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억새군락지인 화엄벌은 지난 1999년 처음으로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한동안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화엄벌은 펜스 덕분에 그나마 보호돼다 지난 2002년 당시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화엄벌 억새는 신불산 억새와 함께 키가 작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라 원효 대사가 당나라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양산 천성산(千聖山).

 원효는 이곳 천성산에 불국토를 꿈구고 89개나 되는 암자를 세웠다고 전해오지만 지금은 내원사 원효암 홍룡사 노전암 등 20개 가까운 암자들만 산문을 열어놓고 있다.
 정상에 군부대에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천성산은 산세가 빼어나 사시사철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명산으로 손꼽힌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산홍엽을 이루고 여름에는 내원사계곡 홍룡폭포 무지개폭도 등 계곡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가을이면 단풍과 더불어 화엄벌의 억새 장관이 산꾼들을 불러 모으고 겨울이면 내륙에선 아주 드물게 동해의 일출을 빨리 볼 수 있어 역시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그 중에서도 화엄벌 억새가 가장 유명세를 타 가을이면 유독 많은 산꾼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10여 년전부터 전국의 산을 소개하고 있는 국제신문 산행팀은 천성산을 지난 2001년 처음 소개했다. 지금이야 이따금씩 단발로 산을 소개하는 신문이 있긴 하지만 당시로선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신문 한 면을 할애하는 것은 국제신문이 유일했다.
 여기서 잠시 이창우 산행대장의 입을 빌린다.
 당시 이 코스를 소개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천성산 화엄벌이 신문에 보도된 후 지인들과 함께 다시 화엄벌을 찾았다. 하지만 화엄벌은 억새 탐승객들로부터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억새군락지로 안으로 들어가 많은 등산객들이 동그랗게 자리를 잡고 술과 가져온 음식을 곁들이며 화엄벌을 훼손하고 있었던 것. 더욱이 당시엔 지금처럼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대부분 갖고온 음식물 쓰레기를 그대로 방치한 채 하산을 해 화엄벌은 순식간에 쓰레기 하치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천성산 화엄벌을 소개한 산행팀은 이같은 사실을 양산시청 홈페이지에 알리고 화엄벌 보호를 위해 펜스와 같은 안전시설물의 설치가 시급하는 글을 올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뒤 얼마 안돼 고맙게도 지금과 같은 반반한 시설물은 아니지만 출입을 제한하는 시설물이 설치됐다.
 지난 1999년 처음으로 화엄벌이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그간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화엄벌은 펜스 덕분에 그나마 보호돼다 지난 2002년 당시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이를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지금과 같은 멋진 울타리가 다시 설치된 것이다. 지금은 화엄늪 감시 초소까지 생겨났다.
 산을 사랑하는 산꾼의 입장에서 본 작은 관심이 억새군락지인 화엄늪을 살리는 단초가 된 하나의 작은 사례인 것이다. 아래는 화엄벌의 또 다른 사진이다. 마음으로 담아가시길.


 얼마 전 '부산 5산 종주'를 세 차례에 걸쳐 끝낸 기자는 두 번째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부산 기장군 철마산을 어둠이 시작되는 오후 7시께 올랐다.
 조그만 정상석과 커다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었다. 문득 기자는 3년 전 이들 정상석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던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산행팀은 3년 전인 2005년 3월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소개했다. 당시 산행팀이 철마산에 올랐을 땐 지금의 커다란 정상석 대신 바로 옆의 조그만 정상석만 하나 달랑 있었다.
 문제는 산행팀이 다녀간 뒤부터 신문에 소개되기까지의 10일 정도 되는 기간 중에 부산의 '철마거문산악회' 회원들이 조그만 정상석 바로 옆에 커다란 정상석을 세웠다는 것.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평소에는 전혀 취급하지 않던 정상석 사진을 그날따라 신문에 게재까지 했으니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올 수밖에.
 전화내용이 거의 다 이랬다. "산행팀 정말로 철마산에 간 것이 확실합니까" 아니면 "신문에 난 그 사진은 언제적 사진입니까". 기자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은 당연지사.

 신문을 보고 철마산을 찾은 한 지인은 신문에도 없는 커다란 정상석이 새로 생긴 사실을 보고 그날 정상에서 모두들 "국제신문 산행팀이 정말 다녀간 것 맞냐"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아마 문의전화가 한달쯤 계속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문제가 된, 신문에 보도된 그 사진.


2007년 5월 두 번째 올랐을 때. 그 때는 철마산~백운산 코스였다. 철마산 정상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코스였다.
지난 9월 세 번째 올랐을 때. 정상석 뒤로 안내판도 새로 생겼다.
철마산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본 부산의 야경. 맞은편으로 백양산(왼쪽)과 금정산(오른쪽)이 보인다.

국내 최장 17㎞ 금정산성 일주하다(하)

산성은 일부 끊겨 있어도 그 흔적은 오롯이 남아
서문~496봉~고당봉 구간 부드러운 오솔길
금샘 제2금샘 미륵바위 등 볼거리 무궁무진
계곡에 세워진 서문, 예술적 감각 가장 앞서
 
 

금샘(金井).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빛 물고기(梵魚)가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그곳이다.


제2금샘. 부산학생교육원 뒤쪽에 있으며, 주등산로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이번 주 산행의 시점은 서문. 이 문은 금정산성 4대 성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져 있다. 화명동에서 산성마을을 향해 대천천을 따라 오르면 만난다. 17.337㎞나 되는 금정산성 성곽 중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지점에 위치한 서문 바로 옆에는 세 개의 아치를 이룬 수문이 조화를 이뤄 4개의 성문 중 예술적 감각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행은 서문~부부묘~도원사 사거리~중성 갈림길~도원사~전망대~부산학생교육원(사시골)~철탑~주능선(496봉)~ 석문~제2금샘 사거리~금곡동 갈림길~미륵사 갈림길~미륵사~미륵바위 전망대~북문 갈림길~고당봉(802m)~고당샘~금샘~금정산장~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무명안부~부채바위~제3망루~나비암~동문~산성고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정도.

서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이어지는 지형은 기존 금정산의 그것보다 험준하다. 기존의 금정산 관련 책자에도 이 지역은 등산로가 없는 것으로 표기돼 있을 정도다.

파류봉서 내려와 얼음골 입구에서 서문까지의 산성길을 개척한 산행팀은 이번엔 서문에서 496봉과 만나는 석문 능선을 향해 오른다.

서문 성곽을 즈려밟고 숲으로 들어간다. 예상대로 산길이 없어 산성을 밟고 오른다. 9분 뒤 농짝만한 바위군 앞에선 좌측으로 우회, 급경사길로 오르다 다시 산성을 넘어 우측 산길로 간다.
   
부부묘를 지나 찔레꽃을 감상하다 보니 순간 산성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발밑 흙길이 산성이다. 우측 민가는 죽전마을 82번지. 이내 사거리. 왼쪽은 도원사 방향, 직진한다. 이내 사라졌던 산성 측면이 보여 능선이 휘어짐을 알 수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갈림길. 개발제한구역 표시석이 서 있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은 중성(中城)으로 제4망루와 연결된다.
   
3분 뒤 도원사. 허름한 요사채 뒤로 용왕당과 산신각이 있다. 직진하면 50m 뒤 큰 바위군이 길을 막고 있고, 그 앞 계단은 기도처 가는 곳. 산행팀은 계단을 15m쯤 못가 우측 희미한 길로 간다. 묘지 2기를 잇따라 지나 묵은 산길을 따라가며 지능선을 자연스레 넘으면 전망대에 닿는다. 왼쪽으로 낙동강이, 발밑에는 학생교육수련원과 산성이, 정면으론 철탑 좌측 암봉인 496봉이 보인다. 이 암봉에서 우측으로 소위 석문 능선이라 불리는 마루금을 따라가면 고당봉을 만난다. 또 496봉으로 이어지는 곡선형의 산성 또한 가만히 살펴보면 숲 사이로 확인된다. 산행팀이 향후 오를 경로의 큰 그림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깔끔히 정비된 200m쯤 되는 산성을 밟고 지난다. 사시골 계류가 성 아래로 흐르는 이 구간은 지리나 설악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부산학생교육원에서 가장 잘 보이는 지점의 산성은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잡풀이 웃자라 산길이 아예 없다. 하던대로 산성을 좌우로 넘나들며 상대적으로 걷기 쉬운 길을 찾아 가다 이 마저 여의치 않으면 산성을 밟고 오른다. 이따금 돌이 흔들려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재미도 있고 스릴도 있다.
   

다 허물어져 가는 산성길도 지난다.

숲에 가려 허물어진 성곽은 내버려두고 있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철탑을 지나 정면으로 암봉이 보일 무렵 성벽을 넘어서면 지난 가을 모습 그대로의 수북한 카키색 낙엽길도 걷고 잡풀을 뚫기도 한다.

마침내 주능선. 말끔한 산성에서 40분 소요. 왼쪽은 화명 금곡동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5분 뒤 등로 우측에 전망대. 서문에서 방금 올라온 등로와 저 멀리 고당봉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금정산 종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한 굽이 돌면 석문(石門) 하나가 황량하게 옛 모습 그대로 서 있다. 물리재 끝에 있어 흔히 물리재 석문이라 불린다. 향토 학자들은 이 곳을 장골봉이라 부른다.

물리재 석문(石門). 학자들은 장골봉이라 부른다.


이 석문은 건물이 없는 일종의 망대다. 지금은 석문과 함께 세웠을 건물이나 다른 시설은 오간 데 없다. 바로 옆에는 '고당봉 3.6㎞'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이때부터 산성과 함께 부드러운 오솔길이 기다린다. 금정산에 이처럼 한적하고 운치있는 산길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주변엔 송림이 울창하고 낙동강도 조망된다.

이어 성 쪽에 석문을 빼닮은 문이 하나 보인다. 암문(暗門) 또는 야문이다. 적군 몰래 아군이 드나들던 문이다.

암문(暗門) 또는 야문. 적군 몰래 아군이 드나들던 문이다.


이 문을 지나면 이내 사거리. 왼쪽은 금곡, 오른쪽 학생교육원 또는 정수암 방향이다. 잠시 교육원 가는 길 우측 소나무 사이로 가면 물이 제법 고여 있는 바위가 눈에 띈다. 제2금샘이다. 주변의 크고 작은 형상의 기암괴석들도 눈길을 끈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금곡동 갈림길을 지나 8분 뒤 또 갈림길. 이정표는 우측 미륵사 방향으로 접어들면 보인다. 절은 불과 300m 떨어져 있다. 의상 대사가 범어사를 세웠던 신라 문무왕 18년인 678년 바로 그 해에 원효 대사가 창건한 기도 도량인 천년고찰 미륵사 뒤편의 미륵바위는 웅장한 기개에 힘이 넘친다.

의상 대사가 범어사를 세웠던 신라 문무왕 18년인 678년 원효 대사가 창건한 기도 도량인 미륵사. 염화전 뒤 미륵바위는 웅장한 기개에 힘이 넘친다.

 
염화전 좌측 미륵바위 아래 위치한 독성각 한쪽에는 원효가 왜적에 맞서 신라 장군기를 꽂았다는 전설의 구멍이 바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미륵사에선 절 입구 화장실을 지나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8분쯤 오르면 다시 주능선에 닿는다. 3분 간격으로 잇단 전망대를 지나면 갈림길. 이제 고당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우측은 고당봉을 거치지 않고 북문 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눈앞에 보이는 고당봉 좌측 입석을 경유해 올라간다.

8분 뒤 고당봉 직전 갈림길. 곧바로 오르는 것은 무리라서 왼쪽으로 우회해 수 차례 험로를 거쳐 상봉을 향한다.

뾰족봉우리가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이다.


고당봉은 마지막 갈림길에서 12분 걸린다. 북으로 장군봉 천성산, 동으로 계명봉과 계명암, 남으로 원효봉 의상봉, 서쪽으로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 주변의 봉우리는 죄다 확인되는 거칠 것 없는 조망이다.

정상인 고당봉에서 본 북쪽의 장군봉.


하산은 고모당을 지나 10분이면 고당샘에 닿는다. 북문으로 가도 되지만 왼쪽으로 400m 거리에 금샘(金井)이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빛 물고기(梵魚)가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그곳이다.

2분 뒤 만나는 첫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그 이후부턴 '금샘 가는길'이란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마지막에 밧줄을 잡고 올라서면 바위 위에 제법 깊은 물이 고여 있다. 앞서 본 제2금샘과 차원이 다른 비범함 그 자체다.

고당샘에서 북문까진 10분이면 닿는다. 북문에서 왼쪽은 범어사, 오른쪽은 옛 천주교 목장. 산행팀은 동문(4㎞) 방향으로 직진한다.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인 이 길은 사실 산행지로서의 기능은 이미 상실했다고 흔히 말한다.

금정산 북문. 직진하면 범어사, 우로 가면 동문 방향이다.


이제 성곽을 따라 걷는다. 북문 쪽에서 바라보는 금정산성의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15분 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선다. 원효봉(687m)이다. 최근에는 패러글라이딩의 출발점으로 애용된다. 원효봉에서 내려와 우측 너른 등산로 대신 왼쪽 성벽 능선을 택하면 제4망루에 닿기 전 뾰족한 돌산에 선다. 의상봉(641m)이다. 멀리서 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닮아 사자봉으로도 불린다. 그 옆(동쪽)으로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 뻗어있다.

원효봉 쪽에서 본 남쪽의 금정산성.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뾰족봉이 의상봉, 그 왼쪽이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다.


이어 산불초소를 지나면 제4망루. 방금 온 북쪽으로 돌아보면 의상봉 원효봉 고당봉이 한눈에 펼쳐지고 서쪽으로 중성이 이어진다. 다시 남행. 7분 뒤 너른 터에 닿는다. '현 위치번호 808'이라 적힌 팻말이 있는 무명안부로 북문에서 동문까지의 중간 지점이다. 흔히 범어사 입장료를 아끼기 위해 절 바로 아래 상마마을에서 올라오면 만나는 곳이 바로 여기다.

무명안부에서 한 굽이 돌면 부채바위 가는 길. 멀리서 보면 하나의 암장이지만 막상 다가가서 보니 두 개로 갈라져 있다. 앞쪽이 동자바위, 뒤쪽이 부채바위다. 여기서 좀 더 걸으면 제3망루가 기암절벽 위에 절묘하게 얹혀 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나오면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한 형상을 한 나비암.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한 형상을 한 나비암. 제3망루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구서동, 산행팀은 우측 너른 등산로 쪽으로 간다. '현 위치번호 809'라 적힌 팻말이 서 있다. 나비안부다. 20, 30년 전엔 할머니 파전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이곳에서 동문까진 20분 정도 걸리고, 동문에서 성곽을 따라 다시 8분 뒤면 산성고개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나비안부, 오래 전 산꾼들의 단골 야영 장소

지난해 작고한 부산대 지리교육학과 오건환 교수는 부산의 진산 금정산을 일컬어 "산정은 성채와 같고 산릉은 성곽과 같다"고 말했다. 아마도 금정산을 이처럼 명쾌하고 적확하게 표현한 문장은 없으리라.

서문을 지나 부산학생교육원이 보일 무렵의 산성은 북문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구간과 마찬가지로 산성이 말끔하게 정비돼 있다. 사시골 계류가 흐르는 이곳은 알고 보니 학생교육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숲에 가려 허물어진 성곽은 내버려두고 눈에 보이는 부분만 정비해 놓고 있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나비안부를 지나면서 이창우 산행대장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25, 26년 전의 상황을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나비안부는 인근의 무명안부와 함께 바위를 타는 산꾼들의 단골 야영 장소. 현재의 꽝꽝나무(팻말 걸려 있음) 아래에 샘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20m쯤 떨어진 지점에 호스로 연결돼 있다.

나비안부에는 또 항상 한 할머니가 파전을 부치고 있어 당시 가난한 대학생 산꾼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금정산성 성내의 총 면적은 대략 251만 2000평. 부산대학 부지의 5배쯤 된다.

# 교통편-지하철 화명역 인근에서 마을버스 1번 타야

지하철 2호선 화명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40m쯤 걸으면 백양주유소. 이 주유소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곧바로 '와석' 버스정류장이다. 여기서 마을버스 1번을 타고 서문 입구에서 내린다.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요금은 1000원.

날머리 산성고개 남문 입구 정류소에선 203번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맞은편에서 내린다. 15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국내 최장 17㎞ 금정산성 일주하다(상)
산성고개~남문~서문~고당봉~북문~동문 17㎞ 대장정
국내 최장 산성 … 그 자체가 예술작품
"뻔한 산길" 막상 일주한 등산객 드물어
파류봉 내려와 얼음골 입구~서문 개척

평평바위에 본 향후 오를 봉우리들. 왼쪽부터 망미봉 상계봉 파류봉.

금정산 제2망루

금정산 남문.

등산로는 금정산성과 나란히 내달린다.

금정산은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만큼 산사면에 기암괴석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이를 두고 흔히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부른다.

 

파류봉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파류봉 인근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류봉과 금정산 주능선. 이곳에 서면 금정산성이 한눈에 펼쳐진다. 사진 왼쪽 부산학생교육수련원 뒤 고당봉에서 우측으로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제4망루와 중성, 나비암 등이 금정산성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다.

파류봉에서 얼음골로 내려서는 하산길도 만만찮다.

금정산성 서문.

서문은 금정산성 4대문 중 유일하게 계곡에 위치해 있다.



금정산성 일주를 한번 해보신적이 있나요'.

일전에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아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금정산이 화두로 떠오르자 한 지인은 우스갯소리로 "한 30년 동안 금정산을 훑고 다니다 보니 금정산에 관한 한 내가 이창우 대장보다는 한 수 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금정산성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나 전망 좋은 곳에만 말끔하게 단장을 해놓고 인적이 드문 곳에는 아예 방치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는 주장과 그래도 지금처럼 그대로 두는 것이 한편으로 오랫동안 보존하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다.

그날 뜻밖에도 새로운 사실이 하나 나왔다. 놀랍게도 참석자 모두 금정산성을 일주한 적이 없다는 것.

그랬다. 금정산에 관해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금정산성 일주와 관련해선 누구하나 정색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왜 그런 생각을 못했었지"라는 반응이었다. 재밌는 점은 이창우 대장도 여태까지 산성 일주는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금정산 주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긴 타원형을 이루고 있는 금정산성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밟아 보지 않았다는 문제의 구간은 파류봉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얼음골 입구~서문.

이참에 산행팀은 총 길이가 17.337㎞로 국내 최장인 금정산성을 두 번에 걸쳐 나눠 돌아봤다.

부산시 사적 제215호인 금정산성은 성 자체가 예술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북문 쪽에서 원효봉 의상봉 방향으로 바라보는 비교적 평탄한 마루금에의 쭉빠진 각선미는 일품이다.

산행은 남문입구 산성고개(목장승)~전망대~평평바위~제2망루~남문~망미봉~헬기장~사거리~상학산 상계봉(640m)~제1망루터(638m)~파류봉(파리봉·615m)~임도~산성로~서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25분. 전체적으로 평이한 길이며 문제의 구간인 얼음골 입구에서 서문까지는 산행팀이 개척했다.



남문 입구 정류장인 산성고개에서 하차, 길을 건너 너른 임도 대신 그 왼쪽에 열린 산길로 오른다. 목장승을 지나 산성과 나란히 내달리는 산길을 따라 간다. 이번 산행에선 길찾기가 애매모호할 경우 산성만 따라가면 된다.

   
 4, 5분 뒤 이창우 대장은 등로 좌측에 암벽타기를 많이 하는 대륙암이 있지만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첫 전망대는 들머리서 10분 뒤. 고당봉을 위시해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등과 회동수원지 아홉산 윤산 배산 금련산 황령산 광안대교 장산 달음산 일광산 철마산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잠시 후 능선이 휘어지며 어느 한 정점에 도달한다. 대륙봉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워 신경을 써야 확인 가능하다.

이제 정면으로 맨 왼쪽부터 망미봉 상계봉 파류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곧 아주 너른 바위에 닿는다. 평평바위이다. 향후 지나갈 능선이 한눈에 확인되고 바위 우측에 '남문 1.4㎞'라 적힌 조그만 이정표가 서 있다.

평평바위를 가로질러 간다. '금정산 역사탐방로' 안내판을 지나면서 10여 분간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지다 완경사 오름길로 여유롭게 걷다 보면 어느새 제2망루. 쓰러지기 직전인지 쇠기둥을 덧대 보기가 흉칙하다.

곧 만나는 임도를 가로질러 산성을 따라 내려서면 잘룩이 고개에 위치한 남문. 신라의 축조 기법이 깃들어 있다는 소박한 모습이다.

남문에선 양갈래길. 우측은 수박샘을 거쳐 상계봉으로 가는 길, 산행팀은 이정표 상의 '파류봉 상계봉 제1망루'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름길이다. 소나무 뿌리가 다 드러난 황폐한 산길이다. 5분쯤 뒤 산길 왼쪽 바위에 밧줄이 걸려 있어 이를 잡고 오르면 전망이 아주 좋다. 곧 만나므로 직진해도 상관없다.

다시 산성을 따라 걷는다. 정면의 암봉이 망미봉이다. 이곳에 서면 고당 원효 의상봉 등 금정산의 진면모와 기장 울주 및 양산의 산들이 확인된다.   
 
왼쪽 상계봉 쪽으로 내려섰다 올라서면 헬기장. 백양산과 구덕산 엄광산이 손에 잡힌다.

다시 산성을 따라 내려선다. 이때부터 낙동강과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만큼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금정산의 재발견' 저자이자 전 국제신문 최화수 논설고문은 이를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표현했다. 산성로를 기준으로 북쪽의 금정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한 반면 상계봉을 기점으로 한 남쪽은 남성적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사거리에서 직진, 등산로와 산성길의 두 갈래 중 산성을 따라 간다. 8분 뒤 갈림길. 왼쪽 상계봉 가는 길, 직진하면 상계봉을 가지 않고 제1망루와 파류봉 가는 길이다. 상계봉은 산성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고당봉과 함께 금정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라 빼놓을 수 없었다.

갈림길에서 상계봉까지는 대략 7분. 도중 뾰족하게 솟은 기암이 만들어 놓은 형상은 절묘하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오다 '산불 조심'이라 적힌 바위를 지나 50m쯤 가면 갈림길. 파류봉 가는 왼쪽 오름길로 향한다. 상계봉에서 10분 뒤 제1망루터에 닿으면서 산성과 다시 만난다. 제1망루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붕괴된 후 아직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직진하면 세 갈래길. 가운데 길로 내려서면 모처럼 한적한 소로. 이 소로 좌측 산성 뒤로 불모 신어 동신어 백두 돛대 무척산 등 김해 쪽 연봉과 낙동강 본류 및 서낙동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장관이다.

이어지는 보석같은 산길. 장방형의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금정산성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잇단 전망대가 기다린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산성 역할을 하는 이곳 전망대는 금정산의 웬만한 곳은 거의 다 조망할 수 있다. 우측 발 아래는 공해마을.

파류봉은 전망대에서 10분 거리. 최근 조성한 전망 덱이 있고, 이 길로 내려서면 화명정수장을 거쳐 화명전철역으로 갈 수 있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꽤 험한 암릉을 통과한다. 밧줄이 있어 걱정은 없지만 분명한 건 발 아래 수십m의 낭떠러지라는 점이다. 몇 차례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통과하면 산성을 따라 난 능선길을 만난다.

처음엔 산성 높이가 제법 되고 뚜렷하지만 내려올수록 일부 지점에선 무너져 있고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30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북구와 금정구의 경계지점으로 왼쪽은 얼음골을 거쳐 화명정수장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공해마을 가는 길이다.

서문으로 가기 위해선 직진한다. 여기서부터 산성로까지의 구간이 산깨나 탄다는 금정산 산꾼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구간이다. 길 좌측 밭 옆으로 산성은 계속된다.

100m쯤 뒤 왼쪽 숲으로 들어가 산성을 넘으면 산길이 보이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진행하기엔 막막하다. 다시 산성을 넘어서니 산성 우측으로 길이 있다. 산성 우측 바로 옆에는 허름한 독립가옥이 한 채가 보인다. 밭을 일군 흔적이 있어 거주하고 있는 듯하다.

조금 더 전진하면 이번엔 산성 좌측으로 흑염소 농장이 있고 여기를 지나면 산성 좌우에 마땅한 산길이 없어 산성을 밟고 간다. 결국 산성을 중심으로 좌우 산길로 가거나 이마저 없으면 할 수 없이 산성 위로 걷는 셈이다. 어폐가 있는듯 하지만 완전히 '금정산 개척산행'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흔한 안내 리본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예외로 '부산시장기 등반대회' 코스 안내 리본이 몇 개 보였지만 이마저도 산성길을 뚫지 못해 결국 우측으로 우회시켜 놓았을 정도로 난코스이다.

산성로로 다가갈수록 산성과 점차 멀어진다. 결국 30분 뒤 산성로에 닿는다. 여기서 화명동 방향인 왼쪽으로 150m쯤 가면 볼록거울(반사경)이 둘 있는 금정구와 북구의 경계에 선다. 산성 대신 바위군이 주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지점엔 철조망이 쳐져 있다. 볼록거울 사이로 성을 따라 내려서면 곧바로 서문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파류봉·파리봉 둘 다 사용

현존하는 금정산성은 조선 숙종 29년인 1703년 동래부사 박태항이 쌓았다. 학계에서는 축성 기법으로 미뤄 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문헌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금정산성에는 4개의 성문과 4개의 망루 그리고 석문이 있다. 이번 코스에서도 남문과 서문, 제2망루와 제1망루를 만난다. 하지만 성문과 망루 앞에는 모두 금정산성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을 담은 똑같은 안내판만 있을 뿐 남문인지 제1망루인지를 알려주는 설명이 하나도 없다.

이번 코스의 날머리 서문은 금정산성 4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져 있다. 지난해 9월 폭우로 인해 아치형 수문 아래 위 석축이 무너져 현재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이면 완공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산성로에서 서문으로 내려서는 진입로엔 현재 '공사 중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있지만 서문 위로 지나가기 때문에 내려가도 공사에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 교통편 - 203번 타고 남문 입구 하차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넌다. 온천장역 맞은편에서 온천장역과 산성마을 죽전부락 사이를 오가는 203번 시내버스를 타고 남문 입구(산성고개) 정류장에서 내린다.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500원.

날머리에서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화명동으로 가는 금정1번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2호선 화명역으로 갈 수 있고, 또 하나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죽전부락까지 가서 203번 버스를 타고 온천장역으로 가면 된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금정산 계명봉~장군봉~고당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낙동정맥 284봉을 지나 만나는 벼랑끝 너른 전망대에서 서면 계명봉(왼쪽)과 장군봉(오른쪽) 그리고 그 사이로 저 멀리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아랜 경부고속도로.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장군봉 정상.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장군봉 정상.
장군봉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 저 멀리 부산 5산종주의 첫 기착지인 해운대 장산이 보인다.
고당봉 정상.
고당봉 뒤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의 물줄기가 보인다.
금정산 북문. 문을 통과해 내려서면 범어사, 우로 가면 동문.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서 바라본 최내 최장 금정산정. 정면으로 의상봉 무명바위가 보인다.
금정산 동문.


 이번 주는 부산 5산 종주의 마지막 구간. 이하봉~계명봉~장군봉~금정산 고당봉~백양산으로 이어진다. 해운대에서 출발해 기장군을 가로지른 후 이번엔 양산을 찍고 부산에서 끝을 내는 일정이다.

기장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번 구간도 산행팀은 산악 마라토너들과 달리 불가피하게 피할 수 없는 임도 구간을 제외하고는 능선과 능선을 이었음을 밝혀둔다.

산줄기 잇기 개념으로 접근하면 부산 5산 종주 코스는 기장군 소두방재에서 용천지맥과 헤어진 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 계명봉 못 가서 낙동정맥과 만난 후 줄곧 낙동정맥길로 이어진다.

  
구체적 여정은 양산시 동면 동면우체국~감만조경~이하봉(222m)~임도~사거리(낙동정맥 갈림길)~284봉~지경고개(녹동육교)~농장 가로질러~밀양 박씨묘~계명봉(599m)~잇단 고당봉·장군봉 갈림길~장군평전(억새군락지)~장군봉~장군샘~금정산 고당봉~고당샘~금정산장~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무명안부~부채바위 갈림길~나비안부~동문~산성고개~대륙봉~케이블카 정상~남문~만덕고개~철학로~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산불초소(돌탑봉)~불태령~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순. 동문까지 걷는 시간만 5시간50분, 동문에서 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까지는 5시간 정도 걸린다.


양산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려 영천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으로 간다. 동면우체국과 길모퉁이 '10번지 식당' 그리고 하천을 잇따라 지나 우측으로 가면 간이화장실. 좌측 너른터를 가로지른다. 알고 보니 '감만조경' 마당이다. 산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갈림길. 우측 능선 끝으로 가면 입구에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7, 8m쯤 올라가면 '부산 5산 종주 들머리, 이하봉 0.4㎞'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8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전망대. 정면 철마산을 기점으로 좌측 백운산, 우측으로 거문산이 손에 잡힌다. KTX 철로공사가 한창인 7번 국도 건너편이 기장 철마면, 산행팀이 오르는 이곳이 양산시 동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들머리에서 18분이면 이하봉(222m)에 올라선다. 작은 팻말이 걸려 있다. 조망은 없지만 숲 사이로 뾰족봉인 계명봉이 얼핏 보인다. 내려서면 밤나무밭을 지나 임도. 잡풀이 우거져 삭막하지는 않다. 5분 뒤 너른터. '전망대'란 팻말이 걸려 있을 만큼 시야가 트인다. 우측 저 멀리 운봉산에서 뻗어 내려오는 낙동정맥과 그 뒤 천성산이 확인된다. 여기서 친절하게 걸린 '등산로' 안내 팻말을 따라 좌측으로 올라선다. 키 큰 억새길을 거쳐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갈림길. 흔히 반듯한 좌측길로 가기 쉽지만 산행팀은 우측으로 올라선다. 이후부터 산길 좌측은 부산CC와 연결된다.
    
야산이지만 아름드리 나무가 간혹 눈에 띄는 등 숲이 생각보다 울창하다. 5분 뒤 사거리.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낙동정맥과 만나는 지점이다. 직진한다. 이제부턴 낙동정맥 종주길이다. 지그재그 된비알로 8분 정도 힘겹게 올라서면 암봉인 284봉. 비로소 계명봉과 그 우측으로 고당봉 장군봉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3분 뒤 길 우측에 벼랑끝 너른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으로 경부고속도로와 방금 본 계명 고당 장군봉이, 그 우측으로 낙동정맥이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낮은 능선, 그리고 저 멀리 선암산 토곡산 등 양산의 산과 염수봉 시살등 영축산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도 희미하나마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12분이면 도로(지경고개)에 내려선다. 바닥에 '5산 종주'라고 적혀 있다. 좌측은 부산CC, 산행팀은 우측 녹동육교를 건너 부산~양산 지방도를 건너 우측으로 간다. 부산-양산 시경계 안내판을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올라선다. 입구에 '자두농원'이라 적힌 간판이 서 있다. 포장로를 따라 7분쯤 오르면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직진형 왼쪽으로 가면 독립가옥을 가로질러 곧바로 산으로 오르는 너른 길이 열려 있다. 오른쪽으로 가도 역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왼쪽에 보인다. 두 길 모두 잡풀이 무성한 개활지 좌우 끄트머리로 올라 숲으로 진입한 후 밀양 박씨묘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 앞에서 만난다. 두 곳 모두 리본을 걸어 놓았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오른다. 코가 땅에 닿일 만큼 급경사다. 6분 뒤 밧줄을 잡고 오르면 전망대. 정면으로 천성산과 그 우측으로 대운산 석은덤 철마산 거문산 등이 보이고 발 아래론 방금 지나온 능선길과 부산CC가 한눈에 펼쳐진다.

  
계명봉은 전망대에서 5분이면 올라선다. 계명봉은 오래전엔 독립봉으로 보고 계명산으로 불렀지만 지맥이 금정산과 이어져 있어 계명봉으로 불린다. 돌무더기로 쌓은 제단 위에 검은색 키작은 정상석이 서 있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금정산 주능선 쪽으로는 시야가 트여 있다. 고당봉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부채바위 나비암이 확인된다. 좌측은 계명암 범어사 봉화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안부 갈림길. 왼쪽은 범어사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임도, 산행팀은 장군봉을 향해 직진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 임도로 고당봉 아래로 달린다.

이어지는 산길. 도중 작은 계곡을 두고 길이 갈린다. 둘은 만나지만 계곡 건너편 길이 주 산길이자 능선길이다. 9분 뒤 임도 같은 갈림길. 오래전 철탑을 세우기 위해 만든 길로 왼쪽은 고당봉,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한 굽이 올라서면 우측으로 샛길이 열려 있다. 지름길이자 원래 산길이다. 그늘진 오르막 숲길이다. 15분쯤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전망대에 선다. 정면으로 5산 종주의 출발점인 바다를 낀 장산을 시작으로 기장과 양산을 거쳐 지금까지 내달려온 능선길과 봉우리가 한눈에 가늠된다. 우측으론 고당봉이, 발아랜 내원암과 범어사도 확인된다.

6분 뒤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갈림길. 왼쪽은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 산행팀은 낙동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장군봉을 찍고 고당봉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소위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이 시작된다. 낙동강을 배경삼아 펼쳐지는 키작은 억새의 몸부림이 살갑게 다가온다.

 9분이면 장군봉에 올라선다. 멀리서 보면 장군의 늠름함이 느껴져 구덕산악회 고 장두석 회장이 이렇게 명명한 후 일반화됐다고 전해온다. 가덕도 연대봉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봉화산 보배산 굴암산 불모산 신어산 무척산 오봉산 토곡산 선암산 천마산 오룡산 영축산 천성산 대운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왔던 길로 내려간다. 갈림길서 좌측 낙동정맥 갈림길 방향 대신 우로 내려선다. 15분 뒤 장군샘.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내달리면 조그만 바위 앞에 눈길이 꽂힌다. '梵魚寺基(범어사기)'라고 음각된 화강암이다. 범어사의 토지 경계를 알리는 이른바 석표(石標)다.

이어 잣나무길을 지나 산죽길을 벗어나면 마애불 갈림길. 마애불은 80m쯤 내려가면 만난다. 1000년의 오랜 성상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방문객을 맞아 준다. 다시 잣나무 숲길. 정면에 고당봉의 암벽이 웅장하다. 곧 임도와 만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계명봉에서 내려와 이 임도로 올라온다.

이제 산행은 반듯한 길의 연속. 고당봉은 불과 600m. 금정산 특유의 보석 같은 바위들이 산사면에 속속 박혀 있다. 기암괴석들은 괜히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과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불렀겠는가.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풀과 한 화면에 넣으면 멋진 풍광으로 다가온다.

이내 정상 직전 갈림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하지만 산악마라토너들은 좌측길로 돌아 고당샘으로 내려온다. 고당봉을 우회하는 셈이다. 바위길을 올라 나무계단과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이내 고당봉. 8분쯤 걸린다. 거칠 것 없는 조망이다. 북으로 장군봉 천성산, 동으로 계명봉, 남으로 원효봉 의상봉, 서쪽으로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이 보이고 1300리를 흘러온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다.

북문을 향해 내려선다. 수백년간 비바람을 맞고 자리해오고 있는 당집인 고모당과 고당샘을 지나면 금정산정과 북문. 샘터인 세심정도 있다. 20분 걸린다. 왼쪽 북문을 통과해 내려가면 범어사, 오른쪽 임도 방향은 옛 천주교 목장을 지나 산성마을, 산행팀은 동문(4㎞) 방향으로 직진하며 오른다.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인 이 길은 등산로가 아니라 트레킹 코스라 해야 더 어울린다. 잘 정비된 너른 돌계단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단단해진 흙길은 실망스럽지만 국내 최장 금정산성의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15분이면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 올라서고 이어 의상봉도 지난다. 의상봉은 멀리서 볼 경우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빼닮아 사자봉으로도 불린다. 그 옆(동쪽)으로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 뻗어 있다.

중성과 연결되는 제4망루를 지나면 북문과 동문의 중간지점인 무명안부. 오래전 암벽등반을 하던 산꾼들은 여기서 텐트를 치고 무명암과 부채바위를 오갔다. 나비 안부는 여기서 13분 뒤. 20, 30년 전 할머니 파전으로 유명했던 이곳에는 '구서동 2.9㎞'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산행은 막바지. 나비안부에서 동문은 20분 걸리고, 여기서 산성로 버스정류장까지는 5분 소요된다.

산행팀은 여기서 산행을 접었다. 동문에서 백양산을 거쳐 어린이대공원까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데다 거의 외길이어서 길찾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여정은 산성고개~대륙봉~제2망루~케이블카 정상~만덕고개~자연학습장~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돌탑봉(산불초소)~불태령(주지봉 갈림길, 돌탑봉)~백양산 직전 낮은 돌탑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내 학생문화회관 순이다. 동문에서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장군샘, 지역 산악인 최남준씨팀 조성, 공로상감


장군봉에서 고당봉 가는 길에 위치한 일명 장군샘은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 씨가 후배 산악인인 조병주 김무길 그리고 최근 타계한 김희조 씨와 함께 사비를 들여 만든 샘터이다. 최 대장은 금정산의 장군샘 이외에도 남문 인근 수박샘, 동문 인근 북바위샘도 역시 사비로 후배들과 함께 조성했다.

최 씨를 잘 아는 한 지인은 "약수터 조성을 위해선 돈은 물론이고 장마철 평상시 갈수기 가뭄 때 등 적어도 네다섯 번 정도를 가야 하는 성의가 있어야 된다"며 "산을 사랑하지 않으면 엄두도 못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 악계에서 단연 공로상감이지만 아직까지 이를 아는 산꾼들은 드물다.

장군봉의 정상석에는 해발고도가 734.5m라고 표기돼 있지만 국토정보지리원의 최신판 지형도에는 737m로 정정돼 있다. 산행팀은 최신판의 해발고도를 따랐다. 계명봉에도 601.7m로 적혀 있지만 새 지형도에는 599m로 표기돼 있어 역시 최신 버전을 따랐음을 밝혀둔다.


◆ 교통편 - 울산행 버스 타고 양산시 '동면우체국' 정류장서 하차

지하철 1호선 노포동종합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울산 가는 아무 버스나 타고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린다. 환승을 하기 위해선 부산 버스를 타야 하지 않을까. 날머리 동문에서 오가는 산성 버스의 배차 간격은 20분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음식 갈대 한약 한우 … 입맛대로 골라 가을축제 현장으로

 
 유난히 파랗고 높은 청명한 가을 하늘. 일년 중 가장 나들이하기 좋은 쾌적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에서는 잇단 축제를 마련, 전국의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축제의 주제 또한 먹을거리 갈대 역사 유적 탈춤 한약재 등산 등 선택의 여지가 아주 많아 자녀 교육 등 가정 형편에 따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 가을 한번쯤 가봤으면 하는 가을 축제를 선정, 추천한다.
  
#축제로 남도땅이 떠들썩

     
예부터 남도 음식은 누가 뭐래도 전국 최고로 손꼽힌다. 오죽했으면 미식가들은 천하절색을 마다하고 남도의 여성을 배우자로 삼으려 했을까. 이런 남도의 맛깔스런 전통음식과 멋 그리고 풍류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축제가 열린다. 오는 9~13일 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 개최되는 제15회 '남도음식문화 큰 잔치'가 바로 그것.

올해부터 전남도 대신 순천시가 도맡아 전시 위주에서 관광객들이 출품작을 맛볼 수 있게 콘셉트를 바꿨다. 전남도 22개 시군이 모두 부스를 만들어 출품작을 판매할 계획이라는 것.

또 남도 발효음식 역사관, 발효식품 생태환경관, 남도 차와 그릇 전시관, 남도 전통민속주 특별관 등 기획전시를 비롯해 남도 음식대전, 다문화가정 음식열전, 푸드스타일링 열전 등 경연대회도 마련된다.

 체험마당으론 낙안읍성 체험, 수문장 교대식, 다문화가정 합동 전통혼례도 마련된다. 행사장 인근에는 전국에서 물좋기로 소문난 낙안온천도 있어 피로는 반드시 여기서 풀고 가자.

     순천만 갈대(위)와 용머리 전망대에서 본 순천만 전경. 

'2008 순천만 갈대축제'는 28일~11월 4일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에 에워싸인 순천만은 총연장 40㎞, 개펄 2640만 ㎢, 갈대밭 99만 ㎢로 단일 갈대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겨울이면 흑두루미 재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 희귀종도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은 사실 갈대축제가 아니더라도 이맘때면 전국의 관광객들이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즐겨 찾는 명소 중 명소. 순천만 둘러보기는 거의 동선이 정해져 있다. 먼저 대대포구 입구에 위치한 '순천만 자연생태관'에서 순천만을 대략적으로 예습한 후 대대포구로 장소를 옮겨 소설 '무진기행'의 주무대를 둘러보자. 포구 입구엔 '무진길'이라 적힌 안내판도 보인다.
 철새 탐조선과 순천만의 그 유명한 낙조도 빠뜨리지 말자. 탐방로를 지나 산으로 20분쯤 오르면 용머리 전망대를 만난다. 이곳에서 보는 순천만의 낙조는 일대 장관이다. 축제 기간에는 갯벌체험 철새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과 각종 음악회 및 인형극도 열린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곡성군은 '2008 심청축제'를 2~5일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개최한다. '효' 축제인 심청축제에선 한복을 갈아입고 큰절을 올리는 효행체험 등 현대인들에게 잊혀져가는 전통의식을 아련하게 떠오르게 해준다. 축제장소인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전라선 폐선을 활용, 증기기관차를 타고 17.9㎞의 섬진강변을 달리는 옛 기차역이 있어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 인근에는 섬진강 자연생태공원, 구산선문 중 하나인 태안사, 천년고찰 도림사가 위치해 있어 이래저래 볼거리가 넘쳐난다.

산꾼들을 위해선 장흥 천관산 정상 연대봉과 억새능선상의 환희대 사이에서 5일 천관산 억새제가 열린다.

전북 김제에선 5일까지 추수를 앞두고 농경문화를 소재로 한 '지평선 축제'가 김제 벽골제에서 열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선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들판을 바라보며 한 폭의 동양화 속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황금벌판 우마차 여행, 벼 추수 체험, 메뚜기 잡기, 가마니 짜기, 새끼 꼬기, 허수아비 만들기, 연날리기, 짚 공예 등 농경문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지평선 축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로 선정될 만큼 내실있고 알차다.

 
전북 고창에는 오는 18~21일 고창 모양성제가 열린다. 단종 원년 외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이 축성한 자연석성곽인 모양성(고창읍성)은 선운사,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고인돌군과 함께 고창을 대표하는 볼거리. 머리에 돌을 이고 모양성곽 위를 걸으면 무병장수하고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와 축제기간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영남지역 축제도 많고 많다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은 5일까지 하회마을 등 안동시 일원에서 열린다. 지난 1997년 처음 열린 이래 2001~2006년 6년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고, 지난해 말에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뽑힐 만큼 콘텐츠가 탁월한 데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특히 이 행사는 외국인 선호도에서 전국 축제 중 1위여서 축제기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신명나는 탈춤, 살맛나는 세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내 19개 탈춤 공연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리투아니아 등 7개국 10개팀의 공연 등 모두 250여 개의 크고 작은 행사가 펼쳐진다. 또 세계 각국의 탈 500여 점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세계 탈 특별전시회도 개최된다. 일반인들을 위한 탈춤 따라 배우기 자리도 마련된다. 축제장 곳곳에는 헛제삿밥과 간고등어 등 안동 지역 전통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탈춤 이외에도 안동을 찾으면 하동마을과 만송정 솔숲, 낙동강 건너편에 위치한 부용대의 절경도 빠뜨리지 말자.

 경북 영천 한약축제는 2~5일 영천시 금호강 둔치에서 열린다. 영천은 연간 7000t의 한약재가 거래되는 전국 최대의 한약재 유통시장이 있는 한방도시. 예부터 '아무리 구하기 힘든 한약재도 영천에 오면 구할 수 있다'는 속설이 퍼질 정도로 거래되는 품목과 약종이 다양해 480여 가지에 이른다.

사상체질 진단과 수지침, 봉침, 약초천연염색, 약초 썰기, 한약 달이기, 중국 전문인 발 치료 등 다양한 체험과 한의사 무료진료 행사, 한약재 할인행사도 펼쳐진다.

전국 유일의 등 축제인 남강유등축제는 12일까지 진주 남강 및 진주성에서 열린다. 남강유등축제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남강에 유등을 띄웠던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해 10월 김시민 장군이 2만 명의 왜군을 맞아 싸울 때 성 밖의 지원군과 군사신호로 풍등(風登)을 올리며 횃불과 함께 남강에 등불을 띄운 데서 비롯됐다.

2006~2008년 3년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으며 지난 2월 일본의 한 여행전문지의 조사에서 '10월에 가장 가보고 싶은 축제'로 뽑히기도 했다. 축제 땐 3만 개나 되는 국내외 유등과 2만3000개의 소망등이 서로 자태를 뽐내며 남강에 펼쳐져 마치 환상의 '빛의 나라'를 연출한다. 남강에 부교와 유람선도 띄운다.

 10~14일 함양 물레방아축제 기간에는 지리산 흑돼지 한마당 잔치가 펼쳐진다. 1000마리의 흑돼지를 잡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도 하는 이번 흑돼지 잔치에선 500여 명이 한꺼번에 구워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 광장을 마련한다. 흑돼지 홍보관에선 흑돼지 구별법 및 부위별 구분법도 설명한다.

산꾼들을 위한 축제도 있다. 대한산악연맹 울산시연맹은 5일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입구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영남알프스 억새축제'를 개최한다.

#멀리갈 필요있나 부산에도 축제 열린다

부산의 청정지역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고장' 기장군 철마면 장전천 들녘에선 2~5일 '철마한우 불고기축제'가 열린다. '자연으로 떠나는 맛있는 가족여행'이라는 주제로 이번 행사는 다양한 볼거리와 한우의 맛이 함께 어우러지는 체험형 가족축제.

올해로 네 번째인 이번 축제는 내용이 상당히 알차다. 우공제를 시작으로 3대윷놀이, 남사당패의 외줄타기, 12발채상놀이 등과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최장 길이 인절미 만들기에 도전'하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또 장윤정 조항조 박현빈 등 인기가수 공연과 아마추어 철마한우장사씨름대회도 열린다. 농촌 경험이 적은 어린이들을 위해선 벼베기, 타작체험, 메뚜기잡기, 다듬이질, 맷돌질, 절기찧기, 인절미만들기, 볏짚엮기 등도 마련된다. 축제기간에는 철마한우고기를 20% 특별할인하고, 기장청정농수산물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축제로 유명한 자갈치 축제는 8~12일 열린다. 이번 축제는 직접 자갈치 아지매가 돼 수산물도 날라보고 생선을 잡아보는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는 '나도 자갈치 아지매' 행사와 붕장어 먹장어 민물장어 등 '장어종류 선별하기 대회' 등 시민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대폭 확대됐다. 축제 기간에는 남항과 송도를 오가는 유람선이 무료로 운행된다.

5~7일에는 동구 초량동 상하이 거리에서 '차이나타운 축제'가 열린다. 중국 전통 용춤과 사자춤이 시연되며 수타면 시범 등 중국 전통문화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년 연속 100만 명 이상이 찾았을 정도로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부산 불꽃축제'는 오는 17~18일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 일원에서 개최된다.



 

 우리 사회에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자가 터줏대감처럼 굳굳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절집이다.
 산문을 들어서는 순간 한자로 '아무개 山, 무슨 寺'라고 적힌 일주문을 시작으로 줄곧 대웅전(大雄殿) 비로전(毘盧殿) 명부전(冥府殿) 등이라 적힌 편액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편액은 그래도 그나마 좀 나은 편.
 문제는 기둥에 장식으로 내걸린 현판에 적힌 글귀인 주련(柱聯). 한시(漢詩)의 연구(聯句)나 부처님의 진리, 당대 선지식의 절창이 주를 이루는 이 주련을 두고 호사가들은 인간과 인생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장삼이사의 입장에선 사실 '그림의 떡'. 한문깨나 하는 사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거의 두 손을 들고 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속된 말로 '쇠귀에 경읽기' 아닌가.

 이러한 모순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조그만 암자가 하나 있다. 이 암자는 들어서면서부터 편액이나 주련이 모두 한글로 적혀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웬지 포근하게 다가온다.

 천년고찰 범어사 산내 암자인 금강암(金剛菴)이 바로 그렇다. 범어사에서 금정산 북문으로 가는 초입에 위치해 있는 금강암은 범어사 일주문에서 넉넉잡아 15분이면 닿는다. 한글로 '금강암'이라 적힌 조그만 팻말이 길섶에 보여 찾기도 어렵지 않다.

금강암에서 본 주련을 잠시 인용하면 이렇다.

'즐거움은 마음에서 일어난다네
 괴로움도 마음에서 일어난다네
 밉고 고운마음 모두 벗어버리면
 언제나 고요한 참마음이라네'

 '자비로운 그 손길이 참다운 불심이요
  꾸밈없는 큰 미소가 더없는 진리로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한자로 된 부처님 말씀보다 이처럼 마음에 쏙쏙 와닿는, 읽기 쉬운 한글로 된 주련이 아마도 일반 신도의 가슴에 오랫동안 각인돼 불교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듯싶다. 

 
 - 잠시 금강암의 연혁을 살펴보자.
 금강암은 범어사가 1901년 선찰대본산으로 지정되기 전 당시 주지였던 오성월 스님이 범어사를 참선도량으로 만들기 위해 1890년 당시 한국 최고의 선승이었던 경허 스님을 모셔 선원을 최초로 개원한 곳이다. 그러니까 금강암 내 금강선사는 범어사 최초의 선원이었던 것이다.
 이후 지금의 계명암과 내원암 등 산내 암자에 선원이 개설돼 20세기 초에는 범어사에는 9개의 선원이 운영됐다 한다.

 - 그렇다면 금강암의 한글 편액과 주련은 누구의 솜씨일까.
 금강암은 이후 평범한 작은 암자로 유지돼다 1980년 후반부터 서벽파 스님이 주석하면서 일신우일신하게 된다. 맏상좌였던 정여 스님이 금강암 감원(절의 살림살이를 하는 스님)을 맡으면서 중창불사 계획을 세워 1984년 8월부터 1991년 4월까지 8년간 불사를 단행했다. 그 결과, 큰법당을 비롯 종무소 요사채 해우소 등 가람으로서의 골격을 새롭게 갖췄다.

 정여 스님은 1991년 3월 법당 회향을 앞두고 대웅전 등에 걸린 한문으로 된 편액이나 주련이 너무 어려워 일반 신도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암자 내 모든 편액과 주련을 과감하게 한글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한 지역 불교계 인사는 "당시 금강암 한글 편액과 주련은 우리나라 최초였으며 획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금강암 감원으로서의 역할을 끝낸 정여 스님은 1991년 음력 4월 초파일을 보내고 다음날 저녁 아무에게도 귀띔을 하지 않고 방을 비우고 홀연히 잠적했다. 스님은 쌍계사 금당선원에서 1000일 동안 절문을 나서지 않고 애오라지 정진에 정진을 거듭한 후 1995년 7월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홀연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스님은 "감원으로 8년 동안 불사를 하면서 사바세계와 물건값을 흥정하는 등 마음 에 때가 너무 많이 끼어 1000일 동안 용맹정진에 들어가 참선으로 그 때를 깨끗이 지우고 왔다"고 지인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 정여 스님과 기자와의 작은 인연 하나.
 기자는 지난 2002년부터 약 1년간 문화부에서 음악과 종교를 담당했다. 당연히 범어사는 기자의 출입처 중의 하나였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 범어사는 재무승 국고보조금 횡령사건 등으로 한동안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담당기자로서 당연히 이와 관련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했다. 하지만 일부가 사실과 달라 혈기 왕성한 한 젊은 스님으로부터 매일 아침 7시에 그것도 3일 연속 항의 전화를 받았다.
 기억컨데 어느날 범어사에서 대책회의가 열려, 그 내용을 골자로 그날 곧바로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그 대책회의 이후 상황이 돌변해 그만 기사내용의 일부가 오보가 돼 버렸던 것이었다.
 당시 기자로선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책회의 내용을 제보한 그 어떤 분이 상황이 변한 것까지 챙겼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보자 또한 절집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또한 속수무책이었던 것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지만 수습은 해야 했다. 당장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선은 그 젊은 스님이 매일 아침 전화를 걸 태세였다. 
 종교를 소재로 기사를 쓰는 것은 잘 해야 본전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싶다. 

 고민끝에 기자가 사실을 불교계 한 지인에게 털어놓자 그는 웃으며 "그 스님 정말 참을성이 많구만. 새벽 4시에 예불을 올리고 나서 민간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무려 3시간을 참았네"라고 농을 건넨 후 스님 한 분을 소개시켜 주었는데 그 스님이 바로 정여 스님이었다.

 부산시청 앞 여여선원을 찾아간 기자가 당시 선원장이던 정여 스님에게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자 눈을 감고 다소곳이 경청하던 스님은 직접 찾아가자며 즉석에서 범어사에 전화를 걸어 주지 스님과의 약속을 정했다. 그리곤 직접 쓰신 시집 한 권도 주셨다.
 약속일은 다음날 오전 8시. 정여 스님과 기자 그리고 당시 범어사 주지스님 세 사람은 주지실에서 마주 앉았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 얼굴을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대화가 오가자 당시 주지 스님은 "바쁘신 기자님께서 아침 일찍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의외로 사람 좋은 웃음으로 대해줘 오보 건은 그날 매조지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이 있은 지 6년 뒤인 지난 3월 6일 정여 스님은 범어사 주지실의 주인으로 변신했다.
 무식한(?) 신도들을 위해 지난 1991년 법당 편액과 주련을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한글로 바꾼 선각자 정여 스님. 스님은 6년 전 매서운 찬바람이 귓가를 때리던 겨울 아침 기자를 위해 기자와 함께 범어사 산문을 들어선 그 사실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실까. 사뭇 궁금해진다.

지난 3월 범어사 주지로 선임된 정여 스님이 경내 탑전에서 취임법회인 진산식을 거행하고 있다.

 흔히 전북 고창 선운산 하면 열에 아홉은 동백꽃을 떠올린다. 대웅보전 뒤편에 수령 500년된 이 절집의 동백숲은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노목의 기품을 자랑한다.
 밝은 햇살 사이로 만개했을 때의 붉은빛의 싱싱함과 송이째 부러지며 쓰러지는, 그래서 잔인스럽기까지 한 질 때의 안타까움으로 매년 4, 5월이면 전국에서 마치 성지순례 마냥 범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로 시작되는 이 고장 출신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를 되뇌이면서.
 수년 전부터는 9월에도 4월 못지 않게 장삼이사들이 이 절집으로 몰려든다. 선홍빛 꽃무릇을 보러.

지천에 널린 선홍빛 꽃무릇
선운사는 9월 중순부터 마치 열병처럼 또 한 번의 순례로 홍역을 앓고 있다. 아직 울긋불긋한 색의 마술사 단풍이 제 모습을 드러낼려면 보름 이상 남았는데도.

       선운사 입구 도솔천.
       도솔천 건너편에 위치한 꽃무릇 군락지. 끝물이다.


 바로 석산(石蒜)이라 불리는 꽃무릇 때문이다. 꽃무릇은 햇살 기울고 소슬 바람이 다가오면 피어나는 전형적인 가을꽃. 하지만 고개를 숙이며 누렇게 익어가는 벼에서 풍기는 '결실' '성숙'과 같은 가을 뉘앙스와는 달리 오히려 정열을 상징하는 선홍빛이다. 생기발랄한 봄기운을 느낀다면 되레 역설적일까.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천년 고찰이 말해주듯 느티나무와 단풍나무 등 울창하고 빽빽한 수림에 압도된다.
 하지만 시선은 이내 왼쪽으로 이끌린다. 길 옆을 흐르는 도솔천의 시원한 물소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울 건너편에 무리지어 한꺼번에 꽃부리를 펼쳐 낸 선홍빛의 꽃무릇 군락지 때문이다. 선연한 핏빛으로 뒤덮였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약속이나 한듯 너나 할 것 없이 발걸음을 멈춘다. 군락지가 워낙 넓어 삼삼오오 무리 지은 곳이 여러 곳이다. 아직도 초록빛을 고이 간직한 숲속의 활엽수와 묘한 색채대비를 이룬다.
 '출입금지'라고 적힌 금줄이 매어 있지만 전국의 내로라 하는 사진작가들은 개울을 건너 금줄을 넘어 연신 셔트를 눌러댄다. 또 하나의 볼꺼리다.
 꽃무릇은 예부터 독특한 생태적 특성과 서식 장소 때문에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꽃무릇은 잎과 꽃이 따로 핀다. 9월말이나 10월초 꽃이 완전히 지면 비로소 잎이 자라나 눈 속에서 겨울을 보낸 후 이듬해 여름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후 찬바람이 부는 9월이 되면 매끈한 30㎝ 정도의 초록빛 꽃대가 자라나 다시 꽃을 피운다.
 이 처럼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한다는 애달픈 사연을 가져 상사화(相思花) 혹은 이별초(離別草)라 불리며 예부터 절집에 많이 심어졌다. 이 때문에 중꽃, 중무릇으로도 지칭된다.
 절집에선 한편으론 이러한 생태가 현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열반의 세계에 드는 것 같다 하여 피안화(彼岸花)라 불린다. 영광 불갑사 주변도 지금 한창이다.
 유의해야 할 점 하나. 원래 상사화는 꽃무릇보다 먼저인 8월께까지 피는 연분홍빛의 여름꽃이다. 하지만 꽃무릇과 같은 속이면서 꽃색만 다를 뿐 생태습성이 유사해 상사화 부류에 포함시킨다.
 꽃모양은 상사화가 나리꽃과 비슷한데 반해 꽃무릇은 꽃송이가 갈기갈기 갈라진 갈고리처럼 생겼다.
 경내에 들어서도 꽃무릇의 행렬은 이어진다. 개울 건너편처럼 대규모 군락은 아니지만 시선 돌리는 곳마다 석산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절집 입구에서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꽃무릇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쭈욱 서 있다.

         보물인 선운사 대웅보전.
                  조그만 전각인 산신당 바로 옆에도 꽃무릇이 피어 있다.

 발걸음을 대웅전 뒤편 동백숲으로 옮겼다. 비록 동백꽃은 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선운사를 대표하는 동백숲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5000여 평이나 되는 산비탈에 군락을 이룬 동백숲은 여전히 웅장했지만 이곳에서도 꽃무릇은 예의 선홍빛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일행을 맞고 있다. 터줏대감격인 동백 앞에서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조화를 이룬다. 대웅전 왼쪽에 위치한 아주 조그만 전각인 산신당 바로 옆에도 꽃을 피워 이채롭다.
 경내에서 만난 한 스님은 "7, 8년 전부터 사찰 차원에서 꽃무릇을 심기 시작했다"며 "이제 9월이면 선운사 전체가 꽃무릇으로 붉게 물들 것"이라고 일러줬다.
 동백꽃 단풍과 함께 꽃무릇은 이제 선운사를 대표하는 명물 '트로이카'로 자리매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꽃무릇은 일부분, 볼 것 많은 선운산 도립공원
전각이 모여있는 선운사 경내는 화려하지도, 작지도 않은 조용한 절집의 아늑한 정취가 살아있다. 보물인 대웅보전과 금동보살좌상 등을 구경한 후 도솔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물려주고 머물렀다고 전해오는 진흥굴.
        여덟개의 긴 가지가 우산처럼 뻗어있는 천년기념물 제354호인 장사송. 진흥굴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아직도 푸름을 간직한 숲길을 10여 분 걸으면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물려주고 머물렀다는 진흥굴이 나온다. 인위적으로 판 흔적이 보이는 진흥굴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진흥굴 바로 옆에는 천연기념물 제354호인 장사송이 위풍당당 서 있다. 수령이 600년이며 키가 무려 23m인 장사송은 17m나 되는 여덟개의 긴 가지가 우산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도효험이 빼어나다는 도솔암.
       도솔암 내원궁에서 바라본 선운산 천마봉.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천마를 닮아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이 모습은 수 년전 손창민 주연의 MBC 드라마 '신돈'에 자주
       등장하곤 했다.
         사진 상의 기와 지붕이 선운산 도솔암이다. 이 도솔암 뒤에서 바라보면 천마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보물 제1200호인 도솔암 마애불상.


 장상송에서 10여 분쯤 더 가면 깎아 지른 기암절벽 옆에 자리잡은 도솔암이 나온다. 지장보살을 모신 도솔암 내원궁은 기도 효험이 빼어나다고 일찌기 유명세를 타 기도객이 전국에서 줄을 잇는 곳.
 도솔암 바로 옆에는 절벽 한면에 17m에 달하는 거대한 마애불이 눈길을 끈다.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 양 옆에는 멋들어진 소나무가 각각 협시불처럼 자리하고 있어 운치가 있다.
 선운사를 품고 있는 산은 '호남의 내금강'이라고 불리는 도립공원 선운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선운사에 오면 경내만 둘러볼 뿐 선운산의 진가를 찾으려 하질 않는다.
 도솔암에서 산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영화 '남부군'의 촬영지로 유명한 용문굴과 서해안의 지는 해가 환상적인 낙조대, 선운산 최고봉인 천마봉이 차례로 이어져 멋진 산행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1시간이면 넉넉하게 둘러볼 수 있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도솔암 뒤편 바위로 올라가면 정면의 천마봉과 그 우측의 낙조대 등 선운산의 수려한 산세를 조망할 수도 있다.

#추천 맛집
 고창 선운사에 오면 반드시 맛봐야 하는 음식은 이곳 특산물인 풍천장어와 복분자술. 선운산 입구에 들어서면 길 양편에 저마다 '원조'라는 이름을 앞세운 커다란 간판이 눈에 띈다.
선운사 입구의 인천강에서 잡히는 풍천장어는 특히 뛰어난 영양식품으로 각광받아 왔다.
 하지만 요즘 식당에서 내놓는 장어는 대부분 양식 장어. 손님이 자연산을 원할 경우에만 특별히 내놓는다. 양식장어의 경우 ㎏당 4만원인데 반해 자연산 장어는 ㎏당 20만 원으로 가격차가 제법 난다.


 식당마다 메뉴와 가격은 대부분 같다. 장어구이(1인분) 1만8000원, 장어쌈밥정식 1만9000원, 복분자주(360mℓ) 1만원. 담백하고도 달콤한 장어에 복분자술을 한 잔 곁들이면 술맛까지 달 정도로 궁합이 맞다.
 선운사 입구의 풍천가든(063-562-7520)은 대파를 깔고 그 위에 장어를 얹어져 맛이 깔끔하다. 야외 불판에서 먹으면 장어도 안타고 더 맛이 있다. 청원가든(063-564-0414), 유신식당(063-562-1566)도 제법 유명하다.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에 위치한 관룡사는 신라 천년고찰입니다. 관룡산 기슭에 위치한 관룡사는 원효 대사가 명명했습니다. 원효는 화왕산 정상의 3개의 못인 용지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관룡사(觀龍寺)라 명명했다 전해옵니다. 관룡산 병풍바위를 지나 만나는 구룡산(九龍山)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화왕산과 능선으로 이어진 관룡산은 지금이야 산이름이 존재하지만 오래 전에는 크게 봐서 화왕산의 한 봉우리로 여겨졌습니다. 지금은 많은 산꾼들이 창녕읍 화왕산 도립공원에서 환장고개를 거쳐 화왕산성에 오른 후 드라마 허준 세트장을 지나 관룡산, 관룡사로 하산합니다.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의 장엄한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진다.

아담한 규모의 절집 관룡사에는 네 점의 보물이 있습니다. 관룡사 대웅전(보물 212호), 약사전(보물 146호), 약사전 내 석조여래좌상(보물 519호),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보물 295호)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 세 보물은 경내 있지만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은 절에서 산으로 넉넉잡아 30분 정도 올라야 만날 수 있습니다.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의 장엄한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은 관룡사에서도 보입니다. 대웅전 우측 요사채 한 귀퉁이에서 서서 산으로 바라보면 능선 사이로 조그맣게 확인됩니다.  

관룡사 약사전과 약사전 내 석조여래좌상. 둘 다 보물이다.
                    약사전 내 석조여래좌상.
관룡사 대웅전.

관룡사의 명물 석장승.

 관룡사의 명물 석장승도 꼭 찾아봐야죠. 절과 대형 주차장의 중간쯤 계곡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왕방울 눈, 주먹 코, 튀어나온 송곳니 등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절의 수호신으로 비보(裨補) 역할을 합니다.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유실됐다가 복구를 위해 위장 보관하던 중 도난당한 후 2005년 2월 대전에서 회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피프가 열리는 기간 동안 부산을 찾는 대부분의 영화 마니아들의 숨은 고민은 아마도 '민생고' 해결이 아닐까 싶다. 주 목적인 영화보기는 예매 등으로 해결했을 테고, 잠자리는 주머니 사정에 따라 호텔 모텔 그것도 아니면 유명한 찜질방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를 맛있는 밥집 찾기에 대한 대비없이 만일 무작정 내려왔다면? 큰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별미를 선사하는 아주 맛있는 집에서 식사하는 것은 영화 보는 재미 못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바쁘다고 햄버거나 라면 오뎅 떡볶기만 늘 먹을 순 없지 않은가.

밤늦게까지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게 뒷풀이로 술 한 잔 할 수 있는 피프 기간에는 우선 속을 풀 수 있는 해장집을 알아 놓는 것이 필수다. 다행히 이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에는 대구탕과 복국을 잘 하는 식당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온천까지 함께 있어 그야말로 '온천 후 속풀기'가 가능하다.

우선 '속시원한 대구탕'.


한국콘도 옆에 위치한 '속시원한 대구탕'은 문을 연 지는 6년에 불과하지만 매년 피프 기간 중 해운대 주변에서 가장 인기있는 식당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화감독 배우들은 대부분 이 집을 다녀갔다.

알고 보니 맛의 비결은 따로 있었다. 흔히 대구탕 하면 대구에다 미나리 콩나물 등 여러 야채를 듬뿍 넣지만 이 집의 대구탕에는 미나리와 콩나물은 전혀 보이지 않고 무와 파만 들어 있었다. 대구 본연의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서란다. 이렇다 보니 전날 과음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 이 집에서 아침에 다시 만난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세이브 존(옛 리베라백화점) 정문 맞은편에 직영점을 한 곳 열었다. 입소문을 타다 보니 손님들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서다. 자리가 없어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됐다.

해운대구청 주변 전통의 복국집도 빼놓을 수 없는 속풀이집이다.


가장 오래된 금수복국은 1970년 문을 열어 2대째 운영 중이다.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20년 단골들도 부지기수다. 은복 밀복 까치복 활복이 있으며 5, 6가지 반찬이 함께 나온다. 맛의 비결은 복어조리 중 독성분을 활용하기 때문에 맛이 진하게 우러나온다고 한다. 복껍질무침이나 수육도 고소하고 맛있다.
 아주 아주 소수이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괜찮다면 복코스 요리도 맛보자. 샐러드 복지리 등 9가지 음식이 나오는데 1인분 가격이 7만 원. 세계 4대 진미에 속한다는 복회는 또 다른 별미다. 1인분에 12~14점 내놓는데 가격은 5만 원. 상당히 비싼 편이긴 하다.

금수복국 맞은편에 위치한 매일복국은 두 번째로 오래된 집. 30년 전통의 이 집의 자랑은 시원한 국물맛.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복국집에 견줘도 빠지지 않는다. 국뿐 아니라 수육 튀김 샤브샤브 등 다양한 복요리가 특히 일품이다. 인근의 청수복국도 맛 하나는 뒤지지 않는다.

부담없이 가볍게 국밥 한 그릇을 먹으려면 해운대 국밥골목을 찾아가 보시라. 세이브 존 후문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44년 전통의 해운대 할매국밥이 원조집이다.




쇠고기국밥 선지국밥 2500원, 따로 국밥 3000원. 맛도 맛이지만 가격에서 또 한 번 놀란다. 워낙 오래 되다 보니 국밥 한 그릇 500원 하던 시절 즐겨 찾는 단골이 아직도 그 맛을 못 잊어 찾는다. 손님들이 아주 많다. 개인 포장, 특히 단체 포장도 해준다.

국밥골목에서 유난히 외관이 핑크톤으로 눈에 띄는 집이 하나 있다. 바로 쓱싹-돈가스 전문점이다. 실내 또한 핑크빛 인테리어로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췄다.


이 집의 자랑은 땡초 돈가스. 한마디로 누구도 생각 못한 맛의 블루오션이다. 비결은 달콤하면서도 매운 땡초 소스. 피프 메인 상영관이 위치한 '스펀지' 건물에서 걸어서 5분 거리. 30대 초반인 젊은 주인장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시험삼아 한번 개발해 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그만 우리집의 주메뉴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수입고기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전통 한우맛을 보려면 '일품한우'를 찾아보시라. 아쿠아리움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이달 초 전국한우협회가 선정한 한우인증점중 해운대에선 유일하게 지정됐다. 그만큼 최고로 좋은 한우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실내는 고기집 답지 않게 우아하며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여느 식당보다 훨씬 넓어 조용한 가운데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고기는 매실 먹은 한우를 광양에서 직접 공급받고 있다. 점심 특선은 부담없는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5주년이 되는 오는 10월 7일 한우인증점 선정을 기념해 사은행사를 열 예정이다.

1970년대 고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하면 이따금 찾았다는 전통의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은 해운대 갈비집의 원조격으로 2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양념갈비를 찍어 먹는 소스의 맛은 여타 고기집에선 맛보기 힘들만큼 독특하다. 또 하나의 별미는 고기를 구워먹고 난 뒤 맛볼 수 있는 감자국수. 감자국수를 넣은 후 육수를 붓고 보글보글 끓인 다음 면을 소스에 찍어 먹으면 색다른 맛이 연출된다. 해운대구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쿠아리움 맞은편 '일품한우' 옆에 위치한 '오륙도숯불갈비'도 가볼 만하다. 이 집은 고기맛뿐만 아니라 커다란 유리 밖으로 펼쳐지는 해운대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눈으로 고기를 먹는 집으로 유명하다.

이와는 별도로 해운대에는 아주 유명한 밥집도 몇 군데 있다. 해운대 유람선 선착장에 위치해 있는 미포의 새아침맛집이 바로 그곳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는 바로 그 맛이다. 두 사람이 찾을 경우 생선구이 정식을 시키면 김치찌개가 나와 저렴한 가격에 두 가지를 맛볼 수 있다. 10여 가지나 나오는 밑반찬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아주 깔끔하고 담백하다. 추가로 계란말이를 시키면 한층 더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식당 벽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연예인들의 사인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입소문을 탔다는 증거이다.

부산의 맛인 고갈비(고등어구이)를 잘 하는 집도 있다. 이름이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집이다. 해운대에서 가장 맛있으면서 저렴하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서울집은 언제나 손님들로 넘쳐나 혹 찾아가더라도 웬만큼 기다려야 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숭늉부터 시작되는 이 집의 고갈비맛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삭아삭하면서도 고소해 밥 한 공기는 기본으로 넘어간다. 해운대 모텔 골목에 위치해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직원들의 단골 밥집이다. 이곳 직원들은 외부에서 손님이 올 경우 부산의 맛으로 반드시 이 집을 먼저 소개한다고 한다.

해운대구청 앞에 위치한 해운대 원조 청국장도 추천할 만하다. 특유의 구수하고 눅눅한 냄새가 진동하는 이 집의 청국장맛은 깔끔해 젊은 여성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의 명물 고갈비도 인기메뉴다.

보쌈이 생각난다면 해운대구청과 세이브 존 사이에 위치한 윤가네 신토불이보쌈을 찾으시라.


보쌈이 거기서 거기 아니겠느냐는 속설을 뒤집는, 전혀 새로운 맛을 자랑한다. 새까만 질그릇에 듬뿍 나온 고기 한 점을 상추 위에 올린 다음 새우젖과 삶은 오징어 씻은 김치 등을 넣은 그 맛이란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일품이다. 양념게장과 홍어삼합도 끝내준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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