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 억새 품에 한번 안겨볼까
-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추석 연휴 가볼 만한 억새 산행지

 
 여름 한철 잠시 지팡이를 접은 평범한 산꾼들은 통상 이달 10일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등산화끈을 질끈 매고 산을 찾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 기간이다. 최근에는 명절 때 차례를 간편하게 모시는 추세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남는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멀지 않은 근교산으로 떠나는 경우가 보편화됐다. 때마침 가을의 전령 억새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한줌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가녀린 여인네의 자태마냥 아름답다.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 억새.

국제신문 산행팀은 추석 연휴를 맞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억새의 물결을 볼 수 있는 산행지를 추천한다.
   
 
#부산 최고의 억새군락지 승학산(乘鶴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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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산 억새평원은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가을 전령인 억새의 화려한 장관의 물결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억새 산이다. 사하구와 사상구에 걸쳐 있는 승학산은 해발 496m로 높지 않아 가족 등반 코스로 제격이다. 흔히 '동네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 봉우리와 능선을 이어 산행하면 평범하지 않은 산임을 느낄 수 있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산천을 두루 살피며 전국을 유랑할 때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하여 명명한 승학산에 서면 부산의 도심과 산세를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가지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승학산은 산행 기점을 어디서나 쉽게 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하구에선 동아대 하단캠퍼스나 하단오거리 사파이어 호텔 뒤, 엄궁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고 서구에선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에서 올라 시약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 정상을 거쳐 동아대 하단캠퍼스로 하산이 가능하다.

장시간 산행을 하려면 중구 대청공원에서 출발해 구봉산~엄광산~꽃마을~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이을 수 있고 동구에선 안창마을, 부산진구에선 통일교 범내골 성지에서 올라 각각 수정산~엄광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종주산행을 할 수도 있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장군봉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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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부산 쪽이 아니라 고당봉 넘어 양산 쪽 금정산 최북단에 위치한 장군봉에 억새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고당봉에서 북쪽으로 2㎞ 정도 떨어져 있어 평소엔 뜸하지만 억새들의 군무가 한창인 가을이면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부산 근교의 억새 명소로 가을 한철 억새 탐승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금산사에서 출발, 움막~습지~주능선~범어사기 석표~철탑~샘터~718봉~장군봉~철사다리~은동굴 갈림길~금산사로 원점회귀 가능하다. 또는 동면 중리마을에서 출발~금정암~임도~석문~729봉~장군봉 순으로 산행을 이어도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 장군봉을 보고 와서 고당봉을 거쳐 범어사로 하산할 수 있다.
   
 
#해운대 장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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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고당봉, 백양산에 이어 부산서 세 번째로 높은 해운대 장산은 바닷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고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해운대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억새군락지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여타 억새 명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반나절 억새 산행에 안성맞춤이다. 장산 정상을 지나 구곡산 가는 길에 위치한 억새군락지는 가을 한창 땐 억새산행이란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구곡산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 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근접하기도 아주 편리하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크게 한 바퀴 산행을 하려면 해운대기계공고 인근 운촌경로정에서 철길을 건너 출발, 옥녀봉~중봉~정상 밑 갈림길~억새군락지~구곡산~대천공원 순으로 걸으면 된다. 5시간 정도 걸린다. 또 거문산에서 철마산 가는 도중에도 드넓은 억새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마을 아래 사람이나 전문 산꾼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숨은 명소이다.
   
 
#화왕산성 한가운데 십리억새밭 창녕 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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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다. 사진은 화왕산성 내에 펼쳐진 십리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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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차로 불과 1시간10분이면 들머리에 도달할 수 있는 데다 억새밭으로 오르는 산행시간이 1시간이면 충분해 억새 산행지로 남녀노소에게 각광받고 있다.

창녕은 예부터 낙동강과 우포늪의 범람으로 홍수가 잦아 주민들이 물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창녕의 진산 이름을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화왕산(火旺山)으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유난히 산불이 많이 발생해 키 큰 나무들은 오간데 없고 억새가 산 정상부를 뒤덮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등산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5분 거리인 화왕산 군립공원 내 자하곡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 도중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넉넉잡아도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화왕산 정상부에 위치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곳. 남동쪽의 경우 돌로 성을 쌓았지만 서북쪽은 절벽능선이라 자연성벽이다. 그 가운데가 십리억새밭으로 그 면적은 18만4800㎢(5만6000평). 직접 억새밭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곽일주를 하며 억새를 감상한다. 정상석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난전이 펼쳐진 서문에서 성곽의 흔적이 잘 보존된 동문을 지나 남쪽의 배바위를 넘은 뒤 다시 원점인 서문으로 돌아오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제대로 된 산행을 하면서 화왕산 억새를 감상하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IC를 나와 관룡사 쪽에서 출발, 화왕산~동문~허준 세트장~관룡산~용선대를 거쳐 원점회귀할 수 있다.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걸린다. 관룡산 주변은 송이버섯 산지. 관룡사 아래 옥천저수지 주변에는 송이밥 등 송이요리 전문점이 모여 있다.
   
 
#원효 대사 숨결 남아 있는 양산 천성산 화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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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원효 대사가 당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가 바로 지금의 억새물결이 장관인 화엄벌이고, 한때 89개나 존재했던 암자와 사찰이 당에서 온 제자들의 숙소였다.

화엄벌은 원래 습지였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 지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02년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아쉽게도 펜스로 둘러쳐져 있다.

화엄벌 억새는 유난히 키가 작아 친근감이 간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펜스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을 한가하게 걷노라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망도 빼어나 낙동강을 기준으로 왼쪽엔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이, 오른쪽엔 김해 백두산과 동신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표적 코스는 상북면 석계~임도~원적산 봉수대~차단기~화엄벌~원효암~홍룡폭포~홍룡사. 덕계 쪽으로 하산하려면 화엄벌에서 무지개폭포~장흥저수지~덕계 또는 화엄벌에서 월평리 장흥부락으로 내려서면 된다. 초보자라면 오경농장 쪽에서 용주사를 거쳐 올라오면 힘들이지 않고 화엄벌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영남알프스 산군의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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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평(330만 ㎡)로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재약산 사자평원.


부울경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국내 최대의 억새평원인 재약산 사자평과 신불산 신불평원이 바로 그것.

사자평은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이라 옛 문헌에선 광평추파(廣平秋波·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라 하여 '재약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해서 사자평 코스는 가을 억새 탐승길의 고전으로 꼽혀 영남알프스 전지역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산행은 밀양 단장면에 위치한 호국대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고사리분교터 순이 일반적이다. 좀 더 길게 잡으면 표충사~한계암~천황산~천황재~재약산, 필봉~천황산~천황재~재약산 순으로 걸을 수 있다. 천황산과 재약산 사이의 천황재 억새 또한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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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평원 억새.

신불산 신불평원도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이 광활함을 자랑한다면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신불평원은 능선을 따라 좌우로 펼쳐져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은 천성산 화엄벌의 억새처럼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군무는 보기 어렵지만 억새 사이의 잡목이나 잡풀이 거의 없어 억새군락지의 진수를 보여준다. 신불산에서 북쪽의 간월산까지 2.3㎞ 구간에서도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억새 감상을 위한 덱이 조성돼 있는 간월재에서 바라보는 억새의 군무도 볼 만하다.

등산로는 등억온천~간월산장~임도~간월재~신불산~신불평원~영축산~통도사 순이지만 원점회귀를 원할 경우 신불산에서 공룡능선을 탄 후 홍류폭포를 거쳐 간월산장으로 하산하면 된다. 신불산 서릉을 타고 원점회귀할 경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하단)에서 출발, 신불평원~신불산~공비지휘소 전망대~파래소폭포~휴양림 순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남한땅 최고봉 한라산 산행은 현재 선택의 여지가 없이 크게 두 개의 코스만 열려 있습니다.
 분화구인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정상으로 오르려면 성판악(동쪽)~관음사(북쪽) 코스를 타야 하고, 빼어난 경관과 산세 구경에 주안점을 뒀다면 어리목(북서쪽)~영실(남서쪽) 코스를 택해야 합니다.
 전자는 처음 한라산을 접하는 초보 산꾼들에게 남한 최고봉을 오른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기실 산길이 단조로워 지루합니다. 해서 한라산의 진면목을 감상하려면 산세와 조망이 빼어난 어리목~영실 코스가 제격입니다.

 산꾼들에게 원래 한라산은 겨울 산행지로 인식돼 왔습니다.
 국립공원 한라산관리사무소는 그동안 겨울철 적설기간(통상 11월~이듬해 2월)만 한시적으로 백록담 정상을 개방해왔고, 나머지 기간에는 7, 8부 능선까지로 산행을 제한해 산꾼들은 겨울에만 한라산을 찾았습니다. 이른바 눈꽃산행이란 이름으로.
 하지만 오랜 기간 실시해온 자연휴식년제와 등산로 복구작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지난 2003년 3월부터 성판악 및 관음사 코스에 한해 정상까지 개방, 지금까지 한라산의 사계절을 볼 수 있게 됐지요.

 초보자들은 한라산과 관련, 이런 질문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성판악~관음사, 어리목~영실 코스로 구분해서 등산로를 개방하는지 모르겠다고. 다시말해 성판악에서 어리목이나 영실로 내려가면 안되느냐고.

 이유가 있습니다. 백록담을 품은 화구벽이 오랜 기간 대규모 침식과 더불어 사태까지 발생해 남벽과 서북벽 부근이 출입제한 구역으로 통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이러한 통제 조치는 아마도 영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어리목에서 올라 사실상 산행의 종착점인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보면 사태나 발생해 주능선이 허물어져 있는 모습이 그대로 목격됩니다.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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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세오름대피소에서 본 한라산 서북벽. 자세히 살펴보면 사태가 나서 주능선이 허물어진 모습이 그대로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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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700m의 윗세오름 이정석. 더이상 한라산으로 접근하지 못한다.

한라산에 대한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오늘 제가 보여 드리고자 하는 것은 독특한 형상의 바위입니다. 앞서 개괄적으로 설명을 한, 한라산 최고의 비경이라 손꼽히는 영실 코스로 하산길에 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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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바위의 절경이 기가 막히다.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몇 배 더 실감난다.

 가파른 하산길인 이 코스에는 신들의 거처라고 불리는 수직의 바위가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늠름하게 서 있는 병풍바위와 오랜 세월 비바람에 풍화된 수백의 기암들이 마치 나한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명명된 오백나한, 한여름 비온 후 기암절벽 사이로 폭포가 형성돼 장관을 이루는 비폭포 그리고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이 모든 풍광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영실휴게소에 닿을 정도로 비경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는 만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풍광이지요.
 기자는 하산하다가 우연히 특이한 바위를 발견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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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보기에는 혀를 내민 모습이 영판 아기공룡 둘리이다.

 산사면에서 약간 벗어나 홀로 서 있는 바위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마음씨 순한 초식공룡을 닮았다고 하고, 또 한편으론 혀를 쏘옥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기공룡 둘리의 행님(?)쯤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또 산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재주 부리는 물개가 연상되기도 하답니다. 개인적으로 혀을 내밀고 있는 개구장이 아기공룡 둘리 정도로 봐주면 될 것 같네요. 또 다른 모습이 연상되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이쯤 되면 사진 특종쯤 되지 않나요.
 
 또 다른 바위도 하나 발견했는데 이는 알을 품은 어미새의 형상입니다. 툭 튀어나온 부리가 이를 입증합니다.
 이 역시 다른 모습으로 보이면 좋은 의견 댓글로 남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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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상단의 바위가 새의 부리를 빼닮았다.

 전국을 대상으로 산행을 하다 보면 폭포나 바위가 빼닮은 모습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지리산 칠선계곡과 대성골의 이름 모를 쌍바위입니다.
 두 계곡은 우선 공통점이 있습니다. 국국토벌대와 빨치산(파르티잔) 사이의 격전지로, 분단의 아픈 현실을 간직한 현대사 비운의 현장이지요. 50여 년이 흐른 지금은 당시 흔적은 오간 데 없고 물은 물대로, 바위는 바위 대로 수천 수만년을 내려오면서 그래왔듯 묵묵히 인간이 하는 일을 그저 무관심한 듯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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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선계곡. 비선담 통제소를 지나 처음으로 계곡을 건너다가 본 쌍바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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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골의 쌍바위입니다. 사진상으로 전체 모습이 다 나오지 않았지만 칠선계곡의 그것과
           거의 닮은 꼴입니다. 크기는 대성골의 쌍바위가 더 큽니다.
 


 또 있습니다. 칠선계곡의 칠선폭포와 용추계곡의 용추폭포입니다. 아, 또 공통점이 있네요. 모두 함양땅에 있습니다. 칠선계곡은 함양땅 최남단 마천면에, 용추계곡은 함양땅 북동쪽 안의면에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물줄기가 시원해 보기만 해도 통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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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선계곡의 얼굴마담으로 손색이 없는 칠선폭포. 높이는 5m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 당당함은
        이름 그대로 칠선계곡의 얼굴마담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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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나 높이는 칠선폭포에 비해 약간 뒤지나 전체적으로 모습은 칠선계곡의 당당함에 견줄만 하다.

 경북 청도에서 비슷한 모양의 폭포가 있습니다.
 상운산의 용미폭포와 지룡산의 나선폭포입니다.
 용미폭포는 운문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30분 정도만 오르면 만날 수 있습니다. 천년 묵은 백룡이 힘에 겨운 나머지 꼬리를 바위에 걸쳐 놓은 채 몸통만 승천, 남은 용꼬리가 폭포로 변했다는 전설의 이 용미폭포는 높이나 거무튀튀한 암벽 색 등 첫 인상이 지룡산 배넘이골 인근에 위치한 나선폭포를 쏙 빼닮았습니다.

둘 두 높이는 40m쯤 돼 보이는 오버행 폭포로 비온 뒤에는 천둥소리가 날 정도로 우렁차지만 아쉽게도 평소에는 물이 거의 말라 있다. 특히 나선폭포는 겨울철 빙벽등반지로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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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문산 자연휴양림 내 숨은 용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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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룡산 나선폭포.








 요즘 가로수 한 그루를 훼손시키면 각 지자체 조례에 의거해 수종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훼손부담금을 냅니다.
 
 도로변에 위치한 가게 주인들이 울창한 가로수들이 간판과 가게를 가린다며 가지를 꺾거나 고의로 약품을 뿌려 고사하게 만든 대가지요

 이 훼손부담금은 나무값에 공사비를 더해 책정한다고 합니다. 만일 일부 훼손했을 경우 수목의 훼손도에 따라 훼손부담금을 부과한다고 합니다.

 가로수가 아니라 산의 나무들을 훼손시켰을 경우에는 산지관리법(옛 산림법)을 적용받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산속의 땅주인을 고발할까 합니다.

 얼마전 거창 덕유산 시루봉을 산행하다 본 장면입니다. 정상에서 하산하다 철조망을 만났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 사유지라고 보면 됩니다.

 뾰족한 방법이 없어 할 수 없이 산행팀은 철조망과 나란히 하산했습니다. 근데 철조망과 경계에 있는 나무들이 굵은 철사줄에 의해 아래 사진과 같이 훼손돼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철조망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철사줄을 탱글탱글하게 쪼아 놓다 보니 이웃한 멀쩡한 나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속살을 뚫고 들어간 것입니다.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만일 백옥같은 피부를 가진 그 산주인의 손자 손녀가 이런 나무의 아픔을 만분의 1이라고 받았다면 그들의 마음을 어떠하겠습니까.

대부분 굴참나무들로 이런 나무들이 상당수에 달했습니다. 명백히 산속의 나무를 훼손한 것입니다.  
이곳 시루봉은 경남 거창군 북상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루빨리 시정조치돼 나무들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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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들이 못 다니게 막아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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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조망은 또 산속의 야생동물이 다니지 못하도록 촘촘하게 막아놓았습니다. 한다미로 산을 망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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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의 정상 오쿠호타카다케에서 본 후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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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의 정상 오쿠호타카다케. 일본 산의 정상에는 대개 조그만 신사가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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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의 정상 오쿠호타카다케에서 하산하면서도 한동안 후지산은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산은 누가 뭐래도 후지산입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야구 한일전 때 이승엽이 통쾌한 투런 홈런을 날리자 허구연 해설위원이 후지산이 무너진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본을 상징하는 산이 바로 후지산입니다.
 해발 3776m로 일본 최고봉입니다. 백두산이 해발 2750m이니 굉장히 높은 봉우리죠. 참고로 두 번째는 남알프스의 히타다케(3192m)이고 세 번째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북알프스의 최고봉 오쿠호타카다케(3190m)입니다. 일본의 진정한 산꾼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일본의 마테호른'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북알프스의 야리가다케는 해발 3180m입니다.

 일본 혼슈 정중앙에 위치한 야마나시현에 위치한 후지산은 1707년 마지막으로 폭발한 휴화산이다.
 예부터 일본인들은 그림과 노래 이야기 등에 후지산의 아름다움을 여러 형태로 표현할 정도로 일본인의 정서를 대표하고 있지요. 생긴 모습은 대칭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또 산꼭대기가 눈으로 덮인 원뿔형의 화산이어서 많은 예술적 주제가 되어 왔습니다.
 해서, 후지산은 일본인들로부터 신성시돼 해마다 7, 8월이면 수천명의 일본인이 산꼭대기의 신사로 산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산꾼들의 입장에서 보면 후지산은 사실 흥미를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이 산은 온통 조그만 부석(浮石)으로 깔려 있어 한 걸음 오르면 거짓말 조금 보태면 반 걸음 미끄러지는 등 산행지로서의 매력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천황과 마찬가지로 그저 상징성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 산꾼들의 견해죠.

 최근 북알프스를 찾은 기자는 최고봉인 오쿠오타카다케(3190m)에서 예상치 않게 후지산을 봤습니다. 그것도 선명하게.
 당시 가이드는 "7년 동안 70여 차례 이곳에 올랐지만 두 번째 보는 것"이라며 감격해 했습니다. 백두산에 올라 천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행운이라고 봐야 되죠.

 야마니시현에 위치한 후지산은 남서쪽의 시즈오카현, 남동쪽의 가나가와현, 동쪽의 도쿄도에선 자주 보이지만 땅덩어리가 넓은 북쪽의 나가노현에선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로 내려오고 있답니다.
 오쿠오타카다케와 후지산의 거리는 대략 100㎞ 정도랍니다.
 경부고속도로 상의 부산과 경주의 거리가 68㎞ 정도니까 상상이 약간은 되겠죠.
 한번 감상해 보시죠.

 역시 산행의 참맛은 환상적인 조망에 있다는 정설을 확인시켜 주는 장면입니다.

'로또산' 정기받아 돈방석에 올라볼까
낙안읍성에 병풍두른 진산-주민 잇단 대박에 '로또산'
9부 능선은 기암괴석 장관, 정상에선 순천만 여수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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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에서 본 금전산입니다. 모양이 '쇠 금(金)'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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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당겨 보면 더 확실하지 않습니까. '쇠 금(金)' 모양이.여기에 '돈 전(錢)' 자를 씁니다. 금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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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금전산에서 내려다 본 낙안읍성 민속마을입니다. 그러니까 낙안땅의 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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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산 등산안내도와 금전산 정상.




 순천 금전산.
이름에서부터 돈 내음이 물씬 풍기는 금전산은 실제로 '쇠 금(金)' 자에 '돈 전(錢)' 자를 쓴다. 이른바 '금으로 된 돈 산'이다. 낙안읍성에서 바로 보이는 암봉이라 하면 '아! 그 산'하고 누구나 알 성 싶다.

 순천사람들은 이 금전산을 일명 '로또산'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금전산이 속해있는 순천에서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2003년 3월 제14회를 시작으로 2006년 1월 163회까지 7명이나 나와 한때 '순천=로또'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다. 얼핏 7명이라는 숫자는 적은 것 같지만 인구 대비 당첨률로 볼 때 전국 지자체 중 최상위권이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순천에 로또 대박이 잇따라 터지자 풍수지리학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지사.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금전산이 돈을 부르는 기운이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호기심을 갖고 금전산을 찾는 산꾼들이 늘고 있다.

금전산은 낙안(樂安)의 너른 벌판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큰 바위얼굴'로, 낙안의 진산이다. 벌판만 넓게 펼쳐져 있다면 어딘가 휑하니 허전했을 낙안을 낙안답게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다.

해발 668m로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지만 9부 능선을 따라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그 사이를 비집고 한 줄기 등로를 따라 조그만 암자인 금강암이 터를 잡고 있다.

산행은 순천시 낙안면 불재~구능수~돌탑봉~궁굴재~정상 아래 삼거리~금전산 정상~헬기장~금강암~극락문(통천문)~857번 지방도(낙안온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2시간20분 안팎이지만 금강암과 하산 후 걸어서 10분 거리인 금둔사를 구경하려면 3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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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는 불재. 순천시내에서 58번 지방도를 타고 낙안읍성으로 넘어오는 고개다. 고갯마루에는 불재정류장과 불재농장이라 적힌 노란 입간판이 눈에 띈다. 산 입구에는 '금강암' '약수암' '금전산 안내도'가 서 있다. 길 건너편은 오봉산.

제법 너른 길 좌우에는 조림된 나무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7분 뒤 갈림길. 쌍돌탑으로 일주문을 대신한 왼쪽의 약수암 가는 길은 무시하고 직진한다. 5분 뒤 다시 갈림길. 왼쪽은 기도처, 오른쪽으로 오른다.   
 
이때부터 당분간 오르막 외길. 5분 뒤 집채만한 큰 바위 앞에 닿는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막상 들어가면 서너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굴이 하나 있다. 구능수다. 입구에는 가지산 쌀바위의 전설과 비슷한 내용의 유래가 적혀있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결혼한 지 14년간 아기가 없다가 이곳 물을 먹고 최근 득남한 일본인 순천문화유산해설사의 일화가 더 유명하다. 그만큼 효험이 있다는 것.

산길은 오른쪽으로 산허리를 돌아간다. 구능수 바위가 주능선길이지만 험한 데다 접근이 불가능해 지능선을 타고 우회해 주능선으로 향하는 셈이다.

바위 사이 급경사길로 오른다. 꽤나 힘들다. 10여분이면 구능수 아래에서 본 입석대 모양의 암봉에 닿는다. 이때부터 다시 주능선. 여전히 험로가 이어진다. 조그만 돌탑봉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35분정도. 사실 여기까지가 힘들고 이후부턴 그리 어렵지 않다.

여기서 궁굴재까지는 15분. 도중 길 왼쪽으로 낙안읍성과 낙안민속자연휴양림이 시야에 들어온다. 궁굴재에서 왼쪽으론 휴양림 가는 길, 직진한다. 정상까지는 1.2㎞ 남았다.


다시 오름길. 25분이면 정상 밑 삼거리. 오른쪽은 종주길 종점인 오공재(2.4㎞) 가는 길, 왼쪽 금강암 낙안온천 방향으로 향한다. 정상은 30m 뒤. 3m 높이의 대형 돌탑이 힘이 넘친다. 조망은 나무 때문에 예상보다 좋지 못하다. 북동쪽 월등히 높은 산이 조계산, 그 왼쪽 고동산, 그 뒤로 무등산. 동쪽으론 저 멀리 광양 백운산 억불봉, 하동 금오산. 남동쪽으로 순천만과 그 뒤 여수땅이 시야에 들어온다.

돌탑을 지나 하산한다. 70m쯤 내려서면 헬기장. 비로소 낙안읍성이 한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 10여분 뒤 쩍 갈라진 바위전망대에 서면 금강암을 기준으로 암봉인 의상대(오른쪽) 원효대(왼쪽)가 발아래 놓여있고, 그 오른쪽 산기슭엔 금둔사도 보인다. 암자에선 의상대를 서대(바위), 원효대를 동대(바위)라 한다. 백제 천년고찰 금강암은 송광사의 말사. 송광사 16국사의 마지막 국사인 고봉 화상이 수행하는 등 한때 선풍을 드날렸지만 여순사건 때 소실된 후 다 쓰러져가는 전각 하나만 달랑 남아 현재 스님 한 분만 수행하고 있다.

집채만한 바위 아래 모셔진 산신각을 잠시 둘러보면 길은 자연스레 의상대로 이어진다. 석가여래좌상이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창녕 관룡사 용선대가 연상되는 의상대에는 최근 새긴 듯한 관음좌상마애불보다는 자연석조여래좌상이 눈길을 끈다. 바위 위에 움푹 팬 이곳에 물이 고이면 그 모습이 영락없이 부처님의 모습을 빼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건너편 원효대는 접근 불가능. 하지만 겉모습은 더 힘차고 위용이 있다. 암자를 나서면 험한 돌계단. 몇 걸음 못가 집채만한 바위들이 뒤엉켜 굴이 만들어져 있다. 통천문인 듯 했지만 통과한 후 뒤돌아보면 極樂門(극락문)이라 음각돼 있다.

이제 본격 하산. 857번 지방도까지는 30분쯤 걸린다. 도로 건너편엔 낙안온천. 온천을 하기 전에 오공재(오른쪽)쪽으로 10여분 도로를 따라 걸으면 홍매화로 유명한 태고종 금둔사가 있다. 보물 제945, 946호인 삼층석탑과 석불입상은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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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전망대에서 서면 원효대(왼쪽)와 의상대(오른쪽) 그리고 낙안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위 사진 중 기와지붕이 보이는 암자가 금강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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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암의 극락문.



# 떠나기전에-금전산 정기 덕택, 순천시민 로또 1등 당첨자 많아

 금전산 등로는 동쪽 불재에서 서쪽 오공재로 이어지는 주능선길과 정상에서 낙안온천으로 내리뻗은 금강암 계곡길이 전부. 밋밋한 주능선길은 주로 송림길이라 조망이 좋지 못해 산행팀은 불재에서 시작, 금강암을 구경한 후 낙안온천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로또산' 금전산의 겉모습 또한 '쇠 金(금)' 자. 이를 확인하기 위한 포인트는 낙안읍성 내 동헌 앞. 낙안읍성 관리사무소에서 정년퇴직했고, 지금은 낙안읍성에서 순천문화유산해설사로 봉사하면서 낙안향토지를 집필하고 있는 송갑득(62)씨는 "동헌 기와지붕의 가녀린 선과 금전산을 조합해보면 영락없는 '金' 자 모습"이라며 "이는 낙안주민들의 염원이 아니겠느냐"고 꿈보다 좋은 해몽을 내놓았다.

이번 산행의 날머리 낙안온천은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물좋은 온천. 강알칼리성 온천으로 거창 가조온천과 마찬가지로 비누가 필요없을 정도로 아주 매끄럽다.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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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한 곳 소개한다. 낙안읍성 입구 동문 고향식당(061-754-2550)의 팔진미(八珍味). 이순신 장군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대접했다는 별미. 석이버섯 고사리 도라지 더덕 미나리 무 녹두 물고기(매운탕) 등 8가지로 손이 많이 가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해야 한다. 1만원. 보리밥(사진)도 맛있다. 고사리 버섯 게장 꼬막 등 한 상 가득 나온다. 5000원. 낙안민속주인 사삼주도 맛보자. 더덕 찹쌀 한약재가 주 재료다.

취재 후일담 하나. 기자도 금전산 정기를 듬뿍 받고 낙안온천에서 목욕재계를 한 다음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나온 판매점의 연락처를 입수해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이미 어두워진데다 초행길로 인해 헤맬 것이 우려돼 바로 부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침내 부산. 그래도 금전산 정기의 약발(?)이 남았겠거니 생각돼 집 앞 로또 판매점에서 2개를 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는 기자에게 놀랄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는 기본인 5등, 또 하나는 숫자 4개가 맞아 4등. 상금은 5만7381원. 세금 22% 떼면 4만4990원. 순천에서 샀다면 어땠을까.


# 교통편-서부·노포동 터미널 모두 이용, 버스로 2시간 40분 소요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승주IC~승주 22번~낙안민속마을 선암사 857번 지방도~벌교 낙안민속마을~상사호 지나~고흥 벌교 857번~순천 58번 지방도 좌회전~낙안민속자연휴양림 지나~불재(정류장) 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8시5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1만1100원. 2시간40분 소요.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낙안 공용정류장(농협하나로마트 앞)행 시내버스를 타고 불재에서 내린다. 오전 8시50분(63번), 10시40분(〃). 890원. 9시30분 출발하는 16번 버스는 불재를 거치지 않고 낙안으로 바로 오기에 이곳에서 불재로 가는 63, 68번 버스를 다시 타야 한다. 9시15분, 9시20분, 11시10분에 있다. 낙안에서 순천행 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40분, 7시20분, 7시30분, 7시40분, 밤 9시20분, 10시10분에 있다. 890원. 순천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5시20분, 6시25분, 7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선 순천행 시외버스(동래에서 한 번 정차)와 고속버스가 모두 있다. 시외버스는 오전 7시4분, 9시15분(1만2500원), 고속버스는 오전 6시30분, 8시10분, 9시35분(9800원, 우등은 1만4400원)에 출발한다. 순천서 노포동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55분, 6시25분(막차), 고속버스는 오후 5시40분, 7시, 8시30분(막차), 밤 11시(심야·1만5800원)에 있다. 승용차편으로 갔을 경우 날머리 낙안온천에서 들머리 불재까지 낙안민속택시(061-754-2848)를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5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10년만에 속살 내비친 생명의 골짜기…웅장함의 절정

추성리~마폭 5시간30분, 마폭 천왕봉 1시간30분 소요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 대륙폭포 삼단폭포 마폭포 등
한순간도 끊이질 않는 골짜기 절경 암반, 소와 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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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동(옛 두지터) 입구 담쟁이넝쿨로 둘러싸인 담배건조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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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동(옛 두지터)의 배롱나무꽃. 공기가 맑아서인지 색이 아주 붉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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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통제 기간 중의 출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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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동을 지나면 이내 만나는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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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칠선동 마을터. 자세히 보면 축대와 계단식 논의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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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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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그늘이 드리워져 운치가 그저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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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바로 위에 위치한 옥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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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옥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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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탕을 지나면서 덱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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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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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교와 비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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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교를 지나 덱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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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통제소를 알리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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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통제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지리산 사무소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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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소를 지나면서 인공시설물이 없어 계곡을 직접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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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경의 이름없는 소와 담이 연이어 이어져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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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 낀 돌길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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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의 얼굴마담격인 칠선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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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폭포. 얼핏 함양 용추계곡의 용추폭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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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칠선폭포를 놓치고 가더라도 이처럼 길에서 우렁찬 굉음과 함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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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물길을 건너면 중봉과 하봉 사이의 골짝에서 내려오는 지계곡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잠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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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최대 규모이자 간판급인 대륙폭포. 높이가 15m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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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폭포 앞에서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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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륙폭포. 칠선계곡 최고의 비경이다.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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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폭포. 하류는 수직폭이지만 상류의 2단은 와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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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단폭포의 하단부인 수직폭 바로 윗부분. 깊은 소의 물이 수직폭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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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나무도 힘겹게 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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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시목이 발견되면 제대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00m마다 있다. 그러니까 7.5㎞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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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 다리도 건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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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이어지는 이름없는 폭포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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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선계곡의 마지막 폭포라는 의미의 마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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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폭포는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골짝에 걸려 있는 비경의 2단 폭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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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폭포가 가장 잘 보이는 그늘진 암반. 대개 여기서 땀을 닦으며 숨고르기를 한다.

 

가마솥 더위가 한풀 꺾인 남한땅 최후의 원시림 지대인 칠선계곡은 생명력이 넘쳐 흘렀다.

깊고 험준한 골짝은 천지를 뒤흔들 만큼 우렁찬 물소리를 토해내며 예의 빼어난 비경을 자랑했고 햇빛 한점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울울창창한 숲속의 물기 잔뜩 머금은 초록의 이끼는 널브러진 돌이나 아름드리 노거수를 감싸며 사방을 온통 초록으로 물들게 했다.

마지막 폭포인 마폭을 지나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1800m대의 헌걸찬 지리 마루금은 구궁심처 골짝에서 솟아오르는 희뿌연 구름과 한데 어울려 신선의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칠선계곡은 험하지만 분명 비경이다. 한신계곡 뱀사골 피아골 등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계곡에 비해 한 수 위다. 아니 급이 다르다.

흔히 산길이나 계곡은 풍광이 좋고 나쁨을 반복하지만 칠선계곡은 국내 여느 유명 계곡의 내로라하는 아름다운 구간만을 조물주가 부러 이어붙인 듯해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북으로 곧장 떨어져 내리는 칠선계곡은 겨울이면 북향의 깊은 골짝이라 적설량이 많고 기온이 급강하하고,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급격한 지형변화로 조난사고의 우려가 높다. 인공시설물이 거의 없는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이와 관련, 이창우 산행대장은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되기 전인 1980년대 칠선계곡은 비교적 한가했지만 지금처럼 비선담까지 설치돼 있는 인공시설물이 하나도 없어 베테랑급이 아니면 산행할 엄두를 못냈을 정도로 사실 난코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음은 있지만 일반 산꾼들로선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 그런 코스였다.

세월이 흘러 칠선계곡은 지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자연휴식년제라는 명목하에 총 9.7㎞ 구간 중 3.8㎞ 지점인 비선담까지로 산행이 제한됐고, 올해부턴 국립공원 특별보호구로 지정됨과 동시에 산아래 추성동 주민들의 염원을 적극 수용해 지난 5월부터 국내 최초로 탐방예약 가이드제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년까지 2년간 5~6월, 9~10월 넉달간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의 안내로 칠선계곡 산행을 할 수 있게 된 것.

바야흐로 칠선계곡이 10년 만에 공식적으로 부분 개방된 것이다.

산행팀은 사실 지난 4월말과 5월초 두 번이나 취재산행을 계획했지만 공교롭게 두 번 모두 장대 같은 비가 내려 발길을 돌렸다. 결국 삼세번만에 칠선계곡 품에 안긴 셈이다.

산행 코스는 함양 마천면 추성리 주차장~칠선계곡~마폭포~천왕봉~제석봉~장터목 대피소(1박)~백무동 순. 순수하게 걸은 시간은 10시간45분. 구간별로 보면 추성리~마폭 5시간30분, 마폭~천왕봉 1시간30분, 천왕봉~장터목 55분, 장터목~백무동 2시간50분. 걷는 시간만 그렇다는 뜻이며, 여기에 휴식 및 식사시간은 별도로 더해야 총 산행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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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마천면 추성리~마폭포

주차장에서 추성리 마을을 지나 포장로를 따라 오른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움푹 파인 국골이 초암능선과 두류능선을 좌우로 갈라놓고 있다. 추성리에서 25분이면 두지동(일명 두지터). 오래전 화전민들이 기거했던 산골마을이지만 지금은 6가구가 농사와 민박을 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 담쟁이넝쿨로 에워싸인 담배건조막과 유난히 붉은 배롱나무꽃만 옛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바로 옆에는 최근 펜션이 들어서 있다. 두지터는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이웃 국골에서 진을 치고 있을 때 식량창고로 사용했다는 설과 지형 자체가 쌀 뒤주를 닮았다는 설이 내려온다.

두지교와 입산통제 기간 중 출입문, 울창한 대숲 그리고 쇠줄로 만든 출렁다리를 잇따라 지나면 가파른 오름길. 칠선계곡은 출렁다리에서 잠시 맛만 볼 뿐 선녀탕까지의 40여 분은 물소리만 들릴 뿐이다. 도중 뜻밖에도 평탄한 길을 만난다. '칠시'라고 불렸던 옛 칠선동 마을터다. 자세히 보면 오래된 축대와 계단식 논의 흔적이 보이고 바닥에는 비닐장판 조각이 보인다.

지계곡을 건너 마당바위로 불리는 전망 좋은 너른 암반를 지난다. 이제 선녀탕까지는 1㎞. 진한 숲 향기를 음미하며 27분쯤 오르내리면 선녀탕을 알리는 이정표와 아치형 구름다리를 만난다.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전해오는 선녀탕(620m)은 다리에서 보면 숲 그늘이 드리워져 운치가 그저 그만이다.

이때부터 칠선계곡의 진면목을 감상하며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선녀탕 바로 위에는 선녀탕보다 더 넓고 깊은 옥녀탕(650m)이 기다린다. 유난히 맑고 푸른 탕도 탕이지만 옥녀탕으로 쏟아내는 와폭 또한 일품이다.

옥녀탕부터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조성한 덱을 따라 걷는다. 10여 분이면 흔들다리인 비선교에 올라선다. 이 대장은 비선교 입구 쪽 암벽을 가리키며 예전에는 이곳으로 밧줄을 잡고 올랐다고 옛 기억을 더듬었다. 자세히 보니 밧줄의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띈다. 목욕한 선녀들이 하늘로 올랐다는 다리 아래 비선담(710m)은 옥녀탕과 규모는 비슷하다. 비선교를 지나면 잠시 호젓한 숲길. 5분 뒤 다시 목재 덱을 만나면서 비경이 이어진다. 소와 와폭의 연속이다. 떨어지기 직전 소용돌이를 치는 폭포, 두 갈래로 유유히 떨어지는 쌍폭 등과 선녀탕이나 옥녀탕에 견줘도 하등 손색없는 소가 굽이굽이마다 시선을 빼앗지만 아쉽게도 이름이 없다. 칠선계곡을 두고 흔히 '7폭 33소와 담'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10분 뒤 다시 덱을 만난다. 공단 직원 두 사람이 근무를 서고 있다. 알고 보니 칠선계곡에 설치된 마지막 덱으로 비선담 통제소다. 위쪽 산길과 이어진 출입문에는 육중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 5.4㎞ 구간이 특별보호구로 지정된 곳이다. 통제소를 지나면 숲이 확연히 달라진다. 더욱 짙어지고 길은 좁아지며 발밑에는 물기 머금은 싱싱한 이끼가 널브러진 돌과 나무 밑둥치를 감싸고 있다. 산죽 군락은 이에 뒤질세라 길마저 막고 있다. 원시 그대로의 비경 그 자체다.

6분 뒤 산죽길을 벗어나면 계곡과 만난다. 직진하기도, 좌측 산사면으로 치고 오르기도 마땅치 않다. 처음으로 물길을 바로 건넌다. 반복되는 이끼 수북한 산죽 숲길. 길 안내를 위해 돌 위에 뿌린 붉은 스프레이 표시도 이끼에 가려 그 흔적이 가물가물하다.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하나 있다. 일명 청춘홀이다. 물길을 건너 100m쯤 거리에 위치한 표지목 지점쯤에서 좌측으로 바로 보면 보인다. 큰 바위와 작은 바위가 한데 어울려 생긴 너른 공간이다. 청춘 남녀가 비를 피해 들어섰다가 사랑에 빠졌다는 설도 있고, 오래전 목기를 다듬는 젊은 청년들이 청춘 흘러가는 것을 한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엔 바닥도 편평해 텐트 하나 정도는 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계곡 범람으로 인해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지계곡을 건너 우렁찬 굉음에 이끌려 물가로 내려선다. 칠선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첫 인상은 함양 용추계곡의 용추폭포. 높이가 5m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 당당함은 이름 그대로 칠선계곡의 얼굴마담으로 손색이 없다. 통제소에서 30분. 혹 폭포 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놓쳤더라도 길에서 보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끼 낀 돌길의 연속. 7분 뒤 자연스럽게 두 번째 물길을 건넌다. 이 지점은 중봉과 하봉 사이의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지계곡과의 합수점이다. 이 지계곡을 거슬러가면 40m쯤에 우측으로 열린 길이 향후 진행방향이며, 여기서 60m 더 가면 칠선계곡에서 최대 규모인 대륙폭포를 만난다. 지난 1964년 칠선계곡을 탐사하던 부산의 대륙산악회가 명명한 이 폭포는 약 15m 높이에서 하얀 물줄기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진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장엄하며 고색창연하다.

대륙폭포 이후 산길은 험하면서 동시에 가팔라진다. 무명봉 하나 넘는다고 생각하고 살짝 올라서면 계곡과 만나지만 건너지 않고 물길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25분쯤 뒤 또 한 줄기의 폭포가 눈과 귀를 자극한다. 자일산악회가 명명한 (자일)삼단폭포다. 상류 쪽 두 개의 와폭에 이어 수직폭이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폭포 좌측으로 오르면 가운데 와폭은 쌍폭이며 그 아래는 좁지만 깊이를 가늠키 힘든 아주 깊은 소가 소용돌이 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단폭포에서 마폭포를 만나기까지 80분 정도 또한 녹록지 않다. 이쯤 되면 계곡 폭이 좁아지고 유량은 줄어듬직한데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되레 무명폭과 크고 작은 소가 줄을 잇고 또 잇는다. 칠선계곡의 저력을 실감케 하는 시점이다.

이끼 낀 크고 작은 돌길과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들도 넘어야 하고 외나무다리도 건너고 때론 유일한 인공시설물이라 할 수 있는 얇은 밧줄에 의지해 암벽을 올라야 한다.

천왕봉으로 오르면서 마지막으로 만난다는 의미의 마폭포는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골짜기에 걸려 있는 비경의 2단 폭포. 상단은 수직폭이고 하단은 와폭이면서 쌍폭이다.

마폭포와 관련된 여담 한 가지. 지난 1964년 부산의 산악인들로 구성된 개척단에 참여한 곽수웅 씨는 "밑에서부터 이름을 붙이며 올라오던 중 소와 폭포가 끊임없이 나타나 이름짓기를 중단하고 마지막 폭포에 와서 명명한 것이 마폭포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웃한 바위 쉼터가 좋아 대개 여기서 폭포를 감상하며 물통을 채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

하편은 여기<http://hung.kookje.co.kr/225>를 클릭하세요.
 

10년만에 속살 내비친 생명의 골짜기…웅장함의 절정
500년된 주목과 구상나무 등 원시수해(樹海) 걸을 땐 환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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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오르막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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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살된 주목과 천왕봉이 1㎞ 남았다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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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힘은 들지만 원시 수해를 걷는 기분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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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봉으로 향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철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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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계단을 오르면 바로 만나는 문(왼쪽)과 천왕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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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정상(왼쪽)과 장터목 하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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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생 쌍둥이 자매(왼쪽-이들은 나중에 종주했다). 오른쪽은 제석봉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고사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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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천문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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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웃한 봉우리를 보여준다(왼쪽). 오른쪽은 소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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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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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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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바위 이정표와 백무동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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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폭포~지리산 천왕봉~장터목 대피소

마폭포 아래 물을 건너 천왕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마의 코스. 급격한 체력 소진을 요구하는 구간이다. 3㎞ 정도의 이 구간은 거의 일직선형의 산길에 고도차가 500m에 이르러 급경사를 이룬 곳이 태반이다. 심한 곳은 경사 60~70도의 바위 사이로 길이 이어져 있다. 약간 과장하자면 코가 땅에 닿을 정도다.

하지만 이 구간은 지리산 최고의 원시림 지대로 그에 걸맞게 수해(樹海)가 펼쳐진다. 우선 마폭에서 300m쯤 오르면 등산로상에 보이는 500년된 주목. 밑둥치 둘레가 3.4m로 두세 명이 팔을 벌려야 닿을 만큼 굵은 이 주목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크고 굵고 오래 됐다. 주목 이외에도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가 군집을 이룬 가운데 전나무 잣나무 등도 아름드리 노거수로 자생하고 있다. 인간의 발길이 뜸한 사이 노거수들은 꾸준히 생명력을 키운 것이다. 이 대장은 "10년전만 해도 산사태의 흔적이 너무 많아 사태골로 불렀는데 지금은 많이 복원돼 당시 흔적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천왕봉을 1㎞ 앞둔 지점에선 이정표 뒤로 중봉에서 흘러 내린 암봉이 골짝에서 꿈틀거리는 구름에 가려 있다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좀체 보기 드문 비경이다.

오래전 사태가 난 듯 정상적으로 오르기 힘들어서일까. 마지막 급경사 오르막은 철계단이 설치돼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빼곡히 원시림을 이루던 주목과 구상나무는 시야에서 사리지고 시나브로 구절초 쑥부쟁이 동자꽃 산오이풀 등 야생화가 활짝 웃으며 뭍객을 맞는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천왕봉은 5분 거리. 바늘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 탓에 남한 최고봉인 천왕봉에 와서도 잠시 기념촬영을 할 뿐 등산객들은 하산을 서두른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잿빛인 데다 추위마저 느껴져 오래 머물 여유가 없다.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못 보는 기분이 꼭 이럴까. 문득 '천지에 올라 천지를 못보는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란다는 문구가 생각나 피식 쓴웃음이 나온다.

장터목 대피소로 향한다. 지리산에선 이곳을 통하지 않고선 신선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는 통천문(1814m)을 내려서고 지리산의 명물 고사목 지대가 절경을 선사하는 제석봉(1808m)을 살짝 넘으면 마침내 장터목 대피소(1645m). 장터목은 옛날 천왕봉 남쪽의 산청 시천 주민들과 북쪽의 함양 마천 사람들이 매년 봄 가을에 물물교환을 하던 장터가 서던 역사의 현장으로, 현재에는 노고단 다음으로 많은 산꾼들이 몰려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산행팀이 찾은 날도 예기치 않게 해질 무렵부터 비바람이 몰아쳐 많은 산꾼들이 삽시간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리산 대피소 중 시설은 아주 좋은 편이다.


 
◇장터목 대피소~백무동

함양 마천면 강청리 백무동은 지리산의 북쪽 관문. 이곳에서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으로 오르는 지름길이 열려 있고, 세석평전으로 곧장 연결되는 한신계곡 코스도 있다. 백무동 코스는 거림골과 함께 지리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가장 편한 길이다.

백무동은 원래 100명의 무당이 거처했다고 하여 백무동(百巫洞)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백무동(百武洞)으로 쓰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지리산 천왕봉에 살고 있었다는 산신인 여신 성모(聖母)가 남자를 끌어들여 100명의 딸을 낳아 세상에 내려 보냈는데, 그들이 팔도로 퍼져 나간 출구가 백무동이었다고 한다.

새벽부터 장대비가 내려 천왕봉은 입산금지. 법천계곡도 물길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위험해 대부분의 산꾼들은 능선길인 하동바위 코스를 타고 백무동으로 향한다. 장터목에서 5.8㎞.

망바위를 지나면 너른터에 닿는다. 소지봉(燒紙峰·1312m)으로 백무동까지 중간쯤 되는 지점이다. 옛날 백명의 무당(百武)들이 제를 지낸 뒤 '종이를 태웠다'는 봉우리다. 오래전 백무동(百巫洞)으로 불렸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여기서 400m 더 내려오면 참샘. 유난히 다람쥐가 많이 눈에 띈다. 오가던 산꾼들이 쉬면서 먹던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 주면서 다람쥐가 이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계속되는 돌길. 눈앞에 주위를 압도할 만큼 10m쯤 되는 엄청난 규모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흔들다리를 건너면 이정표가 서 있다. 함양땅인데도 하동바위(900m)라고 한다. 바위 한쪽에는 '하동암'이라고 음각돼 있다. 하동지방을 바라보고 서 있어서 또는 하동군수가 지리산 구경을 왔다가 이 바위 위에서 떨어져 죽었기 때문에 하동바위라고 불린다고 전해온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여기서 1.8㎞ 즉 45분 후에는 백무동 야영장을 거쳐 백무동에 도착한다.


◇떠나기 전에 - 탐방예약 가이드제 9, 10월 한시 운영…인터넷으로만 접수

지리산 칠선계곡은 현재 추성리에서 비선담까지는 상시 산행할 수 있고 비선담에서 천왕봉 구간은 2027년까지 생태계 보호를 위해 특별보호구로 지정 관리돼 있어 산행을 맘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 국립공원사무소는 올해부터 내년말까지 5~6월, 9~10월 등 연중 4개월간만 '탐방예약 가이드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월·목요일은 오전 7시 추성리 주차장에서 칠선계곡을 거쳐 천왕봉으로 '올라가기'를, 화·금요일은 반대로 천왕봉에서 추성리 주차장으로 '내려가기'를 한다.

매회 지리산 국립공원 직원과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4명의 가이드(안전지킴이)가 동행하며 회당 참여인원은 40명으로 제한한다. 참가신청은 '올라가기' 15일, '내려가기' 16일전 오전 10시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무료. 예약자는 개별적으로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후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055)972-7771~2

산행은 오전 7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올라갈 때는 전날 추성리 부근에서 민박을 하고, 내려설 경우에는 장터목 대피소나 로터리 대피소에 올라 하루를 묵어야 한다. 예약 필수.   
 
칠선계곡의 도둑산행은 절대로 피하길 권한다. 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의 감시가 물샐틈없이 조직적이고 치밀하다. 만일 적발되면 과태료로 50만 원을 물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칠선계곡의 등산로가 워낙 험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조난을 막기 위해서다. 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요즘도 꾸준하게 평일 하루 3명 안팎, 주말에는 8~10명 정도가 도둑산행을 하다가 적발된다고 한다.

기자가 경험한 칠선계곡은 어떠했을까. 20여 차례나 칠선계곡을 경험한 이창우 대장과 함께 해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혼자였다면 3~4군데 길찾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맛집 한 곳 추천한다. 마천면은 지리산 흑돼지가 유명하다. 일교차가 심한 데다 청정수를 먹고 자라 육질이 아주 단단하고 한눈에 봐도 육질이 선홍색으로 싱싱하다. 1인분(200g) 8000원. 마천면 소재지에 위치한 '마천흑돼지촌'(055-962-6689)이 잘한다. 길 건너 식육점과 함께하기 때문에 언제가도 생고기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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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지리산 흑돼지.



◇교통편 - 대전통영 고속도로 생초IC로 나와 화계 방면으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함양행 직행버스는 오전 7시, 9시에 있다. 2시간 소요. 1만2100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길건너 위치한 군내버스 터미널에서 추성행 군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매시 정시와 30분에 각각 출발한다. 1시간 걸리고 3300원. 백무동에서 함양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30분, 오후 1시20분, 2시, 2시30분, 3시30분, 4시, 4시30분,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 7시40분에 있다.

함양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 6시30분(막차)에 있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늦게까지 자주 있다. 승용차를 추성리에 주차했을 경우 백무동에서 택시(055-962-5110, 011-678-5119)를 불러야 한다. 1만2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IC~화계 방면 좌회전~함양 마천 우회전~마천 함양 자연휴양림 좌회전~백무동 마천 좌회전~지리산 마천 직진~지리산 백무동 칠선계곡 마천~의탄교~칠선계곡 벽송사 서암 좌회전~추성리 주차장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


★지리산 칠선계곡의 진면목은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담폭포 마폭포 등이 '7폭포 33소와 담'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상)편에 숨어 있습니다. 기자의 생각으론 (상)편이 더 알차고 더 볼 게 많은데 이상하게 (하)편이 네티즌들에게 호응이 많네요. (하)편을 보신 후 아래 쪽에 밀려 있는 (상)편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상)편은 여기<http://hung.kookje.co.kr/224>를 클릭하세요.


 예외가 없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면 반드시 기념 촬영을 한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 힘들게 오른 만큼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천왕봉에서 찍은 기념 사진은 누구나 예외없이 거의 천편일률적이다. '지리산 천왕봉 1915m'이라 적힌 정상석 앞에서는 독사진 내지는 두세 사람, 많게는 네뎃 사람이 전부다. 10명 이상의 단체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다. 혹 있다고 하더라도 뒷면, 다시말해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적힌 뒷면이 배경이다.
 왜 그럴까.
 '지리산 천왕봉 1915m'라고 적힌 정상석이 서 있는 정상부의 전체 면적이 30
㎡에 불과한 데다 정상석 앞면에서 볼 때 사진을 찍는 사람이 뒤로 물러날 수 있는 공간이 최대 3m 남짓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물러나면 그야말로 벼랑이다. 이 때문에 정상에 오른 뒤 약간 상기된 채 사진을 찍을 경우 항상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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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으면 정상석에서 사진 찍는 위치가 3m 정도에 불과해 사진
               찍는 사람의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단체사진도 찍을 수 없어 방향을 돌려놓아야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맨 위 사진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만일 정상석
               방향을 돌려놓으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리적으로 여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아래 사진은
지리산 산행 중 만난 초등학교 4년생인 쌍둥이 자매. 이들은 나중에 종주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이 정상석은 지난 1982년 6월 2일 경남도에서 세웠다. 지금이야 지리산을 비롯한 모든 국립공원은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관할하지만 당시에는 경남도가 맡았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그보다 한참 뒤인 1987년 설립됐다.
 당시 지리산 철쭉제 행사를 겸해 시민등반대회가 열려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정상석 제막식에 참여했다. 높은 분들로는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익현 민정당 사무총장과 이규효 도지사가 함께 했다.
 남명 조식 선생의 '하늘이 울어도 천왕봉은 울지 않는다'라는 명문이 적힌 기존의 조그만 정상석 대신 헬기로 공수돼 온 1.5m 높이의 정상석의 제막식이 진행되면서 한쪽에선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정상석 뒷면에 '경남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천왕봉은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와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의 경계에 위치해 있지만, 지리산은 함양 산청 이외에 하동 남원 구례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기 때문에 그 문구는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천왕봉이 한라산(1950
m)에 이어 남한 땅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여서 당연히 전 국민의 산으로 인식돼야 하기 때문에 '경남' 대신 '한국'이란 표현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가을쯤 어느날 정상석에는 누군지만 모르지만 '경남' 대신 '한국'으로 바꿔 놓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기자는 정상석이 어느 방향을 봐야 한다는 원칙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공단측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미 나왔다. 안전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상석을 돌려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좋은 생각이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민족의 영산, 남한땅 최고봉 지리산 천왕봉이라서 머뭇거리는 점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는 만인을 위해 정상석 방향을 되돌려도 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만의 생각일까.




 일본의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산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주인의 의지에 따라 시설이 천차만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시설이나 운영 면에서 거의 획일적이지요. 이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기본은 하니까요. 뒤집어 본다면 일본의 산장의 경우 좋은 곳은 아주 훌륭하지만 좋지 않은 곳은 형편없습니다. 참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명칭은 대피소이지만 일본의 산장입니다.
 최근 다녀온 지리산 장터목 대피소는 일본 어디에 내놓아도 시설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아주 좋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난할 듯합니다.

 얼마전 일본의 북알프스를 다녀왔습니다.
 중부산악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비경지대로 손꼽히는 북알프스는 일본 열도의 중앙부에 거의 남북으로 뻗어 있는데다 3000m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돼 있어 '일본의 지붕'으로 불립니다.
 지난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현, 기후현 등 3개 현에 걸쳐 있는 북알프스는 위도상으론 한반도보다 아래지만 대륙의 찬 시베리아 기단이 동해를 건너며 수분을 흡수, 연간 30m 가까운 폭설로 설국을 이루는 곳이죠. 

 북알프스는 규모가 상상 못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1박 2일에서 2박 3일, 3박 4일 입맛대로 택할 수 있습니다. 종주를 할 경우 최고봉인 오쿠호타카다케(3190m)과 '일본의 마테호른' 야리가다케(3180m)를 거쳐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와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되는 니가타와의 경계인 오아시라쯔 해변까지 무려 150㎞를 걷습니다.

 당시 산행팀은 일본 근대 알피니즘의 발상지인 가미코지에서 출발, 가라사와산장에서 1박을 한 후 오쿠호타카다케를 거쳐 가미코지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했습니다. 도상거리  27㎞죠.

 첫 11㎞ 정도는 계곡을 따라 임도 수준의 숲터널을 걷습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빙하 녹은 물은 흐르는 계류에는 천연기념물인 이와나(岩魚)가 물살을 가르고, 새끼를 등에 태운 일본원숭이가 이리저리 뛰어놉니다.
 산장 또한 정확하게 45분 간격으로 잇따라 나타나 이방인 맞습니다. 묘우진칸, 도쿠사와, 요오코 산장입니다. 묘우진칸과 요오코 산장은 평범하지만 도쿠사와 산장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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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캠퍼스를 연상시키는 도쿠사와 산장. 소설 '빙벽'의 배경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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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쿠사와 산장 주변에는 일본원숭이가 자주 보인다.

 첫 인상이 대학 캠퍼스 그 자체였습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이유가 있었습니다. 도쿠사와 산장은 북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빙벽'의 주무대로, 아름드리 노거수 아래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가 연상됩니다.
 지난 1980년 출간된 소설 '빙벽'은 일본을 떠들석하게 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등산연애소설. 친구간의 우정과 한 여성에 대한 삼각관계 그리고 대자연과 도시의 어지러운 발걸음을 교차시키며 전개되는 산사나이들간의 드라미틱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이 소설이 출판되면서 당시 많은 일본인들이 북알프스의 이곳 도쿠사와 산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전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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