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는 오는 31일까지 '2008 동물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다. 행사는 크게 동물공연,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학습, 희귀동물 대탐험전으로 나눠 진행된다.
 뭐니뭐니해도 동물 아카데미의 하이라이트는 동물공연. 어린이와 수많은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함께 즐기는 신비로운 동화나라를 연출한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주인공인 오랑우탄를 비롯 원숭이 진돗개 삽살개 푸들 차이니즈독 등 강아지, 닭 병아리 앵무새 비둘기와 조련사들. 오랑우탄을 비롯한 동물 몸값만 수억 원을 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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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은 유럽 동화 '피터팬과 후크선장'과 우리나라 전래동화 '콩쥐팥쥐'를 패러디한 믹싱 코믹 동물극. 공연 시간은 45분으로 아이들에게 다소 긴 듯 하지만 웃다 보면 금새 시간이 지나간다.
 헤드 마이크를 장착한 조련사들의 설명에 배경음악이 곁들여져 귀만 쫑긋 세워 동물들의 동선만 따라가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압권은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오랑우탄의 능청스런 연기. 열심히 바닥을 닦는 콩쥐역의 조련사 언니를 밀어 넘어뜨리는 등 시종일관 콩쥐 언니를 괴롭힌다. 때론 '웃찾사'의 만사마를 패러디한 연기를 선보인다. 조연 및 단역격인 강아지 비둘기 앵무새 등의 깜짝 연기도 볼 만하다. 또 공연 도중 객석의 어린이를 무대로 불러 함께 춤을 추고 뽀뽀도 하고 사진 촬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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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밀어주는 김미정 조련사와 오랑우탄(왼쪽)과 훈련 중인 오랑우탄.


 그렇다면 평소 동물들은 무얼 먹고 어떻게 교육을 받을까.
 이번 행사를 주관한 대한민국동물학교의 교장이자 최고참 조련사 김미정 씨로부터 동물공연 주역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씨는 20여 년 경력의 국내 최초의 베테랑 여성 조련사이다. 그는 공연 중 끊임없이 일어나는 돌발상황을 특유의 위트와 빼어난 입심으로 웃음판으로 승화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우선 능청스런 연기로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랑우탄. 말레이어로 '오랑'은 인간, '우탄'은 숲이다. '숲 인간' 다시 말해 숲에 사는 인간이란 뜻이다. 그 만큼 오랑우탄이 서식하는 곳은 숲이 울창해야 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고향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서식지인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이 아마도 목재가구를 떠올릴 것이다. '보르네오 가구' 때문일 게다.

 참고로 보르네오섬의 경우 북쪽은 말레이시아 땅이고 남쪽은 인도네시아 땅이다. 인도네시아는 보르네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칼리만탄'이라고 부른다. 참고 하나 더. 보르네오섬의 영어 스펠링은 'Borneo'. 영어권에서는 모두 '보니오'라고 발음한다. 보르네오는 일본인의 발음을 그대로 우리나라가 따라한 것. 때문에 영어권 화자에게 '보르네오'라고 하면 절대 알아듣지 못한다.

 같은 나무에서 절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오랑우탄의 몸값은 마리 당 1억5000만원. 엄청 귀하신 몸이다.
 이번 동물아카데미에 출연한 오랑우탄은 5, 6(2마리), 7세로 암컷 수컷 각각 2마리다. 수명은 30~40년 정도. 사람 나이로 환산할 경우 두 배로 보면 된다. 특별한 교육은 없다. 머리가 좋아 그저 사람이 하는 행동을 수시로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6개월 정도만 함께 생활하면 데뷔할 수 있다.

 음식은 사람과 똑같이 먹는다. 숟가락과 포크 사용법만 가르치면 만사 OK. 젓가락은 손가락이 길어 불가능하다. 고추장을 둠뿍 친 비빕밥과 된장국도 먹고 라면 자장면 과일 단무지 등 못 먹는 것이 없다. 단 육식을 하는 침팬지 고릴라와는 달리 육식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체력유지를 위해 상추쌈에 싼 삼겹살은 먹인다. 처음엔 마지못해 먹었지만 지금은 잘 먹는 편이다.

 매일 아침 양치와 세수도 하며 피부가 갈라지지 않게 온 몸에 로션을 바른다. 사람이 없을 땐 같이 공연하는 강아지들을 안아주고 돌본다. 개가 말을 잘 안들을 땐 귀를 당겨 혼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침팬지와 고릴라를 빼고 왜 오랑우탄일까.
 김 씨는 오랑우탄보다 머리가 훨씬 좋은 침팬지는 계속 반복해야 하는 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짜증을 내며 일부러 공연을 망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릴라는 머리는 오랑우탄과 비슷하지만 몸집이 너무 커 조련사가 다루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오랑우탄과 달리 원숭이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처럼 개와는 천적이다.
 오랑우탄은 성격도 좋아 조련사 모두에게 호의적이지만 원숭이는 낯가림이 심해 지정된 엄마(담당 조련사)가 아니면 손도 못되게 한다.

 문제는 야생의 습성을 못버려 찔끔찔끔 싸는 응가. 해서 공연 중엔 귀저기를 채운다. 이와 관련, 에피소드를 부탁했다. 공연 중 엉거주춤해서 보니 응가를 한 것이었다. 무대 뒤로 못나가게 온갖 험한 인상을 쓰며 겨우 공연을 마쳤다. 자신이 싼 오줌에 발라당 자빠지기도 하고, 너무 오버하다 무대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단다.

 나머지 동물들은 어떻게 훈련시킬까.
강아지는 돼지나 염소처럼 먹이를 이용해 훈련한다. 식탐이 강해 보름 정도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시력이 나쁜 닭은 소리를 이용하며, 귀속성이 강한 비둘기는 조명을 이용한다. 앵무새는 비둘기보다 지능이 높아 환경이 바뀌면 잘 날지 않는다. 해서 반드시 현지 적응훈련을 몇 번이고 해야 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그의 명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에서 강진 월출산 동남쪽 자락의 무위사를 소개하면서 '변함없는 것은 무위사의 늙은 개 누렁이뿐'이라고 적고 있다. 능력있는(?) 스님들이 새로 불사를 하면서 고색창연한 옛 것들이 사라진데 대한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게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송아지 만한 그 누렁이는 답사객이 와도 꿈쩍도 하지 않고 양지 바른 벽쪽에 길게 엎드려 고개를 앞발에 푹 묻고는 눈꺼풀만 잠시 들었다가 이내 감아버려 답사객들의 웃음을 사곤 했다.
 흔히 답사나 산행을 하면서 덤으로 갖게 되는 기쁨이 이 처럼 그 곳의 명물이 돼 버린 견공들을 만나는 것이다.

 #초행산꾼 안내하는 '흰둥이'-고흥 팔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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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늠름한 흰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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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팀이 쉴 때도 다소곳이 기다리는 흰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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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줄이 걸려 있는 암봉으로 오르는 지점까지 안내한 후 하산하는 흰둥이.

 
 이번 팔영산 산행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이 역삼각형이고 꼬리가 등쪽으로 말려 올라가 있어 진돗개로 추정되는 이 흰둥이를 처음 본 곳은 산행 들머리인 능가사(楞伽寺) 입구. 처음엔 의식하지 못했지만 7~8분 지나면서 이 개가 어쩌면 우리를 안내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산행팀이 도중에 멈춰 산세를 얘기하고 있으면 흰둥이도 앞서 기다리고, 다시 출발하면 그도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잠시 그러다 말겠지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제법 경사진 곳을 오를 때도 역시 같은 간격으로 앞서 가고 속도를 일부러 늦춰봐도 역시 같은 간격을 유지한다. 능가사에서 출발한 지 어언 50분. 마침내 주능선에 올라 휴식을 취할 땐 다가와 바로 옆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먹을 것을 주면 그것만 다소곳이 받아 먹을 뿐 여느 개처럼 더 달라고 보채지도 않는다. 비범함 그 자체였다. 너무 오래 쉬니까 산행을 계속 하자고 몸짓을 보낸다.
 뒤늦게 올라온 한 산꾼은 이 "이 개가 이젠 다른 팀을 안내하고 있네"라고 말한다. 그는 팔영산이 좋아 수차례나 찾은 적이 있으며 그 때마다 이 개를 봤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그는 팔영산의 '자원 봉사 안내견'이었다. 다시 산길을 재촉, 흰둥이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쇠줄이 걸려 있는 암봉에 다다르자 그 놈은 임무를 완성한 듯 아쉬움을 표하며 재빨리 내려갔다.
 하산 후 능가사 주변을 둘러보며 흰둥이를 찾았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또 다른 팀을 안내하러 산으로 올라 갔을까.


 #승복 입어야 짖지 않아요-고성 와룡산 향로봉 운흥사 '먹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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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은 심술궂게 생긴 먹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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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늑한 분위기의 운흥사 전경(왼쪽)과 경내 위치한 운치있는 장독대.

 경남 고성 와룡산 향로봉 기슭에 위치한 운흥사(雲興寺). 공룡발자국 화석이 즐비한 '공룡의 무도장'인 상족암과 그리 멀지 않다. 임진왜란 땐 사명 대사가 승병을 지휘했고 이순신 장군은 수륙양면 작전을 꾀하기 위해 세 번이나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후기에는 화원양성소로 유명해 영조 때 불화의 대가였던 김의겸 스님을 배출한 곳도 바로 이 운흥사이다. 지금 이 절에는 김의겸 스님이 대표가 돼 제작된 대형 괘불이 보존돼 있다. 운흥사는 괘불재가 열리는 날이면 전국의 신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살아 생전 괘불재를 세 번만 보면 죽어서 극락에 간다는 말이 전해오기 때문이다.
 이 운흥사를 찾으면 주의 깊게 봐야 할 견공이 세 마리나 된다.
 우선 16살로 추정되는 삽살개 '먹쇠'. 이름 그대로 식성이 아주 빼어나다. 주지인 경담 스님은 "먹쇠는 주지 스님을 세 분이나 모셨을 정도로 워낙 연로(?)하다 보니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하지만 주지 스님이 계시다가 떠난 햇수를 역으로 꼽아보면 대략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 나이로 치자면 아마도 80살쯤은 되지 않았나 싶다.
 숫컷으로 100% 삽살개 순혈인 '먹쇠'는 오랫 동안 절밥을 먹다 보니 승복을 입지 않으면 일단 경계를 한다. 특히 모자를 쓰고 화려한 등산복을 입고 있으면 예의주시하다 이상한 행동을 할 경우 짖는다. 아주 순하고 영리한 데다 그날그날 주인의 심기까지 살피는 노련함마저 갖춰 손될 데 하나 없는, 절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한다. 가끔 짖으며 물려고도 하지만 절대 물지 않아 유일하게 자유로운 몸이다.
 주지 스님도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옷매무새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암컷으로 네 살인 삽살개 '혜순'이도 있다. 지혜롭고 순해라는 의미로 명명된 '혜순'이는 이름 그대로 잘 안 짖는다. '먹쇠'와 달리 혜순이는 순혈 삽살개가 아니라고 한다.
 
 역시 암컷으로 세 살인 막내 '운수'는 갈색의 진돗개다. 낯선 사람들이 오면 특히 신경이 날카로와져 많이 짖는단다. 해서 이름도 '운흥사 운, 지킬 수'를 가져와 '운수'라고 지었단다.

'혜순'이와 '운수'는 아직 어려 사람들을 물 수도 있어 묶여 있다.


 #앞 발 하나 없어도 집은 잘 지켜요-영천 작은보현산 거동사 '진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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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우수에 젖어 있는 듯한 진돌이와 거동사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초입.

 평균 연령 70세인 경북 영천군 자양면 보현골 주민들이 등산로를 개척해 유명세를 탄 작은보현산~갈미봉 코스의 들머리는 거동사(巨洞寺). 이 절집에는 '진돌이'라는 하얀 진돗개가 한 마리 있다. 안타깝게도 왼쪽 앞 발이 하나 없다. 마을 뒷산에 멧돼지가 너무 많아 이를 잡기 위해 설치한 올무에 진돌이가 걸렸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당시 진돌이의 울음 소리에 달려가 보니 올무에 걸려 빠져나오기 위해 발악을 하다가 거의 발이 잘린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이후 진돌이는 주위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몸조리를 잘 해 비록 지금은 움직이는 데 불편하지만 본연의 임무인 절 지키기는 완벽하다고 한다. 원래부터 아주 온순한 진돌이는 절집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도 짖지 않고 그냥 물끄러미 보다가 엉뚱한 행동을 할 경우에만 짖는 현명한 지킴이라고 한다.
 작은보현산과 관련 참고 하나. 작은보현산은 글자 그대로 천문대가 위치한 보현산과 이웃해 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나 잘못된 등산지도에는 같은 산으로 표기해 혼선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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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산' K2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웅장한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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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베이스캠프(왼쪽)와 베이스캠프에서 본 수시로 일어나는 작은 사태.


 일반인들에게 세계 최고봉은 에베레스트(8848m)이지만 산악인들에게 세계 최고봉은 K2(8611m)라는 말이 있다. 해발고도는 낮지만 거대한 피라미드 꼴의 날카로운 이 산의 등반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히말라야 8000m급 거봉들 중 K2의 등정률이 가장 낮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1985년의 경우 등정을 시도한 26개의 원정대 중 겨우 9팀만이 성공했을 뿐이다.

 K2는 산세가 험한 것 이외에 상습적인 돌풍을 위시한 기상이변이 잦다. 히말라야의 대부분 8000m급 거봉들은 서로가 서로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지만 K2는 파키스탄 북부지역의 카라코람 산군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비교적 떨어져 있어 사실상 독립봉우리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K2와 직접 부딪히면서 일종의 소용돌이가 자주 발생해 산악인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산 자체가 험한 데다 기상이변까지 상습적으로 일어나기에 산악인들로서는 난공불락인 셈이다.

 지난 1986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등정한 오스트리아의 살아 있는 전설 라인홀트 매스너가 "K2의 어느 루트라도 다른 산의 어려운 루트보다 힘들다"고 말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국내 산악인들의 경우 지난 1986년 장봉완 등 3명이 올랐지만 같은 해 함께 등반한 9개 원정대 대원 중 18명이 목숨을 잃어 '죽음의 산'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14년만인 2000년에 와서야 영호남 합동대(박정헌 등 8명)를 시작으로 한국산악회 황기용, 엄홍길 14좌 추진위(엄홍길 한왕용 등 5명) 등에서 14명의 대원이 잇따라 등정, 한 시즌 등정국가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듬해인 2001년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위해 박영석이 동국대 산악부를 이끌고 올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이야 사실 '히말라야 14좌 등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 위해 K2에 도전장을 던졌겠지만, 큰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여타 산악인들은 K2에 도전하는 것이 어쩌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죽음으로의 여정에 다름 아니다. 해서, 박영석의 K2 등정 이후 6년간 국내 어느 원정대도 감히 넘보지 못했다. 워낙 등반 자체가 힘들다 보니 도전조차 두려운 것이 K2의 현실임을 잘 보여준다.

 그러다 지난해 '2007 다이나믹 K2-브로드피크 부산 원정대'의 김진태 김창호 대원과 여성원정대의 오은선 대원이 잇따라 등정에 성공했다. 국내 원정대로서는 각각 6, 7번째였고, 개인으로선 21, 22, 23번째의 영광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K2 등반에 나섰던 경남 울산지역 산악인인 황동진(45) 등반대장, 김효경(33) 박경효(29) 대원 등 3명이 등정 후 하산하다 실종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원정대는 곧바로 시신 수습에 나섰지만 불가항력적임을 깨닫곤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리곤 지난 14~16일 경남 김해 조은금강병원에서 경남산악연맹장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안타깝게도 시신없는 상태로 진행되는 장례여서 빈소가 아닌 분향소 형태로 치러졌다.

 지난해 K2 부산원정대의 지원조와 함께 K2 트래킹을 떠나 K2 베이스캠프에서 원정대원들과 이틀밤을 함께 하며 취재를 다녀온 기자는 이번 원정대의 비보를 듣고는 한동안 잊었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새삼 떠올랐다.

 곧바로 기자는 지난해 K2 부산원정대의 홍보성 대장과 통화를 했다. 그는 착찹한 심정으로 "조금 전 조형규 경남산악연맹 회장과 통화를 하며 현지 소식을 듣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대장은 산악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히말라야 8000m 거봉은 산신의 허락의 없으면 절대로 등정할 수 없다'는 경구가 이토록 가슴에 와닿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K2로 가는 길은 사실 죽음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사상자를 많이 냈으면 유럽의 산악인들은 K2를 두고 '죽음을 부르는 산'이라고 불렀을까.

 K2 등반이나 K2 트래킹을 위해선 스카르두라는 곳에서 일정상 1박을 한다. 대개 전통의 K2모텔에 묵는다. 파키스탄 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인더스강을 굽어보는 전망좋은 이곳은 K2 브로드피크 가셔브롬 등 카라코람 히말라야의 발토르 빙하 일대를 등반하는 산악인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이를 대변하듯 기나 긴 복도에는 지난 수십년간 각국 원정대들의 등반을 알리는 사진이나 그림엽서, 지역 신문기사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인으로 세 번째 히말라야 14좌에 오른 한왕용의 마지막 남은 가셔브롬 2와 브로드피크 등반 계획을 알리는 커다란 포스터도 걸려 있다.
 하지만 한 켠에는 지난 1996년 3명의 한국인이 브로드피크를 등정한 후 하산길에 불귀의 객이 됐다는 현지 파키스탄의 신문이 눈에 띈다. K2와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는 도보로 1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아 통상 원정길에 오르면 두 봉우리를 함께 등반한다.

 발토르 빙하에서 풀이 있는 마지막 야영지인 우르드까스에선 박영석이 동료 산악인 2명을 추모하는 동판이 암벽에 걸려 있다. 그리고 야영지 끝자락에는 작은 비석들이 서 있는 묘지군이 눈에 띈다. 원정대나 트래커들의 짐을 나르는 현지 포터들의 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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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영지 우르드까스에서 본 현지 포터들의 묘지(왼쪽). 우측은 박영석 씨가 동료 산악인 두 명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추모동판. 역시 우르드까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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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드까스에서 본 오스트리아인들의 추모동판(왼쪽)과 우르드까스 전경.

 K2 베이스캠프 입구 쪽 둔덕에는 '메모리얼 힐'이라는 추모공간이 있다. 작은 돌탑 주변에는 여러 개의 동판이 눈에 띈다. K2에서 희생된 전 세계 산악인들을 애도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이곳에는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책 '엄마의 마지막 산 K2'의 당사자인 알리슨 하그리브스의 동판도 눈에 띈다. 여성 산악인으로 지난 1995년 에베레스트를 무반소로 단독 등정한 그는 두 달간의 휴식 후 K2도 역시 무산소로 단독 등정에 성공했지만 하산길에 생을 마감했다. 네살, 여섯살 두 아이를 두고서.
 당시 여섯 살난 아이가 공식회견장에서 아빠에게 엄마가 죽은 곳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아이와 아빠의 K2 트래킹은 현실화됐고, 이 트래킹 기록이 바로 '엄마의 마지막 산 K2'의 내용이다. 당시 파키스탄은 정부 차원에서 이들의 트래킹을 지원했고, BBC는 이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K2가 죽음의 산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전 세계인들에게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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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2 베이스캠프 입구 쪽 둔덕에 위치한 '메모리얼 힐' 작은 돌탑에는 여러 개의 동판이 걸려
           있다. 돌탑 가운데 밤색 동판이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엄마의 마지막 산 K2'의 당사자인
           알리슨 하그리브스의 것이다.

 K2에서의 죽음의 흔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2 베이스캠프에서 이틀밤을 보낸 기자는 시도때도 없이 들려오는 산사태의 굉음에 괜시리 죽음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맴돌았다. 고소 캠프 구축을 위해 베이스캠프를 오가던 한 대원은 작은 산사태가 일어나 국적 불명의 시신 한 구가 떠내려오는 걸 봤다고도 했다.

 그리곤 귀국 후 부산원정대와 함께 K2 등반을 하던 세르파 니마 누루부가 캠프4에서 출발한 지 3시간만인 해발 8200m 지점에서 일순간 미끄러져 3000m 추락해 실종됐다는 사고 소식을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고 지점은 이번 경남 울산 원정대원들이 실종된 바로 그 지점이다. 세르파 니마 누루부는 1년 전인 2006년 부산원정대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함께 등정한 친구이자 동생같은 존재였다.

 부산원정대에 따르면 2007년 에베레스트 등정 후 카트만두에 집이 있는 세르파 니마 누루부가 대원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 후 디저트를 먹으며 대원들은 "앞으로 부산원정대가 도전할 나머지 8000m급 거봉들도 함께 하자"고 제의하자 옆에 있던 부인이 "K2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는데 운명의 신이 결국 그의 남편인 니마를 K2에서 앗아갔다는 것.

 이 처럼 죽음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오가고 그 흔적이 곳곳에 베어 있는 K2로의 여정.
 그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K2는 세계 등반사에 자신의 이름을 확고히 새긴 기라성 같은 산악인들의 목숨을 가뭇없이 삼켜버린 '죽음의 산' 답게 인간의 의지만으론 결코 등정할 수 없는, 산신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위엄이 넘쳐 흘렀다.

 K2 트래킹으로 인해 거의 7월 한달을 그곳에서 보낸 2007년 여름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 경남산악연맹 악우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오버랩되면서 다시 머리속을 맴돈다.

 그 험한 곳을 왜 갔어요. 갔다면 반드시 살아서 돌아와야지.
 
 슬프다. 안타깝다.
 애오라지 산이 좋아 산에 살았던 그래서 산에 묻힌 산사나이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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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2 등정 후 하산하다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황동진 원정대장과 박경효 김효경 대원의 분향소가
       지난 14~16일 김해 조은금강병원에 차려졌다. K2 원정대 제공.
 

한 애독자 "어곡산은 선암산의 오기" 전화
산행팀 속죄의 의미 13년 만에 다시 찾아
들머리 어곡동서 주능선까지 산길은 개척
매바위에선 초보 여성 산꾼들 무서워 '벌벌'
오르내릴 때 혼쭐, 과연 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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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 주변에는 시원한 계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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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길도 걷고(왼쪽) 숲길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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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 옆으로 산행팀이 개척한 양산의 보석길 천마산과 그 아래 신불산 공원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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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등정이 불가능한 매바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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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산(매봉)이라 적힌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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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을 타고 가다(왼쪽)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최근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행팀이 오래 전 소개한 양산 어곡산의 원래 이름은 선암산이며 어곡산은 근거없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양산산악회가 이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03년 '선암산(매봉)'라고 적힌 정상석을 세웠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적어 전화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적없는 이름인 어곡산을 널리 알린 국제신문 산행팀이 다시 한번 산행지로 정해 신문에 소개함으로써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협박성(?)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조상 대대로 산 아래 살아온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선암산으로 부르고 있으며 주변 식당 이름에도 선암산 이름이 쓰이고 있다. 또 58년 전통의 어곡초등학교 교가에도 선암산이란 이름이 나온단다.

 이와 관련, 이창우 대장은 "10여 년 전쯤 산길이 전혀 없을 당시 토곡산과 지금의 선암산을 종주하면서 어곡동(옛 어곡리)으로 하산, 마을사람들에게 산 이름을 물어봤지만 아무도 몰라 산 아래 마을 이름을 본따 어곡산으로 명명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해서, 산행팀은 독자들과 선암산에 속죄하는 의미에서 정확히 13년 만에 어곡산 아닌 선암산을 다시 찾았다.

 예부터 신선이 놀던 자리라고 해서 명명된 선암산(仙岩山) 정상은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산 아래에선 매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일명 매바위 또는 매봉으로도 불린다.

 바위 규모는 동해바다가 발아래 펼쳐지는 기장 달음산 정상의 그것과 비슷하다. 달음산 정상이 여러 개의 바위로 구성돼 있다면 매바위는 하나의 독립 암봉이다. 해서, 바위 틈새를 잡고 안간힘을 쓰며 오르는 달음산과 달리 매바위는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는 정상 등극이 쉽지 않다.

산행은 양산시 어곡동 어곡공단 준성산업(골재공장)~지능선~담양 전씨묘~기암~주능선 갈림길(염수봉·선암산 갈림길)~711봉~748봉~명전고개~782봉~임도~신선봉(삼거리)~664봉~안부~선암산(710m)~화제고개 갈림길~임도~어곡공단 순. 걷는 시간만 6시간 정도이며 길찾기는 일부 갈림길에서 약간은 헷갈리지만 그때마다 국제신문 리본을 촘촘하게 매달아 놓아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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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곡공단 '슈퍼마켓 종점'에서 하차한 뒤 50m쯤 가면 만나는 용선상회를 보고 왼쪽으로 향한다. 매바위와 기도원으로 오르는 이 길의 막다른 지점은 골재공장 준성산업. 너른 마당의 우측 컨테이너 가건물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200m쯤 가면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반대편인 우측엔 시원한 계류가 흐른다.

들머리로 오르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방향을 꺾는다. 지그재그 옛길로 15분쯤 오르면 묘지.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으로 신불산 공원묘지와 그 뒤 천마산과 매봉산, 발 아래 예비군 교장과 경남외고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 사이로 올라 9분이면 지능선에 닿는다. 맞은편에 선암산 정상 매바위와 V자 홈처럼 푹 꺼진 명전고개 등 향후 산행팀이 가야 할 능선이 한눈에 조망된다. 동시에 어곡공단 전체도 조망된다. 하지만 발아래 산이 일부 파헤쳐져 있는 걸로 봐서 아직도 토사채취가 한창임을 알 수 있다. 우측으로 7분쯤 오르면 포클레인이 깨놓은 돌들이 널브러져 있다. 어쩌면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산도 머지 않아 토사 채취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돌길로 30m쯤 직진, 우측 산비탈로 올라선다. 담양 전 씨묘를 지나 오름길이 이어지다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집채만한 바위군을 만난다. 직접 오르내리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이렇게 20여 분, 이제 본격 숲으로 진입한다. 최근 수년간 아무도 밟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이다. 부산 인근에서 안내 리본 하나 없는 산길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때론 고개를 숙이고 잡풀이나 넝쿨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숲터널이 끝날 무렵 보기만 해도 시원하게 쭉 뻗은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붙잡는 너른 터를 지나면서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된다.

6분 뒤 이번 산행에서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지난다. 얼핏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면 등로 우측으로 길이 하나 열려 있다. 염수봉 영축산 가는 길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주능선이 시작되는 셈이다. 의식을 못하더라도 산길이 자연스레 직진형 왼쪽인 선암산 토곡산으로 연결되니 크게 유의 안 해도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여기서 10m쯤 뒤 그간 보이지 않던 안내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8분 뒤 711봉을 살짝 넘고 다시 18분 뒤 정상이 제법 너른 748봉을 지나면 임도와 만나는 명전고개까지 10여 분간 줄곧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임도에선 50m쯤 직진, 왼쪽 산길로 올라선다. 782봉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임도를 따라 직진해도 782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므로 체력에 맞게 택하자. 782봉을 넘을 경우 40분 정도 걸리지만 시원한 조망을 만끽할 수 있다.

다시 임도와 만나면 곧바로 건너 산으로 올라선다. 참고로 임도 왼쪽은 들머리, 오른쪽은 토곡산 또는 토곡산자연휴양림 방향이다.   
 
억새의 군무가 펼쳐지면서 발걸음도 더뎌진다. 15분 뒤 삼거리. 지도상의 신선봉(784봉)이다. 돌탑이 하나 서 있다. 우측 토곡산 방향 대신 왼쪽으로 향한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25분쯤 걸으면 왼쪽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숲 사이로 또 하나의 무명봉(664봉)이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우회하며 통과한다. 동시에 숲 사이 11시 방향으로 매바위로 불리는 정상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산길.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안부까지 쭈욱 내리막길이 지속된다. 안부는 신선봉에서 37분. 왼쪽은 기도원을 거쳐 용선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 체력이 부치면 이 탈출로를 이용하면 된다.

이제부터 정상인 매바위를 향해 정면으로 오른다. 9분 정도면 숲을 벗어나 매바위 앞에 선다. 엄청난 규모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정면에서 바로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약간 우회하면 가장 낮은 구간에 밧줄이 걸려 있다. 그래도 8, 9m쯤은 된다. 20여 명은 족히 더불어 쉴 수 있는 정상에는 양산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서 있다. 비록 날씨가 좋지 못해 시계 제로지만 청명한 날에는 인근의 토곡산을 비롯해 오봉산 금정산 신어산 무척산 그리고 낙동강도 조망된다고 이 대장이 설명했다.

하산길도 밧줄이 있지만 난이도는 고도감이 있어 올라올 때보다 몇 곱절 어렵다. 해서 겁많은 여성들은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홀로 내려오기가 사실 좀 벅차다.

매바위를 내려오면 15분 정도 멋진 암릉길이 기다리고, 이어 10분쯤 숲길을 걸으면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화제고개, 산행팀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35분이면 산을 벗어나 어곡공단을 지난다. 25분쯤 공단 내부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오면 신불산 공원묘지가는 주 도로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5분쯤 가면 GS편의점 앞에 어곡삼거리 정류장이 있다.

# 떠나기전에-이웃한 천마산, 7년 전 역시 산행팀이 명명

 흔히 선암산은 그동안 산을 기준으로 어곡동과 반대편인 화제리 쪽이나 새미고개를 들머리로 많이 애용했다. 하지만 산행팀은 새로운 루트 개척을 위해 신불산 공원묘지 가는 길에 위치한 어곡동 용선마을에서 출발했다.

 때문에 들머리에서 염수봉(영축산)과 선암산(토곡산)이 갈라지는 주능선 갈림길까지의 1시간 40분 정도의 산길은 산행팀이 처음 소개하는 개척 산행길이다.

첨언 하나.

산행 초입 전망대에 서면 신불산 공원묘지 뒤로 암릉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이 보인다. 양산의 보석 천마산이다. 7년 전쯤 무명이던 이 산도 국제신문 산행팀이 당시 들머리인 상북면 소석리 제리골의 조그만 암자의 노승으로부터 본래 이름이 천마산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세상에 처음 알렸다. 사방팔방으로 확 트인 시원한 조망과 때묻지 않은 암릉구간이 환상적이어서 많은 산꾼들이 "양산에도 이런 멋진 산이 있었냐"면서 산행팀에게 감사 또는 격려의 전화를 많이 했다고 이창우 대장은 전했다.

그 이후 정상의 큰 바위에는 '천마산'이라 적혀 있다. 양산시에서 정상석 하나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 교통편-지하철 1호선 명륜동·온천장역서 12번 타야

지하철 1호선 명륜동역이나 온천장역 앞에서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양산 남부시장 정류소에서 내린다.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300원. 여기서 옛 양산시외버스터미널은 걸어서 5, 6분쯤 걸린다. 터미널 앞에서 용선(또는 화룡)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8시25분, 8시50분, 9시15분, 9시50분, 10시20분, 10시50분. 1000원. 버스 종점인 '슈퍼마켓 종점'에서 옛 양산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20분, 6시5분, 6시20분, 6시35분, 7시5분, 7시40분, 7시50분에 출발한다. 다시 남부시장 정류소로 걸어서 이동해 부산행 12번 완행버스를 타면 된다. 밤 10시 이후까지 다닌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언양 어곡양산지방공단~배내골~어곡터널 어곡양산지방공단~어곡터널~배내골 어곡지방산업단지~배내골 용선~버스종점인 슈퍼마켓 종점~용선상회 간판 보고 좌회전. 차를 준성산업 입구에 주차했을 경우 어곡삼거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참고로 정차시간은 오후 4시10분, 4시50분, 5시35분, 5시50분, 6시10분, 7시1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무안면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
3형제 한동네 나란히 식육식당
구수하고 담백한 맛 3대째 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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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최달성 씨가 운영하던 돼지국밥집 자리에 새로 지은 밀양 무안의 동부식육식당.


  요즘이야 전국 어디서나 돼지국밥집을 흔히 볼 수 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돼지국밥집은 찾아보기가 힘들었죠.
 불현듯 한 그릇 먹고 싶어도 식당이 없어 먹지 못하는 그 마음, 누가 알까요. 그래서 유사 국밥쯤 되는 순대국밥집에 많이 갔지요.
 귓잔등을 후려치는 찬바람이 불 때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지만 요즘처럼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이열치열로 한 그릇 먹으면 속이 든든해지고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곤 하지요.

 한데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내로라하는 돼지국밥집 앞에 '밀양'이란 수식어가 붙은 곳이 많습니다. 밀양과 연관이 있든 없든 밀양돼지국밥이 아예 상호로 자리잡고 있지요.
 왜 그럴까요. 전국을 평정한 그 돼지국밥의 원조가 바로 밀양시 무안면에 있기 때문이지요.
 국가 중대사가 있으면 땀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한 밀양 표충비가 있는, 창녕과 인접한 밀양 서쪽에 위치한 무안면 소재지에는 삼형제가 운영하는 돼지국밥집이 이웃해 있습니다. 무안식육식당, 제일식육식당, 동부식육식당이 바로 그것으로, 7남1녀 중 셋째인 최수도 씨, 넷째 수용 씨, 막내 수곤 씨가 각각 운영하는 곳입니다.
 밀양 돼지국밥의 뿌리는 이들 형제의 할아버지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 최달성 씨가 일제강점기 후반 무안면 시장터에서 '양산식당'이란 돼지국밥집을 연 것이 시초랍니다. 이후 이들 형제의 아버지가 인근에 '시장옥'이란 상호로 분가해 나간 뒤 지금의 무안식육식당으로 이름이 바뀌어 셋째인 최수도 씨가 지금껏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양산식당'은 막내인 최수곤 씨가 이어받아 지금의 동부식육식당으로 바뀌었답니다. 그러니까 혈통으로 따지자면 셋째인 수도 씨가 운영하는 무안식육식당이 정통성이 있겠지만 식당터로 보자면 막내인 수곤 씨가 운영하는 지금의 동부식육식당이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가 되는 셈이죠.
 하지만 한 뿌리에서 나와 같은 조리법으로 만들고 있으니 셋 다 원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형제의 설명입니다.
 
 "할아버지 때만 해도 다 쓰러져가는 옛집에서 가마솥에 나무를 때 장사를 했습니다. 장날이면 비좁은 가게에서 허기를 채우는 사람들로 늘 시끌벅적했죠." 동부식당 최수곤 씨의 추억담입니다.
 무안식육식당 최수도 씨는 "1980년대 초 창원에서 열린 전국음식축제에 밀양 대표로 온 가족이 참가해 큰 인기를 끌었다"며 "이 때문에 이후 밀양돼지국밥이 더 유명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회상하더군요.

 밀양돼지국밥의 원조답게 이들 식당에는 외지인들이 입소문을 통해 더 많이 찾고 있습니다.
 구수하고 담백한 그 맛의 비결은 뭘까요.
 우선 소뼈를 3일간 고아 나온 육수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이 개운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돼지고기도 직접 김해 등지에서 누린내가 나지 않는 암퇘지만 고른답니다. 또 고기를 씻을 때도 소금과 밀가루를 섞어 씻어 최대한 누린내를 제거하는 것이 또 하나의 비법이라고 합니다.
 
 "돼지국밥집을 열려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로 문의도 많이 옵니다. 밀양돼지국밥을 널리 알린다는 셈치고 일반적인 조리법 정도는 가르쳐 주죠."
 부산 경남 등 인근뿐 아니라 서울지역에서도 자주 전화문의가 와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하다고 최수곤 씨는 사람좋은 표정을 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밀양을 찾으면 얼음골 영남루 만어사 예림서원 등 이름난 곳만 찾지말고 사명대사 유적지와 표충비각이 있는 밀양의 무안면을 찾아 원조 돼지국밥 한 그릇을 맛보는 것도 잊지 못할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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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이 포개져 있는 형상이라 하여 누룩덤이라 불리는 이 암봉은 이번 산행의 첫 기착점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여성산악회 회원들이 에둘러 가는 쉬운 길을 버리고 과감히 누룩덤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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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기에는 몸풀기를 하라고 슬랩부터 시작된다.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내리며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는 스릴을 경험해 보시겠습니까. 그렇다고 흙 한번 제대로 밟아 보지 못하고 산행 내내 신경을 곧추 세워야만 하는 그런 위험한 산행은 절대 아닙니다. 전망요, 움직일 때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온통 진경산수화에 버금가지요. 계곡물과 약수물도 잊을만 하면 나타나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경남 합천의 누룩덤을 지나 합천과 산청의 경계에 놓인 부암산 능선길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이같은 조건을 두루 갖춘 환상적인 코스이다. 산행도중 만나는 웅장한 암봉이나 기암괴석 그리고 가지각색의 바위 모양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산행코스는 합천군 가회면 대기마을~슬랩~매바위~세손가락바위~누룩덤~칠성바위~감암산~삼거리~전망대~안전시설물~암수바위~느리재~715봉~안전시설물~배넘이재~부암산 정상~부암사 석굴~부암사~산청군 신등면 이교마을 버스정류장. 6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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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정면에 삼라만상의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모산재와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인 누룩덤이 보인다. 누룩덤은 말그대로 술을 빚는 발효제인 누룩이 포개져 있는 형상을 본따 지어진 이름.

버스정류장을 끼고 왼쪽으로 진입하면 묵방사 이정표가 나온다. 묵방사로 오르는 길 왼쪽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피날레를 향해 치닫는 오케스트라의 음률과 대비될 정도로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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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바위는 직접 명명해보는 것이 이번 산행의 묘미다. 왼쪽은 강아지 옆모습을 빼닮았다. 오른쪽은 옹강산 말등바위를 연상케 하는 장엄한 암릉.


10여분 후엔 묵방사 모산재 천황재 등산로 이정표가 나오고 여기서 또 10분 정도 직진하면 상수도 보호구역 알림판이 나온다. 갈림길이다. 천황재 등산로 안내판을 따라 왼쪽길을 택한 후 개울을 건너 산길로 오른다. 다시 작은 개울을 건너면 슬랩이 기다리고 있다. 길이 50m 폭 15m 정도의 전형적인 슬랩으로 경사가 완만하다. 주변이 온통 바위 산이어서 고개를 돌리는 매순간 전혀 다른 진경산수화가 나타날 정도. 곧 첫 전망대가 나온다. 정면에 대기저수지가 발밑에 있고 왼쪽 뒤편 저멀리 허구산이, 오른편엔 의령 자굴산이 보인다.

밀양 박씨 묘를 지나 두번째 전망대에 닿으면 끄트머리가 거북 머리모양을 한 바위가 보인다. 어떻게 보면 부처님의 웃는 얼굴 같기도 하다. 매바위다. 직접 오르면 왼쪽에는 모산재 정상이, 오른편 발밑엔 묵방사가 보인다. 8분 정도 오르막 길을 따라 땀을 흘리면 이번엔 손가락 세개를 엇갈리게 포갠 듯한 세손가락바위가 나온다. 익히 알려진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나올 때마다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이름없는 바위는 직접 명명해보는 것이 이번 산행의 묘미다.

또 슬랩이 나온다. 암석이 풍화돼 바닥이 미끄러워 로프가 놓여있다. 눈앞에는 누룩덤이 떡 버티고 있다. 어쩜, 이토록 재밌게 이름을 지었을까.

길은 두 갈래. 오른편으로 가면 누룩덤을 에둘러 가고, 정면으로 오르면 누룩덤으로 향한다. 누룩덤은 정상등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상 직전 바위간 간격을 띄워 놓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계방향으로 전진,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 애당초 에둘러 온 길과 만난다. 그 곳엔 이곳이 누룩덤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바위 능선을 타고 계속 오르다 보면 정면에 철쭉으로 유명한 베틀봉 황매산 중봉 상봉이 잇따라 보인다. 지금쯤이면 산 전체가 불타올라야 하는데 올해는 만개시기가 늦다.

7개의 작은 바위가 얹혀있는 칠성바위를 지나면 슬랩부터 시작된 직벽구간이 끝난다.

이제부터는 전형적인 산길. 10분쯤 걷다보면 도중에 나무를 밴 밑동이 4, 5개 보인 후 삼거리가 나온다. 내리막길인 왼쪽길을 택한다. 길 입구 바닥에 소나무가 놓여있다. 유의하자. 오른쪽으로 가면 황매산 천황재로 향한다. 지도상엔 이곳이 감암산 정상으로 돼 있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안든다. 무덤 1기를 지나면 인적이 드문 탓인지 길가에 취나물이 늘려 있다. 얼마 안가 확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호렴봉 정수산, 그 왼쪽으로 둔철산, 웅석봉이, 저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오른쪽엔 왕산필봉, 덕두산이 보인다.

다시 암릉길. 누룩덤 주변 암릉과는 달리 암석이 풍화를 많이 받아 미끄럽다. 마사토가 많을 경우 마치 모래사막을 걷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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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암릉(왼쪽)과 부암산 정상.
   
 

심한 내리막길도 나온다. 안전을 위해 쇠줄난간이 설치돼 있지만 그래도 위험하니 조심하자. 20여분 후에는 암수바위가 기다린다. 여자엉덩이 모양을 한 바위 뒤에 남근이 붙어있는 형상이다. 남근은 바위의 오른쪽에서 보면 그 모양이 확실하다. 암수바위를 끼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지금부터 편안한 산길. 부암산을 향해 걷지만 얼핏 능선이 우측으로 굽어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방향을 혼돈하지 말자.

갈림길이 또 한곳 나온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곧 작은 샘터가 보이면 맞다. 샘터에는 도롱뇽 알이 보인다. 지도상엔 느리재로 표기돼 있다. 능선을 타고 오른다. 왼쪽엔 철쭉 군락지다. 전망대 두곳을 지나면 715m봉. 오르면서 부암산 정상인 줄 알았건만 속은 느낌이 든다. 눈앞의 봉우리가 부암산 정상.

30m 되돌아 나와 바위를 넘어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5분 정도 후엔 또 안전시설물. 부암산 정상(695.6m)은 이곳에서 10여분 거리. 정상에는 이름없는 산악회에서 세운 작은 정상석이 서있다. 하산은 남쪽인 반대편으로 내려선다. 너덜지대를 지나 10여분 후에는 부암산 석굴이 나온다. 굴안에 약수가 있으니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자. 이곳에서 20분 후엔 부암사가 나오며 다시 15분 후엔 이교마을이 나온다.

#떠나기 전에

5월의 산 하면 황매산을 빼놓을 수 없다. 온산을 철쭉으로 자신의 몸을 태우기 때문이다. 지금 황매산과 모산재 일원은 붉은색으로 치장을 하고 있다. 그 능선을 잇는 감암산과 부암산은 황매산과 형제임을 과시하듯 암봉과 바위능선을 자랑한다. 감암산이라는 산명은 모산재 입구의 감바위란 지명에 의해 생겨났는데 실제 대기마을의 촌로는 그런 산명을 모른다고 강변한다. 대신 누룩덤 두리봉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암산은 스승바위산으로 지형도에는 전암산 또는 석봉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상은 윗음달덤으로 불린다. 북봉이 715m로 정상보다 높으며 전망도 뛰어나다. 황매산의 유명세에 바로 옆의 감암산-부암산은 한적하므로 나만의 산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자. 느리재의 샘터는 관리가 되지 않아 식수로 쓸 수 없다.

#교통편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합천행 시외버스를 타 삼가에서 하차한다. 6천9백원. 1시간30분 걸린다. 삼가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30분에 출발하는 가회행 군내버스를 타고 대기마을에서 내린다. 1천1백50원. 가회행 군내버스의 다음 출발시간이 오후 2시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산행 날머리인 이교마을에서 산청군 원지행 군내버스는 오후 1시, 5시에 출발한다. 1천6백원.

원지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40분, 55분, 6시5분, 45분, 7시30분, 막차는 8시30분에 있다. 7천5백원. 원지에서 진주행 버스는 자주 있다. 만일 이교마을에서 원지행 오후 5시 군내버스를 놓치면 산청군 신등면 면소재지인 단계까지 개인택시(011-851-6452, 055-973-6452)를 이용한다. 7천원 내외.

단계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10분, 7시20분 두번 뿐. 2천3백원. 진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 10~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9시10분. 6천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여건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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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경이 적힌 오색찬란한 깃발인 룽다가 펄럭이는 티베트의 관문이자 수도인 라싸.
해발 3600m 지점에 위치한 라싸 공가공항에 내려도 벌써 고소를 느껴 머리가 깨지듯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방법은 단 하나. '낮은데로 임하소서'. 해서 여행사들은 고소 적응을 위해 라싸보다 해발고도가 300m쯤 낮은 티베트 문화의 발원지 체탕으로 이동, 하룻밤을 묵은 뒤 라싸로 이동한다.

 라싸의 대표적 볼거리는 조캉사원과 포탈라궁.
 조캉사원은 티베트이면 평생 한 번 순례하는 게 소원인 티베트 불교의 총본산이며, 라싸 시내 한 가운데 포탈라 언덕에 우뚝 솟은 포탈라궁은 달라이 라마가 주로 겨울에 머물던 겨울 궁전. 현재 티베트의 유일한 세계문화유산이다.

 포탈라궁과 조캉사원을 비롯한 라싸의 사원들은 실내에서 사진촬영 금지 구역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몰래 촬영을 하기도 한다. 물론 벌금을 매기지만 한국사람들은 '그까짓 푼돈쯤이야'라며 벌금을 감수하며 사진촬영을 강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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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티베트 승려들은 휴대폰에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있다. 특히 디카는
                    능수능란하게 사용해 몰래 사진을 찍었다간 강제로 삭제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요즘엔 그것도 안 통한다. 티베트 승려들이 작전을 바꿔 벌금은 벌금대로 받고 디지털 카메라 작동법까지 익혀 직접 사진을 지우기 때문이다.

 포탈라궁에서 사진을 찍다가 들킨 한국의 한 관광객은 벌금은 물론 포탈라궁 이외에서 몰래 찍은 사진까지 모두 삭제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지켜야 하는 법.
 앞으로 티베트에서 몰래 촬영은 절대 하지 말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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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싸 시내 포탈라 언덕에 우뚝 솟은 포탈라궁.

 

  제주도지사가 지난 25일 해양수산국장을 전격 직위 해제했다. 해수욕장의 바가지 요금을 잡지 못한 책임을 물어서다. 이 같은 결정은 올해초부터 제주도가 강력 추진하고 있는 '고비용 제주관광 거품빼기' 정책에 저항하는 세력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이기도 했다.

 약발이 통했던지 문제가 됐던 해수욕장 파라솔 임대 가격은 그 다음날부터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어 한 병 당 최고 3300원까지 받던 특급호텔의 생수도 객실당 1~2병씩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제주도는 그간 '바가지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지만 관광업계는 '썩어도 준치' 운운하며 그래도 '국내 관광 1번지'라고 버텼다. 그 베짱이 결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일본이나 중국으로 돌리게 했고, 그 후유증이 지역 경제의 침체에 이은 위기로 되돌아왔다.

 제주 관광업계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개혁에 나서야 제주를 국제적 관광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한 필자는순간 경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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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왼쪽)과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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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왼쪽)과 불국사.


 경주 또한 제주도와 비슷한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와 달리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싼 입장료와 주차비, 관리인들의 고압적인 자세 그리고 맛없는 비싼 음식 등은 점차 관광객들의 뇌리에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몸소 느꼈다.
 대표적인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경주를 대표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우선 비싼 입장료와 주차비. 둘 다 공히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소인 2000원이며 주차료는 승용차의 경우 불국사는 3000원, 석굴암은 2000원이었다.
 중고생 자녀를 둔 4인 가족이 만일 불국사와 석굴암을 모두 구경하려면 주차비를 포함해 불국사 1만7000원, 석굴암 1만6000원 합계 3만3000원이 나온다.
 그렇다고 신용카드를 받아주나 현금영수증을 끊어주나, ;유리 지갑' 월급쟁이 관점에선 사실 총만 안 들었지 날강도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불국사는 그나마 경주시 및 사찰 소속 해설사가 있어 조금만 신경쓰몀 설명을 들을 수 있지만 석굴암은 이러한 서비스조차 없다.
 불국사 입구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단체일 경우 입장료가 적지 않아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싶었지만 직원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고압적인 자세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 이런 불만은 오래 전부터 불거져 나왔다. 불국사 입구의 한 상인조차도 석굴암과 불국사의 입장료는 둘 중 한 곳에 입장하면 다른 한 곳은 1000원만 내게 한다든지 하는 묘수가 있을텐데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자만심 하나로 '비싸면 안 보면 되고' 하는 식으로 관광객들을 내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아는 지 경주시청에 문의를 해봤다. 담당 공무원은 비싼 입장료, 신용카드 사용 여부 등의 불만이 자주 민원으로 발생하지만 결국 두 곳은 조계종 관할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묻자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달라', '입장료를 신용카드로 받아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시다시피 조계종은 경주시로서는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물론 이 점의 일부는 인정한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이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면 관광도시 경주로서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게 경주의 한계다. 변화의 바람을 기대할 수 없는 무풍지대인 곳이 바로 경주의 참 모습인 것이다.
 한때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던 신라 천년고도 경주. 첨성대 천마총 석가탑 다보탑 남산 등 발길 닿는 그 어느 곳도 문화재가 산재해 도시 자체가 노천박물관으로 국내 어느 도시와 견줘도 관광 컨텐츠만큼은 최고인 경주가 이렇게 고인 물 수준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옛 영화를 찾을려는 의지조차 없다는 점이다.

 누가 뭐래도 경주의 관광 1번지는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여기서 좋지 못한 인상을 받으면 그날 경주 관광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사실은 불보듯 뻔한 사실 아니겠는가. 삼척동자다 다 아는 사실인데 왜 불국사와 석굴암의 조계종과 경주시는 이를 모르고 있단 말인가.

하루빨리 민관학 및 종교계가 머리를 맞대 제주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전국의 관광객을 다시 불러 모으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억산 깨진바위 거참 희한하게 생겼네
-영남알프스 청도 범봉 대비골~천문지골 산행

산행 시종점 각각 대비사 운문사 볼거리 무궁무진
오를 때 대비골, 하산 때 천문지골 큰골 모두 계곡산행
걷는시간만 4시간5분 산행 답사 두 마리 토끼 가능
억산 정각산 개물방산 호거대 지룡산 등 모두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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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사찰인 대비사 대웅전 좌측 처마 위로 쩌억 갈라진 모양의 바위가 억산 깨진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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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풍재를 지나 범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본 억산 깨진바위. 우측 산아래 위치한 대비사에선 깨진바위가 선명하게 확인됐지만 이곳 전망대는 보는 각도가 달라 사진상으로 깨진바위의 형상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깨진 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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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바위 능선 우측 끝 봉우리는 개물방산(왼쪽). 개물방산 우측 저수지는 들머리의 대비지(박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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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봉과 바로 이웃한 억산에서 본 깨진바위. 억산 정상에서 수리봉 쪽으로 약간만 내려서면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억산 깨진바위. 대비사에서 본 깨진바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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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산은 그 자체가 영남알프스 전망대다. 억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관으로, 건너편 맨 왼쪽이 깨진바위의 일부분이고, 정면이 범봉, 그 오른쪽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운문산, 맨 뒤 능선 중 한 가운데 뾰족봉이 영남알프스 맏형 가지산, 그 왼쪽 끝이 상운산이다.



 천년고찰 운문사는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영주 부석사 등과 함께 전국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사찰 중 하나이다. 절로 향하는 길 주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빠알간 늦사과와 노오란 은행잎이 환상적인 영주 부석사만 만추에 유독 두드러질 뿐 나머지 사찰은 사시사철 꾸준하게 발길이 이어진다.

 명산에 명찰이라 했던가. 선암사는 전형적 육산인 조계산이, 대흥사는 다도해 국립공원을 굽어보는 암봉인 두륜산이, 소백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는 부석사는 백두대간인 소백산 줄기가 품고 있다.

 청도 운문사는 차고 앉은 형세가 다른 사찰과 사뭇 다르다. 통상 사찰은 산을 등지고 있는데 반해 운문사는 운문산과 마주보고 있다. 실제로 옛 비로전인 대웅보전 앞에 서면 운문산 정상이 올려다보인다.

 한데, 절집 앞 현판에는 '호거산(虎踞山) 운문사(雲門寺)'라 적혀 있다. 호거산은 절 북서쪽에 위치한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암봉으로 일명 등심바위. 통상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가장 근접한 곳의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라 불리는 암봉을 호거산으로 바꿔 붙였지 않나 싶다.

 뜬금없이 운문사를 화두로 꺼낸 까닭은 독자들의 전화 때문. 그들은 한결같이 하산 지점이 운문사인 코스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운문사로 하산 가능한 봉우리는 운문사 북동쪽의 지룡산, 북서쪽의 호거대(등심바위)와 딱밭재에서 떨어지는 천문지골, 아랫재에서 시작되는 심심이골 그리고 상운산이나 가지산에서 출발하는 학심이골 정도.

 지룡산 호거대 심심이골 학심이골 등은 최근 소개했거나 코스가 너무 길어 고민 끝에 산행팀은 청도 대비사에서 출발하는 범봉 코스를 택했다. 한적한 천년고찰 대비사에서 대비골로 올라 적당히 능선길을 걷다가 천문지골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원점회귀가 아니라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

 구체적 경로는 청도군 금천면 대비사~대비골~팔풍재~전망대~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범봉~딱밭재~천문지골~큰골(운문천)~운문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분 정도. 들머리와 날머리의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를 구경하고, 오르내릴 때의 대비골과 천문지골에서 발을 담그며 땀을 식히노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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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는 대비사. 이 코스는 산 너머 밀양 석골사와 함께 억산으로 오르는 유이(唯二)한 산길이지만 오지여서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이 점이 되레 한적한 산행을 가능케 해주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호거대 아래 첩첩산중에 터를 잡은 비구니사찰 대비사 주차장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조그만 이정표를 따라가며 산행은 시작된다. 절로 가는 길이 우측에 열려 있고 좌측 다리 건너에는 절벽 아래 부도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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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 들머리 좌측에 위치한 부도전.

 들머리에서 4분이면 산으로 들어선다. 굴참 신갈 등 활엽수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곧 갈림길을 만나지만 좌측 계곡(대비골) 쪽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출입을 막고 있어 우측으로 오른다. 계곡과 나란히 걷지만 아직은 산길에서 접근이 어려워 무작정 오른다. 20분쯤 올라야 비로소 계곡으로 가는 소로가 열려 있지만 무시하자. 5분 뒤 계류를 건너기 때문이다.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유난히 물이 맑은 데다 아주 차다. 조금 더 오르면 나홀로 '알탕'을 하기에 제격인 작은 소가 여럿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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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에서 주능선인 팔풍재로 가는 도중의 대비골.

 이어지는 산길. 농짝 내지 집채만한 바위가 정면에 병풍처럼 떡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끼 낀 작은 바위 사이로 산죽길이 기다린다. 이어 만나는 지계곡 물길을 건너면 산길은 지그재그로 바뀌며 상당히 가파른 된비알로 돌변한다. 여기에 바닥은 너덜길이 한동안 이어져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특히 주능선인 해발 770m대의 팔풍재로 오르기 전 300~400m 구간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GPS 단말기로 얼핏 봐도 45도의 경사는 될 법하다. 들머리에서 팔풍재는 2.6㎞로 1시간35분 걸린다.

 팔풍재는 사거리. 우측은 왕복 40분쯤 걸리는 억산(0.6㎞), 직진하면 석골사(2.7㎞), 산행팀은 좌측 운문산(3.7㎞) 딱밭재(1.9㎞) 방향으로 향한다. 약간의 굴곡이 있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전체적으로 내리막길로 수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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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같은 점심. 윤옥 씨, 다음 산행 때도 꼭 참석하세요.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오르막은 8분쯤 뒤부터 시작된다. 12분쯤 지그재그길을 힘겹게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억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이 한눈에 파악된다. 약간 정면이지만 쩍 갈라진 깨진바위의 확인이 가능하다. 우측으로 들머리 쪽인 대비지가 보이고 발아래 골짜기가 방금 산행팀이 올라온 곳이다.

 억산 좌측 밀양 쪽에는 수리봉 실혜산 정각산 승학산 용암봉 종남산 덕대산이, 억산 바로 우측 저멀리 비슬산이 확인된다. 대비지 좌측 솟은 산이 개물방산, 그 뒤로 선의산 용각산 대왕산 통례산 학일산, 대비지 우측으로는 호거대, 그 뒤로 도롱굴산 서지산 옹강산 지룡산 서담골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3분쯤 급경사길로 오르면 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 좌측은 대비사 쪽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한 능선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르다 다시 내려선다. 이제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범봉이다.

 집채만한 바위를 우측으로 우회해 '좌 청도, 우 밀양' 산길을 걸으면 숲에 가려 조망이 하나도 없는 좁다란 공터에 닿는다. 범봉(969m)이다. 이정표와 119 구조 표지목이 나란히 서 있지만 범봉이라 적힌 정상석은 없다. 대신 누군가가 이정표 상에 검은 매직펜으로 '범봉'이라 적어 놓았다.

 우측은 상운암계곡 또는 대비골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4분 뒤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맨 앞 회백색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힌 능선이 지룡산줄기이며 정상은 10시 방향 쪽 봉우리다. 그 아래 북대암이, 산행팀이 선 곳에서 정면에는 사리암이 보인다. 그 사이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옹강산이며, 그 뒤 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사룡산 단석산 문복산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의 종착지는 딱밭재. 전망대에서 10분. 옛날 이 주변에 닥나무가 많아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는 천문지골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다.

 딱밭재 역시 팔풍재와 마찬가지로 사거리. 직진하면 운문산(2㎞) 우측은 석골사(2.9㎞), 산행팀은 좌측 천문지골을 거쳐 운문사(4.5㎞)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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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밭재에서 운문사로 내려서는 도중의 천문지골.


 30분 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칠고 순한 지그재그 너덜길을 내려오면 비로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산허리길을 돌며 천문지골이 빚어낸 운치있는 풍광을 감상한다. 와류가 흐르는 제법 미끄러운 암반을 지나면 일순간 편하고 너른 길을 만난다. 3분 뒤 계곡과 만난다. 유량도 적절하고 주변 풍광도 빼어나 잠시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이 계곡을 지나면 사실상 산책로 수준의 산길. 10분 뒤 운문산 자연생태 조사를 위한 일종의 텐트인 트랩도 지난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여유가 있으면 맘에 드는 계곡의 한 지점에 내려가 쉬어가면 어떠하리. 짧게는 3분, 길게는 9분 간격으로 네 번의 계곡을 지나 150m쯤 걸으면 갈림길. 딱밭재에서 1시간25분 소요. 좌측은 운문사 승가대학 학장인 법계 명성 스님의 처소인 죽림헌 방향, 산행팀은 직진형 우측으로 향한다. 잠시 후 다시 큰골을 건너면 사리암에서 운문사로 이어지는 포장로에 올라서고 여기서 입산통제 초소를 지나면 운문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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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청도 운문사 전경.



#떠나기 전에-2만5000분의 1 지형도, 범봉 자리에 억산 표기 오류

 이번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는 각각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 모두 비구니 사찰이다. 신라 진흥왕 557년 한 선승이 청도 호거산(지금의 호거대)에 들어와 3년 동안 수도를 한 후 절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스님은 현 운문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산허리 갑(岬)' 자가 들어가는 '오갑사(五岬寺)'를 7년 만에 완성했다. 동쪽의 가슬갑사, 서쪽의 대비갑사, 남쪽의 천문갑사, 북쪽의 소보갑사 그리고 중앙의 대작갑사가 바로 그것. 대작갑사와 대비갑사는 각각 지금의 운문사, 대비사이며 나머지 세 갑사는 폐사돼 찾을 길이 없다.

 그 흔한 일주문이나 천왕문조차 없는 대비사는 그야말로 심산유곡 깊은 산골에 위치한 절집. 단청이 모두 벗겨져 고풍스러운 맛이 물씬 풍기는 맞배지붕의 보물 제834호 대웅전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곳에선 깨진바위로 불리는 독특한 형상의 억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종점인 박곡(리) 도로변에 위치한 보물 제203호인 박곡리 석가여래좌상도 챙겨보자. 석굴암과 시기와 양식이 비슷한 이 불상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날머리 운문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사찰. 노송들의 빼어난 각선미는 언제 봐도 가슴을 뛰게 하고 천년기념물인 500년 된 처진소나무는 언제봐도 정감이 간다. 경내에선 남쪽으로 운문산이 포근하게 다가오고, 북동쪽으로 운문사보다 먼저 창건된 북대암을 품은 지룡산의 암봉이, 북서쪽으로는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호거대(등심바위)가 손에 잡힌다. 수줍게 총총걸음을 옮기는 비구니들도 정겹다. 불전사물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다. 불전사물을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이며, 50여 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해 눈길을 끈다. 또 한 가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범봉의 자리에 억산이라 표기돼 있고, 억산 자리에는 그냥 깨진바위라고 적혀 있다. 첨언 하나 더. 천문지골 학심이계곡 등 운문사를 끼고 있는 계곡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므로 하산길에 물가로 내려 몸을 씻는 행위는 삼가주시기 바란다.

#교통편-운문사에선 사리암 오가는 직행버스 이용하면 편리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5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48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길을 건너 인근에 위치한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9시20분, 10시10분, 10시50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3500원. 동곡정류장에서 들머리 대비사에 가기 위해선 박곡(리)에서 내려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오전 9시45분, 11시30분. 1000원.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동곡정류장 입구에 있는 개인택시(054-372-3066)를 이용하면 된다. 9000원.

 날머리 운문사에선 부산역에서 사리암을 오가는 직행버스(011-507-8801)를 타면 된다. 오후 4시30분(토요일만 오후 4시) 출발. 7000원. 이 버스를 놓쳤을 경우 청도로 가서 열차를 타야 한다. 청도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 3500원.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1시54분, 5시51분, 6시15분, 6시40분, 7시52분, 9시40분에 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김제 모악산- 연리지(連理枝), 함양 상림-연리목(連理木) 눈길 끌어


 연리지(連理枝)와 연리목(連理木)을 아시나요.
두 나무가 따로다로 자라다가 가지가 맞닿아 하나로 합쳐진 것을 연리지(連理枝)라 하고, 줄기가 합쳐진 것을 연리목(連理木)이라고 합니다. 연리지가 연리목보다 희귀하지요.
 연리지 나무는 두 가지가 만나면서 서로 문질러 껍질이 터지고 생살이 뜯기면서 점차 상처가 아물어 같은 나이테를 갖게 되지요. 남녀간에 사랑의 결실을 이루기 위해선 적지 않은 장벽을 넘어야 완성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나무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해서, 세간에선 이를 '사랑나무'라고 부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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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 연리지 안내판. 독특하고 아주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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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김제 모악산(母岳山)에 가면 연리지(連理枝)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산 정상 남쪽 아래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 길게 솟은 쉰길바위의 모습이 마치 어미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형상이라 이 같이 명명된 모악산은 후백제를 세운 견훤의 한이 서려 있으며, 동시에 증산도의 창시자 강일순이 깨달음을 완성한 곳이기도 하다.
 국내 유일의 목탑형 전각인 미륵전(국보 제62호)을 보유한 금산사 부도전을 지나 정상으로 가기 전 등산로에서 200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모악산 연리지는 이웃한 소나무의 가지가 만나 H자 모양을 하고 있다. 한 나무가 죽어도 이웃 나무에서 영양을 공급받아 연명이 가능해 예부터 귀하고 상서로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관계자는 이 나무 앞에서 남녀가 기도를 하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
 김제시는 친절하게 안내판을 설치하고 나무 주변에 덱을 설치, 이를 관광상품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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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숲인 함양 상림(천연기념물 제154호)에는 100년 된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한 몸이 된 연리목이 자라고 있다. 상림은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이곳 태수로 부임했던 고운 최치원 선생이 여름마다 위천이 범람해 농경지와 가옥들이 피해를 입자 이를 줄이기 위해 조성한 숲. 즉 고운의 애민사상이 곁들여 있는 숲이다.
 뿌리 윗부분부터 마치 포옹을 하듯 서로 붙은 채 함께 자라고 있는 연리목 앞에는 언제나 부부나 연인이 손을 잡고 함께 바라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 연리목 역시 남녀가 함께 기도를 올리면 애정이 두터워지고 사랑이 깊어진다고 전해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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