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로 가는 길

          고수에게 배운다

- 부산외국어대 사회체육학부 
              김규동 겸임교수(상)




지난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울산 출신의 이현주 프로가 김규동 교수와 함께 탄력 밴드를 이용 견갑골 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
짐볼을 이용한 견갑골 강화 훈련.


"몸은 기량 향상의 전제조건이지만 현실은 뒷전"
스윙에서 오는 통증은 거의 유연성 부족에서 비롯
X-ray 사진 찍어 몸 상태 점검하는 것도 한 방법
문제 발견되면 지속적 스트레칭으로 회복 가능



'이제는 몸이다'.

 과학의 발달로 골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진화하고 있다. 첨단 장비와 스윙 기술의 진화로 주말 골퍼들은 예전보다 훨씬 쉽고 빨리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몸이다. 몸은 골프 기량 향상의 전제 조건이지만 여전히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김규동(45) 부산외국어대 사회체육학부 겸임교수는 골프에서 몸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미국 골프지도자연맹(USGTF) 마스터 티칭프로, 부산시 골프협회 훈련강화위원, 한국골프학회 이사, 스포츠 심리상담사, GF1 마스터 트레이너, 대한골프피트니스협회 교육이사, 삼성생명 VIP과정 특별 강사 등을 역임하며 골프와 몸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다.

 "몸이 온전하지 않으면 스윙 기술은 반드시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아무리 기술을 가르쳐도 몸이 안 따라주면 소용이 없잖아요. 목의 유연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주말 골퍼에게 헤드업을 하지 말고 공을 보라고 하면 그 골퍼는 코치의 설명대로 하려다 유연성의 한계를 넘게 돼 목뿐만 아니라 어깨와 등이 아프게 되고 심하게는 척추나 허리에도 통증이 오게 되지요. 잠시 골프채를 놓고 일정 기간 쉬다가 다시 클럽을 잡아도 몸의 치유 없이는 이 같은 현상이 반복돼 병원을 찾든 산에 가든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지요."

 김 교수는 "이는 스윙 연습을 하기 전 주말 골퍼들의 신체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게 무리하게 스윙 메커니즘만을 강조한 나머지 발생하는 좋지 않은 사례 중의 하나"라며 "이와 유사한 사례는 전국의 아마추어 골퍼에게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스윙으로 인한 통증이 신체의 유연성 부족에서 온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스윙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골프에서 오는 통증은 대부분 유연성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비근한 예로 어깨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제대로 된 스윙을 하기 위해 어깨 근육 대신 골반이나 무릎을 보완해 회전한다. 이렇다 보니 스윙은 스윙대로 무너지고, 통증은 통증대로 발생한다는 것.

 김 교수는 이를 '보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설명했다. 우리 몸은 스윙할 때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항상성의 원리에 의해 특정 부위에서 상실된 유연성을 다른 부위에서 보상적으로 사용해 회전하게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윙 동작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현재 부산에는 스윙 메커니즘을 가르치는 골프연습장은 많지만 몸을 정확히 분석해 신체의 가동 범위를 늘려주는 운동을 통해 스윙을 향상시켜주는 골프 피트니스를 병행하는 연습장은 드물다.

 해운대구 좌동 신시가지에 위치한 '하모니 더 골프' 연습장(051-703-7274)은 골프 피트니스를 과학적으로 운영하는 대표적 사례. 김 교수가 운영하는 이곳은 티칭 프로 두 명과 컨디셔닝 트레이너 두 명이 프로는 물론 아마 골퍼들의 스윙과 몸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각종 스트레칭 기구와 탄력 밴드 등을 갖춘 트레이닝룸과 어드레스 시 좌우 체중 분배를 한눈에 보여주는 풋 밸런스와 체형 분석 시스템, 3D 스윙 분석기를 갖추고 있는 이곳은 병원에서 찍어온 X-ray 사진을 분석해 몸 상태를 점검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울산 출신의 이현주(부산외대 4) 프로의 예를 들며 몸 상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지난해 KLPGA 힐스테이트 서경오픈에 이어 올해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 프로가 지난 3월 뜬금없이 "몸 상태가 이상하다"며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홀로 찾아왔다. 이 프로는 평균 드라이버샷 260야드로 국내에서 알아주는 장타자이다.

 "척추 X-ray 사진을 보니 아주 완벽해 트레이닝룸에서 몸을 점검하다 깜짝 놀랐어요. 등 쪽의 견갑골(wing wing scapular)이라 불리는 일명 날개뼈가 아주 심하게 떠 있었어요. 손가락이 전부 들어갈 정도였으니까. 얇은 옷을 입으면 날개뼈가 너무 튀어나와 보기 흉해 이를 숨기기 위해 어릴 때부터 양쪽 어깨를 앞으로 움츠리다 보니 결국 외적 징후가 나타났던 거예요. 스윙 메커니즘으로 볼 때 어깨 회전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힘을 쓰다 보니 통증이 유발됐던 거지요. 여기에 왼쪽 엄지손가락도 그립을 길게 잡고 힘을 많이 줘 제대로 굽혀지지가 않았어요."

 당장 김 교수와 컨디셔닝 트레이너들은 어깨 견갑골 강화훈련을 시작했다. 상체를 고정시킨 채 팔로만 탄력 밴드를 당겼다 놨다를 반복하는 한편 무릎을 굽혀 짐볼을 잡고 어깨를 밀었다 당겼다를 재차 실시했다. 엄지손가락은 마사지와 함께 테이핑으로 근력을 강화했다. 손가락 테이핑은 이후 직접 배워 스스로 처치할 정도가 됐다.

 이 프로는 이후 시합만 마치면 곧바로 김 교수가 운영하는 연습장을 찾아 몸 상태를 체크하며 스트레칭과 스윙 연습을 병행한 결과 지난달 생애 두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 교수는 "골프 선수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평소 고민하던 날개뼈가 튀어나온 핸디캡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까지 더해줘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고, 이 프로는 "진작 교수님을 찾아왔어야 했는데"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지난 3월 유러피안 LPGA 투어인 호주 한다오픈에서 아마 1위, 전체 8위를 차지해 국내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국가대표 김현수(예문여고 3) 선수도 이곳에서 몸 만들기를 해 효과를 본 케이스. 이 대회에서 서희경 프로는 10위, 이보미 프로는 16위에 그쳤다.

골프 국가대표 김현수(예원여고 3) 선수와 김규동 교수에게 몸 상태를 점검받고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겨울 전지훈련을 가기 전 스윙 점검을 위해 찾아왔어요. 척추 X-ray 사진상으로 특이한 사항은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연습량이 워낙 많아 어깨 발목 통증이 있었고 최근 심해졌다고 하더군요. 병원을 다니는 것 외에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더군요. 하지만 부모는 '당연히 아프지'라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어요."

 김 선수 역시 부위에 맞는 스트레칭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양쪽 팔을 쫙 벌려 엄지손가락을 앞뒤위아래 방향으로 향하게 한 후 각각 10회씩 원을 그리게 했고, 양팔을 편 다음 양 손바닥을 붙이고 얼굴 앞에서 S자를 크게 그리는 등 어깨 근육 강화훈련을 했다. 발목은 간단한 기구인 밸런스 보드로 근육을 강화했다.

 김 교수는 "프로든 아마추어든 자신의 현재 몸 상태만 제대로 파악하면 비싼 기구 없이도 특정 부위를 강화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집에서 혼자 쉽게 할 수 있으며 그 방법은 의외로 쉽다"며 "주말 골퍼들도 스윙 발전에 한계가 왔다면 우선 몸 상태를 한 번 점검받아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국제신문, 롯데스카이힐CC 공동주최
'어린이 골프 캠프' 오는 8월 9~13일
초등 3~중학교 2학년 20명 선착순
레벨 테스트 후 프로와 맞춤형 레슨
올레 기 등 관광 체험 향토음식준비
올 여름방학 '신지애 키즈' 발굴한다




 골프에 문외한이라도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때 검게 탄 박세리 프로가 하얀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 샷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은 절망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주었다. 당시 아빠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US여자오픈을 보던 아이들이 10년 뒤 '낭자 군단'을 이뤄 세계 골프계를 호령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박세리 키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신지애 최나연 김송희 김인경 이선화 등이 그들이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골프를 배위 기본기가 탄탄한 그들은 국제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주눅이 들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아무리 많은 갤러리가 몰려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경기를 즐긴다.

 이젠 '신지애 키즈'가 나올 차례다. 당시보다 여건이 훨씬 나아 불가능한 일도 아닌 듯싶다. 골프에 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졌고 자녀들에게 골프를 시키는 가정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선 학교에서도 이제 야구 축구 대신 골프 종목을 선호한다. 현재 부산에서 '골프부'를 운영하고 있는 중학교는 3개(남 1, 여1, 남녀공학 1), 고등학교는 12개(남 7, 여5)인 점만 봐도 골프는 이제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국제신문과 롯데스카이힐CC는 여름방학을 맞아 몟어린이 골프 캠프몠를 오는 8월 9~13일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개최한다. 평소 '우리 애가 과연 골프에 소질이 있을까', '있다면 어디에서 한 번 테스트를 받아보지'라고 생각해 왔던 부모에게 딱 맞는 캠프지만 단순히 골프만 며칠 배우며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캠프에서는 크게 오전에는 관광지 순례 및 체험, 오후에는 골프 강습 및 라운드, 밤에는 전문 레크리에이션 강사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팀워크 등을 배운다. 관광지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만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을 둘러본다.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로 유명한 용머리해안과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쇠소깍에서 전통 뗏목인 '테우'를 타보고 올레길도 걸어본다. 잠수함 투어와 승마도 해보고 코끼리 쇼도 관람한다.

 클럽 한 번 잡아보지 않은 초보자도 참가 가능한 골프 강습은 레벨 테스트를 거친 뒤 KLPGA 김현령 손민지 프로와 티칭 프로 두 명이 수준에 맞는 맞춤형 레슨을 실시하면서 참가 어린이의 가능성도 점검한다. 퍼팅 어프로치 벙커플레이 풀스윙을 배워 서귀포 앞바다와 한라산 산방산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필드에서 프로들과 함께 9홀 라운드를 네 번 돈다. 동시에 퍼팅 대회와 팀 대항전도 열 계획이다. 하루 일과의 마지막 밤에는 전문 레크리에이션 강사들과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가지면서 리더십과 팀워크 등을 배운다. 숙소는 제주롯데호텔이며 식사는 고등어 조림, 제주흑돼지 바베큐, 톳냉국 등 제주 향토음식 위주로 준비된다.

 행사 첫날에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참가해 어린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로이스터 감독은 골프마니아로 유명하다.

 롯데스카이힐CC 이승훈 대표는 "골프는 성장기 자녀의 균형 있는 신체 발달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돼 아이들의 심신발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 대상. 20명 선착순. 참가비는 150만 원. 롯데스카이힐 회원 자녀는 120만 원. 골프 클럽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다. 문의 롯데스카이힐 김해CC(055-340-9106), 국제신문 주말레저팀(051-500-5166~9)

흰 눈을 머리고 이고 있는 한라산이 보인다.


바다와 산방산이 보인다.










남해 금산과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의 하모니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와 금산 들머리 불과 2㎞ 거리
기암괴석 전시장 금산서 본 초승달 모양의 은모래비치 환상적
실안해안도로, 물미해안도로 가는 길도 멋진 드라이브 코스
국내 4대 관음기도 도량 중 하나 보리암, 기도발 잘 받아
미조항 30년 전통의 삼현식당 멸치회, 밥 비벼 먹으면 일품


기암괴석의 전시장인 금산에서 내려다보면 초승달 모양의 본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에도 가고 싶고 바다도 가고 싶다. 아쉽게도 휴가는 길지 않다.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못 하다. 아! 올해도 그냥 평범하게 여름휴가를 보내야 하는가.

 산행 후 뒤풀이로 온몸을 바다에 풍덩 던져버릴 수 있는 멋진 곳이 없을까.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장산, 광안리 해수욕장과 황령산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워낙 인파가 몰려 엄두가 안 난다. 이들 장소를 선택해도 한 번 움직이는 데 사실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불가.

 경남 남해에 가면 그런 코스가 하나 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금산과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 장삼이사들은 금산과 은모래비치는 각각 알고 있지만 이를 결부시켜 원스톱 휴가지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은모래비치에서 금산 들머리까지는 불과 2㎞. 백사장에서 고개를 돌리면 금산의 기암괴석이 병품처럼 감싸고 있고, 금산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면 초승달 모양의 은모래비치가 펼쳐진다.

 부산에서 가는 길도 즐겁다. 내로라하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기다린다. 각각 남해대교와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야 하지만 후자를 권하고 싶다. 가까운 데다 풍광이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남해고속도로 사천IC로 나와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기 전 통과하는 1003번 지방도인 실안해안도로는 알려지지 않은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전국의 이름 있는 유명 드라이브 코스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나면 물미해안도로라 불리는 3번 국도가 기다린다. 눈 호사의 연속이다.

 전통 멸치어업법인 죽방렴에 이어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고 고기떼를 유인하는 300년 된 천연기념물인 방조어부림, 이를 멀리서 확인할 수 있는 독일마을, 그리고 폐교를 리모델링한 이국적 외관의 해오름예술촌을 연이어 만난다. 예술촌에는 1만5000점에 달하는 민속품과 골동품을 선보이는 전시장과 미술창작실 목공예실, 갤러리 등이 있다. 입장료는 없고 개별 프로그램 참가비를 받는다.

 물미해안도로의 종점은 남해 최대 어항이자 미항인 미조항.

 미조도와 범섬 죽암도 쌀섬 등 조그만 섬이 점점이 떠있으며 등대 사이로 오가는 조그만 어선들이 평화롭다. 어항 주변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많아 나그네들은 흔히 이곳에서 1박을 한다.
 미조에선 멸치회를 빠뜨리지 말자. 남해수협 공판장 인근 30년 전통의 삼현식당(055-867-6498)이 특히 잘한다고 소문났다. 큰 대접에 밥과 막걸리식초로 담근 초장을 넣고 쓱쓱 비벼 간장게장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멸치회(소) 멸치쌈밥 각 2만 원. 성게국 8000원.

삼현식당 '멸치회'.


 미조에서 남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은모래비치까지는 5㎞ 거리.
 눈앞에는 거친 파도를 막아줄 듯한 승치도와 삼여도 목섬이 해수욕장을 감싸고 있으며, 해안에는 은빛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한데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은모래비치는 특히 파도가 거의 없고 수심이 아주 얕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찾으면 안성맞춤이다.

때이른 해수욕을 즐기는 연인의 모습.

이동 중 도로변에서 바라본 은모래비치.


에메랄드 물빛이 무척 아름다운 은모래비치. 뒤로 보이는 산이 금산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장군이 명명한 금산(705m)은 '금산 38경'이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8부 능선부터 절경을 이루고 있는 데다 은모래비치와 한려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산이다.

 정문영(44) 남해문화유산해설사는 "예부터 남해안에 네 명의 해상 신선(해상사호·海上四晧)가 있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금산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 증거가 바로 금산 보리암 인근에 위치한 사선대"라고 말했다.

 금산의 들머리는 금산매표소. 보리암 가는 길 도로변 우측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 찾기는 아주 쉽다. 여기서 거대한 자연조각품인 쌍홍문까지는 넉넉잡아 1시간. 쌍홍문 입구 왼쪽에는 늘 푸른 덩굴식물인 이끼 낀 송악의 자태가 장관인 장군암이 보초를 서고 있다. 사바세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의 해탈문인 쌍홍문을 통과하면 보리암으로 이어진다. 보리암에선 은모래비치의 장관을 빠뜨리지 말자. 극락전 앞이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자신하건데 근래에 본 조망 중 최고일 것임을 확신한다.

 보리암은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국내 4대 기도도량. 기도발이 잘 받는다고 알려져 있어 사시사철 신도들이 찾는다. 또 금산 정상 바로 아래에는 금산산장(055-862-6060)이 있어 하루쯤 묶으며 신선놀음을 할 수도 있다. 3만 원.

 등산이 힘들다면 은모래비치에서 차로 보리암 제2주차장까지 가서 산책로를 15분쯤 걸으면 보리암에 다다를 수 있다.


고성 운흥사 터줏대감 먹쇠

사람 나이로 치자면 80세
절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주지스님만 세분 모셔

불가의 계율 알고 있는지
짐승들 봐도 짖지도 않아
고기 대신 우유 빵 좋아해




먹쇠는 주인인 경담 스님이 주지실에 계실 때는 언제나 흰 고무신이 놓여 있는 댓돌 앞에서 보초를 서며 휴식을 취한다.

흔히들 '충견'이라고 하면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견공을 의미한다. 인간세계와 비교하자면 살신성인의 표본이라고 하면 될까. 오래전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오수의 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견공들은 지금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지 않는다. 기록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충견을 만나보았다. 이 견공들은 영리하고 사려 깊고 비범했다. 어쩌면 영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한결같은 주지 스님의 그림자

 경담 스님과 먹쇠와의 질긴 인연은 2004년 4월 스님이 이곳 운흥사 주지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통상 절집의 개는 주지 스님이 떠날 때 함께 움직이지만 먹쇠는 4년만 살고 간 전임 주지 스님이 부임하기 전 이미 절에 있던 터라 떠나면서 그대로 두고 갔다. 먹쇠에게 경담 스님은 결국 세 번째 주인이었다.


예쁘게 보이려고 빗질하는 스님.

식사중인 먹쇠. 절집개라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이놈은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참 좋아요. 처음에는 미적미적하더니 제가 주지실을 들락거리자 서서히 주인으로 인정하며 자세를 낮추고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어요. 하루 만이었지요. 한 주인을 섬기는 진돗개와 달리 삽살개는 낯선 사람이 오면 상황 판단을 빨리하며 금방 친해지는 융통성이 있더군요. 어찌 보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지요."

 먹쇠는 그때부터 스님의 그림자가 됐다. 주지실에서 공부를 하거나 손님을 만날 때도 흰 고무신이 놓인 댓돌 앞에서 보초를 서며 휴식을 취했다. 기자가 찾은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래 산 부부는 표정만 보고도 속내를 알 수 있듯 먹쇠 또한 주지 스님의 표정만 봐도 알아서 척척 행동으로 실천한다. "신기해요. 흑갈색의 털북숭이인 먹쇠 얼굴을 보면 긴 털에 가려 코밖에 안 보여요. 어떨 땐 저놈의 표정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하며 저 혼자 씩 웃어요."

 먹쇠는 아침 일찍 방문을 열고 나오는 스님의 복장만 보면 향후 스님의 일정을 파악한다.
 평상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으면 혼자 좋아서 껑충껑충 뛴다. 뒷산에 가기 때문이다. 이때 먹쇠의 본분은 길 안내자. 항상 2~3m 앞서 가며 길 안내를 자처한다. 행여 스님이 꽃이나 풀을 관찰할 땐 옆에서 다소곳이 앉아 있는다. 스님이 속도를 내면 약간 빠른 걸음으로, 된비알에서 발걸음이 더뎌지면 스님의 보폭에 맞춰 항상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 도중 다람쥐나 토끼 등 날짐승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짖으며 한 번쯤 뒤쫓아갈 법도 한데 무덤덤하게 스님과 행동을 같이한다. 절집에서 오래 살아 '살생은 금물'이라는 불가의 계율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럴 땐 저도 내색은 안 하지만 먹쇠가 도인처럼 느껴져요. 저도 먹쇠에게 배우고 있지요."

 먹쇠는 스님이 출타 중일 때는 몰라도 경내에 있을 땐 절대 혼자서 산에 가지 않는다. "저와 절을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스님이 외출복을 입고 방에서 나올 때 먹쇠는 잠시 헤어짐을 아는지 가만히 서 있다. 스님이 "집 잘 봐"라는 말을 던지면 그저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 뿐 따라오지 않는다. 차를 타고 가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스님의 차 소리를 알기 때문에 돌아올 땐 주차장으로 달려온다.

 저녁 식사 후 절 뒤 암자인 천진암을 찾을 때도 먹쇠는 그림자처럼 동행한다. 혹 늦을 것 같아 먹쇠를 절에 두고 차를 타고 가면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 언제 왔는지 천진암 주지실 댓돌 앞에서 밤 10시건 11시건 기다린다. 추운 겨울에도 변함이 없다.
 먹쇠는 스님의 말도 잘 알아듣는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먹쇠는 기분이 좋을 땐 스님의 가슴까지 앞발을 올리며 아양을 떤다. 비가 올 땐 그만 옷을 다 적신다. 이럴 경우 스님은 정색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타이르면 그 다음부터 절대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

 신도들이 많이 찾는 부처님 오신 날과 영산재 때를 제외하곤 자유의 몸인 먹쇠는 평소 장삼이사들이 절을 찾을 경우 다가가 냄새를 맡는다. 절대 물지 않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곤 주지실 앞에서 그들을 주시한다. 다만 그들이 이유 없이 주지실 앞으로 뛰어올 경우 아주 예민해진다. 어린이도 예외가 아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주인에 대한 보호 본능의 발로라고 스님은 말한다. 이따금 모자를 쓰고 화려한 색상의 등산복을 입어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먹쇠의 식성도 특이하다. 개 사료를 먹이지만 절집 개여서 그런지 고기를 주면 잘 먹지 않는다. 대신 빵과 우유, 감자전 호박전 등 부침개류와 백설기 등 떡을 좋아한다.

개 사료를 주로 먹지는 고기는 별로, 빵과 우유를 좋아하는 먹쇠.

주지실 옆에 먹쇠 집이 있지만 주로 주지실 댓실 앞에 있다.


집앞엔 그래도 개조심이라 적혀 있다.

영산전을 배경으로 스님과 한 컷.


요즘 스님은 먹쇠를 보면 마음이 아리다. 지난해 봄부터 행동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가을쯤 되자 지금처럼 급격히 몸 움직임이 둔해졌기 때문이다. "제가 여기 생활 7년, 전 주지스님이 4년, 전전 주지스님이 9년을 살다 가셨어요. 전전 주지스님이 먹쇠를 데리고 왔지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을 못 하더군요. 5, 6년쯤 잡으면 결국 16, 17세라는 셈이죠. 최근 진주의 수의사 한 분이 절을 찾아 뒤뚱뒤뚱 걷는 먹쇠를 관찰한 후 인간으로 치자면 80세를 넘어 이제 수명을 다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힘이 들어 산에도 제대로 동행하지 못하고 주차장까지도 겨우 와요. 그래서 요즘 제 마음이 편치 못해요."

 경담 스님은 이런 말을 던졌다. "비록 이승에서의 인연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마도 저승에서 이 인연은 계속될 거예요. 그땐 제가 먹쇠를 위한 삶을 살아야죠." 그러면서 스님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먹쇠가 생을 마감하면 극락왕생하라고 염불을 하고 장례를 치러줄 겁니다. 양지바른 곳에 조그만 묘를 하나 쓴 후 49재도 지낼 것입니다. 조그만 비석도 세울 겁니다. 문구는 생각 중입니다."

 한편 운흥사에는 먹쇠 외에 견공 두 마리가 더 있다. 대웅전 우측 한쪽에는 '지혜롭고 순하게 자라라'는 의미의 삽살개 '혜순'(6세)이가 있고, 주지실인 보광전 좌측 끄트머리에는 '운흥사를 잘 지키라'는 뜻의 진돗개 잡종인 '운수'(5세)가 있다. 아쉽게도 먹쇠처럼 수양이 덜 돼 낯선 사람을 보면 짖고 물 수도 있어 묶여 있다. 혜순이와 운수는 암컷이고 먹쇠는 수컷이다.

진돗개 잡종인 운수.

삽살개 잡종인 혜순이.


 ■ 초보 산꾼들들의 길잡이 흰둥이

용감무쌍해 보이는 흰둥이.

산꾼들이 쉴 땐 흰둥이도 쉰다.


 최근 전남 고흥 팔영산 산행 때 진돗개로 추정되는 견공이 들머리 격인 천년고찰 능가사 입구에서부터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하다 말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일행이 도중에 멈춰 산세를 얘기하고 있으면 이놈도 기다리고, 다시 출발하면 그도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역삼각형 얼굴에 꼬리가 등쪽으로 말려 있는 전형적인 진돗개여서 기자를 비롯한 일행은 '흰둥이'라 명명했다.

 흰둥이는 경사진 가풀막을 오를 땐 기다려주고, 일부러 속도를 늦춰봐도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 능가사에서 출발한 지 50분. 마침내 주능선에 올라 휴식을 취할 때는 다소곳이 다가와 그냥 앉아 있다. 과자를 주면 조용히 그것만 받아먹을 뿐 더 달라고 보채지도 않는다. 비범해 보였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때까지 안내하고 하산하는 흰둥이.

 다소 오래 쉬니까 산행을 계속하자고 몸짓을 보낸다. 팔영산을 자주 찾는다는 한 산꾼이 지나치다 한마디 던졌다. "이놈이 다른 팀을 안내하고 있네."
 그랬다. 흰둥이는 '팔영산 자원봉사 안내견'이었다. 흰둥이는 쇠줄이 걸려 있는 암봉 입구에 이르러서야 임무를 완성한 듯 아쉬움을 표하며 발길을 돌렸다.

 하산 후 능가사 주변에서 흰둥이를 찾았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가끔씩 절에서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늘 절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어서 우리도 잘 보지 못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산행팀을 안내하러 산으로 올라갔을까.


# 전설같은 숨은 충견들

 현재 국내에 알려져 있는 충견의 사연은 시대와 배경은 달라도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주인은 개와 항상 같이 다닌다. 먼 길을 오가던 주인이 피곤해 잠시 눈을 붙인 사이 불이 난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개는 근처 웅덩이나 개울로 달려가 온몸에 물을 적셔 주인 주변의 풀숲을 뒹굴어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다. 개는 지쳐 끝내 연기에 질식해 죽는다. 잠에서 깨어난 주인은 쓰러진 개와 주변 정황을 살핀 후 개가 자신을 구했다고 슬퍼한다. 후대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 사람들이 견공의 동상이나 비를 세운다. 국내에는 그 같은 사연을 담은 충견 동상과 비석, 비각 동판 등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북 임실군의 '오수의 개' 의견비와 의견상. 오수면 면사무소 인근 시장통 내 원동산 공원에 있다. 고려 문인 최자의 '보한집'에 그 내용이 실려 있으며, 1972년 전북 민속자료 1호로 지정됐다. 임실군은 이 오수의 개를 주제로 매년 4월 말 의견문화제를 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 애견 성지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임실군은 문화관광과 내 관광애견계(3명)를 따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의견공원도 조성했다.

주인 김개인과 오수의 개.

오수의 개 동상.


돼지국밥의 원조로 불리는 경남 밀양시 무안면에도 의구비와 의견상이 있다. 무안면 마흘리 점동에서 지정마을로 넘어가는 나지막한 고개 정상에 3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의구비가 있다.

의구비가 눈에 잘 띄지 않자 건너편에 10여 년 전 밀양교육청이 의견상을 세워 놓았다. 주변 마을 사람들은 이 고개를 개고개라 부른다.
           밀양 의견상. 사람들은 이곳을 개고개라 부른다.

 부산에도 알고 보니 충견이 있었다. 금정구 회동동과 기장군 철마면을 잇는 개좌고개가 그 배경. 그 사연은 회동동에서 철마면으로 접어든 후 40m쯤 뒤 도로 좌측 큰 돌에 박힌 동판에 음각돼 있다. 다른 충견의 사연과 달리 주인인 서홍이라는 청년은 무척 효자였다는 점이다. 지금도 철마면 면사무소 인근 연구리 철마체육공원 게이트볼 경기장 옆에 서홍의 효자비가 남아 있다. 회동동 아홉산에서 개좌고개를 거쳐 이어지는 봉우리 이름은 개좌산이며, 개좌고개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 주변의 마을을 총칭해 개좌골이라 한다.

개좌고개의 사연을 적은 동판.

기장군 연구리의 서홍의 효자비각 내 효자비.




 이 밖에 경북 구미 도개면의 의구총, 충남 부여 홍산면의 개탑, 전남 순천 승주읍 의구비 등이 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역 앞에도 의견상이 있다. 매일 저녁 역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던 '하치코'라는 개(아래 사진)는 주인이 사망한 후에도 10년간 주인을 기다렸다고 한다. 시부야의 대표적 약속 장소이다.



















 운흥사 먹쇠 이야기 전편(운흥사 주지스님과 삽삽개 먹쇠와의 아름다운 인연)을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http://hung.kookje.co.kr/485





- 경남 고성 운흥사 충견 

  삽살개 먹쇠 이야기

"세상이 아무리 타락하고
 비뚤어져도 이놈은 한결같아"



운흥사 주지 경담 스님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삽살개 먹쇠. 스님은 "먹쇠가 최근 기력이 쇠해져 마음이 무척 아리다"고 전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주지 스님이 빗질을 한 번 했지만 워낙 털북숭이라 코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남 고성 땅 와룡산 향로봉 중턱에는 운흥사라는 절집이 있습니다.
중생대 '공룡의 무도장'이라 불리는 상족암 군립공원이 차로 15분 거리에 있지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 절은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승병을 지휘했으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수륙 양면 작전을 꾀하기 위해 세 번이나 다녀간 곳이라고 합니다.
운흥사는 매년 음력 3월 3일 임진왜란 때 산화한 승병의 넋을 기리기 위해 조선 숙종 때부터 영산재를 지냅니다.
예부터 이 재를 세 번만 보면 죽어서 극락 간다는 말이 전해오는 데다 조선시대 불화의 대가 의겸 스님이 조성한 대형 괘불(가로 8.18, 세로 12.72m·보물 제1317호)이 걸려 있어 전국에서 불교 신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옵니다.
이 괘불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자국으로 가져가려고 세 번이나 사천 앞바다로 옮겨 배에 실었으나 심한 풍랑으로 번번이 좌절됐다 합니다.

운흥사의 아담한 장독대도 꽤나 유명하답니다. 낮은 흙돌담을 동그랗게 쌓아 기와를 얹어 운치가 그만입니다. 흔히 장독대는 외진 곳에 두지만 이곳에서는 그 예쁨을 뽐내려는지 경내 한가운데 두고 있습니다. 장독대 뒤로는 영산전으로 이어지는 투박한 돌계단이 있습니다.
이 돌계단은 장독대와 어우러져 우리 고유의 토속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절을 찾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사시사철 줄을 잇지요.
이들 작가들은 하나같이 풍경을 무명의 도공이 일궈낸 막사발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흙돌담에 기와를 얹은 운흥사 장독대. 흔히 장독대는 외진 곳에 두지만 이곳에는 경내 한가운데 있다.

운흥사에는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명물이 있습니다.
이 절집의 지킴이 삽살개 먹쇠입니다.
절집의 마스코트이기도 합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절을 찾으면 지나치기 쉬운 견공이지요.
주지 경담 스님은 "전생에 부처님이나 스님과의 인연이 있었는지 먹쇠는 어려서부터 절간에서 수도승처럼 생활해 내세에는 인간으로 환생해 좋은 삶을 영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지 스님을 세 분이나 모시며 고성 땅 산골짝에서 절밥을 먹은 지 16년 정도로 추정되는 먹쇠.  사람 나이로 치자면 80세쯤 되는 노인인 먹쇠는 평소에는 순하고 영리한 데다 그날그날 주지 스님의 심기까지 챙깁니다.
손댈 데 하나 없는 충견이랍니다.

 먹쇠는 최근 눈에 띄게 기력이 쇠해졌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견공에게도 적용되는가 봅니다. 스님을 보필하며 지금까지의 '천직'인 절집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절집 식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지요. 그래도 나태하지 않은 강직한 모습은 변함없습니다.
이번 주 테마를 충견으로 잡았습니다. 주인을 위해 자기 한 몸을 기꺼이 바치고 있는 견공들의 이야기입니다.

배신과 변절, 회유 등 온갖 구태가 판을 치는 속세에서 오롯이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수행하는 충성스러운 견공의 우직함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시금석이 될 것 같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들을 찾아봤습니다.
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고성군 바다와 산을 찾아 잠시 먹쇠가 살고 있는 운흥사를 한번 방문해 보시면 어떨까요.

 운흥사 먹쇠 이야기 후속편( "저승에선 제가 먹쇠를 위한 삶을 살아야죠")을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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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로 가는 길 고수에게 배운다
<3> 부산 사상구 타가골프연습장 이준식 프로

'out-in' 스윙 땐 우측 볼 2개 동시에 맞아 점검 가능
왼쪽 축 잡지 못해 허리가 먼저 돌아 슬라이스 생겨
좌측볼 2개 함께 맞을 땐 왼팔꿈치 안쪽으로 돌려 발생


골프연습장은 필드에 나가지 못하는 주말골퍼들의 안식처다.  
골프 실력은 흔히 필드에서의 라운드 수와 비례한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말마다 필드에 나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프로 골퍼들은 "필드에 나가 내기골프에 맛을 들이면 라운드 수는 큰 의미가 없어진다"며 "차라리 연습장에서 스윙 폼을 점검해보는 것이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주말골퍼들은 골프연습장의 순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습장에서 골퍼들을 보면 대개 천편일률적이다. 볼이 어디로 가든 개의치 않고 연방 샷을 날리는가 하면 치는 족족 슬라이스가 나도 스윙 폼을 점검하지 않고 인상을 쓰며 담배만 태워댄다. 해서, 연습장에선 이런 말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 '연습장을 찾는 횟수와 치는 볼 개수는 결코 실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부산 사상구 타가골프연습장의 이준식(31·KPGA)프로와 함께 연습장에서 효율적으로 스윙을 체크하는 법을 배워본다. 이 프로는 2008~2009년 미국 올랜도 칼 라비토 골프아카데미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올해 초 귀국,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과 주말골퍼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프로는 스윙 폼 설명에 앞서 어드레스 때 볼 위치를 어디 두느냐고 대뜸 물었다. 업힐이나 다운힐이 아닌 평편한 라이인 경우 7번 아이언일 때 몸의 중앙, 숏아이언일 때는 이보다 더 오른쪽, 롱아이언일 때는 왼쪽이라고 답했다. 그는 "왜"냐고 되물었다. 순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시원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모든 볼은 스윙할 때 몸의 중심에서 맞아야 정확한 임팩트가 이뤄져 탄도·거리·방향이 모두 좋아진다"며 "골프에서 스윙 궤도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체크해야 할 게 흔히들 쉽게 간과하는 어드레스 때의 볼 위치"라고 지적했다.

 이 프로가 설명하는 요지는 이랬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임팩트는 다운스윙 때 체중 이동으로 인해 몸의 왼쪽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볼을 몸의 왼쪽에 두어야 정확한 임팩트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만일 볼을 몸의 중앙에 두면 볼이 맞을 때의 위치보다 약간 오른쪽에서 임팩트가 이뤄져 정확도나 방향성이 훨씬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7번 아이언일 경우 볼 위치는 몸의 중심으로 약간 좌측으로 두는 것이 좋다.

 어드레스 때 볼 위치는 왼발과 몸의 중심 사이에 두고, 로프트가 작아질수록 볼 반 개씩 왼쪽으로, 숏아이언일수록 볼 반 개씩 오른쪽으로 둬야 한다. 이 프로는 "골프 중계 때 어떤 아이언일 때 볼 위치가 어디 놓여 있는지 유심히 보면 아마도 앞서 설명한 대로 놓여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을 이용, 슬라이스를 잡는 법도 설명했다. 볼이 우측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스는 볼과 클럽 헤드가 정면으로 맞지 않고 비껴 맞기 때문에 발생하는 주말골퍼의 적이다.
 슬라이스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흔한 것이 바로 다운스윙 때 체중이 실리는 왼쪽 축을 잡아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허리가 먼저 돌아 결국 클럽이 '아웃인(out-in)' 스윙 궤도로 나와 클럽페이스가 열려 슬라이스가 발생한다는 것. 이를 흔히 '업어친다'고 말한다.

 이 프로는 제대로 된 스윙은 "어깨-허리-무릎 순으로 백스윙을 하고, 다운스윙 땐 체중 이동이 돼 왼쪽 축이 고정되면서 무릎-허리-어깨 순으로 돌면서 볼이 스퀘어로 맞는다"며 "이 같은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연습장에서 볼 세 개로 점검해볼 것"을 제안했다.

    골프연습장서 무작정 볼만 치지 말고 볼 3개로 스윙의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이준식 프로. / 김성효 기자


아이언을 들고 앞서 설명한 대로 볼을 몸의 약간 왼쪽에 놓고 어드레스 자세를 취한다. 여기에 다른 볼 하나를 먼저 놓은 볼의 우측 상단에, 또 다른 볼은 좌측 하단에 놓는다. 볼과 볼 사이의 거리는 각각 테이크어웨이 때 클럽에 볼이 닿지 않을 정도, 팔로스루 때 클럽 끝 부분이 닿지 않을 정도 지점에 놓는다. 대략 10~15㎝쯤 된다.

 이렇게 볼을 세 개 놓고(사진) 스윙을 할 경우 군더더기 없이 제대로 된 스윙이 이뤄지면 가운데 볼만 맞아 스트레이트 샷이 나오지만, 왼쪽 축이 무너져 허리가 먼저 돌아 이른바 '업어치게' 될 경우('out-in' 스윙이 될 경우) 우측 볼 2개가 동시에 맞게 돼 전형적인 슬라이스볼이 나온다.

심한 'out-in' 스윙.

덜 심한 'out-in' 스윙.


또 클럽이 다운스윙 땐 제대로 들어왔지만 임팩트 후 클럽을 목표 방향으로 던지는 느낌으로 뻗어치지 못하고 왼쪽 팔꿈치를 안쪽(왼쪽)으로 돌릴 경우 좌측 볼 2개가 동시에 맞는다. 이럴 경우 비껴 맞는 각도에 따라 훅 또는 슬라이스가 모두 생길 수 있다. 이 프로는 "스윙 때 세 개의 볼이 동시에 맞으면 최악의 경우"라며 "그때는 우측 볼 두 개를 놓고 업어치는 스윙 폼을 고친 다음 좌측 볼 두 개를 별도로 연습한 후 어느 정도 스윙 궤도가 잡혔다고 생각될 경우 세 개의 볼을 놓고 반복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연습이지만 목표 의식 없이 나 홀로 무작정 샷을 날리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 프로의 설명이다. 그는 "흔히 주말골퍼들은 연습장에서 공만 바로 날아가면 스윙이 잘된 것으로 착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공이 똑바로 가지 않았지만 스윙이 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는 또 "연습장에서도 필드에서처럼 샷 하나하나에 목표를 정해 볼을 쳐야 효과적인 연습이 된다"며 "볼을 많이 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공을 들여 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말골퍼들이 스윙 때 체중이동을 가장 어려워한다"며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스윙에서 체중 이동이란 체중을 이동시키기 위해 몸 전체를 움직여 오른발에서 왼발로 옮기는 것이 아니고 상체가 올바른 백스윙과 다운스윙이 진행되면 그냥 자연스럽게 체중 이동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기자 또한 체중 이동이 잘 되지 않자 이 프로는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정상적으로 하면 하체는 자연스럽게 따라 오니 이런 식으로 스윙을 하라"고 권했다.

-북구 구포동 '금용만두'

구포역 인근 위치, 열차이용객 포장 잦아
"상해거리 중국집 만두보다 한 수 위" 평가

그날 팔 만두 그날 모두 준비, 재고 없어


경부선 열차를 타고 서울 방면으로 자주 가는 사람들은 구포역에서 한 번쯤 봤을 수도 있겠다. 열차에 오르는 사람이 비닐봉지에 든 포장물을 들고 타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뭔가 먹고 있는 모습을. '도대체 뭐기에 이토록 식욕을 자극할까'. 호기심을 품고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힐끗 확인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만두다. 구포역 앞에 위치한 '금용만두'(051-332-1261)의 포장 만두다. 이 집 안주인 추명희(53) 씨는 "우리 집 만두를 포장해 열차를 타는 사람은 하루 평균 30명, 주말에는 50명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기적으로 금용만두를 찾는 독특한 직장인들을 예로 들었다.

'금용만두' 유국강 추명희 부부.

 집은 서울이고 직장이 부산인 40대의 한 남성은 매주 금요일 오후 5~6시면 어김없이 홀로 이곳을 찾아 고량주(배갈) 한 병과 군만두나 찐만두 물만두 만두국 중 두 개를 시켜 먹은 후 KTX 열차에 몸을 싣는다. 먹을 시간이 없을 경우에는 반드시 포장을 한다.

 사하구 괴정동에 사는 30대의 한 남자는 서울로 출장을 자주 간다. 이 집 만두를 무척 좋아하는 그는 서울로 갈 때면 부산역 대신 구포역에서 탄다. KTX의 경우 요금도 1900원이나 싸다는 이유도 있다.

 얼마나 맛이 있어 이렇게 호들갑일까.
 화교 출신인 유국강(53) 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중국 산둥성의 만두맛을 41년 동안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친적 아제분이 오랫동안 운영하던 것을 유 씨가 10년 전부터 그 맛을 그대로 전수받아 운영하고 있다.

유 씨가 '금용만두'를 하기 전에는 동구 수정동의 '개원'이라는 중국집을 운영했다 한다.

휘황찬란한 중국의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상하이거리의 홍성방 일품향 사해방에 비해 만두에 관한 한 한 수 위라는 것이 단골들의 설명이다.

 "맛있는 이유요. 글쎄요, 저희 집은 재고가 없어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그날 팔 만두를 그날 모두 준비하죠."

 오전 11시. 주인 부부와 아주머니 두 분이 만두를 빚다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얼핏 보니 찌개와 밥의 순한국식이다. 만두는 없었다.
 옆 테이블에는 만들다 만 만두피와 속이 있었다. "저희 집 만두는 중국식이라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고  부추 대파 무 배추 생강 등 각종 야채가 들어가지요."

 만두피도 맛을 좌우하는 요인이었다. "물만두 피는 밀가루를 찬물에 반죽한 뒤 가장 얇게 빚어 부드러운 맛을 살리고, 찐만두와 군만두 피는 끓는 물에 익혀 반죽하지요. 물만두는 야채를 약간 더 많이 넣으며, 군만두는 만들고 난 후 80% 정도 쪄서 선풍기 바람에 말려 꼬들꼬들해지면 냉장고에 넣어 어느 정도 보관한 후 굽지요.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는 셈이죠."


그럼 만두는 어떻게 조리할까. 중국 요리 대부분이 센 불에서 조리해야 맛을 내듯 만두 또한 예외가 아니다. 물만두는 물이 팔팔 끓을 때 3분간 삶고, 찐만두는 5분간 쪄내고, 군만두는 3분간 굽는다.

노릿노릿하게 튀겨낸 군만두는 씹히는 돼지고기와 함께 부추향이 감돌고, 물만두와 찐만두는 부드럽고 육즙이 그만이다. 맛있는 만두가 이런 맛이구나 하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간장 마늘 설탕 식초만 넣은 새콤한 오이반찬도 일품이다.

찐만두.

만두국.


세 가지 만두 중 어느 것의 매출이 가장 클까.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 순이란다. 가장 많이 찾는 젊은 층이 특히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만두 찐만두(4500원) 군만두 만두국밥(5000원) 오양장육 오양족발 탕수육(1만8000원).

처음엔 이전과 마찬가지로 만두밖에 없었지만 5년 전 젊은 층의 사람들이 자꾸 밥을 찾아 '별식메뉴'를 만들어 밥도 메뉴에 추가했다. 볶음밥 짜장밥(이상 4500원) 잡채밥 짬뽕밥(이상 5000원)

구포역 정문에 서서 10시 방향으로 40발자국. 구포우체국 옆에 있다. 지하철 3호선 구포역 3번 출구.


 

 인터뷰
 지난 14일 개장 경남 고성 노벨CC 김헌수 대표



골프장 밥만 28년째 아이디이뱅크로 불려
업계에선 '전국구 골프장 사장'으로 통해
고성 노벨CC, 27홀서 대부분 바다 보여
"첫해부터 흑자나는 좋은 골프장 만들 터"


라운드 중 폭우가 쏟아져 경기가 중단됐다. 지금이야 그린피 차등제로 인해 합리적 정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18홀 그린피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전부 지불해야 했다. 그린피 차등제는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지난 14일 개장한 경남 고성 노벨CC(27홀)의 김헌수(58) 대표다. 그는 골프장 업계에서 '아이디어뱅크'로 불린다. 현재 골프장에서 호평받는 서비스의 대부분은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

경남 고성 노벨CC 김헌수 대표와 캐디들이 오프타임 때 만나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이디어뱅크'라는 표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골프장 밥' 28년의 실사구시적 노하우의 결과물이지만 업계는 반짝이는 기지 정도로 생각하며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아서다. "그린피 차등제는 IMF 구제금융으로 내장객이 급격히 줄었을 때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었어요. 나중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칭찬을 들었지요."

 그가 고안해 골프장에서 히트한 아이디어를 살펴보면 대충 이렇다. 골프장 내 그린콘서트, 지역 주민 그린피 우대제, 욕탕 요구르트 서비스, 겨울철 군고구마 및 숭늉 서비스, 핫팩 무료 제공, 카풀 입장객 그린피 할인, 혹서기 내장객 반바지 허용, 캐디 선글라스 및 주 3일 자율복 착용 등.

 김 대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제공해야 손님들은 감동을 받는다"며 "작은 감동이 시간을 두고 점차 쌓여야 결국 '돈 아깝지 않은' 괜찮은 골프장으로 명성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 중 캐디들을 위한 것이 눈에 띈다. "손님이 골프장에 머무는 시간의 대부분을 캐디들과 함께 있어 어쩌면 이들이 골프장의 얼굴이지요. 그들의 얼굴이 밝아야 손님들이 즐겁게 라운드를 할 수 있지요."

 김 대표의 캐디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는 각별하다. 구내 식당에서도 스스럼없이 먼저 농담을 건네며 다가가고, 쉬고 있는 캐디들이 일어나 인사하면 일어서지 말고 편하게 인사하라며 말한다. 이런 김 대표의 진심을 알았는지 김 대표가 멀리서 보이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살갑게 인사한다.

 지난 1971년 삼성에 입사한 김 대표는 1982년 국내 골프장 사관학교로 불리는 삼성 계열의 안양 베네스트CC 총무과장으로 발령받으면서부터 골프장과 인연을 갖게 됐다. 이후 부산 동래베네스트CC 지배인, 옛 경기CC 상무 전무를 거쳐 1999년 서원밸리GC 대표를 맡아 전문 경영인의 길로 들어섰다. 해를 거듭하며 실적을 내자 업계에서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중국 칭다오 제너시스CC, 순천 파인힐스CC를 거쳐 지난해 말 고성 노벨CC로 스카우트돼 '전국구 골프장 사장'이란 닉네임을 얻었다.

 "순천 파인힐스의 러브콜 땐 의령이 고향인 촌놈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전라도 땅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승락했지요."
 7년간의 파인힐스 대표 기간 그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호남권 최초 억대 회원권 분양, 흑자 달성, 서비스 부문 명문 골프장이 바로 그것.

 노벨CC는 어떤 골프장인가. "진주 창원 김해 거제 통영 사천 등지에서 30분~1시간이면 도달 가능한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에 있는 데다 27홀에서 거의 바다가 보이는 빼어난 경관의 리조트 타입의 골프장이지요."
 여기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중일까.  "지역 특성과 새 회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에요. 경남 고성 노벨CC에 맞는 변형된 색다른 서비스가 나올 겁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러면서 "클럽 챔피언 출신의 오너인 최칠관 회장의 경영 철학과 부합되는 '맞춤 경영'으로 개장 첫 해부터 이익이 나는 좋은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산의 맛 - 금곡동 장어마을 장어양념구이

-1980년대 중반까지 낙동강서 갓잡은 민물장어로 요리
-동원마을, 아예 '장어마을'로 불려...한때는 16곳 성업
-지하철 공사로 길 막히고 아파트에 밀려 몇 곳만 명맥 유지
-한 점씩 일일이 굽고 또 구워 양념을 하나하나 골고루 발라

    3대째 옛맛을 고수하고 있는 북구 금곡동 웅천집의 양념장어구이.

지금이야 민물장어라 불리는 (뱀)장어는 거의 99%가 양식산이지만 낙동강에 하굿둑이 들어서기 전까지인 지난 1980년대 중반까지 '깨끗한' 낙동강변에서는 장어구이가 부산을 대표하는 요리로 유명세를 떨친 적이 있었다.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마을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쭉 늘어선 장어구이집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곳의 이름은 북구 금곡동 동원마을이었지만 사람들은 장어구이집이 몰려 있어 '장어마을'이라 불렀다.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마을 입구에는 멀쩡한 마을 이름 대신 아예  '금곡 장어마을'이라 음각된 어른 키보다 큰 입석이 있었다. 부산시가 '부산의 7진미'로 선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선시대에는 낙동강 뱃길을 쉬어가는 나루터로, 수참이 설치되기도 했던 동원마을은 현재 사라지고 없다. 2000년대 초반 지금의 이안금곡아파트의 공사가 시작되면서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당시의 장어구이집 몇몇은 장어마을 인근에서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 장어마을을 아시나요
부산 북구 덕천교차로에서 경남 양산으로 가는 도로를 내달리다 보면 아파트숲을 만난다. 화명동 신시가지다. 여기에서 양산 방면으로 버스 한 구간만 더 가면 금곡동에 닿는다.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에서 낙동강변 쪽으로 뻗어내린 첫 골짜기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0년대 웅천집 모습. 뒤로 보이는 산은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낡은 흑백사진을 스캔받았다.

 지난 1980년대 중반까지 낙동강변의 금곡동은 사방이 논밭이었다. 부산이 도시화와 산업화가 한창 전개될 때에도 이곳 사람들은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생업을 위해 각자 논으로 강으로 일을 나갔다.
 금곡동에는 예부터 동원·공창·화정·율리 등 자연부락이 넷 있었다. 현재 낙동강을 따라 달리는 부산지하철 2호선 역 이름이 '수정-화명-율리-동원-금곡-호포'순인 것도 이러한 자연부락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낙동강변 금곡동 네 개의 자연부락 중 왜 동원마을만 장어마을로 불렀을까. 장어마을에서 '은행나무집'을 30년간 운영한 어경우(73) 씨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지 강과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며 나머지 세 개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낙동강에서 장어를 직접 잡기도 한 그는 "동원마을 사람들이 장어를 잡으며 재미를 좀 보자 아마 1970년대 중반 이후에 공창과 화정마을 사람 몇몇이 뒤늦게 장어잡이에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어 씨는 "강에서 잡아 바로 식당에서 요리했으니 얼마나 싱싱하고 맛이 있었겠냐"며 "당시 돈깨나 있는 부잣집 사람들이나 부산지역 정·재계 유명 인사들이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길도 마다하지 않고 와 먹고 갔다"고 전했다.
 장어마을의 장어구이집은 한때 16곳까지 늘어나는 등 성업을 했지만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들어서고 1991년 지하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덕천교차로에서 장어마을까지 차로 1시간은 기본이고 어떤 땐 2시간도 걸리다 보니 손님이 찾겠어요. 이후 IMF 구제금융 한파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더욱 위축받아 6곳 정도만 남고 거의 문을 닫았지요."
 그러다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옛 영화를 뒤로한 채 눈물을 머금고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런 와중에 아쉽게도 동원마을 입구에 서 있던 '금곡 장어마을'이라 적힌 입석(아래 사진)도 행방불명이 돼 버렸다.


 
옛맛을 그대로 지켜요
1970~80년대 장어마을 전성기 때 가장 잘 나가던 집은 '웅천집'이었다. 매출로 보자면 16개 장어집의 총매출액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마지막까지 장어마을을 지킨 곳도 바로 웅천집이다. 지금은 지하철 2호선 동원역과 금곡역 사이의 공창마을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다. 동원역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 걸어서 8분 정도. 옛 장어마을 자리인 이안금곡아파트에서 직선거리로 500m쯤 떨어져 있다. 식당에서 아파트가 보인다.
 웅천집(051-332-8740)에 들어서면 김해 동신어산과 백두산 등을 병풍 삼아 1300리를 내달려온 낙동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보이고, 그 뒤로 김해 대동면의 비닐하우스가 햇빛에 반사돼 반짝거린다.

웅천집에서 바라본 낙동강. 강 건너편은 김해 대동면 비닐하우스.

 웅천집은 김도균(44) 대표와 그의 누나 명숙(58) 씨가 2년 전 작고한 모친에게 장어요리 비법을 전수받아 옛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은행나무집'을 운영했던 어 씨는 "나의 누나이자 김 대표의 모친이 어머니로부터 비법을 배워 이제 조카인 명숙이가 장어요리를 하고 있으니 3대째 대물림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잠시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올해로 54년쯤 됐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손님의 70% 정도가 20~30년 된 단골"이라며 "어릴 때 제가 '아저씨'라고 부르던 분들이 백발이 성한 지금도 찾고 있으며 일하는 아줌마 세 명 모두 20~30년 돼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이라고 말했다.
 웅천집의 양념장어 구이는 옛날 방식 그대로다. 뼈와 머리를 추려내 푹 고운 육수를 식사전에 한 그릇 올린다. 양념장은 이 육수에 조선된장과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마늘 생강 매실액기스를 넣고 만든다. 장어는 초벌구이를 하며 기름을 빼면서 미리 만든 양념장을 세 번 이상 발라 이 집 특유의 맛을 낸다.
웅천집의 장어장념구이 상차림.김도균 대표(오른쪽)와 그의 조카 그리고 북구청 공보계장.

태우지 않으면서 먹기 좋게 알맞게 구운 장어는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향이 살아 있다. 30년 전 직장을 다니다 어머니에게 장어구이법을 배운 명숙 씨는 "석쇠 한 판 단위로 구워내는 다른 집과 달리 한 모타리씩 일일이 굽고 또 구워 양념을 하나하나 골고루 바르기 때문에 비록 늦게 나오지만 맛은 아마도 최고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장인 정신의 진솔한 손맛이 밴 완결판인 셈이다. 다른 집과 달리 양은 약간 줄었지만 20년째 1인분에 1만5000원을 고수하는 고집도 모두 자부심에서 나온 것이다.
 웅천집에서는 예전처럼 장어 이외에 향어회와 향어매운탕 그리고 메기매운탕도 맛볼 수 있다. 하나같이 일품이다. 향어 및 메기매운탕만을 위해 찾는 사람도 꽤 있다.

■ 1970년대 낙동강은
가오리도 잡히고 장어 하루 5관씩 잡던
깨끗하고 풍요로운 생명의 강

 1970년대의 낙동강 풍경이 어땠고, 장어는 또 어떻게 잡았을까.
 낙동강에서 직접 장어도 잡고, 북구 금곡동 장어마을에서 '은행나무집'을 30년간 운영한 어경우(73·아래 사진) 씨는 "하굿둑이 조성되기 전 낙동강은 장어를 비롯해 잉어 숭어 도다리 웅어 등과 조개 등이 잡히는 그야말로 풍요로운 생명의 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관(1관은 3.75㎏)이나 되는 아주 큰 가오리가 잡힐 정도로 수산 자원이 풍부했다"고 덧붙였다.


 장어는 주로 긴 낚시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물속으로 늘어뜨리는 주낙(연승)으로 잡았다. 미끼는 직접 잡은 지렁이나 갯지렁이를 사용했다. 장어는 강 바닥에 주로 살아 물가에서 가까운 지점은 수심 5, 6m 정도였고, 깊은 곳은 20m나 되는 지점도 있었다.
 어 씨는 "장어를 주로 잡던 어부들은 하루에 5관 정도를 잡았지만 특히 많이 잡힐 땐 하루에 10관까지 잡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정도면 괜찮은 밥벌이였다고 한다.
 주낙어업의 경우 보통 저녁 무렵 낚시를 던져놓고 다음날 아침 일찍 전날 표시해둔 지점으로 가 낚시줄을 당겨 장어를 건졌다. 비가 특히 많이 오거나 홍수에 버금가는 수위에 이르면 하루에 두 번 정도 낚시를 내려 장어를 건지기도 했다.
 금곡동 동원마을, 다시 말해 장어마을에선 20명 정도가 농사 대신 장어를 잡았다. 이들은 구포어촌계에 소속됐다. 이보다 북쪽인 물금이나 남쪽인 구포 쪽에서도 당시 장어를 잡았다.
 장어의 주 어획기는 봄부터 가을까지였지만 장어를 잡지 않을 땐 다른 어구를 이용해 잉어나 웅어 등을 잡았다. 특히 봄에는 숭어를 잡으러 가덕도까지 원정을 떠나기도. 낙동강이 꽁꽁 어는 겨울에는 기차를 타고 원동역에서 내려 물금 원동 쪽 낙동강에서 얼음낚시를 했다. 잉어가 이곳에서 특히 잘 잡혔기 때문이다.


또다시 대~한민국! 그리고 '희망봉'에 오르자.

4년을 기다렸다. 어쩌면 8년 만에 맞이하는 축제다. 지구촌의 '총성 없는 전쟁' 월드컵이 오늘 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전을 시작으로 한 달간의 열전에 돌입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흥분의 열꽃을 피우고 있다.

이번 월드컵 기간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져 수많은 가족 단위의 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꼭 8년 전 6월 안방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사상 최초로 우리 시각에 맞춰 초대형 국제 이벤트가 마련되면서 온 국민들은 마음껏 축제를 즐겼다. 전 세계가 놀란 거리응원도 가능했다. 그러나 4년 전 독일 월드컵은 현지 시각에 맞춰 우리는 새벽에 뜬 눈으로 한국 경기를 관람해야 했다. 당연히 8년 전의 뜨거웠던 함성은 줄어들고 보는 즐거움도 반감됐다.

이번 6월의 월드컵은 어떤가. 12일 그리스와 벌이는 한국의 첫 경기는 우리 시각으로 오후 8시30분 킥오프. 17일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벌이는 한판 경기도 오후 8시30분 시작한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모아지는 온 국민의 열정은 한국 대표팀의 원정 첫 16강 진출에다 8강, 4강 진입도 가능하게 하리라. 붉은 악마를 등에 업은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월드컵 역사상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는가.

월드컵은 마법을 지녔다. 평소 축구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장삼이사들을 순식간에 마니아 수준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사는 40대 회사원 강순찬 씨의 사례가 그렇다.

강 씨는 2002년 월드컵 땐 집에서 TV로만 시청했다. 열광적인 야외 응원의 매력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아들 둘이 어려 어쩔 수 없었다. 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야외 응원을 펼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는 최근 20개월 된 늦둥이 딸을 포함한 온 가족과 함께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아 월드컵 응원복인 붉은색 티셔츠를 장만했다. 응원 나팔과 붉은 악마 뿔, 두건, 대표선수들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 등 응원 소품도 각각 마련했다. 최대한 재미있게 즐기려면 가능한 한 유치해져야 한다는 중학생 아들의 충고를 수용한 것이다.

간식은 대형 마트에서 준비할 계획이다. 때마침 월드컵 기간에는 마트에서 월드컵 야식 모음전을 저렴하게 준비한다고 하니 입맛대로 고를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축구팬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이래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그는 그리스전이 열리는 12일에는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나라 월드컵 첫 승을 이룬 아시아드종합경기장을 찾을 생각이다. 붉은 악마 부산지회가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겠다는 의도다. TV에서 자주 보던 화려한 야외 응원의 고전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해운대로 갈까요, 스포원도 있는데. 차라리 부산역이 나을까요'.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17일에도 야외 응원을 가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했지만 고민이 생겼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찾아 자전거를 즐겨 타는 금정구 스포원파크에 가고 싶지만 해운대해수욕장도 매력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여름 분수쇼가 펼쳐지는 부산역 광장에서도 야외 응원을 한다는데 슬쩍 그곳으로도 관심이 간다.

그러면서 최근 이렇게 즐거운 고민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냥 혼자 피식 웃었다고 한다.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아이들도 이 때만큼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4년, 아니 8년 만에 돌아온 축제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가. 강 씨 부부는 며칠 전부터 중학생 아들에게 월드컵 응원가를 배우고 있다. 8년 전엔 '오! 필승 꼬레아'만 외치면 됐는데 요즘은 무슨 놈의 응원가가 이리도 많은지. 김장훈 싸이 카라 애프터스쿨 2PM도 월드컵 응원곡을 내놨단다.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을 바라보니 한국의 16강 진출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 내 가정의 소중함도 새삼 느껴졌다. 강 씨는 오늘 꿈속에서 박지성이 통쾌하게 그리스 골 네트를 흔드는 멋진 장면을 먼저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 2010월드컵 응원전 개최 예정지

12일 응원지역

부산 사직야구장
부산역 광장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부산 태종대 태종사 앞 체육공원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 야외주차장

부산 중구 시티스팟

울산대공원 장미계곡 특설무대

울산 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

양산 에덴밸리리조트 야외잔디밭

마산종합운동장

국립김해박물관
함안군 함주공원
통영시 공설운동장

12, 17일 응원지역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부산 온천천 수변공원(지하철 1호선 부산대학앞 역 인근)
부산 북구 금곡동 농협하나로클럽 야외주차장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스포츠문화센터
부산 금정구 현대자동차 금정지점 전시장
울산 북구청 광장
김해종합운동장
김해 장유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주차장
김해 진영신도시 자이아파트 앞
양산종합운동장
밀양 공설운동장
진주 칠암동 남가람 야외무대
진해 진해루

12, 17, 23일 응원지역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경남 창원광장


"월드컵 응원가와 소품은 준비하셨지요"

부산 울산 경남 비롯 전국 방방곡곡
실내외 대형 스크린 앞 몰려
6월의 밤 '붉은 열기' 속으로, 대규모 이벤트 준비
일부는 지역 축제와 연계, 티셔츠 응원도구 야식 준비


'여자들은 축구와 군대 이야기를 가장 싫어한다'. 한때는 그랬다. 전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어 참을성을 테스트하는 기분이라는 것이 그대, 여자들의 솔직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 표현은 옛말이 되었다. 적어도 축구에 관한 한. 8년 전 월드컵 현장을 기억하는가. 서면 등 대도시 거리를 활보하며 태극기를 치마처럼 걸치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들 중에는 여성들이 절반을 차지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그 같은 풍경을 심심찮게 볼 것 같다. 온통 축구 얘기뿐일 테니까.

지난 2006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때는 거의 모든 경기가 새벽 시간대 열리는 바람에 8년 전의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번 월드컵의 한국경기 예선 3게임 중 2게임(12일 대그리스, 17일 대아르헨티나)이 오후 8시30분에 열려 야외 응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2002년 월드컵 때처럼 한국의 선전 여하에 따라 뜨거운 함성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질 수도 있다.


■ 어딜 가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야외 응원전


부산지방공단 스포원은 12, 17일 오후 7시부터 스포원파크(금정체육공원) 내 수변광장에서 야외 응원을 개최한다. 스포원은 가로 9.2m, 세로 5.2m의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참가하는 시민들에게 응원용 막대 풍선 3000개를 선착순 지급한다. 치어리더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전광판 주변에는 각종 특수효과 장치를 설치하고 대북 등 응원도구도 비치해 응원 분위기를 한껏 띄울 예정이다. 특히 경륜장과 야외 주차장을 완전 개방하고 전광판 인근에 먹을거리 장터를 운영해 참가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스포원파크에 일찍 와서 자건거를 타거나 배드민턴 또는 수영을 한 후 수변공원 잔디광장의 가장 좋은 자리를 잡으면 이보다 좋을 순 없을 듯하다.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첫 승을 이룬 장소로, 우리나라 월드컵의 성지로 대접받고 있는 아시아드 종합경기장을 찾으면 붉은 악마 부산지회와 함께 축구 응원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오후 5시부터 2002, 2006년 월드컵의 한국팀의 경기를 우선 관람할 수 있다. 이어 부산지역 대학생 치어리더와 아이파크 마스코트인 '우승이'와 '연승이'의 화려한 공연을 관람한 후 붉은 악마의 구호 아래 본격적인 광란의 응원으로 몸을 푼 후 한국팀 경기를 관전한다. 한국팀 경기 5시간 전부터 경기장은 개방된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운대해수욕장에서도 대규모 야외 응원전이 펼쳐진다. 특히 12일에는 국제신문과 솔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공연(오후 7시)에 이어 바로 초대형 스크린으로 월드컵 경기를 관람키로 예정돼 있다. 오페라와 축구. 이날 해운대해수욕장을 찾는 시민들은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부산대상가번영회는 12, 17일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대학앞역 인근 온천천 수변공원에서 가로 15m, 세로 12m의 대형 전광판과 무대를 설치하고 대규모 거리응원 이벤트를 개최한다. 번영회는 한국팀 경기가 없는 11~21일 오후 6시~밤 10시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벨리댄스 등 다양한 공연도 준비한다. 특히 부산대 인근 생맥주집 '훌리훌리' 등은 한국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500cc 생맥주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역 축제와 병행해서 펼쳐지는 야외 응원전도 곳곳에 마련된다. 이들 응원전은 첫 경기가 열리는 12일에만 펼쳐진다.

차이나타운 특구 축제(12~13일)가 열리는 부산역 광장에서 대규모 야외 응원전이 열린다. 대북공연 사자탈춤공연 중국기예단공연 등 차이나타운 특구 축제 축하공연과 부산역 분수쇼에 이어 무대 양쪽에 설치된 200인치 스크린 2대를 통해 그리스전을 관람할 수 있다. 경기 중에는 불꽃쇼와 레이저 조명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광안리 어방축제(11~13일)가 열리는 광안리해수욕장에서도 16강 기원 태극전사 응원전이 개최된다. 축제 기간이라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에선 오전 10시부터 해양래프팅 대회, 맨손으로 활어잡기, 세계민속공연, 어방 그물끌기 등 다양한 체험 및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400인치 스크린을 통해 관람하는 응원전 직전에는 치어리더의 화려한 공연이 펼쳐진다.

반딧불이 관찰체험행사(11~12일)가 열리는 태종대 태종사 앞 체육공원에서도 월드컵 응원전이 펼쳐진다. 앞서 오후 8시부터 반딧불이를 관찰하며 설명을 듣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광복점 야외주차장에서 400인치 대형 LEC 전광판을 설치해 12일 오후 8시30분 고객 1만2000명을 초청, 대규모 응원전을 펼친다. 앞서 오후 6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인기가수 서인영 박정아 박미경 팝핀현준과 아이돌 그룹 V.O.S 등을 초정, 파이팅 콘서트를 개최해 응원 열기를 고조시킨다.

파라다이스호텔은 12, 17일 본관 1층 로비라운지 '크리스탈가든'과 지하1층 펍바 '챨리스'에서 응원전을 펼친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20% 할인혜택을 준다. 웨스틴조선호텔도 12, 17일 펍바 '오킴스'와 라운지에서 응원전 이벤트를 마련한다.

북구 금곡동 농협하나로클럽 부산점 야외광장에서도 12, 17일 대형 스크린을 통한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는 같은 시각 스포츠문화센터 앞 스포츠파크 축기경기장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응원전을 열 계획이다. 이번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인 금정구 현대자동차 금정지점 전시장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울산 및 경남 지역에서도 월드컵 응원전이 펼쳐진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4~13일)가 열리는 울산대공원 장미계곡 특설무대에서는 12일 오후 8시30분 응원전을 펼치며, 같은 시각 울산 남구 태화강 둔치 특설무대에서도 역시 그리스전 응원전이 열린다.

울산시는 12일 그리스전과 17일 아르헨티나전 그리고 월드컵 첫 16강 진출의 운명을 결정할 23일 나이지리아전때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대규모 응원전을 열 계획이다. 이 밖에 경남 김해 장유롯데프리미엄아울렛 주차장과 양산 에덴밸리리조트 야외 잔디밭 등지에서도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열띤 응원전이 열린다.


■ 한층 다채로운 붉은색 티셔츠와 응원가   

 
8년 전에는 단 하나였다. 'Be the Reds'라 적힌 붉은색 티셔츠. 2002년 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종류의 붉은색 티셔츠가 마련돼 있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마트와 메가마트 그리고 농협하나로클럽은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인증을 받은 'KFA 응원 티셔츠'를 1만9800원에 판매한다. 'KOREA LEGEND'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홈플러스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공식 티셔츠를 1만4900원에 내놓았다. 붉은 악마 문양에 'The Shouts of Reds United Kore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롯데마트는 KFA 응원 티셔츠와 함께 'ALL THE REDS' 응원 티셔츠(1만9900원)와 박지성 선수 캐릭터를 새겨 넣은 '캡틴 박 응원 티셔츠'(9900원) 등 3종을 판매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월드컵을 대비해 국내 가요계에서는 월드컵 응원가를 대거 쏟아내 일부 곡을 연습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이 곡들은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월드컵 응원가'를 검색하면 대부분 들을 수 있다. 입맛대로 고르시길.

김연아와 빅뱅.

싸이와 김장훈.


대표적인 곡으로 '다시 한 번 대한민국'(김장훈·싸이), '승리의 함성'(The Shouts Of Reds Part 2)(빅뱅·김연아), '승리를 위하여'(트랜스픽션), 'We are with you'(카라), 'We are The One'(티아라) 등이 있다. 리듬이 쉬운 데다 가사까지 있어 몇 번만 들으면 따라 부를 수 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 심지어 식당가도 신이 났다. 이번 월드컵은 밤늦게 또는 새벽에 중계되기 때문에 시내 대형 마트와 백화점의 대부분은 '월드컵 야식 코너'를 마련, 야외 응원을 위한 도시락과 집에서 온 가족이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야식을 판매하고 있다.

이제 월드컵 축제 기간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마냥 즐기자. 한국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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