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저럴 리가 없는데. 비록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지만 그 분의 성향으로 봐서 절대 방송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분명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거야. 불경기라 손님이 적어서 그랬나….

 지난 주말 저녁 모처럼 한가하게 TV를 보다가 전남 해남 두륜산 대흥사 입구에 위치한 숙박업소인 '유선관(遊仙官)'이 나오길래 순간 떠오른 생각이었다. 강호동 이수근 김C 은지원 이승기 MC몽 등이 진행하는 KBS '1박2일'이란 프로그램이었다.

 두륜산 대흥사는 땅끝마을과 함께 전남 해남의 대표적 관광지. 특히 대흥사는 운문사 선암사 등과 함께 사시사철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유선관은 대흥사와 불과 300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다.



 수년전 취재차 두어 번 가보았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의 주인장과도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 채널을 고정하고 관심있게 지켜봤다.

 아시다시피 신문과 방송의 취재는 완전히 다르다. 신문이야 주인이 거절해도 말없이 조용히 손님으로 찾아 하룻밤을 묵고 와도 되지만 방송은 사실상 영업을 하지 않든지 아니면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정도로 그야말로 떠들썩하게 취재하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선관은 400년 전부터 대흥사를 찾는 수행승이나 신도들의 객사로 사용된 전통 한옥. 오래 전 대흥사 초입까지 들어와 있던 상점 여관 식당들이 저 아래쪽 주차장 밖으로 철거될 때도 운좋게 제외됐다. 추측컨데 누가 봐도 허물기 아깝웠으리라.

 지금의 유선관은 지난 2000년 해남 출신의 윤재영 씨가 인수, 마당을 넓히고 온돌방을 보일러 시설로 바꿨다. 유홍준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에 나오는 진도개 '노랑이' 시절은 윤 씨가 인수하기 전 내용이다.

 객실은 모두 해봐야 10개. 2인실 3만, 4인실 6만, 6인실 12만 원. 저녁식사는 손님이 원하면 해준다. 맛깔스러운 한정식 상차림이다. 1인당 1만 원, 아침은 1인당 7000원.

 방에는 TV도 없고 욕실과 화장실도 마당 한 쪽에 위치해 불편하다. 마루에 공동 청취용 TV 한 대가 있는데 지금은 이 마저도 고장났단다.
 창호문과 뒷마당의 장독대 그리고 집 뒤로 흐르는 계곡의 운치가 찾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여기에 새벽이면 인접한 대흥사에서 들려오는 도량석과 새벽 예불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요즘과 같이 아주 추운 겨울, 아무 정보없이 도회풍의 젊은이들이 찾았다가는 무료함에 지쳐 다시는 찾지 않을 공간으로 낙인찍힐만한 그런 숙소이다. 그냥 하루쯤 조용히 쉬어간다 생각하고 묵어야 하는 절간 같은 숙소이다.

 한데 '1박2일'팀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두륜산 입구부터 마치 도립공원 전체를 전세낸 것처럼 오픈카를 타고 오질 않나 대흥사 절이 코앞인 데도 유선관 마당에서 수십명이 모여 카메라를 들이대고 큰소리로 말하는 등 정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필자는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한번 묻고 싶다. 프로야구 사직야구장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시청률 그거 하나 믿고 경기 중 관중석을 대거 차지해 비난을 받던 게 도대체 몇달 전인지를. 제작진들이나 출연진들은 잘 나가는 예능방송이라는 특권을 믿고 이러한 비난이 쇄도할 것이라고 왜 미리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유선관 뒤 운치있는 계곡에서 몸을 담그는 벌칙은 또 어떠했는가. 만일 얼음계곡에 몸을 담군 사람 중 한명이 심장마비라도 걸렸다고 어떻게 됐을까.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벌이는 조잡한 게임 앞에선 거의 두 손을 들었다. 그야말로 유치함의 압권을 보여주는 듯했다. 덕분에 시청률 28~29%를 기록해 1위를 재탈환했단다.

 주인장 윤재영(55) 씨의 생각이 궁금했다. 16일 정오쯤 전화연결이 됐다. 다음은 윤 씨와의 일문일답.

 -TV방영 후 문의전화가 쇄도했을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핸드폰벨이 울렸다. 그래서 전화기를 아예 껐다.

 -몇 통 정도 받았나.
 -오늘(16일) 오전까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4000~5000통 정도 받았다. 미칠 지경이다.
 
 -이런 취재는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지난해부터 계속 촬영 요청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해남군청에서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간부 공무원들도 직접 찾아오는 등 너무나 강력하게 요청을 해와 인간적으로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취재 때문에 영업을 못하지 않았나. 방송측에서 보상은 해주었나.
 -이틀 동안 영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 따른 보상은 있었다.(이후 구체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

 -덕분에 예약 손님은 늘었지 않았나.
 -그것도 맞다. 전화로 내년 1월 6일까지 예약을 받았다. 고맙지만 이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유선관은 우리 부부 둘만이 운영하고 있다. 사람을 쓰고 싶어도 마땅한 사람이 없다. 먹고 자고 힘든 일까지 해야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부인도 매일 물리치료를 받고 와서 부엌일은 한다. 당장은 그렇지 않겠지만 식사주문은 받지 않을려고 한다. 돈도 좋지만 요즘은 손님이 많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고성방가하는 젊은이들이 그렇다. 어제밤에도 유명 탤런트가 왔는데 옆방의 젊은이들이 고성방가하는 바람에 작은 마찰이 있었다. '1박2일'에서 유성관이 어떤 숙소인지를 제대로 알려으면 좋겠는데, 방영 이후 사실 걱정이다.

 -앞으로 이런 취재 요청이 또 들어온다면.
 -절대 하지 않겠다. 잠시 쉬어가는, 연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서정적인 정통 여행 프로그램이면 몰라도 맛집이나 예능프로는 절대 하지 않을 계획이다.

 -하고 싶은 말은.
 -우리집은 사실 미리 알고 찾아오는 단골들이 주류를 이룬다. 불경기여서 손님을 줄었지만 그런대로 그럭저럭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근데 사전 정보없이 TV에서 본대로 예약한 젊은 손님들이 이 추운 겨울에 불편한 이곳에 와서 불평을 하지 않을런지 걱정이다.

정선 하이원스키장을 다녀와서
국내 유일 내국인 출입 카지노도

바야흐로 살을 에는 동장군의 심술이 시작됐다. 장삼이사들의 대응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일 터. 주로 장년층 부류는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온천탕을 그리워할 게고 젊은층은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슬로프를 질주하는 '쌈박한' 시추에이션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을 게다.

특히 최근 스키장이 몰려 있는 강원도와 호남지역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마니아층 스키어나 보더들은 표정관리를 하며 내심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지난 1년 동안 애오라지 이 시기만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린 그들이 아니던가.

지금까지 부산에선 강원도에 버금갈 정도로 눈이 무진장 온다는 한수 이남의 최고 설국인 무주스키장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지만 지난해 부산서 가까운 양산에 에덴밸리스키장이 문을 열어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 올해는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 스키장이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역의 마니아층을 겨냥해 최근 영남영업소를 열었다.

'아우라지의 고장' 정선은 강원도 남부지역. 부·울·경 관광객들에겐 심리적으로 아주 멀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시간30분~4시간 정도에 불과해 새벽에 출발할 경우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스키장만 있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의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 카지노도 있어 외국영화에서 봄 직한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마운틴탑으로 올라가는 곤돌라에서 내려다본 초보자 코스인 제우스2 슬로프가 S라인처럼 펼쳐져 있다.


#상전벽해의 땅, 버려진 탄광에서 사계절 관광지로

 1980년대 중반까지 정선을 비롯한 영월 태백 일대의 강원도 남부지역은 석탄산업의 메카로 '지나가는 개도 입에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한 예로 1980년대 초 7급 공무원 월급이 11만 원 정도일 때 광부들의 평균 월급은 25만 원을 상회했다. 덕분에 이 지역의 가전 대리점은 곧잘 전국 판매 1위를 석권하곤 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승승장구하던 석탄산업은 1980년대 후반 에너지 소비구조가 바뀌면서 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정부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추진했고, 탄광들은 눈물을 머금고 서둘러 폐광했다. 지역경제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극에 달한 탄광촌 주민들의 상경 투쟁이 시작됐다. 정부도 상황 인식은 했지만 이곳이 워낙 오지여서 제조업 유치는 어려웠고 핵폐기물처리장은 환경문제에 부딪혔다.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 사업허가 등이 담긴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폐광 후 카지노 사업을 유치한 미국 덴버시나 펜실베이니아의 사례가 참고가 됐다.

문제는 위치 선정. 당초엔 태백 영월 정선의 접경지역인 함백산 만항지역이 유력했으나 이 지역 토지의 70% 이상을 소유한 정암사에서 딴죽을 걸어 자연스럽게 바로 이웃한 정선 고한 사북땅 백운산 지역으로 마침내 확정됐다.

지난 1998년 입사, 이곳에 온 하이원 리조트 박은희 대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주변은 온통 폐광의 흔적이 역력했고 탄광촌의 사택은 성냥갑처럼 오밀조밀 붙어 있었지만 폐가로 변한 빈집이 절반이 넘었죠. 읍내의 가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지금은 카지노가 가까운 사북은 숙박시설과 유흥가로, 스키장과 인접한 고한은 스키숍과 펜션이 들어서 웬만한 대도시의 번화가를 방불케 한다. 1998년 당시 평당 30만 원 하던 버려진 땅이 이제는 1000만 원을 넘었고, 그 중 금싸라기땅은 1500만 원을 호가한다.

하이원 스키장에서 가장 높은 마운틴탑. 3층이 45분만에 360도 돌아가는 회전식 레스토랑인 '탑 오브 더 탑'.
마운틴탑의 회전식 레스토랑인 '탑 오브 더 탑'의 실내 모습.


#국내 스키장 선호도 2년 연속 1위    
 
지난 2006년 문을 연 하이원 스키장은 최근 한국갤럽조사 결과 스키장 선호도에서 2007, 200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인지도 또한 개장 2년 만에 5위로 선정될 만큼 성장했다. 카지노를 거느린 모기업인 (주)강원랜드의 풍부한 자금력으로 젊은층의 취향에 맞게 설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운산(해발 1426m) 자락의 하이원 스키장은 슬로프 면적과 총길이 등이 모두 국내 최정상급을 자랑한다. 500여만 ㎡의 광활한 부지에 18면인 슬로프의 총길이는 21㎞에 달하고 슬로프 평균 너비 또한 40m(10차선 도로)를 자랑한다. 특히 슬로프 18면 가운데 11면은 국제스키연맹으로부터 국제 공인을 받았고, 월드컵 스키대회 개최가 가능한 공인슬로프도 3면이나 된다.

무엇보다 4.2㎞나 되는 초급자용 슬로프는 하이원의 가장 큰 자랑거리. 타 스키장의 경우 초급자 코스는 스키장 하단부에 짧게 마련된 것과 달리 이 코스는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 최정상인 마운틴탑에서 밸리허브를 경유, 밸리콘도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자랑은 베이스가 두 개라는 점. 국내에선 베이스가 두 곳인 스키장도 있지만 별개로 운영된다. 하지만 하이원의 베이스는 곤돌라로 연결돼 누구나 손쉽게 이곳저곳을 오갈 수 있다. 여기에 베이스가 아닌 하이원호텔에서도 스키장 정상인 마운틴탑까지 곤돌라가 운행돼 그야말로 곤돌라로 스키장을 포함한 리조트 전체를 오갈 수 있다. 마운틴탑 정상의 회전식 전망 레스토랑은 홀의 중심부와 창문은 그대로 있으면서 바닥만 45분마다 한 바퀴 돈다. 앉은 자리에서 태백산 함백산 등 백두대간 주능선과 지장산 두위봉 등 주변 산들을 감상할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백운산 정상인 마천봉에도 가보자. 40~50분 걸린다.

아이들을 위한 눈썰매장은 기존의 하이원호텔 옆 외에도 올해부턴 마운틴콘도 잔디광장에도 또 하나 마련됐다. 피로는 마운틴콘도 앞 노천탕인 '하늘샘'과 밸리콘도 내 사우나에서 풀면 된다.


#강원랜드 카지노- 스키만 타면 섭섭, "오늘은 나도 갬블러"

카지노가 있는 강원랜트 호텔 야경. 4층에 있으며 5층에는 VIP용 카지노가 있다. 

 '오늘 밤은 나도 갬블러!'
하이원 리조트를 찾아 강원랜드 카지노를 가지 않았다면 '앙코 빠진 찐빵'. 잠을 약간 줄이더라도 반드시 가보길 권한다. 국내에서 내국인이 출입 가능한 유일한 카지노이기 때문이다. 강원랜드호텔 4층에 위치해 있으며 5층은 VIP 고객용이다. 인근에는 성벽 모양의 '루미나리에'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입장료는 5000원. 신분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공항검색대처럼 보안문을 통과해야 한다. 사진은 절대 찍지 못한다. 첫 인상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차림새가 척도가 돼선 안 되지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장삼이사들이 몰려 있는 시골 5일장이 연상된다.

일단 한번 둘러보자. 한쪽에선 게임테이블마다 6, 7명과 여성 딜러가 카드를 주고받으며 게임을 하고 있고, 그 뒤로 10여 명이 에워싸 테이블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무슨 게임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들었지만 바카라 블랙잭이란다. 게임테이블을 둘러싼 기기들은 모두 파친코로 불리는 슬롯머신이다.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계속 돌아봤다. 흡연실도 보이고, 음료는 무한정 제공되고, 현금인출기도 곳곳에 눈에 띈다.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시계가 없다. 이번엔 사람들을 유심히 봤다. 돈을 다 잃었는지 슬롯머신 의자에 앉아 허공을 보며 한숨을 쉬는 아주머니,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창구에 앉아 돈을 세는 여직원, 돈독이 올랐는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남자….

온 김에 그냥 갈 수 없지 않은가. 가장 만만한 슬롯머신 앞에 앉아 1만 원을 넣었다. 한 동료는 눈깜박할 사이에 1만 원이 날아갔고, 기자는 하나가 맞아 4만 원 정도 땄지만 결국 잃고 말았다. 1만 원 갖고 조금 더 놀았을 뿐이었다. 개장시간 오전 10시~다음날 오전 6시. 

#스키장 주변 맛집   

황태구이.
황태찜.
오삼불고기.
 
스키장 내 음식점은 아주 비싸다. 해서, 주변 맛집을 소개한다.

황태요리 전문점 황태명가(033-591-5288). 원래 황태요리 하면 용평이 원조다. 황태 덕장 또한 대부분 용평에 몰려 있다. 하이원 리조트 입구의 황태명가는 최근 용평에서 식당을 접고 이곳 정선으로 옮겼다. 주인과 주방장 서빙아줌마까지 그야말로 세트로 움직였다. 용평에서 직접 덕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최상의 재료로 용평에서의 그 맛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황태구이(1만 원) 황태찜(2만5000~3만5000원) 황태불고기(〃) 황태해장국(6000원) 황태미역국 등 하나같이 별미다. 오삼불고기(8000원)도 맛있다. (033)591-5288

태백 초막 칼국수(033-553-7388). 상호는 칼국수집이지만 간판 메뉴는 고등어찜(5000원). 무, 시래기와 매운 양념이 어우러지는 그 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두부찜(4000원)도 일품이다. 사북에서 태백 방향으로 가다 만나는 태백운전면허시험장 직전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30분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부산서 하이원 스키장 가는 길- 관광버스·열차 당일치기 운행   
 
하이원 리조트의 경우 자가운전이 부담스럽다면 여행사의 당일치기 패키지 상품(교통편 리프트 렌털 강습)을 이용하면 20%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스키 8만2000원(주중)~9만1000원(주말), 보드 8만4000원(주중)~9만4000원(주말). 강습 비용 제외. 강습의 경우 4시간 기준 주중 1만9000원, 주말 2만4000원. 새부산관광(051-851-0600) 뉴부산관광(051-806-8811) 은성관광(051-808-2211).

부산서 하이원 리조트로 떠나는 당일치기 스키열차도 있다. 부산역 출발, 1월 1, 3, 4, 10, 11, 17, 18일, 2월 3~8일, 14일 총 14회 왕복. 오전 5시30분 출발, 밤 11시30분 도착. 5만5000원(어린이 5만 원). (051)440-2513

마산역 출발, 12월 26~28일, 1월 30, 31일, 2월 1일 총 6회 왕복. 5만5000원(어린이 5만4000원). (055)294-7788

# 교통편 - 중앙고속도로 제천IC서 내려 38번 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제천IC~영월 제천~영월 단양(하이원) 38번~영월 38번~영월 쌍용~느릅재터널~강원도 영월군~영월 38번~영월 단양~평창 영월 38번~태백 영월 38번~태백 석항~태백~태백 석항~정선군 신동읍~태백 사북 38번~태백 고한 하이원리조트(스키장)~사북 하이원 방향.

 

하이원스키장 품은 정선 백운산 눈꽃산행
고한읍 막골서 출발, 걷는 시간만3시간30분
산행 내내 하얀 슬로프와 백두대간 보여
상처입은 검은땅 감싸주기 위함인지 눈많아


그 이름도 예쁜 '하늘길'.

문경과 충주의 경계로 월악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백두대간길인 하늘재를 본따서 명명했단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하늘길은 백두대간 하늘재보다 북쪽인 강원도 정선땅의 '흰 구름 산' 백운산(白雲山)에 열려 있다. 하늘재가 해발 500m대에 불과한 반면 하늘길은 그 이름에 걸맞게 1000m대를 오르내린다. 이 하늘길의 정점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는 이름의 마천봉(摩天峰·1426m). '한국의 장가계'로 불리는 완주 대둔산 마천대(摩天臺)가 879m에 불과하니 하늘과 맞닿아 있는 봉우리 중에선 아마도 최고로 높은 듯싶다.

눈앞의 하얀 스키슬로프만 보이지 않는다면 눈덮인 히말라야라고 해도 속을 정도로 아름답고 웅대하다. 사진은 백운산 밸리탑 인근에서 바라본 하이원 스키장과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처럼 일렁이는 정선 태백 지역의 연봉들.
하이원 스키장을 품은 정선 백운산은 1000 m의 능선길이 험하지 않고 부드러워 마치 어머니 품속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흰 구름 산' 백운산 정상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마천봉이고, 그 봉우리로 수렴되는 마루금이 하늘길이니 떠나기 전이라면 신선놀음쯤으로 여겨질 만하다.

정선 백운산은 하이원스키장을 품고 있다. 덕유산 향적봉이 무주스키장을, 발왕산이 용평스키장을 품고 있듯이.

정선에는 백운산이 하나 더 있다. 굽이굽이 돌고도는 그 유명한 동강의 물줄기를 산행 내내 조망할 수 있는 일명 '동강 백운산(883m)'이 바로 그것이다. 지명도 면에서는 '동강 백운산'이 훨씬 위다.

사실 기자는 산행기를 정리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 어떤 산행 관련 온라인 사이트에도 하이원스키장을 품은 백운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내 열댓 개의 백운산 중 가장 높은데도 말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무명으로 지내왔던 것이다. 하이원스키장이 문을 열면서 바야흐로 인간의 발길이 허용된 것이다.

산세는 '1000m급'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부드럽다. 마치 어머니 품 같다. 조망 또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정상인 마천봉에 서면 늘씬한 여인의 각선미처럼 슬로프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반대편에는 함백산과 태백산의 백두대간 마루금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산행은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막골~약수암~잇단 쉼터(벤치)~낙엽송숲~하이원호텔 갈림길~(바람꽃길)~밸리탑 탐방로 갈림길~백운산 마천봉~(산철쭉길)~마운틴탑~운탄도로~도롱이연못~화절령 삼거리~강원랜드 폭포주차장.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30분 안팎. 초보자도 쉽게 완주할 수 있는 전형적인 워킹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들머리는 고한역 인근의 막골. 사북역 쪽에서 고한역으로 가다 '함백관'이라 적힌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좌측으로 10분쯤 걸으면 '백운산 등산로', '막골'이라 적힌 표지석과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고한읍 고한리 막골은 오래 전 골짜기 안쪽의 화전민들이 막(幕)을 치고 살았다 해서 불리던 이름이다. 표지석과 등산안내도 사이의 오름길이 백운산 북동릉으로 접근하는 본격 들머리다.

6분쯤 오르면 조그만 암자인 약수암. 산길은 암자 못가 좌측으로 하얀 밧줄이 인도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숲으로 오른다. 비록 경사는 꽤 되지만 버겁지는 않다.   
 
한 굽이 오르면 벤치가 둘 있는 쉼터. 암자에서 19분. 잠시 숨을 고른 후 좌측으로 올라서면 거대한 병풍바위가 떡 하니 막고 있다. 우회해서 다시 한 굽이 올라서면 두 번째 벤치. GPS단말기엔 이미 해발 1000m가 넘었다. 스키슬로프가 앙상한 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옛 묘터인 이곳에는 산길이 하나 더 보인다. 밸리콘도로 이어지는 산길로서, 안내책자에는 표기돼 있지만 아직은 개방하지 않은 길이다.

이제부턴 오르막길이 거의 없는 편안한 낙엽송숲길이다. 바늘잎을 모두 떨군 낙엽송은 마치 늘씬한 각선미의 여인들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동행한 하이원리조트 안전상황팀 차현수 주임은 한여름 이 길에선 냉기를 느낄 정도라고 한다.

산길 좌측 발아래론 고한읍내와 태백으로 넘어가는 새 도로의 입구도 얼핏 스쳐간다. 고도를 높일수록 기온 탓인지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다. 그렇다고 스패츠를 찰 정도는 아니다.

앞선 벤치에서 30분 뒤 국내에서 가장 고지인 해발 1100m 지점에 있다는 하이원CC와 하이원호텔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지점에 닿는다. 역시 벤치 두 개가 있다. 이미 폐장한 골프장의 해저드는 얼어 있다. 골프장 뒤로는 옛날 대한중석이 위치했던 영월 상동읍이다.

산행 중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 위치해 있다는 하이원CC를 볼 수 있다. 가장 높은 18번 홀이 1000 m대라고 한다. 하이원호텔에서 출발하는 이 곤돌라는 하이원 스키장의 최고 지점인 마운틴탑까지 올라간다. 

등산로는 하늘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000m급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부드럽다. 6분, 13분 뒤 각각 골프장이 점차 더 가깝게 보이는 전망대에 도달한다. 마지막 전망대에선 골퍼의 스윙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눈앞에 보이는 곤돌라는 하이원호텔에서 스키장의 최정상인 마운틴탑을 오간다.
   
 
능선을 따라 10분이면 머리 위로 곤돌라가 오가는 지점에 닿는다. 곤돌라 철탑 앞 삼거리다. 잠시 볼 게 있다. 좌측 발아래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대형 곤돌라탑이 그것. 높이 98m로 동양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다. 그 뒤로 태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가면 마운틴탑과 함께 스키장의 또 다른 정상인 밸리탑. 산행팀은 길을 가로질러 '등산로'라 적힌 표지판이 보이는 곳으로 오른다.

눈덮인 산죽길을 따라 북동릉으로 9분쯤 오르면 헬기장 삼거리. 좌측은 하이원호텔(2.3㎞) 방향, 산행팀은 우측 일명 바람꽃길로 향한다. 늦은 봄이면 산길 주변에 바람꽃이 즐비하기 때문에 명명했단다. 하이원호텔 방향의 하산길은 얼레지가 많아 얼레지꽃길이란다. 지금이야 눈으로 덮여 있지만. 헬기장에선 백두대간 금대봉과 함백산이 조망된다.

바람꽃길은 좁다란 소로다. 9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밸리탑 탐방로가 우측으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탐방로처럼 계단을 조성해 놓았다. 10분쯤 걸린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눈이 거의 녹지 않아 발목까지 덮는다. 겨울에는 심할 경우 어른 가슴 높이까지 폭설이 내려 러썰도 불가능할 정도란다. 일순간 광산 개발로 검게 그을린 상처 입은 이 땅의 원혼을 한겨울만이라도 하얗게 감싸주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쳐간다.

밸리탑 탐방로 갈림길에서 정상인 마천봉은 불과 4분 거리. '백운산 마천봉'이라 적힌 커다란 정상석과 스키장이 조성돼 있는 북으로 너른 전망덱이 설치돼 있다. 전망덱 가운데에는 친절하게도 조망판이 서 있어 눈앞의 봉우리들과 스키장 시설물들을 맞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운산 정상 마천봉.

백운산 정상 마천봉 전망덱의 전망안내판.

백운산 정상인 마천봉.

스키장의 최고점인 마운틴탑과 밸리탑 그리고 두위봉과 억새산으로 유명한 민둥산, 여기에 조망판에는 빠졌지만 그 사이로 지장산과 사북읍도 살짝 보인다. 정상석이 바라보는 동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정면으로 태백산, 그 왼쪽으로 만항재와 레이더기지가 위치한 함백산이 확인된다. 참고로 태백산과 함백산 사이에 위치한 만항재는 우리나라 포장도로 중 가장 높은(1330m) 지점이며, 함백산은 다양한 야생화로 매년 8월 야생화 축제가 열리는 산이다.

이어지는 산길. 여기서부턴 산철쭉길이다. 다음 여정지 마운틴탑까지는 대략 40분. 연분홍 철쭉 대신 하얀 눈꽃이 만발해 있다. 일순간 요란한 전투기 소리가 들린다. 산길 좌측인 영월 상동읍 쪽에 공군사격연습장이 있기 때문이란다.

1381고지를 지나면 비로소 마운틴탑이 보이고 9분 뒤 스키슬로프에 내려선다. 6분 정도 슬로프를 따라 걸으면 마운틴탑. 마운틴탑의 정상이 그 유명한 45분만에 한 바퀴를 돈다는 회전식 레스토랑인 '탑 오브 더 탑'이 있다. 참고하길.

스키장 최고 지점인 마운틴탑에 가기 위해선 슬로프를 100m쯤 걸어 올라가야 한다.
마운틴탑의 3층 레스토랑 '탑 오브 더 탑'의 실내 모습. 한 바퀴 도는데 45분 걸린다. 

등산로는 마운틴탑의 옆 곤돌라 탑승장 뒤로 열려 있다. '화절령 삼거리 2.4㎞'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길은 키작은 산죽길이다. 직원들이 낫으로 직접 길을 만들었단다.

14분이면 이름 그대로 채탄을 나르던 운탄도로로 내려서며 숲을 벗어난다. 우측은 강원랜드 폭포주차장, 좌측은 하이원호텔. 두 지점 간의 거리는 10.4㎞. 이 구간이 매년 하이원이 주최하는 '하늘길 트레킹 페스티벌'과 산악자전거 대회가 열리는 코스이다.

도롱이연못. 1970년대 탄광 갱도가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생태연못이지만 지금은 꽁꽁 얼어 있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겨 사거리에서 도롱이연못 방향으로 간다. 1970년대 탄광 갱도가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생태연못으로, 광부들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해 이곳에 사는 도룡뇽에게 기원했던 것이 유래돼 지금의 이름으로 명명됐다. 주변에는 야생화가 늘 피어 있고 노루 멧돼지 등의 샘터 역할을 한다지만 지금은 꽁꽁 얼어 있다.

도롱이연못에서 계속 직진하면 운탄도로와 다시 만난다. 10여 분 뒤부턴 물을 가둔 소택지를 잇따라 만난다. 폐광산에서 유출된 갱내수의 중금속 성분을 걸러 주는 일종의 자연정화시설이다. 주변에는 폐광 흔적인 검은 석탄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지금 걷는 이 길의 이름은 화절령(花切嶺)길. 이 일대가 과거 온통 탄광이었으며, 광부들은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꺾어 씹으면서 힘을 냈던 데서 이 이름이 유래된 곳이다.
 차단기 주변을 흔히 화절령 삼거리라 부르며 이곳에서 강원랜드호텔 폭포주차장까지 21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겨울철 눈 많아 하이원 상황실에 문의해야

동명이산(同名異山). 말 그대로 같은 이름, 다른 산이다. 국내에선 현재 천황봉(天皇峯)이란 이름이 가장 많다. 대략 2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그 이름을 근거로 하고 있어 산꾼들 사이에선 사실상 폄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두 번째는. 바로 '흰 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이다. 자연발생적인 이 이름을 가진 산은 대략 열댓개. 이런 연유로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에게 백운산이라 하면 십중팔구 '어디' 백운산이라 되묻는 게 다반사다. 호남정맥의 시종점인 광양 백운산(1218m), 고운 최치원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상연대(上蓮臺)가 위치한 함양 백운산(1279m), 자연휴양림을 품고 있는 원주 백운산(1087m), 아름다운 동강을 굽어볼 수 있는 정선의 또 다른 백운산(882m)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 부산 기장군에도 아담한 백운산(520m)이 있지 않은가.

하이원스키장을 품은 백운산 등산로는 하이원리조트가 2006년말 계획을 세워 지난해 5월 일반인에게 선보였다. 백운산에는 유난히 야생화가 많아 구간구간마다 우점종을 내세워 처녀치마길 양지꽃길 얼레지꽃길 바람꽃길 박새꽃길 등으로 명명해 놓았다.

봄 여름에는 야생화와 울창한 낙엽송숲, 겨울에는 눈꽃산행을 즐길 수 있다. 오르내림이 적어 초보자도 쉽게 완주할 수 있다. 하지만 폭설이 이따금씩 내려 산행 전에는 하이원리조트 종합상황실(033-590-6200~1)에 문의해야 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황태구이.

황태찜.

황태해장국.


황태요리 전문점 황태명가(033-591-5288). 원래 황태요리 하면 용평이 원조다. 황태 덕장 또한 대부분 용평에 몰려 있다. 하이원 리조트 입구의 황태명가는 최근 용평에서 식당을 접고 이곳 정선으로 옮겼다. 주인과 주방장 서빙아줌마까지 그야말로 세트로 움직였다. 용평에서 직접 덕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최상의 재료로 용평에서의 그 맛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황태구이(1만 원) 황태찜(2만5000~3만5000원) 황태불고기(〃) 황태해장국(6000원) 황태미역국 등 하나같이 별미다. 오삼불고기(8000원)도 맛있다. (033)591-5288


◆ 교통편 - 중앙고속도로 제천IC서 내려 38번 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제천IC~영월 제천~영월 단양(하이원) 38번~영월 38번~영월 쌍용~느릅재터널~강원도 영월군~영월 38번~영월 단양~평창 영월 38번~태백 영월 38번~태백 석항~태백~태백 석항~정선군 신동읍~태백 사북 38번~태백 고한 하이원리조트(스키장)~태백 고한 정암사 38번(사북 하이원 방향으로 가면 안됨)~고한 하이원리조트~고한역 못가 첫번째 패밀리마트 보이면 '함백관' 이정표 따라 우회전~굴다리 통과하자마자 좌회전~막골, 백운산 등산로 이정석.

하이원리조트의 진입로는 사북(읍)과 고한(읍) 두 군데. 부산서 출발할 경우 사북 쪽이 가까워 사북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백운산 산행 들머리가 고한역 인근이기 때문에 사북을 지나 고한까지 간 것이다. 산행대장=이창우

 

무등산(無等山·1187m). 높이를 헤아릴 수 없고 견줄 만한 상대가 없어 붙여진 이름이지만 산세는 산꾼들을 압도할 만큼 위압적이지 않고 둥그스름하다.

광주시민들은 언제나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무등에 의지해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신년 해맞이도, 눈꽃여행도 여기서 하고 하늘에 대한 제사도 이곳 무등산에서 모신다. 빛고을 예향의 예술품도 대부분 이곳에서 잉태된다. 무등의 품 안에선 미추(美醜)와 빈부에 관계없이 늘 평등하다.

서석대와 함께 무등산 최고의 눈꽃 포인트인 입석대의 황홀한 설경. 문화재청은 지난 2005년 12월 서석대와 입석대를 묶어 무등산 주상절리대를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했다.

입석대의 멋진 풍광을 화면에 담으려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무등산 입석대 설경.
서석대의 설경.

무등에서 느낀 광주시민들의 애착은 금정에 대한 부산사람들의 그것보다 넓고 깊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그 사랑을 실천으로 옮겼다. 천년만년 후손에게 있는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지난 89년 공원관리사무소를 설립, 인근 화순 담양에까지 걸쳐 있는 무등산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입만 열면 ‘금정산 보호'를 외치며 예산타령만 일삼는 부산시의 구두선이 하염없이 애처로워지는 대목이다. 동시에 “문제는 실천의지"라는 무등산관리사무소 한 관계자의 정문일침과도 같은 한마디가 아주 무겁게 다가왔다.

아쉬운 점도 있다. 호남의 들판과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는 요충지이다보니 오래전부터 방송 중계탑과 군부대에 점령당해 신음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산의 정기가 빠져 나갔을까. 부산으로 치자면 황령산의 중계탑과 장산의 군부대가 모두 무등산에 모여 있다고 보면 된다.

올 겨울 무등산엔 벌써 눈꽃이 만발했다. 지난 4, 5일 이틀에 걸쳐 30㎝라는 어마어마한 폭설이 내렸다. 기상관측 이후 세 번째란다.
농민들에겐 억장이 무너지는 악몽이지만 산꾼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순백의 바탕 위에 그려진 설경은 정말 다른 무엇과 견줄 데가 없는 ‘무등(無等)' 그 자체였다.

부드러운 산사면의 광활한 억새밭이 설화(雪花)로 변신했고 수정기둥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무등의 자랑이자 전국 최대 규모의 주상절리대인 입석대와 서석대에선 ‘아!'라는 외마디 감탄사만 신음소리처럼 새어나올 뿐이었다.
산행은 주차장~증심사 집단시설지구~증심교 갈림길~구름다리~무등산 춘설차밭(쉼터)~토끼등~동화사터 갈림길~하동 정씨묘~덕산너덜~동화사터(샘터)~능선갈림길~방송국 송신소(중계탑)~중봉(복원지 안내도)~억새군락지~군작전도로~장불재~입석대~서석대~입석대~장불재~용추삼거리~중머리재~산불초소(서인봉)~새인봉 삼거리~약사사~증심사 입구~의재미술관~증심교~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안팎. 이정표가 너무 친절하게 돼 있어 길 찾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주차장에서 상가가 밀집한 집단시설지구와 증심교를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 중머리재 새인봉, 왼쪽은 토끼등 바람재 방향. 산행팀은 오를 때 바짝 땀흘리고 편안하게 하산하기 위해 왼쪽으로 향한다. 50m 쯤 올라 우측 구름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돌계단. 17분 정도 힘겹게 오르면 쉼터. 등로 우측 산사면 전체가 온통 춘설이라 불리는 작설차밭이다. 차밭 아래에는 증심사다. 다시 여기서 17분쯤 오르면 토끼등. 너른 터로 금정산 북문광장 같은 분위기다.

춘설이라 불리는 작설차밭. 차밭 아래에는 증심사가 위치해 있다.

정면 덕산너덜을 지나 동화사터로 오르기 위해 직진한다. 5m쯤 뒤 갈림길. 오른쪽은 천제단 중머리재 방향, 산행팀은 왼쪽으로 간다. 하동 정씨묘를 지나 동화사터까진 오로지 급경사 된비알. 낙엽과 산죽이 교차하는 비교적 한가한 길이다. 시야가 트이는 너덜에서 잠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방금 온 토끼등과 저 멀리 월드컵경기장도 보인다.

마침내 샘터. 그 옆의 너른 터가 동화사터다. 토끼등에서 대략 30분.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간다. 이 때부터 무등의 자랑 억새군락지가 새하얗게 펼쳐지고 정면 중봉과 저 멀리 그 유명한 서석대가 마루금 위에 뾰족한 윤곽만 보인다. 방송국 중계탑 방향으로 20분 뒤 갈림길. 오른쪽 용추삼거리 대신 왼쪽 오르막길로 간다. 5분 뒤 방송중계탑. 왼쪽 전망터를 돌아 중계탑과 연결된 임도를 따른다.

헬기장을 지나면 중봉(915m). 이곳에 서면 지난 98년까지 군부대였음을 보여주는 ‘군부대 이전지 복원' 안내판이 서 있고 서석대와 그전까지 안보이던 입석대가 손에 잡힌다. 환상적이다. 네시간 달려온 고생길이 이 설경에 눈녹듯 사라진다.

과거 군부대였던 곳을 이전해 복원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을 보고 크게 본 전경.


지난 1996년까지 군부대여서 출입이 통제되었던 중봉을 내려와 억새탐승로를 따라 장불재로 향하는 산행팀.

광주와 화순의 경계지점인 장불재(900m).

장불재에서 입석대와 서석대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오르내리는 산꾼들.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무등산 주봉이 천왕봉(1187m)이다.

          도중 만나는 주상절리대의 기암괴석.

 억새길을 따라 5분쯤 걸으면 군작전도로. 광주와 화순의 경계로 해발 900m의 고갯길인 장불재는 여기서 우측으로 700m  떨어져 있다. 쉼터인 장불재가 무등의 3대 절경인 서석대 입석대 (규봉)광석대로 이어지는 교차로이다. 우측 건너편의 말잔등처럼 부드러운 백마능선도 하얀 눈을 이고 있다. 서석대 입석대는 여기서 각각 900, 400m에 불과하지만 광석대는 무려 1.8㎞ 거리를 다녀와야 한다.

‘산불조심'이라 적힌 깃발 옆으로 열린 억새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입석대(1017m). 서석대와 함께 무등산 최고의 눈꽃 포인트다. 깎아놓은 듯한 높이 10~15m의 돌기둥 30여 개가 40m 이상 돌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중생대 백악기 화산분출로 인해 용암이 냉각, 수축되면서 균열을 동반해 그 모습이 얼핏 무너진 신전을 빼닮았다. 머리에 인 눈꽃은 알알이 작고 유난히 반짝거린다. 여기서 500m 더 올라가면 같은 성인(成因)의 서석대(1100m). 차이라면 입석대는 한눈에 그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지만 서석대는 그 위에 발을 딛고 있기에 사실 끄트머리에 서야 그 장대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불과 500m 남짓한 주봉인 천왕봉이 철조망으로 차단돼 있는 점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군부대가 주둔, 철조망으로 차단돼 있는 무등산 주봉 천왕봉.

다시 장불재로 내려와 중머리재로 향한다. 느긋한 하산길이다. 용추삼거리를 지나 30분이면 닿는다. 스님 머리에 비유돼 명명된 중머리재는 문자 그대로 밋밋한 고개. 직진한다. 5분 뒤 서인봉. 산불초소가 위치한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내려선다. 20분 뒤 새인봉 삼거리. 애오라지 산길만을 고집한다면 직진해 정상이 임금님 옥새처럼 생겼다는 새인봉(璽印峰·490m)을 지나 하산해도 되고, 약사사와 증심사 그리고 남농과 함께 호남의 양대 작가였던 의재 허백련 미술관을 구경하려면 우측길로 내려서면 된다. 산행팀은 후자를 택했다. 새인봉 삼거리에서 주차장까진 대략 45분 걸리지만 절과 미술관을 모두 둘러보려면 이보다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 떠나기전에 - 중계탑·군부대가 명산 '시샘'

무등산도 알고 보니 최근에야 산길이 완전히 열렸다. 호남 내륙의 고봉이다 보니 오랫동안 군인들의 차지였다. 지난 81년에야 입석대와 서석대로 향하는 장불재의 통행이 허가됐고, 그로부터 9년 뒤인 90년 무등산의 자랑 입석대와 서석대가 개방됐다. 중봉은 99년에야 길이 열려 최근에야 식생복원을 거의 마쳤다.

그러고 보면 부산의 금정산은 그동안 막힌 길도 없었고, 거기다 방송 중계탑이나 군부대가 없는 그야말로 등산하기에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지금까지는 금정 북 동래 부산진구 등 4개 구청이 제각기 관리하고 있지만 만일 통합관리가 이뤄져 체계적으로 보존되면 무등산보다 훨씬 명산의 조건은 떼논 당상일 것으로 확신한다. 총 면적 또한 23㎢로 30㎢의 무등산보다 좁다.

불가항력적이라고 여겨지는 무등산의 방송국 중계탑이나 군부대 이전보다는 금정산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비록 '오십보 백보'지만 그래도 앞서서 실행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는 현재 증심사 집단시설지구 이전 사업을 오는 2008년까지 500억원을 들여 추진중이다. 또 하나의 집단시설지구인 원효사 지구는 이미 마쳤다.

이와 관련 공원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도립공원에 비하면 아주 늦었어요."
부산의 금정산은 언제 이런 날이 올까.

# 교통편 - 광주 옛 도청서 15, 555번 버스를

광주 가는 방법은 두 가지.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선 오전 6시 첫 차를 시작으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40분 걸린다. 요금은 일반 1만3800, 우등 2만400원. 서부버스터미널에선 오전 6시10분, 6시40분, 8시, 8시40분에 있다. 3시간 걸리고 1만4300원.

광주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함께 운행하는 종합버스터미널. 무등산 증심사로 가기 위해선 터미널에서 17, 117, 1000번 버스를 타고 옛 도청 앞에서 내린 후 거기서 다시 15, 555번 버스를 타면 된다.

부산 가는 방법 또한 두 가지. 노포동행 버스는 오후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오후 7시, 7시30분, 9시(막차)에 있다. 심야버스(2만2400원)는 밤 10시30, 자정에 출발한다. 사상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0분, 5시, 5시40분, 6시30분, 8시(막차) 밤 10시(심야 1만5700원)에 있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동광주TG~동광주IC~제2순환도로~무등산 보성 화순 방향 직진~(두암 무등산 이정표 무시하고)~장원교 지나~증심사 2.4㎞~산수터널~증심사 학운교차로~증심사 좌회전~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산행대장 = 이창우 www.yahoe.co.kr



 

억새명산으로 널리 알려진 장흥 천관산
알고보니 산 전체가 오묘한 수석전시관

전남 장흥 천관산(天冠山·723m)은 웬만한 산꾼이라면 벌써 다녀왔거나 아니면 한 번쯤 가봤으면 하는, 그래서 추후 등반계획에 반드시 포함돼 있는 꽤 이름있는 산이다.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은 기암괴석으로 대표된다. 상상도 못할 만큼 오묘한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지만 한편으론 천재 조각가들의 작품을 산 전체에 골고루 진열해놓은 것 같기도 하다. 혼자 보기 아까운 기암과 괴석은 누가 언제 어떻게 옮겨 놨을까 하는 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양근암(남근)과 마주보고 있는 금수굴(여근). 대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을 길이 없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천관사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오똑한 것, 숙인 것, 우묵한 것, 입벌린 것, 울퉁불퉁한 것 등 기이한 암석이 많다’는 대목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도 남는다. 천관산은 수십개 봉우리의 솟은 모습이 마치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을 닮아 붙여진 이름.

가끔 흰 연기 같은 이상한 기운이 서린다 하여 신산(神山)이라고도 불린다.
도립공원인 천관산은 흔히 이웃 영암의 월출산에 비유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잇딴 암봉과 산행 도중 만나는 광활한 억새밭의 화려한 장관이 이 두 산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차이점이라면 기암괴석의 덩치와 억새밭의 규모.

예쁘고 날씬한 몸매지만 키가 작아 미스 코리아에 선발되지 못하는 ‘아담 사이즈’의 수줍은 숙녀를 천관산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기암괴석 이외에도 천관산은 억새군락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천관산 옹호론자들은 월출산의 기암들은 크고 웅장한 멋은 있지만 산세가 험해 원하는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하기 어려운 반면 천관산은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맘껏 돌아보며 탐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한가지. 산행 도중이나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막힘없는 조망 또한 천관산의 자랑이다.

산행 중 볼 수 있는 다도해의 막힘없는 조망 또한 천관산의 자랑이다.

산행은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양근암~정원암~주봉 연대봉~억새밭~대장봉(환희대)~구룡봉~환희대~천주봉~대세봉~노승봉~종봉~금강굴~체육공원~장천재~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순.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앞 등산안내도와 육각정자 영월정 사이의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곧 등산로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은 양근암 경유 연대봉(제1코스), 오른쪽은 금수굴 경유 연대봉(2코스)과 금강굴 경유 연대봉(3코스). 어느 쪽으로 올라도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산행팀은 1코스로 올라 3코스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1코스로 올라야 제대로 기암괴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 힘들지 않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처음엔 소문과 달리 육산이지만 20분쯤 지나면 점차 바위들이 본색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바위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오르고, 넘고, 에돌고 그리고 감상하고….  

‘연대봉 2.2㎞’ 이정표를 지나면서 이번 산행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저멀리 왼쪽 능선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돌아 오른쪽 기암괴석을 감상하면서 하산한다. 왼쪽에는 다도해의 푸른 물결이 출렁이고 염전도 보인다.

각양각색의 바위군이 발걸음을 잡는다. 가만히 서서 이름을 붙여본다. 식빵바위, 등잔바위, 고래가족바위 등등. 흡사 돌아보기 좋게 큐레이터가 전시해 놓은 것 같은 모양새다.

정면에 주봉인 연대봉이 살짝 고개를 내밀 무렵 눈앞에 남성의 성기를 빼닮은 양근암이 서있다. 어쩜 이리도 닮았을까. 양근암 앞 능선엔 여성의 성기를 닮은 금수굴이 마주보고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10분 후엔 정원암. 모진 풍랑으로 인해 바닷가에 있어야 할 대형 수석같은 바위가 산속에 있어 신기롭기까지 하다.

          정원암. 이름의 기원은 알 수 없고 집 정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산행팀은 이렇게 명명했다. 고래가족바위라고.

정원암을 지나면 이때부터 억새밭. 갑자기 다른 산에 온 느낌이다. 15분쯤 뒤 주봉인 연대봉. 연대봉에는 사실상 전망대 역할을 하는 봉화대가 있다. 고려 의종때인 1160년께 설치된 이후 연대봉 또는 봉수봉으로 불렸다.
         봉수대가 위치한 천관산 연대봉.

남쪽으론 완도의 신지 고금 약산도 등이 올망졸망 떠있고, 동쪽엔 고흥의 팔영산이, 서쪽엔 두륜산이, 북쪽엔 월출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맑은 날엔 멀리 한라산과 담양의 추월산, 속리산 문장대도 보인단다.

정상을 지나 하산길에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들이 능선 좌우에 널부러져 있다. 
   
 하산은 환희대 방향. 시든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는 가운데 헬기장을 지난다. 오른쪽 멀리 제석산 사지봉과 일임산이 보이며 정면에는 천관산의 자랑인 기암괴석이 가까이 다가온다. 10분쯤 뒤 대장봉의 정상인 환희대. 이곳에 오르면 누구나 성취감과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 이곳에서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한다.
대장봉의 정상인 환희대. 이곳에 오르면 누구나 성취감과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역시 이렇게 명명했다. 의자바위.

바위 꼭대기에서 아홉마리의 용이 노닐었다는 구룡봉은 이곳에서 15분 거리. 도중에 부부처럼 정답게 서있는 부부봉, 관세음보살이 불경을 실었던 돌배의 돛대를 닮았다는 진죽봉이 옆능선으로 펼쳐진다.
천관산 환희대에서 구룡봉으로 가는 도중 만나게 되는 기암괴석. 제일 왼쪽 암봉이 관세음보살이 불경을 실었던 돌배의 돛대를 의미하는 진죽봉이다.
구룡봉 아래 서있는 아육왕탑.

구룡봉에는 금정산 금샘과 같은 웅덩이가 수십 개 있고 일부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발밑에는 인도의 아육왕이 신병(神兵)으로 하여금 하룻밤 사이에 인도와 우리 나라에 탑을 쌓게 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아육왕탑도 보인다.


 되돌아와 환희대를 거쳐 본격 하산길로 내려가며 각양각색의 기암을 감상하자. 하늘을 떠받치는 듯한 천주봉(天柱峯)과 대세봉, 노승의 인자한 얼굴을 연상시키는 노승봉을 지난다. 종봉(鐘峯) 바로 밑 샘터가 있는 금강굴에 닿으면 산행은 거의 막바지.

20여분 뒤 체육공원과 장천재(長川齋)에 잇따라 닿고 여기서 2~3분이면 들머리였던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장천재는 조선 후기 실학자 존재 위백규 선생을 위시한 장흥 위씨의 문중 사우(祠宇). 주변엔 600년된 소나무와 절정인 단풍나무, 때이른 동백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 떠나기 전에

천관산은 전남 장흥군의 진산이다.

고려를 멸망시킨 이성계 장군이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니며 산신께 기도를 올리며 조선을 세우는데 허락을 얻었다 한다. 그런데 유독 천관산과 지리산만 반대를 하자 정권을 잡은 이성계가 고흥군으로 지명을 바꿔 산을 유배 보냈다는 것이다. 그만큼 천관산은 하늘을 찌를듯이 불쑥 솟아 오른 암탑의 기개가 도도하고 거침없다.

천풍산(天風山) 지제산(支提山) 불두산(佛頭山) 우두산(牛頭山)으로도 불리는 천관산의 현재 이름은 그 모습이 천자의 면류관과 같다하여 붙여졌다.

지난 1988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천관산은 신라의 명장 김유신 장군을 사랑한 기생 천관녀가 숨어 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한때 천관산은 수림의 바다였다. 고려시대때 원나라가 일본을 침략하기 위해 천관산의 나무를 잘라 900여척의 배를 건조하였다는 조선장(造船場) 터가 지금도 관산읍 죽창리에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천관산 정상부는 오묘한 기암괴석과 함께 억새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을 뿐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으로 변해 버렸다.

천관산의 산행은 서둘지 말자. 정교하게 쌓아 올린 예술품과도 같은 구룡봉 밑의 아육왕탑, 하늘을 향해 솟은 온갖 바위들의 이름과 그 속에 간직하고 있는 전설을 생각하며 가급적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땀을 흠뻑 내기 위한 뜀박질 산행보다는 느긋하고 편안하게 즐기고 감상하는 산행을 하면 산의 진면모를 볼 수 있다.

# 교통편
천관산이 위치한 전남 장흥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부산 서부터미널(051-322-5433)에서 장흥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6시30분을 첫 차로 하루 16차례 출발한다. 1만7천원.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관산읍행 직행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관산읍 관산중 앞에서 하차한다. 정류장에서 천관산 주차장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택시를 이용하면 기본 요금. 문의 장흥군청 문화공보실 (061)860-0227.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순천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 여수 벌교 17번 국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2번 국도 보성 벌교~2번 목포 장흥~장흥~천관산 39㎞~23번 관산 천관산~837번 지방도 관산~천관산 장천재 순으로 가면 된다.

※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산행대장 =
이창우

 아직까지 올 겨울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온 가족이 함께 태백산 눈꽃산행을 한번 떠나 보시라. 확신컨대 후회는 없으리라.
혹자들은 부산서는 아주 먼, 그것도 해발고도가 1500m급인 국내 10위 고봉을 어떻게 산행 경험의 유무도 따지지 않고 권하는지 의문이 들 터이다.
한데 가능하다. 태백산은 해발에 비해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은 데다 들머리인 당골광장의 해발이 무려 800m 정도여서 다리가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누구든 산행이 가능하다.

순백의 옷으로 갈이입은 태백산 천제단을 향해 오르는 전국의 산꾼들. 태백산은 이렇다 할 오름길이 없어 시나브로 정상에 닿는다.

도립공원인 태백산은 지금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고 겨울 등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정상 부근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과 어우러진 설화는 동화 속의 설경에 다름아니다.
무엇보다 태백산은 설경이 수놓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태곳적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을 비롯해 한국 명수 100선 중 으뜸인 용정, 기도처로 유명한 문수봉, 정상 부근의 주목 군락지, 단종비각, 단군성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산행은 매표소~당골광장~단군성전~반재~망경사 화장실 입구 유일사 갈림길~천제단·유일사 갈림길~장군단(장군봉)~주목 군락지~천제단(영봉)~단종비각~망경사·문수봉 갈림길~문수봉~당골·소문수봉 갈림길~제당골~당골광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안팎. 빼어난 설경에 감탄하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간다는 사실에 유념하길.


들머리는 당골광장. 기운이 드세기로 유명한 당골은 예부터 당집이 유달리 많았다. 물론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여파로 대부분 담벽이 허물어졌지만.

당골광장에서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등로 입구엔 단군성전. 잠시 둘러본 후 본격 산길로 향한다. 예년과 달리 올 겨울엔 눈이 무척 많이 내려 주변이 온통 하얗다. 매년 겨울에만 40만 명이 다녀간다는 태백산인지라 등로는 말끔히 다져져 있지만 등로 좌우는 지팡이로 가늠해보니 대략 어른 무릎만큼 쌓여 있다. 등로 우측 당골계곡에는 한겨울인데도 유량이 풍부해 물소리만 들으면 여름으로 착각할 정도다.

20분쯤 뒤 ‘천제단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를 지날 무렵 계곡 건너편 드높은 절벽 끄트머리에 남근석을 닮은 바위가 걸려있다. 총칭해 장군바위라 불린다.
세 번째 다리 직전 ‘반재 밑' 이정표(해발 1100m) 앞에선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자. 스패츠는 선택사항. 다리만 건너면 곧바로 오름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천제단까지는 2.7㎞.
오래 전 호환(虎患)을 당한 화전민의 무덤인 호식총(虎食塚).

다리를 건너면 돌계단길. 5분 뒤 길 우측에 호식총(虎食塚). 오래 전 호환(虎患)을 당한 화전민의 무덤이다. 100년 전만 해도 태백산은 호랑이의 서식지로 유명했다. 인근에는 옹달샘이 하나 있다.
이번엔 환상적인 잣나무 숲을 지난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속을 걷는 기분이다. 이내 반재. 당골과 천제단까지의 중간 지점이라 반재란다. 주변에 원형 테이블이 있어 대개 여기서 식사를 한다.

왼쪽 천제단으로 향한다. 일순간 웃음꽃이 들려 온다. 알고보니 비료 포대를 이용한 그 유명한 엉덩이 썰매를 타는 구간이다. 40, 50대의 남녀 산꾼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쌩'하며 내려온다. 기자도 빌려 타 보았다. 신이 났지만 정지하기가 어려워 혼이 났다. 이제 10시 방향으로 망경사와 그 위 능선 상에 천제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내 망경사 갈림길. 장군봉으로 가기 위해 우측 망경사 방향으로 향한다. 4분 뒤 망경사 화장실 입구에서 우측 유일사 쪽으로 오른다. 어차피 망경사는 장군봉~천제단~단종비각을 보고난 후 다시 만나기 때문에 잠시 미룰 뿐이다.
산길은 이때부터 좁아진다. 북사면이라 눈이 거의 녹지 않아 눈꽃터널을 이룬 백색천국이 펼쳐진다. 이쯤에서 대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눈을 이고 있는 희귀목인 아름드리 주목의 기품이 돋보인다.
         북사면길은 눈의 거의 녹지 않아 눈꽃터널을 이룬 백색천국이 펼쳐진다.

17분 뒤 갈림길. 우측 유일사 대신 좌측 천제단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백두대간길.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축인 금강산 설악산이 동해와 나란히 내달리다 국토의 중심부인 서남쪽으로 방향을 트는, 산세로 봐선 의미있는 지점이다.
여기서 장군봉까지의 구간이 태백산 주목의 백미이다. 영하의 날씨에 강풍과 폭설 속에서 견뎌야 하는 주목의 강인한 생명력은 생김새를 떠나 그 자체가 우리네 삶의 표본이다. 어린 주목의 보호를 위해 세운 대나무발도 폭설과 강풍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10여 분이면 최고봉인 장군봉(1567m)에 닿는다. 작은 천제단인 장군단이 있다. 여기서 다시 10여 분이면 마침내 영봉(1561m)인 천제단에 선다. 둘레 27m, 폭 8m, 높이 3m의 자연석으로 쌓은 20평 가량의 원형 돌제단이다. 신년이나 개천절이 되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를 위해서인지 천제단 인근은 엄청나게 넓고, 정상석 또한 기자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크다.
이제 망경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내 단종비각. 영월로 유배와서 세상을 뜬 단종을 기리기 위해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했다.
자장 율사가 창건한 신라 천년고찰 망경사 문수보살 석상이 저 멀리 맞은편 문수봉을 바라보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본 문수봉.

자장 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망경사는 바로 코 앞. 입구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점(1470m)에서 물이 샘솟는다는 용정(龍井)이 있으며 주변에는 주목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웅전 앞에 서면 정면 저 멀리 둥그스름한 문수봉이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망경사 입구의 용정. 해발 147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이다.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했다는 단종비각. 영월로 유배와서 세상을 뜬 단종의 혼이 백마를 타고 이곳에 와서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태백산 천제단. 신년이나 개천절이 되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태백산 영봉인 천제단 옆에는 대형 정상석이 서 있다.

이제 문수봉으로 향한다. 원래 문수봉은 천제단에서 백두대간길로 부쇠봉을 거쳐가는 것이 정식 코스이지만 시간 제약으로 단종비각 바로 밑 갈림길에서 산허리를 타고 간다. 부침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눈길이다. 중간에 부쇠봉에서 문수봉으로 내려오는 길과 당골광장으로 내려서는 길을 잇따라 만나지만 오로지 문수봉 팻말만 보고 직진한다. 문수봉에 근접할수록 껍질이 수평으로 벗겨져 있는 자작나무를 많이 만난다.
정상 일대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눈덮인 고사목의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문수머리'로 불리는 문수봉 정상.

마침내 문수봉. 망경사 입구에서 넉넉잡아 40분 걸린다. ‘문수머리'로 불리는 정상에는 신심 깊은 한 처사가 세웠다는 2기의 대형 돌탑과 밀양 만어사 인근 종석너덜을 연상시키는 너덜 사이에 나무를 깎아 만든 정상목이 서 있다.
본격 하산길. 직진한다. 5분 뒤 소문수봉 갈림길. 왼쪽 당골광장 방향으로 내려선다. 40m쯤 길게 늘어선 병풍바위와 샘터를 지나 제당골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10분 뒤 당골광장에 닿는다. 문수산 정상에서 1시간쯤 걸린다.

# 떠나기전에 - 명물 '오궁썰매'용 비료포대, 성수기 외엔 당골서 준비를

통상 태백산 눈꽃산행의 풀코스는 유일사~망경사~장군봉~천제단~문수봉 코스가 일반적. 산행팀은 부산서 당일치기로 떠났기 때문에 당군성전 쪽 당골광장에서 문수봉을 거쳐 당골광장으로 하산했음을 밝혀둔다.

엉덩이를 대고 썰매타듯 내려오는 일명 '오궁썰매'용 비료포대는 눈축제 기간 등 성수기에는 산 속에서 팔지만 그 외 기간에는 당골 인근 가게에서 사야 한다.

아이젠은 태백산 눈꽃산행의 필수품. 스패츠는 선택사항. 가까운 등산용품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1만원부터 천차만별이다. 유의사항 하나. 아이젠을 차고 '오궁썰매'는 금물. 다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태백산 정상부의 천제단은 천왕단 장군단 하단으로 구성돼 있다. 흔히 천제단이라 불리는 곳은 정상석이 있는 영봉의 천왕단이고, 장군단은 북쪽의 장군봉에, 하단은 영봉에서 부쇠봉 가는 길 200m 쯤 되는 능선 상에 있다.

망경사에는 유독 살찐 고양이들이 많다. 한눈에 봐도 6~7마리는 돼 보인다. 겉모양은 집고양이지만 실제로는 야생 고양이다. 기도하러 온 신도들이 두고 간 음식을 훔쳐 먹어 살이 쪘단다. 망경사 한쪽 켠에는 매점이 있어 커피나 컵라면도 판매한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당골광장 바로 아래 식당가 제일 안쪽에 위치한 성원식당(033-553-3579). 상황오리가 주메뉴이다.


태백산 약수에 유황오리와 상황버섯 황기 감초 등 한약재, 그리고 찹쌀 밤 대추 은행 등을 각목 보자기에 싸 압력솥에 각각 넣어 1시간 동안 찐 보양식이다. 최소 1시간 전에 전화로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4인용이며 3만5000원. 이곳은 특히 태백으로 전지훈련 오는 프로축구 농구 펜싱 육상 레슬링 핸드볼 선수들의 단골 식당이기도 하다.

#교통편 - 부산서 열차 이용 무박 2일 가능

열차를 이용, 무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다. 부산역에서 금, 토요일 이틀만 밤 10시10분 출발, 태백시 통리역에 다음날 오전 4시31분에 도착한다. 2만4400원. 10명 이상 단체 10% 할인. 열차 도착시간에 맞춰 개인택시(033-552(553)-4747)가 대기 중이다. 당골까지 1만원 조금 넘는다.

통리역에선 다음날 오후 3시9분 출발, 부산역에는 밤 9시55분 도착한다. 오후 2시29분 출발 기차는 부전역에 오후 8시52분 도착한다. 2만27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영주IC~봉화 영주 직진~영주 경북전문대 직진~단양 봉화~경찰서 봉화 이정표 지나자마자 가흥교 건너~봉화경찰서 시의회(로타리 좌회전)~가흥로~풍기 봉화~철길(굴다리) 지나~봉화~울진 봉화~울진 태백 봉화~울진 현동~울진 태백 봉화~울진 현동~울진 봉화 이정표 보고 자동차 전용도로 내려와 좌회전~현동 춘양 우회전~울진 현동~(옥류관 미니동물원)~태백 현동~울진 현동~울진 태백 현동~태백 울진~노루재터널~동해 태백 좌회전~넛재~태백~동해 태백 좌회전~강원도 태백시 구문소호~동점역 지나~태백산도립공원 석탄박물관~장성터널~영월 동해~태백산 도립공원 순.

글 사진=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산행대장=이창우


 

'이쯤 흔들려 줘야 흔들바위 축에 끼지'
 전국의 숨은 흔들바위를 찾아서

 최근 연합뉴스에서 부산서 가까운 김해 무척산에서 다이아몬드 모양을 한 흔들바위(아래 사진)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이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

 잠시 요약하면 이렇다. 김해 생림면사무소에 따르면 무척산 대형 주차장에서 석굴암 방향으로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이 흔들바위는 높이 3.4m, 둘레 9.2m, 바위를 지탱하는 밑둘레 2.4m 크기로 멀리서 보면 작은 다이아몬드가 산에 박혀 있는 형상을 띠고 있다. 이 바위는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밀어도 1~2㎝ 정도의 진폭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바위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앞면과 달리 뒷면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조각한 것처럼 보여 주민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이 흔들바위는 전국에서 설악산과 안성시 팔봉산 흔들바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견됐고 남부지방에서는 첫 흔들바위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제신문 주말레저팀이 오랜 기간 발품을 팔면서 발견한 전국에 산재하는 흔들바위를 소개한다.    


 ①양산쪽 금정산 흔들바위- 산행팀이 발견…양산 가산리 중리마을 8부 능선

흔히 부산의 진산으로 불리는 금정산(801m)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하지만 금정산 흔들바위는 부산 쪽에서 오르면 찾을 수 없고 부산과 인접한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에서 출발할 경우 대략 8부 능선쯤에 만날 수 있다. 이 코스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등산로에서 어깨가 부딪힐 만큼 북적대는 부산 쪽과 달리 한적하면서도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혹자들은 경남도 유형문화재인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위치한 그 능선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웃한 능선이라 산행 중 마애여래입상이 새겨진 바위를 확인할 수 있다. 등산로 우측 바위 끄트머리에 있어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으며 높이는 어른 키보다 약간 작다. 과연 흔들릴까. 혼신의 힘을 다해 밀면 약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근교산&그너머 582회에 소개됐다. 이 코스는 유명세는 타고 있지만 산꾼들이 잘 가지 않는 금샘 원효암 의상대까지 훑고 있어 한번 가볼 만하다.


②경북 의성 금성산 건들바위- 어른키 두 배…오랜 풍상 견딘 금성산 지킴이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 너른 벌판 위에 비봉산과 마주보고 서 있는 금성산(530m)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이 바위의 정식 이름은 건들바위이다. 금성산은 이웃한 비봉산과 묶어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성산으로 혹은 비봉산으로 오르든 100% 원점회귀 가능하다. 정확한 위치는 금성산 정상을 지나 비봉산으로 가는 길에 있다. 송림길을 따라 솔향기에 취해 걷다 보면 메인 산길에서 90m쯤 비탈길로 내려가면 만난다. 입구에 '건들바위'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높이는 어른 키의 두 배쯤 된다.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흔들바위로도 불린다. 원래 하나의 바위가 세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만들어진 자연석으로 흔들면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하면서도 오랜 풍상을 다 겪으며 금성산의 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다.' 실제 밀어보면 약간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건들바위 너머로 펼쳐지는 배나무골을 포함한 금성면 일대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③여수 봉황~금오산 흔들바위- 봉황산 자락에 위치…있는 힘껏 밀어야 흔들

'해를 향한 암자'라 불리는 여수 향일암에서 남해바다 쪽을 내려다보면 금거북이 바다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향일암은 바다 건너에 위치한 남해 금산 보리암,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낙가산 보문사와 함께 기도 효험이 빼어난 국내 4대 관음기도도량. 이 향일암을 품은 산이 금오산(360m)이다.

흔들바위는 금오산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봉황산(461m) 자락에 있다. 금오산과 봉황산 사이에는 고갯마루이자 중간기착지인 율림치가 있다. 흔들바위는 봉황산을 지나 율림치 직전의 능선 상에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다. 발아래 대율마을에서 세운 '흔들바위'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다. 바위 둘을 포갠 듯한 이 흔들바위는 아주 세게 밀 경우 미세하게 움직일 뿐 웬만해선 꼼짝을 하지 않는다.    
   
④고성 구절산 흔들바위- 인부 20명 붙어도 꿈쩍 않던 게 한사람 힘으론 흔들

 공룡나라' 고성군의 동쪽 끝단에 위치,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인 동해면의 한가운데 위치한 구절산(559m)에도 흔들바위가 숨어 있다. 구절산은 아주 조망이 빼어나다. 북으로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닭의 목처럼 길고 좁은 당항만의 지형을 이용해 왜선 26척을 격침한 당항포 앞바다와 마산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남으론 거제도와 통영 및 그에 딸린 올망졸망한 부속섬들이 품에 안긴다. 흔들바위는 들머리 외곡리 폭포암 천불전 뒤편 등산로 입구에 있다. 어른 키의 1.5배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둥근 모양의 바위지만 한 사람이 밀어도 흔들, 다섯 사람이 밀어도 흔들린다. 주지 스님은 "절벽 끄트머리에 위치해 몇 해전 인부 20명이 지렛대를 이용해 제거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그때 이후론 구절산 폭포암의 명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⑤영동 천태산 고래바위- 삼층석탑 바로 옆에 위치…고래·물개 형상


아름다운 사찰 영국사와 1300년 된 은행나무 그리고 산꾼들에겐 75m쯤 되는 암벽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는 '충북의 설악' 천태산에도 독특한 형상의 흔들바위가 있다. 영국사에서 은행나무를 지나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를 지나면 망탑봉. 그 옆에는 보물 제535호인 삼층석탑이 바위 위에 절묘하게 얹혀 있다. 흔들바위는 바로 옆에 있다. 이 바위는 기존의 흔들바위 모양과 달리 고래 형상을 하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물개를 닮았다고도 한다. 이 흔들바위도 힘껏 밀면 약간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⑥강진 주작산 흔들바위- 절벽 끝에서 위태위태…장정 여럿 붙어야 미동

휴양림이 있는 강진 주작산(428m) 중턱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지름이 4m는 족히 될 듯한 아주 동그란 원형바위로,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생긴 모양이 둥글둥글해 산 아래 주민들 사이에선 '동구리바위'로 불리는 이 바위는 한가운데 부분이 칼로 잘라 놓은 듯 금이 가 있다. 바위가 세워져 있는 바닥에 약간 경사는 졌는데 구르지 않도록 70~80㎝ 크기의 조그만 바위가 떡 받치고 있는 것도 신기하다. 힘센 장정들이 바위를 흔들면 조금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한 사람이 밀면 거의 꼼짝도 하지 않는다.

⑦속초 설악산 흔들바위- 흔들바위의 지존…설악산 팔기 가운데 하나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 신흥사 산내 암자인 계조암 경내에 위치한 흔들바위는 지명도로 봐선 단연 전국 최고. 일명 쇠뿔바위(또는 우각암)라고 한다. 한 사람이 흔드나 여러 사람이 흔드나 똑같이 흔들리기 때문에 설악산 팔기(八奇)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크기는 어른 키보다 조금 더 크고 네댓 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다.

⑧안성 팔봉산 흔들바위-엄지손가락으로도 흔들…둘레 10m 넘어


경기도 안성시 죽산성지 뒷산인 팔봉산에도 엄지손가락으로 움직일 수 있는 흔들바위가 있다. 높이 2.1m, 둘레 10.4m나 되는 거대한 이 바위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이 바위를 떼어 내려고 절반 정도 뒤집었으나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팀스피리트 훈련 때 미군 9명이 역시 이 바위를 넘기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해온다.

⑨고흥 팔영산 흔들바위-아무리 밀어도 꿈쩍 않는 마당바위

도립공원인 팔영산(609m)에도 있다. 고흥반도 최고봉인 팔영산은 이름에서 짐작이 가듯 여덟 개의 암봉과 주봉인 깃대봉이 작은 병풍처럼 나란히 이어져 있는 봉우리. 암릉 종주산행의 고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팔영산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본격 암봉으로 진입하기 직전 '흔들바위'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밀어봐도 움직이지 않는다. 해서, 사람들은 마당바위로 부른다.

⑩김해 용지봉 용바위 - 첫 인상은 고릴라 얼굴 빼닮아…미동도 있어


김해와 창원의 경계에 위치한 낙남정맥 상의 한 봉우리인 용지봉은 부산서 아주 가까워 부산 산꾼들도 부담없이 즐겨찾는 봉우리이다.
 장유폭포가 있어 한여름 계곡산행지로도 있기 있는 용지봉은 가야 문화와 남방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놓쳐선 안 될 필수 코스이다. 말발굽 모양의 용지봉 한쪽 기슭에 둥지를 튼 장유사가 가락국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베어 있기 때문이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자.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이 용지봉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하지만 이름은 용바위. 등산로 상에 안내판이 있어 놓치진 않는다. 첫 인상은 고릴라. 왜 용바위인지 자뭇 궁금하다. 세게 밀어보니 약간의 미동이 있다. 차라리 흔들바위라고 명명했으면 그 명성이 오래 그리고 널리 퍼졌을텐데. 아쉽다.



 고기 대신 버섯 넣은 청도만의 자랑 일명 '사찰자장'을 아시나요.
방송이나 신문 잡지에 수차례 보도됐기에 아! 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은 드물지요.

 청도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리 금천새마을금고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중국집 이름은 '강남반점'(054-373-1569). 지난 1994년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유홍준 교수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에 이 식당이 소개되면서 일약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아직까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강남반점 문앞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강남반점 차림표. 탕수이는 버섯으로 만든 탕수이다.

주인 장기철 씨가 출장 중일 때 항상 문앞에 이렇게 팻말이 걸려 있다.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이상한 책을 한 권 들고 스님자장을 달라는 거예요. 그리곤 주말이면 꾸준히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게 아니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유홍준 교수가 책에 우리집을 소개했지 뭐예요. 그게 인연이 되어 유 교수는 지금도 청도에 오시면 저희 집을 꼭 찾지요. 얼마전에도 다녀가셨어요."

 기자는 그래서 먼지 묻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를 뒤져봤습니다. 270~271 페이지에 걸쳐 간략하게 소개돼 있더군요.
 원문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동곡에서 점심을 먹을 때면 가정식 백반을 경상도치고는 제법 정성스럽게 차리는 '육동댁 금동식당'에 가거나 '강남반점'의 짜장면을 먹는다. 강남반점은 운문사 비구니 학인스님들의 단골집으로 고기를 넣지 않은 스님용 짜장은 운문사 비구니 학인스님들의 단골집으로 고기를 넣지 않은 스님용 짜장면을 시켜야 더 맛있다'.

 이 짧은 두 문장이 시골 한 구석의 평범한 중국집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입니다.

 주인 장기철(51) 씨의 설명은 계속됩니다.
 

 그는 지금도 전국 각 언론에서 취재요청이 들어오지만 거절하기 바쁘답니다.
 사실 국제신문 산행팀이 무작정 장 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면 아마 거절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운좋게도 기자는 한 다리 건너 소개를 받았습니다.
 그 소개한 분이 장 씨와는 너무나 가까운 분이어서 국제신문 산행팀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만나서 얘기를 하면서 알게 됐죠.

돼지고기 대신 버섯을 넣어 요리한 자장.

연한 연두빛의 먹음직스러운 면.

강남반점에서의 사찰자장은 이렇게 나온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비벼서 막 먹기 전의 사찰자장.

 

기자는 스님자장의 탄생 배경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오래전 운문사에는 매월 초하루에 수업이 없어 대부분의 학승들이 이곳에 와서 외식 겸 회식을 자주해 스님들을 위해 자장면을 만들어 본 것이 계기가 됐지요. 지금이야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운문사행 버스가 있지만 예전에는 동곡으로 와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릴 동안 우리집에 와서 식사를 자주 했어요."

 맛의 비결은 간단합니다. 고기 대신 5가지 종류의 버섯과 신선한 채소를 사용하고, 파 양파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 담백합니다.
 주인 장기철 씨는 "항간에 '스님자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는 스님들에 대한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 '사찰자장'으로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문앞에는 '원조 사찰자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주방에서 자장을 볶는 주인 장기철 씨.

흔히 주방은 공개를 하지 않지만 강남반점은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취재 다음날 아침 출장갈 준비를 하고 있는 장기철 씨. 배추 양배추 호박 당근 등 짬뽕요리 재료들이란다.

역시 부부는 일심동체. 카메라를 요리조리 피하던 부인이 딱 걸렸다.

 

재미있는 점은 장 씨 부부가 전국의 사찰로 출장을 자주 간다는 것. 특히 요즘과 같은 동안거 때는 출장이 잦다고 합니다. 많을 땐 한 달에 17번도 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달력에는 출장갈 스케줄이 빽빽이 적혀 있습니다. 기자가 그 달력을 유심히 보자 그는 요즘은 뜸하다며 겸손해 했습니다.

 장 씨는 이 때문에 찾기 전에는 반드시 가게문을 열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장 씨의 머릿속에는 전국 사찰의 위치와 특징 그리고 주석하고 있는 스님들을 거의 다 꿰고 있습니다.
 수년 전 문화부에서 종교를 담당한 적이 있는 기자가 봐도 불교계에 종사하는 웬만한 사람보다 다양하고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구니 강원이 있는 사찰은 어쩌구 저쩌구, 전라도 어느 사찰에는 어떤 스님이 계신데 그 스님은 어쩌구 저쩌구, 강원도 어느 사찰에는 최근 진입로를 만들어 차량이 들어가고, 부산 천마산 기슭의 어느 스님의 별명은 이렇쿵 저렇쿵…. 순풍에 돛단듯이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옵니다. 마치 이야기 할아버지처럼.

 설악산 백담사와 해남 대흥사도 다녀왔다는 장 씨는 "앞으로도 불자들이 원한다면 전국 어디건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의 경우 범어사 대성암이나 송광사 말사인 광안동 화엄사, 최근에는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영도구노인복지관 등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기자와 얘기를 나눈 그날 저녁, 장 씨는 내일도 모 사찰에 출장을 간다면 채소를 써는 등 출장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다음에 한번 더 들려달라며 예의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출장 스케줄이 적힌 강남반점의 달력.

출장에 필요한 단무지 등이 문앞에 마련돼 있다.


경북 청도 갓등산~학일산 다녀와서
  
산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개척산행'에 관련된 것이다.
하긴 기사 속에 늘상 개척했다고 적혀 있으니 그렇게 물어보는 것도 당연할 듯 싶다. 엄격히 말해 산행팀의 개척산행은 사전적 의미의 '개척'과는 다르다. 무에서 유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는 그대로의 옛길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일종의 발굴의 개념인 셈이다.

갓등산 산행 중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S라인 동창천과 들머리 삼족대. 그 뒤로 밀양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행팀의 개척산행은 예부터 쭈욱 길이 있었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다. 오래 전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산너머 장에 다녀오던 고갯길이나 마을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그런 길이다. 그 길이 수십년 동안 방치되면서 겉으로는 산길이 사라진 것으로 보일 뿐이다.

  
'산행지를 어떻게 정하느냐'. 다음으로 많이 받는 질문이다. 평상시 지나다니다 봉우리를 눈여겨보고는 지형도를 관찰하며 대략적인 산세를 판단하고 코스를 결정한다. 그게 전부다. 지난해 월간 '사람과 산' 인터뷰 때 산행팀이 이같이 대답하자 당시 그 기자는 깜짝 놀라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산행팀이 개척산행 때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답사를 하지 않는 산행팀은 이 때문에 산행 중 소위 '알바'를 많이 한다.

단적인 예 하나. 지형도조차도 무용지물인, 숲으로 꽉 막힌 급경사면으로 잡목과 잡풀을 헤치고 개척하며 나아가다 보니 바로 옆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산길이 뒤늦게 보이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 발견한 희미한 산길을 따라 내려가며 표시기를 단 후 애초 개척하며 힘겹게 올라온 길로 재차 올라오며 전에 달았던 표시기를 회수한다.

심할 경우 10분이면 올라설 구간을 산행팀은 제대로 된 길을 찾기 위해 1시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한 경우도 다반사다. 이러다 보니 때론 일몰에 걸려 예정된 산행을 마치지 못하고 그냥 돌아서기도 한다. 그럼 어쩌냐고요? 다가오는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다시 가야죠.

이런 과정을 거쳐 근교산 코스가 하나 완성되면 독자들은 신문을 들고 답습한다. 부·울·경 지역의 웬만한 반듯한 산길은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 주 소개하는 청도 갓등산~학일산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개척산행 코스이다.
    
학일산은 경산시와 청도군의 경계에 위치한 북쪽의 대왕산이나 학일산보다 남쪽에 위치한 통내산과 이어 산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산행팀은 통내산의 동남쪽에 위치한 갓등산을 묶어 새 코스를 만들었다. 갓등산은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 검색해봐도 결과가 전혀 없는 봉우리다. 매전면 소재지에서 보면 이름 그대로 갓등을 닮았다.

산행은 청도군 매전면 금곡리 삼족대~고성 이씨묘~주능선~월성 최씨묘~367봉~평산 신씨묘(안부)~순천 김씨묘~전망대~갓등산~동곡재~차단기~삼각점봉(553m)~학일산(693m)~삼거리~옛 청도(학일)온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학일산 정상까지는 이정표 하나 없는 청정 산길. 전체적으로 위엄을 줄 만큼 높지 않은 육산이며 능선에는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키재기를 하고 있어 이 겨울 워킹 산행지로 그저그만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날머리의 학일온천이 지난 4월 시설 노후로 인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들머리는 삼족대(三足臺). 밀양강 원류인 동창천이 내려다보이는, 동시에 갓등산의 맥이 동창천으로 수그러드는 기슭의 절벽에 위치한 이 정자는 조선 중종 때 삼족당 김대유가 관직을 사임하고 후진을 양성한 곳.   

삼족대에서 내려다 본 동창천.

동창전 건너편에서 본 삼족대. 산줄기의 끝자락 절벽에 절묘하게 앉아 있다.

삼족대 현판.

삼족대 입구에 위치한 신도비.

  
 

관광객들을 위해 설치한 화장실 옆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김대유 신도비와 팔작지붕을 한 삼족대에서 내려다본 동창천의 주변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특히 아침 햇살을 받은 동창천 금빛 물결이 마치 어느 CF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등산로는 키낮은 담벼락을 따라 가면 삼족대 뒤로 열려 있다.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이 쌓인 부드러운 산책로다. 500년전 삼족당 김대유가 책을 읽다 잠시 뒷짐을 지고 산책을 했던 옛길이 아니던가.

등산로는 키낮은 담벼락을 따라 가면 건물 뒤로 열려 있다.
등산로는 바위 사이의 낙엽융단길로 시작된다.


곧 지그재그 오름길로 변하더니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 산허리길 대신 좌측 능선길로 오른다. 양지 바른 터를 지나면서 산길은 된비알로 변한다.

고성 이씨묘를 지난다. 자연 그대로의 우리 민초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그런 산길이다. 사실상 올 처음 만나는 매서운 겨울바람. 혹 꽁꽁 언 피부에 잔 가지라도 스치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무명봉을 살짝 오르면 비로소 앙상한 가지들 사이 10시 방향으로 갓등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암절벽이 중간쯤에 속속 박혀 있다. 고성 이씨묘에서 15분. 산세로 봐서 봉우리를 하나쯤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듯하다. 하지만 한 굽이 올라서면 향후 여정이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능선이 우측으로 휘어지기 때문이다. 빽빽한 송림터널도 지나고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된비알도 오르면 무덤 1기를 만난다. 사실상 능선에 올라섰다. 갓등산이 보이기 시작한 지 18분 뒤. 여전히 갓등산은 10시 방향, 그 자리에 위치해 있다.

 직진한다. 곧 월성 최씨묘를 만난다. 반듯한 길은 없지만 수목 사이로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다시 무명봉을 넘으면 묘기 2기를 지난다. 급내리막길과 오르막을 반복하다 마른 억새숲을 지나면 지형도상으로 삼각점이 있는 367봉에 올라선다. 우측 발아래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리)이 보이고 그 뒤론 영남알프스 연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사자봉 억산 범봉 운문산 가지산 상운산 쌍두봉 문복산 옹강산이 확인되고 그 앞 정면의 봉우리가 개물방산, 그 뒤 저수지가 억산의 전설이 서려 있는 대비지다.

직진하며 내려선다. 거의 쏟아지는 수준이다. 이제 정면으로 갓등산이 보인다. 3분쯤 내려서면 주의지점으로, 산길은 능선을 따라 직진하는 길만 보인다. 갓등산은 좌측에 위치해 있는데, 해서 방향을 맞춰 산길을 만들어 내려서니 6분쯤 뒤 좌우가 지계곡인 능선길이 보인다. 결국 5분 뒤 평산 신씨묘가 있는 안부이자, 우측 금천면 동곡리와 좌측 매전면 금곡리를 오가는 일종의 고갯마루에 닿는다.

직진한다. 처음엔 낙엽과 솔가리가 수북한 반듯한 길이지만 차츰 애매모호해진다. 우측 발아래 철조망과 나란히 걷는다. 6분 뒤 순천 김씨묘와 농짝만한 바위를 지나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향한다. 쓰러진 나무를 통과하면 크고 작은 바위가 널브러진 급경사 낙엽길이 기다린다. 가뭄의 단비랄까. 좌측 저 멀리 전망대가 보인다.

순천 김씨묘에서 20여 분 뒤 전망대에 올라선다. 발아래 방금 온 능선길과 S자 굽어흐르는 동창천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동시에 앞서 본 영남알프스 연봉 모두와 사자봉 우측으로 구만산 육화산 중산 낙화산 보두산 종암산 덕암산 오례산성 대남바위산 효양산 통내산 등 경주 청도 밀양의 산들이 죄다 확인된다.

여기서 4분이면 너른터인 지점에 올라선다. 갓등산이다. 정확한 정점은 좌측 바로 위 바위다. 정면 우측 뒤 봉우리 부분만 조금 보이는 것이 학일산이며 발아래 소나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도로가 매전면과 금천면을 잇는 도로, 그 정점이 동곡재다.

직진한다. 3분쯤 뒤 우측으로 꺾어 내려선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지붕 좌측이 목표지점이지만 아쉽게도 길이 없다. 그야말로 개척산행으로 '알바'는 기본이다. 30분이면 (주)나다 건물 주차장 옆에 닿는다. 가장 난코스이다. 주차장을 거쳐 도로로 내려와 길을 건너면 동곡휴게소. 하지만 산행팀은 우측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직진, 곧바로 동곡재 정점에 내려선다. 길을 건너 50m쯤 좌측으로 가면 임도급 길이 열려 있다. 길 건너편에는 '매전면'이라 적힌 입간판이 서 있다. 그러니까 금천면과 매전면의 경계인 셈이다.

동곡재를 지나 학일산으로 향하다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갓등산이 보인다. 산 아래 작은 건물은 (주)나다.

차단기를 지나 10m 지점에서 우측 산길로 올라선다. 묘지 5기를 지난다. 경사는 심하고 산길은 반듯하지 않지만 오르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18분쯤 뒤 좌측으로 들머리와 동창천이 다시 보이며, 여기서 20분 뒤 무명봉에 올라선다. 3분 뒤엔 우측으로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과 날머리인 학일온천이 보인다.

이어지는 산길은 크고 작은 봉우리의 연속으로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무명봉에서 15분이면 삼각점봉에 올라선다. 정면으로 학일산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몇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삼각점봉에서 14분 뒤 전망대를 만난다. 우측 채석장 뒤로 운문댐과 반룡산 발백산 장육산 사룡산 단석산 등이 확인된다.

헬기장인 학일산 정상.

헬기장인 학일산 정상은 삼각점봉에서 43분. 마른 억새숲을 지나 마지막 피치를 올리면 만난다. 정면으로 앞서 만난 전망대서 본 반룡산 등 청도 경주의 산이, 우측으론 가지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펼쳐진다.

하산길은 두 갈래. 두 길 모두 옛 학일온천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9분 뒤 삼거리. 좌로 가면 통내산 대왕산 삼성산 백자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간벌 후 정리를 하지 않아 지저분하지만 길은 뚜렷하다. 학일온천까지는 42분 걸린다.


◆ 교통편- 무궁화호에 이어 운문사행 버스 타고 삼족대서 하차

부산역에서 청도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5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출발한다. 1시간 소요. 4800원(금~일요일 5000원). 청도역 맞은편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삼족대 앞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20분, 10시10분, 10시50분. 3500원.

날머리 학일온천 앞에선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 금천면 김전리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20분쯤 걸린다. 김전리에서 동곡행 버스 역시 20~30분 간격으로 있다. 동곡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20분, 6시10분, 7시40분에 출발한다. 2900원.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5시51분, 6시15분, 6시40분, 7시52분, 밤 9시40분에 있다. 학일온천에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동곡의 개인택시(054-372-3066)를 이용해야 한다. 삼족대까지 1만 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경주 운문 좌회전 20번~매전면~매전면사무소 지나~매전면 처진소나무 지나~경주 운문 20번~삼족대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국제신문 주말레저팀) hung@kookje.co.kr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산행대장 =이창우 www.yahoe.co.kr


내가 20대 시절에 인기를 누리던 여자 연예인들은 나와 함께 30대를 지나 드디어 40대에 접어 들었다. 최진실, 채시라, 김혜수와 같은 수퍼 스타급 여배우들이 있었고, 이본이나 옥소리와 같이 최정상급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매력으로 팬을 확보한 이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최진실을 특히 사랑하였고, 옥이이모의 옥소리의 순진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정도를 약간 지나쳐 내가 그녀들을 꽤나 사랑했던 이유는 그들이 1968년생으로 나와 동갑내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나에게 스타라기보다는 ‘동갑내기 연예인 친구’로 다가왔다. 갓 데뷔하던 시절 볼록하니 부풀어 있던 최진실의 눈물주머니가 문득 그립다. 지난 10월 집 근처 서점에서 남편이 보낸 문자를 통해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믿을 수 없어서 황망히 가방을 챙겨 거리로 나섰고, 며칠을 마음앓이를 했다.

누군가의 죽음은 우리가 그들과 함께 나누었던 모든 기억들을 거두어 간다. 추억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겨진다고들 하지만, 실상 추억이란 일상의 만남을 통해 기억이 진화한 결과다. 최진실과 함께 했던 우리의 기억들을 진화시킬 수 없어서, 청춘에 관한 애틋한 한 페이지를 잃어버릴 것 만 같다. 최진실이 그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 나와 함께 청춘의 열정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오랜 벗을 상실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랄하거나 수다스럽지 않은, 그러나 희랍의 여신(女神)같았던 옥소리는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청순한 이미지로 작품을 시작했다. 최근 그녀의 외도사실이 알려지자 소위 ‘밝히는’ 여자가 되었다가, 남편과의 성관계 횟수를 거론할 때는 듣는 이가 민망할 정도였다. 다시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알려지면서 ‘모성’의 편린들을 보여주며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젠 그녀의 이미지 변신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사랑스럽던 옥소리의 행보는 나에게도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내가 한때 사랑했던 동갑내기 연예인들의 상실과 시련을 보며, 몹쓸 비관(悲觀)이 휩쓸고 지나간다. 늦은 밤 인터넷에서 그녀들의 프로필을 보다 문득 놀랐다. 둘 모두 1968년 12월 24일생이었다. 혹자는 원숭이띠 음력 11월 5일생은 팔자가 드세고, 올해 유난히 고비를 맞을 운명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태어난 시각은 알 수 없지만 사주(四柱) 중 삼주(三柱)는 천고(天孤) 천복(天福) 천예(天藝)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 즉 외로움과 재물복 그리고 천부적인 예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마치 각본처럼 짜맞춘 듯 그녀들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들의 화려한 필모그래피와 더불어 추하고 안타까운 인생여정은 잘나가는 연예인이던 볼품없는 아줌마건 인생은 결코 녹록치 않은 것임을 시사한다. 1968년 성탄 전야에 태어난 아름다운 두 여인이 40년 세월 앞에서 휘청거릴 때 나도 문득 나의 40년을 돌아보게 된다.

※ 이 글은 아내가 쓴 글입니다. 
 별도의 티스토리를 만들라고 해도 저의 티스토리에 빌붙어 공생하려고 해서 <신변잡기>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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