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산은 어떤 존재로 다가올까요.
 산은 우선 인간에게 미적 감각을 키워 줍니다. 사시사철 변하는 산의 오묘한 표정과 빛깔은 인간의 상상력을 능력 이상으로 발휘하게 해줍니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지는 진달래 철쭉 계곡 억새 단풍 눈꽃 등은 삼라만상의 그 어떤 것보다 인간으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될듯 합니다.
 산은 또 건강을 안겨다 줍니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산에 다니기 전에 만성 소화기 궤양 환자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5년을 다니고 나서 최근 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말끔하게 다 나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건강에 산이 최고입니다.
 산은 평정심을 가르쳐 줍니다. 아무리 낮은 동네 뒷산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아니면 자만심을 잠시라도 갖게 되면 어김없이 혹독한 처벌을 내립니다. 산에서의 안전사고는 대개 잠시 마음의 끈을 놓았기 때문입니다. 겸손과 미덕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줍니다.

 이렇게 고마운 산을 해코지하는 이가 바로 몹쓸 인간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정말 끝이 없나 봅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산까지 불태우니까요.

 산행을 하면서 바로 인간을 원망하며 안타까워 한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하나는 창녕 영취산이었고, 또 하나는 지리산 제석봉이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돈에 눈 먼 인간들이 불을 질렀답니다.
 곧 송이버섯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울진 봉화 그리고 대구 팔공산 지역이 유명한 산지입니다. 부산서 가까운 창녕 또한 송이버섯으로 유명합니다. 화왕산 관룡산 그리고 영취산이 주산지입니다.
 하지만 지금 영취산은 화마(火魔)가 할퀴고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산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얼핏 고사목처럼 보였지만 산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불에 타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8년 전 송이 재배지 입찰에 탈락한 농민이 홧김에 방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송이로 유명한 영취산이 결국 송이 때문에 불에 탄 것입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아름다운 영취산을 망가뜨려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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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취산 667봉 주변에는 8년전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얼핏 고사목
         처럼 보이지만 불에 타 죽어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지리산 제석봉의 고사목입니다. 장삼이사들은 제석봉 구상나무 고사목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도벌꾼들의 분별없는 욕심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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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제석봉 고사목들.

 원래 제석봉은 산림이 우거져 대낮에도 칠흑같이 어두워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구상나무들이 해발 1800여m의 제석봉 전체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름다운 제석봉은 40여년 전 도벌꾼들이 이곳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벌목한 뒤 그 흔적을 없애려고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지금과 같이 고사목 지대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사람들의 욕심이 자연을 망치는 결과가 어디 여기 뿐이겠는가마는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냥 베어가고 말지, 불을 왜 질렀는지.
 여기에다 정부나 지자체 혹은 산림청 국립공원 관리공단 등이 이 고사목 지대를 오랫동안 방치해오는 동안 고사목까지 대부분 잘려나가 황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얗게 탈색된 고사목은 멀리서 보면 운치가 있습니다.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전부 죽었죠. 생명이 사라진 빈껍데기입니다.
 필부들은 제석봉 고사목을 배경으로 일출이나 일몰 그리고 설경의 모습을 찍어 아름다움을 감상하지만 사실은 이러한 사연이 숨은 줄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석봉의 고사목 지대는 칠선계곡에 남아 있는 목기 제작소의 흔적과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옛날 지리산 아래 추성리 사람들의 일부는 목기 제작을 하며 생업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아빠 졸라 지리산 종주한 씩씩한 4학년생 쌍둥이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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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와 함께 한 쌍둥이 자매. 백무동에서 장터목 가는 하동바위 코스 중간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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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쌍둥이 자매. 사실 누가 지영인지 지선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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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나서 아빠를 내버려둔 채 다시 속도를 내는 쌍둥이 자매(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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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장으로 봐선 영락없는 산꾼인 쌍둥이 자매. 아빠보다 앞서 있다. 하동바위 코스 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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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아저씨와 인사하는 쌍둥이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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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석대피소 가기 전 아빠와 함께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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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풀리며 덩달아 표정이 밝아지는 쌍둥이 자매. 해맑은 표정이 왠지 정이 간다. 벽소령에서
     연하천으로 가는 도중 전망이 트이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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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석대피소를 배경으로 촬칵.


 지난달 22일 오전 10시30분께 지리산 하동바위 코스의 중간쯤인 소지봉과 참샘 사이 돌계단길.

 전날 기자는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사무소의 취재 허가를 얻어 칠선계곡을 통해 천왕봉에 올라 장터목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하산하는 길이었다. 전날 오전 5시에 부산에서 출발, 2시간 30분 동안 운전한 데다 마폭포에서 천왕봉까지의 '마의 코스'를 포함 장장 9시간쯤 강행군을 한 기자는 장터목에서 세상 모르고 모처럼 단잠을 잤지만 피로가 가시진 않았다.
 전날 천왕봉에서 하산할 무렵부턴 비가 부슬부슬 내리드니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보니 바람을 동반한 장대같은 폭우까지 내리고 있지 않은가. 듣기로는 천왕산 입산 금지가 내려졌단다.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어 비가 좀 그칠 때까지 기다리다 오전 9시께 빗줄기가 약해지자 백무동을 향해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동바위 코스는 중산리 코스와 같이 천왕봉으로 오르는 최단 코스일 뿐 특별히 볼거리가 없는 지루한 돌길의 연속이다.
 하염없이 반복되는 돌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이의 씩씩한 구령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무료하던 차에 기자는 누굴까 하고 관심을 보이며 기다렸다. 근데 안경 쓴 여자 아이였다. 그것도 둘씩이나.
 알고보니 쌍둥이였고, 그들이 구령소리를 씩씩하게 붙인 건 뒤쳐지는 아빠를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대전 한밭초등학교 4학년 김지영 김지선이라고 했다. 체구는 나이에 비해 작았지만 한마디로 야무지고 옹골찼다.
 뒤따라오던 아빠 김영환(48) 씨는 쑥쓰러우면서도 싫지 않은 듯 "저 놈들이 왜 이리 빨리 가지, 어휴 힘들어 죽겠네"라며 끌끌 웃었다.
 김씨 모녀 3인은 지리산 종주를 시작하는 길이라고 했다. 종주를 시작하게 된 사연이 재미있었다.
 아빠가 안갈려는 쌍둥이들을 데리고 간 게 아니라 쌍둥이들이 갈 생각이 별로 없는 아빠를 마구 졸라 지리산 종주에 나섰다는 것이었다.
 아빠의 입을 잠시 빌리자면 애들이 다니는 한밭초등학교는 방학 전에 과제로 어떤 체험학습을 할 것인지 미리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문제는 쌍둥이들이 아빠와 상의도 하지 않고 대뜸 지리산 종주 계획을 제출한 것이었다.
 산행 출발 전 아침 일찍부터 비가 제법 내리자 머뭇거리는 아빠에게 어서 출발하자고 재촉한 것도 쌍둥이였다.
 복장도 제법 알차게 갖추고 있었다. 등산화에 두건 그리고 배낭에 커버를 씌운, 제대로 된 산꾼의 모습 그대로였다.
 기자가 본 잠깐 동안의 이들 부녀는 쌍둥이가 앞서 가며 뒤따라오는 아빠를 독려하는 식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재미있다며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는 것이 아닌가.
 하산하는 기자와 오르는 쌍둥이 부녀는 이렇게 잠깐 동안의 만남을 갖고 연락처를 교환한 후 헤어졌다.

 본업으로 돌아온 기자는 취재 후 산행기와 다른 잡무를 보느라 잠시 쌍둥이를 잊다 어제 쌍둥이 아빠와 통화를 했다.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고 했다. 당초 1박 2일로 예정했지만 연하천 대피소에서 하루 더 1박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아무런 사고 없이 다녀와 첫 종주치고는 100% 성공이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질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쌍둥이 아빠는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산을 엄청 많이 다녔고 지리산 종주도 20여 차례나 한 베테랑 산꾼이었다.

 "종주 첫날은 날씨가 계속 안좋아 천왕봉까지 겨우 다녀왔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애들이 너무 신나게 산행을 했습니다. 남해바다가 보일 땐 다함께 만세도 불렀죠."

 지리산을 찾은 많은 등산객들도 쌍둥이를 볼 때마다 힘내라며 격려도 아끼지 않았단다. 2박 3일 종주 동안 '지리산의 스타'는 단연 쌍둥이였다는 것이었다. 이런 말을 기자에게 전하는 아빠도 전화기 넘어로 표정은 보이진 않지만 분명 신이 났을 것으로 확신한다.

 가족 관계를 여쭤봤다. 쌍둥이 자매 위에 6학년 딸아이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밝힐 순 없지만 첫째에게 중요한 일이 없었다면 부인과 함께 온 가족이 종주를 했을텐데 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부인도 무척 산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지리산 종주 후 쌍둥이들은 이제 산의 맛을 조금 알았는지 다음 산행지는 가까운 계룡산으로 벌써 정해 며칠전 발표했다고 전했다.

 당시 그 말을 듣고는 엄마가 한마디 했다고 한다.
 "한동안 열심히 산에 다니던 아빠가 잠잠해지니까 조그만 딸들이 이제 산에 갈려고 하네, 어휴 내 팔자야."

 아래 글은 쌍둥이들이 지리산을 다녀와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랍니다. 사진과 함께 메일로 보내왔습니다.


자연체험학습 보고서

장소:지리산
때:2008년8월22일(금)~2008년8월24일(일)
목적: 종주, 지리산에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의 소중함과 필요함 그리고 자신이 높은 산을 올랐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위하여.

   ** 지리산 종주 일정 **
         8월22일
           08:00 백무교 출발
           09:30 하동바위 도착(1.8km)
           10:05 참샘 도착(0.8km)
           10:30 소지봉 도착
           12:30 장터목 도착(5.8km)
           14:00 장터목 대피소 출발(천왕봉go)
           15:10 지리산 정상 도착(천왕봉1915m)            
           16:00 장터목대피소 도착
         8월23일
           07:00 장터목 출발
           09:00 세석 대피소 도착(3.4km)
           11:30 선비샘 도착
           12:20 벽소령 입구 도착
           13:00 벽소령 대피소 도착(6.3km)
           14:30 벽소령 대피소 출발
           16:50 연하천 대피소 도착(3.6km)
         8월24일
           09:00 연하천 대피소 출발
           10:40 토끼봉 출발(2.4km)
           11:13 화개재 도착
           11:40 삼도봉 도착
           12:13 노루목 도착
           12:50 임걸령 도착
           14:40 노고단 도착(천왕봉~노고단25.5km)

 속세에 찌들린 속리산(俗離山) 산이름부터 바꿔라

 "5시간 남짓한 산행 코스에 휴게소, 그것도 컵라면 등 국물이 있는 음식물을 파는 곳이 8군데라니…."
 "정말 국립공원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휴게소 관리가 방만하다. 모두 없애고 산꾼들을 위한 산장 1, 2곳을 만들면 좋을텐데."

 속리산 산행을 마칠 무렵 산행팀과 동행한 몇몇 산꾼들의 속리산 산행에 대한 소감이다. 기자가 봐도 휴게소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태평 세심정 용바위골 보현재 냉천골 문장대(정상) 신선대 금강. 모두 휴게소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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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주사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2시간도 채 안걸리는 구간에서 한 굽이 오르면 휴게소를 하나씩
         만날 정도로 휴게소가 난립해 있다.



 무엇보다 모순되는 점은 등산로 입구에 '상수원 보호구역 저수지'와 그에 따른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계곡에 철조망을 둘러놨지만 정작 바로 옆에는 국물 있는 음식물을 버젓이 팔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그것도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간이 정화조만 설치해 놓고.
 세심정 휴게소 앞에는 보은군수 명의로 오물을 버리는 행위,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위 등은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는 커다란 알림판까지 세워 놓고 있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참을만했다. 한 발 물러서서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피해는 주지 않으니까.
 휴게소 앞을 지나면서 강제로 들어야만 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 더욱이 한 휴게소에선 아예 드러내놓고 속리산 명물인 솔잎술을 한 번 마셔보고 사라는 강요까지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문장대 앞 정상 휴게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음 수준의 유행가 음악 소리. 2시간 동안 땀을 흘리며 올라 활짝 웃어야 할 곳에서 귀를 막아야 되는 장면은 차라리 비극에 다름 아니다..

 속리산(俗離山). 이름 자체가 속세를 떠난다는 뜻 아닌가. 귀를 막아야 하는 그 순간만은 속리산을 어서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그들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문제는 속리산 주변 대부분의 토지가 온통 사유지라는 점이다. 보은 쪽 속리산은 대부분 법주사 소유이고, 상주 쪽 속리산은 대구의 모 교육재단 부지이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 관계자는 "6, 7년전쯤 휴게소와 연관이 있는 법주사와 대구의 모 교육재단, 보은군, 상주시 관계자가 휴게소 철거와 관련된 모임을 가졌지만 이권 문제가 걸려 있어 현실적으로 타결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다행히 경북 상주시에 속하는 문장대 휴게소가 올해 연말까지 철거, 이 자리에 생태복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소유주인 대구의 모 교육재단이 건물철거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보은에 속하는 속리산 쪽 휴게소는 조계종 소유라 휴게소 철거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 속리산사무소는 "장기적으로 휴게소를 줄여 나가겠다"는 의례적이고도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법주사~문장대 구간은 왕복 등산에 5시간 정도에 불과해 산꾼들에게 편의 제공보다는 생태복원이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편의 제공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산꾼들의 생각이다.

 속리산을 찾은 한 산꾼은 "같은 국립공원인 가야산의 경우 기존 대피소 마저 없애는 판"이라며 "속리산에서 휴게소 철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선은 산이름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롯데가 야구를 너무 잘해 사직야구장은 마치 축제의 장이 되었습니다.
 8월의 마지막날 롯데는 삼성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팀 창단 역대 팀 통산 최다인 10연승을 기록했고 동시에 올시즌 16번째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 1995년 LG가 이뤘던 프로야구 통산 한 시즌 최다 홈 관중 126만4762명(평균 2만76명)도 깰 것으로 보입니다.

 31일 사직야구장에는 영화배우 하지원과 시구를, 설경구가 시타를 했습니다. 두 배우는 이날 5회가 끝난 뒤 영화 '해운대'를 촬영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습니다.

 부산 갈매기들 입장에선 최고의 선물을 받은 셈이죠. 하지원과 설경구도 보고, 막판에 경기도 이겨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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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직야구장 기자실입니다. 4층 제일 높은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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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실에서 본 풍경입니다. 레프트 뒤로 금련산과 황령산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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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관중석에 본 기자실입니다. 불이 훤히 켜져 있고 유리창 사이로 경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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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끝나고 불이 꺼져도 야구담당 기자들은 마감을 하느라 바쁘답니다.


 하지만 사직야구장에서 유일하게 냉정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일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기자실입니다.
 야구 담당 기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경기는 막판에 뒤집히는 경우입니다. 이날도 롯데가 8회말에 경기를 역전시켜 기자들은 거의 새로 기사를 쓰다시피 했습니다. 기자들은 "그나마 8회말에 역전시켜 다행"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야구 담당 기자들은 업무만을 두고 고려할 때 초반에 승부가 나면 제일 편합니다.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프로야구 팬들을 생각하자면 접전을 이루며 명승부가 펼쳐져야 합니다.
 기자들은 기사 마감 시간이 있습니다. 두 팀이 난타전을 벌이며 밤 10시를 넘기면 기자들은 속이 타기 시작합니다.
 다른 기사는 모두 마감하고, 프로야구 기사만 비워놓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구 담당 기자가 얼마나 빨리 기사를 보내느냐에 따라 그날 신문이 빨리 나온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이 때문에 야구 담당 기자들은 절대 일희일비 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려고 합니다. 일이기 때문입니다.

경기장 풍경 몇 장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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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호 선수입니다. 허벅지가 장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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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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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판에 영화 촬영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자막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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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경구도 촬영 후 야구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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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경구의 익살스런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하지원은 못 찍게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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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코트 알바생들이 잠시 짬을 내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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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스터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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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미래 손광민이 스윙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 강민호도 보이네요. 볼보이 옆에서 찍
     은 것입니다.

덕성스러운 덕유능선 몸안에 스며들다
하산 후 전통찻집 '점터' 들러 오미자 찬 한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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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중 만나는 잣나무 조림지에서 본 덕유산 능선. 왼쪽에서부터 월봉산 수리덤 남령 삿갓봉
        삿갓골재 무룡산 동업령 백암봉이 보인다. 산행팀이 오른 시루봉은 사진 우측 가운뎃부분에
        위치해 있지만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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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봉은 산행 내내 시야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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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또한 울창해 걷는 재미도 일품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덕유산 시루봉(898m).
굳이 비교를 하라면 지리산 인근 함양 창암산이 적당할 듯 싶다.

함양읍내에서 오도재를 넘어 마천면 백무동으로 내달리는 도로 좌측에 우뚝 솟은 창암산(923m)은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을 위시한 주능선의 향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봉우리다. 칠선계곡과 백무동 사이에 오롯히 솟은 창암산은 천왕봉과 이웃한 제석봉에서 흘러내리는 능선과 이어진다. 비법정 탐방로 구간만 없다면 능선을 갈아타며 천왕봉으로 갈 수 있는 셈이다. 그만큼 천왕봉과 인접해 있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영신봉을 기점으로 주능선 남쪽의 삼신봉과 마주보는 북쪽에 위치해 있다.

산세는 그리 빼어나지 못하지만 숲이 울창하고 야생초 및 야생화가 지천이다. 단점이라면 사람들이 안 다녀 산길이 묵은 데다 숲이 과잉으로 울창해 지리산 주능선을 일부 가리고 있다.

지리산 턱밑에 창암산이 있다면 덕유산 코앞에는 시루봉(898m)이 있다. 시루봉은 거창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나다는 북상면에 위치해 있다.

창암산이 칠선계곡과 백무동 사이에 있다면 시루봉은 덕유산 주능선에서 흘러내리는 병곡리계곡과 산수리계곡 사이에 우뚝 솟아 있다. 빙기실계곡으로도 불리는 병곡리계곡은 옛날 영호남 보부상들이 토산물을 사고 팔기 위해 넘나들던 고갯마루인 덕유산 동업령이 발원지며, 마학동계곡으로 불리는 산수리계곡은 동업령과 이웃한 무룡산에서 시작된다. 특히 두 계곡은 자연히 살아 숨쉬는 '북상 13경'에 뽑힐 정도로 원시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시루봉은 지금은 포장로로 변한 거창군 북상면 병곡리의 하고개를 기점으로 덕유산 무룡산과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시루봉은 지금까지 아무도 밟지 않은 청정산길이다. 좋게 말하면 그렇지만 나쁘게 표현하자면 잡풀숲을 헤치고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고독한 개척산행길이다.

국내에서 최고로 덕성스럽다는 덕유능선을 가감없이 감상할 수 있는 데다 오가는 길에 '북상 13경'에 속하는 또 다른 볼거리인 사선대와 분설담을 구경할 수 있는 덤도 누릴 수 있다.

산행은 거창 북상면 산수교 옆 월성버스정류장~무덤~전망대~조림지~임도~삼각점~임도~다람봉(성씨묘)~고사리 재배장~달음재(포장로)~시루봉(삼각점)~철망(개인 농장)~도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길찾기가 까다롭지만 그때마다 산행팀은 미력이나마 잡풀과 잡목을 제거한 데다 촘촘하게 노란 리본을 많이 붙여놓아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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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함양 서상면과 거창 북상면을 잇는 37번 지방도에서 '병곡 산수' 방향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위치한 산수교 옆 월성버스정류장 맞은편 열린 산길. 곧바로 산으로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처음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봉분이 거의 없는 방치된 무덤을 지나면서 차츰 길이 희미해진다. 아무리 사람의 흔적이 없더라도 옛날 산아래 마을 사람들이 나무 하러 다녔거나 1년에 한두 번쯤은 산소를 찾기 때문에 소로는 있기 마련. 꼼꼼히 살펴보면 희마하나마 진행할 수 있다.

15분 뒤 갈림길. 우측길은 무덤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7분쯤 뒤 시선을 끄는 볼거리가 하나 있다. 굴참나무가 바위를 쩌억 갈라 놓고 서 있다. 바위 간격은 약 15㎝. 아무리 봐도 바위가 깨진 틈으로 자란 것이 아니라 비집고 올라온 것이다. 대자연의 오묘함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어지는 오름길. 주변 수종의 우점종이 낙엽송이라 조림한 듯하다. 5분 뒤 등로 좌측으로 전망대가 보인다. 왼쪽에서부터 월봉산 수리덤 남령과 그 우측으로 백두대간 덕유산자락인 남덕유 월성재 삿갓봉 삿갓재 무룡산이 푸근하게 다가온다. 조망을 방해하는 소나무는 베어내도 상관없을 듯하다.

10분쯤 뒤 잠시 숲을 벗어나며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 올라선다. 주변 야산을 개간, 돈이 되는 잣나무를 조림하고 있으며 발아래는 임도가 개설돼 있다. 앞서 본 무룡산 우측으로 동업령, 송계삼거리라 불리는 백암봉 지봉까지 확인된다. 백두대간에서 약간 비껴나 있는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은 백암봉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산행팀이 오를 시루봉은 떡시루를 엎어놓은 것처럼 볼록 솟아 있다.


30m쯤 걸으면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싸리나무와 소나무 잣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 뚫고 나가지만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10여 분. 상당한 인내와 체력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한숨을 돌리라고 임도를 만난다. 시루봉 임도는 여느 산처럼 먼지 풀풀 날리는 삭막한 임도가 아니라 잡풀이 우거진 정겨운 임도다. 금정산 북문에서 동문 가는 길보다 더 산길답다.

3분 뒤 다시 산으로 올라선다.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휴양림으로 유명한 금원산이다.

또다시 된비알. 그럭저럭 올라섰지만 정점에 와서 숲이 길을 막고 있다. 뚫고 나아가니 길 좌측에 뜻밖의 삼각점이 보인다. GPS상으로 해발 771m. 산행팀이 손으로 전지작업을 해둬 놓치진 않을 것이다.

정확히 북쪽으로 직진한다. 길 사정은 약간 나아진다. 낙엽송 숲길이며 좌측 저 멀리 시루봉, 우측 발아래 월성계곡이 확인된다. 잣나무 조림지에서 본 시루봉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지만 우회해서 막상 걸어보니 예상보다 멀고 험하다. 착시 현상이었던가 싶다.

   
이어지는 거친 산길. 알고 보니 발아랜 나물 천국이 아닌가. 사람들이 안 다녀 나물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만일 곡우를 전후해 온다면 그야말로 나물산행지로 제격일 듯싶다.

산길은 차츰 좌측으로 휜다. 그러다 다시 임도와 만난다. 하지만 잡풀이 무성해 웬만한 산길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늘도 있고 적당하게 바람도 불어줘 걷기에 적합하다. 급경사 오르막은 비올 때 유실 방지를 위해 시멘트 포장이 돼 있다. 우측으로 금원산과 이웃한 현성산이, 좌측으로 여전히 덕유 능선이 보인다.

임도를 만난 지 25분 뒤 길 우측 다람봉(877m)인 성씨묘를 지나면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리본에 '다람봉'이라 적어 놓았다. 이후 길 우측 산사면은 온통 고사리 재배장. 안내판이 반대쪽을 보고 서 있다. 좀 더 멀리 보면 병곡리계곡과 호음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후 갈림길. 좌측 산수리 방향 대신 직진한다. 이후 좌측 숲으로 향한다. 멋진 낙엽송 숲길을 내려서면 포장로와 만나며 눈앞에는 철망을 쳐놓은 약초 재배장이 보인다. 다람재다. 마을사람들은 달음재라 불렀다. 좌측으로 시루봉 정상. 때문에 정상을 향해 좌측으로 포장로를 따라 내려가면 세 갈래길을 만난다. 맨 우측으로 가자마자 포장로가 끝날 무렵 능선으로 타기 위해 우측 급경사면을 올라선다. 잣나무 조림지다. 여전히 덕유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능선을 타며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무명봉 정점을 찍은 후 숲으로 진입한다. 낙엽길로 반듯하진 않지만 제대로 된 호젓한 산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햇빛 한 점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숲터널도 지난다. 그간 안 보이던 농짝만한 돌이 막고 있어 왼쪽으로 우회하며 올라서기도 한다. 정상 직전 아름드리 굴참나무와 바위군이 성벽처럼 막고 있지만 정면으로 치고 오르면 마침내 시루봉 정상. 숲에 가려 조망도 없고 삼각점만 달랑 하나 있다. 덕유능선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엄연한 독립봉우리지만 대접이 영 시원찮다. 덕유산 전망대로 잘 가꿀 수 있는 토대는 돼 있는데 말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키 큰 두릅나무를 살짝 피해 직진하며 내려선다. 길이 없을 것 같지만 막상 2, 3m만 뚫으니 산길이 열려 있다. 18분 뒤 정면에 사유지인 듯 철망이 막고 있다. 왼쪽은 덕유능선과 이어지는 하고개 방향, 산행팀은 우측 병곡리 쪽으로 내려선다. 철조망을 따라 걷는 셈이다. 잠시 철조망과 거리를 두지만 이내 만난다.

   
40분쯤 뒤 철조망을 버리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9분 정도 걸으면 마치 조개가 땅에 박혀 있는 듯한 이끼 낀 바위를 지난다. 여기서 5분쯤 더 가면 잡목 때문에 길이 희미해지지만 시야가 약간 트이는 우측으로 나아간다. 능선길인데도 전혀 능선이라고 생각이 안 드는 이 구간에 산행팀은 리본을 촘촘히 묶어 놓았다.

20분쯤 뒤 좌측으로 병곡리 마을이 보이고 이어 만나는 무덤 좌측으로 내려서면 마침내 반듯한 길을 만난다. 임도였던 길이 잡풀로 묵었지만 걷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이어 만나는 포장로와 다리를 잇따라 지나면 마침내 병곡리로 가는 도로로 올라선다.

# 떠나기 전에- 산행 후 분설담 사선대 전통찻집 '점터' 한번 가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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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찻집 '점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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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차와 오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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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찻집 '점터'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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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맨 위에서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사선대(왼쪽). 우측은 하산 후 만나는 병곡리계곡 하류.


이태 전 작고한 거창문화원 부원장이자 산악시인인 정태준 씨가 펴낸 '거창의 명산'에 따르면 거창 시루봉의 옛 이름은 사라봉(沙羅峯)이다. 현재의 시루봉이나 옛 이름 사라봉은 모두 산 모양새가 뾰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적고 있다.

들머리 주변 월성계곡에는 볼거리가 둘 있다. 분설담(噴雪潭)과 사선대(四仙臺)가 그것. 산수 입구에서 위천면 쪽으로 차로 1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분설담은 너른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 흐름이 마치 눈이 흩날리는 듯해 붙여진 이름. 분설담을 에워싼 암벽은 채석강을 연상케 하고 고개를 들면 능선상에는 장군바위가 굽어보고 있다. 황점 쪽으로 가다 보면 사선대를 만난다. 포개진 바위가 4개이고, 그 돌 위에서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한편으론 기단 위의 삼층석탑을 닮았다. 그 경치가 기이하고 빼어나 18세기의 화가 김윤겸과 김희성이 '송대'라는 제목으로 담채 수목도를 남기기도 했다. 현재 각각 동아대 박물관과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 남아 있다.

또 한 가지. 날머리 인근 병곡(빙기실)마을에는 운치있는 전통찻집 '점터'(055-942-7921)가 있다. 황토와 통나무로 지은 이곳에는 주인 부부가 덕유산 일대에서 채취한 머루 당귀 등을 재료로 한 야생차와 직접 농사를 지은 오미자와 복분자차를 투박한 찻잔에 내놓는다. 특히 9월달은 오미자 생산시기여서 판매도 한다. 1㎏당 1만 원. 설탕 절임은 10㎏에 12만 원. 택배도 한다.


# 교통편-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IC서 나와 장계 서상 방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IC~장계 서상 26번 좌회전~갈림길에선 왼쪽 즉 SK덕유관광주유소 방향~덕유산 국립공원(덕유교육원, 월성청소년수련원)~북상 신기 37번 우회전(좌측 월성청소년수련원 영각사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일부 구간 비포장, 두 길은 결국 만난다)~거창군 북상면 안내판(남령)~황점~월성청소년수련원~월성마을~주은휴양림~산수교 지나자마자 병곡 산수 좌회전~월성버스정류장 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40분, 9시30분에 있다. 2시간40분 걸리고 1만1200원. 군내버스정류장은 거창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두 번째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중앙교를 건너면 만나는 중앙시장 내에 있다. 걸어서 10분 걸린다. 여기서 북상면 황정가는 버스를 타고 산수 입구 월성버스정류장에 하차한다. 오전 9시30분, 11시. 2400원. 하산 후 병곡에선 거창행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에서 내린다. 오후 3시30분, 5시30분(막차). 2450원. 승용차를 들머리에 주차했을 경우 거창행 버스를 타고 병곡 입구에서 내린 후 다시 황점행 버스(오후 4시15분, 6시15분)를 타고 산수교 옆 월성정류장에서 하차해야 한다. 950원. 버스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북상면에는 없고 이웃한 위천면 택시 연락처는 (055)943-0300. 요금은 1만20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산행을 하면서 세계 일주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계곡이 있다. 강원도 삼척과 경계를 이루는 경북 울진 응봉산이 품은 온정골, 일명 덕구계곡이 바로 그것이다.
 1000m에 단 1m가 모자라는 응봉산의 자랑 덕구계곡은 경사가 완만해 가족등반이 가능한 데다 아직도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오염이 덜하고 원시 비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계곡 입구부터 전세계의 유명 다리를 100분의 1로 축소한 다리 12개가 단연 시선을 끈다. 지난 2004년 울진군이 12억5000만 원을 들여 건립했다.
 4㎞에 이르는 덕구계곡에는 또 전세계의 유명 다리 외에 폭포와 소 그리고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어 걷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여기에 계곡 상류에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이 있다. 1년 내내 평균 41.3℃의 온천수가 5m 높이로 솟구쳐 오른다.
 응봉산은 여름철엔 계곡산행, 겨울철에는 세밑이나 연초에는 해돋이 산행을 주로 한다. 덕구계곡만 왕복하면 2시간30분,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른 후 덕구계곡으로 하산하면 5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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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구계곡 입구인 금문교-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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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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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네이교-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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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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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토웨이교-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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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밀로교-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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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교-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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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운교 백운교-불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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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니티교-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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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모에가와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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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제이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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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교-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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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소폭포와 마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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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 항상 41.8도를 유지한다.



 경북 울진의 응봉산(鷹峰山·998.5m).
비상하려는 매의 형상을 닮았다해서 매봉 또는 매봉산이라고도 불린다. 범부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굩 덕구온천’하며 맞장구를 칠 것이다. 해발 500m 암반 사이로 뜨거운 자연 용출수가 솟아 나오는 원탕이 바로 응봉산 온정골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가는 길인 7번 국도는 겨울 동해바다의 진면모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에선 지난 일년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덕구온천에서 출발하는 산행길은 아주 편안하다.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마음먹기에 따라 가족들이 함께 동해바다의 일출을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어느 명산 못지 않게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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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정상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 걸린 소나무가 인상적인다(왼쪽). 오른쪽은 응봉산의 적송.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는 응봉산의 자랑은 덕구온천 말고 또 하나 있다. 바로 용소골이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의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와 폭포, 용소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구간은 물 속을 걸어야 하기에 겨울과 장마철에는 피해야 한다.

산행은 호텔덕구온천~화기물 보관소~제1헬기장~제2헬기장~정상~덕구계곡~덕구온천 원탕~효자샘~용소폭포(마당소)~선녀탕~벽산덕구온천콘도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길은 잘 정비돼 있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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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안내도 옆에 ‘정상까지 5.67㎞’ 팻말이 보인다. 침목을 받쳐 놓은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그 이후부터는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폭도 그렇고 경사가 아주 완만하다.

길 좌우 붉은 빛을 띠는 홍송은 곧고 푸르다. 유달리 볼 것 없는 겨울산행에 큰 볼거리다. 마치 아름다운 미인을 보는 듯하다.

흔히 앙상한 나뭇가지로 대표되는 겨울산은 잿빛이지만 응봉산은 홍송 덕에 겨울답지 않게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25분쯤 뒤 첫 갈림길. 왼쪽은 온천원탕 가는 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온천원탕은 하산길에 보기 위해서다.

여흥 민씨묘를 지나면 곧 두번째 갈림길. 왼쪽은 정상 가는 길, 오른쪽은 강원도 가는 길이다. 응봉산이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너무나 인상적인 아름드리 홍송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첫 헬기장.

점차 오르막이 심해진다. 햇빛을 받은 홍송이 더욱 붉은 빛을 발한다. 25분쯤 뒤, 1.8㎞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일 때쯤 뒤돌아보면 들머리인 덕구온천타운과 동해바다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내리막길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두번째 헬기장. 장쾌한 조망에 가슴이 확 트인다. 오른쪽엔 보다 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왼쪽에 비로소 응봉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온다.
이제 정상까지는 0.8㎞.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바람이 세지고 제법 매섭다. 3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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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지만 10m 정도 떨어진 정상석 옆에 서면 동해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오른쪽 아래로 우리가 하산할 온정골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석 뒤 산길로 가면 용소골. 용소골 너머 저멀리 면산과 백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원탕가는 길’ 팻말이 가리키는 온정골로 내려선다. 온정골 길은 온천원탕을 거쳐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 2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절반은 급경사 능선길이며 계곡에 도달한 뒤에는 평탄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1시간쯤 지나면 계곡에 닿는다. 겨울계곡이 이렇게 맑고 깨끗할 줄이야.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온천원탕.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가 솟아 오른다. 위장병 당뇨 피부병에도 좋다기에 마셔보고 손도 씻어본다. 41.8도라고 적혀 있지만 그리 뜨겁지는 않다. 원탕 뒤 날머리까지 4㎞가 남았다는 팻말이 보인다. 건너편엔 산신각이 있다. 매월 음력 16일이면 산신제를 지낸다고 적혀 있다.

지금부터는 온천수를 대중탕까지 운반하는 대형 파이프 라인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경치 좋은 계곡에 대형 파이프 라인이 좀 어색하지만 희소성 측면에선 신기하기도 하다.

이어지는 계곡길. 산길 우측에 효자샘이 보인다. 효자 청년이 병상에 누운 어머니께 이 물을 봉양했더니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어 온정골의 비경이랄 수 있는 용소폭포와 마당소, 그리고 선녀탕에 이르면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신선이 노닐 수 있는 선경에 다름아니다.

선녀탕에서 날머리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는 10여분 걸리며 콘도에서 호텔덕구온천까지도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울진거쳐 덕구行, 승용차로 4시간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054-782-2971)행 시외버스(포항 강구 등 경유)는 오전 5시56분, 6시22분, 7시52분, 7시59분 등 하루 18차례 있다.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직행은 오전 10시40분 단 한차례 있으며 3시간30분 걸린다. 요금은 각각 1만6400원.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덕구온천행 버스는 5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요금은 2350원.덕구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 5시5분, 6시35분, 8시(막차)에 있다.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1분, 5시45분(강구 포항 등 경유), 직행은 오후 4시37분, 6시17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을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홍해~영덕~평해~덕구 순으로 가면 된다. 소요시간 약 4시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슷니다.

◇ 그밖에 둘러볼 곳 - 국내유일 자연용출 덕구온천, 물 좋기로 이름난 백암온천

 경북 울진 응봉산에 올랐다면 하산 후 덕구온천에서 피로를 풀어야 제대로 된 산행을 한 것이다.
 울진은 산과 바다, 그리고 온천욕 3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석삼조의 관광휴양지다. 부산서는 차로 4시간 정도 걸려 제법 멀지만 한 번 가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은 응봉산 온정골에 있다. 지난 1993년 10월에야 호텔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아직도 처녀지 같은 온천이다.
 온천수가 나오는 지역은 협곡이어서 시설물 설치 등 개발이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덕구온천지역까지 4㎞ 구간을 송수관으로 연결시켜 41.8도의 온천수를 24시간 공급하고 있다.

덕구온천은 신경통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다 지난 5월 초현대식 기포욕탕, 유아풀장, 가족탕과 폭포탕 등 각종 야외욕탕을 갖춘 스파월드를 개장해 겨울철 휴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054)782-0677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가다 덕구온천에 도착하기 전 마주치는 유명 온천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백암온천이다. 백암산(1004m) 동쪽 기슭에 위치해 응봉산-덕구온천처럼 산행과 온천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백암온천은 신라때부터 알려진 유서깊은 온천. 온천수원지는 3개소이고 수온은 32~53도로 라듐이 함유된 국내 유일의 방사능 알칼리성 온천이다. 유난히 매끄럽고 투명한 백암온천의 수질은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증 등 여러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만성질환자들이 찾아와 요양을 하고 있어 숙박시설마다 장기 투숙객이 특히 많다.

 백암온천은 하루 용출량이 많아 대단위 온천단지의 업소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모두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79년 12월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호텔 콘도 여관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췄으나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백암산은 백암온천을 기점으로 온정면과 수비면에 걸쳐 있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선시골 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백암온천에서 출발, 선시골 계곡~백암산 정상~백암폭포를 다녀오는 코스는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5-6393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 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의 한봉농가들이 반달가슴곰(이하 반달곰)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답니다. 벌꿀을 먹으러 온 반달가슴곰이 정성껏 가꾼 벌통을 덮쳐 한해 토봉농사를 망쳐놓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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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남 하동군 목통마을의 한 토봉농민이 반달가슴곰에 의해 파손된 벌통을 수습하고 있다. 김세주 기자 sjkim0@kookje.co.kr 

 어제(7일자) 국제신문에 따르면 지난 6일에도 하동군 화개면 목통마을의 벌통을 30~40통이나 먹어치웠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 멸종위기종복원센타 직원들이 양봉농가 피해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멀리서 벌통을 찾아헤매는 반달곰이 목격됐답니다.
 문제의 반달곰들은 복원센터가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에서 들여와 방사한 것들입니다. 총 27마리 중 증식용으로 사육 중인 4마리와 폐사 또는 실종된 7마리를 제외한 16마리가 현재 지리산에서 야생하고 있습니다. 몸무게가 30~80㎏에 달하는 반달곰은 먹이감이 부족해 마을 주변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하동군 토봉협회에 따르면 반달곰들이 지금까지 먹어치운 벌꿀이 2000여만 원어치에 이른다며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종복원센타는 이 같은 피해가 빈발하자 벌통 주변에 전기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꿀맛에 빠진 곰에게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나무에 기어올라가 전기울타리를 뛰어넘거나 땅을 파고 들어와 노리던 벌꿀을 손에 넣고야 만다는 게 종복원센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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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에 들어간 반달곰(사진 위 왼쪽). 방사되는 반달곰(사진 아래 오른쪽).

 산행을 담당하는 기자는 지리산에서 직접 반달곰을 보지는 못했지만 목격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많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산꾼들로부터 이런 경험담도 들었습니다. 요즘 반달곰들은 머리가 좋아 등산로 주변에 머물다 산꾼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잽싸게 나타나 먹을 것이 들어 있는 베낭을 빼앗아 달아난다구.

 기자는 반달곰 벌꿀 탈취 사건의 7일자 신문 보도를 보면서 일전에 들었던 베낭 얘기가 일순간 머릿속에 오버랩 됐습니다. 해서, 국립공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로 직접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과연 베낭을 갖고 도망가는 것이 사실인지도 확인해볼 겸해서 말입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직원은 7일자 국제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에 반달곰의 토봉 탈취 소식이 보도되자 아침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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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되는 지리산 반달곰(왼쪽)과 지난해 회수된 반달곰 천왕.

 신문 보도와 관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익명을 전제로 그는 현재 지리산자락에서 토봉을 하는 곳이 대략 400군데 정도 된답니다. 대개 산속에 있기 때문에 이번뿐 아니라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보다 후각이 12배 정도 뛰어난 개보다 후각이 7~8배 발달한 반달곰이 산속에 위치한 벌꿀 통에 든 꿀을 먹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문제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보상을 해야될 지 그게 막막하답니다.

 그리곤 이런 말도 했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처럼 땅이 넓은 곳에서 서식하는 반달곰들은 사람과의 접촉이 없으니까 인간이나 곰에게 아무 문제가 없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곰이 활동하기에는 지리산이 너무 좁아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만일 등산객들이 반달곰을 만날 경우 그냥 모른체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김밥이나 초코릿, 사탕 등으로 유인했기 때문에 반달곰이 점차 야생성을 잃어 토봉을 탈취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반달곰의 토봉 탈취는 부주의한 인간에서 비롯된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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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에 실패한 천왕이를 과자로 유인한 후(사진 위) 마취를 시켜 결국 회수하는 국립관리공단 직원들. 사진제공=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연합뉴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직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반달곰이 베낭을 탈취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언제냐고. 작년쯤인 것 같다고 답하니까 그는 그 반달곰이 지난해 5월 회수돼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 놈의 이름은 '천왕'이라 했습니다. 지난 2004년 방사된 천왕이는 처음부터 적응을 잘 하지 못해 탐방로 주변을 맴돌더니 결국 야생성을 잃었다고 합니다. 얻어 먹다 잘 안 주니 빼앗게 되고 그것마저 잘 안 되니 산속의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게 돼 결국 적응 실패로 판명돼 지난해 5월 회수돼 현재 구례 인근 인공생태학습장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산꾼들의 베낭 탈취 상습범이었던 천왕이가 체포돼 구속수감(?) 중이어서 지리산에서 베낭 뺏길 일은 지난해 5월 이후 사라진 셈이랍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이후 베낭을 반달곰에게 빼앗긴 사람이 있습니까 라고 자신있게 반문했다.

천왕이를 회수해 신체검사를 해 본 결과 놀라운 점은 42개의 이빨 중 20개가 썩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천왕이와 함께 방사한 반달곰 중에는 지리산에 완전히 적응해 등산로 주변에는 일절 나타나지 않는 반달곰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듯 곰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현재 지리산 종주길에는 반달곰 주의를 알리는 노란색 현수막이 10여 개 걸려 있습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진정으로 반달곰을 생각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음식물을 절대 주지 말고, 지정 등산로 이외에는 절대 다녀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반달곰뿐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한겨울에도 피는 동백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봄꽃의 시기적 계보는 대략 이럴 게다. 매화 벚꽃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철쭉 영산홍 정도.
 요즘은 누가 뭐래도 배롱나무꽃이 가장 자주 눈에 띈다. 절집 묘소 재실 가로수 심지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서도 거의 우점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히 배롱나무 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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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 정씨 2세조 정문도 공 묘지 좌우에 위치한 800년된 천연기념물인 배롱나무. 부산진구
       양정동에 위치한 화지공원 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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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운데 하얀 아파트 좌측 뒤 회색빛 높은 서면 롯데호텔이다. 왼쪽 낮은 건물은 롯데백화점.


 주로 7~9월에 꽃이 피며, 100일 동안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 불리는 배롱나무. 국화과의 1년생 초(草)인 백일홍과 전혀 다른 식물이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최고령 배롱나무는 어디 있을까.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화지공원에 수령이 800년 된 배롱나무 노거수(老巨樹) 두 그루가 있다.
 정묘사라고도 불리는 화지공원은 동래 정씨 2세조(二世祖)로 고려 중기 안일호장(安逸戶長-동래군 향직의 우두머리)을 지낸 정문도 공의 묘지와 재실이 있는 곳. 해발 142m의 구릉지 수준에 불과한 화지산(華池山) 기슭에 위치한 이곳을 동래 정씨 후손들이 공원화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800년 된 두 그루의 배롱나무는 정묘사 내 정문도 공의 묘를 봉분할 때 묘 좌우에 심겨져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이 배롱나무는 원 줄기는 죽고 주변의 가지들이 별개의 나무처럼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전해온다. 한마디로 800년을 대이어 버텨온 묘지기 나무인 셈이다.
 배롱나무가 부귀영화를 안겨다주는 나무로 예부터 알려져 동래 정씨 후손들이 배롱나무를 자신들의 2세조(二世祖) 묘 옆에 각각 1그루씩 심었다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살펴보면 실제로 원 줄기는 죽고 그 주변에서 돋은 줄기가 자라 지금의 형태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 줄기도 방부처리돼 남아 있다.
 네 그루가 모여 있는 동쪽의 나무는 높이가 8.3m이며 세 그루의 모여 있는 서쪽의 나무의 높이는 동쪽의 그것보다 약간 커 8.6m이다. 모두 진분홍의 꽃을 피우고 있으나 수령이 오래돼 껍질이 벗겨지는 등 생장 상태는 그리 양호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기품만은 고고하면서도 우아해 보는 이의 감동의 자아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두 그루 모두 지난 1965년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돼 있다.

 화지공원을 품은 화지산은 30분이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마을의 노인들이 즐겨 찾는다. 일반인들에겐 아침 산책로로 적합하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체육공원도 있다.
 화지산은 산세로도 의미있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비록 구릉지 수준의 야산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반대편 어린이대공원이 위치한 초읍 쪽으로 내려가 도로(초읍고개)를 건너면 쇠미산(금용산)으로 바로 이어져 한쪽으론 어린이대공원 만남의 광장과 백양산으로, 또 다른 방향으론 만덕고개를 지나 금정산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부산의 지도를 펴놓고 보면 한가운데 위치한 부산진구 양정동에 위치한 화지공원만큼 알토란같은 도심의 공원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참고로 화지공원에서 50m 거리엔 부산광역시 교육청이, 차로 3분 거리엔 부산시청, 6분 거리엔 법원 및 검찰청이 위치해 있다. 공항은 20분, 해운대는 25분, 부산역은 20분, 남포동 및 자갈치도 25분 정도면 충분하다. 지하철 1호선 양정역에선 몇 번 출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교육청, 백조아파트' 쪽으로 걸어서 5분쯤 올라오면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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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 정씨 시조와 윗대 할아버지를 모시는 사당 추원사. 아래 사진은 추원사 입구 추원사기(追遠祠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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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원사 뒷쪽에는 동래 정씨 시조묘가 위치해 있다. 한창 벌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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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지공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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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 들어서면 동래정씨회관 겸 화지문화회관을 만난다. 결혼식도 하고 문화강좌도 열린다. 문중에서
       정묘 관리를 위한 일종의 수익사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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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면 주민들이 배드민턴을 한다. 아쉽게도 이들은 운동을 마치면 무심하게도 네트를 되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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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문. 정문인 이 문을 통과하면 경치가 보인다는 의미이다. 이름이 아주 운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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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바로 등산로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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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을 하지 않으려면 조경이 잘 된 길을 따라 직진하면 천연기념물인 배롱나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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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는 특히 노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여기서 좌측으로 조금만 가면 배롱나무가 보인다.

용맹정진 고승대덕 금강폭포 보며 머리 식혔을까
-밀양 필봉~천황산

금강폭포 바로 아래 한계암, 선승들 수행정진하던 곳
고 혜각, 석정, 수안스님 등도 이 암자에서 그림공부
폭포 아래 또다른 멋진 폭포 알고보니 일광폭포
매바위마을서 본 필봉, 표충사서 본 필봉과 모습 달라
필봉에선 재약 천황 향로산과 표충사 산내암자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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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 낀 거무틱틱한 기암괴석 사이로 두 갈래의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금강폭포. 바로 아래
      한계암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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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암 아래 금강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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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암(왼쪽). 평일에는 문이 잠겨 있다. 우측은 한계암 바로 옆 흔들다리.



석남사 운문령 남명리 통도사 등억온천 표충사 삼계리의 공통점은.

절 온천 고갯마루 그리고 낯익은 마을 이름도 보여 알 것 같기도 한 데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건 없다.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도 한번씩은 들어봤지만 막상 공통점을 찾으라고 하니 사실 막막하다고 한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휴식처 영남알프스 산군의 권역별 베이스캠프이다. 석남사 운문령은 가지산권, 남명리는 운문산권, 통도사는 영축산권, 등억온천은 간월 신불산권, 표충사는 천황 재약산권, 삼계리는 문복산권 베이스캠프에 해당된다.

그럼 또 하나의 질문. 이 중 연중 가장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은 어딜까.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산꾼들 사이에선 천황 재약산권의 표충사가 지배적이다.

천년고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천황산~재약산 코스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사자평의 광평추파(廣平秋波)가 황홀하고, 금강폭포 층층폭포 흑룡폭포를 품은 금강동천과 옥류동천도 비경이다. 내달릴 수 있는 1000m급 주능선도 힘차게 뻗어 있고 여기서 바라보는 산그리메도 일품이다. 억새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지만 봄철의 철쭉과 한겨울의 설경 또한 꽃산행과 눈꽃산행을 앞세우는 웬만한 산과 견줘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표충사 산행로는 표충사~한계암~천황산,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옛 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옛 고사리분교터 등 크게 네 가닥.

  
 이번 주 산행지는 필봉~천황산. 기존 등산로 대신 표충사 매표소 바깥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토박이 산꾼들이 즐겨찾는 한갓진 산길이다. 표충사에서 보이는 다섯 봉우리 즉 '재약 5봉'중 막내격인 필봉은 붓끝을 연상시키는 뾰족한 암봉. 재밌는 점은 표충사에선 일필휘지로 휘두를 것 같은 위엄있는 암봉이지만 이웃한 향로산이나 절 입구 매바위마을에서 보면 그저 스쳐가는 암봉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

구체적 경로는 단장면 구천리 표충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매바위마을~너덜~전망대~필봉(665m)~필봉 삼거리~헬기장~도래재 삼거리~남명리 삼거리~천황산(1189m)~금강폭포(한계암)~금강동천~표충사 순. 걷는 시간만 4시간5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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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 집단시설지구 무료 주차장의 맨끝에서 우측으로 가서 서왕교 건너기 직전 '약수슈퍼'를 끼고 좌측으로 간다. 다리 위에는 '매바위 마을 600m'라고 적힌 안내판이 눈에 띈다.

도로 우측에는 금강동천과 옥류동천 물이 만나 내를 이뤄 피서객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으며 정면으론 병풍을 연상시키는 매바위와 여자 젖꼭지 모양을 한 필봉 그리고 그 우측으로 재약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14분 뒤 매바위마을 앞 첫 갈림길. 여기서부터 요리조리 미로를 통과해 산으로 접어 든다. 첫 갈림길에서 우측, 두 번째 갈림길에서 역시 우측으로 가면 '그림같은 집'이라 적힌 펜션이 보인다. 그 펜션 좌측 샛길로 오르면 좌측으로 '상수원 보호구역 입산금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이지만 이는 그야말로 안내판이 보이는 좌측 계곡 쪽으로 가지말라는 경고판. 산행팀은 우측 아름드리 벚나무가 서 있는 샛길로 올라선다. 입구에는 산꾼들을 위해 누군가가 '뫼두막산장' 담벼락에 '필봉 가는 길'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것만 찾으면 들머리 찾기는 사실상 끝.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80m쯤 돌길을 따라가면 본격 들머리에 닿는다. 5분 뒤 갈림길. 좌측 돌길 대신 우측으로 오른다. 이때부터 숲길로 접어들지만 대신 된비알이다. 7분쯤 오르면 갈림길. 좌측은 산아래서 본 대규모 너덜겅 지대. 길은 없지만 과연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라는 의미일 게다.


너덜겅에서 6분쯤 힘겹게 오르면 경사는 사그라지고 돌탑이 서 있다. 이 돌탑 좌측 숲 사이로 보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터가 보인다. 일각에선 워낙 명당이라 표충사에서 묏자리로 못 쓰도록 막아 놓았다고 한다. 잠시 후 너덜겅과 만난다. 앞서 본 너덜겅과 이어지는 것이다. 입구에 보이는 웅덩이는 옛날 표충사에 자주 출몰해 사람들을 괴롭히던 지네를 잡은 곳이라 한다.

이제 너덜을 가로질러 숲으로 향한다.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지그재그길이 열려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첫 전망대. 정면으로 영남알프스의 최고 전망대로 불리는 향로산이 우뚝 서 있다. 여기서 9분쯤 힘겹게 오르면 필봉 갈림길. 좌측 필봉을 본 후 다시 이곳으로 와서 천황산으로 향한다.

  
3분이면 필봉에 올라선다. 조그만 팻말이 걸려 있다. '준·희' 오렌지색 리본으로 유명한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인 최남준 씨가 걸어 놓은 것이다. 듣던 대로 필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역시 웅장미가 빼어나고 조망이 기가 막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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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봉에서 내려다본 표충사 전경(왼쪽)과 필봉 정상을 알리는 팻말.


정면 발아래로 집단시설지구와 향로산, 그 우측으로 만어 뇌암 취경 명필 종남 덕대 등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산그리메를 펼쳐 보이고 있고, 다시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병풍 모양의 장엄하고 엄숙한 매바위가 보인다. 산아래에서 보면 생긴 모양이 매와 흡사해 마을 이름까지 '매바위'로 명명된 이곳에는 실제로 매가 많이 살았다고 전해온다. 이게 조망의 전부가 아니다. 팻말 좌측으로 4, 5m만 내려서면 표충사와 산내 암자 그리고 이를 품고 있는 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져 하산까지의 등로를 가늠해볼 수 있다.

표충사를 기점으로 좌우측에 각각 금강동천과 옥류동천이, 산중턱 좌측으로 서상암과 한계암 그 아래 내원암이, 이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가 좌측 천황산에서 우측으로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 등 이른바 '재약 5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제 천황산을 향해 나아간다. 사실 들머리에서 필봉까지의 구간이 된비알로 힘들 뿐 이후 산길은 완만한 경사로 그리 힘들지 않다. 산길 또한 외길이며 갈림길은 세 곳 정도 만난다.


필봉에서40분이면 삼거리(911m)에 닿는다. 왼쪽은 감밭산을 거쳐 삼거마을 방향. 삼거는 표충사 진입 전 삼거리로, 단장면과 산내면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다. 우측 천황산 방향으로 50m쯤 내려서면 전망대. 천황산과 재약산이 한눈에 보인다. 이후 천황산과 재약산이 등로 우측 시야가 트이는 지점이면 각도를 달리해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안부에서 바닥을 친 뒤 12분쯤 오르면 헬기장. 3분 뒤 비교적 너른 터에 닿는다. 도래재 삼거리(940m)다. 진행 방향에서 보이지 않지만 반대쪽에서 보면 조그만 안내판이 나무에 붙어 있다. 왼쪽 도래재 정승봉 실혜산, 산행팀은 오른쪽 상투봉 천황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때부터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소로로 변한다. 발밑에는 유난히 버섯이 자주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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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천황산 정상.


16분 뒤 마지막 갈림길. 왼쪽길은 얼음골 사과의 본산인 산내면 남명리로 이어지지만 현실은 벤 나무를 깔아 산길이 아닌 것처럼 해놓았다. 이 대장은 수 년 전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때 이 길로 하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산행팀은 우측 천황산 방향으로 간다. 이때부터 햇빛 비치는 돌길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숲길이 반복된다. 갈림길에서 7분 뒤 이번엔 천황산의 반대쪽인 왼쪽 산내면 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맨 왼쪽 9시 방향으로 정각산, 그 우측으로 구천산 정승봉이, 발아래 산내천 뒤로 남명초등학교가 보이고, 그 뒤로 억산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백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한 가지. 지도상의 상투봉은 아랫마을인 남명리에서 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능선상에서 그냥 모른 채 스쳐가는 봉우리이다.

이제 숲길과 시야가 트이는 구간이 반복된다. 정글숲을 헤치듯 잡풀을 헤치고 올라서면 푸른 억새길. 백조를 꿈꾸는 미운 오리새끼마냥 아직은 키도 작고 억새로서의 품새도 갖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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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산 가는 길(왼쪽)과 천황산 정상석.


천황산 정상은 5분 뒤. 예의 커다란 돌탑이 우뚝 서 있다. 직진하면 재약산 방향. 아직도 내리쬐는 햇볕이 부담스러워 서둘러 이정표가 가리키는 '한계암(3㎞) 표충사(4.8㎞)' 방향으로 내려선다.

답답한 돌길의 연속이다. 17분쯤 뒤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며 재약산이 보이고, 여기서 13분 뒤 좌측으로 재약산, 우측으로 산행팀이 올라온 필봉 능선이, 정면으로 향로산이 동시에 보이는 지점도 지난다.

5분 뒤 너덜길을 따라 내려가면 13분 뒤 한계암에 다다른다. 암자 문은 잠겨 있고, 한 굽이 위의 그 유명한 금강폭포는 거무틱틱한 기암괴석 사이로 두 갈래의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비경이다.

암자 앞 흔들다리를 건너 산길로 내려서면 이내 금강동천의 본류를 만난다. 10여 분간 계곡미를 감상하며 계곡을 내려온다. 범람을 대비해 계곡 우측 바위에 밧줄을 고정했고, 위험한 지점에는 난간과 발판을 조성해 놓아 전혀 위험하지 않다. 폭이나 규모 면에서 국내 여느 계곡과 견줘도 경관 면에서 하등 뒤질 게 없다.

   
계곡을 뒤로한 채 산길로 3분이면 곧바로 도로로 내려선다. 여기서 표충사 경내까지는 12분, 이어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20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마을서 본 필봉과 표충사서 본 필봉 모습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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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충사 경내에서 본 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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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충사에서 본 재약산.

표충사는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 3000여 명의 승병을 이끌고 조국을 구한 구국성지. 해서, 경내 유물전시관과 표충서원에는 사명대사와 관련된 많은 유품이 보관돼 있다. 임란 때 친히 입은 금란가사와 장삼, 임란 후 대사가 강화사절(講和使節)로 일본에 가 조선 포로의 송환문제를 다룬 문서 등 16건 79점이 소장돼 있다.

조계종 통합종단의 초대 종정을 역임한 현대의 마지막 고승 효봉 스님이 말년을 보내고 열반한 곳도 이곳 표충사다. 스님의 커다란 사리탑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또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탈고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당시 충렬왕은 표충사를 찾아 동방제일의 선찰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금강폭포 옆의 표충사 산내암자인 한계암은 원래 비비정(飛飛亭)이란 정자 자리로 예부터 고승대덕들이 자연과 벗하며 수행정진했던 터다. 임란 이후 못 쓰게 된 것을 돌아가신 혜각 스님(단청 중요무형문화재 1호)이 40여 년 전에 건물을 지었고, 이후 석정 스님이 지금의 요사채를, 선화(禪畵)에 일가견이 있는 통도사 축서암 한주 수안 스님이 대웅전을 조성, 그림 공부를 하며 수행정진했다고 전해온다.

특히 대웅전은 국내에서 가장 작은 전각이라고 한다. 성인 세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란다. 현재 한계암은 통도사 소속 동하 스님과 보살 한 분이 맡고 있다. 하지만 평일에는 거의 없고 주말에 이따금씩 찾는다고 한다. 대웅전의 부처님은 혜각 스님이 한국전쟁 때 금강산 유점사에서 갖고 내려온 철불이었으나 7년 전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개금불사했다고 한다.

한계암 위쪽 쌍폭은 금강폭포로 알려져 있지만 아래쪽 폭포는 이름이 일광(日光)폭포라고 한다. 금강폭포 금강동천과 함께 모두 혜각 스님이 명명했다고 한다.

화려한 배롱나무꽃이 한창인 표충사 경내에선 '재약 5봉'을 꼭 챙겨보자. 경내로 들어서면 좌측에서부터 뾰족한 암봉인 필봉 천황산(정상은 안 보임)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180도에 걸쳐 확인된다.


# 교통편-표충사 집단시설지구 무료 주차장 앞에서 하차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단장 표충사 1077번~단장면~표충 국민관광휴양지(집단시설지구) 주차장 순. 또는 경부고속도로 양산IC~배내골 어곡터널~어곡양산산업단지 좌회전~어곡터널~배내골 용선~밀양댐 배내골~에덴벨리 리조트~밀양 단장 직진~밀양댐 지나~표충사 우회전.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50분 소요.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를 타고 표충사 집단시설지구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 2600원. 날머리 표충사에선 정류장이 두 곳이다. 화장실과 대형 입간판이 서 있는 '절입구' 정류장에선 오후 2시10분, 4시10분, 6시20분, 7시10분, 8시에 출발하며 집단시설지구인 '표충상가' 정류장에선 오후 3시10분, 4시50분, 5시30분에 있다. 26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싱가포르 중심지 인근 해안가에는 머라이언 파크라는 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조형물인 대형 머라이언상이 있어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머라이언상은 지난 1972년 당시 리콴유 수상이 국가 상징조각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높이 8m의 머라이언상은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인어입니다.

 머라이언은 조어입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싱가'는 사자(lion)를 의미하며, 여기에 바다를 끼고 있어 인어(mermaid)를 합성, 머라이언(merlion)이라는 상상속의 동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머라이언상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조각가인 림낭셍이 40t의 시멘트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흔히 사진찍기는 관광객들의 기쁨이자 운명이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라는 말이 생겼을까요.
 머라이언 파크에서는 다소 독특한 포즈의 사진을 찍는 것이 전통으로 내려옵니다. 흔히 피사의 사탑 앞에서 기울어진 탑을 두 손으로 떠받치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머라이언 파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받아 먹는 포즈를 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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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기수(汽水) 지역이죠. 공원 옆 다리가 경계가 되는 셈이죠.
 여기서 상류로 올라가면 180년 전 래플스경이 싱가포르를 처음 발견한 상륙지와 그의 동상이 나오고, 이어 강변을 따라 고급 레스토랑과 술집들이 몰려있는 번화가인 클락키가 나옵니다. 여기 또한 싱가포르 관광에서 빠뜨려선 안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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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키의 해변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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