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보면 정동쪽에 위치
사명대사가 공부하던 바위와 샘터 존재
흔히 창녕의 산, 산행팀 밀양 무안면서 개척
서가정마을 출발,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들머리 영산정사, 날머리 사명대사 생가지
종남산 등 창녕산과 영남알프스 한눈에 보여

들머리인 밀양 무안면 서가정마을 주차장에서 본 영취산 전경.

'영축산 영취산 취서산'.
일반 산꾼들 사이에서 아직도 혼용되고 있는 산 이름이다.

우선 떠오르는 곳이 통도사를 품은 영축산(靈鷲山). 한자 '鷲' 자를 두고 나온 옥편에선 '독수리 취'라고 표기돼 있지만 불교에선 '축'으로 발음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심지어 '길들일 서(棲)' 자를 곁들여 '취서산'으로도 부른다.

 양산시는 지난 2001년 지명위원회를 열어 통도사를 품은 뒷산을 영축산으로 통일했다. 하지만 홍보 부족 탓인지 여전히 산꾼들 사이에서 혼용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다음' 등 주요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얼마나 혼용되고 있는지는 검색창에서 한번만 확인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창녕에는 '영취산'이라는 이름이 둘 있다.

 하나는 송이집산지로 유명한 창녕읍 옥천 쪽을 들머리로 하는 '고개 영(령)' 자를 쓰는 영취산(嶺鷲山·736m)이고, 또 하나는 영산읍에 위치한 암봉인 영취산이다.

 창녕군 창녕읍과 밀양시 무안면의 경계에 위치한, 전자인 영취산은 큰고개(절재)를 넘지 않으면 접근이 안돼 붙여진 이름이며 후자인 영취산(靈鷲山·682m)은 '신령 영(령)' 자를 써 통도사 뒷산 영축산과 동일한 한자를 쓴다. 산꾼들의 입장에선 지금처럼 본의 아니게 교통정리된 상황이 오히려 헷갈리지 않고 더 낫다며 창녕군이 괜시리 지명위원회를 열어 개악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듯 '고개 영(령)' 자를 쓰는 영취산은 흔히 창녕의 산으로 인식돼 왔다. 흔히 산행을 창녕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산너머 밀양 하서산이나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산행을 시작, 영취산을 찍고 창녕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산행팀이 지향하는 원점회귀가 되질 않는다.

 해서, 늘 새로운 산길을 추구하는 산행팀은 밀양 쪽에서 그 누구도 가지 않은 산길을 개척, 이름하여 '영취산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들머리 인근의 부산 대각사의 말사인 영산정사. 목탑 양식의 7층 건물이 성보박물관이다.

 산행기점은 무안면 가례리 서가정(西嘉亭)마을 주차장. 박재기 서가정마을 이장은 독특한 서가정 이름과 관련해 "밀양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정자가 많은 마을"이라며 "어렸을 때 마을 어른들은 이 영취산을 산 봉우리가 뚜렷해 '산봉산'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산행은 무안면 가례리 서가정마을 주차장~영산정사 일주문~철탑(경주 김씨묘)~철탑~주능선(옛 헬기장)~전망대~정상 직전 삼거리~영취산~정상 직전 삼거리~서가정·심명고개 갈림길~심명고개~임도~철탑~임도~삼각점봉~하서산·사명대사 생가지 갈림길~사명대사 생가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만 잘 찾으면 산행은 의외로 쉽다. 일부 구간은 길이 묵어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그때마다 산행팀이 노란 안내리본을 촘촘하게 묶어놓아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서가정마을 주차장에서 영산정사 방향, 즉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서가정 복지회관과 영산정사 일주문을 잇따라 지난다. 곧 우측으론 영산정사, 좌측으로 공사가 중단된 와불 좌대가 보인다.

 '영취산 영산정사'라 적힌 커다란 이정석 앞에서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전봇대를 따라 흙길로 올라간다. 세 번째 전봇대 직전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낙엽과 솔가리가 어우러진 푹신푹신한 산길이다. 4분 뒤 첫 갈림길. 나무를 눕혀 놓은 우측 대신 좌측으로 올라서면 철탑과 묘지를 만난다. 맨 좌측 경주 김씨묘 뒤로 올라서 봉분이 이장된 묘지 2기를 지나면 반듯한 산길과 만난다. 이 길은 첫 갈림길서 우측으로 올라오는 길인 듯 싶다.

 오름길이지만 단풍이 널브러져 있는 천연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두 번째 철탑에 닿는다. 지능선에 올라선 셈이다. 이때부터 주능선까진 청정 오르막 낙엽산길. 좌측으론 덕암산이, 우측으론 영산정사와 들머리 서가정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 전체도 겉보기엔 노랑과 초록으로 어우러진 근육질의 봉우리처럼 보이지만 막상 품안에 들면 전형적인 육산이다. 곳곳 쓰러진 나무들과 잡목 일부만 정비하면 어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등산로가 될 듯하다.

수북이 쌓인 낙엽융단길이 무척 푸근하게 다가온다.

발아랜 낙엽융단길, 머리 위론 아직 끝물 단풍이 인상적이다.

 일순간 계속되던 산길이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인해 사라진다. 두 번째 철탑에서 36분.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우측으로 올라선다. 리본을 촘촘히 묶어놓았다. 이어지는 개척산행. 이끼 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석축이 보인다. 옛 헬기장이자 동시에 주능선에 올라서는 지점이다. 억새를 헤치면 마침내 주능선길을 만난다. 왼쪽은 종암산~부곡온천~덕암산 또는 함박산 방향, 오른쪽은 영취산~관룡산~화왕산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영취산 방향으로 향한다. 송림길이다. 도중 '열왕지맥'이란 조그만 팻말이 보인다. 열왕지맥은 비슬지맥의 분맥으로, 분기점인 천왕봉에서 열왕산 종암산 덕암산을 거쳐 비룡산에 이르는 30㎞ 되는 산줄기.

 이후 '부곡온천 가는 길'이란 팻말이 걸려 있다. 이 팻말은 이후 줄곧 만난다. 팻말 뒤 우측으로 가면 조그만 무덤이 있는 전망대가 숨어 있다.

산행 중 만나는 무덤 앞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영산정사와 들머리 서가정마을 그리고 저멀리 운문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연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아래 영산정사와 공사가 중단된 와불 좌대, 좌측으로 향후 오를 영취산과 영취산에서 무안면 소재지로 '한 일(一)' 자로 뻗어내리는 능선 끝자락의 봉우리가 하서산이다. 산행팀은 이 능선으로 돌지 않고 영취산에서 뒤로 넘어가 뒷능선에서 지금 보이는 능선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또 1시 방향으론 종남산과 덕대산이, 그 사이 뒤로 토곡산과 무척산이 보인다. 맨 뒤 높은 산줄기는 영남알프스. 왼쪽에서부터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 비닐하우스는 무안면의 대표 브랜드로 청양고추에 버금가는 일명 땡초로 불리는 맛나향 고추 재배장이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멋진 전망대다.

 이 길은 창녕과 밀양의 시군경계선. 산길을 기점으로 '좌 창녕, 우 밀양'이다. 도중 왼쪽으로 관룡산과 화왕산이 보이고, 차츰 정면으로 영취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멋진 전망대에서 18분 뒤 능선이 우측으로 휜다. 그 곡각지점이 갈림길이다. 왼쪽 내리막은 임도와 만나 창녕읍 옥천 방향으로 이어지고, 산행팀은 오름길로 직진한다. 이후 산길은 고만고만한 무명봉의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이어지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영취산으로 오르는 마지막 오름길은 가시덤불을 헤쳐야 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며, 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종암산이며 그 우측이 병봉이다.

창녕군에서 정상이라 표기해 놓았지만 실은 여기서 5분 북쪽에 위치한 봉우리가 진짜 정상이다. 해서, 산행팀은 이곳을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마침내 영취산(736m) 정상. 창녕군에서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하지만 진짜 영취산 정상은 북쪽(좌측)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삼각점이 있는 지점이다. 해서, 산행팀은 이 지점을 삼거리봉이라 명명한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좌측은 절재~창녕 극락암 방향, 우측은 심명고개~관룡산~화왕산 방향이다.

 산행팀은 진짜 영취산을 다녀와서 이곳에서 우측 심명고개 쪽으로 내려선다. 삼각점이 위치한 진짜 정상에는 '열왕지맥 영취산 739.7m'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어 이곳이 정상임을 확인시켜준다. 참고로 삼거리봉이 창녕과 밀양의 경계이며, 진짜 영취산 정상은 약간 창녕 쪽에 치우쳐 있다.

 심명고개로 침목계단을 통해 내려서면 한동안 환상적인 낙엽융단길이 이어진다. 삼거리봉에서 15분 걸었을까,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은 서가정마을 또는 인근 다례마을 하산길, 산행팀은 좌측 심명고개 쪽으로 향한다. 우측은 짧게 도는 코스, 좌측은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로 보면 된다.

때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멋진 산길이 기다린다.

길 주변은 온통 노랑 단풍이 숫제 터널을 이루고 있으며 그간 안 보이던 바위까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길은 어느새 좌측으로 크게 돌면서 오름길로 변한다. 그 정점에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 우측에는 향후 여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으로 청도 남산과 화악산, 그 우측으로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영축산이 확인된다. 산행팀은 정면으로 보이는 철탑 중 가장 선명한 철탑이 서 있는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내리막길은 한적하고 여유롭다. 내리막의 끝은 13분 뒤. 이정표가 서 있는 심명고개다. 여기서 7분 뒤면 임도로 올라선다. 왼쪽 산길로 이어지는 이정표가 보이지만 무시하고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5분 뒤 앞서 본 선명한 철탑이 서 있는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로 끊어졌지만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거친 입구만 지나면 멋진 송림길이 기다린다.
 3분 뒤 다시 임도와 만난다.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질러 산으로 진입한다. 입구엔 이정표가 서 있다. 그냥 임도 따라 내려가면 사명대사 생가지(2.3㎞). 

산행 막바지 갈림길. 직진해 침목계단을 오르면 하서산을 찍고 무안면 소재지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방향을 꺾으면 사명대사 생가지로 내려선다

 14분 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면 능선이 우측으로 휘면서 침목계단을 만난다. 삼각점에서 11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무안면 소재지로 내려서는 하서산(5.1㎞), 우측은 사명대사 생가지(1㎞) 방향. 23분이면 사명대사 유적지 도로와 만난다. 우측으로 보이는 건물이 사명대사 기념전시관, 사명대사 생가지는 좌측으로 내려서면 만난다.


사명대사 기념전시관.
사명대사 생가지. 이곳에서 영취산은 정동쪽에 위치해 있다. 사명대사는 이 영취산에서 꿈을 키웠다.

#떠나기 전에-원조 밀양돼지국밥 먹고, 표충비도 보고

대형버스 20대도 주차 가능한 너른 주차장에 서면 노랑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영취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살포시 감싸고 있다. 서가정교회 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상 직전 삼거리봉이다.
 산행 들머리 인근에는 부산 중구 대각사의 말사인 영산정사가 터를 잡고 있다. 목탑의 형태로 지어진 7층 성보박물관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100만과와 10만 패엽경, 2000여 점의 각국 불상이 전시돼 있다.
 또 27t 규모의 청동 대범종은 참배객들이 칠 수 있도록 나무망치를 준비해 두고 있어 각자의 소원을 빌면서 종을 쳐볼 수 있다.

 영산정사 맞은편 구릉지에 조성 중인 와불 공사는 3년 전 중단됐다. 사찰 측은 몸길이 130m의 세계 최대 와불을 안치하려고 공사를 시작했지만 현재 좌대만 거의 완성된 상태이다.

 무안면 소재지에선 표충비를 빠뜨리지 말자. 흔히 국가에 큰 어려움이나 전쟁 등의 불안한 징조가 보일 때마다 비에서 땀이 흐른다 하여 '땀 흘리는 표충비'로 불린다. 산내면 남명리 얼음골과 함께 밀양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표충비는 사명대사의 나라사랑이 죽어서까지 신통함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전해온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돼지국밥의 원조인 밀양에서도 '원조'로 통하는 곳이 이번 산행지 영취산이 위치한 무안면의 동부식육식당(055-352-0023)이다. 3대째 내려오는 원조 중 원조집인 셈이다.

 일제강점기 때 최수곤 사장의 할아버지가 무안면 시장터에서 운영하던 '양산식당'이 바로 이 동부식육식당이다. 한편 최 사장의 부친은 인근에 '시장옥'이란 상호로 분가해 이후 최 사장의 형이 지금의 무안식육식당으로 이름을 바꿔 영업하고 있다. 최 씨의 또 다른 형은 제일식육식당이란 상호로 돼지국밥집을 열어 영업하고 있다.

 결국 혈통으로 따지자면 형이 운영하는 무안식육식당이 정통성이 있지만, 동부식육식당은 할아버지가 문을 연 바로 그 터라는 점에서 흔히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로 통하고 있다.

 소뼈를 3일간 고아 나온 육수, 누린내가 나지 않는 암퇘지만 사용하는 점 그리고 고기를 씻을 때도 소금과 밀가루를 섞는 점이 맛의 비결이라고 한다. 국밥 5000원, 수육 1만5000원~2만 원.

#교통편-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로 나와 밀양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주말(토, 일요일)에는 오전 9시40분과 오전 10시20분에도 있다. 1시간 소요. 4000원. 밀양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서가정마을행 농어촌 버스는 오전 7시20분, 10시30분에 있다. 1600원. 날머리인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밀양터미널행 농어촌 버스는 오후 3시15분, 5시30분, 7시35분에 출발한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밀양 청도 방향~창녕 밀양 24번~마산 창원 시청 법원 검찰청 방향~창녕 부북 24번 우회전~창녕 청도면 24번~합천 창녕~무안면~무안 부곡 30번 좌회전~창녕 부곡온천~사명대사 유적지(5㎞) 크게 우회전(영산정사)~갈림길에서 왼쪽(영농법인 농정, 갈탄보일러)~영취산 하서산 등산안내도 지나~영산정사 방향~다례 서가정 사명대사 유적지 영산정사 우회전~다례 서가정~가례리 서가정마을 이정석(서가정 버스정류장).

 사명대사 생가지에서 들머리 서가정까지는 택시(055-352-0330, 353-8259)를 이용하면 된다. 9000원 안팎.

글 사진=이흥곤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산악인 성락건 씨 지리산 신비 안내서
'연인과 숨어 살고픈 지리산' 최근 출간

 스무고개. 누구일까요.

 1945년 경남 거창 태생, 성균관대 국문과 졸업, 서울시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에 내디딤. 이후 자신이 귀의할 곳은 고향이라고 판단, 고향인 거창 덕유산 기슭의 북상면 사무소로 자원.
 거창에서 등산 장비점을 운영하다 산악인들이 더 많은 진주로 옮겨 1982년 장비점 '덕유산장'을 열어 10년간 운영.
 1985년 로왈링 히말라야의 가우리상카르봉(7134m) 세계 최초 동계 초등. 1988년부터 15년간 히말라야 가이드 생활도 함.
저서로는 산에 관한 시집 '산 올라 삶이 기쁘고 산 있어 죽음마저 고맙다'가 있고, 부인과 함께 우리나라 남녘의 산들을 낱낱이 소개한 등산 가이드북 '남녘의 산'을 펴냈다.

산악인 성락건 씨.


 이후 책이 생각만큼 팔리지 않아 모든 것을 처분하고 지금은 지리산 아래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에서 '다오실(茶悟室)'을 운영하며 인간의 영혼에 관심을 기울이고 청학동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지리산 기슭의 '다오실'.

'다오실' 내부. 손수 성락건 씨가 만든 작품들이다.


 
지리산을 좀 안다고 자처하는 산꾼들은 이쯤 되면 열에 아홉이면 정답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산악인 산오자 성락건이 정답이다.

전 국제신문 논설위원이자 '지리산 365일'의 저자 최화수 씨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산악인 성락건을 한마디로 '지리산의 달인(達人)'이라고 했다. 성락건 씨 스스로도 자신을 '산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좀 더 홈페이지에 적힌 내용을 인용한다.

'전문 산악인 출신인 그는 지리산 구석구석을 샅샅이 누비고 다녔다. 지난 1980~1990년대 산악 전문잡지와 TV의 지리산 발굴코스나 신비의 세계 탐사에는 언제나 그가 함께 있다시피 했다. 그는 지리산의 정기와 영육의 합일을 위해 홀로 지리산중 생활을 많이 체험했다.

  그런 성락건 씨가 '연인과 숨어 살고픈 지리산'(고산자의 후예들刊·1만5000원)을 펴냈다.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을 즐겨 찾는 수많은 산악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지리산 바이블'과 같은 소중한 책이 될 듯하다.

시중에 지리산에 관련된 책은 많지만 지리산의 신비에 관련한 책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이다. 해서, 책 제목 앞에 '지리산 신비 안내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한마디로 지리산 일반 가이드북이 아니라 지리산을 더욱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안내서인 셈이다.

내용 또한 새롭고 알차다.
 총 10장으로 구성됐다. 목차 제목만 보면 지리산의 신비스러운 곳, 지리산의 궁금함에 대해, 지리산을 오르는 순서와 방법, 산오자가 권하는 산행방법과 코스, 지리산의 기도처, 지리산의 맛나고 신령한 샘, 지리산의 바위, 지리산의 고원을 찾아, 지리산의 오래된 나무, 지리산의 비밀을 풀어본다 등.

각론에선 '지리산의 새로운 10경'이 특히 눈길을 끈다. 
기존의 지리 10경은 천왕일출 반야낙조 노고운해 벽소야월 연하선경 세석철쭉 직전단풍 칠선계곡 불일현폭 섬진청류. 이는 오래 전 구례산악회의 우종수 님이 중심이 되어 만든 것이다. 반세기 가까이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자랑하는 데 사람들은 흔히 이 지리 10경을 들곤했다.
 지리산에 미친 이 책의 저자 성락건 씨는 새로운 10경을 내놓았다.
1. 삼신봉에서 지리능선 조망
2. 반야봉의 구상나무 수림
3. 만복대 능선의 철쭉과 안개와 억새
4. 촛대고원의 나물 군락 밭
5. 뱀사골의 불견광음천
6. 최고의 수도처인 영신대
7. 한신계곡의 자작나무 숲
8. 적막한 덕평고원
9. 왕등의 늪지대
10. 음양수에서 영신봉에 이르는 산길

이밖에 '지리산에 숨겨진 코스 9곳' '지리산의 테마 여행 20가지' 등도 주목할 만하다. 
책 말미에는 특별히 제작한 지리산 지도가 있다. 특정 지명 옆에는 찾아 보기 쉽게 몇장 몇절 몇항에 있는 지 친절하게 표기해 놓았다.

'다오실'에서 맛볼 수 있는 다과.

'다오실' 내부.



 앉은 터가 봉황의 머리라고 알려진 곡성 봉두산 기슭에 자리한 천년 고찰 태안사는 절집의 아름다움에 비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다. 산사로 들어가는 약 1.5㎞의 진입로는 아직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옛길이다.

 지그재그형의 옛길은 내로라 국내 여느 사찰의 진입로와 견주어도 전혀 뒤질게 없어 산책코스로 그저 그만이다.
태안사 진입로.

 
 옛길이 끝날 즈음 일순간 자연석으로 석축을 쌓고 지붕을 얹은 다리 모양의 누각을 만난다. 능파각(凌坡閣)이다.

 능파각은 속세를 벗어나 도량으로 들어서는 문이다. 능파란 계곡과 물굽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는 의미이다.
 이 능파각을 지나면 아름드리 거목들이 들어서 있고,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일주문을 만난다.
 
     능파각. 태안사에서 주변 풍광이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능파각을 지나지 않고 바로 직진해서 올라가면 뜻밖에도 국립묘지나 UN묘지와 같은 엄숙한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커다란 탑을 볼 수 있다. 알고 보니 경찰충혼탑이었다.

 신성한 천년 고찰 내에 경찰충혼탑이라니. 알고 보니 사연은 이랬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북한의 남침으로 1개월만에 경상도 일부를 제외한 남한의 전지역이 북한군에 점령되자 곡성경찰은 이 지역을 지키겠다는 일념하에 당시 한정일 경찰서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굳게 결의하고 이곳 태안사 보제루에 경찰 작전지휘소를 설치했다.

 곡성경찰은 같은해 7월 29일 북한군 603기갑연대가 경남 하동에서 전북 남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곡성군 죽곡면 압록교를 지난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압록교 주변에서 매복 공격하여 4시간만에 북한군 55명을 생포, 사살하고 트럭  싸이카 및 총 70여점 등을 획득했다.

 북한군은 이후 가만히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군은 8월 6일 새벽 이곳 태안사 경찰작전지휘소를 기습 공격해, 치열한 전투끝에 곡성 경찰관 48명을 사살했다.
 이후 장열하게 전사한 곡성 경찰관을 위해 참전동지들이 성금을 모아 충혼탑을 세우고, 매년 8월 6일 제사를 지내오다 지난 1985년 국가 차원에서 지금의 충혼탑과 호국관을 건립해 매년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태안사 기점 원점회귀-걷는 시간만 4시간
봉두산은 봉황머리, 앉은터 기가 막혀
발밑엔 낙엽, 머리위엔 단풍, 만추서정
산행 후 태안사 절구경만 해도 바쁘다 바빠

 

지금 봉두산을 찾으면 수북한 낙엽길과 함께 아직도 울긋불긋한 끝물 단풍을 볼 수 있다.


명산(名山)에 大刹(대찰)이라 했던가.

우리땅에는 대개 이름난 산의 명당 자리에 큰 절집이 자리잡고 있다. 비근한 예가 한국 불교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른바 5대 총림인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영축산 통도사, 덕숭산 수덕사, 백암산 백양사다. 가야산 백암산이 국립공원이고 조계산 덕숭산이 도립공원 그리고 영남알프스 산군 영축산도 두 말 하면 잔소리인 명산이 아니던가.

두륜산 대흥사, 모악산 금산사, 내변산 내소사, 속리산 법주사, 팔공산 동화사, 토함산 불국사, 오대산 월정사, 금정산 범어사 등도 예외가 아니다. 공주 계룡산은 동학사와 갑사를 양쪽에 품고 있다.    
   
그러나 명산대찰이란 요건을 갖추고 있는 데도 장삼이사들에게 한 곳만 알려져 있는 곳도 제법 있다. 원주 치악산 구룡사와 곡성 봉두산 태안사가 우선 떠오르는 바로 그곳이다. 전자는 절집이 치악산의 유명세에 묻혀 있고, 후자는 산이 아름다운 태안사에 가려 있다. 그렇다고 구룡사와 봉두산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는 절집과 산은 결코 아니다.

구룡사는 당나라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의상 대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기 위해 아홉 마리의 용을 몰아내고 지은 천년 고찰이며, 봉두산은 산세로 봐서 봉황의 머리에 해당되는 작지만 옹골찬 봉우리다.

이미 3년 전 치악산을 소개한 산행팀은 이번에는 전남 곡성으로 발걸음을 옮겨 봉두산을 찾았다.

곡성 죽곡면과 순천 황전면을 가르는 봉두산은 팔공산 기슭에 자리한 동화사와 마찬가지로 봉황과 오동나무의 전설이 내려온다. 풍수지리상으로 팔공산 동화사(桐華寺)는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대웅전이 봉황의 머리이며 절에서 맨 먼저 만나는 봉서루(鳳棲樓)가 꼬리, 봉서루 앞 커다란 바위 위 세 개의 둥근 돌이 봉황의 알을 의미한다.

봉두산의 경우 태안사를 품은 주변 산세가 오동나무 줄기 속처럼 아늑해서 예부터 '오동나무 동(桐)' 자를 써 '동리산(桐裏山)'이라 불렸다고 전해온다. 실제로 태안사 일주문 현판에는 '동리산 태안사'로 적혀 있다.    

일주문 현판에는 봉두산 대신 동리산 태안사라고 적혀 있다.
  
 봉두산(鳳頭山)은 봉황의 머리로 여겨진다. 그만큼 주변 산세와 앉은 터가 빼어나다는 것이다.

산행은 곡성 죽곡면 원달리 태안사 능파각~성기암 갈림길~외사리재~사거리(태안사갈림길)~외동골삼거리~전망대~봉두산(753m)~폐헬기장~북봉~폐헬기장~묘지~고치계곡·상한마을 갈림길~임도(고개)~등산안내판(컨테이너)~절재~태안사 순. 절 입구 등산안내도에 따라 한 바퀴 돌면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산행팀은 봉두산 뒤 북봉을 돌아 크게 원점회귀를 하다보니 4시간 정도 걸렸다. 순천 쪽에선 북봉으로 다닌 흔적이 역력하지만 북봉에서 태안사로 가는 길은 묵어 길찾기가 힘들었다.



태안사로 이어지는 1.5㎞의 진입로는 아직 흙먼지 풀풀 날리는 옛길. 절 아래 주차하고 여유있게 걷고 싶었지만 시각은 이미 오전 11시30분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능파각 아래 화장실 옆 간이주차장에 주차하고 등산화를 조여맨다.

태안사로 이어지는 1.5㎞의 진입로는 아직 흙먼지 풀풀 날리는 옛길이라 운치있다.

산행은 태안사에서 풍광이 가장 빼어난 능파각(凌坡閣)을 지나며 시작된다. 능파각은 물이 흐르는 개울 위에 자연석으로 석축을 쌓고 지붕을 얹은 다리이자 누각. 동시에 속세를 벗어나 도량으로 들어서는 산문 역할도 한다.

능파각 주변은 곡성 태안사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다른 각도에서 본 능파각.

 능파각을 건너면 수백년 된 아름드리 전나무와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숲길. 이 길을 따라 200m쯤 가면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이끼 낀 돌계단이 울창한 숲사이로 열려 있다. 입구엔 '봉두산 등산로'라 적힌 조그만 팻말이 보인다. 우측 너른길은 봉서암 가는 길이다.
산행 들머리. 돌계단으로 시작된다.

발밑엔 낙엽, 머리 위론 끝물 단풍이 마지막 빛을 발하며 만추의 서정을 느끼게 해주는 오솔길로 5분쯤 오르면 임도와 만난다. 잠시 후 길 좌측 바위 위에 흰색 페인트로 '←태안사' '봉두산 등산로·성기암'이라 적힌 기와 한 장이 놓여 있다. 그러고 보니 일주문을 통과해 경내에서 절집을 둘러보고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도 있는가 보다.

50m쯤 더 가면 곡각지점에서 산으로 올라서는 본격 들머리가 보이고, 임도를 계속 따라가면 성기암을 만난다.

산죽과 낙엽이 뒤엉킨 완경사 낙엽융단길을 10분쯤 오르면 사거리인 외사리재. 우측 곡성 죽곡면 원달리, 직진하면 순천 월등면 월룡리, 산행팀은 좌측 봉두산 방향으로 향한다.

곡성과 순천의 시군 경계인 이 길은 수북한 낙엽에 이따금씩 만나는 끝물 단풍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산죽길의 연속이다. 실제로 외사리재에서 27분 뒤에야 농짝만한 바위를 처음 만날 정도로 지형지물이 거의 없다. 여기에 정상까지 거의 외길이라 길찾기도 전혀 문제없다.

봉두산 산행은 거의 시종일간 낙엽융단길이 이어진다.

 도중 인상적인 지점은 외사리재에서 47분쯤 뒤 아주 너른 묘지와 여기서 6분 뒤 한 굽이 오르면 만나는 외동골 삼거리 정도다. 외동골 삼거리에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코팅된 표지기가 걸려 있다. 산너머 순천 한울산악회 소속의 황전면장이 달아놓은 것이다. 봉두산은 태안사에서 오르기도 하지만 산너머 순천 황전면에서도 많이 올라오는가 보다. 입장료 1500원을 우선 절약할 수 있으니까.

이제 봉두산은 불과 400m 남았다. 3분쯤 길 좌측 전망대에서 서면 태안사와 방금 올라온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부담없이 올라왔지만 위에서 보니 능선의 굴곡이 꽤나 심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태안사 전경.
  
  정상 직전 전망대다운 전망대를 하나 만난다. 앞선 전망대는 태안사 쪽이지만 이번에 만나는 전망대는 순천 황전면이 내려다 보인다. 순천 쪽 들머리인 봉성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오는 도로와 광산으로 파헤쳐진 흉물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삼각점과 작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는 정상은 앞선 전망대와 큰 차이가 없지만 향후 오를 북봉이 보인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


하산은 두 갈래길. 커다란 안내판엔 좌측 '태안사(3.2㎞) 상한', 우측 '태안사(3.5㎞) 원달'이라 적혀 있다. 좌측은 절재를 거쳐 작게 한 바퀴 도는 코스이며, 우측은 북봉을 거쳐 크게 원점회귀하는 여정이다. 산행팀은 우측 북봉을 향해 내려선다. 150m쯤은 급내리막길이지만 이후 완만해져 황홀한 낙엽길로 변한다. 정면으로 북봉이 보일 무렵, 대략 13분쯤 뒤 바위 두 개가 엉켜붙은 전망대를 만난다. 좌측으론 하산할 능선이, 우측 낮은 산줄기는 순천땅 봉성 가는 능선이다. 주변엔 그간 안 보이던 키작은 산죽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빛바랜 노란 단풍 또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하산길의 황홀한 단풍 낙엽길.

 곧 갈림길. 봉성 가는 반듯한 우측길 대신 좁은 좌측길로 향하면 잡풀 우거진 폐헬기장에 닿는다. 맨 왼쪽 비교적 반듯한 길은 산허리를 타는 무덤 가는 길, 산행팀은 무덤 가는 길 바로 옆 풀섶을 헤치고 능선길을 개척한다.

7분쯤 뒤 둥그스름한 지점에 닿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제일 높아 북봉인 듯싶다. 지도에 표기돼 있지 않은 데다 봉두산의 북쪽에 위치해 산행팀이 그냥 북봉이라 명명한 것이다. 동시에 길찾기에 유의할 지점이다. 직진하면 상한봉(상한마을), 산행팀은 좌측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하산길 좌측으로 보이는 능선은 봉두산에서 절재 쪽으로 내려서는 산줄기다.

의외로 화려한 단풍이 발길을 붙잡는다. 하지만 여기서 절재까지는 길찾기에 상당히 유의해야 할 구간이어서 산행팀은 노란 안내리본을 촘촘하게 매어 놓았다.

폐헬기장을 지나 봉분이 약간 파헤쳐진 무덤 좌측으로 향한다. 100m쯤 뒤 갈림길. 우측으로 내려선다. 갑자기 급경사길로 돌변, 능선길이 아닌 것으로 보이나 서서히 낙엽 수북한 산죽길이 기다린다. 이후 상석이 없는 묘지를 지나자마자 사거리를 만난다. 좌측 고치리, 우측 상한마을, 산행팀은 직진한다. 5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왼쪽으로 5분쯤 가면 등산안내판이 보인다.

목적지는 정면으로 보이는 능선의 고갯마루인 절재(1㎞)지만 오랫동안 산꾼들이 다니지 않아 길 흔적이 전혀 없다. 안내판 옆 물길, 다시말해 고치리계곡을 건너 우측으로 간다. 좌측으론 컨테이너가 보인다. 촘촘히 달아 놓은 노란 리본을 확인하자. 움푹 팬 길로 40m쯤 가면 또 움푹 팬 지계곡. 건너면 산죽밭 사이로 산길이 열려 있다. 입구를 찾기 어려워서 그렇지 이 길만 찾으면 30분이면 절재에 올라선다. 등산안내판도 서 있다.

이제부턴 일사천리로 하산한다. 태안사까지는 1.7㎞. 간혹 돌길이지만 유난히 울긋불긋한 끝물 단풍 덕에 발걸음이 가볍다. 25분이면 산을 벗어나고, 10분이면 능파각 아래 간이주차장에 닿는다.

 일주문을 지나면 만나는 태안사 부도밭.

태안산 삼층석탑. 작은 못 한가운데 있어 특히 눈길을 끈다.


◆ 떠나기 전에 - 석곡IC 인근 석곡면 소재지 돌실회관 uㅐ돼지숯불구이 일품   
 
태안사는 장삼이사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행깨나 다녔다 하는 사람들의 뇌리에는 아름다운 사찰로 각인돼 있다. 매표소에서 능파각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는 여태 포장을 하지 않은 숲길이라 정감이 간다. 신라 경덕왕 때 당나라에서 공부한 혜철 선사가 구산선문의 하나인 동리산문을 열면서 한때 송광사와 화엄사를 말사로 거느닐 정도로 사세가 컸다. 풍수지리의 원조 도선 국사도 이 절에서 혜철 선사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조선시대에는 세종의 둘째인 효령대군이 이곳 태안사를 원당으로 삼았다.

고려 때부턴 송광사의 위세에 눌려 위축됐으며 조선시대엔 쇠락의 길을 걷다 정유재란으로 일부 전각이 소실된 후 한국전쟁 때 일주문과 능파각을 제외하고 모두 불에 탔다. 그러다 제법 절다운 규모를 갖춘 것은 근래의 일이다.

능파각은 태안사의 얼굴이다. 능파란 계곡의 물굽이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는 의미. 다리이자 누각인 능파각에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해 여름이면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만추엔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을 감상하는 명소로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능파각 인근에는 뜻밖에도 경찰충혼탑이 있다. 한국전쟁 때 곡성경찰들이 태안사에 임시본부를 설치, 인민군과 전투를 하다 48명이 전사했는데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매표소 인근에는 곡성이 고향인 민족시인 조태일시문학기념관도 있으니 들러보자. 조태일 시인은 태안사 대처승의 아들로 생전에 그는 '나의 시는 태안사에서 비롯됐고 태안사에서 끝이 난다'고 말했다 한다.

연탄불에 초벌구이한 후 숯불에 한번 더 굽는 것이 맛의 비결인 돼지숯불구이.
3년 숙성시킨 묵은지와 갓김치. 일품이다.
 
 맛집 한 곳 추천한다. 석곡면 소재지에 위치한 돌실회관(061-363-1457). 돼지숯불구이전문점이다. 호남고속도로 석곡IC에서 차로 2,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석곡은 광주로 가는 길의 중간기착지로, 이곳 식당 인근 석곡터미널 부근에서 드럼통 위에 돼지고기를 구워먹으며 허기를 채웠다고 전해온다. 석곡면에 유난히 숯불구이점이 많은 이유다. 그 중에서 가장 전통있고 맛있는 집이 돌실회관이다. 연탄 위에 초벌로 한 번 굽고 나서 숯불에 한 번 더 굽는 것이 맛의 비결. 3년 묵은 김치와 갓김치 등 밑반찬도 한결같이 맛깔스럽다. 1인분 150g 8000원. 석곡면에는 대중탕도 있어 목욕 후 식사를 하면 안성맞춤이다.


◆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석곡IC서 내려 구례 석곡 태안사 방향

부산에서 곡성행 시외버스는 없다. 인접한 순천으로 가서 곡성행 버스를 타야 하지만 이럴 경우 당일 치기는 불가능하다. 참고로 순천행 첫 차는 오전 6시30분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석곡(구례)IC~구례 석곡 태안사(19㎞) 좌회전~구례 순창 옥과 좌회전~구례 압록~태안사 압록유원지 직진~죽곡면~구례 압록 18번~(태평삼거리에서)구례 압록 우회전~태안사 840번 지방도 우회전~순천 태안사 방향 좌회전~태안사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포항 오지 곰바위산~베틀봉 원점회귀
죽장면 봉계리 기점 새로운 코스 개척
걷는 시간만 5시간20분, 낙엽기만 3시간
발목은 기본, 무릎까지 수북한 낙엽길
조망도 빼어나 보현산 면봉산 등 한눈에 


장삼이사들은 포항 하면 우선 바다를 떠올린다. 바다를 낀 포항제철을 비롯해 해맞이로 유명한 호미곶이나 과메기의 구룡포, 북부해수욕장의 불꽃놀이,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등이 오랜 기간 반복 습득으로 인해 뇌리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항의 산은 어떨까. 크게 보면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낙동정맥이 포항을 동서로 갈라 놓고 있다. 바다 쪽인 동쪽은 영덕의 팔각산 바데산 동대산과 이어지는 내연산 향로봉 매봉 등이 약간의 지명도를 앞세워 산꾼들을 유혹하지만 나머지 산은 딱히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낙동정맥의 서쪽인 내륙으로 눈길을 돌리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포항의 북서쪽에 위치한 죽장면은 산의 물결이 일렁인다. 포항의 32개 읍면동 중 그 면적이 20%를 상회할 정도로 넓은 죽장면은 보현지맥과 팔공보현지맥이 수렴되는 오지 속의 오지. 산꾼들의 관점에서 보면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다.

 산지가 대부분인 울산 울주군이나 부산 기장군과 비교되는 포항 죽장면의 외곽에는 포항 최고봉인 면봉산과 작은보현산이 각각 청송과 영천을 등지고 포진해 있고, 이 산들의 안쪽에는 이름이 다소 생소한 베틀봉과 곰바위산이 능선으로 이어져 우뚝 솟아 있다. 참고로 천문대가 위치한 보현산은 면봉산에서 능선으로 이어져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그간 북적대는 단풍 산행으로 지친 산꾼들을 위해 이번 주 산행지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곰바위산~베틀봉을 찾았다.

흔히 면봉산 베틀봉 곰바위산 산행은 죽장면에서도 최고 오지로 손꼽히는 '두마리'에서 오르는 것이 지금까지 관례였으나 늘 새로운 산길을 찾아 나서는 산행팀은 이웃한 '봉계리'에서 출발했다.

들머리인 포항 죽장면 봉계리는 청송과 이웃해 인접해 있어 그 유명한 청송 사과와 거의 맛이 같다고 한다.


 들머리인 포항 죽장면 봉계리. 전형적인 우리네 시골풍경이다.

 ㅛ산행은 죽장면 봉계리 마을회관(새목마을)~잇단 청송 심씨묘~곰바위산(895m)~망덕고개(베틀고개)~샘터~보현지맥 갈림길~구멍바위~전망대바위~베틀봉(934m)~863봉(삼각점)~함안 조씨묘~폐헬기장~보현지맥 갈림길~폐헬기장~두문마을 갈림길~잇단 묘지~두릅나무밭(산죽)~봉계리 마을회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들머리에서 곰바위산을 지나 망덕고개까지의 2시간40분 정도는 이정표나 안내 리본 하나 없는 개척산행이며, 보현지맥 갈림길에서 원점회귀를 위한 1시간20분 정도의 하산로 또한 산행팀이 산길을 만들어 내려왔다. 사실상 개척산행임을 밝혀둔다. 해서, 산행팀은 초보 산꾼들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안내 리본을 달아 놓았다.

이번 산행은 특히 '낙엽 산행'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무릎까지 쌓인 수북한 낙엽은 때론 산길을 숨겨놓아 산행팀을 혼란스럽게 했지만 청정지역에서 밟아보는 올 첫 낙엽길은 오랫동안 갈색 추억으로 뇌리에 남을 만하다. 3시간여 동안 들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는 환청이 되어 산행기를 쓰는 지금까지 귀에서 맴돈다.

 들머리는 봉계리 마을회관. 이번 산행은 이곳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여정. 처음 만나는 곰바위산은 보이지 않지만 베틀봉은 마을회관 우측 저 멀리 확인된다.

봉계리 마을회관 왼쪽 포장로로 따라가며 산행은 시작된다. 봉계2교를 지나 이름없는 다리 앞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좌측 사과밭 쪽으로 향한다. 전봇대 앞에서 좌측 길로 올라서자마자 다시 좌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입구는 꽤 묵었지만 이 지점만 찾으면 그럭저럭 옛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그재그 급경사길이다.

10여 분이면 지능선에 올라선다. 한숨 돌리고 다시 올라서면 청송 심씨묘를 시작으로 12분간 묘지 5기나 이어진다. 산행팀도 헤아리다 중도에 포기했다. 발밑에는 바스락거리는 낙엽길이 계속돼 정겹다.

청송 심씨묘에서 17분쯤 고로쇠수액을 채취한 비닐이 널브러져 있다. 경사가 더 심해지고 낙엽이 수북이 쌓여 차츰 체력소모가 심해진다.

일순간 길이 사라진다. 알고 보니 정면으로 집채만한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약간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오르면 그제서야 바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에돌아 올라온 셈이다. 무릎까지 덮는 낙엽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잠시 이탈했던 능선길, 다시 집채만한 바위 위 능선길로 복귀한다. 길 좌측으로 조그만 전망대 바위가 보인다. 좌측 앞으로 구암산과 그 뒤로 내연산 향로봉 삿갓봉 비학산 가사령 등이 확인된다.

반복되는 오르막 낙엽길. 청정 산길 위에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밟히는 이 낙엽들은 마치 새 기름에 갓 구운 새우튀김처럼 탐스럽기 그지없다. 그러기에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끼 낀 크고작은 바위들을 징검다리 삼아 폴짝 폴짝 건너다 보면 좌측으로 시야가 트이며 거대한 산의 물결이 일렁인다. GPS단말기는 이제 해발 800m가 넘었음을 알려준다.

잠시 경사가 사그러들면서 산길은 우측으로 꺾인다. 무명봉에 올라서면 처음으로 눈앞에 향후 올라설 봉우리들이 펼쳐진다. 1시 방향으로 곰바위산, 2시 보현산, 그 우측 앞으로 면봉산과 베틀봉이 확인된다.

산림청이 달아놓은 '고정표본 점' 안내판을 지난다. 아직도 나무엔 초록의 나뭇잎과 누렇게 색이 바랜 단풍 그리고 이제 생명을 다해 고공낙하를 기다리는 낙엽이 공존한다.

곰바위산 하산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문대로 유명한 보현산, 기상관측소가 있는 포항의 최고봉인
면봉산, 산행팀이 향후 오를 베틀봉(왼쪽부터).
 
고정표본 점에서 급경사길을 15분쯤 오르면 또 하나의 봉우리 정점에 올라선다. 정상석 대신 '곰바위산'이라 표기된 이정표가 서 있다. 동시에 시야가 확 트이면서 정면으로 보현산, 그 우측으로 기상관측소가 위치한 면봉산과 베틀봉이, 좌측으로 작은보현산과 대태고개 수석봉이 확인된다. 작은보현산 뒤 높은 산은 영천 기룡산이다.

산행팀은 좌측 무학대(2㎞) 방향 대신 베틀봉(3㎞) 방향으로 직진하며 내려선다. 면봉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발아랜 해발 500m에 이르는 산간분지 마을인 두마리가 보인다. 90세대 200여 명이 사는 이곳은 도로 사정도 나아진 데다 한우 축사와 특용작물 재배 등으로 더이상 오지가 아닌 듯 보인다.

때론 단풍나무도 만난다.

가뭄 탓인지 단풍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

   9분 뒤 산길 좌측으로 멋진 전망대가 기다린다. 앞서 본 주변 산세와 향후 오를 능선길이 손금보듯 훤히 확인된다. 월성 이씨묘를 지나면 임도급 너른 길. 좌측으로 150m쯤 가면 사거리에 닿는다. 지형도에는 베틀고개로 표기돼 있지만 주민들은 망덕고개로 부른다. 좌측은 두마리(2㎞), 우측은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봉계리, 산행팀은 베틀봉(2㎞)을 향해 직진한다. 독특한 모양을 한 인근의 망덕할매바위도 챙겨보자.

이때부터 수더분한 능선길. 안내 리본도 많이 걸려 있어 길찾기 걱정은 붙들어매고 여유를 갖고 걷는다. 5분 뒤 샘터 안내판이 보인다. 화살표 방향으로 돌아가보니 파란 뚜껑이 보인다. 갈수기라 물이 거의 없는 데다 위생상태도 좋지 못하다. 샘터 주변은 유난히 단풍나무가 눈에 띄지만 대부분 예의 붉은빛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말라가고 있다.

곧 두마리로 내려서는 탈출로가 좌측에 보이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일순간 길이 좌측으로 휘면서 동시에 쓰러진 나무를 잇따라 통과한다. 한 굽이 오르면 경주 최씨묘를 지나고 이어 9분 뒤 독도에 유의해야 될 보현지맥 갈림길로 올라선다. 좌측은 곰내재를 거쳐 면봉산 보현산으로 이어지며, 산행팀은 우측 베틀봉으로 향한다. 이 길은 꼭두방재를 거쳐 낙동정맥과 만난다. 산행팀은 베틀봉을 지나 꼭두방재까지 가지 않고 도중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동쪽)으로 방향을 틀 예정이다.

베틀봉 정상 직전의 구멍바위. 과거에는 이곳을 통과했지만 지금은 바위 좌측으로 길이 열려 이곳을 통과하지 않는다.

6분 뒤 집채만한 바위, 일명 구멍바위 앞에 선다. 좌측으로 에돌아간다. 이창우 대장은 "예전엔 좌측으로 올라 바위 사이의 구멍을 통과해 구멍바위라 불렀지만 지금은 바로 올라갈 수 있어 그 이름이 퇴색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멍바위 바로 위엔 멋진 전망대가 또다시 기다린다. 좌측 곰바위산에서 방금 걸어온 능선길을 볼 수 있는 데다 앞서본 거의 모든 장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간 안 보이던, 작은보현산과 이어지는 갈미봉과 수석봉 뒤 운주산도 확인된다.

베틀봉 정상.

베틀봉 정상에서 본 베틀바위(앞)와 향후 산행팀이 내달릴 능선길.


전망대에서 몇 걸음만 더 올라가면 베틀봉. 정상석 대신 최남준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이 걸어놓은 '보현지맥 베틀봉 934m 준·희' 안내판이 걸려 있다. 마치 누굴 기다리듯 산 전체에 노란 손수건을 묶어놓은 듯하다.

솔직히 조망은 앞선 전망대보다 좋지 못하다. 베틀바위는 정면(북쪽) 우측으로 솟은 바위로 추정된다. 그 앞쪽에 위치한 앞서 본 구멍바위는 봉계리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 솟아 있기 때문이다.

급내리막길로 직진하며 하산한다. 고도가 높은지 북사면인지 하여튼 앙상한 가지에 낙엽이 온통 발목 이상을 덮을 정도다. 20여 분 뒤 삼각점이 있는 862봉, 다시 5분 뒤 함안 조씨묘를 지난다. 좌측 뒤 숲사이로 면봉산, 우측 뒤로 곰바위산이 보인다.

유순한 이 길로 계속 직진하면 꼭두방재를 지나 낙동정맥과 만나지만 산행팀은 이제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으로 방향을 꺾어야 한다. 보도블록이 보이는 폐헬기장을 지나 자연스럽게 직진길을 버리고 30도 우측 무명봉으로 살짝 올라야 한다. 정상에서 48분. 무명봉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타고 내려선다. 우측으로 곰바위산과 베틀봉이 동시에 보인다.

봉분이 파헤쳐진 묘지를 지나면 7분 뒤 폐헬기장 앞 갈림길. 우측은 들머리 봉계리 새목마을 위 두문마을로 가는 길, 산행팀은 폐헬기장을 지나 좌측으로 간다. 청송 심씨묘를 지나면 급내리막. 이후 두 개의 낮은 봉우리를-이곳엔 안동 권씨묘가 각각 있다-를 살짝 넘고 두릅나무밭을 통과하면 도로에 내려선다. 도로에서 봉계리 마을회관까진 50m 떨어져 있다. 무명봉에서 5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수목 웃자라 들머리 봉계리에선 베틀바위 선명하게 안 보여

여담 하나. 예부터 경북 내륙에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두고 "이 사람, 청송 두마에서 왔나?"라고 했다 한다. '두마'는 지금의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를 이르는 말. 그만큼 두마리가 오지 속의 오지였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좋은 예다.

지금은 어떨까. 산행팀은 두마리와 이웃한 봉계리에서 산행을 시작했고, 산행 중엔 발아래 두마리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산행 후엔 죽장면사무소 공무원 한 분과 통화했다.

산행 중 내려다본 해발 500m의 산간 분지마을인 두마리는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속설을 깡그리 뒤엎었다. 파란 지붕의 대형 한우축사와 퇴비사가 즐비했고, 특용작용을 위한 비닐하우스도 눈에 띄었다. 산위에서 보면 소규모 공단이 들어선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죽장면사무소에 따르면 두마리에는 현재 90세대, 2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도로 사정도 좋아 깊은 두메 산골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고 전했다. 오히려 이웃한 봉계리가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주민은 두마리의 절반도 안 되는 38세대에 80여 명에 불과한 데다 젊은층이 거의 없다. 죽장면 23개 리 중에 하옥리 침곡리와 함께 이제는 오지 속의 오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론 "이 사람, 청송 봉계에서 왔나?"로 바뀌어야 될 판이다. 그만큼 아직도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밤마다 선녀가 내려와 베를 짰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베틀바위. 이와 관련 봉계리 심성대 이장은 "마을에선 베틀봉을 '베틀 기(機)' '바위 암(岩)' 자를 써 '기암봉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심 이장은 "어렸을 땐 베틀봉이란 이름을 있게 한 베틀바위가 보였지만 지금은 나무들이 웃자라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봉계리 마을회관에서 보면 곰바위산은 보이지 않지만 베틀봉은 마을회관 우측 저 멀리 우뚝 솟은 봉우리다. 마을회관 우측 바로 옆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하산로이다.

# 교통편 - 100% 원점회귀 코스여서 승용차 이용하면 편리

100% 원점회귀 코스라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대중교통편은 있지만 상당히 불편하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터미널에서 안동행 시외버스를 타고 죽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8시45분, 11시40분. 6700원. 70분 걸린다. 죽장에서 들머리 봉계리까지는 개인택시(054-243-2655, 011-9730-2655)를 이용하면 된다. 7000원. 죽장에서 경주행 버스는 오후에는 6시 단 한 차례뿐이다. 경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천IC~경주 영천 20번 좌회전~포항 영천 경주 좌회전~포항 20번~건천터널~경주 포항~경주터널~포항~말구불터널~안강읍~안강 925번 우회전~안강 68번 좌회전(선리치골프클럽)~경주 안강 우회전~포항 안강~갑산리 우회전~포항 영덕 68번~기계 68번~기계 서포항IC~신광 청하 서포항IC~강동면~청송 기계 서포항IC 좌회전 31번~포항시 기계면~청송 기계~청송 죽장~한티터널~죽장면~청송 죽장~청송 현동 좌회전~현내 봉계 두마 면봉산 베틀봉 무학사 좌회전~봉계리 베틀봉 우회전~봉계리 마을회관 앞 주차장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3일부터 기존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으면서 유선전화보다 통화료가 훨씬 저렴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시행됐다. 언론은 이를 두고 가계통신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각 매체마다 보도한 내용을 잠시 인용하면 이렇다.
<인터넷전화는 기존 집전화와 시내전화 통화료는 비슷하지만 시외전화가 평균 85%정도 저렴하다.
국제전화 역시 1분에 평균 50원 수준으로 개별 국가에 따라 기존 집전화에 비해 통화료가 최대 95%까지 저렴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인터넷전화에 가입할 경우 기존 집전화보다 훨씬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면서 통화료는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통신업체별로 가입자당 매출을 뜻하는 ARPU를 분석해 보면 기존 집전화는 1만 9천원~2만원인 반면 인터넷전화는 1만원~1만 1천원 정도로 절반가량 적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월말 현재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는 190만명 정도지만 내년에는 현재보다 4배가량 늘어나 750만 정도로 가입자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지난 11월 1일 노컷뉴스

 또 이런 내용도 담겨 있다.
 〈그동안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070'이라는 전국단위 단일번호를 사용해야 했지만 번호이동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집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스팸전화를 연상케하는 '070' 번호를 사용해야하고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집전화 번호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인터넷전화는 전체 유선전화 시장에서 점유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번호이동제 시행으로 이 같은 부담이 사라지게 돼 저렴한 인터넷전화로의 가입자 이동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10월 30일 노컷뉴스

 필자는 노컷뉴스만 인용했지만 주요 일간지나 방송에서도 모두 이와 유사한 내용이 보도됐음을 밝혀둔다.

 이 뉴스를 보면서 지난 2월 LG파워콤에 인터넷전화를 가입했던 필자는 은근히 화가 났다.
 당시 가입할 때 필자도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부여받았다. 위의 기사처럼 스팸전화번호가 연상돼 약간 망설이자 LG파워콤측은 기존의 전화번호를 사용하면 월 1000원을 내야 된다고 했다.
 즉, 번호는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대신 필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땐 070-????-????번호로 찍힌다는 것이다.
 어찌하겠는가. 필자도 월 1000원을 내고 기존 전화번호를 유지했다. 필자 주변의 LG파워콤 인터넷전화를 가입한 사람들 모두 필자처럼 월 1000원을 내고 기존 전화번호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러다 지난달 3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번호이동제를 실시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뉴스를 보고 필자는 궁금했다. 기존의 인터넷전화 가입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070번호와 기존 전화번호를 갖고 있으면서 월 1000원을 내고 있는 기존 인터넷전화 가입자 말이다.
 해서, LG파워콤 고객센터로 문의했다. 사람과 통화하기가 왜이리 힘든지 몇 차례의 시도 끝에 통화가 이뤄졌다.
 필자가 앞서 설명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이 정말 황당해 일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상담원은 가입자가 070 번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면(그쪽에서는 '해지 신청을 하면'이라는 표현을 썼음) 월 1000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경우 070에서 드리는 혜택, 다시 말해 070번호 가입자끼리의 무료통화 혜택등 070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왜냐하면 기존 가입자들은 모두 이전의 전화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가 070가입자인지 알 수 없다. 필자는 070가입자끼리 무료 통화를 해본 적이 없다. 혹 알아도 핸드폰을 사용하지 요즘 세상에 누가 집전화를 사용하는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될 문제가 하나 있다. LG파워콤이 3일부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시행에 앞서 필자가 의문을 표시한, 월 1000원 납부와 관련해 기존 가입자들에게 고지를 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주변에 LG파워콤 가입자에게 물어보니 모두 금시초문이었다.
 결국 LG파워콤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월 10000원 납부하는, 다시말해 070번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기존 가입자들에게만 해지신청을 받아주고 그렇지 않은 무지의(?) 가입자들에게는 계속 월 1000원을 받겠다는 속셈에 다름아니지 않는가. 가입자가 10만 명이라면 월 1억이고 20만이면 2억이다.
 단언컨데 소비자에 대한 기망 행위이자 대기업의 소비자에 대한 폭리이다.

 고발할 게 또 있다. 단말기 문제이다.
 필자는 사실 집 근처 대형 마트에서 인터넷전화와 무선인터넷 가입하면 상품권 13만 원을 준다는 사실에 혹해 가입했다(가입하고 나니 얼마 지나고 나니 15만 원을 줘서 화가 나긴 했지만).
 지난 2월에 가입했으니 9개월이 지났다. 정확히 10월말에 갑자기 단말기가 켜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단말기 밧데리 수명이 6개월이란다. 그러니까 이후부턴 아침에 출근할 때 충전기에 꽂아놓고 나와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밤에 퇴근하면 밧데리가 거의 없다. 정말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전화기가 켜지지 않았다. 충전이 덜됐나 싶어 꽂아놓아도 켜지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기사아저씨가 왔다. 근데 LG전자서비스가 아니라 삼보서비스 소속이라고 했다. 10월부터 회사 차원에서 단말기 수리 업무를 맡게 됐다고 했다. 이 사실도 참 이상하다. LG고객센터라는 게 있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대기업이라는 게 믿음이 가질 않는다.  
 다음날 기사아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수리비가 8만2080원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많이 나와 문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황당해서 고객센터에 연락을 했다. 다시 한번 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새 단말기는 6만6000원, 처음엔 6만원이라 했다가 나중에 부가세 10%가 붙어 6만6000원이라 했다. 근데 수리비는 8만2080원. 그래서 필자는 새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이 낫겟다고 하자, 상담원은 가입할 때 단말기를 36개월 할부를 했기 때문에 4만여원이 남아 있다고 했다.
 8만2080원 대 11여 만원.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수 없이 8만2080원을 내고 수리했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필자는 단말기의 경우 1년도 안됐는데 무상 수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상담원은 기사아저씨가 단말기를 보면 단말기가 문제인지, 가입자의 문제인지 알 수 있다고 하면서, 이번 경우는 가입자가 단말기를 부주의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기사아저씨가 판단한다고 했다. 갱상도 말로 오야 마음이었다. 황당 그 자체다. 하여튼 믿음이 안간다.
 단말기의 밧데리도 문제다. 수명이 6개월이라서 계속 바꿔야 한단다.
 또 단말기의 경우 유선전화와 달리 소리가 깔끔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통화할 경우 뜨거워져 통화가 힘들 정도가 된다. 요금 싼 것 말고는 하여튼 전부 좋지 못하다.

 무선인터넷도 아주 문제가 많다.
 필자가 사는 곳은 3000세대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이다. 처음엔 별 일 없이 잘 되다 어느날 컴을 켜니 네스팟 가입자가 주변에 생겼는지 네스팟이 초기 화면에 떴다.
 또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기사아저씨가 방문했다. 방문하면 무조건 1만원.
 별 다른 방법은 없고 사용할 때마다 '무선네트연결상태'를 클릭해 일일이 파워콤을 잡은 다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선인터넷도 한계가 있는 법. ap는 거실에 있지만 방에서 노트북을 사용할 때 혹 동영상을 볼 경우 소리가 끊어지면서 들리고, 최근에 와서는 인터넷을 하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면 인터넷이 끊겨 있다.
 한마디로 불편하기 그지 없다. 기사아저씨를 부를려고 해도 방문만 하면 1만원을 내야 하니 매번 그럴 수도 없고, 하여튼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평일엔 집에 아무도 없어 약속시간을 잡기가 무엇보다 어려운 것도 큰 문제다.
 기사아저씨가 지난번에 와서 하는 말이 다음에 오더라도 이 이상의 방법은 없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최근에는 한번만에 접속도 잘 안되고 있는 형편이다. 여러 모로 애를 먹이고 있다.
 만일 유선인터넷 업체에서 위약금을 물어준다면 정말이지 그쪽으로 옮겨가고 싶을 정도다.

결국 LG파워콤의 인터넷전화와 무선인터넷은 빚좋은 개살구에 다름아니다. 
 필자는 비록 LG파워콤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업체 또한 이와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중요한 점은 가격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론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음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경험담 위주로 서술했다.
 항상 그러하듯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현명한 선택을 바랄 뿐이다. 이 글이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만추 담양 추월산 원점회귀 산행
수석전시관과도 같은 기암괴석 '가을달빛산'
발아래 담양호와 어우러져 일대 장관 연출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산꾼은 변덕이 심하다. 계절에 맞게 새롭게 변신하는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닌다. 지조없이.

말없는 산이지만 내심 이렇게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름 한철 뜸하더니 이 가을 만산홍엽이 펼쳐지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많은 산꾼들이 찾아와 정신을 못차릴 정도"라고.

추월산은 이름 그대로 가을에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산이다. 추월산에 서면 담양호의 운해와 빨간 단풍잎이 조화를 이뤄 황홀경을 연출한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 추월산(秋月山)이 그렇다. 이름 그대로 가을산이고 달빛산이다. 단풍으로 화사하게 단장한 모습이 아름답고, 은은하게 내리 비치는 달빛 아래의 자태 또한 매혹적이다.

추월산 단풍은 단풍 그 자체만으로 미추(美醜)를 논할 수 없다. 단풍이란 잣대로만 보면 사실 인근의 내장산이나 강천산에 비할 바는 못된다.
하나,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주변의 기암괴석과 발 아래 펼쳐지는 담양호를 한 화폭에 담을 경우 그 아름다움이란 나라땅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일대 장관이다.
여기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환상적인 조망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만하다. 추월산과 더불어 담양의 3대 명산으로 꼽히는 산성산과 병풍산은 물론이고 강천산 무등산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 그리고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깎아지른 해발 600m 높이의 절벽에 절묘하게 걸터 앉은 보리암도 볼거리다. 속세와 격리된 극락세계가 연출되는 자궁같은 암자지만 임진왜란 때 담양땅에서 의병을 일으킨 김덕령 장군의 부인 홍양 이 씨가 왜군에게 쫓기자 이곳 절벽에서 몸을 던진 안타까운 사연이 녹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보리암 가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담양호와 산성산.

 산행은 추월산 주차장~보리암 이정표~첫 갈림길~제1등산로(동굴~잇단 철계단~보리암~보리암 정상)~헬기장~추월산 정상~제4등산로 갈림길~수리봉~깃대봉 갈림길~홍송 송림~복리암마을~잇단 식당(호반가든~월계식당~두메산골)~월계리 버스정류장~추월산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산행 도중 탈출로가 곳곳에 열려 있어 체력에 맞게 내려올 수도 있다.



주차장에서 곧장 올라가면 ‘보리암'이라 적힌 조그만 이정표가 서 있다. 50m쯤 더 가면 다시 ‘보리암' 이정표가 보이며 곧바로 산길과 연결된다. 그 옆에는 샘터가 있다.
산길로 오르면 ‘추월산 등반안내도'가 기다린다. 10분 뒤 갈림길. 등반안내도에 따르면 제1등산로와 제2등산로 갈림길이다. 제2등산로는 완만하지만 멀고(1.6㎞), 가파른 제1등산로는 짧고(1.3㎞) 전망이 좋다. 제1등산로로 오른다.
길섶에는 여러 기의 돌탑이 서 있다. 지금도 조성 중인 탑도 있다. 보리암 신도들의 공덕탑인지 이곳이 성역임을 암시하는 것인지 하여튼 보리암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점차 급경사 오름길로 돌입한다. 해서 쉬어 가라고 벤치가 조성돼 있다.
첫 갈림길에서 20분이면 보리암 중창 공덕비와 석굴을 만난다. 공덕비에는 ‘보조국사 지눌이 고려 신종 때 지리산 화엄사 산내 암자인 상무주암에서 나무로 만든 매를 날려 앉은 터에 암자를 지었으니 그 이름이 보리암이더라'고 음각돼 있다.
석굴을 지나면서 급경사 돌길과 바윗길이 예의 본색을 드러낸다. 10분 뒤 철계단 입구 쉼터. 담양호를 바라보며 잠시 숨을 돌린 후 거대 암벽 사이로 절묘하게 열린 등로를 따라 올라간다.

한 굽이 철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멋진 전망대가 기다린다. 비로소 담양호가 한눈에 펼쳐진다. 산이 물에 잠겼는지, 물이 산에 갇혔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비경이다.
계속되는 오르막. 이후 등로는 고개만 잠시 돌리면 모든 지점이 전망대다. 석굴에서 30분이면 보리암 갈림길에 선다. 이정표엔 ‘보리암 100m'라고 적혀 있다. 잠시 다녀오자.
잇단 철계단을 지나면 이내 보리암. 입구엔 샘터가 있다. 경내로 들어서면 일순간 입이 벌어진다. 담양호와 금성산성을 품은 산성산, 그 뒤로 순창 강천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주변 암봉 아래 위로 울긋불긋 치장한 채 아스라이 매달린 듯한 수목들이 인상적이다.
보리암 경내 대나무 울타리에서 본 담양호와 산성산.
보리암 입구.
보리암 정상(692m)에서 바라본 담양읍내. 자세히 보면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도 보인다.

 보리암 정상(692m)은 갈림길에서 대략 20분. 역시 철계단의 연속이다. 이정표에서 약간 떨어진 전망대에 서면 정면의 무등산과 그 우측 병풍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담양호 뒤로는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주능선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발 아래는 황금빛 들녘과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도 확인된다.

여기서 산길은 두 갈래. 전망대 아래 제2등산로로 바로 하산(1.6㎞·40분)하는 길과 추월산 정상으로 가는 제3등산로가 바로 그것. 체력에 맞게 택하자.
산행팀은 직진, 추월산 정상(729m)으로 향한다. 억새길과 산죽길 그리고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 35분쯤이면 도착한다. 보리암 정상보다는 전체적으로 조망이 못하지만 정상석을 등지고 11시 방향으로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한눈에 보인다.

하산은 정상에선 왔던 길로 2분쯤 내려와 삼거리에서 왼쪽길로 내려선다. 호남정맥길이다. 이전과는 달리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8분 뒤 등반안내도 상의 제4등산로 갈림길. 무시하고 계속 직진한다.

정상에서 봤을 땐 두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했다. 첫 봉우리는 오르지 않고 우회한다. 이후 확 트인 능선에 도달하면 정면으로 암봉과 그 우측 아래 솟아오른 절묘한 바위가 눈에 띈다. 수리봉과 수리바위다. 그 뒤 암봉은 깃대봉. 도중 쑥부쟁이 군락지를 만난다.

이제 산길은 아래로 완전히 쏟아진 후 다시 오른다. 중간중간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암봉의 자태가 힘이 넘친다. 수리봉(728m)은 제4등산로 갈림길에서 40분 거리.
직진한다. 5분 뒤 ‘진짜' 하산길을 만난다. 안내 리본이 많이 걸려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직진하면 호남정맥 깃대봉 가는 길, 산행팀은 우측 급경사 내리막길을 택한다. 늘푸른 산죽길이 이어진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깃대봉 아래 불쑥불쑥 솟아 있는 기암괴석의 집합체가 그림같다.

20분 뒤 뜻밖의 송림길. 홍송으로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추월산의 또 다른 명물로 등록해도 될 듯하다. 10분 뒤 산을 벗어나 정자가 보이는 우측으로 향한다. 복리암마을을 거쳐 호반가든 등 잇단 식당을 지나면 메인 도로와 만난다. 산을 벗어난 지 20분만이다.
산 아래 담양호반에서 본 추월산 전경. 왼쪽이 보리암 정상, 오른쪽이 추월산 정상이다.

#떠나기 전에 - 담양시장 내 '대통 암뽕순대' 별미

이번 산행은 들머리와 날머리가 떨어져 있지만 원점산행 코스로 잡아도 무난할 듯하다.
물론 산을 벗어나 '두메산골' 식당이 위치한 29번 국도까지 20분 정도 걸리지만 감나무가 곳곳에 즐비한 시골길이라 전혀 무료하지 않다. 이곳에서 추월산 주차장까지가 불과 800m에 불과해 15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 이 길 또한 담양호와 함께 달려 심심하지 않다.'두메산골'에서 300m 지점에는 월계리 버스정류장. 월계리는 추월산 제4등산로에서 하산하면 만나는 마을이다. 참고하길. 담양온천은 주차장에서 불과 6㎞ 거리다.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담양시장(담양5일장) 내에 위치한 '옛날 순대집(061-381-1622)'이다. 추월산 주차장에서 차로 10분 거리. 부산행 방향과 거의 같다.

주메뉴는 '대통 암뽕순대'. 비닐에 당면 들어간 순대와는 천양지차다. 돼지 창자 속에 선지 우거지 깻잎 파 시금치 (간)고기 찹쌀 녹두 참기름 들기름과 갖은 양념을 넣고 찐다. 여기까지는 여느 순대집과 대동소이하다.

비결은 1m 길이의 대나무에 넣어 1시간 정도 삶는 것. 비린 냄새 제거는 물론이고 물에 삶을 때와 달리 양념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훨씬 뛰어나다.

대통 암뽕순대 (대) 1만원, (소)5000원, 순대국밥 4000원. 장날에는 손님으로 넘쳐나 한참 기다려야 한다. 유의하길.

#교통편 - 옥과IC서 담양 방면 15번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화순 오산)IC~옥과 방면 15번 국도 좌회전~정읍 담양 15번 좌회전~담양군~추월산 담양온천 대나무박물관~순창 정읍 죽농원 29번 우회전~담양 문화회관 29번~정읍 장성 죽농원 29번 좌회전(학동교 건너)~정읍 추월산 29번 우회전~정읍 추월산 가마골 29번 우회전~추월산 주차장 순.

부산행은 광주 방면으로 가다 옥과·경찰서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옥과IC 근처 오산삼거리에선 곡성·옥과 방향 대신 동복·주암 방면으로 우회전해야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라오스를 여행하다 보면 '신 닷 까오리'라는 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까오리'는 우리나라의 영어 이름 '코리아'에서 파생된 단어로 우리나라 '한국'을 뜻하지요.

 '신 닷 까오리'는 라오스식 한국음식입니다. 우리나라의 삼겹살 구이와 샤브샤브 요리 스타일을 믹스한 음식으로 야채와 고기의 조화가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고기 불판 한가운데 볼록한 부분에는 삼겹살이나 쇠고기를 굽고, 불판 밑부분 오목한 곳에는 육수를 부어 야채를 살짝 익혀 먹기고 하고 국물도 떠먹습니다.


 이 음식은 십 수년 전 우리나라 대우건설이 라오스의 팍세(Pakce) 지역에서 왓타푸댐을 건설하던 중 현장 노동자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답니다. 이렇다 보니 현지 라오스인들은 '신 닷 까오리'를 한국음식으로 알고 있답니다. 지금은 인근 태국이나 베트남으로도 전파돼 비슷한 형태의 요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라오스의 쇠고기는 동남아 인도차이나 쇠고기가 그러하듯 매우 질긴 반면 돼지고기는 우리나라의 것보다 더 쫀득쫀득하고 맛있어 인기가 특히 높다고 합니다.
가격은 1인분에 평균 4만킵(4000원) 정도 합니다. 라오스 사람들의 한달 생활비가 4만5000깁(약 50US달러)이니 얼마나 비싸고 고급음식이겠습니까.
부잣집 아들이 예쁜 아가씨 꼬실 때나 부유층의 가족 외식용 말고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음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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