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때 한국 여자골프 대표는 유소연 정재은 그리고 김현수의 예문여고 선배인 최혜용. 당시 여자팀 성적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와 똑같다. 2관왕 김현수는 유소연에 이어 2관왕 2연패를 달성했고, 김지희는 최혜용과 같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수확했다. 2008년부터 프로 시합에 참가한 유소연과 최혜용은 데뷔 첫해 각각 1승씩을 올렸다. 최혜용은 그 해 신인왕을 먹었다. 이듬해엔 유소연이 4승을 거둬 1승에 거친 최혜용을 눌렀다. 중요한 건 두 선수 모두 데뷔 2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골퍼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바로 국내 프로 무대의 연착륙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궁금한 점부터 직설적으로

- 한때 오전 6시~밤 10시 하루 2000~2500개씩 쳐
- 김규동 코치 만난 후 효율적인 연습법 익혀
- '제2의 신지애' 부담되지만 나의 롤모델이에요
- 5학년 첫 시합 입상후 골프 신동인줄 알았었죠 ^^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전까지 사실 지명도 면에서 고 3 맞수인 한정은과 배희경에 밀렸다.

 "아시안게임 대표는 올 6월 말에 최종 확정됐다. 나와 한정은이 먼저 선발됐고, 나머지 한 자리를 뽑는 최종 선발전에서 배희경은 김지희에 밀려 탈락했다. 골프도 양궁과 마찬가지로 사실 국제대회보다 태극마크 달기가 훨씬 더 어렵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후 배희경은 홀가분하게 프로 시합에 참가해 우승했다. 한정은도 배희경이 우승한 같은 대회에서 2위에 올라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표팀에 선발된 후 한정은은 프로 시합에 출전하며 컨디션을 조절했지만 나와 지희는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아마추어 시합에 매진했다. 또 아시안게임 직전 참가한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에서 단체전 우승을 했지만, 개인전에서 한정은과 김지희가 각각 1, 2위를 한 반면 내가 3위로 쳐진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0월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김지희 김현수 한정은(왼쪽부터).
      올 3월 유러피안 LPGA 투어인 호주 한다오픈 우승자 대만의 청야니와 포즈를 취한 김현수.

-광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르자 언론에선 '혜성과 같이' '깜짝 2관왕'이란 표현을 썼다.  

"올 3월 유러피안 LPGA투어인 호주 한다오픈에 출전해 전체 8위, 아마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우승자는 LPGA  올해의 선수인 대만의 청야니였다. 그 대회에서 서희경 이보미 프로는 각각 10, 16위였다. 또 고 2 때인 지난해 5월 한국여자프로선수권 1R에서 선두로 치고 올라 거짓말 조금 보태 대서특필되며 이미 '혜성과 같이' '깜짝' 등 그런 수식어를 받았다. 골프 담당 기자 아저씨들의 기억력이 안 좋은 것 같다.(웃음)" 

-아시안게임 일정 때문에 KLPGA 시드전에 못 나가 내년 프로 시합은 일단 2부 투어에서 시작한다. 목표는. 

"프로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목표는 상금왕이다. 올해 2부 투어를 시작으로 KLPGA, JLPGA, LPGA 순으로 상금왕을 30대 초반 안에 모두 먹겠다. 이후엔 좋은 아내가 되고, 골프 관련 사업을 해보고 싶다." 

- 프로 선수 출신이 아닌 김규동 코치와는 어떻게 만났나.

"중2 때 사상구에 위치한 한 피팅샵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 선생님은 당시 해운대 모 연습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피팅을 공부하기 위해 이곳에 거의 출퇴근을 하다시피 했다 한다. 피팅샵 대표가 선생님의 성실함과 숨은 실력에 매료돼 아빠에게 소개했다. 행운이었다."

 김규동 코치는 미국 골프지도자연맹(USGTF) 마스터 티칭프로, 스포츠 심리상담사, 부산골프협회 훈련강화위원, 한국골프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부산외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같은 대학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동시에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하모니 더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쉿! 퍼팅 연습 중.

광저우AG 때 김현수.


-김규동 코치를 만나 달라진 점은.

"선생님을 만나기 전엔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죽으라고 연습만 했다. 볼도 하루에 2000~2500개씩 쳤다. 하지만 선생님은 효율적인 연습을 강조하며 볼 개수도 300개로 줄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도구를 이용한 스윙 연습과 함께 '왜 이렇게 쳐야 하는지' 원리를 가르쳐주셨다. 골프가 어떤 것인지 그때 깨달았다."

 김규동 코치에게 김현수의 장단점을 물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제2의 신지애'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다만 어프로치 샷은 스핀양이 일정하지 않아 쇼트게임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지금 당장 프로에서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김규동 코치와 연습을 하고 있는 김현수 선수.
 
 -세간에선 '제2의 신지애'라 부르던데.

 "프로에서 나의 롤모델이 신지애 언니다. 과분한 칭찬으로 들려 부담스럽다." 

-골프와의 인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싱글 실력인 아빠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간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선택은 내가 직접 했다. 5학년 때 첫 시합에 나가 입상해 처음엔 골프 신동인 줄 알았다.(웃음)" 

-집은 경남 창원이라던데.

  "창원이 고향이다. 골프 명문 부산 예문여고에 오기 위해 중학교 때 광안중으로 전학했다. 아빠가 중 2 때 본격 선수로 키우기 위해 하던 사업을 접고 골프샵을 운영하고 있다. 연습 땐 아빠가, 시합 땐 엄마가 동행한다. 중 1 남동생이 약간 피해를 보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하다." 김현수는 올해 건국대 스포츠과학부 골프 지도 전공에 합격했다.

김규동 코치와 함께.

스윙 전 스트레칭도 필수.


-김현수 프로필 

▶출생 1992년 6월 26일

▶학력 부산 광안중, 예문여자고등학교, 건국대 진학 예정

▶수상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단체전 금메달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개인전 금메달

2010년 세계아마추어 골프팀 선수권대회 단체전 1위, 개인전 3위

▶경력 2010 제16회 광저우 아시안 게임 여자골프 국가대표

 - 광저우 金 김현수 김지희 관련 글

(1)편 광저우 金 김현수 김지희 "크리스마스 때도 연습해야죠" http://hung.kookje.co.kr/521
(3)편 김지희 "태극마크 달고 2016 브라질올림픽 가고파" http://hung.kookje.co.kr/523


  
 





광저우AG 골프 금메달리스트
한국여자 골프의 미래
김현수 김지희 인터뷰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현수(예문여고 3)와 김지희(육민관고 1)를 인터뷰하기로 마음먹은 건 지난 9월 말.

 '금메달을 노리는 부산·경남의 딸들', 뭐 이런 류의 제목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에 앞서 출사표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당시 아시안게임이 50일 이상 남아 있는 데다 두 사람의 스윙 및 재활 코치가 각각 부산에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골프는 종목의 특성상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가 있지만, 스윙 등 아주 세밀하고 민감한 문제에 직면하면 어릴 때부터 함께한 개인 코치를 찾기 마련. 그만큼 골프는 기술 못지않게 심리적 안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 선수와의 인터뷰는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빡빡한 일정에 그만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대전 유성CC에서의 혹독한 합숙훈련은 일상화됐고, 이후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인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대회 출전에 이은 제주도 마무리 전지훈련, 그리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국. 정말 '바쁘고 귀하신 몸'이었다.

 개인 코치들조차도 선수들을 만나기 어려워 전화 통화만 겨우 할 수 있을 정도. 김현수는 스윙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감지되면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부산의 코치에게 보내 처방을 받았고 두 살 어린 김지희도 매일 밤 코치와 통화를 하며 스윙을 점검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성적은 아시다시피 김현수는 2관왕, 김지희는 금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 그들은 이제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 귀국 후 그들은 예상대로 더 바빴다. 

 결국 인터뷰는 귀국 후 23일 만인 지난 14일에야 이뤄졌다. 롯데스카이힐 김해CC에서.
첫인상은 두 선수 모두 앳되고 여렸다. 보고 싶은 영화도 보고 잠도 실컷 자고 친구들과 떡볶이도 사 먹었다고 웃으며 얘기할 땐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간혹 학교 친구들이 부럽지 않으냐는 질문엔 "가야 할 길이 달라 전혀 그런 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럴 땐 한결 어른스러웠다.

    사슴뿔 머리띠에 풍선을 들고 활짝 웃으며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는 김현수(왼쪽)와 김지희. 곽재훈 기자
                                                                                    장소 협찬= 롯데스카이힐 김해CC

 김현수와 김지희는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목표를 한 번 정하면 이룰 때까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전형적인 노력형이었다.
 

"볼을 하루에 많이 칠 때는 2500개까지 쳐 300개 정도로 줄이라고 했더니 몰래 연습을 하더군요. 한 번은 타이밍 잡는 요령을 가르치기 위해 농구공 던지는 (전환)연습을 시켰어요. 이후 저는 그 사실을 잊었는데 현수는 지금도 시합을 위해 방에서 나올 때까지 농구공 대신 베개를 이용해 연습한다고 하더군요." 김현수의 스윙 코치인 김규동(45) 부산외대 사회체육학부 겸임교수의 전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국가대표가 되겠다며 차 안의 자기 자리 앞에 태극문양 스티커를 붙여놓고 매일 자기 암시를 하면서 스스로 연습량을 늘리더군요." 김지희의 어머니 이외숙(51) 씨의 말이다. "시합 때 퍼팅이 잘 안 됐을 때 지희는 집에 가지 않고 3~4시간 동안 퍼팅만 연습하는 독종"이라고 스윙 코치 추영제(60) 프로는 전했다.

 좋은 스승을 만난 것도 두 선수의 공통점이다. 두 선수는 "만일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과 같은 날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저희는 행운아"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김규동 코치를 "골프가 잘 안 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멘토"라고 정의했다. 김지희는 추영제 프로를 "없으면 안 되는, 항상 힘이 되는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 김현수(위)와 김지희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롯데스카이힐 김해CC에서 만나 포즈를 취했다.

 두 살 위 언니인 김현수가 갑자기 한마디 던졌다. "누굴 좋아하는지, 이런 질문 안 하세요?" 그래서 물어봤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오빠요. 잘 생겼잖아요. 용대 오빠가 제 기사를 보고 만나자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의 다음카페 '골프짱현수'에는 실제로 이용대 선수의 윙크하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옆에 있던 김지희도 나선다. "중3 때 동방신기를 무척 좋아하니까 엄마가 국가대표가 되면 동방신기 콘서트에 보내준다고 해서 그때부터 정말 피나는 연습을 했지요. 그 해 저는 대학생 언니도 참가하는, 국가대표 포인트가 가장 큰 4대 메이저 시합 중 두 개를 우승하며 국가대표가 됐어요." 그러면서 동방신기 오빠들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합 때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할 경우 한편으로 적인데 말은 하느냐고 물었다. 김현수의 대답. "예, 근데 주로 옷이나 신발 얘기를 주로 해요." 옆에 있던 김지희가 거든다. "연예인 오빠 얘기도 하잖아." 

 골프 이야기를 할 때보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얘기할 때 표정이 더욱더 밝아지는 김현수와 김지희. 크리스마스 때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물어봤다. 두 선수의 대답은 같았다.

  "아시안게임 후 너무 많이 쉬었어요. 이제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인터뷰도 이번이 마지막이고, 당분간 하지 않을 겁니다. 일단 운동을 시작하면 크리스마스든 새해든 관계없이 하루빨리 몸을 제 궤도로 올려놓아야죠." 골프 얘기가 나오자 다시 눈빛이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차세대 주자인 김현수와 김지희. 내년 시즌 거침없는 행보가 기대된다.

        김현수(왼쪽)와 김지희가 부산 해운대의 '하모니 더 골프연습장'에서 함께 연습을 하고 있다. 

  - 광저우 金 김현수 김지희 관련 글

 (2)편 김현수 "KLPGA JLPGA LPGA 상금왕 모두 먹을래요" http://hung.kookje.co.kr/522
 (3)편 김지희 "태극마크 달고 2016 브라질올림픽 가고파" http://hung.kookje.co.kr/523




길따라 맛따라
       - 경주 산내면 '문복산가든'

  신선한 육회가 특히 맛있다고 소개하는 최태현 대표.

정말 이런 곳이 있을까 의심이 가겠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발품을 약간 팔아야 한다. 차로 1시간쯤. 

울산 울주군과 경계인 경주 산내면 대현리에 위치한 문복산가든(054-751-7043). 올해로 17년 된 이 집의 주 고객은 산꾼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 2㎞ 떨어진 외항마을은 문복산, 운문령, 불송골봉, 고헌산으로 갈 수 있는 정거장이어서 영남지역의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10명 이상일 땐 부산 양산 울산 등 차량 제공
연말까지 곰거리용 뼈 30% 할인 판매도

 문복산가든의 자랑은 차량 제공. 10명 이상만 되면 부산 양산 울산 경주 대구 포항까지 차를 보내 손님을 태워오고 모셔다 준다. 산꾼들은 주변 영남알프스나 낙동정맥 산행지의 들머리에 내려주고, 이후 날머리까지 가서 직접 식당으로 안내한다. 식사만 하면 모든 차량 편의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15인승(1대), 25인승(2대), 35인승(1대) 버스(아래 사진)를 보유하고 있다. 

 단지 차량 편의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기 맛 때문이다. 국내 최대 한우 집산지인 언양도축장이 차로 30분 거리에 있어 최고급 암소 한우를 얼리지 않은 신선한 상태에서 맛볼 수 있다. 싱싱함의 척도인 육회(소 2만, 대 3만 원)는 단연 인기 품목. 최태현(63) 대표는 "평소 육회를 꺼리는 사람들도 우리 집에선 맛있다며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고기는 고급육(2만 원)과 일반육(1만8000원)으로 나뉜다. 각각 130g이며 각 부위가 섞여 나온다. 저렴하다. 한눈에 봐도 마블링이 예사롭지 않다. 참숯불에 살짝 구운 고기는 고소하면서도 육즙이 부드러워 입에 살살 녹는다. 

 고기로만 승부하기 때문에 밑반찬은 직접 재배한 야채와 장류, 파절임, 절인 배추김치를 제외하곤 없다. 절인 배추김치는 1년간 저장고에 숙성시킨 것이기 때문에 손님들은 예외 없이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문복산가든은 손님에게 고랭지 배추 2포기씩을 제공한다.

 이곳은 지난달 말부터 해발 600m 고지에서 직접 재배한 친환경 고랭지배추를 손님들에게 1인당 2포기씩 나눠주고 있다. 7년 전부터 해왔다. 5000평의 밭에 심은 2만 포기는 올해 특히 농사가 잘됐다. 얼마 전 배추 파동 땐 밭떼기로 팔라는 유혹도 있었지만 손님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 100만 원을 들여 2포기씩을 담을 비닐도 주문했고 올해부터는 냉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관창고도 지었다. 배추가 더 필요하면 포기당 2000원에 판다. 

 희소식이 또 있다. 올해까지 곰거리용 뼈를 평소보다 30% 저렴하게 판매한다. 또 아파트 등 가정에서 곰국을 끓이기 어려운 점을 감안, 직접 고운 곰국도 판매한다. 4인용이지만 8그릇이 나오며 가격은 1만 원. 모든 부위의 고기는 5만 원 이상 구입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대형 풀장과 계곡도 있어 여름에는 이곳으로 아예 피서를 오는 손님들도 많다. 

 식당도 이윤이 남아야 하는데. 최 대표는 "3남 1녀 중 막내만 빼놓고 시집간 딸도 함께 하는 가족 경영"이라며 "무엇보다 손님에게 많이 되돌려줘야 다시 찾는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이윤을 적게 남기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운영 日미야자키 골프장들


일본 남규슈 미야자키는 겨울 원정 라운드의 메카다. 칼바람에 맞설 자신이 없는 국내 주말 골퍼들은 겨울이면 따뜻한 남쪽 나라 미야자키로 날아간다. 미야자키의 겨울 평균 기온은 12~13도. 아무리 추워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다.

 미야자키에는 현재 30여 개의 골프장이 있다. 절반은 미야자키공항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다. 부산·울산·경남의 골퍼들에게 미야자키 골프장은 그림의 떡이었다. 직항 노선이 없어 가깝지만 먼 곳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내년 2월 초까지 김해~미야자키 직항이 뜬다고 하니 주말골퍼들은 이번 겨울이 반갑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이 미야자키의 명문 골프장을 인수, 한국인 스태프를 상주시켜 라운드 이외에 관광이나 트레킹 등 고객의 편의를 제공하는 고객 밀착형 서비스를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제이스니치난CC와 고바야시CC 그리고 미야자키와 가고시마와의 경계에 위치한 가노야CC 등이 대표적이다.

제이스니치난CC-언듈레이션 심하지만 페어웨이 넓어
고바야시CC-삼나무 숲에서 라운드 착각, 펜션도 갖춰
가노야CC-전장 짧지만 가장 어려워 정확한 샷 요구돼

라운드 후 온천, 피로여 물럿거라

삼림이 울창한 기타고초 지역 하나다테 중턱 해발 280m 지점에 위치한 제이스니치난CC는 리조트와 온천을 두루 갖춘 원스톱 골프장이다.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일부 홀에서는 바다까지 보여 풍광이 아름답다. 봄이면 클럽하우스에서 훤히 보이는 산사면 전체가 벚꽃으로 불타올라 절경을 연출한다.


 지난 4월 한국기업 (주)동광이 인수, 한국인 스태프를 상주시켜 한국 같은 분위기가 난다. 이 업체는 국내에서 선산CC, 구미 제이스CC, 경주 감포 제이스시사이드CC를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 전문 기업이다.

  제이스니치난CC를 품은 하나다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골프장 전경. 저 멀리 바다도 보인다.
  
   리조트에서 찍은 골프장 모습.

 18홀 전장이 7012야드(6412m)로 에이원이나 동부산CC와 비슷하며, 페어웨이는 원래의 구릉을 그대로 살려 언듈레이션이 심한 편이지만 페어웨이 폭이 넓어 샷을 하기에는 부담이 없다. 하지만 5개의 워터해저드와 크고 작은 벙커가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 배치돼 초보자에겐 다소 힘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니치난CC는 몇 안 되는 워터해저드가 샷을 망설이게 한다. 페어웨이 한가운데 큰 나무가 서 있는 파4, 17번 홀의 경우 티 샷은 무난하지만 그린을 워터해저드가 감싸고 있어 세컨 샷이 무척 망설여진다. 워터해저드는 그린 우측 앞까지 뻗어 있어 세컨 샷은 무조건 좌측으로 보내 3온 1퍼트 작전으로 나가야 한다. 언듈레이션이 심한 파5, 18번 홀은 그린을 워터해저드가 완전히 감싸고 있지만 서더 샷 땐 페어웨이에서 완전히 보이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파4, 11번 홀은 아시아드 레이크 8번처럼 페어웨이 가운데 서 있는 나무 우측으로 페어웨이가 푹 꺼져 있는데다 워터해저드까지 도사리고 있어 티 샷을 하기에 부담스럽다.

 이곳의 자랑은 누가 뭐래도 피로회복에 좋다는 탄산온천. 이곳에서 온천을 하면 미인이 된다는 설이 내려와 일명 '미인탕'이라 불린다. 노천탕에선 삼나무 숲과 바다, 골프장이 한눈에 펼쳐져 피로 회복에 그만이다. 찜질방과 노래방, 한국식당을 갖춰 한국인이 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한국식당에선 일본과 달리 김치 나물 등 밑반찬이 무료로 리필된다.

 골프장에서 10분 거리의 이노하에 계곡 입구엔 일본 정부가 지정한 삼림 테라피 공원이 있다. 니치난 해안도로도 가까워 아오시마섬, 선 멧세 니치난, 우도신궁도 반나절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한국과 달리 퍼팅 연습장 옆에 어프로치 연습장이 있어 초보자를 위한 배려도 보인다. 양잔디여서 겨울에도 푸르다. 미야자키공항에선 40분 정도 걸린다.

                 사진 뒤 사람이 있는 곳이 퍼팅연습장이며, 그 앞이 어프로치 연습장이다.

 미야자키 서쪽 이코마고원 내 해발 400m 지점에는 고바야시CC가 있다. 덕유산 품의 무주CC와 입지 여건이 유사하다. 원래 이곳은 지금은 몰락한 세이부 프린스호텔 계열의 사장단들의 휴양지 골프장이었지만 2년 전 한국기업이 인수해 한국인 스태프가 상주하고 있다. 삼나무와 노송이 워낙 울창해 나무를 베어내면서 골프장을 조성했다 한다.

    삼나무로 둘러싸인 고바야시CC의 파4, 14번 홀. 그린 쪽에서 페어웨이를 바라본 모습. 

고바야시 14번 티잉그라운드에서 본 모습.

14번 홀. 동그란 팻말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시다.


 18홀 전장은 6633야드(6065m)로 무주CC와 비슷하며 부산CC 보다는 길다. 이곳의 모든 홀은 제주도에서 간혹 삼나무 숲이 페어웨이를 따라 숲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며 자랑하는 시그니처홀과 유사할 정도로 경관이 황홀하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페어웨이와 그린을 모두 삼나무 숲이 감싸고 있으며 몇몇 홀은 아예 티잉그라운드에서부터 삼나무가 도열해 있다.

       고바야시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 파3 내리막 3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부터 스기나무가 도열해 있는 12번 홀. 장관이다.        
        고바야시 4번 홀. 사방이 온통 스기나무 숲이다.        
        고바야시 13번 홀.        
        고바야시 17번 홀.        
        고바야시CC를 감싸고 있는 히나모리다케(1344 m)가 워터해저드에 투영돼 한 폭의 그림을 방불케 하는
        17번 홀.
         고바야시 18번 그린. 숲 사이로 펜션이 보인다. 아래 사진은 멀리서 본 모습.
         

 하지만 14번 홀부터 워터해저드가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14번 홀은 장타자들의 경우 우드를 잡아야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17번 홀에서는 골프장을 감싸고 있는 히나모리다케(1344m)가 워터해저드에 투영돼 한 폭의 그림을 방불케 한다. 샷보다 풍광에 매료된다. 파3, 내리막 3번 홀에서는 고바야시 시내를 비추며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이곳은 또 통나무로 지은 4인용 펜션 18동이 숲 속에 위치해 운치가 좋다. 클럽하우스에는 돼지국밥과 순두부 찌개도 준비해놓고 있다. 230야드 야외 연습장도 갖추고 있다.
골프장에서 15분 거리엔 가라쿠니다케(韓國岳) 트레킹 코스의 들머리인 에비노고원이 있으며, 역시 10분 거리에 일본에서는 아주 드물게 음용이 가능한 철분 성분의 유명한 간노코온천이 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미야자키 쇠고기 전문점도 근처에 있다. 미야자키공항과 니치난CC에서 각각 50분 거리에 있다.

 미야자키와 가고시마의 경계에는 가노야CC가 있다. 18홀에 전장이 6460야드(5907m)로 가장 짧지만 가장 어려운 골프클럽이다. 싱글이나 80대 초반의 고수급 이외에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정확한 샷을 요하는 골프장이다. 역시 한국인 스태프가 상주하고 있다.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의 표고 차(33m)가 아주 큰 파3, 6번 홀(챔피언티 156야드)과 홀 모양이 W자로 일명 우나기(장어)홀인 파5, 7번 홀은 까다롭지만 인기가 있는 홀이다. 특히 7번 홀은 모든 샷이 잘 맞아도 파온이 힘들며 싱글들도 파를 하기가 어렵다.

 6, 7번 홀 주변에는 평소 원숭이가 자주 나타나 많을 땐 100마리 정도 보이기도 한다. 공격을 하거나 볼을 갖고 도망가는 수준은 아니니 걱정은 없다. 고바야시CC에서 1시간30분쯤 걸린다.

30% 정도만 캐디와 함께 라운드

18홀 기준 국내 골프장에선 하루에 70팀 안팎이 라운드를 하지만 일본은 40~50팀이 라운드를 한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 대개 오전 9시 전후 티 오프해 9홀을 돌고 점심을 먹은 후 나머지 9홀을 돈다. 점심 메뉴 또한 비싸지 않으며 간단하다. 우동 정식(1000엔)에 생맥주 한 잔이 보통이다. 그늘집은 있지만 직원은 없고 자판기만 있다. 담배는 관대해 티잉그라운드 옆에 재털이(아래 사진)가 비치돼 있다.



 모든 티잉그라운드가 개방돼 있어 실력에 맞게 입맛대로 이용 가능하다. 일부 홀을 제외하고는 OB티가 없어 대부분 티샷을 다시 한다. 또 캐디와 함께 라운드를 하지 않고 카트를 직접 몰며, 일부 홀은 카트로 페어웨이 진입이 가능하다. 통상 30% 정도만 캐디와 함께 라운드를 한다. 남은 거리는 50야드 단위로 친절하게 팻말이 서 있다. 페어웨이 잔디는 아주 짧고, 러프는 국내 골프장의 페어웨이 잔디보다 약간 긴 편이다.

골프 투어 팁

부산~미야자키 직항 전세기는 2일부터 내년 2월3일까지 주 2회 아시아나 전세기가 운항한다. 상품은 두 가지. 월~목 3박 4일 일정은 99만 원. 월요일 부산 출발 오전 11시30분, 목요일 현지 출발 오후 7시35분. 주말을 낀 목~일 4박 5일 일정은 106만 원. 목요일 부산 출발 오후 5시35분, 월요일 현지 출발 오후 2시50분. 각각 63홀 라운드. 미야자키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

일정은 골프 투어 중심으로 짜여져 있지만 라운드 후 미야자키 관광이나 가라쿠니다케 트레킹 등을 원하면 직원 동행 가능. 반나절 4000엔, 하루 종일 8000엔.

투어 요금 중 불포함 사항은 캐디피(18홀 기준 1만2600엔) 카트료(개인당 18홀 기준 1575엔) 그리고 중식. 맞춤형 일정도 상의 가능하다. 문의 제이스투어 1600-3399


- 미야자키현 관련 글

미야자키 (1)편 인간에게 무관심한 남쪽나라 미야자키 고지마섬 원숭이들 http://hung.kookje.co.kr/518
미야자키 (2)편 일본 속의 한국 가라쿠니다케(韓國岳) http://hung.kookje.co.kr/515








12월~2월 초까주 2회(월 목)
부산~미야자키 전세기 운항
더 가까워진 남규슈 미야자키


 일본 규슈 남동쪽에 있는 미야자키현. 북으로 뱃부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현, 서쪽으로 구마모토현, 남서쪽으로 가고시마현이 있지요. 동쪽 해안선이 태평양과 인접한 이곳은 야자나무 피닉스가 현(懸) 지정 나무일 정도로 남국 정서가 가득한 따뜻한 남쪽 나라입니다. 연평균 기온 17.3도에 겨울에도 봄 날씨처럼 영상 기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및 축구팀 등 스포츠팀의 겨울철 단골 전지훈련지로 유명하지요. 이승엽이 요미우리에 있을 때 이따금 전지훈련 소식이 들려오죠. 바로 이곳 미야자키입니다. 이곳에는 요미우리가 직접 지은 야구장이 있습니다. 사직이나 잠실야구장급은 안 돼도 대구 광주 대전구장보다는 큽니다.
 현지인에 따르면 1군이 훈련을 할 땐 유료 관중이 1만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잠시 삼천포로 빠졌네요. 


 미야자키는 제주도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더군요. 1960년대까지 이곳은 일본 최고의 신혼여행지였지만, 1972년 더 남쪽 나라인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됨으로써 남국 정서 자리를 넘겨 주었습니다. 동시에 내국인들이 경제 성장 덕분에 해외로 나래를 펼침에 따라 한동안 침체일로를 겪었지요. 제주도도 1980년대까지 국내 으뜸 신혼 여행지였지만, 1980년대 후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잠시 썰렁한 큰 섬으로 전락했었지요.

이후 미야자키와 제주도는 태평양을 바라보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부각하는 한편 골프장과 대규모 호텔과 리조트 시설 등을 조성함으로써 옛 영화를 되찾기에 이르렀지요. 특히 미야자키는 공항을 중심으로 1시간 거리에 15개의 골프장을 비롯해 모두 30여 개의 골프장을 갖춰 겨울철 국내 골퍼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지요. 이 점에 있어선 유사하지요. 제주도도 현재 30개에 육박하는 골프장이 조성돼 있지요. 하지만 제주도는 1년 내내 부는 바람 때문에 사실 미야자키만큼은 골프에 관한한 명성이 한 수 떨어지지요.  

그동안 미야자키는 가깝고도 먼 일본 규슈였습니다. 부산에서는 가고 싶어도 직항 노선이 없어 후쿠오카에서 4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든지 인천공항을 거쳐 들어가야 할 정도로 불편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달부터 부산과 미야자키는 가까워졌습니다. 내년 2월 초까지 주 2회 직항 전세기가 떠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야자키현은 바다와 삼림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때 묻지 않는 땅이었습니다. 현의 동쪽 태평양과 인접한 400㎞나 되는 긴 해안선은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었습니다. 공항과 항구를 낀 미야자키시로부터 남쪽으로 아오시마, 니치난, 고지마섬으로 이어지는 해안가에는 '도깨비 빨래판'이라 불리는 울퉁불퉁한 줄무늬 바위군과 선 멧세 니치난, 우도신궁이 잇따라 있어 필수 관광코스였습니다. 해안선의 남단에 떠 있는 조그만 섬 고지마에서는 야생 원숭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오시마~선 멧세 니치난~우도신궁~고지마섬 잇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고지마섬 백 마리 야생원숭이, 인간이 들어가도 무관심, 본의 아닌 굴욕 



■ 니치난 해안 환상의 드라이브

          하늘에서 본 아오시마섬. 섬을 뒤덮고 있는 아열대 숲과 파란 물빛이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도깨비빨래판으로 불리는 바위군. 지구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지질구조이다.

위 큰 사진에서 섬 주위를 둘러싼 바위군을 가까이서 본 모습.


            아오시마섬. 아열대 숲 내에는 신사가 위치해 있다.

 니치난 해안 드라이브는 아오시마 섬에서 시작된다. 뭍과 조그만 돌다리로 연결된 이 섬은 둘레가 1.5㎞ 정도로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바위 지형 때문에 더 유명세를 탔다. 일명 '도깨비 빨래판'으로 불리는 바위 군은 멀리서 보면 빨래판처럼 생긴 돌판이 일정 간격으로 해안에 넓게 펼쳐져 있다. 하늘에서 보면 풍광이 더 좋다.

 이 바위 군은 신생대 제3기 때 모래와 진흙 등의 퇴적물이 바닷속 깊은 곳에서 암석화했다가 높은 압력으로 경사진 후 융기에 따른 차별 침식으로 형성된 대자연의 조형물이다. 퇴적암층의 간격이 일정해 인공 구조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러한 지질 구조는 세계적으로 아오시마 섬 주변 니치난 해안가에만 존재해 현은 섬을 덮고 있는 300년 된 아열대 숲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아오시마에서 차로 20분쯤 남으로 내달리면 해안 테마파크인 '선 멧세 니치난'에 닿는다. '태양의 메시지를 받는 곳'이라는 의미의 이곳은 일본이 칠레 이스터섬 모아이상 복원에 참여한 것을 기념해 경도가 같은 지점인 이곳에 같은 재질과 모양으로 모아이 석상 7개를 조각해 놓았다. 일본인은 7개의 석상에 연애 부부애 사업 등 기복의 의미를 부여해 이들 석상을 만지면 만사형통이라고 설명한다.

       '선 멧세 니치난'에 있는 모아이 석상. 일본이 칠레 이스터 섬 모아이상 복원에 참여한 것을 기념해
         위도가 같은 지점인 미야자키 니치난 해안가에 같은 재질과 모양으로 모아이 석상 7개를 조각해 놓았다.


 한 바퀴 둘러보기 위해선 카트를 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 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으면, 다시말해 일본인이 아니면 카트를 빌릴 수 없습니다. 처음엔 외국인에게도 빌려주었지만 사고율이 높이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이상한 규칙이 정해졌다 합니다.

'선 멧세 니치난'에서 다시 남으로 10분 거리에는 일본 신화의 성지인 우도신궁이 기다린다. 바다와 맞닿은 아찔한 절벽 옆 동굴 안에 조성돼 신비감을 자아낸다. 부부관계도 원만하게 해주고 내세의 인연을 맺게 해주는 신을 모시고 있어 특히 젊은 부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모아이 석상에서처럼 뿌리 깊은 일본의 기원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동굴 속 우도신궁.

우도신궁 입구.

우도신궁 동굴서 본 태평양. 날씨 때문에...


흙구슬이 금테 안에 들어가야 소원이 이뤄진단다. 거북이를 닮긴 닮았다.

거북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며 흙구슬을 던지는 일본인들.


독도는 우리땅. 한국인이 다녀간남?

일본에는 뭐든 공짜가 없다.


원숭이에 먹이를 주지 말라

우도신궁에서 1시간쯤 남으로 계속 내달리면 고지마 섬 앞에 닿는다. 해안가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위치한 이곳은 야생 원숭이가 100마리쯤 서식하는 무인도. 하지만 꽤나 유명한 섬이다. 10여 년 전 일본의 후나이 유키오가 쓴 명저 '백마리째 원숭이가 되자'의 배경이 된 섬이기 때문이다. 원숭이 서식은 1948년 처음 확인했으며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고지마섬. 손에 잡힐 듯하다.

이 배를 타면 섬으로 향한다.


배에서 본 원숭이들.

2분이면 섬에 닿지요.


신기한 듯 사람을 보는 원숭이들.

대장 원숭이란다.



 영장류연구소는 이 섬에서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원숭이가 발견되자 나머지 원숭이들이 대부분 따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고지마 섬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섬의 원숭이도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는 것. 미국의 뉴에이지  과학자 라이언 왓슨은 이를 두고 '백한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라 명명하며,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 수가 일정량에 달하면 그 행동이 그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넘어 확산해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 설명했다.

  경영컨설턴트인 저자 유키오는 교토대와 라이언 왓슨의 연구를 발전시켜 의식혁명이란 새로운 사상에 동참하는 사람이 일정 수에 도달할 때 일시적으로 일어난다고 그 범주를 확장해 주장했다.

고지마 섬에는 2분 정도 배(1인당 1000엔)를 타고 들어간다. 선주 시게마쓰 히데도시 씨는 절대로 먹이를 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수년 전 한국의 모 방송사가 고구마를 물에 씻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이곳의 지침을 어기고 고구마를 반입, 많이 주는 바람에 이후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동안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원숭이들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의 방송사는 절대 출입 금지 당했으며, 이와 함께 동영상 카메라도 절대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카메라는 가능하다.

 뭍에서 보이지 않지만 섬 모퉁이를 살짝 돌면 조그만 백사장에 원숭이들이 나와 있다. 뭍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인가 싶어 물었더니 원래 원숭이들은 오전에 이곳에서 놀고 오후에는 먹이 활동을 위해 숲으로 사라진단다.

 선주 히데도시 씨는 배에서 내려 섬에 가더라도 원숭이들과 눈만 마주치지 않으면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섬을 찾는 관광객들을 응시하지만, 발을 내 딛는 순간 원숭이들은 인간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서로 이를 잡아주는 등 자신들의 일에 열중이다. 정말 관심을 보이지 않아 굴욕을 느낄 정도다. 자세히 보면 할머니 원숭이부터 갓 태어난 새끼까지 연령별로 다양하다.

일본 전쟁사의 한 페이지 오비성

 니치난에 있는 오비성은 한 성을 두고 이토, 시마즈 두 가문이 103년간 다툰 일본 전쟁사에서도 아주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결국 이토 가문이 1588년부터 300년간 지켰다. 성벽과 돌담이 일부 남은 성 내부에는 번주의 가옥이 그대로 남아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역사자료관에는 에도시대의 칼 갑옷 가마 등이 전시돼 있다.

오비성 입구.

역사자료관의 칼들.


오비성터 뒤 오비스기 숲.

오비현 현주의 관사.


성터 뒤에는 140년 된 오비삼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일명 '오비스기'로 불리는 오비삼나무는 다른 지역의 삼나무와 달리 탄성이 좋고 유지 성분이 많아 건물의 기둥이나 배의 재료로 널리 쓰여 일본 최고의 목재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또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화하는 벚나무가 있어 1월이면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오비성 바로 아래에는 오비현이었던 메이지유신 당시 현주의 관사가 보존돼 있다. 전형적인 일본 가옥이다.

 성 아래에는 옛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성하마을이 있다. 여기저기 옛 무사집과 오래된 돌담이 보존돼 '규슈의 작은 교토'로 불린다.

이곳은 입장료(아마 600엔) 이외에 400엔을 얹어 1000엔을 내면 상점 40여 곳 중 5군데를 골라 기념품이나 특산물 음료 등을 쿠폰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도 벌고, 주변 상가도 좋은 일거양득의 제도로, 우리나라도 관광지도 한 번쯤 참고해볼 만한 시스템이다. 가게마다 번호가 적혀 있으며 분홍색 깃발을 꽂은 집은 가정집이 아니라 상점임을 의미한다. 일본 소주, 간장, 샤베트 아이스크림, 모찌류 등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야자키의 맛 - 쫄깃쫄깃한 토종닭, 살살 녹는 흑소 和牛

 미야자키에는 닭요리가 다양하다. 우선 지도리라 불리는 토종닭 숯불구이. 자연 방목 상태로 키워 지방이 적은 토종닭을 소금으로 간을 해 숯불에 구워냈다.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쓸모없다며 버리는 닮 모가지 속의 뼈를 발라내는 기술이 개발돼 이를 숯불에 구워준다. 별미이다. 

치킨난방.

미야자키 (흑우)쇠고기, 화우.


치킨난방도 빠뜨리지 말자. 역시 미야자키 토종 어린 닭의 가슴살에 튀김가루와 계란을 입혀 튀겨낸 후 달짝한 조미식초와 새콤한 타르타르소스를 듬뿍 얹어 먹는 요리이다. 1960년대 미야자키에서 시작된 후 지금은 일본 전역에서 사랑받는 대표 명물이 됐다. 

쇠고기 또한 유명하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방목한 미야자키 특산인 흑소 화우(和牛·사진 아래)는 육질이 부드러워 누구나 한번 먹어보면 반할 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마블링도 선명해 일본 최고의 쇠고기로 열도 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입에 넣으면 씹지 않아도 살살 녹는다. 이 쇠고기가 도쿄로 가면 가격이 2~3배로 뛴다고 한다.


- 미야자키현 관련 글

미야자키 (2)편 일본 속의 한국 가라쿠니다케(韓國岳) http://hung.kookje.co.kr/515
미야자키 (3)편 '골프 천국' 미야자키에서 여유있게 즐기는 꿈의 라운드 http://hung.kookje.co.kr/519









 <들어가기 전에> 가라쿠니다케의 한자 표기 韓國岳에서 '국'자는 원래 약자(口+玉)를 사용하는데 이 놈의 티스토리에서 약자를 카피해서 앉혀보니 엉뚱하게 깨져 어쩔 수 없이 韓國岳을 사용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산 이름은 가라쿠니다케(1700m)지만 한자 표기는 신기하게도 '韓國岳(한국악)'입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국땅 일본 남규슈 미야자키에서였습니다. 정상적이라면 한국을 의미하는 '강고쿠'를 붙여 '강고쿠다케'라 불러야 하지만 이 산은 '가락국'을 의미한다며 '가라(가야)/ 쿠니(국)/ 다케(산)'로 풀이하더군요. 

 
고대 일본과 한반도와의 연관성을 고려해볼 때 충분히 개연성을 지닌 가설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호기심이 발동해 좀 더 물어봤지만, 현지에서는 아쉽게도 더 나올 게 없었습니다.

  가라쿠니다케 정상 바로 아래에서 본 기리시마 산군. 가운데 푹 꺼진 곳이 지난 7월 화산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이고 맨 뒤 높은 봉우리가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다카치호미네이다.


 일본 땅, 그중에서 규슈 남단의 미야자키에서 '韓國岳'이 '가라쿠니다케'로 불리게 된 배경이 무엇이었을까요.

 '일본서기'에 따르면 4세기 한반도에서는 거듭된 전쟁 때문에 새로운 생활 무대로 일본 열도가 대두하자 가야 백제 신라 유민들이 집단 이주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당시 열도에는 통일된 국가라기보다 호족이 지배하는 소국이 산재해 언어 관습 등이 지역마다 달랐다고 합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을 '멀리서 온 사람'이라는 의미의 '도래인'(渡來人)으로 불렀답니다. '도래인'은 토목 양잠 등 당시로선 선진기술을 사용했고, 한문으로 외교 문서를 작성하는 등 일본인의 생활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고향을 떠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야자키에 정착한 '도래인'도 예외가 아니었겠지요. 보름달이 뜨면 그들은 미야자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가라쿠니다케에 올라 고향인 한반도 방향을 바라보며 수구초심의 마음을 느끼며 흐느꼈겠지요.
하지만 일본의 건국 신화를 다룬 '고사기'에 적혀 있는 내용과 달리 가라쿠니다케에서 한국은 아예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고 싶다는 열망의 우회적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라쿠니다케는 미야자키의 서쪽 끝 가고시마와의 경계에 솟아 있습니다. 행정구역으론 미야자키현 고바야시市에 똬리를 틀고 있는 셈이지요.

 앉은 터로 봐선 결코 평범한 산이 아닙니다. 일본 국립공원 1호의 일부인 기리시마 산 군의 시·종점이자 최고봉입니다. 곳곳에 분화구와 칼데라가 산재해 이국적 풍광을 선사하는 기리시마 산군은 일본의 대표적 활화산 지대입니다. 주요 봉우리는 가라쿠니다케(1700m) 시시고다케(1428m) 신모에다케(1421m) 나카다케(1345m) 다카치호미네(1574m) 등 5개. 한국인들은 가라쿠니다케를 주로 찾지만, 일본인들은 일본국을 세운 신들이 내려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다카치호미네를 선호합니다.

에비노고원에서 가라쿠니다케로 오르는 들머리.

30~40m쯤 올라 내려다본 들머리.


들어리 입구에는 신모에다케의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가 한글로 적혀 있다.

해발 1200m로 올라오는 에비노고원의 꼬부랑길. 경남 함양 마천으로 가는 지안재길이 연상된다.

기리시마 산군의 5개 봉우리를 잇는 종주 거리는 13.7㎞로 5시간쯤 걸립니다. 하지만 맨 가운데 신모에다케가 지난 7월 화산 폭발을 일으켜 지금은 종주할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은 산행 들머리에 한글로 적혀 있지만, 한국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용감하게 종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행한 기리시마 네이처가이드클럽 후루조노(63) 씨는 그래서 "한국인들은 매너가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얼굴이 후큰 달아올라 표정 관리하느라 애간장 좀 탔습니다.

          지난 7월 화산 폭발 당시의 신모에다케. 이 사진은 후루노조 씨의 친구가 위험을 무릅쓰고 찍었다.
           들머리에서 약간 오르면 건너편에 구릉이 하나 보인다. 이오야마라는 휴화산으로 242년 전에
              화산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산이란다. 30년 전 연기는 났지만 폭발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라쿠니다케만 올라 허전하다면 기리시마 산군에서 가장 큰 칼데라호인 오나미이케(大浪池)를 다녀오는 코스를 택한다면 좋을 듯 합니다. 에비노고원에서 오르는 데 1시간20분, 오나미이케까지 1시간, 지름 1㎞인 오나미이케를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30분, 다시 가라쿠니다케까지 1시간, 하산하는 데 1시간 등 모두 5시50분쯤 걸립니다. 

  가라쿠니다케에서 기리시마 산군에서 가장 큰 칼데라호(지름 1 ㎞)인 오나미이케(大浪池)로 가는 길이 무척 아름답다.
  한자 표기로 봐선 큰 파도가 일렁이는 못이라는 의미의, 지름이 1 ㎞인 오나미이케(大浪池).

 미야자키 고바야시 출신으로 평생 이곳을 떠나지 않고 고향을 지켜온 토박이인 후루조노(오른쪽 사진) 씨는 "가라쿠니다케는 아마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눈을 감고도 오를 수 있을 정도랍니다.


그는 이번 주도 5일을 올랐다고 합니다. 하산 후 헤어지기 전 우연히 본 그의 차 트렁크에는 텐트부터 코펠 등 온갖 등산용품이 가득했습니다. 전형적인 산꾼이었습니다.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보이자 그는 웃으면서 마누라에게 오늘 밤 당장 쫒겨나도 견디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예의 사람 좋은 표정으로 농담을 던지더군요.

 가라쿠니다케만 오르려면 차가 올라가는 에비노고원(1200m)에서 왕복 4.2㎞만 걸으면 가볍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보통 걸음으로 통상 오를 땐 1시간20분, 정상에서 20분, 하산 때 1시간 정도 잡으면 됩니다. 화산 폭발에 의해 생성된 이 산 정상부에는 온통 붉은빛의 화산암과 흙이 눈길을 끕니다.

 가라쿠니다케 정상에선 기리시마 연봉이 한눈에 보이는 데다 날이 맑을 땐 이웃한 가고시마현의 대표적 활화산인 사쿠라지마가 뿜어내는 하얀 연기까지 보입니다. '韓國岳'이라 적힌 정상 이정표 너머에는 300m쯤 되는 낭떠러지 아래 한라산 백록담의 5배쯤 되는 거대한 분화구가 등산객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먼발치에는 기리시마 산군에서 가장 큰 칼데라호인 지름 1㎞가 넘는 오나미노이케(大浪池)도 시야에 들어온다.

 후루조노 씨는 "5~6월이면 키 작은 산철쭉인 미야마 기리시마가 온 산을 불태워 한국에서도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고 말했다.

 참 한 가지 더 소개할 것이 있습니다. 후루노조 씨는 가라쿠니다케에만 있는 한국 나무가 있답니다. '탐라나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일본어로는 사외후다기(받아 적긴 적었는데 바로 적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합디다. 다른 산에는 보이지 않고 유독 가라쿠니다케에만 발견된다고 합니다. 매년 8월이면 하얀 꽃을 피운답니다.

탐라나무.

당겨서 찍어봤다.


  전체적으로 생각해볼 때 후루노조 씨의 설명은 앞뒤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10년쯤 된 강의노트 한 권 달랑 들고 강의하는, 공부 안 하는 학자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람들이 더 정확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 내용은 발로 뛰며 제대로 공부하는 학자들의 몫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행여나 이 글을 읽는 분 중 자세한 내용을 아시는 분은 댓글로 설명을 좀 해주세요.

처음엔 가파른 길이 계속된다.

무엇일까요. 무인 사람 수 측정기.

- 미야자키현 관련 글

미야자키 (1)편 인간에게 무관심한 남쪽나라 미야자키 고지마섬 원숭이들 http://hung.kookje.co.kr/518
미야자키 (3)편 '골프 천국' 미야자키에서 여유있게 즐기는 꿈의 라운드 http://hung.kookje.co.kr/519


 




길따라 맛따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스락'

유황오리 해물우럭찜 방갈로에서 음미
식사후 해안선 따라 조성된 덱으로 산책


 동해안을 끼고 내달리며 환상의 해안도로로 불리는 7번 국도는 사실 포항을 지나서야 바다를 처음 보여준다. 포항 이전 까지의 부산 양산 울산 경주 구간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먼지 '폴폴' 날리는 내륙이다.

 그럼 포함 남쪽의 동해안 구간, 다시 말해 부산 기장 울산 경주 포항 지역을 아우르는 해안도로는 없을까. 31번 국도이다. 사실상 대변항에서 시작되는 이 도로는 7번 국도보다 훨씬 바다를 가까이 끼고 달린다. 차창을 열면 특유의 바닷내음이 바로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만일 경주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고속도로 대신 대변~월내~울주 서생~울산 정자~경주 감포를 거쳐 진입하는 것이 훨씬 더 운치있다.

기장 앞바다를 배경으로 방갈로 내에서의 유황오리. 불빛이 보이는 곳이 아나고로 유명한 칠암이다.
'고스락'만의 스페셜 메뉴인 해물우럭찜.

깔끔한 밑반찬.

겉절이.


 31번 국도를 타고 기장 장안읍 임랑해수욕장을 지나자마자 바다 쪽 도로변에 밝은 황토색 지붕의 예쁜 방갈로가 줄줄이 서 있다. 이곳을 처음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새로 생긴 펜션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초대형 식당 '고스락'(051-727-0101)이다. '고스락'은 '정상'이란 뜻의 순우리말.

 47개 방갈로의 한쪽 벽면은 모두 유리창으로 바다가 그대로 들어온다. 밥 먹다 계단만 살짝 내려가면 바로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 방갈로는 4~5인용에서 8, 10, 14, 30인용까지 다양하다. 개별 방갈로마다 냉난방은 기본이다.

 메뉴판엔 한식부, 육류부, 해산물류가 적혀 있다. 허장수 대표는 "유황오리구이(750g 4만 원)와 해물우럭찜(소 3만8000원, 대 5만5000원)이 가장 잘 나간다"고 소개했다. 유황오리는 오리 1마리의 모든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생선회처럼 얇고 길게 포를 뜬 가슴살과 목살 허벅지살 뱃살 날갯살이 약간씩 나온다. 맛도 각각 다르다. 날갯살과 허벅다리살은 쫄깃하면서 고소하고, 지방이 가장 많은 뱃살은 부드러워 먹기 좋다. 오리 특유의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

 반찬 또한 하나같이 맛있다. 철마다 바뀌지만 이날 나온 두부스테이크와 회무침, 해파리냉채, 들깨찜 등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개성이 있다.

 해물우럭집은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이 집만의 스페셜 요리. 글자 그대로 생우럭 위에 낙지 새우 가리비 등 각종 해산물과 야채에 오곡을 곁들인 갖은 매운 양념으로 버무렸다. 우럭의 쫄깃한 맛과 싱싱한 해산물의 신선함이 입안 가득히 밀려온다. 여타 메뉴로는 생선회와 모듬해산물구이 등도 있다.

 방갈로 인근에 커다란 통나무집이 하나 있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다. 연인들이 주로 찾으며 스테이크류와 스파케티가 주메뉴이다.

 고스락의 장점은 식사 후 느낄 수 있다. 전체 면적이 7273㎡로 아주 넓어 해안을 따라 산책용 덱이 조성돼 있고 그 중간중간에 독특한 형상의 수석들과 그네 그리고 분재를 방불케 하는 예쁜 소나무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웬만한 소공원보다 아름다워 웨딩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31번 국도변에서 본 '고스락' 전경.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덱을 걸으면 소나무와 그네 그리고 독특한 형상의 수석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이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뜬다는 간절곶과 차로 10분 거리. 해 뜨는 시각이 간절곶과 사실상 같다. 허 대표는 "매년 1월 1일 일출 장면을 보기 위한 사람들을 위해 12월 31일 밤에 방갈로를 개방한다"며 "현재 방갈로 예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사찰 장안사도 차로 7분이면 닿는다. 맛있는 식사와 함께 주변에 유명 광지가 위치해 있어 하루 나들이 코스로 이처럼 좋은 곳이 없을 듯하다.




◆싱글로 가는 길 고수에게 배운다

 -'끝장 레슨'의 주인공 임진한 프로



 나이를 불문하고 국내 남녀 프로 골퍼 중 동호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신지애 최경주 양용은…. 천만에. '끝장 레슨'의 주인공 임진한(54·부산외대 초빙교수) 프로다. 매주 금요일 밤 SBS 골프채널에서 그가 진행하는 '레슨투어 빅토리'는 이제 골프 동호인들의 필수 프로그램이 돼 버렸다. 그의 인기 코너 '끝장 레슨'은 이미 장안의 화제를 넘어 주말 골퍼라면 한 번쯤 참가하고픈 동경의 대상이다. 비싼 돈 주고 생중계하는 미PGA 메이저대회 시청률을 앞선 것도 이젠 뉴스거리가 못 된다.

지난 1977년 약관 20세의 나이로 KPGA 무대에 데뷔한 임 프로는 1983, 1984년 최고 권위의 한국프로골프선수권을 연속 제패한 후 2000년 SBS 최강전 우승을 마지막으로 국내외에서 8승을 올린 후 은퇴했다. 1992년엔 국내 프로 선수 최초로 당시로선 큰 벽이었던 일본 프로테스트를 통과, 1996년까지 활동하며 3승을 기록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스포츠계의 속설을 깨고 은퇴 후 그는 허석호 양용은 최광수 이미나 등을 길러내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스트롱 그립이 최근 대세, 힘 약한 여성골퍼는 필수
임팩트 때 클럽 페이스 스퀘어로 돼 볼 똑바로 맞아
그립 잡을 땐 최대한 힘 빼야 비거리 늘릴 수 있어"

부산 출신인 그는 이후 선수 및 지도자 시절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신문에 골프 칼럼을 쓰고 골프 책도 내고, TV에도 나와 레슨을 하는 것도 모두 이 같은 연유에서다.

'끝장 레슨'을 한 번이라도 본 주말 골퍼들은 한결같이 "임 프로처럼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그리고 편안하게 설명해주는 코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족집게 과외가 따로 없단다. 그래서 그의 레슨은 국내외 그 어떤 프로보다 믿음이 간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이름 앞에 항상 '한국의 레드베터'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진한 프로의 다양한 표정.

그 표정이 재밌어 여러 컷 잡아봤다.


■ "기본에 우선 충실하라"

수년 전 국제신문에 6개월간 골프 칼럼을 쓴 적이 있는 임 프로는 "촬영을 위해 전국을 돌면서 만난 각 지역 주말 골퍼들의 공통점은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투어 프로들 가운데에도 오버스윙을 하거나 팔자스윙을 하는 등 독특한 습관을 지닌 프로들도 적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들은 골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스윙 메커니즘은 지키고 있다는 것.

임 프로는 "골프의 기술은 하늘의 별만큼 다양하지만 이 자리에선 아마추어 골퍼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 몇 가지만 간략하게 소개한다"고 말했다.

우선 그립. 스윙의 첫 단계인 어드레스를 제대로 하려면 그립, 클럽의 정렬, 몸의 자세, 공의 위치, 발의 자세가 모두 잘 정돈돼야 한다. 임 프로는 이 중에서 그립이 스윙궤도를 결정짓고 힘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게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립은 몸의 파워를 클럽에 전달하는 매개로, 그립이 제대로 돼야 파워가 전달되고 방향의 일관성이 유지된다.

임 프로는 샤프트를 오른쪽으로 약간 틀어 잡는, 쉽게 말해 왼손 손바닥이 거의 바닥을 보고 그립을 잡는 스트롱 그립(아래 사진)을 권했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가 만드는 V자 홈은 오른쪽 어깨를 향하고, 왼 손등의 뼈는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두 번째까지 보여야 제대로 잡은 것이다.



이럴 경우 임팩트 순간 자연스럽게 클럽 페이스가 스퀘어로 세워져 볼이 똑바로 맞는다는 것이다. 반면 위크 그립일 경우 임팩트 순간 손목을 빨리 돌리지 않으면 클럽 페이스가 열려 대부분 슬라이스가 난다는 것이 임 프로의 설명이다.

특히 힘이 없는 여성 골퍼에겐 스트롱 그립이 필수적이며, 이래야만 공에 힘도 받고 볼이 잘 뜬다고 했다. 임 프로는 힘있는 투어 프로들도 위크 그립을 잡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덧붙였다.

임 프로는 또 그립을 잡을 땐 최대한 힘을 빼라고 주문했다. 있는 힘을 다해 물건을 잡을 때 힘의 세기가 10이라면 그립은 3~4 정도만 주라고 했다. 실제 스윙할 때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란다. 스윙 전 왜글을 할 때 헤드 무게가 느껴지면 힘을 제대로 뺀 것이며, 왜글 전에 손목에 힘을 빼고 흔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임 프로는 "결국 손목을 부드럽게 해서 힘을 빼야 헤드 무게를 느낄 수 있고, 그래야만 헤드스피드를 최대한 내 볼을 멀리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드럽지 않으면 절대 강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드라이버 샷.

보기에도 좋고 거리도 아주 멀리 날아갔다.



체중 이동도 강조했다. 이론은 쉽지만 가장 잘 되지 않는 것이 체중 이동이라고 강조한 그는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 내려올 때 먼저 왼 발바닥으로 지면을 꾹 눌러주면서 체중 이동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운스윙 땐 지면에서 가까운 순서인 발바닥-무릎-히프-손 순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말 골퍼들이 거리가 나지 않는 것은 피니시 이후에 체중 이동이 되지 않고 오른쪽에 체중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 프로는 혼자서도 체중 이동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다. 백스윙 때 왼발을 들고, 다운스윙 때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발을 착지하듯 그 왼발을 땅에 디딘다는 것이다. 이후 팔로스루와 피니시는 일반 스윙과 똑같이 하면 된다. 이 연습이 제대로 이뤄지면 클럽 헤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고 했다.

임 프로는 "이 연습은 체중 이동과 함께 스윙 템포를 일정하게 해주고 동시에 임팩트 때 힘을 주는 요령까지 터득하게 해줘 생겨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KLPGA에서 활동하는 김혜윤 프로는 평소 볼이 잘 맞지 않자 아예 이 스윙폼으로 대회에 나가 올해 생애 첫 우승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임 프로는 임팩트 순간 머리 위치는 반드시 공 뒤쪽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슨 동영상이나 프로들의 스윙을 유심히 볼 때 머리 위치가 볼 앞에 있는 경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혹 백스윙이 다소 불안전하게 됐다 해도 머리 위치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임팩트 순간 바른 자세로 교정이 되기 때문에 슬라이스가 방지된다고 설명했다.

또 샷을 할 땐 숨을 내뱉은 상태에서 잠시 멈추고 스윙을 하라고 덧붙였다. 숨을 들이마시면 어깨가 불쑥 올라가면서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반드시 호흡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임 프로는 퍼터를 바꿨다.

고리원전이 보이는 베이사이드CC.


임진한, 그것이 알고 싶다

국내 골퍼 중 가장 바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임진한 프로.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일~월요일 '레슨투어 빅토리' 촬영, 화요일 임진한 아카데미 레슨, 수요일 학교 강의, 목요일 '레슨투어 빅토리' 기획 회의, 금요일 선배 연습장 레슨, 토요일 개인 사업 업무'.

가장으로선 거의 '빵점'에 가깝지만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부인 황영숙 씨가 잘 이해해줘 지금까지 그럭저럭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연습은 전혀 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라운드를 한다는 임 프로는 몣1500명이 예선을 거쳐 30명이 본선에 오르는 일본 시니어 대회가 유일하게 출전하는 시합몤이라고 말했다.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얘기다. 참고로 베이사이드CC에서 취재를 위한 라운드에서 그는 72개를 쳤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년부터 부산외대에서 골프 CEO과정을 연다"며 "많은 관심과 홍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길따라 맛따라- 동래구 사직1동 '서영삼겹'



밥 짓는 시간 40분…고기 시킬 때 같이 주문

중독성 강한 소스와 된장 푼 소면도 별미

   
아무리 고기를 많이 먹어도 밥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우기는 한국 사람. 서양인의 관점에선 '이상한 족속'들로 보이는 한국인들은 하지만 식당 밥이 떡밥이 돼 나와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먹는다. 반찬투정은 해도 이상하리만치 밥에 대해선 아주 관대하다. 이를 두고 허영만은 '식객'에서 "우리 한국인들은 밥 본래의 맛을 잊고 있다"고 일침했다.

 그래서 밥이 맛있는 집을 소개한다. 사직야구장 인근 '서영삼겹'(051-503-7708)이다. 사직운동장 주변 부산시체육회 관련 인사나 부산 연고 프로 선수들 그리고 단골들만이 주로 찾는 숨은 맛집이다.

양은냄비밥은 4시간 정도 불려야 적당.
냄비도 크기 별로 다양. 왼쪽은 2인분용, 우측은 3~4인분용.
밥 완성. 뜸 들이는 데까지 대략 40분 정도.
양은냄비째로 손님 테이블로 나온다.
바닥까지 싹싹 끍으면
주인장이 다시 갖고가 누룽지를 완성해 대령하지요.

이곳에선 양은냄비에서 한 밥을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손님이 몰릴 땐 시간이 금인 주방에서 누룽지를 만들기 위해 필수인 뜸을 들이기 위해 5분이라는 시간을 할애하는 정성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영삼겹'은 고기를 시킬 때 밥을 같이 주문해야 된다. 메뉴판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밥 짓는 시간이 40분 정도 걸리니까.

 맛있는 밥의 비법은 이랬다. 쌀은 도정한 지 15일 이내 것을 사용하며, 4시간 정도 쌀을 불려야 한다. 처음엔 냄비 뚜껑을 열어놓은 채 강한 불로, 끓기 시작할 땐 뚜껑을 닫으며 중불로, 뜸 들일 땐 약한 불로 낮춘다. 주의할 점은 냄비 안의 수증기는 날려보내야 하고, 밥물은 절대로 넘치면 안 된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기면 밥맛은 떨어진다.

"양은냄비라 가끔씩 태우기도 할 텐데"라고 묻자 안주인 문광순(52) 씨는 "양은냄비 밥만 13년째"라며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양은냄비째로 나온 밥의 맛은 어떨까. 윤기가 잘잘 흐르면서 따끈따끈한 열기가 입안에 꽉 차는 이 맛은 일본이 자랑하는 니가타의 고시히카리 쌀밥에 비해 손색이 없다. 이어 나오는 누룽지까지 먹으면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어떤 쌀을 쓰는지도 궁금했다. "평야 쌀은 압력밥솥에 맞고 양은냄비엔 간척지 쌀로 해야 밥맛이 더 좋아요. 저희는 경북 포항 흥해쌀과 전남 강진쌀만 사용하죠. 가격 차이는 별로 없어요." 그러면서 수십 번의 시행착오의 산물이라 덧붙였다.

생고기만 쓰는 이 집은 고기 선택에도 까다로웠다. 충북 청원산 최고급 돼지고기만 쓴다고. "왜 하필?" 하고 물으니 타 지역의 소문난 수많은 고기를 맛봤지만 이곳 고기가 특히 담백하고 단맛이 나기 때문이란다. 조승호(52) 사장은 "호텔 주방장이나 고깃집 주인들이 와도 고기 하나는 정말 좋다고 칭찬한다"고 말했다.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 또한 이 집만의 자랑. 일부 손님들은 간장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몸에 좋다는 강화약쑥 삶은 물에 상황버섯 헛개나무 인삼 구기자 대추 등 22가지를 1시간 정도 달인 것에 진간장 4분의 1과 땡고추를 얇게 썰어 넣었다.

'서영삼겹' 주인장 부부 조승호, 문광순 씨.
양은냄비밥 못지않게 고기 또한 아주 맛있다. 정말이다.
이 집의 자랑인 소스는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띠포리 육수에 된장을 푼 소면 또한 일품이다. 밥 취재에 하러 갔다 소면에 반해버렸다.

중독성이 아주 강해 양은냄비 밥과 함께 단골을 만드는 쌍두마차란다. 소면까지 추가하면 삼두마차라 해도 손색이 없다. 띠포리 육수에 된장을 풀어 고명 대신 대파 양파 당근 땡초를 곁들인 소면의 맛은 별미다.

양은냄비 밥과 소면은 고기를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각각 1인분 3000원. 생항정살 생가브리살(120g 7000원) 생삼겹살 생목살(〃 6000원). 사직야구장 정문쯤이 보일 때 우회전, 두 번의 사거리를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사직교회 방향으로 틀자마자 바로 우측에 큰 간판이 보인다. 만일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사직동 산복도로와 만난다. 20대 주차 가능.

'서영삼겹'은 원래 지하철 3호선 사직역 쪽에서 야구장 가는 도중 위치해 있었다. 입소문을 점차 타면서 가게가 좁아 올해 3월 초 지금의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남아 있다. 이전하기로 했지만 가게가 생각보다 빨리 나가지 않자 주인장은 그 가게를 새 주인에게 물려주면서 간판과 메뉴를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하고 계약했다. 맛과 관련해선, 두 말하면 잔소리가 아니겠는가.

그 사실을 모르는 옛 단골들이 옛 서영삽겹을 찾았다가 주인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연락해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집의 단골은 부산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회장들과 롯데 자이언츠 직원들과 선수들, 그리고 치어리더들.

그럼 문제 하나. 이들 중 누구의 식성이 가장 왕성할까.
정답은 치어리더들이란다. 주인장의 증언에 따르면 덩치 큰 야구선수들보다 2배 정도 많이 먹는단다. 3시간 동안 힘찬 몸짓으로 에너지를 소비했으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 주인장의 설명이었다.

 










싱글로 가는 길 고수에게 배운다 

        -용원CC 싱글회 회장 문현소


클럽챔피언 참가하는 전국 아마대회 우승 3회
싱글 위해선 '골프 우선'원칙 지키고 매일연습
단기간에 스코어 줄이려면 쇼트게임 매진해야

 
세미 프로보다 잘 치는 아마 골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 '양신(梁神)'이 있다면 지역 골프계에는 '문신(文神)'이 있다. 문현소(59·삼양개발 대표이사) 챔피언을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그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 아마 골퍼들의 표상이자 희망이다. 호쾌한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 정교한 어프로치와 퍼팅. 그와 라운드를 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고, 동시에 손에 땀이 난다.

그가 이뤄낸 굵직한 기록부터 살펴보자. 동래베네스트 및 통도파인이스트CC 클럽 챔피언 각 3회, 용원CC 클럽 챔피언 2회, 경남신문배 우승 3회, KNN 골프대회 우승 2회 등등. 지역 대회 우승 경력은 이렇고 전국의 내로라하는 클럽 챔피언들이 대거 참가해 자웅을 겨루는 전국대회 우승도 적지 않다. 스카치블루배 2연패, 부산MBC 대회 우승 1회가 그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은 후배 아마 골퍼들을 위해 클럽 챔피언 대회에는 일체 참가하지 않는다. 대신 현역 클럽 챔피언이 5명이나 속한 지역 클럽 싱글회의 모범인 용원CC 싱글회 회장을 맡아 '조용히' 활동하고 있다.

지역 골프계는 사업체를 경영하다 보니 많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그렇지 더 많은 대회에 나갔더라면 이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냈을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실력을 KPGA 투어프로와 세미프로와의 중간쯤이 될 거라고 평한다.

기록 또한 화려하다. 용원 백로 6번(파5·531m) 홀 알바트로스, 한수 이남에서 가장 길다는 통도파인이스트 남코스 68타, 같은 골프장 북코스 65타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의 호쾌한 드라이브 샷 모습.

■ 골프는 잘 치는 사람과 라운드해야 빨리 늘어  
 
문 챔피언은 최근 골프 부킹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무튼 골프는 잘 치고 봐야 한다. 그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뭣하지만 가장 빨리 느는 방법 중 하나가 잘 치는 사람과 라운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세한 기술부터 긴장의 끈을 놓치 않는 집중력 등은 연습장에선 절대 배울 수 없는 노하우라고 귀띔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싱글로 가는 지름길은 도대체 어디 숨어 있느냐고. 챔피언도 잘라 말했다. "체계적인 연구와 효율적 연습."

"열심히 연습하고, 필드에 자주 나가면 1~2년 안에 웬만하면 80대 초반까지는 가능하지요." 여기서 골프와 당구를 비교했다. "당구도 골프처럼 목숨 걸고 치면 300점까지는 어느 정도 도달하죠. 내 생각엔 당구 300점과 골프 80대 초반이 비슷한 단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서 400점 또는 70대 스코어로 각각 한 단계 뛰어넘기 위해선 체계적인 연구와 효율적 연습이 필수적이죠."

"이때부턴 시간 날 때 치면 안 돼요. '골프 우선'이란 원칙이 지켜져야 하지요. 훈련 계획을 세워 거의 매일 잘 안 맞는 클럽을 중심으로 집중력과 효율성을 갖고 연습해야 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물음에 그는 그렇게 설명했다. 연구를 하며 한 샷, 한 샷을 날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에게 배우면 좋겠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으면 스윙 폼이라도 한 번 봐 달라는 부탁을 해서라도 자신의 스윙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기간에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선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게임을 집중 연습할 것을 충고했다. "요령만 알면 4~5타는 순식간에 줄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드라이버 샷, 페어웨이 우드 샷, 아이언 샷은 '핸디캡 그대로의 샷'이지만 짧은 어프로치 샷은 '핸디캡을 좌우하는 샷'이라는 사실을 항상 머릿속에 둬야 한다는 것.

이는 통계 수치로도 입증된다 . 비록 미국 데이터이지만 스코어 관리에는 큰 도움이 될 듯싶다. 91타를 치는 보기플레이어의 파온은 18홀 기준 2개, 싱글에 진입하는 81타 골퍼의 파온은 7개에 불과하다. 평균 71타를 치는 프로들의 파온도 12개로 70%를 넘지 못한다. 결국 어프로치 샷으로 핀 가까이 얼마나 붙일 수 있느냐가 스코어 줄이기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챔피언은 스윙 못지않게 라운드 도중 무시할 수 없는 주의사항도 소개했다. 이는 순전히 25년 구력의 경험에서 체득한 것이라고 했다.

통상 막걸리 한 잔을 걸치는 그늘집 다음 홀에선 티샷에 신중을 더 기하고, 버디를 잡았거나 쇼트퍼팅을 놓쳤을 때도 이동 중 빨리 그 사실을 잊으라고 주문했다. OB를 낸 후 잠정구를 칠 때도 기다리는 동료들이나 캐디를 의식해 바로 샷을 하지 말고 한 번쯤 티잉그라운드를 돌면서 여유를 가지라고 덧붙였다.

또 라운드 전날 가볍게 몸을 푼다며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등 다른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몸의 밸런스가 깨진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PGA의 한 선수가 라운드 전날 지붕의 기와를 손보다 다음 날 시합을 망친 사실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가볍게 스트레칭 정도만 하고, 그래도 불안하면 연습장에 가서 어프로치 샷만 70~80개 정도 연습하기를 권했다.

정교한 퍼팅 모습.

■ 챔피언의 골프 일기  
  
궁금했다. 평소 어떻게 연습하는지. 분명 참고해볼 만해 일문일답으로 알아봤다.

-라운드는 얼마나 자주 하는가. "지난 6개월을 기준으로 해보니 일주일에 평균 1.2회 정도였다."

-연습은 어떻게. "일주일에 3~4회 집 근처 연습장에 간다. 300~500개 정도를 치면 2시간쯤 걸린다. 아이언과 어프로치 샷 위주로 한다. 드라이버 샷 연습은 마지막에 몇 개 정도 한다. 퍼팅은 사무실이나 집에서 시간 나는 대로 한다. 연습을 하지 않고 싱글 유지는 불가능하다. 골프에도 왕도는 없다."

-어떤 클럽을 사용하나. "60도 웨지를 하나 더 사용한다. 어프로치 때 60도 이것만 쓴다. 굴릴 때는 P와 9번 아이언을 번갈아 사용한다. 우드는 지난해까지 4, 7번 우드를 사용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거리가 줄어 금년 초부터 3, 5번 우드로 바꿨다."

-비거리는 현재 어느 정도. "못 믿겠지만 한창 땐 드라이브 비거리가 280~290m였다. 지금은 230~240m 정도. 3번 우드 210~220m, 5번 우드 200~210m, 4번 아이언 180~190m, 그 다음부터 10m씩 빼면 된다."

-내기골프는 하나. "캐디피 내기 정도. 많이 따면 거의 돌려준다.내기할 때 흔드는 숨은 노하우를 하나 알려줄까. 티샷 때 큰 소리로 '굿샷'이라고 외치면 상대방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지. 하지만 퍼팅 때 '나이스'라고 하면 계속 잘 넣으니 주의할 것. 아이언 샷을 하고 나서 괜히 '앞바람이 생각보다 심하네'라고 하든지, 그린에선 '생각보다 잘 구르네'로 가끔 현혹시키기도 하지. 어디까지나 이건 친한 사람들과의 라운드에서다."

-주말골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공을 칠 땐 약간의 긴장이 필요하다. 장갑을 벗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마음을 비워라.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곱씹어 보면 진리다."
진해 용원CC에서 한 취재 라운드에서 그는 시종일관 장타를 과시하며 70타를 쳤다.

어프로치 샷 모습. 어프로치의 경우 그는 60도 웨지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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